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잇츠쇼타임 +404

 

오늘의 무한도전 속 소제목이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멋진 하루' 하정우-전도연이 주연한 동명의 단편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나는 이 제목으로 문득 현진건의 단편 소설 '운수 좋은 날'을 떠올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력거꾼 김첨지가 오전부터 돈이 벌 횡재수만 생기더라니 아픈 아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했던 설렁탕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었다는.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멋진 하루와 운수 좋은 날. 이 빛나는 제목 뒤에 숨겨진 아이러니를 인력거꾼과 택시 기사에 비춘 애환 속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번 주 나와 나를 대결하며 2012년의 체력과 2013년의 체력을 비교 당해야 했던 멤버들은 이번 주 연예인이 아닌 다른 종목으로 본인들의 사업 수완을 증명해야만 했다. 서민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서 하루의 다리가 되어주는 택시 기사로서의 업무가 그들이 맡은 임무였다. 노란색 기사 유니폼을 똑같이 차려입었지만, 택시 운전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그들은 서로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따로 떨어져 철저히 개별적 경쟁을 해야만 했다. 할당된 요금을 채우기 위해 시내를 전전하며 수입을 걱정하면서도 맨투맨으로 손님을 상대하고 방송의 분량을 채워야 할 멤버 개인의 책임감 또한 적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택시기사로 분한 멤버들은 가발을 쓰고 분장을 했음에도 여전히 멤버 개인의 캐릭터가 그대로 배어 나와 웃음을 주었다.

 

 

 

아직도 무한도전의 총각으로 남아있는 노홍철은 유달리 예쁜 아가씨와의 만남이 잦았다. 늘씬한 모델을 셋이나 태워서는 대머리 가발을 하고 실없는 농담을 하다 민망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아이돌 스피카의 멤버 양지원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원체 사업가 기질이 투철한 노홍철은 그저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지 않았다. 한 아이돌과의 만남을 기회로 삼아 연예인이 많이 몰려든다는 대형 미용실로 들어가 연예인 손님을 물색하는 놀라운 사업 수단을 보여주었다. 원더걸스의 예은을 만나고 한류의 대모 지우 히메까지 인터뷰할 수 있었다. 밥 먹으러 오라는 콜을 무시할 정도로 열중인 노홍철을 보여 사심 채우기가 아닌가 싶어 웃음이 나왔지만 민망한 상황을 자청하면서도 무한도전에 재미있는 볼거리를 주기 위한 그의 열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듯 무한도전 멤버들의 캐릭터가 곧 사업 수단이오 그대로 손님을 상대하기 위한 방식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여전히 정형돈을 몰라봤고 또는 귀찮아해서 웃음을 주었으며 예능감이 아직은 부족했던 길은 자신이 아닌 손님에게서 예능감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시간을 때웠다. 유재석은 그 시간마저 하나의 코너로 만들어버렸다. 실로폰을 준비하고 선물을 준비하고 당첨권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며 게임을 즐겼다. 승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인터뷰를 주도하며 코너 속 코너를 만들어버리는 유재석의 재치는 과연 탄복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후 택시 운전 최고의 기쁨인 기사식당에서의 맛있는 점심을 '돼지불백'으로 통일시켜버린 유재석의 재량 역시 빛났다. 자리에 앉은 유재석은 기사식당하면 돼지불백이라며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를 주문하고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다른 멤버들에게도 똑같은 메뉴를 먹기를 강요했는데 아마 이 부분을 서로 먹고 싶은 음식으로 주문해서 먹기만 했다면 아마 방송 분량도 떨어지지 않을 시시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재석이 돼지불백을 주문하고 다른 멤버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먹으라고 강요하더니 이후 새로 들어오는 멤버들마다 불백을 뺏어먹는 일명 '불백깡'을 하자 순간 이 장면은 몇개의 코너로 쪼개어져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의 무한도전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렇게 터지는 순간순간의 웃음 그리고 장난 속에서 이따금씩 느껴지던 택시기사들의 리얼한 애환 때문이었다. "얼마나 버셨어요? 지금 한 2시간 했나요? 2만원도 못 벌었어요." 걱정하는 정준하를 향해 역시 양지에 몰려있던 택시기사들은 어림도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보통 20시간 이상은 해야돼!" 한 시간에 3000원 벌이가 평균이라는 기사님의 대답이었다. "손님이 그렇게 없네요?" "연료 값도 안 나오니까." 스무 시간 이상을 택시 안에서 맴맴이 돌아도 시간당 몇천 원에 만족해야 하는 것은 물론 벌이 또한 그대로 갖는 것이 아니라 수익의 3분의 1이 연료 값으로 나간다는 하소연을 너무나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옹기종기 모여든 무한도전 멤버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오전에 손님이 없네." "사람이 너무 없어."라고. 그저 차만 몰고 씽씽 달리면 저절로 손님이 태워지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종일 시내를 돌며 손님을 찾으러 다녀야 하고 정말 재수가 없는 날엔 그것조차 공치게 되는 일도 허다하지 싶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한도전을 꽤나 지루해하는 필자의 모친께서 이날의 에피소드는 유별나게 재밌게 보셨는데 그것은 아마도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어른의 입장이라면 누구나 와 닿을 수밖에 없었을 수많은 거리의 가장을 향한 안타까움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필자와 필자의 모친은 돼지불백 게임을 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을 보며 웃다가도 저걸로 하루 일당 다 날아가겠다 걱정을 하기도 하고 순간순간 택시기사의 고충을 털어놓는 멤버들의 모습을 볼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감흥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괴로웠던 순간은 다름 아닌 외로움과 지겨움이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몇 시간씩을 옴짝달싹 못하고 홀로 차를 달려야만 하는 멤버들의 고통은 순간순간 터지는 하소연에서 그대로 묻어나왔다. "아. 외롭다." 머리를 쥐어뜯는 하하의 고통이 단순히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여성분은 길의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요즘 택시 타기가 무섭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택시에 올라탄 순간 경계하고 말을 섞는 것을 그리 원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나 또한 택시에 올라타면 가끔 지나치게 말이 많은 수다쟁이 아저씨를 만날 때가 있다. 문득 그런 순간엔 반가움보다는 귀찮은 생각이 들어 대답을 건성으로 하거나 입을 다물어 그를 무안하게 만들었던 일도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무료하고 지루한 순간에 누군가와 말을 섞고 싶어 승객과 원했던 간절한 교감이 내가 무안하게 쳐내버린 무수한 질문들이 아니었을까.

 

 

 

고정된 장소도 고정된 수익도 아닌 유동적이고 불규칙적인 매일의 수익을 밥벌이하며 살아가야 하는 택시기사의 애환. 좁은 공간 속에서의 외로움과 무료함. 그것을 가장 익숙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체험 속에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결코 부담스럽지 않지만 절절하게. 어쩌면 매일을 '운수 좋은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이 거리의 수많은 기사님들에게 오늘의 방송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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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도사의 광희가 전격 하차한다. 이미 마지막 촬영조차 마친 상태라고 한다. 하차 이유에 대한 정확한 썰을 풀지는 않았지만 이미 대부분의 대중은 짐작했을 것이다. 무릎팍도사 내 제3의 포지션이었던 광희는 멜로 드라마에서 홀로 시트콤을 찍고 있는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첫회에서부터 광희의 태도가 우려스러웠던 필자는 이대로 계속 광희의 불편한 존재감이 유지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못을 박았었는데 그것이 결국 현실화로 드러나니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왜 좀 참지 못했을까. 내내 입을 다물고 있다가 한 번씩 촌철살인을 질러주는 패턴이었다면 그의 입지가 보다 공고해졌을 텐데. 왜 그렇게 부산을 떨었을까.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광희의 포지션이 어느 한 사람의 캐릭터를 그대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생각나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 나는 광희에게서 내내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그 추리닝 입은 애, 올라이즈밴드의 역할을 목말라했던 것이다.

 

 

 

대중에게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던 광희가 어느덧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사실 그의 깝이라기보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남자 광희의 진지함 때문이었다. 육체적인 피로함보다 심리적인 압박으로 목을 죄었던 정글의 법칙 바누아투 편에서 드러난 마스코트 광희의 어두움과 내면적 고통은 시청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그를 다시금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가져다주었다. 늘 싱글거리던 광희의 얼굴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눈물이 감추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마치 영화적 카타르시스와도 같았다. 이후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광희의 질투와 매너가 담긴 남성적 매력은 시청자를 설레게까지 하였다. 이런 광희였기에 일 년 만에 돌아온 국민 엠씨 강호동의 또 다른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어쩌면 제2의 이승기가 될 수 있지도 않겠느냐며 부푼 기대를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무릎팍도사에서 광희는 시청자가 이전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억했던 광희의 '깝'과 철부지만을 강요해 실망을 안겨주었다. 나이가 어리고 아이돌이라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를 캐릭터로 밀고 나갔던 그는 대놓고 정우성에게 나는 당신을 모른다는 돌직구를 날려댔고 성형을 해야 할 부위를 소상하게 짚어주기도 하였다. 이후로도 그의 눈치 없는 옷가게 점원 같은 진행은 계속되었다. 게스트를 향해 언니- 살 좀 빼야겠는데를 외칠 것만 같은 경박한 캐릭터의 야망동자. 나는 실망스러웠다. 제3의 포지션 광희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게스트와 강호동의 대결을 지켜보다가 한 번씩 엠씨 강호동조차 긴장하게 할만한 촌철살인을 날려주었다면 좀 좋았을까. 그래. 바로 그 올라이즈밴드처럼 말이다.

 

 

 

사실 무릎팍도사 시즌1에서 그 자리를 파란색 추리닝이 지키고 있을 때 나는 그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이겠다. 프로그램 내의 지분이 50분의 1은 될까 싶을 만큼 때로는 채 3분의 존재감도 없었던 그의 미미한 활동력을 두고 나는 이건 직무유기요 인력과 재능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토록 상복 없던 유세윤을 제치면서 MBC 연예대상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올라이즈밴드의 위엄을 나는 영 못마땅하게 여겼다. 입을 다물고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역할이라면 그 자리에 아무나 있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자신이 고백했던 것처럼 밀려나는 것이 두려워 어떻게든 캐릭터를 잡기 위해 쉴 새 없이 끼어들었던 야망동자 광희의 야단법석을 상기하니 문득 들어주는 것도 역할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팍도사 한 시간 내의 분량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말없이 넘겼던 올라이즈밴드.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가 듣는 것 또한 그의 역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무릎팍도사에서 올라이즈밴드의 역할은 주로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한 채 게스트와 강호동의 입씨름을 지켜보다가 한 번씩 무표정한 얼굴로 촌철살인을 날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게스트는 물론 유세윤이나 심지어 강호동조차 할 수 없는 올라이즈밴드이기에 가능한 순진무구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그리고 시청자의 욕구를 그 한방으로 채워주는 힘을 갖고 있었다. 간결하면서도 정확히 핵심을 관통했다. 어쩌면 그것이 무릎팍도사가 지향했던 진짜 리얼리티한 토크쇼의 근간이었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릎팍도사만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대부분 올라이즈밴드의 캐릭터로 유지했음이 떠올라 소름이 끼쳐진다. 맹한 목소리로 부르던 무릎팍도사의 로고송과 출연하는 게스트마다 '이거 나올 타이밍 되지 않았느냐'라고 되묻던 두둥두둥두둥- 액션! 하며 터지는 올라이즈밴드의 돌직구들.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하고 값진 것이었는가를 돌이켜 생각하니 새삼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낮추어 생각했던 그의 존재감을 향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어졌다.

 

 

 

다행스럽게도 떠나가는 광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곧 우승민이 전격 투입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다행스럽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어쩐지 미안한 일이지만 그 자리를 대신 채우는 사람이 올라이즈밴드라는 사실은 뛸 듯이 반가웠다. 무릎팍도사의 PD는 말한다. "올라이즈밴드를 그리워하는 시청자가 많았다." "시청자의 러브콜을 반영해 그를 다시 투입시킨 것이다." 올라이즈밴드를 그리워하는 시청자가 있었기에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논란 속에서도 강호동의 프로그램을 다시 부활하고 라디오스타마저 하차하려 했던 유세윤까지 끌어들여 3분의 2를 채웠으면서도 그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머지 3분의 1의 존재감. 그것이 대체 불가능한 누군가의 존재였다는 사실은 나를 숙연하게 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자리가 그가 아니라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줄이야. 아무나가 아닌 아무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올라이즈밴드, 아니 우승민의 액션-!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정말 예능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들어주는 사람이야"라고 말했다던 김국진의 조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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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찬란했던 옛 영광을 떠올릴 때 흔히 사람들은 1박2일을 말하곤 합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1박2일의 성적이 좀 좋았나요. 40퍼센트를 육박했던 그 찬란한 영광은 슈퍼스타 이승기를 탄생시키기도 했는걸요. 하지만 저에게 있어 강호동의 진정한 전성기를 만들어줬던 프로그램은 누가 뭐라고 해도 '무릎팍 도사'라고 생각합니다. 무릎팍도사는 엠씨 강호동의 증명이자 최선이자 그가 이 시대에 필요한 증거입니다. 저는 단언하건대 강호동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가늠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했던 선배 이만기를 넘어뜨리고 천하장사의 타이틀을 땄던 강호동입니다. 그런 그이기에 1:1 토크쇼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의 홈그라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에게 어울리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사회자와 게스트의 1:1 대담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무릎팍도사처럼 게스트를 손님이 아닌 피의자처럼 대하는 프로그램은 전무후무했었죠. 무엇보다 사회자가 게스트를 띄워 주고 홍보해주는 배려 진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치부를 까발리며 마치 씨름을 하듯 싸움을 거는 독특한 컨셉의 진행은 승부사 강호동을 다시 씨름판 위로 올려세운 격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강호동이 왜 대한민국의 예능계에 필요한 거목인지를 그리고 그의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장기를 증명해주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렇다면 제 입장에선 다 선배님들입니다. 아직 자리를 못 잡고 있어요." 최근 무릎팍도사에서 그는 꽤나 인상적인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어찌보면 서글픈 자아비판이었죠. 비슷한 경력의 동료나 대선배 앞도 아닌 까마득한 후배에게 이와 같은 말을 던진 강호동의 모습은 거의 처음이었던지라 안타까움이 더해졌습니다. 강호동 자신도 일년 만에 돌아온 예능판이 이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기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요.

 

다시 돌아온 그를 위해 각개의 방송사는 기존의 엠씨까지 밀어내며 그를 맞아들였고 없는 시간까지 파내어 무릎팍 도사를 돌려주었습니다. 야심 차게 시작한 버라이어티 북 토크쇼 달빛프린스 또한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프로그램의 성적이 무척이나 저조합니다. 결국 달빛 프린스는 3퍼센트에 가까운 시청률을 전전하다가 결국 조기 종영의 통보를 받는 아픔을 당하고야 말았습니다. 문제는 한자리를 바라보는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MC 강호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일 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티비를 떠나있었던 그가 금세 감을 잡고 예전의 강호동을 찾기란 어려운 일일 테지요. 하지만 저는 그가 지금 잃어버린 것은 녹슨 진행 실력이나 잃어버린 개그감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강호동이 지금 되찾아야 할 것은 강호동 그 자신입니다. 달빛프린스와 무릎팍도사에서 비추어지는 강호동의 모습은 매회 한씬 한씬을 홀로 씹어먹던 파괴적인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패널과 게스트가 겁을 집어먹을 만큼 화려하고 강했던 강호동 특유의 공격적인 진행, 마치 검사가 취조를 하는 듯 아니면 그 무대 자체가 씨름판인 것처럼 상대를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이던 강호동의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마치 만화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던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했던 강호동 특유의 버라이어티한 에너지가 어느 순간 소멸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외면할 수밖에요.

 

강호동 위기론까지 나오며 그를 흔들고 있는 대중의 불만은 결국 지금의 강호동이 일 년 전 강호동이 아닌 것 같다는 이질감 때문이겠죠. 그리고 강호동이 위기론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이전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 한번 대중에게 버려졌던 상처가 그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겠죠. 소리를 지르고 남을 공격하고 험한 진행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뻔뻔하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위축된 마음이 느껴집니다. 나쁜 엠씨가 되기를 꺼려하는 강호동.. 그는 계속해서 화면을 보며 대중의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유재석을 괴롭히는 강호동이 싫었다" 한때 어린 신부의 문근영이 귀여운 얼굴로 말했던 것처럼 강호동의 이미지는 선이라기보다는 악에 가까운 독보적인 스타일의 진행자였습니다. 엠씨대격돌에서부터 그는 유재석과 김한석을 잡도리하다가 딱지치기로 그를 처음으로 누른 유재석이 손바닥 때리기 벌칙을 가질 수 있었을 때 대중의 쾌감과 환호를 자아내게 하는 영화 속 악당역을 도 맡아 했었죠. 이후 무릎팍도사를 통해 전문 엠씨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넓혔던 시기에도 그의 이미지는 결코 착한 경찰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을 살살 구슬려가며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여 곤란한 말까지 끄집어내는 것이 그의 역량이었고 이런 강호동의 모습에 시청자는 통쾌함을 느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의 강호동은 나쁜 경찰역을 맡으려고 하고 있지 않습니다. 시청자의 눈치를 살피고 배려 진행, 착한 말씨로 대중을 당황시키고 있습니다. 엠씨계의 착한 경찰역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는 난코스이며 성공한자의 희소가치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앞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남겨 먹는 케이스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전까지 계속 나쁜 엠씨역을 유지했던 강호동이 어울리지도 않고 시청자가 그에게 맞는 행동이라고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착한 엠씨로의 전향이 다분히 어설프고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기에 현재의 강호동은 혹여 그 모습이 대중에게 '비호감'이라거나 뻔뻔하다고 느껴질지도 몰라...라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쓰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모습이 어찌 됐건 그는 무대 위의 프로이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한민국 최고의 엠씨 중 하나입니다. 이런 그가 지난 사건 때문에 대중의 눈치를 살피고 내 모습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재능의 낭비이며 직무유기와 다름없습니다.

 

강호동은 더이상 대중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그는 오랜 시간을 자숙했고 다시 돌아온 강호동이 대중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은 이전의 프로페셜한 진행자로서의 모습이지 작아지고 약해져서는 대중의 눈치만 계속해서 바라보는 초라하고 실망스러운 강호동의 모습이 아닙니다. 뜨끈한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 싶어 국밥집을 찾은 손님에게 미지근하고 밍밍한 맛의 한 그릇이 나온다면 만족할 사람이 있을까요? 시청자가 엠씨 강호동에게 바라는 진행은 얌전하고 정숙한 카이세키가 아닙니다. 한 그릇만 먹어도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해장국 한 그릇의 충만감이죠. 부디 강호동이 다시 맵고 뜨겁고 맛있었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주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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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SBS 예능을 싫어하는 이유는 결국 감성 부족의 문제다. 무한도전이나 라디오스타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세련되고 유려한 편집 기술을 SBS 예능에서 기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SBS 예능의 연출은 대체로 투박하고 적나라하며 촌스럽고 유치했다. 사실 필자 또한 MBC의 라디오스타가 언젠가 무릎팍도사 비 출연으로 무너진 5분 방송의 굴욕을 그들의 주제가인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절묘하게 이용하여 비의 이름과 맞바꾸었던 역대급 엔딩신의 신선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따윈 하지 않았다. 하지만 런닝맨은 좀 달랐다.

 

아직 런닝맨이 일요일의 대세가 되기 전이었다. 웬만큼 인기 있는 예능이라면 한 무더기씩 갖고있다는 그 흔한 팬덤조차 없었던 런닝맨. 나 홀로 좋아한다고 외치기도 퍽퍽한 마음으로 과묵하게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매주 매주. 아마 그때가 차태현이 출연했을 무렵이었을거다. 런닝맨이 발목에 방울을 달고 짤랑거리며 적을 추격하는 '방울 술래잡기'를 진행하던 시절에. 차태현은 추격당하고 있었고 짱구를 굴린 그는 한 쪽에 놓인 종이 상자에 몸을 숨겼다. 순간 공포영화처럼 조금씩 좁혀져 오는 방울 소리에 기겁을 하는 차태현의 모습을 담은 구도와 결코 촌스럽지 않은 색감과 폰트 선택으로 실제 상황을 영화 같은 화면으로 연출한 런닝맨의 세련된 편집 기술에 놀랐다. 가능성을 느꼈다. 이거 해볼 만 하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런닝맨의 큰 미덕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고압적이지 않은, 겸손함을 갖춘 오픈 마인드의 제작진들이 프로그램을 메꾸고 있다는 점이다.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보다 피드백이 빠른 프로그램을 나는 찾아보지 못했다. 시청자가 던지는 불만과 제안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깔을 잃지 않은 런닝맨의 자세는 결국 지금의 SBS 예능답지 않은 SBS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바야흐로 런닝맨을 시작으로 SBS 예능에 드디어 감성이라는 놈이 찾아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태프의 편집 능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몇 개든 손에 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슈퍼스타K라던가 설명이 필요 없는 무한도전이라던가 이건 해외에 내보내도 부끄럽지 않겠다 싶은 라디오스타까지. 이 대단한 프로그램들 사이에 슬며시 이름을 올리고 싶은 프로그램이 바로 런닝맨이다. 적어도 런닝맨의 결코 넘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확실시하는 음악 선곡과 센스 넘치는 음향 효과의 삽입은 위에 열거한 많은 프로그램들 가운데서도 상위권을 차지해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다. 수영장 위의 플라잉 체어 벌칙을 받는 유재석팀을 슬로우모션으로 구성하여 스카이폴의 메인 스트림을 집어넣은 런닝맨 음향팀의 재치에는 그야말로 두 손 두 발 다 들었으니까.

 

 

무엇보다 최근 방영된 런닝맨 성룡 특집은 그야말로 런닝맨의 성장이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이르렀는가를 증명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런닝맨의 엔딩은 끝이 났으면서도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성룡과의 유쾌한 마무리를 끝으로 다음 회의 예고까지 방영된 런닝맨이었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다시 성룡의 모습이 화면을 비추었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은 성룡의 재치 넘치는 파이팅 멘트가 울려 퍼진 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중화 풍의 앞문을 열어젖혔다. 곧이어 기겁하는 런닝맨 멤버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바로 런닝맨 초반의 성룡의 등장 장면 이전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런닝맨 멤버들의 시선이 아닌 성룡의 시선으로 재구성해서 만들어낸 감각적인 센스에 나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감동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런닝맨과 성룡이 함께한 시간들을 마치 영화의 엔지 장면처럼 구성하여 또 하나의 보너스 영상을 만들어주었다. 성룡의 영화에서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엔딩 크레딧속 엔지 영상의 오마주였다. 정말 영화의 마무리처럼 올라가는 스텝롤에 런닝맨 자막팀의 이름을 표기하는 자막조차 예스럽기 짝이 없어 더욱 짠한 심정이 들었다. 장난스럽게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하며 유재석에게 물을 권한다거나 멤버들에게 직접 빨대를 나누어주는 모습처럼 방송에서는 비추어지지 않은 비하인드 영상 속 성룡의 모습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깊어 보였다. 이 장면을 구성하면서 깔렸던 음악 또한 센스 넘치는 성룡 최고의 명작 '폴리스 스토리'의 bgm이었던지라 그의 오랜 팬이라면 눈물을 찔끔했을 멋진 마무리와 아름다운 예우였다.

 

최근까지 시청자에게 SBS 예능이란 성장하지 못하는 정체된 예능의 집합체와 같은 이미지였다. 사람들은 SBS 예능을 소위 저질 예능이라 부르며 선입견을 가졌다. 그를 살아있는 히어로로 추앙하고 살아왔을 성룡의 오랜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켜 준 런닝맨의 과감하고도 신선했던 자막은 SBS 예능의 편견을 깨버린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잦은 피드백과 겸손한 마인드. 그 바탕엔 결국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싶어했던 런닝맨 제작진의 소망이 담겨있었다. 감성과 센스를 동시에 겸비한 런닝맨은 진화하는 SBS 예능의 포문을 열었다. 이제 두려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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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길고도 길었던 파업의 시간. 시청자는 무한도전이 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쉬는 도중에도 쉬는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도약할 봄날을 꿈꾸며 2013년의 어느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주에 구성된 무한도전 나 VS 나의 특집은 2012년에 멤버들의 체력장 훈련과 건강 검진을 바탕으로 만든 기록과 성적을 일 년 뒤 2013년의 자신과 비교하게 하는 무려 1년을 걸쳐 만든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파업 도중에도 시청자에게 만족을 주기 위한 나름의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무한도전의 선구안은 그야말로 감탄할 따름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평소 성실하게 체력 관리를 하지 못한 사람에게 건강 검진이란 치과를 방문하는 공포와 다를 것이 없다. 벌을 서는 것처럼 투덜거리며 기록을 은폐하려는 멤버들 사이에서 유재석만이 부끄러울 것 없이 당당했다. 이후 마치 기분 나쁜 성적표를 받아드는 것처럼 울상인 얼굴의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2013 최고의 건강 멤버가 1위부터 차례로 소개되었다. 앞서 투덜거렸던 것과 달리 1위의 결과가 발표되고 멤버들은 담담했다. 너무나 당연한 이변 없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장엄한 얼굴의 의사는 1위를 소개하며 말한다. "1위는 너무 관리를 잘하셔서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발표된 결과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작년과 비교해 한 살을 더 먹은 42세의 유재석은 나이가 늘었음에도 체력이 저하되기는커녕 오히려 2012년의 체형 판정도표를 넘어선 결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것이다. 2012년도에는 적정 수준이었던 체형이 2013년에는 오히려 근육이 붙은 저지방 근육형의 보기 좋은 몸매로 변했다. "나이가 42센데 신체 나이는 38세로 더 젊어지셨어요." 참 섹시하다- 하하의 놀림에 유재석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유재석의 놀라운 체력은 이후 게임처럼 구성된 체력장 테스트에서 더욱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어느 게임을 하건 상위권에 선발되어 당연한 결과를 보여주었던 유재석이지만 무엇보다 특히 턱걸이 기록에서 드러난 그의 체력은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다. 다른 테스트에서는 비교적 근소한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했던 도토리 키재기의 멤버들이었으나 체력과 끈기를 요하는 턱걸이에서는 다들 맥을 추지 못하고 손을 놓아버렸다. 비슷한 또래의 정준하와 박명수는 1개를 겨우 넘기고 떨어져 내렸으며 그보다 어린 정형돈은 아예 한 개조차 올라서지 못했다. 젊은 피가 끓어오르는 하하와 길 또한 4개와 2개 수준으로 만족해야 했다. 의외로 노홍철의 체력이 발군이었다. 13개의 기록으로 작년의 기록을 깨버렸다.

 

하지만 이런 노홍철조차 유재석의 기록 앞에서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거침없이 철봉을 부여잡은 유재석은 말짱한 얼굴로 작년 기록 15개를 가볍게 깨뜨리더니 최고 기록인 18개조차 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스스로 내려와 버렸다. 안간힘을 쓰며 젖 먹던 얼굴로 13개의 기록을 세웠던 노홍철과 달리 더 할 수 있음에도 "내년을 생각해" 라는 하하의 귓속말에 스스로 내려와 버린 유재석이었기에 아마 마음만 먹었다면 그 이상의 기록을 세우는 일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 일 년의 프로젝트에서 나는 오히려 성장해버린 유재석의 체력을 두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것은 2013년의 유재석이 2012년의 유재석을 이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심지어 아직 21세기가 시작되기도 전의 십여 년 전 청년 유재석의 기록마저 깨뜨려버렸던 것이다.

 

90년대 후반.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은 유재석에게 있어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은 프로그램이었다. 메뚜기 탈을 쓰고 인터뷰를 하던 그의 모습은 벌써 세기를 뛰어넘은 지금까지도 국민 엠씨 유재석을 '메뚜기'라고 부르게 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엠씨 유재석의 첫 발자취가 찍혔던 곳이 바로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이었던 것이다. 특히 매니저이자 친한 동생인 '김종석'과 공동 엠씨로 진행한 '잠을 잊은 그대에게'는 당시에는 보기 어려웠던 리얼 버라이어티의 효시가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신선하고 꾸밈이 없는 유재석의 캐릭터와 프로그램의 구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잠을 잊은 그대에게'의 몇 가지 웃음 포인트는 두 엠씨의 퀴즈 대결 형식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에서 국사에 유독 강했던 김종석 때문에 번번이 무너지고 벌칙을 받아야 했던 유재석의 생떼과 칭얼거림이었다. 특히 "저는 산이 싫어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유재석의 등산 공포증을 벌칙에 그대로 응용하여 결국 게임에서 지고야 만 유재석을 꾸역꾸역 산행시키는 피디의 잔인함에 안쓰러움을 느끼면서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퉁퉁 부은 얼굴로 산을 올라가던 유재석의 그 얄궂은 표정이라니!

 

이날의 에피소드를 돌이켜봐도 당시 유재석의 이미지는 허약체의 겁쟁이였다. 고소공포증까지 있었던 그는 당시 모든 연예인이라면 임무처럼 수행해야 했던 번지 점프 미션에 사시나무 떨듯 바들 거리며 뭉그적거리는 모습으로 슬픈 웃음을 이끌었었다. 이후 무한도전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재석의 감개무량이나 외인구단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는 다섯 명의 청년이 한 명의 달인을 이겨내지 못해 매번 패배하며 "시청자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를 정말 너무나 죄송한 얼굴로 매주 외쳐대곤 했었다. 그 표정이 어찌나 송구스러워하는 얼굴이었던지. 이게 장난이 아니라 정말 이 사람은 약하구나. 라는 생각을 곱씹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유재석이다. 산을 싫어하고 운동 신경도 둔한데다 고소공포증에 겁이 유난히 많았던. 그런 유재석이 21세기에 그것도 마흔둘의 나이로 국민 체력의 일인자가 되었다. 만약 유재석이 처음부터 좋은 운동 신경과 대담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국민의 롤모델이 되어버린 그의 위상이 이토록 감격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코 화려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았던 그의 십 년 전. 본인의 허약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고급 트레이닝도 아닌 집에 마련해놓은 작은 헬스 기구로 조금씩 운동을 시작해서 매일 두 시간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체력을 길러왔다는 유재석. 어쩌면 우리의 지금보다 더 못했을지도 모르는 십 년 전을 가졌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노력과 끈기로 지금의 유재석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은 나태한 채로 10년 후의 나를 방치해놓고 있는 나에게 큰 감흥을 일으킨다. 이제 마흔둘. 유재석의 체력이 유달리 감동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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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ㄴㅋㅇ 2013.03.03 16:25 신고

    유재석.. 정말 대단한 인간임은 분명. 인간 이든 짐승이든 높은 위치에 서게 되면 될수록 성욕과 식욕의 욕망이 점점 커질텐데도 불구하고 이런걸 완벽하게 조절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솔직히 유재석 정도 인지도 라면 말한마디에 가랭이 벌릴 연예인 지망생이 부지기수일테고 먹고싶은거 마시고 싶은거 전세계 온갖 산해진미를 맛볼 경제력도 갖추고 있을진데 이런 것도 없고 그렇다고 권력욕도 없고.... 암튼 어찌보면 그의 금욕적인 생활은 당대의 고승이나 목사. 추기경보다 더 한것 같다. 그래서 유느님이라 하는 건가?

    • 음.. 2013.03.04 08:56 신고

      옳은 말씀인데, 네티즌의 절반은 여성이라는 것 좀 감안하시고 말 좀 예쁘게 하시지요.

  • 쏘쏘 2013.03.03 20:39 신고

    10년 전 자신을 이겼다는 건 정말 할말이 없네요.
    이래서 유재석 유재석하나 봅니다.

  • ddd 2013.03.04 09:29 신고

    이래서 유느님..
    저렇게 최고로 잘나가면서도
    겸손하기까지 하고..

과거 놀러와에 출연한 개그맨 김경민이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스타 부부 토크쇼 '자기야'에 부부 합석으로 출연했던 김경민이 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된 과정을 담은 이야기였다. 설렁설렁한 말인듯했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폭로에 가까운 고발이라고 해도 다름없는 이야기였다. 몇 회인가 부부 토크쇼 '자기야'에 출연했던 김경민은 끝내 스스로 이 프로그램을 그만둘 결심을 했었다고 한다. 고정 프로그램이 그리 많지 않은 그가 골든 타임대의 인기 프로그램을 스스로 그만두려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정말 아내와 이혼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기 때문이었다.

