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드라마 +101

 

어머님 덕분에 총리와 나를 봤는데요. . 이 드라마 진짜 재밌네요. 소녀시대 윤아를 히로인으로 내세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보는 듯한 기분이에요. 정석미남 류진이나 밀키보이 윤시윤이 아닌 이범수에게 목매다는 설정이 진짜 진짜 재밌어요. 남자들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드라마랄까. 대리만족하면서 보는 맛이 쏠쏠할 겁니다.

 

 

 

이범수는 시종일관 고고한 자태로 윤아를 밀어내고 그런 이범수를 상큼한 얼굴로 총리님 총리님하며 쫑알대는 윤아의 안절부절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드라마예요. 나른함을 연기하는 이범수는 어쩐지 콤콤한 할리퀸 소설 냄새가 나요. 김수현의 젤리 광고 연기와도 좀 닮아있는데 이걸 보니 새삼 그 어린 나이에 할리퀸 중역으로 솟아오른 그가 대단하다싶었습니다

 

 

더 지니어스를 보면서 느끼는 건 리얼리티 쇼의 진짜 리얼리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배신과 모략, 이기주의와 집착으로 채워진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의리와 사랑, 희생이 만연한 동화나라. 관음적 시선 위에 펼쳐진 타인의 리얼리티에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기대하지 않는 까닭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갖고 태어난 성선설을 향한 동경 때문 일지도요.

 

 

 

레오의 신작.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섹스와 마약으로 점철된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수컷들의 이야기. 마치 매음굴 같은 월스트리트와 양심과 성공을 등가교환한 주인공 조단 벨포트. 불건전한 유부남의 이야기로 넘실대는 이 영화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극히 편협한데다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성관객을 향한 배려가 전혀 없는 영화니 주의하시구요.

 

 

3시간의 러닝 타임과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일체 교훈적 메시지나 존경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인상적이고요. 그만큼 모든 캐릭터가 아주 악랄하게 타락해줍니다. 마치 관객에게 최면을 거는 것 같은 레오의 연기는 흡사 신흥 종교의 교주 수준이고요. 레오의 팬이라면 꼭 관람하시길 권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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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4

  • 라바짱 2014.01.12 21:38 신고

    저는 닥터콜님 여자분이실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쓰신 리뷰 보니까 남자분 같으세요 ^^
    닥터콜님께서 재미있다고 하시니 총리와 나 궁금합니다. 한번 기회될때 봐야겠어요

  • 시현 2014.01.13 13:00 신고

    디카프리오의 신작은 혼자 봐야할 작품이군요 ㅎㅎ

  • 레몬향 2014.01.13 20:00 신고

    지니어스를 보고 성선설과 성악설을 떠올린 사람이 저말고도 있군요 ㅎㅎㅎ 시청자가 원하는건 지니어스를 찾기위한 여정인데 제작진의 의도는 스텐포드의 감옥실험인가 봅니다 그러니 온도차가 이리 클수밖에요 주말예능에서 순진하게 사람을 믿은 니가 바보야 라는 메세지의 패기는 참 대단합니다

  • 오호라 2014.01.13 23:15 신고

    총리와 나가 재미있긴 해요. 주연 캐스팅이 좀 안습이라 처음에는 적응 못했는데, 다른 배우 대입해서 생각해 보니 잘 짜인 로코더군요. 이래서 시각 정보가 무섭구나... 싶었음다.

 

오랜만에 오로라공주를 본방사수하는데 짜증이 났다. 이번에는 오로라의 엄마를 잡도리하러 나선 황마마의 극성 씨스터들. 그리고 분노한 오로라. 두 번 다시 황마마를 만나지 않겠다는 오로라의 절규. 다짐을 종용하는 누나들. 그럼에도 끝내 이별의 맹세를 낭독하지 않는 황마마. 이건 내가 몇 주 전에 포장된 아귀찜을 기다리면서 식당 아주머니와 혀를 차며 봤던 그 씬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오로라는 극성맞은 황마마의 누나들이 그녀의 오빠마저 모욕하는 사실을 견딜 수 없어 두 번 다시 그를 만나지 않겠노라 절규하지 않았는가. 그때도 황마마의 누나들은 황마마를 붙들고 이별을 강요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그것이 무려 한 달 전 방영분이라는 것을 돌이켜보면 황마마는 그 오랜 기간을 "누나들은 내가 해결할게"를 지키지 못한 셈이 된다. 그의 누나는 여전히 무식했고 극성맞으며 오로라에 대한 선입견과 증오를 조금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심지어 집까지 쳐들어와 노모를 압박하는 모습은 오히려 한달 전의 그림보다 한 수 더 뜨는 뻔뻔함이다. 나는 묻고 싶다. 도대체 황마마는 그 오랜 기간 동안 누이의 마음 하나 붙잡지 못하고 무슨 노력을 해왔단 말인가. 오로라의 어머니와 오이 소박이를 담글 시간에 먼저 해야 할 일을 제쳐두고선.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가난한 여주인공을 반대하는 예비 시댁의 고난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필수로 거쳐야 할 예정된 코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로라공주의 황마마만큼이나 답답하고 융통성 없는 돈키호테는 그야말로 처음 본다. 하물며 여주인공이 싫어! 싫어! 를 외치고 있는 판에. 임성한 작가의 전작 신기생뎐에서 여주인공 단사란은 기생 출신이라는, 비단 부잣집 마나님뿐만이 아니라 엔간한 집에서는 반대 사유가 될만한 과거에 발목이 붙들렸었다. 이에 남주인공 아다모는 단사란을 신부로 맞아들이기 위한 별의별 고난을 다 자청한다. 멍석말이를 당하지 않나. 극심한 아버지의 반대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까지 단사란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황마마의 의지가 불편한 것은 스스로 어떤 희생도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가 그토록 오로라를 사랑한다면, 비록 부모와 다름없는 누나들이라 할지언정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하지 않은가. 누나와 애인을 양손에 쥐고선 어느 쪽도 놓지 못한 채 양쪽 모두에게 상처만 안기고 있는 꼴이다.

 

 

 

벌써 서른이 넘은 결혼적령기의 남동생을 '키워준 은공' 운운하며 인륜지대사마저 자신들의 취향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누나들의 강압적 태도는 분명 비상식적이다. 오로라의 모친처럼 불면 꺼질세라 염려되는 가난한 노모가 아닌 다음에야 젊은 누나들의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왜 다 큰 성인 남성이 제어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다. 막말로 이제 와서 누나들과 인연을 끊겠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그 누나들이 죽기라도 하겠나.

 

"어머니. 이 결혼 말려주실 거죠? 따님 포기시켜주실 거죠?" 예비 사돈이 될지도 모르는 노인을 협박한 순간부터 이미 이 가족은 사돈이 될 수 없는 최악의 상태를 맞이한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이 상태로 결혼을 한다고 해도 로봇이 아니라면 앙금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처다. 차라리 오로라의 오빠들이 좀 남아있었다면 팽팽한 기 싸움으로 대거리라도 해볼 수 있었을 것을.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당하고 있는 노모를 떠올리며 어떻게 황마마의 신부가 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이런 막장 누나들에 대응하는 황마마의 태도는 미온적이기 짝이 없어 불쾌감을 남긴다. 그저 소리만 컸지 대책은 하나도 없다. "난 싫다구요! 우리 엄마 눈에서 눈물 뽑구. 절대!" 오로라는 비명을 지르는데 황마마의 대답은 겨우.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 할 말이 없다. 증말. 하지만..." 그럼에도 하지만이다. "언젠가 그랬지. 초콜릿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다고. 나한테는 로라가 초콜릿이야. 너무 달아서, 금방 물리는 싸구려 초콜릿이 아니라 냉동 보관해야 하는 순수 생초콜릿!" 작가 아니랄까 봐 말만 번지르르하다.

 

"그 오빠들 우리가 다 책임져야 해! 어떡할 거야!" 오로라의 오빠들을 거지 취급하는 누이들에게 황마마의 대답 또한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막말로 큰형님이나 둘째 형님 누나 식당 같이 거들면 되는 거구 막내 형님은 하던 대로 누나 서포트하면 되는 거잖아. 어차피 서포트할 거!" 끝까지 누나의 지원을 놓지 못하는 황마마이기에 그녀들의 말도 안 되는 고집과 억지 또한 결코 느슨해질 리가 없는 것이다.

 

 

이별을 청하는 로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돌아선 황마마는 누나들에게 고한다. "내일 로라네 가서 사과해."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리니?" 배신감에 치를 떠는 누나들을 바라보며 그는 독기 어린 눈으로 답했다. 그는 과연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시트콤이 아니고서야 이 막장 누나들이 오로라에게 사과를 할 리도 만무하지만 혹여 사과한다고 해도 그게 최악의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언컨대 잘생긴 황마마씨. 오로라를 갖고 싶다면 누나를 놓던가 아니면 그녀를 놔주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지쳐있는 그녀가 이제 조금씩 행복을 찾아가는데 그녀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며 울음을 터지게 하는 것은 오로지 황마마 자신의 고집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거부하는 그녀를 울리면서까지 무조건 붙잡는 것이 과연 사랑일까. 적어도 그가 주장했던 초콜릿을 사랑하는 방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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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재밌는 게 중요하지. 주인공 분량. 물론 주인공 위주로 흘러가서 재미까지 있으면 좋겠지마는 주인공 역할이 좀 작아져도 시청자가 좋아할 방향이면 받아 들어야 해. 주인공 팬클럽만 시청자 아니니까."

 

드라마 오로라공주 51회에서 나온 대사다. 드라마 속의 드라마, 알타이르의 남주인공은 대본을 받을 때마다 줄어들어 있는 자신의 분량에 불만을 갖게 된다. 더욱이 그의 분량이 줄어들수록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상대역 오로라의 존재감은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밀려드는 열등감으로 오로라의 연기에 트집을 잡거나 제대로 호흡을 맞추어주지 않는 등 유치한 시비를 걸며 오로라를 괴롭혔다. 상황을 알아차린 알타이르의 감독 공진단은 투덜거리는 남주인공을 비난하며 혼쭐을 냈다.

 

 

 

이 대사는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 속의 '알타이르' 뿐만 아니라 알타이르 밖의 오로라공주를 시청하는 그들에게도. 하물며 연기자들에게도 이 대사는 단순히 텍스트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임성한 작가의 호통이자 충고였으며 경고이기도 했다. 분명 드라마에 존재해서는 안 될 대사는 아니었으나 이 말이 나온 시기와 흐름 그리고 뉘앙스가 문제였다. 정말이지 기가 막힌 우연이 아니었다면 누가 맞닥뜨려도 그 이야기로 연결시킬 법한 상황이었다. 여덟 명의 배우가 하차했고 그중 세 명의 배우가 석연찮은 강제 하차를 당했다. 아니. 뭐 이렇게 쓰고 나니 미스터리 소설의 음흉한 도입부 같다.

 

매번 새 드라마를 내놓을 때마다 자극적인 소재로 막장 논란에 휘말리는 임성한 작가가 이번 드라마만큼은 어째 잠잠하다 싶었다. 특이하게도 이번의 논란은 드라마 안의 전개가 아니라 외부적인 문제였다. 드라마 시작 단계부터 주연 배우에 가까운 분량을 갖고 있었던 여주인공 오로라의 세 오빠들 역, 손창민 그리고 오대규가 아직 판도 채 벌이지 않은 전개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느닷없는 아내의 변고에 미국으로 떠나버렸다는 설정부터가 급하게 넣었다 싶은데 배우 본인들조차 사전 논의가 없었던, 강제 하차라는 억울함을 표현했다.

 

 

 

이 대사가 나오게 된 전후 사정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직접적으로 드러난 논란은 오빠들의 강제 하차라는 사건 때문이었지만 내가 이 대사를 듣고 떠올렸던 것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 오창석(황마마 역)이었다. "알타이르란 드라마에서 진짜 주인공은 누군지 알어? 요정이도 아니고 설리도 아니고 나모도 아니야. 알타이르란 드라마 전체지. 7~8회 나도 봤는데 맞어. 요정이 분량 줄었어. 나모 늘구. 그래서 드라마 재미없어졌어? 더 재밌어졌어."

 

드라마 알타이르를 오로라공주의 소규모 세계관이라고 해석한다면 오로라의 상대역을 맡은 남주인공의 포지션을 이 드라마의 남주인공 오창석과 연결시키는 것은 그리 부자연스러운 생각이 아니다. 덧붙여 알타이르의 남주인공이 받는 부당한 대우는 사실 오빠들의 강제 하차보다는 황마마역의 오창석과 설설희역의 서하준의 처지에 비추어보는 것이 더 아귀에 맞다. 애초에 드라마의 프로필조차 장식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깍두기 처지의 서하준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남주인공 오창석의 분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견공 떡대보다 씬이 작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양다리 걸쳐도 재미만 있고 말 되는 상황이면 괜찮잖아?" 그런 의미에서 들어보자면 퍽이나 잔인한 대사다. 네 분량이 줄어들었으니 더 재밌어졌다는 야유와 조롱을 드라마의 대사로 집어넣고 남주인공을 힐난하다니. 더 황당한 것은 드라마를 임성한 작가 본인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 되고 있으니 이제는 매 끼니마다 좀스러운 생활 상식, 음식 정보 등으로 시청자를 훈육하는 것도 모자라 시청자와 출연 배우를 힐난하는 창구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오로라공주의 대본은 그저 임성한 작가의 도를 넘어선 감정 배출구로 이용되고 있다.

 

드라마의 대사를 자신의 신문고로 이용하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NS해?" "아니오." "그거 잘못하면 한방에 훅 간다." 황당하리만큼 느닷없었던 이 대사는 역시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원래 세상이란 게 약해 보이면 짓밟고 싶은가보다." 오빠들의 강제 하차 소식이 있고 나서 전소민(오로라 역)은 트위터에 이와 같은 글을 남겨 추측의 파문을 불렀다. 그다음에 드라마로 써진 상황에 트위터를 하지 말라는 훈수를 들으며 머쓱하게 웃고 있는 오로라였다. 부쩍 SNS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을 즐겨하던 전소민에게는 참으로 뜨끔했을 작가의 경고였으리라.

 

 

 

기행에 가까운 엽기적 하차와 대사가 아닌 임성한의 전언이라고 느껴지는 훈계성 발언들. 이것들이 거듭되자 시청자 또한 임성한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심지어 임성한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선의마저도 월권행위로 달리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성에 연연하지 않고 신인 배우를 발굴하여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으로 칭송을 받았던 임성한의 선의가 오로라공주에서 처음으로 그녀의 권위주의를 대변하는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배우를 자신의 드라마에서 쓰는 까닭은 다루기 만만해서 잡음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얼마 전 임성한의 친조카인 백옥담(노다지 역)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는 기사가 났다. 다른 배우가 하차되고 비중이 줄어들자 그녀의 분량이 늘어났으며 이것은 친조카를 띄워 주기 위한 월권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오로라공주를 여태껏 지켜봤던 필자로서는 꽤 억울한 오해라는 변론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녀가 최근 들어 비중이 늘어난 것은 애초부터 자리잡혀있었던 관계의 연결고리 때문이지 그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전개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고위 관계자가 자신의 혈육을 출연시키는 것 또한 임성한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임성한 작가의 감정적 처사에 불만을 품고 있던 시청자들은 이것을 부당한 거래로 해석하기에 십상이다. 이미 임성한 작가의 월권행위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공진단의 입을 빌려 임성한 작가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드라마 그 자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가 느낄 재미라고 일축했지만, 이것은 결국 시청자와 임성한 작가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작가는 시청자가 답답하고 시청자는 작가를 곡해한다.

 

 

 

대놓고 주연배우를 지적하는 어조에 비약적으로 줄어든 분량과 도무지 폼이 나지 않는 망가진 캐릭터를 두고 일부의 시청자는 농담조로 웃었었다. 오창석이 바꾼 헤어스타일이 임성한 작가의 맘에 안 들었던 것 아니냐고. 드라마 초반 오창석은 가르마를 가운데로 탄 다소 느끼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가르마를 무너뜨리고 머리를 자른 것이 화근이었다.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서 더 우스운 건 이것을 음모론을 넘어 사실로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임성한 작가는 이 어처구니없는 음모론을 사실화 시키는데 한몫했다.

 

"작가는 머리가 길어야 분위기 있어. 길러." "이전 머리가 더 나아요." 나는 드라마에서 전개와 무관한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에 대한 취향을 이렇게 몇 사람이서 지적하는 상황은 정말이지 처음 보았다. 그 말에 뻘쭘하게 웃으며 "안 그래도 지금 기르고 있어요." 라고 대답하는 황마마라니. 그리고 최근 그 짧은 머리를 어찌어찌 길러서 다시 가르마를 타고 등장한 황마마를 보니 웃음이 터진다.

 

 

 

과거 임성한 작가의 슈퍼 히트작 인어아가씨에서 작가로 등장한 아리영은 자신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역을 맡은 중견 배우에게 촌스러운 가발을 씌우느라 안달이었다. 피고름으로 쓴 대본을 어디 감히 던지느냐고. 배우가 술집 작부역이라면 또 못하겠냐고. 작가와 배우의 처신을 들먹였지만 까놓고 말하면 그것은 단순히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 필요한 신이 아니라 오로지 아빠의 내연녀를 향한 아리영 작가의 복수심을 작가라는 갑의 처지에서 휘두른 월권행위가 아니었던가.

 

가르마를 타고 등장한 황마마를 보니 뽀글 가발을 쓰고 울먹이던 한혜숙이 떠올라 헛웃음이 터진다. 드라마는 오로지 시청자의 재미를 위해 존재한다던 공진단. 그러나 그도 한때는 자신의 사심에 불타올라 눈엣가시인 오로라에게 번번한 시비를 걸었던 부당한 갑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지금 임성한 작가의 행위가 진짜 드라마의 재미를 위함인지 아니면 재미를 빙자한 폭력인가를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아홉 명의 하차를 염두에 두고 있는 임성한 작가.

 

작가의 포지션을 서사의 요정이 아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도날드 트럼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는 더이상 그녀의 오이지, 샌드위치 타령과 "You're fired!" 같은 호통이 아닌 드라마의 진짜 전개를 보고 싶다. "옛날에 먹을 거 없어서 평민들이나 개 잡아먹었는데. 요즘은 정치인, 경제인 할 거 없이 다 먹으니까." "사실 개는 안 먹어야 해요." 그 와중에 이중 훈수까지 두는 임성한 작가의 노파심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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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배울 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많이 가르쳐야지. 애들은 애들이에요." 고현정 버럭이 포털 검색어를 휩쓸었을 때 나는 피식 웃었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먼저 접했던 필자로서는 그녀의 적대적인 어투가 일종의 연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왕의 교실에서 고현정이 연기하는 카리스마의 여교사 마여진은 기존의 사제지간을 다룬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따뜻하고 자애로운 교사상이 아니다. 성적순대로 학생을 줄 세워 학대에 가까운 차별을 일삼았던 문제 교사 마야의 교육은 당시 일본 내에서도 사회적인 파장을 안겨줄 만큼 상식 밖의 모습이었다. 반면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는 인사치레로 대선배에게 꾸지람을 들었던 최윤영의 캐릭터는 일반적인 드라마 속 열혈 교사의 이미지다. 발랄하고 의욕이 넘치며 아이를 사랑하는 새내기 여교사의 포부.

 

 

 

간담회에서 그녀를 꾸지람하면서도 "최윤영 씨"가 아닌 "양 선생님"이라는 드라마 속 호칭을 사용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 행동이 어느 권위적인 대선배의 기선제압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최윤영과 고현정은 드라마의 캐릭터를 기자간담회에서 그대로 빌려 와 일종의 쇼를 보여준 셈이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첫회를 감상하며 한눈에 드러난 그녀들의 상반된 캐릭터를 돌아보며 나의 짐작이 맞았음을 안도했다. 마여진(고현정 분)과 양민희(최윤영 분) 두 사람은 허리를 굽히고 눈을 맞추어 키 낮은 아이들을 바라봤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이미지만큼은 극과 극의 눈높이 교육이었다. 다정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의견을 묻는 양 선생. 굽힌 허리가 오히려 고압적인 양 선생의 권고. "혹시 말이야. 그 고자질쟁이를 알게 되면 이렇게 전해줄래? 불만 있으면 나한테 직접 와서 얘기하라고."

 

 

 

기자간담회에서도 성격을 드러낸 것처럼 상냥하고 아이를 이해하며 무조건 아이의 편에 서 있는 열혈 교사 양민희와 성적순대로 아이를 평가하고 차별하며 교사의 권위를 폭력처럼 행사하는 문제 교사 마여진은 완전히 상반된 교사상을 갖고 있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당연히 악의 무리 마여진을 무찌르는 양민희의 고군분투가 되겠지만 이 드라마는 내용이 정 반대다. 마여진이 주인공을 가진 것이다. 그러니 최윤영의 말을 끊고 들어올 만큼 흥분해있던 고현정의 분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녀에게 아이들이란 물리쳐야 할 적군과도 다름없는 존재였으니까. 이 드라마는 특이하게도 학생과 교사를 대립각으로 내세워 그들의 전쟁 같은 일 년을 기록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고현정의 라이벌은 최윤영이 아니라 교사 마여진의 차별에 맞서 싸우는 심하나 역의 김향기가 되는 셈이다.

 

 

 

여왕의 교실 첫회에서 고현정은 예상했던 만큼의 연기를 보여줬다. 미실 이후 노선이 바뀐 것 같은 고현정의 이미지 그대로. 차갑게 눈을 내리깔고 아이들을 훑어내리는 모습은 교실을 기자 간담회장으로 바꿔놓을 만큼의 위력쯤은 있어 보였다. 첫 만남에 애정이 아닌 시험지를 나누는 독특한 인사법에 학생들은 혀를 내두르며 경악했다. "그렇게 해. 넌 지금 나한테 반항하고 싶은 거잖아. 나한테 반항하면 다른 친구들이 속으로 널 응원할 거라고 생각해? 내가 보기엔 시험에 방해받아서 짜증 난다는 얼굴 같은데. 까불지 말고 앉아서 문제 풀어." 차라리 소리를 질렀다면 좀 나았을까. 어떻게든 존재감을 어필해보려는 소년을 조근거리는 목소리로 제지할 때 순간 턱하고 숨이 막혔다. 기름기가 하나도 없는 살코기를 베어 문 심정이랄까. 고현정의 입김이 닿는 곳마다 그곳은 황무지가 되었다.

 

 

 

보다 삭막한 마 선생을 연기하기 위한 고현정의 노력은 그녀의 외면에서도 충분히 느껴지는 고충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는 무채색을 하고 있었다. 파삭파삭한 머리카락. 화려하지 않은 얼굴. 장례복을 연상케 하는 단색의 의상. 하지만 이만큼의 고충을 느끼면서도 나는 사뭇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그 역할을 이보다 더 잘할 수 없게 연기한 훌륭한 바이블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현정 정도의 배우라면 예상했던 만큼의 연기가 아닌 그 이상의 파격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고현정의 연기는 너무나도, 평면적인 마야의 이미지라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본의 배우 아마미 유키가 맡은 마야는 고현정이 첫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리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꽤나 복잡다단한 이미지를 갖고있는 캐릭터였다. 분명히 차갑고 권위적인 인물이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무기력한 교사는 아니었다. 대단히 문제가 많은 교사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추구하는 열의라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반면 고현정이 해석한 마여진은 열정이라는 것이 전혀 없어 그저 학생이 싫고 일이 지겨운 권태 상태의 교사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배우마다 캐릭터 해석법이 다르겠지만 마여진이라는 캐릭터를 졸린 상태의 무기력한 교사로 느껴지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에게 배울 점이 없다는 고현정의 일침과 달리 오히려 내 시선을 사로잡은 첫회의 주인공은 아역 배우 김항기의 재발견이다. 원작 여왕의 교실에서 김향기의 역할을 맡은 배우 시다 미라이는 당시만 해도 떠오르는 일본의 신예 스타로 발군의 연기력이라 극찬을 받는 배우였었다. 초등학생이 어른을 상대로 한 전쟁에 쉽사리 이길리가 없음에도 매번 도전했다 무너지고 다시 도전하는 그녀의 근성은 시다미라이의 열연과 더불어 좋은 합을 이루었다. 이 작품 이후 내 머릿속 시다미라이는 어떤 작품을 봐도 잘리지 않는 잡초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만큼 여왕의 교실에서 시다 미라이의 연기는 각별했던 것이다.

 

이만큼의 기대치를 갖고 있음에도 김향기는 시다 미라이 못지않은,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그녀보다 나은 연기를 보여줘 나를 놀라게 했다. 물론 김향기가 연기하는 심하나라는 캐릭터는 그리 특이한 인물이 아니다. 화려하게 핀 꽃 사이에서 가까스로 응달 위에 선 들풀 같은 존재감이랄까.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을 법한 보통의 여자아이다. 발랄하지만 조금은 소심하고 그런 주제에 의리는 대단해서 계산을 포기하다 손해만 보는. 분명히 평범하지만 특별해야 할 인물을 김향기는 매력적으로 표현해냈다.

 

 

교내의 문제아 오동구(천보근 분)의 오두방정에 휘말려 졸지에 아이들의 고문관이 되어버린 심하나. 억지로 떠맡게 된 반장의 직함은 그야말로 교실의 잡부와 다름없다.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하나는 급기야 쏟아버린 카레의 남은 분량을 성적순대로 나누어주라는 마 선생의 명령에 얼어붙고 만다. 점차 엄습해오는 소외감에 그녀는 다짐한다. 두 번 다시 반장 재임은 없을 것이라고. "선생님. 하나 화장실에 가게 해주세요. 진짜로 힘든 것 같아요."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 화장실은 가도 좋아. 그렇지만 시험은 포기해." 마선생의 카리스마에 맞설 교내 유일의 어린이 카리스마를 담당 중인 김서현(김새론 분)과 마선생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동안 하나는 배를 붙잡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어떤 규칙도 사람보다 위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선생님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지금 그냥 하나를 괴롭히고 싶으신 거 아닌가요?" 아이의 생리 현상을 억지로 참게 하는 교사와 그 부당함을 따지고 드는 수재. 그 숨 막히는 기 싸움 사이에서 심하나는 그저 어떤 항의도 하소연도 못한 채 울상을 짓고 있을 뿐이었지만 첫회의 하이라이트라 부를 수 있을 이 장면의 무게감을 좌우하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김향기의 애절한 연기력이었다. 이윽고 서현의 구원으로 풀려나 화장실로 달려가려던 그녀였지만 갑자기 손을 놓고 무릎을 꿇은 심하나는 마침 입고 나온 치마가 야속하게 그대로 실례를 하고야 말았다.

 

 

힘이 풀려 주저앉은 다리와 다르게 마음만은 그러고 싶지 않았을 하나가 순간 치욕을 담아 흘리는 눈물은 1회의 모든 부당함을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전하는 힘이 있었다. 순간의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치욕스러움을 과장된 동작이나 대사 한 토막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김향기의 연기는 분명 첫회의 가장 큰 감동이었다. 아직까지는 그저 묵묵히 당하고 있을 뿐인 하나가 본격적으로 전쟁을 선포하게 될 때 이 아이의 연기력은 어느 수준까지 펼쳐질 것인가를 상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고현정은 아이에게 배울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 정도의 연기라면 어른이라도 배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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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올해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드라마였다. 장희빈의 재해석을 내세우며 기존의 장희빈 드라마와는 다른 '진정성'있는 사극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제작진의 호언장담과 달리 이 드라마는 아이러니하게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철저하게 캐릭터 중심의 멜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거의 현대극에 가까운 장치를 극적인 요소로 내세운 것이 문제였다. 제작진은 고증을 무시하면서까지 현대극의 장치를 빌려와 캐릭터의 성품과 감정을 묘사하고 싶었겠지만 사극이라는 장르에서 도를 넘어선 고증 왜곡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충수였다.

 

허나 역사 왜곡 논란으로 비난을 받는 것이야 뭐라 참견할 것이 못되나 적어도 주인공의 연기력을 빌미로 이토록 폄하 당하고 있는 것은 조금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현재 3사에서 방영 중인 젊은 배우들 주연의 퓨전 사극 가운데에서 가장 안정적인 연기력의 배우들을 구성하고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드라마 장옥정이 연기력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극의 대중소를 담당하는 중견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은 어느 하나 아쉬운 구석이 없고 굳이 연기신 성동일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꽤 출중하다. 숙종의 두 여인을 연기하는 인현왕후(홍수현 분)과 인경왕후(김하은 분)의 연기는 안정적이면서 각기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다. 몇 개의 드라마 속에서 조역을 전전하며 꽤 인상적인 존재감을 펼쳐내고 있는 동평군 역의 이상엽 또한 재미있다. 익살스러우면서도 서글프게.

 

아니 그럼 김태희는? 볼멘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된 사극 속 젊은 배우들의 연기 평가 기준을 돌이켜보면 김태희 또한 그 기준에 결코 못 미치는 연기력은 아니다. 한마디로 가슴을 울리는 명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쁘지는 않다. 종종 괜찮을 때도 있다. 김태희가 이런 연기를? 싶은 장면도 가끔은 있다. 아무튼 이런 것이 요즘의 젊은 배우들을 칭찬하는 기준이 되어버렸으니까- 김태희 또한 그 기준에 부합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의 아주 나쁘지는 않은. 거기에 김태희 전매 특허의 헤-벌린 입만 다물어준다면 이 연기력의 평가 기준도 월등하게 상향될 것이다. (김태희는 앞으로 연기 공부를 할 때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입을 다무는 법만 배우면 된다. 이것만 고쳐주어도 김태희의 연기력이 비난받을 일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아인이 있다. 적어도 유아인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역사 왜곡 논란에 함께 휘말려 팽을 당하는 것이 억울한 수준의 연기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기준에서 못하지는 않은 수준의 연기라서가 아니다. 정말 연기를 잘한다. 가슴을 울린다. 적어도 유아인의 숙종 연기를 보는 매리트 하나만으로도 장옥정이라는 작품을 감상할 가치는 충만하다.

 

 

 

어찌 됐든 장옥정이라는 드라마의 중심은 멜로다. 사랑이야기다. 그 사랑 때문에 고증마저 무시해버렸을 만큼. "그 눈빛에 모든 걸 걸어볼 만 해." 장현(성동일 분)은 말했다. 이것은 장현의 무모하리만큼 원대한 야심의 시발점이 결국 이순(유아인 분)이 장옥정(김태희 분)을 바라보는 연모의 눈빛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니 유아인의 눈빛이 보잘없는 것이었다면 시청자는 장현의 시발점에 코웃음을 치게 되었으리라.

 

 

 

유아인은 이날 각기 다른 느낌의 멜로 연기로 시청자의 가슴을 휘감았다. 어쩌면 숙종의 가장 행복한 여인이었을지도 모를 인경왕후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지아비의 성정으로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이순의 애틋함은 사랑이 아닌 의무였기에 어쩌면 더 빛났을지도 모를 연기였다. 찰나의 꿈같은 중전 시절을 접어두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한때의 조강지처이자 동료에게.

 

 

 

중전에게 보내는 눈빛이 연민과 의무였다면 장옥정을 향한 이순의 눈동자는 그야말로 끓어오르는 활화산과도 같았다. 침방 나인으로 마주하게 된 장옥정의 손길이 몸에 닿을 때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어찌할 바 모르는 그 소년 같은 얼굴. 쌩하기 짝이 없는 장옥정을 곁에 두기 위해 억지를 부려 멀쩡한 옷을 손질하게 하고 실컷 개구진 얼굴이 되었다가 순간 뜨거운 눈길로 쏘아 보내는 그 연모의 감정은 멜로 사극 장옥정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내가 아무리 왕이지만 그토록 많고 많은 우연이 겹쳤으면 이제 좀 운명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을. 어째서 아직도 아니라는 것이야."

 

 

소년의 장난처럼 품어 넘겼던 장옥정의 외면은 걷잡을 수 없는 갈증으로 터져나갔다. 참을 수 없는 목마름에 이순은 내관조차 물리치고 홀로 옥정을 찾아 나선다. 비님이 오신다는 해맑은 얼굴의 민씨와 달리 낭만을 즐길 겨를도 없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수모를 겪고 있는 장옥정의 초라한 모습 앞에서 그는 분노했다. 장옥정은 서글픈 얼굴로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마치 앵무새처럼. "제가 만나러 온 것은 제가 아는 내금위장이지 전하는 아니십니다." 장옥정은 그의 신분이 왕이기 때문에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신분을 씻어내릴 수 있는 옷을 갖고 싶다고 말했던 그 어린 날의 장옥정처럼. "절대로 좁힐 수도 닿을 수도 없는 하늘이 전하십니다. 아시겠습니까?"

