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라디오스타 +33

 

 

 

흥미로웠던 것은 두 사람 세월의 흐름을 비켜 나가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기억하는 2002 월드컵 국가 대표 캐릭터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라운드의 아도니스 같았던 안정환은 이제 살찐 아저씨라 힐난을 받고 건실한 모범생 같았던 송종국은 처세술을 단단히 익힌 알뜰한 가장으로 변모해 있었죠. 지난날을 반추하며 그리움을 느끼면서도 두 사람의 극과 극의 매력에서 드러난 열정과 혈기는 여전히 그 시절 못지 않았습니다.

 

 

 

"안정환의 첫인상이 거만했었다." 김성주의 지난날 고백에서 드러났듯 선수 시절 안정환의 성격은 지나치게 과묵해서 중계 소스를 위해 그를 찾은 캐스터들이 당황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성주 : 몸 상태가 어떻습니까? 정환 : 좋죠. 성주 : 아픈 데는 없습니까? 정환 : 없어요. 흥미로운 중계를 위해 선수의 컨디션과 그와 나눈 인터뷰를 나열해야 했던 김성주로선 안정환은 좀 곤혹스러운 대상이 아니었죠. 안정환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니 아픈 데가 없어서 없다고 한 것 뿐이지!" 라고 욱해서 김성주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마치 테리우스처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았던 그 시절의 안정환을 기억하기에 "반갑습니다. 안정환입니다."라는 짤막한 인사가 오히려 반갑기만 하더군요.

 

 

 

"아! 그럼 기성용이지 뭐!" 이런 안정환이 캐스터를 골탕먹인 그 시절의 저주라도 받는 것 처럼 비슷한 굴욕을 겪은 일화는 라디오스타의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그야말로 왕림이나 다름없었던 대선배의 유럽 방문을 차디차게 거절했던 어느 후배의 이야기. 물론 구단 측에서 거절한 인터뷰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때 그라운드를 주도하던 스포츠 영웅이 어린 후배를 직접 찾아갔음에도 거절당했다는 일화가 편할 리는 없는 내용이었죠.

 

이야기의 성격 때문에 김성주는 조심조심하며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지만."이라고 주저했지만, 안정환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 그럼 기성용이지 뭐!"하고 버럭 해서 불편한 이야기임에도 다 같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아닌 거 같은데?" 김성주가 살을 덧붙이려 할 때 정색하며 그날의 일을 부정하는 안정환 때문에 또 한 번 웃음. "아. 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안정환의 성격과 달리 송종국은 2002년의 모범생 이미지에서 이젠 처세술까지 익힌 완벽한 해설위원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기성용까지는 이해한다 쳐도 구자철을 인터뷰하기 위해 마인츠로 갔을 때는 울컥했었다는 안정환. "저는 그게 싫었어요. 지가 와야지!" 기세를 몰아 김구라가 이간질을 해도 송종국은 안정환과는 전혀 다른 마인드로 라디오스타를 초토화했습니다.

 

 

"아이. 저희가 가야죠. 이제." 고분고분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송중국 때문에 너덜너덜해진 안정환. "선수를 보호해줘야 하거든요. 굉장히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저희가 가야죠." 욱 VS 반듯,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 해설계의 거장 차범근이라는 골리앗을 두고 몇 사람의 다윗이 붙어 싸우는 형국이지만 다소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은 그들의 마이너 중계가 기대되기도 하더군요.

 

 

 

안정환의 과묵함과 투박한 언어 구사력. 결국, 그의 해설에 우려를 표하는 윤종신과 김국진. "열이 나면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해설하실 것 같은데?" 결국 김구라가 나서서 심권호의 호전적인 해설을 연상시키자 사색이 되는 김성주와 발끈하는 안정환이 동시에 부정하는 모습 또한 웃기더군요. "아이. 그렇게는." "그 정도는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정도는 아니지만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안정환. 종종 사투리나 은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싸리'라는 비표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안정환. 그 예시 한마디에 네 명의 엠시들은 상황을 이해했지만, 안정환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뻔뻔하게 과거 아나운서를 향해 되물었습니다. "아니 그게 욕은 아니잖아요. 괜찮잖아요?" "아싸리는 방송불가 표현이에요."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일러주는 김성주에게 여전히 순진한 얼굴로 받아치는 안정환. "아니 아니 꼭 서울 사람만 시청하는 건 아니잖아요. 지방 사람도 시청하고." 정말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 같더군요.

 

 

 

2002년에서 잊을 수 없는 경기는 호전적인 이탈리아팀과의 한판 대결이었죠. 당시 승리를 이끈 안정환의 골을 놓고 이탈리아의 구단주는 이런 폭언을 남기기도 했었다는군요. "샌드위치조차 사 먹을 돈이 없는 길잃은 염소 같은 신세 안정환이 이제는 이탈리아 축구를 망쳤다."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그날의 일을 회상하는 안정환은, 워낙 가난한 나라 취급하는 이탈리아의 왜곡된 시선이 싫어서 부러 명품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등의 허세를 부렸다고 밝혔습니다. "첫해 연봉을 다 날렸죠." 다른 이가 말했다면 반쯤은 농담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워낙 구수한 사상의 안정환이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기 싫은 거예요.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 못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슬픈 이야기도 희극으로 만들어버리는 라디오스타에선 이런 화나는 이야기를 도리어 '염소 테리우스'라 칭하며 안정환을 약 올립니다. "염소 같은 느낌도 들긴 드는데?" "음매 한 번만 해주실래요?" 농담 같은 분위기는 이후 안정환의 해명에 싹하고 웃음기가 사라집니다. 구단주의 폭언은 예사말이 아니어서 이탈리아의 무시무시한 살해 협박에 짐을 찾아갈 수도 없었다는 안정환. 안정환의 활약에 분노한 이탈리아인들은 심지어 일 년 치의 연봉이 들어간 안정환의 차를 부숴놓기까지 했었다는군요.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제 코가 석 자인데 남을 평가하긴 좀 그래요." "저는 5년 계약하기 싫어서 MBC로 왔거든요?" "남자친구 소개시켜 준다고 해놓고 제가 나갔죠." "아. 그럼 법정으로 가야죠." "기성용이네. 뭐." "용수형이네. 용수형. 나도 많이 당했거든요." 시대를 풍미하는 축구계의 아이돌이자 최고의 슈퍼스타. 그라운드의 테리우스라 불리었던 그. 이제 그는 더이상 그 위를 달리는 선수도 아니고 2002년의 미청년은 세월과 함께 흘러가 버렸지만, 그 시절 못지 않은 혈기와 소탈함만큼은 여전히 테리우스다웠습니다. 이제 중계받는 처지가 아닌 전달자의 위치에 선 안정환의 테리우스 같은 해설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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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곱게컸다 2014.06.20 16:27 신고

    크크 안정환 완전 좋아요+_+

    2002년의 골든골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했어요~ ㅋㅋ

    아직도 제눈엔 테리우스임!

    리환이 아빠로도 참 괜찮고~!!

 

막내 규현에게 국민 병풍의 수식어를 하사받은, 지난날의 치욕을 씻어 보이겠다는 윤형빈의 각오를 들으며 *김구라는 너무나 라디오스타다운 대응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격투기가 아닌 토크 파이터로 출전하는 거라고. 몸이 아닌 말로 싸워야 한다는 한마디에 금세 주눅이 든 윤형빈이었지만 뜻밖에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내성적인 표현과 달리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며 정곡을 꿰뚫고 있었다. 그중에서 참 와 닿았던 말이 바로 홍진경을 향한 찬사였다.

 

 

 

요즘 가장 뜨거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출연자 홍진경을 놓고 썰을 푸는 라디오스타 MC들을 윤형빈의 입이 거든 것이다. 이 드라마의 열렬한 팬임을 밝히며 그는, 만화방 주인장으로 등장하는 홍진경을 볼 때마다 영화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의 괴짜 친구 리스 이판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드라마를 본 듯 나름의 분석까지 치밀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영화 노팅힐의 구도를 닮아있다고. 그 말에 감히 그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시도치 못할, 이 드라마의 표절 문제를 대놓고 들먹인 김구라 때문에 잠시 머쓱한 공기가 흘렀지만, 노팅힐의 진정한 신 스틸러, 리스 이판과 별에서 온 그대의 홍진경의 존재감은 무릎을 칠만큼 닮아있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신 스틸러. 그건 비단 드라마 속 홍 사장에게만 국한된 표현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홍진경이라는 연예인 자체가 신 스틸러의 숙명을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그녀는 무엇을 해도 그리고 어느 자리에 있어도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했었다. SBS 개국 초기에 제2회 슈퍼 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도 아니고 심지어 2위도 아닌, 베스트 포즈 상이라는 어중간한 상을 받고도 정작 그 회의 우승자보다 주목을 받았던 이가 바로 홍진경이었으니까.

 

어린 내 눈에 유별나게 아름답지도 않고 그저 올리브를 닮은 큰 키의 매리트 밖에 없어 보이는 그녀가 공중파의 골든타임을 차례차례 휩쓸며 온갖 방면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마뜩잖았다. 그녀는 무려 슈퍼 개그맨 이영자의 동등한 파트너가 되기도 했고 언젠가는 잘생긴 남자아이들과 에다호라는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었다.

 

 

 

그때 나는, 세상의 모든 기회가 간절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고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회가 주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홍진경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고정된 선입견은 고스란히 그녀의 이데아가 되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홍진경 특유의 남다른 존재감과 소위 4차원 이미지라 하는, 여유로움 때문에 더 벗어날 수 없는 편견의 홍수였다. 나는 그녀의 신 스틸러가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진 신의 선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어리석은 오해와 질투가 만들어낸 선입견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오늘에서야 알아차렸다. 그야말로 21년 치분의 선입견이 깨져버린 순간이었다. 내가 요행이라고 생각한 그녀의 첫 데뷔조차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구도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 그 어린 날의 나처럼, 피디들이 원한 사람은 그저 높은 순위의 미녀 모델뿐이었다. 베스트 포즈상이라는, 모호한 이름의 수상자 홍진경에게 기회를 주었던 것은 신이나 제작진이 아니라 바로 홍진경 자신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는 피디를 붙잡고 그녀는 조르고 또 졸랐다. 다음 기회를 기다리라는 피디의 말에 홍진경은, 그 어린 나이에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홍진경은 매달렸다. 바로 옆의 모델 언니가 창피해서 고개를 돌릴 정도로. 그녀의 출연을 거부하는 피디를 붙잡고 심지어 외진 곳도 아닌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홍진경은 애원하고 또 애원했었다. 그렇게 출연 기회를 얻은 것이 그녀의 첫 데뷔였다.

 

 

 

내 선입견 속의 홍진경이란 나른하게 팔짱을 끼고 먼저 찾아주는 기회를 한가로이 선택하는 한량인 줄만 알았다. 그런 홍진경이, 그것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붙잡고 애원하고 조르고 사정을 했다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무슨 일이든 시작했다 하면 꽃을 피워야 한다고, 확고한 신념으로 사는 홍진경에게 드라마 출연은 사실 선뜻 내키지 않는 제의였다. 180cm의 장신인 여자가 여배우의 화룡점정인,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되는 일은 분명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서였다. 그럼에도 그녀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하게 된 건, 그녀의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주려 한 박지은 작가의 배려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홍진경이 내세운 무리한 요구사항의 첫 번째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그녀의 절친과 동반 출연하는 것이었다. 남창희, 양배추의 출연을 흔쾌히 허락받자 고무된 그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박휘순에 김인석까지 끌어들이려다 퇴짜를 먹는다. 문득 토크쇼 놀러와에서 그녀 덕분에 거의 덤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던, 오랜만의 공중파 출연인 남창희를 그녀 자신은 내팽개쳐두고 어떻게든 홍보하려고 애쓰던 홍진경의 낯선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 무슨 인력 알선 업체도 아니고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할까 싶었던 홍진경의 오지랖은 그녀의 과거 안에 해답이 있었다. 데뷔 시절 누구나 불러주는 1등 모델의 덤으로 나와 날 좀 출연시켜 달라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바로 홍진경 옆자리의 박휘순이나 남창희와 닮아있었던 것이다. 그저 의리 때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겪어봤던,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처지의 서러움과 비인기 연예인의 간절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누가 시키지도 않는 뚜쟁이 노릇을 했던 거였다.

 

 

 

나는 물론이오. 라디오스타 전원을 놀라게 한 홍진경의 애원은 결혼을 성사시킨 무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의 남편을 가지려고 그녀는, 무려 3개월을 쫓아다니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착신 표시가 뜨지 않은 시절이라 홍진경의 집요한 전화를 피할 수도 없어 그녀가 “어디세요?” 라고 묻기만 하면 한숨부터 쉬었다는 미래의 남편. 이 서글픈 과거를 우리가 이루어진 것은 지금 같은 통신 기술이 없어서였다고 넉살 좋게 회상하는 그녀였다.

 

 

 

그녀도 지칠 대로 지쳤다면서, 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노력해보자고 다짐했던 홍진경은 어쩐 일로 “어디세요?”라는 말의 화답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무려 3개월 동안, 첫마디의 반응조차 받지 못했던 홍진경이 그럼에도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기 짝이 없다. 신이 나서 쫓아간 그 자리는 마침 남자의 동창회 장소였다고 한다. 연예인 홍진경이 도착하자 “어머. 진짜 왔어.”라는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나라면 치욕스러워서 자리를 뜨고 말았을지도 몰랐을 잔혹한 상황이다. 심지어 그녀의 자리조차 준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홍진경은 다른 자리에서 테이블을 끌어와 붙여 그의 옆자리를 사수했다.

 

 

 

이토록 간절한 여자, 홍진경을 선입견 탓에 쉽게 기회를 얻는 사람이라고 오해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윤종신 또한 김치 산업에 열을 올리는 그녀를 그저 누군가 꽂아줘서 손쉽게 그 자리에 올라온 이른바 바지사장 정도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선입견이 깨진 것은 언젠가 거나하게 취해있는 홍진경의 모습을 본 이후부터였다.

 

왜 이렇게 술이 취했느냐고 놀라서 묻는 윤종신에게 홍진경은 배추 농사하는 농부들과 술판을 벌이고 왔노라고 실토했다. 바지사장은커녕 대낮부터 생산자들과 어울려 친목을 도모할 만큼 이 사업에 목숨을 건 그녀는 진정한 실세였다. 홍진경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남들이 쉽게 평가하는 그녀의 홈쇼핑 데뷔 또한 연예인이라서 거저 얻은 기회가 아니었노라고 말했다. 그것 또한 졸라서 그리고 애원해서 가진 기회였다.

 

 

 

홍진경의 홈쇼핑 데뷔는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거절을 당한 즉시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다. 심지어 스튜디오 내부를 청소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역시나 수군댔다. 아니 왜 연예인이 홈쇼핑 청소를 하고 있느냐고. 연예인이니까 그리고 홍진경이니까 그냥 편하게 앉아 홈쇼핑 제의를 받아들였을 거라고 착각했던 나의 오만이 부끄러워졌다.

 

 

 

이날 라디오스타에서 밝혀진 홍진경이라는 사람의 고백은 21년간의 내 잘못된 선입견을 뿌리째 뽑아내 버렸다. 그저 남다른 그 존재감으로 편하게 기회를 얻는 사람이라고, 간절함이나 애원이나 심지어 구차함 따윈 생각해볼 수 없었던 단어들은 오히려 지금의 홍진경을 만든 모든 것이었다. 연예인 특권 의식은커녕 당연한 듯 바닥부터 시작해 구차하리만큼 매달려 원하는 것을 쟁취한 홍진경의 일대기가 놀랍기 그지없다. 문득 카네기의 명언이 떠오른다. “좋은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것을 포착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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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9

  • 시현 2014.02.27 10:46 신고

    내눈의 시야가 굉장히 좁다는거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제가 보지 못하는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며 살고 있을걸 생각하면 부끄럽네요

  • 한심한 2014.02.27 12:18 신고

    이 당연한걸21년만에 깨달으셨 쎄요???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럼 이발언은?? 2014.02.27 18:50 신고

    어떻게 생각하나요?
    천윤재역으로 다른 사람이 캐스팅 되어 있는 상황에서
    '난 다른사람이랑 하고싶다'해서 그 천윤재 역이 바뀐 상황은???
    이 전에 캐스팅된 사람은 홍진경씨 이사람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박수정 2014.02.28 09:59 신고

      음..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제 의견을 낸다면
      모든것이 때가있고, 자기 것, 자기 자리가 있는거 같아요^^
      그 배우분께는 슬프고 힘들 수 있지만, 곧 더 좋은 작품과 더 잘맞는 역할을 만나시지않을까해요..

  • 박수정 2014.02.28 09:56 신고

    글잘읽고가요^^

  • 홍해라 2014.02.28 16:50 신고

    너무 멋있어요.. ㅠㅠ 나라면 절대 못할.. 하지만 홍진경언니라서 그럴수 있는 거겟죠? 완전 호감언니

  • 애기베비맘 2014.03.02 13:50 신고

    라디오스타홍진경언니너무멋져서댓글달고싶어서구글가입까지하게됬네요
    홍진경씨모델로도멋지게봤지만라디오스타에서자기심정을솔직히말하며눈가가빨게지는언니를보고저도눈물을찔끔했담니다홍진경언니너무멋져요그러니힘내시고파이팅요!

1997년 작.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 이 드라마는 내게 역대 최고다. 적어도 실험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 SF나 미스터리도 아니고 아직 홈드라마의 의미가 살아있던 그 시절의 KBS 주말극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이 드라마 이상의 참신한 캐스팅을 만나보지 못했다. 부자나 엘리트가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파랑새는 없다의 주인공은 저어기 변두리에서 월세 사는 밤무대 차력사와 창녀였다.

 


 

 

이날 라디오스타는 예능 판 파랑새는 있다를 찍는 듯했다. 재벌은커녕 하물며 중산층, 심지어 서민도 아니었던 빈민으로 구성된 파랑새는 있다의 주인공처럼. 주연도 조연도 아닌 드라마의 변두리 같은 배우들을 황금 시간대의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이병준, 라미란, 김기방, 최우식.’ 그 누가 이 사람들에게서 주역의 가능성을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그걸 라디오스타는 해냈다. 잘 나가는 KBS 주말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덜컥 이상인에게 맡겨버린 그 드라마처럼. 이런 짓은 라디오스타 말곤 아무도 못한다. 이 맛에 라디오스타를 본다.

 

 

 

비슷한 처지로 소개되었지만 낯익음의 강도는 네 사람 모두 달랐다. 공부의 신의 느끼한 앤서니 양에서부터 최근의 왕가네 가족들 “얼음 동동!” 유치 절정 시아버지까지. 슬금슬금 주목받는 씬 스틸러의 경지에 올라선 이병준. 배우와 개그맨의 경계선이 헷갈려도 그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화려한 스타와 화려한 시청률을 통과시키는 신기한 남자 김기방. 수지를 괴롭히던 그처럼 김수현을 괴롭히다 포스트 유연석으로 성장할 것만 같은 최우식.

 

 

 

그중에서도 라미란은 정말 신기한 배우였다. 분명 대중성 낮은 네 명의 배우 중에서도 그녀는 가장 낯선 얼굴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이름부터가 생소했으니까. 그런데 네 명의 엠시들의 입에서 그녀의 약력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아아. 그래. 그래.”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나는 라미란이 출연했던 작품의 모든 라미란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연기는 이미 물들어서 고즈넉하게 침투되어 있었다.

 

 

영화 괴물에서 박하 색 옷을 입은 발 동동 아줌마와 연애의 온도에서 신혼여행 중 부하 직원의 꼬장을 들으며 어이없어하던. 스파이에서 헤니의 화장실 몰카를 보며 무뚝뚝한 얼굴로 내가 체포해오겠다고 말해 웃음을 줬던 바로 그녀. 막 돼 먹은 영애 씨에서 남이 부쳐둔 전을 홀랑홀랑 집어가던 그 얄미운 라 과장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아. 그녀였구나.

 

 

 

그야말로 씬 스틸러에 미친 존재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의 매력은 의외로 개성이 아닌 자연스러움에 있었다. 여러 작품에 동시에 출연해도 라미란임을 알아보지 못해 불평조차 듣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라스 MC들은 자학으로 받아들였지만, 그녀는 도리어 당당했다. 그것이 연기자 라미란의 장점이라고.

 

 

 

"그 몸매라든지 이런 쪽은 업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셨나 봐요."

 

"몸매가 아주 자연스럽죠. 지극히. 꾸며지지 않았어요. 얼굴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물론 아름다운 외모를 가꿔야 할 분들도 있지만 저는 제가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의 표준 정도라고 생각해요. 뭐 좀 배도 나오고. 나이가 이렇게 됐는데. 팔뚝도 굵을 수 있는 거고. 그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주인공이 되어 마음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 날의 라미란은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여러모로 네 명의 MC들이 공격하기 좋은 위치였지만 그녀는 그 어떤 짖궂은 질문에도 위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당당함을 갖추고 있었다. 외모를 공격받고 출연 분량을 비아냥 당해도 그녀는 결코 정색하지도 혹은 자학하지도 않았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도리어 장점으로 바꿔치기하는 놀라운 화술은 그야말로 라디오스타 MC들마저 넋이 나갈 정도의 수준이었다. "진짜 팔뚝이 보기보다 좀 굵습니다." 라고 깐족대는 김국진에게 "네. 김국진 씨보다 굵을 거예요~" 라고 화답하고 머리에 음표를 그리며 섹시한 미소를 보낼 수 있는 여자 게스트라니.

 

 

 

"외모는 굉장히 토속적인데 약간 느낌이 저한테는 섹스 앤더 시티 같은 그런 느낌이 많이 나요." 한참 라미란 화술에 빠져있던 윤종신은 감탄한 얼굴로 화답했다. “저는 계속 듣기에는 굉장히 감이 세련된 분이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요." "강남 출신이세요? 어디세요?" 원색적인 김구라의 질문을 정말이지 도도한 얼굴로 "저 강원도."라고 답하는 라미란의 매력~

 

 

 

“물 든다라는 것이 나도 연기를 하면서 보시는 분들한테 내 연기가 물들어서 잘 스며들고 고즈넉하게 침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품격 음악 방송 라디오스타의 취지에 맞추어 BMK의 ‘물들어’를 이토록 달콤하고 고느적한 설명으로 안내하고선 무대로 나아가 노래를 부르는데 첫 소절부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연기할 때 그리고 대화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의 노래하는 라미란의 목소리. 시원시원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그녀의 가창력에 오랜만에 가슴이 다 설렜다.

 

 

 

이토록 감동적인 노래를 뽑아내고선 무대에 서기 전,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생수병을 들어 “물 들어.”라는 장난을 친다든가 “무슨 노래방에 에코가 전혀 없어. 아이고.” 라는 말로 웃음을 터뜨리는 화려한 마무리까지. 그녀는 정말 윤종신의 말마따나 감이 좋은 여자였다.

 

라미란을 비롯하여 네 명의 출연자들이 내게 남긴 소소한 감동은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 자신감이었다. 공격에 가까운 사나운 질문들을 전혀 정색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적절한 유머를 섞어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이병준의 목소리와 똑 닮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떠올리게 했다. 캬. 이 얼마나 그들과 잘 어울리는 피날레인가. 이 아름다운 마무리에 커튼콜을 외치듯 라디오스타의 엔딩 역시 인상적이었다.

 

 

"대본을 받고 깜짝 놀랐어요. 제목이, 제목이 참 자극적입니다. 거지, 내시, 몸종. 그리고 변태." (윤종신) "오늘 나올 분들이 성을 빼고 이름만 보면 병준, 미란, 기방, 우식. 성을 빼면 아무도 몰라요!" (김구라)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하지만 얼굴 보면 아! 하는 사람들." (김국진)으로 시작한 라디오스타의 오프닝. 그리고 엔딩을 준비하며 김국진은 차례차례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가 있잖아요. 거지, 몸종, 내시, 변태가 아닌 최우식, 김기방, 라미란, 이병준 이렇게 여러분들 이름을 오늘 마음껏 불렀습니다. -맘껏 불린 이름처럼- 여러분의 연기 인생 만개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아. 이 얼마나 반가운 라디오스타만의 감성 편집이란 말인가.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에서 이상인은 한참을 엉뚱한 곳에서 여주인공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나의 파랑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그녀에게 달려간다. 비록 그들은 엘리트도 재벌도 아닌 변두리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어쩌면 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늘 찾아 헤매던 드라마 속의 파랑새들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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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 2014.02.06 10:31 신고

    어제 라스를 보지 못하였는데 이거 꼭 봐야 겠네여 감사합니다

  • 방송을 직접 보고 싶어지네요! "그녀의 연기는 이미 물들어서 고즈넉하게 침투되어 있었다."라는 말은 배우에겐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싶어요^^

  • 윤미현 2014.02.06 13:17 신고

    어제라스보고 라미란 매력에 푹빠졋던 일인입니다. 님글 읽눈데 왜 눈물이나는지. 예능판 파랑새는있다라는 표현 좋네요. 저도 그 드라마를 인상깊게 봣던지라..여튼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지르박 2014.02.06 13:27 신고

    어제는 짝이 재밌었는데~ 2호커플 쩝...ㅠㅠ

  • 우물 2014.02.06 17:50 신고

    아...... 정말 배우다운 배우다!! 라고 느꼈는데 이렇게 표현해 주시니 어제의 감동이 두배가 되네요
    영화 댄싱퀸에서 보고 반했었는데 라스보고 푹 빠져드네요^^ 오늘의 리뷰도 잘 읽고갑니다

  • 데이지 2014.02.07 04:27 신고

    음...올만에 맘에 쏙드는 리뷰입니다^^

  • 2014.02.27 02:29 신고

    님은 감성글에 절로 답글을 씁니다
    저 역시도 최고의 드라마는 파랑새는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드라마에 비추어 표현하시니 눈과 손이 바빠지네요.어쩜 저리도 배우같은 배우가 있을까요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연기면 분위기까지 .
    참으로 주목하고 싶어집니다.

  • 2014.04.04 02:17 신고

    뭘해도 밉지가 않은 배우

  • 존재감은 극강이지요 내가감독이라면 젤 탐나는조연

  • 여기 주인장님의 글을 보고 와 정말 글 잘쓰신다라고 느껴지네요.
    저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말 배울점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예능프로그램에도 이렇게 분석이 들어갈수도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잘보고 갑니다.ㅎㅎ 네이버블로그였으면 이웃추가를 하고 갈텐데....
    종종 들리겠습니다.ㅎㅎ

 

 

여느 날과 다른 오늘이었다. 윤종신은 먹다 남은 3,000원짜리 도시락을 내려놓고 녹화장을 향했고 그곳에선 김구라가 응원가를 연습하고 있었다. 뉴스데스크를 스치는 홍보 영상물도 지극히 일반적이었다. 알고 보니 일억 삼천만 달러의 사나이 추신수가 이날의 손님이라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거 너무 아부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어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오히려 이 환대를 받는 이가 역시나 거물급 인사라는 사실에 더 위화감을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출연자의 지위와 프로그램의 대우가 정확히 반비례하는 곳이 라디오스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들이 이토록 추신수를 떠받들었던 이유가 아주 저속한 꿍꿍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국경도 나이도 필요 없다. 힘세고 돈 많이 벌고 국가에 공헌하면 그게 바로 형!” 무려 김국진이 82년생에게 “신수형!” 이라고 부르며 무너졌다. 라디오스타는 그 어느 곳에서도 써본 적이 없었을 추신수의 수식어를 만들었다. “국민부자, 신수형 특집” 그렇다. 추신수가 이날 라디오스타에서 왕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연봉 때문이었다.

 

 

 

네 명의 엠시들은 정말 아득해질 만치 돈 이야기만 해댔다. “1년에 1,370억 원. 주급 3억 7천만 원. 라스 출연료 정도는 줘도 기분이 좀 나쁠 것 같은데. 저희가 그냥 회식비로 사용해도 될까요?” 겨우 화제를 돌렸나 싶으면 그 화제를 또 돈 이야기에 연결하는. 그야말로 돈타령의 무한 루프였다. “저희가 이제 돈 이야기에 많이 포커스를 맞추는데 워낙 열심히 해서 이런 성적을 거뒀다는 건 잘 알고 있고.”

 

 

 

너무 속물적인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한편 이해도 되는 것이 그 종목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야구 소재 하나만으로 한 시간을 채우기 곤란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이 포괄적으로 관심을 두는 가십거리가 무엇이겠는가. 연애와 돈이다. 그중에서도 부자의 돈은 가장 솔깃한 관심사다. 게다가 이날의 돈타령이 그리 거북하게 들리지 않았던 것은 너무나 담담한 태도로 솔직 근면하게 돈타령에 동참해준 추신수의 인내심 덕분이었다.

 

 

 

“추신수 선수가 어쨌든 간에 1억 3000만 불. 그래서 이게 한화로 1,370억 원 정도 되는데. 과연 라스만의 분석으로 추신수 선수의 플레이가 돈으로 얼마짜리의 가치가 있었는지.” 거창하게 소개하고는 실책 vtr을 틀어대지 않나. 대선배의 씁쓸한 과거를 계속해서 되새기지 않나. 인상적인 것은 장난을 제외하곤 시종일관 평정심을 유지하던 추신수의 태도였다. 김구라가 집요하게 박찬호의 사례를 읊어대자 처음으로 곤란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이토록 유연한 피드백으로 맞대응했다. “제가 나중에 앞으로 어떻게 할진 모르겠지만, 성적이 좀 안 좋으면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아요.” 농담과 매너를 섞은 최고의 대답이 아닌가.

 

 

 

 

이날의 돈타령이 추신수에게도 마이너스가 되는 화제는 결코 아니었다. “1,370억 원 중에서 추선수가 가져가는 게 얼마며 어떻게 나눠 받나요?” 45% 세금과 5%의 에이전트. 2%의 자산관리. 그리고 추신수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결국 45% 정도. 숨김없이 담담하게 털어놓는 추신수를 보며 김구라가 정곡을 찌른다. “이 얘기가 하고 싶었던 거죠?” 그리고 추신수의 환하게 웃는 얼굴과 화면을 가득 채운 샤랄라한 꽃 그림들. “아니죠. 물어보셨잖아요. 먼저.” 그 순간에도 김구라의 공격을 맞받아치는 추신수의 여유가 놀랍기 그지없었다.

 

 

 

“사실 돈은 보라스, 그 에이전트가 제일 많이 버는 거 아니에요?” 윤종신이 운을 떼고 김국진이 거들자 무슨 화제로 흐를지 짐작했다는 듯 추신수는 이렇게 화답한다. “제가 5%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이런 이야기도 한번 해봤는데. 그런데 사실 기다리는 입장도 굉장히 좀 스트레스받고. 겜블 같은 거잖아요. 팀과의 두뇌 싸움. 언론플레이 그런 걸 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아 진짜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사실 아깝지도 않고. 좋은 계약 해주고 그만큼 가져가는 거니까.” 라디오스타 엠씨들의 짓궂은 농담에 정색하지 않으면서도 한편 그 이야기가 확대재생산 되지 않도록 일축하는 추신수의 화술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라디오스타는 참 특이한 토크쇼여서 접대를 받고 싶거든 이 프로그램을 선택해선 안 된다. 엠씨들의 다소 거북한 질문을 무례한 뉘앙스로 만드느냐 아니면 본인의 호감도를 올려줄 기회로 연출하느냐는 엠씨의 재주가 아니라 오히려 출연자들의 피드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속된 화제였을 돈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담담한 화법으로 대응해준 추신수. 나는 이것을 돈타령의 교본이라고 부르고 싶다.