 

 

스타 부부 토크쇼 자기야는 대중에게 인지도가 있는 스타 부부가 출연하여 서로의 치부를 끄집어내는 폭로형 토크쇼다. 연예인 부부가 동시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고 한쪽은 일반인인 경우도 있다. 부부 토크쇼 자기야가 주장하는 기획의도는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음과 동시에 공감하게 하는 부부토크쇼"라고 명시되어있으나 사실상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주장하는 힐링과 공감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폭로와 싸움뿐이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구경이 불구경, 남의 싸움 구경이라는데 비밀리에 감추어진 스타들의 사생활을- 심지어 그들의 침실 이야기까지 엿들을 수 있다는 것이 좀 쏠쏠한 재미일까. 당연히 자기야에 나오는 이야기는 대체로 이벤트처럼 화제가 되어 시청자의 호기심과 분노를 동시에 자극시킨다.

 

 

최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두 스타 부부의 이혼 사실이 화제가 되었다. 그중에서 유독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은 바로 배우 이세창과 김지연의 이혼 조정 신청이었다.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각자 활발한 개인 활동으로 시청자에게 인지도가 높은 이 스타 부부는 유독 티비에서 살가운 금술을 자랑해왔기에 그들의 이혼 소식은 더욱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들의 이혼 원인이 스타 부부쇼 자기야에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세창 김지연 부부는 마치 연예인 커플의 모범 답안 같은 커플이었다. 미남 미녀 배우 커플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게 의외로 소박하고 꾸밈없이 진솔한 삶을 보여주어 호평을 받았던 그들의 부부생활은 이미 자기야 이전에도 많은 프로그램에서 공개되곤 했었다. 비록 몇십 년 차의 농익은 커플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다소 서툴고 치기 어리다고 해도 부부처럼 연인처럼 건전하고 밝은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이 좋았다. 티비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유독 밝고 꾸밈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들의 이혼이 더 충격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 자기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세창.김지연 커플의 모습은 이전까지 티비쇼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아무런 불만 없이 유쾌한 커플인줄로만 알았던 그들에게서 눈물 바람의 폭로를 듣게 된다는 것은 다소 낯선 풍경이었다. 2009년 김지연은 자기야에 출연, 남편이 사업 문제로 가정에 소홀해진 것에 서러움을 비추었다. 부부간의 대화도 줄어들었고 남편이 집에 오더라도 TV만 보고 있어 서운하다는 이야기였다.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그가 힘든 상황임을 알기에 속으로만 끙끙 앓아왔다고 말하는 아내의 이야기에 이세창은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부부싸움이 전혀 없는 부부인지라 아내가 그런 아픔을 갖고있는지 몰랐다는 거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날 고백이 끝나고 이세창 - 김지연 부부는 제작진에게 그동안 속에 담아두고 있어서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분명 곪아가는 속내를 터뜨리는 것이 불화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지는 모르나 심각한 부부싸움이 없었던 이 커플에게 자기야라는 프로그램의 폭로 시스템은 계속해서 서로의 치부를 공격하고 아픔을 들추어내는 최악의 상황을 야기한듯하다.

 

 

 

 

프로그램에 거듭 출연한 그들에게 다른 스타 부부의 폭로와 같이 남편의 잘못과 아내의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테고 보다 자극적인 이야기와 폭로, 즉 배우자의 치부를 들추어내는 것이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올리는 일등공신이 되기에 누가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는가에 대한 눈치와 압력을 받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의 시스템 자체가 폭로와 고발인데 결혼생활과 배우자를 칭찬하는 이야기로 이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김경민의 이야기처럼 없던 치부라도 들추어 상대를 공격해야 하는 자기야의 시스템 탓에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마저 꺼내게 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았으리라.

 

 

당혹스러운 것은 기존의 다른 부부 커플에 비해 이세창-김지연 커플의 폭로 수위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뜨악할 정도의 너무하다 싶은 폭로가 수도 없이 쏟아져나온다. 남편의 외도 이야기는 더이상 실루엣 토크쇼가 아니다. 남편의 밤 문화, 외도 이야기를 폭로하는 아내와 껄껄 웃으며 그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는 남편은 물론이오 멀쩡한 얼굴로 외도 사실을 공개하는 남편도 있다. 아내의 금전 감각이나 도를 넘은 시월드의 만행 또한 자기야에서 별로 특별하지 않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폭로들이다. 그리 과감하지 않은 수위의 이세창-김지연 부부가 이혼의 계기가 될 정도의 불신을 갖게 되었다면 도대체 다른 부부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출연하고 있을지가 사뭇 궁금해진다.

 

 

한동안 이세창-김지연 커플은 밝고 건전한 분위기 때문에 연예계 잉꼬부부 1위, 닮고 싶은 부부 1위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었다. 다른 이에게 저렇게 살고 싶다는 부부의 롤모델로 인식되었던 그들의 이혼 소식은 참으로 씁쓸하고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 계기가 부부 폭로 토크쇼 자기야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부부의 만남과 이별을 어찌 한 프로그램 탓으로 모두 돌릴 수 있겠느냐마는 적어도 부부 토크쇼라는 이 프로그램에서 힐링이 되기는커녕 많은 부부들에게 이혼 위기를 느끼게 하는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점이다. 부부토크쇼에 출연하면서 정작 그들의 부부생활은 보호받지 못하는 스타 부부 토크쇼 자기야의 아이러니가 씁쓸할 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부부들이 더 많이 사랑하는 그날을 위해!" 라고 자신만만하게 내건 자기야의 기획의도가 새삼 섬뜩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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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5

  • 2013.02.26 08:26

    비밀댓글입니다

  • 자기야 2013.02.26 17:53 신고

    이세창씨 부부가 자기야 때문에 이혼한다는건 완전 억지네요.

    • 2013.02.26 17:59 신고

      실제 김지연씨가 잡지인터뷰에서
      과거 부부동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성격차이를
      느꼈고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했죠

    • 2013.02.26 17:59 신고

      실제 김지연씨가 잡지인터뷰에서
      과거 부부동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성격차이를
      느꼈고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했죠

  • 나도 보면서 생각한건데
    저렇게 속에 담아뒀던 얘기를 대중들 앞에서 얘기하면 상대방입장에선
    그런생각이 있었구나. 잘해야지 이러기보다는
    속으로 둘이 있을때 얘기하지! 하라고 할땐 안하고
    이게 뭔 망신이야! 할거같아요ㅋㅋ
    프로그램 끝나면 더 싸울듯

    • 부부 2013.02.26 19:51 신고

      그리고 이세창부부 말고 이혼한 부부 더 있었던걸로 아는데...
      자기야 나와서 폭로 엄청하고 울고불고 하더니
      몇달후에
      이혼했다고 뉴스에서 본거같음

  • 호호 2013.02.26 21:13 신고

    잘 어울렷던 잉꼬부부 커플이었는데 아쉽네요. 귀엽고 깜찍한 가윤이를 두고 이혼이라뇨 ... 어린 가윤이가 상처받지않을까 걱정이네요. 원만하게 잘 해결하셔서 이혼은 없던일로해서 잘 마무리되었음하는 바램이네요...

  • 호호 2013.02.26 21:14 신고

    잘 어울렷던 잉꼬부부 커플이었는데 아쉽네요. 귀엽고 깜찍한 가윤이를 두고 이혼이라뇨 ... 어린 가윤이가 상처받지않을까 걱정이네요. 원만하게 잘 해결하셔서 이혼은 없던일로해서 잘 마무리되었음하는 바램이네요...

  • 김규리 2013.02.26 21:52 신고

    어차피 저 상태가 지속되었으면 언젠간 이혼했을거란 생각..

  • 추천 장난 아니시네요... 부럽습니다...^^
    하지만,,, 이세창 부부 너무 아쉽네요...
    잘 어울렸는데...

  • 자기야의 문제점은 2013.02.27 01:35 신고

    폭로는 있는데 마무리는 없다는겁니다.
    서로의 속내를 가감없이 끌어내는것은 참 좋은일입니다.
    그런데 예능이다 보니 그것이 전문적이기 보다는 아마추어적이고
    그러다 보니 속내를 끌어내 상처를 터트리는데 까지는 성공을 하지만 이후의 전문적인 치유가 없는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원경 부부 이세창 부부같은 경우가 생기는거 같습니다.

  • 이거 2013.02.28 02:09 신고

    왜곡이 심한데요..저건 자기야 때문에 이혼한게 아니라 언젠가는 곪아 터질 문제가 자기야 때문에 드러난거죠..그래서 그 드러난 문제를 부부간에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노력했고 그 결과 이혼에 이르는 거고..이혼의 꼭 나쁜것도 아니죠..그냥 부부관계로 지속되기 힘들다는 결론일뿐..다시말해 결혼생활을 지속하는것보단 이혼이 낫다라는 판단인것.. 시댁관련한 폭로나 바람피운것에 대한 폭로도 그래요..결국 그게 사실인겁니다..거짓은 아닌거죠...그거 그대로 숨기고 뒤에선 괴로워 해봐야 나중에 곪아 터지기 밖에 더합니까..그런것들 쌓이고 쌓여서 황혼이혼이다 뭐다 하잖아요..어떤 부부는 그걸 터놓음으로서 치유하고 부부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더 나은 부부생활을 해나가는 것이고 어떤 부부는 이혼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고..서로가 더 행복하고 나은 것 또는 덜 나쁜것을 선택하는 거죠..

  • 짝,스타부부쇼,안녕하세요 없어져야 하는 프로그램이죠

  • 그건아니지... 2013.03.07 14:21 신고

    솔직히 저 둘 나올때 봤는데, 겉으로만 사이 좋은거였지 곪을데로 곪았죠. 저런부부가 황혼이혼하는거 아닐까요? 그럴바에야 좀더 일찍 갈길가는게 낳죠.

 

17일 방영된 런닝맨-아시아 레이스 편은 많은 의미가 있는 회차였습니다. 시청률 21%를 기록하며 런닝맨 최고 기록을 경신했던 것은 물론 마카오 올 로케로 촬영된 런닝맨편에서 국내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해외에서 얼마만큼의 위상을 갖고있는지 실감했던 회차였으니까요. 방송을 보는 내내 저는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국빈이라도 모시는 듯한 공항을 가득 메운 런닝맨 팬들의 환영 인사 세례도 놀라웠지만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런닝맨 후반부에 기획되었던 마카오 시민들과 함께한 줄다리기였습니다. 이미 작년 12월에 방영된 대 시민 줄넘기에서 어느 아파트 공터에서 마련된 대한민국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런닝맨 줄넘기 편을 보며 감격했는데 국내 예능이 우리나라도 아닌 해외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그 나라의 시민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감동의 극치였습니다.

 

 

그저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촬영한 것이 아니라 몰려든 그 수많은 인파가 뜨겁게 재석과 광수의 이름을 환호하는 런닝맨의 팬들이라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었죠. 게임의 룰까지 정확히 이해하고 심지어 런닝맨의 캐릭터까지 외우고 있었으니까요. 국내 예능의 룰을 해외에서 아무런 이질감 없이 그대로 실현할 수 있다는 것. 이거야말로 진짜 한류고 국위선양이 아닐까요.

 

그 반응이 시청률에도 영향을 주어 런닝맨은 동 시간대 1위는 물론 21%라는 시청률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위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하루종일 런닝맨을 찬양하는 기사가 쏟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아무리 기다려도 런닝맨의 시청률을 축하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뜬금없이 런닝맨 관련으로 터진 기사의 머리말에 저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런닝맨 자막 실수. 제작진 잘못 인정" "런닝맨 자막 실수. 시청자들 눈살"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내용을 살펴보니 참 가관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프로그램 진행 도중 런닝맨에서 유재석의 이름을 "재석"이 아닌 "제석"으로 표기하는 오류를 범했고 그것을 문제로 삼은 기자가 제작진에게 사과를 요구하여 답을 받아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 또한 실수가 아닌 것은 아니고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면 그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깎일 수도 있는 일이기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만.. 말 그대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만큼의 반사회적인 멘트나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무례한 잘못을 저질렀던 것도 아니며 그저 오타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가벼운 실수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게 하고 각종 기사를 쏟아내며 제작진에게 사과를 받는 일이 과연 상식적인 일일까요?

 

 

심지어 더 황당한 것은 당사자가 유재석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유재석 팬들이 감히 유느님을 건드렸냐며 성이라도 낸 것처럼 왜곡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청자 게시판에 이와 같은 사실을 지적한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유재석 팬들이 선동을 하여 런닝맨 제작진에게 항의를 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는데 축하할 자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물론 그 사실마저 유재석 팬들에게 떠넘기는 언론의 작태가 참으로 한심하고 치졸해 보입니다.

 

사건을 접한 네티즌은 물론이오 런닝맨 팬들 또한 황당하고 비상식적이라는 의견이 태반입니다. 어떻게 이런 자막 실수를 할 수 있느냐고 분개하는 의견은 단 하나도 찾기 어렵고 도대체 이게 사과를 해야할 일이냐는 한심해하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정말 네티즌이 자막 실수에 분개했다면 이런 반응도 나오지 않았겠죠.

 

 

물론 이날 제작진이 시종일관 멤버들의 이름을 잘못 적어서 내보냈거나 아니면 다른 부분에서라도 실수를 했거나 혹여 유재석의 이름만 계속해서 "제석"으로 표기했다면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겠지만 스쳐 지나가는 장면 딱 하나에 우연히 포함된 오타 하나를 가지고 시청률 1위보다 더 집중하여 기사를 쏟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폭력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제작진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실수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사과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비참하고 섭섭한 기분이 들었을까요.

 

이런 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언론에서 런닝맨의 잘못을 잡아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야말로 축하를 받아야 할 가장 기쁜 날에 축하 세례는커녕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이유로 대역죄라도 지은 것처럼 기사를 쏟아내고 사과를 받아내고.. 만약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를 상상해 봤습니다. 그저 시청률이 0.5퍼센트만이라도 오르면 온갖 기사로 언론을 장악하고 네티즌을 호도하는 흔한 사례들이 어찌 그리 런닝맨에게만 무심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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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1

  • 참 기가 차네요...ㅋ

  • ㅋㅋㅋㅋㅋㅋㅋㅋ뭐 저런거 하나가지고 트집을잡고그런다냐;

  • 난닝구맨 2013.02.19 11:09 신고

    재석씨가 아파서 도플갱어인 제석씨가 촬영했나보죠

  • 좀 어이없당

  • 와락 2013.02.20 00:37 신고

    진짜 생트집.....실수 한번 할수있는걸 물고 늘어지는 기사들이 더 어이없었다능

  • 애나 2013.02.27 10:12 신고

    유느님ㅠㅠ 전 정권에 미움받던거 계속될듯하네요.

  • 애나 2013.02.27 10:12 신고

    유느님ㅠㅠ 전 정권에 미움받던거 계속될듯하네요.

  • rock메냐 2013.03.04 12:34 신고

    당연하지. 방송이 장난이냐? 똑바로 해야지. 저렇게 꼼꼼하지 못하거 덜떨어지니 돈도 안주고 고소나 당하고. 응? sbs너네 제작진말야

    • 나그네 2014.03.11 11:02 신고

      어이 이보슈, 댁은 인간 아닌가? 사람이라면 실수 정도는 할수 있는거지, 그런거 가지고 당연하다고 말하는 당신의 뇌 속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구만. 위에도 나왔잖아. 단 한 장면이라고. 주구장창 실수였으면 사과도 당연한거지만, 겨우 그거 하나 가지고 사과까지 요구한 거라면 그건 솔직히 오버다. 당신은 누군가 실수로 당신 발 하나 밟았다고 지구 끝까지 쫒아가서 똑같이 밟아줄 건가? 솔직히 인간적으로 치졸하다고 생각되진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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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정부 2016.03.07 23:50 신고

    런닝맨이 어쩌다 오타를 냈다구요? 거의 매회 자막 오타가 올라옵니다. 팀 이름 바꿔쓰는 것 부터 시작해서 각종 오타...
    편집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그냥 넘기곤 하지만, 너무 자주 오타가 나오니까 볼 때마다 좀 그러네요.

 

2010년 9월. 1년에 가까운 무한도전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된 가혹한 에피소드는 두 사람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방송이었다. 물론 그 결과가 같은 방향인 것은 아니었다. 어낙 가혹한 미션이었던 탓에 대부분의 멤버들은 투정과 게으름을 부렸고 그 모습은 이기심으로 느껴져 시청자로 하여금 그들을 평가하게 하는 사례가 되어버렸다. 결국 10주의 장기 에피소드로 기획된 무한도전 레슬링 편에서 시청자들은 여전히 성실한 유재석과 의외의 끈기를 보여준 정형돈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을 비난, 힐난하게 되었다. 문제는 똑같이 게으름을 피우고 불편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그 화살이 유독 한 사람에게만 가혹하게 꽂혔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미운 오리 새끼 길의 탄생이다.

 

설 특집 아닌 특집으로 야구판을 기획한 무한도전은 세븐의 홀수가 아닌 짝수가 되었다. 에피소드를 진행하기도 전에 정형돈의 입에서 장난 섞인 '석별의 정'이 울려 퍼졌다. 장난은 먼저 걸어놓고 웃음을 터뜨리던 노홍철이 "영원히... 간 거예요?" 라고 묻자 정형돈은 정색하며 "공연 갔단 얘기죠." 라고 둘러댔다. 유재석은 길이 리쌍의 미국 공연으로 불가피하게 녹화를 불참하게 되었다는 비보를 전했다. 사이드에 서 있던 정형돈은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유재석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절실한 얼굴로 그는 네티즌을 향한 당부를 올렸다.

 

 

 

"혹시나 여섯 명이 훨씬 좋네. 이런 글은... 길씨가 확인하니까." 푸핫. 정형돈의 허를 찌른 한마디에 웃음이 터졌다가 순간 싸늘해졌다. 분명 그의 말은 반절 이상이 농담이었지만 속마음을 들킨 듯 부끄러웠던 사람도 아마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무한도전 레슬링 편으로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버린 길은 같은 무한도전 팬들에게조차 돌린 등을 바라봐야 하는 무한도전 내의 가장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형돈의 반 농담, 반 진담이었던 이 당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정형돈이라서 더욱 절실하고 의미가 깊었다. 비록 같은 에피소드로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뀌었지만 사실 정형돈은 이미 길이 감당하는 고행의 기간을 먼저 겪은 바가 있었던 이 방면의 선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카오스나 다름없었던 무한도전의 초창기 시절. 아직 멤버라고 정하기에도 곤란한 많은 사람들이 뜨내기처럼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고 그중 정형돈은 예능 경험이 전무한 KBS 공채 개그맨이었다. 갤러리 정의 이미지가 만연한 그는 쑥스러운 심은하 머리를 흔들대며 지금보다 더 육중했던 몸매로 힘을 과시하며 곧잘 얼굴을 붉히고 소리를 질러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캐릭터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했던 시기였기에 그의 모습은 장난이 아닌 리얼로 받아들여졌다.

 

 

 

낯설어하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캐릭터를 앞세우던 정형돈은 폭력적이고 부적절한 행동으로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다. 위축되어버린 그는 점차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예능 프로그램이 낯설기 짝이 없었던 그였기에 그는 더더욱 외로운 사람이 되어갔다. 시청자에게 이 모습은 날이 갈수록 불유쾌한 민폐로 느껴졌다. 무한도전 게시판은 연일 정형돈을 빼라는 글로 활개를 쳤다. 김태호 피디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시청자가 바라는 것보다 더 큰 강도로 그를 혼내키고 오히려 시청자로 하여금 동정을 일으키게 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의 정형돈을 위로하고 감싸주기는커녕 오히려 직접적인 공격을 해댔다. 대놓고 "제6의 멤버"가 존재한다는 말을 수시로 꺼내며 정형돈을 언젠가는 빼버릴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심어주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인 "정형돈의 분량을 편집했다"는 첨언을 달아 네티즌의 동정심을 극대화시켰다. 시청자는 분노했고 정형돈을 향했던 미움은 곧 동정으로 바뀌었다. 결국 정형돈은 무한도전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다른 프로그램에서까지 네티즌의 가호를 받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인다. 김태호 피디는 이에 피치를 올려 "제6의 멤버" 타령을 해댔던 것이 거짓말 같게도 정형돈을 위한 몇 개의 특집을 나열하여 그를 무한도전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렸다.

 

닥터스를 구성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그의 건강 상태를 염려하게 해주었고 무한도전 최초로 멤버의 집을 철저하게 공개하는 형돈아 놀자 특집편으로 그를 향한 연민과 친근함을 이끌어냈다. 정형돈 일병 살리기의 최고 정점이었던 에피소드가 바로 '친해지길 바래'다. 평소 어색한 사이였다던 정형돈과 하하의 친분을 수면화한 이 에피소드에서 정형돈은 네티즌에게 정말 불쌍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마치 프로레슬링의 나쁜역 좋은역처럼 이번에는 하하가 정형돈을 대신한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실책일진 몰라도.

 

 

 

물론 예능 프로그램을 누군가 불쌍해서 억지로 봐줘야 할 의무를 시청자가 짊어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2년 전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아직 대신 미움 받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 길의 신세를 2년간 그가 혼자 만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길은 정형돈이 받았던 무한 서포트처럼 대단한 가호를 아직 받아보지도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형돈을 다시 바라보게 된 것처럼 그를 좋은 방향으로 바라볼 계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토록 싫었던 그의 어색함이 사랑스러운 연민이 되고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이라는 희한한 캐릭터가 오히려 다른 것은 다 잘하는 만능맨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기회를 낳지 않았는가.

 

 

 

그가 홀로 꾸역꾸역 네티즌의 질타를 삼키며 지내온 2년간의 기간 동안 그 또한 많이 변했고 심지어 성숙해졌다. 어쩌면 예능을 음악을 편하게 하기 위한 도구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그의 뻔뻔함은 점차 사라져 이제는 드러나지도 않는다. 무한도전 어떤가요 특집을 준비하며 멤버들에게 그토록 많은 질타를 받았던 사이비 작곡가 박명수를 유일하게 안아주고 가식 없는 응원을 보태어주었던 배려를 보인 멤버 또한 진짜 작곡가 길이 유일했다. 어떤가요의 성취가 가요계를 얼마나 심통 나게 만들었는가를 되새겨보면 그의 진정성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소위 예능감 또한 날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무한도전의 몇 개의 에피소드는 길이 없었다면 이만큼 재밌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특히 무한도전 307회 웨딩 버스편은 길의 재치와 배려가 유독 빛나는 에피소드였다.

 

 

 

그저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을 뿐인데 지나치게 정색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같은 시기를 겪었던 한 선배의 농담이 허를 찌른 당부처럼 받아들여졌던 것은 길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느낀 그의 소중함 때문이다. 처음 만난 고정 예능을 적응 못하고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이라는 캐릭터에 힘들어하며 충격을 받을때 연예계 은퇴까지 생각하며 매일같이 술을 마시던 그를 구원했던 것은 유재석의 믿음과 위로였다. "뱃사람이 파도를 무서워해선 안되듯이 개그맨이 방송을 무서워해선 안돼." "저희는 7명일 때 가장 아름다운 팀입니다." 정형돈이 끝끝내 덧붙인 당부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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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9

  • 2013.02.10 08:00

    비밀댓글입니다

  • 정말 멋진 말이네요 ㅎㅎㅎ
    설날 잘 보내세요~ ㅎㅎㅎ

  • 난 6명이 더 좋은데 ㅠㅠㅠ

  • 꿈보다 해명 2013.02.12 20:34 신고

    무도 뿐만 아니라 다른프로그램도 관련포털이면 연일 시시비비로 시끄럽기 마련이지만
    정형돈씨와 길은 비교사례가 아닌거 같습니다.

    무도1기에선 정형돈씨가 힘쓰는 캐릭터로 에이스였고 3기에 와서 어색캐릭으로 저조했던 적은
    있지만 무도에서 빼자고 시달린적은 없습니다만..?

    기능인 건뚱캐릭으로 누구보다 깨알같은 드립을 잘 던져서 김태호 피디의 말처럼 자막이나
    아이디어를 정형돈씨에게 많이 얻는다고 했었죠.

    길씨는 예능인으로써 재미도 없는데다 슈퍼콘서트 사건으로 과하게 미움받고 그런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중요한것은 예능인이 웃기면 면죄부가 된답니다.

    길씨가 무도의 절반을 함께 해 왔지만 멤버들에게조차 물에 기름같은 존재라면 그건 길씨 본인이
    뒤돌아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 ㅌㅋㅋ 2013.03.10 01:01 신고

      무도 팬 맞으세요??? 어이가 없음
      시청자의견 한번도 안가보셨어요? 적어도 디시 무도갤 글 제목 본적도 없으신가보네요. 하하 군대가기전까지만해도, 정준하 정형돈 빼자라는 글이 글 목록마다 한개씩 끼어있었구요. 그후에도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깨알같은 입담은 있었지만 갱스터랩, 늪 부르기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지요 ㅠㅠ
      하하가 정형돈에게 맨날 어색하다 재미없다 시절때주터 정형돈 팬이라서 잘 알거든요. 그땐 정형돈 팬은 그냥 없는거였어요. 지금의 길처럼 꾸준히 하차 요청글만 올라왔었구요. 지금도 정형돈 검색하면 하차가 관련검색어로 떠요..

    • ㅌㅋㅋ 2013.03.10 01:05 신고

      지금은 정형돈 누구나 좋아하지만 몇년전까지만 해도 길 그 이상으로 까였구요. 재미없다 뭐하러쓰느냐 양심이있으면나가라 너필요없다 이런글 많이 올라왔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버틸수있었기에 지금의 정형돈이 된거예요.

      길이 지금 별로 못 웃긴다고 하지만 무한도전도 처음엔 멤버 많이 바꾸고 시행착오에 몇년동안이나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지금의 무도가 된거잖아요. 길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태호피디와 무도 제작진들, 우리 멤버들을 믿어보세요ㅠㅠ

  • 꿈보다 해명 2013.02.14 22:18 신고

    미쳤냐?? 슈퍼콘서트로 미움을받아?? ㅈㄹ하네 길이 싫으면 싫다고 말해 찌질한넘아

  • 감동적이네요.
    제 블로그에 퍼갈게요 ^^~

  •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정글의 법칙의 새 여성 출연자인 배우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가 취중에 남긴 화풀이가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여느 프로그램의 조작 논란보다는 온화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던 정글의 법칙 또한 대중의 의심 앞에서 무너지고야 말았던 것이다. 김상유 대표는 리얼리티와 다큐를 표방한 정글의 법칙의 정체성을 비웃었고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이고 동물을 풀어놓고 촬영을 하며 심지어 밤이면 천 불짜리 호텔 맥주 파티를 즐긴다는 충격적인 분노를 터뜨렸다. 사태를 접한 시청자의 첫 심경은 오로지 김상유 대표의 부적절한 태도를 경솔했다며 비난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차츰 쌓여가는 의심은 김병만의 진실된 땀방울로도 치유되지 못했다.

 

점차 눈덩이처럼 살을 붙여가는 의심은 배신이 되고 김상유 대표의 주장을 긍정하는 갖은 자료들이 쏟아져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김대표는 나의 오해였다며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있음에도 대중의 배신감은 식을 줄을 모르고 뜨거워지기만 했다. 그리고 파헤쳐진 정글의 법칙 리얼리티 논란은 예상외로 그 단위가 좀 컸다.

 

 

 

네티즌이 밝힌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의 핵심은 '사서 고생하기'다. 그들이 흘린 땀과 공포와 고생이 모두 거짓은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오로지 이 길밖에 없다며 고행의 강도를 과장해서 부풀렸다는 점이다. 그 결과 관광지는 문명이 닿지 않은 오지가 되고 10살의 어린이에게도 동반 자격이 주어지는 '관광 코스'인 밀레니엄 동굴은 오지에 숨은 원주민을 찾기 위한 음지의 루트로 둔갑되었다. 결국 정글의 법칙은 관광지를 문명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라고 과장해서 소개하거나 쉽게 돌아갈 수 있는 몇 분 내의 거리를 온종일을 낑낑대며 올라가는 등의 거짓된 정보로 시청자를 현혹시켰던 것이 문제로 지적 되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네티즌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린 거짓 정보는 '장소'가 아닌 '사람'을 속였다는 점이다. 한 시청자는 정글의 법칙에서 촬영된 원주민들의 대부분이 방송에서 보여진 야생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고 실제로는 문명과 아주 가까운 삶을 누리고 있는 우리와 다를 바가 없으며 잘 훈련된 연기자일 뿐이라고 폭로했다. 나체에 가까운 몸으로 사냥을 하며 끼니를 이어가고 문명과는 차단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역동적이고 신비스러운 모습이 실은 방송사가 원하는 화면을 위해 투입된 훈련된 연기자들의 연기라는 사실은 분명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작이다. 시청자 우롱이며 기만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제작진이 공포에 떨며 소개한 "식인부족" 와오라니족이 페이스북까지 갖고있는 문명인이라는 사실은 실소밖에 나오지 않는데 관광객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그의 모습에서 호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절대 이분들을 놀라게 하면 안 돼!"라던 김병만의 경고가 무색하게 카리스마 넘치는 족장의 애꾸 눈 역시 렌즈로 만든 의안이라는 증거까지 쏟아진 마당에 더 이상의 믿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받고 있는 비난과 조롱 또한 피할 수 없는 절차일 것이다.

 

 

 

하지만 이 조작 논란으로 불거진 비난 함께 도마 위로 올라가 민속촌 연기자라며 비아냥을 듣고 있는 원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하는 원주민. 나체가 아닌 티셔츠를 입고 잘 손질된 머리에 슈퍼마켓까지 들렀다 나오는 그들의 이중성을 과연 조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티비에 농락당한 상처를 또다시 티비의 치유로 푼다. 최근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생존'편의 '나미브의 슬픈 사냥꾼'은 야생을 버리고 스스로 거짓이 되어 연기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정글의 눈물을 그대로 담아두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코카콜라 병으로 문명과 첫 조우하게 되었던 영화 부시맨 시리즈의 부시맨.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이름은 정확히 부시먼으로서 또는 산족이라 불리며 아프리카 남부를 지켜온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다. 수풀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답게 독화살 하나로 사냥을 하고 생존을 이어가는 전형적인 사냥부족이지만 정작 그들이 사냥을 할 수 있는 순간은 "사냥하는 연기를 보여줄때" 뿐이다. 그들의 삶의 터전인 칼라하리 사막을 공존하는 남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 정부와 나미비아 정부가 휘두른 엄중한 폭력 때문이다. 나미비아 정부는 동물 보호의 명목으로 산족의 사냥터 대부분의 구역을 사냥금지 구역으로 지정시켜두었고 다이아몬드를 품은 사막에 눈이 먼 보츠와나 정부는 이들을 쫓아내고 보석을 가지려는 폭력과 회유를 반복했다.

 

 

 

선천적으로 사냥 기술만을 전부라 믿고 살아왔던 그들은 사냥을 금지당하고 살 곳을 빼앗겼다. 사냥을 할 수 없는 사냥꾼은 굶을 수밖에 없다. 보츠와나 정부는 산족의 사냥 본능을 거세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현대식 설비를 지원해주고 문명에 맛을 들인 원주민이 더이상 사냥을 원하지 않게 되자 잔인하게도 모든 지원을 끊어버렸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조악한 캠프에 모여 난민과 같은 집단생활을 해야 했던 그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술꾼이 되고 에이즈가 범람했다.

 

 

결국 남은 이들은 배고프지 않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내 아이를 굶기지 않기 위해 다시 독화살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진짜 사냥이 아닌 사냥을 하는 연기를 상영하는 배우가 되었다.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관광객의 흥미를 만족시켜주기 위하여 옷을 벗고 원주민의 일상을 연기한다. 자랑스럽던 독화살의 위력은 이제 재연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고 오히려 관광객이 재미 삼아 사냥한 동물의 주검을 받아 끼니를 연명한다.

 

 

 

 

리얼이 아니었던 리얼 다큐 정글의 법칙에 시청자가 이만큼의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리얼이 될 수 없게 내몰린 그들이 살기 위해 리얼을 연기하는 모습을 조롱하는 것은 서글픈 비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터전을 빼앗고 리얼을 빼앗은 것도 문명이고 다시 그들에게 리얼을 연기하라고 시키는 것도 문명이다. 그들의 연극은 리얼리티 쇼에서 이것이 진짜라고 소개되고 우리는 속은 것에 분노하며 채널을 돌린다. 따지고 보면 정글의 법칙이 리얼을 찍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야생을 빼앗긴 원주민. 더이상 사냥을 할 수 없게 된 원주민. 그리고 배우가 된 원주민. 이것이 지금 정글의 진정한 리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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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4

  • 2013.02.09 08:01

    비밀댓글입니다

  • 오주르디 2013.02.09 08:21 신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맨드레이크 2013.02.09 12:33 신고

    노심초사하는 마음에서 쓴 글이라면 모르겠는데, 지금 쟁점도 아닌 현지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 건 글쓴이가 전에 썼던 글의 조작설에 대한 비난적인 논조를 희석시킴과 동시에 논점 흐리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네...