 

 

 

이순은 그가 하늘이라 갖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장옥정의 트라우마를 무너뜨리듯 장옥정이 서 있는 빨래터 안으로 들어가 발을 담근다. "똑똑히 봐라. 그 하늘이 무너져줄 테니." 순간 이순의 난폭한 입맞춤은 달콤한 첫 키스가 아니라 장옥정의 깊은 피해의식을 깨버리기 위한 체벌과도 같았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입맞춤이 아니라 더 애절하고 서글펐다.

 

 

 

놀라운 것은 이에 응하는 김태희의 감정 연기 또한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늘 신분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장옥정이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반한 남자를 감당할 수 있는 신분의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궁으로 들어오는 모험을 강행했는데 그 사람이 가장 높은 신분의, 지존의 그리고 하늘의 왕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서글프고 한스러웠을까.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간 그녀도 못지않은 통증을 앓고 있었음을 호소하는 김태희의 연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유아인이 이 드라마의 이순역을 소화하기에 처음부터 가진 핸디캡이 많은 배우였다는 점이다. 늘 소년 같은 그의 어린 얼굴은 6살 연상의 김태희를 연인으로 상대하기에 무리가 있을지도 몰랐다. 다소 독특한 발성을 가진 유아인의 목소리 또한 왕의 역할을 소화하는 데에 어울리지 않았다. 허나 유아인의 연기력은 이런 핸디캡을 모조리 무색하게 했다. 장옥정을 바라보는 그 연모의 눈동자와 떨리는 목소리는 충분히 어른스러웠고 품위가 있었다.

 

 

특히 아무리 지엄한 왕과 침방 나인의 신분 앞에서도 그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랑의 법칙 아래 장옥정 한 사람에게 절절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순의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그의 명을 거절하고 자리를 피한 장옥정을 나무라는 이순의 목소리는 분노와 위엄을 대신한 사랑에 빠진 사내의 애절함이 서려 있어 유아인의 입체적인 연기력이 빛나는 씬이기도 했다. 나이 차의 간격도 이색적인 발성도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는 유아인의 농익은 연기력에 무너져버렸다.

 

 

 

분명 드라마 장옥정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사극이다. 그 문제점은 시청률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위기를 고하고 있다. 허나 유아인의 연기력이 어쩌면 장옥정의 위기를 타파할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첫 반전이 찾아온다면 그것은 장옥정을 바라보는 이순의 애절한 눈빛 때문이다. 장현이 그랬던 것처럼 드라마 장옥정은 유아인의 눈빛에 모든 걸 걸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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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이순 2013.05.01 10:22 신고

    이순 캐릭터가 정말 소화하기 힘든데, 인상깊게 연기를 잘하더라구요...어제보고 김태희씨도 욕을 지나치게 먹고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ㅎㅎ 2013.05.01 10:36 신고

    아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고대로 적어놓은 글이네요...
    솔직히 다른 퓨전 사극에 비해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단
    정말 대단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드는데
    자꾸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유아인에게 기대를 걸어볼만 할 것 같아요.
    시청률이 오르지 않을까요?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 2013.05.01 12:04 신고

    너무도 공감가는 글입니다! 드라마 제대로 보셨네요...앞으로가 더 기대 됩니다!!

  • dd 2013.05.01 12:20 신고

    성균관스캔들부터 봐왔는데 볼 때마다 너무 놀래요. 각 캐릭과의 간극이 크고 정말 그 인물 같거든요. 그리고 두번 세번 볼때마다 감탄하게 되더라구요. 특정 연예인을 지지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정말 유아인은 관심을 가지고 그 성장이 어디까지일지 기대가 되는 배우입니다. 어제 다소 오글거릴 수 있었는데도 연기를 너무 잘해주어서요.^^ 그 눈빛이 정치를 이야기할 때와 멜로에서, 또 멜로 그 안에서의 표현들이 님 말씀처럼 모두 달라서, 보면서 신기하고 짜릿하더라는...^^

  • shk 2013.05.01 12:27 신고

    진심 장옥정에서 유아인연기 볼때마다 놀래요. 드라마 내에서 다양한 상황에 맞춰 연기를 어찌 그리 잘하는지..유아인 보는 재미로 장옥정 봅니다. 뭐 드라마 자체도 워낙 재밌고 김태희 연기도 그닥 못한다고 생각지 않아요..시청률만 좀 올랐으면 좋겠네요.

  • 송중기,유아인 등등 2013.05.01 13:07 신고

    성균관스캔들 배우들이 참 잘하는 거 같아요.

  • 2013.05.01 19:03

    비밀댓글입니다

  • 사하라 2013.05.01 22:41 신고

    넘 잘쓰셨습니다.
    인터넷으로만 김태희 연기 못한다는 기사를 접하다가 우연히 한회를 보게되어 유아인연기에 반해 다시보기로 보았습니다.
    구성도 괜찮고,대사나,연기력 정말 괜찮은 드라마인데 왜 그리 논란이 있는지..
    쓰신대로 유아인의 연기는 정말 대단합니다.누구라도 한번 유아인의 연기를 본다면 그 눈빛때문에 계속 보게 될듯한 드라마죠.분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드라마인듯!

  • 미세한 얼굴근육을 자유자재로 2013.05.02 01:38 신고

    쓰면서....깊은 눈빛과 절절한 내면연기, 거기에다 연기폭의 강약조절까지 가능한 젊은 배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싶어요. 유아인이 그런 배우임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지켜보는 일이 참으로 즐겁습니다. 연예인에 관심도 없고 드라마도 즐겨보지 않지만...어디까지 연기폭을 보여주고..어떤 캐릭까지 소화해 낼까가 늘 궁금한 배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울러, 이 드라마가 욕심을 부리다..현실감각을 잃었던 부분이 있었는데...그것들이 초기에 뿌려놓은 설정이라 이미 일정부분은 수거가 불가하겠지만, 대본과 연출이 고증을 심하게 무시하는 일 없이..멜로와 정치와 욕망과 갈등, 그 속의 순수한 사랑과 아픔까지 잘 그려내주리라 믿고...연기자들의 열연이 묻히는 일 없도록 잘 끌어가주리라 믿습니다. 김태희씨도 처음보다 정말 많이 나아졌어요. 이젠 그야말로 옥정이 그 자체가 되었더라구요.끝까지 지켜볼만큼 재미도 있습니다. 기대도 되구요. 화이팅입니다.~

  • 고구므 2013.05.02 07:21 신고

    진짜 비난들이 너무 심해요
    구가의 서 너무 유치한데 시청률 높다고 상찬들만 하는거 보면 어이없더군요
    김태희 연기도 가끔 어색하긴하지만 극의 흐름을 깨는 정도는 아닌지.
    그래도 시청률 꽤 오를 듯 합니다.

  • 메이비 2013.05.02 08:47 신고

    유아인이 연기를 정말 잘하더군요.
    강한 카리스마 연기, 내면연기, 감성적인 연기등 연기 폭이 굉장히 넓고 깊어보여요
    군주로서 강한 모습은 물론 사랑에 목메는 사내로서의 연기까지..
    드라마 장옥정을 더욱 깊이감 있게 만드는게 바로 유아인의 연기같네요.

  • 반했다 2013.05.02 08:48 신고

    드라마를 잘 보지도 않던 제가 우연히 재방을 보다가 그속에 나온 유아인이란 남자배우가 눈에 꽂혀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감정연기가 탁월한거 같아요. 눈빛이 정말 좋은 배우인거 같아요.
    다시보기로 처음부터 정주행을 하면서 느낀점을 이리 깔끔하게 글로 정돈해주시니 좋네요^^
    분명 단점이 많은 드라마이긴 하지만 저같은 사람이 계속 볼맘이 생긴것처럼 다른분들도 그러실것같은데.. 시청률도 차차 오를수있을듯합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조으다.. 2013.05.03 11:23 신고

    유아인씨 연기 정말로 대박입니다. 뿐만아니라 장옥정팀 연기자들 모두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왜이리 비판을 많이 하는지 이해를 할수가 없없어요... 시청률도 이해가 되지 않구요..
    드라마중 일주일 통틀어 장옥정 한가지만 챙겨보는 시청자로써 아인씨 연기 너~~무 잘하고 태희씨랑 캐미도 너무 좋아 가슴 설래게 하는 드라마입니다. 리뷰도 너무 좋았구 드라마 장옥정의 진가를 알아보는 시청자들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네요...

  • 저도 반했어요 2013.05.19 13:25 신고

    오오, 여기 댓글보니 저와 같은 분들 많으시네요. 먼 이국에 와서 고국의 청년에 가슴 설레며 매일매일 인터넷을 뒤지고 있죠. '유아인'을 찾아..ㅎㅎ '장옥정은 유아인의 눈빛에 모든 것을 걸어 볼만한 드라마'라는 일갈, 정말 정확하신 지적인 거 같습니다. 예전부터 닥터콜님의 글이 종종 내가 복잡하게 '느끼고'만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문장으로 풀고 계셔서 감탄을 금치 못하곤 했는데(특히 예전 '골든타임' 작가의 독설(?)에 대한 글..) 역시 이번에도 '유아인'을 찾아 온 길에서 닥터콜님의 수려한 글을 만나네요. 너무 반갑고 기쁜 마음에 주절주절 적어봅니다.

  • 바나나민 2013.08.10 18:59 신고

    저도 장옥정 보고 유아인 다시봤음 이번 연말에 연기대상유아인배우가 타지않을까 생각함

 

아마도, 남자가 사랑할 때를 동시간대 라이벌로 가진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여러모로 손해를 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 로맨스라는 생소한 장르에 비해 이쪽은 너무나 익숙해진 신파성 멜로. 연출 또한 내 연애의 모든 것 팀은 조명과 음악 카메라워크등 그 모든 것을 꼼꼼하게 배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상당히 우아하고 세련됐지만, 오히려 유치하리만큼 직관적이고 상투적이며 자극의 일색인 내 남자의 모든 것처럼 한눈에 꽂히는 맛은 덜하죠.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 위에 산발적으로 흩뿌린 듯한 스토리 또한 집중력을 저하합니다. 그에 비해 굵직굵직한 캐릭터 중심으로 호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타 드라마의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드라마의 작품성이나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내 연애의 모든 것이 훨씬 우월하며 우아한 작품입니다만.. 그것이 반드시 드라마적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드라마를 싼 맛의 싸구려라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이 드라마는 다분히 시청자의 말초신경만을 노린 식상함의 극치인 신파극입니다만 그럼에도 의외의 세련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신세경이 맡은 캐릭터 서미도 역이죠. 지고지순한 남자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 드라마에서 신세경의 서미도는 얼핏 발리에서 온 그녀의 재림처럼 느껴집니다만 희한하게 거부감이 생기지 않아요. 심지어 모태 솔로 한태상(송승헌 분)의 순정을 사랑이 아닌 현실과의 타협으로 받아들이는 그녀는 분명 속물임에도, 의존성 신데렐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건 뭐 이제 공장표 만화에서조차 써먹지 못할- 아버지의 사채빚에 팔려온 소녀 역할을 하는 서미도에게 묘한 동질감과 애착을 느낀 한태상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순정을 한 여자에게 올인합니다. 39세로 추정하는 본인의 나이는 이제 40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려 불혹이 시작될 무렵 처음으로 갖게 된 사랑이죠. 외형이 송승헌이니 이마저도 구차한 생각이 안 듭니다만 마흔 살의 모태 솔로가 20대의 아가씨에게 순정을 바치는 모양새니 그 얼마나 기구한 사랑이겠습니까. 한쪽은 피어나는 봄이고 한쪽은 이제 황혼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등 따시고 배부르게 만들어줬더니 이제 다른 것이 슬슬 보이는 서미도는 불혹의 아저씨가 아닌 또래의 푸릇한 청춘을 바라봅니다. 그게 바로 연우진이 열연 중인 이재희고요.

 

 

 

더구나 이 아가씨 새초롬한 얼굴로 30대 후반의 아저씨를 농락하는 기술이 가히 프로급입니다. 아무리 사랑이 처음인 한태상이라도 무려 시베리아 벌판의 호랑이라 불리던 사람인데 서미도 앞에서는 그저 불길 위의 마른오징어처럼 맥을 못 춥니다. 무시무시한 사채업자가 아가씨의 집에 불려 와 죄지은 사람처럼 추궁을 당하고 꽉 끼는 셔츠 위에 고무장갑을 여민 채 설거지까지 도맡고 있는 모습은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한 사장이 우리 집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너보다 12살이나 많은 노총각을 억지로 만나서는 안 된다." "내가 속물인 거 인정하는데 나는 지금 편하고 좋아요." 심지어 사람 앞에 두고 한태상의 가치를 돈으로 환전하는 부녀. 그럼에도 소년 같은 얼굴로 그저 좋아라하는 한태상의 모습이 조금은 귀엽더군요.

 

 

 

"억지로 만나는 거 아닌데요? 원래 전 사람만 괜찮으면 위아래로 15살까지는 문제 없다고 생각했고요. 한태상 씨가 뭘 좀 모르고 깡패 같은 데가 있기는 해도 그렇게 싼 티 나는 사람은 아니에요. 뭐 책도 나보다 많이 읽은 것 같고 말귀도 잘 알아듣구 데리고 다니기 창피하진 않아요. 외삼촌 빚보증 때문에 집 날아가고 아빠 사업 망가지고 당뇨 합병증 때문에 일 년은 심부전 일 년은 심근경색. 여행 다녀온 친구들이 에펠탑 열쇠고리 줄 때 나 정말로 죽고 싶었어요. 내가 속물인 거 인정하는데 난 지금 편하고 좋아요. 내가 배우고 싶던 걸 할 수 있고 친구들 모임 나가서 처음으로 밥도 사봤거든요."

 

 

 

서미도에게 있어 한태상은 이상이 아닙니다. 타협이지요. 사채빚의 제물이 될뻔했던 그녀는 이미 너무 어린 나이에 가난의 맛을 경험했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열쇠고리 하나조차 가질 수 없는 현실을 경험했습니다. 언젠가 그녀를 보호하다 생긴 칼자국을 마치 훈장처럼 새겨넣은 한태상의 등을 바라보며 그녀는 생각했을 겁니다. 그 등이 바로 그녀의 울타리라고..

 

 

 

애처로운 것은 그녀의 사심을 알면서도 개의치 않는 아저씨의 순정이겠죠. 참. 이제 마흔이 되어가는, 조직의 오른팔이 연인의 손가락도 건들지 못해 움찔거리는데 와락 그 손을 낚아챈 서미도의 도발은 정말 아찔하더군요. "무슨 남자가 손도 제대로 못 잡아?" 하지만 그보다 더 짜릿했던 것은 "응? 손잡을 생각 없었는데." 한태상이 장난을 치자 순간 매섭게 샐쭉해져서 뛰쳐 가 버리는 아가씨의 스킬. 불혹의 아저씨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아들입니다. 정말 소중한 것을 품듯이 사무치는 한태상의 순정이 느껴져 찡해지더군요.

 

 

모태 솔로 불혹의 아저씨를 거의 연체동물 수준으로 흐물거리게 만드는 서미도의 스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 나온 그녀의 집 앞에서 헤어짐 직전에 키스할 것처럼 그의 코끝까지 다가서서는 순간 움찔해서 눈을 감는 아저씨를 두고 한발 물러서서 "음주 단속 불면 걸리겠는데요..." 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장난질의 짓궂음이라니.. 감은 눈이 민망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송승헌의 모습에 순간 제레미 아이언스가 비치더군요.

 

 

"왜? 우리 처음 만날 때 반말로 시작했잖아. 가끔 하고 싶을 때 말 놓을 거야. 그렇게 아세요."

 

 

불혹의 나이에 처음 사귄 연인을 두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저씨 한태상의 처지가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또래의 이재희를 만나 매운 음식을 나누어 먹는 두 사람. "매운 거 잘 드시나 봐요?" "미도 씨도 매운 거 잘 먹나봐요?" 바로 전회에서 매운 국수를 먹지 못해 우유 한 통을 퍼붓던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라 어쩐지 슬퍼지더군요. 뭐 나이 탓이 아니라 단순한 취향 차였겠지만 어쩐지 나이 먹고 매운 것도 못 먹는 호구 아저씨를 내팽개쳐두고 또래의 소년과 매운 음식을 나누어 먹는 롤리타가 겹쳐져서..

 

 

 

재미있는 것은 삼각관계에 놓인 이재희 또한 아저씨의 지원을 받은, 한태상 재단의 꿈나무라는 사실이죠. 두 청춘에게 농락당할 호구 아저씨의 비극이 눈앞에 선해 벌써 눈물이 납니다. 문득 영화 은교에서 박해일의 방문을 돌아서 김무열을 찾던 김고은이 떠오르는군요.

 

 

 

기존의 신파극에서 출세를 위해 가난한 연인을 버리다 오뉴월 서리를 맞는 배신자들의 이야기와 달리 조금은 다른 방향의 배신형 멜로를 선택한 상투적이면서도 그 속의 묘한 신선함을 가져다주는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마치 롤리타의 소 악마적 잔혹성을 겸비한 신세경의 매력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드라마입니다. 송승헌의 비극을 걱정하면서도 매력적인 속물 신세경의 보다 잔혹한 학대를 기대하게 되는 이 이중적인 마음은 도대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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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12 08:02

    비밀댓글입니다

  • 옥수수알 2013.04.12 16:21 신고

    인용하신 신세경 대사들을 보니까 확 끌리는데요 특히 저 반말대사... 에펠탑 열쇠고리... 시청해야겠어요. 소 악마적 롤리타라니 닥터콜님 표현에 또 감탄하고 갑니다^^

    • 태양의 여자의 집필가더군요. 이분이 여성 캐릭터를 참 잘써요. 맛있게. 특히 악녀를 내편으로 끌어들이는 필력이 대단한 분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저는 이 작품에서 신세경을 많이 미워하고 그러면서도 좋아하게 될것 같아요.

 

작년 한 해 동안 대중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는 단연 '건축학개론'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인기의 원동력은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켰던 수지의 상큼함과 이제훈이라 가능했던 찌질한 아련함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아마 이 인물이 없었다면 첫사랑을 향해 XX이라 외치는 승민의 서글픔이 그리 사무치게 와 닿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떡하지. 너?" 재수생의 신분으로 겉모습은 나이 든 고등학생 같은데 대학생 친구를 둔, 유치하지만 철은 꽉 차서 첫사랑에 실패하고 울먹이는 친구 옆에서 같이 욕을 뱉어주기도 했던 우리의 또 다른 청춘 납득이. 이후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을 연기하고 각종 CF의 주연이 되는 등 납뜩이 바람은 배우 조정석의 인기를 굳건히 지켜주었습니다.

 

 

 

주조연이라기에도 머쓱한 비중의 납뜩이가 이토록 큰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다름 아닌 조정석의, 주연을 뛰어넘는 존재감 때문이었죠.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여 그 세계에서는 이미 탄탄한 경력을 쌓았지만 아직 연예계에서는 스크롤조차 필요치 않은 고작 세 작품의 단벌신사 조정석. 그중에서도 조연으로 출연한 더킹 투하츠는 그의 팬들에게 꽤 목이 말랐을 분량이었습니다. 결국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은 그의 팬들에게나 조정석 본인에게도 감히 시작이라 말할 수 있는 첫 주연작이고 이 드라마에 거는 그들의 기대치는 상상 이상이었을 겁니다. 그 작은 비중으로도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내주었던 조정석입니다. 이제 진짜 주연을 맡게 되었으니 그의 진가는 과연 얼마나 빛나고 있을까요. 하지만.

 

첫 주연작을 맡은 아이유에게 주어진 무게감만큼이나 조정석 또한 최고다 이순신은 중압감과 설렘을 주는 작품이었을 겁니다. 첫 주연은 설레는 이름이지만 묵직한 불안 요소이기도 합니다. 아직 주인공으로 작품을 이끌 수 있다는 존재감을 테스트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최고다 이순신은 아이유에게도 조정석에게도 처녀비행이자 첫 실험 무대인 셈이죠. 제작진이 뭐든지 처음인 아이유와 조정석을 동시에 섭외한 것은 그래서 현명했습니다. 아이유의 화제성으로 존재감을 채우고 조정석의 연기력으로 아이유를 보완한다. 하지만 이 계획이 드라마 속에서 효과적으로 쓰여지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적어도 8회까지 방영된 최고다 이순신의 타이틀은 아이유 원맨쇼 드라마에 불과했습니다. 모든 스토리가 아이유의 캐릭터 '이순신'을 중심으로 흘러갔고 주변 인물은 모두 이순신이 저지르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수습하거나 화를 내는 '그 밖의 인물'로 밖에 묘사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이유와 공동 주연인 조정석의 캐릭터 또한 무너지는 사건에 잠식당해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의 연기력 또한 무언가 맥을 짚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요.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또 조정석의 연기력 부진이라거나 그의 잘못이라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품 내에서 조정석의 쓰임새가 그리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조정석의 캐릭터를 시청자가 이해하며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부분에도 무리가 있게 진행이 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최고다 이순신은 아이유 원맨쇼 드라마가 된다고 해도 그리 큰 이질감이 없을 타이틀이긴 합니다. 제목부터가 최고다 이순신인걸요. 제작진은 처음부터 아이유를 내세워 그녀의 드라마임을 공고히 했고 그 때문에 작품에 대한 크고 작은 논란이나 뭇매마저도 아이유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사실 조정석이 주연 배우라는 직함을 달고있어도 어디까지나 8할의 아이유를 보필하는 나머지 2할의 주인공을 연기할 뿐인지도 모르지요. 문제는 이것이 조정석은 물론이오 작품 내부적으로나 아이유 자신에게나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전략이라는 점입니다.

 

최고다 이순신의 전작 내 딸 서영이 또한 여주인공의 이름을 드라마의 제목으로 내세웠지만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 '이서영'이상으로 시청자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죠. 서영이의 지난 사연에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다가도 또한 그녀와 대립하는 성질의 인물에게도 시청자는 남은 가슴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때론 그들의 이념이 주인공 이서영 이상으로 더 와 닿는 경우도 있었죠. 아버지를 버린 서영이. 딸에게 버림받은 아버지. 그들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을 공감하고 때로는 푸념하며... 적어도 내 딸 서영이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거나 소모품으로 전락한 캐릭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아. 모 기획사에서 홍보용으로 끼워 넣은 여자 아이돌을 제외하면요)

 

 

 

하지만 최고다 이순신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감정은 지극히 편향적인 시선으로 쓰임 당하고 있습니다. 캔디 이순신에 반하는 인물은 악이오.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은 선이라는 아주 단순한 해석이지요. 러브라인의 낌새가 느껴지는 언니들의 또 다른 사랑 이야기에도 큰 호감이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그저 사건만 나열해놨을 뿐 그들에게 딱히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구성해놓은 이전 설정 때문입니다. 흥미있는 서브 스토리를 늘어놓는다고 하더라도 캐릭터에 호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감정 이입이 될 수 있을 리가요.

 

 

 

조정석의 캐릭터 신준호는 충분히 주말극의 남신이 될만한 승산이 있는 인물입니다. 도도하고 오만하면서도 스타가 된 옛사랑에게 악플을 달다 발이 걸려 넘어지는 허당 기질에 슈퍼스타를 사랑하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잡지 못하고 미운 소리만 하다 화근을 만드는 서툰 남자라는 설정은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죠. 이 좋은 소재를 그저 이순신의 성공을 위한 부자재 정도로 써먹고 있으니 매력이 없죠.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친근한 맛이 없고 그저 베일에 가려진 느낌이 들어 감정이입이 요원해지죠. 주말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향한 대중의 동정심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남주인공에게 느끼는 동경인데 이 부분을 등한시해서는... 아무리 요정 컴미를 틀어도 상관없을 KBS 주말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이래서야 승산이 없죠.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의외로 아이유와 조정석의 연기 호흡이 괜찮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이 더이상 악다구니가 아닌 대화라는 것을 나누었을 때 처음으로 조정석의 캐릭터가 매력 있게 느껴지더군요. 등산 장비의 중요성을 그리도 강조하던 신준호가 폼 안 나게 체력 부진으로 발이 걸려 하필 이순신의 품으로 넘어졌을 때 그 오만한 남자가 눈을 어디둘 줄을 몰라하며 어색해하는 모습은 조정석의 진가를 드러낸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작의 이미지와 좀 겹치는 느낌이긴 했습니다만..그래도 그가 잘하는 연기인지라 낯설지 않게 봤네요. "안돼. 정상은 밟아야지.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나폴레옹이 따로 없네." 이런 신준호를 어이없어하면서도 피식 웃으며 친근함을 느끼는 이순신의 비아냥 또한 묘한 로맨스를 자극하는 장면이었구요. 두 배우의 호흡은 나무랄 데가 없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최고다 이순신은 분명 아이유를 철저하게 내세운 아이유의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아이유 원맨쇼로 끝내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최고다 이순신의 해설 페이지는 이제 끝이 났고 드디어 본격적인 본론이 시작될 때입니다. 더이상 뒤로 물러서 있는 조정석으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최고다 이순신의 성공 포인트는 아이유를 어떻게 내세우느냐 이상으로 조정석을 얼만큼 잘 써먹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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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얘기하러 오셨어요? 빌라구요? 용서해달라고 빌라요? 아버지는 제가 사람으로 안 보여요? 저 아버지 속이고 결혼했던 딸이에요. 아버지한테 유학 간다고 거짓말하고 아버지 버리고 결혼한 딸이라요. 그런 저한테 아버지가 이러시면 전 어떻게 해야 되는데요?"

 

 

 

딸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아버지. 그러고도 그녀의 곁을 아무 원망 없이 3년을 맴돌았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 서영이는 남몰래 울었다. 결국 그녀의 자존심이 남편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나 잠깐 화장실 좀..." 하고 자리를 비운 서영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입을 막고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3년 전 그날 딸의 결혼식을 목격하고 화장실에서 울음을 터뜨렸던 아버지 이삼재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서영이였다. 아버지가 나빴다고 말하고 남편의 마음을 돌리라는 친구의 조언에 고개를 흔들며 그렇게까지 아버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순 없다며 내 손으로 죽인 아버지 또 한 번 죽일 수는 없다고 말했던 서영이였다.

 

"너는 나를 버렸어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알려주고 싶어서 오셨어요? 저보고 어쩌라고 이렇게까지 하세요?"

 

 

 

3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서영이는 그의 보은에 감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전 장면을 보았을 때 마치 아버지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못난 딸을 사죄해달라고 울기라도 할 것 같았던 서영이는 여전히 꼿꼿한 분노를 터뜨렸다. 심지어 그녀는 말한다. "제가 그렇게 걱정되셨으면 들키더라도 아버지 때문에 들키게는 안 해주셨어야죠." 아버지의 헌신을 알고도 여전히 그를 용서하지 못하고 원망하는 서영이 그리고 그녀를 평가하는 주변인물들. 서영이의 모진 말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심지어 내가 나갈 테니 이 집을 서영이에게 내어주라는 아버지에서 비추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아버지의 빛나는 부성애와 모진 딸의 패륜이리라.

 

"그 말을 안 하기 위해서 그 사람하고 헤어졌었어. 아버지 얘길 하고 싶지 않아서 포기했었다구. 지금 다시 그 말까지 해야 한다면 나는 다시 그 사람 포기해야 돼. 그러고 싶지 않아. 아버지 때문에 불행했던 내 인생에서 단 한 번 행복할 기회마저 아버지 때문에 뺏기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는 마치 모든 등장인물이 서영이를 향해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어쩜 그리 독할 수 있느냐고 꾸짖는 것만 같은 용서의 강요 속에서 아주 건전하게 눈물의 참회를 터뜨리며 아버지에게 매달리지 않는 서영이의 자존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절규한다. "평생 저한테도 그러시더니 아직도 그러시는군요. 잘해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적어도 서영이에게만큼은 달라지지 않은 3년 전 이삼재 그대로인 아빠였다. 그때도 그랬을 것이다. 잘해보고 싶어서 딸의 등록금으로 모아둔 돈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심장병을 일으킨 아내를 떠나보내고.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고 학교로 짜장면을 배달하는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일을 해야 했던 큰딸의 비극을 만든 것도 그렇게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숨이 턱턱 막히게 모은 등록금을 고스란히 사채빚으로 바치게 했던 것도 모두 잘해보고 싶어서였을 뿐 그 진심은 악의 아닌 선의였다.

 

"나는 아버지 때문에 너무 많은 걸 포기했어. 대학도 수학여행도 꿈도 포기했고 갖고 싶은 마음도 웃음도 행복도 여유도 모든 걸 포기하는 게 내 일이었어. 아버지 때문에. 그런데 이번에도 포기해야 돼? 내 인생 처음으로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그의 '잘해보고 싶었는데' 때문에 서영이는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친구를 잃었고 어머니를 잃었고 수학여행도 포기했고 대학을 버렸고 미래도 미뤄뒀으며 사랑 따윈 그녀에게 사치였다. 그 오랜 기간을 그녀는 웃지 못했다. 행복할 수 없었다. 이런 그녀에게 처음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행복이 생겼다. 그녀가 처음으로 쌍둥이 남동생에게 간청할 만큼의 버리고 싶지 않았던 사람. 그 간청이 통하지 않자 동생까지 버리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 그가 바로 강우재였다. 그런데 이번엔 그 사람마저도 아버지의 '잘해보고 싶었는데' 때문에 떠나가려 한다. 서영이는 모든 것을 잃었다.

 

 

"아버지면 무조건 사랑해야 돼? 내가 선택한 아버지가 아닌데 천륜이면 무조건 사랑해야 돼?! 사랑하게 만들어줬어야지!"

 

문득 강우재와의 결혼을 앞두고 남동생을 향해 절규하듯 외친 그녀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떠오른다. "천륜이면 무조건 사랑해야 돼? 사랑하게 만들어줬어야지." 같은 사정을 겪었달 지라도 상우는 받아들인 아버지를 서영이만큼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아버지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서영이만큼 잃어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포기해본 것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또한 누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3년이 걸렸고 결국 누나의 행복을 위해 처음으로 자신이 선택한 것을 포기했다. 남들에겐 개과천선한 이삼재 씨일지언정 서영이에겐 여전히 그녀의 행복을 포기하게 시키는 한심한 아버지다. 오히려 지금의 서영이에겐 달라진 아버지, 착해진 아버지가 민폐일 수도 있다는 거다.

 

 

나는 평생을 두고도 용서하지 못할 사람인데 3년의 기간 동안 그는 변했고 개과천선했다고 한다. 이제는 나의 용서만 남았다.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점잖은 서영이라 표현은 하지 않겠지만 아마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일 거다. 내가 미워해야 할 대상이 홀로 착해져서 나만 미친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 그래서 서영이는 말한다. "아버지는 제가 사람으로 안 보여요? 저 아버지 속이고 결혼했던 딸이에요. 아버지한테 유학 간다고 거짓말하고 아버지 버리고 결혼한 딸이라구요. 그런 저한테 아버지가 이러시면 전 어떻게 해야 되는데요?" 서영이에게 도대체 무슨 염치로 용서를 권하나. 남들은 달라졌다지만 서영이에겐 달라진 것이 없는 아버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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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4

  • 2013.01.27 07:55

    비밀댓글입니다

  • 라임사탕 2013.01.27 12:18 신고

    저도 전에 그런 일이 잇어서 서영이 맘이 이해되요...난 절대 용서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잇는데 당사자는 착해졋다고 예전에 자신이 아니라는 듯이 행동할 때....

  • 서영이 리뷰 잘 봤어요.
    저도 모두가 초반의 서영이를 본 분들은 삼재의 캐릭터 때문에
    짜증났을 테지만 지금은 변한모습만 본 분들이 많겠지요.
    그만큼 달라졌지만 사람의 상처란게 참 쉽게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삼재가 서영이에게 힐링해줬던 것도 없고요.

  • 재밌게 보고 간답니다 ~ ^^
    좋은 주말을 보내세요~

  • 잘 보구 갈께요 ㅎㅎ
    기분좋은 오늘이 되셔요!!

  • 라임주스 2013.01.27 16:47 신고

    아버지한테 잘못했다고 해야 되는거 아냐?
    지 때문에 동생 사랑도 깨져야 했고,
    지 때문에 모르고 들어간 회사 그만 둬야 했던
    애비 심정은 이해 못하나
    싸가지 없는

    • 서영이 2013.01.27 17:15 신고

      서영이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애초에 시작은 서영이 아버지 삼재였습니다. 모르고 들어간 회사라... 삼재는 들어간 회사가 사위인 우재 회사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서영이 아버지가 지금처럼 착실하게 살기 시작한 게 서영이가 떠나고 부터나 다름없습니다.
      서영이가 원한 건 돈 잘 벌어오는 아버지가 아니라 가정에 충실한 아버지.. 한 달에 50만원 벌어주는 아버지였습니다.
      그걸 안 해 주었으니 서영이가 아버지를 쉽게 용서할 수가 없는 겁니다.