 

 

 

"야구가 많은 경기를 하잖습니까. 오늘의 좋고 나쁘고의 기분은 그 자리에, 야구장에 놔두고 와야 해요. 왜냐하면 이 기분을 가지고 내일에 적용시킬 수 있고. 안 좋았던 경기의 그런 기분을." 이날 추신수가 고수한 평정심의 비법을 설명해준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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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 2014.01.16 09:27 신고

    정말 정색없이 대처를 잘 하시더군요 . 여유도 있고 나름 센스도 있으시고 ㅋ 편집을 잘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ㅎㅎ
    돈 관련된 애기를 웃으면서 본다는게 참 ㅎㅎ

  • 판타 2014.01.16 11:02 신고

    진출 초기만 해도 (별로 볼기회도 없었지만) 전형적인 운동선수에 약간 다혈질 이미지도 있었는데 이제 가정도 오래되고 명실상부한 스타플레이어여서 그런지 정말 진지하면서도 위트있고 품격(?)있는 모습까지 보이네요.. 이번편의 차별화된 재미는 엠씨쪽에서는 크게 없었지만 (물론 라스엠씨는 기본 이상은 한다) 이번편에 특별히 잘한거는 규현 이외 전원이 정말로 야구에 해박했다는..공부한게 아니라 정말로 야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네.. 이 부분만은 그전에 어떤 토크쇼 엠씨보다도 라스엠씨가 친근하게 느껴진 요소가 됐을듯 (그 초면에 독설에도 불구하고)

    • 엠씨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야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재밌더라고요. 김구라는 역시 ㅋㅋ 야구 얘기를 해도 가십거리만 ㅋㅋㅋㅋ 야구를 잘 모르는 규현의 응대 마저 하나의 화제 같아 즐거웠어요.ㅎㅎ

  • kim 2014.01.16 22:44 신고

    음주운전 사건이후 많이 성숙해졌달까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ㅎ

 

돌아온 김구라를 격하게 환영했던 몇 주 전. 전설의 재림을 반가워하면서도 일말의 불안이 잠식했던 것은 라디오스타 제작진을 떠나보내는 규현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심지어 교체된 제작진이 필자가 유일하게 편식 중인 인기 예능 '세바퀴'의 전 제작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악 소리가 나왔다. 나는 흔들리는 감정을 애써 좋은 생각으로 눌렀다. 제작진이 바뀐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도 아닌데. 하물며 김구라도 돌아온다지 않는가. 그것은 99퍼센트의 호우주의보를 경고받았으면서도 빨래를 널러 나가는 미련 같은 것이었다. 정확히 바로 그 다음 주에 라디오스타는 변절했다.

 

 

 

"저는 라스면 이 정도 가슴은 받아줄 줄 알았는데." 이날 안선영이 선택한 무대의상은 차마 지나가는 화면으로라도 보여줄 수 없을 만큼 대단했었나 보다. 심의에 걸린 지난 의상을 못내 아쉬워하는 안선영을 보며 나는, 그녀가 이 프로그램을 골든타임의 공중파라는 인식도 갖지 못할 만큼 왜곡해서 바라보고 있었구나 싶었다. 수위가 존재하지 않는 막말 방송이라고. 확실히 이날 그녀는 거의 인사불성 격의 거침없는 언행을 퍼부어댔고 대부분은 논란을 낳았다. 분개한 시청자에게 안선영이 사과를 하는 해프닝까지 생겼다. 나는 도대체 이게 무슨 난장판인가 싶었다. 안선영의 입에 분개한 것이 아니라 이런 사단이 라디오스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라디오 스타는 그런 방송이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 분명 수위를 넘나드는 거침 없는 방송이 라디오스타의 키포인트였지만, 희한하게도 이 프로그램에서 내뱉은 말이 '소란'이 되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하물며 라디오스타가 비호감 연예인을 양산하다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대중적 호감도가 극히 낮은 비인기 연예인을 B급의 스타로 키워내는 일은 잦았기에 만약 이전의 라디오스타라면, 평소 대중에게 그리 호감도가 높지 않은 안선영에겐 찬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난장판이라니.

 

 

 

분명 이날 안선영의 발언들이 하나같이 불쾌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여기에 한술 더 뜬 정주리는 입뿐만이 아니라 손짓마저 불쾌했다. 아무리 컨셉이 이른바 '연하남 사용 설명서 특집'이라지만 -누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 박재범을 시시때때로 주물러대고 성희롱에 가까운 추파를 던지는 모습은 그저 불쾌하고 거북했다. 그녀들을 통제하기는커녕 부추기는데 안간힘인 엠씨들의 진행 수준 또한 한심스러웠다. 너나 할 것 없이 술자리 농담을 개의치 않고 떠들어대는데 환장할 지경이었다. 라디오스타라는 면죄부 아래 솔직함의 미덕을 넘은 성희롱과 무개념 발언들이 라디오스타 수면 위를 떠돌고 있었다.

 

솔직함과 무례함은 한끝 차이다. 지난 몇 년간 라디오스타는 이 위태로운 한끝 차이를 프로그램의 정체성으로 만들어버렸다. 주병진이 진행의 신이었던 시절 김병지를 불러놓고 다짜고짜 첫마디를 "왜 진거예요?" 따져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무례해 보이지가 않았다. 그저 힐링과 히어링이 절대 기준이었던 여타의 토크쇼와 차별화되는 진행이었다. 라디오스타는 정말 수년 만에 이 주병진 쇼의 미덕을 계승할 수 있는 방송이었다.

 

 

 

분명 그 힘은 황금 분할이라고 불리어도 과언이 아닐 원년 멤버와 기대 이상으로 잘 적응해주고 있는 규현 덕분이라고 말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은 확실하다. 유재석이 빠진 무한도전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가장 웃기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유재석이 아니고서는 그들을 통제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단점은 희석하고 장점을 뽑아내는 신기에 가까운 정화 기술. 모두가 카오스인 라디오스타에서 그 역할을 담당했던 것은 단연 라디오스타의 제작진이었다.

 

라디오스타의 자막을 보고 있노라면 거의 출연진과 랩배틀을 하는 수준인데 어떤 장면은 다시보기로 '캡처'해서 보지 않으면 미처 그 유머를 다 파악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것은 순전히 집착적으로 라디오스타를 다시 찾고 캡처하며 복습까지 하는 마니아들을 위한 배려다. 그래서 이만큼의 굳건한 라디오스타의 마니아가 형성된 것이다. 그간 몇 번의 중심 멤버들이 교체되고 잦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라스의 팬들은 꿋꿋이 라디오스타를 응원해왔다.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있더라도 아직 이만한 토크쇼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8년 여름에- 월드스타 비를 모신 무릎팍도사는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무릎팍도사와 더불어 황금어장의 교집합이었던 라디오스타는 그래서 자신의 시간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황금어장의 메인은 누가 뭐라 해도 무릎팍도사였으니까. 시간을 쪼갠 라디오스타는 5분이라는, 역대 최악의 방송 분량에 만족해야 했고 고만고만하게 무릎팍도사를 떠받들던 라디오스타도 이때만큼은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라디오스타다운 반항이었다. 분노마저 유머로 승화시키는.

 

그야말로 게스트가 문을 열고 스튜디오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방송은 끊겨버렸다. 이후 화면은 폭풍을 예언하는 먹구름처럼 우르르 쾅쾅 요동을 쳤다. 그리고 화면 위로 깔린 음산한 자막. "비가 내린다." 그리고 친숙한 버글스의 멜로디. "비디오가 라디오를 죽였다" 제작진은 라디오스타의 익숙한 로고송에 재치를 덧붙여 깜찍한 항변을 했다. "비가 라디오스타를 죽였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두 개의 발음을 이용해 이렇게 기막힌 '작품'을 만들어낸 편집팀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단언컨대, 21세기에 들어선 국내 예능 중 이만큼의 충격을 안겨준 장면을 난 여태껏 찾지 못했다. 이만큼의 노가다로 만들어지는 방송을 과연 그 누가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심의를 잊어버린 안선영처럼 라디오스타의 새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그저 막말 방송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정환이 떠나고 김구라가 가버렸다고 해도 버틸 수 있었던 라디오스타다. 그런데, 이렇게 무너져버린다. 마치 파손된 문화재를 바라보는 것 같은 슬픔이 스며든다. 나의 수요일은 이제 영영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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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19 07:44

    비밀댓글입니다

    • 라디오스타만큼 제작진의 존재감이 절실한 프로그램도 드물었나봐요. 김구라와 신정환이 빠진 것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어도 제작진이 빠지니까 이렇게 무너져 버리네요. 너무나도 속상합니다.ㅠㅠ

  • ㅠㅠ 2013.07.19 19:50 신고

    제 마음을 그대로 써주셨네요.ㅠㅠ 라디오스타 열혈 애청자인데 세바퀴 제작진은 진짜x1000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바퀴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라스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어요.ㅠㅠ 김구라씨가 돌아와서 기뻐했지만 그 이후부터 정말 보고 있기 힘들만큼 재미가 없어져버렸어요. 정말 슬픕니다.ㅠㅠ 라스 제작진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ㅜㅜ

    • 진짜 속상합니다. 세바퀴도 나름 열성팬이 있겠지만.. 세바퀴가 두개나 되야할 필요는 없잖습니까.ㅠㅠ 그것도 그 귀한 라디오스타의 정체성까지 무너뜨리면서요.

  • ㅇㅇㅇㅇ 2013.07.19 19:57 신고

    신정환과 김구라가 없어서 보던 프로그램~
    김구라 복귀로 안 봄.

  • 이잉 2013.07.20 01:02 신고

    아 진짜 공감이요.김구라 복귀하면 재밌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재미가 더 없는거에요.밋밋하고.방송에서 세바퀴 제작진 작가로 교체됐다는걸 알았을때 그래도 본래 색깔은 유지하겠지 했는데 ..안선영 논란 보고 라스가 세바퀴가 됐나 했네요.독설은 있었어도 방송 발언으로 큰 논란은 없던 프론데..ㅜㅜ 웬만하면 본방 놓친적이 없는데 이번주는 스킵했네요.부스 밖에 있던 머리긴 남자분도 사라지고 아이돌 덕후에 자잘한 소문까지 찾아내던 작가들도 사라지고...라스 제작진들 어디갔어? 다시돌아오세요..ㅜㅜㅜㅜ

  • 완전 공감 2013.07.26 01:35 신고

    거의 유일하게 챙겨보던 예능이었는데 얼마전부터 정말 보다가 끄거나 이제 아예 기대도 안하고 안보고 있어요.
    정말 안타까워요.

  • 라스빠 2013.07.31 16:28 신고

    진심으로 격하게 공감합니다; 제작진이 바뀔때랑 바뀌기전은 차이가심합니다. 예전엔 그저그런 게스트들이 있을때도 정말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드립계 메시라고 해도 재미없을판이지.. 재미가없으니 수위로 가지..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 미소년클럽 2013.08.02 10:03 신고

    세바퀴 피디출신... 비호감 연예인만 골라서 출연시키는 새낀데
    뭘 바랍니까. 그래도 시청률은 영향없을거에요.
    개한민국 궁민이 막장을 조아하니까

 

역시 라디오스타였다. 격한 눈물의 회한도 상냥한 마중조차 없는. 라디오스타는 오프닝 멘트로 금광 캐듯 캐낸 예능 인재들을 자랑했고 잠잠하다 싶으면 사고치고 떠나는 DJ들의 공석을 자학했다. "그런데 DJ들은 왜...!" 우리는 고품격 이별 디졸브 방송이라는 신조어를 복창하며 라디오스타 디제이들은 웃었다. 화면 전환 기법을 일컫는 디졸브라는 용어처럼 만남과 이별의 순환이 찰나 같은 라디오스타의 산만함을 스스로 야유하며. 그리고 1년 2개월 만에 나타난 김구라를 그들은 눈물이나 포옹이나 상냥한 악수조차 없이 게스트석에 앉혔다. 김구라는 언젠가 야심 차게 맞불을 놨던 동 시간대의 공격수, 두드림의 폐지를 시작으로 등장하자마자 바쁘게 입을 털었고 윤종신은 비워둔 엠씨석을 가리키며 조건을 걸었다.

 

 

 

"먼저 이 자리에 앉으려면 이분들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할머님들의 용서는 구하셨나요?" 세상에. 돌아오자마자 가장 민감한 김구라의 치부를 그것도 그의 친정이라 말할 수 있을 라디오스타에서 건드려버린 것이다. "용서를 받고 이런 걸 떠나서 제가 평생 용서를 구해야 하는 부분" 과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샀던 일 년여의 자체 징계를 내렸지만 그의 홈그라운드라고 말할 수 있을 라디오스타를 떠나있는다는 것이 그에겐 대단한 아픔이오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다시 재연될지도 모를 악몽을 연상하고 싶지야 않겠지만 라디오스타의 처분을 그는 불평 없이 있는 그대로 따랐다. 포장 없이. 변명 없이. "뵈러 가면 반갑게는 맞아주세요."

 

 

 

그러나 조심스러워하는 김구라의 답변을 끝으로 라디오스타는 이 가혹한 질문을 멈추어주지 않았다. 그들은 곧이어 쉴 새 없이 그의 봉사활동을 자숙쇼가 아니었느냐는 항간의 추측을 캐물었다. 윤종신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행동까지 재연하며 자숙쇼라고 깐죽을 떨었고 김구라 또한 씁쓸하게 웃는 얼굴로 그들의 농담을 받아주었다. 아무런 정색 없이. "제가 매주 광주에서 야외 자숙쇼를 갖고 있어요." 장난은 쳤지만 이후의 대답은 진중했다. 작년 4월 이후로 그리고 지금까지 아니 지금도 여전히 매주 할머니들을 찾아뵈었던 김구라. 흥미로운 것은 조금 미안해졌는지 약간의 포장을 보태주려던 라디오스타 디제이의 배려를 무시하고 김구라 자신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불필요한 미화를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진정성. 그렇게까지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요. 거창하고요. 처음에 찾아갔을 때는 제가 의도 자체가 순수한 의도라고 볼 순 없죠." 이따금 그 누구보다 따끔한 일침을 정확한 자리에 놓는 김국진은 말한다. "그런 일이 없었으면 안 갔을 거 아니에요." 김구라는 그 감정을 정이라고 말했다. 매주 찾아가니까 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주고받게 된다고. 그는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거부했지만, 대단히 거창한 이념이나 계몽 의식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진심이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김구라가 원래의 자리를 찾기 전까지는 꽤 진득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에도 라디오스타 디제이들은 꾸준히 김구라를 괴롭히며 그의 치부를 파헤치고 공격했다. 이제 좀 칭찬을 해주나 싶었던 김구라의 선행을 들먹이더니 곧 그 가치를 보잘것없는 것으로 만들어 웃음을 주지 않나 거기에 그대로 맞장구치는 김구라도 김구라였지만. "안 팔리더라고요." "그래서 전액 기부한 건가요?" "사유리 3천만 원 기부했던데." "부끄럽더라고요." 내가 놀라웠던 것은 김구라가 자리에 앉기 직전 마지막으로 던진 김국진의 질문이었다. "과거의 전적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고요." 그들은 김구라의 과거를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으로 단정해 버렸다. 마치 김구라가 그러했듯이.

 

 

 

"할머니들 외에 직접 용서를 빌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 심지어 그 발언 외의 김구라의 과거마저 다시금 되짚어주는 라디오스타의 잔인함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했던 진정한 라스의 힘은 독설이 아니라 독설이 품은 영리함에 있었다. 분명 이날 라디오스타의 환영식은 환영 인사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만큼 잔혹하고 거침이 없었다. 일 년 만에 돌아온 탕아를 따뜻하게 안아주기는커녕 그 누구도 반갑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심문하고 추궁하며 꾸짖었던 것이다. 분명 잔인했지만 지금의 김구라에게는 꼭 필요한 의식이었다.

 

라디오스타는 영리하게도 문제적 인간을 제작진이 감싸 안을 수록 시청자의 분노는 더 커진다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청자가 궁금해하거나 혹은 불만을 품고 있는 모든 치부를 있는 그대로 터뜨리고 공개하여 위화감을 덜어냈다. 김구라를 받아들임으로써 시청자가 갖게 될 일말의 불편함마저도 먼저 회초리를 들고 호된 꾸중을 하는 라디오스타의 엄격한 신고식에 시청자의 야단은 기가 죽어버렸다. 오히려 동정심이 치솟을 만큼의 비난으로 김구라를 향한 세간의 야유를 침묵시킨 것이다. 그래서 유세윤의 이야기를 꺼내고 김구라의 잘못을 파헤치며 그의 선행마저도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심지어 김구라를 하차시킨 직접적인 사건 외의 언제든 터질지 모를 김구라라는 인간의 과거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다시 한번 되짚어준 것은 라디오스타라서 가능한 애정이었다.

 

 

 

1년 만에 돌아온 김구라는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라디오스타에 흡수되었다. 한참을 웃고 나서 돌이켜보니 문득 소름이 돋았다. 마치 한 주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김구라의 존재감에. 도저히 일 년 이상 자리를 비운 사람의 귀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래. 이게 진짜 라디오스타지. 김구라의 귀환이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김구라 본인이 아니라 김구라의 존재로 되찾은 디제이들의 컨디션이다.

 

이제는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그들을 마음껏 자신의 위치에서 자유롭게 했던 것이다. 윤종신은 다시 마음껏 깐족거릴 수 있었고 김국진은 차분했다가 한 번씩 대어를 낚아올렸다. 김구라의 귀환으로 가장 큰 염려를 받았던 김구라의 독기는 한층 강화되어 이전보다 더 큰 재미를 주었다. 사실 김구라의 진정한 즐거움은 물어뜯는 재미다. 공격하는 김구라 이전에 공격을 받는 김구라의 모습 또한 라디오스타에서 가장 유연한 즐거움이었다. 그 이벤트 같은 재미를 보는 쾌감에 나의 수요일은 몸부림을 쳤다.

 

 

스튜디오 밖의 김구라를 바라보며 디제이들은 외쳤다. "이별도 만성이 되면 알게 됩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는 걸. 라스의 스피릿, 김구라 씨!" 이날 라디오스타는 지독했지만 한편 그 어떤 프로보다 진실된 반가움을 전하고 있었다. 1년 2개월 만에 되찾은 친구 혹은 적 그리고 영원한 라디오스타의 스피릿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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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4 16:24 신고

    재미있고 공감되게 잘 쓰셨네요.
    그런데 제눈에는 윤종신은 약간 김구라한테 기가 눌리는 느낌이더라구요. 깐죽거리는 것을 김구라가 별로 좋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말이죠. 그때 더 강하고 노회하게 김구라 뒤통수를 치며 맞받아줘야 하는데 어색하게 웃으며 자위하듯 넘어가더라구요.
    제가볼땐 말이죠. 그래서 억눌린감정이 김구라보고 자기한테 손가락질하지말라고....
    잘해나가겠죠뭐.

 

그가 돌아온다. 1년 2개월 만에. '김구라 라디오스타 복귀'라는 헤드라인을 보고 심장이 쿵쿵거렸다. 뭐 그리 훤칠한 미남자도 아니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훈남도 아니다. 누가 봐도 비호감의 영역인 김구라가 이날만큼은 송중기보다도 더 반가웠다. 쬐끔 오버해서 마이클 조던의 복귀 소식에 가슴 설레던 1995년의 봄 같았달까. 예능 프로그램 하나 가지고 무얼 그리 오버하냐고 말할지 몰라도 내게 라디오스타는 각별한 '위로'다. 누구에게나 이런 종류의 위로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그러니 비로소 김구라의 복귀로 완전해진 라디오스타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라디오스타 자신들도 엠씨 서바이벌이라 자학 개그를 했을 만큼 라디오스타는 꽤나 잦은 소란을 일으키며 멤버를 잃고 다시 불러들이곤 했다. 그중에서도 김구라와 유세윤의 관계는 마치 배턴을 주고받는 릴레이 주자와도 같았다.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마침 입대 이유로 하차하게되자 라디오스타는 도저히 채울 수 없었던 신정환의 존재감을 규현과 유세윤의 크로스로 메꾸어버렸다. 그게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지난날의 과오가 김구라의 발을 묶었다. 결국 자진 하차를 선택한 김구라의 공백은 하필 유세윤의 발목을 붙잡아 버렸다. 라디오스타의 하차를 준비하던 유세윤은 김구라가 빠지고 함몰 직전의 라디오스타를 외면할 수 없어 남아버렸다. 그리고 1년 뒤인 2013년 6월. 다시 유세윤이 라디오스타를 하차하고 그 후임을 김구라가 맡게 되었으니 참으로 잔혹한 인연이라 아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김구라의 복귀를 바라면서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미 MBC의 전 사장이 김구라 보이콧을 만천하에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구라의 복귀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그의 선언은 억하심정으로 느껴질 만큼 감정적인 처사로 받아들여져 올해 안으로는 김구라의 복귀를 볼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적어도 그맘때의 두 사람은 하늘 아래 둘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미안한 해석이지만, 유세윤과 전 사장의 퇴임 이후 김구라가 돌아오게 되었으니..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신은 잔인하지만 유머 감각만큼은 있는 것 같다.

 

김구라의 복귀가 이토록 반가운 것은 물론 그가 떠난 라디오스타가 형편없을 만큼 한심했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그가 자리를 비운 1년 동안도 나름 그럭저럭 볼만은 했었으나 분명 최상의 재미는 아니었다. 김구라의 복귀 소식으로 깨달은 것은 견딜만하다는 것과 아주 볼만하다는 다르다는 것이며 그가 비운 라디오스타의 1년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전자의 역사였다. 김구라 복귀가 의미하는 첫 번째 쾌거는 무엇보다 1년 만에 되찾은 라디오스타의 밸런스다.

 

 

 

김구라가 떠난 이후 라디오스타 디제이들은 최선의 안간힘을 썼다. 물론 라디오스타는 네 명의 엠씨들이 게스트를 떡밥처럼 물고 뜯는 방송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의 지향점이 모두 똑같지는 않았다. 김구라가 직관적인 강수를 던지면 규현은 그 과정의 무례함을 어루만져주고 윤종신은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듯 깔짝거리며 게스트를 공격하곤 했다. 그리고 멘토 김국진의 속 깊은 치료가 존재하기에 라디오스타는 무례하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방송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스코트 신정환에 이어 김구라까지 떠나버리자 그 단단하던 라디오스타의 아성도 조금씩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구라의 역할을 대신할 역할을 찾다 보니 멤버 모두가 김구라가 되어 자신의 캐릭터를 내버렸던 셈이다. 김구라를 대신하여 그답지 않게 직설적인 윤종신을 보며 흐뭇해졌다가도 한편 무너지는 밸런스를 아쉬워했다.

 

 

김구라 재임 시절 엠씨들은 곤혹스러운 순간에 부딪힐 때마다 엄마를 찾듯 김구라를 바라보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마치 해결사처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질문을 던지곤 하던 김구라가 있기에 이제 라디오스타의 밸런스는 완벽해질 것이다. 의외로 김구라는 엠씨들과의 상성이 꽤 좋은 편인데 특히 규현을 라디오스타로 불러들인 자신인 만큼 두 사람의 호흡이 꽤 좋았었다. 좀 너무 무례하지 않았나 싶을 때 난처한 얼굴로 김구라의 말을 정리해주는 규현의 가지치기가 있었기에 김구라의 공격 또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드문드문 김구라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던 규현이 이제 다시 돌아올 스승에게 1년 동안 성장한 자신의 실력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은 김구라의 복귀를 환영하는 즐거운 애피타이저다.

 

 

 

 

김구라의 복귀는 또한 김구라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선택이기도 하다. 라디오스타의 아이덴티티가 김구라라면 김구라의 정체성 또한 라디오스타였다. 웬만한 방송에선 제 몫을 해낸다는 김구라지만, 그리도 라디오스타만큼 김구라를 김구라답게 굳혀주는 방송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적절하게 수위를 유지해가며 그럼에도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는 공격을 던지는데 그게 불편하지 않은 강도를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김구라가 가진 오랜 독설 내공의 힘이다. 하지만 김구라의 독설이 진정 빛을 발하는 순간은 무엇보다 그가 가진 넓고도 깊은 잔지식 때문이다.

 

특히 남의 부적절한 사생활에 대해서 어찌 그리 담고 있는 지식이 많은지. 할리우드 스타의 가십은 물론이오 출연자의 채무 관계를 빼곡히 알고 있는 것은 물론, 하필 이수근이 대출 상담을 받는 장면을 김구라에게 들켜 폭로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야말로 어둠의 위키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온갖 지식을 후벼 파고 있는 김구라의 상식들은 뭐 세상 사는 데에 큰 이로움은 없을 것 같아도 그 어느 토크쇼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라디오스타의 노다지였다.

 

가지각색의 출연진이 등장하는 와중에 온갖 소재가 화두가 되어 올라오곤 하는데 이때 김구라의 입은 그저 툭 치면 줄줄줄 비화가 쏟아졌다. 오래전 어느 팝송 제목에 얽힌 비화를 놓고 틀린 정보를 전달하는 오영실을 정정해줬던 사람도 가수 윤종신이 아닌 김구라가 유일했다.

 

 

누군가 말했던가. 역사엔 IF가 없다고. 만약에-를 덧붙일 수 없을 만큼의 지난날의 과오를 가진 김구라를 마냥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만큼의 존재감을 가진 라디오스타를 상실하고도 아무런 응석이나 변명 없이 그 자리를 물러섰던 김구라의 태도만큼은 지금 그의 복귀를 환영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한다. 김구라의 복귀로 비로소 완전해질 라디오스타는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 내 일주일의 유일한 휴식이 비로소 완전해진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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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라의 복귀가 반갑기는 한데 돌아오는 모양새가 영 괘씸합니다.
    유세윤의 문제 없이 더 깔끔하게 복귀하게 할 수는 없었는지...
    어쨌든 김구라의 귀환으로 라디오스타가 더욱 깔끔해질테니 좋긴 하네요.

  • 호나우딩 2013.06.05 02:49 신고

    신정환 까지 합세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ㅜㅜ

 

-라디오스타를 씹어 삼킨 이효리 스케일

 

90년대도 아닌데, 21세기에도 여전히 "핑클을 좋아했어요? SES를 좋아했어요?"는 1997을 회상하는 고정 패턴이다. (물론 핑클의 데뷔는 1년 뒤 1998이었지만) 사실 필자는 바다의 목소리와 유진의 얼굴 그리고 슈의 하모니를 좋아했기에 SES였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두 그룹의 호불호를 정하는 결정적 차이는 아마도 친밀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흔히 요정이라 불리곤 했던 SES는 무언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닌 것 같은 신비로움이 있었다.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듯한 이국적이고 이질적인 분위기. 반면에 핑클 또한 요정에 공주님으로 불리었지만 무언가 그쪽과는 다른 친근함이 느껴졌다. SES가 정말 손도 댈 수 없을 것 같은 다른 세계의 외계인 같은 느낌이라면 핑클은 그나마 사람 같았달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핑클 특유의 脫 걸그룹 같은 묘한 매력은 역시나 이효리라는 브랜드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만약 이효리가 없었다면 핑클의 존재감은 지금과 많이 달랐으리라.

 

"그때는 쳐주지도 않았죠" 역시 이효리 특유의 탈 걸그룹스러운 매력의 원천은 솔직함과 친근함이다. 핑클 시절에야 가까스로 꾹꾹 억누르다 이따금 사람들을 놀래킨 수준이었지만 솔로로 데뷔하고 본격 예능 전선에 뛰어든 이효리는 물 만난 고기처럼 한풀이를 했다. 이날 라디오스타 멤버들은 예능계의 이효리 효과를 기대했는데 시청률은 어찌 나왔는지 몰라도 과연 이효리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했다. 90년대 아이돌 리더 특집에서 문희준, 이효리와 더불어 한 자리를 차지한 어색한 김종민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느냐는 질문에 그나마 문희준은 주저주저했지만, 이효리는 딱 잘라서 "그때는 쳐주지도 않았죠"라는 직언으로 CG를 뽑아냈다.

 

 

 

"저도 이제 술 광고는 그만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마음을 먹었던 찰나에 또 그쪽에서도 이효리는 인제 그만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그 유명한 소주 광고를 그만두게 된 사연을 어디 라스 아니랄까 봐 "알아서 나간 거예요? 뺏긴 거예요?" 대놓고 공격하자 이효리는 조금의 당황도 없이 한 수 더 뜬 솔직 발언으로 디제이들을 당혹시켰다. "그 모델 때는 그 소주만 먹었죠?" "그쵸" "지금은?" "바꿨죠" 찰나의 독설로 폭소를 터뜨리고도 이효리는, "집에 한 박스는 사놨어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 또 추억처럼..." 라는 첨언으로 어딘가 짠한 감정이 솟구치게 하기도 했다.

 

 

 

"반응은 굉장히 좋은데~ 너무 높은 음이 없이 중저음으로만 곡을 만들어서." 유세윤 또한 주저하며 던진 공격에도 그녀는 흔들림이 없다. 그저 쿨하게 뭐 어때서? 하는 얼굴로 동조하며 "예에. 저한테 딱 맞게 만든 거거든요." 이효리가 이렇게 나오자 유세윤 또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더 센 질문을 던진다. "본인의 라이브 실력을 고려해서 만들었다?" "그럼요~ 당연하죠!" 정말 조금의 미동의 변화 따위 없는 이효리의 당당한 얼굴에 웃음이 절로 터져버린다. "첫 방 때 라이브를 하는데 너무 편한 거예요. 계속 제가 써야 할 것 같아요." 디제이들이 연달아 공격을 던지는데도 그녀는 당황하기는커녕 파트를 흉내까지 내며 라스의 흐름을 깨지 않았다.

 

 

새삼 느낀 것은 이효리가 정말 예능을 잘한다는 거였다. 특히 프로그램의 적응 능력은 놀라운 수준인데 라디오스타면 라디오스타 맨발의 친구들이면 맨발의 친구들 혹은 해피투게더에서 무한도전까지. 그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든지 간에 이효리는 그 프로그램의 룰을 그대로 따르며 어울리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효리는 이효리라는 것이 더 놀랍다. 라디오스타의 미덕인 솔직함의 중용을 지켜내는 이효리 또한 놀라웠다. 좀 센 발언이다 싶을 때도 과한 보태기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별다른 오버 액션 없는 라디오스타의 질문이 출연진의 치부마저도 시청자에게 호감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처럼 이효리 또한 센 대답을 과장해서 꾸며내려 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부터 좀 센 이야기를 할 텐데 너희 전부 긴장해야 해-같은 작위적인 선포가 없어서 좋았다. 그게 완벽한 라스 스타일이라는 것을 이효리는 미리 알았던 걸까. 몰라도 본능적 예능감이 그녀를 이끌어 나갔던 것일까.