  • rrr 2013.02.09 18:13 신고

    여기서 부족들 욕하는 사람 없는데? ㅋㅋㅋ.

    그리고 족장은 의안 증거 않나왔는데? 다른 사람이란게 정설임. 물론 나머지는 거의 다 사실이고

    • ... 2013.02.09 20:17 신고

      그 애꾸 남자 멀쩡이 옷입고 다른 관광객하고 있거나 와오라니 부족들하고 같이 있는거 사진도 여러장이더만 애꾸 아닌게 맞다고 봅니다. 두 눈 멀쩡하던데요. 애꾸 아닌게 정설로 된건 아이라고 봅니다 ㅋㅋ

    • dd 2013.02.16 16:01 신고

      애꾸눈은 렌즈낀거라네요 밑에 블로그 참조

      http://kiwi-story.tistory.com/146

  • rrr 2013.02.09 18:14 신고

    박보영 소속사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할듯. 의로운 내부고발자로 ㅋㅋㅋ

  • 아니 왜요. 2013.02.09 18:25 신고

    이글만 본다면 원주민 얘기가 주제가 되는게 이상할건 없어보이는데요. 암튼 생존을 위해서 관광업을 하는건데 그들을 이용해서 상업 방송을 하고 왜곡된 정보와 지나치게 과장된 포장으로 시청자를 현혹한 SBS가 문제라고 봅니다, 원주민들은 어찌 생각해봐도 짠하네요, 어쩐지 미안한 감정마저 들고요.

  • 글 너무 잘 보았습니다. 문제인건가... 아닌건가... 아직도 감이 잘 안잡히고 있었는데

  • 아니야 2013.02.10 01:29 신고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논점을 흐린다 하시는 분의 말씀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그보다도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담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왜 박보영 소속사 사장이 소속사 연예인을 생매장하는 뻘소리를 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니까요.

    방송국이 우리를 속였다. 원주민이 원주민 연기를 하면서 관광객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그것을 리얼 정글이라고 포장한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으로서 시청자는 뒤늦게나마 무엇이 본질인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말씀 감사합니다. 논점 일탈이라는 말에 일면 수긍합니다만. 정글의 법칙이 조작이다 아니다를 논의하는 것으로 혹은 정글의 법칙을 폐지하거나 묵인하는 것으로 과연 이 문제가 완결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리얼이 아니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그들은 실제 문명으로부터 리얼을 빼앗기고 이제는 우리에게 리얼을 연기해줘야하는 상황에 맞부딪히게 되었으며 정글의 법칙은 그것이 진짜 야생이라고 소개했을 뿐인걸요. 서양인이 동양인을 관람하듯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과도 맞닿아 있는 불편한 인권 유린일테지요. 이제 더이상 우리가 바라는 진짜 리얼은 존재하지 않는데 정글의 법칙의 조작설 하나만을 놓고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 단군조선 2013.02.10 09:24 신고

    님 블로그를 띄워드릴까요? 남들은 모르는거 같아 이 블로그에 최초공개합니다.
    솔직히 조작논란이야 그렇다쳐도.. 욕설까지 나오는 방송이라서 기분이 불쾌하더군요..
    지난 금요일방송보시면, 시작 18분 18초부분에서....
    박솔미가 갑자기 튀어나온 두꺼비를 뜰채(혹은 잠자리채)로 잡으려고 하는데 놓칩니다.
    이때 박솔미가 하는말... "아이 X발!!"
    다시보기하거나 다운받아보시면 확인가능합니다. 본방보면 편집과정에서 놓치는 장면을
    3번이나 보여주는데 그러면서 욕설도 3번이나 나옵니다.
    설마해서 다운받아보니 제가 듣던 욕설이 맞더군요...
    이거 공중파에서 욕설이나 듣고.. 가식덩어리 박솔미 성격 제대로 알겠더군요.

  • 의도가 뭐죠 2013.02.11 20:31 신고

    지금 문명을 받아들인 아마존 부족, 그들의 아픔과 그럴수밖에 없었을 상황에 내몰린 현실을 외면하자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진정성을 담으려 했다면 그 불편한 현실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을 이용해서 정법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고 김병만 이미지를 격상시키는데만 쓰였다는게 포인트죠.

    정법 제작팀과 김병만이 그토록 자신있어 하던 진정성은 어디가고 이제와서 연기부족들 모습도 리얼이지 않냐~ 고 말할수있죠? 어떻게 이야기 흐름이 연기하는 아마존 원주민을 이용해 자신들 이득만 챙긴 정법 제작팀과 병만족을 아마존 리얼을 담았다고 말할수 있습니까?

    관광코스를 오지탐방으로 위험고비를 의도된 연출로 관광객 유치가 목적인 원주민을 사람 발길이 닿지않는 아마존 원시부족으로 둔갑시켰는데 이게 리얼이라고요? 이 모든게 작위적이고 자극적 상황 설정들 속에 짜여진 각본인데 이런것도 리얼이란 말입니까?

    그렇다면 리얼 아닌게 무엇입니까? 다른 관점을 제시할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정법 논란관 관련된 중요 논점을 가리지는 마세요. 논점은 아마존의 불편한 진실을 속인채 본인들 잇속만 챙긴 정법과 김병만으로 인해 상처받은 시청자들입니다.

  • 2013.02.19 23:39

    비밀댓글입니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에피소드를 국외 올로케 촬영을 하고 국내도 아닌 국외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몰려들어 촬영조차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당연히 우리는 그 프로그램의 인기보다는 게스트가 누구였는가, 국외에서 인기가 많은 한류 스타였나 혹은 KPOP을 이끄는 아이돌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만큼은 다르다. 런닝맨. 이 프로그램을 국외에서 촬영했을 때 수많은 인파가 촬영팀을 가로막았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날의 게스트가 한류스타라고 해도 부럽지 않다. 이미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이 한류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히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들 사이에서 퍼져 나간 런닝맨 베트남 로케 촬영 영상은 그야말로 국내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런닝맨의 국외 인기를 집대성한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타를 기다리는 팬들이 밀집한 공항도 아니고 베트남의 한 번화가 거리에서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 멤버들이 도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많은 군중들이 개미떼처럼 몰려서 소리를 쫙쫙 질러대는 현상은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베트남 군중들을 뚫고 지나가는 런닝맨 멤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류스타 부럽지 않은 위엄이었다.

 

 

현재 런닝맨은 일본, 중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9개국으로 국외 수출이 완료된 상태다. 그 밖의 정식 수출이 되지 않은 다른 나라에서도 런닝맨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이따금 우리를 놀라게 하는데 컴퓨터 게임이 아닌 발로 뛰는 놀이가 유일하다시피 했던 초등학생들의 '런닝맨 놀이' '런닝맨 게임'이 국내의 어린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아이들까지 즐기는 놀이가 되었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진짜 '국위선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국외에서 조금만 반응이 와도 그 나라를 씹어 삼킨 것처럼 요란 법석을 떨어대는 한류 스타들의 국내 보도와는 달리 런닝맨의 이토록 놀라운 국외 인기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고 잠잠하다는 점이다. 과연 이유는 무엇일까? 늘 그렇듯이 런닝맨을 향한 언론사의 불공평한 대우 탓이다. 몇 명의 양심 있는 기자들이 런닝맨의 국외 인기를 기사로 쓴 것이 초라하게 보도되었을 뿐 인기의 실체도 드러나지 않은 아이돌의 한류 인기는 싸이급으로 보도하는 양반들이 런닝맨에 있어서만큼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위선양 중인 국내의 프로그램을 향해 어깨를 두드리고 격려하는 기사를 써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왜곡된 보도로 시청자들의 편견을 앞장서서 이끌어나가는 기사들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런닝맨의 국외 인기가 더욱 감동적인 이유는 국내에서 외면했던 런닝맨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것이 바로 국내가 아닌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외면받는 런닝맨의 진가는 국외에서 먼저 알아보았다. 필자는 언젠가 유튜브에 공개된 아랍어 자막이 깔린 런닝맨 영상을 보고 기절초풍할뻔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저 낯설기 짝이 없는 아랍어로 지문까지 상세하게 곁들여 만들어낸 이 영상은 런닝맨의 국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그대로 실감하게 해주었던 자료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와 같은 낯설고 먼 나라에서 런닝맨의 캐릭터와 게임규칙, 인물 관계도까지 철저하게 분석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이미 특이한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직접적인 활동을 한 적도 없는 런닝맨의 메인 엠씨 유재석의 인기는 중국의 트위터나 마찬가지인 웨이보의 유재석 관련 커뮤니티 회원이 4천 명을 육박했었다. 유재석 관련 자료도 4만 여건이 넘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1년 전의 수치이니 지금 그 자료는 더욱 커져 있지 않을까 짐작된다. 언젠가 유재석이 런닝맨 베이징 촬영차 베이징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큰 형님이 오신다'는 말로 대서특필을 하기도 하였다.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런닝맨 만이 이토록 큰 국외 팬들의 반응을 받는 것은 런닝맨이 전하는 순수 예능의 재미가 국내뿐만이 아니라 그 어 곳에서든 융화되기 쉬운 정서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요즘의 국내 리얼 버라이티들이 대체로 '감동'을 중요시하며 예능 안에 사연을 만들고 계몽사상을 넣어 예능 자체의 재미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큰 반면에 런닝맨은 순수한 예능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단순하게 보여 참여하기 쉽지만 촘촘하고 섬세하게 구성된 런닝맨의 아기자기한 연출과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며 요즘은 가장 자연스러운 인물 관계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부담 없는 캐릭터들은 그 누구도 불편하거나 거북한 느낌 하나 없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놀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컴퓨터 게임으로 노곤해진 초등학생들을 밖에서 뛰고 놀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런닝맨의 가치. 그 자연스럽고 편안한 순수 예능의 참된 의미는 국외팬을 끌어들인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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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2013.02.07 07:35

    비밀댓글입니다

  • 런닝맨의 인기가 정말 놀랍습니다 ㅎㅎㅎ

  • 역시 국민예능 답게 인기가 많네요 ㅎ

  • 단수도몰라 2013.02.07 12:20 신고

    중국에서는 한국의 국민MC 유재석을 大神이라 칭할정도로 격상화 해서
    환영하는데, 정작 요즘 국내에서는 언플의 자료로 이용이나 하고
    시청률이 떨어졌다는등의 보도만을 일삼는 기사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번에 베트남과 마카오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런닝맨의 인기가 저럴정도였다니 새삼
    놀라기도 했지만 한켠으로는 자랑스러움이 밀려 왔습니다.

    해외 뉴스에서도 다룰 정도로 인기가 높은
    자랑스런 프로그램을 정작 국내에서는 몇줄의 기사정도 뜨는 것을 볼적에
    안타까움도 들고 했습니다.

    어느 베트남팬이 트윗에 적은 글이 떠 오르네요.
    이번에 찰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런닝맨팀에게
    안녕히 가세요...라고 한글로 적은 글을 보고
    짧은 인사말이지만 그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베트남과 하노이의 지축이 흔들릴정도로
    환영받은 런닝맨 자랑스럽습니다.
    예능을 통해 국위선양을 한 런닝맨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짝짝짝.

    그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습니다.

  • 와 정말 이정도일줄은 몰랐네요. 아랍어 자막에 깜놀 .... 한류예능 역시

  • 옹심이 2013.02.08 16:58 신고

    해외에서의 듣보잡 아이돌 인기가 쪼끔만 올라가도 소속사에서 기자들한테 향응 베풀어가며 언플하지만 런닝맨 제작진은 종이신문 기자들한테 향응 베풀지 아니하고, 다른 방송 기자들은 타 방송 프로그램이기에 언플 자제하여서 그렇지요~

 

이대로 가다간 정말 버스커 버스커를 증오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 통신사의 광고 모델이 드디어 달라졌다. 처음엔 누구지 했다가 한쪽 귀퉁이에 박힌 이름을 보고 아...! 소리가 나왔다. 악동뮤지션. K팝스타의 이미 결정된 슈퍼스타. 버스커 버스커만 아니라면 그 누가 와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필자에겐 적극 환영인 뉴 모델이었지만 문득 이거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악동뮤지션은 지금 진행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가 프로그램의 외적인 활동에 단독으로 참여해도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형평성 문제다.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단순히 필자뿐만은 아니었나 보다. 시청자의 불평은 곧 여론이 되었고 결국 K팝스타의 PD는 최근 불거지는 형평성 논란에 대한 해명을 해야만 했다. 최근 방영되는 통신사 광고의 모델이 된 K팝스타의 참가자는 악동뮤지션 하나만이 아니고 라쿤보이즈를 포함한 모든 참가자들이 이 CF를 촬영했으며 먼저 방영된 방송 분량이 악동뮤지션과 라쿤보이즈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마저도 해당 광고사의 임의에 따라 방영되는 것이지 출연자의 순서를 결정하는 것은 K팝스타의 의지와는 무관한 권한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네티즌들이 대단히 큰 오해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애초에 형평성 논란을 따질 만큼 K팝스타의 자의로 악동뮤지션을 밀어주고 있다는 것은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이 피디의 해명으로 오해라고 판명이 났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그에 대한 불편한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디의 해명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말한다. 악동뮤지션은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불공평한 편애를 받고 있으며 그것은 우승의 결과에까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심지어 이것은 이미 결정된 참가자 악동뮤지션이라는 결말을 미리 보여주는 스포일러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사실 K팝스타가 악동뮤지션을 편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유일하게 홀로 음원을 두건이나 발매한 악동뮤지션에 대해 CF 논란 이전부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때도 피디는 같은 뉘앙스로 그것은 시청자의 오해이며 이런 의견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악동뮤지션을 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음원 발매는 시청자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곡을 순차적으로 내보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악동뮤지션만이 홀로 음반을 발매하고 CF마저 독식하는 것을 시청자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난하는 이유는 K팝스타의 시스템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시청자의 ARS 투표 점수가 우승자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3대 기획사가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만큼 시청자 투표가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진 않지만 K팝스타 시즌1에서 실시했던 사전 심사 10%와 시청자투표 30%는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었다. 시즌2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투잡이나 다름없는 짭짤한 수익의 문자 투표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포기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악동뮤지션이 프로그램 내에서 본인의 무대로 인지도와 인기도를 얻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으나 오디션 외부의 오픈된 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얻는다는 것은 일종의 치팅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악동뮤지션은 그다지 화제성이 없는 K팝스타 2시즌에서 유일하게 화제를 끌어모으는 참가자다. 이미 등장부터 '다리꼬지마'라는 획기적인 가사와 매력적인 보이스컬러로 재능을 입증받으며 K팝스타를 홍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들이기에 시청자는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CF를 촬영해서 온에어 되고 있는 팀이 악동뮤지션만이 아님에도 라쿤보이즈는 듣지 못하는 '형평성' 논의를 악동뮤지션에게만 적용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참가자의 인지도가 시청자 투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그들이 아닌 다른 참가자를 더 주목하게 해주어야 공평한 시스템이 아니냐는 말이다. 딴은 그럴듯하다. 만약 슈퍼스타K에서 오디션 진행 중에 로이킴만 홀로 음원을 발매해줬거나 심지어 대기업의 CF마저 온에어됐다면 그 순간 슈퍼스타K의 시청자 게시판은 벌집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K팝스타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적어 반감 또한 줄어들었다는 것이 고마운 점이랄까.

 

하지만 나는 피디의 해명은 차치하고라도- 만약 그들이 정말 편애를 받고 있다고 할지언정 그게 과연 그들에게 득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미 부각이 되고 있는 참가자를 제작진마저도 나서서 밀어주게 된다면 인지도가 곧 영향력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분명히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형평성 논란을 제기 받을 정도의 이미지를 노출하는 참가자라면 오히려 기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불러들일 역효과의 파장을 염려해야 한다. 잘 나가던 참가자의 발목을 잡고 탈락 위기에 빠뜨리는 순간이 어떤 때였나? 바로 그 참가자에게서 더이상 신선함을 발견할 수 없을 때다. 한마디로 타이라의 '알을 깨지 못했어요'라는 말을 들을만한 순간이라는 거다.

 

나는 오디션 프로그램 초반에 너무 큰 이슈몰이를 하는 참가자를 경계한다. 생각해보라. 이 기세로라면 반드시 우승일 것이라고 이 사람 아니면 우승할 재목이 없다는 극찬을 받던 참가자가 어느 순간 식상하다, 자신의 벽을 깨지 못했다는 말을 듣기 시작하더니 결국 우승 언저리도 가보지 못하고 탈락하고야 마는 위기의 순간을 우리는 너무 많이 목격했지않은가. 오히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진짜 우승자가 되는 사람은 초반부터 인기몰이를 했던 사람이 아니라 저런 사람도 있었나...? 싶었던 처음에는 자신의 매력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던 사람이었던 경우도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끊임없이 참가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변화와 다양성이다. 늘 비슷한 것을 보여주는 참가자는 어김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안 어울리는 옷을 여러 번 입으며 변화를 모색한다. 늘 얌전한 체크셔츠만 입던 초식남이 락스피릿으로 무장했다며 가죽 재킷을 입고 락 사운드를 들려주거나 본인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짙은 화장을 하고 엄정화 코스프레를 하는 소녀도 있다. 아무리 초반 큰 호평을 받은 참가자의 재능이랄지언정 그것이 몇 회에 걸쳐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시청자는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계를 말한다. 그것을 뛰어넘지 못한 순간 결국 그 참가자는 탈락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잔잔했던 어쿠스틱 보이 방예담이 힙합 모자를 쓴 저스틴 비버가 되고 나서야 드디어 주목을 받았던 사례를 생각해본다면 악동뮤지션의 잦은 노출은 참가자 스스로 경계해야 할 약점이지 득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악동뮤지션은 '다리 꼬지 마'가 아닌 또 다른 컨셉으로 시청자를 놀래켜줘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이미 발표된 (심지어 음질도 좋지 못한) 음원 두 개와 비슷한 컨셉으로 계속해서 리플레이될 티비 광고가 그들에게 과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오디션에서 그들의 또 다른 재능이나 매력을 발견하기도 전에 이미 광고를 통해 질려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통신사에서 만든 이전의 결과물을 떠올린다면.. 사람 질리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광고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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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이날 방예담을 두고 "소울만 있는 줄 알았더니 소울만 있는 게 아니에요. 저 친구 안에는 팝도 있구요. 힙합도 있구요." 라고 말했고 심지어 양현석은 "시즌 2를 진행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무대였던 것 같아요"라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이 12살의 천재 소년이 들은 가장 기분 좋은 찬사는 아마 심사위원 보아의 "아. 우선 예담 군은 끼도 끼지만 관객을 흡입하는 흡입력이 굉장히 강한 친구예요."라는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2달 전 그의 첫 오디션을 두고 불합격을 줬던 유일한 심사위원이 바로 보아였던 것을 떠올린다면 말이다.

 

 

 

유명 CM송 전문 가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부모님의 끼를 그대로 이어받은 12살의 천재 소년은 등장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끌었다. "우리 가족은 음악적인 가족이에요." 양 갈래로 나눈 긴 머리를 자유분방하게 휘날리는 방예담의 첫인상은 마치 꼬마 히피스러웠는데 그가 선보이는 재능 또한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모니카를 입에 물고 싸이와 마룬파이브의 음악을 편집하여 자유자재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특히 핸슨의 음밥을 소화하는 허스키한 목소리는 소년의 앳된 청량함과 더불어 상당히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세 명의 심사위원이 가장 주목했던 소년의 희소가치 또한 그의 매력적인 보이스 칼라였다.

 

하지만 이 꼬마 소년이 이토록 큰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려 한국 오디션 역사상 최연소 TOP 10을 장식할 기록적인 인물이 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미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방예담 또래의 음악 신동들이 실컷 프로그램의 이슈메이커 노릇을 해주다가 결국 본선에선 퇴장당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봐왔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봐도 결국 어린 나이가 문제였다. 본격적으로 데뷔를 시켜 음반을 발매하고 음원을 팔기에 너무 어린 나이는 항상 브레이크가 되었다. 처음에는 기회가 되었던 어린 나이가 나중에는 재앙으로 바뀌는 일을 몇 번이나 목격했던 것이다. 그러니 국내 최초 TOP10을 아슬아슬하게도 아니고 가장 퍼펙트한 점수로 통과한 방예담의 반전은 그야말로 기적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K팝스타의 이미 결정된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악동뮤지션이 그닥 신통찮은 평으로 질책을 받고 있을 때 같이 야단을 맞기라도 하는 것처럼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었던 이 소년은 무대가 자신의 스테이지로 바뀌는 순간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어설픈 문워크로 미끄러지며 올라오는 유머를 선사했다. 사실 그의 어설픈 문워크처럼 그가 선택받았다는 저스틴 비버의 Baby라는 결과물이 그저 농담 정도의 수준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힙합 모자를 눌러쓴 이 어린 소년이 까만 의자에 앉아 처연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며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 게임은 끝났다. 그 어디 하나 탁한 구석 없이 처연하게 울려 퍼지는 소년의 맑은 미성으로 만들어진 Baby의 오프닝은 정말.

 

 

 

항상 느끼지만 K팝스타에서 보여주는 박진영의 미덕은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건 남이 가르쳐놓은 아이건 사심과 차별 없이 받은 감동을 그대로 내보이는 표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 것처럼 감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박진영의 얼굴이 처음으로 오버가 아닌 진심으로 읽혔다. 나 또한 소년의 베이비를 들으며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느릿한 멜로디가 초를 세며 템포가 바뀌고 발라드가 댄스로 재편곡 되는 구성이야 뭐 뻔한 클리셰지만 그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히피 보이 방예담이 선보이니 예사로운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통기타를 연주하고 하모니카를 입에 물던 문학 소년 같은 방예담이 빠른 템포에 맞추어 댄스를 추고 랩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누가 시켜서 만들어준 것도 아니고 방예담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날 방예담은 처음으로 댄스 무대를 준비하기도 하고 생전 처음으로 자작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고 조금씩 어설펐지만 감성과 센스만큼은 탁월한 무대였다. 방예담이 가진 끼가 어느 정도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무대였다. 그리고 그의 관객흡입력이 처음으로 입증된 무대이기도 했다.

 

 

 

문득 발견한 것은 방예담의 재능만큼이나 돋보이는 SM의 놀라운 기획력이다. 물론 이날 보아는 아주 겸손하게 가장 큰 성취는 소년의 헤어스타일을 바꾸어준 것일 뿐이라는 뉘앙스로 모든 공을 소년 자신에게 돌렸지만 이전까지 그저 기타를 들고 얌전하게 노래하는 예쁜 목소리의 재능있는 어린 뮤지션 정도의 이미지였던 방예담에게서 K팝스타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반드시 필요한 스타성과 상품성을 발굴해준 것은 분명 보아의 몫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도전한다는 댄스 뮤직의 장르를 이토록 금방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것은 방예담의 타고난 재능에 깃든 열살 소년의 천재성이었겠지만 그것 또한 날카로운 기획자의 대담한 컨셉이 없으면 대중이 알아낼 수 없었을 재능이 아니었겠는가.

 

"직접 안무를 짜봤어요. 저는 제가 되게 어설프게 춰서.. 근데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당시의 노력을 회고하는 방예담의 목소리 뒤로 자칫 흘려들을 수 있는 보아의 기획력이 스쳐 지나갔다. "할려다 마는 그런 엉성한 제스추어 같은 거 정리해주고." 분명 방예담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있는 소년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방예담의 무대만으로 최연소 TOP10의 타이틀을 갖는 일은 분명 역부족이었다. 그저 고운 목소리를 가진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워너비 스타의 가능성만으로 프로그램을 퇴장할 가능성이 농후했던 것이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주어야 할 희소가치와 상품성을 증명하기에 그가 보여준 이전의 모습들은 지나치게 내추럴했고 얌전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방예담을 구원한 것이 바로 SM의 기획력이었던 셈이다.

 

 

 

 

방예담이 급 좋아졌다는 YG의 러브콜에 보아는 진심 반 농담 반의 볼멘소리로 "왜 자꾸 만들어놓으면 데려가세요?"라고 투정을 부렸지만 곧 그는 방예담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이런 재능을 발굴하게 해준 보아의 기획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YG에 왔으면 아마 저는 못했을 거예요. 선입견 때문에." 그 당당하던 박진영마저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떡 벌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동의했다. "나도..."

 

 

 

그저 통기타와 어쿠스틱이 어울리는 내추럴 보이 방예담에게서 이런 상품성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은 SM 아니 보아의 선입견이 없는 공정한 시선 때문이었다. 심지어 변성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된다던 보아였다. 그럼에도 그에게 찬성표를 누른 다른 두 심사위원이 발굴해내지 못했던 소년의 또 다른 재능을 불합격을 던졌던 보아 혼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득 양현석이 남겼던 소년을 향한 찬사가 떠오른다. "제가 생각하는 방예담의 미래가 이만큼이었다면 지금 이게 360도로 돌아가는 느낌. 이 친구가 단순히 통기타에다 노래하는 친구가 아니었구나. 이 친구가 과연 한국의 저스틴비버가 될 수도 있겠구나."

 

 

오디션 역사상 최연소 TOP 10에 오르게 되었다는 방예담의 소식을 전하며 보아는 말한다. "예담 군은 끼도 끼지만 관객을 흡입하는 흡입력이 굉장히 강한 친구예요. 이런 게 정말 진정한 스타성이거든요." 라고. 그저 끼가 많은 소년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아이에게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스타성을 발굴해낸 보아의 기획력이 놀라울 뿐이다. 아마 K팝스타2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 누구도 아닌 보아 자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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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2013.01.28 06:57

    비밀댓글입니다

  • 케이팝 저번주꺼아직안봤는데 꼭봐야겠네요 결과를 봐도 보고싶은 이심정..

  • 제 생각과 비슷하네요...^^
    저도 비슷한 글을 포스팅했는데요~!
    글 잘 쓰시네요...ㅋㅋㅋ

  •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보아, 멋지네요..

  • 정말 노래 잘 부르더군요... 최연소라니!

  • EunJ 2013.01.28 23:58 신고

    저도 이번 프로그램에서 보아를 다시 보았습니다. 그저 가수가 아니었고, 놀라운 선구안이 있는 기획력도 있는 친구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찬사를 보냅니다. 젊은 여성이 두 쟁쟁한 기획사의 사장과 마주앉아 얼굴마담이 아닌 출중한 실력을 발휘해 줌이 너무 고맙고 대견합니다.

 

리키김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라고 썼다가 리키김이 그나마 김병만의 위안이었음을 생각하니 새삼 화가 났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시작한 그의 생존 게임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시베리아와 마다가스카르를 돌더니 이제는 고대의 이름 같은 '아마존'에 들어섰다.

 

어쩌면 '정글의 법칙'이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렵고 힘들고 또한 위험하다. 심지어 김병만의 곁에는 리키김조차 없지 않은가. 새로 추가된 여성 멤버 박솔미에게는 기존의 여성 멤버들이 받았던 무수한 찬사가 우스워 질만큼의 비난이 쏟아지는 상태고 뭔가 크게 한 건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추성훈의 등짝은 생각보다 시시하다. 아무것도 못 하는 여린 도시 남자 박정철의 개그 코드가 먹히는 순간은 그나마 리키김과 김병만이 함께여서 가능한 여유였다. 생사가 오가는 위기의 순간에 그의 최약체 개그는 더이상 웃음의 여유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이토록 위험천만한 순간에 제작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멤버들마저 정글에 익숙하지 않은 최약체로 구성해 버렸다. 여러 번 말해서 안됐다만 그 리키김조차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결국 제작진은 한국의 베어 그릴스라는 김병만 보험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고 이 위험한 구성원을 계획했던 것임에 틀림없다. 너무도 안일하게도.

 

 

 

아마존 탐험이 시작되고 시청자는 몇 번이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그 첫 번째 위험한 순간은 아마존 유역을 지나며 급기야 추성훈이 빠져버리는 난국이었다. 김병만의 기지로 그는 무사귀환 했지만 말보다 행동이 앞선 김병만의 빠른 행동력이 없었다면 도대체... 라는 생각은 식은땀이 흐르게 한다. 말 그대로 아마존 강이다. 어떤 위험한 생물이 강물 안에 도사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험 지역이 아닌가.

 

 

 

직접적으로 이를 도사리는 날카로운 생물이 존재함은 물론 독의 내성을 품고 있는 생태계가 가득한 유역이다. 수중 카메라가 아마존의 누런 물을 비추는데 순간 소름이 끼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강물 안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상상이 불러들인 공포 아래의 아마존 강을 사이에 두고 병만족은 스스로 만든 어설픈 뗏목 하나만으로 버티어내며 무려 몇 시간을 유영했다.

 

 

 

"새끼가 있으면은... 아버지 어머니도 있는 거 아니야?" 추성훈의 귀여운 한국말에 웃음이 터질 법도 한데 오히려 그 말은 병만족의 긴장을 도사리게 했다. 심지어 그 김병만조차도 동그란 눈이 되어 침을 꼴깍 삼켰다. "이 근처에... 그럼 여기가 이런 악어들이 많이 산다는 거 아니야..." 김병만은 얼른 유일한 여성 멤버 박솔미의 머리끈을 빌려 새끼 악어의 입을 감았다. 몇 뼘 되지도 않을 크기의 조그만 악어의 눈빛이 생각 외로 살벌했다. 새끼 악어를 두고 귀엽다며 장난을 치던 추성훈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방심했던 새끼 악어의 귀염성이 순간 야생의 공격성을 드러내며 추성훈의 손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때도 제작진은 김병만의 도움을 받았다. 만약 김병만이 미리 악어의 입을 막아두려는 조심성을 보이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웃을 수도 없었으리라.

 

 

 

하지만 시청자가 진짜 정글의 위험을 느낀 순간은 연속으로 당한 골리앗 추성훈의 난관이 아니었다. 작은 거인 김병만이 개미의 습격을 받아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는 진짜 정글의 위험을,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안전불감증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왜... 가렵지? 뭐 물렸어..." 22살 미르가 졸도해서 쓰러져버린 그 아수라장 사이로 간지럼증을 호소하는 김병만의 모습은 그저 농담처럼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후 심상치 않은 얼굴로 살을 주무르는 김족장의 모습에서 이 사태가 농담이 아님을 짐작게 했다. "어딨어. 잡았어?" 김병만이 던져놓은 상의를 아직까지도 깨물고 있는 큰 손톱만 한 콩가개미의 공격성을 보자 쭉 하고 소름이 끼쳤다. "옷 들고 뭐가 가렵기에 싹 털고 들고오는데 그 사이에 있었나 봐." 물파스를 이야기하며 걱정 어린 눈으로 김병만의 부풀어 오른 살을 바라보는 멤버들의 표정이 안쓰럽다가 순간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족장이 쓰러지면 우린 어떻게 하지... 마치 망망대해 위의 뗏목이 부서지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의 멤버들의 얼굴을 보니 순간 그들이 얼만큼이나 김병만을 의지하고 있었는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멤버들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청자 또한 같은 생각이 들게 했다. 어떡하지. 김병만이 쓰러지면 어떡하지. 끝장이다. 라는 생각. "저는 기절까지 했어요. 온몸에 두드러기 다 나고." 아 어떡하지. 심지어 벌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김병만의 증언은 공포 수준이었다. 그토록 크고 위대했던 김병만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작은 개미의 위력은 새삼 아마존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했다.

 

 

 

일명 총알개미라 불리는 콩가 개미의 독성은 복어의 테트로도톡신 보다 위험한 맹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오빠. 긁지 마. 긁지 마아.." 멀리서 바라보던 박솔미는 울 것 같은 얼굴로 김병만의 가려움을 그냥 바라보지 못했다. "너무 딱딱하다. 돌 됐어. 돌 지금." 응급 주사를 투여했음에도 딱딱하게 부풀어 오른 김병만의 살은 봐줄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간지러움은 다리뿐만이 아니라 목 끝까지 솟아 올라왔다. 식도를 막히게 한다는 통증에 목을 긁어대는 김병만의 모습에 안쓰럽다가는 화가 치밀었다.