    • 마음속의빛 2013.01.27 17:51 신고

      극중 이삼재의 역할은 군대로치면 고문관입니다. 아버지라는 설정만 없다면,
      본인은 항상 열심히 한다고 이게 최선이라고 말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초토화시키는 고문관..

      도박(경마장), 노름(카드 또는 화토), 다단계사업, 사채 등등 안 해본 것 없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다 했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가정을 살리기 위해, 기죽은 아버지를 벗어나 인생 역전을 하기 위해..
      그리고 그 결과는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빚을 갚기 위해 서영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돈을 벌어,
      수시로 집에 찾아오는 깡패들의 폭력과 빚쟁이들의 폭언 속에 사채 빚을 갚아야했습니다.

      상우는? 그냥 공부만 했죠. 집안 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어머니와 누나의 헌신으로 인해
      직접 체감하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딸 서영이에게 사채 빚을 독촉하며 협박하는 깡패들의 폭언과 위협적인 행동은 아버지가 만든..
      아버지가 이끌어내는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더이상은 버틸 수 없다며 살려달라고 비는 서영이 앞에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한번만 성공하면(다단계) 인생역전이 될 거라는 이삼재의 욕심은
      서영이를 더욱 절망에 빠뜨렸고, 몸과 마음이 누더기가 된 모녀 중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습니다.

      서영이 눈에 아버지는 살인자이며 폭력배이고 배신자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 잔혹한 사람이 개과천선해서 변했다고 한다면.. 피해자였던 서영이는 과연 용서를 해야만 할까...
      전후 사실을 잘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착해진 이삼재를 보며 아버지를 용서해주지 않는 딸을 비난하겠지만
      사위의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일은 벌여놓고 수습은 전혀 못하는
      이 영원한 고문관을 놓고.. 서영이를 뭐라 할 수가 없네요.

      서영이는 동생의 사랑이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므로 잘못했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회사에 들어간 애비의 심정이라면 그것의 결과가 서영이 가정파탄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고문관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절대 모를테고, 이제야 아버지 품을 벗어났다 생각하던
      서영이는 또다시 찾아온 고문관 아버지 때문에 이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이삼재씨가 개과천선한 것은 시청자들 모두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서영이 이혼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준 회사 취직 사건이
      서영이를 위한 거였나 생각해보면,언제나 후회하며 괴로워하면서도 항상 사건을 만드는 고문관의 자기합리화
      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네요.

      딸이 보고 싶어서...

      고문관은 고문관답게 자기 생각을 했고, 그 생각에 따른 행동이 결국 서영이를 오갈데 없는 처지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라임주스님이 생각하지 못하는 서영이 입장이니 참고해보세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망치고 있는 고문관에게 서영이는 용서해주고 이해해주고 빌어야하는가...


    • ㅁㅁ 2013.01.28 01:34 신고

      참 1차원적인 생각을...서영이 한번도 행복하고 여유있는 삶을 살아보지못한 어린시절을 왜 이해못할까. ㅉㅉ

    • ㅁㅁ 2013.01.28 01:40 신고

      참 1차원적인 생각을...서영이 한번도 행복하고 여유있는 삶을 살아보지못한 어린시절을 왜 이해못할까. ㅉㅉ

  • 공감가네요 2013.01.27 19:08 신고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입장이라서 이해가 가네요.
    저도 지금은 부모님 이혼하시고 엄마와 함께 사는데 아버지한테 연락도 안하죠.
    가끔 문자도 오고, 전화도 오지만 아버지라는 글자만 핸드폰에 떠도 심장이 벌렁벌렁합니다.
    지금이야 나이가 들면서 연약해져가고 의지할 곳이 자식밖에 없으니
    전과 다르겠지요...
    하지만 솔직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겠어요. 아직은요 -
    아버지 때문에 힘들 때 그런 이야기를 했죠. 아버지가.
    "나는 나고, 너는 너니까. 내가 어떻게 살든 너만 잘 하고 살면 된다."
    아버지로 인해 빚에 시달리고, 빚쟁이는 집에 찾아오고 엄마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야간에 일하며 다니고 차비도 없어서 학교까지 걸어다니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바람난 여자는 아버지가 나가지 않은 밤에 찾아와 아버지를 데리고 가는데 저보고 니 일만 잘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이런 생각이 바탕에 있으니 가족들이 받을 상처는 생각지 못한 것일테지요.

    • 미첼 2013.04.21 00:20 신고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 소름끼쳤습니다.
      아버지가 한 말도 너무 똑같아요.
      너는 너고. 나는 나다.

  • 우공이산 2013.01.27 19:23 신고

    글에 공감이 가고 서영이의 행동에 공감이 갑니다.
    몇몇분들이 쓰신대로 저도 서영이와 같은 상황을 겪고 아버지와 의절한 상황이라
    불쌍한 서영입니다...ㅠㅠ

  • ....... 2013.01.27 20:09 신고

    내가 미워해야 할 대상이 홀로 착해져서 나만 미친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
    ...이거 진짜ㅠㅠㅠㅠㅠ 이렇게 되면 진짜 사람 미치죠.... 드라마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서영이 기분 알 거 같아요.....

  • 징징이 2013.01.27 21:22 신고

    저도 서영이 말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정말 여전히 서영이에겐 고문관인데 남들은 착한 아버지에게 왜 그러냐고
    패륜이라고만 하니...
    그 입장을 겪지 않았어도 다단계에 사채까지 간접경험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닥터콜님 리뷰가 저에겐 가장 현실적인 공감이 갑니다.

  • 밀양 2013.01.27 21:45 신고

    항상 드라마 보면서 서영이한테 심적으로 공감했지만 대체 왜 일까?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이유를 명확히 설명 못 했는데 이 리뷰를 보니 확실하게 정리가 되네요. 미워해야할 대상이 홀로 선한 자가 되어 용서하라 강요하는 상황이라니... 서영이도 어쩔 수 없는 딸이니 아버지를 버리고 죄책감은 느꼈을지언정 그게 용서로 치환될 수는 없는거죠

  • 그냥 서영이 2013.01.28 00:59 신고

    내 딸 서영이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더니 역시나 범상치 않게 흘러가네요. 내 딸 서영이가 역시 내 딸일지 내 딸 서영인 내 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서영이였단걸 알게 될지..궁금해집니다.

  • 다만 2013.01.28 11:43 신고

    내딸 서영이 초반부터 들었던 생각인데, 현실엔 저런 아버지가 실제로 있지만 배우 천호진님은 현실의 삼재같은 아버지보단 훨씬 철들어보여서 시청자들이 삼재를 좀 좋게 보고 서영이를 패륜아로 보게 하는 원인인 거 같아요. 배우라서 아저씨치곤 어쩔 수 없이 수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기에 현실에서 저런 삶을 산 분들의 인상과 맞지 않아 '그렇게 나쁠리 없어.'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듯...

  • 모든 게 가족을 위해 한 일이고 2013.01.28 14:10 신고

    잘 해볼려고 했던 일이라고 하면서
    아내와 자식들이 겪는 고통을 모른체하고 합리화하면서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조차 패륜 취급하는 유교적 윤리관에 대해
    인간적으로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하네요.
    아버지의 몇 번에 걸친 사업실패로 힘들고 우울했던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게 다 가족을 위한 거라고 누누히 말하지만,
    가족들 반대를 뿌리치고 고집부리며 빚내며 시작한 사업인데 말이죠.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가족을 희생시킨 것뿐이 안된다고 생각했지요.
    어린 시절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병원에도 가지 못했던 것 등등
    이런 걸 생각하면 천륜이라며 용서를 강요하는듯하는
    이 사회의 윤리관에 가끔 매우 속이 상할 정돕니다.

  • 2013.01.28 15:21

    비밀댓글입니다

  • 공감 2013.01.29 08:25 신고

    공감가는 리뷰네요. 착해졌다, 성실해졌다, 이런 것과는 별개로 사람은 참 안 변하는 것 같아요. 삼재가 상우에게 자기가 나갈테니 서영이 들아와서 살라고 하는 대목에서 든 생각이었어요. 아무리 호정이가 천사표 며느리라지만 신혼부부더러 시누링 같이 살라니요. 하나를 위한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주변에게 피해를 입는줄 모르는 그런 인물인 듯.

    • 눈팅녀 2013.01.29 13:48 신고

      진짜 동감입니다.^^;;
      구구절절 옳으심 ㅠㅠ

    • 그런가요 2013.02.10 14:07 신고

      저도 그 장면 보면서 과연 저 동생신혼집에 이혼하고 나와서 얹혀 살면 서영이 마음이 편할수있을까 싶었지만 그것마저도 아버지를 뭐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 행동 삼재말고도 다른 부모님도 많이 하시지 않나 싶어요.

  • .... 2013.02.10 14:16 신고

    자꾸 아버지때문에 불행했던 내 인생이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오네요. 아버지 때문에 잃은것이 많았겠지만 아버지때문에 얻게 된 것이 과연 상처뿐이었을까..그런 생각도 들거든요..그리고 이 포스트를 보니까 서영이가 다시 나타난 아버지앞에서 한 말들이 이해가 되네요. 근데..아버지도 불쌍해요. 서영이에게 용서를 강요할수는 없지만요..더군다나 삼재는 사랑을 베풀었어야 했을 책임이 있는 부모님 입장이었고 서영이는 사랑을 받고 자랐어야 할 자식 입장이니 더더욱 용서하기 힘들거에요.


명시된 작품은 모두 2012년 안에 방영하여 이미 종료된 작품을 기준으로 합니다. 최고의 배우. 인상적인 배우와 극을 달리는 최악의 배우 역시 생각해두지 않은 것은 아니나 너무 잔인한 줄 세우기 같아서 그만두었습니다. 너무했던 드라마는 사실상 최고의 드라마와 쌍방을 잇는 '최악의 드라마'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악의 드라마라는 말이 너무 고압적인 느낌이 들어 보다 부드러운 어감으로 바꿔보았습니다.

 

최고의 배우/최고의 드라마는 이름 그대로의 의미고 인상적인 배우는 칸 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정도의 어감으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아쉬웠던 드라마는 최고의 드라마의 반열에 오를뻔했으나 (제 기준으로) 마무리가 허술했거나 어떤 사건 때문에 그 정점까지는 찍지 못했던 제 개인적인, 아쉬운 작품들을 뜻합니다.

 

 


2012년 드라마, 내 멋대로 어워드!!!

 

 

 

2012년 최고의 드라마 BEST 3

 


추적자,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응답하라 1997

 

 

올 한해의 드라마를 정리하며 최고의 자리에서 추적자의 이름을 제외하는 것은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한 소녀의 죽음을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뛰어넘어 정치적 이념으로까지 바라보게 했던 올해 최고의 드라마. 적어도 추적자가 있어서 2012년의 안방극장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해를 품은 달과 더불어 2012년 최고의 화제성을 기록했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 KBS 주말 홈드라마의 고질적인 고부갈등 소재의 패턴을 역방향으로 뒤집어 보게 했던 이 드라마의 미덕은 수면 아래의 시시콜콜한 시월드의 문제점을 상기시키고 토론하게 해주었다는 점.

 

응답하라 1997은 하이틴 로맨스물이 아니다. 1997년대라는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편의가 마지막으로 공존하던 시절의 기록을 담은 역사물이자 시대극이다.

 

 

 

2012년 최고의 배우 BEST 5

 

 

추적자 - 손현주
골든타임 - 이성민
적도의 남자 - 엄태웅
울랄라부부 - 신현준
그대 없인 못살아 - 김해숙

 

드라마 추적자의 3TOP.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 세 명의 연기 지존들 가운데 누구 하나를 우월하다 말하기도 곤란한 부분이다. 더욱이 극이 진행될수록 안티 히어로라 느껴지는 강동윤의 캐릭터에 넋이 빠져 백홍석의 존재감을 다소 답답하다 느끼기도 했었지만 그것이 희열의 맛이건 패배의 맛이건 간에 추적자를 통해 얻었던 모든 카타르시스의 중심은 손현주가 중심을 잡고 이끌었던 백홍석의 '한'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파스타에서 그를 처음으로 발견했을 때는 그가 이 정도의 거물로 성장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성민이 골든타임에서 처음으로 드러낸 주연 배우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눈이 부셨을 정도. 역시 엄포스는 복수의 화신이라 느껴지게 했던 적도의 남자. 흔히 '동공 연기'라 불리는 그의 맹인 연기력은 새삼 드라마 첫 주연에 엄포스라는 별명을 얻은 그의 존재감을 인정하게 하여줄 정도였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존재감 이상으로 그리 완성도가 높지 않은 드라마를 혼신의 내공으로 살려낸 배우들의 열연 또한 적지 않았던 한해였다. 불륜 미화를 비롯한 도덕성을 의심하게 하는 전개로 비난을 들었던 울랄라부부였지만...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에서 김정은에 빙의된 자신을 연기하기 위해 김정은이 출연한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복습했다는 신현준의 연기는 사랑스러움의 극치였다. 물론 고수남으로 돌아갔을 때의 그를 바라보는 심정은 그야말로 때려주고 싶은 등짝이었어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극과 극의 감정을 나누게 했었지만. 올 한해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그대 없인 못살아. 막판엔 치매 홍보 드라마로 치솟는 이 드라마의 극단적인 전개 속에서도 김해숙의 연기만큼은 너무할 정도로 일품이었다.

 

 


2012년 인상적인 배우 BEST 5

 

 

착한남자 - 송중기
응답하라1997 - 서인국
각시탈 - 주원
빠담빠담 - 정우성
옥탑방 왕세자 - 박유천

 

유난히 인상적인 젊은 배우가 많았던 한해였기도 했었다. 사랑비에서 요것 봐라? 싶더니 응답하라 1997에서 본격 윤윤제 앓이를 하게 했던 서인국의 눈 가늘게 뜨고.. "만나지마까...? 강마루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강한 존재감으로 각인시키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연기력으로 호평을 자아내게 했던 착한남자 송중기의 연기와 어쩐지 영웅적 카리스마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던 주원의 혁명가적인 캐릭터 구현. 젊은 배우(?)는 아니지만 정우성이 이런 스타일의 연기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했었던 빠담빠담의 정우성. 박유천을 진짜 배우로 키워냈던 옥탑방 왕세자.

 

 


2012년 너무했던 드라마 Worst 3

 

 

부탁해요 캡틴

패션왕

 

 


2012년 아쉬웠던 드라마

 

 

적도의 남자
해를 품은 달

 

적도의 남자는 후반부의 마무리만 아니었다면 올 한해 최고의 드라마로 기억될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해를 품은 달은 올 한해 체감 인기가 가장 높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억의 작품이지만 성인 배우의 연기력 논란을 비롯한 최악의 어울림이라는 야유등이 인기 이상의 불편을 이끌었던 드라마였다.

 

 


2012년 안방극장 최고의 미소녀

 

 

해를 품은 달 - 김유정, 이연희


2012년 안방극장 최고의 미소년

 

 

착한남자 - 송중기


2012년 안방극장 최고의 친근한 배우

 

총각네 야채가게. 무신. 러브 어게인. 추적자. 각시탈. 다섯 손가락 - 전노민


2012년 최고의 영상미

 

 

사랑비

 

 

 

2012년 최고의 연출 BEST 3

 

적도의 남자
골든타임
 

적도의 남자는 후반부에 너무 지나치게 망가져 버리는 바람에 BEST에 이름을 올리기엔 머쓱한 면이 있으나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영화 같은 카메라 앵글의 구도 구현은 인상적인 장면을 많이 남겨두었다.

 


2012년 최고의 각본 BEST 3

 

추적자
응답하라 1997
넝쿨째 굴러온 당신

 

최고의 드라마와 동일. 역시 드라마는 '작가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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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4

  • 제가 못 본 드라마도 좀 있네요^^*

  • 2012.12.19 08:28

    비밀댓글입니다

  • 극본으로 따지자면 [인현왕후의 남자]도 무척 좋았지요.
    연기력 검증이 안 된(오히려 발연기라 자주 까였던) 배우들을 가지고
    이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낸 것은 연출가의 연기지도의 힘도 컸겠으나
    영리하게 빠진 극본의 힘이 8할은 되었지 싶었습니다.

    • 그렇지않아도 글을 쓰면서 인현왕후의 남자도 잠깐 생각했었어요. 상반기에 방영해서 다소 잊혀진 감이 있지만 이 작품도 참 괜찮았었죠.

드라마처럼 편하게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는 예술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매회 긍정적인 감정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실소와 실망과 분노를 단 몇 분 내에 느끼게 하는 것 또한 드라마의 편의성 때문이다. 그것은 때로 실소가 나올 만큼 어처구니없이 미흡한 전개 방식이라거나 제대로 수습하지도 못하고 끝내버린 미온적인 결말들과 작가의 도덕관념을 의심하게 해볼 만큼의 자극적인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 올해의 마무리를 정리하며 재미 삼아 완성해보려 했던 2012 내 멋대로 드라마 어워드. 그중 하나의 파트로 올려두려 했던 2012 드라마 최악의 순간이 예상보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여 따로 작성해 본다. 2012 드라마 최악의 순간 WORST 5!!!

 

 

 

5위. 드라마 속 충격적인 아동학대 현장들. "문 열어. 집 앞이야."

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 어린아이를 협박하는 사가영(황인영 분)

 

2012년의 일일드라마는 역시 패턴으로 굳어진 막장드라마의 틀을 깨진 못하였다. 더욱이 자극적인 전개를 위해 유독 희생당하는 아이들의 폭력이 두드러져 불쾌했던 한해였기도 했다. 미성년자 성폭행 논란을 일으켰던 드라마 '보고 싶다'는 비록 장면 자체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이었으나 이후 성폭행 피해자의 아픔을 결코 가볍지 않은 터치로 그려내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에 반해 그 밖의 드라마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로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자극적 소재로 쓰여질 뿐이었다.

 

 

 

특히 누가 누가 더 불쾌한가 내기를 하고 있는 듯한 일일드라마와 주말극의 막장 패턴은 나날이 심해져 가장 효과적으로 어른의 시선을 잡아둘 수 있는 아동학대를 전면적으로 드라마의 소스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드라마 속 아동들은 뺨을 맞는 것은 기본이고 폭력과 살해 위협, 따돌림 등의 자극적인 장면으로 희생되어야만 했다. 그중에서도 일일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에서 보여준 사가영의 협박신은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불쾌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이었다.

 

 

 

불륜녀 사가영이 전처의 아이를 결혼의 유리한 도구로 이용하기 위하여 혼자 남아 떨고 있는 아이를 협박하여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불쾌함의 극치였는데 특히 저도 모르게 지금 혼자 있다고 알리게 되어버린 아이에게 비소를 내보이며 "...그럼 지금 집에 아무도 없는 거지?"라고 교활한 계산을 하는 사가영의 얼굴은 어른인 필자마저도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때론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해야 하는 순간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활한 어른의 책략 때문에 어린아이들마저 이용당하는 일은 없어지길 바랄 뿐이다.

 

 

 

 

4위. 신현준의 열연으로도 덮을 수 없었던 분노

드라마 <울랄라부부> 나여옥(김정은 분)의 몸으로 돌아와 낙태 당하는 나여옥

 

낙태 '당했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녀에겐 몰인정하기 짝이 없는 운명이었다. 애초에 아내의 임신을 '발목 잡혔다'라고 생각하는 고수남(신현준 분)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끝으로 가선 불륜의 정점마저 찍어버리는 나쁜 남편의 일방적인 폭력을 당했던 나여옥을 '영혼체인지'라는 구색 맞추기에 끼워넣고 함께 벌을 받게 했다는 것부터가 이 드라마의 피할 수 없는 모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억울한 모순을 뛰어넘어 심지어 드라마 속에서 고수남이 당해야 할 모든 형벌을 나여옥 혼자 짊어지게 하는 최악의 결단을 내려버리는데 그나마 아내의 몸으로 출산이라는 생명 탄생의 고통을 느끼며 철이 좀 들까 싶었던 고수남은 결정적인 순간에 영혼이 되돌아와 낙태의 고통마저도 아내 나여옥 혼자 감당해야 하는 최악의 넌센스를 선사하게 된다.

 

 

 

 

3위. 열린 결말 금지법이 절실해진 순간
드라마 <빅>의 뻑하면 '열린 결말'

 

열린결말이란 작가가 드라마의 결말을 명확히 결론 내리지 않고 시청자에게 유추하게 하는 방식이다. 주인공의 생사는 물론이오 결국 누구를 사랑한 것이냐를 의논하게 하는 드라마 속 열린 결말은 영화 '첨밀밀' 이후로 마치 유행처럼 퍼진 한국 드라마의 전염병이 되어버렸다. 물론 더 큰 해석을 시청자 나름의 추리력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은 때론 더 많은 여운을 남기게 하는 좋은 선물이 되기도 하지만 문제는 이전에 벌여놓은 수습 못 한 전개들을 시청자의 상상으로 맡겨버리는 무책임한 작가들의 변명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 빅은 성인남성과 고등학생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판타지와 약혼자와 제자를 선택해야 하는 삼각관계의 갈등을 작가 자신이 수습하지 않고 시청자의 상상으로 맡겨버리는 무책임한 '열린결말'을 책정해 시청자의 원성을 낳았다. 필자는 열린 결말의 2대 최악으로 불리는 '파리의 연인'이나 심지어 '지붕 뚫고 하이킥'의 잿빛 카페베네 엔딩마저도 만족해하는 열린 감성의 소유자지만 이 결말만큼은 열린 결말의 여운보다는 작가가 수습 못 한 뒷감당을 시청자에게 떠넘긴다는 불쾌한 추측만을 남길 뿐이었다.

 

 

 

2위. 북극곰의 최후

드라마 <패션왕>의 충격적인 마무리

 

패션왕은 2012년 필자 최악의 드라마 3TOP를 장식하는 작품이자 가장 아쉬운 캐스팅 1위를 결론짓는 대작이다. 이 드라마의 아쉽고 아까운 부분이야 밤이 새도록 열거해도 부족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통탄에 마지않는 부분은 특히 충무로와 안방극장을 오가는 세 명의 젊은 기대주- 유아인과 이제훈 신세경을 한 작품에 불러들이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호구왕 정재혁(이제훈 분) 2012 최악의 캔디 이가영(신세경 분) 현실 부적응자 강영걸(유아인 분) 불행 중 다행 최안나(유리 분)등이 각자의 고유 매력을 드러내기는커녕 오히려 아쉬움만 남기는 최악의 선택으로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특히 드라마의 주인공 중에서도 주인공이라고 부를만한 비중의 강영걸의 최후는 불편함을 넘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특히 커다란 야외 풀 안에서 하얀 모피 코트를 입고 이가영과 전화 도중 총살당하는 그의 유치한 죽음은 "강영걸 불쌍해"가 아닌 유아인이 무얼 그리 잘못했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충격적인 마무리를 재현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나 두 작품에서 받는 시청자의 감동은 극과 극이었다.

 

 

 

1위. 이니셜로 뿌린 사랑 "KKJ를 사랑합니다!"

드라마 <빅> 황당무계의 극치를 이루는

 

부탁해요 캡틴. 패션왕에 더불어 2012년 3대 어처구니 중 원톱을 차지할만한 황당무계 드라마 <빅> 성인 남성과 고등학생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흥미로운 소재에도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성인남녀는 물론이오 꼬맹이들마저 유치하다고 느낄만한 비정상적인 전개 때문이었다. 특히 영혼이 뒤바뀐 약혼자와 제자 사이를 두고 갈등을 하는 여교사의 모습은 감동은커녕 전교조에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시큰둥한 감상만 내뱉게 했었다.

 

제자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수렁 속을 헤매던 그녀가 거지꼴이 되어 어른들 앞에 나타나 "저는 KKJ를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그야말로 오글거림의 극치. 아무리 감성의 연령층을 낮춘다 해도 맞출 수 없는 유치함이었다.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합니다도 아닌 KKJ를 사랑합니다라고 그것도 어른들 앞에서 선서하는 길다란(이민정 분)의 모습은 그야말로 봐줄 수가 없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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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개념이 드물었던 우리나라에 무려 13년 전 첫 포문을 열었던 드라마가 네 번씩이나 공중파에서 방영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놀라운 일이다. 흔한 말로 일본의 학원물 드라마, 고쿠센도 3시즌까지가 최선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등장인물과 캐릭터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매회 바뀌는 학교 시리즈를 기존의 시즌제 드라마의 개념이라 우기는 것은 억지에 가까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학교 시리즈를 세는 뉘앙스는 시즌이 아니라 몇 탄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그리고 2012년 학교시리즈는 다시 부활했다. 학교2013이라는 반갑고 신선한 이름을 달고.

 

 

 

드라마 학교 시리즈는 1999년 2월 말에 포문을 열었던 1탄을 시작으로 2002년 3월 말에 마감한 학교4를 끝으로 종영되었다.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는 법이겠지만 무려 네 편을 걸쳐 한 드라마가 같은 포맷으로 방영되었다는 것은 분명 그만큼의 매리트가 있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것도 한정된 연령층을 대상으로 만든 이 학원물 드라마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연속적인 시리즈 드라마로 이어졌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기록이라 아니 말할 수 없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캐스팅이 가능했을까, 제작진을 그저 황금을 투시하는 신기에 가까운 눈을 가지고 있다고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라이징 스타들의 활약과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인기 작가의 궤도에 오른 진수완 작가와 부활, 마왕을 통해 마니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지우 작가의 날카로운 사회 고발과 신선한 캐릭터 창출 능력은 언타이틀의 주제곡 '학교'의 종소리와 더불어 매회 하이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천재성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이 드라마의 오프닝 타이틀을 담당한 언타이틀의 유건형은 현재 싸이 매직을 일으킨 강남 신드롬의 작곡가다.)

 

 

 

문제는 짐짓 평범하게만 보였던 이 하이틴물이 가진 이 정도의 성공의 아우라와 천재성을 감추고 있었던 작품이라는 것을 상기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십여 년 만에 돌아온 학교5에 대한 기대치는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 시리즈가 2012년 부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대중의 반응은 대체로 그러했다. "학교 만들면 뭐하겠노. 아이돌이나 나오겠제." 제작진은 이런 대중의 반응을 익히 알고 있었다는 듯 우리 드라마에서 아이돌 안 씁니다-! 라는 대대적인 선언까지 하며 하나둘 캐스팅을 터뜨렸지만 이미 이전의 학교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잠재된 스타의 가능성을 되새기는 시청자들에게 마음에 찰리가 없는 캐스팅이었다.

 

분명 드라마 학교 시리즈가 방영될 무렵의 조인성이나 장혁 배두나와 같은 인물들이 스타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대중들은 이미 스타가 된 그들의 화려함을 당시의 캐스팅과 동일 선상의 기대치로 바라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정말 조인성, 장혁, 김래원, 배두나, 임수정 정도의 캐스팅을 갖추거나. 아니면 그들만큼의 십 년 뒤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라이징 스타를 발굴해오던가. 하지만 지금의 제작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자의 가능성에 맞춘 스타들은 비중을 나누어 갖는 이런 부류의 학원물에 출연하지 않을 것이고 후자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인물을 발굴하기엔 스폰서와 기획사의 알력 다툼을 무시할 수 없는 제작 환경으로 바뀌어버린 지 오래다. 결국 지금의 드라마 시스템에서 정상적인 학교 시리즈를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학교 5의 캐스팅은 밋밋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돌을 쓰지 않고 연기력만을 중점으로 보겠다는 발표를 했던 것과 달리 사실 공개된 캐스팅의 대부분은 이미 연기 논란이 있었거나 작품 속에서 그리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신인 배우와 아이돌 그리고 모델 출신의 캐스팅이 대부분이다. 벌써 십 년도 더 전의 하이틴 드라마가 지금까지도 대단한 작품으로 대중의 기억 속에 회자 되는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인재의 발굴'이라는 미덕이었다. 작품 하나로 신데렐라가 되었다는 거창한 존재감보다도 이 작품을 발판으로 숨어있는 인재들이 발견되고 재평가된다는 사실이 드라마 학교의 가치를 높여주는 품격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실제 '학교'가 상징하는 미래의 꿈나무를 키워내는 공간이라는 이미지와도 들어맞았다. 이런 기대치를 갖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캐스팅은 무언가 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회에 목마른 미래의 스타들에게 기회의 발판이 되어야 할 학교의 역할이 너무 쉽게 기회를 갖거나 아니면 이미 너무 많은 기회를 갖고도 그만큼의 만족도를 보여주지 못했던 캐스팅의 구성원으로 변질 되어 버렸다. 이런 캐스팅으로는 학교의 역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무언가 변칙 같은 학교 시리즈의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학교5를 기다린다. 그것은 실망스러움의 연속인 학생들의 캐스팅과 달리 또 다른 구성원의 캐스팅, 바로 선생님으로 맞추어진 포커스 때문이다. 학교5의 캐스팅에서 기대하는 것은 미래의 장혁이나 조인성, 배두나가 아니다. 이미 학교의 발판이 필요하지 않은 스타로 성장해버린 인물, 장나라의 캐스팅은 드라마 학교가 지향해오던 상징성마저도 바꾸어버렸다. 학교5의 주인공이 학생이 아닌 교사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세기말에서 2000년대 초반은 불쑥 튀어나온 신세대의 존재감이 그야말로 최대치로 가시화되던 순간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이들은 어른들을 부정하려 들었다. 개성을 억압하는 두발 자율화와 교복에 반기를 들어 기성세대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가장 컸던 것도 이 시기였고 보다 깊은 철학으로 입시 경쟁의 지옥을 비난하는 어린 열정이 들끓었다. 허나 어른들은 이런 신세대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했다. 배움에 목마른 학창시절을 보냈던 어른들에게 배우기 싫다고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사치일 뿐이었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아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각종 창작물로 쏟아져 나왔다. 당시 아이돌이 거의 패턴처럼 반복했던 사회 비판 가사를 담은 노래 또한 청소년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60년대, 어른들이 히피에 미친 것처럼 세기말의 아이들은 아이돌의 사회 비판 가사에 포효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때까지는 적어도 타협점이라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지금의 아이들은 기성세대를 비판할 의지마저도 잃었다. 학생이 교사의 뺨을 때리고 학부모는 교실에 쳐들어와 아우성을 치며 여교사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교권 추락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거의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는 판국이다. 학생들은 교사를 존중하지 않고 학교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기성세대와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반항 자체도 무색해져 버린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과연 '학교'라는 드라마의 상징성이 여전히 유효할까? 학교5는 그 해답을 장나라로 꺼내 놓는다. 학생에게만 주어졌던 학교 시리즈의 발언권을 이제 교사에게로 돌려버렸던 것이다. 학생이 학교를 고발한다면 학교 또한 학생을 고발할 수도 있다. 그것은 또한 의무고 교육의 책임감이다.

 

 

 

장나라는 이 드라마에서 기간제 교사 5년 차의 '정쌤'으로 등장한다. 겁이 많아 속으로 꽁하면서도 울컥 저지르고 본다는 장나라의 기본 프로필은 몇 줄 안되는 설명만으로도 학생들에게 그리 존경을 받지 못하는 여린 마음의 교사로 등장할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아마 장나라는 이 드라마에서 많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더이상 학교의 약자는 학생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소위 만만한 이미지의 여리여리한 얼굴과 학생들에게 얻어맞으면서도 결코 그들을 포기하지 않을 건전한 약자로서의 이미지에 장나라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최대치다. 이것은 드라마 학교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다.

 

 

 

이런 장나라와 호흡을 맞추는 또 다른 선생의 캐스팅이 다름 아닌 최다니엘이라는 사실과 장나라의 캐스팅과는 극과 극을 달리는 정 반대 성향의 프로필 또한 학교를 기대하게 하는 두 번째 이유가 되어버렸다.

 

 

 

이미 장나라와 최다니엘은 드라마 동안미녀에서 한치의 어색함도 찾아볼 수 없는 리얼한 연기로 소박한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소화한 경험이 있는데 이 좋은 궁합의 두 배우가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또 한편의 역사를 만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닌가.

