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오로라공주 +28

 

 

황마마의 죽음은 결국, 대수대명이 아니라 동귀어진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증오의 응어리를 안고 자폭한 황마마가 안쓰럽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보고 우는 날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동안 얼마나 맘고생 많이 했어. 라는 시몽이의 대사가…. 임작가의 염원 같아서 안쓰러웠다. 그래서 끌어안긴 로라가 시몽의 허리를 마주 감아줬을 때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가 슬퍼서가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임성한의 소원이 슬퍼서.

 

숱한 논란에도 결국, 임성한 작가의 일감은 끊이지 않고 제공될 것 같다. 남편에게 버려진 돌싱녀를 잘생긴 연하 실장님이 구원하는 천편일률적인 일일드라마에서 이만큼 창의적인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임성한 작가 뿐일 테니. 어쨌든 끊어낼 수 없는 임성한이라면, 차기작은 좀 더 산뜻한 분노로 돌아오길. 그녀의 응어리 또한 이 작품으로 동귀어진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

 

걸출한 연기력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살려낸 김보연 씨. 그 밖의 많은 배우들. 특히 세 주인공. 전소민, 오창석, 서하준 씨의 차기작을 기대합니다. 이보다 가혹한 사전 실습이 있었을까요. 앞으로의 실전은 그 어떤 과제가 쥐어진다고 해도 만사형통일 겁니다.

 

 

 

덧. 생각할 수록 이 포스터의 서사가 아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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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황마마의 죽음은 반전이랄 것이 아니었다. 삶보다 더 가벼운 것이 임성한 월드의 죽음이니까. 새삼 그의 죽음을 놀라워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캐릭터가 죽거나 사라져갔다. 더군다나 일부러 흘렸건 훔쳐졌든지 간에 기사로 대문짝만하게 퍼뜨려진 대형 스포일러는 이 죽음의 루프를 이을 다음 타자가 바로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임을 공개해버렸지 않는가. 이건 어떻게 보면 예고 살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아니 두려웠다는 것이 더 걸맞을 표현일지도 모른다. 누이의 재촉을 받다 돌진해오는 덤프트럭에 핸들을 꺾는. 그것이 그의 마지막 살아있는 모습이었다. 남주인공을 죽이는데 단 5분도 필요치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모든 죽음은 순식간이지만 남주인공의 죽음에 생략된 작별의 절차라니. 아니, 한사람.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의 작별인사를 들었던 오로라(전소민분)을 제외하면. 앓는 순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달려 나온 둘째 누이 황미몽(박혜미 분)이 하얀 천을 덮은 동생의 얼굴을 보면서도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을 지경이니까. 빨리 치료 좀 해달라고 몸부림치던 누이는 의사의 전언에 아연실색한다. "이미 사망하셨습니다."

 

 

 

그가 죽었을 때 이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예상했던 대로 황마마의 첫째 누이 황시몽(김보연 분)은 바스러질 듯 절규했다. 그를 사랑했던 만큼. 그리고 집착했던 만큼의 비명이었다. 나는 죽은 동생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토해놓은 후회의 첫마디를 듣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마마야. 잘못했어. 너 하자는 대로 다할게. 안 말려." 그랬다. 황마마의 죽음은 그 자신을 벌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이 어리석은 여자를 징벌하기 위함이었다.  남동생을 사랑하다 못해 자신의 소유물 취급했던 그 끔찍한 집착이 결국 피를 부른 것이었다. 그래서 임성한 작가는 찰나의 순간이나마 그녀가 용서받을 기회를 쥐여주지 않았다.

 

무법천지의 임성한 월드라 놀림 받지만 그럼에도 그녀 나름의 일관적인 디테일 하나는 있다. 바로 소유하는 만큼 집착의 강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남동생의 여자를 인정하지 못했던 두 누이는 나이와 쌓은 경력이 무색한 수준의 추잡을 떨었다. 당사자 앞에서 불어와 영어로 뒷말을 하고 급기야는 투명인간 취급을 하기도 했다. 남동생 앞에서는 천사의 가면을 쓰고 뒤돌아선 백설공주의 마녀가 되었다. 그 사실을 전해 들은 황미몽의 팔은 안쪽으로 굽어지지 않았다. 입바른 소리를 해대다 의가 상할 뻔 했어도 그녀는 잘못한 것은 오로라가 아닌 자매들이었다고 말한다.

 

 

 

두 누이에 비해 그녀의 태도가 상식적일 수 있었던 건 남동생 황마마를 향한 집착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대리 아들이나 다름없는 남동생을 향한 사랑을 집착이라는 모성애로 풀어내는 그녀들과 달리 진짜 딸을 가진 황미몽에게 황마마는 남동생의 선을 넘지 않는 존재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사랑이 나머지 자매들보다 적었던 것은 아니다. "제발 하느님 살려주세요. 저 데려가시고 살려주세요." 집착을 제외하고 남은 순수한 사랑이었기에 그녀의 기도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은 안 속 상하세요? 이해되세요? 애지중지 키운 아들. 아들 힘들게 키워봤자 어떤 여인 좋은 일만 시킨다더니 딱 맞지 않아요?" 황마마가 사고를 입기 전 황시몽은 설희네 집을 찾아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묵도할 수 있느냐고 외쳤다. 따지고 보면 이치에 맞는 말이다. 전남편과 며느리를 내 아들과 함께 살게 한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그럼에도 그들은 초연했다. 조금만 진정하시고 생각을 가다듬어 보라고 했다. 여유 있는 웃음까지 흘리며. 그들이 이토록 비상식적인 배려를 베푸는 것은 분명 황시몽보다 아들을 덜 사랑해서도 아니고 정신이 이상해졌기 때문도 아니다. 이미 그들은 황시몽이 겪었어야 했을 일을 애초에 겪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마야. 잘못했어. 너 하자는 대로 다할게. 안 말려."

 

아들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에 피를 토해내듯 울음을 터뜨렸던 그녀다. 아들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이미 체감했던 그녀였다. 그러니 오로라를 받아들이고 일처다부의 기묘한 동거를 이해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그 어떤 기막힌 일을 겪는다 해도 아들이 죽는 고통에 맞바꿀 순 없을 테니까.

 

 

황시몽이 정말로 불쌍한 여자인 것은 성찰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점이 아니다.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그녀는 집착했을 것이고 종국에는 그를 잃었을 것이다. 황시몽에게도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었다. 집착을 버리라는 서슬 퍼런 경고를 동반하며. 내 남자의 여자를 용납할 수 없어 번갈아 오로라를 찾아 횡포를 부렸을 때 황마마는 그들을 떠났고 시몽은 절규하며 오로라에게 매달렸다. 내 동생을 잃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내 무슨 짓이든 하겠노라고. 그럼에도 그녀는 집착을 버릴 수 없었다.

 

 

황시몽의 인생에 남자의 인연이란 남동생 황마마 외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운명 같기도 했고 저주 같기도 했다. 윤해기와 인연을 맺어볼까 했더니 여우 같은 라이벌이 끼어들어 파투가 났다. 오로라를 들볶아댄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이제 슬슬 남동생을 놓아줄까 싶어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렸더니 깜찍한 조카의 공작으로 또 한 번 사랑을 잃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남자의 인연을 반추하며 그녀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얼굴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더 집착했다. 내게 남자는 너 하나뿐이라고. 그랬으니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 올가미에서 최지우는 비극적 결말을 맺은 두 사람의 재를 한곳에 뿌리며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모자 관계가 아닌 남자와 여자의 인연으로 환생하길 바란다는 헌사를 남긴다. 어쩌면 황시몽과 황마마는 남매로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 인연일지도 모른다. 황마마가 아닌 인연을 허락받지 못했으면서도 남동생을 가질 수는 없는 그녀의 비극적 운명. 과연 그녀는 마지막까지 저주를 풀지 못하고 자신을 학대하다 죽어갈까. 이 불쌍한 여자의 최후가 주인공 이상으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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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황시몽은 자업자득이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동생에 대한 사랑이 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황마마가 저렇게 죽으니 안 미치고는 못 견디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리뷰 잘보고 갑니다.
    첫 인사 드리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2013.12.19 15:08

    비밀댓글입니다

  • 큰 카테고리만 보면 막장드라마이긴 한데 부분부분 너무 재밌는 요소 때문에 끊질 못하겠어요ㅠㅠ

  • 가다가 2013.12.19 18:30 신고

    동생과 누나로 모자간으로 만나지말았어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주어진대로 바르고 정직하게 살지 않았을뿐이지요

  • 1111 2013.12.19 22:42 신고

    아줌마 무슨 이런 드라마에 의미를 부여합니까??
    리뷰쓰는 것 조차 이상해 보임!!

  • ㅋㅋㅋㅋ 2013.12.20 04:19 신고

    그냥 납득할수 없는 드라마
    무슨 주조연들이 다죽어나가 지구종말드라마냐
    제작자중에 사람들 죽어나가는거 보면 뭔가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 변태적 성향가진사람이 있나..

 

 

"나도 축하해줘. 나 남자 됐어." 4년 전 임성한 작가의 보석비빔밥을 보며 두통이 치밀었던 기억이 난다. 누가 봐도 우스꽝스러운 패션센스와 과장된 몸놀림. 부담스러울 만큼 노골적인 유혹의 자세. 그야말로 편견과 몰이해 그리고 선입견으로 무장된 게이 캐릭터가 손가락질당하며 망가지고 있었기에. 주요 인물도 아니고 몇 분 남짓한, 남주인공의 매력을 과장해서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 이 남자가 나는 참으로 불쾌하고 안쓰러웠다.

 

물론 임성한 작가가 호모 포비아라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자 홍석천을 출연시킨다든지 성 소수자 나타사를 꽤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려냈던 것을 상기하면 그녀의 부정적 표현은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마른 사람은 선이오 비만인은 악인으로 그려지는 것처럼. 전래 동화나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상징적 이미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일 뿐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나 개인의 사고가 타인의 선입견을 크게 주도하지 않는 일반인과 달리 단 1분의 범위가 몇만의 영향력을 가진, 소위 전파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비단 고의성을 갖고 있지 않을지언정 단순히 모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악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임성한의 나타사는 그래서 폭력적이다. 그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때론 애처롭지만 결국 부정하고 부당하고 불순하다.

 

란마 1/2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한때 시사 프로그램에서 유해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할 만큼 인기였던 이 만화는 미소년 무도가 란마가 주천향이라는 샘에 빠져 별안간 미소녀로 변신하는 해프닝을 필두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뜨거운 물에 닿으면 남자아이가. 차가운 물을 적시면 여자아이가 되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은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실제 란마의 성 정체성은 건자안 남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가상 세계에서나 가능할 법한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임성한의 드라마에선 보편적 일상이 된다는 사실이 나를 기함하게 한다. "안녕하세요. 나타사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나타샤라고 불러요. 사공 '오빠'한테 제 얘기 못 들으셨어요?" 나타사는 그렇게 등장했다. 금발의 긴 머리를 질끈 묶고선 이마에 띠를 한 경악할 패션 센스에 첫 씬에서 아웃팅을 하는 몰지각한 인간으로. 박사공을 '오빠'라 칭하며 굳이 여성형의 절을 하겠다고 다리를 모으는 기괴한 행동까지.

 

아아. 어쩌면 임성한의 선입견은 4년 전 그 시절에서 머물러있나. 4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성 소수자를 향한 그녀의 인식은 조금도 진화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퇴보되었으며 엽기적으로 변형되기까지 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나타사의 성 정체성을 알 수 없다. 도대체 그는 동성애자인가. 아니면 트랜스젠더인가? 4년이 지났고 이제 그 캐릭터가 자신의 작품 속 주요 인물이 되었음에도 최소 사전적 의미의 동성애자를 되새겨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일 뿐이다.

 

 

 

나타사는 분명 자신을 여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수술을 받지 않았을 뿐 나타사의 성 정체성은 이성애자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저 자신을 여성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당연히 그를 사랑하는 박사공 또한 동성애자 설정은 성립될 수 없다. 하리수를 사랑하는 미키정이 동성애자가 아닌 것처럼.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박사공은 동성애자인 것처럼 묘사되었다. 작가의 사전 지식이 부족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것이 몰이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나도 축하해줘. 나 남자 됐어. 이제 여자가 예뻐 보인다구. 관심 가구." 오랜만에 옛 연인을 찾은 나타사는 더이상 예쁜 목소리로 교태를 부리며 그를 오빠라 칭하지 않았다. 느닷없이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돼선 심지어 패션 센스마저 정상으로 돌아온 그는 (차라리 외향적 모습은 이게 더 동성애자와 가깝다. 세상의 모든 디자인을 주도하는 인구가 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잔뜩 경계하는 박사공을 안심시키듯 기상천외한 소리를 내뱉었다. "나도 축하해줘. 나 남자 됐어." 암세포도 생명이에요. 다음 가는 명대사는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임성한 작가는 남다르다.

 

어처구니없는 대사 퍼레이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36회에서 나타사를 축하하는 캐릭터들의 입방정은 그야말로 폭력에 가까운 무례함의 극치를 들려준다. "정체성 회복했대." "어느 쪽? 여자? 남자?" 트스젠더가 란마2/1인가? 임성한 작가가 그간 동성애자를 꾸준히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시켰던 것은 결코 호의적인 의도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녀의 인식 속에 동성애는 치료 받아야 할 병 같은 것이었나. 그래서 동성애 혹은 트스젠더가 치유되는 기적을 몸소 보여주신 건가? 짧은 머리를 하고 남자 차림으로 등장한 나타사를 마치 기적이 일어났어요 풍의 음악과 함께 모두가 환호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모욕적이었다. 이건 뭐 호모포비아 보다 더 몰지각한 발상이다.

 

 

물론 소위 미친 드라마라고 불리는 정상적인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 드라마에서 성 소수자라고 정상인일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에게 나타사와 같은 캐릭터가 그리 보편적이지 않은 성 소수자임을 인식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몰이해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게이와 트랜스젠더를 구분 짓지 못하는 임성한 작가의 상식처럼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겐 나타사의 캐릭터가 이상하다는 점조차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그동안 우리에게 학습된 보편적 게이의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지만 이제는 2013년이다. 이해할 순 없어도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인지하는 것이 매너가 되어야 할. 그럼에도 공중파에서 게이와 트스젠더의 기본적인 선긋기조차 이해 못 한 이토록 차별적이고 무례한 인식을 아무렇지 않게 내보내는 것이 경악스럽기 짝이 없다. 임성한 작가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어르신들에게 남자로 돌아온 나타사의 등장은 동성애나 트스젠더를 마음먹으면 바꿀 수 있고 치료해야 할 병으로 주입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더 화가 나는 건 이토록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캐릭터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딱히 이 캐릭터를 갈아치울 어떠한 농성도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어느 직업이나 단체를 이 정도의 편견과 몰이해로 점철시킨 에피소드가 등장한다면 과연 임성한 작가가 계속해서 이 드라마를 쓸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나타사는 회를 거듭할수록 성 소수자를 모욕하는 캐릭터로 퇴보하고 있다. 그것은 필경 이 상황을 가장 분개해야 할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라서일 것이다.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인식은 싸이코 드라마라 불리는 오로라공주의 세계관과 딱히 다를 것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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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5

  • 그렇군요 2013.12.03 11:01 신고

    저는 그냥 나타샤역에 런씨가 뮤지컬 홍보차 나왔다고만 생각했어요.. 나타샤가 뮤지컬 시작했다는 것도 그렇고 런씨가 이번 새로하는 뮤지컬은 이성애자로 나온다고 인터뷰를 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이럴수가!네요

  • 완전 어이없는 대사 2013.12.03 13:10 신고

    수많은 드라마 소설 만화 읽어봤지만 저렇게 개념없는 대사는 첨 들었어요..저녁먹다가 엄마랑 같이 뿜었다는 ㅋㅋㅋ 오죽하면 엄마도 어이없어가지고 ㅋㅋㅋ 그럼 쟤가 언젠 남자 아니고 여자였냐구...저런게 저렇게 금방 바뀔수 있는거냐구 ... 하셨다능..

  • 타나 2013.12.03 16:38 신고

    전에 임성한 작가가 쓴 신기생전인가 하는 드라마에서도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것에 '멀쩡하다'라는 표현을 쓰는걸 본 적이 있어요. 또 할머니귀신에 빙의된 아수라에게 그 아내가 '게이 아줌마 같다'라고 하더군요. 그럼 동성애자는 멀쩡하지 않단 소린가? 게이도 엄연히 남잔데 아줌마는 또 뭔가? 이 작가 대체 뭐지??? 했었드랬죠. 오로라공주 대사들을 보니 왜 그런 대사들을 썼는지 이해가 가네요. 이 드라마에 비하면 그건 정말 빙산의 일각...무지는 죄가 아닐지라도, 그 무지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고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고 상처를 입히는건 대단히 큰 죄라는걸 작가는 진짜 모르는 걸까요. 소송감이나 다름없는 이 사안에 이토록 조용한 것도 놀랍고 홍석천씨가 이 작가 드라마에 출연한적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네요.

  • 콘츠이 2013.12.09 01:58 신고

    맞아요 트렌스젠더와 동성애는 다른데 말이죠.
    동성애자는 같은 성을 사랑하는 것이고 트렌스 젠더는 신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불일치하는걸 뜻하는데요.
    여성의 정체성을 지니고있던 사람의 정체성이 갑자기 남성으로 바뀐다는걸 보고 황당했습니다.
    작가의 몰이해에 완전 공감하고 갑니다.

  • 아... 2013.12.09 05:03 신고

    사실..저 대사를 보고 저리 쉽게 바뀌나 하는 의문은 가졌지만 그 대사를 보고 성적 소수자들이 입을 마음의 상처는 생각을 못했네요. 분명한 것은 닥터콜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회적으로 비중있는 개인의 의견이 마치 일반 사람들의 생각인냥 번져 누군가의 상처를 노골적으로 후벼파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임성한 작가가 닥터콜님의 블로그좀 보고 반성했음 하네요.

 

 

정신을 파괴했던 드라마의 충격적 결말을 투표한다면 누가 뭐래도 지붕 뚫고 하이킥이 절반 이상의 득표를 얻어갈 것이다. 숨을 고르고 바라보니 좋았지만, 당시엔 나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대화를 나누던 주인공 둘을 사고사로 마무리 지어버리는 결론이라니. 그래도 그나마 정신 파괴 현상까지 치닫지 않았던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김병욱 감독이 애써 붉은 실로 묶어준 두 사람을 떨어뜨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고 (그래도 그 방식이 죽음일 줄은 몰랐다!) 그들 이상의 배드엔딩이 이미 트라우마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김수현 작가의 완전한 사랑이다.

 

가난한 아내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내쳐진 차인표는 그럼에도 아내가 좋아 죽고 못 사는 애처가에 공처가다. 차인표의 연상 아내를 연기한 김희애는 남편의 가드로도 감당이 안 되는 매서운 시집살이에 피폐해져 병을 얻는다. 차인표는 지극정성으로 아내를 돌봤지만 결국 홀로 남게 되었다. 이후의 결말은 충격적이었다.

 

생각보다는 멀쩡해 보였던 차인표가 느닷없이 머리를 잡고 으악 으악 으악 하며 소리를 질러대다가 응급실로 실려가는데 그 결과가 참 황망했다. "운명하셨습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이 죽음을 부르는 스트레스가 될 만큼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보호자로 남은 이승연의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과 아무것도 모른 채 스키를 타며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드라마는 끝이 난다. 그것이 바로 완전한 사랑이다.

 

 

 

최근 오로라공주의 돌고 도는 러브라인을 보면 바로 이 완전한 사랑이라는 서사가 떠오른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결혼은 여주인공의 고달픈 삶을 보상해주는 구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숱한 리뷰로 여주인공의 결혼에 의문을 품어왔던 것은 패티시에 가까운 임성한 작가의 결혼 판타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구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역대 최강의 시집살이를 겪게 될 것으로 예측했던 것도 황마마의 다짐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이 결혼은 시작부터가 잘못되었다.

 

분명 오로라가 황마마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오로라의 첫사랑이었고 그녀를 가장 아프게 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바로 문제다. 임성한의 드라마에서 완전한 사랑이란 여주인공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결핍을 채워주는 판타지다. 그러나 황마마는 오로라의 구원이 되지 못했다. 그가 제공한 결혼 또한 보상은커녕 고통만을 안겨주었다.

 

금 숟가락 물고 나온 오로라라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가난의 핍박 등 나름의 고통에는 면역되어있었다. 그럼에도 견디어낼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이 황마마와의 결혼이었다. 결국 황마마는 여주인공에게 가장 아픈 상처를 남기는 사람이자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만을 안겨준 사람이 되어버렸다. 여느 드라마에서는 상처와 고통이 사랑의 증거로 남을지 모르나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이런 남주인공은 무기징역감일 터.

 

 

 

그와 반면에 설설희가 오로라에게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설설희는 언제나 오로라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를 잃은 그녀가 모든 기반을 잃고 흔들릴 때 매니저 구실을 핑계 삼아 때론 아빠가 되었고 때론 오빠가 되었고 그리고 때때론 애인이 되어주었다. 아버지가 죽고 오빠를 떠나보내고 황마마 또한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을 때 설설희는 모든 것을 채워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고 행복한 왕자였다.

 

오로라가 가장 힘든 시기에 곁을 지킨 사람이 누구인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그게 과연 황마마였나. 아니면 설설희였나. 황마마는 언제나 오로라가 풍요로울 때만 매력을 느꼈다. 의도한 것이든 의도치 않은 것이든. 당연하다. 그는 왕자님이니까. 그래서 그녀가 아버지를 잃고 세라 크루가 되어버렸을 때 그녀의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 왕자님이니까. 공주가 아닌 그녀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하니까. 그의 사랑은 주는 것이 아니라 갖는 것이기에.

 

 

 

그녀의 연민을 이끌어내 결국 결혼에 골인한 황마마와 달리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고 다가선 설설희는 사랑의 관점부터가 다른 남자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오로라 역시 설설희와 비슷한 사랑 관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설희의 배경을 탐하던 박지영은 설마하니 오로라가 그의 재력을 알고도 황마마를 선택했을 리 없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저 같은 사랑만 하는 줄 안다. 하지만 오로라는 꽉 채워져서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의젓한 설설희보단 좀 허술하고 밉살맞아도 동정을 유발하는 황마마를 택한다. 마치 설설희가 오로라에게 그렇게 다가선 것처럼.

 

 

이혼을 선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프러포즈한 오로라를 이해하는 이유다. 이미 다 가지고 있어 채워줄 곳이 없는 설설희라서 그를 쉽게 포기했었다. 그래서 그의 결핍을 발견한 순간 두 사람의 사랑은 완전해졌다. 같은 사랑관을 가진 둘이니까. 그녀는 받는 것 이상으로 주는 것을 갈구하는 오로라 공주님이기에. 완전한 사랑을 찾는 오로라공주의 여정이 이것으로 막을 내릴까. 과연 임성한 작가가 선택한 오로라의 진짜 인연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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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2013.11.26 15:33 신고

    닥터콜님 리뷰는 언제봐도 좋네요. 좋은글 잘 읽었어요.

  • 추워 2013.11.30 08:12 신고

    오늘 리뷰를 보면서 오로라 캐릭터를 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왜 '오로라 공주' 가 제목인지도요. 등장인물들과의 개연성 따윈 개나 줘버리면서 지킨 제목이네요.

 

 

18일.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홈페이지에는 대단히 이례적인 공지사항이 기록됐다. "오늘(11. 18) 126회 방송분에서 극중 로라 어머니 사임당(연기자 서우림)이 숨을 거두게 됩니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미리보기나 예고편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날 방영분에서 가장 감추어야 할지도 모를 중요 스포일러를 제작진 스스로 누설한 셈이다.

 

제작진은 구구절절했다. 오로라의 엄마, 사임당의 죽음은 스토리에 이미 계획되어있던 부분이고 배우 서우림 또한 사전 동의했던 것은 물론이며 이 사건이 앞으로 주인공 오로라에게 끼칠 파급력까지. 결코 무계획적이고 폭력적이며 강압적이고 즉흥적인 처사가 아니라는 것을 변명하는 제작진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어찌하여 이 드라마는 이 지경까지 흐르게 되었을까.

 

 

 

스포일러 유출은 드라마의 흥미 요소를 떨어뜨리는 최악의 금기 중 하나다. 그럼에도 제작진 스스로 이 위험한 선택을 강행한 까닭은 그간 배틀로얄을 방불케 하는 무수한 죽음이 작가 임성한의 악취미라는 시청자의 의혹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모든 서사는 그 속에서 설명되어야 마땅하다. 적어도 정상적인 드라마의 전개라면. 시청자를 설득하든 분노시키든. 오로라공주는 외부의 힘을 빌려 드라마의 서사를 변명해야만 했다. 결국 이 이상한 하차 공지는 작가가 펼쳐 보인 전개만으로는 시청자를 설득시킬 수 없었다는 증거다.

 

나는 오로라공주의 죽음들이 무계획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그 어떤 임성한의 작품보다 개연성과 질서가 차고 넘친다. 누구의 상식도 아닌 임성한 작가의 상식에서는 이것이 옳고 맞는 죽음인 것이다. "누가 그랬어. 운명은 개척하고 만드는 거라고." 언젠가 왕여옥(박지영 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치 자신을 그리고 임성한 작가를 설득하듯. 나는 그녀가 참 맹랑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운명이란 개척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금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왕여옥은 비명횡사했다. 배우가 이후 촬영분을 동의하지 않아서였다고 정리되었지만 적어도 죽음의 과정만큼은 무계획적인 것이 아니었다. 여주인공의 아버지와 불륜을 저지른 죄. 사랑 없는 인연을 맺어주려 한 죄. 심지어 그 상대가 여주인공의 또 다른 인연이라면 이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선 반역이나 다름없는 행세다. 그래서 철저한 운명론과 인과응보 원칙에 따른 계획적인 죽음이 거행되었던 것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이나 다름없는 그녀를, 혼이 빠져나간 유체이탈로 죽여버리곤 죽음의 예언 또한 거울에 비추어지지 않는 자신으로 경고했던 것마저 너무나 일률적인 디테일이다. 다소 무자비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졌던 이 죽음이 실상은 임성한 작가의 법칙에 입각한 사형이라는 것을 시청자는 알 리가 없다.

 

 

 

사임당 여사의 죽음 또한 무계획적인 것은 아니다. 애석한 표현이지만 사임당은 오로라가 황마마를 버텨야유일한 이유이자 죄책감이었다. 비상식적인 시집살이의 고통을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라가 감내한 이유 역시 장모에게만큼은 지극정성인 황마마를 생각해서였다. 그것을 황마마 또한 내심 생색으로 담아두고 있었고 재회한 설설희 역시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이혼은 고사하라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사임당의 죽음은 오로라의 이혼을 막아서는 최후의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사고하면서까지 오로라공주를 이해해주는 시청자는 드물다. 드라마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작가가 드러낸 개인의 유감과 분노가 너무나도 많이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드라마의 정상적인 전개와 작가의 분노 표출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설득력없이 하차한 오로라의 오빠들은 심지어 여동생의 결혼식에조차 단 한명도 참석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드라마의 개연성마저 무너뜨린 하차에 의문을 품지 않을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이 드라마에는 전개와는 무관한 임성한 작가 개인의 한풀이가 몇 번이나 노출되곤 했다. 피디로 등장하는 윤해기의 입을 빌려서 도대체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를 사고하게 하는 임성한 작가 개인의 잔소리가. "할 말이 있으면 통화를 하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사랍시고 쏟아져나왔다. 배우가 캐릭터를 연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반역이라는 등. 배우는 대사만 잘 소화하면 되는 존재라는 등.

 

"윤 감독 드라마. 하는 거 어때? 기분 전환 겸. 배우들 얼굴 실컷 보고. 젊은 남자배우들. 거기서 눈호강도 하구. 집에 있으면 뭐해."

 

방송가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오로라공주에서 연기자란 소모품일 뿐이다. 그것은 드라마를 통해서도 수없이 드러나곤 했다. 윤해기의 입을 빌려서. 그리고 연기에 욕심도 재능도 꿈조차 없던 일반인이 아무렇지 않게 연기자가 되고 너무나 쉽게 그 길을 포기한다. 기자를 하다 별안간 배우가 된 박지영.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이 길밖에 없다며 탤런트의 길을 걸었던 오로라. 뜬금없이 배우의 길을 꿈꾸었던 왕여옥에 이번엔 황시몽까지 끌어들여 연기를 권하는 이 드라마를 보면 도대체 임성한 작가에게 배우라는 존재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연기자는 소모품일 뿐이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읊어대는 배우를 보면 살인자의 역을 맡아도 이보다는 모욕적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자를 같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아닌 마리오네트 취급하는 폭력적인 대사들. 그곳엔 연기자를 향한 존경심 그리고 경외심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을 아무렇지 않게 제 손으로 살인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마저 내려진다. 그 무수한 개연성과 임성한 법칙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개연성 있는 죽음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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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 중에서 로라의 엄마가 옛 일을 회상하며 차안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더군요~

  • 똥싸냐? 2013.11.19 11:55 신고

    이건뭔...뜬금포여..갑자기.. 옹호하는듯이 써내려가다가.. 배우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까대다가..뭔말하려는지 모르겠슴.. 자아분열임?? ㅇㅅㅇ글구.. 배우들 죽는거는.. 계획적인게 아니고.. 아무생각이 없는거아님? ㅇㅅㅇ

    • 나그네 2013.11.19 15:12 신고

      독해력 떨어지면 가만히 계세요. 가만히 계시면 중간은 갑니다.

    • 2013.11.24 10:50 신고

      닥터콜님이 쓴 내용은 작가입장에서는 드라마 내 죽음들이 당연한 얘기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선 불편한 내용이라는 건데.. 뭐가 이해가 안가서 자아 분열이니 하는거임..-_-

  • 2013.11.19 12:41

    비밀댓글입니다

  • 이안 2013.11.19 14:37 신고

    마치 작가 자신이 신이라도 된 마냥 상황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따른 심판을 하고.... 작가 본인의 철학이 참 강한 듯 싶네요 시청자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느낌.... 이런 드라마가 케이블도 아닌 공중파에 버젓이 나온다는게 신기할 뿐이네요 답답합니다

  • 위드맘 2013.11.19 16:32 신고

    너 임성한이지....