 

과거 일요일이면 방영했던 KBS의 '도전! 지구탐험대'는 '정글의 법칙'의 효시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연예인의 위험한 오지 탐방이라는 이야기를 담은 이 프로그램은 분명 가이드도 있었고 정글의 법칙과 달리 생존 게임이라기보다는 '탐험'에 목적을 둔 프로그램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1999년 '도전! 지구탐험대'를 촬영차 라오스 오지를 다녀온 탤런트 김성찬이 뇌성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치료 도중 사망을 하는 비극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김성찬은 예방약을 미리 투여받지 않은 상태에서 오지를 다녀왔고 이 안전불감증은 결국 사망의 비운을 일으켰다. 출연자의 안전을 도외시한 제작진의 비난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었으나 정확히 6년 후인 2005년, 개그우먼 장정아는 역시 도전! 지구탐험대의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게 물리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2년이나 방송을 쉬어야만 했었다.

 

 

 

분명 정글의 법칙을 보는 시청자들이 위험도가 전혀 없는 스튜디오처럼 안전한 구역에서 평화로운 오지 '관람'을 하는 사기극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제작진의 안전불감증을 탓하면서도 짜릿한 장면을 원하는 시청자의 마음은 분명 '모순'일지도 모르나 짜릿한 액션을 원하는 시청자의 열망이 출연진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것이라면 촬영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다. 아니, 촬영을 그만둘 순 없다손 치더라도 이만큼의 위험도가 감지되는 장소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은 마련해두어야 하는 것이 제작진의 의무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아마존이라는 가장 위험한 구역을 탐험시키면서도 거의 최약체 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멤버들을 김병만의 팀으로 묶어두면서 이건 도대체 김병만이 협력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보살피기 위한 가이드로 딸려 보낸 것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의 위험도를 감내하게끔 방치하고 있다.

 

 

그나마 김병만과 비슷한 수준으로 그를 도와 협력했던 부족장, 리키의 존재감도 없는 상황에서 이미 몇 번 정글을 탐험했으나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았던 추성훈과 박정철을 비롯하여 정글 탐험이 처음인데다 기존의 출연진들에 비해 미숙하기까지 한 박솔미와 미르 등을 구성원으로 끼워둔 제작진의 안전불감증은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아마존에 놓인 모든 위험성을 오로지 김병만 보험으로 묶어두면서 해결하려 하는 모습은 거의 김병만을 판타지물의 히어로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화가 치밀어오를 지경인데 김병만은 고담시를 지키는 배트맨이 아니다. 심지어 브루스 웨인 조차 모든 연골이 파손되어 버렸지 않은가. 판타지 속의 히어로도 감당 못할 오지의 난관 위로 김병만을 떨구어두고 그에게 모든 부담을 다 지우고 있는 제작진의 무책임함이 답답하다못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토록 위험 지역을 방문하면서, 하다 못해 기존의 가장 든든했던 멤버 리키까지 사라진 상황이라면 적어도 정글 탐험에 어느 정도 익숙한 경험을 가진 멤버들과 가이드를 구성하여 위험도를 최대한으로 낮추는 것이 그들이 취해야만 했던 제작진의 의무였다. 목숨을 위협하는 큰 사고가 터질 때까지 계속해서 멤버들을 위험 속으로 방치해둘 것인지 염려가 앞선다. 김병만은 판타지의 히어로도 고담시를 지키는 배트맨도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행동력을 바탕으로 갖고있는 그도 역시 매번의 오지가 처음일 초보자일 뿐이다. 대신 그 누구보다 프로의식이 투철한. "어디 있어? 잡았어?" 그 상황에서도 시청자에게 좋은 '그림'을 선사하고자 콩가 개미의 모습을 찾는 김병만의 책임감에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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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24 07:37

    비밀댓글입니다

    • 동감합니다. 정글의 법칙 초회 때만 하더라도 연예인이 아닌 태권도 유단자까지 초청할 정도로 꽤 신경을 썼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김병만 하나만 믿고 캐스팅을 막 하는 것 같습니다;; 추성훈도 이전 에피소드를 보면 정글에 안 맞는 스타일이라는걸 알 수 있었을텐데.

  • 슈퍼노바 2013.01.25 01:04 신고

    저도 보는 내내 조마 조마 하더군요. 처음 도착해서 무인도로 갈때. 통나무로 만든 뗏목을 의지해서 건너고 미르는 중간에 낙오하고.. 최소한 구명조끼는 입히고 멀했어죠. 나오는날 비가와서 물살이 세진 상황에서 밀어붙이는 뗏목탈출.. 뗏목 고정 끈은 주황색 프라스틱끈.. 최소한 새끼처럼 꼬인 노끈은 되야죠. 중간에 가느다란 나무만 부딪혀도 산산 조각날 뗏목에 구명조끼도 안입히고 출발.. 정글 들어가는길에 자동차고장으로 3시간이 지연됐는데도 아무런 조치없이 그냥 배타고 출발. 미친거 아닌지 ..

 

저-기 어느 두메산골에서 감자 캐 먹고 살던 시골 소녀가 친척의 호의로 서울집을 방문하여 마른 목을 수돗물로 축이던 첫날. 소녀는 한 컵 가득한 아리수를 마시고 외쳤다. "히-야. 역시 서울은 물맛도 다르네."

 

 

 

가슴팍에 아이러브 뉴욕을 박지 않았다 뿐이었다. 뉴욕으로 향하는 공항에 커다란 스누피 털을 뒤집어쓰고 나타난 노홍철은 그야말로 뉴욕의 개가 되었다. 그는 시종일관 알리샤 키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뉴욕 찬양에 여념이 없었다. 이제 뉴욕이 본고장이나 다름없다는 그는 자연스레 뉴욕에 첫발을 밟은 하하의 선배 노릇을 자청하기도 했다. "여기가 뉴욕의 2차선 도로야. 여기가 뉴욕의 2차선이란다." 노홍철 말로는 자기는 뉴욕 상급자고 두 번이라도 왔던 유재석은 뉴욕 중급자며 뉴욕이 아예 처음인 하하는 뉴욕 하급자란다. 그래도 중급자 수준에는 속하는 유재석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위치를 찾지 못해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노홍철에게 손을 잡혀 위치를 손으로 찍히는. "지금 (두 번째 방문) 재석이 형 쯤이면 아직도 핫도그 가게가 신기할 때지." 우리랑 케첩은 똑같은 걸 먹나? 노랑 소스는 뿌리나 이럴 때지 형님은- 노홍철의 깐족거림이 도를 넘어서자 그 선한 유재석마저도 울컥했다. "너는 털이나 좀 깎어! 여기 애견 센터에."

 

 

 

"마음껏 먹어. 공기는 공짜야." 공기마저 다르다는 뉴욕의 매연을 듬뿍 들이키라는 배려심 가득한 노홍철의 개그에 정신없이 터지던 무렵 출세한 싸이와의 조우를 위해 찾아간 출연자 대기실에서 그의 뉴욕 사랑은 도를 넘어섰다! 하하가 건넨 얼음 잔을 받아든 노홍철은 글라스에 담긴 사각 얼음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며 외친다. "얼음도 예뻐. 어쩜 이렇게 뉴욕스러워? 네모 반듯한 게." 아이고. 정남아. 정남아. 야 좀 봐라. 순간 노홍철의 이 한마디를 무심하게 질책하는 자막을 보고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냥 네모" 그리고 "사대주의"라니. 푸하하.

 

 

 

사실 시종일관 이어지던 멤버들의 뉴욕 찬양은 시청자에게 다소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는 모습들이었다. "난 동남아 좋아해! 해외 가면 다 똑같은 거야! 아니 내가 뉴욕을 처음 왔는데 왜 걱정을 하냐고." 라고 그가 외친 것처럼 뉴욕에 첫 발걸음을 한다는 하하를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는 가끔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던 것이다. 심지어 노홍철은 아예 뉴욕의 개를 표방하며 끊임없이 아이 러브 뉴욕의 소망을 드러냈는데 이것이 진심인지 개그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두 분은 방송을 위한 (개그 코드) 그런 건데 얘는 진짜 올 생각을 하고 있네." 싸이의 냉철한 제보에 노홍철은 당황해서 웃음이 터지더니 곧 순진한 얼굴로 대답한다. "저는 원래 그랬잖아요. 방송 재미없으면 안 한다고. 이게 조금 더 재밌는 거 같아요." 어처구니없는 유재석에게서 방송용이 아닌 리얼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떤 게..."

 

 

 

심지어 무한도전과 미국 진출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싸이의 질문에 노홍철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럼 미국"이라고 대답했다. 웃음이 터지면서도 내심 서운했나보다. 유재석과 하하는 터져버린 분노에 외친다. "개네! 개!" 자막도 거들었다. -미국 진출에 눈이 먼 개 분장 청년- "미쳤어. 지금?!" 김태호 PD의 목소리나 다름없는 궁서체 자막까지 튀어나왔다. "배신자..."라고. 섭섭함이 극에 달한 하하는 웃으면서도 진짜 서운해진 목소리로 외친다. "얘 미국 진출하려고 생각했던 게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난다." 아아. 어쩜 좋아.

 

 

 

물론 노홍철이 정말 미국 진출에 눈이 먼 개 분장 청년이었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예능이 다큐가 되어버린다. 이전 무한도전 쉼표 에피소드에서 그가 밝혔듯이 그의 이 다소 거부감이 생길 만큼 오버 작렬하는 미국 찬양은 그의 배신자 캐릭터를 배신하지 않기 위한 노홍철의 프로 의식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조금은 미국 진출의 열망이 있었겠지만...) 이런 그의 열의를 김태호 PD라고 몰라주었겠는가.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그의 미국 찬양을 "사대주의 개그"로 만들어버리니 순간 다큐가 개그가 되어주었다. 노홍철이 글라스의 얼음을 바라보며 얼음도 예뻐 (그냥 네모) 어쩜 이렇게 뉴욕스러워? (사대주의)라고 곁들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그 어떤 예능에서도 볼 수 없는 무한도전만의 천재성이었다.

 

 

짐짓 노홍철을 공격하는 듯하면서도 오히려 그의 개그를 시청자의 오해에서 구원해준 무한도전의 자막은 결국 멤버와 스태프가 하나가 되어 나올 수 있는 신뢰와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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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은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착한 사람이지만 때로는 그 선량한 성품이 그의 실력을 빛바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내게 있어 유재석은 착하기 때문이 아니라 잘하기 때문에 빛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순한 이미지에 가려진 유재석의 날카로운 천재성을 발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공기처럼 수분처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 해가 바뀌고 2013년의 첫 해피투게더. 신년특집이라는 명목으로 꾸며진 이날의 방송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구성이었다. 이미 해피투게더와 오랜 인연을 갖고있는 개그콘서트 팀을 게스트로 불러모아 KBS 연예대상의 느지막한 뒤풀이를 기획했던 것이다. 이미 해피투게더의 식구인 G4를 비롯한 정 여사의 정태호, 어르신의 김대희, 네 가지의 김준현, 멘붕스쿨의 가루상 박성호, 용감한 녀석들의 박성광이 출연해 한해의 시작을 빛내주었다. 2012년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큰 활약을 보여주었던 KBS 연예대상의 주역들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적어도 자신이 해야 할 몫은 알아서 챙기는 개그맨들이 등장한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졌다. 사랑을 많이 받는 애들은 어디를 가나 티가 난다. 워낙 한 해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KBS가 준비한 축제의 주역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연예대상의 수상자들이었던지라 시종일관 분위기는 유쾌하고 떠들썩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동료들의 왁자지껄한 에너지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정범균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제일 싼 건 확실해요! 제일 싸요." 재작년까지만 해도 대중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개그콘서트의 주역 중 하나였던 그였기에 그의 농담은 마냥 웃을 수 없는 뼈가 있었다.

 

 

어이없어 터진 동료들의 웃음 가운데서 대선배 유재석의 센스가 빛났다. "우리 헹가래 한번 쳐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주목받지 못했던 정범균을 일으켜 세워 일루와 일루와 하며 품으로 끌어당기고는 그 자리의 모든 동료들을 모아 함께 즐거운 헹가래를 쳐주었다. 순간 스쳐 지나가는 작은 목소리에 엠씨 유재석이 아닌 선배 개그맨 유재석의 후배 개그맨 정범균을 향한 리얼한 위로가 느껴졌다. "올해는 잘해. 올해는 잘하면 되지." 지난해의 주역과 올해의 주역이 모두 이 순간의 주역이 되는 장면이었다.

이런 유재석의 따뜻한 후배 사랑을 보고 있으려니 새삼스레 헹가래를 나누는 그들과의 관계가 되새겨졌다. 생각해보면 개그콘서트와 유재석의 만남은 그리 생뚱맞은 것이 아니다. KBS 공채 7기 개그맨. 방금 인사를 나눈 정범균은 KBS 공채 22기로서 유재석과는 무려 15년을 바라보는 까마득한 선후배 사이인 셈이다. 이런 유재석이기에 주목받았다가도 잊혀져 슬럼프를 겪는 개그맨의 아픔을 알았다. 유재석과 개그콘서트의 인연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개그콘서트 특집이나 다름없었던 신년 특집의 해피투게더에 막간 게스트로 등장한 서수민 PD는 유재석과의 인연이 얼마나 오래되었는가를 증언해주었다. 현재 개그콘서트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서수민 PD와 국민엠씨 유재석의 인연은 거의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재석의 데뷔가 바로 <코미디 세상만사>였기 때문이다.

 

 

"꼭 버스를 같이 타고 다니셨어요. 차기 차가 있는데도! 버스를 타고.. 그때 이제 KBS...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느닷없이 찾아온 KBS 예능국의 침체기. 그리고 도미노처럼 무너진 코미디 세상만사의 한파. 그 치열한 상황 속에 신인 개그맨 유재석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야외 경험이 처음인 엠씨와 피디를 야외로 내보내고 그 밖의 억울하고 가슴 아픈 상황을 수도 없이 경험했을 유재석이 내린 결론이었다. 연출자였던 서수민 PD가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KBS를 떠나고 싶어하는 유재석이 좋게 보일 리는 없었겠지만 그녀는 당시 유재석의 결정을 너무나 잘 이해한다는 안쓰러운 얼굴로 당시의 사연을 회고했다. "왜냐하면... 너무 대접을 못 받으셨어요. 초창기 때."

 

 

서수민 PD의 고백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순간 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의 폭탄 발언이 터져 나왔다. "요새도 잘 못 받아요~" 박미선의 충격적인 돌직구였다. 순간 가슴이 서늘해졌다. 신봉선은 그야말로 리얼하게 곤란한 웃음을 터뜨리며 박미선을 끌어안았고 깜짝 놀란 유재석은 박미선을 만류했다. 그러나 박미선의 거침 없는 돌직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너 대신 얘기해주는 거야!!" 유재석은 곤란해했지만 나는 그녀의 폭탄 선언이 시원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생각해보면 이날 구성된 신년특집 KBS 연예대상 뒤풀이는 엠씨 유재석과 해피투게더팀에게는 어쩌면 조금은 잔인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해피투게더는 9년을 지킨 유재석의 장수 프로그램이고 그 기간의 많은 시간을 KBS 주중 예능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작년 한 해 동안 동시간대 채널의 1위를 단독 고수하며 평일 예능 1위의 위엄 역시 달성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야말로 KBS의 효자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장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랬던 해피투게더는 거의 매년 KBS에서 홀대를 받았다. 사실상 푸대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처사였다. MBC의 도를 넘어선 엽기 행각을 향한 분노에 KBS에 꽂힌 섭섭함이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거의 매주 KBS 예능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장수 프로그램을 대하는 KBS의 대우는 너무하다 싶은 것이 사실이었다. 유재석이 KBS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거의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해피투게더라는 시청률 1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은 물론 엠씨 유재석의 수상 여부를 떠나 연말마다 해피투게더는 거의 찬밥 취급을 받았다. 유재석을 포함한 다른 멤법들 역시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던 것은 물론 해피투게더라는 프로그램이 연말 축제의 주역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해피투게더는 테이블조차 받지 못했던 한 해도 있었다. 왕따를 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공공연한 따돌리는 분위기를 감지했던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서수민 PD는 이날 KBS를 떠나가며 남긴 유재석의 결연한 의지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임에도. 이런 얘기 해도 될까요...? 라고 묻는 서수민 PD의 질문을 사양하지 않는 유재석의 용기가 멋있었다. "하세요" 서수민 피디는 회고했다. "5년 후에 신동엽을 능가하는 최고의 엠씨가 되겠다고..." 제가 그랬어요...? 순진한 얼굴로 묻는 유재석을 박미선은 또 한 번 당황하게 한다. "그럼 뭐해. 신동엽한테 뺏겼는데!" 유재석은 어찌할 바를 몰라했지만 나는 속시원함에 손뼉을 쳤다. 박미선은 계속해서 볼멘 목소리로 "내가 틀린 말 했어? 내가 틀린 말 했냐고~"라고 따져 물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박미선의 돌직구를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신나하는 듯한 해피투게더 제작진의 연출이었다. 박미선이 하는 말마다 혹여 시청자가 제대로 못 들을까 자막으로 강조한 것은 물론 "길고 긴 시상식 후유증"이라는 자막으로 돌직구의 핵심을 정확히 지적했다. 그리고 <올해는 꼭 받읍시다>라는 깜찍한 각오와 격려까지. 매년 반복되는 KBS의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내색 없이 묵묵했던 해피투게더 팀도 이번에는 많이 섭섭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화면 안으로 들어가 누구든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연말 시상식에서 도태된 <해피투게더>에서 KBS 연예대상 뒤풀이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지만 그 상황을 빌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했던 항의가 박미선의 돌직구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언제나 지나치게 솔직한 그녀의 화법이 때론 비아냥으로 느껴져 거북했던 상황도 적지 않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말을 박미선 특유의 돌직구 화법으로 지적하고 넘어갔던 것은 그야말로 고마운 일이다. 박미선의 한마디에 급체해서 넘어가지 않았던 2012년의 응어리가 지금에서야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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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04 06:49

    비밀댓글입니다

  • 잘보고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

  • 해피투게더 2013.01.18 15:59 신고

    정말 매년 해피투게더는 너무 찬밥이라 너무 아쉬웠어요
    대상은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베스트팀워크상 뭐 이런거라두 줘야지
    항상 거의 항상 목요일 1위 인데 오래되고 묵묵히 한다고 무시하면 안되죠!

  • eeee 2013.02.01 21:36 신고

    와 정말 공감가네요 왜 내가 이 글을 좀 더 빨리 읽지 못했을까 하고 회의감까지 드네요 자주 방문할게요!추천추천합니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12년의 버라이어티들. 이제는 대한민국 버라이어티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패턴처럼 굳어버린 '무한도전'은 파업 여파로 6개월가량의 휴식을 취해야만 했고 그 밖에도 안에서 밖으로 웃음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많았던 것도 2012년의 예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전히 시청자의 웃음과 감동을 사로잡는 감동적인 장면들. 2012년을 빛낸 눈부신 순간들 BEST5를 소개해봅니다.

 

 

 

5위. 변태 같지만 따뜻하게-기분 좋게

SNL코리아 <장우혁의 류승범.이나영 패러디>

 

 

케이블 예능의 성장 속도가 날이 갈수록 무섭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지상파 방송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는데요. 과거 케이블 하면 주로 공중파의 재방송을 틀어주는 채널이라거나 헐벗은 아가씨들이 19금 쇼를 하는 저질 방송쯤으로 생각했던 시청자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방송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도 작년 이맘때쯤 시작하여 벌써 시즌3을 진행 중인 SNL 코리아의 위엄은 안방극장을 벗어나 대중의 사회적/정치적 인식에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SNL의 묘미는 선남선녀의 스타들이 폼을 벗어던지고 무한 망가짐을 허락하는 패러디의 진수에 있는 것이겠지요. 기존의 SNL에서도 나탈리 포트만, 엠마스톤, 조셉고든레빗등이 아낌없이 망가지는 나무가 되어주었었죠. 국내 SNL에서도 수많은 스타들이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반전 변신으로 혼을 빼놨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반전은 바로 장우혁의 충격적인 CF 패러디였습니다.

 

 

 

장우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침묵과 절제입니다. 1995년 당시 HOT에서도 '터프가이'이미지를 맡았던 장우혁이기에 그에게서 소위 "깨는"이미지를 상상하기란 어려운 부분이었죠. 하지만 이날의 SNL에서 장우혁이 보여준 몇 가지 패러디들은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배신에 가까운 반전이고 변신이었죠. 특히 음지에서 팬들만 즐기던 '팬픽'문화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톤혁 커플'의 팬픽 재연은 충격적인 수준이었고 코너 막간에 보여준 장우혁의 한 의류 광고 패러디는 그야말로 경악에 가까운 반전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겉옷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죠- 하지만 안에 입는 옷에 대해선 언제나 하나의 결론만을 내립니다. 얇지만 따뜻하게, 기분 좋게. 저는 지금 히트텍을 입고 있습니다." 류승범의 조근조근 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유니클로의 히트텍 광고를 빨간 아줌마 내복으로 둔갑시켜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연기하는 장우혁을 보고 웃음이 터지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유머 감각을 의심해보고 싶네요.

 

"아줌마 같지만 기분 좋게"라는 말로 패딩에 빨간 아줌마 내복을 입고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며 바깥에 서 있는 장우혁의 모습도 우스웠지만 특유의 무채색 화면을 그대로 형상화하고 어설프게 눈이 내리는 CG티가 팍팍 나는 CG를 집어넣으며 씨에프의 배경을 우스꽝스럽게 재연한 SNL코리아의 편집팀이 감각 또한 웃음이 터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나중에는 이나영의 모습까지 그대로 패러디하여 내복 위에 가터벨트를 차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변태 같지만 기분 좋게"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는데 올겨울 가장 히트한 의류 아이템 중 하나긴 하지만 결국 내복을 부끄럽지 않게 입을 수 있도록 변형시킨 제품이 아닌가 하는 비아냥을 그대로 패러디에 접목시킨 최고의 패러디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4위. 송지효, 예쁘지 않아서 더 예쁜 유일무이한 여배우

런닝맨 <"전 망했어요. 저기 저 아저씨가 저더러 53Kg라고..">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가 패턴화되면서 반드시 예능인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연예인들 또한 예능 전선에 뛰어들어 제 2의 전성기를 갖는 독특한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여배우가 리얼버라이어티의 에이스가 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죠. 도전하는 여배우도 적었고 예능이 제 2의 인생이 되어버린 사례를 만든 획기적인 케이스도 오직 하나뿐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송지효였죠. 남자들의 세계인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거의 홍일점으로 구성된 여성 멤버가 불편한 요소로 작용하는 이유는 여배우 본인이나 주변 동료들이나 의식을 하건 의식을 하지 않건 나는 여자니까, 그리고 연약하니까. 남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특권 의식을 과감하게 깨뜨린 유일한 케이스가 바로 송지효였습니다.

 

송지효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빛이 나는 이유는 같은 남자 동료들도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거나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방어막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런닝맨 안에서 레드 카펫을 밟는 여배우의 모습처럼 부담스러운 분위기를 한 번도 내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머리는 좀 빗지- 싶을 만큼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손예진을 맞이했던 것이 송지효였는걸요. 무엇보다 송지효가 아름다운 것은 프로그램에 미녀 스타들이 등장하는 순간인데 기존의 다른 여성 멤버들이 미모의 여자 게스트가 등장하면 불편한 신경전을 만들며 소위 텃세를 부리던 모습과 달리 송지효는 오히려 남자 게스트 보다 여자 게스트에게 더 살갑게 대하는 독특한 기사도를 발휘했죠. 여성 출연자들 앞에서 송지효의 배려는 그야말로 신사의 매너 그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송지효였으니 런닝맨 또한 그녀를 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언젠가 프로그램에서 공개한 송지효의 몸무게 때문에 시민에게 놀림을 받은 송지효가 잔뜩 뿔이 난 얼굴로 씩씩대며 달려와서는 피디의 멱살을 잡고 "멱피디! 당신! 저기 보던 사람이 53kg라고 그랬어. 어떡할 거야!!"라고 외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움의 극치였습니다. 예쁘지 않아서 더 예쁜 유일무이한 여배우, 송지효. 그녀의 활약이 2013년 런닝맨 속에서도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3위. 이제 무인도 필수품은 김병만 씨가 되는 걸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김병만식 리더십>

 

 

올 한해도 베어그릴스 뺨치는 김병만의 감동적인 생존은 계속되었습니다. 새총으로 나무 위의 뱀을 떨어뜨리고 새벽녘에 밖으로 나가 사람 몸만 한 갈치를 낚아오는 그의 실력은 몇 년을 동고동락했을 동료 개그맨들마저 "신기한 사람"바라보듯 할 정도로 경이로운 능력들이었죠. 하지만 제게 있어 김병만의 정글 스타일이 감동적이었던 것은 다른 어느 곳에도 본 적 없었던 그만의 독특한 리더십 때문이었습니다. 김병만은 분명히 병만족이라는 팀을 이끌고 가는 리더입니다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 번도 거북하게 다른 사람을 질책하거나 재촉하며 리더의 권위를 남발했던 기억이 없어요. 정글이라는 환경이 낯설고 서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내가 잘하기 때문에 남들도 당연히 잘할 것이라는 불편한 자만을 내세우지 않는 최고의 리더였죠.

 

그중에서도 특히 감동을 받았던 장면은 정글의 법칙에 추성훈이라는 파이터가 투입되고 언론은 물론 정글의 법칙 내부에서도 은근히 두 사람을 비교하며 불편한 신경전을 부추겼었는데 김병만은 추성훈에게 텃세를 부리며 굳이 자신이 리더임을 강요하지 않는 모습을 부여주었습니다. 초반 많은 기대를 받고 들어온 추성훈이 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족장 김병만에게 계획을 알려주지도 않은 채 리키김을 데려가 소리소문없이 낚시를 하러 갔다 실패하고 돌아온 순간에서도 김병만은 화를 내거나 그의 실수를 꼬집어 힐난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의 부끄러움을 감싸주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잘됐다. 내가 보니까 저쪽에 더 고기가 많아." 그 위험한 밤바다를 헤치면서까지 그들을 구하러 갔던 수고를 마다치 않았으면서도 김병만은 내가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고 당신들이 얼마나 경솔한 행동을 했는가에 대해 단 한마디의 질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래도 다행이다. 모두들 걱정한다니까."라는 격려와 위로뿐이었죠.

 

 

 

위험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먹어보고 맛있는 것은 식구들에게 나누어주며 자신은 마지막 남은 것을 먹는 것은 물론이오. 그 수확물마저 동생들을 재촉해서 얻어낸 것이 아닌 김병만의 재능으로 가져온 것이었음을. 한 번도 생색내거나 부담을 주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고 오히려 수확물 중 자신의 것마저 부담 없이 나누어주는 사람. 남들에게 시키기 전에 자신이 먼저 알아서 일을 챙기고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아 다른 팀원들도 더 일을 할 것이 없나 찾아보게 했던 김병만식 독특한 리더십은 작년 김병만이 최우수상을 받으며 "수근아. 웃기지 않고도 예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게."라고 말했던 그의 호언장담을 부끄럽지 않게 했던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2위. 노홍철, 그가 선물조차 할 수 없는 마음은

무한도전 <노홍철의 눈물>

 

마이너리그의 미친 자 노홍철이 7년 전 메이저로 처음으로 뛰어들었던 그 순간은 그야말로 지금까지도 가장 충격적인 느낌으로 기억된다. 놀러와라는 메이저 프로그램에 앉아 도무지 침묵하는 타이밍이 없고 시종일관 입을 쉬지 못하며 손짓 발짓 온몸과 마음을 섞어서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심지어 유일하게 침묵을 지켜야 하는 순간에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쯤 벌린 입과 요란하게 웃는 얼굴. 그야말로 '컬쳐쇼크' 그 자체였던 것이다. 오죽하면 노홍철의 첫 등장으로 정신과 의료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정신상태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었다고 하니 그의 멈추지 않는 에너지가 대한민국의 정서에 얼마만큼 낯선 충격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하죠.

 

그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무한도전에서 보여주는 그의 넘치는 에너지와 당연한 듯 떠맡고 있는 악역의 짐을요. "예전에는 이런 게 너무 고맙고 막 감사하고 든든해서 추석 때나 생일 때나 선물로 막 마음을 표현하곤 했는데 이젠 뭔지 알어? 이 동료가 생각하는 나의 그 캐릭터가 무너질까 봐 선물도 함부로 못 하겠는 거야. 계속 내가 평상시에도 사기꾼이었으면 좋겠고. 아이. 진짜. 평상시에도 그게. 우리가 촬영 나오면 몰입도가 깨질까 봐." 오랜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이 멤버들의 힐링을 위해 준비했던 무한도전 쉼표의 순간에 그는 말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도 무한도전에서 추구하는 자신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그것을 위반하는 것이니 감히 선물조차 쉽게 전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이 두려워지고 있다고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내가 이런 애가 아닌데..."라고 말하던 노홍철을 보며 저는 이상하게 조커를 연기했던 히스레저의 비극이 떠올랐습니다. 배우들만 갖는 고통인 줄 알았던 배역 몰입으로 생긴 사명감과 후유증을 예능인들 또한 그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그 캐릭터가 당연하게 만들어졌다고만 생각했던 노홍철에게서 발견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컬쳐쇼크에 가까웠습니다.

 

 

 

 

1위. 멀리서만 봤기에 희극이라 생각했던 유세윤의 웃음 가까이서 보니 눈물이더라

라디오스타 <유세윤 : 내 미래가 더이상 궁금하지 않다>

 

 

슬픔이 배신이라고 생각됐던 연예인들이 있었습니다. 노홍철이 그랬고 유세윤이 그랬습니다. 올 한해는 이 두 사람의 눈물을 한꺼번에 발견했던 컬쳐쇼크의 연속이었습니다. 돌아이라 불리던 노홍철. 국민 미친 자라 불리었던 유세윤. 언제나 웃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한꺼번에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은 기묘한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느닷없이 초대되었던 유세윤의 절친. 옹달샘 멤버들. 라디오스타의 다른 시간들이 그러했듯이 유쾌하게 농담 따먹기나 하다 끝내버릴 줄 알았던 이 방송에서 뜬금없이 엠씨 유세윤의 우울이 화제가 되었던 거죠. 유상무를 서늘하게 했던 유세윤의 한마디. "야. 우리 그냥 같이 죽을까?" 라디오스타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던 그의 얼굴이 무언가 낯설고 피로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이 고백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난 무엇이 될까? 난 무엇이 될까가 제일 행복했던 때인 것 같은데 난 이미 무엇이 되버린거 같은 거에요. 가장 행복했던 때는 이미 지나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그리고 앞으로 뭐가 될까?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거예요. 앞으로의 내 미래가 궁금하지가 않아서... 그게 참."

 

아직 꿈을 바라보던 배고픈 시절. 함께 꿈을 이야기하던 동료들. 그러나 그는 이미 결혼을 했고 가정을 만들었고 다른 동료 개그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기 연예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세윤에게 있어 이미 꿈을 이루었다는 것은 고통이었습니다. 불현듯 그에게 파고든 허무함은 그를 우울증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죠. 웃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의 얼굴 뒤에 눈물을 감추어두고 있었던 겁니다.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닐까." 내 미래가 더이상 궁금하지 않다는 절망적인 상황의 유세윤을 위로해주기 위하여 라디오스타를 찾은 옹달샘 멤버들의 우정과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함께 출연한 정준호, 김대희의 힐링 또한 반가웠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마음은 그런 줄 몰랐던 라디오스타의 사랑스러운 동료애 때문이었습니다.

 

 

 

동료가 아파도 병문안 한번 안 갈 것이라고 단언하는 차가운 남자들로 구성된 라디오스타에서 이토록 애틋한 동료애가 숨겨져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지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엠씨 유세윤을 위로하기 위하여 그 모든 시간을 오로지 유세윤을 위한 힐링캠프로 구성했던 라디오스타의 깜찍한 배려는 엠씨들의 진심을 다한 동료애로 더욱 진하게 빛났습니다. 

 

"저도 바빴을 때가 행복했던 건 아니에요. 그저 바쁠 뿐이지. 그리고 저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서운하다고 이러면 왜 서운한지 모르는 거예요. 왜냐면 자기는 한게 없고. 자기는 그냥 일만 했는데."