 

 

 

물론 독설과 장난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파트들 외의 다소 진지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있었다. 물론 그것도 이효리는 이효리였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무지 요정이 되지 못했던 핑클 시절 이효리의 치부를 공개하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지난날 자신의 실수와 치부를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야말로 교회와 집밖에 몰랐던 순진한 얼굴의 어린 동생들과 이미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돌아온 이효리는 도무지 어울릴 수 없는 위화감이 있었다. 크리스천인 세 명의 요정이 1등의 환희를 기도의 경건함으로 시작하는 동안 이효리는 시원한 맥주 한잔을 생각하는 어른이었으니까. 그 위화감 때문에 심지어 이진과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움까지 벌였다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이효리는 그땐 참 철이 없었고 나 자신의 욕망 때문에 핑클이 지키고 싶어하는 이미지를 유지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는 사과를 전했다.

 

핑클이라는 이름의 어감이 전하는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달리 그 풀이는 Fine Killing Liberty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우리가 끝낸다)는 지나치게 과장된 의미를 담고 있어 늘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1998 당시에도 핑클 자신마저 부끄러워서 어찌할 줄 모르며 소개했던 이 이름의 속풀이가 어쩌면 이효리 자신에게는 어울리는 이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설로 일관했던 이효리지만 은연중 타인을 배려하는 소소한 마음 또한 눈에 띄었다. 누가 봐도 이효리와 아이들 같은 분위기의 섭외에서 리더 특집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이효리였다고 하는데 한때는 아이돌 예능감을 평정했지만, 지금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문희준과 놀림감이 되기 딱 좋은 바보 오빠 김종민 사이에서 그녀는 수시로 두 사람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아프리카는 왜 갔냐고요?" "방송하러." 저러다 우는 거 아닐까 걱정스러웠던 김종민이다. 이효리는 다정하게 그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말로 엠씨들의 아우성을 정리한다. "방송 포맷이 뭐였냐고요." 주어를 생략해버리고 "뭐 대이동 본다고" 얼떨떨해하는 김종민의 말을 마치 아이의 옹알이를 들어주는 선생님처럼 정리해서 되물어보는 이효리 때문에 수시로 웃음이 터졌다. "대이동을 본다고?" "동물의 대이동?"

 

 

 

이제는 너무 대스타가 된 것 같아 춤을 권하지도 못하겠다는 문희준에게 먼저 화려한 춤사위를 던지며 그의 어색함을 덜어준 모습 또한 이효리 특유의 담담한 배려였다.리더가 돼서 좋은 점이 뭐냐는 질문에 김종민의 멤버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좋다!는 귀여운 대답을 이해하는 사람은 오로지 이효리 하나였다. "그치. 베풀 수 있으니까." 심지어 이날 이효리는 마치 엠씨라도 된 것처럼 출연진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도 그렇던데" 같은 맞장구를 치며 아예 몸을 그쪽으로 틀어버리고 엠씨 역할에 몰두해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까지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오래 활동을 하다 보니까 대중들과도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 들면서 이제는 솔직한 얘기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았고." 씨에프의 여왕이었던 이효리의 이름이 어느 순간 무색해져 버린 것에 대해 라스 디제이들은 역시 직관적인 독설을 날린다. "못 찍는 거예요? 안 찍는 거예요?" 이효리는 말한다. 그걸 먹고 살을 뺀 게 아니고 그걸 먹고 예뻐진 게 아닌데 나는 먹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 제품을 대중에게 호소하는 것이 싫었다고. "모르겠어요. 진짜 그 제품을 쓰면서 광고하는 사람도 많대요. 사실 저는 그런 건 별로 없었거든요." 치부에 가까울 폭탄 발언에 이렇게 거부감이 안드는 연예인이 또 있을까. 이효리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마치 달콤한 노래처럼 매력적으로 들렸다.

 

 

 

독설과 장난 속에 비록 찰나였지만 이효리 나름의 철학이 느껴지던 발언 하나가 있었다. "죽을 때까지 살려면 살겠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담담하고 장난스러웠지만 마음을 후벼 파는 고요한 철학. 죽음마저도 담담하게 전하는 솔직 화법. 그게 바로 여자들마저 사로잡는 이효리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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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처자입니다. ㅠㅠ 날 가져요. 효리 양.

  • 보니 2013.05.30 14:57 신고

    여자들마저 좋아한다기보단, 여자들이 더 좋아하죠. ㅋ 이효리는 처음 예능 시작하던 때부터 털털하고 재미있었지만, 점점 성숙해가면서는 범접할수 없는 내공과 지혜까지 느껴져요. 이효리가 이런식으로 성장하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기대이상인것 같아요. 점점 더 대단한 여자가 되어가는듯..

  • 그대이름은 2013.05.30 15:04 신고

    이효리~ 어쩜 이리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잘되는 연예인이 있는지 ...오래전부터 이효리씨가 참 매력있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요즘들어 포텐이 더 터지는 느낌이랄까요? 참 머리좋고 이쁘고 매력있고 매력있고 매력있는 스타입니다 정말 매력있어요 우리 할아버지도 효리씬 이뻐하세요 ㅎㅎ

  • 룰루 2013.05.31 08:43 신고

    섹시 하기 보다 멋진여자

 

"잠깐 빛 보나 싶었는데 빛을 못 보고..." 쪼물락 쪼물락 거리고 싶은 찹쌀떡 같은 얼굴로 가까스로 카메라를 찾아 우물거리는 백진희를 보며 쿡하고 웃었다. 이렇게 귀여웠었나 싶어서. 여전히 백진희를 쫓아다니는, 하이킥의 백진희는 이만큼 사랑스럽진 않았던 거 같은데.

 

 

 

"저는 스물 네 살이고요~ 얼마 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다가 잠깐 빛 보나 싶었는데 빛을 못 보고." 백진희의 자학 개그에 라디오스타마저 웃었다. 그 김병욱이 못 살린 유일한 연예인이라는 구박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백진희의 허허실실 때문에. 하이킥의 백진희가 뜨지 못했다는 사실이 유별나게 안쓰러웠던 이유는, 하이킥 파이널에서 가장 많은 고생과 치욕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 바로 22살의 소녀 백진희였기 때문이다. 디스를 좋아하는 라디오스타마저 그녀의 공로를 가여워할 만큼. 그러니 김병욱 피디는 백진희를 제2의 신세경이 되지 못했다 하여 야단칠 자격이 없다. 신세경도 박하선도 황정음도 그 누구도 백진희만큼 모욕당한 여주인공은 없었다.

 

 

 

초반 백진희는 하이킥의 모든 논란을 홀로 담당해야만 했다. 김병욱 피디의 사디즘 성향을 의심하고 싶을 만큼 정말 지독하게도 백진희는 괴롭혀졌다. 백진희는 몇 번이나 엉덩이를 까야 했고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자 이번에는 모자이크 장난으로 비난을 받았다. 그녀의 캐릭터는 또 어땠던가. 빈대에 식충이에 남의 눈치나 살피는. 아무리 시트콤이라지만 치졸했다. 역시 가난을 등에 멘 소녀였지만 신세경을 위해 김병욱은 아련함과 도도함을 건넸다. 이런 영광이 백진희에겐 없었다. 지독히도 현실적이었고 잔인하게도 우울한 캐릭터였다. 또래의 크리스탈, 김지원, 박하선의 화려함에 눌려 그녀의 비극은 더욱 도드라졌다.

 

비극, 궁상, 가난으로 기억되는 백진희였기에 라디오스타에서 처음 발견한 그녀의 신선함에 눈이 아렸다. 언제 그랬나 싶게- 백진희는 참 신선하고 상큼했으며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야말로 생기가 돌았다. "배우들을 막 대하는 겁니까? 백진희 씨를 그렇게 괴롭혔다고.." 규현 엠씨의 증언에 이홍기는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은 녹화 내내 비추어진 이홍기의 백진희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었다. 얌전히 남의 말을 들어주다가 자신의 이야기에 적극적인 백진희의 천진한 태도에 이홍기는 내내 시비를 걸었다. 마치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초등학교 남자아이처럼. 물론 그것은 이홍기 하나만의 특이사항은 아니었다. 이날 내내 라디오스타의 엠씨 모두가 백진희를 아빠미소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정말 시비를 걸어서라도 엮이고 싶은 귀여움이 그녀에겐 있었다.

 

 

 

"완전 좋아요. 진짜 선배님. 너무 좋다고. 맨날 맨날." 김광규와 이적을 놓고 전자를 택하는 24살의 아가씨가 백진희 말고 있을까. "저도 24살이고 젊은 친구들하고 해보고 싶어요." 친구에게 말하듯 나지막이 소망을 전하는 그녀였지만 막상 이적과 김광규를 놓고 유치한 저울질을 하자 "김광규 선배님"을 골랐다. 엠씨들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광규를 고른 그녀의 단호함에 놀랐다. 잠깐 장난을 치던 라디오스타 엠씨들도 곧 그녀의 선택을 수긍했다. 마치 거짓말을 해도 믿을 것 같은 말간 눈동자. 나는 놀랐다. 왜 김병욱 피디는 이런 매력을 미처 써먹지 않았을까.

 

 

 

"눈도 끔쩍 안 해요. 그냥. 움?" 윤종신은 놀랐다. 백진희의 이름에 붙어 다니는 파격적인 연관검색어가 무려 "백진희 혀 넣을까"였음에도 별스럽지 않은 그녀의 태도 때문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우움- 문득 생각났다. 영화 페스티발에서 처음 백진희와 호흡을 맞춘 류승범은 당시 21살의 어린 백진희의 천진난만에 기겁했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백진희는 유달리 파격적인 영화의 키스신이 촬영 전날 두 시간이나 일찍 와서 가르쳤다고 말해 류승범을 당황시켰다. 잘못 말하면 큰일 난다고- 이야기를 나눈 것뿐이지 가르쳐 준 기억이 없었다는 류승범을 보면서도 백진희는 우움-하고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그러고 보니 여배우로선 망설여질 수 있을 거칠고 선정적인 장면들도 곧잘 수행해내는 백진희의 적극성은 그녀의 담대한 태도에서 나왔나 보다. 영화 페스티발을 기억하는 유세윤에게 그녀는 봄빛 같은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아- 보셨어요?"

 

 

 

"어- 이거 알면 엄마한테 혼나는데." 이홍기의 활발했던 고교 시절 연애담을 들으며 본인도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자의 짜릿함을 누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더니 그런 경험이 있었느냐는 엠씨의 말에 오히려 반대였다는 솔직한 대답이 역시 귀여웠다. "맞았나요?" 어느 오빠를 사이에 두고 한 여자와 쟁탈전을 벌였다는 백진희. 규현의 톡 쏘는 질문에 화면을 바라보고 눈치를 보며 웃는 그녀의 천진한 대답에 전 출연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 이거 알면 엄마한테 혼나는데." 아이고. 정말 눈부시게 사랑스럽다. 아직까지도 엄마의 잔소리를 걱정하는 스물네 살 아가씨의 천진함이.

 

무서운 언니들에게 둘러싸여 혼쭐이 날만큼의 짜릿한 짝사랑을 앓게 한 남자라면 어느 정도의 인물을 가진 사람인지 궁금할 법도 하다. "그 오빠 멋있었어요?" 윤종신의 질문에 백진희는 잠시 생각하다 입술을 삐죽이며 말한다. "당시에는?" 마치 만화처럼 다채로운 백진희의 표정에 이번에는 엠씨들까지 무너져버렸다.

 

 

 

하이킥을 만나기 전 마치 최고다 이순신의 아이유처럼 소속사 사기 경험을 겪으며 좌절의 아픔을 겪었다던 그녀. 온몸에 실핏줄이 터져버릴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는 그녀의 과거가 측은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찾은 점집에서 그녀는, 22살에 그녀의 운명을 바꿀 기회가 찾아온다는 점괘를 받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바로 하이킥이었고 그것이 시청자에게 백진희를 알린 계기였다.

 

하지만 캐릭터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김병욱 피디마저도 모두 뽑아내지 못했을 만큼 그녀는 정말 싱그럽고 매력이 넘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오히려 시트콤보다 더 흥미로운. 그녀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닐 것 같다. "제가 초반에 인지도 낮다고 놀려서 약간 우울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거. 끝까지 멋지게 전진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이날 참여한 모든 게스트가 그랬지만 특히 김국진의 마지막 멘트가 어울렸던 사람은 마침 자리를 비운 백진희였다. 시트콤의 백진희 그리고 드라마의 백진희. 또는 진짜 백진희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그녀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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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비행기 2013.05.23 20:27 신고

    어제 볼땐 그냥 웃고 지나갔는데..
    이렇게 보니 매력이 철철 넘치네요ㅋㅋ

  • [페스티벌] 이전에 [반두비]라는 독립영화에 나왔었죠.
    당시 백진희가 18살 정도 되었을텐데 천연덕스럽게 정말 연기 잘했더랬죠.
    [페스티벌]도 [하이킥]도 [반두비]에서만큼 백진희의 매력을 살리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 그래도 페스티벌의 백진희는 하이킥보다는 매력적이었던거 같아요. 단조로운 느낌이 있는데 의외로 다양한 역할을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는듯 싶더라구요. 요즘 드라마에서도 조곤조곤한 부인 역할을 괜찮게 연기하더라구요.

  • 조잡대마왕 2013.05.24 18:49 신고

    저는 백진희 양이 나온줄 모르고 조금만 보고 잘려고 했는데 나온거보고 다 봤네여... 생일이 저하고 똑같아서 그냥 눈여겨 보는 연기자인데 더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쁜 외모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여...

  • 하이지니 2013.09.07 17:14 신고

    백진희 매력있고 멘탈이 맘에 든다 흥해라 진희야 언니가 아낀다

  • 요즘 기황후에서 엄청 좋은 연기 보여주었고
    악역인데도 완전 사랑받는 연기자가 되어서 흐믓해요 ㅎㅎ

 

오랜만의 윤종신 그리고 윤민수의 조합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그가 2년 전 '나는 가수다'에서 윤민수에게 던진 짧은 위로가 떠올랐다. "온몸으로 노래하는 가수" 윤민수의 무대를 앞두고 윤종신은 이런 표현을 썼다. 상투적인 말치레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날의 윤민수에게는 절실한 위로였다. 개국 이래 이 정도의 소란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나는가수다, 그중에서도 윤민수의 시련은 남달랐다.

 

순위제 구조의 나는 가수다에서 소위 경연용 창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연우신의 품격이 깎여버린 김연우는 탈락의 고비 아래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방황했다. 김연우의 음악이 클라이막스가 없다는 이유로 폄하 당했다면 윤민수의 음악은 기승전결이 모조리 카타르시스라는 이유로 비난당했다. 한쪽은 절제를 비판받았고 한쪽은 감정 과잉이라 욕을 먹었다.

 

 

 

윤민수의 경연은 나는 가수다를 '나는 성대다'로 만드는 원인이라며 손가락질당했다. 결국 무대의 패자와 승자를 결정하는 청중평가단의 귀를 본격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허나 윤민수는 소란 앞에서도 클라이맥스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중의 비난이 격해지면 격해질수록 그의 절정은 극대화되었다. 조용필 옹의 감정 절제 지적을 받은 날, 오히려 윤민수의 절정은 정점을 찍었다. 그는 오늘 하루 무대를 터뜨려버리겠노라고 대중 앞에 선언했다.

 

불과 2년 전의 이야기지만 사뭇 바뀌어버린 대중의 반응이 놀랍다. 지금의 윤민수는 똑같은 시간대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후속 코너에서 어쩌면 프로그램의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사랑을 받고있지만 그날의 윤민수는 거의 논란을 독차지한 미운 오리 새끼였다고 해도 다름없었으니. 허나 지금은 꿈 같은 시간을 거닐고 있다고 하여 2년 전의 이 우울한 과거가 즐거운 추억이 될 리가 없었다. 지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윤민수에게 새삼 공분을 산 지난 과거가 달가울 리도 없다. 허나 라디오스타니까 그때의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다. "윤민수 씨는 나가수 출연 당시에 감정 과잉이라는 지적이 많았었는데 류재현 씨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뭐 이 정도야 어느 인터뷰에서든 나올 수 있을법한 질문이다. 허나 라디오스타니까 그 속까지 파고든다.

 

 

 

"제가 좀 인상 깊었던 게 조용필 선배님이 나오셔서 너무 울면서 부르지 말라고 그런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울면서 부르셨잖아요?" 하물며 막내 규현은 빤빤한 얼굴로 묻는다. "조용필 선배님의 충고를 무시하고...?" 순간 풋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 시원해. 아주 시청자의 오장육부를 박박 긁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인터넷상의 농담으로는 떠들 수 있어도 당사자 앞에서 그것도 고개 빳빳이 쳐들고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아니지 않은가. 이 과정에 신랄한 라디오스타는 그 어떤 눈속임도 없다.

 

그날의 장면을 그대로 자료화면으로 내보내며 감정 과잉이라는 자막을 아무렇지 않게 들이미는 당돌함 하며. 조용필의 신곡 멜로디에 규현의 돌직구를 응용하여 능청을 떠는 유세윤의 뻔뻔함 하며. 의외로 윤민수의 동료 류재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감정과잉이 맞았다"고 수긍한다. 분명 무례함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음에도 오히려 즐거웠다. 라디오스타의 질문이 정말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을 대하듯 심각한 얼굴로 그날의 일을 회고했다면 오히려 싫증이 나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뭐 좀 그럴 수도 있지 그랬으면 좀 어때- 하는 인터뷰어의 태도는 치부를 치부가 아닌 것으로 정화한다.

 

 

 

이날 라디오스타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바이브를 초청하여 한국 가요계 대표 듀오 특집을 구성했다면서도 인사말부터 가수의 체면은 거의 지켜주지 않았다. 윤민수는 윤후의 아버님으로 소개를 받았고 류재현은 친구 아들 때문에 라디오스타까지 나올 수 있게 된 사람이라는 무명씨로 등장해야 했다. 거의 한 시간에 가까운 분량 동안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도 거의 시시껄렁한 농담에 가까웠다. 윤종신은 시작부터 봄여름가을겨울의 25주년 기념 음반을 놓고 롤링스톤즈와의 유사성에 의문을 가지며 표절이 아니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걸렸네요! 걸렸어요." 까불거림 속에 뼈가 들어있는 유세윤의 농담은 오마주일 뿐이라는 김종진의 해명에 "오마주면 다 해결되죠?" 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제목을 유희로 놀린 진짜 오마주였기에 그들 또한 정색할 이유가 없다.

 

이후에도 한참을 표절과 오마주의 경계선을 두고 어르신들을 놀리던 엠씨들은 김종진과 전태관의 사생활을 탐독했다. 거의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었다. 김종진 부부의 사생활이나 아내와 멤버가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이냐는 고전에 이르기까지. 만약 나얼이 브라운아이즈의 음반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윤민수가 아닌 나얼의 바이브가 되었을 것이라는 비화와 아무리 봐도 유부남 같지 않은 윤민수가 한때는 류재현의 돈으로 마련한 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보증금을 아직도 갚지 않고 있다는 류재현의 폭로에 윤종신은 정색을 하며 나무랐고 전태관이 법정 이자까지 환산하여 판결을 내렸다.

 

 

 

유독 화려한 미사여구를 자랑하는 윤민수의 칭찬 기사들을 언론 플레이의 황제라고 꾸짖고는 아들 바보는 내력이냐고 서두를 열더니 윤민수의 어머니가 엠비씨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는 난처한 기사까지 들먹여 그의 혼이 빠지게 했다. 이에 덩달아 넋이 나간 윤민수 또한 네거티브로 응수해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해임되신 엠비씨 사장님이요." 이전 엠비씨 사장이 같은 고향 출신이라 농담조로 했던 어머니의 말을 기자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날 윤민수는 라디오스타의 마무리를 이렇게 회고한다."사실 되게 민감하게 생각했던 그런 부분들을 툭툭 건드려주니까. 사실 그런 얘기 아무도 안 물어보잖아요. 언론플레이도 마찬가지고. 사실 어. 이런 걸 사람들이 되게 궁금해하겠구나. 이런 걸 말을 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이토록 많은 시시콜콜 캐묻기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의외로 후의 사생활과 아빠 어디가에 대한 질답은 거의 오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기 전의 아들 후가 생활 방식이 맞지 않은 아빠를 낯설게 여겨 던진 충격적인 한마디. "엄마. 쟤 또 왔어." 이 말에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윤민수는 아들과의 애착을 위해 부자 동반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선택했다는 것. 허나 이것도 윤후의 사생활을 캐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가수 윤민수의 예능 출연 계기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만약 일반적인 토크쇼였다면 이야기의 8할을 윤후의 질답으로 채웠으리라. 가수 윤민수가 아닌 후의 아빠 윤민수를 초청하고 싶었을 테니. 허나 고품격 음악 방송은 이래서 다르다. 윤민수가 이날 라디오스타에서 나눈 이야기의 전부는 가수 윤민수, 아니 듀오 바이브를 향한 것이었다. 시시콜콜한 농담 같은 질문 속에서 바이브의 탄생 과정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진한 동료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음악인 윤민수의 고집을 지켜주는 것은 류재현의 온화한 존재감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간의 어떤 진지한 인터뷰보다 라디오스타의 농담 속에서 더 진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날의 라디오스타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김종진이 갖게 된 1억짜리 기타에 대한 비화였다. 김종진은 미국의 오리지널 SNL(Saturday Night Live)쇼의 기타리스트 하이럼 블락의 낡은 기타가 대한민국의 김종진에게 당도하게 된 이야기를 조근조근 하게 들려주었는데 그 비화는 제법 길었다. 구매 과정에서부터 하이럼 블락이라는 연주자의 특이사항은 물론 두 사람이 그 기타를 통해 인연을 맺고 협연을 나누었던 당시의 감동까지. 거의 5분이 넘는 이 이야기를 라디오스타의 엠씨진들은 끊어내지 않고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꾸역꾸역 챙겨주었다. 이제까지 진행되어왔던 라스의 시시콜콜한 농담 같은 분위기와 상반되는 진지함이었음에도 그것은 끊어지지 않았다. 여느 프로그램이었으면 등한시했을지도 몰랐을 이야기였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그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품격 음악방송이라는 라디오스타의 호언장담이 무색하지 않은 배려였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밴드 같아요." 김종진은 라디오 스타의 고정 질문을 이렇게 대답했다. 동료애를 칭찬받는 것이 그리 익숙하지 않은 라디오스타 멤버들은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훼방을 놨지만 그 어떤 대답 보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표현이었다. 네 명의 디제이들이 만들어가는 악랄한 앙상블. 얼핏 불협화음 같고 진지함이 결여되어 보이지만 그 어떤 토크쇼보다 진중하고 진솔하며 체계적이다. 치부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직설화법. 상투적인 진지함이 아닌 농담 속에 젖어든 친근한 이야기들. 그 모든 것이 어떤 장르의 토크쇼에서도 갖추지 못한 폭로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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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0

  • 2013.05.02 10:03

    비밀댓글입니다

  • ㅇㅇㅇ 2013.05.02 10:58 신고

    그러나 시청률은 짝과 비슷하죠... ㅋㅋㅋㅋ
    몇주전에는 짝에게도 밀리던데

    • 라스라스 2013.05.02 11:26 신고

      짝 관계자신가요? 최근에 짝 연예인특집 외엔 진적없는걸로 아는데요?ㅋㅋ

  • 라스가 요즘 정말 재미있는듯 싶네요. 정말 고품격으로 가고 있다는걸 느끼네요~

  • ㅋㅋㅋㅋ 2013.05.02 13:05 신고

    류재현이 나얼 영입시도했을당시 나얼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이 아니라 브라운아이즈를 윤건과 함께하고 있었어요. 브라운아이드소울은 나얼이 윤건과 헤어지고 다른맴버3명을 모아서 2002년에 결성해서 2003년에 첫앨범을 낸그룹이고..

  • adaf 2013.05.02 13:17 신고

    라스 정말 재미있어요
    하이럼블락이야기는 어느 토크쇼에 가서도 재미있고 주의깊게 들을 내용인거같군요.
    라스만이 들어준다는 이야기는 전혀 공감이 안되네요. 조금 억지인거같아요.

  • ㅁㄹㅇㄴ 2013.05.02 13:17 신고

    ㅆㅂ 엠씨몽인줄 알고 기사 눌렀네 ㅋㅋㅋㅋ

  • 상상 2013.05.02 14:09 신고

    라스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 보컬 2013.05.03 14:29 신고

    항상 라스를 볼 때면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예민한 부분은 대수롭지않게 건드리고 대수롭지않게 털어내버리니까 당사자들도 오히려 속이 시원해 보이더군요. 어쩌면 당사자들도 너무 무겁게 담아두고 있어서 조심스러웠는데 이렇게 쉽게 털어낼 수 있게 해주니까 오히려 개운해진 것 같아 보이네요. 이게 라스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 전 라스 별로던데.. 시청률도 별로 안나오고...

 

라디오스타는 시작부터 여타의 토크쇼와는 격이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자. 알렉스 씨. 술 끊었나요?" "술을 끊었나요. 운전을 끊었나요." 사실 불편한 게스트가 될 수 있을 알렉스였다. 지난 7월 음주 운전을 이유로 잠정 휴지기를 갖던 알렉스를 메이저 시간대의 게스트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충분히 논란이 될만한 시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그를 애써 변명해주거나 미화시켜주려 하지 않았다. 뒤로 감추어두고 끙끙대며 본론을 짚지 못하고 헤매다가 면죄부 방송이라 비난을 받는 몇 개의 토크쇼와 달리 라디오스타는 오히려 그의 치부를 정면으로 드러내어 승부를 봤다.

 

 

 

아예 시작부터 알렉스의 음주운전을 있는 그대로 꺼내 들었던 것이다. 그의 변명 없는 사과에 신뢰를 심어준 것은 그가 받는 벌에 대한 규현의 의문이었고 무슨 교육을 받고 있으며 어떤 처벌을 감당하는지에 대한 알렉스의 진중한 이야기는 그의 말마따나 미화가 아닌 경각심을 심어주는 본보기로 느껴지게 해 불편한 앙금이 남지 않았다. 이후 사죄 퍼포먼스라며 스윗한 남자 알렉스에게 엉덩이 격파를 시키는 황당무계함은 정말 라디오스타 밖에 못하는 짓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차마 방송에서 꺼내지 못하던 연예계 화제를 망설임 없이 꺼내드는 윤종신의 과감함이었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이정은 특별한 이야기를 했다. 한 방송에서 녹화 도중 박보영과의 열애설을 꿈꾼다는 그의 멘트가 방송 전 기사화됐고 이에 불쾌함을 느낀 박보영의 소속사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경고를 남겼다는 불편한 에피소드였다. 아무리 그 자리에서 알았다고 대답했다지만 이정의 기분 또한 유쾌했을 리가 없다. 그날을 회상하는 그의 표정은 다분히 불쾌함이 섞여 있었다. 네티즌 또한 그 감정에 동화되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찝찝한 다큐를 통쾌한 디스 개그로 승화시킨 것은 라디오스타 엠씨들의 가감 없는 까발리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덮어주거나 무마해주기는  커녕 이정의 입에서 박보영 회사 관계자분이라는 호칭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윤종신은 "회사 관계자분이 만만치가 않은 분들 같은데."라는 말로 수위를 풀어버렸다. 이러니 또 다른 게스트인 알렉스 역시 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SNS에 메시지를 올리는 회사 관계자의 모습을 흉내내어 시청자의 연이은 폭소를 가져다주었다. 이것은 박보영의 소속사 사장이 그녀가 출연한 정글의 법칙에 품은 앙심을 있는 그대로 SNS에 올려 일대를 뒤집어놨던 사건을 풍자한 것이다.

 

 

 

"제가 그냥... 불쾌하셨다면 그냥 웃고 넘기죠..." 차마 유쾌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씁쓸하게 마무리하는 이정을 두고 그의 기분을 그대로 대변하며 허탈한 웃음을 분노의 표현으로 바꾸어 이정의 감정을 부채질한 규현의 센스 또한 박수가 절로 나왔다. 윤종신 역시 이런 규현의 분노를 따라 하며 잡지를 구겨내는 동작을 추가해 웃음을 주었고 이에 용기를 얻은 이정의 속풀이는 통쾌한 마무리로 정리될 수 있었다.

 

 

 

윤종신의 과감함과 규현의 무르익은 어시스트가 명장면으로 만들어진 케이스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했던 나에게 또 한 번의 저돌적인 윤종신의 도발은 나를 놀라게 했다. 이 노래만 깔면 그 누가 연결된다 해도 음지의 사랑으로 만들어버리는 She is의 전설을 윤종신이 화제로 꺼내자 이어 규현은 미묘한 웃음을 흘리며 "남성들의 그런(?) 장면에서 항상 나오는"이라고 화답했다.

 

 

 

출연진의 음악을 소재로 수면 위로 올라온 동성애 화두를 자연스레 홍석천과 연결시키며 그와 어울릴 급이 안되더라는 윤종신의 놀림과 침울한 얼굴로 맞장구를 치는 규현의 너스레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져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도발을 시도하는 윤종신의 폭탄 발언에 나는 기겁을 했다. "홍석천 씨 가게에서 식사 한번 하세요. 숟가락 이렇게 놓고."

 

으아. "윤종신 미친 거 아니야?" 저절로 이 말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다 알고는 있지만 누구도 꺼내 들지 못할, 그야말로 라디오스타라서 가능한 디스였다. 그것마저도 김구라가 있어야 가능했을 디스였다. 그것을 윤종신이 끄집어낸 것이다. "숟가락 닦아야 한다. 잘 나오게." "창민이보다 잘 생겨야 해." 연예가 가십에 둔한 사람이라면 도대체 무슨 야이기인가 싶어 어리둥절했을 이 농담은 바로 아이돌 빅토리아가 SNS에 올린 한 장의 음식 사진으로 불거진 최강창민과의 열애 논란이었다. 언젠가 빅토리아는 중국의 SNS 웨이보에 명절을 기념하는 음식 사진을 올렸다. 그저 팬서비스 차원의 평범한 사진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그곳엔 팬의 심장에 비수를 박는 다잉메시지가 숨겨있었다.

 

 

빅토리아가 의식조차 하지 않았을 숟가락에 비친 한 남자의 얼굴.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는 CSI 부럽지 않은 수사력을 발휘. 그 남자의 얼굴이 최강창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말 대한민국 연예게 사상 존재하지도 않았던 숟가락 파파라치는 너무나도 웃기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지라 네티즌의 구전으로만 떠돌뿐 직접적인 토크쇼의 화제로 언급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연예 정보 프로그램도 아니고 하물며 무릎팍도사도 아니고 심지어 빅토리아와 최강창민을 게스트로 모시지도 않은 자리에서 윤종신이 화제로 꺼내 들었던 것이다.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늘 주워 먹기나 깐족대는 수준의 미약한 공격력으로 필자를 목마르게 했던 윤종신이다. 김구라가 강한 치부를 건드리면 그것을 깐족대며 도와주긴 했어도 본인이 김구라 이상의 무언가를 터뜨린 적은 없었던 그였다. 이런 그가 나를 처음으로 놀래줬다.