    • 니돈써라 2013.11.19 18:22 신고

      윗글이 임성한 옹호하는글로 보이나요?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 너무 많으니 이유있는 죽음또한 이제 어처구니 없는 죽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말이잖수...
      글을 읽을때는 자기가 보고싶은거만 보지말고 끝까지 찬찬히 읽으세요... 윗분말마따나 가만히 계심 중간이라도 갑니다.

  • bluesky 2013.11.25 09:51 신고

    전작 신기생전에서는 여주입에서 기생이랑 여배우랑 똑같다고 말했죠 그때도 꽤나 잔인하다고 생각이들었드랬죠 참 묘한작가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더는 임성한의 드라마를 보지 않아'라고 말했다. 신기생뎐의 3단 귀신 빙의신까지 받아들이며 그녀의 드라마를 애청했던 친구인데 오로라공주만큼은 안 되겠단다. 정신이 오염되는 느낌이라나. 동료의 변심에 씁쓸한 배신감을 느꼈지만, 이날은 나도 아. 이거 정말 끊어야 하나 싶었다. 우습다 못해 무섭고 무섭다 못해 괴기스럽다. 이런 장면을 문화방송이라는 MBC에서 본다.

 

시모 살이 보다 무서운 시누 살이에 오로라는 급기야 정신을 놓아버렸다. 한마디로 미쳐버린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 스스로 미쳐버리기로 결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됐다고 하지. 뭐하러. 엄마 돈 있잖아." "공치사한단 말이야." "형님들이요..." 남편에게 옷을 선물 받았다는 엄마의 이야기에 기쁨보다 먼저 터져 나오는 뾰족한 불안이 그녀를 서글프게 했다.

 

 

 

이제 오로라는 남편이 장모에게 옷 한 벌 사줬다는 소식마저 순수한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였다. 그 사실은 분명 입이 가벼운 남편에게서 그의 누이들에게 전달될 것이고 그녀들은 남편 앞에선 가증을 떨다 그가 돌아가면 학대를 시작하겠지. 혀를 내두를 만큼 치가 떨리는 시집살이와 구원을 기대할 수 없는 남편의 옹졸한 태도 앞에서 오로지 우리 엄마에게 잘하는 사람이니까 라는 이유로 버텨봤던 그녀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남편의 장점마저도 거부해야 할 불안이 되어버렸다.

 

사위가 옷을 사주더라는 노모의 말에 불쑥 화부터 내게 되는 자신이 싫었다. 그리고 이후의 더러운 전개를 상상해야 하는 복잡한 머릿속도. "시누들이 힘들게 해?" 순수하리만큼 어리둥절한 엄마의 한마디에 아마 오로라는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연거푸 술잔을 비웠으리라.

 

 

 

"형님. 가족이라면서요. 가족 됐다면서요. 가족한테 이러시는 거 아니죠." 시누이들은 경악했고 예상했던 전개대로 윽박질러댔다. 하지만 오로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찍을 테면 찍어라. 나 오수정이 이까짓 술도 마시지 못하느냐. 시누올케 아닌 여자 대 여자로 얘기해보자. 혀가 꼬이다 못해 부러졌지만 쏟아낸 분노만큼은 또렷했다. 그녀는 급기야 울음 섞인 비명을 내지른다. "전염병 환자라도 돼요. 내가?" "내보내 주던가. 아니면 가족답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동생 앞에선 양의 얼굴 하시구. 없으면 사람 개무시하구."

 

 

 

그녀는 분노했지만 결국 호소하고 있었다. 고립되다 못해 외톨이로 남아 그 누구에게도 구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서 비밀이라면 비밀일 시집살이의 굴레를 공유한 사람은 그녀와 시누이들뿐이었으니까. 적어도, 이런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어선 안 된다는 자각을 가진 오로라였다. 이토록 극단적인 쇼를 하면서까지 호소하고 호소하고 또 호소했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다. "대접받으려면 대접받게 행동해!" 돌아서는 그녀들의 뒤를 오로라의 비명과 비명 같은 멜로디가 잡아 붙들었다. "제가 못한 게 뭐가 있는데요?!" 그리고 Smokie의 What can I do.

 

 

 

 

오로라는 외쳤다. 어쩌라고. 어떡하라고. 어쩌란 말이야. 나더러 더이상 뭘 어떻게 하라고. 이 드라마에서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나눈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그녀의 황망함만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 다시 없을 고운 남자와 그보다 자신을 사랑해줄 수 없는 시월드를 팽개쳤던 그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시누이들의 호소 때문에. "근데 왜 결혼해달라고 사정했어요!" 오로라는 눈물 젖은 얼굴로 절규한다. 왜 나를 데려다 놓았느냐고.

 

 

 

 

은인과도 같은 사람에게 대못을 박아놓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오로라를 나는 오래도록 용서할 수 없었다. 분명 이런 그녀가 아리영이나 단사란처럼 시누이를 조련하고 나섰더라면 그건 그것대로 보기 불편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똑똑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그녀가 이토록 망가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술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하고 분노를 쏟아내다가 급기야 널브러져 울음을 터뜨리는 오로라를 보며 내가 지금 분노하는 대상이 저 시누이들인지 임성한 작가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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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코 2013.11.12 11:31 신고

    나는, 우습지도 무섭지도.. 그냥 로라 때문에 속상했어요.
    관계라는건 서로의 책임을 묻는거라서, 시몽만 뭐라할 수 없는 것을 알지만도
    너무 처절해서, 그리고 모지리 남편한테 또 상처받는, 로라가 너무 아프더라구요.

  • 김상사 2013.11.12 15:31 신고

    오홋!!!
    저는 이런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놀랐고 공포감을 느끼네요!!
    그냥 기자들만 대충 보다가 이게 어떠네 저게 어떠네 하고 기사 쓰는 줄 알았는데....
    이걸 직접 보는 사람이 존재 한다니....
    어이가 없네요~~~

    • 2013.11.12 19:53 신고

      어이가 없을 정도까지야ㅋㅋㅋㅋㅋㅋㅋ
      보고 안보고는 취향인데 이런 댓글이 더 어이가 없어서 조금 웃었네요

  • 박대표 2013.11.12 18:33 신고

    내가 시청율의 제왕 이다.

  • 가을 2013.11.12 20:34 신고

    1. 개귀신하고 말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나오는 드라마보다는 덜 막장이지.
    2. 동생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가는 설정보다는 덜 막장이지.
    3. 틀면 재벌만 나오는 드라마보다는 덜 막장이다.

  • ^^ 2013.11.12 20:37 신고

    배틀로얄(X)
    배틀로라(o)

  • 막창좋아 2013.11.12 21:56 신고

    막장은 이미 오래전에 건너갔고 막창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저 시청율만이 모든 것을 덮어주는 배트맨 망또가 되어버린 방송은

    좀 더 고급한 사상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극을, 좀더 쎈 자극만을 추구할 뿐

  • 2013.11.12 23:15

    비밀댓글입니다

    • 정말인가요. 너무 안타까워서 이거 참 뭐라 할말이... 사실 제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도 배우들이 너무 아까워서예요. 오창석, 전소민, 서하준 배우 세명은 정말 마음에 들거든요. 연민도 생기고..ㅠㅠ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어떤 역할이라도 꿋꿋하게 연기해나갈수 있는 긍지라도 갖기를요..ㅠㅠ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계신거죠?ㅠㅠ

    • 2013.11.13 01:28

      비밀댓글입니다

  • 그레이스 2013.11.13 02:00 신고

    모르고 봤다가 이야기 막무가내... 자극적인 요소는 알아서 시청률은 붙잡고 있지만 저도 다시는 이 작가 드라마는 안볼랍니다.

  • 2013.11.13 03:11 신고

    원래 드라마 자체가 망상생산기계라...거기다 임성한이면...ㅡ ㅡ
    좀 보긴했는데 오로라도 관계에 서툴고 시누들한테 제대로 못하던데요. 시누도 결혼해서 행복을 찾으라는둥ㅋㅋ

    • 2013.11.13 03:12 신고

      국이 짜다는둥 진차 밉상으로 말하긴했음.넘 도도해. 그래도 지금은 불쌍

  • 이정민 2013.11.13 10:07 신고

    이런 이상한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니; 거지같은 대본 써놓고 수억씩 챙기는 임성한같은 여자가 잘먹고 잘사는 이유가 이런 호구들때문이구나. 돈벌기 참 쉽다..

  • 크롬 2013.11.13 10:27 신고

    이런 사이코 드라마 같은건 정말 봐주질 말아야 한다.
    쓰는 이도 만드는 이도 다 정신병자 같아요.
    귀신 나오고 빙의되고.. 이런 이상한거 애들이 볼까 무섭습니다..
    이 작가 드라마 진짜 안했음 좋겠어서..
    좀처럼 댓글 안다는데..
    하도 기가막혀 굳이 달고감..

  • ㅇㅇ 2013.11.13 13:38 신고

    저도 오로라 욕하면서도 본방사수하는 1인입니다, 칼퇴근하고 엄마랑 무조건 본방사수한지 3달째네요, 근데 보다보니까 여주남주를 넘 망가뜨려논거같아서 그게아쉽긴해요, 임작들마야 묘한 마력이 있어서 진짜 욕터지게 하면서도 보게되는게 참 이상하긴하지만요 헐
    담부턴 안봐야지한게, 또보고자빠졌다능 ㅠㅠ 근데 이번처럼 남주가 망가지는건 첨봐서, 설희땜에 보기시작하긴했지만.. 이젠 마마가 불쌍해져서 배우입장에서보니까

 

 

굳이 따지고 들자면 역대 임성한의 작품 중 이만큼 조신한 드라마도 없었다. 이 드라마는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처럼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그의 내연녀 뺨을 치고 깨진 병으로 협박하는 자극이나 드라마 하늘이시여처럼 '내 시어머니가 친어머니' 수준의 기상천외한 소재, 혹은 신기생뎐처럼 여주인공의 직업을 기생으로 내세우지도 않았다.

 

불륜도 없고 복수도 없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풍비박산 난 세라크루의 역경이나 시집살이의 서러움쯤이야 사실 일일드라마의 중간 보스급도 되지 않을 소재다. 그런데 말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임성한의 드라마라 할지라도 오로라 공주만큼 불편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남녀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이며 나름의 교양까지 갖춘 평범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임성한 작가가 내세우는 상식이나 보편적 애티튜드가 시청자에겐 도무지 생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라공주에서 강요하는 상식과 보통의 감성이 대중에겐 일반적 경험이 아니다. 정상이 아닌 것을 정상으로 그려놓고 있으니 섬뜩함이 더해진다. 미친 사람 한둘이 악역을 담당하여 날뛰는 막장드라마는 그저 분노하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임성한의 오로라공주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건전한 분노가 생성되지 않는다. 시누이들에게 둘러싸여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오로라를 보면 애처로운 심정이 들다가도 별안간 악에 받쳐 "형님 신장 검사받아보세요. 분명히 이상 있을 거예요!" 라고 외치는 그녀를 보면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여주인공의 대사가 아니라 귀신 들린 사람의 방언 같다.

 

시청자가 느끼는 분노 이상의 섬뜩함 그리고 기이함은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는 임성한 작가의 종교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침대에 누운 남동생을 누나 셋이 둘러싸고 기도를 외는 이 기이한 관습엔 심지어 반야심경과 주기도문을 섞어 만든 야릇한 규칙마저 곁들여졌다. 오로라가 의문을 표하자 셋째 시누이는 생긋 웃으며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세계를 끌어들인다.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못 봤어? 신은 결국 똑같은 거야."

 

 

 

연기 천재 기타지마 마야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유리가면은 소위 끝나지 않을 이야기로 통한다. 팬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완결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연재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에 태어난 캐릭터가 전혀 나이 먹지 않은 얼굴로 휴대전화를 쓴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의 더딘 연재 탓에 이런저런 추문 또한 쏟아져나온다. 그중 하나가 작가가 이상한 종교에 빠져 신의 계시를 받을 때만 만화를 그린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만화의 전개를 보면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이 만화의 후반 전개는 줄곧, 홍천녀라는 연극의 상영권을 두고 다투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유리가면이 서술하는 홍천녀의 스토리가 참 괴이하다. 신을 투영한 인간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남주인공은 부처의 혼을 담고 있단다. 심지어 여주인공 마야에게 홍천녀를 이해시킨다는 핑계로 홍천녀 세계관을 학습시키는데 만화의 대사가 아닌 종교인의 설교처럼 강박적이다. 물과 불과 바람과 대지를 거슬러 우주를 관장한다는 홍천녀. 입이 떡 벌어진다. 이쯤 되면 이건 뭐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오로라공주를 보는 것처럼.

 

 

 

전혀 다른 장르를 갖고 있고 대중의 기대치 또한 다르지만, 적어도 작가의 종교관이 소재를 넘어 작품을 지배하는 세계관으로 돌아간다는 사실만큼은 유사하다. 심지어 그 종교관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신과 신을 결합하고 자연을 의인화하여 그 속에 내가 깃들어있다는 정신. 임성한 작가는 여기서 한발 나아가 암세포마저 우리의 생명이라는, 기상천외한 사고관을 설파했다. 여태껏 오로라공주를 보면서 느낀 그 모든 기이함, 괴상함을 통틀어 넘버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엽기적인 대사였다.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혈액암 4기의 설설희를 약혼녀 박지영은 기다려주지 못했다. 이전에도 말한 바 있듯 이 둘은 애초에 러브라인이 성립될 수 없는 관계라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 또한 분명 아름답진 않았지만 모질다고 욕할 수도 없었다. "열심히 치료받아요. 힘들겠지만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차라리 대사만큼은 박지영의 것이 정상이다. 오히려 비정상은 설설희의 대사였다. 슬픈 눈으로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설설희는 여전히 젠틀했지만 암세포에게마저 매너를 지킬 줄은 몰랐다.

 

 

 

"치료 안 받아요. 인명은 제천이라잖아요. 죽을 운명이면 치료받아도 죽어요." 박지영의 응원과 달리 설설희는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회생 불가능한 상태라면 모를까 드라마에서도 50퍼센트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데. 혹여 수술의 결과가 두려워서일까. 하지만 설설희의 치료 거부 이유는 우리의 상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원인이 있겠죠. 이 세상 잘난 사람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듯이 같이 지내보려구요." 아. 임성한 작가의 기묘한 종교관은 모든 신을 결합시키고 모든 생명체에 사고가 잠식한다고 주장하더니 심지어 암세포마저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소중한 생명체라 설득하고 있었다. 설설희라는 캐릭터의 선량함을 관철시키려다 삐끗했던 것일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임성한 작가의 이상한 사고방식과 종교관으로 그토록 멋있던 설설희마저 괴이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어요. 내가 살 운명이면 어떻게든 살게 돼 있는 거예요. 나 살자고 내 잘못으로 생긴 암세포들 죽이는 짓 안 할래요." 이 대사대로라면 설설희가 먼저 치료해야 할 곳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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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신여사 2013.11.08 12:50 신고

    저도 어제 설설희 대사듣고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화까지 올라오더라구요
    님의 글에 백퍼 공감 합니다

  • 김경지 2013.11.08 13:11 신고

    설설희의 대사는 작가의 황당한머릿속이나 위에서 말하는 종교감 도 틀린말을 아니겠지만 제생각으로는 설설희의 이루어질수없는사랑에대한 자괴감이나 포기상태의 대사아닐까요 암세포도 생명이라는말이 황당하긴하지만 이도저도 안되고 사랑도않는여자와부모때문에결혼도 마땅찮은데 암이라니 자살하고싶어도 못하는심정으로 이럴바엔 잘됐다하는 포기성대사아닐까요?
    이런말도있잖아요 널만나니 세상이아름답고 살만해졌다.그런오로라를잃으니 살아갈 힘도 살이유도 모르겠는거죠 그런복선은 설설희가 노래방에서 노래선곡에서도 나옵니다

    • 암튼 2013.11.08 14:07 신고

      암환자들에게 욕처맞을 대사죠,,임성한 같은 작가는 공중파로 세상을 어지럽히며 떼돈을 버는,,,욕나옴,,,

    • 이카루스 2013.11.09 01:20 신고

      포기했다고 저런말을 하는경우는없죠 님말도 암세포도생명이예요 처럼 황당하군요

  • 신울보 2013.11.09 06:15 신고

    암세포도 생명이니 어쩌니 그렇게 말하는거면 그럼 암에 걸린 다른 사람들이 암치료 받는게 나쁜 행위라는거네요? 암걸린 사람들은 불쌍한 암세포를 위해서 그냥 죽으라는 대사잖아~ 웃긴다 암홧자들이 보면 살수 있는 희망을 저버리게 하는 대사임 작가나 설희 뭘 알고 대사쳐라

  • Chae 2013.11.11 14:23 신고

    설희마저 이미지망쳐주자 작정한것같네요~
    작가는 정말 뭥미?
    그분이 들락...널뛰고있나보딘

  • 대연동청치마 2013.11.13 06:35 신고

    저부분을 못봤었는데 그런대사를 설희에게 시켰다니 ㅠㅠ 우리의 설희가 괴이한캐릭터가 되었네요 그냥 오로라못잊어 죽는다고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게 해주지 저게뭐래요 ㅠㅠ ㅋㅋㅋㅋ

 

오로라공주는 분명 평범한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드라마계의 이단아라 불리는 임성한 작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기묘한 작품은 시청자에게는 물론이오. 임성한 그녀에게도 돌연변이나 다름없을 임성한 월드의 이단이다. 이 작품이 그간 꾸준히 지켜졌던 임성한 월드의 패턴을 몇 개나 망가뜨렸는가는 이미 수십 차례 설명했으니 일단 접어두고.

 

정말 이상하다 못해 기이한 것은 아직도 그와 그녀들을 단념하지 못하고 있는 임성한 작가다. 이쯤 해서 황마마(오창석 분)의 누이들은 변태적인 남동생 집착에서 벗어나 오로라의 멘토링을 받으며 새사람으로 거듭나야 마땅했다. 그리고 이쯤 해서 설설희(서하준 분)은 여주인공에 대한 미련을 완벽히 씻어버리고 새로운 짝을 만나 닭살을 떨어대는 것이 정상이었단 말이다. 나타사건 박지영이건.

 

 

 

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아리영(장서희 분)을 여신처럼 총애하며 컴퓨터 바탕화면마저 그녀의 얼굴로 도배하던 마마준(정보석 분)과 남주인공과 헤어진 충격으로 자살 시도까지 저질렀던 은예영(우희진 분)이 마치 이전의 로맨스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서로의 운명이 되었듯이. 그런데 말이다. 아직까지도 설설희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깨를 볶아야 할 신혼초의 황마마 댁조차 이따금 설설희를 떠올리며 아쉬워하고 있으니. 도대체 임성한 작가는 왜 두 사람을 단념하지 못하는 걸까?

 

최근 들어 오로라공주는 죽음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다. 전작에서부터 귀신과의 인연을 놓지 못하는 임혁(설국 역)은 이번에는 예지몽을 꿨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기업의 총수가 꿈의 메시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에 코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심각한 반응 덕분에 시청자는 조만간 드라마에서 초상 치를 인물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신의 선택을 받은 것은 흉몽에 가슴 졸이던 설희의 부모가 아니었다.

 

 

 

 

 

"일단 처방 약 먹고 큰 병원 가서 진료받아봐요. 정밀 검사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생뚱맞게 찾아든 피로감이 몸의 이상 신호였다. 걱정할 거 없다는 부모님의 건강 상태야 기쁜 소식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임성한 월드에서 흉몽이란 해프닝으로 끝날 징조가 아니었다. 그의 죽음에 관한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가 공공연한 정보가 되어버린 지금 그리 놀랄만한 전개도 아니었지만, 하필 같은 일자에 여주인공이 변고를 당한다는 설정은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오로라는 피를 보여 병원을 찾았고 아이를 잃게 되었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것이 24일 자 오로라공주의 도입부다. 그리고 이날의 엔딩은 역시 몸살로 병원을 찾은 설설희가 큰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라는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말에 기겁하는 눈동자로 종결되었다. 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도 아닌 이미 헤어진 예전의 연인이 마치 인연처럼 같은 방향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었던 셈이다.

 

 

 

"너무 가슴 아파 하지 마. 이번 경험 삼아서 다음번엔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건강한 아기 낳자. 내가 24시간 케어할 테니까." 살갑게 오로라의 손을 잡아주며 따사로운 말로 위로를 건네던 시몽이의 목소리에 반전이 없었다면 더이상 묶이지 않아도 되었을 인연이다. 유산이라는 극단적 에피소드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변수가 된다면. 그것으로 시월드는 종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는 아직까지도 가정의 불화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등신 같은 게. 애 하나 못 품고 흘려." 순간 소름이 끼쳤다.

 

 

 

오버 조금 보태서 근 몇 달 사이에 봤던 티비 드라마 중 가장 소름이 돋는 대사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 쉽게 남동생을 놓아줄 그녀들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마치 홈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천사로 가장한 대사를 줄줄 읊던 시누이가 뒤돌아서서 악마로 돌변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배우의 걸출한 연기력과 더불어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저 여자는 정상이 아니구나 싶어서.

 

 

 

음흉스런 첫째보다는 차라리 대놓고 미워서 오히려 덜 미운 셋째와 오로라의 유산을 씹어대다가 이윽고 남동생의 찬양으로 도달하는 데엔 또 한 번의 소름이 솟아오른다. 이건 무슨. 어린 남동생을 연인이나 소유물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나이 먹은 미혼의 누나 둘이서 결혼한 남동생의 처를 이토록 시기하며 저주를 퍼붓는 광경을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나. 오로라와 같은 아픔을 겪은 조카가 수모를 당하자 쫓아가 싸워줬던 그 사람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여전히 오로라 외의 운명을 찾지 못한 설설희. 그리고 아직도 황마마를 온전히 갖지 못한 오로라. 마치 비극의 신호탄처럼 같은 날 두 사람이 나누어진 고통이 기이하면서도 문득 어디서 봤던 장면 같은 기시감이 스친다. 지금 설희의 부친을 연기하는 임혁은 전작 신기생뎐에서 말년에 신들림을 겪는다.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는 몇 명씩이나 되는 등장인물이 괴이한 이유로 돌연사했다. 엉망진창인 혼돈의 전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일정한 패턴은 사고를 당한 이들이 하나같이 여주인공의 인연을 방해한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개그 프로에서조차 유머로 회자하는 '웃찾사 보다 죽은 인물' 역시 여주인공 자경이가 친모를 시어머니로 가졌다는 끔찍한 비극을 퍼뜨리려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경이의 비밀을 퍼뜨리려던 가정부를 한번은 풍을 맞게 해 입이 돌아가게 하더니 병이 나은 그녀를 기어이 죽여버리는 집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만큼 임성한 작가의 인연을 향한 집착과 운명에 대한 소원은 지대한 것이라서 어쩌면 이제껏 삐거덕대는 시집살이와 설설희의 방황은 모두가 서로의 인연을 찾지 못한 데서 오는 징벌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어찌 보면 오로라의 시집살이는 스스로 인연을 내팽개쳐두고 돌아선 인과응보나 마찬가지일지도.

 

 

 

분명 비상식적인 추측이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전개일 테니까. 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다 큰 남동생을 눕힌 침대를 세 누이가 둘러싸고 밤새도록 기도 -그것도 주기도문과 반야심경을 합친-를 외는 것이 정상인 임성한 월드다. 물론 오히려 임성한 작가가 생각한 여주인공의 진짜 인연이 황마마라면, 역으로 서로를 잊지 못한 두 사람에게 전하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과연 임성한 작가가 선택한 오로라의 진짜 인연은 황마마일까. 아니면 설설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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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설희 2013.10.25 15:01 신고

    설희팬으로서 전 당연히 설희와의 숙명으로 가기위한 고통인것 같습니다

    • 만약 설희가 로라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이쯤해서 정리되고 다른 인연을 찾는 것이 기존의 패턴이었거든요. 심지어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사랑의 결실을 없애버리다니.. 이 부분도 찜찜하고..이전 리뷰에서 설설희라는 캐릭터가 임성한 작가의 조연 신화를 이룰 것이라는 추측을 했었는데.. 설마 그렇게 되려나요.

  • 큰손공주 2013.10.26 14:46 신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조금 찜찜한건....설희와 오로라를 다시 이어주기에는...여주인공인 오로라를 너무 망가뜨려놨다는 것입니다..더구나 오로라의 납득이 안되는 이별방식과 황마마와 오로라의 닭살 행각으로 시청자의 마음에서 공감대를 무너뜨려놨고...국민밉상으로 등극을 했기때문에..대부분 시청자들은 오로라의 행복을 바라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그져...설설희가 가련하고..안타까울 뿐 이죠..착하고 신념있는 사람이 왜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배신하고 돌아선 여주인공을 받아들여줘야 하는지~~
    암튼...찜찜 합니다...

  • 하나 2013.10.27 17:05 신고

    참 현실적인 작가에요.
    제 주변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긴하거든요.
    유산도, 현실을 힘들어하고 그때마다 주변의 다른 남자
    생각하며 기웃거리는 ..
    현실이 사람들이 말하는 막장 아닌 이야기면 좋지만
    어디 그런가요.
    저 막장이 어디로 흘러갈지 본방은 이미 사수안한지
    오래 된터라 리뷰통해 지켜보고 있어요.

  • 백상호 2013.10.28 19:40 신고

    시누이진짜ㅈㄱ다이혼하게대본써서오부탁합니다그리고설대표라결혼하게하면좋아요작가도바보멍충이ㅅㄲ

  • 광편 2013.10.28 19:43 신고

    시누이죽어서면좋에다 병걸리가아니면 이혼하고설대푶랑결혼하지ㅆㅂ시누이죽이고십다

  • 2013.10.30 17:49 신고

    임성한이 싸이코지 무슨 현실,,,내용은 막장이고 꿈타령 음식 타령 대본 작가 개인 하소연 여기 저기 훈계 등으로 하루 하루 때우고 작가료 엄청 챙기는 임성한,,,임성한 일일 들마인데 고료도 높고 연장도 되서 발로 쓰고 돈 엄청범

  • 2013.10.30 17:50 신고

    결정적으로 내용이 막장인데 시청률이 별루임,,

  • 유령 2013.11.02 11:29 신고

    저는 너무 ㄱㅈ같아서 드라마를 끊었습니다ㅋ
    기사들이보이는데 아마더 그ㅈ같아져 가나봅니다.
    안보는수밖엔 없는듯합니다.
    보는사람정신도 이상해지게 할것같은...유해물판정을 받아야합니다

  • 오로라가 황마와이혼을해야한다
    그리고 설설희와같이지나면서 설설희병간호하면 시골에내려가있다가 이드라마가 끝이나야 정상회복이 될것이다

 

"너 질리는 게! 한마디 하면 네 마디하고 다섯 마디 하는 거야. 너만 유식하고 너만 잘났어! 이게 어디서 위아래도 없이." 하여간 그놈의 공진단이 문제다. 그리 사근사근하지 못한 성격 탓에 처녀 시절부터 들볶였던 윤해기 피디와의 흑역사는 황마마 부인을 선택하며 절연해버린 연예계 생활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고만 생각했었다. 아니, 오히려 황마마 시스터즈의 끝판 대장인 첫째 누나를 최근 사근사근하게 길들인 것은 윤해기 피디와의 핑크빛 무드 덕을 좀 봤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녀에겐 애증이며 짓밟힌 자존심일 오로라에게 간사하리만큼 살갑게 굴었던 황시몽(김보연 분)의 며칠은 절반은 황마마와 또 절반은 윤해기와의 로맨스가 뒤섞여 나온 결과물이었다.

 

황마마의 세 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재밌는 것이, 처참하리만큼 남동생을 향한 극성 오지랖을 피워대는 첫째 누이와 만만찮은 주접을 떨어대는 막내 누이 사이에서 오로지 둘째 누이 황미몽(박해미 분)만이 이성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남동생이 애틋한 맘이야 매한가지겠지만, 그녀는 딱히 집착하지도 연연하지도 않는다. 하늘이 무너진 듯 난리를 피워대는 두 자매 사이에서 대사 한 톨 없이 입을 다물고 평정을 지키는 그녀를 보면 올가미 시스터즈에 그녀의 이름을 얽혀 넣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남동생을 향한 집착에 극에 달한 누이들이 추태 같은 이벤트를 만들어 소동을 부릴 때도 한 자리 차지하고는 있지만, 딱히 그 사안에 관심은 두지 않는 분위기랄까.

 

 

 

황미몽의 초연함은 임성한의 디테일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녀가 남동생에게 그리 집착하지 않는 것은 특유의 이성적인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보다 정확한 이유는 두 사람이 갖지 못한 부분을 이미 그녀가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아이. 그리고 모성애. 분명 황미몽 또한 집착하고 있으나 대상이 다를 뿐이다. 이미 지켜야 할 상대를 가진 그녀는 더 이상의 소유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은 누이들에게 유일한 삶의 의욕은 오로지 남동생을 향한 집작 뿐이었다.

 

오로라의 출발이 예상보다 수월했던 것은 마침 그녀의 첫째 시누이가 윤해기와의 연애를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집착의 범위가 넓어진 그녀는 황마마가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함으로써 일종의 삶의 여유를 찾았다. 그 혜택을 누렸던 오로라는 최근 들어 싸이코틱해진 큰 누나의 히스테리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끼어들어 다른 여자에게 내 남자를 빼앗긴 황미몽은 또다시 남동생을 향한 집착에 불을 붙였다. 가속도가 붙은 만큼 그 강도는 더욱 세졌다.

 

 

 

임성한 월드에서 유일하게 남편 밥상 못 차리는 여자가 되어버린 오로라. 전작의 시월드는 하나같이 살림살이가 젬병이었으나 하필 오로라가 만난 복병은 일류 세프 직함의 시누이였다. 밥심이 국력인 임성한 월드에서 밥상 못 차리는 여자라니. 서너 시간 삶은 김치찌개에 곤드레밥과 리코타 치즈 타령을 하지 못하게 된 유일한 여주인공, 오로라는 그래서 초조하다. "사랑하는 남편. 맛있고 건강한 음식 먹이고 싶어요." 본격적으로 밥상 주도권을 뺏어보려던 계획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그녀는 남편 허리를 찔러 급기야 분가 욕심을 꿈꿨다.