 

 

 

더군다나 지방 사범대 출신으로 임용고시를 실패한 기간제 교사로 등장하는 장나라의 우울과 극을 이루는 서울대 국교과 출신의 강남 최고의 학원 원장이었다는 최다니엘 교사의 화려한 이력은 드라마의 흥미 요소를 주도하는 가장 큰 볼거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단순한 커리어 뿐만이 아니라 그럼에도 학교는 아이들에게 맷집을 키워주는 곳이라는 꿈을 가진 선생님 장나라와 수강생은 받아도 '제자'는 사절이라는 교사 최다니엘의 상반된 의지는 흥미 요소를 뛰어넘은 드라마의 철학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학생은 스승을 바라지 않고 교사도 제자를 키워내길 원하지 않는다. 학교의 상징성을 그저 대학 합격을 위한 배출구로 남길 것이냐 아니면 아직까지도 학교를 스승과 제자가 존재하는 어떤 정서를 기대할 것인가. 이 위태로운 시기에 학교5가 등장한 이유, 그것은 곧 학교의 존재 가치의 이유로 설명되지 않을까. 그것이 내가 위태로운 드라마 학교2013을 기대하는 세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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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장나라 얼굴 좀 봐줘야지요.
    효영과 장나라 때문에 기대하는 중입니다. +_+

  • 우아 2012.12.06 02:04 신고

    우와 높은수준의 칼럼에 감탄하고 갑니다. 전 장나라씨 나와서 기다리다 보는거지만 드라마 보면서 요새 학생들 문제가 참..심각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상 주인공은 장나라 최다니엘 이종석 셋이되겠네요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가끔 묘하게 제작진의 공감대와 맞아떨어져 대충의 결말이나 숨겨진 비밀을 예측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착한남자가 바로 그랬습니다. 강마루가 죽는다 죽지 않는다의 의견이 분분했을 때 저는 이 드라마의 비극이 강마루의 죽음이 아닌 그의 기억 상실이라 예측했었기에 사실 표면적으로는 오늘의 결말이 그리 반전이라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그래도 이경희 작가니까 어느 정도의 비극적인 마무리로 결말을 짓지 않을까 싶었었는데 이것은 강마루를 조금도 울려버리지 않을 완벽한 해피엔딩이네요. 물론 이전의 리뷰에서 그분이 킬러가 아닌 다음에야 이토록 불행을 부채처럼 안고 살았던 강마루에게 죽음이라는 비극을 안겨줄 리 없다 예상했던 저였습니다만 이 정도로 이경희 작가가 강마루의 비극을 시청자 이상으로 못 견뎌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저였습니다.

 

 

 

착한남자의 마무리는 소란이 많은 등장인물이 차례대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그렇듯 그들의 마지막을 하나하나 갈무리하는 결말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화장을 지우지 않는 그녀 한재희는 오늘도 화장대 앞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아직도 강마루를 미미한 증오와 죄책감으로 갖지 못하는 서은기에게 그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음을 알립니다. 태산과 강마루를 양손에 쥐고 결코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못했던 그녀가 가장 유력한 라이벌 서은기에게 그와의 오해를 풀 수 있는 마법 같은 키워드를 알려주는 순간은 사랑은 받기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한재희가 처음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버리고 오로지 강마루만을 위한 최선의 희생을 감당해줬던 장면 같아 찡해지기까지 하더군요. 너와 나. 강마루에게 사랑은 헌신이라는 것을 배웠던 우리 두 사람이 그를 얼마나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는가.

 

드라마 속에서 한재희는 유독 화장하는 장면을 많이 비추는 캐릭터였지요. 그것은 마치 초코가 재식에게 수시로 밥상을 차려준 것처럼 이 캐릭터에게 필요한 고요한 의식과도 같았습니다. 아마 그것은 가면을 쓰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을 수시로 밀려오는 죄책감과 양심을 회피하기 위해서였겠지요. 사랑은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일 뿐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였던 그녀는 자신의 이런 잔혹한 행동이 두 남자를 파멸로 이끌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됩니다. 강마루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 안 변호사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은기를 죽이려 한다는 것. 한재희가 전화를 들어 안 변호사의 잘못마저도 자신의 죄였음을 고백하고 강마루의 6년 전 누명을 풀어주며 그를 해방한 것은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이 망가뜨린 두 남자의 인생에 대한 쥣값을 처음으로 치르려 하는 그녀의 마지막 양심이었겠지요.

 

 

 

강마루가 아프다는 소식에 그에 대한 주저함을 씻어내고 한달음에 강마루에게 달려가는 서은기가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더군요. 이렇게 쉬웠을 것을. 너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녀는 강마루의 병명을 차례로 떠올린 이후 그날 터널 안에서 투신하듯 던진 그날의 기억을 기억이 돌아오고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으로 되새기고는 감히 강마루의 병실 앞에 서서 그 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나가는 서은기는 그녀가 강마루에게 던졌던 그 비수 같은 응어리들을 되새겨 봅니다. 그것이 아픈 그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와닿는 고통이었을지. 내가 그에게 던진 그날의 상처가 처음으로 죄책감으로 다가와 꽂히는 충격에 서은기는 감히 강마루에게 용서를 빌지도 못했습니다.

 

"혹시 할 얘기 있으면 내일하면 안 될까?"

 

 

 

강마루는 미리 그녀가 해야할 말 그리고 그가 들어야 할 말인 그녀의 사과를 내일 말하자고 덮어 버립니다. 나도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많다는 마루에게 은기는 무언가 겁을 먹은 그리고 결심한 듯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죠. 이제 기억의 칼자루는 서은기에게서 강마루에게로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그에게 용서를 청하고 죄책감에 시달려야 할 대상은 바로 서은기 지산이 되어버린 셈이죠. 하지만 그 상처와 죄책감이 남아있는 이상 강마루가 그녀에게 다가서는 일이 꿈이었던 것처럼 서은기도 같은 절망을 반복할 것이 틀림 없었습니다. 강마루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서은기를 대신하여 안 변호사의 칼에 찔린 강마루. 그러나 그녀가 떠나는 순간까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았던 그의 마음. 강마루의 사랑은 서은기를 대신하여 칼에 찔린 그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혹여 또 한번의 죄책감을 갖게될 그녀의 상처마저도 보듬어 감싸주는 그것이 바로 강마루의 완성된 사랑이었죠.

 

 

 

서은기가 돌아가자 안심한 듯 비틀대던 그가 결국에는 쓰러져 마치 죽음을 예고하는 듯한 장면이 지나가고 6~7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바로 이노센트 모텔에서 연인을 대신한 그의 희생이 결국 앗아가 버린 6년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흐름이지요. 속죄 이후 성장하고 있는 사람들과 행복을 찾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마지막에 선물처럼 등장한 강마루의 목소리는 그토록 새드엔딩을 염려하던 시청자에게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주었습니다.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강마루는 통영의 보건소에서 일하는 의사 선생님이었고 서은기는 근처의 작은 베이커리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사장님이 되어있었습니다. 이경희 작가는 지난 몇 년의 이야기를 꼬마 환자의 질문으로 설명해주었고 생략된 이야기에서 정확한 상황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거나 두 사람은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강마루는 서은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시간이 흐른 후 그들에게 주어진 이야기였죠. 아이의 질문처럼 동네 사람들이 모두 거부한다는 맛없는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 서은기의 집을 매일 같이 드나들며 커피를 마시고 밥을 사 먹는 그는 "진짜로 맛있어서 묵는 깁니꺼?" 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강마루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은기가 물었다. 그때 터널에서 왜 자신의 차를 피하지 않았냐고. 은기에겐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난 그 이유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난 세상과 나 자신에 몹시 지쳐있었고 이번 생은 그냥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 세상에서 은기와 꼭 다시 만나 그땐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연애를 세상 사람 누구나 모두가 하는 평범한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렇게 신에게 기도했던 것 같다."

 

 

 

 

강마루의 이 서글픈 나레이션을 들으며 이 나레이션의 배치가 드라마 맨 처음으로 깔렸었다면 얼마나 멋진 마무리가 되어주었을까 싶어 조금은 아쉬움이 생겨나더군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이후 이어진 7년 뒤 기억을 잃은 강마루의 "그리고"로 시작하는 또 다른 나레이션의 마무리가 저 말과 그대로 이어지며 똑같은 말을 하나는 비극으로 그리고 또 하나는 희망으로 연출해내는 그 감동적인 장치에서 문득 어떤 만화에서 받았던 제게 가장 최고의 시작과 마무리라고 생각하는 결말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지요.

 

만화 '인어공주를 위하여'에서 여주인공의 친구 백장미는 줄곧 사랑하며 희생했던 남자를 결국 친구 이슬비에게 보내게 되는데 그 길었던 상처와 사랑을 하나의 에필로그로 정리하는 마무리는 그야말로 걸작의 그것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백장미는 "어린 시절 나는 인어공주 이야기를 좋아했다." 라는 나레이션을 걸며 한 사람을 사랑해서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지만 이런 그녀의 희생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웃 나라 공주님과 결혼을 하고 그를 죽여서 다리를 가질 수 있다는 언니들의 꼬임에도 결국 그를 찌르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떠올리며 미소를 짓곤 "...인어공주였다." 라고 마무리하는데 그때 받은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다음 세상에서 은기와 꼭 다시 만나 그땐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연애를 세상 사람 누구나 모두가 하는 평범한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렇게 신에게 기도했던 것 같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를 아는 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어떨 땐 그녀의 집 앞을 서성거려도 보고 어떨 땐 그녀의 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그녀의 아버지가 좋아하는 트로트를 외우고 바둑도 배우고 아무 음식이나 먹성 좋게 잘 먹는 방법도 배우고 어떨 땐 그녀가 좋아하는 팝 아티스트의 노래를 전부 외우고 어떨 땐 그녀가 자주 가는 장소에 가서 하루종일 그녀를 기다려보기도 하고...."

 

 

 

물론 착한남자가 이만큼의 수준이라고 말하기엔 그리 만듦새가 올곧지 못하여 다소 실망스러운 감이 있었지만 그 감성만큼은 다소 비슷한 향수를 상기시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강마루는 그의 나레이션이 말한 것처럼 그녀의 가게 앞을 서성거리고 그녀가 자리를 비우자 그녀가 지나갈 만한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는데 이전에는 오로지 그가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했던 그래서 절망에 가까웠던 그의 소망을 전혀 다른 장소와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기억으로 처음부터 하나하나 채워가는 추억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은 무언가 짜릿하기까지 하더군요.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리우면 그리웠다고 말하고 설레며 감사하며 그렇게 누구나 하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다고 기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다시 신에게 기도한다. 고맙습니다. 난 지금 행복합니다."

 

 

 

완전히 서은기를 잊어버린 듯했던 강마루가 느닷없이 준비했던 반지를 꺼내어주고 그것을 받아든 서은기가 울먹이는 얼굴로 강마루를 바라보면 이제서야 예전의 강마루로 돌아온 듯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마루에게서 툭 떨어진 "신에게 기도한다. 고맙습니다. 난 지금 행복합니다." 라는 한마디를 두고 결말을 예측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과연 강마루는 기억을 잃은 것인가. 아닌가. 저는 후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유심히 드라마를 살펴보신 분들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언제나 반복되었던 열아홉 번의 똑같은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가 이날 하루만큼은 미세하지만 아주 큰 변화로 바뀌어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착한남자의 오프닝은 이노센트라는 각인이 박힌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그것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강마루가 그 시계를 던져버리며 그의 절망에 가득한 얼굴과 눈물로 마무리되죠. 하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시계의 초침과 분침은 정확히 돌아가고 있었고 그로 인해 강마루의 절망은 미소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상징하는 의미는 그날 한재희를 위해 버렸던 이노센트 모텔에서의 6년을 기억을 잃어버리고 다시 태어난 지난 6년간으로 강마루는, 다시 시간을 되찾고 결백(Innocent)한 지난날로 돌아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가 언제나 되뇌었던 다음 세상에서 서은기를 만나 남들이 하는 평범한 사랑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던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마루는 그때 터널 안에서 그리고 대신 칼을 맞음으로써 서은기를 통해 두 번이나 맞이한 죽음을 그녀에게 죄책감으로 되묻지 않고 자신의 기억을 봉인시키며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던 것이죠. 그는 기억을 잃어버린 서은기가 되뇌인 내가 찾을 기억이 너의 비수가 될 것이라는 협박에 가까운 말을 절망으로 삼아 보냈던 몇 년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절망을 서은기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죠.

 

 

 

서은기가 협박으로 사용했던 그녀의 기억을 오히려 그에겐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 다시 그녀와 사랑을 시작하는 사랑의 매개체로 마무리한다는 사실은 마지막까지 강마루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증명하게 해주더군요.

 

 

사실 완성도가 높은 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마무리되는 사람들도 있었고 개연성을 따지고 들어가자면 SF 찍었냐? 라는 비아냥이 나오기 십상이죠. 하지만 신에게 바치는 기도를 언제나 이루지 못할 꿈으로 마무리하던 강마루가 처음으로 신에게 고맙습니다를 말하고 행복하다는 결론을 내린 순간 저는 조금 완성도가 무너지더라도 이런 결말이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마루를 비참하게 죽이고 새드엔딩으로 가는 비극적인 결말이 드라마의 비련을 살려 어쩌면 조금 더 묵직한 마무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떻게 이런 강마루의 소박해서 더 가슴 아픈 소원을 끝끝내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도저히 못 할 노릇이죠.

 

 

 

 

너무 격정적인 드라마였고 그에 비해 다소 만듦새가 떨어지는 아쉬운 요소들은 꽤 잘 만든 드라마임에도 저평가를 받게 하는 원인이 되어버렸고 이것을 억울하다 말할 수는 없을 테지만 내 이기를 계산하지 않고서는 사랑하기도 어려운 요즘의 시대에 사랑의 근원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파문을 주어 받은 이 드라마의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새로운 발견이었던 서은기역의 배우 문채원의 호연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정말 이 사람 아니면 어쩔뻔했나 하는 아찔한 순간을 수시로 구원해주었던 송중기의 대단한 연기는 이 드라마를 지탱해주었던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젊은 이도의 그렁그렁한 눈과 더불어 강마루의 그늘을 품은 쓸쓸하고 처연한 눈빛은 가끔씩 제 마음속에 떠올라 그의 안부를 궁금하게 할 것 같네요. 그가 행복해져서 다행입니다.

 

 

 

덧. 강마루와 서은기의 추억의 팝. 매켄지의 샌프란시스코. 그들은 과연 샌프란시스코를 찾았을까? 라고 던진 제 의문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전쟁도 없고 아픔도 없고 오로지 꽃을 준비하여 평화를 나누기만 하면 된다는 이 노래는 결말을 의미하는 하나의 복선이 맞았더군요. 강마루와 서은기가 찾은 그 어떤 거추장스러운 바리케이드도 기억의 상처도 남아있지 않은 새로운 공간인 언덕과 바다가 있는 바닷가 마을 통영. 샌프란시스코는 실제로 바다와 언덕으로 둘러싸인 항만 도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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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잘 읽고 추천 누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 마루에 뜻대로 산게 행복하네요 ㅎㅎ

  • fantavii 2012.11.16 10:18 신고

    감성적으로도 물론이지만 구성도 '상대적'으로는 충분히 잘됐다고 할 수 있죠.. 과거에야 더 명작 드라마도 많았지만 요즘에는 진행이 얼마나 훌륭하든간에 결말에 이르기까지 이정도 무리없는 드라마도 찾기 힘든듯 (다른데는 무리한 설정도 더많이 나오고)

  • 마루가 행복하게 끝나서 다행입니다!마지막까지 안타까웠는데.. ㅎㅎ 잘 읽고 갑니다!

  • tpgurakal 2012.11.17 11:52 신고

    송중기란 배우는 비주얼면에서도...연기면에서도..정말 완벽한 배우이지 싶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윤아 2012.11.26 11:53 신고

    역시...드라마를보는다른시점의눈..
    다시한번또다른드라마를보고가는거같아요
    감사합니다

 

-반성조차 아까운 남편 고수남, 이 남자의 후회가 불안하다

 

 

 

그날 병원을 나서던 나여옥은 나의 몸이 아닌 남편의 몸으로 돌아간 낯익은 실루엣을 발견하고 가장 먼저 이 병원에 입원한 사람중 '빅토리아' 라는 이름이 있는가를 궁금해했다. 아마 직원이 그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더라면 아직 나여옥은 고수남의 품에 남아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기어이 내연녀 빅토리아가 건강을 회복중인 병실을 찾아 다정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며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않았다. 여옥의 얼굴에는 몸이 돌아오고 처음으로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웃고 있었던 것이다. 내연녀의 실신에 충격을 받아 발작을 일으킨 남편 때문에 아이를 잃고 돌아오던 그 다음날이었다.

 

 

 

천식조차 반가워했던 나여옥의 반응처럼 거울부터 찾아들고 커다란 코를 가장 먼저 살펴보며 돌아왔어를 외치던 고수남은 한참만에 조금전까지 아내의 몸으로 가있었던 방에서 두 여자가 실신해있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도대체 저러는데도 안 짜르나? 싶을 만큼 부부가 쌍으로 무단 조퇴, 결근을 밥먹듯 해도 되는 회사이니만큼 고수남은 역시 무단 조퇴를 강행 자신의 품에서 잠들었던 두명의 여자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금 전까지 아내의 몸으로 가있었던 아파트를 다시금 찾는다. 실망을 넘어 절망 그 자체였던 남자 고수남에게서 더 이상의 실망스런 경험을 마주하게 될 일은 차마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순간 다급한 목소리로 문을 부딪히며 그가 외쳐 부르는 여자의 이름에 나는 그만 아연실색하고야 말았다. "빅토리아!"

 

 

 

다툼을 벌이는 아이를 두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라는 어른의 조언이 가능한 것은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그의 고충을 이해하고 싸움을 멈춰 화해를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친구였다면 악수를 나누고 연인이었다면 헤어지지 말기. 그리고 부부였다면 칼로 물을 베어내는 것만큼이나 한심한 짓이라는 것을 서로 인식하기. 하지만 나는 오늘 여옥의 어머니가 던진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데" 라는 한마디에 히스테리적인 짜증이 확하고 치솟아 올랐다. 때론 싸움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지 말아야하는 관계도 있다. 나여옥과 고수남은 바로 그런 관계다. 입장을 바꾸어 서로의 고충을 이해해보면서까지 인연을 지속해야할 의미가 없는 관계말이다. 이 커플은 억지로 맺어지는 것 자체가 폭력인 그런 관계다.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에서 내던진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아" 라는 메시지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다. 부부의 연을 관장한다는 월하노인은 몇백년간 모쏠이라더니 심사가 단단히 꼬여 상황 파악이 안되는 것인지 아니면 노망이 난것이 틀림 없었다. "당신은 배신이 습관인 것 같애" 전생에는 현 시대의 내연녀 빅토리아가 고수남의 아내였더랬다. 그는 그 시대에도 바람질을 했었다. 그 대상은 지금의 현 아내인 나여옥이다. 그는 차마 아내를 버릴 수 없다며 여옥을 버리고 빅토리아에게로 돌아가는데 그때 버려진 내연녀 나여옥이 너무나 애처롭다며 후생에서라도 부부의 연으로 묶어주고 싶어 억지로 맺어놓은 관계가 바로 고수남, 나여옥이라는 대를 이어온 불륜 관계인 것이다.

 

 

 

드라마도 일종의 예술이고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작가의 글놀림에 대해 딱히 간섭 따위 하고 싶지 않지만 최소한 상상력만큼은 풍부하더라도 가치관이 비정상적인 작가는 대중 작품으로 글을 내놓기엔 위험한 일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바로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였다. 이 드라마는 심지어 남편의 불륜녀와 아내의 영혼을 바꿔치기하여 입장 바꾸어 살아봐- 라는 넌센스를 던지는데 알고보니 불륜녀인 그녀는 그리 밉지도 않고 악의 따위 없는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만큼 지적이고 선량한 성품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당연히 이와 비교 되는 대상의 아내는 억척스럽고 보기만 해도 넌더리가 나는 불편한 여편네로 묘사 되어있었고. 가장 불편했던 것은 도대체 천벌 따위 받아야할 이유가 없는 아무 잘못이 없는 아내가 그것도 남편의 내연녀와 몸을 바꾸어치기 당하여 고생을 겪어야만 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남편인데 아무 죄도 없는 아내가 상대조차 하기 싫은 내연녀와 몸을 바꾸어치기까지 당하며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라는 형벌을 받아야만 하는가? 남편의 바람마저도 모두 너그럽게 받아들여야할 바보가 되지 못했음이 잘못이었나?

 

 

 

 

현재 울랄라부부의 집필가는 바로 이 돌아와요 순애씨를 쓴 작가이다. 그가 불륜에 대해 어떤 판타지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왜 자신의 가치관을 시청자에게까지 주입시키려하는 것인지 이쯤하면 불편해지기 시작할 정도다. 내연녀 빅토리아는 세상 다시 없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고 심지어 그녀는 과거의 애처로운 정실부인이었다는 설정마저 전생에 이어 후생에까지 대를 물린 바람질을 탐구하는 남편 고수남을 내세워 전생이건 후생이건 양쪽다 불륜녀와 관계를 맺는 인연으로 그려놓는다는 것이 황당할 따름이다. 가장 억울한 것은 폭력적인 남편에 희생 당하기만 했던 불쌍한 아내, 나여옥을 남편이 받아야할 천벌을 함께 받게끔 하는 가장 불쾌한 방식의 영혼체인지 때문이다. 도대체, 나여옥이 왜 그와 몸을 바꾸어서까지 그를 이해해야만 하는가.

 

 

 

애초에 이 드라마에서 영혼을 체인지 당하고 이른바 개고생을 해야만 했던 대상은 나여옥과 고수남이 아니라 차라리 고수남과 빅토리아여야만 했다. 정말 드라마에서처럼 부부의 연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것이 있어 그들의 인연을 독려해주고 싶었다면 나여옥의 이혼을 찬성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서야 겨우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려는 나여옥을 이놈의 월하노인은 기어이 붙잡아 영혼까지 바꿔치기하며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보라고 등 떠밀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영혼체인지로 인해 받은 상처와 고통의 몫은 오로지 나여옥 혼자만의 것이었다는 점이다.

 

 

 

난 도대체 그런 것 못해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고수남이 임신과 출산의 공포에 떨고 있을때 아, 저런 방식으로라도 아내의 입장을 이해해보라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것마저도 유산 당했음을 통보 받고 수술대 위에 올라 차가운 몸을 떨며 수술을 받고 홀로 그 독한 밤을 울음으로 지새우는 것을 나여옥 자신이 감당하게 만들어버린다. 그것도 심지어 남편이 내연녀를 다시금 찾은 그 현장을 목격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영혼체인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더러 그저 남성 작가의 거북한 간통 판타지를 아내의 희생으로 인해 완성시키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갔으니 당연히 두 사람의 인연을 묶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마음이 생길 정도로 고수남의 죄를 이해할 수 있는 설득력을 제시하고 싶다면 최소 영혼 체인지건 뭐건 그런 것은 고수남 혼자 당하고 몸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 치는 것도 절망에 빠져 우는 것도 고생을 너무 많이해서 피골이 상접한 모습도 모두 혼자 감당했어야만 했다. 개똥밭에 구를 정도의 몸과 마음을 개화 시킬 결정적 상황을 맞이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고수남은 고생을 너무 안했다. 심지어 그 조금의 고생마저 아내와 나눠 갖거나 아내가 훨씬 많이 가졌다. 그러니 느닷없이 튀어나온 고수남의 반성문이 반가울리가 없다.

 

 

 

 

이날 고수남은 빅토리아를 찾아나서고서야 비로소 아내의 안부를 떠올렸다. 실신한 빅토리아의 옆에 자신이 직접 겪은 천식의 통증으로 죽을 위기에 빠져 있었던 아내를 그는 한참후에 가서야 떠올렸던 것이다. 그래놓고서 갑자기 착한 남편 코스프레를 하며 나여옥의 이름을 외쳐부르는데 번거롭고 짜증스러울 뿐이다. 심지어 불안하기까지하다. 이 남자의 이런 갑작스런 반성문 때문에 나여옥의 인생이 또 한번 저당 잡히나 싶어서.

 

 

 

드라마가 십여회가 가까워지는 동안 단 한번도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아내를 이해하는 장면이나 아니면 나 자신도 몰랐던 아내를 향한 사랑이 꿈틀꿈틀 샘솟았다는 만화 같은 상상력조차 없이 그려졌던 남자 고수남이 느닷없이 아내를 그리워하고 그녀를 외쳐부르는데 왜 이다지도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이 치솟는 걸까. 그 모습이 조금도 고맙거나 안쓰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방을 싸들고 나온 아내를 찾아 선착장에 선 그의 모습을 보고 '제발 하지마!' 라고 소리를 질렀고 친구에게 울음을 터뜨리며 내가 잘못이었다고 고백하는 그를 보자 안타까움 보다는 증오의 감정만 치솟을 뿐이었다. 그리고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착해진 이 남자를. 갑작스레 반성문을 쓰고 있는 이 남자를. 기어이 여옥과 다시 맞붙이려는 작가의 시동 걸림인가.

 

 

 

현재 울랄라부부의 시청자 게시판은 나여옥과 그녀의 첫사랑 장현우를 이어주라는 시청자의 항의가 봇물치고 있다. 하루빨리 똥차 고수남을 발로 차버리고 장현우의 벤츠를 타라는 의견이 줄을 잇는 것이다. 이날 나여옥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결혼 이후 다 나은줄 알았던 천식이 당신의 바람질 현장을 목격하고 재발하더라고. 비록 영혼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몸이 본능적으로 위기 상황을 직감했던 것일까. 목숨을 위협할정도의 심각한 천식을 가진 아내의 병은 알고 있지도 못했던 그가 신장이 약한 내연녀의 병이 두려워 아내의 눈앞에서 충격을 주지 말라는 조언을 했었다. 나는 네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빅토리아의 손을 부여잡으며 아내와 떨어질 수 없는 이유는 임신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사랑해서가 아니라. 미안해서가 아니라.

 

 

 

이날 순해빠진 여옥이 그럼에도 내 잘못이라며 제대로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죄를 하며 떠나던 뒷모습을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끝끝내 예의로라도 한번 잡아보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몰래 적금까지 부어가며 빌라를 구입해놨다는 언니와의 헤어짐을 그저 밥할 사람이 없으니 해결하라고 외치는 되먹지 못한 시누이에 아이가 보는 앞에서 다시는 집 안에 들일 생각도 말라고 호통을 치는 시어머니. 도대체 영혼 체인지는 무엇을 위해, 누구의 회개를 위해 저지른 희생이었나.

 

 

 

여옥은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당신과 빅토리아가 침대에서 몸을 뒹굴던 모습보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내게 늘 가차없던 그 폭력적인 말버릇을 그 여자에게는 써먹지 않더라는거. 당신도 그렇게 고운 말투를 쓰며 달콤한 말을 속삭일 수 있는 남자였다는 사무친 자각. 영혼체인지를 하고도 막판까지 불륜녀의 건강을 염려하다 실신까지 했던 이 남자를 급기야 그것 때문에 아이를 유산시키기까지 했던 이 남자의 겨우 A4 한장도 되지 않을 반성문 같은 치졸한 마음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아내와 빅토리아가 동시에 실신했을때 "빅토리아!"의 이름을 먼저 외쳐부른 그 순간에 그에 대한 실금 같은 애정 마저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이제 그가 어떤 방식으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회개를 구한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나여옥이 아니라 시청자들까지도.

 

 

 

이 드라마의 원 시놉시스에는 심지어, 빅토리아의 신장을 나여옥의 몸으로 이식해준다는 터무니 없는 해프닝까지 담겨있었다고 하는데 점차 나여옥을 찾으며 그녀의 이름을 외쳐부르는 고수남의 반성이 결합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그 누가 날 너처럼 사랑해줄까. 누가 나처럼 널 사랑해. 천 번을 헤어진다고 해도 그 말 진심 아니라는거 알잖아. 딱 한 번 더 사랑을 믿어줄래 나를 한 번 더 받아줄래 내가 돌아갈 곳은 너뿐이야 내 남은 사랑 너에게 바칠게" 성시경의 감미로운 목소리마저도 두려울만큼 이 드라마의 결말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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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해 들어 가장 파격적인 캐스팅이 아니었을까요? 낯익은 얼굴이지만 누군가의 아역이라는 설명 외의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확히 새겨보지 못했던 시청자에겐, 평일 밤 골든 타임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를 한명도 아니고 무려 네명으로 꽉 채운 아역 배우들로 구성할지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표 인기 아역 배우라 말하는 "유승호, 이현우, 김유정"의 이름이 그들 사이에 끼어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예요. 어느 어느 작품에 출연하여 어느 어느 배우의 어린 날을 연기했다는 설명이 있고 나서야 "아~걔!" 할법한 친구들이 어엿하게 자신의 본명을 내걸고 수요일 심야 시간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사이를 파고들었습니다.

 

 

 

사실 초반엔 이 친구들로 이야기가 될까...? 싶어 약간 우려스러운 면이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토크쇼의 팔 할은 게스트의 퀄리티로 완성되는데 익숙하지만 아직 개인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이 어린 배우들을 놓고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거리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었죠. 하지만 그것은 제 기우에 불과했답니다. 라디오스타의 미덕은 "아하~ 걔!" 하는 게스트를 불러놓고도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니까요. 이날 미래의 라이징 스타들이 펼쳐 놓은 이야기보따리들은 상당히 즐거웠고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이날 출연한 친구들의 소개가 있어야겠군요. 먼저 완전한 사랑과 이산 등을 통하여 아이 같은 얼굴에 한계를 두지 않은 농익은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감탄을 자아낸 인기 아역 배우 박지빈을 비롯하여 아역이라기엔 성인 배우 뺨치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미모로 조숙한 캐릭터를 즐겨 맡았던 영화 여선생 여제자, 드라마 대장금의 이세영. 제빵왕 김탁구로 한방에 스타 배우 반열에 올라선 오재무. 그리고 열 편 이상의 사극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는 20살 최연소 사극 출연 최다 기록 보유자 '아역계의 최수종' 노영학이 만들어낸 자리였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패턴처럼 아역-성인역의 타임워프씬이 꼭 들어가고야 마는 사극으로의 비중이 잦은 그들이었기에 사극 분장을 하지 않으면 맨얼굴은 거의 익숙하지 않다는 라디오스타 엠시들의 애정 섞인 디스처럼 사실 사복을 입고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채 토크쇼를 이끌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윤종신의 말처럼 어쩐지 친근함이 느껴지는 이들과의 대화는 기존의 톱스타 게스트들에게서 느꼈던 동경 이전의 오만 호기심 이전의 빡센 느낌이 아닌 무언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되더군요. 드라마에서 언제나 성인 배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기에 항상 어린아이라고 느꼈던 그들의 앳된 얼굴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깊은 속내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것은 어른의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의 어른스러움이 있더군요.

 

 

 

특히 박지빈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제게 정말 땅콩 같은 시절에서부터 지켜봐 왔던 친구인지라 그 조그맣던 친구가 이제 또래의 여배우 김유정과 함께 신화 콘서트를 단둘이서 관람하러 갔다는 이야기는 다소 낯간지러우면서 신선한 충격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그 똘망똘망한 박지빈이 갑자기 쭉쭉 잡아 당긴 듯 불쑥 하고 자라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남성미가 느껴지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 "형 시대에는 여자친구랑 단둘이 콘서트 보러 가면 사귀는 거예요?" 라고 질문을 되받아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굉장히 이색적이더라고요.

 

 

 

초반 박지빈이 다소 예민해 보이는 얼굴로 "워낙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들이니까 다소 예민한 질문은 피해주셨으면..." 이라는 어른스러운 당부를 남긴 전력이 있기에 어쩌면 그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할지도 모를 앳된 얼굴에 갑자기 불쑥 자라나 버린 키에 대한 의혹은 라스 엠씨들이 피해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뜻밖에 그 질문을 대처하는 박지빈군의 태도가 상당히 성숙하고 침착해서 놀랐답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활동하고 커가는 성장 과정이 다 보이고 그러다 보니까 그랬기 때문에 더 익숙해 보이고 얼굴도 크게 안 달라지고 그런 것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요." 아. 세상에. 그 땅콩 같던 박지빈군이 이젠 어른의 목소리로 시청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던 아역배우의 핸디캡을 침착한 목소리로 열거하는데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더군요.

 

 

제빵왕 김탁구를 열연했던 오재무는 당시 엄마역의 윤유선이 잘못을 했던 자신을 혼내지도 않고 빵을 사주며 울먹였던 그 모습을 보고 엄마 마음을 안다고 대답했지만 그 연기를 할 때만 해도 너무 어린 나이라 탁구가 무엇을 '안다' 라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요.

 

 

 

 

"지금은 그 감정을 이해하겠어요?" 어쩐지 짠한 눈빛으로 물어보는 윤종신을 향해 이제서야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불쑥 커버린 폭풍 성장의 오재무를 보니 왜 이리 가슴이 짠해 오던지요. 배우 차인표는 박지빈을 두고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배우"라는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오재무는 이 이상의 감동을 대선배 전광렬이 전한 배우로서의 존중과 인정을 두고 느끼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의 인기가 있을지를 제작진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제빵왕 김탁구의 거대한 성공으로 드라마 중간에 부랴부랴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 자리를 장식한 것은 물론 성인 배우들뿐이었지만 전광렬은 이날 "재무의 공도 있으니까 함께하자" 라는 말로 그를 무대 위로 끌어 올렸다고 하는군요.

 

 

 

"정말 선생님의 공을 제 공도 있다고 말해주시는 게 그것만큼의 극찬도 없는 것 같습니다."