 

이것을 받아주는 규현의 너스레 또한 일품이었다.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은 엠씨 규현의 소속사, 즉 SM의 아이돌이다. 윤종신이 꺼내 든 이 화제는 규현 본인에게 있어 울지도 웃지도 못할 난감한 디스임에 분명했다. 마치 엄마의 편을 들지도 아내의 편을 들지도 못하는 남편의 심정 같았다면 이해가 가시려나. 더욱이 SM은 유독 소속사의 단결력이 유별난 회사가 아니던가.

 

이에 규현은 과감하게 SM의 아이돌 규현이 아닌 라디오스타의 엠씨'규'를 선택한다. "젓가락으론 안 보이겠죠?" 한술 더 뜬 과감한 애드립으로 윤종신의 개그를 받아줬던 것이다. 만약 여기서 규현이 침묵하고 있었거나 덮어주고자 하는 보태기를 했었다면 윤종신이 애써 시도한 레전드급 수위가 무너질 우려 또한 있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날 라디오스타에 언급된 세 명의 인물은 아예 출연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리에 없는 사람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전혀 뜬금없는 상황에 절묘한 비유로 이끌어 웃음을 터지게 하는 것은 김구라 특유의 공격 포인트였다.

 

 

 

이것을 윤종신과 규현이 해낸 것이다. 난데없이 꺼내진 동성애의 화두를 홍석천과 엠씨 규현의 친분으로 연결시키고 심지어 규현이 소속된 회사 내 아이돌의 열애설로 이끌어낸 윤종신의 공격력이 그야말로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완벽하게 흘러갔다. 여기에 정색하지 않고 더 큰 웃음으로 마무리한 규현의 어시스트 또한 칭찬할 만했다.


라디오스타의 초기 멤버 구성은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데리고 왔을까 싶은 황금비율을 자랑했다. 이에 가장 큰 공격수와 저격수인 김구라와 신정환이 빠지고 라디오스타에도 몇 차례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미 에이스의 클라스를 기억하는 시청자에게 가녀린 공격력은 늘 목마름일 뿐이었다. 그저 시청자일 뿐인 필자의 아쉬움이 생존과 연결된 라디오스타 엠시들 본인에게야 오죽했겠는가. 그 긴 시간의 초조함과 아쉬움이 결국 지금의 윤종신을 만들어냈을 생각을 하니 조금 안쓰러운 마음도 생겼다. 하지만 터져버린 윤종신의 수위 해제와 그것을 세련된 공격으로 마무리하는 규현의 협공은 또 다른 김구라의 데뷔 무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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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28 10:08

    비밀댓글입니다

  • 2013.03.28 18:10 신고

    전 그래도 많이 아쉽던데..저런 건 공격이라기 보다는 깐죽 같아요.

  • 어제는 라스아니면 할수없는 드립과 돌직구의ㅋㅋㅋ 향연이었죠 필자님이 쓰신 윤종신 규현이 에이스였고 유세윤 김국진도 양념치고 게스트 오픈마인드로 잘 받고ㅋㅋ 합이 뛰어났다고 생각해요. 지금 4엠씨 잘해주고 있어요 ㅋㅋ

  • 박희민 2013.04.05 12:49 신고

    재미없음... 지금 라디오스타 가끔 웃긴 장면도 있으나 옛날에는 정말 배가 찢어지겠다 싶을 정도의 웃음이 있었고 끝나고도 생각하면서 웃었었는데 지금은 그냥 억지스럽다는 느낌의 쓴웃음이 지어 지는건 나혼자 뿐인가??
    김구라 신정환이 돌아와야 라디오스타 살아난다...
    시청률 6%가 뭐냐....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12년의 버라이어티들. 이제는 대한민국 버라이어티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패턴처럼 굳어버린 '무한도전'은 파업 여파로 6개월가량의 휴식을 취해야만 했고 그 밖에도 안에서 밖으로 웃음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많았던 것도 2012년의 예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전히 시청자의 웃음과 감동을 사로잡는 감동적인 장면들. 2012년을 빛낸 눈부신 순간들 BEST5를 소개해봅니다.

 

 

 

5위. 변태 같지만 따뜻하게-기분 좋게

SNL코리아 <장우혁의 류승범.이나영 패러디>

 

 

케이블 예능의 성장 속도가 날이 갈수록 무섭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지상파 방송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는데요. 과거 케이블 하면 주로 공중파의 재방송을 틀어주는 채널이라거나 헐벗은 아가씨들이 19금 쇼를 하는 저질 방송쯤으로 생각했던 시청자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방송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도 작년 이맘때쯤 시작하여 벌써 시즌3을 진행 중인 SNL 코리아의 위엄은 안방극장을 벗어나 대중의 사회적/정치적 인식에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SNL의 묘미는 선남선녀의 스타들이 폼을 벗어던지고 무한 망가짐을 허락하는 패러디의 진수에 있는 것이겠지요. 기존의 SNL에서도 나탈리 포트만, 엠마스톤, 조셉고든레빗등이 아낌없이 망가지는 나무가 되어주었었죠. 국내 SNL에서도 수많은 스타들이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반전 변신으로 혼을 빼놨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반전은 바로 장우혁의 충격적인 CF 패러디였습니다.

 

 

 

장우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침묵과 절제입니다. 1995년 당시 HOT에서도 '터프가이'이미지를 맡았던 장우혁이기에 그에게서 소위 "깨는"이미지를 상상하기란 어려운 부분이었죠. 하지만 이날의 SNL에서 장우혁이 보여준 몇 가지 패러디들은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배신에 가까운 반전이고 변신이었죠. 특히 음지에서 팬들만 즐기던 '팬픽'문화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톤혁 커플'의 팬픽 재연은 충격적인 수준이었고 코너 막간에 보여준 장우혁의 한 의류 광고 패러디는 그야말로 경악에 가까운 반전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겉옷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죠- 하지만 안에 입는 옷에 대해선 언제나 하나의 결론만을 내립니다. 얇지만 따뜻하게, 기분 좋게. 저는 지금 히트텍을 입고 있습니다." 류승범의 조근조근 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유니클로의 히트텍 광고를 빨간 아줌마 내복으로 둔갑시켜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연기하는 장우혁을 보고 웃음이 터지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유머 감각을 의심해보고 싶네요.

 

"아줌마 같지만 기분 좋게"라는 말로 패딩에 빨간 아줌마 내복을 입고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며 바깥에 서 있는 장우혁의 모습도 우스웠지만 특유의 무채색 화면을 그대로 형상화하고 어설프게 눈이 내리는 CG티가 팍팍 나는 CG를 집어넣으며 씨에프의 배경을 우스꽝스럽게 재연한 SNL코리아의 편집팀이 감각 또한 웃음이 터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나중에는 이나영의 모습까지 그대로 패러디하여 내복 위에 가터벨트를 차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변태 같지만 기분 좋게"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는데 올겨울 가장 히트한 의류 아이템 중 하나긴 하지만 결국 내복을 부끄럽지 않게 입을 수 있도록 변형시킨 제품이 아닌가 하는 비아냥을 그대로 패러디에 접목시킨 최고의 패러디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4위. 송지효, 예쁘지 않아서 더 예쁜 유일무이한 여배우

런닝맨 <"전 망했어요. 저기 저 아저씨가 저더러 53Kg라고..">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가 패턴화되면서 반드시 예능인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연예인들 또한 예능 전선에 뛰어들어 제 2의 전성기를 갖는 독특한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여배우가 리얼버라이어티의 에이스가 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죠. 도전하는 여배우도 적었고 예능이 제 2의 인생이 되어버린 사례를 만든 획기적인 케이스도 오직 하나뿐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송지효였죠. 남자들의 세계인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거의 홍일점으로 구성된 여성 멤버가 불편한 요소로 작용하는 이유는 여배우 본인이나 주변 동료들이나 의식을 하건 의식을 하지 않건 나는 여자니까, 그리고 연약하니까. 남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특권 의식을 과감하게 깨뜨린 유일한 케이스가 바로 송지효였습니다.

 

송지효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빛이 나는 이유는 같은 남자 동료들도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거나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방어막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런닝맨 안에서 레드 카펫을 밟는 여배우의 모습처럼 부담스러운 분위기를 한 번도 내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머리는 좀 빗지- 싶을 만큼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손예진을 맞이했던 것이 송지효였는걸요. 무엇보다 송지효가 아름다운 것은 프로그램에 미녀 스타들이 등장하는 순간인데 기존의 다른 여성 멤버들이 미모의 여자 게스트가 등장하면 불편한 신경전을 만들며 소위 텃세를 부리던 모습과 달리 송지효는 오히려 남자 게스트 보다 여자 게스트에게 더 살갑게 대하는 독특한 기사도를 발휘했죠. 여성 출연자들 앞에서 송지효의 배려는 그야말로 신사의 매너 그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송지효였으니 런닝맨 또한 그녀를 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언젠가 프로그램에서 공개한 송지효의 몸무게 때문에 시민에게 놀림을 받은 송지효가 잔뜩 뿔이 난 얼굴로 씩씩대며 달려와서는 피디의 멱살을 잡고 "멱피디! 당신! 저기 보던 사람이 53kg라고 그랬어. 어떡할 거야!!"라고 외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움의 극치였습니다. 예쁘지 않아서 더 예쁜 유일무이한 여배우, 송지효. 그녀의 활약이 2013년 런닝맨 속에서도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3위. 이제 무인도 필수품은 김병만 씨가 되는 걸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김병만식 리더십>

 

 

올 한해도 베어그릴스 뺨치는 김병만의 감동적인 생존은 계속되었습니다. 새총으로 나무 위의 뱀을 떨어뜨리고 새벽녘에 밖으로 나가 사람 몸만 한 갈치를 낚아오는 그의 실력은 몇 년을 동고동락했을 동료 개그맨들마저 "신기한 사람"바라보듯 할 정도로 경이로운 능력들이었죠. 하지만 제게 있어 김병만의 정글 스타일이 감동적이었던 것은 다른 어느 곳에도 본 적 없었던 그만의 독특한 리더십 때문이었습니다. 김병만은 분명히 병만족이라는 팀을 이끌고 가는 리더입니다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 번도 거북하게 다른 사람을 질책하거나 재촉하며 리더의 권위를 남발했던 기억이 없어요. 정글이라는 환경이 낯설고 서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내가 잘하기 때문에 남들도 당연히 잘할 것이라는 불편한 자만을 내세우지 않는 최고의 리더였죠.

 

그중에서도 특히 감동을 받았던 장면은 정글의 법칙에 추성훈이라는 파이터가 투입되고 언론은 물론 정글의 법칙 내부에서도 은근히 두 사람을 비교하며 불편한 신경전을 부추겼었는데 김병만은 추성훈에게 텃세를 부리며 굳이 자신이 리더임을 강요하지 않는 모습을 부여주었습니다. 초반 많은 기대를 받고 들어온 추성훈이 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족장 김병만에게 계획을 알려주지도 않은 채 리키김을 데려가 소리소문없이 낚시를 하러 갔다 실패하고 돌아온 순간에서도 김병만은 화를 내거나 그의 실수를 꼬집어 힐난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의 부끄러움을 감싸주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잘됐다. 내가 보니까 저쪽에 더 고기가 많아." 그 위험한 밤바다를 헤치면서까지 그들을 구하러 갔던 수고를 마다치 않았으면서도 김병만은 내가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고 당신들이 얼마나 경솔한 행동을 했는가에 대해 단 한마디의 질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래도 다행이다. 모두들 걱정한다니까."라는 격려와 위로뿐이었죠.

 

 

 

위험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먹어보고 맛있는 것은 식구들에게 나누어주며 자신은 마지막 남은 것을 먹는 것은 물론이오. 그 수확물마저 동생들을 재촉해서 얻어낸 것이 아닌 김병만의 재능으로 가져온 것이었음을. 한 번도 생색내거나 부담을 주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고 오히려 수확물 중 자신의 것마저 부담 없이 나누어주는 사람. 남들에게 시키기 전에 자신이 먼저 알아서 일을 챙기고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아 다른 팀원들도 더 일을 할 것이 없나 찾아보게 했던 김병만식 독특한 리더십은 작년 김병만이 최우수상을 받으며 "수근아. 웃기지 않고도 예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게."라고 말했던 그의 호언장담을 부끄럽지 않게 했던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2위. 노홍철, 그가 선물조차 할 수 없는 마음은

무한도전 <노홍철의 눈물>

 

마이너리그의 미친 자 노홍철이 7년 전 메이저로 처음으로 뛰어들었던 그 순간은 그야말로 지금까지도 가장 충격적인 느낌으로 기억된다. 놀러와라는 메이저 프로그램에 앉아 도무지 침묵하는 타이밍이 없고 시종일관 입을 쉬지 못하며 손짓 발짓 온몸과 마음을 섞어서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심지어 유일하게 침묵을 지켜야 하는 순간에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쯤 벌린 입과 요란하게 웃는 얼굴. 그야말로 '컬쳐쇼크' 그 자체였던 것이다. 오죽하면 노홍철의 첫 등장으로 정신과 의료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정신상태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었다고 하니 그의 멈추지 않는 에너지가 대한민국의 정서에 얼마만큼 낯선 충격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하죠.

 

그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무한도전에서 보여주는 그의 넘치는 에너지와 당연한 듯 떠맡고 있는 악역의 짐을요. "예전에는 이런 게 너무 고맙고 막 감사하고 든든해서 추석 때나 생일 때나 선물로 막 마음을 표현하곤 했는데 이젠 뭔지 알어? 이 동료가 생각하는 나의 그 캐릭터가 무너질까 봐 선물도 함부로 못 하겠는 거야. 계속 내가 평상시에도 사기꾼이었으면 좋겠고. 아이. 진짜. 평상시에도 그게. 우리가 촬영 나오면 몰입도가 깨질까 봐." 오랜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이 멤버들의 힐링을 위해 준비했던 무한도전 쉼표의 순간에 그는 말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도 무한도전에서 추구하는 자신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그것을 위반하는 것이니 감히 선물조차 쉽게 전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이 두려워지고 있다고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내가 이런 애가 아닌데..."라고 말하던 노홍철을 보며 저는 이상하게 조커를 연기했던 히스레저의 비극이 떠올랐습니다. 배우들만 갖는 고통인 줄 알았던 배역 몰입으로 생긴 사명감과 후유증을 예능인들 또한 그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그 캐릭터가 당연하게 만들어졌다고만 생각했던 노홍철에게서 발견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컬쳐쇼크에 가까웠습니다.

 

 

 

 

1위. 멀리서만 봤기에 희극이라 생각했던 유세윤의 웃음 가까이서 보니 눈물이더라

라디오스타 <유세윤 : 내 미래가 더이상 궁금하지 않다>

 

 

슬픔이 배신이라고 생각됐던 연예인들이 있었습니다. 노홍철이 그랬고 유세윤이 그랬습니다. 올 한해는 이 두 사람의 눈물을 한꺼번에 발견했던 컬쳐쇼크의 연속이었습니다. 돌아이라 불리던 노홍철. 국민 미친 자라 불리었던 유세윤. 언제나 웃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한꺼번에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은 기묘한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느닷없이 초대되었던 유세윤의 절친. 옹달샘 멤버들. 라디오스타의 다른 시간들이 그러했듯이 유쾌하게 농담 따먹기나 하다 끝내버릴 줄 알았던 이 방송에서 뜬금없이 엠씨 유세윤의 우울이 화제가 되었던 거죠. 유상무를 서늘하게 했던 유세윤의 한마디. "야. 우리 그냥 같이 죽을까?" 라디오스타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던 그의 얼굴이 무언가 낯설고 피로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이 고백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난 무엇이 될까? 난 무엇이 될까가 제일 행복했던 때인 것 같은데 난 이미 무엇이 되버린거 같은 거에요. 가장 행복했던 때는 이미 지나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그리고 앞으로 뭐가 될까?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거예요. 앞으로의 내 미래가 궁금하지가 않아서... 그게 참."

 

아직 꿈을 바라보던 배고픈 시절. 함께 꿈을 이야기하던 동료들. 그러나 그는 이미 결혼을 했고 가정을 만들었고 다른 동료 개그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기 연예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세윤에게 있어 이미 꿈을 이루었다는 것은 고통이었습니다. 불현듯 그에게 파고든 허무함은 그를 우울증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죠. 웃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의 얼굴 뒤에 눈물을 감추어두고 있었던 겁니다.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닐까." 내 미래가 더이상 궁금하지 않다는 절망적인 상황의 유세윤을 위로해주기 위하여 라디오스타를 찾은 옹달샘 멤버들의 우정과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함께 출연한 정준호, 김대희의 힐링 또한 반가웠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마음은 그런 줄 몰랐던 라디오스타의 사랑스러운 동료애 때문이었습니다.

 

 

 

동료가 아파도 병문안 한번 안 갈 것이라고 단언하는 차가운 남자들로 구성된 라디오스타에서 이토록 애틋한 동료애가 숨겨져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지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엠씨 유세윤을 위로하기 위하여 그 모든 시간을 오로지 유세윤을 위한 힐링캠프로 구성했던 라디오스타의 깜찍한 배려는 엠씨들의 진심을 다한 동료애로 더욱 진하게 빛났습니다. 

 

"저도 바빴을 때가 행복했던 건 아니에요. 그저 바쁠 뿐이지. 그리고 저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서운하다고 이러면 왜 서운한지 모르는 거예요. 왜냐면 자기는 한게 없고. 자기는 그냥 일만 했는데."

 

 

 

이미 정상을 겪어보았기에 더욱 그의 마음을 미래에서 위로할 수 있는 김국진의 유세윤의 입장에서 생각해준 한 마디 한 마디의 사려 깊은 말들과 연예인으로서는 다소 민감한 발언일 수 있는 치부까지 드러내며 같은 위기를 겼었고 가족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던 김구라의 진심 어린 고백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 올해의 눈부신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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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해 들어 가장 파격적인 캐스팅이 아니었을까요? 낯익은 얼굴이지만 누군가의 아역이라는 설명 외의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확히 새겨보지 못했던 시청자에겐, 평일 밤 골든 타임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를 한명도 아니고 무려 네명으로 꽉 채운 아역 배우들로 구성할지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표 인기 아역 배우라 말하는 "유승호, 이현우, 김유정"의 이름이 그들 사이에 끼어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예요. 어느 어느 작품에 출연하여 어느 어느 배우의 어린 날을 연기했다는 설명이 있고 나서야 "아~걔!" 할법한 친구들이 어엿하게 자신의 본명을 내걸고 수요일 심야 시간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사이를 파고들었습니다.

 

 

 

사실 초반엔 이 친구들로 이야기가 될까...? 싶어 약간 우려스러운 면이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토크쇼의 팔 할은 게스트의 퀄리티로 완성되는데 익숙하지만 아직 개인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이 어린 배우들을 놓고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거리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었죠. 하지만 그것은 제 기우에 불과했답니다. 라디오스타의 미덕은 "아하~ 걔!" 하는 게스트를 불러놓고도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니까요. 이날 미래의 라이징 스타들이 펼쳐 놓은 이야기보따리들은 상당히 즐거웠고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이날 출연한 친구들의 소개가 있어야겠군요. 먼저 완전한 사랑과 이산 등을 통하여 아이 같은 얼굴에 한계를 두지 않은 농익은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감탄을 자아낸 인기 아역 배우 박지빈을 비롯하여 아역이라기엔 성인 배우 뺨치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미모로 조숙한 캐릭터를 즐겨 맡았던 영화 여선생 여제자, 드라마 대장금의 이세영. 제빵왕 김탁구로 한방에 스타 배우 반열에 올라선 오재무. 그리고 열 편 이상의 사극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는 20살 최연소 사극 출연 최다 기록 보유자 '아역계의 최수종' 노영학이 만들어낸 자리였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패턴처럼 아역-성인역의 타임워프씬이 꼭 들어가고야 마는 사극으로의 비중이 잦은 그들이었기에 사극 분장을 하지 않으면 맨얼굴은 거의 익숙하지 않다는 라디오스타 엠시들의 애정 섞인 디스처럼 사실 사복을 입고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채 토크쇼를 이끌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윤종신의 말처럼 어쩐지 친근함이 느껴지는 이들과의 대화는 기존의 톱스타 게스트들에게서 느꼈던 동경 이전의 오만 호기심 이전의 빡센 느낌이 아닌 무언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되더군요. 드라마에서 언제나 성인 배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기에 항상 어린아이라고 느꼈던 그들의 앳된 얼굴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깊은 속내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것은 어른의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의 어른스러움이 있더군요.

 

 

 

특히 박지빈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제게 정말 땅콩 같은 시절에서부터 지켜봐 왔던 친구인지라 그 조그맣던 친구가 이제 또래의 여배우 김유정과 함께 신화 콘서트를 단둘이서 관람하러 갔다는 이야기는 다소 낯간지러우면서 신선한 충격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그 똘망똘망한 박지빈이 갑자기 쭉쭉 잡아 당긴 듯 불쑥 하고 자라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남성미가 느껴지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 "형 시대에는 여자친구랑 단둘이 콘서트 보러 가면 사귀는 거예요?" 라고 질문을 되받아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굉장히 이색적이더라고요.

 

 

 

초반 박지빈이 다소 예민해 보이는 얼굴로 "워낙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들이니까 다소 예민한 질문은 피해주셨으면..." 이라는 어른스러운 당부를 남긴 전력이 있기에 어쩌면 그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할지도 모를 앳된 얼굴에 갑자기 불쑥 자라나 버린 키에 대한 의혹은 라스 엠씨들이 피해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뜻밖에 그 질문을 대처하는 박지빈군의 태도가 상당히 성숙하고 침착해서 놀랐답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활동하고 커가는 성장 과정이 다 보이고 그러다 보니까 그랬기 때문에 더 익숙해 보이고 얼굴도 크게 안 달라지고 그런 것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요." 아. 세상에. 그 땅콩 같던 박지빈군이 이젠 어른의 목소리로 시청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던 아역배우의 핸디캡을 침착한 목소리로 열거하는데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더군요.

 

 

제빵왕 김탁구를 열연했던 오재무는 당시 엄마역의 윤유선이 잘못을 했던 자신을 혼내지도 않고 빵을 사주며 울먹였던 그 모습을 보고 엄마 마음을 안다고 대답했지만 그 연기를 할 때만 해도 너무 어린 나이라 탁구가 무엇을 '안다' 라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요.

 

 

 

 

"지금은 그 감정을 이해하겠어요?" 어쩐지 짠한 눈빛으로 물어보는 윤종신을 향해 이제서야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불쑥 커버린 폭풍 성장의 오재무를 보니 왜 이리 가슴이 짠해 오던지요. 배우 차인표는 박지빈을 두고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배우"라는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오재무는 이 이상의 감동을 대선배 전광렬이 전한 배우로서의 존중과 인정을 두고 느끼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의 인기가 있을지를 제작진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제빵왕 김탁구의 거대한 성공으로 드라마 중간에 부랴부랴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 자리를 장식한 것은 물론 성인 배우들뿐이었지만 전광렬은 이날 "재무의 공도 있으니까 함께하자" 라는 말로 그를 무대 위로 끌어 올렸다고 하는군요.

 

 

 

"정말 선생님의 공을 제 공도 있다고 말해주시는 게 그것만큼의 극찬도 없는 것 같습니다."

 

비록 어린 배우이지만 그들 또한 작품을 끌어나가는 원동력이고 힘이며 어엿한 하나의 배우라는 것을 전광렬이 인정해준 순간 그는 존경과 뿌듯함. 배우로서의 자신감까지 갖게 되었을 어린 날의 오재무는 비록 김탁구의 "안다"는 이해 못 해도 전광렬의 성품만큼은 이해할 수 있는 천상 배우였지요.

 

이제는 성인 배우가 아닌 드라마를 구성할 때에 아역 배우를 먼저 캐스팅하고 그에 어울리는 성인 배우를 찾기도 한다는 드라마 제작 환경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어린 얼굴로 자신들의 숙제만 마치고 나가면 끝이라는 미숙한 생각이 아닌 작품을 끝까지 지켜보며 성인 배우들의 연기를 관찰하고 심지어 시청률까지 분석하고 있는 놀라운 모습으로 하나의 완벽한 프로페셔널임을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워낙 아역계가 좁아 대부분의 아역이 경쟁 없이 친하게 지내지만 같은 드라마가 한 시기에 붙어서 싸움을 벌일 때는 농담 겸 진담으로 "살살 좀 해~" 라는 말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기도 한답니다. 성인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완벽히 분석하고 어른스러운 말로 연기력을 논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려니 생소하면서도 무척이나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라스 엠씨들이 툭 하고 던진 햄버거 떡밥을 덥석 베어 물고 "저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 버거 진짜 좋아해요. 어떻게 아셨지?" 라는 순진한 얼굴로 맞받아치는 박지빈의 얼굴과 햄버거 하나에 꺄르르 행복해하는 아역 배우들의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지만 그 밝은 모습과 달리 아역 스타로서 받는 고충도 만만치 않더군요. 어린 나이에 사회인이 되어 어른들과 같은 환경에서 그 이상의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프로페셔널로서 똑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이 예민한 감수성의 그들에겐 무척이나 곤욕스런 일일 테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드라마 바깥의 또 다른 사회에서 다른 친구들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나지 못한 그들이 받는 은근한 소외와 갈등 그리고 차별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지빈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고 검정고시를 치룬 상태라는데 그 이유를 연예인이 거의 활동을 하지 않다가 시험 때만 되면 학교에 불쑥 찾아가 친구들의 쑥덕댐을 듣는 것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친구들의 험담을 하고 싶진 않은 것인지 깊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다 담지 못한 말 속에서 티비 속에서 보이는 같은 아역들마저 동경하고 존경한다는 그의 화려한 위치와 달리 또 다른 세계에서는 그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큰 고통을 감당해야 했는지가 느껴지는 아픔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21살이라는 나이가 놀라운 이세영은 그보다 더 어린 시절 자신이 따돌림을 받는다는 사실조차 모를 만큼 은근한 외톨이로 지내야 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베스트프렌드라는 사람이 이세영의 안티 까페를 만들어 그녀를 공격했다는 사실인데요. "지금도 친하게 지내요?" 라는 엠씨들의 질문은 당연히 no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고 던진 말이었겠지만 이세영은 뜸을 들이며 화해는 했지만 "그 친구는 아직도 절 싫어해요" 라는 말을 하는데... 그 눈빛이 증오나 분노라기보다는 너무나 슬프고 애틋한 안타까움이 느껴져 어쩐지 마음이 메여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연예인의 신분으로서 연예인 아닌 친구를 사귀기란 그리 흔한 기회는 아니죠. 사회생활을 나누면서 사회인으로서 사귀게 되는 친구들은 대체로 이익을 도모하며 만나는 관계가 대부분이라 박지빈의 말처럼 진짜 친구는 학창시절에 거의 만들어짐에도 이세영은 가장 친해서 그리고 의지하고 있었을 친구가 직접 안티 까페를 개설하며 그녀를 험담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본 셈입니다. 얼마나 배신감이 크고 상처가 됐을까요. 그런데 그럼에도 그 아이는 아직도 저를 싫어해요...라는 말로 자신이 그 친구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 그 친구가 여전히 자기를 싫어한다는 치부를 털어놓는 이세영이 너무나 슬프고 안쓰럽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이것 이상으로 저를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던 이야기는 바로 연기 참 잘하는 배우 노영학의 대입 실패 원인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겸손하게 그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물어 밝혔지만 저는 화가 나다 못해 허탈한 심정까지 들더군요. 노영학은 비록 라스 초반 엠씨들이 장난을 걸정도로 유명한 이름의 익숙한 얼굴의 유명 아역 스타는 아닙니다. 노영학 자신도 '선망의 대상' 이라고 털어놓은 절친 이현우의 이야기를 14살 때 같은 작품으로 시작한 동기였지만 어느 순간 그 친구는 불쑥 성장해 한 작품에서 이현우는 주역 자신은 단역으로 출연해야 했던 아픔도 있었다는 고백을 담담히 이야기했던 그는 어쩐지 이날 라디오스타의 취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진정한 의미의 라이징 스타처럼 느껴지더군요.

 

 

 

잔뜩 멋을 부른 어깨 위의 커다란 숄이 어쩐지 촌스러우면서도 친근함을 자아냈던 노영학은 라스 초반 가장 낯선 얼굴이라며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엠씨들의 가장 찐덕한 눈빛을 받으며 본인의 분량을 완벽히 뽑아낼 만큼 대단한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어찌나 행동 하나하나 자신감이 넘치고 솔직하면서 그리고 또 겸손하고 사랑스럽던지. 의욕은 또 얼마나 넘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친구이던지.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가장 많은 사극 다역 출연으로 아역계의 최수종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는 그는 이제 고조선 시대만 연기하면 한국의 모든 사극 시대는 다 연기해본 셈이라는 말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였습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한 봉술 실력으로 "금빛 여우. 널 처단하겠다!" 와 같은 낯간지런 대사를 찐한 눈빛으로 2초 만에 감정 몰입하여 연기하는 그를 보니 과연 그의 대단한 연기력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수많은 사극 경력을 무색하지 않게 만들기 위하여 그는 수준급의 봉술을 익히고 어느 자리에서건 금방 감정을 잡고 연기를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던 것이었겠지요.

 

하지만 그의 이런 빛나는 노력과 재능을 대학 입시 관계자들은 전혀 알아보지 못하였던 모양입니다. 오히려 드라마 바깥의 세상이 그에 못지않은 충실함과 빛나는 커리어로 채워져 있었던 노영학은 중학교 때는 전교 10등 안에 들 정도의 수재에 부회장까지 맡은 경력의 화려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친구더군요. 그는 학교에서 받은 좋은 성적표마저도 연기자로서의 자신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연기자다 보니 암기력이 뛰어나고 특히 사극을 많이 출연하여 국사를 좋아하고 또 자신의 특기로 삼게 되었다나요. 전혀 다른 분야의 무대 바깥의 생활마저도 연기자의 매리트를 끼워 넣는 그는 얼마나 연기를 좋아하고 연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갖고 있는지가 잘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를 잘하고 또한 연기력까지 월등한 노영학을 연극영화과에서는 받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노영학이 떨어지면 도대체 누가 연극영화과를 가냐!" 고 수많은 네티즌들이 분개했다는 이야기에 저도 그 네티즌 중 한 명이었던 기억이 떠올라 또다시 슬며시 화가 나려고 하더군요. 이렇게 열정적인 배우를. 그리고 이렇게 잘하는 배우를. 도대체 왜 그들은 탈락시켰던 것일까요?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냈던" 이라고 자신의 우수한 성적을 겸손하게 말했던 노영학은 이 질문 또한 자신의 탓으로 돌릴 뿐이었지만 저는 그의 차분함과 달리 화를 삭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이제 이런 카메라 연기에 익숙하거든요. 이런 갇혀있는 연기에 익숙한데. 아무래도 거기에서 원한 연기는 무대연기예요. 전혀 종목이 다르거든요. 저희는 가만히 서서 연기하는데 어떻게 잘해 보일 수가 있어요? 저는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 친구들보다 못한 거예요."