 

 

 

"우리 나가야 형님 제대로 해방이에요." 입속의 혀처럼 구는 시누이가 최근 만만했었음을 부정하지는 못했으리라. 예의 설교 모드로 들어선 오로라는 말끔한 얼굴로 따박따박한 주장을 늘어놓는다. 서양의 예를 들어 여태껏 누이에게 얹혀사는 우리가 등골 브레이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며. 분명 오로라의 말에는 하나 틀린 점이 없었다. 문제는 그녀의 시누이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도 '부모'도 아니라는 점에 있었다.

 

 

 

근본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며 펄펄 날뛰던 누이들의 말마따나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당하고도 여태껏 고압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 오로라. 하지만 변하지 못한 것은 오로라 하나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시누이들은 여전히 남의 집 찾아와 행패를 부리던 극강의 오지라퍼였으며 그녀의 남편은 여전히 누이의 본질을 모르는 누나 보이에 불과했다. 미련한 황마마는 영악한 아내와 집착의 누이를 중간 조율할 수 있을 만큼의 영리한 남자가 못되었다. 앞에선 남동생을 안심시켜놓고선 뒤돌아 악마 근성을 드러낸 누이들은 매섭게 오로라를 잡도리했다.

 

 

 

"결자해지. 마마한테 안 나간다고 해. 앞으로 우리 말에 토 달지 마! 단 한마디도. 한 번만 더 마마 입에서 나가겠단 소리 나오면? 나 우리 안 봐. 너 혼자 나가! 이 집에서."  아마도 시몽이는 그녀와 첫대면하던 날 그 고압적인 말투로 자신을 가르치던 오로라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었으리라. 그래서 더욱 미친 사람처럼 날뛰어댔다. 분명 이성이나 논리, 협의 따윈 없는 제멋대로의 어거지일 뿐이었다. 하지만 논리로 맞서려던 오로라의 달변조차 기를 펴지 못했다. 이것은 논리나 상식 따윈 통하지 않는 시월드였기 때문이다.

 

 

눈물 콧물 쏙 빼며 처연하게 우는 오로라를 보면서도 순간 쌤통이라는 생각이 스쳤던 것을 부정하진 못하겠다. 이미 그녀는 몇 개씩이나 되는 원죄를 갖고 있지 않는가. 아주 오래전 그녀도 시누이였던 시절에 새언니들을 불러 일장 연설을 퍼붓던 치기 어린 지난날과 그녀의 지저분하고 잔혹했던 이별이 이 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 공평한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었기에. 하지만 그것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오로라의 잘못으로 그녀의 시누이들에게 면죄부를 씌워주기엔 이건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 모성애도 아니고 형제애도 아닌. 소유와 집착으로 뒤덮인 뒤틀린 애정일 뿐이다.

 

 

"나한테서 마말 뺏어갈려구?" 무려 16년 전에 지금의 시월드 신드롬을 예감한 영화 올가미에서 왜 결혼을 허락했냐고 울부짖는 아들 박용우를 끈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속삭이던 어머니의 망령이 떠오른다. "내가 언제 네가 사 달라던 장난감 안 사준 적 있었니?" 사랑을 넘어 추태로 변해가는 황미몽의 집착 또한 누군가 브레이크를 걸어야만 한다. 그녀가 식칼을 들고 오로라를 노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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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은이 2013.10.18 07:58 신고

    전에도 느꼈지만 님의 리뷰는 약간 편협한거 같습니다.뭐, 드라마에 일말의 애정이 있으니 리뷰를 쓰는 거겠지만.예를 들면 때론 숲을 볼 때도 있고 나무를 볼 때도 있어야 하는데,,,
    일단 주인공에 대한 편견을 시작으로 해서 쓴 글이란 점, 그 출발선이 어긋난 느낌은 저만 느끼는걸까요? 물론 그래서 이를 지지하는 무리들에겐 호응을 불러일으킬지는 모르겠으나 읽고나서 아! 그렇구나 라고 다음에 또 읽어봐야지 하는 감흥은 없군요~어쨌든 잘 읽었습니다.

  • 2013.10.18 14:10 신고

    오로라가 우는데 하나도 불쌍하지가 않았어요. 엄마뻘 되는 시누이들 한테 뭘 그렇게 따박따박 가르치려 하는지...다른 사람들은 다 바보인가...시누이들이 유별난 건 맞지만 오로라도 참 유별나요. 불쌍하지도 않고 여배우가 매력도 없어요. 장담하는데 남주,여주 이번 드라마 끝나면 조용히 사라질 겁니다. 아현동마님 주인공들처럼...

  • 글쎄요 2013.10.18 15:06 신고

    그런데 님께서는 시누이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예 배제하고 생각하시네요. 한국 사람의 가정환경상 시누이들의 생각이 아주 비정상적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구요.
    물론, 결혼하는 과정에서 떨었던 패악은 분명 몽씨스터즈가 잘못한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 하는 로라의 행동이 제대로 됐다고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로라가 이성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정말 NG입니다. 밑도끝도없이 갑자기 툭튀어나온 분가 이야기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걸 가래로 막은 대표적인 말이죠. 이거만 봐도 로라가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쉴드를 칠수 없죠.
    그렇다고 시몽이 씨스터즈가 완벽히 옳다고 보지는 않지만, 로라가 잘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자신의 이기와 아집으로 더 크게 만드는 것 자체로 본인의 어려움을 스스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 주울 2013.10.18 15:54 신고

    몽시스터즈가 원래 집착하면 끝내주긴 했죠. 사임당에게 달려가서 패악질할때 알아봤다죠. 근데 저도 이번 시월드는 로라가 자초한 부분이 상당해서 시몽이에게 감정이입했어요.

    시몽이가 해기랑 끝나서 더 심기불편한건 맞는데, 로라가 몇십년 요리전문가 시몽에게 뒤동냥으로 얻어들은 어설픈 지식으로 시몽이가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한 아침식사를 하찮게 깔아뭉갰고, 잘못되었다 선생질을 하죠. 열량칼로리 따지던 로라 역시 아침식단으로 그닥인 김밥과 고기잔뜩 넣은 카레를 먹더군요.

    로라는 늘 언행불이치에요. 결혼전 올케들한테도 같이 붙어살아야 정이 뭍는다고 시누이짓 하더니, 이번엔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같이 살 필요는 없다고 하죠. 전에 축의금껀때도 설국네 부부에게 넙죽 받아 핸드백에 챙기더니 나중에 자몽이랑 대화할땐 축의금 그런건 부담되는거라고 ㅋㅋ
    늘 자기에겐 관대하고 남에 대한 평가는 야박한게 오로라, 이번 임작의 여주입니다.

    시몽이 말 지금까지는 마마에 대한 집착적인 독백빼고는 틀린말 없어요 ㅋㅋ 마마에 대한 집착말고 오로라에게 퍼붇던 대사들 말입니다. 로라가 한마디 들으면 넷,다섯마디 하는것도 맞고(별로 공감되지도 않던) 베겟머리 송사로 분가 꾀하는것도 맞아요. 가장 치명적인건 시몽이의 자존심인 요리와 식단이 잘못된거다라고 건들였다는 겁니다. 사람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건데, 로라는 그걸 몰라요. 늘 자기가 맞다는걸 관철하려고 하죠. 로라가 남편에게 건강식을 해먹이겠다면, 평생을 마마에게 먹였던 시몽이 식단이 잘못되엇다고 한방에 무너뜨릴게 아니라 어느정도 적응하면서 조심스럽게 의견제시를 했어야 했어요. 근데 밥뚜껑 딱 덮거나 국 치우고 마마까지 같이 꼬득여서 누나의 음식을 거부하게 하는건 여느 시누입장에선 대부분 발끈할겁니다. 헛똑똑이 로라입니다. 쉽게 갈수도 있던 시월드가 무척 힘든 가시밭길이 된거죠 ㅎ


  • elel 2013.10.18 16:17 신고

    개연성이 너무없는드라마입니다..동생불자된다고해서 사정사정해서 결혼해달랄땐 언제고 이제와서 괄시를..말이안된다고생각함

  • 공감 2013.10.18 16:32 신고

    말씀데로 임작가의 디테일이 여지없이 발휘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케릭터 하나하나가 논리와 지식을 가장하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분명 행동은 그에 따라주지 않는. 케릭터 하나하나가 정말 일반사람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소름끼치게 놀라는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남을 배려하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설희가 결국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를 차지하지 못한것도 케릭터상 너무 이해가 되고요. '나쁜짓해도 밀어내지마라' 했던 오로라의 대사가 해어짐에 대한 복선일꺼라 생각못했거든요.

  • 이건 아니라고 봐요 2013.10.18 16:34 신고

    제가 볼 땐 오로라가 지극히 비정상입니다.
    설희 버리고 갈 때 알아봤지만 철저히 저 밖에 모르는 공주병 환자네요.
    따박따박 손윗시누이한테 가르치려는 태도는
    아무리 며느리 입장에서 봐도 이해가 안 되는데요?
    시집 오자마나 곶간열쇠 내 놓으라는 거랑 똑같은거라 라고 하던
    황자몽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 비상식의 극치 2013.10.18 17:52 신고

    드라마 내용이 안드로메다로 갔나봐요~

  • 저는 2013.10.18 23:48 신고

    글쓰신분 말대로 오로라 입장이 이해가 되요
    시월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시어머니 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부모를 제외한 다른 형제 자매 남매는 거의 남이라 봐도 되지요
    부모와의 본드와 비교해 봤을때요
    오로라입장에서는 당연히 혼란스러울겁니다.
    자신의 첫째 시누에게 집에 들어오라 이야기 한것은 그때 커다란 집에 노부모가 있었기 때문이죠. 노부모가 없었다면 시누가 그 집에 들어올 일이 없으니깐요
    개인적으로 오로라가 하는 말과 행동이 정도라 생각합니다.
    사실 황마마에게 마음이 더 갔기 때문에 황마마와 결혼했던 것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설설희와 첫번에 결혼했다면, 아마 마마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추억으로 설희와의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는 스포일러가 돌고 있지요)
    이번 고난은 일종의 깨달음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황시몽의 말도 틀리지 않아요. 다만, 블로그 주인장님 말대로, 이건 집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본인이 시어머니인 것으로 착각하는거죠.
    착각의 늪에 빠진 황시몽, 그리고 옆에서 거드는 황자몽이 마마와의 결혼생활을 파탄낼거라 생각합니다.
    유난히도 이 드라마에서는 이혼이야기 너무 많이 나왔었죠..
    이혼 요즘 다들 하잖아~ 개나소나 한대~
    모든게 다 복선이라 생각합니다.
    임작가가 30회 연장한 이유는, 아마 마마와의 결혼생활을 잘 이끄는 것으로 종지부 찍으려 원래 계획 했겠지만, 설희가 인기가 많아지니(제작자는 시청자 위해 드라마 만들어야 하잖아요? 이거 드라마 대사..ㅋㅋㅋㅋ) 설희를 위해 두번결혼 시키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누가 죽는지는 뭔가 불보듯 뻔하긴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죽이진 않았으면 하네요.

    아무튼 이번주 2회만 해서.. 넘 슬픕니다 ㅠㅠ

  • 2013.10.28 19:51

    비밀댓글입니다

  • 오로라공주 2013.10.29 12:02 신고

    둘째도 잘한건없는데 알고도 그러는데 방관자죠 뭐...

 

오로라공주의 남주인공 황마마는 세 가지 상식을 파괴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시청자가 가진 보편적인 상식 속 남주인공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인물이었고 일일드라마라는 주부 취향의 클리세를 파괴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그의 세 번째 파괴는 그가 깨뜨린 임성한 작가의 폐쇄성이다. 소위 임성한의 남자들은 일일드라마에서 여성 시청자가 기대하는 그 모든 판타지를 한몸에 가진 인물로 등장했었다. 그녀의 드라마에서 대대손손 고난과 한을 물려받은 여주인공을 온갖 핍박과 서러움에서 지켜주며 그녀의 구원이자 휴식이 되어주는 동화 속의 왕자님.

 

작가의 창작 욕구보다 시청자의 소망이 우선시 되는 일일극은 늘 고정된 패턴을 맴돈다. 그렇게 탄생된 양산형 남주인공은 한결같은 완벽성을 추구했지만, 임성한 작가는 그 이상을 뛰어넘은 욕망의 산물을 창조했다. 미모와 재력은 물론이오. 프로그래밍 된 로봇 같은 인품이라니. 한결같은 성실함. 한결같은 자상함. 어떤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 에어백 같은 사랑을 고수해왔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여주인공의 눈에서 몇 번이나 피눈물을 뽑으며 고통을 선사한 황마마라는 남주인공은 그야말로 임성한 월드의 반역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임성한 작가가 그녀의 고유 패턴이라고 해도 좋을 욕망의 산물을 버렸을까. 아니 그녀의 왕자님은 더욱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로 다른 사람의 영혼 속에서 부활하였다. 오로지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에게만 '올인'하여 소위 서브 남주가 없는 드라마라는 말을 들었던 임성한 작가가 과감히 조연 배우를 주역 이상의 월등한 존재감으로 앞세워버렸다. 오로라공주의 조역 설설희는 황마마가 갖지 못한 남주인공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그 조건이 더욱 매력적이었던 것은 오히려, 그가 가질 수 없는 자였기 때문이다. 오로라를 가질 수 없음에도 변함없는 남주인공의 품격을 보여주는 조연, 설설희 때문에 진짜 남주인공 황마마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구차해질 수밖에 없었다.

 

OST가 드라마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싶은 경험이 몇 번인가 있었는데 일일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의 엔딩곡이 그랬고 이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OST가 그렇다. 때론 실소가 나오는 황당무계한 전개와 달리 배경 음악 하나는 애틋하리만큼 사색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독. 드라마의 기괴한 분위기를 낮게 침전시키며 오로라공주를 정극으로 만들어 버리는 음악이 있는데 그게 바로 설설희의 테마곡이다. 슬픔을 두드리듯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시작되면 별안간 소란스러웠던 극의 분위기가 침착해진다. 그리고 화면을 바라보면 그 음악을 꼭 닮은 눈빛의 설희가 서 있다.

 

 

 

물론 이 곡이 진짜 설설희의 테마곡은 아닐 것이다. 오로라공주에서 드물게 사색을 찾을 때 등장하는 이 음악은 주로 등장인물의 슬픔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최근 들어 설설희가 이 음악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슬퍼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살아있으니까 만나네요." 설희는 모르고 모두가 알았던 그의 이별날. 헤어짐을 통보하러 나선 오로라를 사람들은 걱정했다. 그만큼 오로라가 벌여놓은 판이 컸기 때문이었다. 띠동갑의 오빠들과 조부모뻘의 나이 먹은 부모님들. 그 사이에서 애지중지 자란 오로라 공주님은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는 불행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가계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인연이라 믿었던 남자친구는 그녀의 구원이 되어주지 못했다. 흔한 표현으로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보지 못했던 오로라가 두 팔 걷어붙이고 늦은 나이에 연예인의 길을 결심했던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그것이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공주가 시녀로 전락한 순간 그녀의 곁을 지켜준 사람은 바로 남주인공 황마마가 아닌 매니저 설설희였다. 사무칠 만큼 애틋했던 사람이기에 그는 감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노라 고백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때론 오로라의 허기를 채워주었고 공주님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었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가장 궁핍했던 시기에 설설희는 오로라의 유일한 구원이었다.

 

 

 

그는 오로라에게 있어 단순히 잠깐 사귀었던 사람의 수준이 아니었다. 은인이며 연인이었다. 그녀가 가장 힘들고 고독했을 때 자신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 그래서 재결합한 로라와 마마의 주변 인물들은 그녀의 이별 선언이 켕길 수밖에 없었다. 이별을 선언하러 나서는 로라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그렇게 착한 사람이 돌변하면 더 무서운 법이라고. 그럼에도 로라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요. 말하면 분명 깨끗하게 받아들여." "워낙에 신사고 천사표야." 뻔뻔한 얼굴로 설설희의 헌신을, 이별하는 그 순간까지 바라는 오로라를 보며 입이 떡 벌어졌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이토록 억지스러운 오로라의 예언이 그대로 맞아들어갔다는 점이다. 설설희는 그야말로 신사였고 천사였다. 그리고 오로라가 바라는 신사다운 이별. 깨끗한 이별을 했다.

 

그는 황마마처럼 괴나리봇짐을 들러매고 실연의 상처를 출가로 표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떠넘긴 채 가족을 설득했던 그의 침착한 태도는 마음만 먹는다면 결혼은커녕 로라의 인생까지 옭아맬 수 있을 부모의 분노를 봉인해두기 위해서였다. 이런 설희의 헌신 덕분에 이별 선언만 던져놓고 어떠한 수습도 하지 않아도 됐던 오로라를 보며 혹시나, 이 정도로 그가 침착할 수 있는 것은 황마마보다 덜 뜨거워서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던 그 깨끗한 태도마저도 사실은 오로라를 보호하기 위핸 필사적인 그의 몸부림이었다. 겉으로는 아닌척했지만, 그의 속은 병들어가고 있었다.

 

 

 

로라를 잊지 못한 마음이 그대로 병이 되어 쓰러졌음에도 그는 맑게 웃으며 그녀를 향한 그리움을 언급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맞선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 또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가 아닌 오로라의 신변을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앓는 와중에도 로라의 꿈을 꾸면서 낮에는 태연한 얼굴로 맞선 제의를 받아들인다. 지칠 대로 지쳐 병들어가는 그의 가슴에 마치 구원의 신호와 같은 테마송이 들린다. 그리고 그곳에 오로라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다. "내가 들까요? 줘요. 불편해 보이는데." 그 순간까지 그는 공주의 기사였다.

 

"그냥 봄이었으면... 황 작가님에게 안 갔을 거에요." 흐려진 눈빛으로 로라를 바라보다가 이내 예전처럼 웃어 보이던 설희는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그녀를 위해, 마치 다짐하듯 되풀이해서 말했다. "나 결혼해요. 꼭 할 거예요." 꿈이 아닌 실물의 로라를 바라보는 순간 해금처럼 터져버린 사랑을 그는 끝내 속으로 삼켜버렸다. "얼굴이라도 보니까 살 것 같아요."

 

 

공주인 오로라를 사랑했던 황마마. 시녀가 된 공주님을 사랑해준 설설희. 그리고 이별 후에도 지켜지는 그의 헌신과 사랑. 이쯤 되면 진짜 남주인공이 누구인지가 헷갈릴 정도다. 오로라공주 서하준, 이별 뒤에 더 멋진 이 남자를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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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꽃 2013.10.10 13:25 신고

    닥터코님의 글 보는중에 지난 방송들이 생각나고 설희독백들이 가슴아파 눈물날뻔 했어요.내가 왜 분한기분이 드는이유는뭘까요?분명한건 오로라 남자주인공은 설희임에 틀림없어요.

  • 장미 2013.10.10 14:20 신고

    아무리 생각해도 로라가 마마랑 결혼을 서두르는게 아니었어...설희가 받을 상처정도는 헤아렸어야지..어쩜 그럴까??

  • JUN 2013.10.10 14:50 신고

    황마마가 절에갔을때 돌아오는 장면이 너무 기막혀요 한마디 거절도 없이 오로라를 따라나서 결혼하다니 완전 로라가 오길기다렸다는듯~~속보이죠 그런마마에게 가는 로라 세상사 다그런가봐요 끌리는 쪽으로 드라마지만..^^

  • 설희 바라기 2013.10.10 15:04 신고

    아 정말 설설희 땜에 오로라 공주 보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너무 젠틀하고 순정적이고 서하준씨가 너무 잘 맞아요 웃는 모습이며 세련되고 매너있는 모습이요 스토리가 짜증나게 돌아가네요 암튼 화내면서도 설희 땜에 보게되네요^^제발 다른 좋은 여자랑 행복해졌음 좋겠네요

  • 쭈니맘 2013.10.10 18:41 신고

    너무 큰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설희의 사랑이 너무나 컸기에 다보지못한거같아요~
    너무나 조용히 옆에서 지켜주는 사랑이었기에‥‥
    그사랑이 너무나 간절하였기에 밖으로 내놓지못할만큼 소중한 사랑이었기에 더 마음이 아프네요...

  • 김미영 2013.10.10 19:49 신고

    설희..아파하는 모습 못보겠어요~
    보는 제가다 맘이아프네요~
    설희 행복한날만 기다리며 응원할께요~^^♥

  • 은아 2013.10.10 21:38 신고

    설희진짜가엾다모해가련사치와허영투성지영과엮이다니넘재미없어안봄그저그렇고해서흥미잃음왕여옥지영사공왠지~

  • 은아 2013.10.10 21:41 신고

    설희볼까해서잠간잠간채널돌려볼뿐완전재미없음

  • 은아 2013.10.10 21:48 신고

    아예안보게설희하차함좋겠음깊이가묻어나는설희눈빛슬픔삼키는모습따라눈물;

  • 이짱 2013.10.10 23:25 신고

    로라를구원한건 설흰데
    로라벌받을꺼같아요

  • 순팅 2013.10.11 01:15 신고

    로라 미워요

  • 순팅 2013.10.11 01:15 신고

    로라 미워요

  • 순팅 2013.10.11 01:18 신고

    로라가 죽어버렸으면 속이다 시원하겠어요 설희만 애타고 로라만 행복하다니 정 말 넘 불공평해요

  • 실망 2013.10.12 00:58 신고

    로라가 망해버리길.

  • 오로라월드 2013.10.13 03:04 신고

    작가가 원하는 남자 상인가봐요.. 내 마음대로 깡패처럼 굴어도 나한테 헌신하는 말되 안되는 순정남;;; 이 사람 조연인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주연되어있네ㅋㅋㅋ 조연이 주연같은 존재감을 가질 수는 있어도 조연이 주연이 되는 드라마는 신기한듯ㅋㅋㅋㅋㅋㅋㅋ

  • 오로라 나쁜X 2013.10.13 16:24 신고

    교활함의 표본 오로라..ㅋ 모든 교활함을 갖춘 여자,찌질이 마마와 교활한 여우 오로라의 손바닥 안에서 주위 모든 사람들이 놀아나는듯한 드라마.분명히 메인 주인공이 오로라인것은 분명한대 여주인공이 불행해 지면 통쾌함을 느끼는 기괴한 드라마...오로라공주...ㅋㅋㅋ

  • 설희야ㅠㅠ 2013.10.19 16:11 신고

    진짜 오로라 제일싫음. 이별통보할때 가장 최고조였죠. 와..지금부터 할말이 있는데 안하게해주면 안되냐고?!!미친거에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잔인하지. 그런 오로라의 잔혹함조차 설희는 자신의 희생으로 감싸안죠ㅠㅠ 설희만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ㅠㅠㅠㅠ

    이드라마 진짜 줏대없고 맥락없고 캐릭터들 짜증나고 진짜 싫은데 설희땜에 계속 보게됩니다.. 오로라랑 황마마 제일 짜증남!! 진짜 어이없어 초딩입니까?? 나 잡아달라고 출가한거??ㅋㅋㅋㅋㅋ 지금 결혼생활 깨쏟고 있는거보면 진짜 생각이란게 없는거 같아요. 오로라한테 홀려서 그런지몰라도 어떻게 저렇게 공기를 못읽냐...진짜 너무 찌질해서 잘생긴얼굴도 눈에 안들어옴! 그리고 시누들이 노처녀라 그렇다고 욕하는 분들도 있는데 내볼때는 오로라가 진짜 빡치게 만드네요. 국먹지 말자는거 보고 진짜 어이가 없음ㅋㅋㅋ 밥차려주러 결혼한거고 청소하러 결혼한건 아니다?? 저게 무슨 논리?! 사랑하면 밥이든 청소든 닥치고 해야죠.. 그거좀 청소했다고 힘들어하면서 신데렐라 코스하고 있떤데 기가 차서 정말..
    여튼 윗분 말씀처럼 여주가 불행해지면 통쾌함을 느끼는 신기한 드라마에요!! 큰누님 소리지를때 어찌나 기분좋던지~ 아 진짜 오로라 저거 저딴거로 끝나면안됨. 울 꺼리나 됩니까 저게?!

    여튼 이별 후 설희가 정말 너무 마음아픈데 너무 멋있어서 이 짜증나는 드라마를 끊을수가 없서..설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로라공주에서 볼껀 진짜 설희뿐!

  • 2013.10.26 16:38

    비밀댓글입니다

  • 질문있습니다. 2013.11.20 20:05 신고

    그 정극으로 만들어버리는 잔잔한 피아노곡 아무리찾아도 없네요

    혹시 제목알수있을까요?

  • 2013.12.06 07:44 신고

    설희랑 잘되었으면 정말 좋을것같아요 설희가 죽는건 너무잔인해

 

"우린 매일 이렇게 먹어."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 마치 시아버지라도 된 폼으로 오로라(전소민 분)에게 설교를 늘어놓는 윤해기(김세민 분)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임 작가는 불변이다. 매년 새로운 소재로 옷을 갈아입어도 임성한 월드의 상식과 세계관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 가난과 한을 업고 들었던 임성한 표 트레이드 마크를 제거해버린 꽤 신선했던 여자, 오로라. 비록 아빠의 죽음과 무너진 가세로 이야기를 시작하긴 했어도 성장환경부터 고달팠던 기존의 여주인공들에 비해 금 숟가락 물고 나온 오로라의 배경은 그야말로 파격과도 같았다.

 

더욱이 똑 부러지긴 했어도 오만하지는 않았던 그녀들과 달리 초반 오로라의 성격은 당황스러우리만큼 오만방자하기 그지없었다. 명품 매장 안을 훑고 들어가 점원의 품격을 테스트하거나 테이크아웃 논쟁으로 기싸움을 벌이는 그녀의 아집은 마치 괜한 트집을 잡아 복종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아 불쾌했으니까. 하지만 신선한 캐릭터 하나가 임성한 월드의 세계관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오로라월드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결혼 선언 이후 그녀의 캐릭터는 기존 선배님들이 거쳐왔던 모든 행위를 그대로 답습한 듯 똑같아졌다. 칠순 노모는 홀로 두면서 충분히 홀로서기 가능한 남편의 누나를 시모 살이 해야 하는 신혼의 시작. 동치미 국물을 찾고 싶을 만치 느끼한 신혼여행 이벤트도 마찬가지였다. "제수씨. 결혼한 남자한테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아? 밥." "나도 너처럼 결혼할 때까지 꼬박꼬박 어머니한테 삼시 세끼 따순밥 얻어먹었다?" "아침을 부탁해애? 우리 황 작가?" 남편 아침밥 못 챙기는 아내는 사랑할 자격도 없다는 등의 고리타분한 소리를 일장 연설하는 윤해기와 이어지는 왕여옥 가족의 진수성찬에 쓰잘데기 없는 음식 잡담을 듣고 있으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임성한 작가는 해리포터를 써도 밥 타령을 할 것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었다. 그것은 조막만 했지만 몇 년씩이나 반복된 임성한 월드의 패턴을 상기했을 때 꽤 큰 변화였다. 사실 요리 잘하는 여자, 밥 먹게 해주는 여자에 대한 집착은 이전의 드라마였다면 타인의 가르침이 아닌 여주인공 오로라 자신의 입에서 나올 대사였다. 기존의 임성한 표 시월드를 떠올려 보자. 초밥왕 쇼타도 아닌데 오로지 요리 하나로 시부모의 마음을 녹이는 여주인공. 곤드레나물밥과 리코타 치즈의 상식을 곁들인 시아버지의 다이어트 식단에 네 시간씩이나 삶아버린 김치찌개. 드라마에서 가난한 여주인공의 환경에 마뜩잖은 감정을 품은 시부모들이야 -때론 시할머니까지- 언제나 등장하는 패턴이지만 며느리의 장금이 손맛과 해박한 요리 상식에 넉다운되기 일쑤였다.

 

 

 

흥미로운 것은 임성한 작가가 시도한 오로라 공주의 두 가지 변칙이다. 여주인공의 손맛이 시월드를 공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살림 기술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살림과 요리에 둔한 시어머니와 지쳐버린 시아버지. 이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는 한에서 여주인공의 공략법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로라공주의 시월드는 황시몽(김보연 분)이라는 변수를 등장시킨다. 프렌치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 사이비가 아니고서야 이런 그녀를 뛰어넘을 손맛을 가진 며느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애지중지 보물단지처럼 모셔져 온 오로라는 아리영이나 단사란 만큼의 살림에 대한 절박함도 없었다.

 

 

 

"우린 매일 이렇게 먹어." 명절마냥 식당 위에 한가득 차려진 아침 식사에 부담스러운 기색을 지어 보인 오로라의 얼굴은 그래서 각별했다. 이전 같으면 아직까지 한밤중인 시부모를 대신해서 기절초풍할 밥상을 차려놓을 당번은 다름 아닌 오로라 자신이었을 테니까. 부담감에 계란찜이라도 거들어보려고 하지만 그것마저 거절당한 오로라의 마음속엔 조금씩 미묘한 죄의식이 쌓이기 시작했으리라. "하긴 뭐해. 뭐 뼈 빠지게 일하려고 시집왔어? 친정 있을 때랑 똑같이 편히 지내. 먹거리 내가 할 거니까. 책이나 보고 하고 싶은 거 해." 분명 시집살이는 없다.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위화감의 정체는 무엇인가.

 

 

 

분명 낮까지는 세상 다시 없을 친절한 시누이들에 둘러싸여 만족한 하루를 보낸 오로라였다. "아유~ 새색시는 앉아있어." 남편의 누이들은 그녀의 손가락에 물 한 방울도 닿지 않게 하려는 듯 그녀를 철저히 보호해줬고 그 어떤 부당한 행동이나 불편한 오지랖을 부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천국 같은 시월드의 본색이 드러난 시간은 만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신혼의 밤, 문을 두드리고 얼굴을 들이민 두 명의 시누이들. "얘기 들었지? 밤기도." "결혼했는데도 하게?" "그러엄~ 엄마 유언인데. 우리 어머니가 백일기도 끝에 마마 가지셨어. 마마 가지시고서도 매일 밤 반야심경이랑 주기도문 외우시면서 부처님께 하느님께 건강한 아이 낳게 해달라고 비셨고."