 

 

 

이미 정상을 겪어보았기에 더욱 그의 마음을 미래에서 위로할 수 있는 김국진의 유세윤의 입장에서 생각해준 한 마디 한 마디의 사려 깊은 말들과 연예인으로서는 다소 민감한 발언일 수 있는 치부까지 드러내며 같은 위기를 겼었고 가족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던 김구라의 진심 어린 고백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 올해의 눈부신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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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방송사도 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체이고 진행 중인 프로그램 중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열등생'이 있다면 조퇴를 시키든가 퇴학을 시키든가 나름 가혹한 징계를 내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MBC의 놀러와 폐지는 잔혹함의 절정이었습니다. 한때 문화방송 '봉춘이'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신뢰의 MBC가 어느 만큼 퇴보하게 되었는지 그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현재 MBC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2012년 8월 400회 특집을 기획했던 놀러와는 무려 9년을 진행하고 이제는 10년을 바라보는 MBC의 효자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 놀러와를 MBC는 송별회는커녕 마지막 방송의 여운조차 남겨주지 않은 채 폭력적인 가지치기를 해버렸습니다. 놀러와는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와 더불어 작별인사를 배려해주지 않은 MBC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마지막 방송의 여분도 없이 그저 녹화해놓은 분량만을 마지막으로 내보내고 인사는 자막으로 대신했습니다. 그야말로 잔혹한 폭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불쾌한 사건이었습니다.

 

분명 올 한 해 동안 놀러와가 그리 큰 수익을 내지 못하며 휘청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놀러와는 단호히 결단을 내려 '트루맨쇼'라는 까발리기성 토크 코너를 구성해 기존의 순딩이 놀러와를 벗어난 독한 놀러와의 컨셉을 보여주기도 하고 세시봉 전설을 일으킨 신정수 PD를 다시 투입하여 노래와 토크를 결합한 '방바닥 콘서트'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생채기가 나 있는 상태의 놀러와가 단 몇 회의 노력으로 쉽사리 시청자를 불러들일 리가 만무했습니다. 비록 단시간 내에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권오중의 새로운 발견과 기존의 진행 스타일을 벗어던지기까지 했던 유재석의 노력으로 조금씩 시청자의 입소문을 부풀려가던 놀러와를 MBC는 기다려주지 못했습니다. 수년 가까이 한자릿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몇 회의 코너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으며 사라져갔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그럼에도 지켜주며 전폭적인 투자를 해주고 있는 엠비씨의 모습과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끝난 방송을 두고 새삼스레 변명을 하려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과연 이런 결과를 만든 원인이 놀러와의 제작진에게만 있었는지에 대해서 엠비씨는 떳떳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9년이라는 기간 동안 사연은 없었고 위기는 없었을까요. 그동안 수많은 타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이 놀러와를 삼키기 위해 방송사의 힘을 빌려 사방에서 공격을 해댔지만 그 많은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400회를 맞이했던 놀러와였습니다. 이랬던 놀러와가 갑작스럽게 황폐해지게 된 배경의 원인은 MBC의 폭력에 가까운 인재 빼돌리기 때문이었음을 그들은 잊고 있었던 것일까요?

 

정말 오랜만에 반짝 부활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살리기 위해 엠비씨는 절치부심하여 당시 가장 잘 나가는 평일 예능이었던 놀러와에서 그 인재를 빼돌려 '나는 가수다' 살리기에 모든 힘을 기울였습니다. 한 달 동안 세 명의 피디가 놀러와에서 빠져나갔고 교체되었으며 거의 몇 주 동안을 나는 가수다를 홍보하기 위한 게스트 구성을 할애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유재석이 진행하는 '런닝맨'이 타 방송사에 방송되고 있는 시간대에 그 시간을 공격하기 위해 동 시간대에 놀러와 재방송을 구성하고 그것을 유재석에게 홍보하게 하는 잔인하고 상도의를 넘어선 짓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 MBC였습니다. 하지만 유재석은 이것을 모두 감당했고 최선을 다하여 묵묵히 소임을 다했습니다. 이 정도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는데 정상적인 수익을 내줄 수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비록 최근 흔들리긴 했습니다만 한때는 동시간대 1위를 놓쳐본 적이 없고 주로 2~30대 젊은 여성들의 시청층이 높았던 까닭에 광고 단가도 높아 몇 년간을 완판을 기록하여 MBC의 수익을 톡톡히 올려줬던 것이 놀러와였습니다. 거창한 기획을 내세우지 않고 스튜디오에서 할애했던 소박한 토크쇼였던지라 제작비 또한 적게 들었음이 분명했고요. 그럼에도 MBC는 단 한 번도 이런 놀러와의 공을 치하하거나 도움을 줬던 역사가 없는 방송사였습니다. 타방송사의 신규 코너에게 사방으로 공격당하는 와중에도 '나는 가수다' 홍보만 떠맡겼던 것이 MBC였고 많은 시청자들이 염원하던 전국방송의 꿈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김원희는 트위터를 통해 놀러와 구성원들이 직접 손글씨로 남긴 커다란 카드를 공개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긴~시간 놀러와를 사랑해 쥬셔서 넘 감사했어요.우리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전합니다~♥"라는 김원희의 메시지와 함께 떠오른 한 장의 사진은 놀러와의 두엠씨 유재석-김원희와 패널들이 함께 적은 커다란 종이 위의 작별 인사였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잊지 않을게요~ 감사해요" 잊지 않을게요라는 말이 어찌나 서글프고 씁쓸하게 느껴지던지. 9년간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엔딩의 여운조차 없이 거세하듯 잘라내 쳤던 엠비씨에게 충격을 받은 시청자를 오히려 그 이상으로 상처를 입었을 놀러와의 엠씨들이 대신하여 위로하고 어루만져준 셈입니다.

 

 

 

국민엠씨라 불리는 유재석은 방송사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하는 엠씨중 하나입니다만 유독 MBC 그리고 놀러와의 출연료는 타방송사의 그것보다 저조했었죠. 유재석과 김원희는 놀러와를 평생 함께 진행하기로 결심했고 혹여 한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떠나게 될 일이 생기면 같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했었다고 합니다. 김원희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연료가 높게 책정되어있는 유재석은 트러블 없이 함께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김원희와 비슷한 수준의 출연료를 받기로 결심했던 것이죠. 비즈니스로 한번 만나고 방송이 끝나면 헤어지는 일이 다반사인 연예계에서 이 정도의 의리를 9년 가까이 지키며 환상의 호흡을 이끌어갔던 최고의 파트너 유재석-김원희를 잃게 했던 것은 MBC의 가장 큰 실책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지만 이별에도 수순이 있고 예의가 있는 법입니다. 잔혹했던 엠비씨를 대신하여 시청자를 향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 엠씨들의 서툰 손편지 이별이 씁쓸한 이유입니다. 더이상 엠비씨의 폭력에 가까운 가지 치지가 지속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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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물을 드셔 주시기 바랍니다. 준비됐습니까? 준비되셨습니까?"

 

예능 프로그램에서 내보내는 VTR 영상에는 반드시 방청객의 호응 소리가 포함되었던 그 시절. 돈을 받고 출연하는 아르바이트생들로 구성되어있었던 방청객의 목소리 가운데 이것만큼은 의무감에서 나오는 기계적인 호응이 아니라 정말 진심을 다한 감동에서 나오는 탄식이라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 비트에서 로미(고소영)에게 몇 차례씩 이용당하던 민이(정우성)가 그럼에도 다시 만난 로미가 사랑스러워 어찌할 줄 몰라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었죠. 그 우수에 젖은 눈동자가 어찌나 고혹적으로 느껴지던지. 순간 터져 나오던 방청객의 감탄사는 단순히 일당을 받아 나올 수 있는 의무적인 호응이 아니었습니다.

 

 

 

평소 정우성의 팬이 아니었던 저조차도 한순간 정우성에게 홀리듯 매료된 장면이 있었죠. 정확히 무슨 제품을 선전하는 씨에프였는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사랑에 빠진 정우성의 얼굴"만큼은 정말 일품이었던 어떤 광고의 한 장면.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 구애를 허락받은 남자가 온 세상이 자신의 것이 된 것처럼 거리를 날아다니듯 뛰어다니며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은 오래된 기억이지만 지금도 눈에 선할 만큼 인상적인 연기로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정우성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그 어떤 대단한 배우보다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였습니다. 물론 정우성이 연기파 배우라 불릴 만큼 대단한 연기력을 갖고있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정우성이 제게 각인시킨 저 두 장면 이상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없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연기로만 나올 수 있는 화면 위의 허상이 아니었나 봅니다. 정우성은 정말 영화처럼 사랑을 하고 결별의 상처마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안아줄 수 있는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사는 남자였습니다.

 

 

 

비트와 아스팔트 사나이 그리고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놈놈놈에 이르기까지... 그가 출연한 꽤 많은 히트작의 비하인드를 열거하는 순간에도 정우성은 젠틀하고 사려 깊기 짝이 없었습니다. 영화 똥개의 출연을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듯 '미남 정우성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교감을 영화 속으로나마 표현하고 싶었다는 정우성은 훗날 아들을 아들로 규정짓지 않고 때로는 아들을 남자로 때로는 아들을 친구로 때로는 진짜 아들을 후배로 대할 수 있는 소통을 나누고 싶다고 말합니다. "내가 아버지라는 단어 안에 갇히고 싶지 않아요. 아들을 아들이라는 단어 안에 가둬두고 싶은 생각도 없고. 같이 인격체. 눈을 맞댈 수 있는." 순간 강호동이 우매하게 던진 "왜요?" 라는 당혹스런 질문에 "그런 경험의 시간이 없었잖아요."라고 무심결에 대답했던 정우성은 "없었거든요. 모르시겠군요."하는 살가운 덧붙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뭐 정우성도 말했듯이 결국 이 시간을 위해 그를 불렀을지도 모를 마지막 질문을 맞이한 순간. 물을 마시는 정우성을 두고 강호동은 물을 많이 마셔두라고 격려하듯 그리고 경고하듯 메시지를 건넸지요. "충분히 물을 드셔 주시기 바랍니다. 준비됐습니까? 준비되셨습니까?" 마치 화생방 훈련 경고 신호음 같았던 그의 한마디가 필요했던 이유. 그것은 16년간 별스런 루머 하나 없이 평탄한 연예계 생활을 해왔던 정우성을 처음으로 불쾌한 루머의 중심으로 올려놓았던. 그에게는 결코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 그의 짧지만 독했던 열애사. 이지아와의 열애 이유였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은 이것이었겠죠. 유부녀임을 속이고 접근한 이지아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그렇게까지 사람을 곡해된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정우성은 오히려 그 파파라치가 찍혔던 파리에서 이지아가 직접 공개한 교제 사실을 듣고 차라리 반가웠다는 뜻밖의 회상을 합니다. 유명인의 아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동안 이지아가 과거를 감추어두고 타인과 소통하지 못했음을 오히려 안타까워했던 그는 그간 이지아가 받은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웠을 수많은 루머들이 오히려 그 사실로 덮어질 수 있지 않을까 안도했다고 합니다. "아 그 루머가 다 진짜가 아니라고, 반론을 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이 사람에게 있구나. 억울하지 않을 수 있구나." 사귀는 여성이 결혼한 사실이 있고 심지어 그 상대가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던 유명인이라는 사실이 배신으로 느껴질 수 있음에도 정우성이 이렇게 상식 밖의 해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진심으로 이지아라는 여자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친구는 그 상황에서. 그 긴박한 상황에서 본인이 저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의 예절을 다 지킨 거죠."

 

 

 

그 당시의 남자에게... 이지아의 비밀을 통해 그 누구보다 큰 상처를 받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정우성 자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깨끗한 이미지의 정우성에게 그 사실을 알았건 알지 못했건 어떤 방향이든 간에 불쾌한 이미지가 심어질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사건은 아무리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해도 결코 그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포장해주긴 어려운 부분이죠. 당시를 떠올리기만 해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보편적인 사람의 마음일 텐데도 정우성은 단 한마디도 이지아에게 불리한 이미지가 남겨질 만한 발언은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무릎팍도사를 소위 면죄부도사라고 하며 출연한 게스트의 루머를 좋은 방향으로 희석시킨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이날 정우성은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이지아에게 심어진 대중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그 자리를 나온 것 같기도 하더군요. 이지아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나 그녀의 행동에 대한 찬반양론을 떠나 적어도 정우성의 사랑만큼은 마지막까지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저를 감동시켰던 것은, 건방진 도사 유세윤의 장난마저도 잠시 침묵하게 했던 정우성의 여운 남는 회상이었습니다. 가십과 소란을 "예상"하고 "계획"하지 않고 그냥 연애를 했다는 정우성의 추억. 맛집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파리의 유명한 레스토랑을 리서치하듯 돌아다녀 보기도 했다며 마치 꿈을 꾸듯 이야기하는 정우성의 이야기가 다소 쑥스러웠던지 문득 유세윤은 장난 같은 농담을 던졌죠. "에펠탑에서 사진은 찍으셨나요?" 순간 마시던 물을 뱉게 할 정도의 황당한 그의 장난에 웃음을 터뜨리던 정우성이 답한 한마디는 이런 유세윤의 장난마저도 잠시 침묵하게 했을 정도였습니다. "에펠탑에서 사진은 못 찍었어요. ...찍어둘걸."

 

 

아. 그는 아직도 그녀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군요. 가라앉은 분위기를 농담으로 희석하려 했던 패널의 장난기에 순간 터져 나온 그의 진심. 그 짧은 한마디에 담긴 물기 어린 목소리에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되지 않는 그의 진심이 느껴져 머리가 띵해지더군요. 같은 감정을 느꼈던 듯 시종일관 장난을 치던 어린 광희나 강호동 심지어 유세윤마저도 그의 이 짧은 진심에 아무런 농담을 호응하지 못했습니다. 침묵할 뿐이었죠.

 

한순간 스타 정우성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뻔한 상처만 가득한 결말의 잔혹한 연애였지만 그는 결코 지나간 추억을 원망하지도 후회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는 그의 짧았던 파리의 연애가 문득 서글플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 CF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스치듯 지나가며 "나 지금 사랑에 빠졌어"를 표정 하나로 담아내던 정우성의 진짜 영화 같은 얼굴이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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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07 07:52

    비밀댓글입니다

  • 러브자명고 2013.12.14 16:50 신고

    우성오빠 볼때마다 멋있어요지아님말구 다른여자친구랑 찍은 사진 봤어요^^ 인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을더 소중히 여기는 오빠 넘감동이에요 오늘 특별전 좋은시간 되세요 ~^^♥

  • 러브자명고 2013.12.14 21:01 신고

    우성오빠 가고싶었는데 사정이있어서 오늘 못갔어요 거기간사람들 부럽네요^^~~♥

 

딕펑스의 자작곡 '나비'는 분명히 좋은 노래였습니다. 나비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마치 부유하는 듯한 그 몽환적인 느낌의 판타지를 보컬과 멜로디 그리고 무대매너의 삼박자가 완벽히 호흡을 맞춰 만들어낸 아름다운 연출력이 돋보이는 무대였죠. 특히 보컬 김태현의 아픔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절규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던 더블 건반 연출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죠. 딕펑스가 시청자에게 처음 제대로 된 존재감을 알렸던 계기는 슈퍼위크 시절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딕구슬'이라는 이름으로 카라의 프리티걸을 어레인지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똘끼 가득한 그룹 쾌남과 딕펑스의 오합지졸한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마무리하여 하나의 완성된 곡으로 느껴지게 했던 힘은 보컬 이상으로 딕펑스의 건반 김현우의 힘이 크다고 느꼈었고 심사위원 싸이 또한 "건반이 물건이다"라며 찬사했었죠. 이런 기억이 남아있는 딕펑스였기에 마지막 무대에서 건반을 뒤로 빼지 않고 보컬 김태현과 건반 김현우의 더블 건반 장치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은 그날의 보은이자 팬서비스처럼 느껴져 딕펑스의 무대 연출력을 감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심사위원 윤건의 말처럼 밴드이면서도 기묘하게 아이돌의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딕펑스의 존재감을 그대로 확인시켰던 무대였죠.

 

 

 

노래가 끝나고 심사위원의 극찬 또한 일정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죠. 이승철은 한동안 감격에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아... 저희를 정말... 저희가 감사드려야 할 것 같아요. 슈퍼 세이브 진출, 너무 잘 시킨 것 같애요." 이승철은 흥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습니다. "창의력이 없는 똘끼들 있잖아요. 그런 똘끼들로만 승부를 막 보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까 엄청난 창작력이 자작곡에 숨어있었네요. 너무 좋았어요. 기타가 없는 재능, 기타가 없는 그룹의 분위기가 아 왜 저렇게 기타를 없이 피아노로 자꾸만 음악을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런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말이 있었죠. 일어서봐야 자신의 키를 알 수 있다. 슈퍼스타K에 참여하신 여러분들의 그 용기,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말 마지막에 너무너무 훌륭한 자작곡이었습니다. 제 점수는요." 그리고 98점. 이승철이 특히 감탄을 했던 부분은 창의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딕펑스에게 창의력을 발견한 부분이었죠. 그리고 그 발견을 가능하게 해준 힘은 바로 딕펑스의 자작곡 '나비' 때문이었습니다.

 

 

 

이승철의 이 감격스러운 극찬과 더불어 만점에 가까운 98점이라는 대단한 점수에 윤미래 또한 "아, 역시 딕펑스. 자작곡 할 때 가장 멋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로 그들의 자작곡 실력에 관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수고했어요. 그리고 굿럭. 그리고 제 점수는요. 그리고 윤미래의 점수 또한 97점이라는 김성주의 표현대로 폭풍 같은 점수가 쏟아졌습니다. 생방송에서 가장 진가를 발휘하는 남자 김성주의 센스있는 멘트가 다음 심사위원 윤건의 심사평을 알렸죠. "마지막으로 이제, 딕펑스가 받는 마지막 점수. 윤건 씨의 심사평 들어봅니다."

 

 

 

"사실 자작곡이기 때문에 심사하기가... 좀 힘들었긴 했어요." 어라? 그런데 윤건의 심사평이 좀 이상합니다. 물론 윤건 또한 윤미래, 그리고 이승철과 같이 딕펑스의 자작곡을 중심으로 한 심사평을 서두로 열긴 했습니다만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격에 마지않던 이승철과 윤미래의 감탄사와 달리 그의 심사평은 뜻밖에 밋밋하고 건조한 느낌이었죠. 자작곡 능력을 심사평의 시작으로 끌어내기는 했지만 그 능력을 딱히 칭찬한다거나 감탄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창의력"을 이와 같은 말로 뒤로 미뤄두는 느낌이기까지 했죠.

 

"그래서 어쨌든 대중음악이니까 음악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기준으로 판단을 한번 해봤습니다. 어. 일단 노래를 듣는 내내 곧 겨울인데 흰 눈이 펑펑 오는 그런 날씨에 기차를 타면서 이렇게 들으면 되게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봤고요. 굉장히 풍경화 같은 노래가 만들어진 것 같아서 편안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92점. 이전 심사위원들의 점수와는 평균적으로 6점 이상이나 차이가 나는 비교적 낮은 느낌의 점수였죠.

 

 

 

사실 윤건은 이미 슈퍼스타K에서 심사위원의 경험이 있는 윤미래, 이승철과 달리 첫 출연이었기에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는 센티멘탈한 분위기가 있는 심사위원이었습니다. 심사위원은 기본적으로 공평해야겠지만 나름의 애착을 갖게 되는 참가자가 있기 마련이지요. 재작년 이승철은 허각의 우승에 목이 멜 정도의 감격을 표현했고 윤종신은 마지막에 가서야 강승윤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고요. 윤건은 심하게 표는 내지 않았지만 딕펑스에 대한 미묘한 애정이 돋보이는 심사위원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마지막 심사를 이렇듯 건조한 느낌으로 평가하는 느낌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딕펑스의 무대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음에도 더 보태지 못하고 말을 아낀다는 느낌이 드는 기묘한 심사평이었죠.

 

 

윤건의 미스테리는 심사가 끝나고 그리고 문자 투표의 합산 결과가 발표되고 로이킴이 우승하고 축제가 끝나고나서야 밝혀졌습니다. 그는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은 하지 못했던 말을 모든 것이 마무리된 이후에야 서둘러 썰을 풀어놓았죠. 자신이 왜 말을 아꼈는가를. 더 하고싶은 말이 있었음에도 그것을 하지 못했던 이유를.

 

 

 

"아직도 긴장감이 남아있는 아침.생방때 말할 수 없었던 마음속에 남겨놓은 심사평 한마디..슈스케결승때 딕펑스의 자작곡 미션의 아쉬움.사실 난 이노래 들어본 노래.예전 mc봤었던 음악프로에서 딕펑이 불렀었다는.그때와 편곡도 거의 같았고..대중성이란 갓짜낸 우유같은 신선함이 꼭 있어야한다.하지만 좋은느낌의 곡임엔 분명하고,슈스케를 통해 딕펑스같은 실력있는 괴물신인이 대중에게 알려진것 같아 개인적으로 정말기분좋다."

 

아, 이게 무슨 얄궂은 인연이란 말인가요. 이미 윤건은 슈퍼스타 K 이전에 그가 진행했던 음악 프로 '음악창고'에서 딕펑스와 만났고 하필 그 무대에서 딕펑스가 부른 노래가 슈스케 자작곡 미션에 들고 나온 '나비'였습니다. 윤건은 이미 2년 전에 똑같은 곡과 무대를 접했던 기억이 있는 심사위원이었던 거죠. 저는 그제야 윤건이 "자작곡이기 때문에 심사하기 힘들었어요" 라고 했던 말의 전위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대중음악이니까 음악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기준으로 한번 판단을 해보았습니다"라고 덧붙였던 이유 또한 알게 되었고요. 윤건은 이 곡을 듣고 짧은 시간 동안 심한 충격과 동시에 갈등을 겪었던 것입니다.

 

 

 

슈퍼스타K의 이번 미션인 '자작곡 미션'이 상징하는 의미는 참가자들의 창의력을 판단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그것이 얼마나 그들에게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깨뜨리고 신선함을 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두고 있겠죠. 그래서 이승철과 윤미래는 감격하며 또 감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창의력을 신선함이라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윤건은 그런 신선함을 느끼지 못한 유일한 심사위원이었을 겁니다. 더욱이 윤건은 보컬리스트인 이승철과 래퍼인 윤미래와 달리 가수이기 전에 작곡가로서의 능력이 더 중요시되는 전문 작곡가이고 그런 그에게 이런 미션은 더욱 예민한 감성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겠죠. 5분 남짓 여하의 짧은 시간 동안 윤건은 당황했을 겁니다. 나비는 분명 좋은 곡이긴 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이 곡을 이미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곡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로이킴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치팅"에 가까운 편애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윤건은 그의 고민을 배려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최적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칭찬도 아끼고 지적도 아꼈습니다. 그는 곡에서 받은 감상만을 짧게 피력했을 뿐 다른 심사위원들이 했던 것처럼 편곡의 신선함이나 곡 자체의 창의력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죠. 그래서 이렇게 모호한 심사평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최선의 그리고 슈퍼스타K 시즌4의 최고의 심사평이었습니다.

 

물론 딕펑스가 치팅을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앨범에 실려있는 곡이라는 말을 무대 발표 이전에 대중에게 밝혔으니까요. 하지만 심사위원 중 한명이 그리 달라지지 않은 편곡으로 이 노래의 무대를 이미 접했다는 사실을 윤건의 입으로 듣게 된다면 관객의 반응은 아마 싸늘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딕펑스가 보여준 감동적인 무대에 대한 감상마저도 흐려질 우려가 있었죠. 그것은 분명히 문자 투표에도 영향이 갔을 테고요.

 

 

 

더욱이 이번 자작곡 미션을 먼저 제안한 것은 엠넷이 아닌 딕펑스 자신이었습니다. 엠넷 제작진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딕펑스에 비해 불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로이킴에게 괜찮겠어, 로이? 라고 의사를 물어보기도 했을 정도였죠. 그런 사연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윤건의 메시지까지 더해진다면 이날 딕펑스에게 향한 대중의 시선은 곱지 못했을 것입니다. 윤건이 "나는 이미 이 노래를 다른 무대에서 들어본 기억이 있다." 라는 멘트를 덧붙였다면 축제의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물론 딕펑스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우려 또한 있었습니다.

 

 

 

딕펑스 또한 이런 위험성을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2년 전 무대에서 봤던 윤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을 테고요. 그럼에도 그들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며 나비를 선택한 것은 우승을 하기 위함이 아닌 대중에게 나비라는 곡을 소개하고 싶은 갈망이 컸을 겁니다. 딕펑스 또한 마지막 곡을 고르며 "이렇게 큰 무대에서 나비를 들려드리고 싶었다"라고 발표했고요. 무대 또한 절박함과 절규가 느껴지는 그들의 간절함으로 가득 찼었죠. 이런 마음을 윤건 또한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쏜다 싶을 만큼의 솔직했던 그의 심사 스타일을 자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윤건이 건넨 딕펑스의 점수는 고작 92점이었지만, 아마 이미 들어본 무대라는 기억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딕펑스의 점수는 그 이상이었을 겁니다.

 

 

 

 

딕펑스의 점수를 공개하기 전에 윤건은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진실을 갈구하는 눈으로 딕펑스를 진하게 응시했었죠. 점수가 공개될 때 윤건의 깊은 고뇌가 느껴지는 깍지 낀 손에 가린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 몇 분 내의 짧은 순간에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지도요. 로이킴, 딕펑스 두 참가자에게 모두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을 오래도록 고민했겠죠. 언뜻 보기에 딕펑스만을 위한 배려처럼 느껴졌던 윤건의 이 행동은 사실 로이킴과 딕펑스라는 참가자 모두를 향한 심사위원 이전의 선배 가수로서의 배려였던 것입니다. 이제는 가동하지 않을 슈퍼스타K의 ARS를 돌려 문득 이 숫자를 눌러보고 싶네요. #0199 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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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5

  • 노래 잘하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_+~

  • 지나가다 2012.11.26 14:29 신고

    혹시나 결과에 영향을 줄까 그 자리에서 말하지 않고 그런거 참 배려심 깊은 것 같아요.
    점수로 납득 못하는 사람들 있으니까 또 이런 이유가 있었어요 하고 밝혀주고.
    그러면서도 그 가수 욕하지 않고 칭찬해주고. 윤건씨 멋있음.

  • 2012.11.26 15:27

    비밀댓글입니다

  • 임은영 2012.11.26 23:27 신고

    어쩐지 저도 윤건의 심사평이 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런 비밀이있었구요 윤건 정말 속이깊은사람이네요

  • 따뜻한바람 2012.11.27 01:13 신고

    너무너무 공감가는글입니다.너무 따뜻한 심장을 가진 남자 ~이번슈스케 진짜 우승은 윤건!!!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안 된다는, 사람이 좋아야 하고 느낌이 와야 한다는 박진영의 말처럼 분명 스타를 동경하는 마음은 반드시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 하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사람이 좋아야 한다. 그 사람의 음색이 좋고 그 사람의 노래할 때 말버릇이 좋고 그 사람의 무대매너를 동경한다. 더 나아가서는 심지어 그 사람의 마이크를 쥐는 법까지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포함될 수 있다. 이렇듯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어떤 예술을 막론하고 그 예술가를 동경하게 하는 필수 요소가 된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그저 기인일 뿐이다. 하지만 노래를 잘하고 매력적인 사람. 동경할 수 있는 인품을 가진 사람은 이후 스타가 된다.

 

 

 

슈퍼스타K가 영리한 것은 노래가 아닌 사람을 팔 줄 아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는 언제나 그 사람의 노래 실력 이전에 그 사람을 캐릭터화할 수 있는 인간적 매력의 가치를 우선으로 둔다. 그것은 단순히 어떤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거나 장대한 프로필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서가 아니다. 사소한 버릇이나 흘려 지나가는 말버릇 하나를 그 사람의 캐릭터로 포착하고 그것을 되풀이해서 내보낸 결과가 시청자가 인식하는 그 사람의 캐릭터가 된다.

 

 

 

그래서 슈퍼스타K는 매년 동경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마음껏 미워해도 되는 꼴통을 반드시 프로그램 내부에 배치해 둔다. 마치 프로레슬링처럼. 그리고 조커와 다크나이트처럼. 선인이 있으면 악인도 있다. 아니 악인이 있기에 선인의 존재 가치가 더 빛이 난다. 그렇게 김그림이 탄생했고 신지수가 등장했고 이번 회차의 조커는 18세 이지혜로 결정되었다.

 

 

 

"아, 진짜요?"

 

분명 이지혜의 첫인상은 남달랐다. 이승철의 합격 선언을 듣고 껄렁한 말투로 "아, 진짜요?"를 내뱉고는 볼을 감싸 쥐며 얼굴을 쭈그러뜨리던 이지혜의 합격 소감은 다른 참가자들의 성은이 망극한 겸손한 표정과는 분명 남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뛰쳐나가 또래의 여자친구들에게 잔뜩 고무된 모습으로 방방 날뛰는 이지혜의 천방지축 같은 모습은 한마디로 "꼴통" 같았다. 하지만 귀여웠다. 요즘 또래 여자아이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한편 다른 생각을 했다. 아, 얘는 절대 우승은 못 하겠구나.

 

가끔 김그림이나 신지수 같은, 현재의 우승에 정신이 팔려 소위 이미지 관리도 안 하고 승부욕을 드러내서 욕을 들어먹는 참가자들을 볼 때마다 "뒷일은 생각 안 하나?" 싶어 물음표를 그렸었다. 어차피 그때까지야 그들을 심사하는 것도 탈락시키고 선발하는 것도 모두 엠넷 자체의 소관이니 차라리 이런 이기적인 행동이 도움되기도 하겠지만 (엠넷은 악녀를 스스로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어차피 슈퍼위크가 지나고 나면 그들을 평가하는 몫은 온전히 시청자의 것이다. 이효리의 말대로 그때부터는 가창력이 아닌 캐릭터의 싸움이다. 도대체 어쩌려고 후사는 생각 안 하고 마음껏 소갈머리를 부리나 싶었다. 그동안 그들의 악행에 이를 박박 갈아왔던 시청자들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해 악녀들을 심판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 슈퍼스타K4의 악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려니까 그들이 왜 이미지 관리를 하지 않았는가를 알 것만 같았다. 안 한 것이 아니라 몰랐던 것이다. 누군가 본인의 말 하나하나를 편집하고 확대해서 캐릭터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데- 슈퍼스타K4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 이지혜는 유일하게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딕펑스와 로이킴의 우승 결전날을 앞두고 톱12의 탈락자들이 모여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러 나온 날이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쌓아놓은 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딕펑스 김태현이 입을 열었다. 이지혜에게 사과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혜 오랜만에 만나서 좋은데 미안한게 있어가지구. 제가 지혜 어깨를 이렇게 했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첫 생방송이 시작되고 시청자에게 투표권이 쥐어진 순간 이지혜는 탈락 되었다. 그동안 우승하고 싶어 달려온 마음이 불렀던 승부의 과욕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었나 싶을 만큼 허망하게 무너졌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뒤로 물러서 김성주의 신호에 따라 슈퍼스타K의 구호를 외치려던 이지혜는 순간 미안한 마음에 자신에게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고 위로를 해주던 딕펑스의 멤버 김태현에게 입 모양으로 무언가를 말했다. 이 장면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마녀'로 찍혀버린 이지혜가 탈락한 것에 심사가 배배 꼬여 합격자 딕펑스의 호의를 뿌리치고 욕설을 했다는 이야기로 크게 확대되어 또 한 번 이지혜를 마녀로 만들었다. 이미 탈락을 했음에도 말이다.

 

 

 

"다같이 외치는 거잖아요. K외쳐 이건데. 그런데 입모양이. 입모양이 그러니까 다 오해를 하신 것 같아요."