 

아무리 분야가 다르다지만 같은 지원자 중에 노영학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주었으리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 지원자도 수두룩한데 이런 이유로 그가 탈락 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오디션에서 너는 지금 거짓으로 울고 있어. 그딴 식으로 연기하다가는 20살이 되어도 연기 못해. 라고 질러주었던 김진민 피디는 그럼에도 그의 연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를 포기하지 않고 두 시간 뒤에 다시 준비해서 와라는 기회를 주었다고 하죠. 결국 자기 자신도 뭘 몰라서 거짓으로 울었다던 노영학은 까페 화장실에 들어가 두 시간 동안 울기만 하고 김진민 피디를 납득시킬 진정성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아마 이날의 대입 관계자들은 노영학이라는 좋은 배우에게서 화려한 커리어로 무장된 스타성만 찾으려고 했지 다른 그 무언가를 발견하진 못했던 모양입니다.

 

 

 

"내가 억지로 또 만들려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봐주시지도 않잖아요. 보이는데로 볼 뿐이지. 그냥 요즘에도 그런걸 준비를 하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있고 그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쉽게 말하죠. 저 아이들은 한계가 있어. 어차피 아역 인생. 단역으로 끝날 아이들이야. 아무리 해도 뭘 어떻게 해봐도 어린아이로 보인다. 그 말들을 그들 또한 새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곡차곡 어른이 되어갈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이전에는 어째 성장의 단계를 가로막는 불운한 영광처럼 느껴졌던 아역 시절의 커리어를 그들은 이제 미래까지 준비하며 진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날 도약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 어른스러운 시선과 깊은 통찰력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라이징 스타. 어쩐지 그 장대한 역사의 서막을 영광스럽게도 함께 동참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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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zum_help 2012.11.16 17:46 신고

    안녕하세요? 아하줌입니다.

    닥터콜 님의 포스트가 '낙타티오' 님의 추천으로 아하줌 최고의 지식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포스트는 아하줌( http://aha.zum.com/view/1lrQuT )에서 추천되었으며, 줌(http://zum.com)메인의 '아하! 최고의 지식' 줌앱에 11월 19일에 소개됩니다.

    (소개일자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매회 시청률 20퍼센트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내세우며 일본 예능의 레전드라 불리었던 버라이어티, '스마스마'는 소위 오와라이라 하는 개그맨이나 전문 예능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여섯명의 멤버들로 구성된 아이돌의 참여만으로 15년이 넘는 기간을 사랑 받았던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죠. 이 프로그램의 특이한 점은 프로그램의 구성원인 아이돌 스마프의 개인적인 홍보 활동을 프로그램의 코너로 만들었음에도 시청자가 별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랜 기간을 시청해줬다는 사실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방송에 몇개의 코너를 넣어 한시간 이상의 분량을 채워나가는데 물론 비스트로 스맙이라는 초대 손님을 불러 스마프 멤버가 요리를 해주는 형태의 토크쇼도 존재합니다만 나머지 시간은 대체로 스마프 멤버들 개인의 매력을 홍보하는 기묘한 시간들로 구성 되어 있죠.

 

 

 

아무리 인기 있는 연예인이라고 할지라도 그 연예인의 개인 홍보 활동에 대해서는 팬이 아니고서야 별다른 관심을 가질리 만무하고 그렇다면 대중성의 확보가 최우선인 티비 프로그램에서는 아무래도 애둘러 표현하는 홍보 방식이 필요함에도 이 프로그램에서 스마프 멤버들은 대놓고 자신의 음반을 홍보하고 매회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며 팬들에게만 통할 만한 농담을 던지는 위험한 방식을 채택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오랫동안 그들의 프로그램을 즐겨봐주었고 그 사실은 그만큼 일본에서 스맙(SMAP)이라는 그룹이 갖는 국민적인 사랑이 한정된 팬의 구성원 이상을 뛰어 넘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이정도의 압도적인 인기를 그깟 아이돌이 누릴 수 있었던 까닭은 물론 20여년 가까이 안기고 싶은 남자 1위를 달성했다는 기무라 타쿠야와 같은 매력적인 멤버 구성원으로 만들어진 힘이겠지만 사실 다른 무엇보다 이 그룹을 오랫동안 지탱할 수 있는 힘이었던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의 탁월한 리더십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이돌 그룹의 리더야 그저 나이순으로 뽑은 보여주기 위한 제스추어일뿐 딱히 그 그룹의 중심을 담당한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습니다만 적어도 스맙의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에게만큼은 리더라는 칭호를 감히 붙여주고 싶을 만큼 그의 노력은 대단했었지요. 스스로 스맙의 제1팬이라고 부를 정도로 스맙이라는 그룹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그는 한참 그룹의 인기가 없어 일거리가 없을때 직접 프로듀서를 찾아가 고개를 숙이며 일자리를 달라고 사정을 하기도 하고 기회가 주어진 다음에는 언변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자신의 장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룹을 홍보해댔죠.

 

나중에는 그 화려한 언변의 나카이 마사히로가 일본 최고의 사회자의 한손가락에 끼어들게 된 다음에는 이정도의 실력있는 MC가 소개하는 스맙이라는 그룹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상태에 까지 치솟게 되었던 것이죠. 물론 그룹 스맙에 대한 그의 애착심도 대단했지만 멤버 개개인에 대한 특별한 애정도 무서운 수준이었던 그는 멤버 한명한명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들의 매력을 어필해주는데에 지극정성을 보이기도 했는데 항상 틱틱대며 밉살 맞게 말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그 멤버를 부각시켜주기 위한 애정 어린 농담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그의 멤버를 향한 구박과 야유는 오히려 흐뭇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런 그와 특별한 애착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멤버가 바로 막내인 카토리 싱고입니다. 초등학교때 스맙의 멤버가 되었다는 그는 큰형인 나카이 마사히로와는 다섯살 차이가 나는 비린내 풀풀 풍기는 어린아이로 데뷔하여 그때부터 어른스러운 리더십을 갖고 있었던 나카이 마사히로에게 거의 키워지다시피할정도의 정신적, 외향적인 멘토링을 받았다고 합니다. 언젠가 그들 모두가 성인이 되고 일본 연예계의 높은 자리를 하나씩 자리 잡았을때 스마스마에서 특별 기획한 1:1 대담에서 나란히 마주 보고 앉은 나카이 마사히로와 카토리 싱고의 대화를 통해 저는 처음으로 아이돌 그룹의 리더와 막내의 애착 관계에 대한 흥미를 느꼈죠. 사회자 그리고 리더의 입장으로 언제나 남의 밀을 들어주기만을 하던 나카이 마사히로에게 어떻게든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막내 카토리 싱고에게 이끌려가는듯해주더니 결국은 그의 매력만을 잔뜩 어필하고 자신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나서는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끌어내준다 싶었던 그가 "이거 다 농담이었어" 라고 툭- 하고 던지고 가는 한마디가 어찌나 여운이 남던지.

 

 

 

사실 이번 라디오스타에서 슈퍼주니어의 몇명의 멤버가 출연한다고 했을때 저는 다른 멤버들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리더 이특의 존재감만이 저를 들뜨게 했죠. 사회자의 자리에 앉은 막내. 그리고 게스트로 불려온 큰 형님. 두사람의 틱틱 대는 농담 속에 뒤섞인 짠한 우정의 깊은 대화를 기대했었던 것은 저뿐만은 아니었을듯 합니다. 하지만 이날 들은 이야기는 저의 이런 기대를 와장창 무너뜨리는 불편한 반전이었습니다.

 

 

 

불편함의 포문을 던진 사람은 이특이 아닌 은혁이었습니다. 규현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로 god의 니가 있어야 할 곳을 선곡한 그는 규현의 자리를 지켜주는 흐뭇한 우애와 같은 뉘앙스를 연출하더니 곧 그것은 니 자리는 게스트 자리가 어울리고 그 자리는 내가 들어가야 한다며 엠씨의 욕심을 드러내는 자신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바꾸어 버렸죠.

 

 

 

사실 이전까지의 라디오스타의 네번째 멤버는 바로 규현이 아닌 같은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이었죠. 규현이 라디오스타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김구라의 강력한 추천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 자리를 비우기 위해 김희철이 대타로 선택한 멤버는 다름 아닌 은혁이었다고 합니다. 그를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김희철은 은혁을 향해 강심장을 빠지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인 대시를 퍼부었다고 합니다. "너 라디오스타 엠씨 들어와. 내가 다 말해놨어."

 

 

 

농담으로 시작했던 이야기가 마치 엠씨 쟁탈전처럼 심각한 분위기로 바뀌어버리자 윤종신은 "제가 알기로는 그 말 꺼내자마자 바로 접던데." 라는 말로 대화를 중화시켰죠. 하지만 여기에 신동까지 끼어들어 은혁의 욕심을 독려합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요. 더구나 신동은 라디오스타의 원년 멤버죠. "그런데 어떻게보면 순번은 은혁이가 맞았을 거예요. 왜냐면 저희 멤버들간에도 순번이 은근히 있어요. 그래서 저희 매니저형이 항상 했던 얘기가 기다리면 네 기회가 오니까 좀만 기달려."

 

 

 

뭐 여기까지는 그냥 웃어 넘길수도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농담이면 농담인데로 또 아니면 아닌데로요. 어차피 라디오스타는 같은 멤버라고 해도 물고 뜯어며 재미를 유출하는 프로그램이고 더욱이 이런 솔직함 속에서 슈퍼주니어의 숨겨진 비화나 신동이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신선한 사실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규현은 본인이 나서는 것 보다는 옆에서 좀 밀어주면 그걸 해내는 스타일이예요."

 

더욱이 신동은 항상 자신이 나설 자리가 없어 기회를 받지 못했던 그가 언젠가 가운데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더니 자신보다 더 춤을 잘추더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흐름의 마무리를 그를 향한 격려로 정리하여 결국 애정이 섞인 쓴소리였음을 증명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농담을 다큐로 그리고 다큐를 폭로로 몰아가는 이특의 불편한 비판만큼은 웃어넘길 수 없는 불쾌한 여운을 남기더군요. 규현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로 김광진의 편지를 선곡한 그는 노래 속에 담긴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라는 가사 때문에 이 노래를 골랐다며 규현이 이 노래를 선곡하고 3개월 후에 라디오에서 하차했다는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3개월 전에 선곡한 노래와 이후 하차를 한것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이특은 그때의 규현의 행동을 보고 그를 무책임한 캐릭터로 찍어놓았던 것만 같았습니다.

 

 

 

 

이특은 아예 규현이 예능 프로그램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돌직구를 날립니다. "저는 되게 걱정이 돼요. 안했으면 좋겠어요. 라디오스타를 안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예능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을 거면 예능에 어렴풋이 발을 담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특의 말이 농담인 것도 심지어 애정이 실린 직언인 것도 아닌 그저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규현의 억울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는 쓴물을 들이마신 얼굴로 "사실 제가 예능을 하는 이유는 노래를 하기 위해서 예능을 하는 거예요. 제가 노래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노래를 부를 수가 없어요." 그는 이 말을 이특과 윤종신을 번갈아 보며 설명합니다. 마치 내 진심을 알아달라고 소원하듯이요. 이런 규현의 절실함을 이해하는듯 윤종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호응을 보냅니다.

 

 

 

규현은 황망한 얼굴로 내가 지금 노래를 해봐야 사람들은 슈퍼주니어의 모르는 애 하나가 노래를 하네? 라는 정도의 반응일테지만 라디오스타를 통해 자신이 기회를 갖게 되었다며 그 고마움을 그리고 절실함을 리더 이특에게 설명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특은 이런 치부까지 드러내며 공개한 막내의 절실한 얼굴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그는 심지어 이경규의 말까지 끌어들이며 규현의 고백을 질타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능을 징검다리로만 생각한다. 이것을 내가 뜰 기회라고. 하지만 예능을 본격적으로 하는 사람은 목숨을 걸고 예능 하나에만 메달리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차이가 생긴다고요. 이런. 규현의 말을 이렇게 받아치면 그의 고백은 도대체 뭐가 되나요. 정말 꼬인 심사의 누군가가 뒤틀린 심기를 가지고 그를 비평할 때에나 생각할 수 있는 발언을 도대체 왜 같은 멤버의 그것도 리더인 이특이 심지어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공중파 한가운데에서 막내의 일터에서 누설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요.

 

 

 

순간 규현은 이곳이 라디오스타라는 것도 프로그램의 성향마저도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라디오스타에서 처음으로 보는 규현의 리얼한 얼굴은 제 마음마저 뜨끔하게 만들더군요. "그런데 저는 정말 일주일을 라디오스타 녹화하는 날만 생각하고 살아요." 이후 은혁의 농담으로 분위기는 무마 되었지만 그 말을 던지는 순간의 규현의 한 맺힌 떨리는 목소리는 정말 이특의 말이 실언이었음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이특의 짠소리는 끝나지 않더라고요.

 

 

 

 

이특의 말이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 자리에 규현은 물론 이미 예능을 겸업하는 뮤지션 윤종신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윤종신을 앞에 두고 규현을 공격한답시고 던진 무례한 한마디는 규현은 물론 윤종신마저도 비판하는 말이 된다는 것을 그는 왜 깨닫지 못했을까요. 개그맨인 김국진이나 유세윤조차도 하지 않는 소리를 이특 자신이 꺼내드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그것을 심지어 같은 멤버의 일자리에 찾아와 시청자에게 나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극단적인 폭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실언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이전에 규현은 말했죠. 회사에서 자신은 아무도 예능을 시켜주지 않았다고. 쟤는 그냥 내버려둬도 되는 애라고 치부하며 아무런 개인활동을 내주지 않았다고요. 슈퍼주니어가 보컬리스트로 부각 되는 그룹도 아닌데 오로지 그룹의 보컬을 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에게 큰 상처였다고요. 그런 고백을 들었음에도 이런 발언이라니. 참으로 경솔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규현은 슈퍼주니어의 멤버이면서도 어딘가 아픈 손가락 같은 슬픈 공백을 가지고 있었던 멤버죠. 그룹 초창기에 일어난 교통사고를 통해 살아날 수 있을지마저 약속하지 못했던 그의 몇년은 시작부터 다른 멤버들과는 출발선이 다를 수 밖에 없는 핸디캡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그 위기를 극복하고 드디어 슈퍼주니어에서 걔 누구야? 라는 물음표에서 라디오스타를 통해 규현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의 절실함이 적어도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했던 이특보다는 모자라진 않았을텐데요. 이특이 이런 어쭙잖은 충고를 하지 않더라도 그는 이미 생사의 갈림길에서 공백의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기회가 갖는 소중함을 잘 알고있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라디오스타를 항해할 정도의 열정은 슈퍼주니어내에서도 규현을 따라갈 수 있는 멤버는 누구도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 불후의 명곡2를 통하여 처음으로 슈퍼주니어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컬리스트 규현의 실력을 증명했던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퇴장하라는 SM의 명을 주어 듣고 피디를 찾아와 제발 우리 회사를 설득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었다더군요. 이특은 어떻게 같은 멤버라면서 시청자도 갖고있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그를 판단하며 시청자 또한 알고있는 그의 절실함과 예능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차가운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을까요. 농담인지 아니면 진담인 것인지 슈퍼주니어의 어느 누군가가 규현의 자리를 대신 채우고 싶어한다면 라디오스타의 올드팬으로서 진심으로 그 청만큼은 거절하고 싶습니다. 지금 규현 이상으로 라디오스타에 절실히 필요한 멤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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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정말 감사합니다...제가 길게 댓글을 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얼마나 공감이 되었는지 충분히 쓸 수는 없지만 눈물이 날것 같아요..ㅠㅠ 노력하고 있고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멤버에게는 쓴 소리보다는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헐..
    슈주 팬도 아니고 슈주 멤버들이 나오는 방송을 보는 편도 아니긴 한데
    방송에서 자기 멤버한테, 그것도 리더라면서 막내멤버한테 저랬다니..좀 어이가 없네요.
    요즘에 가수고 연기자고 예능인이고 하는 구분이 어딨다고..
    본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대중을 즐겁게만 해줄 수 있으면 되는 거죠..
    못하는 아해들마저 대형기획사 빽으로, 팬덤으로 밀고 들어와서 들이대는 게 문제인 거지...
    정작 이특 본인도 아이돌 가수면서 겸업으로 예능하고 있으면서 말 정말 쉽게 하네요..

  • 꽃거지 2012.12.06 11:49 신고

    케이블방송 나온거 보니까 대충 알겠더라..평소 막내 규현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멤버들 통해 제보되던데ㅋ 솔직히 규현 그닥 성실하지 않더만~춤연습때 자주 지각하고 밤마다 와인 홀짝이며 라스보고 웃고 그랬다고?!! 사람은 기본적으로 성실해야돼! 내 진심이 통하는 순간은 평소에 하나둘 쌓아온 인간성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거~!!ㅋㅋㅋ

  • 꽃거지 2012.12.06 11:59 신고

    가수가 본업인 아이돌이 일주일내내 라스만 생각하면서 정작 연습시간엔 지각한다면 그게 더 문제 있는거 아닌가? 리더인 이특은 아마 두가지 다 성실히 하려고 무진장 노력했을거 같아~평소 그의 완벽주의 기질로 짐작하면 충분히ㅋ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설득력있게 들렸어 나는ㅋㅋㅋ

    • 뭐래니 2013.01.01 22:10 신고

      나중에 와서 말도 안되는 소리로 관리하려드는 질낮은 행태란 ㅋㅋㅋㅋㅋㅋ 이특은 노래도 못하면서 아이돌 대접 받으면서 예능하는데 노래도 잘하고 예능도 선방하는 규현에게 무슨 자격으로 그만두라고 하는건지? 지나 잘하고 충고하라고 해라 ㅋㅋㅋ 하긴 팬들이 이모양이니 본인이 정신을 못차리는거겠지.

  • 아니 이것도 저것도 다 집어치워 버리고 딱 슈주팬으로써의 생각만 적습니다. 물론 제가 방송으로 보았을 때도 방송 분위기가 얼어붙는 것을 보았고, 또 규현이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특이 진심으로 말했기에 방송 분위기가 더 다운 될 수 있다는 생각 하지 못하셨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요 예능 방송에서, 대중들이 원하는 건 형과 동생의 친근하고 따뜻한 분위기였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위에 '뭐래니' 님이 말하신 거 보고 진짜 화가 납니다. '이특은 노래도 못하면서 아이돌 대접 받으면서' 라고요? 과연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ㅋㅋㅋㅋㅋ 다 웃기네요 정말. 슈퍼주니어가 아이돌로써 이름이 많이 알려지면서, 또 값싼 이름이 되어 버린 것도 다 잦은 예능 출연에서부터였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원래 슈퍼주니어는 가요계에 이례적인 프로젝트 그룹이였고(모르시면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렇기에 5년 연습생 이특은, 당시 23살의 나이로, 이 그룹으로써 성공하지 못한다면 정말 끝이구나. 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일했습니다. 당시에 슈주로써 처음 맡게 된 것이 MC 일이였고, 그렇기에 예능에 출연할 수밖에 없는 거였습니다(그의 인터뷰 중엔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만약 처음에 배우 일이 들어왔다면 지금 난 배우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출연을 하니까, 갑자기 슈주가 인지도가 올라갔죠. 그래서 이특, 그리고 이특과 같은 예능 멤버들은 생각하게 되죠. '아, 예능으로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구나!' 그래서 이특을 비롯한 예능 멤버들은 필사적으로 예능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스타골든벨에서 소금 빙수를 먹는 것이라던지(참고로 그 빙수, 그냥 소금덩어리입니다. 녹화 후 3일간 배탈났다고 합니다/), 아니면 고정 게스트로 남기 위해서 장기를 존비하고, 스텝들의 일을 도와준다던지, 하는 것들을요. 그래서, 원년 예능멤버였던 이특이였기에 할 수 있는 말들입니다. '예능 본격적으로 할 사람은 거기에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하기에 거기서부터 차이가 난다.'라는 말을 해준것도, '예능에 발 담그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인지도 제로에서부터 온갖 수모를 겪고 올라온 이특이였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방송에선 하지 말아야 했던 말인건 인정합니다. 저 말은 둘이 술마시면서 '내 마음은 솔직히 이래.'라면서 말해야 했었던 말입니다.
    뒷배경 하나도 모르는 '뭐래니'님과 같은 사람은 방송만 보고.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하겠지만, 슈주 팬으로써, 슈주가 살아남기위해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아는 저로써는 이런 글도, 저런 댓글도 모두 착찹하게 느껴지네요. 부디 이 글 읽으시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약: 방송 상에서 해야 할 말은 아니였지만, 온갖 일 다 격어본 이특이기때문에 규현에게 할 수 있던 말이였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생각해주면 좋겠다.)

  • 답답하네요 2013.11.30 03:10 신고

    평소 드라마리뷰로 요즘 자주방문하던 블로그에서 이런글을보다니 착잡한심경입니다.오랜시간동안 슈퍼주니어 곁을지켰던 저로써 이글이 달갑게만은 느껴지지않네요.제가 이글을 읽으면서 답답하고억울했던 점은 절실함입니다.이특이 우결을나올때까지 그전의 팔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작성자분도 아시다시피 이특은 슈퍼주니어의 리더이고,슈퍼주니어는 원래 프로젝트그룹으로써 금방 해체될위기에 놓여있었습니다.그런 상황에서 이특은 멤버들을위해 물론 다른멤버들도 언제없어질지모를 그룹을위해 발버둥치고있었죠.이특은 연습생시절부터 수차례 데뷔하려던그룹이 엎어지는 상황을 수차례겪고 그리고프로젝트 그룹으로 데뷔했습니다.그뒤로는 열두명의멤버를 이끌며 각종 아침예능프로부터 주말예능엠씨까지 팔년간 악착같이 일해서 얻은결과이구요.그렇게 노력한결과로 과거에 우결에도출연했고 많은사람들에게 이특이란사람이 대중성있는 이유죠.이게 이특은 언제나 그 누구보다 근 십년간 가장 절실했고 멤버들사이에서 가장 힘들고바쁜시간을 보냈습니다.그런데 작성자분의 글속에는 이특의 절실함에 무심한태도시더군요.그리고 규현이 끔찍한 사고로 고통스러워할때 이특을비롯한 멤버들은 그 자리에있었고 이특도 심한부상을입고 그 상황에서도 멤버들을 먼저생각한사람이었습니다.작성자분께서 규현에대해 좋은인상을가지고계시는건 뿌듯한일이지만 이특에대한 시선도 바꿔서생각해보시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반드시 1에 1을 더한다고 하여 그 답이 2가 나오지 않는 결과가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때론 더하기 1을 하여 있는 것 마저 잃어버리는 마이너스의 결과를 가지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라디오스타의 공석은 바로 그런 자리였다. 누구도 대체불가능한 자리. 1에서 1을 더한다고 하여 반드시 2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 언제나 마이너스의 결과물을 내어주는 자리. 누구도 침범 불가능했던 마치 신성불가침의 영역과도 같았던 신정환의 공석. 그리고 그것을 예능 초보인 꼬맹이 아이돌 하나가 낼름 채워버렸다.

 

과거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이 부럽지 않았던 국민예능의 자리에 상상더하기라는 프로그램이 존재했었다. 꼭지점댄스라는 국민댄스의 열풍을 만들기도 했던 이 프로그램은 따지고보면 별것도 아닌 소재 하나를 놓고 그토록 오래 인기를 끌었던 것이 신기하다 싶을 정도였는데 바른말 고운말 쓰기라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소재 하나에 전국민이 열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프로그램에 존재했던 구성원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탁재훈과 신정환 그리고 이휘재라는.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생겨난 하나의 상실감은 감히 유느님이 와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설이 나돌았던 극악의 포지션, 마의 네번째 자리였다.

 

물론 신정환과 탁재훈 그리고 이휘재라는 세엠씨가 정말 대단히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엠시라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주어진 그들의 존재감은 강호동이나 유재석 부러울 것이 없었다. 정말 신정환과 이휘재 탁재훈의 시시껄렁한 술자리 농담과 따돌리기는 때론 참을 수 없을만큼 불쾌했지만 그래서 더 그 프로그램에 어울렸던 것이다. 셋이서 똘똘 뭉쳐서 나오는 저속한 분위기가 어찌나 강렬했던지 그 나머지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이수근도 그리고 정형돈도 무한도전과 일박이일의 에이스들이 하나같이 기브업을 하고 쫓겨나다시피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박탈당했다.

 

이런 마의 네번째 자리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악마의 자리가 바로 라디오스타의 네번째 자리였다. 이 자리만큼은 정말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상상더하기의 분위기야 어찌보면 세명의 엠시들이 만든 아무도 끼어들어서는 안될 무언의 약속된 따돌림 속에 새로 들어온 엠시들이 도무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라디오스타의 엠시들이야 서로를 물고 뜯고 씹고 맛보는 그야말로 서바이벌과도 같은 척박한 환경 아니었는가. 자기네들끼리도 친하지 않다고 공공연히 떠드는 그 프로그램에서 무슨 아집 같은 따돌림이 존재할리도 없거늘 그럼에도 그놈의 네번째 자리는 언제나 불편한 침묵과도 같았다. 아무래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자리였던 것이다.

 

그것은 이미 라디오스타가 시작부터 너무나 완전무결한 구성원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신동이 나가고 들어온 김국진의 포악을 잠재운 이후부터랄까. 1인자이면서도 언제나 2인자를 요청하는 세상의 그 어떤 뮤지션보다도 가장 고압적이지 않은 뮤지션 윤종신의 존재감과 라디오스타의 감성과 향수를 담당하는 김국진의 애수. 사실 독설보다도 더 가치있는 빛나는 잡지식의 연예계 위키백과 김구라. 그리고 공격하면서도 공격 받는 존재 신정환이 갖는 라디오스타의 상징성. 이 완전무결함은 시작부터 100퍼센트 그대로 완충되어 펼쳐졌기 때문에 감히 그 누구도 그 아성을 깨뜨리지 못했던 것이다.

 

라디오스타에서 신정환이 갖는 상징성이란 사실 김구라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였다. 그는 쉴새없이 공격하면서도 끊임없이 공격 당하는 존재였다. 라디오스타의 게스트들이 말을 잘하건 예능이 처음이건 라디오스타가 익숙한 말썽꾼이건 무서워 떠는 아이돌이건간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공격해보는 대상인 만만한 신정환. 그러면서도 간혹 어려운 게스트가 등장하면 감히 김구라도 건드리지 못하는 치부를 해맑은 얼굴로 공격할 수 있는 쳐키 인형 신정환. 그의 존재감을 대체할 사람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라디오스타도 잘 알고 있었다. 신정환이 사라진 네번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라디오스타는 수많은 아이돌을 집어넣었다 뺐다 하며 여러번의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했다. 오죽했으면 문희준과 김희철을 사이에 두고 누가 더 나은가 공개 투표를 시도해보기도 했던 참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리하여 선택된 김희철은 너무나 미안하게도 정말 불편한 존재였고 나는 라디오스타 특유의 인터넷 좀 한다는 사람들만 웃을 수 있는 유머에 즐거워하면서도 김희철의 인터넷 농담엔 정색을 하게 되었다.

 

그의 유머코드는 너무나 방정맞았고 너무나 난 좀 웃길줄 알아하는 자만심이 느껴져 고압적이었다. 신정환 특유의 만만하면서도 우습지 않은 그 어중간한 미묘함이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희철의 자리가 거의 진짜가 되어갈무렵 나는 절망했다. 아아. 이제 라디오스타 in 김희철은 영원이란 말인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미안하다) 김희철의 공근 소식은 다시 라디오스타의 공석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선택된 규현의 존재감을 두고 나는 또 한번 절망했다. 이미 김희철의 오지라퍼에 가까운 SM 사랑에 질릴 대로 질린 나에게는 또 다시 아이돌 그것도 에스엠 아이돌 그것도 같은 그룹의 아이돌이라는 존재에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 예상과 달리 어느덧 규현의 존재감이 익숙해지고 있어 놀란다. 물론 그 존재감을 김구라의 강렬함처럼 항상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문득문득 나의 웃음코드가 그리고 가끔 느낀 참 좋았어 라고 느끼는 편안함의 이유가 규현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은 나를 놀라게 만든다. 사랑은 퐁당 빠져버리는 건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모 영화의 대사처럼 어느새 규현과 라디오스타를 인식하지 않으면서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익숙함 이상의 정겨운 친숙함이었다.

 

규현은 라디오스타에서 오버를 하지 않는다. 일단 그점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잔뜩 긴장이 들어서 무슨 오지랖이라도 떨어봐야겠다는 그런 진상 같은 오지랖이 그에게는 없다. 시기적절하게 치고 빠질 줄을 안다. 로버트할리의 후예들 2탄을 찍으면서 시종일관 웃음을 이끌어낸 포인트는 대체로 윤종신이나 유세윤에게 쏟아졌지만 따지고보면 그 흐름을 처음 이끌어낸 사람은 의외로 규현이라는 점은 나를 놀랍게 한다. 과감하면서도 저속하지 않은 농담으로 겁없는 멘트를 던지면서도 사려야 할땐 사릴 줄을 안다. 가끔 형님들이 너무 미안하다싶은 무리수 발언을 던질 때도 의외로 이것을 정리하고 들어가는 것도 바로 규현이라는 존재다.

 

규현의 존재감이 가장 반가운 것은 공격 받으면서도 공격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최고의 스위치 타자. 이것은 신정환이 가진 가장 큰 그리고 대체 불가능했던 장점이 아니었는가. 만만하면서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될 때론 가장 무서운 솔직한 스트라이커. 규현이 만만해서 가장 먼저 공격하고 덤벼드는 게스트들은 이런 규현에게 가장 솔직한 공격을 받아 당황한 얼굴을 내보인다. 하지만 불쾌하지가 않다.

 

이것은 질문을 던지는 스트라이커의 공격하는 자세에 결정되는 감정인데 김구라가 센 질문을 던질때 정색을 하여 그 불쾌함과 어색함을 최대한 줄이는 것과 달리 규현은 최대한 낮아진 모습으로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던지고 싶은 질문을 가감없이 꺼내놓는다. 그 작은 미묘함이 바로 명품을 만드는 차이이다. 이전의 엠시들은 그것을 하지못했고 규현은 그것이 가능한 타자다.