 

 

 

종교를 강요하는 시월드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이토록 기이한 풍경은 보지 못했다. 신혼의 밤인데. 침대에 누운 남편을 차지한 것은 오로라가 아니었다. 누워있는 남편을 둘러싸고 기도를 드리는 시누이 둘의 이상한 모양새라니. "마마 태어난 날부터 매일 밤. 기도 들으면서 잠들었구." "태중에서부터 들은 거지." 아무리 어머니의 유언이래도 누우란다고 또 누워있는 황마마를 보니 어이구 저 화상!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이 남자는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아직까지 누나보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워서 내일부터 우리랑 하자!" 아니 그럼 매일 밤 이 짓을 반복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돼요? 신은 하나만 믿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못 봤어? 신은 결국 똑같은 거야."그 똑 부러지는 오로라가 반야심경에 주기도문이 섞인 종교 파괴 의식을 감은 눈으로 읊어댈 모습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터진다.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진 않았어도 서서히 엄습해오는 낯설고 조급한 심정에 오로라는 고개를 갸웃댄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것을 대한 강아지처럼. 그 귀여운 표정에 웃음이 나왔다. 아마 그녀는 기존의 선배님들이 거쳐 간 그 어떤 시월드보다 난이도가 높은 대상을 만나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작부터 가난했던 여주인공에게 왕자님을 안겨준 기존의 전개와 달리 처음으로 시도된 소공녀 세라의 이야기. 아리영이나 단사란이 이미 예정된 시월드를 공략해나갔다면 그녀는 예측하지도 못한 시월드의 공격에 서서히 침투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임성한 월드의 때늦은 성장일지도 모르겠다. 드러낸 시월드의 폭력과 만행은 오히려 너무 드라마틱하기에. 달라서 낯설고 불편한. 조금씩 숨통을 조이는 그 조급한 감정이 바로 요즘 시대의 며느리들이 호소하는 진짜 시월드의 고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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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인상파 2013.10.05 14:40 신고

    이런 한심한 드라마를 공공방송에서 한다는게 한심할 따름..@.,@

  • 뜩대 2013.10.05 15:36 신고

    미혼이었을 때도 남의 침대 가장자리에 꿇어 앉는 게 이상했는데,
    신혼의 침대라면 곧 그 침대에서 일어날 일도 자명할 터,
    남의 커플 개인적인 방사대를 팔꿈치로 찍어누르고 터치하는 게 신성치 못하다!
    코를 들이밀고 들여다 보는 듯한 너절한 변태 누나들.

    윤해기, 푸르매, 황시몽, 설국, 왕여옥 등의 내면을 오가는 유치한 바람끼를 보라..
    임성한은 늘 그런 못된 것들만 보고 살았나보다..

  • 1 2013.10.06 07:26 신고

    드라마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요즘 어린애들이 불쌍할뿐이내요.;;

    작가가 만들어낸 망상과 현실을 혼동하지 않기만 바랄뿐입니다.

  • mm 2013.10.06 08:25 신고

    초반 오로라의 성격은 당황스러우리만큼 오만방자하기 그지없기는요 ㅎㅎ 싸가지없는사모님 한데한방 먹이거나 백화점 점원주제에 자신이 백화점 사장이라도되는양 손님들 옷차림 에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인간들한데 한방 씩 멋진 말 날릴때 통쾌 하더만 뭐 우리나라 드라마가다그렇듯 뻔한 결과로 가는게 더짜증 나더만요 황금 시간대에 볼게 없어 보긴 하지만 초반부빼고 보기싫어진 드라마임

  • 2013.10.06 10:36 신고

    임성한 아웃~~ 드라마보다 작가가 꼴뵈기싫어...

 

멀리서 바라보면 혼돈이 물결치는 소돔과 고모라의 시대 같지만 들여다본 면면은 군대의 그것보다 체계적인 패턴으로 가동되는 임성한 월드.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가지각색의 시도로 매년 시청자를 놀라게 하지만 주인공의 기승전결은 임성한의 불문율 같은 법칙들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중 웬만해선 깨지지 않는 두 가지 법칙은, 남녀 주인공의 순정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며 착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

 

세 사람의 팽팽한 삼각관계는 안 키워도 주인공이 결합하기 전까지 집적대는 인물 두어 명은 꼭 넣어왔던 임성한 작가. 특히 남주인공을 넘보는 여자 2호의 기승전결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왔던 남 부러울 것 없는 가정환경의 공주님이 남주인공을 만나 처음으로 패배감을 맛보는 과정을.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인연으로 맺어 질때 여자 2호의 관심사는 오로지 남자의 조건이 우선이었다. 사랑인지 쟁취 욕인지 알 수 없는 그 중간 즈음에서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마시며 그와의 결혼을 꿈꾸지만 정작 남주인공의 마음은 단 1초도 그녀에게 향한 적이 없었다. 임성한 월드에서 여주인공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남주인공이란 반역과도 같기에.

 

 

 

오로라공주의 왕여옥(임예진 분)을 볼 때마다 환멸과 동시에 묘한 연민을 느끼는 것은 그녀 자신이 임성한 법칙의 산증인이면서도 매번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을 친다는 점이다. 사실 드라마 초반까지만 해도 임성한 작가 또한 룰을 깨고 그녀를 도와주는 듯 싶었다. 무려 여주인공의 아버지를 건드린 그녀의 죄목은 임성한 월드 내에선 무기징역 수준에 가까운 중죄이지만 지나치게 너그러운 오로라의 모친은 호형호제하며 그녀의 죄를 사하여 주었다. 심지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그녀의 과거를 상기시키던 미운 첫째 딸마저 쫓아 보냈다. 드디어 자신의 저주가 풀렸다 믿었을까. 왕여옥은 마치 굿판을 벌이듯 본격적인 자식 중매에 나선다.

 

하지만 본격적인 징벌은 이후부터였다. 별안간 한 남자가 찾아와 아들을 사랑한다 외치더니 이후부터는 엮어보려는 인연마다 족족 허탕질이다. 참 간 크게도 과거 불륜했던 집안과 사돈을 맺으려던 왕여옥은 아들의 성 정체성이 들켜 혼쭐이 났다. 이에 초조해진 왕여옥은 아들이 데려온 집 없는 아가씨 노다지를 아가라 부르며 대환영한다. 그저 치마만 둘러쓰면 됐다는 주의였지만 그녀는 이 소박한 바람마저도 허락받지 못했다. 예비 며느리의 비밀을 알아챈 순간 폭발해버린 그녀의 본성은 고고하고 단아했던 이전의 모습을 뒤집어버린 채 그토록 예뻐했던 노다지를 길바닥에 패대기치며 매질을 시켰다. 하필 그 꼴을 발견한 것이 오매불망 딸바보 상태의 황미몽(박해미 분)이었으니...

 

 

 

"엄마가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애. 황마 작가네 조카면.. 그집 프랑스에서 호텔했고 재산 많다매? 자식 하나겠다 고스란히 그집 재산, 다지가 다 물려받을 거 아니야." 남자의 조건을 감별하는 일엔 똑 부러지는 딸의 한마디에 그제서야 이성을 찾은 왕여옥은 이전의 모습이 낯부끄럽지도 않은지 이제 다시 사돈을 맺어보겠다고 엉겨붙었다 망신을 당한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데.." 속물스럽기 짝이 없는 그녀의 궁색한 한마디가 어찌 그리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그럼에도 칠전팔기. 이제는 우연히 만난 옛 지인의 끝내주게 잘나신 아드님을 눈독 들인다. 오로라공주의 진정한 프린스, 그야말로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설설희에게 드디어 다가선 것이다.

 

그 망신과 수모를 당하고도 상황을 추슬러 중매 전략에 나선 왕여옥의 의지만큼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엄마를 쏙 빼닮아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신의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킬 수 있는 박지영의 뻔뻔함 또한 그야말로 배우답다. 언니 언니 하지만 왕여욱의 눈앞에 앉은 설설희의 모친은 이미 지인이 아닌 예비 사돈이었던 셈이다. 왕여옥과 박지영은 그야말로 입속의 혀처럼 사근사근한 태도로 설설희의 부모를 공략했다. 그야말로 녹아나는 애교와 붙임성을 보여주는 박지영. 본성을 숨긴 상태에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단아하고 친절한 사람인 왕여옥. 두 모녀의 계략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손발이 짝짝 맞아들어갔다.

 

 

 

"로라. 황 작가와 결혼했기에 망정이지. 신데렐라 될 뻔 했어." "그러게. 우리 딸이 복 있는 거지." "로라 몰랐을까? 그런 집 아들인 거?" 그저 조건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 또한 따라가는 박지영에겐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 남자의 조건을 거절한 여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박지영의 머릿속에선 골백번은 더 웨딩마치가 울려 퍼졌으리라. 설설희의 등 뒤에 숨겨진 거대 자산의 후광을 인식한 순간 박지영에게 그는 더이상 오로라의 매니저가 아니었다. 모녀는 쌍으로 김칫국을 들이켰다. "나, 더 잘되려고 황 작가랑 틀어졌나 봐!" "저녁 내내 전율이 이는 거야. 스테잌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황마마의 김칫국이 사발이었다면 이제는 김치독을 집어들고 꿀꺽꿀꺽 마시는 모양새다. 감히 예언하건대 임성한 작가가 미치지 않은 이상 저런 모녀에게 설설희를 안겨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임성한 월드에서 남녀주인공이 맺은 결실에 끼어들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와중에 내팽개쳐진 어린 영혼들을 추슬러 짝을 맺어주는 것도 임성한 작가의 미덕이다. 그래서 임성한 작가는 입에 칼을 품은 아리영의 복수가 만들어낸 애꿎은 피해자들을 서로 묶어주기도 했었다. 아리영을 짝사랑했던 마마준.(정보석 분) 아리영의 남자와 연애 중이었던 은예영.(우희진 분) 물론 그 패턴 역시 이 법칙 위를 뛰어넘지 못한다. 권선징악. 여주인공을 핍박했거나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은 이는 남은 헌신짝이라도 얻어 신을 수 없었다는 것.

 

 

더군다나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내놓고 속물을 자청하며 조건을 입에 담아대지만 정작 그들을 엮어주는 키워드는 인연과 마음이었다. 마음이 동하지 않는 상대를 조건이라는 사무적인 이유로 묶어버릴 임성한 작가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 설설희가 아닌가. 남주인공 보다 작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그녀의 가장 아픈 손가락. 그를 결혼에 미쳐있는 엄마와 조건에 목매다는 속물 모녀에게 넘겨줄 임성한 작가가 아닐 것이다. 그저 그를 한 인격체가 아닌 조건 덩어리로 바라보고 있는 박지영에게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이날 박지영의 모친 왕여옥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누가 그랬어. 운명은 개척하고 만드는 거라고." 내겐 그 말이 마치 캐릭터 자신이 내건 선전포고처럼 들려 웃음이 나왔다. 임성한 월드의 변하지 않는 법칙. 과연 그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임성한의 모든 불온 항목을 샅샅이 갖춘 왕여옥 모녀가 과연 그녀에게 정해진 운명을 파괴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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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주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를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녀의 이름을 부를 것이다. 왕여옥. 비록 주연 아닌 일일 드라마 속 갈등 유발자일 뿐이지만 그녀의 다사다난한 인생의 누적된 경험치만큼은 어느 캐릭터를 능가하고 있으니까. 젊은 시절 여주인공 아버지의 내연녀였던 그녀가 금자 씨처럼 회개하고 돌아와 본부인과 형님 동생 하는 기이한 광경의 주연. 그 과오의 업보인지는 몰라도 전남편이 남겨놓은 딸은 또 어쩜 그리 앙칼지던지.

 

하물며 그 아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본부인의 아들을 택해 불륜을 대물림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기절초풍할만했다. 지난날 너무 큰 잘못이 남긴 죄책감 덕분인지 그리 모질지 못한 성격 탓인지. 백치미가 줄줄 흐르는 왕여옥(임예진 분)은 부당한 것을 그저 감수하며 살아가는 캐릭터였다. 심지어 그녀의 유일한 희망, 아들의 커밍아웃에 심장이 무너졌어도 결국 내 아들의 남자를 내 집에서 동거하게 하는 아량을 베풀 정도의 좀 모자란 그녀가 아니었던가.

 

 

 

인생의 대부분을 풍비박산으로 보냈던 그녀이기에 왕여옥이 바라는 삶은 늘 소박한 풍경이었다.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가정을 일구는 것. 노말한 인생을 삶의 당면 과제로 삼았던 그녀의 꿈은 아들의 노말하지 않은 성 정체성으로 풍비박산이 났다. 그래서 왕여옥은 유일한 희망에게 품은 거대한 목표마저도 접어버렸을 것이다. 잘빠진 이목구비의 한의사 아들. 잔뜩 욕심을 부려볼 만한 사치스러운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그녀는 그저 소박하고 평범한 결혼을 바란다. 그래서 황마마 일가가 수십회 동안이나 깽판을 치며 내팽개쳤던 오로라의 조건을 거대한 미션처럼 공략하려 들지 않았던가.

 

 

가난해도 성품 하나 깨끗하면 됐다던 오로라 포획에 실패하자 모든 것을 놓아버린 왕여옥은 아들이 데려온 집도 절도 없는 앳된 얼굴의 소녀를 두 팔 벌려 환영하며 외쳤다. "아가!" 이제 치마만 입으면 누구든 오케이라는 주의였을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나타사를 그리고 지금은 노다지(백옥담 분)를. 아들이 데려온 투숙객을 횡포 없이 받아들이는 왕여옥의 백치미에 웃음이 터졌다. 마치 고길동과도 같아서. 그래서 한동안 오로라공주에는 여느 일일드라마에는 없었던 기이한 광경이 그려졌었다. 누가 봐도 완벽한 조건의 아들을 가진 시어머니가 가족은커녕 홀로 맨몸인 고아 소녀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임성한 작가는 꽤 진득하게 이 아이러니한 에피소드를 풀어냈었고 그래서 나는 왕여옥의 돌변한 폭력적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쟤, 미혼모!" "미혼모, 노다지." 아무리 그 사건이 유명했대도 대놓고 사람의 이름을 미혼모로 명명할 수 있을까 싶긴 했지만, 화장실에서 자신의 예비 며느리를 '미혼모'라 호칭하는 목소리에 왕여옥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다지 미혼모라며?" "미혼모는 아니고 그냥 임신했던 거예요." "그냥? 그냥 임신?" 아들이 남자와 연애하고 있대도 이 정도로 분노하진 않았었다. 분노의 강도를 서서히 높여가는 임예진의 농익은 연기가 오랜만에 드라마의 스릴을 팽팽하게 조여 당겼다. "어떻게.. 어떻게.." 참다못한 그녀는 아들의 뺨을 내려쳤고 그게 뭐 중요하냐는 아들의 말에 컵을 집어들어 깨버렸다. 그녀의 굳건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심한 놈."

 

 

 

쫓아오는 분노를 삭일 수 없었던 그녀는 거칠게 차를 몰아 그녀의 예비 며느리 노다지를 찾았다. "너 애 가졌었대며?" 순간 응어리져 있었던 남은 분노가 폭발하듯 터져버린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내가 근본 없는 너를 어떻게 대했는데. 그토록 살갑게 아가라고 부르던 지난 세월이 있었기에 그녀의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노다지를 바닥에 메다꽂고 인정사정없이 후려갈기는 왕여옥의 분노는 또한 임예진의 분노처럼 느껴져 절로 실감이 났다.

 

 

이만 큼으로도 충분히 스릴 있는 장면에 임성한 작가는 보다 흥미로운 전개를 집어넣었다. 바로 그 광경을 목격한 노다지의 엄마, 황미몽(박해미 분)의 분노. "네가 사람이야?! 네가 뭔데 내 딸을!" 그저 남의 싸움 구경이라 생각했을 그 살풍경한 광경의 피해자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이 분노로 일그러지는 박해미의 표정은 단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추구했던 왕여옥. 하지만 임자의 성을 가진 신은 그녀의 노말한 인생을 응원해주지 않았다. 욕심을 버리고 또 버렸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결국 풍비박산의 대물림. 아들 때문에 분노한 여자. 딸을 대신해 울어주는 엄마. 일일극에서 보기 드문 사실적인 구타씬에 넌더리가 날 지경이었지만 있는 힘껏 분노하고 울어준 중견 배우들의 투혼은 이 폭력적인 장면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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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4

  • 2013.09.27 07:52

    비밀댓글입니다

  • 정용호 2013.09.27 16:11 신고

    놀구있네

  • ??? 2013.10.04 15:54 신고

    무슨 명품이예욬ㅋㅋ;; 시청률 뽑을라고 자극성 요소만 줄창 갖다놓고 쓰는데;; 남여주인공이 비호감인적은 처음이예요. 걔네들 나오면 재수가 떨어지려니 쭉보다가 도저히 못보겠더라고요ㅋㅋㅋ

  • 3ㄱㄷ 2013.10.05 07:58 신고

    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최근 오로라의 삶은 평화롭기 짝이 없다. 마치 인간의 영역 이상인 것의 도움이라도 받고 있는 것처럼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왕자님 설설희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의 열기가 불만이었던 그녀의 고민은 황마마의 출가 선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너무 쉽게 설설희를 보냈고 너무 쉽게 황마마를 가졌다. 억척스러운 세 시누이와 철부지 예비 신랑 황마마는 출가 선언과 동시에 갱생된 듯 보였으니까. 시누이들은 친절해졌고 황마마는 듬직해졌다. 그런데 말이다. 쉬워도 너무 쉽다. 너무 쉬우니까 도사리는 불안은 오로라의 불행을 예고하는 전조 같았다.

 

최근 임성한 작가의 30회 연장을 명받은 오로라공주는 120회의 기획에서 130회의 무지막지한 분량으로 늘어났다. 여태껏 진행된 오로라공주가 아직 100회조차 채우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최소 40회 이상의 남은 분량이 기획되어 있다는 것이다. 임성한 작가의 머릿속에는. 그런데 일일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삼각관계와 고부갈등을 모조리 끝내버린 차에 도대체 남은 이야기를 임성한 작가는 무엇으로 채우려는 것일까?

 

 

 

심지어 드라마의 가장 뜨거운 클라이막스는 단연 후반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오로라공주는 아직 풀지 못한 갈등과 여주인공의 가장 쓰린 고난이 남아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오로라의 고민과 갈등이 벌써 결혼을 하기 전에 다 해결되었다는 점이다. 4인 겹사돈을 의미했던 초반의 이야기도 오라버니들의 석연치 않은 하차 소동으로 해결되었다.

 

그 나머지를 채울 삼각관계 또한 황마마의 너무 가벼운 출가 소동으로 흐지부지되어버린다. 심지어 재벌가의 큰손쯤으로 느껴지던 설설희가 실연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황마마나 오로라를 압박할 것이라는 가정 또한 사라져 버렸다. 그는 너무나 완벽한 남자였고 아주 쉽게 이별을 받아들였으며 일주일도 채우지 못한 짧은 분량으로 오로라를 보내주었다.

 

 

 

"언니! 나보다 로라야?" "개 키우는 사람들 끔찍해.그거 하난 우리가 봐줘~" 브라더 콤플렉스와 올가미 증후군을 동시에 가진 듯했던 황마마 누이들의 발악도 지나치다 싶게 잠잠해져 버렸다. 오로라를 거부하는 것이 목숨보다 소중한 남동생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의 누이들은 다소 비굴하다 싶게 오로라를 배려함으로 나를 당황하게 했다. 벨라의 충견 제이콥을 대신한 떡대를 가진 오로라를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인 큰 누이의 태도에 닭살이 돋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면 더이상 오로라공주의 갈등은 없다. 그녀의 코디였던 노다지의 위치를 암시하는 오로라에게 의미심장한 고민을 내보이는 친모 둘째 누이의 태도가 석연치 않긴 해도 그저 곁가지 갈등일 뿐 주인공 오로라와는 무관한 문제다. 그렇다면 삼각관계와 겹사돈 문제 그리고 시월드를 한꺼번에 해결한 오로라에게 남은 갈등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갈등 없이 남은 40여 회를 오이지 레서피 따위로 채우진 않을 것이고.(물론 임성한 작가라면 이것도 가능한 전개다.)

 

 

 

심지어 설설희마저 해외로 떠날 암시를 남겨준 마당에 극의 후반부에서야 모두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따위로 끝낼 전개를 중반부에 다 해결해버린 임성한 작가의 속내는 무엇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오로라가 들어선 영역은 분명 태풍의 눈이라는 것이다. 언제든 그녀 주위로 인정사정없는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그녀의 전작에서 수없이 경험해 왔었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서 지나치게 평온한 여주인공의 상태는 오히려 가장 시끄러운 소란을 준비하고 있는 전조나 다름없었다. 기생 출신으로 시아버지의 미움을 받던 신기생뎐의 단사란은 갖은 노력으로 시댁의 평화를 쟁취해내지만 가장 행복한 그 순간에 시아버지의 몸에 신이 들려 드라마 사상 최초로 멜로물이 공포 특집으로 변모되는 기이한 경험을 겪게 된다. 임성한 표 여주인공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은 장금이 못지않은 야무진 손맛으로 딱딱한 시월드를 사로잡고는 모든 평화를 독식한듯하더니 느닷없이 찾아온 젊은 시절의 과오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복수를 준비하기 위해 그녀가 잠시 접근했던 부잣집 남자와의 추문이 들통 나 아리영의 결혼 강좌는 끝이 난다.

 

 

 

특히 아리영의 결론으로 돌이켜보는 오로라공주의 후반부는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결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나의 불안을 사로잡는다. 임성한 작가는 꽤 투철한 철학을 갖고 있어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자는 반드시 응징하고야 마는데 그 대상이 주인공이라 해도 권선징악의 처벌은 면피하지 못했다. 비록 복수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지만 그녀가 상처 입힌 남자와의 과거에 평화로운 가정이 깨지는 것은 물론 쫓아오는 남편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무려 그 아리영이! (인어아가씨의 결말은 유령이 된 아리영이 먼발치에서 남편과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섰던 것이다.)

 

 

사실 남에게 박은 대못의 깊이라면 오로라만큼 깊고 굵은 여주인공이 없었다. 그녀가 은인에 가까웠던 설설희를 배반하고 돌아선 일련의 과정들은 이별마저 뻔뻔하기 이를 데 없이 잔인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깊은 상처를 안겨준 오로라를 과연 임성한 작가가 끝까지 행복하게 내버려둘 것인지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지난 작품의 패턴이라면 오로라는 기존의 여주인공들 이상의 응징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과연 그 과정이 얼마나 엽기적인 결론을 맺을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오로라가 키우는 개까지 배려할 만큼 납작 조아리게 된 시누이의 변절은 어쩜 오로라의 고행을 예고하는 서막일는지도 모른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대. 사람 겉만 봐선 몰라. 겪어봐야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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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2013.09.24 11:07 신고

    제발 제대로 혼 내줬으면 좋겠어요 오로라!!

  • 왠지 2013.09.24 21:38 신고

    모르게 그냥 주인공 마마랑 오로라 죽는걸로 끝날거 같은 느낌

  • 2013.09.24 22:26

    비밀댓글입니다

  • 뜩대 2013.09.24 22:56 신고

    설설희는 유럽에 나가 말을 타며 시름을 잊으려다 큰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다.
    이는 이미 극중에 예고된 바 있다. 설희 엄마가 한 말 중에, '슈퍼맨 연기한 사람도 말에서 떨어져...'를 기억들 하시리라..
    이 소식은 결혼식 시작 5분 전에 로라에게 전달된다.
    결혼식장에서 드레스 차림 그대로 뛰쳐나온 로라는 설희에게로 내닫는다...
    사람의 양심으로 자기 때문에 평생의 불구가 된 사람을 외면할 수는 없고,
    외면한다 해도 그 사고가 약점으로 작용해 평생 시누들과 남편에게 기를 펼 수 없게 될 것을 알기에.
    설희를 간병하고 재활훈련 시키다 나머지 인생 다 보내게 된 로라의 운명이 그려지면서 극은 막을 내린다. 설희 부모의 원망과 괴롭힘을 받는 것도 당연하고..아들 일로 급 치매가 와버린 설희 부.
    이에 황마마는 로라의 인생을 모티브로 해 알타이르 후속격인 '알짜배기'를 써내는데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한류 붐을 타고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되어 모든 영화제의 트로피를 휩쓸게 됨.
    떡대 역에 떡대가 직접 출연하여 더 화제가 된다.

  • 로라편 2013.09.25 23:50 신고

    설희는 은인이었지만 사랑은 아니죠. 설희도 헤어지면서 자기 마음이 앞서서 마음에 없어하는 로라를 결혼으로 몰고간거 사과했어요.
    고맙고 미안하다고 결혼을 할 수 없어요. 그런식이면 세상의 모든 짝사랑은 지극 정성과 여자의 빈틈을 노린 타이밍으로 다 해결되게요.
    설희의 대못은 스스로에게 반 이상의 책임이 있어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자기껏으로 만들수 있다는 오만을 탓해야죠.

  • 차단된이름? 2013.09.26 00:57 신고

    나머지 삼십회는 한의사 양반 옛여친등장으로 이어질것같고 그러면 자연스레 작가 조카 띄우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과거 광고 댓글 남기는 분들을 차단할때 제가 방식을 몰라 아이피와 글쓴이 이름을 동시에 차단했는데 그래서 차단된 이름으로 나오는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저도 요즈음 너무 지나치게 스토리와 무관한 분량을 노다지양의 시답잖은 이야기로 채우는 것 같아 불만이 생기더라구요.ㅋㅋ

 

"내가 그 인간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김수현 작가의 '내 남자의 여자'에서 현모양처 배종옥은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다. 아내의 베스트 프렌드와 눈이 맞은 남편이 기어이 짐을 싸들고 내연녀의 집으로 떠났던 날 밤에. 그녀는 울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헌신했는데. 그런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는 이별의 클리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느 누구나 읊조리게 되는 대사다. 연애도 기브 앤 테이크기에 결과를 맺지 못한 채 물거품으로 끝나버린 사랑 앞에서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 어쩜 내게 이럴 수 있어. 하물며 연애의 구 할이 일방통행의 헌신이었던 설설희야 오죽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설설희의 헌신이 오로라의 의무는 아니다. 그가 배고픈 오로라를 구제했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선택이라는 의무를 덧붙인다면 그거야말로 그의 사랑을 모욕하는 꼴이 될 것이다. 오로라의 다 죽어가는 자존감을 되찾아주고 정신적, 경제적인 풍요를 안겨다 준 설설희의 헌신은 분명 보답을 바란 행동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를 선택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해서 보은의 도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데 내 입으로 안 하게 해줄 수 없어요?" 최악의 이별 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오로라의 비겁한 대사를 들으며 내가 분노했던 것은 그녀가 설설희를 선택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인생 최악의 순간에 자신을 구제해준 최고의 은인에게 자신이 감당해야 할 아픔마저 떠넘기는 비겁한 이별을 했다. 그녀가 그를 선택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이런 식으로 그를 버려서는 안 됐다.

 

여주인공 오로라는 비겁하며 남주인공 황마마는 치졸하다. 어느 드라마야 안 그렇겠느냐마는 무엇보다 임성한의 드라마이기에 이 정도의 고농도 불량 주인공은 매회 나를 놀라게 하는데- 본인의 꿈을 투영한다 싶게 남신, 여신의 인격과 재능으로 주인공을 무장하던 그녀가 도대체 이번 작품만큼은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비호감 커플이 되어가고 있는 오로라, 황마마와 달리 설설희(서하준 분)의 인격은 마무리까지 주인공의 그것을 닮아있었다. 차라리 그가 이 드라마의 실질적 남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으로 그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그것은 시청자가 두 주인공에게 갈구하던 이미지를 닮아있었다. 배려와 책임감이라는 인격을 갖춘.

 

 

 

오로라의 이별 방식은 설설희에게 두고두고 원망으로 남을 만큼 충격적인 것이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데 내 입으로 안 하게 해줄 수 없어요?" 차라리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통 사정이라도 해야 했을 오로라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신이 더 화난 모습으로 이별을 통보다. 더 기가 막혔던 것은 그 와중에 설설희의 차에 낼름 올라타고선 "불편하면 내리고요." 라고 쫑알거렸던 것. 설설희의 말마따나 이 시간에 오로라를 그냥 보낼 그가 아니다. 아무리 자신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그녀라지만. 결국 오로라는 그따위로 이별하고선 배신한 남자의 차를 당당하게 얻어타고 집으로 모셔져 갔다.

 

텍스트만 읽어내려도 미친 여자다. 그녀의 얼척 없는 행동에 나는 다소 섬뜩한 공상을 했다. 분노한 설설희의 부친이 그의 재력을 이용해 오로라와 황마마의 앞길을 막는- 이 드라마의 장르가 '전남친의 유혹'이라는 복수극으로 바뀌어도 할 말이 없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설설희는 상식을 뛰어넘는 인품과 인격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마치 행복한 왕자처럼 헌신한 대상을 향한 원망과 분노를 내뿜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해줬는데.." 따위의 생각을 계산하지 않는 아니 그러지 못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신사라고 했잖아. 남자 중의 남자." 착한 사람이니까 상식적인 이별을 할 것-이라고 본인은 잔뜩 비상식적이면서 타인에게 이상한 바람을 가졌던 오로라였지만.. 그녀의 이 뻔뻔하디뻔뻔한 예언은 있는 그대로 들어맞았다. 설설희는 구차하게 매달리며 새벽 두 시에 전화를 걸어 "자니..?" 따위의 대사를 뱉지 못하는 구남친이었다. 이별한 다음 날. 설설희는 오로라의 포토타임을 지켜보며 그녀만큼이나 다채로운 눈빛으로 감상에 젖는다. 누에고치에서 나비가 되어가는 오로라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설설희는 곧 밀려오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촬영 현장을 떠나버린다. 벽에 기대 한숨을 몰아쉬는 그의 목이 울음을 삼키듯 꿀렁대고 있었다. 실의에 빠진 그가 깽판이라도 치는 것이 아닐까 염려스러웠던 그 순간, 설설희는 촬영을 마치고 쉬고 있는 오로라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넸다.

 

"설렁탕집 갈까요? 24시간 하는데?"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소 무거운 차 안의 분위기에 먼저 침묵을 깨뜨린 것도 설설희였다. 발랄한 그의 목소리에 오로라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헤비한 거 싫어요~" 짜증을 부리다가 순간 이성을 찾아 설설희의 눈치를 살폈다. "설렁탕 먹고 싶어요..?" 그녀의 말에 생긋 웃는 설설희. "난 아무거나 상관 없고요." 그러자 정말 그의 의사는 개의치 않고 국숫집을 선택한 오로라. 마주앉은 그녀를 바라보며 설설희는 문득 처음 오로라를 만났던 국수집의 그날을 떠올린다.