 

 

 

물론 이지혜는 다른 참가자의 미담처럼 탈락을 했다고 해서 겸손한 얼굴을 하고 환한 미소로 남들보다 더 큰 축하를 해줄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지혜의 변처럼 그녀가 정말 입 모양의 착오였을 뿐 실제로는 슈퍼스타 K(케이)의 구호를 외친 것이라는 말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나는 순간 "이제라도 말할 수 있어서..."라는 말을 남기며 눈물을 닦아내는 이지혜의 모습을 보자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 입맛이 참 썼다. 자신이 축하받는 순간을 이지혜의 해명할 기회로 남겨준 김태현의 어른스러운 배려와 이제라도 해명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는 열 여덞살 이지혜의 마음고생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분명 이지혜는 슈퍼스타K 시즌4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고 열정과 노력하는 마음은 있지만 승부욕은 드러내지 않는 착한 참가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애초에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지혜는 슈퍼스타K의 편집 권한 안에 들어있었고 우리는 편집된 이지혜의 모습을 봤을 뿐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에서 해마다 악녀를 뽑아 올리는 조별미션은 그야말로 인성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사람의 가창력이 아닌 그 사람이 얼마나 승부욕을 그리 불편하게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이상한 서바이벌의 참가자인가를 테스트한다. 그리고 탈락한 부적격자는 결국 그해의 악녀가 되어 시청자의 심판을 받는다. 이지혜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 지금부터 호명하는 조는 가장 방해가 되는 멤버 한 명씩 내보내 주셔야 됩니다." 이미 다 결정된 조를 두고 느닷없이 슈퍼스타K의 제작진은 이와 같은 미션을 주었다. 서로 갈등을 일으켜 드라마를 만들고 카타르시스를 자극하여 시청자를 분노하게 하거나 감동하게 하고 또 참가자들의 개별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적성 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이지혜가 딱 걸려버렸다.

 

 

 

그녀가 꽃미남 정준영에게 호감을 보였다는 것을 빌미삼아 이지혜를 정준영 때문에 오기를 부리고 다른 여성 참가자를 쫓아내려 하는 이상한 아이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정준영이 알아서 나가겠다고 하자 이지혜는 "아, 미친"이라고 했고 다른 여성 참가자에게 언니랑 나랑 둘 중에 하나가 나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스스로 나가서 선택을 기다리는 이지혜를 참가자 누구도 원하지 않았고 이지혜는 초조한 얼굴로 짜증을 폭발시켰다. "아씨" "원래 있던 조에서 잘하고 있었구먼"  시청자는 이런 이지혜를 곱게 봐줄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영상은 슈퍼스타K 최초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어 연일 뉴스 연예란과 검색어 상위권을 장식했다.

 

물론 이런 불편한 행동들은 슈퍼스타K 제작진이 만든 것이 아니다. 모두 이지혜 자신이 했던 행동이다. 하지만 서바이벌이라는 명제를 두고 일각을 달리는 초조한 상황에서 그 속에 속한 참가자들에게 겸손과 예의를 바란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에 가깝다. 더군다나 이지혜는 이제 겨우 열여덞살이다.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언행과 불편한 모습들이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이것을 크게 부각해 마치 고자질하는 듯한 뉘앙스로 이지혜를 주목시켰던 슈퍼스타K의 잔혹한 편집이다.

 

 

 

이지혜의 이런 말과 행동들은 우연히 포착된 숨겨진 장면들이 아니다. 슈퍼스타K 제작진이 아주 이것 보라는 듯이 몇 번이나 부각해 시청자에게 직접 상납하듯 보여준 장면들이다. 계속해서 이지혜의 초조하고 불편한 얼굴을 자극적으로 클로즈업해서 내보내고 그녀가 했던 말을 몇 번이나 리플레이해서 그녀에 대한 비호감을 극단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정준영을 좋아한다는 인터뷰와 설정까지 집어넣어 이지혜를 정말 이기적이고 밉살스런 아이로 만들어 버렸다. 과연 슈퍼스타K 제작진의 참견이 없었더라도 우리는 이지혜를 그렇게 싫어했을까? 나는 물어보고 싶다.

 

물론 리얼리티쇼에서 모두가 공통으로 미워할 수 있는 악녀의 대상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그런 손가락질을 굳이 18살 어린 아이에게까지 하게 해야 했나 싶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이고 질풍노도의 청소년이다. 당연히 성인의 이성적인 행동이나 너그러운 배려심을 기대하긴 무리다. 시청자가 오해했다, 시청자가 섣불렀다고 비난하기 전에 이지혜를 노이즈 마케팅의 희생양으로 내세운 제작진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녀의 불편한 행동들을 편집해서 감춰주기는커녕 오히려 몇 번이나 리플레이하고 크게 확대하여 일부러 상납하듯 내보내 진짜 악녀로 만들었던 과정이 과연 정당했는가를.

 

 

 

"그리고 내 표정이 되게 이상하더라고. 얹었다가 '외쳐. 외쳐'해서 외쳐야지 하면서 그냥."

 

김태현은 애써 시청자의 오해를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며 이지혜의 아픔을 감쌌다. 이지혜의 표정이나 입모양이 만든 오해가 아니라 김태현의 뚱한 얼굴이 더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지혜의 어깨에 손을 얹고나서 그녀가 구호를 외치라고 말하자 순간 당황한 나머지 마치 상처 받은 듯한 얼굴을 지어보여 시청자의 오해를 확산시켰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슈퍼스타K의 제작진이 어떻게든 오해를 확산시켜 그녀를 미워하게 만들었던 모습과 상반 되는 장면이었다. 편집권이 내팽개쳐두었던 이지혜의 분노를 김태현의 배려로 풀 수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눈물을 흘리는 이지혜를 두고 김태현은 그녀의 무릎을 치며 어린 여동생의 아픔을 위로했다. 아주 살갑게.

 

 

이지혜에게 인격의 미성숙을 논하기 전에 슈퍼스타K 제작진의 어른스럽지 못한 시청률 욕심을 더 비난하고 싶다. 자신이 주인공인 무대에서 마지막으로라도 이지혜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어 그날의 일을 자신의 문제로 만들면서까지 이지혜의 오해를 풀 기회를 내어준 딕펑스 김태현의 어른스러움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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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탈락자 한 명씩 나올 때마다 융단 폭격이..ㅋㅋ 내가 떨어뜨렸냐고요?^^" 새삼 투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었던 충격적인 유승우 탈락 이후 이승철은 자신의 SNS를 통하여 웃음 섞인 하소연을 했다. 유승우의 탈락이 이승철의 편파 심사 때문이라는 불평이 그에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3주 뒤 이승철은 이번에는 정준영의 탈락 원인이 이승철의 저주에 가까운 심사 때문이라 비난받았다. 또 언젠가는 김정환을 쫓아내고 싶어하는 엠넷이 이승철을 사주하여 그의 탈락을 전폭 지원했다는 루머 또한 양산되었다. 김정환이 정말 탈락 되자 실소를 흘리는 그의 얼굴이 화면 위로 포착되었다는 이야기와 심지어 옆좌석의 심사위원과 귓속말을 하더라는 충격적인 제보가 음모론처럼 이어졌다.

 

음모론처럼 구성된 '이승철 올마이티화'가 사실이라면 이승철은 거의 슈퍼스타K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주장인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물론 어떤 이들은 불과 30%밖에 되지 않는 심사위원의 점수가 결과에 그리 큰 영향력을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슈퍼스타K4의 심사위원 점수가 결과에 반영되는 비율은 불과 30퍼센트다. 이것은 오히려 저번 시즌의 35퍼센트였던 심사위원 점수의 비율에서 5퍼센트나 내려간 수치다. 더욱이 심사위원의 점수가 누군가에겐 10점짜리를 또 누군가에겐 90점짜리의 극단적인 차이라면 모를까. 끽해야 10점 내외의 차이인 그들의 점수가 실질적으로 심사 결과에 반영된다고 할지언정 딱히 참가자의 목을 죄는 소스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 심사반영비율 : 온라인 사전투표 10% + 심사위원 점수 30% + 생방송 문자투표 60%
  •  

    하지만 그럼에도 탈락자의 결과를 심사평에 이유를 물어 원망하게 되는 이유는 60퍼센트의 아니 더 나아가서는 70퍼센트의 비율을 움직이는 평가의 영향력 때문이다. 대중은 음악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타인의 평을 참고할 수밖에 없고 이승철과 같은 전문 분야의 프로페셔널이 심사위원의 영역으로 들어가 심사평을 남기는 순간 그것을 공감하건 공감하지 않건 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동요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그 심사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오히려 반박하는 심리로 표를 던질 수도 있다. 대중의 마음을 30퍼센트의 영향력이 70퍼센트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이유다.

     

    더욱이 슈퍼스타 K는 주기적으로 조작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프로다. 이 조작 논란이 심지어 참가자의 당락 논란으로까지 흐르는 것은 그것이 비록 투표 점수를 조작하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높은 위험 수위의 조작은 아닐지언정 최소한 편집이라는 방향을 통해 시청자의 민심을 흔들 수는 있고 그것으로 원하는 참가자를 남겨두거나 탈락시키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은 최근 정준영의 탈락을 빌미로 더욱 가시화되었다. 정준영의 탈락이 탐탁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부의 시청자들은 그의 탈락이 결정되기도 전에 한 오픈마켓 업체에서 준비한 콘서트에서 오프닝 출연 가수로 로이킴과 딕펑스가 결정되어 있었다며 어떻게 한 달 뒤의 콘서트를 마치 결과를 알고 있는 것처럼 출연시킬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이미 결과를 엠넷 측에서 내정하고 있었기에 이런 섭외가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석연치 않은 의심은 곧 이승철을 향한 분노로 이어졌다. 그가 정준영에게 남긴 점수와 심사평이 다른 참가자에 비해 지나치게 차별적이었고 그를 떨어뜨리기 위한 고의적인 멘트가 자행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승철이 이런 음모론과 무관하게 정말 순수한 평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평가들이 억울해서 미쳐 돌아갈 지경일 것이다. 실제로 그는 정준영을 차별했다는 비난을 받는 현재와 달리 정확히 3주 전에는 정준영을 합격시키기 위해 유승우를 차별했다는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군인 출신인 김정환을 떨어뜨리기 위해 이승철이 엠넷과 야합을 했다더니 이후에는 정준영을 살리기 위해 편파 심사를 했다고 하고 3주 뒤에는 정준영을 죽이기 위해 차별 심사를 했다고 비난받는다.

     

    물론 티브이 쇼의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심사하는 순간 대중은 그들의 심사평에 동의하면서도 또 그것을 심사하고 평가한다. 벌써 4년이 가까운 슈퍼스타K에서 이승철이 편파와 차별에 얽힌 심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이전과 지금이 다른 것은 적어도 이승철이 싫고 좋은 참가자가 있어 그의 취향 때문에 고집을 부렸다는 비평은 들어봤어도 적어도 지금처럼 엠넷과 야합하여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검은 손이라는 음모론에까지 휘말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한 행사장의 초대 손님 명단에 정준영이 빠져 있었다고 하여 이것이 의심될 결정적 증거라고 말하는 근거 또한 빈약하기 그지없다. 이 콘서트는 한달 뒤인 12월에 개최되는 콘서트인데 그쯤이면 벌써 슈퍼스타K도 결정 나 있을 터 차라리 우승자 한 명을 불렀다고 하면 수긍할 수 있으나 굳이 1등과 2등을 나란히 불러 한 달 뒤인 콘서트의 초대 손님으로 내정했을까. 더욱이 정준영은 이전의 기획사 신촌뮤직과의 계약이 묶여있어 출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하는데 이런 빈약한 근거로 엠넷도 아닌 이승철이 융단 폭격을 받으며 음모론의 중심에 흔들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일 것이다.

     

    물론 당사자 이승철 또한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는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언젠가 유승우의 탈락건으로 비난을 받았을 때는 본인 스스로도 현재의 심사 방식이 소란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불만을 동의하며 차라리 이후의 시즌에서는 심사 방식을 바꾸어 보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톱10부터는 4주간 리그제를 해서 생방송 4주차에 4명이 탈락하고 톱6부터는 토너먼트제를 하면 어떨까 합니다” “무엇보다 여러 방면의 소화력을 보고 시청자들이 판단하는 현재 방식은 다각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무려 시즌3부터 이승철이 제작진에게 제안했다는 이 슈퍼컷 제도를 그가 현재 엠넷의 심사 방식을 향한 문제점마저 인정하며 발표해버렸던 것은 현재 그를 둘러싼 비난이 그로서도 너무나 불편하고 억울한 논란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아무리 리얼리티라는 이름이 붙은 쇼라고 할지언정 어느 정도의 설정된 상황은 버라이어티가 지향하는 재미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그 속임수가 전혀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소위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처럼 쫄깃한 맛이 있었던 슈퍼스타K를 향한 설렘과 두근거림이 시즌4에 접어들어 현격히 사라져 버렸다. 그 재미를 지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슈퍼스타K를 보는 이유의 60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던 심사를 보는 재미가 거의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톡 까놓고 말해 이번 시즌4의 심사평을 무대를 보는 맛 이상으로 기다리는 시청자가 그리 많을까? 기다려지는 심사평을 하지 않는 심사위원에게 시청자가 존경심을 가질 수 있을까. 존경을 받지 못하는 심사평은 결국 불만과 의심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그저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누구를 떨어뜨리고 살릴 수 있는 존재감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 슈퍼스타K를 보면서 정말 목이 마르게 누군가의 감성이 이토록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바로 이승철 이상으로 이 프로그램의 보이지 않는 이데아를 지배하고 흔들었던 초대 심사위원 윤종신이 놓아버린 그의 감성이다. 거의 마지막에 심사평을 하면서도 누구에게도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감상을 고수하며 현학적인 미사여구나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생각하는 말을 쉽게 쉽게 풀어서 때론 은유를 사용하고 때론 비유를 등용하여 시청자를 차근차근히 설득시켰던 그의 현란한 설명을 하는 능력은 이전에도 없었고 그리도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당대 최고의 심사위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윤종신만의 심사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문득 그의 긍정적인 요소였던 이런 부분들보다 오히려 그의 부정적인 일면이라 비난받았던 때론 똥고집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욕을 먹어댔던 윤종신의 고집불통이 오히려 슈퍼스타K를 흔들리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반추해 본다. 그것은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이승철 또한 지킬 수 있었던 힘이었다.

     

    윤종신은 슈퍼스타K 내에서 지나치게 호불호가 강했던 심사위원 중 하나였다. 한번 편애하는 녀석은 그야말로 끝까지 물고 갔다. 모든 이들이 반대하는 강승윤을 도착 전부터 그렇게 끌어당기더니 막상 슈퍼위크가 시작되자 72점이라는 최악의 점수로 모든 이에게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애정이 식지 않았음은 그와 합을 맞춘 심사위원 미션에서 알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라는 그의 낯선 곡은 마치 옷장 속 깊숙이 넣어두고 잊어버렸던 맞춤옷과도 같았다. 먼지를 털털 털어 강승윤에게 입혔더니 그렇게 새끈할 수가 없었다. 결국 강승윤은 이 무대를 통해 그토록 그를 미워했던 사람들마저 그의 장점을 껴안을 수 있는 마력을 선물하게 되었고 윤종신은 마지막에 가서야 이제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며 너는 최고였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윤종신의 이런 편애와 고집은 잦은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희소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스탠다드한 보컬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그것은 그와 전혀 다른 감성을 지향했던 이승철의 또 다른 편애로 대립각을 곤두세우며 때론 이승철을 그리고 때론 윤종신을 응원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어주었다. 윤종신의 이런 고집이 이승철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결국 시청자가 품은 분노를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때론 윤종신의 단점이 이승철의 장점으로 눈에 띄던 순간도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지금 이런 윤종신만큼의 자신의 고집과 존재감으로 이승철과의 대립각을 내세우며 분노를 나누어가질 심사위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승철은 심사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봤을 때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정확하고 검증된 심사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처럼 무대를 보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기다려지던 심사평의 두근거림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심사에는 조금의 드라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토록 편애했던 강승윤과 달리 윤종신은 다음 시즌에서 슈스케의 짓궂은 장난질로 이번에는 오히려 그가 그토록 탐탁지 않아 했던 참가자 버스커 버스커를 심사하게 되었는데 윤종신이 어떤 감상을 드러내건 그에게 아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던 버스커 버스커는 조금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의 노래 '막걸리나'를 고쳐보고 싶은 부분이 많다며 완전히 뜯어 버린다.

     

     

     

    윤종신은 이에 노여워하지 않고 싱긋 웃으며 "뒤에는 아예 다른 곡을 만들어 왔는데? 근데 좋네."라고 흐뭇해하고는 곧이어 그들의 무대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이들은 기본과 정석이 모자란 팀이 아니라 기본과 정석에서 벗어난 팀"이라며 내가 너무 고리타분한 시선으로 그들을 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고 오랜만에 반성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그 많은 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제 곡을 더 좋게 바꾸어주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윤종신의 고백에 슈퍼스타K3는 더이상 조작 논란이 필요치 않은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슈퍼스타K의 상징은 누가 뭐래도 '이승철'이다. 그의 존재감은 그 누구의 가치로도 맞바꿀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이승철의 존재감이 시즌4에 이르러 오로지 분노를 풀어내는 창구로만 통하게 된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그의 이성을 빛나게 하는 감성. 윤종신의 존재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음모론과 비난에 지친 이승철의 마음이 윤종신을 부른다. "어서 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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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어느 라디오에서 들었던 시그날 중 내 귀를 확 뜨이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어느 나라의 유난히 높은 국민의 행복 지수를 분기별로 조사해봤던 연구원들은 의외의 비율에 깜짝 놀라게 된다. 과거에 비해 이혼 지수가 현격히 높아졌음에도 그 나라 국민의 행복 지수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라갔던 것이다. 이혼과 행복 지수가 비례하는 이 희한한 결과를 두고 학자들은 이렇게 분석했다. 이혼이 불행이 아닌 행복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과거 불행한 결혼 생활을 참고 살던 사람들이 이제 더이상 불행을 참지 않고 이혼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때문이라는 것.

     

     

     

    드라마 울랄라부부에서 겨우 2주 남겨두고 느닷없이 간암이라는 충격적인 비보를 듣게 된 김정은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두고 시청자는 마치 점쟁이라도 된 것처럼 이후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분노했다. "여옥이가 갑자기 암에 걸리는 설정이 등장하는 걸 보니 전남편과 이어주려고 그러나 보다" 누구나 예상했을 거다. 이미 똥차가 된 고수남을 버리고 벤츠 장현우에 올라탄 나여옥이 겨우 2주 분량의 엔딩을 남겨두고 느닷없이 간암이라는 충격적인 비보를 듣게 된다는 사실은 결국 고수남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기회를 주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여주인공이 장기 이식이 필요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이유는 그녀와 어떤 방식으로든 감정을 풀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울랄라부부에서 그 대상은 누가 될 것인가. 이미 여옥과 깊은 사랑을 진행 중인 현우에게야 물론 새삼 그의 장기를 꺼내주면서까지 그녀에게 사랑을 확인시켜줄 필요도 없다. 결국 나여옥에게 장기 이식을 하면서까지 갱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현재 똥차로 돌아서 버린 그녀의 전남편, 고수남 하나 뿐이다.

     

     

     

    결국 고수남은 야매 의사를 쓰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 환자의 사생활을 마구 누설하며 의료법을 철저히 무시해주시고 있는 한국대 병원 친구를 통하여 나여옥의 병명을 알게 된다. 당연한 듯 장기 이식이 필요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는 고수남과 하필이면 그의 혈액형이 나여옥과 일치하며 그의 간이 여옥에게 필요한 최적의 상태라는 것 또한 기정사실로 되어버렸다. 여옥은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만, 그의 간을 받는 것 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음이 시청자를 쓸쓸하게 한다.

     

     

     

    장기기증자를 찾았느냐고 묻는 월하노인을 보고 순간 토악질이 나올 만큼 짜증이 치밀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행복할 여유가 없었던 나여옥의 인생이 조금도 가련하다 느껴지지는 않는 건가? 아니 일말의 미안함도 없는 건가? 그 불쌍한 인생을 만드는데 자신의 오지랖이 절반 이상은 일조했다는 생각을 한다면 적어도 고수남을 그녀의 곁에서 더이상 얼씬도 할 수 없게 만들었어야 하리라.

     

     

    사실 이 드라마에서 진짜 권선징악을 논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은 드라마 초반 빅토리아와 고수남의 밀회를 목격한 나여옥이 일말의 미련도 없이 그를 잘라내고선 이혼 판결을 듣고 법정을 나서는 그 순간이었다. 그 상태라면 고수남은 재산도 아내도 몰수된 상태로 평생 자신의 잘못을 후회할 기회도 없이 나쁜 녀석 그대로 살아갈 수 있었고 나여옥의 심장이야 조금은 상처를 입었겠지만 곧이어 나타날 장현우의 부활로 제2의 인생을 아무런 미련 없이 도약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쓸데없이 남의 인생에 끼어든 이 오지랖 넓은 노망난 신 때문에 나여옥의 인생은 한순간에 이혼 전보다 더 비참한 일들을 겪어내야만 했었다. 고수남은 영혼체인지를 통해 아내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실상 영혼체인지나 그 이후의 과정에서 상처와 고통을 받은 것은 오로지 나여옥 혼자의 몫이었다. 아무런 죄도 지은 것이 없는 그녀가 영혼이 바뀌어 남자 행세를 하고 남편의 영혼으로 빅토리아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여 결혼 이후에는 없었던 천식이 느닷없이 재발하며 심지어는 낙태의 고통으로 차가운 병실에서 홀로 눈물 밤을 지새우는 것도 모두 그녀 혼자의 몫이었다. 나는 도대체 고수남이 영혼체인지를 통해서 입장을 바꾸어 다시 생각할 만큼의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나여옥의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가정환경은 어두웠고 첫사랑은 배신으로 얼룩졌다. 두 번째 사랑은 임신으로 내 인생이 저당 잡혔다 생각하여 그녀를 아내로도 여자로도 인간으로도 대우해주지 않았다. 시댁살이는 서러웠다. 아들 또한 살갑지 않았다. 그런 판국에 남편과 젊은 여자가 자신의 침대 위에서 뒹구는 모습까지 목격하고야 말았다. 겨우 이혼이라도 해서 제 삶을 찾겠다고 나섰는데 갑자기 영혼체인지라는 빌어먹을 지시 때문에 남자가 되었고 남편이 되었다. 그리고 천식이 재발했고 낙태를 하게 되었고 눈물 바람으로 다시 만난 첫사랑으로 이제 겨우 행복해지려는 순간 간암이라는 비보가 찾아왔다.

     

     

     

    결국 돌이켜보면 나여옥이 행복했던 몇 안되는 순간은 첫사랑 장현우와 연애하고 재회하고 사랑을 확인했던 장면들이다. 그것이 가능한 행복이었던 것은 결국 옆자리에 고수남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고수남과 함께할 때 그녀는 여자가 아니었고 아내가 아니었고 사람이 아니었다. 나여옥이라는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은 조금도 존중받지 못했다. 그것은 심지어 그래도 한번 살아보라고 영혼 체인지를 지시받은 그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여옥은 고수남을 통해 행복해질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간암이라는 병을 쥐여주면서까지 나여옥을 비참하게 만들어 결국 고수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 그래서 그와 어떻게든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만 하는가. 이렇게 해서까지 나여옥과 고수남은 이어져야만 하는가. 결혼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눈물과 희생으로만 이루어졌고 그 얼룩진 상처들로 되새겨진 기억은 온통 아픔뿐인데 이제 와서 홀로 뉘우쳤다고 너 없이는 못살겠다고 무릎 꿇고 간청하는 남자가 있다고 하여 다시 그 지옥 같은 삶으로 뛰어들어야만 하는가.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고수남과 나여옥은 재결합을 해야만 하나? 그렇다면 이 드라마에서 추구하는 부부의 인연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날 빅토리아는 외국으로 떠나기 전 기어이 나여옥을 만나야만 했다. 그녀를 "언니"라 부르는 빅토리아를 보며 이 드라마를 여자 작가가 썼다면 결코 이런 상황은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를 잃고 나니까 언니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요." 여전히 순진하고 처연한 얼굴로 고수남을 잃은 것을 자신의 불륜과 동급으로 치부하는 그녀의 백치 같은 순진성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미국드라마 섹스앤더시티가 생각났다.

     

     

     

    주인공 캐리는 전 남자친구 빅과 헤어졌다가 그가 유부남이 된 이후 다시 만났다. 이미 그는 자신의 남자가 아님에도 죄의식 이전에 훔쳐 먹는 사과의 짜릿함을 버릴 수 없었던 그녀는 문득 그의 집에서 아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밀회를 즐기다 갑자기 들이닥친 빅의 아내에게 쫓겨 달아난다. 그녀를 쫓아가던 어린 아내는 가파른 계단에 턱을 부딪쳐 치아가 박살이 나고 그날 이후 하는 일마다 꼬이던 캐리는 액땜하는 느낌으로 빅의 아내를 찾아내 싫다는 그녀를 스토킹하듯 쫓아 기어이 억지 사과를 하고야 만다. 하지만 그 사과는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분노만 일으킬 뿐이었다. 그녀를 위한 사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로지 캐리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최악의 이기적인 사과였다.

     

     

     

    아내를 위해 간을 떼주겠다는 고수남의 사과는 분명 헌신적이다. 고수남을 내려놓고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빅토리아의 눈물의 사과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지만 나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에서 감동이 아닌 공포를 느끼는 것일까. 한 번도 제대로 된 행복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여옥은 이젠 간암이라는 병까지 얻어 배를 움켜쥐고 그녀의 사과를 받아내야만 하는데 정작 가해자인 그들은 동료의 애정 어린 환송회를 받고 나여옥의 위로를 받고 세상 다시 없을 착한 남편을 쿨하게 보여주며 간까지 떼주겠다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불륜을 참회하는 과정이나 진심 어린 죄책감이 없으니 비판적인 시선 또한 제대로 그려질 리가 없다.

     

     

     

    그래서 그들의 사과가 불편한 것이다. 나는 드라마의 말미에 이르러서까지 이 두 사람을 조금도 망가뜨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 드라마의 의중이 참으로 싫다. 그래서 고수남의 간을 받을지도 모를 여옥이 불안하다. 그의 간이 조금도 고맙지 않다. 어쩌면 작가는 결국 혈액형에 이어 신장마저 닮아있는 두 사람은 결코 떨어뜨릴 수 없는 인연임을 시사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끈으로 이어진 질긴 인연이라 한들 한 사람의 존엄성이나 행복 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것인가? 함께 살아서 불행한 인연보다는 따로 떨어져 행복한 타인이 나은 법이다.

     

     

     

    월하노인은 전생에 빅토리아를 부인으로 둔 고수남이 나여옥과 바람을 피웠다 그녀를 포기함에 버려진 불륜녀가 너무 애처로워 현실에서 그 인연을 이어주기 위하여 두 사람의 관계를 불륜이 아닌 부부의 인연으로 묶어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과연 전생에서 배신당한 여자가 나여옥이었냐고. 사랑하는 사람을 따로 두고 있는 남편을 평생 품고 살아야 하는 전생의 빅토리아야말로 진짜 불쌍한 사람이었음에도 작가는 오직 전생에 고수남이 빅토리아를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신당한 것은 나여옥이며 그녀의 인생이 불쌍해서 현생에서 부부의 연으로 묶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여옥은 고수남의 아내가 되고 빅토리아는 불륜녀가 됐다.

     

     

     

    뭐 이렇게 시답잖은 인연이 다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다음 생에는 다시 빅토리아는 정실부인으로 그리고 나여옥은 불륜녀로 태어나나? 여성의 인생을 오로지 남편의 선택이라는 하나의 이유로만 묶어두는 구태의연한 발상과 불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커녕 오히려 미화시키는 이 드라마의 이상하고 비겁한 전생론. 이 정도로 같잖은 인연이라면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리라. 차라리 여기서 끊어버리는 것이 다음 인연을 위한 진실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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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루미 2012.11.21 09:24 신고

      신현준이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드라마를 봤지만, 이 배우의 호연에 드라마는 떡이 되는게 눈에 보여서 영혼이 돌아온 이후 안보고 있습니다...그런데...저렇게 까지 갈줄이야.

    • 이오 2012.11.21 17:17 신고

      근데 암 때문에 재결합은 아니지않나요

    • 이오 2012.11.21 17:18 신고

      근데 암 때문에 재결합은 아니지않나요

    • 갈수록 극전개가 짜증남 2012.11.21 18:42 신고

      작가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움...아무리 막장이라도 결국엔 권선징악인데...이건뭐 최악의 시나리오..진짜 막장 작가 등장

    • 삘구 2012.11.21 21:03 신고

      늘 느끼는거지만 남자작가든 여자작가든 남여관계에서 동성의 연애라인은 항상 정신적으로 추접한것같아요 머 이런거죠 남자작가의경우 (사극/정치극) 남주는 결혼할여자 애인용여자 따로있고 이유는 머 항상 부모의 강력의사반영 또는 두여자 다 착하고 이쁜데 떡주무르듯 여자작가는 좀더함 기본 삼남을 세다리 걸치는게 기본 지가 다 꼬리쳐놓고(안기고 애교부리고) 글고나서 니가 나 좋아하는거 몰랐음 이드립 헐 암튼 티비에 나오는 저 남여들보면 정신적 창남창녀같음 아니지 창남창녀는 돈이라도 받고 관계라도 정리하지

    • 삘구 2012.11.21 21:07 신고

      아 빼먹은거 근데 웃긴건 지들이 쓴 주인공들이 양다리삼다리 걸쳐 욕옫어먹게하는건 싫었는지 상대쪽을 영혼까지 팔아먹을기세로 달려드는 싸이코로 만듬 그리고 둘다 엄친아 싸이코임에도 난 이사람을선택했다는 뉘앙스는 꼭 풍김

    • realrosty 2012.11.23 20:14 신고

      제 마음과 똑같은 포스팅~

    • 작가도 방송국도 또라이 2012.11.24 21:24 신고

      오스트가 좋아서 드라마도 볼까했는데 구역질이 나는 내용이군요. 바람피우는 중년남자가 작가든지 아님 방송국 고위층에 있나보죠? 리뷰 볼수록 더 분통터져요.

     

    한때 여성 취향의 케이블 채널에서 24시간 방영됐던 영국 혹은 미국의 수많은 리얼리티쇼들. 그중 일반인 참가자의 패션, 포즈, 연기, 가창력 등 "경쟁"을 테마로 내보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 있었다. 지나친 승부 욕심에 거짓말로 상대 참가자를 배신하기도 하고 협동심은 기대하기도 어려워 사고만 쳐서 팀원의 점수를 깎아내리고 소위 비치라고 불리는 리얼리티 쇼의 악녀들은 소위 계산과 대본이 존재하지 않은 (과연?) 리얼리티 쇼의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시청자는 저런 소갈머리를 감당할 수 없다며 티비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퇴출 시키기를 원하지만 정작 따져보면 그녀가 불러일으키는 증오와 그녀가 만들어내는 분노가 프로그램을 이끄는 드라마이자 가장 극적인 장치이기도 했던 것이다. "쟤만 안 나와도 보겠다"고 외치는 티브이 속 비치들이 모두 화면에서 사라진다면 과연 리얼리티 쇼를 즐기는 재미가 여전히 쫀쫀할까?

     

    그래서 리얼리티 쇼에서는 역시나 국민이 모두 합심하여 욕을 할 수 있는 대상을 마련한다. 물론 엄연히 "리얼리티"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억지로 악녀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하지만 부풀리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악의 싹이 보이는 캐릭터가 나타나면 부랴부랴 그녀의 성격 중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해서 시청자를 향해 "이 친구가 올해의 비치로 선정되었습니다"라는 대대적인 홍보를 해대기 시작한다. 스타 탄생보다 더 기대되는 다 같이 욕할 수 있는 잔인한 재미. 이것을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부채질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 하는 슈퍼스타K일 것이다.

     

    슈퍼스타 K가 매년 올해의 비치를 선정하여 다 같이 욕하자고 들이대는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인데 미운 짓을 하는 참가자를 골라내어 나쁜 말도 다시 보자며 마구 리플레이 하고 혹여 흘릴지도 모를 부정적인 발언이나 민폐스러운 행동이 나오기라도 하면 출연자의 안위를 걱정하여 잘라내 주기는커녕 혹여 놓칠세라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시청자에게 들려주기 바쁘다. 그렇게 완성되는 혐오의 과정이란 실로 대단할 지경이어서 한 몇 년 뒤에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분개했던 일이 부끄럽게까지 느껴지는 수준인 것이다.