 

가장 만만하게 봤던 대상에게 요즘 가장 큰 웃음 포인트와 편안함을 느끼게 될줄은 나 또한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었다. 라디오스타가 신정환의 공석을 대체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바로 2의 유세윤과 8의 규현으로 그 자리를 채우는 것. 이 환상적인 조합이 또 다른 진짜를 만들어낼 줄이야.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예능 꼬맹이의 스트라이크에 오랜 라스팬인 나조차 격침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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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14 16:03

    비밀댓글입니다

    • 감사합니다. 처음에 라디오스타에 나온다고 했을때는 라스 오랜 팬으로서 우려도 되고 염려도 했었는데 왠걸요. 요즘 웃음포인트는 규현군이 다 가져다주는것 같더군요. 진행도 차분하고 오버하지 않으면서 웃길줄도 알고. 공격하면서도 공격받을수있는 대상이라 포지션이 참 괜찮은거 같아요. 어쩔때는 유세윤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구요.

      생각외로 능력자인것 같아요. 에스엠내에서도 온유와 더불어 가장 음색이 좋은 가수라고 생각하거든요.

  • 좋은 리뷰 정독하고 갑니다. 처음의 어색함과 우려를 말끔히 벗고 이젠 자연스럽게 웃음을 주는 일원이 되어서 신기하기도해요. 라스에서 자리잡는게 닥터콜님이 쓰신대로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으니까요. 라스에서 규현의 포지션은 만만한 저격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격수가 만만할리는 없지만 가장 공격받기 쉬운 위치면서 예리한 독설을 날리는 위치기도 해서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2월 이후부터는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즐겨보는 예능 중에 하나인 라스라서 오래 재밌게 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4MC가 더 즐겁게 해주리라 기대해요. ㅎㅎ

  • 규현 팬의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라스 행보는 물가에 애 내놓는 심정이었죠. 팬이니까 더 단점이 잘 보여서 문제였습니다. (장점은 일반 시청자들보다 표정이나 말투 심리에서 재미를 느낄 포인트가 더 있다는 것?)프로그램이 원하는 말을 매끄럽게 내뱉기엔 경험이 적어서요. 그건 지금껏 규현이 다른 것을 시작해나갈 때마다 드는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 항상 일취월장하는 모습 보여줬으니 이번에도 그리하겠지 하면서도 당장 방송을 보면 으아아아악!!!!!!!쟤 왜 저래 !!!!!졸라 오그라들어!!!!!!!이랬습니다. 몇달 지나면서는 방송에는 편집되고 주목되지 않았지만 멘트가 점점 늘기 시작하더니 한 마디, 두 마디 제대로 말을 던지더군요. 그것이 수많은 모니터링의 결과라는 것은 얼마전 인터뷰에서 알았습니다. 회사나 동료들 심지어 팬들도 반신반의 한 자리에서 이제는 제대로 몫을 한다는 게 기쁩니다. 전엔 의무감으로 방송을 보다가 이젠 정말 재미있어서 보게 되었네요. 물론 그 전에도 라스를 보기 시작한지 오래였지만요. 그래서 라스 애청자의 입장에서 이것저것 쓴소리를 하지않고 별 생각없이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 좋습니다.
    김구라의 빈자릴 메꾸기 위해(굳이 메꿔야하나 싶지만) 여러 공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나이 있는 게스트에 대해 파악하는 게 그 시대를 살아온 다른 엠씨들과 달리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고 있는데 여기서 오는 재미를 조금 극대화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인터넷 루머같은 것을 좀 날카롭게 집어내도 좋지 않을까~하는. 그러고 보니 오늘이 라스하는 날이네요!

 

생각해보면 유세윤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은 새삼스러워서가 아니라 그럴것 같아서라는 생각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SNL 대한민국 공인 미친자라고 불리었던 그래서 언제나 생각 없이 유쾌할 줄만 알았던 기인 유세윤의 기행을 보며 나는 그가 웃고 있어도 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같은 멤버의 입원 사실에도 병문안 한번 안갔다는 이 차가운 남자들의 구성원인 라디오스타가 기존 방송에서는 시도치도 못했던 특별한 우정을 드러낸 순간은 바로 유세윤의 아픔을 대중에게 인지시키고 그를 치유하기 위해 그날의 방송 전체를 유세윤을 향한 세레나데로 바쳤다는 점이다. 황금어장 265회 라디오스타. 그날의 방송은 개그콘서트의 팀원들을 불러놓은듯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은 그속에 담긴 내실은 바로 유세윤을 치유하고 그에게 힘을 주기 위한 속내를 갖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참을 배꼽이 빠져라 웃겨대던 옹달샘 멤버들은 이윽고 대중에게 다소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털어놓았다. 유세윤이 우울증이라는 지극히 놀라운 이야기. 언젠가 그가 옹달샘 친구들을 놓고 "우리 그냥 다같이 죽을까?" 라는, 그의 이미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놀라운 한마디를 던졌다는 말에. 친구들도 놀라고 대중들도 함께 놀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방송이 어느 순간 짐이 되어 쌓여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웃고 있는 얼굴과 달리 속으로는 곪아 썩어들어가는 그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가족 심리 치료를 받기도 했다는 김구라의 말은 연예인, 아니 개그맨이 갖고 있는 웃겨야하는 사람들의 숙명적인 아픔을 그대로 대중앞에 드러낸 고발과도 같았다.

 

 

 

이후로 조금은 안정이 되었나 싶었던 유세윤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방송의 끝자락을 멤돌았다. 라디오스타를 그만두고 싶어했으나 김구라의 석연찮은 하차 이후로 다시 붙잡혀버려야했고 한 케이블 방송에서 그가 테스트한 그의 심리상태는 극도의 우울증이었다. 여전히 낫지 못한 유세윤의 병은 점차 깊어져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심지어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3년 뒤에 은퇴를 하겠다는 충격적인 은퇴계획서를 내놓기도 했다.

 

 

 

“회사와 재계약 한 지 얼마 안 돼서 3년 정도는 열심히 하고 이후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마음이다”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연예인으로서 재미는 다 본 것 같다”

“평소에도 은퇴를 하고 싶고 연예계를 떠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지만 웃기려고 하는 이야기인 줄 알고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던 것 같다. 저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

 

 

 

물론 어떤이들은 그의 이런 바람이 너무 배부른 오만이 아닌가라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사실 그날 라디오스타에서 유세윤을 위로하던 그의 친구들마저 그의 진짜 외로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듯했으니까. 넌 다 가졌잖아. 예전을 생각해봐. 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아파하는거니.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 많아. 하지만 우울증 환자에게는 이런 말은 그 어떤 위로로도 다가오지 않는다. 우울증 환자에게 힘을 내라는 말은 쥐약과도 같다. 그들은 힘을 낼 수 없는 것이 병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모든 것을 다 가진 유세윤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아파하고 있는 것일까. 개그콘서트의 아이돌이라고 불리워도 과언이 아닐 개그맨으로서의 영광.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한 듯한 버라이어티의 평온. 그로인해 얻은 부로 창출한 사업체와 결혼. 그리고 맺은 결실. 심지어 친구와 동업하여 작업한 음반마저 화려하게 성공하여 이제는 가수로서의 인지도까지 다져왔던 그가 아닌가. 타블로가 말했던가. 가장 큰 소원은 음악을 취미로 하는 것이라고.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이 가장 갖고싶어하는 안정된 직업과 꿈의 성취까지 모조리 이룬, 해보고 싶은 것을 다 누려본 그는 왜 행복하지 못하나.

 

사실 이날 유세윤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김국진이었다. 누구보다 인기의 정상에 서있었을때 차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외로운 그 쓸쓸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김국진은 유세윤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징징대는 홍인규를 두고 "이사람은 지금 홍인규씨가 왜 섭섭해하는지조차 모를 거예요." 라는 말로 유세윤의 처지를 이해했다.

 

 

 

유세윤의 우울증은 그를 이해하는 사람이 주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너의 처지가 된다면 나는 땅이라도 핥겠다며 어쩌면 유세윤의 우울증을 배부른 오만으로 느낄지 모를 홍인규와 같은 인기가 배고픈 위치의 사람들은 결코 느끼지 못할 유세윤의 너무 넘쳐서 가질 수밖에 없는 그의 외로움. 날 버라이어티로 끌어올려줘. 니가 너무 부러워. 주변에서 외쳐대는 수많은 개그맨 동료들의 아우성이 유세윤에게는 자만이 아닌 오히려 부담으로 자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난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도대체 누굴 끌어 올려 달라는 거야.

 

 

 

국민 미친자라고 불리었던 그는 태생부터가 억압되는 순간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안정된 부가 있음에도 더 높은 계약금을 마다하고 오로지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몸값을 낮추면서까지 친구와 같은 기획사로 들어가길 원했다는 유세윤의 일화는 놀라운 우정으로 기록되지만 사실 나는 그것이 그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옹달샘의 다른 두친구들이 유세윤의 고독을 채워주기 위한 도움을 주기 위해 그와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설적으로 그는 그만큼 외로웠던 것이다. 돈마저 포기할 정도로.

 

 

 

마지막으로 유세윤이 한순간 이토록 깊은 우울증을 토로해내고 연예계에 염증을 느끼며 떠나고 싶어하는 것은 그가 밝히지 못했지만 그의 주변 인물들중 그의 가장 큰 멘토가 되었을 두명의 거성이 한순간 추락하여 연예계에서 쫓겨난 결과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을 해본다.

 

그의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었을 그리고 어쩌면 그의 꿈이었을 강호동의 한순간의 추락. 그것이 채 식기도 전에 떠나버린 김구라의 빈자리. 연속된 전설들의 추락으로 그는 연예계라는 것이 그리고 인기라는 것이 정말 손바닥 뒤집을 정도로 한순간에 끝나버릴 꿈이구나. 라는 초라함을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 아니 초라함이라기보다는 두려움이라는 말이 더 걸맞겠다.

 

 

 

물론 사람은 꿈을 쫓으며 꿈만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다. 모두가 싫어도 그래도 살아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때려치우고 싶은 직장을 꾹 참으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유세윤의 은퇴를 선언할 수 있는 용기와 처지가 부럽다. 나는 감히 그리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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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는자 2013.07.26 12:15 신고

    글 잘봤습니다. 성공한게 진정 뭘 위한 성공인건지...돈과 명예는 가져다준다해도 결국은 인간이니까요..다들 돈에 미쳐서 앞만 보고 사는 세상이라 더 그런 것일지도 몰라요.
    유세윤이 얼른 나왔으면 하는 1인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 이제는 없는 것이 허전할정도의 버라이어티의 중요 요소에서 필수 요소로까지 승격한듯하다. 필자는 처음으로 티비의 자막을 보고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쿵쿵따의 "응?" 이었는데 웃긴 상황이 나올 때마다 필수적으로 집어넣는 이 "응?" 이라는 말은 예능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피디와 시청자가 교감을 나누는 느낌을 전달해주는 대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진짜 흐름을 만든 방송이 바로 무한도전이었다. 무한도전의 존재 가치는 21세기에 들어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로 변경하여 규격화 되지 않은 자유로운 방송의 흐름을 만들었다는 것이겠지만 그것 이상으로 피디가 자막을 통하여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발산하고 그것을 시청자와 함께 교감하는 활발한 움직임을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프로그램의 자막이나 Cg를 보고 정말 경탄하여 무릎을 쳤던 방송은 무한도전이 아니다. 사실 그 시작은 무한도전이겠으나 이제는 청출어람이랄까. 어찌보면 무한도전마저 뛰어넘은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cg의 화려한 기술, 그 독보적인 능력치를 보유한 자는 바로 라디오스타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라디오스타에서 실시간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네티즌들에게 공개하여 편집 없는 방송분량을 내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네티즌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중 하나가 "편집 안하니까 재미없네"라는 말이었다. 그 말에 작아지는 라디오스타 엠씨들이 얼마나 웃기던지. 물론 어떤 프로그램이건 편집의 손을 거쳐야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겠으나 라디오스타만큼 편집의 힘이 절실하며 그것이 프로그램의 절대적인 이데아로 존재하는 프로그램은 라디오스타가 유일무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끄럽고 몰상식하고 너무 떠들고 너무 무례한 멤버들. 정리해줄 사람도 없다. 그나마 정리 투사인 김국진은 한번씩 빡 돌아서 흥분해버리고 윤종신은 깝죽깝죽 김구라가 던진 찌꺼기를 주워 먹기 바쁘다. 이 상황을 진정시켜주고 상황을 이해시켜주며 심지어 멤버들의 독설을 120퍼센트 업그레이드 시켜 한층 더 웃기고 더 무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라디오스타의 자막이었다.

 

미스에이의 민이 배드걸 굿걸을 시연해보였을때 그 활발한 그녀의 에너지를 그야말로 생기발랄하게 표현해준 라디오스타의 자막과 cg를 보라. 1여분 내의 짧은 노래에 무슨 그런 오브제를 많이 넣었는지. 노래의 멜로디에 맞추어 통퉁 튀고 야성미 넘치다가 섹시함까지 발산하는 민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내보인 cg는 물론이며 맥아리 빠질수도 있는 윤종신의 주워먹기 개그에 "싹쓸이 주워먹기"라는 자막으로 폭소를 터뜨리게 하지 않나 곤란한 상황엔 마구 비를 뿌려주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치며 얼굴이 홍당무가 되는.. 아바타 부럽지 않은 그 활발하고 유쾌하게 터뜨려지는 자막과 씨지들..

 

 

 

나는 처음엔 이 자막과 씨지의 향연이 지금은 종영된 해외프로그램 일본의 우타방에서 아이템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날이 갈수록 오히려 우타방에는 없었던 라디오스타만의 철학과 블랙코미디를 삽입하여 오히려 그 프로그램보다 한수위의 오바 쪼금 보태서 국내 최고는 물론 세계 최고가 아닌가 싶을 대단한 자막 신공을 선보이고 있다.

 

 

 

필자가 정말, 예능 프로그램의 단 5분을 보고 무릎을 치고 감탄하며 놀랬던 것은 바로 비에게 당한 5분 굴욕을 자막과 씨지로 승화시킨 라디오스타의 능력이었다. 지금은 무릎팍도사의 안방마님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셋방살이도 그런 셋방살이가 없어 끝날때 외치는 다음주에 다시 봐요 제발이 너무 안쓰러울 정도의 라디오스타는 무릎팍도사가 한번씩 이른바 거물 스타를 부를 때마다 때론 절반에서 때론 5분 방송으로 전락하는 굴욕을 맞곤 했는데 바로 전방송에서 그야말로 거물급 스타인 비(RAIN)가 등장해주시자 그 여파로 5분만 방송하고 짤려버린 굴욕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순간 라디오스타는 아픔을 즐거움으로 승화시켰다.

 

 

그러니 이 모든건 비를 원망하렴.

 

라디오스타의 엔딩 테마송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의 동음이의어인 V를 비=Rain으로 바꾸어 게스트 비의 이름과 맞물리게 만든 서비스화면은 그야말로 라스 제작진 천재인가 싶을 정도의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아니 어떻게 5분 굴욕을 그 짧은 장면에서 절망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비꼬임 가득한 블랙코미디를 만들어낼수가 있는지. 그야말로 예능프로그램계의 심슨이랄까. 정말 대단한 임펙트가 있는 자막이었다.

 

 이런 나였기에 최근의 라디오스타는 어딘가 김빠진 콜라 같은 맹맹한 아쉬움을 남겨주는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여전히 가장 웃기고 가장 무례하고 가장 재밌는 방송이지만... 무언가 2퍼센트 아쉬운 것이 바로 한시간의 길이만큼 늘어난 약간의 지루함과 조금은 떨어진 듯한 자막의 센스였다.

 

사실 필자는 무릎팍도사의 자막을 보고 정말 촌스럽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같은 cg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무릎팍도사의 시간대를 가져오고나서 그 무릎팍도사의 촌스러움과 고리타분한 느낌을 라디오스타가 그대로 가져와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라스도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셋방살이 총각이 하루아침에 로또에 당첨되어 집주인의 자리를 차지했다고해서 바로 그날부터 부자의 마인드를 가질 수가 있겠는가. 바로 조금전까지만해도 절박하게 다음주에 봐요 제발을 외쳤던 그들인데.. 조금씩 불안했던 표정들을 웃음으로 바꾸어가면서 라디오스타도 예전의 그 느낌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내가 이제서야 아, 라디오스타 죽지 않았어! 라고 느낀 결정적인 자막은...

 

"오늘 방송은 지난 3월에 녹화한 것을 편집한 것입니다"

 

 

 

아, 이게 얼마나 한사람을 배려하는 자막인지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이라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물의를 일으켜 자숙을 한다 선언하고 떠난 김구라. 그런 그에게 마지막 덫이 되는 것은 이미 자숙 이전에 찍어버린 방송 분량일 것이다. 현재 자숙을 하겠다는 김구라에게 자숙 선언 이전의 방송이 그대로 나가버린다면 시청자에게 "뭐야? 자숙한다더니 여전히 방송하고있네"라던가 혹여는 "자숙한다더니 웃기고 자빠졌네"와 같은 폭언을 들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런 김구라를 위해 괜히 오버해서 반감을 사거나 아니면 무심하게 그를 내팽개쳐두는 것이 아닌 그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심을 보여준 라디오스타의 센스와 사려깊음에 그야말로 무릎을 쳤다. 이게 바로 형제애며 동료의식 아닌가. 아무리 물의를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라디오스타를 그동안 지켜왔던 마스코트 김구라에게 라디오스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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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게 있어 나는 가수다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김연우와 김경호의 재발견입니다. 김연우는 이렇게 가벼운 오래가 그렇게 어려운 노래였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사람이라면, 김경호는 그렇게 무겁게만 느껴지는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이렇게 소탈한 사람이었음을 재발견하게 해주었던 캐릭터이지요. 절제의 미학사 김연우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고음종결자 김경호는 어찌보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대 같습니다만.. 음악스타일은 달라도 최고의 뮤지션이자 성격마저 따라가고 싶은 진국이라는 점은 친구임이 의심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습니다.




더 이상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을 외치지 않아도 되는 라디오스타. 이제 당당히 황금어장의 안방마님이 되었습니다만 한동안은 넘겨받은 시간이 사치라 느껴질 만큼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엠씨들의 캐릭터도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고 토크의 농도도 부족한 느낌이었으며 무엇보다 그 환상적이던 라디오스타의 쌈마이스러우면서도 세련되기 그지없었던 환상적인 편집 수준이 다소 촌스러워졌다는 생각이 들어 실망이 가실 길이 없었습니다. 혹시 이대로 프로그램이 끝나는 것은 아닌가 약간은 불안했던 마음을 뒤로하고 다행스럽게도 라디오스타는 이번 회차에 들어서야 완전히 이전의 감을 잡아버린 것 같습니다. 게스트를 선정하는 센스도 토크를 이끌어가는 엠씨들의 캐릭터와 대화의 수준도 감히 우리나라 최고의 cg라 말하고 싶은 라디오스타의 편집 기술도 조금씩 왕년의 감을 되찾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흑흑. 안심이 됩니다.

더욱이 이 날은 출연한 게스트의 수준도 정말 "우왕굳"이었습니다. 각기 따로 토크쇼에 출연하여 분량을 뽑아내도 충분할 만큼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스타인 김경호, 김연우가 한자리에 모였으니 재미가 없을리가 없지요. 특히 두 스타 모두 받고있는 사랑에 거만해지지않는 배려심과 기본적인 선량함, 예능프로그램일지언정 최선을 다하려는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이라 무엇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큰 재미를 이끌어내는 라디오스타와의 궁합은 딱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심지어 김연우는 새롭게 개발한 특기가 없냐는 질문에 (발라드신인데...) "턱걸이"라고 대답을 했고 그 말에 주저없이 세트안으로 들어온 철봉에 거침없이 턱을 괴는 발라드신의 모습이 어찌나 찌질하게 웃기던지. 예능에 목숨을 거는구나! 김경호는 우스갯소리를 던졌지만 사실 예능프로그램일지언정 점잖 빼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는 김연우 특유의 책임감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김연우가 철봉으로 웃음을 주었다면 김경호는 여자 같은 외모로 일약 라디오스타의 먹잇감이 되어 처절히 물어 뜯겼습니다. "아, 저러다 역정 내는거 아니야?" 싶었음에도 정색하지 않는 김경호도 대단하더군요.




"실제로 여자로 오해 받아서 끌려간 적도 있다고?"


김경호의 여성스런 외모로 공격을 시작한 라디오스타의 엠씨들에게 그 질문을 조용히 듣고있는 김경호는 입술을 깨물고 위를 올려다보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예뻐보이던지. 40대 아저씨가 이렇게 예뻐도 돼?를 떠나서 남자 아니냐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정말 사랑스런 미모였습니다. 지금도 이정도니 김경호가 젊은 시절에는 정말 얼마나 더 예뻤겠어요. 실제로 김경호는 이런 여성스런 외모 때문에 공중목욕탕에서 변태성욕자로 의심을 받아 가스총 든 경찰이 출동한 이후 두번 다시 공중목욕탕을 출입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중목욕탕뿐 아니라 김경호의 여성스런 외모는 그를 지하철마저 꺼리게 하는 핸디캡으로 남게 되었는데요. 공중목욕탕처럼 단 한번의 일화가 아닌 거의 매번 겪는 일인 듯한 김경호의 질려하는 반응에 그야말로 빵하고 웃음이 터져버렸습니다."지하철도 안 타요!" "아우. 지하철 말도 마. 추행도 너무 많이 당해가지구." 헉!




"야구모자를 눌러 쓰구요. 스키니에. 그리고 가방 메고. 헤드셋 들고 이렇게 서 있으니까. 자꾸 뒤에서."

설명을 하는 김경호는 이를 빡빡 가는데 (정말 질렸던듯 자꾸 만지니까 라는 말을 하는데 진짜 이를 가시더군요) 윤종신과 김국진은 "키 크고 늘씬하니까" "아 그리고 정말 이쁘거든요!" 라고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침으로서 김경호가 얼마나 오해를 받기 쉬운 얼굴인지를 설명하더군요.




한 날은 정말 얼마나 노골적으로 추행질을 하던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김경호는 그 손을 확 잡아서 순간 상남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따. 취향 참 독특하쇼잉~"




모두가 빵하고 웃음이 터진 가운데 문득 윤종신이 의미있는 한마디를 꺼냈습니다. "아니 진짜 남자 입장에서 지하철 안에서의 현실을 느끼신거 아니예요. 진짜 많나봐." 순간 엠씨 모두가 "진짜 많나봐" 하며 그 말에 깊은 동의를 했죠.




문득 놀라웠던 것은 여성스런 김경호의 외모 때문에 생긴 오해라는 웃긴 에피소드를 하나의 생각해 볼 만한 뼈있는 화두로 만들어냈던 윤종신의 자연스러운 한마디였습니다. 그저 웃음이 터지고 끝났을지도 모를 김경호의 에피소드에서 여자와 닮은 외모 때문에 함께 느꼈을 여자의 고충을 어떻게 받아들였냐는 뼈있는 질문을 던지며 농담을 생각해볼만한 깊이 있는 이야기로 이끌어낸 윤종신의 질문은 직접적인 경험으로 뼈저리게 와닿았을 김경호까지 "우리나라의 여자들중 10명의 7명은 성추행의 경험이 있다"는 보다 직접적인 화두를 던지게 하여 시종일관 여성스런 외모로 놀림을 받았던 김경호의 소재를 여자로서 받는 고충에 대한 뼈있는 주제로 풍부하게 만들었죠.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스러운 겉모습에서 생긴 오해 때문에 수없이 많은 성추행을 당한 김경호가 지하철을 타지 못할 정도라면 이땅의 여자들은 정말 얼마나 많은 성추행의 피해 속에 노출 되어 있는 것일까요. 이런 생각을 갖게했던 것은 물론 엠씨 윤종신의 배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아마 김경호의 말 뒤에 윤종신이 "성추행을 당해보니까 여자들이 느끼는 심정을 직접 공감하셨을 것 같은데요" 라는 의식있는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것은 그저 웃긴 해프닝 정도로 끝내고 말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다 웃는 가운데서도 문득 그 이야기속에 꼭 필요한 화두를 던져준 윤종신의 사려깊은 생각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감탄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문득 라디오스타의 메인 엠씨로서 정말 그가 많은 성장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그저 다같이 웃고 말았을 토크였을지도 모를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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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탈 2011.12.22 20:33 신고

    저도 어제 라디오 스타 보고 빵 터졌었는데, 님의 글을 보고 어제 지하철 이야기를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 김경호님의 팬이라 정신없이 한 마디도 안 놓치고 보느라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요. 생각해보면 저도 고등학교 다닐때 만원버스에서 몇번 경험한 일들이네요.
    처음엔 깜짝 놀라서 어쩔줄 모르고 당황해 하다 그냥 버스에서 내려버렸는데요. 나중에는 소리지르기는 창피하고 해서 모른척 하면서 손톱으로 손을 세게 꼬집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그쪽에서 자리를 옮기더군요. 김경호님이 여성 10명중 7명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것 같아요. 지금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니니까 대중교통 이용할 일이 별로 없어서 잊어먹고 있었는데...지금 생각해도 소름끼치는 기억입니다.


어린친구에겐 라디오스타, 남자의 자격의 김국진일지 모르고 그보다 더 깊은 세월을 갖고 있다면 테마게임, 국진이빵의 김국진이라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떠올리는 초심의 시절은 어쩌면 조금 더 먼 과거의 또다른 김국진의 역사의 한토막일 것이다.

감자골을 기억하는가?

90년대초, 당시 대한민국의 개그는 심형래등이 만들어온 슬랩스틱 콩트 코미디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그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몸이 아닌 말로 웃기는 지성인 개그의 지향점이었다. 이미 mbc에서 시도하고 있었던 개그와 버리어이티의 융합을 만들어줄 신선한 인재가 필요했던 KBS는 다소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던 기존의 대선배 개그맨들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개그의 토대를 만들어줄 4명의 인물을 발굴하게 된다. 개그맨이 정장을 입고 마치 아나운서 같은 모양새로 웃길 수 있는 시발점. 그것이 바로 감자골의 출발이었다.




김국진, 김용만, 김수용, 박수홍으로 무장된 이 멤버는 기존의 선배 개그맨들처럼 우스꽝스러운 얼굴이나 척 보기에도 개그맨스러운 이미지를 갖고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신선하고 때론 멋있어보이기까지 했던 그들의 개그는 짧은 시간동안 오랜동안 쌓아왔던 KBS의 정통 코미디가 아닌 버라이어티와 개그를 묶어놓는 하나의 혁명을 연출하는 큰 공헌을 세웠다. 당시 개그맨이 마치 아이돌 그룹처럼 그룹을 형성하여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내며 개그를 보여준다는 자체가 신선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감자골은 빠른 시기에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으며 KBS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최근 남자의 자격에 마치 선물처럼 등장한 두사람이 있다. 바로 박경림과 김수용이다. 그리 넓지 않은 김국진의 인맥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연예인 친구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김수용과 김국진의 관계를, 비록 감자골이라는 역사가 있다고 할지언정 그리 깊은 사이라 인식하진 못했다. 김국진을 롤모델 삼아 존경하듯 따랐던 박수홍과 김국진. 그리고 한때 커플이라 의심 받을 만큼 서경석, 이윤석처럼 짝을 맞추어 다녔던 김국진과 김용만의 절친스러운 관계와 달리 김수용과 김국진은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 조용하고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김국진과 다소 사차원의 김수용은 성격부터 맞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날 김수용이 꺼낸 김국진을 향한 가장 고마웠던 한때를 되짚어보는 이야기에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마운 거는... 결혼할 때. 제가 힘들 때 결혼했어요. 신혼여행 모든 경비를 김국진 씨가 다 댔습니다. (이 얘기 방송에서 처음 하시는 거예요?) 아무한테도 안했습니다. 김국진씨가 얘기하지말라고해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시는 분이라."




김수용이 결혼했던 시기는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혹여 김국진이 한참 잘나가던 국진이빵 시절이 아닌가 싶었으나 김수용의 결혼 시기는 2008년으로 김국진이 한참을 방황하다 겨우 연예계에 복귀하여 정착해나가던 어려운 시절이었다. 한푼 한푼이 아쉬울 시절에 친구의 어려움을 위해 선뜻 경비를 지원한 김국진의 우정에 "아. 저사람 참 무모하다" 싶으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런 친구 하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김국진의 이런 '무모한 우정'은 이번이 처음 일이 아니다. 라디오스타에서 털어놓은 감자골의 파업에 대한 진실이었다. 과거 KBS의 흑역사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어두운 시절의 감자골의 겁도 없이 무모했던 무한 파업은 바로 친구 김용만의 고통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당시 너무나 인기 많았던 감자골에 힘입어 KBS는 너무 심하다 싶을 만큼 노예계약에 가까운 살인적인 스케줄로 감자골 멤버들을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김용만의 종살이는 그야말로 대단해서 무려 일주일에 열한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거죠 이건"

김국진은 친구의 이런 혹사를 지켜볼 수가 없었다. 급기야 김용만이 쓰러져 병원을 찾았을때 그 순하디 순한 김국진이 드디어 일을 냈다. "감자골. 오늘부터 끝내!" 제작회의에서 높으신 어르신들 다 올라와서있는 그자리에서 평생 찍힐지도 모를 과감한 발언을 혼자서 다 감당하고 외쳐버렸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쓴소리 한방 못할 것 같은 순하디 순한 김국진이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지 놀랍기 짝이 없다. 그게 바로 친구의 아픔을 겨디다 못한 무모한 의리가 아니었겠는가.

결국 김국진과 감자골은 그 사태로 인하여 모든 방송사에 퇴출당하다시피 쫓겨나버리고 심지어 마지막 인사를 KBS가 아닌 MBC에서하는데 그마저도 하지 못하게 선배 개그맨들이 담합하며 항의 했다고 한다. 이때 "어린 친구들이 다른 일도 아니고 방송사의 부조리 때문에 이렇게 나서는건데 우리 같은 선배들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후배들을 내쫓는 것이 말이 되느냐" 라고 유일하게 그들을 도와줬던 선배가 바로 임하룡이었다는 대단한 추억도 들을 수 있었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일수록 그리고 돈이 없고 힘이 없을때 얼마나 많은 서러움을 겪는다는걸 잘 아는 사람일수록 어려울때 친구에게 내밀 온정조차 거절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국진은 노총각 친구의 첫결혼이 신혼여행도 갈 수 없는 처참한 지경이라는 사실을 들었을때 그것을 외면한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다소 무모하고 대책 없이 느껴질지언정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진실한 친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선인의 말을 되새겨보았을때 김국진을 친구로 둔 누군가는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들어 부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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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a 2011.12.19 11:30 신고

    안녕하세요. 블로그글 재미있게 잘 읽어보고 204번째 오늘도 추천해드리고 갑니다.
    사주는 한번 보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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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에도 김국진씨 참 좋아했어요! 인간미가 느껴지는 분이죠! 말씀도 재미있지만 마음 씀씀이라던가 사소한 행동에서 무뚝뚝하지만 정말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죠 ㅋㅋ 남자의 자격보면서 반했는데 이번에 새삼 또 반하네요! 좋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

  • 오홀홀 2011.12.19 13:21 신고

    음...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김국진씨 진짜 진국이네...
    그리고 임하룡씨의 인간성과 인간미는 모두가 알아주긴 하던데 감자꼴 쫓겨날때도 임하룡씨가 그런 이야기도 했었구나. 예나 지금이나 좋은 사람이네.
    임하룡씨도 젊을 때는 얼굴에 표시가 않났지만 연세가 들어감에 얼굴에 '좋은 사람' 이란 글귀가 보이는 것 같아요.
    김수용씨도 좋은 친구를 둬서 행복하겠군요.