 

 

 

"개 같은 놈." 합석한 초면의 남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욕지기를 퍼붓던 신선한 그녀. 잠깐 웃었다가 다시금 그의 눈빛은 슬픔으로 물들여졌다. 그는 천천히 지나간 추억을 갈무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숫집에서 처음 봤는데 오늘도 국수 먹었네요?" 거만한 오로라가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이별의 절차를 그는 깨끗하게 마무리해주고 돌아섰다. 그의 태도는 이게 바로 이별의 정석임을 가르쳐주는듯했다. 그가 처음 꺼낸 이별의 메시지에 나는 충격과 더불어 소소한 감동을 받았다.

 

"황 작가님이랑 로라 씨 입장에서 생각해봤어요. 말하기 편치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부러 매니저 생활 그만둬요." 그야말로 몸바쳐 헌신한 대상에게 보기 좋게 차인 꼴이 이용만 당했음을 시사하는데도 그는 그 순간에도 오로라와 심지어 그녀의 남자의 입장을 헤아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해줬는데."를 곱씹긴커녕 오히려 그녀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의 입장에서 상황을 돌이켜 바라봤다. "확실히 잠이 보약인가 봐요. 하룻밤 푹 자고 났더니 긍정의 힘이 생겼어요."

 

 

 

이별을 통보받은 황마마가 출가를 하네 마네 난동을 부린 것과 달리 설설희는 그 하룻밤 동안 모든 정리를 끝내버린 것이다. 남자답게. 어른답게. 그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답게. 오로라와 그의 남자친구의 마음을 염려해 매니저 자리를 떠났다. 이미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까지 물색해 두었다. 심지어 타고 다니던 설설희의 차는 오로라에게 계속 맡겨둔 채였다. "남자 매니저 붙여놨다가 또 내 꼴 나면 어떡해요?" 마지막은 장난까지 치면서 그 누구보다 신선한 미소로 오로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순간 탄식했다. 이 남자를 놓친 것은 네 인생 최악의 실수다. 로라야.

 

"내 단점 많이 깨달았어요. 이번에." 심지어 그는 그 지독했던 이별마저 자신의 잘못으로 떠넘겨버린다. "내가 황 작가님이라도 누나들 말 무조건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핏줄이잖아요. 로라 씨 같으면 안 그래요?" 사임당 여사에게 설희를 이간질했던 마마와 달리 그는 오히려 지금 가장 미운 입장의 황마마를 옹호하며 그의 궁색했던 태도마저 좋은 쪽으로 바라보게 말했다. 그녀가 가장 껄끄러워할 부자 부모를 향한 정리마저도 자기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그 지저분한 이별 사이에 한 번도 명쾌한 사과를 하지 않았던 오로라였지만 그는 그것마저도 자신의 잘못으로 떠넘겼다. "로라 씨 잘못 아니에요.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한 거고." "내가 일 이렇게 만들었지. 로라 씨가 만들었어요?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고요."

 

 

 

정상적인 이별을 당했대도 본전이 생각나는 사람이 즐비한 세상에 그토록 헌신했던 대상에게 일방적으로 차이면서 이별의 정리마저 올곧지 못했던 대상을 오히려 나서서 이해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돌려놓는 남자. 세상에 이렇게 멋진 실연남이 또 있을까. 그의 산뜻한 이별의 정리 덕분에 오로라의 지저분한 이별이 아름다워질 수 있었다. 그래서 오로라와 서하준의 만남은 악몽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젊은 날의 기분 좋은 추억으로 두 사람에게 자리잡히겠지. 백미러 뒤의 노곤한 그녀를 훔쳐보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얼굴을 하던 설설희. 오로라는 그를 비참하게 버렸지만 그의 마음은 배신을 당한 순간에도 오염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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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공주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에 정성을 들이던 기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와 너무 달라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에요. 기존 인터뷰를 보면 캐스팅 된 배우들 조차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것 같기도 하구요. 결말 역시 작가 마음이겠지요.

  • 진짜 그지같은 드라마.. 2013.09.21 11:14 신고

    주인공이 착하고 멍청해서 짜증났었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 꼴보기 싫고 못되처먹은 주인공때문에 짜증나보긴 처음..악당이 주인공인 역발상드라마..? 요새는 악당도 멋지고 동정이 가더구만 이건뭐..무개념 대놓고 자랑하며 달리고 있네..

  • 모모 2013.09.21 23:31 신고

    글 잘 썼네요.. 마음에 와 닿아요^^* 정말 멋진 남자 "설희" 현실에선 없으니 드라마에서라도 만난게 행운이었네요. 그런 측면에선 임작가에게 고마움이 느껴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 윤금례 2013.09.24 00:02 신고

    오로라공주 막장드라마 네요 정말열심히 시청했는데 우리주위에서는 서하준때문에 보는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정말 보기가싫어졌어요 그리고 남자주인공저알아니에요 김보연 4남매나오면 체널을 다른데로 돌려도 서하준나오는재미로봤읍니다

  • 누규~^^ 2013.09.26 00:02 신고

    공감가는 글이에요"~~^^
    어쩜 요래 글을 만인이 다들 공감하는글로 표현을 잘하셨는지..ㅎㅎ오로라~~~보고 봐도 이해도 안되고 공감도 넘 떨어져요...임작가의 향로가 기대되기도 하죠.별 다른 느낌은 없어도 권선징악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임작가의작품속 생각이 궁금해지징산 흥미는 솔찍 서하준 이 삼각관계에서 나가는순간..재미도 흥미도 본방사수도 없답니다ㅜㅜ

  • Ray 2013.09.26 14:30 신고

    13%대의 시청율... 적잔은 주변의 지인들도 보고있다는걸 알게됐죠... 그런데 노파심이 생기더군요... 오로라에서의 설설희가 오라에게 대하는 이론적 상남자의 모습이 잦대가 되지는 않을지...(적잔은 많은 여성분들이 자신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드라마와 현실을 망각하는 모습을 많아 보아온 터라...) 재밋게 쓰신 글 잘 보고 갑니다 :)

  • jwhy 2013.09.26 16:30 신고

    저렇게 바보같이 헤어져줘서 드라마 안보고 있음요

  • 막장드라마입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헌신한남자친구를 차버릴수 있단 생각을 한다는게 분통터지고 화나네요 헤어지고 저도 드라마 안보고 있어요

  • 설희굿 2013.10.05 00:39 신고

    진짜 공감가네요..로라는 설희를 놓친걸 언젠가는 후회하는 날이 올꺼예요.

  • ㅎㅎ 2013.10.13 19:53 신고

    청정설희에요ㅜㅠ

 

 

요즘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를 보고 있노라면 전혀 다른 장르의 멜로 영화 하나가 떠오르곤 하는데 그게 바로 판타지 멜로 영화 '트와일라잇'이다. 이름마저도 향기가 날 것 같은 아름다운 소녀 벨라와 그녀를 사랑하는 뱀파이어 에드워드. 그리고 늑대 소년 제이콥의 삼각관계를 다룬 트와일라잇. 소녀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준 보상으로 원작 소설과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거두었지만 한편 그 유치한 설정에 매년 골든 라즈베리상을 석권하며 국내에서는 미국판 귀여니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 작품이다.

 

 

 

오로라공주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인 것처럼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짜증을 내면서 보는 게 재밌다. 특히 그 분노는 여주인공 벨라의 뻔뻔함에서 비롯되는데 이날은 뱀파이어 소년의 매혹적인 영하의 입술을 탐하다 저 날은 한겨울에도 끓어오르는 비등점의 늑대 소년을 품에 안는다.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벨라의 사랑은 관객을 분노하게 하지만 그것이 바로 트와일라잇을 보는 재미였으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오로라 공주 또한 벨라만큼의 남자가 꼬인다. 핏기없는 얼굴에 우수에 젖은 눈빛을 가진 복고풍 매력의 황마마. 쾌남의 미소에 단단한 몸매를 가진 설설희. 그러고 보니 두 남자의 상반되는 매력 포인트 또한 트와일라잇스럽다. 희멀건한 얼굴에 뱀파이어 백작의 애티튜드가 어울리는 황마마. 강직한 충견처럼 오로라를 사수했던 설설희. 하필 오로라의 유일한 반려 동물인 떡대의 종 역시 늑대개 '알래스칸 말라뮤트'가 아니던가. (임성한 작가는 굉장한 애견가인 듯. 박지영이 떡대와 같은 종의 개를 '시베리안 허스키'로 착각하자 굳이 '말라뮤트'로 정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고 보면 시리즈 '뉴문'에서 벨라를 포기하고 수행자마냥 자신을 놓아버린 에드워드와 템플스테이를 하러 떠난 황마마의 선택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중첩되는 캐릭터와 스토리만큼이나 트와일라잇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단연 여주인공을 향한 분노일 것이다. 필자의 부친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을 황마마가 아닌 설설희로 착각하고 계신데 그것은 최근까지만 해도 이 드라마 속 주연의 분량을 배우 서하준(설설희 분)이 거진 다 차지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황마마를 버리고 그의 비중이 개 떡대만큼도 안되었던 시절, 그 시기는 단연 '뉴문'의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기간 동안 황마마는 몇 번이나 오로라를 울렸다. 김전일도 아닌데 그녀는 몇 번이나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황마마를 포기하겠노라고 선언했었다. 그럼에도 황마마는 누나들을 놓아버리지 않았고 누나를 놓지 못한 그 손으로 오로라를 붙들었다. 황마마는 우리의 상식 속에 존재하는 멜로 드라마 속 남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는 가난해진 오로라를 비참하게 하고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었다.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다크서클의 9할은 황마마의 몫일테니까.

 

그렇게 상처 입은 오로라를 치유해준 사람이 바로 설설희였다. 그 기간 동안 설설희는 오로라의 유일한 구원이었다. 사정이 딱해진 이후 입에도 대지 못할 비싼 먹거리들을 수시로 날라다준 설설희는 그녀의 어머니는 물론 하다 못해 오로라의 충견 떡대의 식사까지도 살뜰히 챙겨주었다. 그때마다 오로라는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예의상 사양의 뉘앙스만 풍길 뿐 그의 모든 호의를 아무런 거절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돈이 곧 힘이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부를 잃고 무너졌을 때 예전 같은 자신감을 되찾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태도가 한순간에 달라지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해 생긴 공복감을 처음으로 느끼던 그 시절. 마법처럼 나타난 설설희는 오로라의 모든 허기를 채워주는 영혼의 양식이었다. 그는 유일하게 오로라를 가난해지기 전과 다름없이 소중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오로라는 평범하게 남들처럼 이별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래서는 아니 되었다. 그래서 착하고 산뜻하게 이별하려는 오로라가 더할 나위 없이 미울 수밖에 없었다.

 

"엄마. 미안해. 아무래도 황작가랑 결혼해야 될 것 같애."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돌아온 황마마의 눈가를 쓸어주고 그를 품에 안았던 오로라는 결국 이성이 아닌 가슴의 판단을 따르기로 한다. 성질 사나운 세 누이와 철딱서니 없는 한 남자. 그곳이 가시 밭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저질러보고 싶었던 그녀는 자신만큼이나 갈대 같은 사임당 여사를 불러앉혔다. "저쪽 집 가면 심신 편하고 아무 근심 걱정 없을 거 아는데 어쩔 수 없는 게 있잖아.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엄마는 한숨을 쉬면서도 딸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끌리는 사람하고 해야지 어쩌겠어. 인생 일이 년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설설희와 그의 부모 걱정이 먼저 터지는 사임당 여사는 그나마 인격이 제대로 된 사람이었다. 그 와중에 뻔뻔한 얼굴로 말끝을 흐리며 책임전가를 하려는 오로라가 얄밉기 그지없다. "오히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도 있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설설희 또한 좋은 사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싶은 그 마음을 존중하지 못하는 건가? 그녀가 가시밭길임을 알면서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을 설설희 또한 똑같이 하고 있음을..

 

물론 설설희가 베푼 호의 때문에 마음이 동하지 않음에도 그와 인연을 맺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니까.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겠지만 단순히 삼각관계를 떠나 가장 비참했던 시기에 자신을 구원해준 은인 같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많이 아프고 많이 고민한 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녀는 설설희가 상식적이고 깨끗한 이별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워낙 착하고 상식적이니까 받아들이겠지." 자신은 그러지 못했으면서 설설희는 착하니까 상식적인 이별을 해주길 바라는 그녀가 너무나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놀랐던 것은 황마마를 선택하고 설설희와 이별을 나눌 만 하루의 시간 동안 조금도 그가 받을 상처를 고민하지 않는 오로라의 태도였다. 이제는 이별 그 자체가 민폐처럼 느끼지는 오로라지만 최소 정리만큼은 그녀의 말마따나 상식적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 남은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설설희가 받을 고통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미 그 집 사람이 된 듯 황마마네 집에서 식사를 나누고 그와의 미래만을 머릿속에 그리는 오로라는.. 오로지 아직은 불안한 그와의 미래와 이별 선언의 불편함만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저쪽 정리해야죠..." 착하고 상식적인 사람이니까 깨끗하고 산뜻한 이별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던 로라. 설설희와 오로라의 아주 특별한 관계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그녀와 사귀었던 사람의 이별 후 고통쯤은 헤아릴 수 있는 배려를 보여줄 것이라 나도 믿었다. 황마마를 비워둔 시간. 그 우울한 번민의 기간을 치유해준 고맙고 또 고마운 사람을 향한 배려. 그래서 오로라는 산뜻하고 깨끗한 이별을 해선 안됐다. 울고 고민하고 또 아파해야만 했다. "걱정하지 마요. 말하면 분명히 깨끗하게 받아들여."

 

 

 

"워낙 신사고 천사표야." 설설희를 만나러 가기 직전까지 그녀는 주문처럼 이 말을 되뇌었다. 그는 착하고 신사여서 이별마저도 나를 아프게 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도대체 오로라에게 설설희라는 사람은 어떤 의미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심지어 이별의 선언마저도 설설희에게 넘겨버린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데 내 입으로 안 하게 해줄 수 없어요?" 세상에. 이 판국에도 설설희의 배려를 명령하는 오만한 공주님 오로라의 독선이라니.. 너무나 이기적이고 염치없는 이별 선언에 어안이 다 벙벙해진다.

 

 

착한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서운 법이야. 사임당 여사의 이 말이 부디 예언이었길 바란다.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이별의 몫마저도 상대에게 떠넘기려는 비겁한 여주인공 오로라. 착하고 신사 같은 설설희가 성난 늑대의 포효를 보여주기를. 이따위로 이별하고 황마마의 집으로 들어가 세 시누이를 잡도리하며 세상에서 가장 상식적인 척 가장 우아하고 고매한 인간인 척 대사를 읊어댈 오로라를 생각하면 역겹기 짝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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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8

  • 공감 2013.09.19 15:34 신고

    진짜 긴글 읽으면서 너무 공감하였습니다. 시청자를 기만하고 우롱하는 드라마 이게 바로 임작의 고도의 술수일까요 원래 시놉을 버리고 제예상엔 갈대와 마토커의 대한 복수 새드앤딩을 알타이르처럼 제생각엔 두인간 모두 뒈질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짜증나는 드라마 빨리 종결되고 다른 드라마 들어오길 바랍니다.

    혹여라도 임작이 볼수있으니 덧붙임.

    작가양반 엿잡쒀. 너나 많이 잡쒀.
    사람기만 하는것도 가지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한거아니요. 당신이 시청률을 위해서 왜 처음부터 마토커로 만들고..찌질남으로 만든것도
    당신의 과보고..로라의 모든 말을..진실성없는 갈대로 만든것도 당신의 과보오 ...ㅋㅋㅋ

    당신너무...아줌니...들을..무시하오...^^정신차리오..진심임..

  • 2013.09.19 16:03

    비밀댓글입니다

  • 꼴통 2013.09.19 19:21 신고

    드라마 진짜 어찌저런지 이제는 보고싶음 맘이 없네요
    잔인하고~~,,한번끝난 인연은 첨부터 그리 쉽지않을텐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더니 결국 황마마쪽으로
    사람 희롱하네요~~

  • 2013.09.19 20:05

    비밀댓글입니다

  • 미즈 2013.09.19 20:07 신고

    마마랑3개월 사귄것도 사귄건지~ 찌찔이둘 그리 보내고 빨리 종영되서 다른 정상적인 드라마보고싶네여
    오자룡이간다 보다가 오로라까지 은근기대하며 봤었는데
    ~속상하네염 ㅠ

  • 나다 2013.09.19 21:43 신고

    빨리종영하고 어서 새드라마나오길~~
    그동안못난이보러간다

  • 알든 2013.09.20 00:10 신고

    글이랑 댓글보니 정말 속이 다 후련하네요 이 말도 안되는 드라마 끝나기만을 빕니다. 자주 챙겨보는 애청자도 아니지만 작가님이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여겨져서 화가나네요 ..

  • 잘봤어요 2013.09.20 01:30 신고

    살다살다 저렇게 미친 여자주인공은 처음 봅니다
    너무 뻔뻔해서 역겨울 정도에요

  • 2013.09.20 19:43 신고

    템플스테잌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심동감합니다 2013.09.20 20:34 신고

    이런긴글을온마음으로동감하며읽엇습니다
    주말이다가오면월요일을오로라때문에기다렷던1인인데
    황마마를데리고오던순간티비를끄고안봅니다
    결국궁금한마음에이글도보게됏지만
    진심으로망햇으면좋겟네요! 킁-_ -

  • 나도 동감,... 짜증나서안보게되네요

  • 곰네 2013.09.21 01:17 신고

    저도 이번 주부터 안 봐요. 완전 짜증

  • 강영수 2013.09.23 20:37 신고

    전소민진짜싫으다어찌여자가 저런지;;;

  • 2013.09.24 14:42

    비밀댓글입니다

  • 우씨~~~ 2013.09.26 00:19 신고

    이황금시간대 건전하고..유쾌한가족극이 넘그리워지네요...ㅜㅜ
    보다보다 참 그지같은 드라마..ㅜㅜ
    시청료가 아깝다는 급 울컥

  • 믿고보는막드 2013.09.26 16:23 신고

    드디어 임성한 작가가 새로운 패턴의 막장 드라마를 시도하나 봅니다.
    이제까지는 주인공이 막장 주변 인물들의 피해자였는데,
    이제는 주인공이 가장 막장 양다리 여성.
    본인 스스로를 공주라고 착각하고 사는 정신나간 여성으로 컨셉을 잡았나봅니다.
    마마도 설희도 다 불쌍하더이다.

  • 츠암내 2013.09.26 19:46 신고

    개그코너에 시청률 올리기 위해 말도 안되는 즉흥 설정 막 쏟아내는 웃기는 연출...
    작가 제작진의 상식 수준이 의심스런 드라마...
    연기자들이 불쌍네..ㅉㅉㅉ

  • 어휴 2013.10.01 13:01 신고

    저도 보다가 때려치움 .... 진짜 벨라보는듯한 더러운기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막장의 아로마 속에서도 이따금 가슴을 동하게 하는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이 장면 또한 그랬다. 자신이 그토록 멸시했던 집안으로 다시 돌아가 무릎을 꿇린 죄.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픔을 겪게만든 죄. 다 큰 누나들을 헉헉대며 이 산, 저 산. 쫓아다니게 만든 죄. 자존심과 체력을 모두 잃게 만든 못난 남동생을 눈앞에 두고 큰누나 시몽이는 그 흔한 욕지기 한마디 뱉지 않았다. "다신 그러지 마..." 하고 울음에 삼켜진 뒷 목소리에 순간 처음으로 그녀가 애처롭게 느껴지더라. 그야말로 욕지기 나오는 미친 시월드에 극강의 오지라퍼로 느껴진 진상 시누이 셋이 그 순간은 그저 남동생이 애틋한 누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장면이 아무리 애틋했대도 그렇게 쉽사리 출가를 포기하고 애인 손에 이끌려 돌아온 황마마는 정말 진저리나게 궁상맞았다. 아니 적어도 일박 이일은 좀 튕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뭐 템플 스테이 하고 돌아왔니? 라고 비아냥대고 싶을 만큼 얄밉게 신속했다.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속세를 포기하고 출가를 선언한 황마마가 만 하루도 못 버티고 애인 앞에서 무너지다니. 이건 뭐 그냥 출가를 내 애인 내놓으라는 협박용으로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오로라를 사랑했었나 싶어 측은지심이 생기기도 했다. 경박하리만큼 오로라의 손끝에 쉽사리 무너질 이 남자 황마마는 적어도 오로라 하나만 바라봤지 않는가. 그의 부모였고 세계였던 누이들이 틀렸다는 것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황마마가 사랑한 여자는 오로지 로라 하나뿐이었다. 그의 지저분할 만큼 궁상맞은 태도도 오로라 하나에게 부린 진상이라고 생각하면 적어도 일편단심이었던 그 마음 하나만은 인정해줄 만하다.

 

 

 

그러니 정조 관념만은 투철했던 황마마에 비해 이 여자 오로라의 마음은 바람 아래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만큼이나 가볍기 짝이 없다. 돌이켜보면 애초에 설설희를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그 시절부터 오로라는 이미 예전의 오로라가 아니었다. 공진단만큼이나 설교를 좋아하던 그 똑 부러지고 깨끗했던 아가씨가 언제부턴가 남의 호의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은 내게 적잖게 실망이었다.

 

거짓말쟁이 왕자님 설설희는 오로라에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던 그 시절에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다며 거짓말을 했었다. 그럼에도 오로라는 그의 호의를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모조리 받아들인다. 데이트에 가까운 만남을 하며 도에 넘치는 선물을 받고 사람은 물론 개에게 먹일 비싼 연어까지도. 그저 눈웃음치며 "이래도 돼요?" 라고 한마디 하고는 사뿐히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던 그녀. 그토록 현명했던 오로라가 "매니저는 당연히 이래야 하는 거예요." 라는 말 같잖은 변명만으로 만족한다는 것도 실망스러운 변화였다. 가난이 사람을 이렇게 구차하게 만드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가끔 여자친구의 의중을 떠 묻는 것도 오히려 그의 처신을 나무라는 것이 아닌 은근한 유혹으로 느껴져 부담스럽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동하는 상태에 설설희의 연정을 담아두고 있다면 그리 이해하지 못할 행동도 아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그 결과가 설설희라면 그 중간의 과정이야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다시 황마마라니?

 

물론 사람의 마음을 질 좋은 연어나 스테이크로 붙들어 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세상 다 가진 얼굴로 설설희의 생일상을 받고 그의 부모와 식사를 나누었던 그녀였다. 이런 그녀가 그토록 자신을 멸시했던 세 시누이에 이끌려 출가한 전 남자친구를 찾으러 갔다. 승려복을 입고 있는 황마마에게 돌아오라 외치다가 결국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 마는. "결혼 약속 같은 거 안 했어요!!" 울먹이는 그의 눈을 쓸어주며 "울지마요... 나도 속상해..."라고 애틋해하는 것은 그야말로 배신이 아닌가. 설설희에게만 배신이 아니다. 시청자도 동시에 실연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걱정돼? 내가 감당할 부분은 감당할께." "일이나 벌이지 마요." 최근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공주의 30회 연장을 명령했다. 그 남은 기간을 울분의 세월을 보낸 격동의 황마마를 보상해줄 시기로 잡을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오로라의 어장관리질이 수십 회는 더 남아있다는 것일까. 불의 앞에선 어른이라도 꾸짖었던 오로라. 그 오로라가 거짓말쟁이 설설희를 몇 번의 갈등 없이 받아들였다. 아마 이전의 오로라였다면 신분을 감춘 설설희가 오히려 그녀에겐 배신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왜 자신의 삶에 떳떳하지 못해요? 라고 몇 시간의 훈계를 하다 헤어졌을지도.

 

하지만 가난한 오로라에게 왕자님의 거짓말은 그의 신분이 부자라는 사실만으로 해소되고 만다. 만약 설설희의 거짓이 그의 가난을 감추기 위한 비책이었대도 오로라가 그의 부모님을 만나러 들었을까. 어쩌면 임성한 작가는 공주의 품격을 유지하는 것은 정신이 아닌 빵조각임을 시사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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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는 바람쟁이 아비를 가진 죄로 여신 헤라의 심판을 받는다. 그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12가지 시련이다. 모든 시련을 마쳤을 때 그는 영웅이 되었지만, 헤라의 분노는 끝내 그를 용서하지 못했다. 여신의 질투를 아내의 질투에 응용한 헤라.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피가 묻은 옷을 남편에게 입혔고 그는 몸이 타오르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결하고야 말았다. 용서받지 못한 자- 그 아무리 영웅 헤라클레스라지만 여신의 분노만큼은 이길 수 없었던 셈이다.

 

최근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주인공 오창석을 보고 있노라면 배우가 아닌 수행자의 길을 걷는 듯해 안쓰럽기 짝이 없다. 출가 논란에서 동성애 추문까지- 마치 헤라가 명명한 12가지 수련을 수행하고 있는 것 마냥.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나 쉬쉬하던 소리가 이제는 공개적으로 오르내린다. 이 드라마의 남주인공 황마마가 비정상적일 만큼 홀대받고 있으며 그건 배우 오창석을 향한 작가 임성한의 개인적 분풀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작진마저 소통이 아닌 통보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임성한 작가의 말은 오로지 드라마 속 공진단의 입을 빌려뿌려진다. 그러니 무슨 생각으로 남주인공을 '국민 비호감' '역대 최악의 남주'로 만들고 있는가는 알 도리가 없지만, 그것이 루머가 됐건 사실이 됐건 간에 남주인공 황마마의 시련을 배우 오창석의 시련으로 느끼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드라마 속 황마마 아니 배우 오창석이 겪고 있는 시련 또한 족히 열두 가지는 된다. 먼저 소리소문없이 그의 분량이 줄어들었다. 그의 활약을 차단한 동안 어디까지나 조역이었던 설설희의 분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심지어 황마마의 분량이 존재한데도 거진 쓰잘데기없는 신변잡기가 주를 이룬다. 오로라공주 70회에서 황마마의 씬은 단 두 컷이었는데 하나는 묵음의 수영장 씬과 하나는 스파게티를 시키는 대사였다. "봉골레 주세요. 콜라랑요." 남주인공의 겨우 한 토막 뿐인 대사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던 것은 방금 그 자리를 지켰던 사람이 그의 전 여자친구 오로라와 매니저 설설희 커플이었다는 사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중견 배우 하차 논란에 있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인물도 바로 황마마였다. 애초 오로라 공주의 기획은 세 명의 누나를 가진 남주인공과 세 명의 오빠를 가진 여주인공의 극성맞은 시집살이와 유난스런 처가살이를 다루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로라의 세 오빠들이 강제 퇴거당한 이후 이 드라마에서 극성을 떠는 인물은 오로지 오로라의 예비 시누이들뿐인 것으로 그려진다. 결국 황마마는 여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마마보이 이미지를 버릴 수 없게 됐다. 예비 아내와 유난스런 누나들 사이에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모호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결국 오로라에게 차이게 된 것이다.

 

사실 황마마가 오로라에게 차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나 그가 오로라를 포기한 과정마저도 너무나 찌질하여 안쓰러움을 더한다. "있는 집 며느리 된다니까 물러서야지 뭐." 설설희가 재벌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 그의 발언은 얼마나 옹졸하고 치사스러웠던가. "어딜 넘봐. 주제도 모르고." 심지어 그 설설희를 주먹으로 내다 꽂으려 할 때 그것마저도 임성한 작가는 허락해주지 않았다. 세상에 무슨 멜로 드라마 남주인공이 날리는 주먹마다 헛스윙인가. 그 짓거리를 끝내고 돌아와 로라 엄마를 불러다 놓고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얘기를 꾸며내 설설희를 이간질하는 모습은 정말.

 

 

 

있는 집 며느리 된다니까 드디어 물러선 황마마는 급기야 출가할 결심을 갖게 된다. 누이들은 거의 혼비백산이 되어 이제는, 오로라에게 무릎 꿇고선 매달릴 판이다. 제발 우리 동생과 결혼해 달라고. 허나 남주인공이 이런 식으로 누이들을 굴복시킨다고 하여 통쾌함을 느낄 시청자가 과연 존재할지 의문이다. 아니, 그녀들의 행동이 워낙 비상식적이었기에 통쾌하긴 하겠지만, 그것과 황마마를 싫어하는 마음은 별개인 것이다. 출가라는 것은 뜻이 있는 사람이 수행의 길을 선택하는 숭고한 일인데 그것을 젊은 시절 실연의 도피처로 삼는다는 것은 남주인공의 가벼움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더욱이 그동안 황마마가 보여준 모습이 시청자에게 워낙 비호감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로라와 마마가 맺어진다면 시청자에겐 거의 반강제나 협박으로 만들어진 부자연스런 인연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다 큰 성인이 실연을 했다고 출가를 결심하여 누나들을 기함하게 하고 그렇게 전 여자친구를 억지로 자신과 묶어놓는 모습은 멋있긴커녕 그의 마마보이 같은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 이 모든 것과 더불어 황마마라는 캐릭터가 더욱 안타까운 까닭은 다름 아닌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작가보다 자신의 드라마에서 남주인공을 유일무이한 왕자님으로 그렸던 임성한 작가가 처음으로 이런 상식 파괴를 행하고 있다. 왜 하필 그 제물이 오창석이 되어야만 했을까.

 

 

 

최근 황마마 출가 논란에 이어 그의 훗날을 짐작하게 하는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 신기생뎐에 오로라공주의 미래를 예언하는 대사가 나왔다는 것이다. "너희 어제 '오로라 공주' 봤어?" "보다가 손발 '퇴갤'. 완전 유치 짬뽕. 뻔하디뻔한 캔디 드라마. 남주는 완전 초 게이. 뭐가 멋있다고. 내가 캐스팅해도 그거보다는 낫겠더라. 여주는 하나 슬프지도 않은데 펑펑 눈물을 쏟고" 재작년의 드라마를 갖고 이런 대사를 구상했다는 것은 오창석의 비애가 즉흥적으로 결정된 작가의 변심이 아니라 애초에 황마마는 손발이 닳아 없어지고 유치해서 봐줄 수 없는 드라마의 멋있지도 않은 남주인공으로 결정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내가 캐스팅해도 그거보다는 나을" 인물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했다면 조금 소름이 돋는다.