 

비록 어린 배우이지만 그들 또한 작품을 끌어나가는 원동력이고 힘이며 어엿한 하나의 배우라는 것을 전광렬이 인정해준 순간 그는 존경과 뿌듯함. 배우로서의 자신감까지 갖게 되었을 어린 날의 오재무는 비록 김탁구의 "안다"는 이해 못 해도 전광렬의 성품만큼은 이해할 수 있는 천상 배우였지요.

 

이제는 성인 배우가 아닌 드라마를 구성할 때에 아역 배우를 먼저 캐스팅하고 그에 어울리는 성인 배우를 찾기도 한다는 드라마 제작 환경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어린 얼굴로 자신들의 숙제만 마치고 나가면 끝이라는 미숙한 생각이 아닌 작품을 끝까지 지켜보며 성인 배우들의 연기를 관찰하고 심지어 시청률까지 분석하고 있는 놀라운 모습으로 하나의 완벽한 프로페셔널임을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워낙 아역계가 좁아 대부분의 아역이 경쟁 없이 친하게 지내지만 같은 드라마가 한 시기에 붙어서 싸움을 벌일 때는 농담 겸 진담으로 "살살 좀 해~" 라는 말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기도 한답니다. 성인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완벽히 분석하고 어른스러운 말로 연기력을 논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려니 생소하면서도 무척이나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라스 엠씨들이 툭 하고 던진 햄버거 떡밥을 덥석 베어 물고 "저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 버거 진짜 좋아해요. 어떻게 아셨지?" 라는 순진한 얼굴로 맞받아치는 박지빈의 얼굴과 햄버거 하나에 꺄르르 행복해하는 아역 배우들의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지만 그 밝은 모습과 달리 아역 스타로서 받는 고충도 만만치 않더군요. 어린 나이에 사회인이 되어 어른들과 같은 환경에서 그 이상의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프로페셔널로서 똑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이 예민한 감수성의 그들에겐 무척이나 곤욕스런 일일 테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드라마 바깥의 또 다른 사회에서 다른 친구들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나지 못한 그들이 받는 은근한 소외와 갈등 그리고 차별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지빈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고 검정고시를 치룬 상태라는데 그 이유를 연예인이 거의 활동을 하지 않다가 시험 때만 되면 학교에 불쑥 찾아가 친구들의 쑥덕댐을 듣는 것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친구들의 험담을 하고 싶진 않은 것인지 깊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다 담지 못한 말 속에서 티비 속에서 보이는 같은 아역들마저 동경하고 존경한다는 그의 화려한 위치와 달리 또 다른 세계에서는 그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큰 고통을 감당해야 했는지가 느껴지는 아픔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21살이라는 나이가 놀라운 이세영은 그보다 더 어린 시절 자신이 따돌림을 받는다는 사실조차 모를 만큼 은근한 외톨이로 지내야 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베스트프렌드라는 사람이 이세영의 안티 까페를 만들어 그녀를 공격했다는 사실인데요. "지금도 친하게 지내요?" 라는 엠씨들의 질문은 당연히 no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고 던진 말이었겠지만 이세영은 뜸을 들이며 화해는 했지만 "그 친구는 아직도 절 싫어해요" 라는 말을 하는데... 그 눈빛이 증오나 분노라기보다는 너무나 슬프고 애틋한 안타까움이 느껴져 어쩐지 마음이 메여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연예인의 신분으로서 연예인 아닌 친구를 사귀기란 그리 흔한 기회는 아니죠. 사회생활을 나누면서 사회인으로서 사귀게 되는 친구들은 대체로 이익을 도모하며 만나는 관계가 대부분이라 박지빈의 말처럼 진짜 친구는 학창시절에 거의 만들어짐에도 이세영은 가장 친해서 그리고 의지하고 있었을 친구가 직접 안티 까페를 개설하며 그녀를 험담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본 셈입니다. 얼마나 배신감이 크고 상처가 됐을까요. 그런데 그럼에도 그 아이는 아직도 저를 싫어해요...라는 말로 자신이 그 친구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 그 친구가 여전히 자기를 싫어한다는 치부를 털어놓는 이세영이 너무나 슬프고 안쓰럽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이것 이상으로 저를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던 이야기는 바로 연기 참 잘하는 배우 노영학의 대입 실패 원인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겸손하게 그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물어 밝혔지만 저는 화가 나다 못해 허탈한 심정까지 들더군요. 노영학은 비록 라스 초반 엠씨들이 장난을 걸정도로 유명한 이름의 익숙한 얼굴의 유명 아역 스타는 아닙니다. 노영학 자신도 '선망의 대상' 이라고 털어놓은 절친 이현우의 이야기를 14살 때 같은 작품으로 시작한 동기였지만 어느 순간 그 친구는 불쑥 성장해 한 작품에서 이현우는 주역 자신은 단역으로 출연해야 했던 아픔도 있었다는 고백을 담담히 이야기했던 그는 어쩐지 이날 라디오스타의 취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진정한 의미의 라이징 스타처럼 느껴지더군요.

 

 

 

잔뜩 멋을 부른 어깨 위의 커다란 숄이 어쩐지 촌스러우면서도 친근함을 자아냈던 노영학은 라스 초반 가장 낯선 얼굴이라며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엠씨들의 가장 찐덕한 눈빛을 받으며 본인의 분량을 완벽히 뽑아낼 만큼 대단한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어찌나 행동 하나하나 자신감이 넘치고 솔직하면서 그리고 또 겸손하고 사랑스럽던지. 의욕은 또 얼마나 넘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친구이던지.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가장 많은 사극 다역 출연으로 아역계의 최수종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는 그는 이제 고조선 시대만 연기하면 한국의 모든 사극 시대는 다 연기해본 셈이라는 말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였습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한 봉술 실력으로 "금빛 여우. 널 처단하겠다!" 와 같은 낯간지런 대사를 찐한 눈빛으로 2초 만에 감정 몰입하여 연기하는 그를 보니 과연 그의 대단한 연기력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수많은 사극 경력을 무색하지 않게 만들기 위하여 그는 수준급의 봉술을 익히고 어느 자리에서건 금방 감정을 잡고 연기를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던 것이었겠지요.

 

하지만 그의 이런 빛나는 노력과 재능을 대학 입시 관계자들은 전혀 알아보지 못하였던 모양입니다. 오히려 드라마 바깥의 세상이 그에 못지않은 충실함과 빛나는 커리어로 채워져 있었던 노영학은 중학교 때는 전교 10등 안에 들 정도의 수재에 부회장까지 맡은 경력의 화려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친구더군요. 그는 학교에서 받은 좋은 성적표마저도 연기자로서의 자신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연기자다 보니 암기력이 뛰어나고 특히 사극을 많이 출연하여 국사를 좋아하고 또 자신의 특기로 삼게 되었다나요. 전혀 다른 분야의 무대 바깥의 생활마저도 연기자의 매리트를 끼워 넣는 그는 얼마나 연기를 좋아하고 연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갖고 있는지가 잘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를 잘하고 또한 연기력까지 월등한 노영학을 연극영화과에서는 받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노영학이 떨어지면 도대체 누가 연극영화과를 가냐!" 고 수많은 네티즌들이 분개했다는 이야기에 저도 그 네티즌 중 한 명이었던 기억이 떠올라 또다시 슬며시 화가 나려고 하더군요. 이렇게 열정적인 배우를. 그리고 이렇게 잘하는 배우를. 도대체 왜 그들은 탈락시켰던 것일까요?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냈던" 이라고 자신의 우수한 성적을 겸손하게 말했던 노영학은 이 질문 또한 자신의 탓으로 돌릴 뿐이었지만 저는 그의 차분함과 달리 화를 삭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이제 이런 카메라 연기에 익숙하거든요. 이런 갇혀있는 연기에 익숙한데. 아무래도 거기에서 원한 연기는 무대연기예요. 전혀 종목이 다르거든요. 저희는 가만히 서서 연기하는데 어떻게 잘해 보일 수가 있어요? 저는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 친구들보다 못한 거예요."

 

아무리 분야가 다르다지만 같은 지원자 중에 노영학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주었으리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 지원자도 수두룩한데 이런 이유로 그가 탈락 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오디션에서 너는 지금 거짓으로 울고 있어. 그딴 식으로 연기하다가는 20살이 되어도 연기 못해. 라고 질러주었던 김진민 피디는 그럼에도 그의 연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를 포기하지 않고 두 시간 뒤에 다시 준비해서 와라는 기회를 주었다고 하죠. 결국 자기 자신도 뭘 몰라서 거짓으로 울었다던 노영학은 까페 화장실에 들어가 두 시간 동안 울기만 하고 김진민 피디를 납득시킬 진정성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아마 이날의 대입 관계자들은 노영학이라는 좋은 배우에게서 화려한 커리어로 무장된 스타성만 찾으려고 했지 다른 그 무언가를 발견하진 못했던 모양입니다.

 

 

 

"내가 억지로 또 만들려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봐주시지도 않잖아요. 보이는데로 볼 뿐이지. 그냥 요즘에도 그런걸 준비를 하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있고 그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쉽게 말하죠. 저 아이들은 한계가 있어. 어차피 아역 인생. 단역으로 끝날 아이들이야. 아무리 해도 뭘 어떻게 해봐도 어린아이로 보인다. 그 말들을 그들 또한 새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곡차곡 어른이 되어갈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이전에는 어째 성장의 단계를 가로막는 불운한 영광처럼 느껴졌던 아역 시절의 커리어를 그들은 이제 미래까지 준비하며 진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날 도약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 어른스러운 시선과 깊은 통찰력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라이징 스타. 어쩐지 그 장대한 역사의 서막을 영광스럽게도 함께 동참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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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um_help 2012.11.16 17:46 신고

    안녕하세요? 아하줌입니다.

    닥터콜 님의 포스트가 '낙타티오' 님의 추천으로 아하줌 최고의 지식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포스트는 아하줌( http://aha.zum.com/view/1lrQuT )에서 추천되었으며, 줌(http://zum.com)메인의 '아하! 최고의 지식' 줌앱에 11월 19일에 소개됩니다.

    (소개일자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누군가에게는 현재일지도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과거이거나 미래일지도 모를 하나의 공간을 서로 다른 시대의 사람이 함께 맞물려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타임리프 드라마, 신의. 시간을 건너온 미래의 사람 유은수와 고려 최고 무사 최영의 러브스토리 외의 이 드라마에서 중점으로 이끌어가는 중요 소재중 하나는 바로 킹메이커라는 공민왕과 최영의 미묘한 애증 관계죠.

 

이미 많은 영화와 소설 속의 영감이 되고있는 킹메이커라는 주제는 권력자의 선정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돌이켜볼때 고려말 공민왕의 임기 초반을 새로운 군주의 도약이라는 거대한 소재 위에 올려놓는 것이 과연 어울리는 시기일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더군요. 원나라의 보호를 가장한 억압 가운데 주권을 잡지 못한 암울한 시기의 고려말을 공민왕은 스스로 원나라의 의복을 벗으며 반원개혁정치를 이끌어갔던 개혁정치의 산증인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며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비련의 왕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의 정치로서도 그리고 로맨스로서도 창작자의 영감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가 많은 인물이죠.

 

 

 

하지만 킹메이커라는 한 사람을 군주로 이끌어가는 혁신적인 스토리에는 필연적으로 사건을 착착 해결하고 눈앞의 바리게이트를 하나씩 제거해내가는 통쾌한맛이 있어야 하는데 공민왕의 임기 일년 시절을 이런 느낌으로 즐기기에는 시대가 너무나 암울하고 위태롭습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슬로건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드라마가 되어야하거늘 역사를 왜곡시키기 이전에는 공민왕의 말년은 너무나 암울하고 비참했었죠. 이미 실패한 역사를 킹메이커라는 도약적인 스토리로 이끌어나간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송지나 작가는 특이하게도 그중에서도 가장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공민왕의 임기 1년 시절을 기반으로 점차 주권을 잡는 왕이 되어가는 그의 발자욱을 남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걸음은 너무나 더디고 안쓰럽습니다. 하나를 일으켜 세우면 또 하나가 무너지고 그것을 수습하려 하면 또 내부에서 무언가 사단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제 겨우 마음을 붙잡았다 생각했던 내부에서 터져나온 사단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갖게된 최영인데 그가 여자 때문에 공민왕을 또 다시 버리려하나요.

 

 

 

지금 벌려진 판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는데 송지나 작가가 또 끼워넣은 난제, 공민왕의 얼굴 조차 처음 뵙는다는 숙부 덕흥군의 활약으로 드라마의 히스테릭함이 날이 갈수록 피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등장 초반은 그저 다소 야욕 따윈 품지도 않은 한량의 느낌을 피워대더니 감히 덕성부원군도 저지르지 못할 파격적인 모략질로 극의 긴장감을 극도로 불태우고 있죠. 그 잔혹한 기철마저도 감히 손을 대지 못했던 인물이 바로 은수였습니다.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는 이색적인 컨셉으로 미래를 두려워하는 그가 그녀를 붙잡고 싶어하는 마음과 열애 감정 비슷한 묘한 감정에 휩싸여 은수를 괴롭히지 못하는 기철은 막상 그녀를 붙잡아둔다 하면서도 묘하게 그녀에게 휘둘리고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기도 했었던 인물이죠. 유은수의 존재 자체가 최영은 물론 기철의 핸디캡으로 놓여있기도 했던 장치였던 셈이죠. 은수 자신도 그것을 잘 알기에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고 기철을 협박하는 장면을 몇번이고 보여주기도 했었구요.

 

 

 

하지만 덕흥군은 다릅니다. 그는 기철과 달리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은수를 연모하는 감정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앞날에 방해가 된다면 가차없이 해치워 버려도 아무런 가책을 받지 않는 제3의 이단아입니다. 그는 기철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할 방식으로 공민과 최영의 관계를 위협합니다. 바로 은수에게 무의식적으로 독을 먹이게 하는 방법으로 그녀를 중독 상태로 만든뒤 그가 가진 해독제와 공민왕의 옥새를 교환하자는 도발적인 처세술을 펼치게 되죠.

 

최영은 그간 공민왕과 유은수의 관계를 두고 신하로서의 충절과 연민의 감정 때문에 잦은 의견 충돌을 일으켜 왔습니다. 물론 그것은 공민의 명을 받아 아무런 인연도 없었어야할 고려의 시대로 끌려와 갖은 고충을 다 겪고 있는 은수에게 남겨둔 빚으로 인한 가책이 만든 망설임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제 막 몽글몽글 솟아오른 연인으로서의 애정의 감정 또한 그에게 은수를 소중한 사람으로 붙들어 두고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그간 공민왕과 유은수의 관계는 마치 최영에게 삼각관계를 펼치는 듯한 미묘한 애증의 삼각 고리를 그려오고 있었는데요. 드라마 초반 "나를 싫어하죠? 처음부터 나를 싫어했죠? 왜 그러는 겁니까? 내가 그대의 왕인데." 라는 질문으로 최영의 미묘한 감정을 건드려버린 공민왕의 모습은 이전부터 지금까지 신하를 대하는 왕의 모습이 아닌 마치 토라진 연인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선전포고로 느껴질 정도였죠.

 

하지만 이런 공민왕 역시 최영의 은수를 향한 각별한 마음과 빚을 알고 있기에 심지어 은수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버릴수도 있는 최영의 연정을 쉽사리 내팽개치거나 억누르지 않고 그의 마음을 존중하고 배려해왔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녀를 원하는 덕성부원군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녀를 지켜두고 있었던 것. 그리고 이런 그녀와 한밤중 야반도주를 하며 법을 어긴 최영을 향해 농담까지 던지며 그의 신의를 믿었던 것도 그가 최영을 너무나도 믿고 총애하고 있다는 증거이겠죠. 내가 그녀를 버린다면 당신이 나를 버리겠죠.. 왕의 입으로 신하에게 이런 말을 던질 정도로 그가 최영을 아끼는 마음은 각별한 것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최영 역시 지난 시절의 애증을 반추하며 공민왕의 자리에 절을 올리고 자신의 목숨을 내어걸곤 덕성부원군을 처리하러 갔을 정도로 그와의 신의를 지키기 위한 충절을 바치는 진심을 보여주었고 그래서 저는 충절과 연심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덕흥군의 모략에 오랜 고민을 기울일지라도 최소 그의 왕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다른 선택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어쩐 일인가요. 최영은 아무런 고민이나 망설임도 없이 호위 무사들을 물리치고 쫓기는 몸으로 궁 안으로 들어서 산책중인 공민왕 앞에 서서 옥새를 달라 청을 올립니다.

 

 

 

"어보... 내 옥새 말이오...?"

 

지난 회차에서 "옥새라..?" 라고 갸웃대는 공민왕의 목소리가 이색적이었는데 그것은 지금의 큰 전개를 위한 그의 목소리가 만든 복선이었을까요. 순간 할말을 잊을 정도로 멍해있었던 공민왕은 한숨을 쉬며 애써 화를 삭이고 "이보게. 최영. 옥새를 내어달라는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이러는게요..." 라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왕에게 신하가 감히 옥새를 내어달라는 어마무지한 요구를 요청 받으면서도 "이보게 최영" 이라는 설득하는 어투로 화를 가라앉히고 최대한 부드럽게 그와 대화를 진행하려는 공민왕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최영을 아끼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죠. 아마 그가 내뱉은 한숨 섞인 조소 속에는 여자 하나 때문에 나마저 버리려 하는구나... 싶은 그를 향한 비탄이 숨겨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류덕환의 깔끔한 대사처리와 짧은 장면에 많은 감정을 담아내는 사연 많은 표정은 정말 언제 봐도 흥미롭네요.

 

 

 

마치 오랜 전우를 대하듯 그를 끝까지 설득해 보려했던 공민왕의 믿음을 산산조각 내듯 최영은 심지어 그 옥새를 가져다가 바칠 사람이 바로 덕흥군이라는 폭탄 같은 비보를 던지고야 맙니다. 이것은 이를테면 반역이나 다름 없는 한마디였습니다. "지금 내가 왕권을 뺏으려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자가 궁내에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라며 일러바칠테면 일러봐라고 아무렇지 않은 속내를 드러냈던 공민왕의 숙부 덕흥군에게 옥새를 갖다 내어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왕권을 박탈하여 그에게 넘겨주라는 요청이었죠. 공민왕의 말마따나 여자 하나 때문에 그의 호위무사라 하는 최영이 그간의 모든 약조와 수많은 사연을 져버리고 왕권을 박탈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반역은 공민 자신에게 '저놈은 미쳤다' 라는 한마디 외엔 더이상의 설명을 불허하게 만들었습니다.

 

 

 

"상세히요? 내 가슴을 찢어놓은 그 말들을 다시요?!"

 

그에게 들은 말을 상세히 다시 말해줄 수 없겠느냐는 노국의 질문에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해내던 공민은 되내어 다시 한번 그의 마을 상세히 되짚어 달라 부탁하는 왕비에게 어쩔 수 없겠다는 얼굴로 다시 그가 자신에게 했던 반역들을 떠올립니다.

 

 

-날더러 그의 왕이라 하지 않았는가. 날더러 그대를 가지라 하지 않았는가.

-저더러 전하의 벗이며 백성이라 하셨습니다. 그 백성이 지금 살려달라 청하고 있는 겁니다.

 

 

-옥새를 내놓으라는 것은 내 왕위를 내놓으라는 뜻이다.

-대체 그 옥새. 누가 준겁니까?

 

 

 

내키지 않았던 지난 말들을 다시 떠올려보던 공민은 무언가 스산한 이질감에 흠칫한 생각이 들어 그가 그토록 한심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내어달라고 했던 옥새의 진실을 돌이켜 봅니다. 그깟 옥새. 그럼 안됩니까. 대체 그 옥새. 누가 준겁니까? 공민은 부리나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옥새의 문장이 찍힌 서찰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순간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던 그는 무너질듯 자리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부마국왕선명정동행중저성" 그가 왕위와 가깝다 여겼던 옥새의 진실은 바로 그 옥새 자체가 고려의 힘으로 만들어진 왕의 증표가 아닌 바로 원나라의 속국임을 명시하는 부끄러운 표식이었기 때문이죠.

 

변발을 풀고 머리를 틀어올리며 원나라의 복식을 벗어던지고 고려의 예복을 갖춘 그가 왕권이라며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던 왕가의 문장은 다름아닌 원나라의 주도 아래 벗어나지 못한 고려의 서글픈 현실을 증명하고 있는 족쇄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최영은 그리 말을 했던 것이죠. 나의 왕인 공민이시여. 그대의 가치는 결코 원나라가 속국이라고 명명한 그 옥새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깟 옥새 하나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지킬 수 있을 왕의 자리. 그것을 믿고 있었던 최영이기에 공민이 아닌 덕흥군에게 그깟 옥새를 넘겨주자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조일신을 유혹하며 그의 충심을 흔들고 있는 덕흥군은 실제 역사 속에서 조일신의 난을 일으킨 주도권자이며 공민왕 13년에 원나라의 일만 군대를 이끌고 들어와 고려를 침략했던 고려를 원나라의 속국 아래 두려하며 공민왕의 개혁 정치를 방해하고자 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반원개혁정치의 주도권자였던 공민왕과 고려의 주도권을 원나라에 바치려는 야합을 꾸민 일당들의 일대기를 이렇듯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가는 송지나 작가의 필력은 신선합니다만 가끔 그게 너무나 어렵고 비틀어져 있어 고민을 거듭하게 만드는군요.

 

 

 

특히 오늘의 회차는 저도 영락없이 속아 넘어가 노국공주의 현명한 혜안이 없었더라면 순간 저 또한 공민왕의 분노와 같은 감정선을 타고 들어가 최영을 마음껏 미워할뻔 했었습니다. 아무리 그동안 건들거리며 왕권 따위 개나 물어가라던 게으른 최영이었지만 이제서야 그의 마음을 붙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여자 하나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버리는가 싶어서 최영도 그리고 무리수를 던지는 송지나 작가의 왜곡된 내러티브 또한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이런 불만을 이렇듯 명쾌한 뒷통수 치기로 날려버리다니...! 그야말로 한순간 어안이 벙벙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 옥새. 내가 치웠습니다."

 

어차피 원나라의 속국 아래 있고 싶어하는 한심한, 그리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군주가 될것이 뻔한 덕흥군에게 바칠 그깟 옥새. 그것을 내다본 최영의 넓고 깊은 그릇. 어쩌면 신하의 불충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승락하고 그와의 신의를 지켜준 공민왕의 사람됨됨이와 큰 마음씨. 덧붙여 이런 두사람의 신의를 연결시켜준 노국의 현명하고 차분한 혜안. 신의 15회에서 뒷통수를 맞으면서도 불쾌하지 않았던 매력포인트였죠.

 

 

 

"그 옥새에 새겨져있는 글자. 부마국왕선명. 나 또한 원나라의 부마, 사위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 이 나라의 왕이지 않겠습니까. 해서 그 왕에 걸맞는 옥새를 다시 만들고자 합니다."

 

-설마 황제께서 내리신 옥새를 버리고 새 옥새를 쓰시겠단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송지나 작가는 드라마 초반 공민왕을 명을 내리고 명을 받는 왕과 신하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적인 감정에 집착하는 공민왕의 사람됨됨이를 전개하였습니다. 배우 류덕환 역시 그에 걸맞는 공민왕의 감정을 표현해냈죠. 그는 형식화된 규율이나 계급으로 관리되는 딱딱한 관계를 벗어나 연인처럼 그리고 친우처럼 때론 분노하고 때론 절망하는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너무나 훌륭하게 묘사해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송지나 작가가 원했던 세계를 만드는 기본적인 규칙. 신의가 통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건 곧 황제에 대한 불충이오. 반역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 참 안타까운 일이군요."

 

"경도 말뿐이었습니까? 나더러 원나라에 대항하여 자주독립을 하자, 이 나라의 자존을 세우자 볼때마다 그리 잔소리를 하시더니 그게 다 말뿐이었냐구요."


 

아마도 그녀는 기존의 모든 문제를 착착 해결해가나는 통쾌하고 통렬한 맛의 킹메이커 스토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원나라의 핍박 아래 그 누구도 그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그리고 누구도 믿지 못하게 했을 불안한 시기의 공민왕의 비련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를 일으키면 또 하나가 쓰러지는 오뚝이 같은 시대였지만 그럼에도 그가 놓치지 말아야 했을 단 하나의 진실. 하나를 잃으면 전부를 잃을 수도 있고 하나를 가지면 전부를 가질 수도 있다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그것이 바로 신의가 목표하는 킹메이커의 진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타임리프와 최영 일대기라는 두가지 장대한 소재 아래 공민왕의 업적이 다소 묻히는 듯한 감이 있다는 아쉬움인데요. 물론 그들이 주인공인만큼 시대의 군주였다고 할지언정 그들을 보조하는 드라마를 꾸려나가야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임무이겠지만 누구보다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개혁정치의 일등공신이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군주였던 공민왕의 역사를 너무 왜곡시키는 것 같은 아쉬움에 가끔은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신의 15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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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혼자만의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문채원의 얼굴을 볼때면 무언가 신경증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곤 했었습니다. 언제나 뾰족한 가시를 드리우며 남에게 가슴 박힐 말을 해서 미운 소리를 듣지만 자기 자신 하나도 감당하지 못할 깊은 외로움에 빠져서 상처준 자신을 학대하고 미워하는 그렇고 그런 느낌의 예민한 여자. 두통을 달고 살고 예민한 가시 같은 상처가 있는. 너무 소설 썼나요? 문채원의 한계가 안 보일 것처럼 커다랗게 뜬 동그란 눈을 볼때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이것이 제가 배우 문채원에게 느끼는 뮤즈로서의 영감이겠죠.

 

 

 

문채원의 잇따른 필모그라피를 보며 느끼게 되는 한가지는 그녀가 작품 욕심이 많고 그래서 의외로 역할에 대한 비중을 크게 욕심 내지 않는 배우라는 것입니다.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 이후로 본격적인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갖게 된 그녀는 이후 공주의 남자의 성공적인 반응을 통해 이런 주연으로서의 입김이 확고하게 작용하는 작품을 선택하리라고 생각했죠.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런 선택을 하니까요. 하지만 문채원이 선택한 드라마 '착한남자'는 남주인공 중심으로 소위 원톱 드라마라는 것을 써주는 것으로 유명한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제목의 상징성은 오로지 송중기 하나만을 두고 있는걸요. 공주의 남자나 아랑사또전과 같은 작품을 돌이켜보면 보통 비등한 경력의 주연 남녀 배우를 내세울때 그 제목에는 남녀 주연 배우를 상징하는 이름을 골고루 집어넣는 신경전을 보여주죠. 하지만 문채원은 과감하게 주연이 처음인 송중기의 원톱 드라마 착한남자를 선택했습니다.

 

이전에도 몇 작품을 더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문근영의 그림자 연인 같은 기생 정향을 최고의 비주얼로 연기해냈던 그녀는 사극과 현대극 그리고 시대극까지 품어가며 단계적으로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던 모범생 같은 연기자입니다. 그중에서는 각별하게 비중이 높은 배역도 있었고 비중이 그리 많지 않은 친구의 악역 같은 시시한 역할 또한 존재했죠.

 

 

 

그리하여 깨달은 한가지 결론은 문채원은 의외로 착한 얼굴만큼 착해빠진 역할보다는 생각보다 날카롭고 가시가 존재하는 독한 역할이 어울리겠다는 상상이었습니다. 물론 기계 같은 악녀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 지인 하나 없을듯 차갑고 냉정함이 뚝뚝 흘러내리지만 그것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임을 드러내게 하는 애잔하고 무언가 미워할 수 없는 처연한 악녀의 성격. 그것이 제가 문채원에게 기대하고 있는 캐릭터였죠.

 

 

 

그랬기 때문에 최근 나쁜남자에서 문채원이 처음부터 드러낸 싸가지를 보며 올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드라마에서 문채원이 연기하는 서은기는 그야말로 온몸에 가시를 붙이고 있는 듯한 차갑고 뾰족한 성격의 여주인공입니다. 기존의 멜로드라마에서 언제나 여자 주인공은 착하거나 너무 착해서 바보이거나 한가지 성격으로 일관했던 대부분의 이미지와 달리 드라마속에서 문채원은 초반 시청자에게 조금의 동정도 받지 못할 정도로 악랄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어쨌거나 그녀에게 대하는 모습은 착한 새어머니 이미지 그대로인 한재희(박시연)에게 "전대미문의 레전드" 라는 말까지 섞어가며 거의 창녀 취급을 하지 않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사원을 차에 태우고 거의 목숨을 건 협박까지 강행하는 대담성은 물론 심지어 의붓동생인 어린아이에게까지 독한 소리를 쏟아 뱉는 그녀는, 드라마 초반 도저히 여주인공의 모습이라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워낙 캐릭터의 임펙트가 컸던 탓에 문채원의 연기력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게 쏟아졌고 그중 불호쪽으로 쏠린 듯한 반응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저는 이런 문채원의 연기력이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특유의 신경증이 느껴지는 표정을 극대화한 이미지들이 씬들마다 드러나는 모습 또한 즐거웠지만 그것보다 제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무언가 만들어낸듯 인위적이면서 그래서 더 애처로움을 더하게 하는 드라마속 서은기의 독특한 말투 때문입니다.

 

 

 

"성질 더럽고 까칠하고 노려보는 표정이 살벌한 여자"

 

드라마 속에서 2주 만에 처음으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본격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을때에 강마루가 설명한 그녀의 이미지가 바로 겉으로 드러나는 서은기의 캐릭터겠지요. 그것이 본심인지 아니면 "날 이렇게 대한 남자는 니가 처음이야" 라는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아가씨 길들이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강마루가 그녀의 이런 인품을 오히려 매력으로 받아들였다는 한마디처럼 통제가 안될 듯한 서은기의 독하고 차가운 모습은 회가 지날수록 점차 신선한 매력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경희 드라마가 늘 그랬지만 착한남자는 그중에서도 한술 더 떠서 무언가 항상 과합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을 법한 일들이 드라마 속에서 소위 이것이 이경희표 간지다 라는 느낌으로 마구 분출 되고 있죠. 여기에 서은기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그려내고 있다 싶을 정도로 외면적으로는 너무 과해서 이해를 받을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토록 세상을 비웃었던 쿨한 성격의 서은기가 마론인형을 좌석에 태우고 바이크를 모는 모습부터 기묘한 코미디처럼 느껴지지만 또한 절벽에 굴러떨어진 이 인형을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며 주워오려는 무모한 행동은 정말 인위적이고 기괴한 모습이죠. 하지만 어쩌면 이런 인위적으로 꾸며낸 듯한 과하고 과한 서은기의 캐릭터가 어쩌면 가장 지금의 그녀에게 어울리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 속에서 서은기는 마치 꾸며낸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합니다. 난 니가 싫어. 정말 싫어. 더이상 어떻게 싫어해야할지를 모르겠다는듯 잔뜩 악을 싣고 독을 품어서 모두가 자신을 멀어지게 하죠. 굳이 동성애 성향의 게이 비서를 드라마속 서은기의 오른팔로 묘사한 것 또한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아하는 그녀의 내면속 이미지를 표현한 장치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녀는 그토록 과한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스스로 만든 외로움을 또한 감당하지 못하는 겁쟁이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를 잃게 만들기까지 했던 아버지를 향한 실망과 배신으로 치를 떨면서도 그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고 부녀의 사이에 끼어든 새어머니를 향한 증오는 그녀의 집착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요.

 

 

 

"고마워요. 이렇게 인사하면 되는 거죠? 다시 만납시다. 우리. 그쪽이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또 만납시다. 우리. 내일두. 모레두."

 

 

 

사실 서은기가 강마루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찌보면 지난 수없이 펼쳐봤던 수많은 로맨스 소설의 똑같은 레파토리나 다름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나에게 굽신대지 않는 유일한 남자. 나를 대놓고 성질 더러운 여자라고 묘사하는 남자. 내게 굳이 다가오려 하지 않으면서도 저 멀리로 도망쳐버리지도 않는 내 시선 가까이 있는 이상한 남자. "나를 이렇게 대한 남자는 니가 처음이야" 뭐 딱 요런 마케팅에 불과함에도 서은기는 강마루에게 홀딱 넘어가 버렸죠. 하지만 사실 이런 고전 패턴이야말로 서은기라는 여자에게 가장 잘 먹히는 관심끌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양이 같은 심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에겐 너무 다가서지도 말고 또 너무 시선 밖으로 벗어나지도 않은채 적당한 관심과 적절한 방관으로 두고 보는 것이 그녀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컨셉이니까요.