  • ㅇㅇ^^ 2011.12.19 14:39 신고

    국진씨 참 좋아하지만,
    객관적으로 친구로서는 참 좋아도 남편감으로서는 최악이 아닐까 합니다.
    친구가 어려운 상황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이 어려운 상황일 때는 누구의 도움이나 위로도 받으려 하지 않고 혼자서 이겨내려는 자존심 강한 남자이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남자.. 뒤에서 묵묵히 내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겠지요.
    근데 의외로 마초적인 성격의 국진씨는 사자머리를 한 섹시한 여성타입을 좋아한다던데..
    취향을 바꾸든지 아님.. 제가 케어해 주고 싶네요^^ㅎㅎ

  • 짱짱 2011.12.19 14:46 신고

    김국진씨 너무 좋습니다. 다른 사람을 비방해서 웃음을 주려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개그를 하시는 분이지요^_^ 너무 멋있습니다.

  • 좋은글 2011.12.19 21:25 신고

    저는 뭘 드러내놓고 하는 사람 보다 말없이 속 깊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신뢰 가고 좋더군요.
    김국진씨도 그런 분 중 한명이구요.
    김수용씨가 저 얘기를 아주 담백하게 끌어낸 것 조차 평소 그들의 우정의 깊이를 가늠하게 합니다.
    저는 김국진,나영석 이런 분들이 호감 가고 믿음이 가더라구요^^

  • 고릴라맨 2011.12.19 21:41 신고

    김국진보면 성격이 보인다. 예민하고 섬세하지만 진실되다.
    다음에 아내를 고를때는 좋은 아내보다는 좋은 며느리, 좋은 엄마가 될 사람이 어울릴 것 같다.

  • 루루 2011.12.20 05:39 신고

    이거 최근에 방송된 내용만으로 정리한 글이네요
    몇년전 김국진이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방송 복귀에 대한 얘기 할때
    김용만과 전화 연결했는데 그때 김용만이 그랬어요

    십여년전 자신이 방송도 못하고 너무 힘들어서 방송 그만 두고 다른일 하려고 했을때
    김국진이 집에 찾아와 몇천만원을 아무 이유없이 주면서 포기하지말라고
    따뜻하게 위로 해줘서 다시 방송에 복귀 할수 있었다고...

    그 얘기는 쏙 빼셨네요
    저는 그날 김국진을 진국으로 본 날이었는데...

  • 멋쪄부렁 2015.10.05 05:58 신고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걸 새삼 깨닿게 되네요.
    국진님처럼 좋은일로 뒤늦게 밝혀져 훈훈한 마음을 느끼게하는 경우가 있고
    인면수심을 드러나게 하는경우도 있네요.
    http://blog.naver.com/bdsnet1/220373283301 << 용감한기자들(톱스타 사위 재테크)

 


자타공인 최고의 게스트, 무릎팍도사 역대 최고의 게스트라고 메인 강호동이 주장했을 만큼 할 이야기가 많았던 남자,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너무 많은 남자 주병진의 이야기를 1부로 마감하기엔 너무나 짧았나 봅니다. 역시 거물급 게스트 답게 2주 분량의 이야깃거리가 나온 주병진은 제가 예상했던대로 버라이어티/엠시로서의 주병진의 활약과 사업가로서의 주병진 그리고 그에게 모든 방송활동과 사업가로서의 활발한 활동 마저 주춤하게 만들었던 '그 일' 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2부에서는 아마도 시청자가 가장 흥미진진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싶은 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능인이기 이전에 사업가로서의 재능이 탁월했던 그는 넘치는 끼와 아이디어로 속옷 판매의 제왕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소규모 브랜드를 메이저 브랜드로 올려 놓고 매출 천억이 넘는 진기록을 세우는 대단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제임스딘이라는 브랜드를 2호, 3호로 키워가며 점차 사업을 늘려갔던 그는 이건 사업이 아니라 장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 더 큰 포부로 사업 다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순간 패션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그는 환율 급등을 통해 국내로 쏟아지게 된 외국 브랜드로 인하여 경쟁이 치열해졌고 한정적인 자본을 가진 주병진으로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합니다. "어느날 언더웨어가 보이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주병진이 찾게 된 대박 아이템인 속옷 사업이었죠.

 


당시 언더웨어 시장은 국내에 3개 회사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때 한두 장만 팔아도 업계 4위라는 생각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주병진의 우스갯소리에 저도 빵 터졌네요. 하지만 그 농담과 달리 후발주자인 주병진이 적은 자본금으로 속옷시장에서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가 기대야 할 것은 아이디어와 열정 뿐이었고 신생기업이라 광고할 돈마저 부족했던 그는 제품포장을 차별화하고 기존의 광고 스타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데에 성공합니다.

 


신문 한 구석에 매일 새롭고 기발한 문구가 담긴 카피 광고를 한달동안 실었던 그는 결국 그 기발한 문구에 대중들이 나중에는 직접 광고를 찾게 되는 효과를 보게 된 놀라운 아이디어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당시 저도 신문 구석구석마다 "신이시여 이 팬티를 정말 제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등의 재미있는 문구를 봤던 것을 또렷이 기억하는데요. 급기야는 주병진의 누드를 공개하겠다는 파격적 선언을 하고 직원의 돌잡이 누드 사진을 올려 놓는 아이디어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벌게 된 매출 천육백억원.. 하지만 이 금액을 처음 벌었을 때의 소감을 묻는 강호동에게 대답을 하는 주병진의 표정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나간 좋았던 일을 회상하는 듯한 그의 얼굴은 슬프고 씁쓸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구름 위를 걸어다니는 것 같았었구요.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있었는가?" 주병진의 대답이 씁쓸했던 것은 그렇게 탑을 달리던 주병진의 달콤하고 화려한 삶을 한순간에 파멸 시킨 끔찍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똑똑히 기억합니다. 사업가로서 예능인으로서 너무나 승승장구하던 그가 강간미수라는 사건에 휘말려 심판을 받던 그 시절을요. 하지만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워낙 길었던 그 공판 속에 사람들은 정확한 결과도 알지 못한채 그저 주병진이 그런 사건을 일으켰다더라 라는 기억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병진은 브라운관 앞에서 사라져갔지요. 재판이 길어지고 사건을 오래 끌면 끌수록 주병진의 이미지는 처참하게 짓밟혔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미 주병진은 젠틀한 신사나 잘나가는 사업가의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파렴치범으로 인식 되었던 주병진의 이 사건은 실은 무죄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진실을 호소할 수도 없었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여론몰이에 주병진은 항의를 할 의지마저 가질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침묵할 뿐이었던 그는 몇번이고 죽을 결심을 하고 그럼에도 살아야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겨우 그 악몽 같은 날을 넘겨 보낼 수 있었습니다. 눈부시게 창창하게 내가 이토록 행복할 수가 있구나 라는 삶을 살고있던 사람이 악의적이고 계획적인 여성의 접근을 통해 처참하게 파멸 당하고야 말았던 이 끔찍한 사건에서 그 여자는 제대로 된 처벌도 받지 못한채 현재 외국으로 도피중이라고 하지요.

 


이런 주병진의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도와준 사람은 다름 아닌 주병진의 동료들이었다고 합니다. 이성미, 이경실, 이휘재와 같은 동료들은 주병진을 위해 직접 친구를 만나 상황증거를 알아내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 여자가 옥도정기로 상처를 내고 악의적으로 접근했던 계획적인 사실들을 발견하여 주병진의 고독한 싸움에서 결국 그가 승리할 수 있게 하는 큰 공헌을 세워주었죠. 여대생이라고 신분을 밝혔던 그녀가 사실은 단란주점 접대부였고 주병진에게 거액의 돈을 끌어내기 위해서 세운 계획적이고 치졸한 수법은 결국 주병진이라는 최고의 스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금 다시 생각하도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고 남의 일이지만 제가 다 열불이 터지는 상황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주병진은 눈물을 흘리지도 그 상황이 미칠듯이 억울했노라고 분노하지도 않았습니다.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주병진의 모습은 그 어떤 게스트보다 차분하고 침착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미지 그대로 신사였고 젠틀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주병진의 말 중 이 말이 정말 기억에 남더군요. 무죄 판결을 받고 사람들이 그 사건을 모두 달리 기억해주리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사건만 기억하지 결과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구요. 결국 사람들의 기억속엔 주병진이 일으킨 사건만 기억에 남기고 그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달리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가슴 아픈 주병진의 이야기는 정말.. 그래도 무릎팍도사에 나오기를 정말 잘했어요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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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황금어장의 위기라는 말이 참 많습니다. 어딘가 독설이 사라져버린 김구라와 역시 신정환의 공백이 크다고만 느껴지는 라디오스타도 라디오스타이지만 무엇보다 황금어장의 간판, 무릎팍도사의 한방 엎어치기가 약해진 느낌이 전체적인 황금어장을 흔들리게 만든 요인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죠. 2주분은 되어야 할 듯한 게스트가 한주 분량으로 끝나거나 한주 분량으로도 충분해 보이는 게스트가 2주 연속으로 지엽적인 이야기만을 반복하는등 최근의 무릎팍도사에서는 정말 들어보고 싶었던 이야기나 만나보고 싶었던 게스트에 대한 신선함과 특유의 까칠함이 극도로 줄어들었다라고 느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최근 출연했던 스타들이 무릎팍도사에서 점차 자리 잡혀갔던 무릎팍급, 정말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건사고가 가득한 연예인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감히 만나보기도 어려운 각 분야의 인사들이 출연 조건이었던 반면에 최근 출연 스타들은 그다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않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타들이 많아 하는 이야기들도 대체로 지엽적이거나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뿐이라 시청자에게 그닥 구미를 당기지 못했습니다. 무릎팍급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나 프로그램이 진행 되어감에따라 어딘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할만한 스타들은 이러이러해야한다는 나름의 룰 아닌 룰이 있었으나 요 몇달간 무릎팍도사는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진 못했죠.

더욱이 그토록 강호동이 데려오고 싶어했던 장동건이나 김태희등과 같은 스타들이 쉽게도 출연했지만 한자리 시청률 밖에 끌어내오지 못했던 박중훈쇼와 달리 이 스타들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하게 된다면 시청률을 3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는 자부심이 있었을 만큼 무릎팍도사가 던지는 초강수의 질문과 맞받아치는 이야기들은 기존의 토크쇼에서는 볼 수 없는 상당히 큰 화제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무릎팍도사에서는 이런 날카로움을 찾아보기는 다소 어려웠죠. 무릎팍도사 자신의 허를 찌르는 질문과 게스트를 떨게하는 카리스마가 사라졌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사실 그만큼 물고 뜰어질만한 게스트의 출연이 적었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무릎팍 도사를 살릴 만한 초강수 게스트가 등장하여 기대를 더해주는데요. 바로 대한민국 쇼/버라이어티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엄중한 산과 같은 주병진이 게스트로 등장한다고 하니 이보다 더 기대감이 클 수 없네요.


 


아직 어린 분들에게는 '주병진이 누구야? 뭐가 대단한 사람인데?' 라고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말하면 그의 대단함이 설명이 될까요. 무려 이경규를 10년 가까이 보조엠씨를 시켜먹은 쇼/버라이어티의 대부라구요. 이전까지 대한민국의 개그가 몸개그를 필두로 한 슬랩스틱 개그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주병진은 스탠딩 개그로 분위기를 전환시킨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쇼/버라이어티와 스탠딩 개그의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대한민국 예능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예능인이며 현재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초창기 진행자이며 노사연, 이경규, 이휘재등의 많은 예능인들에게 큰 영향력과 친분들 다져온 국민엠씨였기도 하죠.


 


더욱이 주병진은 무릎팍도사에서 참으로 좋아할 만한 물고 뜯을만한 꺼리가 많은 인물입니다. 예능인 주병진의 소스만으로도 한시간 분량은 뽑고도 충분한데 거기에 과거 유명한 국내 속옷 사업을 했던 주병진의 사업가로서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을테고 무엇보다 그토록 잘나가던 주병진의 발목을 잡고 오랜 공백기를 갖게 만들었던 꽃뱀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그의 가려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아직 이 사건에 대해 주병진을 안좋게 보시는 분이 계신데 실제로 이 사건은 주병진이 무혐의로 풀려나며 상대 여성이 꽃뱀이었다고 결론이 났던 사항입니다. 저는 예전 실화극장 죄와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 이야기를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강간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병진을 당시 대학생이라고 속인 술집 여성이 꽃뱀짓을 통해 그를 수렁에 빠뜨리고 본인은 미국으로 떠나 현재 종적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상처만 남은 주병진은 아직도 그 멍에를 가지고 살고있는 셈이죠. 당시 이휘재등의 친분이 있던 연예인이 너무 억울한 마음에 그를 도와주러 그 여자를 찾으러 갔다가 대학생이라고 속였던 신분과 다르게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이런 주병진의 출연으로 흔들리던 무릎팍도사에 오랜만에 생기와 활기를 찾을만한 사건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버라이어티의 탑인 강호동이 이 버라이어티계의 창시자나 마찬가지인 주병진을 보고 어떤 얼굴을 할지 역시 상당히 주목이 되는 부분이네요. 강호동의 평생의 스승인 이경규마저 눈치를 본다는 주병진이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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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뱀 이야기는 정말 많은분들이 궁금해할것 같아요.

  • 우후후 2011.06.15 13:41 신고

    난 속옷회사 차려 준 전직 재벌 부인의 이야기가 듣고싶어요,,,,,,

  • 정말 장난으로 생각했어? 2011.06.17 05:30 신고

    요즘 흔히 사용하는 '장난이 아니야' 를 유행시킨 인물이지요

    저는 이 표현을 아주 싫어하지만...

    방송중 의도적으로 유행시커려 한 말은 아니었지만,

    레슬링 시범을 보이면서 하던 소리없지요.


이미 멀어진 사람 엠씨몽은 벌써 남남이 되었고 이승기 탈퇴설도 해결했고 새로 영입한 멤버 엄태웅의 시작도 따뜻함으로 갈무리 되어가는 와중에 이제 남아있는 1박2일의 골칫덩이는 "김종민" 하나밖에 없는듯 합니다. 여전히 김종민은 숨만 쉬어도 까이는 와중에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그이는 1박 2일 팬들에게 단단히 미움을 샀습니다. 김종민이 이렇게 욕을 먹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대부분의 비난을 수장 나영석과 캡틴 강호동이 나눠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김종민은 일박이일의 일부니까요.

김종민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만큼 강호동이 섭섭하다, 챙겨주지 않는다라고 비난하고 김종민을 싫어하는 사람은 또 싫어하는 만큼 잘 하지도 못하는데 띄워주기가 심하다라며 강호동을 손가락질 해댑니다. 리더가 그래서 힘든 자리지요. 하지만 사실 강호동은 티비에서 대놓고 이끌어주기를 하는 스타일의 리더형이 아닙니다. 못하는 사람을 억지로 물어다놓고 밥을 떠먹여주며 전체적인 페이스를 망쳐놓는 것보다는 오히려 잘하는 사람을 더욱 독려해서 프로그램을 빛나게 하는 것이 강호동의 리더법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살아난 이승기나 이수근이 현재 일박이일의 에이스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지요. 사실 일박이일에서는 이런 극단적인 변화 없이 항상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은지원이야말로 진정한 에이스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만..

하지만 이렇게 되면 숨죽이고 있는 소외된 멤버들은 어뜩하냐..라는 생각이 남게 되지요. 상대적으로 1박2일은 이제 뭐든 맡겨놔도 안심이 되는 혼자서도 잘해요 이수근이나 혼자서 너끈히 분량을 뽑아낼 수 있는 이승기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고른 안정적인 포지션을 유지해왔던 은지원처럼 따로 챙겨주고 이끌어줘야할 멤버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뒤쳐지는 멤버가 더욱 눈에 띄고 밉상으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1박2일처럼 모두가 에이스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고른 포지션을 갖고있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겉으로 보면 평이했지만 실상은 수많은 히트곡과 뛰어난 보컬리스트를 보유했던 진정한 실력파 아이돌 지오디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평범해보이지만 실상 일박이일이야말로 완전체입니다.

다 잘하기에 더욱 눈에 띄는 김종민의 부실함은 그를 미워하고 있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점진적 진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네요. 항상 남을 핑계 대고 웃기지 못하면 열심히라도 좀 하지 그것마저 몸을 사렸던 김종민이, 이제는 메이크업도 안한채로 제일 먼저 와서 다른 멤버들을 기다리고 다 까진 발로도 등산을 하며 노력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장 큰 시작은 자신이 뭐가 잘못된 것인지 깨닫는 것이고 그 다음 필요한 것은 실천만 남은 것입니다. 김종민은 충분히 두번째 단계를 거치고 있지요. 그리고 김종민이 이렇게 된 과정에는 강호동의 보이지 않는 충고와 배려가 있었음을 이번에 알게되었습니다.



상대방의 가장 취약점을 하이에나처럼 발견하여 물어뜯기 좋아하는 라디오스타의 특성상 김종민의 취약점인 "1박 2일과 강호동" 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었죠. 그런 라디오스타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포문을 열었던 질문이었습니다. "김종민씨. 예능 적응기가 굉장히 혹독했었어요" 평소 라스톤이 아니죠..^^: 그와중에 김구라가 꺼낸 김종민을 김국진에 맞춘 비유도 참 적절하다고 봤어요. 예전에는 무슨 말만 해도 사람들이 다 예뻐해주고 받아주고 웃어주었던 자리가 이제는 무슨 말만 해도 가시 돋친 표정으로 "얜 또 뭐야" 라고 변하기 시작했을 때에 느끼는 상처는..적응하기 힘들겠지요. 차라리 김종민이 이번에 새로 들어온 멤버였다면 오히려 적응이 빨랐을지 모르나 원래 했던 프로그램에 다시 복귀했는데 자신은 예전과 같은데 시청자가 원하는 일박이일의 모습은 그게 아니니까 결국 김종민이 바뀔 수 밖에 없는 거죠.


이제 조금 인정 받기 시작했는데 새로 들어온 멤버 엄태웅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지 않았느냐고 그래서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김종민은 더듬더듬하며 "아이. 그거 너무 좋은 현상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어설픈 답변을 했는데요. 사람들의 시선이 덜해지니까 그만큼 자신은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고 그게 오히려 자신에겐 득이 된 상황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씁쓸하면서도 공감이 가더군요.


 


하지만 이런 김종민에게 고마웠던 강호동의 태도는 "너무 고마웠던게 아무 말씀 안하셨어요" 라는데.. 저는 이 기분이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야단도 재촉도 아닌 "잘하고 있다. 길게 봐라. 너 하루 이틀 할 거 아니지 않느냐..." 라는 강호동의 말은 그 어떤 백마디의 칭찬 보다 따뜻한 격려와 위로로 느껴졌습니다. 프로그램의 대장인 사람이 지금 너는 잘 하고 있다. 길게 봐라. 라는 말을 던져준 것은 앞으로도 김종민을 지켜보고 있겠다는 것이고 이런 김종민을 믿어주고 있다는 말이니까요. 김종민의 최근 모습이 여유있어진 것이 강호동의 이런 충고가 있었기 때문임을 처음 알게 되었네요.



물론 프로그램이 자선 사업도 아닌데 못하는 사람을 굳이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김종민을 응원하고 싶은 것은 그가 분명히 달라지고 있고 충분히 재밌기도 하며 열심히 하고 있고 그리고 일박이일은 가족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김종민도 분명 어설프지만 가족입니다. 가족이 좀 못한다고, 아프다고해서 내치고 잘라내야 하나요? 그건 일박이일이 지향하는 리얼버라이어티를 배반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강호동은 항상 차갑고 무섭다는 생각을 했지요. 사실 김종민 때문에 안 들어도 될 욕까지 들어먹는 그가 김종민을 조금은 원망하거나 재촉하지는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잘 하고 있다, 길게 봐라 라고 격려해주고 지켜보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참으로 따뜻한 모습이라 느껴집니다. 김종민이 그 말에 구원을 받아 최근 발전하고 있는 이유가 이해가 갑니다. 앞으로 김종민이 더욱 발전하여 일박이일의 새로운 에이스가 될 그 날을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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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도사를 보면서 받은 두 가지의 느낌과 두 번의 반전은 첫 번째,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의 김완선의 "닦" 후문이 단순한 루머였구나 라는 것과 (직접 봤다는 사람들도 어찌나 많던지) 여왕님으로 느껴졌던 김완선의 마치 노예처럼 착취당했던 수십 년의 세월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가족인 그녀의 이모 한백희였다는 것이었죠.



사회 초년생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쉽게 볼 수 있는 "가족 같은" 회사의 문구를 전 무시하라고 충고합니다. 가족처럼, 가족 같이 라는 말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곳 중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저는 거의 보지 못했거든요. 가족 같이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참으로 따뜻하고 인간적인 곳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일과 가족이 얽혀들었을 때는 프로페셔널 해야 하는 일의 감성이 사라지고 가족이기에 실수도 그냥 넘어가고 가족이기에 착취도 받아들여야 하고 가족이기에 적은 돈을 받아도 군소리 없이 넘어가야 한다는 몇 가지 맹점이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그 '가족 같이'라는 말 속에 숨겨진 '널 착취할거야' 라는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분 중에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쉬는 날도 불려 나가서 일하다 결국 그만두게 되는 일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에요.



하물며 사람 대 사람으로 인생 전체를 올인해야 할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야 오죽하겠습니까. 물론 가족끼리의 사업 중에서 수십 년간을 정을 주고받으며 가족 같이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도 꽤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오히려 가족이기에 눈멀어 매니지먼트를 맡기다 뒤통수를 맞거나 아이돌의 노예계약보다 더 한 착취 계약으로 수십 년을 고생하는 연예인을 수차례 보아왔죠. 하지만, 눈이 무서운 여왕님, 김완선 역시 그 수많은 세월의 공백과 루머의 온상지가 바로 가족의 착취 계약 때문이었음을 무릎팍도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은 충격입니다.




"너는 지는 해, 저 아이는 가는 해" 인순이의 대모로 활동하다 어느 순간 조카 김완선에게 쏟아진 김완선의 이모, 한백희의 애정에 서운해하며 그녀와 등을 지게 된 인순이의 설움은 무릎팍도사에서 들은 바는 있었습니다만 가족인 김완선에게서 직접 제보(?)를 듣고 나니 상당히 충격적인 사안이라 저도 어안이 벙벙해졌는데요. 그 와중에 들었던 생각은 역시 "가족처럼 대우해드립니다"라는 문구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어요.


"현대 음률 속에서 순간 속에 보이는 너의 새로운 춤에 마음을 뺏긴다오" 다시 생각해보면 댄스 음악에 이토록 서정적이고 멋진 가사가 들어갈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춤에 마음을 뺏긴다오라는 첫 소절이 김완선이라는, 한국 가요계의 역사를 바꾸어놓을 새로운 댄스가수의 시발점을 알리는 최고의 가사였다고 느껴지는데 당시 어린 김완선에게는 "내가 부르기엔 너무 난해한 가사가 아닌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하였다고 하는데요. 이 김완선의 시작을 만들어준 노래의 창시자가 록의 대부 신중현과 김태원과 같은 3대 기타리스트 신대철이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가슴을 뛰게 합니다. 아이돌의 노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가 만든 곡이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하지만, 이런 도발적인 가사와 화려한 색채감을 가진 그녀의 연예계 활동 뒷면의 인간 김완선으로서의 삶은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카리스마 있게 빛나던 김완선의 아름다운 모습 뒤에 "저는 인간적으로는 불행했어요"라는 김완선의 눈물이 있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데요. 5집을 발표하고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등의 세곡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여자가수로서는 최초로 단일 100만 장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던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강호동의 말처럼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웠을까? 라고 생각을 하게 되지만 언제나 화석처럼 그녀 옆을 꼭 붙들고 지키고 있었던 이모 한백희의 엄격한 매니지먼트는 남자 가수는 물론 여자 가수와의 교류 역시 모두 차단 시키며 바깥에서 단 한 번도 동료 가수와 차를 한번 마셔본 적도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기계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는 당시를 "이모의 아바타와 같았다" 라고 회고합니다.



음악, 신발, 머리, 춤 그 모든 것들을 자신의 의견 없이 이모의 기획으로 내놓은 복제품에 불과했던 김완선의 과거는 심지어 인터뷰마저 김완선이 하지 못하게 하고 이모의 입을 빌려 말을 하게 했다고 하는데요. 1992년 그 화려했던 인기를뒤로 하고 은퇴를 하게 된 것 역시 김완선의 의지가 아닌 이모의 의지가 담긴 거짓 은퇴였다고 하네요. 당시에 그녀는 그렇게 한국팬을 속이는 것이 너무나 싫었고 죄스러워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얼마나 괴롭고 힘이 들었으면 "이모의 아바타 같았다"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을지 그녀의 고민이 미루어 짐작됩니다.



"내가 무언가를 해서 내 힘으로 번 것에 대한 보람을 느껴보고 싶다" 어찌 보면 누구나 당연하게 갖게 되는 그 사소한 행복을 바라는 김완선의 바람이 절규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팠는데요. 화려하게만 보였던 그녀지만 뿌듯한 보람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 예술 활동마저 이모의 아바타로서 차단되어왔다면 그녀에겐 창작 활동이라는 것이 오히려 희망도 미래도 안 보이는 고통스러운 활동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왜 그토록 화려했던 그녀가 연예계 생활을 그만두었을지에 대해서도 답이 나오는 부분이었어요.



심지어 그녀의 이모는 그녀에게서 일의 자긍심을 뺏어간 것은 물론 13년 동안 단 한 번의 돈을 지급하지 않았던 악덕 매니저였다는 말은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이모가 저에게 단 한 번도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셨어요" 국내에서 대만까지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단 한 번의 수익을 받지 못했던 김완선의 착취의 대가는 차라리 이모에게 쓰였으면 기분이 덜했으리라 회상하는 김완선은 "여자는 남자를 정말 잘 만나야 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로  상황을 짐작하게 합니다만... 그렇게 보답을 받지 못했으면서도 정작 아무도 곁에 남지 않은 이모가 병원비를 청구한 것은 김완선이었다고 하니, 김완선은 너무나 억울해서 당시엔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돌의 노예계약, 노예계약 말도 많은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가족이니까 괜찮아"라고 서로 기만하는 가족이라는 이름 속에 감춰진 착취가 아닐는지요.



가수라는 같은 꿈을 꿨던 이모와 조카
서로에게 모든 것을 걸고 날아올랐던 찬란한 순간들
그러나 둘이 이루었던 모든 것은 바람처럼 사라졌고
아픈 기억을 남긴 채 이모도 바람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둘의 오랜 땀방울들이 진실했기에...
이제 다시 가수 김완선의 가슴에 따스한 바람이 분다...



하와이의 바람에 반해버린 그녀, "바람에 그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보내셨습니까?" 강호동의 시기적절한 멘트와 하와이의 시원한 바람에 이모에 대한 모든 감정을 날려보냈다는 김완선은 그 바람에 반해 하와이에 정착하게 될 만큼 그녀의 아픔을 날려보낼 무언가가 필요했나 봅니다.


저도 연배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김완선의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만 항상 눈이 무섭다, 라고 느꼈던 그녀가 홍콩 재벌과의 루머에 "제 소원이예요"라고 웃음을 터뜨리는 부분에서는 뜻밖에 귀여운 면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릎팍도사를 통해 보게 된 김완선은 오히려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의외로 털털한 면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해서 그것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된 그녀가 지금이라도 일로 보람을 얻고 정당한 수입도 받게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더욱이 지금이라도 닦의 실체가 루머였다는 것을 밝혀준 무릎팍도사에게 감사합니다. 이걸 듣지 못했더라면 저를 비롯한 많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친구들은 아직도 이 이야기를 진짜로 알고 있었을 겁니다. 오히려 인터넷 소문보다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의 구전 루머가 더 무섭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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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접 보지는 못했고 기사를 통해 알았습니다.
    스타의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픔이 늘 상존하고 있다는 게...
    비단 어제만의 일은 아니겠지요?.

    • 안녕하세요 여강여호님
      이 날 무릎팍도사 방송 참 좋았습니다
      김완선의 색다른 이면을 볼 수 있었고
      강호동의 진행도 괜찮았어요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가져야하는 것이 스타의
      숙명인듯 합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 앞에서는
      그림자를 내보이지 말고 밝게 행동해야하는 것이
      그들의 고통이 되겠지요

  • 이모가 아니었다면 전성기를 조금 더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렇게 다시 기회를 주려고 그러는건가 봅니다..
    앞으로 만족스런 삶을 살면 좋겠네요

  • ㄹㄹㄹ 2011.04.16 21:19 신고

    만약 김완선이 받아야 할 돈을 다 받았는데
    이모로부터 독립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배신이까요??
    이모는 24시간 김완선을 위해서 노력했고
    최고의 무대를 만들었지만..
    김완선은 이모의 아바타 같았다고 했어요.

    아이돌 노예계약의 경우에는 법원 판단도 있으니까
    노예계약이라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신을 키워준 기획사와 갈등이 있어서
    독립하려고 하면 배신자라고 찍히는 경우는 흔하잖아요.

    김완선이 몇 년 전에 한 인터뷰를 보니까..
    자신이 댄서인지 가수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기획사가 하라는데로 하면 돈은 많이 벌고 명성도 얻겠지만
    정작 가수는 행복하지 않아요.

    그런 경우라면... 이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일단 기획사의 언론플레이에 넘어가더라고요.
    가수는 방송, 신문 인터뷰에서 조차 말할 기회가 없고
    기회가 있더라도.. 전체 맥락은 보지도 않고
    자극적으로 한 두 마디만 따서 왜곡하는 경우가 흔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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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는 역시 지난주에 이은 김태원 특집으로 마치 삶과 죽음의 특집인 듯 김태원의 잦은 죽음과 그 죽음을 항상 피해 갔던 어떤 삶의 사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드라마처럼 들을 수 있었던 엄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파도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그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시한부 인생이라 마감 지어졌던 의사의 판단이 오판으로 확인되어 유작마저 허무해졌을 만큼의 김태원의 죽음에 직면한 삶의 구출은 그에게서 "왜 나를 이토록 계속 살려두는 것일까, 나에게 어떤 사명이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하지요. "부활"이라는 팀 명처럼 4번의 죽음을 4번의 부활로 극적으로 되살아났던 김태원은 어떤 음악가 보다 많은 죽음과 깊이 있는 삶을 유영했던 사람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인간" 김태원을 재조명하게 하는 것이 그의 아내와 가족이라면 "음악가" 김태원을 드라마틱하게 만든 것은 바로 보컬리스트 "이승철"과의 만남과 이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의 만남과 이별 역시 아름다운 명곡을 탄생시키기 위한 아름다운 우연이라 생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 김태원은 평생의 호적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승철에 대해서도 지난날의 아픈 기억에 대한 보복의 표현 하나 없이 "아름다운 만남이자 위대한 사람"으로 표현하는 김태원의 겸허한 겸손에 더욱 탄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86년도에 노래가 히트했을 때 그때까지도 저희 아버지는 저를 인정 안 하셨어요. 저희 아버지의 시선은 다르셨어요. 이승철의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인생에서 가장 감정의 골이 깊은 사람에 대해 자신의 가장 큰 산일 "아버지" 가 본인보다 그 사람을 더 인정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꺼내는 김태원의 솔직함에 저는 크게 탄복했습니다. 이승철의 탈퇴라는 김태원의 음악 역사에 있어서 가장 자존심이 상했을 일인 회상 2를 마지막 콘서트로 바꾸어 1위를 시켰던 이승철에 대해 그의 아버지는 김태원을 나란히 옆에 두고선 이런 따끔한 일침을 놓으셨다고 하죠. "저 노래는 이승철이 불러서 성공한 거지 니 곡으로 뜬 건 아니다!"