 

 

 

지난주 오로라 공주에서 황마마의 출가를 암시하는 장면에 또 하나의 실연의 아픔에 몸부림치는 인물이 오버랩 되었다. 바로 트랜스젠더에 양성애자인 (그의 취향을 이렇게 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나타사다. 하필 두 사람의 스쳐 지남을 무슨 인연의 서막처럼 묘사하고 끝난 이 장면에서 네티즌은 둘을 연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황당한 추측마저 끄집어냈다. 하필 지난날 신기생뎐의 대사에서 남주인공을 "게이"로 묘사한 임성한의 예언이 실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갖은 추한 꼴은 다 보이다 이젠 스님이 되려 하고 거기다 동성애 암시까지 내보이게 된 황마마. 도대체 그의 시련은 언제쯤 끝이 날 것인가. 출가를 하여 머리를 빡빡 밀어야 비로소 그녀의 분노가 풀릴 것인가. 30회 연장을 결심한 오로라공주. 그 남은 회차에서 황마마는 과연 시련을 끝낸 응당한 보답을 받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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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논란이 있지만 작가만의 개성이라 생각하고 잼나게 보거있어요 임성한작가드라마는 처음보는데 저는 오창석남주 멋있고 좋던대요 사랑에 눈멀면 출가 할 수도있죠 오창석멋있어여

    • 2013.09.25 21:02 신고

      너 오창석 회사 알바지?

    • 답없네. 쯧쯧 2013.09.26 00:16 신고

      희한한 사람이 있군요..참 희한타 부모같은 누나들버리고 3개월 사귄뇨자땜에 출가라~~~;;차라리 자살을 하지 찌칠남은 안되자나~~결국은 죽지도.출가도.누나들설득도.오로라맘돌리지도 못하는 찌질이의 쌩떼쇼밖에는 아니었다는...

  • 혼남(혼자 사는넘) 2013.09.25 19:52 신고

    작가 미친거 아냐? 이런식이라면 나두 작가하긋다... 내가 작가 라믄 더 대박 날듯.

  • 혼남 2013.09.25 19:59 신고

    살아가믄서 서로의 가치가 있어 보람 찿는게 아닐까요? 이건...도대체 상식에서 너무 벗어나구....설정 자체가 ㅋㅋ 하지마쇼. 내 주변 분 들도 불청...ㅋ

 

 

농구 만화 슬램덩크만큼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여기서가 아니면 우주를 뒤적거려야 할 만큼 각종 이상형이 밀집된 이 작품은 그래서 여자들에게도 퍽 인기가 많았던 스포츠 만화였다. 그중 윤대협은 느른하고 낮잠 고양이 같은, 선천적 천재형으로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간혹 슬램덩크 인기투표를 던져볼 때면, 서태웅, 정대만과 더불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남이었단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이라 힘주어 말했던 사람이 바로 이 윤대협이었다고. 노력이 필요치 않은 타고난 천재 소년의 나른함이 인기 비결이었던 윤대협이 오히려 작가에겐 밉살맞은 이유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그토록 총애하는 캐릭터 '서태웅'의 인기를 위협하는 윤대협이라 더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 만화의 팬인 내가 이 비화를 처음 들었을 때 느낀 작가를 향한 감정은 고마움이었다.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작품 속에서 윤대협을 망가뜨리지 않았다는 것과 자신이 그린 캐릭터를 시기할 만큼이나 사랑한 서태웅을 지나치게 미화시키지 않았다는 점. 그래서 이 만화는 마지막까지 완벽할 수 있지 않았던가.

 

 

 

드라마 오로라공주를 보면서 애석하게도 하루에도 몇 신 이나 작가의 취향을 확인하곤 한다. "개는 안 먹어야 해요." "옛날에는 평민들이나 개 잡아먹었는데." 그녀는 때론 강한 어조로 자신의 분노를 캐릭터의 입을 빌려 훈계하곤 한다. 보신탕 금지. 미드의 막장 요소는 찬양하면서 걸핏하면 한드만 잡아먹으려 드는 기자들의 사대주의. 임성한 작가는 오래전부터 김수현 작가와 더불어 자신의 스테레오 타입을 시청자에게 계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는데 대체로 비상식적인 가르침이 많아 공분을 샀다. 빈혈에는 못 박은 사과를 먹어라. 딸기는 칫솔로 문질러 씻어야 한다. 몇 시간 동안 푹 물러 삶은 김치찌개 등.

 

덧붙여 임성한 작가가 현재 푹 빠져있는 취미와 취향마저도 그녀는 갖은 씬에서 총망라한다.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최고라는 아작아작 오이지와 추억 담긴 샌드위치 이야기를 귀에 진물이 날 만큼 설파하는 그녀. 그래서 이제는 드라마의 스토리와 무관하게 마치 피피엘처럼 터뜨려지는 그녀의 취향과 취미를 확인하곤 한다. 아. 요즘은 임성한 작가가 오이지에 푹 빠져있구나. 아. 임성한 작가가 최근 관심을 가진 운동은 승마였군!

 

드라마를 계몽의 도구로 사용했던 것은 임성한 작가뿐만이 아니다. 김수현 작가는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인도 폄하 소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역사가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한번은 몇 개의 씬을 통째로 '고기 먹기 장려 운동'에 갖다 바쳤는데 걸걸한 목소리의 이순재가 마치 최근의 보험 광고처럼 뒷짐 지고 선 훈계를 마치 시청자는 야단맞듯 들어줘야만 했었다. 드라마의 스토리와 무관한 잔소리를 설파하는 것이 그 작가들의 개성이라 말한다면 나름 이것도 임성한류가 아닌가 싶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문제는 취향과 사고를 시청자에게 계몽하는 것을 넘어서 개인적 사감을 드라마에 퍼뜨리는 오만이다. 자신이 만든 세계를 무너뜨리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최근 오로라공주를 보고 있노라면 역사상 이렇게 홀대받은 멜로 드라마의 남주인공이 있었을까 싶다. 황마마. 배우 오창석이 맡고있는 이 캐릭터는 매일의 씬이 눈물겨울 정도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남주인공의 존재감이란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과도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귀티가 나고 세상에서 가장 여주인공을 사랑하며 무엇보다 흔들림이 없다. 초반 황마마도 임성한류의 노선을 걷는다고만 생각했다. 강직하고 우아하면서 따뜻한 사람.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망가짐의 시발점은 어느 순간 줄어들기 시작한 분량이었다. 남주인공인데. 그것도 임성한의 남자인데. 언젠가는 단 두 씬에 대사 한 줄이 다였던 황마마는 '심지어 떡대 보다 분량이 적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황마마를 죽이면서 상대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오로라공주의 스페셜 게스트 설설희. 그는 황마마가 놓쳐버린 모든 것을 가졌다. 분량과 자상함.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 무엇보다 여주인공을 괴롭히지 않는 주변의 상황. 극성 누나가 셋에 막강 시월드를 가진 황마마에겐 하나부터 열까지가 모조리 설설희 앞에서 초라해지는 조건의 나열이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급격하게 망가져 버린 황마마라는 캐릭터 자신이다. 막강한 시월드나 비교되는 배경이야 남자 자신만 든든하다면 그리 문제일 것도 못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시련일 뿐이니까. 문제는 황마마라는 캐릭터 자체가 도무지 남주인공이라기엔 매리트가 없다는 점이다. 아니 무슨 남주인공을 여주인공은 질색하며 밀어내고 이런 그를 스토커 취급하며 쫓아내는 (그것도 여주인공의 사주를 받아) 두 번째 남자라니.

 

 

 

"로라. 우리가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할 만큼 너 잡고 살 자신 있어?" "그러~엄!" 일일드라마에서 최악의 형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시월드를 오히려 비호하는 남주인공의 우유부단함 또한 그를 미워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걔 만나보고 그래도 오로라면 하자는 대로 할게." "매너 하면 또 황마마잖아." 이미 오로라는 그에 대한 마음을 끊어내려 하고 있는데 혼자 김칫국 마시며 최선을 위한 차선으로, 시커먼 속내의 선 자리에 발을 담그는 그.

 

 

 

큰소리만 쳤지 막상 비상식적인 누나들의 작태를 뜯어고치지는 못하는 마마는, 남주인공으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대사까지 섞는다. "일단 결혼만 하면, 로란 현명하니까." 혹여 오로라와 결혼한다면 그 버르장머리 단단히 뜯어고쳐 놓으라는 누나들의 말을 그대로 수긍하며 속으로 로라가 현명하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무책임한 작태까지. 그야말로 찌질한 남자의 원형이다. 이런 남자는 멜로 드라마 남주인공의 자격이 없다. 미즈넷의 게시물 제목으로나 적당할 인물이 남주인공이라니.

 

 

 

기어이 스토커 취급을 당하며 설설희와 주먹 다툼을 하는데 그 고고했던 황마마를 주먹질하는 남자로 만들어놓은 모습부터가 안쓰러웠지만, 그가 내미는 펀치를 족족 피하는 설설희를 보며 순간 탄식이 나왔다. 세상에. 저렇게 찌질한 주먹질을 하는 남주인공이 또 있을까. 최소한 한 대라도 맞게 해주지. 임성한 작가의 편애가 이 장면 하나로 그대로 드러나 보여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남주인공을 비참하게 만들면서까지 보호해주고 싶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설설희인가. 그럼에도 나는 황마마를 마냥 미워하지 못하겠다. 그것이 작가가 원하는 방향인 것 같아서. 그 수에 휘말려 덩달아 미워하기엔 오창석이라는 배우가 아니 황마마라는 가상의 인물이 서러워서다.

 

 

 

이쯤 되면 "도대체 저 배우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라는 생각이 든다. 제작진조차 단절되어있다는 임성한 작가에겐 오로라공주만이 유일한 그녀의 소통 창구일 테니까. 그래서 그녀는 배우에게 직접 전해야 할 말조차 드라마에 담는다. 여주인공에게는 SNS를 끊으라고 경고했고 남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은 시시때때로 트집을 잡았다. 작가에게 대본은 감정을 분출하는 스케치북이다. 그들에게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말은 우스운 조언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청자가 드라마의 스토리나 캐릭터가 아닌 그녀의 사적인 감정을 짐작하려해서야 이건 작가의 자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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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라를 놓친 마마가 너무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ㅠㅠ

  • ㅜㅜ 2013.08.30 12:42 신고

    ㅠㅠ떠도는 스포에 의하면 설희가 임작가의 총애를 받는것만은 아닌가보더라구요ㅜㅜ

    • 어떤 캐릭터가 작가의 사적인 감정에 따라서 이리저리 흩날린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배우가 작가의 비위를 맞추는 호스트도 아닌데 말이죠..

  • 꿈단지 2013.08.30 17:42 신고

    오로라가 찍는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감독에게 혼이 나는 장면을 보고 혹시 저런 이유때문일까하고까지 생각하게 되더군요. 짐작은 위험한 것이니 아니겠지하고 말았지만 드라마 개연성이 떨어지니 온갖 소문이떠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습니다.

  • sunny 2013.08.30 19:30 신고

    설희의 비현실을 넘어 초현실적인 캐릭도
    무서울 지경이네요
    어떤 반전이 있을지 몰라도 역대 최악의 남주임에는 틀림없고 캐릭터를 떠나 배우의 이미지를 되돌릴수 있을까 안타깝네요

  • sunny 2013.08.30 19:32 신고

    설희의 비현실을 넘어 초현실적인 캐릭도
    무서울 지경이네요
    어떤 반전이 있을지 몰라도 역대 최악의 남주임에는 틀림없고 캐릭터를 떠나 배우의 이미지를 되돌릴수 있을까 안타깝네요

  • 시청률 2013.08.31 10:11 신고

    이런 드라마가 시청률이 두자리 나온다는 사실. 아이러니하죠. 그러니 작가는 일단 개연성이고 나발이고 일단 자극적(캐릭터에 대한 사랑-시청자 마음을 가지고 노는식)으로 가는거죠. 일드이다보니 어느 타이밍부터 봤느냐에 따라 캐릭터에 대한 공감도도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고. 작가가 이런 점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고 봄. 어느 한 인물에 마음을 잘못주었다간 시청자만 함께 상처받죠. 오창석을 오공통해 처음 알았네요. 오창석은 이미지 관계없이 인지도 쌓고, 그냥 다양한 연기연습한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할듯 합니다. 이런 거지같은 대본으로도 연기가 된다면(나름 진정성 있는 연기 매력있음) 무슨 역할이든 못하겠어요. 배우들은 프로답게 임하는데 작가가 저질이네요.

  • 2013.08.31 19:44 신고

    김수현을 막장작가와 단순 비교하여 끌어들이진 맙시다,,

  • 황마마 2013.09.01 00:33 신고

    대본을 통해서 배우를 디스하는 건 참 보기가 불편해요. 오창석배우 눈빛에 빠져서 보게 된건데 맘이 그르네요.

  • 정말 안타까워요.전작 사랑아사랑아에서 참..가능성있는 중고신인이라느꼈고..눈빛도 깊은..오창석.황마마인데요..부당함과 캐릭터의 어처구니를 느낄텐데도 수퍼갑인 싸이코작가앞에선 입도 벙긋못할 무명의 배우니까요..

  • 작가님 너무 합니다 맘에안드는건 드라마시작하자마자 뮘니까? 작가님 아님피디님컨셉? 뻔히 황작가랑될걸말해버리는화면 . . 안조으네요 주위맘들 다싫타고 하네요 설희가죽어요? 이제 훤하니 안보고싶네요 아무리드라마지만 너무실망이고 처음 스타트 좀고치세요 다뻔한데 이제누가보겠어요 불쌍한설희~~

 

사지선다의 보기가 모두 마음에 차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주관식으로 채워넣는 기타의 항목은 네 개의 보기가 모두 답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내가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두 명의 왕자님, 황마마와 설설희는 오로라가 선택해야 할 두 개의 항목이다. 그런데 어쩌나. 이제 나는 백조 같은 황마마도 또한 흑조 같은 설설희도 오로라의 정답이 아니길 바라게 됐는데.

 

최근 이별한 무릎팍도사의 미덕은 한 페이지의 명언 집보다 진솔한 스타의 어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배우 하지원이 '발리에서 생긴 일'을 회상하며 꺼낸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조인성과 소지섭. 두 명의 남자를 두고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깨끔 발을 하던 하지원은 그야말로 어장관리녀의 전설이라 불리며 무수한 욕을 들어먹었지만. 그녀 또한 처음으로 대본을 들여다봤을 때 캐릭터 수정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두 명의 남자를 사랑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하지만 연기를 통해 수정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그녀는 비로소 두 명의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감정마저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소지섭과 조인성의 프러포즈를 동시에 받는데 갈등이 없어서야 온전한 심장을 가진 여인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소지섭-조인성을 두고 어장관리를 했다는 것은 바로 그녀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드라마 오로라공주에도 제법 근사한 두 명의 남자들이 여주인공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다. 당대의 투톱이라 부를 만한 소-조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카페 앞에서 이 두 남자가 서로를 맞대고 있을 때는 가슴이 절로 콩닥거릴 만큼 대단한 그림이 연출된다. 그런데도 나는 이 두 남자를 여주인공 오로라에게 넘겨주기가 싫다. 조인성과 소지섭이 판가름이 어려울 만큼 우월해서 선택이 어려웠다면 황마마와 설설희는 둘 다 나빠서 싫다.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쪽이 더 나은가가 아니라 어느 쪽이 덜 나쁜가를 선택해야 할 판이니까.

 

처음엔 그렇지 않았었다. 그 도도하신 오로라를 뻑 가게 한 목소리의 황마마는 심지어 디제이조차 녹이는 중이었으니까. 한참을 누나들의 찬사를 받으며 피날레를 장식했던 첫회의 첫 등장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는 도도하고 오만했지만, 합리적이며 자상한, 어른 남자의 분위기를 풍겨내는 '분'이었다.

 

 

 

그랬던 황마마가 급격하게 비틀대더니 어느 날은 추리닝을 입고 누나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바지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절절매는 어린애가 되어버렸다. 잘생긴 남자가 무너지는 꼴을 처음부터 기획한 소위 '까도남' 캐릭터라면 그것 또한 매력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애초에 도회적인 이미지의 황마마가 느닷없이 우유부단하고 마마보이 같은 이미지가 되는 것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구세주처럼 등장한 설설희는 또 어떤 남자인가. 분명 그는 황마마가 잠시 해롱대는 동안, 최적의 대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헌신에 가까운 그의 사랑은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잠들어있는 뒷좌석의 오로라를 그저 백미러로 바라보는 마음에 만족하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내 여자가 아닌 사람에게 이만큼의 선의를 베푸는 남자를 미워할 리가 없었다. 보답을 원하지 않는 사랑이기에 아름다웠고 갈구하지 않는 마음이기에 고결해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언제부턴가 작가에게 모든 능력치를 몰방 받은 듯한 설설희의 캐릭터는 오히려 넘치기 시작하자 재미가 없어졌다. 그를 애인 있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오로라에게 매일을 거짓으로 가상의 여자친구를 만들어 일상을 날조하는 그의 모습에서 점차 가증스러움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늘 오로라 얘기로 꽃피우는 설설희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저 가족은 그녀 외에는 대화의 소재가 없나 싶을 지경인데, 아직 고백은커녕 그의 속내도 모르는 오로라를 두고 가족들은 벌써부터 십 년쯤 된 며느리를 공상하는 분위기다. 만약 이 드라마의 메가폰을 유럽의 어느 감독이 잡았다면 싸이코 스릴러물이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간 임성한의 남자들은 결핍되지 않았었다. 그녀가 쓴 무수한 히트작에서 남주인공이란 여주인공을 지옥에서 끌어올리는 구세주였고 난제의 키워드였다. 그들은 여주인공의 슈퍼맨이었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여주인공을 선택했던 그들은 가족을 버리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았었다. 언제나 여주인공을 못마땅해하는 시월드는 존재했지만, 그것을 깰 수 있었던 것은 남주인공의 희생과 투쟁 덕분이었다. 그저 "사과해!"가 최고의 도발인 황마마의 미온적 태도는 그래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여주인공을 울렸던 것은 가난이나 부모의 원죄였지 적어도 남자는 아니었던 셈이다.

 

 

"한 놈은 너무 당기고 한 놈은 너무 느슨하네." 언젠가 오로라공주를 보던 부친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그래서 내겐 반갑기 짝이 없었다. 그것은 내게 부족했던 사지선다의 '기타'와도 같았으니까. 그렇다. 임성한 작가가 추구한 올해의 사랑은 멋있고 완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쿨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다.

 

음악이 거의 반절은 살린 영화 '클로저'를 보면 근사했던 등장인물을 망가뜨리는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랑 때문에 본색을 드러내고 사랑 때문에 구차해지고 사랑 때문에 궁색해진다. 그 고결했던 황마마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오로라를 붙잡기 위해 그리 쿨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설설희가 쓰고 있는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 뒤엔 진득한 스토커와 거짓말쟁이라는 무서운 이면 또한 감춰지고 있다. 그 도도하고 오만하며 넘치는 자존감을 갖고 있던 오로라를 연약한 울보로 만든 것 또한 사랑이다.

 

 

한마디로 찌질하기 짝이 없다. 분명 멋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게 또 우리가 하는 사랑이 아닌가. 마치 씨에프 같은 스물네 시간을 보내던 완벽한 그녀와 마치 이상적인 남편의 교육용 선전물 같았던 그들의 사랑은 티비 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정말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쿨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왕자님은 물론 공주조차도 없다. "작가로 살거 아니면 단맛만 느끼며 살기에도 바빠요." 인생의 쓴맛을 보게될 날이 오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철부지 과거를 떠올리며 단맛과 쓴맛이 섞인 와인을 맛보는 오로라. 오로라공주라는 역설적인 제목 아래에서 임성한 작가는 어쩌면 그녀 최초로 가장 흠집난 사랑 얘기를 다루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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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로라 공주의 배우들은 '전화를 받는다'는 지문이 보이는 순간, 공진단이라도 씹어 삼켜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드라마 오로라 공주 속 전화라는 장치는 사신의 부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는 순간 놀란 표정과 함께 미국으로 흡수되는 배우들을 보고 있노라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손창민 씨. 앞치마를 벗고 오로라 키친을 떠나주십시오." "오대규 씨. 당신은 알을 깨지 못했어요." 시시껄렁한 농담에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은 벌써 이 프로그램을 떠나간 사람이 일곱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오늘 사신의 전화를 받은 큰오빠 박영규의 퇴장마저 기정사실이라면 그 숫자는 여덟으로 채워진다. 이거 무슨 로스트도 아니고, 평범한 홈드라마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가 섬뜩하다.

 

연일 터무니 없는 그리고 석연치 않은 퇴장이 이어지자 시청자의 의문과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엠비시는 자체 프로그램까지 돌려 오로라 공주의 미스터리를 풀어보려 애를 썼으나 그 대답은 "죄송하다. 곤란하다."였다. 오로라 공주의 제작진은 이 모든 것은 임성한 작가의 권한이라 항변한다.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고 오로지 일방통행의 지시문만 보내오는 작가에게 심지어 방송사마저 제재를 가하지 못했다. 그 난리가 났음에도 기어이 첫째 오빠를 떠나보내는 임성한 작가의 고집이라니. 드라마가 아무리 작가놀음이라지만 이 드라마에서 임성한이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로마의 법칙이다.

 

 

 

배우마저 어리둥절한 석연치 않은 하차 이유를 두고 시청자의 추측이 오고 가고 있다. 그중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드라마 초반 의도했던 겹사돈 기획을 폐기시켜 버리고 청춘남녀의 사각 관계로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이 의견에 무게를 두는 것은 초반 주인공 못지않게 드라마의 중심을 이끌어갔던 오빠들의 활약이 줄어듦과 동시에 점차 커져가는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주인공 황마마, 여주인공 오로라.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들 사이에 불쑥 끼어들어 삼각관계의 틀을 완성하는 매니저 설설희. 그의 비중이 점차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다.

 

애초에 설설희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중심이 아니었다. 프로필에서조차 한참을 뒤로 밀려나 있는 그의 존재는 돌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고 같은 설설희의 사랑이 시청자에게 꽤 좋은 반응을 가져왔다. 왕자를 대신한 난쟁이의 사랑. 오로라에게 황마마가 아픔과 눈물이라면 설설희는 위로와 휴식이다.

 

 

 

그러니 여주인공 오로라에게 감정이입 중인 다수의 시청자는 설설희의 헌신에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것을 받아들인 임성한 작가가 그녀 드라마에서 최초로 남주인공 못지않은 조건의 두 번째 왕자님을 내세웠다는 이야기다. 포스터에서 얼굴도 내밀지 못했던 설설희가 이제는 주인공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고 그의 부모님까지 등장시켜 설설희의 지반을 다진다. 이렇게 되면 오로지 황마마와 오로라의 갈등을 위해 존재했던 드라마 초반의 주요 소재, 4겹 사돈을 폐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희생된 것이 영문 모른 채 떠나가는 오로라의 오빠들이다.

 

어쩌면 임성한 작가는 지쳐버렸는지도 모른다. 자극적인 소재로 매회 태풍 같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지난날의 앙금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상투적인 소재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문제는 마치 보기 싫은 구조물을 철거하듯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희생자를 남발하는 임성한 작가의 무례함이다. 드라마의 대사는 커서가 찍어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사람의 온기다. 그들을 소모품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의 계획을 틀어버렸다고. 작가 혼자 결정하고선 동의는커녕 사전의 언급조차 없이 그저 나가라고 적힌 대본을 내밀어 등을 떠밀고 있는 셈이다.

 

 

 

신인이라도 잔인하다 할법한 일을 선생님급의 중견 배우에게 어쩜 이리도 그녀는 잔인한가. 정해진 계획을 그토록 틀어버리고 싶었다면 최소한 희생될 사람을 위한 예의와 체면은 갖추어주어야 마땅하지 않았나. 동시에 아픈 세 사람의 부인과 세 사람의 미국행.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허술한 전개로 이별의 의식조차 없이 그들을 쫓아 보내고 심지어 배우에게 통보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폭리와 다를 바 없어 씁쓸하기까지 하다.

 

 

너무나 임성한스러운 '4겹 사돈'과 임성한의 외도 같은 '4각 관계의 러브라인' 그녀의 드라마를 단 하나도 빼먹지 않고 빼곡히 감상한 필자에게는 묘한 서운함과 애틋함이 남는다. 그러니 그녀의 외도를 조금 떳떳하게 지지할 수 있게 해달라. 피고름으로 쓴 대본이 누군가의 피눈물로 완성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그녀의 사랑을 지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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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 작가는 민심을 싫어하는 걸까? 이쯤 되면 이런 생각마저 든다. 임성한 작가는 새 드라마를 개장할 때마다 태풍처럼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했지만 2013년의 임성한 월드, 오로라 공주만큼은 예외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매회 막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던 소재도 -임성한 작가치고는- 얌전한 편이었고 캐릭터 또한 과한 우울과 한을 갖고 있지 않아 비교적 산뜻한 스토리로 전개되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임성한 드라마에서는 그야말로 파격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로맨스의 분배는 임성한을 무려 '임로코'로 불리게 할 만큼 인기를 잡아끌었다. 그야말로 오랜만의 정신 산란하지 않게 감상하는 임성한 드라마였던 셈이다.

 

그랬던 임성한 월드에 아니나다를까, 태풍 같은 막장 논란이 치밀어왔다. 그것이 과한 소재나 허무맹랑한 전개에 꽂힌 대중의 분노였다면 임성한이야 늘 그래 왔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번 논란만큼은 오히려, 임성한이 임성한답지 않아 대중의 공분을 샀다.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금쪽같은 여동생 오로라(전소민 분)의 두 오빠, 오금성(손창민 분)과 오수성(오대규 분)이 동시에 하차 소식을 전하는 황당한 전개가 대중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오로라 공주는 임성한의 예전 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눈치챘겠지만, 2000년도 임성한의 드라마 '온달 왕자들'의 시즌2 같은 작품이다. 수백 년 전 로열패밀리도 아니고, 바람기 다분한 아버지 아래서 서로 다른 엄마를 가진 오빠들과 띠동갑을 몇 번은 감아야 할 어린 여동생. 그러고도 아쉬웠는지 막판 스퍼트로 사고의 증거를 남기고 떠난 아버지의 최후의 자식. 남이면서도 남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한 가족을 이루어 펼쳐지는 이 드라마의 전개는 그야말로 임성한이라 가능한 이야기였다. 제법 부유했던 자식들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재산을 잃고 누더기 왕자가 되는 설정 또한 오로라 공주와 흡사하다. 오로라는 이 드라마에서 오빠들의 귀염을 받던 홍일점 막내의 20년 후를 보는 느낌이었다.

 

임성한 드라마에는 늘 다른 드라마가 넘보지 못할 파격적 세계관이 존재했고 그것이 오로라 공주에는 이른바 4겹 사돈이라고 부를만한 형제들의 관계였다. 여주인공 오로라가 가진 세 명의 오빠.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을 호위하는 세 명의 누나. 눈이 시릴 만큼 서로의 동생을 물고 빠는 극성 오빠-누나를 강조하기 위해 임성한은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 불륜 냄새 폴폴 풍기는 위험한 오빠들이 로라를 떠올리며 케이크를 달랑달랑 손에 쥐고 들어오는 첫 장면을 기억해보라. 그토록 모진 말로 부인을 약 올리던 둘째 오빠가 여동생 앞에서는 강아지 눈이 되어 말 잘 듣는 학생처럼 그녀의 충고를 귀 활짝 열고 들어주지 않았던가.

 

 

 

이번의 화면은 남동생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세 여자에게 시선을 맞춘다. 귀티 나는 용모에 우수한 이력을 가진 신비의 소설가 황마마는 누나들의 열광적인 환영과 감동이 있어 더욱 가치 있는 존재로 비추어졌다. 눈이 시려울 만큼 남동생을 떠받드는 세 여자를 특유의 말본새로 모욕해버린 여주인공 오로라. 이 판국에 세 오빠와 세 누나가 3:3 미팅처럼 좋은 무드로 향하게 됐으니 소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오로라가 탐탁지 않은 시누이. 내 동생 욕하는 건 절대 못 두고 본다는 세 오빠. 이건 누가 뭐래도 오로라 공주의 가장 큰 전율이자 기대치였다.

 

그리고 동생을 끔찍이도 비호하는 그들이 4겹 사돈이라는 무리수를 눈앞에 두고 어떤 방향으로 애정 전선을 비틀지 또한 이 드라마를 기대하는 은밀한 유혹이라 말할 수 있었다. 이 흥미로운 소재를 두 오빠를 날려 먹음과 동시에 같이 박살 내버린 것이다. 도미노처럼 휘말린 큰오빠 박영규(오왕성 분)의 하차 여부만을 남겨놓고 이미 나머지 오빠들은 뜬금없이 미국행이라는 괴상한 전개로 한국을 떠나버린 뒤다.

 

뭐 웃찾사 보다가 죽은 여인도 존재하는 임성한 드라마에서 이것 또한 임성한이 의도한 전개가 아니냐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일방적 하차 통보"였다는 관계자의 말은 이해를 무색하게 하는 변고다. 그야말로 피디에게 미움을 산 오로라가 드라마 '알타이르'를 촬영하며 겪는 부당함을 신인배우도 아닌 오랜 내공의 중견 배우가 무력하게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 공주 밖의 공진단이 되려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창작의 고통을 '피고름으로 쓴 대본'이라 표현했을 만큼 독하고 한 서린 서사로 대중을 섬뜩하게 하지만 무엇보다 임성한이 임성한인 이유는 어떤 회유나 협박으로도 꺾어놓을 수 없는 고집불통의 성격 탓이 더 크다. 오로라 공주의 전작 신기생뎐에서 그녀는 느닷없이 시아버지를 귀신 들린 사람으로 만들어 코미디 같은 납량 특집을 전개했다. 뒤틀린 개연성과 터무니없는 전개에 우롱당하는 기분을 느낀 시청자들이 연일 항변을 했으나 기어이 이 연기자는 동자신에서 할머니 귀신 심지어 장군신까지 스며든 '신들린 자'를 연기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고집불통의 임성한은 본격 무속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 '왕꽃 선녀님'에서 여주인공의 어머니를 죽였다 사흘 후에 부활시키는 무모한 전개를 계획했으나 윗선의 반대로 무마되자 엠비시에 절필을 선언한 이력도 있을 정도다.