 

 

 

자신의 태생적 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악함을 선택한 그녀의 이미지는 그렇게 인위적이고 만들어 낸것처럼 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마치 만들어 낸듯한 서은기의 인위적이면서 부자연스러운 행동과 말투는 오히려 내면의 약함을 공격성으로 바꾸어 드러내려는 그녀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게 부합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냥 좀 태워주시죠? 운동장만한 엘리베이터 텅텅 비워가면서? 임원이세요? 태산그룹 사훈이 모든 사원이 주인인 회사라고 하던데. 그거 순 개뻥이예요? 엘리베이터부터 사람을 차별하면서 무슨 개똥이 주인이야?"

 

 

 

 

그리고 착한남자 4회에서 드러난 한가지 재미있는 상징성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서은기와 한재희의 유사성이지요. 무언가 의뭉스러운 면이 있어보이긴 해도 권력을 향한 야심 이외의 심리로는 느껴지지 않았던 차가운 얼굴의 변호사 안민영이 의외의 뜨거운 심장으로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스토리로 펼쳐진 계기지요. 그것은 지금의 권력과 야욕에 찌든 지친 얼굴의 한재희가 아닌 조금 더 젊고 순수한 의욕이 넘쳤던 시절의 사랑스러운 서은기의 모습이었지요.

 

 

 

짧게 스쳐지나간 젊은 시절의 회상이었지만 로봇 같은 얼굴의 안민영이 왜 그녀에게 사로잡혀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는가를 충분히 설명하게 하는 장면이었고 신기하게도 이때의 모습은 누군가의 현재를 꼭 빼닮아 있더군요. 바로 까칠하고 도도하며 누구에게나 뾰족한 가시를 드러내는 서은기의 성깔 말이죠. 아무리 야욕에 물들어보이는 고작 여섯살 차이의 젊고 아름다운 새어머니를 향한 의혹이라고 할지언정 어쨌거나 선심을 베푸는 그녀에게 은기의 적의는 조금 과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3회에서부터 드러나는 그녀의 친어머니를 향한 사랑은 서은기를 흔들리게 만드는 유일한 트라우마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인간성일지도요.

 

 

 

"열두시간도 안 지났지만 열두달쯤은 만난 것처럼... 그쪽한테, 푹 빠졌어요. 내가. 쪽팔리고 자존심 상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서은기의 트라우마와 상반되게 의외로 한재희에게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성격이 서은기와 똑같이 닮아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그녀는 자신과 닮아있으면서 또 자신처럼 연극을 하는 한재희의 이중성을 참아낼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죠. 드라마 속에서 가장 솔직하고 직선적으로 그리고 또 단순하게 적의를 드러내는 유일한 사람이지만 그러면서도 드라마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악의를 품고있지 않은 순수한 인물 그것이 바로 서은기라는 생각을 오늘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지우지 못했네요.

 

 

 

 

아마 이런 서은기의 성격이 이대로 계속 유지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부러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인위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첫인상은 어떤 계기를 통해 이전의 모습이 상상이 안될 정도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기폭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떠나자고 말하는 엄마를 향해 나도 "착한남자"와의 평범한 결혼을 하고 싶다던 그녀의 한마디가 어쩐지 서은기의 비극을 예시하는 한마디 같아서 씁쓸함이 느껴집니다. 의외로 이런 약한 계기에도 온 몸과 마음을 던져 사랑할 수 있는 약한 여자 서은기의 또 다른 희망의 끈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수 있는 썩은 동앗줄이라는 사실은 아마 그녀도 모르고 있지는 않을테지요. 하지만 알면서도 지탱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이 이젠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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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람들은 태왕사신기를 무려 진짜 신이 되어 돌아온 남자, 배용준의 드라마로 기억했지만 제게 있어 태왕사신기는 이 소년의 드라마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겨우 한회 한컷의 분량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것 이상의 특수 효과를 뛰어넘는 비주얼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아역 이현우의 충격적인 존재감 때문이었죠.

 

 

적에게 청룡의 신물을 빼앗길 수 없어 그것을 자식의 몸에 구겨 넣은 아버지의 잔인한 충성심 때문에 순간 용의 현신이 되어 까만 동공을 푸른 눈동자로 빛내던 어린 소년의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고 충격적으로 아름답던지. 요즘에야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을 밥 먹듯이 사용한다지만 제겐 아직 이 소년의 5초 존재감 만큼의 '미친 존재감'은 느껴본 기억이 없었어요. 그게 바로 소년 이현우의 절대 절명의 무기였습니다.

 

 

 

2012년 사람들은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설리의 드라마 혹은 샤이니 민호의 드라마라고 불렀지만 (아니면 에스엠의 드라마려나요...) 제게 이 드라마의 존재감은 '이현우의 드라마'라는 기대치였습니다. 이전까지 누군가의 아역을 주로 연기했던 이현우가 공부의 신 이후 처음으로 어린이 이상의 매력을 드러낼 그의 첫 스무살의 드라마. 더욱이 이현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바로 주역보다 매력적이라는 조역 '나카츠'라는 것을 알았을때 제 기대치는 하늘로 치솟아오를 지경이었죠.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서야 떠들썩한 드라마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모국인 일본에서 그리고 대만으로 한바퀴씩 빙빙 돌다가 마지막에서야 뒷북 치며 떨어진 대한민국 3대 뒷북 때리는 일본 원작 드라마중 하나입니다. 꽃보다 남자 - 장난스런 키스에 이어 또 한번, 퀘퀘묵은 일본 순정만화를 맨 마지막에 와서야 돈까지 지불하며 원작을 사들여 만든 제작진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이외에는 앞으로 무분별한 일본 원작 사들이기나 단물 다 빨아먹고 마지막에서야 기차에 올라타서 기어코 리메이크를 하고야 마는 우둔한 짓은 이제 그만 좀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본의 드라마계가 90년대의 화려한 부흥기를 접어버리고 이토록 침체기로 빠져들어버렸던 것도 자국의 오리지널리티를 무시하고 무분별한 리메이크를 양산하는 바람에 생긴 천벌이나 다름 없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것을 답습하려 드나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더욱이 한 소속사에서 마치 그 소속사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듯한, 공중파의 소중한 전파를 남용하는 모습은 오만의 극치에 가깝습니다. 대한민국 최대 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의 끼워팔기가 여실히 느껴지는 에프엑스의 설리와 샤이니 이민호라는 기획사와 기획사끼리의 결합 역시 거부감이 느껴지는데 심지어 신인그룹 엑소를 친절하게 홍보하는 장면은 지나친 권력 남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불쾌감이 절로 생기더군요.

 

 

 

굳이 이런 작품까지 판권을 사와야 했나 싶은 무분별한 일본 만화의 때늦은 리메이크와 기획사 끼워팔기가 합쳐진 이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제게 여러모로 불편함을 가지게 만드는 드라마였습니다만 이런 와중에도 제게 남아있는 유일한 기대치 두가지는 개인적으로 아이돌 최고의 비주얼이라고 생각하는 에프엑스의 설리가 2004년 서동요 이후로 8년 만에 보여준다는 배우 비주얼에 대한 기대치였고 그 다음으로 아역배우 이현우가 20살이 되어 처음으로 어른의 몫을 연기하게 되었다는 설렘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이현우가 맡은 배역 나카츠는 원작 만화에서도 그러했지만 주연을 뛰어넘는 매력을 가진 조역으로서 많은 인기를 끌어왔던 제2의 남주인공입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드라마 꽃보다남자에서 주인공 츠카사를 눌러버린 냉미남 루이를 연기했던 오구리 슌이 여기서는 주인공 사노역을 맡았음에도 조역 나카츠를 연기한 이쿠타 토마를 이길 수 없었다는 거예요.

 

 

 

사실 온미남에 다정하고 빈 구석이 없는 엘리트 사노처럼 여주인공의 짝사랑을 받는 남주인공보다는 어딘가 빈 구석이 많고 결핍 되어 있는 바보이지만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인가요?) 짝사랑하는 서브역에게 가슴이 설레는 것은 많은 여성들의 공통된 심장이죠.

 

예전에 한참 인기를 끌었던 남장 여자 소재의 드라마, 커피프린스를 대하는 여성들의 반응에서 제가 느꼈던 굉장히 특이했던 반응은 이런 소재에 민감할것 같았던 주부님들 마저도 "오히려 여자인게 밝혀지고 나니까 재미가 없다" 라는 말을 하더라는 겁니다. 너도 남자고 나도 남잔데 왜 나는 니가 끌리는 걸까를 고민하며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남자.

 

 

 

그러나 결국 난 니가 남자라도 좋아라고 외치는 그 극단적으로 순수하고 무모한 사랑이 노말러브보다 더 가슴이 설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죠. 재밌게도 이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서브역 나카츠가 맡은 캐릭터가 바로 이러한 역할이었습니다. 미츠키, 즉 설리를 남자로 인식하면서도 그에게 사랑을 느끼고 내 머리가 돌아버린 것은 아닌가를 고민하는 그런 바보 역할 말이죠.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공개된 포스터 사진을 보고 저는 그야말로 기절할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아야만 했었습니다. 정말 "이제 끝났다" 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이건 뭐죠? 순정만화가 아닌 개그만화에서나 볼법한 촌스러운 버섯머리의 이질감이라니.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70퍼센트는 바로 헤어스타일이라고 합니다. 특히 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오기에 별 다르게 스타일의 변화를 주기 어려운 하이틴물의 경우 등장인물의 헤어스타일은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하고 효과적으로 외모를 드러낼 수 있는 최선의 장치입니다. 더욱이 이들은 이미 성인의 몸으로 하이틴을 연기하기에 다분히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써서 고등학생의 리얼리티와 순정만화의 판타지를 적절히 살릴 의무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제작진은 가장 중요한 비주얼의 장치를 아예 제 손으로 버리고 발로 밟기까지 하는군요.

 

 

 

하지만 이현우의 존재감은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의 역경마저 뚫고 나올 정도의 힘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보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동네 바보 머리를 하고 최악의 스타일까지 겸비했음에도 희한하게 이현우는 그 많은 에스엠들중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요.

 

 

 

따지고보면 사생팬보다 더 지독한 존재가 아닌가 싶은 설리는 그를 스파이로 오해한 민호의 히스테리에 충격을 받고 교내를 배회합니다. 이런 설리에게 우정으로 다가간 현우는 "내게서 공을 뺏으면 소원을 하나 들어 주겠다"고 그녀를 게임에 동참시키죠.

 

 

한바탕 현우와 축구 시합을 펼친 설리는 드디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고 현우에게 우정의 미소를 보내는데, 아무리 겉모습이 남자라고 해도 여자는 여자. 그것도 보통 미모의 여성인가요.

 

 

 

순간 설리가 보낸 환한 미소에 마치 세상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은 마법을 느낀 현우는 블로그에 적어둔 그날의 일기와 달리 -내 발에서 니 발로 넘어간 것은 공만이 아니었어 그것은 우정- 설리의 미소에서 사랑의 시작을 예감합니다. 그녀의 미소가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었으니까요.

 

 

 

 

시발점을 열어젖힌 화살과 같았던 현우의 사랑은 이후 설리의 환한 미소를 볼때마다 남녀를 뛰어넘은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응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승 기념 파티에서 보여준 그녀의 사랑스러운 미소에서. 너는 남자고 나 역시도 남잔데 왜 내 가슴은 네 미소에 움직이는 걸까.

 

 

 

이현우는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표현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엄태웅 스스로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을 만큼, 몇번이나 성인으로의 타임 워프를 아쉽게 만들었던 이현우가 이정도의 난관을 못 이겨낸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가끔 폭소가 터져나올것 같은 이상한 버섯머리를 하고 주변을 온통 에스엠판으로 물들여도 그 사이에 우뚝 선 이현우의 농익은 연기력과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뛰어난 표현력은 그 어떤 아이돌 스타보다 뛰어난 기성 배우의 그것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언제나 성인 배우를 뛰어넘은 5초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아역 스타 이현우. 처음으로 도전하는 20살의 첫 캐릭터치곤 그를 둘러싼 장벽이 너무나 막강하네요. 이런 와중에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현우가 기특하긴 합니다만 부디 수많은 누나들의 보다 흐뭇한 엔돌핀 형성을 위하여 현우의 머리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순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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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된 세개의 '왕세자' 스토리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주인공이 진짜 왕자의 신분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것이 가상의 세계라는 점이다. 아예 존재하지 않은 젊은왕 이훤의 열애를 만든 소설 해를 품은 달의 드라마판, 그리고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다? 라는 정말 신선한 소재였던 만화 궁의 소재를 그대로 가져온 더킹 투하츠. 여기에 시간을 달리는 왕세자의 이야기 옥탑방 왕세자가 끼어들었다.

상상은 자유롭고 그래서 한계와 한도가 없다. 더군다나 로맨스물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할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진짜 리얼 왕족"이라니. 이 얼마나 달콤하고 짜릿한 스토리인가. 여기에 가상의 스토리를 날개 달고 거침 없이 써내려갈 이야기들이 다소 황당무계한 내용이 될 것임은 미리 짐작한 바였으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드라마 정말 상상의 제한을 불허한다. 21세기에 타임 슬립한 왕세자의 이야기라니.

 

 

물론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판타지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장치이긴하나 그래도, 중장년층을 꼭 잡아야한다는 수목드라마의 황금 같은 저녁 시간대에 배치할 수 있는 소재라기엔 다분히 과감한 실험 정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수년전 드라마 천년지애는 그나마 죽음으로 시작한 성유리 공주의 비극이라도 있었지 여기에 난데없이 졸개들을 데리고 21세리고 착륙한 왕세자의 옥탑방살이는 그야말로 생뚱맞기 짝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선택한 박유천의 세번째 선택이 다소 의아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다른 아이돌 배우가 첫 시작을 대체로 인터넷 소설이나 만화의 가상캐스팅과 같은 팬시물을 선택할때 박유천은 첫 작품을 사극, 두번쨰 작품을 무거운 치정극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세번을 돌아와 선택한 작품이 가볍기 짝이 없는 맹랑순정코믹판다지라니! 그의 도전정신이 기특하기까지하다.

 

 

하지만, 웃기게도 박유천의 연기는 오히려 성균관 스캔들의 점잖은 선준도령이나 미스리플리의 진중한 재벌가 아들의 미소보다 더욱 진지하고 또 고풍스러워졌다. 스토리가 가볍다하여 박유천의 연기마저 가볍지는 않았다. 죽은 세자빈의 환생을 만나 장발의 머리를 우습게 묶은 머리로 그녀를 껴안았다 사정없이 뺨을 맞는 그 어처구니 없음이 그럼에도 슬펐던 것은 박유천의 작품을 대하는 너무나 진중하고 진솔한 자세 때문이었다.

 

나라면 풋하고 웃음이 터질 것 같은데 시종일관 그는 진지하다. 미스리플리나 성균관스캔들보다 한결 자연스러워진 카리스마와 진중한 묵직함이 오히려 코믹 연기에서 그의 연기력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은 작가가 기대했던 박유천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실망시키지 않은 박유천의 회답이었다.

 

 

“박유천이란 배우는 그동안 부드러운 면이 강조되는 역을 많이 해왔다”

“이번 ‘옥탑방 왕세자’의 이각 역은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역할이다. 이에 박유천에게 그런 가능성을 예상하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면이 잘 표현된다면 드라마도 성공하고 박유천도 다른 캐릭터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

 

 

내용이 워낙 가벼워 필자는 이 작품을 쓴 작가가 신인 작가인줄로만 알았으나 사실 이 작품을 집필한 이희명 작가는 한떄 엘케이 사단과 더불어 90년대 트랜디드라마를 꽉 붙잡고 있었던 대단한 스타작가였다. 토마토, 미스터큐, 명랑소녀성공기. 성공과 사랑을 동시에 잡은 직장 여성의 발랄한 청춘성장기를 그려내었던 그가 21세기에 돌아와 불현듯 이 인터넷 소설을 무책임하게 내던졌을때 그는 심지어 그 주인공마저도 아직은 불안한 느낌의 아이돌 배우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 인터뷰 보고 참 기분 좋았다. 그동안의 작품으로 볼 때 대단한 작가님이신데 저의 또 다른 면을 감지해 주신 것 같아 무척 감사하다"

"소리를 지르고 무게를 잡아서 나오는 근엄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근엄함과 카리스마에 대해서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 회가 거듭하면 카리스마가 자연스럽게 발산되어 작가님 마음에 들지 않을까 희망한다"

비록 작품이 코믹이라고 할지언정 이희명 작가는 박유천에게 코믹 연기를 분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따뜻한 카리스마와 온화한 무게감에 가치를 두었다. 박유천은 작가가 요구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연기로 완성시켜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만든 옥탑방 왕세자에서 위엄있는 그의 연기력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가볍게 달려나가지만 박유천의 묵묵한 연기력은 드라마의 내러티브를 꼭 붙들고 그 가벼움을 묵직한 무게감으로 안정화 시켜놓는 제어장치를 하고 있다.

 

 

"처음에 곤룡포를 입고 차에서 내렸을 때 굉장히 부끄러웠다. 하지만, 부끄러운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조선시대에서부터 명동에 뚝 떨어지면 아마 연기보다 더 미칠 것 같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그런 감정을 갖고 집중하다 보니 나중에 부끄러운 감정이 전혀 들지 않았다. 굉장히 낯설겠구나 하며, 그 느낌이 앞으로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곤룡포를 입고 을지로에 등장한 아이돌 박유천이 아닌 낯선 21세기의 세계에 뚝 떨어진 왕세자의 심정을 먼저 이해하려고 했던 박유천. 그 감정을 부끄러움이 아닌 "낯설겠구나"로 해석한 그의 대단한 이해력이 현재의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웃기지만 그래서 때론 슬프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설레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박유천의 애달픔 때문에 더욱 미스테리해지는 작가의 의도가 있어 이 작품을 지켜보게 된다. 도대체 왜 작가는 왕세자의 운명의 그녀를 히로인 한지민이 아닌 악녀 정유미로 배치해 두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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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의 주원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막장드라마에서 혼자 판타지를 찍고 있다. 살아있는 보살에 가까운 백자은을 연기하는 유이와 그녀를 둘러싼 정말 애초에 인간성이라는 것은 어딘가에 렌탈해두고온 막강 멘탈을 자랑하는 오작교 가족들을 보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데 이 비정상적인 인간군상들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바로 주원이 연기하는 황태희가 등장하는 모든 컷이다.

실제로 주원이 등장할 때마다 이 드라마는 막장드라마에서 설레는 판타지로 내용이 뒤바뀌어 버린다. 이런 말은 좀 욕들어먹을라나 모르겠지만 사실 비주얼부터가 주말극용이 아니다. 어떤이는 강동원을 닮았다고도 하고 어떤이는 탑을 닮았다고해서 더 관심이 가는 외모였지만 몇차례 그를 지켜보다보니 오히려 국민드라마 김탁구의 마준이보다 오작교형제들의 황태희를 보며 강동원도 탑도 아닌 주원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탑을 느낄 만큼 강한 눈빛에서는 바라보지 못했던 선량함과 수줍음이다.




사실 오작교형제들의 주원과 유이는 사랑하지만 사랑해서는 안되는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위치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니겠지만. 한쪽은 자존심이, 한쪽은 양심과 도리가 껄끄러워 서로에게 자유로이 눈길을 줄수가 없다. 아버지의 땅을 상속 받으러 찾아온 백자은(유이)에게 황태희(주원)의 가족은 난데없이 나타나 자신의 땅을 뺏으러 나온 도둑놈 취급을 했으니까 말이다. 한순간에 거리로 나앉게 된 신세의 백자은은 어떻게 해서든 땅을 되찾으려다 평생 해보지도 못했던 농사일에 거위를 키우고 그토록 자신을 구박해대던 아줌마에게 꾸벅꾸벅 똥개처럼 존경을 바치는 일생일대의 치졸과 고생은 모조리 겪게 되는 수모를 치룬다.

문제는 백자은 스스로 그토록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고생이 고생이 아니라 느끼는 보살 같은 따뜻한 심성이 너무 미련하리만큼 착해서 가슴을 치게한다는 점이다. 너무 착해빠진 백자은에 비해 너무 지나치게 모질었던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죄를 대신 짊어진 듯한 황태희는 감히 나서서 그녀를 사랑하노라 외치기도 참 어려운 지경에 놓여있다. 그것은 제빵왕 김탁구에서 마준이가 가지지 못했던 양심이라는 물건일 것이다.




주원은 이런 황태희의 수줍은 고뇌와 갈팡질팡한 양심을 특유의 속앓이하는 풋풋한 연기로 그의 표현력을 극대화시켰다. 크게 감정을 표현하지도 다채로운 표정연기로 주목을 시킬 수도 없는 캐릭터 자체의 본성을 무뚝뚝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해서 소위 까도남이나 차도남과는 거리가 먼 기본적으로 따뜻함을 품고있는 캐릭터의 본질을 제대로 깨우쳤다. 유일하게 홀로 다른 집안의 아들이자 입양아라는 그의 출생이 사고 한번 칠 수 없었던 착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기까지한데 그래서 그가 가지고있던 필연적 외로움이라는 고리는 역시 모든 가족을 잃고 세상에 홀로 던져진 백자은의 위치와 섬찟하리만큼 똑같아 두사람의 사랑을 연결시켜놓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먹은 사랑을 부르고... 사랑하는 여자가 라이벌의 품에 안겨있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은 황태희는 처음으로 망가져서 그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분노하는 백자은에게 도대체 왜 그토록 모진 수모를 받으면서도 이 집으로 되돌아왔냐는, 확인에 가까운 질문을 던지자 백자은은 드디어 주원이 그토록 듣고 싶어하던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모든 수모와 치욕을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해답을 던져준다. 백자은이 보살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녀에겐 이미 사소한 감정은 찌꺼기라 느껴질 만큼 황태희를 간곡하게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대답으로 경계가 풀려버린 황태희는 스스로 만든 벽을 허물어버리고 백자은에 키스를 하며 공식적인 연인 선언을 시작한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은 순간 본인이 갖고있던 가책과 일말의 양심을 날려버린채 오로지 사랑스러운 연인 백자은을 마주보게 된 셈이다. 사실 이런 선택은 드라마 초반부터 유이와 주원이 짝으로 결정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아 그렇다면 저 몹쓸놈의 집구석이 심지어 백자은을 며느리로 갖겠구나 덩달아 땅도 들어오는 셈이고! 하고 분통을 터뜨렸는데 그 망할놈의 집구석과 상반될 만큼 주원이 연기하는 황태희가 너무 멋있어 어느새 그런 감정도 희석 되어 버렸다. 아저씨 사랑해요~ 잔뜩 애교 섞인 연인의 문자에 "나도" 세글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무뚝뚝함 속에 담겨있는 따뜻한 사랑이 절절히 느껴지는데 어떻게 이런 그를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작가는 처음부터 이런 황태희를 오작교 가족네의 모든 죄를 사하게 해줄 궁극적인 제물로 바쳤던 것인지도 모른다. 백자은이 멸시와 수모를 겪으면서도 오작교 가족을 용서해주고 자신의 가족으로 품었던 이유가 황태희에 대한 사랑이듯이 시청자가 그간의 부조리한 모습들이 깔려있음에도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하는 것은 주원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놓은 막장 속 빛나는 로맨티시즘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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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애 2011.12.20 22:14 신고

    공감합니다^^ 거칠고 투박한 부분이 있음에도 캐릭터 혹은 스토리에 수긍(?)하게 만드는 배우의 힘이랄까 그런게 있는데. 극중 황태희와 별개로 주원이란 연기자가 풍기는 부드럽고 순박한 분위기때문에 의외의 모습 -본래 캐릭터에서 좀 비껴난- 을 보여도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보게 되더라구요^^

  • shinny 2011.12.21 15:18 신고

    캐릭터를 살리는 힘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을 저도 했어요. 어찌보면 여린 소년같고 어찌보면 강한 남자같고 차가운 면도 많고, 그래서 냉정해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정을 지극히 그리워하는 황태희라는 캐릭터가 주원이라는 배우를 통해 분명 막장이고 짜증나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을 다 잊게 만드는 그런.

    역시 류수영이라는 배우도 분명 초반에 아주 밉상이었지만 어느틈엔가 사랑스러운 남자로 느끼게되는 그런 매력이 있는거같고, 김자옥 여사 역시 그런 면에서는 최고겠죠. 분명 이를 갈게 만들었으나 어느틈엔가 다 잊고 그 미소를 바라보게 만드는..

    배우들의 힘을 느낍니다.

아이고 홍구 할아버지이..나 좀 그만 데려가이소...

배우가 그저 대사만 잘 읽을 줄 알고 한글만 뗀 상태라면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에 구분이 안 가는 어린 날에도 와 저분 연기 한번 차지게 잘한다 싶을 만큼 눈에 들어왔던 배우는 있는 법이다. 그분이 바로 강부자다.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이북에서 건너온 옹고집쟁이 남편 이순재와 함께 목욕탕을 경영하며 3대를 거느리고 살던 목욕탕집 어르신을 연기했던 강부자의 연기는 폐부를 찌르는 악역이나 나 슬프다고 가슴 치며 꺼이꺼이 울음 터뜨리는 카타르시스를 자극하는 소위 강렬한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평범한 상황과 흔한 일상 속에 묻어나오는 사소한 대사를 어찌나 구성지고 차지게 소화하는지 그 어린 날에 보면서도 정말 연기 잘한다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게 하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후 강부자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 세 번의 노파역할을 했는데 그때마다 같은 노인이지만 전혀 다른 노인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도 그녀가 가진 연기력의 대단한 부분이었다. 나이를 먹고 미녀가 아닌 여배우들은 맡은 역할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대체로 섭외 받는 역할이 한정되어있는 틀 안에 갇힐 수밖에 없지만, 강부자가 연기하는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할머니는 단순히 모피 코트 입고 흰 봉투 내밀며 "내 아들과 헤어져 줘요" 하고 어깃장을 부리는 시어머니 역할과는 차원이 달랐다.




재벌가의 안주인이면서도 집안으로 동네 식구들 다 불러모아 밥을 먹이다 무서운 회장님 남편이 들어오자 편하게 입은 속 고쟁이를 얼른 추켜세우며 안절부절못하던 그 속물스런 자연스러움을 담아낸 '불꽃'이나 백일섭과 쌍둥이 동생으로 나와 퉁퉁거리면서도 속정은 많아 자기 손해 볼 것 다 보면서도 좋은 소리는 못 듣던 엄마가 뿔났다 속 유쾌한 고모 캐릭터까지.. 그녀가 맡은 역할들은 다 일상에서 한두 번 마주칠 법한 흔한 캐릭터였고 우리네 고모나 할머니 같은 캐릭터였지만 그럼에도 강부자가 연기하면 명품이 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움 속의 특별함이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묻는 말에 어김없이 강부자의 이름을 떠올리곤 했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강부자의 연기력을 왜 이런 곳에다 소진시키냐는 불굴의 며느리 타파성 기사를 보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강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드디어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억지성 있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중언부언의 사투리 대사로 캐릭터에 대한 짜증도를 넘어 심지어 발연기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듣는 억울한 강부자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했지만 내 친구의 말마따나 강부자가 연기를 못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자체가 서글퍼서 아예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쯤이면 나아지겠지 싶은 가운데서도 어김없이 오로지 극의 자극만을 위해 "홍구 할아버지"를 외치며 저승을 향해 꺼이꺼이 울음보가 터지는 불굴의 며느리 속 강부자를 보면 정말 복장이 터져서 참을 수가 없어진다. 도대체 저 명배우를 왜 이토록 형편없는 캐릭터로 소진시키고 있냐는 말이다.




불굴의 며느리 강부자는 '만월당'이라하는 사대부 집안 11대 종부로서 집안의 가풍과 전통을 지키고 샛길로 빠져나가지 않으며 항상 올바른 길만 고집하는 정석의 고집불통이라 명명되어 있다. 잘만 그렸다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그녀의 설명문대로 '조그마한 체구지만 막강한 카리스마가 팍팍 풍기는 외모로 큰 살림을 이끌어가는 안주인의 면모와 품위가 온몸에 배어 있다.' 정말 바스라져 가는 전통을 일으켜 세우고 현명한 지혜와 어진 품성, 그리고 정갈하고 품위있는 모양새로 위기를 파헤쳐나가는 지혜로운 안주인의 역할을 충분히 그려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초반만해도 강부자를 비롯한 김보연의 역할마저 보통의 시어머니를 답습하지 않는 지혜롭고 어질고 따뜻한 품성의 어머니 같고 선생님 같은 자애로운 모습을 그려놓아 그런 면이 이 드라마를 다소 위험해질 수 있는 소재에도 막장이라 하지는 못 하겠다 하는 자긍심을 주게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한마디로 만월당 엿 먹으라 그래 싶을 만큼 정말 막 나가는 설정으로 도대체 여기가 종갓집이 맞는지 아니면 콩가루 집안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새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막말로 만월당은 말이 사대부 가문이지 한마디로 일반 가정보다 못한 콩가루 집안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데 아들 둘은 하나는 조강지처 버리고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집도 팽개치고 도망친 채 아내에게 강제로 이혼을 시키려다 객사하여 30대 부인을 과부로 만들어버린 파렴치한이며 또 하나는 역시 사기를 치다 빚에 쫓겨 도망 다니는 신세로 결국 위장 이혼까지 하고 거기다 다른 여자와 역시 눈이 맞아 딴살림이 난 천하의 난봉꾼이다. 그들의 할머니이자 만월당의 책임자인 최막녀, 즉 강부자는 이런 정신 빠진 손주들에게도 어떤 응징 한번 내리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자신의 손주들과 관련된 일에는 가문까지 끌어다 붙이며 인사불성 노인네가 되어버리는 최막녀는 막말로 좋게 살다 헤어진 것도 아니고 남편에게 강제 이혼 당할 뻔 하다 평생 과부가 된 손자며느리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는지 그녀가 새 남자를 사귀게 되었다는 말에 그야말로 거품을 물고 기절할 지경이 되어 니가 무슨 종부냐며 우리 집안 이끌어갈 종부 자격 박탈시키겠으니 당장 이 집을 나가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를 질리게 했다.




손자며느리에게 이 정도로 나오니 직계며느리인 김보연에겐 또 어떠하겠는가. 역시나 남편 없이 홀로 살아야 할 저주를 가진 만월당의 며느리라 일찍 남편을 잃어 평생을 수절한 채 보내는 가여운 며느리에게 최소한의 측은지심도 없는지 남자를 만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곡기를 끊어 자살하겠다고 협박을 하지 않나, 역시나 신애라 때와 마찬가지로 종부 자격 없으니 당장 나가라는 협박까지.. 보고 있으면 하도 답답해서 저절로 가슴을 쳐 내리게 된다.



"내는 이 자리에 요대로 황천길로 갈테니께니 그렇게들 알아라 고마. 늙은이 밥심으로 사는긴데 곡기를 끊으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물론 자신의 며느리가 아무리 아들이 죽었다 해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 모습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항상 어느 상황이나 뭐든 너무 과해서 탈이다. 가문을 내세워 종부 운운하며 이미 콩가루 집안에서 뭘 그리 찾아 먹을 명예가 있다고 고함을 쳐내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데 이후 또 그 위기만 넘기고 나면 친어머니도 아닌데 그보다 더한 오지랖을 떨어대며 시어머니가 상견례 자리에 나서고 데릴사위로 들이겠다 폭탄선언을 하며 며느리 둘을 다른 집 며느리로 동시에 들이는 어처구니 없는 겹사돈 관계까지 맺어주는 선을 넘는 행위도 마구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모습들을 선두지휘하는 만월당 책임자들의 정신상태가 온전히 보일 리가 없다.






더욱이 최막녀의 행동이 뻔뻔스러워 보이는 것은 소금까지 뿌려대며 내쫓으려 드는 며느리의 새 남자를 자신의 딸에겐 붙이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모습을 바로 이전까지 보여줬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신의 딸은 이미 결혼을 두 번이나 했고 실패한 상태에서 또다시 결혼을 시켜주려 남자와의 인연을 잇지 못해 안달이더니 평생 수절한 자신의 며느리는 재혼은커녕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마저 용서할 수 없는 파렴치한은.. 홍구 할아버지를 외치며 꺼이꺼이 울어대는 그 모습을 보면 절로 토악질이 날 지경이다.




물론 모든 캐릭터를 항상 정상의, 올바르고 추앙받는 역할만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가 악역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캐릭터의 세계관은 일절 무시하고 오로지 드라마의 자극적인 설정이나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자극시키기 위한 갈등의 도구로만 써먹게 된다면 그 캐릭터는 물론이오 연기하는 배우에게까지 비난의 시선이 꽂히게 되는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악역보다 무서운 것이 억지스럽게 드라마의 갈등을 유발하는 개연성 없는 상황 설정을 남발하는 어거지 조역이 아닌가. 차라리 처음부터 악역이었다면 모를까 그토록 자애롭고 현명한 시할머니로 등장하던 그녀가 난데없이 우거지 죽상이 되어 남은 자들에게 여전히 고리타분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종갓집의 유령 같은 전통을 들이밀며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꼴 보기 싫은 노파에 불과할 뿐 이건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캐릭터도 되지 못한다.