김태원이 그의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이승철과 김태원 모두가 어둠 속에서 다시금 빛을 찾아 "부활"한 노래, 네버 엔딩 스토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제목부터가 참..^^) 그 노래의 성공으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은 김태원이 들은 "장하다.." 라는 한마디. 예전 라디오스타에서 에픽하이가 "평화의 노래" 로 네버엔딩 스토리를 꼽은 적이 있었답니다. 이승철과 김태원의 재결합을 만들어줬던 노래. 물론 그 둘은 또다시 헤어졌지만 김태원의 말대로 이 둘은 평생을 헤어짐과 만남을 거듭하는 관계인 것 같아요.


"단 그 당시에 이승철씨는 부활이 이야기 될때 분명히 존재해야 합니다. 이승철이 없이는 부활이 그렇게 화려함을 맞이 할수는 없었어요"

사실 김태원과 이승철의 관계는 그가 이런 말을 방송을 통해 하면서 그를 인정할 수 있도록 만들만큼 좋기만한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만약 저였다면 여전히 남은 서운함의 앙금으로 그를 무시하거나 나쁘게 표현하거나 아니면 그를 인정하라고 말하는 황금어장에 대해 불만의 표현을 가질수도 있을텐데 이승철은 심지어 이승철과의 헤어짐까지도 더 좋은 음악을 위한 단계였다는 표현을 할수있을만큼의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만나기 위해 헤어지는 것 같아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남자 김태원, 김재기를 떠나보내고 난 1993년 이후로 단 한 줄이라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는 그의, 친구를 떠나보낸 바로 다음 해에 쓴 "그나마 행복한때"라는 일기의 다섯 번째 줄이 참 마음에 와 닿았어요. <아무 생각 없이 밖을 바라보는데 친구가 '무얼 그리 생각하니'라고 물었을 때>라는 소소한 행복. 일상 속에서 언제나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김태원의 따뜻함이 그가 잘 쓰는 표현대로 어떤 위대한 영화보다 아름답습니다. 오늘따라 네버엔딩 스토리의 가사가 더 가슴 깊이 와닿네요.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져 가기를... 제2의 네버엔딩 스토리는 과연 다시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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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증이란 관계는 참 무서운 것 같아요.
    그래도 김태원씨는 대인배답게 겸허히 받아들였구요~~
    산전수전 다 겪은 도인의 넉넉한 마음이 아닐까요?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

  • 만나기 위해 헤어지는 관계란 말이 참 와닿네요
    저 정도 철학이면 인생을 달관한 사람으로 볼 수 있을 듯해요

  • 진짜 많은 사람들이 배울만한 자세군요^^

  • rlaxodnjsWkd 2011.04.07 12:10 신고

    너무나 견손한 김태원
    누굴 은근히라도 깔아뭉게려고 하는 걸 보지 못하네요
    견손이라는 단어도 안 어울릴 정도로
    다른 이에게 나쁘게 하려하질 않아요
    그냥 자기가 낮아지고 말지..
    하지만, 자존심이 보통이 아닌걸 느낄 수있었고.
    삶의 고비들이 많아서였는지
    인간에 대한 애정이 그냥 베이스에 깔려있고

  • 지난 주와 어제 방송에서 김태원의 진솔한 모습을 봤네요
    좀더 마음이 가고 계속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 볼수록 매력있는 김태원입니다.ㅎㅎ

    잘 보고가요

  • 김태원은 벌써 인생의 관문을 통과해서, 진정한 겸손의 길로 접어든 사람이죠.
    이승철만이 아니라 세상 그 누구 앞에서도 겸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어쩌면 바로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도를 닦고 수련하는 것인지도..^^;;

  • 2011.04.08 09:07

    비밀댓글입니다

  • 그런 솔직함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것 같아여

  • 부활>_< 2011.07.31 03:10 신고

    솔직히 저같으면 이승철 진짜 미워했을건데 역시 김태원답게 그 사람을 인정해주고 용서했내요 ㅎㅎ음악계의 대인배이자 심성도 진짜 대인배인듯 ㅎㅎ
    아, 제가 이승철 이야기 들었을때 오히려 김태원보다 더 오버한듯...
    김태원씨, 정말 대단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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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정통 코미디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라고하는 연예인의 실제 상황을 토크와 개그로 승화시킨 버라이어티 쇼가 차지한 이후로 1초도 남김없이 싸그리 웃겨야만 한다는 웃음에 대한 강박증은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그 자리는 때로는 공해에 가까운 자극으로 그리고 또 때로는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한편을 보고온듯한 진한 감동으로 웃음이 아닌 미소의 코드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실제 이런 버라이어티에 출연하여 활약하는 사람들중에서는 오히려 전통 코미디언보다 쇼를 위주로 활약하는 예능인은 물론 개그와는 전혀 와닿지 않아보이는 비예능인들이 독보적인 위치로서 안방극장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할수없는 아니 하지못할 사람들의 예능 종횡무진은 실로 놀라울 지경인데 그중에서도 현재 가장 예능과 상반된 이미지였음에도 가장 예능과 잘 어울리는 고독한 락그룹의 리더 부활의 김태원은 현재 우리가 한국 예능에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하나의 상징적 아이콘이 아닐까 싶다.

사실 초반 김태원의 예능에서의 활약은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샴페인등을 통한 자극적 터뜨리기식 밀담이 위주인 서바이벌 토크형식은 김태원에게 그다지 맞지 않는 장르였던 셈이다. 김태원이 시청자에게 감흥을 일으키기 시작한건 자극이 아닌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아름다움으로 이것은 김태원이 자신의 음악속에도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항상 추구하는 사명이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예능에서의 감동 코드가 날이 갈수록 큰 분량을 할애하면서 제작진의 억지 감동 만들기가 시청자에게 작위적으로 느껴져 오히려 거부감을 보이며 프로그램에 보이콧을 행하게 되는 일 역시 부지기수다.


그저 재미있으면 땡인 유머 프로그램과 달리 억지와 작위성을 최대한 배제한채 감동이라는 순수 알맹이만 건져서 보여주어야하는 제작진에게 필요한건 만들어낸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리얼이라는 다큐가 필요한 법인데 그런 상황이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태원이라는 인간은 그냥 행동 자체가 그리고 사람 자체가 드라마고 아름다움이고 또 다큐멘터리다.

몇십억의 광고수익을 올린다는 위대한탄생의 성공신화를 보면 사실 피디는 김태원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은거나 다름없다고해도 될만큼 대부분의 드라마코드를 김태원이 만들어서 보여주고 있다. "손진영씨의 노래에는 후렴만 있습니다. 앞으로는 1절과 2절도 만들도록 하세요. 후렴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습니다" 손진영이 갖고있는 비장함이라는 거북하면서도 외면할수 없었던 그 무엇을 어쩜 저렇게 명확하게 꼬집어낼수있는지. 멋진말을해야지라고 각잡고 허세 부리면서 단어장 뒤져서 던져내놓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감동하고 열광한다.


김태원의 말중 가장 공감하고 감동했던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제일 먼저 우리중에 1등이 나올까요? 라고 묻는 이태권의 질문에 "1등에 너무 치중하지마. 이것 이후의 너희들의 삶이 더 중요해." 라는 그의 말은 모든 참가자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할 명언이었다고 할수있다.




사실 이런 김태원을 버라이어티로 데리고 온 사람은 믿지 않겠지만 바로 김구라다. 독설과 감동이라? 어째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김구라는 김태원의 예능감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듯 "올 한해는 김태원씨의 한해가 될겁니다" 라고 선언하며 그를 예능계에 소개시키고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태원을 소개하는 김구라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미친x"이라는 차가운 반응이었다고하니 그 사람들이 현재 김태원이 신드롬에 가까운 예능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것인가. 새삼 김구라가 고마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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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아마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는 국내 최초이자 앞으로도 없을것만 같습니다. 케이블에서도 이렇게 신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생날토크쇼는 본적이 없는것만 같은데요. 단순한 독설이나 수위가 센 발언이 문제가 아닌 라디오스타를 빛나게 하는 것은 그 특유의 참신함에 있다고 봅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생각하지 못할 그런 아이디어를 라디오스타는 창출해내죠.


"방송계의 하이에나들" 세상에 어쩌면 이런 획기적인 발상을 다 해낼수 있을까요. 저 제목을 듣자마자 깔깔거리고 웃었던건 저뿐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아나운서 특집도 보통의 토크쇼처럼 평탄한 삶을 걸어온 아나운서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려 방송국을 떠난 각 방송사를 대표했던 과거의 아나운서라는 기절초풍할 소재를 갖고온 라디오스타는 3주동안이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기발랄한 아나운서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폭탄을 안겨주었습니다.

마치 교회 전도사님과 세일즈맨의 이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김범수 아나운서의 얌전한 모범생 개그에서 터져나오는 즐거움과 행사에 능수능란한 신영일 아나운서의 재치있는 말솜씨 세 아나운서중 가장 평지풍파의 길을 걸어온 김성주의 눈물 젖은 이야기등이 참으로 흥미롭고 즐겁게 진행되더군요. 김빠진 숭늉을 먹는것 같았던 최근 무릎팍 도사보다 훨씬 심도 깊고 프로그램 취지에도 맞는 방송이라 몹시 재밌게 봤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현재 김구라와 케이블프로를 진행하는 김성주의 김구라에 대한 애틋한 속정이었는데요. 당시 프리 선언을 하고 겨우 맡았던 프로그램 둘이 동시에 하차되고 이제 고정이라고는 케이블 하나만 남은 그가 받은 심적 고통은 그가 예상했던것보다 상당히 컸던 모양입니다. 어느날은 구석에서 빵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김구라가 버럭 호통을 치더래요. "야! 왜 빵을 거기서 숨어서 먹어. 니가 뭐 죄지었니? 나와서 먹어. 당당하게." 그 말에 김성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합니다. 아. 내가 이렇게 기가 죽어 있었구나. 나도 모르게.


"내가 의외로 다정한 면이 있죠?" 장난식으로 응수한 김구라였지만 빨개진 얼굴을 감출수는 없었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김구라는 의외로 놀리는듯하면서 그만의 방법으로 비주류 연예인이나 현재 힘겨운 상황을 겪고있는 연예인들을 이끌어내는 따뜻함이 간혹 발휘되는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현재 김태원이 예능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된것도 김구라의 공이 컸다고 합니다. 김구라가 밝혀낸 보석이나 다름없죠. 각종 프로그램에 욕을 먹으면서도 김태원을 소개하고 다녔던 김구라라고하니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야 자신의 일도 아닌 남의 일에 참으로 인간미 있게 속정을 베푼다는 것을 알수있는 측면이지요.


양배추나 찰스나 슬기처럼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연예인들에게 놀리는듯하면서도 그들의 이름을 계속 부각시켜주고 심지어는 라디오스타 게스트로까지 불러주는 것이 바로 김구라입니다. 이건 김구라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쓰라린 기억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어요. 누구보다 어두운 영역에서 밝은 빛을 보지 못한채 음지를 전전한 그였기에 이런 깊은 속정이 발휘될수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평생 자신의 과거에 대한 원죄를 짊어지고 가겠다는 김구라. 저는 그래서 김구라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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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은 참 특이한 영역에 올라서있는 연예인입니다. 가수는 당연히 아니고 연기자도 아니며 그렇다고 개그맨도 아니고 딱히 엠씨의 역량을 선보인적도 없죠. 이런류의 연예인은 무엇이라 불러야할까요. 좋은말로는 만능 엔터테이너라 할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비록 그녀가 주인공으로서 두각을 드러낸 적은 없다고할지라도 각종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통해 조연으로서의 뛰어난 존재감을 가진 멋진 분위기메이커였다는 점입니다. 특유의 밝고 활기차며 긍정적인 에너지와 툭툭 내던지는듯한 재밌는 말솜씨는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진 특유의 장점이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이유진을 제가 고깝게 보기 시작한건 몇년전 여배우로서는 드물게 연루된 이유진의 폭력 입건 때문이었습니다. 무려 음주단속 경찰관을 폭행하여 입건되었다는 충격적인 보도는 대중들을 이유진을 평가하는 시선을 달라지게한 편견의 가시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중들은 이유진의 가정사와 그녀가 혼혈아라는 점을 들어 이유진 특유의 긍정적이고 넘치는 에너지를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이유진은 약간의 반성과 함께 유학을 가겠다는 소식을 전하며 티비에서 모습을 감추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진이 다시 방송에 복귀를 시작한 뒤에도 한번 생긴 편견이라는게 쉽게 벗어나지 않는지 어쩐지 그녀가 좋게 봐지지가 않더군요. 무언가 무섭고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번주 라디오스타의 게스트 입김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방은희, 이유진, 슈로 구성된 새신부 특집은 그 게스트의 구성만큼 여자 셋이 모여 접시를 깨뜨려도 요란하게 깨뜨렸는데요. 오죽하면 그녀들의 입담과 넘치는 에너지에 그 대단한 라디오스타 엠씨들이 기도 못펴고 깨갱하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 가슴을 울렸던 것은 늘 밝은 분위기의 이유진이 처음으로 방송에서 털어놓은 그녀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 때문에 남자를 못 믿게 되었다는 이유진은 밝은 외면과 달리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컸었던듯 합니다. 지금의 남편과 파혼 직전의 위기까지 오게되었던 것도 이유진의 아버지에 대한 빼앗긴 유년의 부재와 공백이 그녀의 남자친구를 향한 너무 지나친 요구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만큼 아픔이 컸었던 이유진이기에 결혼식 때마저 아버지를 부를수 없었다고 하네요. 한 방송사에서 적극적으로 이유진의 아버지를 찾아주겠다는 의사를 보이기도했고 찾으려면 찾을수도 있었다고하지만 이유진은 이마저 거부했다고 합니다.


역시나 센발언을 서슴치않는 이유진은 혹여 다시 만난 아버지가 늙고 가난한 위치에 서있다면 자기 자신도 벅찬데 아버지마저 부양해야할까 그것이 겁이 나서 찾지 않았다는 말까지 했는데요. 다소 매정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저는 이해가 가더군요. 얼마나 상처가 크고 깊었으면 저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을까요. 그동안 이유진을 가시 돋힌 시선으로 바라봤던 제 편견이 다소 미안해지는 발언이었습니다.


이유진은 결혼전까지만해도 너무나 어둡고 힘들고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나서는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아 얼굴까지 밝게 변했다고 하는데요. 확실히 오랜만의 이유진은 그전의 무섭고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던 인상 대신 밝고 사랑스러운 얼굴이 되어있더군요. 결혼식마저 아버지를 찾지 못한 이유진이 이제는 진심으로 행복을 찾아 방송이건 가정에서건 긍정적인 특유의 에너지를 내뿜으며 아픈 과거를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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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그건 아니지.. 2011.01.20 14:54 신고

    글쎄요. 글에 전혀 공감이 안 되는데요?
    이 거친 세상 살면서 이유진만큼 가슴 아픈 사연 한두가지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런 사람들 모두 이유진처럼 살면, 세상 참 볼만 하겠습니다.

    솔직히 방송 보면서 깜짝 놀랬습니다.
    그게 공중파 방송에 나와서 할 소리입니까?
    혹시 아버지가 형편이 어려워서 내가 부양해야 할지도 몰라 아버지를 찾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잘 살면 괜찮다..
    완전 본인의 인격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더군요.
    그러면서 클럽에 놀러 다니는 것은 엄청 좋아하나 보더군요. 남편도 거기서 건졌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예전에 음주단속 경찰관한테 폭행하고, 손톱으로 얼굴 핧퀴고, 완전 마귀할멈처럼 개난동 부릴 때, 어떤 수준의 사람인지 대충 파악은 됐지만, 이번 방송에서 스스로 완전
    낙인을 찍는 느낌이네요.

    사람이 그렇게 사는 거 아닙니다.
    물론 이유진씨는 왠만해선 변하기 힘들겠지만......

  • 머가 아니에요? 2011.01.20 19:59 신고

    책임감 하나 없이 일 저질러서 낳으면 다 부모인가? 슬플때 즐거울때 함께 있어주고 잘하면 격려해주고 나쁜짓하면 혼내주면서 길러야 부모지. 날 버린 부모라면 저라도 필요 없겠네요.

  • 기냥 2011.01.20 20:28 신고

    그래도 그 마음이 이해는 갈 거 같다.

  • 나나 2011.01.20 20:42 신고

    정말 솔직한 말이였어요,,,,
    너무 솔직했기에 마음이 아리더군요.
    행복하길 바랍니다.

  • 평생아버지노릇한번안하고
    혼혈이라는 이유로 상처도 많이받았는데
    더 나쁜 상황으로 가지않을까 당연히걱정되죠
    남일이라고 도덕군자같은 소리만 해대는 사람들
    세상좀 살아나보고 말하시지...

 

2010년의 예능은 참으로 혹독했다. 국민 예능 1박 2일과 마이너를 지행하지만 이제는 나름 메이저급 라디오스타의 출연진이 한명씩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어야만했다. 그것도 범죄라는 돌이킬수 없는 실수를 이유로, 팀의 재간둥이였던 위치까지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엠씨몽과 신정환의 현 상황은 마치 슬픈 데칼꼬마니 같다.

하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빈 자리는 안다고 어거지로 비워진 공백을 그대로 내버려둘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특히 일박이일이야 이제 mbc 마당에서 노숙 텐트를 해도 사람들이 볼것 같은 위상에 들어섰지만 고정된 스튜디오에서 오로지 엠시들의 말빨과 화려한 편집 기술에 목숨을 건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은 3명의 엠시로만 버티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그래서 라디오스타팀은 이례적인 시험 엠씨라는 특이 제도를 도입하였다. 김태원을 비롯하여 토니에서 김희철까지 예제 엠씨를 투입시키고 가장 좋은 평을 얻는 적합한 엠씨를 라디오스타 제4의 자리로 메꾸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평이 좋았던 김희철과 기대와는 달리 그닥 평이 좋지 않았던 문희준을 두고 엠씨를 뽑겠다고 했다. 그리고 영광의 엠씨 자리에 오른 것은 김희철이었다. 물론 시도는 아주 좋다. 라디오스타다운 방식이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가 라는 우려가 앞선다.

라디오스타의 현 상황은 "다음주에 꼭 만나요! 제발"을 외치던 과거와는 분명히 차별화를 둬야한다. 그때처럼 파일럿 프로그램의 형국으로서 다소 부담을 덜어도 되었던 상황은 분명히 아닌 것이다. 더욱이 아이돌 신동이 슈퍼주니어 활동을 이유로 떠난 상황과 신정환이 강제 퇴출된 상황은 분명 같은 위치에 두고 볼수는 없는 부분이다. 시기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고 신동과 신정환이 갖고있던 라디오스타에 대한 무게감도 다르다. 신정환은 라디오스타 아니 황금어장의 모태 같은 존재였다. 초기 멤버였기도하고 스스로도 황금어장의 어머니라고 칭할만큼 상징적인 역사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김희철은 분명 재기발랄하다. 재밌고 얼추 신정환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신정환은 아니다. 라디오스타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신정환과 비슷한 느낌을 백번 찾아봐야 신정환이 될수는 없다. 차라리 신정환과는 다른 차별화된 느낌을 주는 엠씨를 찾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김희철은 아무리 봐도 단기적으로 흥할만한 엠씨형은 맞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킬 장기적 엠씨 스타일은 아닌데 라디오스타에서 반응만 보고 무리수를 던진게 아닌가 싶다. 더욱이 게스트 엠씨 할것 없이 으쌰으샤해주며 위상을 드높여줬던 김희철에 비해 독고다이로 혼자 뛰어보라고 내던졌던 문희준은 상황의 불리함을 무시할수 없는데다 김구라마저 나서서 김희철을 띄워주려고 애썼던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어짜피 라디오스타에 김희철이 제4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 김희철이 신정환을 롤모델로 삼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장기를 제대로 발휘하여 라스 제4의 멤버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신정환 같은 엠씨가 아니라 김희철스러운 엠씨의 모습을 잘 보여주길 기대하며.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스타가 위기를 기회로 삼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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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원, 토니안, 김희철, 문희준 이렇게 나왔는데요. 저도 김희철씨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김태원씨가 나와도 의외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 모르겠네요. ㅋㅋ 누가 될지 참 궁금하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ㅎㅎ


그야말로 가장 핫한 아이돌 두팀이 나왔다. 하나는 막장돌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이제 활동중단까지 외친 덧없는 그룹 남녀공학의 여자 멤버 두명 그리고 또 하나는...

사실 필자는 그 아이돌을 아니 그 소녀를 참으로 예뻐했었다. 아이돌로서도 연기자로서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에 그 사건이 터져버리고난후 충격의 패닉 속에 빠졌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래도 그 소녀를 위해 비판도 옹호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예 함구하기로 한것이다. 그 사건을 떠들기엔 옹호를 하기에도 잔인한 그녀는 17살의 미성년자였다. 전 국민이 바보가 되더라도 알면서도 모르는척하는게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대응의 가장 좋은 방법을 성실한 활동과 앞으로의 좋은 모습으로 조금씩 대중들에게 끼친 민폐와 누를 갚아 나가기를 바랬다. 연예인이란 아무리 아이돌이라고 할지라도 미성년자라고 할지라도 대중들과 가장 잦은 노출을 하는 객체이기 때문에 어떤 물의를 끼친 상황에 대해서 모르쇠로 넘어갈수가 없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녀는 17살의 어린아이였다. 그래서 암묵적 함구를 하기로 했다. 그녀가 잘해서가 아니라 잘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녀의 활동과 행보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른바 강행돌파. 오히려 사건 이전보다 더욱 활발한 활동으로 대중들에게 자신을 노출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드라마 출연, 엠씨 활동에 이어 심지어 라디오스타에까지 나오겠다는 말을 들었을때 필자는 귀가 잘못되었나 의심을 했을 정도였다. 다른 프로라면 이해를 한다. 하지만 이건 나온 사람의 심경을 털어놓는 토크쇼가 아닌가. 거기다 라디오스타고 거기다 김구라가 있다. 라디오스타는 폭로형 프로그램이고 출연자의 치부를 신랄하게 까버리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거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녀공학팀과 함께 출연을 하겠다니.


라디오스타 몇시간 전만해도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리얼이 되어 눈앞에 그녀가 나타났을때 처음으로 그녀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 "거 참 뻔뻔하네"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던 것이다. 역시 라디오스타는 그만의 방식대로 "더 예뻐져서 돌아온 ㅇㅇㅇ" 라는 수식어로 은근한 까댐을 하긴 했지만 역시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진 못했다. 당연한 것이다. 미성년자다. 그리고 사안이 다르다. 이건 웃으면서 과거를 털어놓을 이야깃거리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엠씨들도 알고 시청자도 알고 출연자들도 안다. 이 모두가 아는 사항을 두리뭉실 넘어가며 낄낄대는 모습이 몹시나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사실을 알고 있는 어른 앞에 17살의 어린 여자아이를 던져놓고 강행돌파를 시키며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시키는 소속사의 잔인함에 분노를 느껴야만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코미디란 말인가.


그녀는 어리다. 17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모두의 기억을 지워버릴수는 없다. 그녀가 할수있는건 내가 바보가 아니라 니들이 바보 라는 식으로 무조건적인 강행돌파를 하는 것이 아닌 알고 있지만 그녀를 용서할수 있게 만드는 진심 어린 용서의 간구다. 이런식으로 대중을 바보로 만들어가는 것이 과연 그녀를 위한 방법일까. 그 잔인한 대처에 헛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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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도 그녀지만 광수 사장이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출연을 거부하기는 힘들것입니다.
    광수사장이 알아서 스케쥴을 그만 빼놔야 하는데 오히려 더 잡아줍니다...
    김광수 사장은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 웁스 2010.11.25 20:15 신고

    저도 기자님의 의견에 적극 공감합니다.라스에 나온다는거 자체가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이죠..무리수입니다..

  • 윤냥 2010.11.26 02:16 신고

    제가 하고 싶던 말을 쏙쏙 잘 해주셔서 첨으로 이렇게 댓글달아봅니다.
    저역시 20대 후반에 나이인지라..

    알지만 모른척 하는 것이 어린 학생에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새의 소속사의 행보를 보면.. 저조차 이해가 안되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거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네요.

    하물며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그모습이 뻔뻔하고 야비해 보일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앞섭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요즘 라디오스타를 볼때마다 느끼는 생각이다. 도박 파문으로 신정환이 보이콧 되고 라디오스타에서 사라진 이후 라스는 제4의 멤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처음부터 성급히 멤버 하나를 정하지 않고 여러명을 돌려가며 가장 괜찮은 적임자를 찾기 위해 인물 탐색 중인 라디오스타의 방식은 괜찮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신정환의 빈자리와 신정환을 대신할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신정환의 라디오스타에서의 역할은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것에서 빛이 났다고 볼수있다. 공격을 당하면서도 불쾌하지 않고 공격을 하기에도 편하고. 일전에도 말했듯이 아이돌이나 수줍은 연예인들이 라스에서 적응을 하기 위해 제일 먼저 공격을 해보게 되는 멤버가 바로 신정환이었다. 그만큼 편했지만 또 마냥 만만하지는 않았다.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거워지거나 까칠해졌을때를 중화시키는 신정환 특유의 뜬금포에 가까운 유려한 애드리브는 또 어떠했던가. 김태원, 토니안, 김희철은 나름 나쁘지는 않았지만 신정환의 공백을 메꾸지는 못한듯 싶었다.


생각해보니 제법 라스에 걸맞을것 같은 김태원, 김희철이 단기는 몰라도 장기 기획으로 나가기엔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느꼈던 것은 그들이 의외로 신정환과 비슷했고 비슷하게 진행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분명 김희철, 김태원의 사사건건 끼어드려고하는 밉지 않은 귀여움이나 뜬금포 애드리브는 신정환과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래서 사이비로 보이고 아쉬움을 남게 했다. 물론 한두번 나오는 것이야 문제가 없고 재밌겠지만 신정환의 뒤를 잇는 제4의 멤버로서 활약하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으리라고 보여진다. 특히 김희철은 2부로 넘어가면서 아니나다를까 무리수라는 것이 느껴지게 했는데 게스트와 엠씨들의 SM소속 아이돌이라는 이유라서인지 은근히 김희철을 띄워주고 배려해주는듯한 태도도 거슬렸고 김희철의 너무 지나친 의욕과 건들거림 역시 프로그램과 어울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쾌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김태원과 김희철 보다 다소 덜 웃기고 덜 산만스러웠다고 할지라도 토니안쪽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싶다. 신동의 빈자리를 신동과 비슷한 아이돌이 아닌 전혀 상반된 아저씨 개그맨 김국진을 내세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라스 제2의 도약을 시작했듯 아예 신정환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멤버를 투입시키는 것이 라디오스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토니안을 데려오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지 싶다. 그래도 있어야할 라스 특유의 궁핍하고 찌질한 마이너리그 정신이 토니안에겐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음 파트에는 토니안의 뒤를 이어 다시 새로운 객원 엠씨 문희준이 투입 된다고 한다. 기대가 크다. 신정환과는 성격을 달리하면서도 겪어왔던 배고픈 생활들에서 쌓아온 녹록치않은 그의 헝그리정신이 라스에는 분명히 잘 어울릴 것이라 보여진다. 이미 이전에 필자가 라스에 가장 어울리는 멤버는 문희준이 될것이라고 말한 바가 있는데 라스 엠씨들과도 이미 친분이 있는 문희준인지라 (윤종신, 김국진과는 시트콤. 김구라와는 ..) 라디오스타 제4의 멤버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무리가 없으리라고 보여진다.

그나저나 아쉽고 그립다. 그리고 밉다. 신정환 퇴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시청자인듯 싶다. 라디오스타를 가득 메우던 그의 뜬금 없이 터지는 즉흥 개그와 만만했던 귀여움이 소멸 되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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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좀 더 자기관리를 잘 해주었더라면.. 꾸준히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아쉽습니다..

  • 하이 2010.11.11 09:26 신고

    문희준 기대됩니다. 제범 어울릴 것도 같습니다.
    암튼 신정환 건강하게만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 원더고 2010.11.12 18:58 신고

    라디오스타 보면서 신정환한테 은근 익숙해졌는지 안 보이니까 생각이 나네요. 진짜 의외로요.^^ 이미 많은 걸 잃고,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신정환을 보면서, 웬지 비난보다는 안쓰러운 생각이 많이 들어요.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서, 자신을 추스르고 현명하게 야무지게 잘 살면 좋겠어요.

  • wishhimwell 2010.11.12 19:18 신고

    요새 다시보기를 해서 그가 했던 라디오스타나 옛날TV(SBS), 기승사를 보니 정말 왜 많은 사람들이 pd, 작가들이, 같은 업계에 있는 예능인들이 그가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했는지 다시금 확실히 이해되네요.

    너무나 가진게 많은 사람이란건 맞는데, 신은 인간에게 완벽하게 다주질 않는것 같습니다. 너무나 많은 재능을 가졌지만, 어떤 이유로든 도박에 손을 대고 절제를 못했으니... (언론 표현을 빌리자면요.) 많이 열정적인 사람이라, 그 화려함의 뒷면엔 많이 외로워서 그렇게 무섭게 중독되었을까요? 아니면 다른이유?

    김국진씨가 지나가는 말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주변에서 평가하기도 한다는데 틀린말은 아닌것 같네요.

    노래, 춤, 개그, 재치, 말솜씨 모두다 수준급이죠. 단 한가지만 가지고 있어도 특기고 재능이고 때론 연예인이란 직업을 갖는데, 신정환씨는 윗에서 언급한 모든것이 프로급이죠.

    언론에 따른것처럼 그렇게 심각하다면, 마음과 정신이 많이 아픈 사람이니, 정신적인 치료를 받고, 극복해서, 건강해져서, 다시 돌아왔으면 합니다.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 미우면서도 밉지 않은.. 그 간격이 참 적절한 연예인이었죠. 보케와 츠코미가 모두 되는 정말 완벽한 2인자 연예인. 스스로도 1인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 b급 연예인에 딱인 사람이라 참 좋아했는데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마음과 몸이 모두 치료 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보길 바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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