 

이만큼 마이웨이 정신으로 똘똘 뭉친 임성한 작가를 도대체 어느 누가 바꾸어 놓았단 말인가? 생뚱맞게도 필자는, 그것이 분노가 아닌 사랑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을 하여본다. 이미 많은 사람이 지적하고 있듯이 오로라 공주는 기존 임성한 월드와 달리 최초로 남주인공과 대등한 매력과 존재감을 어필하는 두 번째 남자가 등장하고 심지어 그 비중이 남주인공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 역할 설설희(서하준 분)의 분량이 워낙 커진 탓에 남주인공 황마마는 거의 단역이나 다름없는 분량으로 안타까움을 샀다. 설설희만 나오면 입가가 헤벌쭉해지는 필자마저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참이었다.

 

 

 

무려 120회를 기획한 일일 드라마에서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던 주요인물을 반 토막도 채우지 못하고 쫓아 보냈다. 결국,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로 짐작되었던 4형제 자매의 갈등이 해체된 셈이다. 계획했던 갈등을 쫓아내자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은 반대편에서 시소를 타고 있던 또 하나의 갈등이다. 황마마-오로라-설설희. 세 청춘남녀의 삼각관계. 이 러브라인을 극의 중심으로 이끌기 위해 임성한 작가는 코너 속의 코너를 만들었다. 서바이벌 게임. 배틀로라.

 

사실 설설희라는 캐릭터는 드라마 초반 포스터는커녕 지금도 캐릭터 소개문의 끄트머리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드라마에서 그다지 존재감이 크지 않은 보조 역할에 불과했다. 그랬던 그를 이만큼의 존재감으로 키운 것은 순전히 임성한의 자유의지겠지만, 그 마음을 움직인 동기에 시청자의 참견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기존 임성한 표 드라마와 차별화를 두는 오로라 공주의 자극이 덜하고 로맨틱한 전개는 시청자의 환영을 받았다.

 

 

이전의 드라마들처럼 독하지도 한이 서려 있지도 않은 오로라 공주는 심지어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주인공의 처지에 빙의 돼 임성한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고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오만하고 귀티나지만 어른 남자의 관능미가 느껴지는 황마마. 언제나 물 먹은 눈빛으로 간절히 오로라를 바라보는 충견 같은 자태의 설설희. 네 목에 파묻고 비누 냄새를 맡고 싶다는 스킨십 같은 프러포즈를 던질 수 있는 황마마. 늘 경계선 밖의 설설희. 오로라가 가장 힘겨운 시절에 그의 곁에 없었던 황마마와 그 사이의 고독을 채운 것이 다름 아닌 설설희라는 것도 마음을 당기는 비결이다.

 

 

 

오로지 하늘이 맺어준 두 명의 인연을 묶어놓고 시청자에게 그저 진행을 관찰하게만 했던 기존의 독선적인 전개와는 확연히 차별화를 두는 부분이다. 덕분에 시청자는 임성한 드라마 최초로 두 명의 남주인공을 놓고 어느 커플이 나은가를 대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임성한 작가로서는 처음 맞아보는 환영일 터였다. 그 어떤 협박과 분노로도 돌려놓을 수 없었던 철옹성 같은 임성한의 마음을 회유한 것은 바로 시청자의 응원과 사랑이 아니었을지. 막연한 추측일 뿐이지만 차라리 이런 쪽의 망상이 로맨틱해서 마음 편하지 않은가? 임성한을 드라마계의 공진단으로 만들어버리는 것보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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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16 20:36

    비밀댓글입니다

    • ^^ 이번 오로라 공주만큼은 무탈하게 지나갈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청춘남녀 러브라인으로 여심을 잡고 싶은 모양입니다. 4겹사돈 쪽이 더 특색있고 재밌었을텐데 아쉽네요.

  • 전업주부 2013.07.17 01:27 신고

    작가가 재수없으니까 정현이같으면 도둑과 살인자로만 나올텐데.....

  • 김정분 2013.09.05 17:59 신고

    설설희와오로라하고결말이좋았으면좋겠다

  • 2013.09.05 18:26

    비밀댓글입니다

  • 오로라참잼나게보고있는데갑자기오로라가황마마찿아곤게우습고재수없내여,,오로라도재수없고,이제껏양다리걸쪄서한남자설설싀붕소님과설설희에게희롱한거아니냐구요,,나도같은여자지만오로라는정말재수없내요,황마마는더재수없구야비하구요!!오로라볼맛이뚝떨어지내요!!작가님

 

 

임성한 작가의 흥미로운 신작 오로라 공주는 기존 임성한 작가의 팬이라면 기함을 할만한 두 가지 변칙이 있다. 한이 없는 여주인공. 금족령이 풀려버린 두 번째 남주인공이다. 나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보석비빔밥'을 보며 웃다가 죽을 뻔한 기억이 있는데 철부지 부모에게 있는 대로 돈과 마음을 털린 자식들이 참다 참다 솟구친 응어리를 터뜨리는 장면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시장 난전에서 터진 싸움판처럼 촌스럽고 시시콜콜했다. 극의 클라이맥스도 아니었고 눈물겨운 감동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어떤 드라마틱한 연출조차 없이 그저 평범한 싸움 신을 한 시간 가까이 끌고 나가는 임성한 작가의 필력은 감탄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아리영이 깨진 병을 집어들고 자경이가 배득이에게 머리를 쥐어뜯긴 것처럼 임성한 작가의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부모 때문에 불행했다. 때론 가난해서 그랬고 때론 잔인해서 그랬고 때론 무책임해서 그랬다. 그래서 그녀들은 하나같이 독했고 필사적이었다. 오로라 공주의 오로라(전소민 분)은 공주님이라는 호칭만큼이나 이런 임성한의 불문율을 피해 가는 유일의 로열패밀리다.

 

할아버지뻘의 부모. 띠동갑의 오빠들. 줄줄이 아들에 낙담하던 회장님의 막둥이 고명딸. 그야말로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양분처럼 듬뿍 빨아들이며 자란 오로라다. 그러니 한도 없고 우울도 없다. 마치 톡톡 터지는 레모나처럼 그녀는 언제나 상큼하고 산뜻하다. 비록 허리케인처럼 찾아온 가난이 그녀의 부를 앗아가 버렸다고 해도 그녀는 금세 툴툴 털고 일어나 제2의 인생을 기획한다. 이제 그녀는 손만 뻗으면 절로 잡혔던 모래알 같은 돈이 백사장에 떨어진 알곡을 찾는 일만큼이나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부자가 되겠다 결심했던 것이다. 21세기의 신흥 귀족 연예인으로의 전환. 가장 빠르게 부를 찾는 방법임을 영리한 오로라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여주인공의 배신에 가까운 변수만큼이나 특이한 반전이 내겐 여주인공에게 주어진 러브라인을 선택할 기회다. 이제 더이상 임성한의 여주인공은 까다로운 식성을 숨길 필요가 없게 됐다. 뷔페처럼 차려진 화려한 이력의 왕자님들이 몇 명씩이나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전까지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결코 바뀌지 않았던 숙명 같은 것이 남녀주인공의 순결한 사랑이었다.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픈 마음을 숨기고 서로를 외면하는 사건은 있을지언정 서로의 마음이 변심해서 돌아서는 일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임성한 작가는 드라마가 시작되고 눈이 맞은 남녀주인공을 몇 회 되지도 않아 끊어버렸다. 그것도 심지어 버림받은 대상이 여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놀랠 노자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남주인공이란 오직 잘난 여주인공의 선택을 기다리는 존재일 뿐이었다. 이별을 선언하는 것도 여자였고 시련을 주는 것도 여자였다. 그 잔인한 과정을 남자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어떤 순간에도 여주인공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로라 공주의 근사한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은 여주인공 오로라를 버리고 상처 입히며 도도하게 팔짱을 끼곤 그녀를 내리깔아 보고 있다. 가끔 아련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도 있지만, 현재까지 그가 여주인공에게 남기는 감정은 상처와 아픔 이다.

 

이전까지 상처 입은 여주인공의 한을 끌어안아 주며 안락한 둥지가 되어주었던 기존의 남주인공과는 차별화되는 설정이다.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남주인공이 오히려 여주인공을 슬프게 하고 울리며 괴롭히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에서 그녀를 안아주고 울음을 그치게 하는 따뜻한 치료제 역할을 모조리 조연이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오로라 공주의 두 번째 남자 설설희(서하준 분)이다.

 

 

 

그는 일단 직업부터가 오로라의 울타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의도한 장난이 아니고서야 타인의 경멸과 무례를 실전으로 받아본 적 없는 오로라 공주님을 매니저 설설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키며 보살펴준다. 눈물을 흘리는 오로라에게 손수건을 내밀며 애틋하게 웃어주는 사람. 어두운 밤길을 마지막까지 배웅해 그녀의 가는 길을 지켜봐 주는 사람.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뻐요." 예전 같으면 콧방귀를 뀌고 웃어넘겼을 그 흔하디흔했던 인사치레가 이제는 유일한 위로가 되어버린 매니저 설설희의 따뜻한 한마디. 그는 오로라의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며 그녀의 위태로움을 지켜주는 기둥이며 무엇보다 오로라를 예전의 고귀한 그 사람으로 대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같이 먹으러 다니고 영화 보고 이런저런 얘기하고 여자들은 그런 거 좋아한단 말이에요."

"지금.. 우리처럼요."

 

 

 

늘 시시콜콜하게 들렸던 임성한의 음식 담화가 이날만큼은 왜 그리 애틋하고 가슴 설레게 들리던지. 말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심없는 오로라를 사심 그득 담아 아련하게 바라보는 설설희가 참 처연했다. 그게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팥빙수를 나누는 이날의 하루를 오로라는 그저 스쳐 지나갈 일상이라 생각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 보는 설설희에겐 잊을 수 없는 데이트의 기억이었다. 너무나 많은 진심을 담고 있는 설설희와 달리 아직 황마마를 잊지 못한 오로라에게 그는 그저 '좋은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이 못내 애틋하고 안쓰럽다.

 

 

분명 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별은 내 가슴에의 기적은 오로라 공주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황마마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오로라를 바라볼 것이며 오로라는 변치 않은 마음으로 황마마를 안아줄 것이다. 그리고 설설희는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한발 물러서 그들의 기억 속에 사라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설설희는 그저 공주님을 왕자님에게 인계하기 위한 다리에 불과해질지도 모른다. 아마도 설설희는 마지막까지 뒷좌석의 오로라를 거울 틈으로 바라보는 사랑에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문득문득 설설희의 아련한 눈빛이 떠오를 것만 같다. 그게 바로 임성한의 진짜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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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분 다 매력적이시네요~ 드라마가 더욱 흥미로워지는 것 같아요^^

  • 그런데 2013.07.12 12:27 신고

    별은 내가슴에의 기적이 일어날 거 같은 마음이 자꾸만 드는 건 왜일까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임작가라는 것도 있고, 서브라기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너무나 강력한 기운이 느껴져서인 거 같아요. 끝까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구요.ㅎㅎ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공감하고 갑니다~

    • 오늘 오로라 오빠들을 석연치않게 하차시킨 기사가 떴던데.. 정말 임성한 작가가 설설희라는 캐릭터에게 (혹은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에게) 푹 빠진 듯한 느낌입니다. 오로라 오빠들이 존재해야 황마마 캐릭터에 긴장감이 생기는데. 그런데 이런 강압적인 전개는 오히려 설설희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방식 같아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동경하는 매력이 이 캐릭터의 진짜 감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꺄아^^ 2013.07.12 16:14 신고

    임작가님 드라마는 몇십년전 보고또보고 이후 첨이라...
    예측이 잘 안됬는데, 글 잘 보았습니다.

    그쳐. 설희랑은 안될꺼 같져?ㅠㅠ 아쉽긴해여...
    진짜 저 아련하고 사랑스럽다고 쳐다보는 눈빛에 녹아버릴꺼 같네요 ^^ ㅎㅎㅎ

    오늘 기사에 두 오빠가 하차한다고 나왔고, 또 게시판에 보니까 삼각으로 갈꺼냐 막 으런 소리가 있던데... 어찌되든, 서하준 배우는 시청자들에게 눈도장 확실히 찍은 것 같아요^^

  • 희망 2013.07.13 08:37 신고

    가능할거라고 봅니다. 왜냐면 작가가 4차원을 넘어선 5차원이라.. 요즘 하는 거 보면

    남주 바뀌는것은 그냥 식은죽 먹기 처럼 보이는데요.

  • 김현주 2013.07.17 00:28 신고

    설희야 흥해라!!

  • 최정민 2013.07.19 12:58 신고

    잘 읽고갑니다.

    대부분 공감되는 내용이네요~.

    이 작가의 드라마에서
    이렇게 3각관계를 부각시킨 경우가 없었는거 같네요-.

    보고또보고.온달왕자들.인어아가씨.왕꽃선녀님.하늘이시여.아현동마님.보석비빔밥.신기생뎐
    모두 삼각 관계는 없었는데-...

    님 말씀대로 대부분 부모와 그닥 사이가 좋지 않았는거 같구요~

    근데..님 작가나 기자인가요?

    글을 참 잘적으셔서 한 번 여쭤 봤습니다.

    지나가다가 좋은 글 읽을 수 있어서 좋았구요-.

    임작가의 조연 혁명 이번엔 함 이루어봤음 하네요!~

  • 유현 2013.09.26 19:54 신고

    오로라공주 설설희(서하준)가 오로라의 매니저 일까지 하다보니 바로 자살한 이선희씨 전남편 윤희중씨(윤희중씨는 1986년 생전에 이선희씨 매니저 일까지 하였음.)가 떠오르거든요.

  • 공선주 2013.10.05 02:07 신고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어렵고도 힘든 일 이겠지요??
    다른 글도 그렇지만 특히나 드라마는 파괴의 선을 넘지 말아주세요.. 물론 흥미진진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해하려면 가슴 벅차요..

  • 이송비 2013.10.29 23:21 신고

    저는 마흔여섯 아줌마인데 오늘 설설희의 노래에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저 드라마일뿐인데말입니다 그래서 설설희 검색했더니 님글이 있네요 글을 잔잔하니 잘 쓰셨네요 잘읽고갑니다

 

일 년에 몇 번씩 새로 개장하는 아침 드라마의 소재는, 어떻게 꼬아놔야 시청자를 분노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절실히 연구한 흔적이 느껴져 애처로움을 준다. 하지만 필자는 자신한다. 적어도 10년 이내에 그 어떤 드라마가 나온다고 해도 인어아가씨가 보여준 복수의 쾌감이나 하늘이시여가 달성한 엽기적 소재 이상을 뛰어넘을 순 없을 것이라고. 2002년의 인어아가씨. 2005년의 하늘이시여가 합계 십 년의 연식을 훌쩍 넘기는 순간에도 이 드라마 이상의 불편한 쾌감을 이룩한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떠올려보라. 천진한 얼굴의 아버지 앞에서 이름의 어원을 밝히며 또박또박 은아리영을 말하던 장서희의 독기와 아버지 내연녀의 뺨을 후려치고 유리병을 박살 내서 휘두르던 한을 당해낼 수 있겠느냔 말이다. 시월드가 그렇게 무섭다더니, 가장 이상적인 시월드 -즉 내 시어머니가 우리 친엄마라는 엽기적인 발상으로 대중을 기함하게 했던 하늘이시여의 신선함은 그 어떤 막장 드라마가 떼로 덤벼든다 해도 깨부술 수 없는 센세이션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기억하는 임성한 월드는 4시간 삶은 김치찌개나 칫솔로 씻는 딸기 따위가 아니다. 나는 임성한이라는 이름에 도무지 그녀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들을 떠올린다. 운명과 사랑이다. 사실 임성한 월드를 욕하면서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무시무시한 소재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그 어떤 작가보다도 맛있는 로맨스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한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린 보고 또 보고에서도 그랬다.

 

나는 지금까지도 차가운 여간호사 '은주'가 검사 남자친구가 사다 준 31아이스크림을 마치 사치품처럼 가족에게 자랑하던 그 행복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 한강 둔치에서 포테이토 칩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언니 '금주'의 얼굴을 귀여워서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허준호가 그저 귀엽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지나가는 강아지를 지폐를 꺼내 들며 팔라고 했던 황당무계한 장면 또한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기억하는 로맨스 중 하나다.

 

 

 

임성한 작가의 신작 '오로라 공주'는 지난 작품에 비하면 다소 얌전해진 느낌이지만, 그 나머지 감정을 임성한 특유의 생활형 멜로로 채우고 있어 상큼함을 더한다. 오로라 공주는 그녀가 썼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 산뜻하고 로맨틱하다. 심지어 그녀 자신의 불문율마저도 깨버렸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가난은 필수 조건과도 같았다. 부모의 무능이 트라우마가 되어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그녀들. 그러나 날 때부터 금숟가락 물고 나온 오로라 공주님은 세상을 원망하지도 복수를 갈망하지도 않는다. 막상 다가온 가난 앞에서도 그녀는 산뜻하고 영리하다. 그동안 받아온 건강한 사랑이 자양분으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임성한 로맨스와 달리 이미 결정된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을 끼어드는 삼각관계의 여지를 이렇게 오랫동안 끌고 간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이전의 임성한 작가의 작품 속에서 눈맞은 남녀 주인공은 대체로 한번 확인한 마음 앞에서 휘둘리지는 않았었다. 간혹 너무 잘나신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캐릭터들이야 존재하곤 했지만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시켜줄 일시적인 갈등 유발자로 존재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임성한 작가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남주인공 이상의, 대등한 존재감을 가진 멋진 남자가 여주인공을 짝사랑한다. 이건 개혁이고 반역이다.

 

 

 

적어도 임성한 작가의 작품 속에서 여심을 흔드는 유일한 아이돌은 오로지 남주인공 한 사람으로 족했었다. 세상에 이런 여자 또 없습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여주인공에게 모든 능력치를 쏟아붓는 임성한 작가는 남주인공 또한 안기고 싶은 남자 1위를 만들기 위해 급급했었다. 그리고 사랑을 쏟아붓는 사람은 여주인공이 아닌 오로지 남주인공 자신이 되어야만 했다. 여주인공은 가끔 튕기며 속을 썩이는 일이 가능하지만, 남주인공은 멍석말이를 당하면서까지 여주인공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퍼붓는 것이 임성한 월드였다. 그런데 이 작품은 뭔가. 시작하자마자 여주인공에게 등을 돌린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이라니. 그리고 나타난 새로운 왕자님 설설희(서하준 분)은 현재까지 남주인공이 해야 할 일들을 대신 진행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로라(전소민 분)의 교만에 질색하고 그녀를 내다 버린 황마마는 기존 임성한의 스윗한 남자들과 달리 그녀를 상처 주고 핍박하는 관계다. 그렇게 상처받은 오로라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사람이 다름 아닌 두 번째 남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다. 심지어 얼굴까지 잘났으니 시청자의 반응도 남주인공이 아닌 이 남자 쪽에 더 끌리는 모양새라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이건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서 그야말로 처음 보는 현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설마 황마마역의 배우 오창석이 중간에 바꾼 머리 모양이 임성한 작가의 노기를 사버린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남주인공을 외면 중인 요즘의 노선은 임성한 작가의 기형적 패턴일지라도 임성한 특유의 여주인공을 위한 로맨스 드라마라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어 즐거움을 준다. 상대적으로 흔하고 평범한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유혹적인 남주인공의 매력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의 로맨스물과 달리 그녀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남주인공보다 튀고 다재다능한 퍼펙트걸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여심을 사로잡는 대상은 우아한 귀족 황마마나 달콤한 보디가드 설설희가 아니다.

 

 

레모네이드처럼 청량하고 상큼한 그녀, 오로라의 톡 쏘는 맛이 이 드라마를 설레게 하는 요인이다. 거만하고 오만했지만 어려운 환경 앞에서 금세 주제 파악을 하기도 하며 그럼에도 무너지진 않고 여전히 파워풀하게 충전된 자신감으로 명쾌한 일침을 날리는 사랑스러운 여자 오로라. 필자가 이전에도 예상한 바 있지만 그리 녹록지 않은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는 배우 전소민의 연기력이 이 캐릭터를 나날이 사랑하게 한다. 오로라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로라 공주의 가장 벅차오르는 로맨스 중 하나다.

 

 

 

기존의 임성한 드라마에서 아무리 불륜이 판을 치고 복수가 넘실대도 결코 건드려선 안 되는 성물 같은 존재가 바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었다. 오로라 공주는 그 사랑의 패턴을 시작부터 꼬아놓은 드라마다. 변칙과 원칙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오로라공주의 로맨스. 과연 이번에도 드라마의 마지막 로맨스는 결국 작가가 점지한 남녀주인공 커플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녀 생애 처음으로 다른 남자에게 여주인공을 안기는 변칙을 선택할 것인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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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2013.07.04 09:24

    비밀댓글입니다

  •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더 많이 나오면서 재밌어진 것 같아요~ㅎㅎ

  • Lily 2013.07.04 15:55 신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틀린 맞춤법이 눈에 띄네요.

    이름의 유례 -> 유래 겠지요?
    엄한 -> 애먼 입니다. ^^

    • 아이구 감사드립니다. 매번 오자를 고친다고 하면서도 틀리는 부분이 있네요.^^ 알려주신 부분 몇번이고 유념하면서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게 2013.07.04 18:25 신고

    이게 왜 막장드라마?

  • 막장은 막장인데.. 2013.07.05 09:21 신고

    막장은 막장인데..임성한 천재같다..미신,토속신앙,동성애 핫이슈,최신 트랜드 중에서도 날카롭게 상식과 비상식 경계선에 있는걸 잘 집어내는거 같다. 아킬레스건 같은걸 잘 풀어내는거 같다. 근데 남편 죽은거 방관한거 같아서 좀 질색이다

 

클램프라는 일본의 만화 제작 집단이 있다. 국내에도 꽤 많은 팬을 보유했던 그들의 만화 중 SBS에서 전격 방영된 '카드캡터 체리'라는 작품을 필자는 꽤 즐겨 봤었는데 이 애니메이션의 마지막회를 보고 전율했던 기억이 난다. 꼬꼬마 때 처음 느낀 일명 컬쳐쇼크랄까.. 초등학생 체리는 눈처럼 귀티나게 생긴 도진 오빠의 친구, 청명오빠를 팬케이크만큼이나 짝사랑해왔다. 어차피 누구나 다 아는 짝사랑이었지만 초등학교 여자애라 할지라도 격식을 차리고 진지한 얼굴로 프러포즈를 하니 그 장면이 사뭇 진중했다. 하지만 청명 오빠는 체리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때 체리는 서글픈 눈빛으로 묻는다. "오빠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오빠죠?" 순간 나는 얼어붙어 버렸다.

 

명드 오로라공주를 이야기하면서 웬 일본 만화 타령인가 싶겠느냐마는 이날의 오로라공주를 보면서 느낀 일부의 놀라움이 그때 필자가 받은 충격에 못지않았을 테니까. 아무리 임성한 작가라지만 일일드라마 최초로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는 말을 소품이 아닌 드라마의 중심 화두로 끌어올릴 줄은 몰랐다.

 

 

 

"안녕하세요. 나타사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나타샤라고 불러요." 아무리 막장에 또드(돌아이 드라마)라고 불리어도 적어도 불륜 남녀를 응징하는 일만큼은 칼 같은 임성한 작가는 그래서 젊은 날의 과오를 가진 왕여옥(임예진 분)을 고이 넘겨 봐주지 않는다. 시시때때로 전처의 딸에게 응징을 받는 고단한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인 큰아들 박사공(김정도 분)마저 사고뭉치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그저 다정다감하고 집안의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한의사 아들 박사공이 이런 문제를 들고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요즘 누가? 싶은 금발 머리에 90년대 아이돌 같은 헤어밴드를 두르고 나타난 요란한 행색의 이 남자. 나타샤라는 여성 이름으로 불린다는 말부터가 전초전이었다. 왕여옥은 묘한 눈빛으로 그를 불러들인다. "어머님. 절 받으세요." 그러자 이 남자는 느닷없이 시키지도 않은 절을, 비좁은 소파 틈에 끼어서 한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좀 이상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사뿐히 절을 하는 저 모습은 ..흡사 여성의 절이 아니었나. 나타사가 단순히 예의를 모르는 사람일 뿐일까? 마치 불안을 예감하듯 왕여옥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의 폭탄발언이 나올 줄 예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십 년 전. 병원에서 아들이 뒤바뀌었다는 말을 들었어도 이만큼 놀랐을까. 아마 왕여옥은 이 남자가 말하는 말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아들에게 전화를 걸면서도 그녀는, 차라리 이게 몰래카메라거나 저 나타샤라는 남자가 미친 사람이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현실이었다. 아들은 당황하며 노여워했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왕여옥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일일드라마 최초의 동성애 등장이 아닐까 싶은 이 파격적인 장면이 사실 필자는 조금 반가웠다. 일일드라마가 어떤 시간대인가. 거의 부모님이 꽉 움켜쥔 채널을 효도하듯 넘겨드리는, 중장년층의 점유지 아니었나. 그 시간대를 용감하게도, 성 소수자를 화두에 올려 조금이라도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면 이게 바로 고육지책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임성한 작가는 비난을 좀 듣겠지만, 어차피 그녀에게 비난이란 껍질 같은 것이고 딸기를 칫솔로 씻어 먹게 한 파급력이라면 성소수자의 등장도 파급력이 클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애써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녀를 칭찬하면서도 무언가 개운치가 않았다. 바로 이전의 드라마에서 충분히 왜곡했던 성 소수자의 이미지 때문이다.

 

오래전 드라마 보석비빔밥에서 필자는 무척 불쾌한 장면을 목격했다. 여자친구를 대신하여 분식집을 운영하던 서영국(이태곤 분)은 며칠 전부터 자신에게 야시시한 눈빛을 보내는 한 남자 때문에 고충을 겪는다. 그건 누가 봐도 그냥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 속에 박힌 동성애자의 이미지였다. 몸을 비비 꼬며 오빠앙~하고 끝에 하트를 붙이는. 혹시 트랜스젠더가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캐릭터가 직시하는 말과 주변의 분위기를 살펴볼 때 이 남자는 게이로 설정된 것이 맞았다. 게이와 트랜스젠더를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민감한 소재를 드라마로 끌어들이는 임성한 작가의 경솔함을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저 사람이 트랜스젠더로 설정된 것이라도 충분히 불쾌한 묘사라고 생각했다.

 

 

 

나는 일일드라마 최초의 동성애 등장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한편 이 남자가 동성애자가 맞는가를 잠시 의심했다. 트랜스젠더, 즉 성전환자는 동성애자와 같은 영역이 아니다. 트랜스젠더를 동성애자, 즉 게이로 표현한 것이라면 임성한 작가의 경솔함을 또다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조금의 공부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선입견으로 성 소수자를 풍자의 대상으로 사용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나 게이나 그저 남자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여자 절을 하고 오빠~로 대화하는 사람이지 않으냐고 뭉뚱그려 표현한 것이라면 우려를 넘어서 화가 치민다.

 

만약 나타사가 성전환자가 맞다고 하더라도 우려와 불만은 잠재한다. 드라마의 흘러가는 모양새를 봐선 왕여옥의 아들 박사공을 동성애자로 설정한 분위기인데 트랜스젠더를 사랑한다고 하여 그 사람이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리수의 남편 미키정을 동성애자로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사공을 두고 양성애자냐 혹은 동성애자냐 하는 토론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혹여 이 모든 설정을 미리 안배해두었다고 하더라도 연이어 나타사를 쓸데없이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히고 분장을 시켜 희화화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고정관념과 왜곡으로 똘똘 뭉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드라마가 나서서 부채질하는 일이 되는 것이라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이 모두 정상이 아닌데 성소수자라고 해서 정상이겠느냐 라는 생각 또한 해보았으나 그 대상이 사회의 편견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외 계층이기에 드라마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김수현 작가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동성애 소재를 드라마의 주제로 끌어올렸다. 어찌 보면 그 설정마저도, 임성한 작가가 김수현 작가를 부러워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전처의 아들. 집안의 장남. 눈부신 의사가운. 나는 이 드라마에서 게이라도 좋으니까 사랑하고 싶다던 여자가 꺼낸 한마디 말을 잊지 못한다. "내가 섹시하지 않아?" 캬. 이만큼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확연하게 구분하는 말이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동성애자는 한마디로 이성에게 섹시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김수현 작가의 동성애 언급은 인생은 아름다워 뿐 아니라 이전의 드라마에서도 줄곧 드러내 왔다. 비록 어디까지나 소모품에 가까운 화제였지만 그녀가 왜곡된 표현으로 성 소수자를 깎아내리는 광경을 단 한 번도 목격한 역사가 없다. 임성한 작가가 김수현 작가의 동성애 언급을 동경한 것인지 무언지는 모르겠으나 왜 껍데기만 주워담고 알맹이는 내다 버린 것일까. "식구들한테만이라도 인정받고 싶다니까." "너 왜 그래? 그렇게 생각이 없어?" 하물며 남자친구의 동의도 없이 무턱대고 부모를 찾아가 아들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일은 그야말로 아웃팅이 아닌가? 설사 트랜스젠더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의 시선이 어떤가를 익히 알고있을 그가 이런 무모한 행동력이라니.. 이제야 겨우 가족과 맞대면한 오로라만큼은 아니더라도 웬만큼의 섬세한 설정을 요구하는 것이 임성한 작가에게는 무리란 말인가.

 

 

물론 마냥 비난만 퍼붓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가 아직 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라면 일일드라마에서 성 소수자가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제3의 가정을 일구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김수현 작가도 거기까진 도달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임성한 작가의 행동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싶다. 문제는 이런 왜곡된 표현력으로 그런 전개를 만들어봤자 그저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부디 이 걱정이 그저 오지랖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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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지나가다 2013.06.08 01:39 신고

    안 그래도 이 작가가 트랜스젠더랑 동성애자랑 헷갈리는 것 같아서 맘 한구석이 찜찜했는데 잘 짚어주셨네요. 트랜스젠더들은 자신들을 "동성"애자라고 생각하지 않을텐데... 둘다 "성소수자" 인것은 맞지만 두 그룹이 동일한 그룹은 아니거든요.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지만 전 둘 중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나와산지 10년이 지나니 그저 자연스럽게 구별이 되네요.