어쩌면 최막녀 역시 전통이라는 이름에 갇힌 불쌍한 여자를 대변하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만월당의 유일한 책임자라지만 그것을 만든 것은 역시 남자이며 그 전통을 이어가려는 것도 남자를 위해서가 아닌가. 자신의 손주들은 어떤 방향으로 뒤틀리건 아무 상관 없고 그럼에도 남은 여자들은 오로지 남자를 위해 희생하며 평생 수절하여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뒤틀린 사상은 최막녀 역시 어그러진 전통의 희생자임을 증명하는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것은 이 드라마가 그런 시대고발물도 아니고 그저 일일드라마에 판타지 요소를 섞은 줌마렐라 스토리에 불과한데 저런 사상은 그저 추측에 불과한 망상일 뿐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은 편협하기 그지없어 그저 드라마 속의 강부자의 캐릭터는 날이 갈수록 정신마저 이상해 보이는 해괴망측한 옹고집쟁이 노인네로 그려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캐릭터가 개연성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하는 행동마다 기괴하고 억지성이 강할수록 그 캐릭터에 대한 미움은 점차 배우 자신에게까지 뻗쳐 강부자라는 명배우마저 부족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로 생각나게 만들 뿐이다. 그토록 좋은 각본에서 좋은 연기만을 보여주던 강부자가 어찌하여 이런 형편 없는 대본 놀음 속에서 홍구 할아버지이만을 외치는 안타까운 연기력을 소진하고 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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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낭자 2011.10.27 08:11 신고

    공감 백배하고 갑니다.

    요즘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참 제가 한심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하나같이 배우들의 연기력이 그저 안타까울뿐입니다.

    작가님~막장=흥행이라지만 해도해도 너무해요.

  • 맘을여니 2011.10.27 10:45 신고

    남자시군요...조금은 비약되었을진 모르지만 이시대의 30대 중반이상의 며느리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입니다. 당신 자녀의 허물을 왜 못보겠습미까만은 그 허물보다는
    그들의 부족함을 채워 주고자하는 맘이 크니 당연 며느리가 채워야한다 생각해서 그렇게 못하는 며느리를 탓합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는것도...
    사회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것도...
    이 드라마에선 며느리들의 남자..재혼을 중점으로 다루기 때문에 강부자님의 연기가 억지처럼 보이겠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허다하지요...
    예전일이 생각나네요.
    못된며느리 나오는 드라마를 보시면서 부엌에 있는 절보며 울시어머니 넌 어떻게 생각하는 물으시더군요. 웃으며 답했죠..저럼 안된다고 그리곤 타 방송 드라마에 나오는 현명하고 어진 시어머니를 보면서 말했슴다.
    요즘 시어머니들은 저렇게 하신다고...웃으면서...그리곤 말했슴다.
    "어머니 진지 드세요~"

    • 그러게요 2011.11.02 19:41 신고

      이 댓글에 공감하고 갑니다.

      어찌보면 공가루인데요 하나하나 보면 지금 현실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사람들과 캐릭터를 한데 뭉쳐놓아 콩가루처럼 보일 뿐이지, 하나 하나 뜯어보면 주변에서 보는 일들이지요.. 남자들은 모를 수도 있을거에요.

  • 2011.10.27 10:56 신고

    증말로 지가 하구 싶었던 말을 하니 속이 다 션하네요. 님 말씀대로 첨엔 아주 자상한 시어머니로 나오다가 느닺없이(전혀 이해가 안되게 성격이 급변) 괴팍하고 이상한 시어머니로 나오는데 너무 짜증이 나서 못보겠더라구요. 더구나 맨날 죽는다는 말....

  • 전요 2011.10.27 11:27 신고

    제일 이해가 안되는게 그집 며느리들 입니다.
    남편도 없는데 시모랑 살면서 무슨 그리 눈치란 눈치는 다 보고 사는지..
    막말고 친부모도 아닌데 말입니다.
    걍 나와서 살면 될걸..
    글쓴님 말씀처럼 남편이란 작자들 역시 제대로 된 놈들도 아닌데 말입니다.

  • 이연숙 2011.10.27 11:34 신고

    저두 공감 백배입니다..
    종갓집이 맞는지 ..대체..하나같이 그렇게 그려놓으면 어쩌란 얘기인지
    적어도 붙들 무언가는 주어져야하는게 아닌가요..

    김보연의 딸과.이영하의 아들이 사랑을 합니다
    그럼 이제 자식을 위해서 포기하는것으로 드라마가 이어지나요.
    짐작 가는 면이 너무나 많고..종갓집 배경을 차라리 잡지 않았다면 더좋을뻔 했다는생각

    우리나라 종갓집에 대한 시청자들의 생각을 무시하는 내용들이 좀 많아서..그렇네요
    그래서 며칠간 안보고 있습니다..

  • 보노보노 2011.10.27 11:43 신고

    저도 완전 공감하네요.

    말 그대로 뼈대도 없는 콩가루집안이지..-_-;

    드라마가 현대의식수준에도 너무 동떨어지는 내용이고

    전통적인 악역의 종가집시어머니가 오히려 설득력이 있겠어요.

    볼수록 내용이 산으로 가는듯해서 안보게 된지 꽤 된듯하네요..;;배우가 아깝네요.

  • 공감 2011.10.27 12:05 신고

    아마도 작가는 드라마 가문의 영광에서 모티브를 따온것 같은데...그래서
    처음엔 신선했지만 극중 강부자씨 컨셉은 그냥 나이든 할머니일뿐
    한 집안 어른으로써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네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에 더 많이 충실한 모습...그냥 어깃장놓는
    할머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컨셉에 오히려 강부자씨 연륜에 흠집이
    되지않을까 안타깝기만 한 드라마 입니다...제 초등6학년 아들이 같이
    드라마 보다가 막장한심 드라마 추가요~하더군요

  • 막걸리피부 2011.10.27 12:19 신고

    아, 진짜진짜 공감하고, 제 속이 다 후련~~합니다!
    저도 한 동안 재미나게 보다가
    그놈의 '홍구 할아버지~~꺼이꺼이'와
    염치없고 뻔뻔한 시댁 식구들의 작태에 열이 뻗쳐서
    도~~저히 못봐주겠더라구요!
    그나마 신우 엄마의 역할이 너무 재밌고 정감이 가서
    참고 참고 하다가 결국엔 때려쳤습니다!ㅎ
    님, 어쩜 그렇게 마음 속 찝찝했던 디테일한 부분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주시는지,
    아주 그냥 감사할 지경입니다~ㅎㅎ

  • ㅎ하 2011.10.27 12:21 신고

    한번도 꼴불견이라 생각한적없는데...그마음 공감가던데.
    며느리시집보내고 딸이라생ㄱ각한다는 김보연역이 억지지..
    강부자역할은 ..글세..시어머니라면 늙어 혼자 만월당남는 불안감에
    며늘 재가 시키기 싫은거 당연한거 아닌가?

  • 뭐, 2011.10.27 12:40 신고

    강부자,연예인 여자 접대로 유명한데. 뭐.
    너무 한 방향에서만 바라 보는거 아닌가.
    악역. 그거 하는 사람 따로 잇나
    저런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내 아들과 헤어져달라 돈 봉투 말고
    더 잔인한 술수를 쓰는 잇는 사람일지, 뭘 안다고.

  • 글쎼요 2011.10.27 13:41 신고

    저는 요새 이드라마를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으나 글을 읽고나서 드는 생각입니다.
    이 드라마를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인간의 이중성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요? 자기 자식과 남의 자식에게 하는 행동이 다르듯 인간이라는게 이중을 지니고 있어서 평화로울땐 온전하고 너그러울 수 있지만 자신에게나 가문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누군가 보인다면 인간이 돌변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닌지요 며느리와 딸을 대할때 똑같이가 진정으로 가능할까요?
    답답한 모습이긴 하나 그 또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을때 누구나 좋게 행동 할수있죠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라면 진정한 원래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 향단이 2011.10.29 18:27 신고

    솔직히 저는 위 의견과 다르게
    보면서 시어머니 역할을 보면서 현실적이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몇십년을 남편이 없는 시모와 며느리가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때로는 친구처럼 부부처럼 자매처럼 자상한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 사이는 서로를 의지하며 평생 함께 할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며느리가 사랑하는 남자가 생겨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마
    시어머니는 평생 함게할 남편에게 배신을 당한것과 비슷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고 더욱 그 섭섭함이 크기 때문에 저렇게 행동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드라마의 나른 이야기들은 몰라도 이 시모와 며느리의 이야기는 쇵장히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니는 더 이상 만월당 종부가 아니다" 바람나서 객사한 남편 때문에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어버린 손주며느리의 손을 붙잡고 좋은 남자 생기면 진짜 친딸처럼 생각하고 보내주겠다던 최막녀(강부자역)는 영심이 새 남자를 데려오자마자 기함을 하고선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홍구 할아버지를 찾아 울먹였습니다. 급기야는 영심에게 가문의 품위(?)를 손상했다며 더 이상 종부 자격이 없으니 집을 떠나라는 폭탄선언을 합니다.

손 붙잡고 좋은 남자 생기면 시집 보내주겠다고 약조하던 그 말은 영심을 노예살이시키기 위한 계략이었던 것인지? 꿍꿍이속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게 하는 도를 넘는 과한 역정은 저절로 눈살을 찌푸려지게 하더군요. 그리고서 문신우가 처갓집 말뚝에 절이라도 하겠다는 태도로 죽은 아들의 벌초까지 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도를 넘는 오버 제스추어로 문신우를 데릴사위로 들이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지 않나.. 전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상견례 자리를 나가고 두 며느리를 한집안의 다른 며느리로 들이겠다는 극단적인 설정은 정말 이 드라마는 중간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여주는 장면이었는데요.




그렇게 간도 쓸개도 다 빼놓은 것처럼 오버를 하더니 수십 년을 과부 살이 하는 큰며느리에게는 여전히 고추보다 매서운 시어머니로 자리하며 낯을 바꾸는 둔갑술을 펼치는 바람에 도대체 같은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 집안의 모든 여자들은 남편을 잃게 되는 저주라도 받은 것인지 두 번 결혼을 모두 실패로 만든 자신의 딸, 금실에게는 세 번의 시집을 보내려고 안달을 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수십 년을 수절 하며 외곬으로 늙어가는 큰며느리에게는 조금이라도 남자의 흔적이 닿을까 안절부절못하고선 자신의 딸은 두 번 이혼에 또다시 결혼을 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아무리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딸을 대하는 태도가 천지 차라 하더라도 정말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 제 일이 아닌데도 분통이 터지려 하더군요.




특히 이번 회차에서는 큰며느리인 혜자가 딸과 결혼시키려던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경천동지한 막녀의 모습을 내세웠는데요. 뭐 충격적일 수는 있겠지만, 곡기를 끊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지 않나 땅을 치고 울며 홍구 할아버지를 찾아대지 않나 나중에는 노발대발하며 딸에게 연결하려고 지극정성을 들일 때는 관심도 없던 남자의 과거가 어찌 그리 금방 떠올랐는지 며느리와 한때 사귀었던 남자라는 증거를 찾아내는데 차라리 그 관계를 미리 알고 충격을 받았다면 모를까 그저 며느리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심통을 부리는 것으로밖에 안 느껴져 짜증이 나기만 하더군요.




"내는 이 자리에 요대로 황천길로 갈테니께니 그렇게들 알아라 고마. 늙은이 밥심으로 사는긴데 곡기를 끊으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급기야는 며느리를 불러다 놓고 엎드려 빌게까지 하며 종부 자격을 잃었다고 버럭버럭 고함을 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영심을 대하던 태도와 똑같던지..정말 1그램도 변하지 않은 그 모순과 이기적인 모습에 현명하고 자애로운 만월당 터줏대감은커녕 심술쟁이 노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만월당이 뭐가 그리 대단한 가풍을 가진 집안인지 그 집안의 가풍을 지키는 것은 오로지 며느리 하나만 희생하는 상황이었던 것인지. 이미 콩가루 집안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뭘 그리 지킬 훌륭한 가문이라고 틈만 나면 종부 타령을 하며 협박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더군요. 아들 둘은 하나같이 바람이 나 도망을 가 딴 여자와 딴살림을 차리거나 사기를 쳐서 도망 다니는 신세고 딸은 이혼을 밥 먹듯이 하는데다 손주 며느리 둘은 다른 집에 동시에 같은 며느리가 되어 그것도 동서지간이 바뀌는 상황까지 왔는데 이 정도의 콩가루는 웬만한 평범한 집안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거늘 뭐 그리 자랑스러운 집안이라고 틈만 나면 종부 타령인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말이 명문 가문이지 실상 들여다보면 콩가루 집안이나 다름없는 만월당. 그럼에도 오로지 며느리의 희생만으로 가풍을 이어가려는 억지 논리는 자신의 딸은 세 번이나 결혼을 시키려고 안절부절못하면서 수십 년 수절한 며느리의 연애도 지켜보지 못하고 쫓아내려는 시대착오적인 설정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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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3

  • 이 드라마 갈수록 눈뜨고 볼 수 없어진다는~ ^^;;
    이거 원 스트레스 유발 드라마 같다니까요~ ^^;;

    울 닥터콜님~
    기분 좋~은 주말 보내셔요~ ^^

  • 저도 가끔 보는 거지만..참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닐 수 없어요....

    기분좋은 주말되세요^^ 닥터콜님!!

  • imom 2011.10.15 16:11 신고

    갈수록 짜증나게하는 연속극...
    상황상황 보는 사람이 스트레스받게 합니다
    비비아나만 보구 싶어 보긴하는데...


2011년 대한민국 안방극장은 예능은 서바이벌에 미쳐 있고 드라마는 막장코드에 미쳐 있는 것 같습니다. 꼬고 또 꼬는 것이 카타르시스를 만드는 왕도이고 씹고 뜯어야 제맛이라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시청률을 만드는 가장 쉬운 지름길이라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지나치고 이젠 없으면 서운한 것이 되어가니 시청자가 날이 갈수록 막장 코드에 중독되어 작은 자극은 무감각해지게 하는 행위는 공중파로서는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범죄 행위는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MBC 최고의 막장 드라마를 저는 '불굴의 며느리' 라 말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서 윤혜영(금주역)이 만나러 온 동생의 피앙세가 자신과 곧 결혼할 남자의 아우라는 사실에 기절까지 할 만큼 겹사돈 문제를 거의 사회 문제에 가깝게 심각히 다룬 금기 소재였는데 이제는 시어머니가 알고 보니 내 친엄마라는 패륜에 가까운 관계 설정까지 노출되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그중에서도 불굴의 며느리는 불륜의 며느리라는 말로 제목을 바꾸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종갓집 며느리 둘이 남편의 불륜과 불성실한 가정생활에 상처받아 이혼하고 이혼녀 혹은 과부가 되었는데 이런 그녀에게 뿅 하고 나타난 왕자님 둘이 알고 보니 형제이더라..라는 전국민 햄스터설을 만드는 기묘한 드라마입죠. 그래서 동서가 형님이 되고 형님이 동서가 되어 한집안의 며느리 둘이 남의 집안의 며느리로 둔갑한다는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장난 같은 드라마를 가족 시간대에 그대로 내보내고 있으니 가끔 지나치다 보면서도 참으로 열이 치받습니다.




하지만 엠비시의 불굴의 며느리는 그야말로 그냥 커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강 티오피의 막장 드라마가 있으니 그게 바로 KBS의 기묘한 홈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입니다.



KBS의 주말극 시간대는 지금 현재도 대한민국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를 정한다면 1위이거나 최소 3위권 안에는 드는 첫사랑이나 젊은이의 양지 등을 탄생시킨 대국민 가족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내공이 깊은 시간대의 안방극장이었습니다. 목욕탕집 남자들과 같은 최고의 홈드라마를 만들어 냈던 시간대이기도 하구요. 파랑새는 있다처럼 정말 서민들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낸 드라마도 있었죠. 홈드라마, 가족 드라마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약간은 고리타분하면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각자의 가치관을 치열하게 부딪치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그 시간대의 드라마들은 참 재밌고도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그야말로 명품 드라마들이었죠.



하지만 어느덧 그 시간대가 막장드라마와 동의어가 되어버린 듯 참으로 속 터지게 하는 상황 설정, 도의를 모르는 가족들, 무서우리만큼 뻔뻔하고 끔찍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그저 자극만을 요청하는 시간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방영되는 오작교 형제들은 그 막장의 선봉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뻔뻔스러움의 극치인 사람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랍시고 등장하고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오작교 형제들에 등장하는 형제들과 그들의 부모로 이루어진 가족들은 정말 최소한의 양심이나 도의마저 없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이 악인이 아닌 선인 비슷한 모양새로 드라마의 주축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선과 악에 대한 혼돈마저 올 정도이지요. 계속해서 사업을 말아먹은 백일섭(황창식역)은 10년 뒤에 친구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땅 하나를 무상으로 렌탈 받게 됩니다. 그것도 무려 십 년이나요!! 십 년 동안 아무런 세금 하나 없이 남의 땅을 빌려 쓰고 그것으로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내고 터전을 마련했으면 누구보다 그 친구와 그 가족들이 자신의 은인이 되어야 마땅할 것인데 10년 뒤에 친구가 돌아와 땅을 돌려달라고 하자 돌려주기 싫어서 끙끙거리던 가족들은 마침(?) 친구가 중국에서 실족사 되었다는 이야기에 살판났다는 듯이 즐거워 합니다.



친구가 실족사 되었다는 말에도 전혀 죄책감이 없어 보이는 백일섭과 신나서 떡 벌어지게 잔칫상을 차린 김자옥(박복자역)에 심지어 기자에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자식들 역시 누구 하나 그 상황을 탓하지 않고 심지어 집안의 어르신인 백일섭의 어머니는 사람이 죽었을지 모른다는 소식에 "애비 니가 성실하게 살아서 복을 받은 거다"라는 믿기 어려운 환영 인사를 하고요. 저는 이 장면에서 이거 무슨 김기덕이나 박찬욱 감독 정도가 쓴 인간의 내면을 파헤친 심리 사이코물인가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어긋난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실족사 되었다는 친구의 딸이 거의 빈털터리가 되었는데 마침 그 땅을 돌려받는 것이 자신의 희망이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찾아왔기 때문이죠. 땅을 돌려달라는 말에 모든 가족은 시큰둥하고 금방이라도 유이(백자은역)의 뺨을 칠 것 처럼 그녀를 죽일 듯 노려보던 김자옥은 악다구니를 지르고 백일섭의 엄마는 유이를 때리려고 달려듭니다. 겁이 난 유이는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밖으로 도망쳐 나오는데 김자옥은 도둑년 취급을 하며 그녀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고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가족 시간대에 여과 없이 그대로 방영되더군요.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나름 백일섭의 아들들은 양심적인 언론인, 청렴결백한 경찰로 그려지는데 이런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한마디의 변호도 없이 그 상황을 그대로 묵과하며 오히려 유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더라는 것이죠. 심지어 기자인 류수영(황태범)은 정확하지도 않은 사실을 보도하여 유이를 사지로 몰아가려 하지 않나 하룻밤으로 계획 없는 임신을 시키고도 미안함 없이 뻔뻔한 모습을 보여 이 드라마 속에 제대로 된 인간 군상이 있나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청렴결백 경찰로 등장하는 주원의 태도 역시 어처구니없긴 그대로입니다. 유이를 붙잡고 니가 잘못한듯 기죽어 살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태도는 무엇인지요? 자신의 어머니의 과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대로 지켜보고 있는 경찰이라니...



저는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 김자옥이 유이의 각서를 훔치며 "이게 팔자려니 해"라고 말한 그녀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었습니다. 10년이나 남의 땅을 무상으로 임대해서 지금의 아들을 키워냈는데 그 땅을 빌려준 은인의 딸이 천애 고아가 되어 거지처럼 나타났음에도 측은지심 하나 없었을까요?




어떤 분들은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도 하십니다. 솔직한 드라마 아니냐고요. 네. 물론 겉으로는 선한척하면서 뒤로는 아쉽다 욕하고 발길질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겠죠. 욕심도 나고 내 것이 아님에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적어도 안방극장 주말 가족 시간대에서 이런 일그러진 가정들을 비판적인 시각 하나 없이 그대로 투영해서 내보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솔직한 게 아니라 공해나 다름없어요. 적어도 티비 속이라도 정상적인 인간의 제대로 된 양심을 보고 싶습니다.


집안에 언론인과 경찰이 있으면서도 가족들의 도둑에 가까운 범죄 행태를 그대로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그나마 유이의 캐릭터가 단순히 착한병 걸린 콩쥐로 등장하지 않아서 다행이지요. 악다구니도 하고 대들기도 하니까 숨통이 트이는 거지 백자은이 이 상황을 그저 묵묵히 감내하는 소공녀 세라크루양처럼 비춰 나왔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 났을까요. 주말 저녁 가족들이 다 보는 시간을 어떻게 이런 비정상적인 막장 가족들의 군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인지.. 훈훈하고 따뜻하고 정겨웠던 사람 냄새가 나고 가족의 온기가 느껴지던 그 옛날 KBS 홈드라마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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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우리 나라 드라마가 좀 막장에만 집착하는거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즐거운 추석되세요 닥터님~

  • 거의 모든게 맞긴 한데 한가지 수정해야 하실 부분이 있네요.
    아직까지 경찰인 황태희는 자기 엄마가 각서를 훔친걸 모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렇게 자은이를 야단친것이구요.

    아마 이 드라마의 관건은 그것을 황태희가 알아차렸을때 그때도 백자은을 보호해주느냐
    안해주느냐 하는게 관건일것 같습니다.

    • 아 그런 의도로 읽혀졌었나봐요.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 의도라기 보다는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잡아내지 못한것 같더라구요 ㅎㅎ
      아마 제 생각에는 그래서 주원만 다르게 묘사되는 그러한 부분도 있구요.
      황태범 같은 경우에는 전혀 자은이에게 미안해 하지 않지만,
      자신의 잘못을 아는 황태희는 미안해했거든요.. ㅎㅎ

    • 그래서 주원을 유일한 양자로 만들었던것 같네요. 만약 주원이 저 집안의 친자라고 나온다면 실족사 된 아버지의 죽음을 기뻐한 가족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는 비정상적인 전개가 나오는데 그나마 주원이 친자가 아니라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그리고 다른 의도로 해석해 보면 어쩌면 일그러진 가족들중 유일하게 그나마 건전한 생각을 하고 있는 황태희를 양자로 그림으로서 천애고아인 황태희와 역시나 천애고아인 백자은이 결합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작가의 궁국적 목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가족 범죄를 너무 비판적인 시선 없이 올바른 경찰, 정의로운 기자로 묘사하는 것은 이해가 안가더군요.

    • 그렇죠. 저도 그래서 황태범에 대한 비난을 확실히 적어놨습니다.
      일단... 기자들에 대한 일침을 놓으려고 하는 의도는 어느정도 보였습니다.
      제 글 한번 트랙백으로 걸께요 ^.^a;


대한민국 최고의 유명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열의 아홉은 이 사람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까요.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 엄마가 뿔났다등 주옥같은 히트작을 남기며 한국 드라마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김수현 작가 말입니다.

드라마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김수현 작가의 이름 정도는 들어본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할머니는 생전에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참 좋아하셨는데요. 드라마 작가의 이름까지는 거의 외우고 있지 않으실 할머니께서 그분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꽤 놀랐던 기억이 있죠. 그만큼 한국 드라마를 꽉 잡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영향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예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혹자는 랩배틀을 하는 것 같다, 시끄러워서 싫은 드라마라고 비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아 저 긴 대사를 어떻게 외우지. 참 힘들겠다.'라고 배우 걱정을 하게 해주는 꽉 들어찬 문장력의 길고 긴 대사는 김수현 작가의 대본이 얼마나 치밀하고 건성건성이 아닌지를 드러내는 단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순재님이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말하길 김수현 작가의 대본에서는 애드립을 칠 요소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어순이 너무나 완벽하기에 한 문단이라도 배우 마음대로 바꾸어버리면 대사 자체의 의미가 소실되기 때문이지요. 김수현 작가가 그렇게 오랫동안 정을영 피디라는 한 명의 피디와 계속해서 작품을 해왔던 것도 이런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누구보다 잘 지켜줄 수 있는 연출가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남들이 싫다고 말하는 김수현 작가의 긴 대사 하나만을 보더라도 그녀가 작품에 얼마나 공을 들이며 심혈을 기울이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제대로 된 작가의 힘이 그리워질 만큼 형편없는 작가들의 허접한 대사들이 범람하는지라 김수현 작가의 이런 투철한 장인 정신이 녹아들어 있는 촘촘한 대사가 무엇보다 그리운 것이 사실이더군요.

한류의 영향인지 대충 찍어 빨리 팔아먹겠다는 심산으로 만든 공장표 드라마가 범람하는 요즘 작가의 세밀하고 촘촘한 대본의 맛을 느껴본 지가 너무나 오래된 듯한 느낌입니다. 막장과 건성으로 버무려진 요즘의 드라마는 무조건 빨리빨리 찍고 자극적으로 내보내기가 트랜드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도대체 작가라는 사람이 쓴 글이 맞는지 의심이 될 만큼 유치찬란한 대사들은 인터넷 소설보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느낌이고요. 이런 드라마들이 넘치다 보니 최근의 드라마 중 정말 무릎 치며 재밌게 본 드라마가 드물 수밖에 없죠.

그나마 괜찮다 싶었던 드라마들도 시간에 쫓기며 그야말로 생방드라마가 되어 쪽대본을 남발하다 보니 대본의 힘이 떨어지고 결국 스토리 자체가 산으로 가는 용두사미의 경우가 허다합니다. 적어도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용두사미를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최근의 드라마들은 처음과 끝이 동일하게 재밌는 드라마를 찾기가 어려울지경입니다.


김수현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런 쪽대본 막장 작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통쾌한 일침을 놓았습니다.

"보통 그 주 방송분 포함 6회분이 앞서나가 있으면 진행에 무리 없습니다"김수현 작가는 현재 한 달여나 남은 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집필 중입니다만 사전제작도 아닌 이 드라마를 벌써 지난달 17일에 7회까지 완료했다는 글로 놀라움을 주더니 최근에는 무려 20회분 방송을 9회까지 집필했다는 놀라운 준비성을 보여주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김수현 작가는 6회 분량을 미리 써두면 생방 드라마가 생길 일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만 최근 작가들의 쪽대본 논란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대본을 전송시키고 내일 방송분을 오늘 촬영해서 내보내는 일까지 있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지금은 이동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야외촬영분도 많고 연기자 스케줄 얻기도 만만찮아 대본 여유없이 작업하는 건 글쎄요. 그냥 나는 함께 일하는 팀 에 폐가 돼서는 안된다 주읩니다”


김수현 작가의 나이는 올해 69세로 70을 바라보는 나이의 고령 작가입니다. 이런 분이 이토록 치밀한 준비성으로 자신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때 다른 작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대본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은 물론 대본 리딩에도 성실하게 참여하여 배우들의 연기 동선을 깨우쳐주는 그녀는 암으로 투병하는 와중에도 대본 리딩을 빠짐없이 참석하여 후배 작가들의 경종을 울리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드라마 시스템의 열악한 환경을 작가의 늦은 대본 탓 하나만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작가놀음이라고 불리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대본만이라도 제대로 충실하게 쓰인다면 국내에 막장드라마, 쪽대본 논란 생방드라마 논란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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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김수현 작가님이 왜 작가계의 대부로 불리는지 제대로 알수있을듯 합니다 ^^

    닥터콜님 즐거운 주말되세요~!!

  • trevis 2011.09.04 10:54 신고

    말씀은 옳은 말씀이네요.
    그렇지만 항상 대가족의 소소한 갈등에 대한 이야기 평범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 정신없이 쏟아내는 대사들 말고는 그녀의 작품에서 별로 느껴지는 것이 없습니다.

    미국드라마나 일본드라마등을 접하고 시청자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져있는 상태입니다.
    막장드라마가 난무하는 한국에서 그녀의 위치는 가장 높은곳에 있지만 외국드라마와 비교한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합니다.

    그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기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를 바라며 적었습니다.

  • gugy2001 2011.09.04 13:52 신고

    오타신고! 김을영 피디가 아니라 정을영 피디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쩝.... 2011.09.04 14:08 신고

    정말 뭔가를 착각하고 계신듯......

    일반적인 작가가 대본을 전체를 다 완성해서 갖다줘도

    pd가 찍는 도중에 방송 반응을 보면서 그리고 광고/협찬도 넣어야 하니까 일부러 수정지시를 하고
    이렇기에 쪽대본이 나오는겁니다.

    작가들이 쪽대본을 쓰고 싶어서 쓰는게 아니라 미리 다 써놔도 계속 수정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게 다 pd와 제작환경 탓인데

    왜 아무 잘못없는 작가탓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드라마 제작중에서 젤 쉽고 가장 빨리 끝낼수 있는게 대본완성입니다. 근데 계속 PD의 수정이 들어오니까 쪽대본이 나오는겁니다.

    김수현이야 PD들이 감히 김수현 대본에 수정할 생각을 못하니까 자유로운거구요.
    애초에 김수현씨가 엄청나게 말실수한겁니다. 쪽대본은 작가잘못이 아니라 PD의 잘못입니다.

  • 세월이 참 우습군요 2011.09.04 14:38 신고

    요즘 하도 막장 드라마가 난무하다보니 김수현 작가가 무슨 대작가라도 되는냥 대접 받는 모양입니다. 근데 김수현 작가도 결코 훌륭한 작가 취급은 못받았습니다. 그냥 대중적인 음식으로 따지면 길거리 오뎅이나 떡볶이 만드는 그런 작가였죠. 근데 요즘 막장드라마들이 퀄리티가 바닥을 기다 보니까 김수현 작가도 대작가 대접을 받는군요. 뭐 성실성은 인정해줄만 한것 같습니다만 차라리 진짜 훌륭한 젊은 작가들 보다 역량면에서는 훨씬 떨어지는 분이십니다.

    • 님아..뭘 잘못 알고 계시는듯 2011.09.04 22:53 신고

      김수현씨 1980년대 MBC가 드라마왕국이란 말 들을때부터 대작가였습니다. 김수현을 무슨 듣보잡 취급 하시나요!!
      김수현작가의 단막극 한편이라도 좀 보고와서 그런 말 하세요, 무슨 오뎅이다 떡볶이 만드는 작가라고 말 함부로 하시는지요?!
      노희경 작가도 김수현 선생님에 대해선 칭송해마지 않으며 특히나 김수현씨는 완전 초짜시절에도 절대 자기 대본은 드라마국장이 뭐라해도 못고치게 했던 자존감 짱짱한 분이셨음요, 만약 김수현같은 드라마 작가가 없었다면 방송계에서 드라마작가의 위치는 아직도 바닥이었을지 모를 일이라구요.

  • 2011.09.04 18:27

    비밀댓글입니다

  • ㅋㅋㅋ 2011.09.04 20:37 신고

    쪽대본을 꾸짖는 글 같은데요. 선배 작가로써 바른말을 했네요. 그러나 김수현이야말로 막장계의 대선배죠. 항상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상황과 머리카락을 삐죽삐죽 서게하는 따스함이라고는 찾아볼수없는 대사들. 김수현의 드라마들을 보고있으면 피곤할뿐더러. 어떤 감동이나 따스함이 없는 대표적인 통속작가고, 그건 나이가 들어도
    전혀 달라지지않으니 참ㅡ.ㅡ

    전혀
    여전하더군요. 대표적 통속작가고,

  • 조유진 2011.09.04 20:37 신고

    쪽대본을 꾸짖는 글 같은데요. 선배 작가로써 바른말을 했네요. 그러나 김수현이야말로 막장계의 대선배죠. 항상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상황과 머리카락을 삐죽삐죽 서게하는 따스함이라고는 찾아볼수없는 대사들. 김수현의 드라마들을 보고있으면 피곤할뿐더러. 어떤 감동이나 따스함이 없는 대표적인 통속작가고, 그건 나이가 들어도
    전혀 달라지지않으니 참ㅡ.ㅡ

    전혀
    여전하더군요. 대표적 통속작가고,

  • 조유진 2011.09.04 20:38 신고

    쪽대본을 꾸짖는 글 같은데요. 선배 작가로써 바른말을 했네요. 그러나 김수현이야말로 막장계의 대선배죠. 항상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상황과 머리카락을 삐죽삐죽 서게하는 따스함이라고는 찾아볼수없는 대사들. 김수현의 드라마들을 보고있으면 피곤할뿐더러. 어떤 감동이나 따스함이 없는 대표적인 통속작가고, 그건 나이가 들어도
    전혀 달라지지않으니 참ㅡ.ㅡ

    전혀
    여전하더군요. 대표적 통속작가고,

  • ㅇㅇㅇ 2011.09.05 00:18 신고

    음.. 뭐 의도는 동감하는데, 김수현 작가의 저 트위팅 글이 타 작가들에게 어떤 경종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뭉뚱그려 논리전개를 하셨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소스들이라고 보는데요.