     

    그에 비해 다소 투박한 손길에 그리 세련된 편집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SBS 예능 고유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케이팝스타는 이렇듯 일반인을 동요하여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에 맞추어 시청자를 분개하거나 응원하게 하는 능력은 무언가 부족하다. 좋게 말하면 얕은 꼼수가 느껴지지 않아 꽤 정직한 리얼리티라는 생각 또한 들지만 아무래도 프로그램의 극적인 장치나 기승전결이 그리 확고하지 않아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카타르시스는 다소 부족하다 느껴지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리얼리티 특유의 맛이 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런 K팝스타의 감성을 구원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믿기 어렵겠지만 JYP 대표 박진영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심사위원 박진영을 표현하는 이미지는 그야말로 오버의 극치이다. 좀 마음에 든다 싶은 참가자나 무대가 있으면 두 눈이 글썽글썽해서 아이 같은 얼굴로 무대를 보고 울 것 같은 눈으로 손뼉을 치거나 심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모션을 취해 띠동갑뻘인 동료 심사위원 보아의 비웃음을 받기도 하고 늘어놓는 심사평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현란한 미사여구에 박진영 특유의 개똥철학까지 첨부되어 주저리주저리 늘어지기 시작하면 시청자는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며 박진영의 심사평을 평가하고 나섰다.

     

    대세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어쩌면 눈치가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박진영의 고집 또한 문제라면 문제였다.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무대를 그는 단호히 거절하고 나섰는데 그 거절의 이유 또한 역시 몽상가 박진영 특유의 꿈 꾸는 듯한 소리들 뿐이라서 논리를 원하는 시청자를 설득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타 방송사의 김태원의 심사평이 최근 들어서 심사를 하지 않고 명언을 만드는데 치중해 있다는 비평이 들리곤 하는데 박진영은 이것을 품은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박진영은 논리라고 생각하지만 시청자에겐 비논리나 다름없는 전문가의 오만까지 곁들어 있어 그가 내뱉는 말은 모두 허세요 개똥철학이라는 단정을 하게 했던 셈이다.

     

    이런 증오들이 선입견이 되어버려 그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한다고 할지라도 시청자의 반기를 들게 하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그 감정은 혐오의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해져 버려 케이팝스타에서 박진영은 잃은 것만 있지 얻은 것은 없다며 그가 시즌2에 다시 도전하는 것을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뭐 박진영이라는 인물이 워낙 대중들에게 호감의 영역에 서 있는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호불호라고는 말할 수 있는 나름의 인정을 받았던 뮤지션 아니었는가. 하지만 K팝스타 이후 박진영은 '호불호가 큰 연예인'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그저 불호 밖에 남지 않은 연예인이 되어버렸던 셈이다.

     

     

     

    그래서 나는 시즌2에 단호히 다시 출연한 그가 놀라우면서도 한편 안쓰럽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조금은 대중의 눈치를 보고 대세를 읽는 흐름을 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사랑받고 싶고 이 프로그램으로 무언가 이익을 도모하고 싶은 연예인의 처지가 아닌가. 잃은 것밖에 없다는 평을 들은 시즌1의 악몽을 기억한다면 적어도 시즌2에서는 좀 눈치도 보고 입도 사리고 몸도 사리는 박진영답지 않은 모습으로 시청자의 눈치를 살필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안무예요. 아니면 그냥 프리스타일이에요?" -그냥 프리스타일이에요. 비트에 맞추어 또각또각한 동작을 제법 느낌 있게 잘 묘사하는 11세 소녀의 절도 있는 춤이 계산된 안무가 아닌 그저 감성으로 나오는 프리스타일이라는 말을 듣고 양현석이 감탄하려 할 때 박진영은 불쑥 끼어들어 "하아"라고 큰 한숨을 쉬었다. 순간, 저 양반 또 뭔 소리를 하려나 라는 내리깐 눈으로 박진영을 바라보는 보아의 눈길이라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박진영은 11세 소녀에게 90도 인사를 하며 감동을 표현한다.

     

     

     

    "제가 요즘에 봤던 어린 친구들 중에 춤을 제일 잘 췄어요." 역시 감탄한 양현석의 평이 이어지자 박진영은 조금 전에 보여준 태도와는 달리 "저는. 현석이 형과 생각이 다릅니다."라는 산통 깨는 서두로 시청자의 가슴을 덜컹하게 했는데 이후 이어진 "형은 요즘 본 어린아이 중에서 가장 잘 췄다고 하는데 저는 어린아이, 어른 합쳐서." 라는 농담으로 극적인 반전을 연출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 정말 박진영은 일부러 계산해서가 아니라 정말 타고난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저는 어린아이, 어른 합쳐서"라는 말을 던지고 잠시 감정에 도취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황홀한 그의 얼굴이 이어지고 침묵을 지키더니 "그냥 형이에요. 형."으로 감탄의 끝을 맺는 그를 보며 정말, K팝스타의 제작진은 박진영에게 90도 인사로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작진이 채우지 못하는 프로그램의 극적인 반전과 드라마를 박진영 혼자서 메꾸어내고 있었던 셈이다.

     

     

    "저 춤추는 거 속에서요. 현석이 형 모습도 잠깐 보였다가요. 현석이 형이 원래 저런 춤 굉장히 잘 추시거든요. 근데 또 현석이 형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 보아 양 모습도 좀 보이고요. 또 어떤 부분에선 제 춤 같은 모습도 보이고요. 박자 타는 것도 그냥 빠르게 타고 싶으면 빠르게 타고 늦게 타고 싶으면 늦게 타고 그렇다고 선이 흐트러지길 합니까. 약점이 뭔지 모르겠어요."

     

     

     

    물론 오버에 파묻힌 그의 과장된 행동들은 단순히 허세라고만 느껴지는 개똥철학에 불과하다는 얕은 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지는 그의 말은 양현석의 묵직하고 진중한 평 이상의 통찰력과 전문성이 느껴졌다. 그것은 박진영만이 표현할 수 있는 허세로 연출된 그의 진심이었다. "저는 국가에서 보호해줘야 할 아이가 아닌가."라는 박진영의 말은 잭슨 파이브의 마이클 잭슨의 오디션을 본다 해도 이 정도의 표현은 과장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 목소리 끝에 덜덜 떨리는 그의 감격만큼은 그것이 계산된 연출이 아닌 지나치게 감정이 풍부한 사람에게 나오는 특유의 감수성이 아닌가 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적어도 그 파급력만큼은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면서도 상대방을 띄워 주고 부각시키는 배려가 되어주었던 셈이다.

     

     

     

    K팝스타를 보는 내내 박진영의 오버 미사여구는 계속되었다. 싸이의 챔피언을 허를 찌르는 스타일로 재편곡해낸 여고생 최예근의 작곡 실력을 두고 글썽글썽한 눈으로 절절하게 오밀조밀한 디테일로 있는 힘껏 칭찬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역시 건반을 들고 나타난 다소 평이해 보이는 첫인상의 참가자 윤주석을 두고 노래도 듣기 전에 울 것 같은 얼굴로 "아.. 느낌 있어. 보아야. 느낌 왔어." 하고 속삭이는데 양현석과 보아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진짜?" 하는 심드렁한 얼굴로 박진영의 오버를 탐탁지 않아 했다.

     

     

     

    하지만 노래가 시작되고 박진영의 말 그대로 건성으로 악기를 연주하고 느긋하게 노래를 부르는 그의 여유는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 신선한 이미지 그대로 심사위원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깜짝 놀란 보아와 양현석이 어떻게 첫인상만 보고 그의 실력을 눈치챌 수 있었냐는 한마디에 박진영은 또 엉뚱한 소리를 하는데 "왜냐면 소울 건반 치시는 분들의 어깨가 이렇게 떨어져 있어요. 항상!" 신통방통하게 박진영을 바라보던 기대의 눈초리가 순식간에 폭소로 변해버렸다. "오빠 정말 별걸 다 본다. 진짜!"

     

     

     

    같은 심사위원들에게 애정 섞인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박진영은 그만의 오버 화법을 멈추지 않았다. 이후 개인 인터뷰에서 "제가 K팝스타 시즌 1 때 오해를 산 말들이 굉장히 많아요."라는 박진영의 말을 들으며 엇. 후회하는 건가. 아니면 오해를 풀려는 건가 싶었는데 그는 후회를 하지도 변명을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노래를 대충 불러라. 성의있게 부르지 마라. 아니 오디션 프로그램 나온 친구들한테 무슨 말이야? 몸에 힘을 빼고 불러라. 특히 고음을 낼 때 몸의 힘을 빼고 불러라. 긴장감을 만들어라. 이런 제 모든 말이... 사람이 돼서 나타났어요!" 라고 오히려 내 말은 진짜였다고 확신하며 방긋 웃는데 정말 저 자신감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싶으면서도 새삼 고마웠다. 그가 기죽지 않아준 것에 대해. 그가 반성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가 후회하지 않는 것에 대해.

     

     

     

     

    최예근을 평가하는 박진영과 양현석의 극찬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보면 두 사람의 상반된 칭찬 스타일을 잘 알 수 있다. 양현석은 그녀를 두고 '내가 본 참가자 중 TOP3에 든다'는 극찬을 하면서도 그리 미끌미끌하지 않은 절제된 화법으로 진중함을 지켰지만 박진영은 그야말로 온몸으로 칭찬을 표현한다 싶을 만큼 거의 울면서 감동을 표현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격양된 입가를 폈다 오무렸다 심지어 파르르 떨리기까지 하는 그의 입매에 나는 순간 박진영이 우는 줄 알았다.

     

     

    양현석의 절제된 칭찬과 비평은 신뢰를 준다. 그의 이런 정도를 지키는 차분함은 프로그램의 신뢰를 올려주는 데 있어 필요한 가치이지만 또 한편으로 박진영의 온 성의를 다해 내 몸 내 던지는 기죽지 않은 오버 화법은 쇼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극적인 드라마다. 또 이번 시즌에서는 박진영이 얼마나 비난을 받을 것인지. 그 비난의 파도에 나도 한 표 던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꼭 필요한 극적 장치라는 사실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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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정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세예요.ㅋ~

    • 박진영 오바맞음ㅋ 2013.01.29 22:28 신고

      박진영 k팝스타에서 님말대로조금 오버하는거 사실임 ㅇㅇ 말씀 참잘하시네요 그리고 악동뮤지션이 다리꼬지마 부르는데 발가락부터성장판 닫히는그기분 에서도오바함. . . . 오바하게웃음...좀 고쳐야할듯?

     

     

     

    처음 런닝맨에 이승기가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기대했던 것은 오직 한가지였습니다. 오! 유느님과 승렐루야의 만남. 유재석과 이승기 두 거물과 거물이 만난다는 소식은 그간 들었던 그 어떤 만남 보다 감동적인 콜라보였습니다. 하지만 런닝맨 멤버들을 속여 보이겠다는 일념 하나에 문구점에서 택배 기사의 부품까지 빌려 완벽 무장을 했던 그가 등장 5분도 안 되어 아무런 긴장감도 없이 하하에게 잡혀버리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제가 기대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감동과 조우함에 기쁨을 주저할 수가 없었네요. 매주 이 시간이면 찾아왔던 바로 그 사람.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허술함이 있어 더 사랑스러웠던 그분의 매력. 허당 이승기의 마력을 정말 9개월여 만에 조우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이승기가 런닝맨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그 시작부터가 소란의 일색이었죠. 오랜만에 예능 출연을, 그것도 거의 보기 어려웠던 만남의 유재석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들뜨고 반가워하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같은 시간대에 '1박 2일'이 방영하고 있는데 원년 멤버였던 이승기가 상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은 배신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런닝맨을 보았느냐"는 하하의 질문에 넉살 좋게 웃으며 던진 이승기의 한마디는 이런 사사로운 생각마저도 한순간에 "재미"로 바꾸어버리더군요.

     

     

     

    "제가 홍길동의 마음을 이해했어요. 재미있어도 재밌다고 시원하고 말을 못해요." 그만큼 이승기는 런닝맨 내에서 어떠한 가식이나 허울, 그리고 복잡한 계산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근 일 년여 전만 해도 매주 일요일이면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우리가 사랑했던 막내 이승기의 모습이었죠. 그것을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절대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런닝맨 내에서 다시 마주한다는 것은 제겐 그저 고마운 일일 따름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예능인 이승기를 9개월 만에 마주치게 해줬던 반가움처럼 이승기 또한 이날의 런닝맨에서 거의 6년 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더군요. 무려 이승기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에 유재석과 강호동을 한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프로그램 엑스맨에서 어설픈 어셔라며 어서를 연기했던 그는 거의 비슷한 스탭진으로 포진되어있는 엑스맨 스탭과의 만남을 "영원히 못 만날 줄 알았어요"라는 순수한 얼굴로 회고합니다.

     

     

     

    "야, 너 진짜 허당 알겠다. 이제."

     

     

     

    6년 전의 쑥스러운 기억을 어제처럼 받아들이는 이승기는 비록 9개월이라는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때의 이승기와 지금의 이승기는 상대적인 입지도 그가 연예계에서 상징하는 의미도 많이 달라졌지만 이승기 그가 가지고 있었던 긍정적인 면은 여전히 흐려지지 않고 그대로였습니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그는 다소 어린애 장난처럼 구성된 유치한 런닝맨 게임에 대해서도 조금도 주저함 없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무려 초반 게임의 몸풀이로 잠깐 시도하는 런닝맨 멤버들을 속이는 미션에서 스탭의 외투를 바꿔입기도 하고 문구점에 들러 싹싹한 태도로 헬멧과 상자 심지어는 택배 상자임을 위장하기 위해 택배 용지까지 빌리는 치밀함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이승기를 감탄을 넘어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렇게 완벽 무장을 하고서도 단 몇 분 만에 존재를 들켜버리는 허술함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그의 독특한 스타일은 시종일관 런닝맨 내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어 흐뭇한 웃음이 터지게 했죠. 적극적이긴 또 어찌나 적극적인지 게임을 할 때마다 체면 불사하고 뛰어드는데 그 결과는 항상 좋지 않았어요. 아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만만하게 도전한 테니스체 넘기기에 시도하자마자 몸이 끼어 "어. 어."하고 곤란해하는데 급기야 유재석은 웃음이 터져 몇 번씩이나 승기야, 너 그거 왜 잘한다고 한 거야? 라고 질문을 던지더군요.

     

     

     

    "죄송해요. 아. 게임에서 제 전략이 맞은 적이 별로 없거든요. 오늘 와가지고 뭔가 브레인의 역할을 해보려고 그랬는데." 전략이 실패해서 미안하고 쑥스러운 마음에 유재석을 붙잡고 미안함을 토로하던 이승기는 "허당은 허당이야."라는 유재석의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그와 악수를 나누고는 곧이어 "그래도 제가 말할 때는 혹하셨죠?"라며 눈빛을 반짝입니다. 광수와 재석이 그래 그렇다고 호응을 해주자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우쭐해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게임이 바뀌고 룰이 바뀌었음에도 이승기의 허당 마력은 이로써 멈추어지진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자물쇠가 없는 캐비닛에 들어있는 물총을 보고 문을 열지 못하여 낑낑대는데 그냥 열어보면 될 것을 문 앞에 붙어있는 제품모델명을 보고 "200원 넣으라는데요?"라고 엉뚱한 소리를 해서 제작진마저 웃음을 터뜨리게 하더니 그냥 슥하고 열리는 문을 붙잡고 5분이 가까운 씨름을 합니다. 제작진은 이런 이승기를 두고 "소문대로(?) 말 많고 엉성한 승기 청년"이라고 표현하는데 타 방송사에서 동 시간대 작품을 했던 허당 이승기의 캐릭터를 "소문"이라 표현하는 깜찍한 런닝맨 제작진의 조심스러운 표현도 귀엽기 그지없더군요.

     

     

     

    이런 이승기가 그가 잘 쓸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또 그와 어울리는 독특한 물총 장비를 득템하여 능력자 김종국을 비롯 에이스 송지효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김종국의 기세에 밀려 물총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는데 그 일촉즉발의 위급한 상황에서도 펌프질을 하며 장비를 충전하는 이승기의 천진한 모습에 자막마저 그에게 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제작진은 이 장면을 자막으로 표현하며 얼마나 웃음이 터졌을까요. 이후 어찌어찌하여 광수형의 도움으로 김종국을 저지하긴 했는데 쏴버린 물총을 쏠줄만 알았지 멈추게 하는 방법은 몰라 "어...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며 그대로 물줄기를 내버려두고 동동거리는 이승기의 모습은 참!

     

     

     

    팀장인 유재석을 붙잡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굉장히 많이 쏟아내는데 막상 게임 내에서 시도하면 전혀 효율성이 떨어지는 내용들 뿐이라 당황하는 얼굴이 완벽의 동의어인 이승기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또 무척이나 어울리는 그리운 얼굴 같아서 어쩌면 1박 2일과 런닝맨이라는 다소 긴장된 이 '적과의 동침'은 조금의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서서 하고 가장 적극적인 자세로 뛰어들면서도 또 한편으로 겁은 어찌나 많은지 어설픈 광수의 장난에도 바로 넘어가 신호도 안 떨어졌는데 혼자서 물총을 쏴대지 않나 같은 팀인 유재석이 장난으로 물총을 쏘는 척을 하자 겁이 나서 뒤로 물러서는데 그 모습에 유재석마저 웃음이 터져 그의 입에서 런닝맨 안의 1박 2일을 떠올리게 하는 한마디를 꺼내더군요. "야, 너 진짜 허당인거 알겠다. 이제."

     

     

     

    사실 이날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조금의 권위의식이나 얄팍한 스타파워의 알력을 휘두르지 않는 이승기의 허울 없는 친근한 태도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1박 2일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그리운 행동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승기의 계산 없는 자연스런 행동들이었습니다. 제대로 옷을 입을 줄 몰라 광수와 유재석이 챙겨주게 하는 은근히 어설픈 그의 모습들을 부러 포장하려 들지 않고 그대로 내보이는 것은 물론 지하철의 도착 신호를 보고 이제 2구간 남았다는 광수의 말에 깜짝 놀란 목소리로 "2정거장 남은지 어떻게 알아요?!"라고 무척이나 신기해하는 얼굴을 보여 광수의 폭소를 터뜨리지 않나.

     

     

     

    제가 좋아했던 이승기 특유의 형들을 향한 존경심 넘치는 그의 극존칭도 9개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다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광수에게도 극존칭을 쓰는 이승기가 마치 1박 2일 형들에게 그러했듯이 유재석에게 그러셨어요 이러셨어요 하는 존대어를 쓰는 것이 무척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9개월이 지난 지금 이승기는 이런 천진하고 친근한 귀여움 이상의 배려가 더해졌는데 이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있어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장난스레 이승기를 더 챙기는 유재석 때문에 기존 멤버 광수가 토라져 있자 서글서글한 미소를 흘리며 광수를 배려하는 말을 하고 계속해서 뒷자리에 있는 광수를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던 그는 이동하는 차량에서 자신이 앞좌석에 탔던 것이 미안했던지 차가 도착하자마자 뛰어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고 광수를 에스코트하는 배려를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따뜻하던지 작은 감동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덧붙여 영화 007 스카이폴을 어레인지한 이번 런닝맨에서 유독 빛났던 편집팀의 발전된 발군의 실력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워터 스나이프라는 부제를 빌어 전체 미션을 모두 물총 사격과 플라잉체어, 물총 싸움으로 구성한 센스하며 역시 국내 예능프로그램 중 최고의 음악 선곡 센스를 보유한 런닝맨 음향팀이 플라잉체어 게임에서 실수하여 뒤로 날아가는 유재석, 이승기, 광수의 슬로우모션을 화제가 된 스카이폴의 오프닝 음악 아델의 노래로 채우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웃다가 뒤로 넘어갈 뻔 했네요. (007 스카이폴의 또 하나의 주인공 M의 탁자 위에 놓인 영국 국기 붙은 불독 인형을 태극기로 감싼 백호로 바꾼 재치까지.)

     

     

     

    종국에게 혼날까 봐 잔뜩 힘이 빠져있는 광수에게 "그냥 하차해!"라는 무책임한 장난을 던지는 개리를 "하차요원 개리"라고 표현한 미워할 수 없는 자학성 자막과 그와 비교되는 김종국의 "(1박 2일에 출연 중인)내 친구는 매주 문자로 재밌다고 말해주는데."라는 말에 정확히 '차태현'이라 표현하지 않고 "누구?" 라는 자막으로 혹여 피해를 입을지도 모를 그를 보호해주는 배려 또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렇듯 진화하는 런닝맨과 그야말로 상상하지도 못했던 1박 2일과 런닝맨의 콜라보를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은 이승기의 천진함으로 체험해보게 되었던 시간은 그저 시청자로선 고마울 수밖에요. 이젠 다시 보기 어려울 것 같았던 1박 2일의 막내 허당 이승기의 마력을 다른 프로그램도 아닌 런닝맨에서 다시금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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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기 특유의 재치감이 그대로 전해지는편 이였던거 같습니다. 리뷰 잘 읽고 추천 누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

    • 제제 2012.11.20 09:55 신고

      사람들의 느낌은 참 비슷한 거 같네요..ㅎㅎ 여전히 신나하고, 또 여전히 열심히 하고, 여전히 허당스러운.. 아마도 천성이 그렇게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1박이후에 어떤 리얼버라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제대로 놀고 간 이승기 덕분에 제대로 즐거웠습니다..

     

     

    범죄에 손을 대지 않는 한 (심지어 손을 댄 몇몇 경우라 할지 어도) 딱히 불호에 가까운 연예인은 없는, 아니 오히려 남들이 싫다고 말하는 연예인을 홀로 좋아하는 마음에 괜스레 나의 취향을 뒤돌아보기도 했던 나조차도 조혜련은 그리 호감이 가는 연예인은 아니었다. 아니, 더 솔직해지자. 나는 그녀가 싫었었다. 이유 없는 미움이 존재할 리 없다고 나는 그렇게 치졸한 인간은 아니라며 조혜련이 싫은 이유를 빌어 소위 조혜련 망언록이라 떠돌아다니는 그녀의 말실수들과 특히 타국에서 보여준 매국에 가까운 행위가 그 원인이라 변명해보았으나 사실 그 불호의 근원을 돌이켜보면 내가 싫어했던 것은 조혜련이 아니라 조혜련의 다급한 에너지였다.

     

     

     

    "도대체 그녀는 왜 저렇게 조급한 걸까" "왜 잠시도 쉬지를 못하나" 생각해보면 그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마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친구 같은 조역의 비중을 가지고 예능 프로그램 화면 속 구석에 박혀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중심이 되어있는 그 잠깐을 잠시도 못 견뎌 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싶은 호들갑스러운 에너지를 느낄 때면 그 구석에는 언제나 조혜련이 점처럼 박혀있었다. 잠시도 쉬지 못하는 몸짓. 도대체 여백이라고는 없는 영원한 롱테이크 샷 같은 그녀의 빡빡한 삶이 나는 너무나 불편하고 싫었었다. 물론 한 사람을 이런 이유로 싫어한다는 것은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건진 힐링캠프의 중간 무렵에서 조혜련으로 꽉 찬 화면을 보며 나는 잠시 이 프로를 시청할까 말까를 고민하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끝까지 동참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적어도 초반까지는 편견과 미움으로 가득한 못난 인간의 습성처럼 무슨 꼬투리를 잡을까 하는 심드렁한 마음으로 그녀의 말을 들었으리라. 이혼과 이별 가족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툭툭 흘리는 그녀를 보면서도 나는 별다른 동정심을 갖지 못했다.

     

     

     

     

    이날 이경규는 수도 없이 "도대체 왜 쉬지 못하는 겁니까?" 따위의 질문들 던졌는데 20년에 가까운 친한 선후배 사이였던 그 자신도 물음표를 던지고 싶었을 만큼, 어쩌면 그것은 조혜련을 둘러싼 그 많은 불편한 덩어리들을 만들어낸 근원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사실 조혜련에게 일본에서 왜 그런 망언을 했는가. 왜 독도는 우리 땅을 히라가나 송의 멜로디로 사용했는가. 따위의 질문을 수백번 던지고 답을 들어본다할지언정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누구의 마음도 움직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조혜련이 이경규의 반복된 질문에 온 마음을 열어 진실을 토해낼 수 있을지는 나 또한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것은 바로 그녀 자신의 치부를 스스로 들추어내는 것이나 다름 없는, 개그맨이자 인간 조혜련의 근원 자체를 부정해서 되묻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힐링캠프의 마무리를 준비하며 그녀가 던진 이 한마디에 나는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읽힌 듯한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나. 왜 이런 불편한 에너지를 갖고 있나. 가정환경 때문인가? 외모 콤플렉스 때문인가?" 그녀는 정확히 그녀를 불호로 흐르게 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은 느닷없이 그녀의 가슴을 관통해 그녀 자신을 몹시나 방황하게 했다. 그것은 그 활발하고 긍정의 표상으로 살았던 그녀를 느닷없이 괴로움으로 물들여댔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지만 또 그만큼 실수가 잦고 세밀한 것은 들여다보지 못했던 그녀가 36살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던 나 자신의 가장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부분. 그 어둠과 마주한 조혜련은 서른 여섯 살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증오했다.

     

     

     

    "나는 콤플렉스 덩어리였다"

     

     

     

    대머리 가발을 뒤집어쓰고 맨몸처럼 보이는 전신 타이즈를 입은 채 몸을 굽히고 야수처럼 뛰어다니는 '골룸'을 조혜련이 처음 보여줬을 때 그의 남편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조혜련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였다고 했었다. 나의 아내가 도무지 여자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경규는 '외모 콤플렉스'가 심각했다던 그녀가 어떻게 이런 분장을 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처음 방송국 복도에서 골룸 분장을 하고 있는 조혜련을 보고 "참 슬프더라고" 라는 한마디로 온 감정을 회상했다. 그의 한마디만으로도 여성성을 버린 조혜련이 타인, 특히 이성에게 어떠한 눈길로 비추어졌는가는 미리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힘든 시기에도 중국에 가가지고 쉬지 않고 책을 보고 정말 대단합니다. 그쵸. 아니 좀. 적당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녀 자신이나 지인들도 몇 번이나 되뇌었듯이 차라리 조혜련은 남자로 태어났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힐링캠프를 보면서도 했던 나였다. 저렇게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워커홀릭의 그녀가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났다면 오히려 비호감의 조혜련이 아니라 한 시대를 긋고도 남았을 획기적인 인물이 될 수 있지도 않았을까. 하지만 힐링캠프에서 그녀가 토해내듯 털어놓은 진심은 나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따위가 아니었다.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고 여성으로서 존중받고 싶었다. 외모 컴플렉스와 여성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비극이 부른 상처는 그녀의 마음을 수차례 갈라지게 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플렉스 투성이여서 원래 태어났을 때부터 잘못 태어났죠."

     

     

     

    태어난 것 자체가 콤플렉스 라니. 이렇게 슬픈 말이 또 있을까마는. 조혜련은 아들을 고대하는 남아선호사상이 깊이 뿌리 박힌 집에서 네 명의 딸이 줄줄이 태어나고 부모님 스스로도 "이것이 마지노선"이라며 이번만큼은 아들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태교를 받은 여자아이의 심벌을 달고선 태어나서는 안 되는 환경을 갖고 태어났다고 했다. 어머니는 조혜련을 사내아이라 생각하며 사내아이에게 들려주는 기도와 소망을 담아 속삭이고 태교를 했다.

     

     

     

    "엄마가 태교나 여러 가지 것들을 아들로 했기 때문에 성격도 아들이고 목소리도 아들이고 근육도 아들이고 머리통 크기도 대장이고.. 막 이런 데 본성은 여잔 거죠. 막 이게 언발런스죠. 그 안에서 부모님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조혜련이 열 달간 들었던 그 모든 말은 사내아이 조혜련을 향한 것이었지 계집아이 조혜련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태어난 후에도 충격에 휩싸인 부모님은 아예 조혜련의 여성성을 부정하고 그녀를 사내아이처럼 길렀다고 하니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을 거부당한 조혜련이 이렇듯 깊은 콤플렉스를 뿌리 박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 조혜련의 그 불편하리만큼 지나친 에너지는 그녀 자신이 조혜련으로서 사랑 받고 싶은 갈망이 불러낸 비극이자 기적이었던 셈이다.

     

     

     

     

    여걸파이브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경실과 정선희 등 조혜련 이상으로 야단법석인 여자 개그맨들 틈바구니에서도 조혜련은 역시나 가장 불편한 캐릭터를 맡았었다. 잘생긴 남자만 나오면 침을 흘리고 자존심도 없이 구애하는 푼수 덩어리. 나는 왜 그것을 정말 조혜련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잘생긴 남자 연예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나 보다. 프로그램을 재밌게 하기 위해 각자 주어진 역할에 조혜련은 이런 부류의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극성 아줌마 컨셉을 맡았을 뿐이었는데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조혜련의 에너지를 심지어 같은 업계의 연예인들 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개그로 사양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질색하고 그녀를 거부하며 밀어내는 남자 연예인들의 거부 반응을 느낄 때마다 어색하게 웃던 조혜련의 그 미소를 나는 왜 상처라 되새겨보지 않았던 것일까. 녹화가 끝나면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고 그것은 깊은 외모 콤플렉스가 되어 지금까지도 조혜련을 괴롭힌 상처로 남아있었다.

     

     

     

    이혼 이후 갈 곳 없는 몸을 숨기기 위해 선택한 중국행에서 그녀는 단 한 명의 한국인도 살고 있지 않은 곳을 선택하여 처음으로 진정한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조혜련 인생에 처음으로 찍어보는 인생의 쉼표였다. 쉬는 동안 책에 파묻혀 있었다는 그녀는 주로 노자와 장자 맹자와 같은 오래된 고서에 푹 빠져 있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인의 구절을 말해달라는 엠씨들의 부탁에 조혜련은 장자의 목소리를 택한다.

     

     

     

    "한 임금이 인생에 대해서 정말 알고 싶다. 그래서 진짜 행복이 뭔지 그걸 한마디로, 구절로 표현을 한다면 내가 다이아몬드를 주겠다. 많은 사람들이 글귀를 보내와요. 그중에 하나를 채택을 했죠. 그 글귀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쉼표 없이 살았던 롱테이크 인생의 그녀가 이제는 관망과 낙조를 이야기한다. 뜨거운 여름의 일광처럼 타오르는 에너지로 그 조금의 쉼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두리번대던 그녀가 이제는 한발 물러서서 동료들의 뒤를 바라보고 저녁 햇살의 미미하지만 기분 좋은 따뜻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명과 자만에 물든 연예인 조혜련의 인터뷰가 아니라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한 인간의 삶을 탄생부터 소멸까지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커다란 머리와 남자의 근육 왜 난 이렇게 태어났어...? 왜 난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예쁘지 못해...? 사마귀로 뒤덮인 손가락을 바라보며 되뇌었을 20대의 조혜련. 그 탄생부터 깊게 새겨져 있었던 콤플렉스의 아우라.. 조혜련의 에너지를 처음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그녀의 쉼표를 응원한다. 나는 이제 더이상 그녀를 싫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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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이 2013.02.08 03:37 신고

      언니랑 예전에 같이 불타는별들 했던 현이예요^^ 언니는 넘 멋지고 충분히 언니 인생에 충실한 한 사람 입니다 언니를 응원합니다.
      열정이란 삶에 꼭 필요한것이지만 참 우리를 힘들게도 하는군요... 그래도 끝까지 가보죠 뭐...
      언니화이팅... 예전 불별의 꼬마현이가 ... 참고로 언니 저는 주연남자역을 맡은 애랍니다^^
      언니 화이팅! 언니가 행복하길 바라는 한사람으로부터...

    "그날 엄마는 유난히 저에게 밥을 많이 줬어요."

     

    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전환점을 맞게 된 시기가 언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세살의 어느 날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날의 기억을 온전히 기억 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녀가 성년이 되어서도 그날의 일을 마치 어제의 일인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그것이 너무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녀는 열살이 되던해 한 노인을 소개 받았다. 엄마는 소녀에게 그 노인이 소녀의 남편이 될 사람이라 말했다. 그녀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소녀는 집을 뛰쳐나와 사막을 달려 외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런던에 거주한 소말리아 대사관의 가정부로 보내지게 된다. 소녀의 이름은 와리스 디리. 모든 이름에 의미가 들어있는 소말리아 명명의 규칙처럼 '사막의 꽃'이라는 어여쁜 이름을 가진 그녀였다. 그렇게 그녀는 겨우 소말리아를 벗어날 수 있었다.