  • 2013.06.08 15:04

    비밀댓글입니다

  • 노을인 한번도 안 본 드라마입니다.
    리뷰로 대신하고 가요^^

  • 행인 2013.06.11 23:16 신고

    지나가다 보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끝 까지 공감 되는 글입니다 저도 초등학생때 체리 보고 놀랬던 기억이 있어요 오로라 공주 드라마 보면서 불편했던 건 마찬가지입니다 또 게이와 트랜스 젠더 구분 못 하고 소재로 삼았구나 왜 저런 머리에 헤어밴드를 하고 나왔는지;; 보통사람인 저도 아는 부분을 작가가 숙지 하지 않았다는게 좀 실망 스러워요

  • 행인2 2013.06.12 15:42 신고

    저도 드라마는 안봤지만 송배우에 대해 관심이가서 이리저리 찾아보다 오로라공주 내용을 보게 됐는데요,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게이와 트렌스젠더를 구분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

  • .... 2013.06.16 16:38 신고

    격하게 동감하는 글입니다. 안그래도 왜곡된 성소수자의 모습을 이렇게 비추다니 짜증나고 슬프고 복잡하네요. 한국은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요.

  • 공감 2013.06.16 20:09 신고

    진짜 공감합니다ㅜㅜㅜㅜ

  • 이힝 2013.07.01 19:36 신고

    저도 동감입니다!!
    엄마가 보길래 옆에서 같이 봤는데 볼때마다 불편한 부분이였어요
    "저건 게이가 아니라 트렌스젠더아냐?"라고 하니 엄마가 말씀하시길 "그게 그거지"라고 하시더라구요. 보통 사람들 모두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을텐데 드라마에서 이렇게 표현하다니.. 엄마랑 이거가지고 싸울뻔했네요ㅋ;;

 

마치 폭풍처럼 논란을 휘감고 다니는 임성한 작가라지만, 기를 쪽쪽 뽑아내는 드세디드센 임성한 월드에는 여느 작가도 시도하지 못한 숭고한 용기와 철학이 있다. 그중 하나가 잊혀진 배우들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다. 2003년의 드라마 인어아가씨를 시작으로 무려 10년간 그녀는 작품의 주인공을 낯선 얼굴의 신인으로 내세웠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인어아가씨의 장서희, 왕꽃 선녀님의 이다해, 하늘이시여의 윤정희, 신기생뎐의 임수향 등이다. 비록 이름을 잊어버린 그녀들이 되어버렸지만 -필자는 아직도 윤정희의 이름을 따로 검색해서 찾아본다.- 시청자에게 존재감만큼은 확고하게 아로새길 수 있었다. 아무리 임성한 월드가 기괴하다고 해도 적어도 앨리스만큼은 살려놓고 보는 그녀였으니까.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지만 정작 작가의 파워만으로 드라마를 채울 수 있는 작가는 그리 흔하지 않다. 선택권이 협소한 비인기의 작가들을 제외하고라도 상위권 몇 프로 안에 든다는 유명 작가들 또한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해 우량주를 고른다. 그래서 배우의 스타성과 대중적 인기도를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는 철저하게 외면해버린 채 오로지 자신의 작품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뮤즈를 찾는 일에 전념했다. 충분히 인기 배우를 선택할 수 있는 역량과 존재감을 가진 작가임에도 그녀가 제시한 뮤즈의 조건은 오로지 작품의 완성도였다.

 

더 경이로운 것은, 차라리 생판 얼굴을 모르는 신인이라면 상큼한 존재감에 이목이라도 끌 수 있을 텐데 그녀가 선택한 여배우들은 하나같이 현역이지만 인기는 없는 잊혀진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아예 모르는 얼굴은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익숙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 사람들은 그녀들을 중고 신인이라 불렀다. 다소 잔인한 호칭이지만 이만큼 와 닿는 설명이 또 있을까 싶다. 어느 개그맨이 17년째 신인 개그맨-이라고 소개하는 그만큼의 존재감을 가진 배우를 임성한은 골든타임의 여주인공으로 기용하는 용기를 냈던 것이다.

 

 

 

2013의 임성한 월드에서 활약 중인 '오로라공주'의 전소민 또한 그렇게 임성한의 구제를 받은 여인이다. 이 낯선 얼굴의 배우가 무려 9년 차 현역 배우라는 사실을 거론하면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브라운관 바깥의 연극판에서 활동해온 경력도 아니다. 전소민은 꾸준히 안방극장을 들락거렸지만, 대중이 인지하지 못한 9년 차의 현역이었다. 에덴의 동쪽이나 로열패밀리와 같은 꽤 유명한 작품에 출연했음에도 그녀를 몰라봤다는 것이 놀랍다. 지금 오로라공주에서 이만큼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전소민을 왜 다른 작품에서는 알아채지 못했을까? 미처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던 필자는 몹시 미안하게도 전소민이 신인인 줄로만 알았기에 그녀의 경력은 내게 고요한 감동을 주었다.

 

전소민이 맡은 역할 오로라는 기존의 아리영 복사판과는 차별화된 신선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저 손가락질로 한 줄의 명품 가방을 훑어 계산하는 부잣집 막내딸 오로라의 캐릭터는 한마디로 오만방자다. 예비 시월드 앞에서 비듬을 지적하고 코털을 잡아 뽑는 망상을 하며 따박따박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는 그녀. 분명 아리영또한 불합리를 넘어가지 못하는 결벽증을 갖고 있었으나 그녀라면 한풀이로 느껴져 그리 얄미운 생각 따위 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리영도 경험했을 세계에서 전소민은 전혀 다른 제스추어로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했다. 한껏 내리깐 눈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음에도 어쩐지 경직된 자세라 느껴지지 않는다. 그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여유를 갖추고 있어 어쩜 더 얄미운 것일지도 모른다. 재벌가 뺨치는 재력의 띠동갑의 오빠들을 둔 유일의 막내 여동생. 금 숟가락도 아닌 다이아몬드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그녀이기에 가능한 오만과 여유다.

 

언젠가 장서희는 말했다. 아역으로 데뷔해 나름 이름을 알린 시기도 있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대중에게 잊혀져가고 있었던 자신. 아마 그녀는 무척 두려웠을 것이다. 나의 전성기는 아주 오래전에 다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그 순간 기회는 찾아왔다. 드라마 온달왕자들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임성한 작가. 그녀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그다음 작품에서 무려 주연으로 자신을 선택해줄 구원자라는 것을. 당시 엠비시는 KBS와 저녁 시간대의 일일 드라마를 경쟁하고 있었고 동시간대 상대작의 히로인은 무려 하희라였다. 부담과 두려움으로 옥죄어올 상황에 임성한은 쌈박한 신인도 유명 스타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의 장서희를 선택했다. 그 작품이 바로 인어아가씨였다.

 

윗선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서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임성한 작가는, 전작에서 그녀가 보여준 진정성과 독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분명 대본에는 흰머리가 듬성듬성 날만큼의 세월이 흘렀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다른 배우들은 미용의 이유로 아니면 미처 생각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외형의 변화를 거의 두지 않았다. 순간 그리 큰 비중이 아니었던 조역의 여배우에게 시선이 갔다. 홀로 흰머리 가발을 쓰고 있었던 장서희. 단 한 장면이라도 최선을 담아보고 싶었던 장서희의 진정성이 빛을 발한 것이다. 분명 그 작품에서 장서희의 이미지는 고요하고 단아한 역할이었음에도 임성한은 그 모습에서 그녀가 표현할 잠재된 몇십 년 치의 한을 예상했다.

 

 

전소민의 연기 또한 응축된 응어리가 느껴져 가슴을 울린다. 비록 기존의 임성한표 여성 캐릭터와 달리 오만무도의 극치를 달리는 부자 아가씨로 그저 미움만 받고 있는 요즘이지만 캐릭터의 호불호와 별개로 장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담아 연기하는 그녀의 열정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발음도 깨끗하고 캐릭터 표현력도 확실하다. 9년치의 응어리가 느껴진다. 또 다른 느낌의 '한'이다. 일일 드라마에서 이렇게 선명한 연기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매 순간의 최선이 느껴지는 전소민의 연기는 독한 싸람 임성한의 보이지 않는 미덕이며 은근한 박애 주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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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31 09:14

    비밀댓글입니다

  • 저는 처음보는 배우이신데 드라마에서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 그네 2013.05.31 15:41 신고

    분위기가 김청 비스무리하네여

  • 배우는 띄우고 2013.06.01 00:09 신고

    대한민국 드라마의 질적수준은 떨어트리는 희한한 재주를 갖고있죠....
    작품수준이 워낙막장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도있습니다.
    과연 임성한이 하잔다고 장동건 원빈 소지섭 수애나 신은경 남상미나 김태희 이런 수준급배우들이 하겠습니까? 같은 막장이라도 임성한은 질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배우들을 띄웠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저사람들 중에서 정말 수준급 스타로 발돋움한 사람도 이다해정도 밖에 없습니다.임성한의 대표적 배우 장서희 조차도 인어아가씨이후 같은급 막장인 아내의 유혹말고는 딱히 흥행한 작품도 없지요. 윤정희도 원탑 여주로서 뚜렷한 작품이 없고 임수향도 아직 조연정도에 머물고 있을뿐입니다. 그나마 이태곤이나 김성민 같은 남자배우들이 더 크게 자리잡았죠..

  • ㅁㅁ 2013.06.05 19:35 신고

    이쁨

  • ! 2013.06.09 14:13 신고

    신기생뎐임수향은 중고신인아님요. 19살갓데뷔한상큼신인. 상대역남자는 첫작품이고요. 덕분에 둘다 연기력논란도잠깐있었어요.
    임성한씨는 안목이잇더라고요.

  • 2013.06.12 16:21

    비밀댓글입니다

  • 여주남주를 고르는 임성한의 안목 2013.06.15 20:17 신고

    이분의 전체적인 드라마 스토리는 독특한 설정이 많아 비난을 듣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근데 참 작가로서의 능력이라 인정해 주고 싶은 부분은 남주여주를 고르는 그 분의 안목입니다. 어쩜 그리도 잘 어울리는, 정말 살아있는 케미를 보여주는 남주여주를 고르시는지 채널 돌리다가도 멈추게 되고, 계속 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남주여주의 로맨스에 빠져 다른 스토리가 아무리 봐주기 불편하더라도 남주여주의 로맨스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말이지요. 이번 전소민과 오창석은 TV에서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초자신인인 줄 알았는데 역시 연기력이 후덜덜한 것이 경력은 좀 있는 분들이더군요. 남주여주의 연기력, 케미 후덜덜합니다.

  • 하영 2013.06.17 09:22 신고

    이 작품이 끝나고 나면 임성한이라는 작가의 그늘 밑이 아닌 배우 전소민으로 당당하게 자립할수 있다고 믿는다. 기대 이상의 그릇의 그녀는 어떤 것이든 어울리게 담아내고 잊을수 없는 맛으로 보답할것이다. 이 기대의 보답은 어떤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 단단함일것이다.

  • 임혜진 2013.07.23 05:15 신고

    임성한작가는 자신이 결백하다면 남편의 죽음에 대해 의혹이 큰 만큼 경찰재조사를 본인이 나서 요청해야할것입니다..

  • 이화엽 2013.09.21 11:27 신고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작가를 좋아해서 본 첫작품입니다.
    처음 오로리공주를 보고서 주변사람들에게 임성한작가에 대해 물어보니까 호 불호가 극과극으로 갈리더군요.
    그런데 참 기분이좋았더것은 제가 평소에 존경하고 좋아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임작가에 대해 좋은평을하더군요.
    오로라공주를 보면서 저는 내내 작가에게 사랑에 빠졌습니다. 만나서 속깊은 얘기도 나누고싶고 내가 살면서 답답했던 일들 심지어 기쁜일까지도 나는고 싶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암튼 작가님을 사랑하게 됐다는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인생믜 후반전을 의미있게 살기위해 고민하는 여자로 오로라공주를 보며 많이공감하고 도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우리사회를 더욱 바르게 선도하시길 기도할께요.

  • 중년남자 2013.10.30 15:07 신고

    드라마를 거의 안보는 편이지만 우연한 기회로 보게됐다
    1개월 전까지만 좋았는데 ᆢ

    요즘은 드라마 제목을 오로라공주가 아닌 작가마음이라고ᆞᆢᆞ

  • 중년남자 2013.10.30 15:07 신고

    드라마를 거의 안보는 편이지만 우연한 기회로 보게됐다
    1개월 전까지만 좋았는데 ᆢ

    요즘은 드라마 제목을 오로라공주가 아닌 작가마음이라고ᆞᆢᆞ

  • 2013.11.22 18:46

    비밀댓글입니다

  • 오로라팬 2013.12.01 01:39 신고

    전소민씨 연기 좋고 캐릭터 개성 있고 신선해서 좋아요! 극중에서 설희랑 해피엔딩했음 좋겠어요 화이팅!!!

  • 과객 2013.12.30 12:39 신고

    장서희와 임성한 작가의 인연이야기는 제가 알고있는 내용과 조금 다르군요.
    [온달왕자들]이 끝나갈 무렵, 극중에서 1년정도 지난 시간의 에피소드가 1주일 가량 방송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렀으니 여배우들 헤어스타일 변화를 주세요."라는 대본의 요구에 장서희만 긴머리에서 단발로 변화를 주었다지요. 다른 배우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임성한작가가 장서희씨를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신작드라마(인어아가씨)를 구상중이다. 여주인공은 드럼도 칠 줄 알고, 국선도에도 능한 여배우가 필요한데 준비해둬라."라는 언질을 주었고, 장서희씨는 그 사이에 임성한작가의 요구에 충실히 준비를 했습니다. 결국 드라마는 대박이 나고 장서희씨는 그해 연기대상을 받았지요.
    가끔 방문하여 글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오래전 이영애가 출연한 씨에프의 그녀는 대중의 동경과 시기를 낳았다. 나도 저렇게 살아봤으면 싶어 손을 맞잡다가도 저런 삶이 가능해? 솟구치는 이질감. 그게 바로 아리영이었다. 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매일을 이벤트처럼, 씨에프 같은 삶을 살아가던 그녀. "어따 던져요!" 이제 아리영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 희번덕대는 눈의 사나운 얼굴이 아니라 정말 하루를 빠듯하게 살았던 그녀의 치열함이다.

 

피고름으로 만든 대본을 쓰느라 여념이 없으면서도 똑 부러지는 집안일에 차근차근 복수 준비도 해야지. 그 빡빡한 하루의 마무리를 수준급의 살사 댄스로 남자를 홀리는 아리영은 그야말로 마타하리 수준의 이중 첩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24시간을 살고 있었다. 어디 그것뿐인가? 드럼도 잘 쳐. 온갖 잡지식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고. 청산유수에. 30분 끓인 김치찌개로 시월드를 휘어잡는 대장금의 손목까지. 거의 강박에 가까우리만큼 임성한 작가는, 여주인공을 완벽하게 빚어주었다.

 

하지만 씨에프의 그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하여 아리영이 부럽지는 않았다. 이영애의 요리와 드럼은 대저택에서 하인을 부리다 남은 시간을 어디 한번 해볼까~하는 느낌의 취미 생활이다. 그게 노동으로 비춰지지 않으니 부러울 수밖에. 하지만 아리영의 댄스와 요리는 발버둥이었다. 자폐를 앓고 있는 남동생을 잃어버리게 했던. 어머니의 눈을 멀게한. 몹쓸 아버지를 저주하는 도구. 좀 살만해졌을 땐 시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전략으로 변했다. 그러니 칫솔로 씻는 딸기와 30분 끓인 김치찌개에 마냥 웃음을 터뜨릴 수도 없는 것이다. 아리영은 참 치열한 사람이었고 가여운 인간이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임성한의 신작 오로라 공주가 당혹스러운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첫 장면부터 불륜. 비듬은 계란 흰자를 거품기로 거품 내서 씻어라. 가마솥의 녹은 콩기름으로 녹인다. 설전 도중에도 꼼꼼히 생활 상식을 전수하는 이 끈적한 느낌은 분명 임성한의 그것이 맞는데. 유일하게 그녀만큼은 어딘가 임성한의 사람 같지 않다. 오로라.(전소민 분)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그야말로 역대급 비호감 여주인공의 등장이다.

 

인어아가씨 이후의 임성한 월드 속 여주인공들은 마치 아리영이 벗어놓고 간 허물과도 같았다. 하나같이 싸가지가 없었고 하나같이 부지런했다. 물론 오로라 또한 버릇이 없다. 예비 시어머니가 될지도 모를 어르신에게 검사의 영어 발음을 가르치며 코털을 쥐어뜯는 상상을 하고 비듬이 묻은 어깨를 털어낸다. "정말 단 한마디도 지려고 하지 않네" 어른이 이를 악물게 할 만큼 지위와 나이를 막론하고 숙일 줄을 모르며 능변을 늘어놓는 오로라. 나는 직감한다. 아마 그분을 아리영이 혹은 자경이가 그리고 단사란이 마주했더라도 똑같은 그림이 나왔을 것이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어색하고 기분이 나쁜가. 그건 아마도 오로라가 갖지 못한 결핍 때문일 것이다.

 

임성한 월드의 여주인공은 하나같이 위대했지만 가여웠다. 그래서 그녀들의 싸가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리영(인어아가씨) 이자경(하늘이시여) 백시향(아현동마님) 궁비취(보석비빔밥) 단사란(신기생뎐)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부모복이 없었다. 절반의 아버지는 그녀들을 버렸고 남은 아버지는 고생과 가난을 전염시켰다. 희한하게도 불행 지수가 높은 캐릭터일수록 도도함이 하늘을 찔렀다. 없는 사람의 도도함은 긍지로 비치지만 있는 사람의 도도함은 오만으로 보이게끔 한다. 오로라는 임성한 표 여주인공 사상 처음으로 후자의 방향성을 지닌 인물이다.

 

 

 

 

어느 식품 회사의 고명딸. 그것도 어디 보통 딸인가. 띠동갑에 가까운 오빠들과 조부모뻘의 부모님. 이 설정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많은 혜택과 사랑을 받고 자라왔을까를 짐작할 수 있다. 무엇도 아쉽지 않고 어느 하나 궁핍하지 않다. 예비 시어머니를 면담할 정도의 가까운 인연을 가진 남자와 헤어지면서도 눈물 한 방울은 커녕 미동도 없이 생글생글한 얼굴로 뒷담화를 한다. 조선시대도 아니거늘 그녀를 애기씨-라고 부르며 수족처럼 따르는 하인이 몇씩이나 있고 그들을 부리는 것에 아무런 가책이 없을 만큼 받들여지는 사치를 당연하게 누려온 오로라다. 한마디로 물고 있던 숟가락마저 뺏기고 태어난 아리영과 달리 날때부터 다이아몬드 숟가락을 입에 물고 나온 그녀다.

 

 

 

"죄송한걸 왜해요? 손님한테? 이 음식 내가 돈 내잖아요. 내가 돈 내는데 여기 음식이예요? 내 음식이지? 내 음식 내가 가져간다는데." "지금이 오뉴월 염천도 아닌데 왜 상해요. 호텔도 다 싸줘요." "손님을 무조건 블랙컨슈머로 취급하면 돼요?" "내가 일부러 이거 상하게 해가지고 와서 돈 뜯을 얼굴로 보여요? 사람 보면 모르세요? 싸-주세요."

 

도리와 교양을 따지며 어른을 면박 줬던 오로라의 체면이 구겨질 만큼 본색이 드러난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테이크아웃이 금지된 음식점에서 남은 요리를 싸가야겠다고 우기는 오로라는 참 거만하기 이를 데 없어 재미있었다. 뭐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닌데 그 말투 한번 참 고약하고 요란하다. 차라리 남은 음식이라도 절박한 어느 아리영이 먹고 살겠다고 따지고 드는 패기라면 이해할 수 있겠으나 오로라의 심리 저편엔 굴복의 쾌감이 깔려있어 영 찜찜했다. 오로라가 진짜 화가 난 것은 버려지는 음식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녀의 독선을 방해받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재현해볼까요? 딱 이 표정으로요. 손님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가방 좀 보여달라니까. 마지못해서 보여주고. 살 거냔 식으로. 그랬어요. 안-그랬어요? 어디 CCTV 찍혔을걸?" "직원들이 다 싸늘하게 무슨 원숭이 보듯이. 백 많이 사봤지만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 매장은 처음이에요. 아참. 어젠 이걸로 결제했지? 환불해주세요." 그래서 그녀는 고까운 시선을 담은 직원의 냉대를 감당하며 몇 개의 명품을 들어 하루를 참고 기다렸다. 다음날 환불 협박을 빌미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하여. 위압이 그녀에겐 가장 즐거운 놀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웃었다. 치졸하게 고개를 숙이고 딴사람이 되어 사정하는 직원의 초라함과 달려나오는 예비 시모의 구차한 만류가 재밌어서.

 

앞서 임성한의 사람 같지가 않다는 표현을 썼지만 정확히 말하면 오로라는, 영락없이 임성한의 사람이지만 그 자리가 여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됐을 사람이다. 오로라는 임성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저편에 서서 그녀의 비극을 내려다보는 부잣집 고명딸의 얼굴과 닮아있다. 마치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이수경이 연기했던 자존감 극강의 부잣집 막내딸 구슬아처럼. 여주인공이 부유해져 갈수록 말라 비틀어져 가는 그녀들의 운명이 안쓰러웠지만.

 

 

"사장님. 계속 여러 말 시킬 거예요? 논리적으로 옳다 싶으면 따라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음식 가져갈래요. 이보다 훨씬 일반식당. 고급식당. 다 싸줘요."

 

 

 

절대자는 심심하다지 않나. 등 따시고 배불러 아쉬운 것이 없는 그녀는 수시로 나보다 못사는 사람의 복종을 확인하고 만족한다. 아마 아리영이었다면 그게 최선이었을 위아래 십만 원짜리 옷을 오로라는 위장용으로 입고 나가 사람의 마음을 떠본다. 아가씨에서 마님으로 그리고 공주님으로 승격한 대가다. 하지만 테이크아웃의 금지된 한그릇조차 가져간 오로라 공주님도 결코 가질 수 없는 한가지가 있다. 오로라가 단사란의 얼굴을 하고 아리영의 생활상식을 읊어도 아리영의 그녀들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모든 것을 다 가져도 가질 수 없는 그것, 절박과 결핍이다.

 

 

 

자경이가 양모 배득이에게 머리를 뜯기고 아리영이 아빠의 내연녀를 폭행하고 깨진 병으로 위협했던 살기 위한 발버둥이. 임성한이 과연 오로라의 오만한 행복을 내버려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손이 근질거리고 좀이 쑤셔 못 참을 텐데. 수수께끼의 암호처럼 식모가 던지고 간 상투적 클리세에 코를 들이대 본다. '출생의 비밀' 복선이었을까. 아니면 자조적 농담이었을까. 마법의 버터처럼 등장한 임성한의 남주인공이 오로라의 유일한 결핍이 될까. 말괄량이 길들이기? 늘 남주인공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었던 임성한의 그녀가 처음으로 길들임을 받는 모양새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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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아직 못봤는데 한번 봐야겠네요~^^

  • 오로라남편 2013.05.25 14:36 신고

    오로라 공주 욕하지마!

  • 미미 2013.05.29 09:02 신고

    아리영 이영애가 아니고
    장서희 인데요~포스팅할때
    최소한 자기 말하려는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알아야할듯~~

    • 아리영이 이영애라는게 아니라.. 아리영 또한 이영애처럼 씨에프 같은 삶을 살았지만 시청자에게 와닿는 느낌은 달랐다는 말이죠. 제가 설마 아리영을 이영애로 기억할까요?ㅎㅎ

  • 하하하 2013.06.07 01:26 신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 싸가지 없이 말하면서 세상 지가 제일 잘났고 젤 대단해. 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위압,오만, 기타등등. 정말 짜증나는 캐릭터라 마마한테 까이기만 바란다.

  • 2013.06.13 20:12 신고

    ㅋㅋㅋㅋㅋ오늘내용못봣나? 드라마쫌 보면서 내영 적어라 니 오로라 보다 이쁘니?^^*

  • 행인 2013.11.11 10:30 신고

    이양애씨로 기억하는 듯하게 글을 써놓으셨네요.

"비듬은 계란 흰자로 거품 내서 감으면 없어져요. 제일 싼 계란 사서." 대사 한 토막만 들어도 그녀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임성한. 그녀가 돌아왔다. 남다른 배우 구성. 특유의 상스러운 대사 톤. 김수현 작가의 캐릭터들이 일제히 랩배틀을 한다면 임성한 작가의 캐릭터들은 지위를 막론하고 모두가 상스럽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임성한류인지도 모른다.

 

 

 

첫 장면부터 침실이다. 이어 뱃고동처럼 뿌-하는 색소폰 소리에 몸을 휘어감은 남녀가 보인다.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하는 중년 남자. 이브닝드레스로 몸을 휘감은 여자. 그림자만 봐도 불륜이다 싶었는데 곧 여자의 선전포고가 들린다. "자신 없죠?" "정리하고 올게."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를 변호하듯 눈이 시리게 허연 배경이 우스꽝스러웠다.

 

 

 

"오로라? 한자가 어떻게 돼?" "이슬 로, 비단 라요." 그리고 다음 장면은 또 어떤가. 이것만큼은 임성한 드라마 최고의 미덕이랄 수 있는, 낯선 얼굴의 신인 여배우가 등장해 여주인공임을 선언한다. 몸짓, 손짓의 가제로 소개되다 기어이 밝혀진 오로라 공주. 이 비밀스러운 제목의 실체는 여주인공의 이름이었던 셈이다.

 

'다 합쳐봤자 십만 원도 안 되겠네.' "검사들 프로라고 부르는 거 몰라? 검사가 영어로 프..프로.." 오로라(전소민 분)의 위아래를 대놓고 훑어보며 가치를 환산한 중년 부인이 법조계의 은어를 들먹이며 여자를 기죽이려 한다. 씬 하나만으로도 이전의 역사를 짐작하게 하는 임성한의 명료함. 아마도 오로라는 검사 남자 친구를 갖고 있을 테고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내 아들과 헤어져 줘요 따위의 말을 전보하러 나온 것이겠지.

 

 

 

"아하. 프라시큐터요?" 생긋 웃으며 도리어 예비 시월드를 물 먹이는 여주인공의 담대함도 역시 임성한류다. 내 아들이 너 따위를 사귀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여자의 고고한 태도 속에서 우리의 여주인공은 무엇을 봤는가. 바로 그대의 코털을 본다. 으악. 저녁 시간대. 그것도 첫회에 화면 가득 삐죽이 콧털을 담는 짓은 임성한밖에 못 한다. 여기서 끝인 줄 아는가. "강 검사님도 같은 생각인가요." 절대 기죽지 않는다. 임성한의 여주인공은. 새침한 공작처럼 쫑알대던 그녀는 곧 시월드의 털을 발견. 가방에서 콧털 제거 도구를 꺼내 가위를 들고 아줌마의 털을 자르는 상상을 한다. "잠깐만요. 털 하나 빠져 있어요." 갑자기 애교 섞인 목소리가 되는 오로라의 극과 극 얼굴 또한 과연 임성한류답다.

 

 

"미션. 임무. 임파서블. 불가능요? 결혼이 임무라는 뜻인가요? 사람은 나이 먹으면 둘 중에 하나가 된다고 해요. 노인이 되느냐. 어른이 되느냐. 노인은 나이 먹으면 누구나 되는 거지만 덕을 갖추고 존경받는 어른은 아니잖아요." 건치를 드러내며 생글방글 웃으면서 눈앞의 어른을 가르치고는 발딱 일어나서 어깨의 비듬을 털고 그 유명한 임성한 표 생활 상식을 던져주는 우리의 여주인공, 오로라. "비듬은 계란 흰자로 거품 내서 감으면 없어져요. 제일 싼 계란 사서." 내가 웃음이 터졌던 건 이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편의를 끝까지 배려해주는 임성한의 강박 때문에. "거품기 있죠? 그걸로요." 거품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까지 가르치는 그녀의 친절에 배꼽을 잡았다.

 

 

 

이 모든 것이 불과 5분이다. 단 5분만으로도 임성한은 임성한이었다. 첫 장면부터 당당한 불륜. 상스러운 부자. 기죽음 따위란 없는 불멸의 여주인공. 강박에 가까운 생활 상식 전파까지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말 저녁 일곱 시에 중년 부부의 섹드립이 가감 없이 튀어나오는데 부모님과 함께 봤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싶었다. 나란히 마사지를 받는 부부. 남편의 이혼 선고에 부인은 입고 있는 가운을 벗어젖히고 가슴을 보여주며 외친다. "호강에 겨워 뭐에 빠진다고. 봐아?! 몸매가 빠져? 자식 안 낳아줬어? 얼굴이 추녀야. 내 친구 미영인 천만 원 들여서 가슴 부풀렸어. 다들 부러워하고 감탄해." "마흔셋에 이 정도 유지하는 여자 봤어? 어? 어?" "나 좋자고 그 개고생하고 운동했어. 맨날? 고맙다곤 못할망정. 다른 집 남자들은 주물러 터뜨려서 귀찮아 죽겠대."

 

 

그리고 바지를 끌어 입는 남자를 바라보며 여자가 외치는 한마디.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나니까 살아줬어! 토끼 주제에." "이강숙. 식어빠진 사발면을 그럼 1~2분이면 해치우지. 2~30분 걸려 먹냐?" 이후의 더 농밀한 부부의 음담패설은 지면에 담기에도 민망하다. 이 정도의 수위가 이 시간대에 가능한가? 싶을 지경이었다. 단 5분만으로도 폐부에 스며드는 임성한의 향기. 너무나 농밀하여 낯뜨겁기까지 할 만큼 과감한 음담패설까지 보유한 오로라 공주가 심야 시간도 아닌 저녁 일곱 시를 무사히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불어 문영남 작가와 더불어 사람 이름 갖고 장난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주인공에게는 제법 예쁜, 미미인형 같은 이름을 붙여주는 임성한. 이번에는 그녀가 이름을 잃을 차롄가. 안타까우니 그전에 본명을 많이 불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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