    일단 기존의 '막장 작가' 라 불리며 비판당하는 사람들이 방송 스케쥴이나 쪽대본으로 인해 욕을 먹느냐 하는겁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쪽대본이나 촬영스케쥴이 촉박함은 작가들이라기 보다는 제작사 차원의 문젭니다. 김수현 작가가 저렇게 미리 집필을 할수 있는것처럼, 타 작가들에게 충분한 집필의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느냐의 문제지, 방송국 드라마정도 쓰는 작가치고 게을러서 시간 못맞추는 작가는 없을겁니다. 그들이 막장으로 욕먹는건 드라마의 내용이나 설득력같은 차원이지, 쪽대본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거죠.

  • 예전 작품들이 그립습니다.
    유혹, 청춘의 덫 등등..

  • 난 그 드라마를 보면서 웃었다. 허허허 2011.09.05 01:07 신고

    간단하게 말하면 난 드라마 보면서 웃었다, 왜? 웃었냐고.. 몇년전 드라마 타령하는 마누라랑 싸우면서 3년전에 테레비 버렸다. ㅎㅎㅎ 테레비업이 3년을 살다보니 참 좋다,이제는. ㅎㅎㅎ 말도 안되는 드라마를 쓰는 많은 사람들 보면서 내가 저 작가들에게 한 마디 하면? .. 작가들이여..말도 안되는 허접 글좀 쓰지마세여..잉 나참.. 당신들이 만들어논 드라마라는 틀에다가 자꾸 더 주입헤서 만들지좀 마세여..잉 요즘은 시청자가 작가보다 더 잘쓰는것 같다,잉 전부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는..잉 우연히 보다가보 면 ..이건 뭐 30년전 드라마 여로랑 똑같애..허허허허허 나참..30년이 훌쩍 넘어선 드라마랑 30년이 흘러간 후에도 비슷하다는 이런 허접한 황당에 허허허허허..내가 여로를 본 시대가 70년대다.잉 허허허 그런데 아직두 여로를 못벗어난 드라마 천국 ..누구부터인지 웃긴당,,잉 난 목욕탕집인지 떼밀이 집인지 드라마보다가 너무너무 황당해서 웃었다, ㅎㅎㅎ 상식이 안통하는 드라마,,그런 드라마를 자꾸 실생활속에다 주입하는 모양에 짜증났었다,,누구 작품인지는 모르지마ㅣ느 참 허접하던 드라마..근데 그 드라마랑 아주 판박이던 드라마가 복고풍처럼 이제 나오는 시츄..허허허허허허..우리가 달나라로 신혼여행을 가도 이느무 작가들은 변하질 않어,,허허허허허허,, 하하하하하하하,,,ㅎㅎㅎㅎㅎㅎㅎㅎㅎ

  • 난 그 드라마를 보면서 웃었다. 허허허 2011.09.05 01:08 신고

    나참..졸라 쓰고보니 먼 관리자 승인.. 허허허허허 ,,댓글 쓰는데도 관리자가 감독하에 승인해야지 달리나여? 허허헣 괜히 손 모가지 아프게 허적댔냉,,잉, 허허허허헣

  • 더워 2011.09.05 10:17 신고

    6회가 먼저 나가는건 김수현님이니까 가능한거죠.
    김수현님이 쓰신 대본인데 감히 누가 시청률 1~2%에 멋대로 대본을 고치란 말을 할수 있까요? PD가? CP가? 드라마국장이?
    자기가 아무리 한류스타라고 해도 김수현님의 대본에 뭐라고 토를 달수 있을까요?

    사전제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청률 1~2%에 따라 대본수정 요구가 쏟아지는 상황은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작가들만 탓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 하하하 웃겨서.. 그럼 아예 대본을 다 완성하고 제작하면 더 좋지않을까여? 허허허허 2011.10.27 03:46 신고

    웃겨서..허허허헣
    그럼 아예 대본을 다 완성하고 제작들어가면 안되나여? 잉
    미리 대본 완성하고 미리 인물 설정하고 미리미리 대본 다 나눠주고 미리미리
    다 연습하고..미리미리 다 제작한다음 방송하면 안되나여?
    잉 허허허허
    난 이글보고 웃었다,
    허허허허허허허헣허


가끔 드라마를 보다보면 초반의 기획 의도와 달리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만큼 아리송한 스토리로 변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반짝반짝 빛나는 역시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초반은 병원의 실수로 30년의 삶이 뒤바뀌게 된 아이들이 환경에 의해 악인이 되느냐 자라난 천성으로 악인이 되느냐를 깊게 고찰한 인간 심리의 극한을 보여줄줄 알았죠. 거기서 더 나아가서 돈을 뛰어넘은 가족의 사랑과 자매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두 여주인공의 심리를 철저히 파헤친 짜릿한 심리극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째 날이 갈수록 반반빛이 예고하는 네러티브는 "사채하지 맙시다" 가 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언가 계몽 드라마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그토록 나긋나긋하고 똑바르게 살아온 것 같은 송편집장의 어머니가 불굴의 사채업자 백곰이라는 사실부터 경악스러운데 그분의 등장 이후로 드라마는 매번 호러 분위기를 달리고 있습니다.



만약 이 드라마가 초반 기획의도를 그대로 살리려했다면 마치 얼음여왕처럼 차가운 백곰을 정원의 따뜻한 인간미로 새사람을 만들거나 조금은 변화 되는 모습을 그려내려 했을텐데 "어머니는 주변에 사람이 없으셔서 그래요. 제가 어머니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 드릴게요" 라고 선언한 정원의 이야기와 달리 나날이 백곰의 악행은 치를 떨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족극에서 필요 이상으로 비이성적이고 무식하리만큼 폭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도 남자주인공의 어머니인데요.



"백곰을 어떻게 그릴까 그게 제일 불안해요. 모르겠어요. 글쎄 아들이 날 용서해주려나.."



백곰을 연기하는 김지영씨조차 백곰의 행방을 불안해할만큼 날이 갈수록 악의 포스가 강해지는 그녀 덕분에 드라마의 후반부는 온통 사채의 그림자로 뒤덮여 있습니다. 황금란과 한정원의 치열한 심리극도 그럼에도 그들을 감싸주는 가족이라는 크고 포괄적인 세계관도 승준과 정원의 애틋한 사랑도 모조리 사채라는 호러극에 불을 붙여주는 도구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계약서를 훔치려다 백곰 대신 칼에 맞아 생사를 오락가락했던 금란의 모습을 보고서도 그 아픔을 정원과 승준을 헤어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병원 의사까지 매수하여 그녀를 불임이라고 거짓말 시키는 터무니 없는 설정과 이런 상황에서마저 승준과 정원의 사랑이 찢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사채업자를 매수하여 정원을 생매장시켜 겁을 주려고 하는 장면들은 아무리 웃음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하지만 홈드라마라는 이름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설정이 아닌가 싶어서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정말 빛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사채 설정은 그만 좀 정리하고 정원과 금란의 앙금처럼 남은 갈등이나 제대로 마무리 해줬으면 합니다. 인생이 바뀌었다 다시 원위치 된 두 여자의 심리전이 치열하게 부딪혀 드라마를 정리해야할 판에 계속해서 드라마를 달구고 있는 사채에 대한 경고는 백곰 이상으로 불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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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은 무엇보다 등장인물의 사랑스러움으로 버티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지만 그중에서도 몇 안되는 밉상 진상 캐릭터가 있었다. 미안하게도 그게 바로 병판댁네 아이들을 연기한 서효림의 하효은역이었다. 기획사의 서브인지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와 그다지 큰 연이 필요하지 않은 캐릭터가 지나치게 많이 할당 받은 분량이 이 캐릭터를 질리게 만든 이유였지만 무엇보다도 그 캐릭터가 미움을 샀던 것은 연기자 서효림의 형편 없는 발연기에 있었다.



성균관 스캔들의 서효림의 연기는 그야말로 민폐 수준이었다. 특유의 째지는 목소리는 울며 징징대는 씬이 워낙 많았던 하효은의 장면들을 시끄럽고 보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유아적으로 변질 시켜 버렸다. 작가가 주인공 이상으로 공을 들인 캐릭터라 꽤나 공들인 장면이 있었음에도 서효림은 그런 장면들을 고급스럽게 소화시키질 못했다. 표정은 언제나 한가지 뿐이었고 그것마저도 하효은 역에 어울리는 표정이 아니었다. 서효림은 하효은이라는 캐릭터를 아주 밉살스러운 팥쥐처럼 보이는 캐릭터 해석력으로 성균관 스캔들에서 유일하게 비난을 받는 연기자였다.



무엇보다 성균관 스캔들의 서효림의 연기가 실망스러웠던 것은 사극에서 현대극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서효림이 입고 있던 고운 색의 한복 치마에서 느닷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 통화를 해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만 같다. 기본적으로 사극과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었다. 하필 이 드라마의 어린 배우들이 거의 처음으로 사극을 선택했음에도 그럴 듯한 연기력을 보였다는 점이 서효림을 더욱 밉상으로 보이게했다. 정통 사극도 아닌 다분히 로맨스 소설을 필두로 한 트랜디 사극이었음에도 서효림의 연기력은 겉도는 기름과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인의 향기라는 드라마 속에서 심기일전하여 도전한 서효림의 새로운 캐릭터는 성균관 스캔들의 그녀가 맞나? 싶을 만큼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나를 놀라게 했다. 캐릭터 설정 자체는 모든 권세를 다 누리고 있는 부잣집 딸이라는 설정과 안하무인의 말괄량이 공주님이라는 기본적 배경은 똑같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여인의 향기의 세령은 하효은이 갖지 못했던 어른스러움을 충분히 표출 시켜 보였다.



세상 모든 권세를 누리고 사는 재벌집 딸. 자신이 남에게 무례한 것은 용서가 되도 남이 자신에게 무례한 것은 참아내지 못하는 시건방을 서효림은 정말이지 독하고 얄밉게 제대로 연기해주었다. 앵앵거린다 느껴졌던 목소리도 이상스레 거슬리지 않았고 아직 어색한 감은 있었지만 세령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어야할 밉살스러움은 충분히 느껴지게 만들었던 연기였다.



더욱이 이 캐릭터 역시 단순한 서브 악녀가 아니라 작가가 꽤 공을 들인듯 어떤 상황에서도 시건방지기만 했을 것 같았던 그녀가 실은 남자 꽃뱀에 놀아난 어처구니 없이 순정적인 면모도 있었다는 부분은, 그토록 연재의 뺨을 때리고 그녀를 짤라내라고 협박을 할만큼 싸가지 없던 캐릭터가 순식간에 애절한 표정으로 변화하여 옛 남자친구를 붙잡고 그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에서 약간의 동정까지 느껴졌는데 이것은 성균관스캔들에서 그녀가 보여준 적도 없는 캐릭터의 디테일한 세계관이었다.



서효림이 이 드라마 여인의 향기를 통해 성균관 스캔들에서 불리던 소위 발연기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그나저나 서효림은 조연으로 나와도 역시 비중, 분량복은 타고 난 것 같다. 남자 주연 이동욱 보다 깊은 사연과 분량을 가지고 나오니. 아직 이동욱도 보여주지 못한 과거사와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미워해선 안되는 이유' 까지 만들어주는 당황스러운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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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효 2011.07.27 10:13 신고

    다른 게시판 가보면 서효림 여전히 연기로 욕먹습니다.
    특히 아버님 역으로 나오신 남궁원이란 배우와 둘이 연기하는 장면에선
    시청자들이 욕설이 장난 아니구요.
    서효림 발연기랑 남궁원 아저씨 웅얼대는 연기랑 합쳐져서
    2회때 사람들 경기 했었어요.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청춘드라마는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끼, 내일은 사랑에서 보여줬던 수많은 대학시절의 낭만과 사랑과 사색을 브라운관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하긴 대학시절의 낭만이라는 것이 실제 대학생활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린 시절 티비 속 한쪽 팔에 파일보드를 낀 대학생들을 보며 대학교에 가면 모두 저럴까?를 꿈꿨던 내 어린 시절의 낭만을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것이 드라마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판타지며 꿈이 아니던가.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복귀한 캠퍼스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에는 이런 청춘이 보이지 않는다. 명색이 청춘드라마, 캠퍼스 드라마라는데 그 시절의 꿈과 낭만과 사색을 느끼기는 어렵다. 남자주인공의 싸가지에도 캠퍼스 내의 모든 여학생들이 좋아서 어쩔줄 모르며 픽픽 쓰러진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인터넷 소설이나 다름 없는데 시청자도 파악하지 못한 남자주인공의 매력에 난 안 넘어갈거야를 외치다 결국 굴복하여 그의 노예가 되는 여주인공의 오지랖을 넘어선 민폐 수준의 참견은 귀여니의 소설에서나 볼 법한 수준이다.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남녀주인공의 캐릭터와 관계도 구성은 고등학생 아니 중학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유아적이고 유치한 설정인데 이런 상황에 남주인공이 좋아하는 여교수에 대한 순애보는 90년대에 봤어도 답답했을 구닥다리 순애보다. 이 얽혀있는 몇가지 감정들은 시청자에게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떨리지도 않고 설레지도 않는다. 정용화와 박신혜의 관계에서 제작진이 기대했을 상큼함과 뜨거움이나 정용화와 소이현의 관계에서 기대했을 순애보와 정적인 사랑중 그 어느 하나도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애초에 넌내반은 뜨겁게 땀을 흘리는 청춘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성인이 되기 전의 마지막을 사색하는 대학 시절의 낭만과 우정에 대한 것은 모조리 배제한채 그저 사랑 하나에만 목숨을 걸었다. 그렇다면 유치하고 치기 어린 사랑이라도 차라리 노스탤지어풍의 정적인 정취라도 느끼게 해주던가 아니면 유치해서 참을 수 없더라도 미남이시네요 만큼의 상큼하고 톡톡 튀는 아우라라도 느껴지게 해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넌 내게 반했어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에서 로맨스물의 가장 기본인 남녀주인공의 교감이라는 절대적 장치마저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용화와 박신혜라는 인물의 사랑에 전혀 사랑이라는 느낌이 보이지 않는데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소화하는 것은 역부족인 것이다. 정용화와 박신혜의 사랑은 차라리 미남이시네요에서 수건을 덮어주고 남자인줄 알았을 때가 더 청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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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과 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나, 아니면 환경으로 선과 악이 나뉘는 것일까. 적어도 이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경우의 정답은 후자이다. 인간은 결코 살아온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한정원의 타고난 밝음이다. 그녀는 어떤 순간에서도 비관하지 않는다. 금란에게 내몰린 어두운 가정환경에서도 빚더미를 껴안은 한심한 노름꾼 아버지를 바라보는 구치소에서도 30년 가까이 자신을 키웠던 엄마가 한순간에 그녀의 뺨을 때리며 넌 내 딸이 아니라고 선언을 했을 때도 그녀는, '반짝반짝 빛났다'


 

 

 

 


빛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어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태양이 강렬할수록 그늘 속에 숨어들어야만 하는 어둠처럼 정원이 밝고 빛날때마다 금란의 어둠은 커져만 갔다. 그 지긋지긋한 시궁창 같은 가난을 벗어난 순간에도 그녀가 그토록 소원했던 커다란 집과 명품 옷과 핸드백, 자신을 가난으로 옭아매지 않는 부모를 만났던 순간에도 그녀는 빛으로부터 구원 받지 못했다. 여전히 어둡고 여전히 초라했다. 그녀는 정원을 버리고 자신을 선택한 친부모들마저 믿을 수가 없는 이미 정신적으로 너무나 결핍된 초라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대부분의 성격과 인성이 결정되는 서른살 가까이의 삶을 그녀는 이미 정원에게 도둑 맞은 것이나 다름 없었기에 그것은 돈으로도, 풍요로운 삶으로도 채울 수 없는 30년의 정서가 아까워 그녀는 발악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할 최후의 선까지 넘으며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거듭해서 상처 입혔던 그녀는 양어머니로도 친어머니로도 딸이 아니라 거부를 당하다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마저 얻지 못하고 떠나보내게 하고선 마지막까지 집착을 놓치지 못하다 결국 칼을 맞아 생과 사를 오가는 최후의 상황에마저 놓이게 된다.



이번주 반짝반짝빛나는을 보면서 참으로 흥미롭게 여겨졌던 두가지 장면이 있다. 패륜을 반복하며 악행을 서슴치않는 악녀 황금란을 결국 다시 살려놓은 신의 선택에 그녀는 전혀 기뻐하지 않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한정원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질기게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스스로의 생명줄이 원망스러워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차라리 다시 지긋지긋한 가난을 선택할 수 있을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는 그녀는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가난의 과거가 차라리 행복일 정도로 지쳐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정원은 이렇게 망가져버린 황금란을 붙잡고 "살아줘서 고마워" 라고 눈물을 흘린다. 한 사람의 눈물이 살아있어서 저주스럽다는 눈물이라면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이 살아있어줘서 감사하단는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황금란과 한정원의 극단적인 정서를 두드러지게 드러나보이게 하는 장면이었다.


 


황금란은 스스로도 자신의 생을 기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가장 큰 고통을 받은 한정원은 오히려 그녀가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말한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정원은 이미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고 자신이 살아온 삶에 감사할줄 아는 마음을 가진 따뜻한 인간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금란은 가난한 삶으로도 지금의 삶으로도 충족될 수 없는 상실된 인간성을 가지게 되고야 말았다. 그것이 한정원에게 빼앗긴 돈보다도 더 공포스러운 30년의 정서이며 인간성이다. 물론 그녀가 그렇게 된 것에 대해 무조건 환경이 문제라며 황금란을 옹호해 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황금란의 배고픔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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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많고 탈 많았던 신기생뎐 귀신소동이 드디어 한 풀 꺾여 안정권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느닷없이 신을 모시게 된 아수라는 할머니 귀신, 장군 귀신에 이어 심지어 동자 귀신까지 몸에 받아들이며 충격적인 모습과 느닷 없는 시추에이션으로 가족들은 물론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 마저 당혹스럽게 만들며 논란의 중심이 되었는데요. 그렇게 난리가 났었던 상황과 달리 너무나 빠르고 허무하게 귀신 소동을 마무리 해버려 다소 당황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동안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아수라의 모습에는 빙의 치료나 퇴마 의식에 대한 모습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런 부분도 계획을 해두고 있었을 것 같은데 어찌 보면 너무나 많은 논란과 재계약 논란까지 이르는 와중에 임성한 작가도 한발 빼고 양보를 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서 다소 안쓰럽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임성한 작가가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코드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려고 한다는 말도 하시지만 사실 신기생뎐에 귀신과 빙의라는 소재가 등장한 것은 시청률을 잡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임성한 작가의 뿌리 깊은 무속 신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라마 속에서 다시 한번 풀어냈다고 봐야 마땅할 것입니다. 임성한 작가의 초기 작품 왕꽃선녀님에서는 아예 무속인을 소재로 드라마를 풀어써냈을만큼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이후 다른 작품에서도 꾸준히 샤머니즘과 무속 신앙 그리고 운명론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히 강조해 왔습니다. 그게 크냐 작냐의 차이일뿐 임성한 작가의 무속 신앙에 대한 관심을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꼼수였다고 풀이하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을테지요.


아수라의 귀신 소동은 티비를 거쳐 나올 때마다 연일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저번주에 방영된 눈에서 푸른빛을 쏘며 장군 귀신으로 변하여 펄쩍펄쩍 뛰고 호령을 하는 엽기적인 모습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키며 임성한 작가와 SBS가 계약 해지를 한다, 임성한 작가가 잠적중이다라는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대두 되는 사건을 불러일으켰는데요. 방송사에서도 몇번인가 제지를 했다고 하지만 그럴때마다 임성한 작가가 워낙 강력하게 밀어부치는 바람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하죠.


어떤분은 드라마에 판타지한 소재가 등장한다는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냐. 무속과 빙의라는 것은 실제 존재하고 지금도 존재하는 일이며 단순한 황당무계한 스토리로 넘길 만큼 그렇게 어이 없는 소재는 아니다 라며 시크릿가든의 예를 들어 오히려 황당하다면 이쪽이 더 황당할 수도 있는 소재다 라는 말을 하기도 하십니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무속신앙은 단순히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아니며 임성한 작가가 보여준 아수라의 빙의 현상은 실제 신을 모시게 된 사람들이 겪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더군요.

제법 현실성이 있는 스토리라는 말입니다. 단순히 스토리의 황당무계함과 비현실성을 따지고 보자면 시크릿가든 쪽이 더 할지도 모르죠. 여자와 남자의 영이 바뀐다는 소재 자체가 너무나 판타지하니까요. 하지만 왜 사람들은 시크릿가든에는 찬사를 보내면서 임성한 작가의 신기생뎐에만 비난을 가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임성한 작가가 처음 주장한 스토리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임성한 작가는 신기생뎐이라는 소설을 드라마로 풀어 써내면서 미와 지와 예를 갖춘 우리나라의 기생들을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풀어내며 전통과 자부심을 지키는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성장드라마처럼 풀어낼 것임을 다짐했었습니다. 제목부터가 신기생뎐입니다! 그랬다면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기생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비추어지는 기생의 모습은 실상 단사란이 주장하는 접대부 아가씨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단사란 스스로는 기생과 여직원과 여배우가 아무 차이가 없다고 미화를 하려고 하고 있으나 실제 드라마 속에서 비추어지는 기생의 모습은 텐프로 아가씨와 하등 차이가 없었고 부잣집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옆에서 술 시중을 들고 술을 너무 마셔 지쳐 쓰러져 남자들에게 업혀 들어오는 한심한 모습이나 돈에 팔려 기생집에 들어오고 다시 부잣집 남자에게 돈에 팔려가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묘사하는 시대착오적인 모습들이 그려질 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이 모습에서 어떻게 전통과 자부심을 지켜나가는 기생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이런 부분을 제대로 수습하지도 못한채 작가가 꺼내놓은 다음 카드는 생뚱맞게도 빙의였습니다. 아수라의 빙의는 실제로 드라마 후반의 메인을 담당하며 스토리의 전반적인 부분을 뒤흔들어 놓기까지 했으나 빙의와 신내림이 기생이야기와 무슨 관련이 있으며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청자가 분노했던 것은 단순한 빙의 현상과 신내림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인기 작가라고해서 자신의 스토리를 제대로 수습도 하지 않은채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넣는 무성의함과 무책임함에 분노했던 것이죠. 임성한 작가에게 막장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는다고 해서 드라마를 아무 개연성 없이 마음대로 써재껴도 되는 특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초반 기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겠다는 약조를 했으면 그에 따른 수습을 해주어야 마땅합니다. 엄상한 작가의 신기생뎐은 기생의 재해석도 스토리의 개연성도 전혀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저 막판에 가서 드라마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러나 작가가 좋아하는 빙의 이야기로 드라마를 황당함의 극치로 만들었을 뿐이니까요. 시청률이 높다고 하여 무조건 잘 만든 드라마라고 볼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임성한 작가는 신기생뎐이라는 소재를 사들여 기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겠다고하고선 그 스토리를 본인이 좋아하는 운명론과 샤머니즘으로 거쳐가는 도구로 삼았을 뿐이죠. 자신의 스토리도 스스로 수습하지 못하는 작가를 어찌 훌륭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시청자가 임성한 작가에게 분노했던 것은 드라마에 귀신이 등장해서가 아닙니다. 귀신의 등장보다 더 무서운 임성한 작가의 이기주의 때문입니다.


임성한 작가는 결국 신기생뎐에서 어떤 스토리도 제대로 된 수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단사란의 비밀스러운 출생의 비밀도, 단사란과 금라라 사이에 깔린 깊은 애증의 관계도, 드라마의 전반부를 담당했어야 할 기생 스토리는 물론 최후에 이른 빙의 현상마저도 시작만 창대했을 뿐 제대로 된 수습을 했던 스토리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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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앜ㅋㅋ 눈에 레이저빔나오는건 정말 대박이네요 ㅎㅎㅎ

    어쩔때보면 나오는 그 귀신이 좀 극의흐름을 방해하는부분이 없지않아 잇어요 뜬금없는지라 ㅎㄷㄷ


드라마는 재미만 있으면 누구나 보게 되어 있고 시청률도 그에 따라 올라가기 마련이지만 드라마의 완성도를 떠나서 시간대 하나만으로 고정시청층이 꽉 잡혀버려 웬만큼 노력을 하지 않으면 따라 잡기 힘든 시간대도 있습니다. 그게 바로 KBS1 티비의 일일드라마 시간대이죠. 너는 내운명, 미우나 고우나, 최근의 웃어라 동해야까지 시청률 40퍼센트 이상의 아성을 바라보는 KBS 일일극 시간은 고정시청층이 너무나도 굳건하고 강력하여 그 시간대를 공정하게 공략하기 위해서는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로 시청자를 사로 잡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KBS와 MBC의 일일극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를 살펴보면 대체로 KBS 드라마들이 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에서 겨우 버티며 mbc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드라마가 두개가 있는데 그게 바로 임성한 작가의 인어아가씨 보고 또 보고와 같은 드라마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굳세어라 금순아> 입니다. 남편을 일찍 잃게 된 아줌마가 엘리트 연하남에게 사랑을 받으며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한다는 일종의 성공 신화 줌마렐라 스토리인데 누구나 상상하는 판타지를 충분하게 충족시켜 줌으로서 이 드라마는 굉장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사랑을 받은 것은 일일극 최강의 상큼함을 자랑했던 강지환의 '구닥' 의 영향력이 막강했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눈에 띄었던 강지환은 신인 답지 않은 안정적이고 개성있는 연기력과 잘생긴 외모로 큰 사랑을 받았죠. 더욱이 금순이의 전남편으로 등장했던 사람은 김남길이었고 김남길의 동생이자 한혜진의 시아주버님으로 나온 배우는 무려 이민기였으니 일일극이었음에도 스타 탄생의 예감이 꽤나 컸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웃어라 동해야 후발주자인 우리집 여자들을 야금야금 쫓아오더니 급기야 따라 잡을 위력까지 선보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mbc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인데요. 일일극임에도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설정에 흥미를 당기는 캐릭터와 주변 인물들, 작가의 필력이 느껴지는 따뜻하면서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시청자를 사로 잡고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매력은 총각이라 불리는 채림 동생 박윤재의 뜨거운 눈빛과 비비아나의 깨물어 주고 싶은 깜찍함이 아닐까 합니다.



일찍 남편을 잃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오영심(신애라)이 누가 봐도 도저히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영심에게 홀딱 빠져 사랑을 갈구하는 잘생긴 미청년을 만나게 되고 그가 실상은 프린스라는 사실은 어찌보면 굳세어라 금순아의 시즌2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총각' 이라 불리는 이 청년의 매력은 조각처럼 매끈한 외모와 달리 바라보는 눈빛은 상당히 선량해 보이고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콩나물을 다듬으며 잠든 그녀를 바라보는 흐뭇하고 따뜻한 눈빛은 물론 신인이라 아직 어색한 부분도 있고 완성된 연기라고 볼수는 없겠지만 일일극에서 충분히 기분 좋은 설렘을 가져다 주는 싹수가 보이는 연기력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눈빛에서 어째 누나 채림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사실 이정도의 엘리트가 남편을 잃은 과부를 사랑한다는 설정이 볼때마다 이해가 가지도 않고 신애라와 그리 어울리지도 않고 뭔가 언밸런스하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드라마가 워낙 따뜻하고 캐릭터가 뻔하게 매력적이라 아줌마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에 무리가 없겠죠.



줌마렐라 속 이런 전형적인 프린스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기존의 차도남, 까도남에 물들여져 여주인공의 짝사랑에 틱틱거리며 자기도 좋아하면서 은근슬쩍 챙겨주는 싸가지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일일드라마라는 탈을 쓰고 남주인공의 무한대의 사랑을 받는 좋으면 좋다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솔직하고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미니시리즈의 남자주인공의 튕김질과 재보기는 이제 조금 질리는 것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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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애라씨의 연기력이 정말 물올른거같네요 ^^ 저두 시간이 되면 한번 보아야겠습니다 ㅎㅎ

    편안한 주말되세요~


임성한 작가의 신기생뎐은 꼭 매운 닭발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너무 매워서 펑펑 눈물을 쏟으며 다시는 안 먹을 거야 라고 다짐하면서도 또 하나 손에 집어들어 씹어먹게 하는.. 매운맛은 다른 미각과 달라서 통각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아픈 것을 맛으로 느끼고 그것을 즐거워한다니 인간은 아마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변태 본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해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보면서 아 젠장 뭐 스토리를 이렇게 쓰지 라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종방까지 보고 있는 저 역시 일종의 변태입니다.



러브씬을 연기하는 여배우와 상사에게 술을 따라주는 회사원, 그리고 접대부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고함을 지르는 연기를 하는 여배우. 기생의 전통을 살리겠다며 텐프로와 다를바 없는 술에 쩌든 아가씨들의 술접대 시중을 담아냈던 이 드라마 속에서 무슨 상식을 논하고 도의를 논하겠냐만은 기생집으로의 출근도 마감하고 단사란과 아다모의 결혼도 성공리에 이루어지고 기생 이야기가 한풀 꺾인 다음에 시작된 시아버님 귀신 씌이다..라는 납량특집 스토리에는 정말 적응이 되지 않더군요. 이것은 비난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차원의 황당무계함이라 공중파에서 이런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존경심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할머니 귀신을 통해 생명을 보전한 아수라는 어느순간부터 귀신에 올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초반에는 단순히 삼신할매가 찾아와 단사란의 잉태 소식을 알리는 복선이었나정도로 해석했던 이야기가 점차 아수라의 몸을 지배하여 새벽녘 라면을 끓어먹고 사이다를 마시며 들락날락을 반복해서 웃음을 주더니 이제는 대낮에서마저 아수라의 몸을 지배하고 그를 놔주지 않았습니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파마하고 여자의 목소리로 깔깔거리며 간교를 떨고 처음 만난 사람의 과거지사를 읊고 점까지 쳐주는 그의 모습도 황당무계하나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이런 아수라를 대하는 식구들의 행동이 '단순히 며느리가 아이를 가져 기분이 좋으신 것이로구나' 라는 단순한 반응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그런 반응으로 넘겨버릴 수 없을 만큼 아수라의 행동은 점차 심각해집니다. 할머니 귀신 다음으로 들어온 장군 귀신은 이젠 아수라를 여성이 아닌 무게감 있는 장군으로 행동과 말투등 모든 인격을 바꾸어놓기 이르렀습니다. 이쯤 되면 식구들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죠. 어떻게든 그를 진정시켜보려고 부른 무속인들 앞에서 아수라는 눈에 초록빛 레이저 광선을 쏘며 가정부의 몸에 암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기현상까지 보여줍니다. "여보. 내 몸은 어때요?" 그 미친 상황에 자기 몸부터 체크해주길 바라는 부인의 대사는 그야말로 임성한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황당함의 극치였죠.



나중엔 눈에 푸른 빛을 내며 펄쩍펄쩍 뛰고 춤까지 추는데 아 이쯤하면 배우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드라마의 주인공은 단사란과 아다모인데 아수라역의 배우가 고생이란 고생은 다 맡아서 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행인 것은 이 유치찬란한 대본을 그나마 진정성있게 느껴지게 하는 배우의 혼신을 다한 연기력입니다. 할머니 귀신의 오싹한 간교함에서 장군 귀신의 마초적인 모습..거기다 나중엔 동자 귀신의 혼까지 씌여 아기 연기까지 해보이는데 그 세가지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의 연기력이 대단하다 싶더군요. 사탕을 물고 과자를 먹으며 아기 흉내를 내는 중견배우의 연기가 너무나 대단해서 차마 욕을 할수도 없더랍니다.


사실 이 신들린 연기보다 제가 이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을 했던 것은 CCTV로 녹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과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그 표정과 단사란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눈물을 쏟는 그 후회와 반성의 얼굴이었습니다.


주로 사극에서 진중한 역할로만 봤던 임혁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임성한 작가에게 감사를 해야할런지. 비록 여기는 어디 난 누구? 라는 생각이 드는 4차원 세계 신기생뎐이지만 그래도 막장 논란 속에 배우의 연기력 하나만큼은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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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연기죠! 하하~
    미친대본이라고 해도
    재밌게 보고있네요~

  • 솔직히 이런 막장드라마를 계속 보아주는 시청자가 있으니까 막장의 역사는 끝나지 않는겁니다.임성한작가도 그렇고,sbs에서 오죽했으면 추후 임작가와 계약을 고려해보겠다는 말까지 했겠습니까.
    시청자들이 이러니 작품이라느 불리는 드라마는 안나오고 매번 막장막장하는 드라마만
    나오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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