     

    "너는 자르지 않았어?" 와리스는 자신이 살던 지역을 벗어난 다른 여자들이 자신과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여자는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 와리스의 안타까우리만큼 천진무구한 질문에 친구는 자신의 생식기를 보여주며 묻는다. "원래 이렇게 생긴 거야. 원래 모습 기억 안나니?" 와리스는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지금도 심장이 찢어지리만큼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었던, 엄마의 품에 안겨 한 노파의 손길에 생살을 꼬매는 지옥을 겪었던 세살의 내가 가여워서 우는 눈물이었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던 그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세계적인 슈퍼모델, 외리스 디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영화 <데저트 플라워>다. 언뜻 아프리카 사막의 유목민이었던 어린 소녀가 세계적인 슈퍼모델로 우뚝 서게 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아내었으리라 그리 달콤한 이야기를 상상하고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은 아마 적지 않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을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는 지구의 어느 곳에서 전통과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끔찍한 야만과 폭력. 그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그 어떤 폭력적인 영상물을 바라보는 충격 이상의 공포에 휩싸여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야 마는, 인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조차 않는 세계의 학대 받는 여성들. 그중에서도 세살짜리 소녀가 찢어질듯 울음을 터뜨리는 목소리를 차마 견딜 수 없어 함께 울어버리고야 말았던 '여성 할례'의 실체는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죄를 짓는 듯한 고통에 휩싸이게 했다.

     

    정글의 법칙은 우리가 접하지 못한 그리고 쉽게 접할 수도 없는 오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방송이다. 당연히 처음 목격하는 것에 대한 신선하고 때론 신비롭기까지한 고마운 간접 경험을 매회 이 장면에서 느끼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그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오지를 탐험하는 이들이 받을 위험과 충격은 매번 걱정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육체적인 상해를 입거나 목숨을 위협 당하는 상황에 놓인 그들을 걱정했던 기분 이상의 공포 섞인 우려가 들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면을 보는 나조차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걸러내지 않은 그 장면을 직접 목격했을 그들이 받을 정신적인 고통과 후유증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어. 난 내가 아파서 못 보겠어."

     

    이날 정글의 법칙은 한 아프리카 부족의 '할례 의식'을 내보냈다. 할례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세계 전역에 퍼져있었다는 이 관습은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여성 혹은 남성의 생식기 표피를 일부 잘라내는 일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이 흔히 통과 의례하게 된다는 포경수술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그 내막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제대로 된 전문 의료 시설도 갖추지 못한 것은 물론 불결한 환경에서 일괄 할례 의식을 치루게 되는 이들의 70퍼센트는 멈추지 않는 출혈로 인한 출혈과다와 패혈증으로 사망한다. 더 끔찍한 것은 그 어떤 마취의 과정도 겸하지 않은채 어린아이에게 감당하게 하는 고통과 정신적 충격이다. 마취제도 없이 극단적 고통을 겪으며 어린 아이의 생살을 잘라내는 극도의 정신적 충격은 심지어 사망으로까지 이르게할 정도라고 하니 그 고통이 어느정도인가는 경험하지 않아도 사뭇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 보고만 있어도 얼마나 아픈지 알 것 같아"

     

    바로 전회에서 예고했던 것처럼 샤카르바족은 '제부 축제'에 앞서 어린 소년들의 성인식을 치룬다. 그 과정을 겪고 나면 진정한 전사로 태어날 수 있다는 종교적 믿음 때문이다. 당연히 마취도 없고 전문적인 의료 시설이 갖추어졌을리도 없다. 어린아이라해도 눈물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이 고통에 익숙한 그들조차도 도저히 그 통증을 참아낼 수 없어 울음을 터뜨리는 소년 또한 적지 않았다.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없는 이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 되어 나갔지만 그것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고통을 교감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과 공포가 엄습해왔다. 여전사라 불리는 전혜빈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고통과 안전이 너무나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난 못 봐요. 진짜. 연필 깎다가 칼로 손만 살짝 베도 너무 그 느낌이 싫은데."

     

    제부 레이스를 준비한다며 염려하는 제작진의 만류를 뒤로 하고 달리는 마차의 마지막 위치에 자리를 잡아 서서갈 정도의 강심장을 가진 그녀였다. 남자 멤버들도 꺼려하는 독이 들었을지도 모를 생소한 모양의 과일을 낼름 입에 집어넣어보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벌레를 잡아채던 그녀가 처음으로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외면하는 모습이란 할례 의식 이상으로 직접적으로 그 장면을 체험한 사람의 고통을 짐작하게 하여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럼에도 이것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이 의무라는 얼굴로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버티고 선 전혜빈의 얼굴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물론 그것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던 것은 김병만이라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잘 보고 있는가 했더니 어느새 한쪽 구석에 물러앉아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김병만을 향해 피디는 "왜 도중에 나오셨어요?" 라고 고요히 물었는데 김병만은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이 때문에 1998년 9월 할례를 유엔난민지위협약이 규정하는 '박해'로 인정, 세계 각국이 망명허용의 근거로 받아들여 줄 것을 촉구했다. 또 젊은 여성의 90% 이상이 할례를 받던 케냐.이집트.세네갈이 1998년 할례를 금지하였고 스웨덴.미국은 할례당할 위험에 처한 여성의 자국망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인권단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1분당 4명의 어린 소녀들이 할례를 받고 있고 서구의 이민사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영국의 경우 지난 85년 할례금지 법안을 마련했는데도 매년 1만5천여명의 소녀가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금지했는데도 의식과 종교를 이유로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시사용어사전 2005 발췌

     

    사실 정글의 법칙에서 할례를 다룬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문화와 전통의 차이라며 포장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러웠다. 예상대로 그들은 할례를 그저 마취 없는 포경 수술 정도의 관점으로 다가서, 그리 비판적인 시각에 비추어 이 장면을 내보내지 않았지만 "어쩌면 달나라를 여행하게 될 먼 미래에도 이들은 꿋꿋이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가겠죠." 라는 나레이터 윤도현의 말과 반대의 주장을 하는 듯한 자막은 인상적이었다. 현대인의 복장을 드문드문 하고 있는 그들이 여전히 이런 야만적인 관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전통과 현대사이 그들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 라는 자막의 마무리는 고요한 여운을 남기게 했다.

     

    정글의 법칙에서 비추어진 샤칼라바족의 할례 의식은 남성 할례였고 그래서 이를 우리와 친숙한 포경 수술이라는 관점에서 다가갔기에 문제의식의 규모 또한 축소되었다. 마치 축제처럼 치루어진 분위기에서 자상하게 아이들을 달래주는 아빠들의 모습에 비추어 분위기 자체도 그리 잔혹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 그래서 팀원들 또한 이제 남자가 됐어! 라는 말로 아이들을 응원해줄수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야만의 극치인 여성의 할례였다면 아마 방송에 나갈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아프리카 전역에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이 할례의 유물을 가장 야만적으로 치부하게 되는 것은 바로 여성의 할례이다.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남아있는 이 할례 의식이 여성에게 향하게 되는 원인은 실상 여성의 생식기를 불결한 것으로 치부하여 억지로 순결을 지키게 하고 여성에게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치루어지는 여성 학대의 뿌리를 근간으로 지탱하는 야만의 극치다.

     

    여성의 생식기를 제거하고 심지어 그것을 이쑤시개 남짓한 구멍만 남겨두고 꼬매어둔다. 그것은 대체로 할아버지뻘의 노인에게 팔려간 첫날밤 풀 수 있다고 하는데 소변을 볼 수 있는 용도를 제외하고 생식기를 봉합하게 되는 이유는 강제적인 방법으로 여성에게 순결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끔찍한 야만의 어원은 "신에게 선택 받은 자" 라고 하니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정글의 법칙을 시청하며 때론 문명의 이기가 거의 닿지 않은 곳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만 남겨두고 살아보고 싶다는 허망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사회의 이기와 규칙에 지쳐있는 현대인에게 정글의 법칙이 보여주는 자연으로의 회귀는 바다를 그리워한다는 민달팽이의 노래처럼 사람이 기본적으로 추구해야할 무언가를 돌이켜보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명의 손길이 닿은 야만이 그리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정글의 법칙이 선사한 양면성으로 다시금 느끼게 했다. 그것이 비록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전통과 관습이랄지언정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고 최소한의 존엄성도 지켜지지 않는 야만으로 자리한다면 이미 전통의 범위를 벗어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악습일 뿐이다. 세살짜리 소녀를 울리는 일이 과연 간직해야할 전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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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분노가 치솟기 이전에 오히려 차분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왜 저랬을까?" 최근 당황스러우리만큼 무성의한 자막으로 시청자의 분노에 이어 네티즌의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엠비씨 뉴스 데스크의 자막 사건을 지켜보며 이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도대체 왜 저랬을까?" 너무 황당해서 화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웃기기만 했다.

     

    "이 얘기만 네 번째 하고있어" 아마 이날 박명수와 길을 데리고 게임의 룰을 설명해야 했던 정형돈의 답답함 또한 이에 못지않았을 것이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이후 무한도전의 주요 코너로 자리 잡게 된 추격전은 벌써 몇 년여를 거쳐 다양한 스타일로 진화를 이어오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무한도전 멤버들이 하나의 미션을 경쟁하며 해결하는 게임으로 이루어진 만큼 무엇보다 게임의 룰을 정확히 이해하고 고단수의 심리전으로 활발한 두뇌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자가 왕좌를 차지하게 된다.

     

     

     

    더불어 항시 비슷한 게임을 룰을 걸고 진행할 때마다 규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여 딴소리하는 박명수와 길이 하필 같은 팀으로 묶여 그래도 무한도전 내의 나름 '브레인'이라 불리는 정형돈과 합을 맞추게 되었으니 그의 고충이야 말해 무엇하리오. 이날 무한도전은 공동경비구역이라는 부제를 달고 두 팀의 진영을 나누어 서로 상대방의 진지를 점령하는 게임을 진행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다소 복잡하고 세심한 룰을 갖고 있는 무한도전의 게임 가운데서도 이번 회차는 유독 까다로운 편이었다. 덕분에 정형돈은 나누어진 팀의 전략을 마련하기 이전에 일단 게임의 규칙을 팀원들에게 설명해줘야만 했는데 박명수와 길은 같은 설명을 몇 번이나 반복해도 도대체 뭘 들었지? 하는 순진한 표정을 지어 보여 정형돈을 미치게 했다.

     

     

     

    "저희는 한 작전에 회의를 네 번씩 해야 됩니다."

     

    룰을 이해하지 못하니 엉뚱한 전략만 내놓는 답답한 길과 박명수를 두고 나중에는 화도 내지 못하고 웃음만 터뜨리는데 "이 얘기만 네 번째 하고 있어" 라고 끅끅 웃어버리는 정형돈의 황당한 폭소는 숙소 바깥까지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나중에는 깔깔깔깔 웃으면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저희는요. 한 작전에 설명을 네 번씩 해야 됩니다." 라는 정형돈의 말엔 그저 나 역시도 같이 웃어버렸다.

     

    - 지금 무슨 게임 하는가는 아시는 거죠?

    - 해님 달님

     

     

    이후 게임의 서막을 알리며 음산하게 깔린 어둠을 배경으로 같은 배경을 연상케 하는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배경음이 깔리는 데에는 정말, 소름이 쫙 돋을 만큼 편집자의 센스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 기대치만큼이나 폭소와 스릴을 적당히 섞어 만들어낸 무한도전 공동경비구역편은 어떻게 게스트 하나 없이 일곱 명의 기존 멤버들만으로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싶어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멤버들에게 주어진 각자의 캐릭터를 충실하게 이행하며 시청자에게 유머와 긴장감을 적절히 전달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능력이야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지만 나는 이것 이상으로 무한도전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휴식하고도 여전히 시청자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재확인하게 되었다. 바로 여전히 성장하며 진화하고 있는 무한도전의 미친 자막 센스이다.

     

     

     

    최근 들어 느끼게 된 것은 무한도전의 자막이 에피소드의 성격마다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아줌마들의 대반란이라는 컨셉을 담았던 저번 회차의 "언니의 유혹"편에서는 핑크를 애정 한다는 유제니의 센스만큼이나 화면 가득 채워진 분홍색과 꽃다발의 향연이 일품이었다. 자막에 사용된 이미지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었고 폰트마저도 분홍색으로 가득 채운 여성성을 돋보이게 하여 이날의 에피소드가 더욱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저번 주에서 '여자'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주에서는 평균 40대에 가까워오는 중년(청-중년이라고 해두자) 남자를 중심으로 내세웠다. '남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바로 군대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저번 주와는 확 달라진 변신으로 세심하면서도 과감한 도전을 매회 내세워 시청자를 질리지 않게 하는 무한도전의 센스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아군과 적군으로 팀을 나누어 서로의 진지를 점령하는 내용에 핑크를 연발할 수는 없는 일. 자막에 사용되는 폰트의 크기는 물론 색 구성이나 효과마저도 전쟁이라는 소재에 딱 어울리는 디자인을 뽑아낸 이날의 무한도전은 어떻게 매회 저리도 공을 들여 서로 다른 개성을 추구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뭉클한 감동이 생겨 1초 내외로 사라지는 이 자막들을 그저 스쳐 보내기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터지게 만들었던 부분은 예능을 이끌어가는 가운데서도 역시 한주의 이슈화된 사회 문제를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디스' 하는 무한도전만의 즐거운 지적 때문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런 부류의 두뇌 싸움이 필요한 게임에서 언제나 약자의 위치일 수밖에 없는 길과 박명수는 하필이면 같은 팀으로 묶여 유재석이 토끼눈을 뜬 채 "청팀. 정말 괜찮아요?" 라는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우리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사람들이에요." 라는 정형돈에 이어 "저는 거의 보통 인간의 뇌의 반 정도밖에 안 돼요." 라는 길의 자학적인 농담, 그것을 받아치는 정형돈은 "우리는 아메바, 짚신벌레, 유글레나예요!" 라고 농을 던졌는데 순간 그 위에 깔린 자막을 보고 나는 마시던 물을 뿜을 수밖에 없었다. 아, 이것은 한 주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정말 아메바, 짚신벌레, 유글레나 수준의 지성을 의심케 했던 MBC뉴스데스크의 자막이 아니었던가.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코멘트를 담은 영상을 찍어온 뉴덱팀은 그들의 사전정보를 입수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개그라도 치고 싶었던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일반인의 인터뷰를 담은 화면에서 그들을 소개하는 자막을 "할머니" "할아버지" 심지어 "환자" 라는 웃을 수도 없는 황당한 그림으로 내보냈다. 엠비씨 뉴스데스크는 인터뷰 대상의 신분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다는 변을 늘어놓았으나 최근 십여 년 이래 이토록 당혹스러워서 웃을 수도 없는 자막을 그것도 뉴스 프로그램에서 마주하기란 처음이었던 것이다.

     

     

    최악의 자막 센스를 보여주었던 엠비씨 뉴스데스크를 역시 같은 방송사의 무한도전이 최고의 자막 센스로 디스해주었다. 이것보다 통쾌한 반전이 또 있을까. 심지어 자막을 포장한 레이아웃마저도 이날 엠비씨 뉴스데스크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무한도전의 센스! 그리고 하나의 컷에서 농담으로 던진 출연자의 한마디를 당시 지성을 의심하며 자신들을 단세포 동물이라 묘사한 그 상황을 그대로 어처구니없었던 뉴스데스크의 실수로 풍자하면서 연속 선상으로 그들의 지성 또한 되풀이하여 두 번 디스하는 무한도전 자막팀의 숨겨진 반전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무한도전의 메시지를 지나치게 과장 확대해석하여 소설을 쓰는 행위를 자제하자고 말하면서도 이날 무한도전의 메시지는 순간 스쳐 지나간 어떤 생각에 폭소를 멈추게 했다. 또 한편으로 선거인단을 개개인으로 드러내지 않고 얼버무리는 권력자의 구도가 또한 우리를 단세포 동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순간 웃음이 멎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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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스케4, 조작 아닌 조작 방송. 역대 최악이라 평가 받는 이유

     

    크립을 열창하는 로이킴과 정준영. 이후 방글방글 웃으며 탈락한 홍대광과 딕펑스, 로이킴, 정준영만 남은 파이널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슈퍼스타K 제작진은 '딕펑스'가 떨어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겠구나. 그리고 언제나 슈스케의 여름만을 기다렸던 제가 슈퍼스타K4에게만 정이 가지 않았던 이유를 사뭇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슈퍼스타K4는 적어도 오랜 슈스케 팬이었던 제게 무척이나 낯선 오디션이기 때문입니다.

     

    슈퍼스타K는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신의 손의 경지에 가까운 놀라운 편집 실력으로 많은 매니아를 보유하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이 기막힌 편집빨이 슈퍼스타K의 조작 논란을 부추기고 있지요. 매번 터져 나왔던 조작 논란은 이번 슈스케4에도 그치지 않았고 제작진은 격하게 반박을 하며 결코 조작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저 역시 슈퍼스타K가 조작 방송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문자 투표와 온라인 투표를 비롯한 투표 성적으로 산출 되는 멤버들의 줄 세우기가 조작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면 슈스케 최고의 유망주였던 유승우가 탈락하는 일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슈퍼스타K에서 무언가 불편한 조작의 냄새를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적어도 슈퍼스타 K 자신이 스스로 조작을 하는 방송은 아닐지언정 대중이 직접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하는 대중의 심리를 조작하는 방송임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효리였던가요. 어떤 심사위원이 말했던 것처럼 슈퍼스타K에서 필요로 하는 생존의 힘은 '가창력'이 아닌 '캐릭터'임은 이미 몇 차례를 거쳐 방영된 슈퍼스타K에서 증명하고 있는 사례죠. "이제부터는 정말, 캐릭터 싸움이야." 시즌1은 처음이라 서툴렀고 추진해야 할 감을 잡지도 못했죠. 하지만 시즌2에서 슈퍼스타K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제작진은 찾아냈습니다. 가창력 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캐릭터이고 대본으로도 만들 수 없는 드라마를 시청자에게 선사하는 것. 그것이 지금 돌이켜보면 마치 꿈처럼 배치된 기적 같은 캐릭터, 슈퍼스타K2였습니다.

     

     

     

    불운한 과거를 안고 있는 평범한 얼굴의 허각과 그에 비해 영미권 교포 출신의 아메리칸 아이돌 참가자였다는 화려한 커리어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했던 존박의 파이널 라운드. 뻔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투표 싸움에서 승리를 차지한 허각의 반전은 심지어 그 이승철의 목소리마저 잠기게 하였습니다. 덧붙여 '곱등이'라 놀림 받던 강승윤이 그토록 떨어져라 떨어져라 외쳐대던 안티들 마저 입을 다물게 했던 최고의 무대 '본능적으로'를 남겨두고 탈락했던 사연과 슈퍼스타K 역사상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한 여성 참가자였던 장재인의 감성은 지금 돌이켜봐도 어떻게 저런 구성으로 멤버들이 뽑혀 나왔을까, 일부러 짜고 만들어도 저렇게 하지 못하지 라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만들 수 있는 최대치의 완벽한 캐릭터를 배치했던 전설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성공적인 전례는 이후 신의 손이라 불리는 편집 기술까지 더해져 자신감을 얻은 슈퍼스타K 제작진에게 앞으로의 나갈 방향을 제시해준 듯합니다.

     

     

     

     

    다행히도 시즌3의 참가자는 제작진이 부러 캐릭터를 만들어주지 않아도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성공적인 매리트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밴드로 구성된 팀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이미 그들의 실력이 따로 평가를 받지 않아도 프로의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을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버스커버스커는 감성과 자유를 선물했고 그것이 심사위원 윤종신의 견해 차이와 맞물려 굳이 꾸미지 않아도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울랄라세션은 이미 억지로 만들어도 그렇게 안될 사연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었습니다. 거기에 심지어 실력 마저 그럴듯했죠. 슈스케3의 제작진은 슈스케2와 마찬가지로 아주 수월하게 리얼리티를 지켜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슈퍼스타K4였죠. 이번의 참가자들은 슈퍼스타K2의 참가자들처럼 부러 만들지 않아도 그 자신이 사연이 되는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그들의 실력 또한 슈퍼스타K2와 비교하여 음악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결국 제작진은 그 어떤 때보다 깊게 그들의 드라마에 관여하여 보다 집착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냈습니다. 여자를 좋아하는 정준영. 천사표 로이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유승우. 홍대광의 인간 승리. 그리고 제2의 존박과 허각의 대립 구도를 꿈꾸는 로이킴과 정준영의 애와 증을 넘는 미묘한 라이벌 구도.

     

     

     

    물론 화면 위에서 비추어지는 그들의 캐릭터가 억지로 만들어진 가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슈퍼스타K는 그날의 일정을 지시하는 기본적인 지시문은 있다고 해도 참가자의 행동을 억지로 움직이게 하는 대본이 존재하지는 않는 방송일 것입니다. 우리가 '캐릭터'라 느끼는 그들의 이미지는 분명 그들이 직접 말하고 행동했을 그들 자신의 모습이겠죠. 하지만 제작진이 원하는 참가자의 이미지를 그 사람의 '인격'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은 무서운 방송의 힘입니다. 그것은 심지어 대중의 심리마저 교묘히 움직여서 원하는 배열로 스토리가 진행될 수 있게 참가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제작진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으면 그 사람을 집착적으로 따라다니며 원하는 이미지를 찍어내어 대중에게 내보낼 수 있는 권력자입니다. 슈퍼스타K4에서 이지혜는 희대의 비치로 대중의 융단 폭격을 맞았죠. 하지만 그 어린 여고생의 철없는 투정을 편집하기는커녕 오히려 몇 번이나 리플레이해서 내보내고 그것이 이지헤의 캐릭터이자 인격인 것처럼 시청자에게 주입시킨 것은 슈스케 제작진의 선택이었습니다. 다른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원하는 화면을 만들기 위해 조작을 하진 않겠지만 필요한 화면을 위해 멤버들이 가진 일부분의 인격을 전체의 인격인 것처럼 캐릭터화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슈퍼스타K에서 언제나 진행되어왔던 일이며 어느 정도 필요한 편집 기술이라 생각하지만 슈퍼스타K4가 역대 최악의 오디션이라 평가받는 이유는 오로지 작위적으로 연출되어 만들어진 캐릭터 싸움 이외의 그 어떤 감동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날 도대체 누가 참여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대국민 선곡으로 '한동안 뜸했었지'를 선곡 받은 로이킴은 퍼포먼스를 강조한 뮤지컬 같은 무대로 무대 매너를 중시해 어필했지만 윤건은 그의 무대를 한마디로 경로당 잔치를 보는 것 같다는 독설로 폄하했습니다. 순간 주눅이 들어 조용해진 로이킴 진영은 이윽고 "제 생각은 반대예요" 라는 이승철의 위로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뜨거워졌죠. 윤건의 이날 독설은 그답지 않은 도를 넘어선 발언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가 로이킴의 무대를 폄하했기에 팬들의 분노와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곧 투표로 이어진 로이킴 생명 연장의 꿈이 되어주었을지도. 그의 평은 독했지만 오히려 로이킴에게는 약이 되어주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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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혹 김병만을 두고 호칭하는 한국의 '베어그릴스'라는 이름의 영국인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베어그릴스 사망"이라는 섬뜩한 연관검색어가 뒤따라 올라온다. 물론 그는 아직까지 건재하게 생존중이지만 이런 연관 검색어가 그의 이름을 뒤따르는 이유중 하나는 많은이들이 그의 생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만큼 그는 인간이 발을 딛기 어려운 극한의 오지를 탐험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특수 상황에 (실제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보편적인 케이스가 인생을 살면서 한번이나 마주하게 될지는 의문이다만)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를 몸소 체험하는 세계 최고의 생존왕이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대체로 군용나이프와 부싯돌 정도가 전부이기에 그는 주어진 최소한의 생존 용품들로 살아 남을수 밖에 없다. 그는 낙타 한마리를 해체하여 몸을 숨기고 추위를 피하는 은신처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사막 한가운데에서 갈증을 해갈할 방법이 없을때 해체된 낙타의 내장속 물을 마시고 심지어 코끼리나 낙타와 같은 동물이 남긴 변을 짜내어 목을 축이는 궁극의 인내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악어의 척수를 끊는 방법으로 사투를 벌이고 네티즌에게 이미 혐오 벌레로 널리 알려진 곱등이를 식사로 즐기는 그의 모습을 볼때면 과연 인간이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때 살아남기 위해서 못할 일이 없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 사실 이 위대한 생존 드라마는 한 인간의 생존을 대리 체험하는 다큐멘터리라기 보다는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학습하는 교본용 테이프라고 보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다. 그는 일부러 극한의 상황에 처한 자신을 시험하여 본인이 기인임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설명하고 재연하는 영상을 만들어 내보이는 교육자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부러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베어그릴스 자신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화면을 통해 야생에서 죽은 얼룩말의 생고기를 뜯어먹는 장면을 재연해냈지만 삽시간에 고기가 부패하는 더위 아래서 고기를 날로 뜯어먹는다는 것은 살인 행위나 다를바 없다. 그것은 죽은 말의 모형 위에 스테이크를 얹어 뜯어먹는 장면을 연출해서 내보낸 재연 장면이다. 영상 속에서 대부분의 장면은 베어그릴스가 위험 부담을 껴안고 직접 재현해보이는 실사물이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극단적인 상황은 어쩔 수 없이 연출해서 내보내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사기극이라 말할 사람이 있을까?

     

     

     

    정글의 법칙을 두고 한국의 베어그릴스라 종종 말하곤 한다. 분명 주어진 최소한의 생존 용품들로 기본적인 의식주의 배려도 없이 스스로 사냥을 하여 식량을 해결하고 밤이슬을 피할 집을 만들고 불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 불을 발견하고 물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물을 퍼올리는 기적을 강행하는 그들에게 이런 호칭은 아깝지 않다. 새총 하나로 엉켜있는 나무 위의 뱀을 떨어뜨리고 폭발 직전의 불타오르는 화산덩어리를 탐험하며 독가오리와 사투를 벌이고 불빛 하나 없는 컴컴한 밤바다에 몸을 던지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더 리얼하게 해줘 하는 바람 이전에 시청자가 오히려 그들의 안전불감증을 염려해야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나는 베어그릴스와 정글의 법칙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이 이끌어가는 철학 자체가 다른 방송이라고 여겼다. 베어그릴스는 극한의 상황에서 홀로 남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극단적으로 시험해보이는 고독한 생존게임이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에서 중요시하는 철학은 인간은 결국 혼자 살 수 없다는 화합의 중요성이다. 분명 그들은 생존을 위협 당할 만한 고립된 오지에서 최소한의 생존 용품만을 가지고 극한의 상황을 생존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언제나 중요시 되었던 결말은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으며 홀로 남는다고 해도 그 생존에는 의미가 없다는 휴머니티한 메시지였다.

     

     

     

     

     

    그것은 사막에서 물을 퍼올렸던 김병만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다른이에게 역할을 강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할일을 묵묵히 찾아서하는 고독한 김병만이지만 결국 그의 원동력은 남은 부족원을 먹여 살리기 위한 책임감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생존 자체에는 별다른 의미도 없을 것 같은 고양이 손 같은 위치의 류담이라 해도 그가 김병만의 주변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고립된 김병만과 오지의 부족을 엮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며 홀로 남겨진 김병만에게 지속적인 응원을 보내어 그의 정신력을 사그라들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나무위의 코코넛 열매를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따내었던 김병만이지만 그것을 따내게 해주었던 계기도 그리고 그것을 마시는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계기도 결국 김병만 주변의 사람 때문이었다. 인간은 결코 홀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그 화합과 협력의 중요성을 나는 오히려 병만족의 생존에서 매번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정글의 법칙은 그동안 가져왔던 나의 이런 소소한 감동과 정글의 법칙이 이끌어왔던 철학을 우습게 생채기 내버리는 세번의 판단 착오를 했다. 그것은 나를 몹시나 실망 시키는 이른바 배반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첫번째. 언제나 우리를 감동시키는 여전사 전혜빈은 자신에게 주어진 여전사라는 타이틀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의무감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지경이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날카로운 뿔을 희번득대는 생소한 생물체인 '제부' 라는 소의 종류를 이 마을 사람들은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처음 다루는 정글의 법칙 멤버들이 편을 나누어 경쟁을 벌이는 제부 레이스라는 것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겨우 사흘 남짓한 짧막한 기간 동안 다른 여러가지의 일정이 섞여있는 그들은 무리하게 위험한 미션까지 추가시키는 부담스러운 진행을 강행했는데 이에 부담 없이 따라주는 전혜빈의 행동력은 고마울 지경이지만 제부의 뒤에 묶여있는 달구지를 위태위태하게 버티고 섰던 그녀가 결국 무너져 땅에 쳐박히는 모습은 그리 달가운 광경이 아니었다. 순간 촬영은 중단 되었고 모든 식구들이 전혜빈에게 달려와 그녀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겁이 많다고 생각했던 노우진이 달리는 제부 아래서 풀썩 뛰어내려 전혜빈에게 달려가는 모습은 감동적인 것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주변에서 조심하라고 일렀는데도 괜찮다고 위험한 포즈로 서있다 끝끝내 변을 당한 전혜빈의 무모한 행동력이 다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글의 법칙에서 전사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병만이나 리키김과 같은 숙련된 멤버들의 경우 분명 어떤 도전이건 꺼림칙하지 않고 받아드는 과감한 행동력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결코 무모한 도전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을 그리고 팀원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만한 위험성을 최소화하려는 사려깊은 조심성이 언제나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혜빈은 유일한 홍일점으로서의 기존 여성 멤버들과 달라야한다는 중압감 때문인 것인지 때론 도전이 안전을 뛰어넘는 순간이 종종 발휘된다. 더욱이 다른 멤버들이 몇번의 충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안전수칙을 무시한 행동을 보여주는 것은 그리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조금은 침착한 협동심이 필요한 단계라 보여진다.

     

     

     

    두번째. 안전수칙을 무시한 것은 전헤빈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제부 레이스라는 위험한 그리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게임을 단순히 화면의 흥미도를 올리기 위해 위험 요소를 추가한다는 사실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었는데 이후 세시가 넘은 시각에 몇키로 거리의 바다로 나가 생선을 잡게 내보낸 제작진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한 행동이었다. 이미 출발 시각 즈음에 낚시를 끝내고 돌아오는 배들이 보이는 순간에 도저히 낚시를 떠날 수 있는 시간대가 아니었음에도 현지인도 아닌 낯선 배경의 오지를 보트를 타고 나아가 바다를 건너기를 바라는 것은 처음부터 낙오가 되길 바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출발드림팀과 무한도전에서 각기 조정의 경험이 있었던 리키김과 진운이 강인한 체력으로 힘껏 노를 저어댔지만 시간은 해를 넘어서 이미 저녁으로 향해가고 있었고 도저히 더 노를 저어 사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리키김을 비롯한 스탭들 모두를 포함한 13명은 꼼짝없이 13인의 표류기를 하게 되었는데 돌발상황이 흥미진진하다는 생각에 앞서 이런 무모한 계획으로 위험 상황을 초래한 그들의 판단 착오가 아쉬울 뿐이었다. 우리야 편안히 티비로 이미 녹화된 영상을 시청하는 미래의 입장이니 안도하며 본다고 하더라도 촬영 당시만 해도 어떤 위험을 초래하게 될지 그들 자신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 아니었는가.

     

     

    일몰이 지고 사방이 캄캄해진 해변 한가운데 여자와 아이들만 남은 작은 마을에 당도한 그들은 병만팀이 남아서 걱정하게 될 그들의 안전을 어떻게 전달해야할지 고민한다. 무전 통신도 되지 않았고 최악의 상황에서 꺼내든 위성 전화마저 연결 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안전을 위해 함께 따라온 현지인들에게 쪽지를 쥐어주고 통신망으로 쓰기로 하는데 민폐도 이런 민폐가 있을까 싶어 화가 치밀었다. 또 다른 마을의 부족민들이나 정글의 법칙 제작진들 또한 인정한바 바람이 사방으로 몰아치고 파도까지 거센 이날의 날씨는 물고기조차 잡을 수 없는 열악하고 위험한 상태였었다. 그런데 해까지 떨어져버리고 사방이 캄캄해져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바다 위를 아무리 현지인이라고 할지언정 자신들의 연락처로 이용한다는 것은 도를 넘은 무례라고 느껴졌던 것이다. 부탁을 받아든 친절한 현지인들 또한 "갈수는 있지만 돌아올 수는 없다" 고 잘라 말한다.

     

     

     

    정글의 법칙에서 그 어떤 열악한 상황에서도 마지막에는 진한 감동으로 퍼져 나갔던 화합의 미학이 깨뜨려지는 순간이었다. 감동을 만들기 위해 이기주의가 발현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날 정진운은 외딴 섬에 떨어져 자신의 자작곡이라며 기타를 연주했는데 그가 언제나 기타를 즐겨 들고 다닌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멀리 위험한 곳으로 현지인을 떠나보내고 기타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도대체 낚시를 한다더니 기타는 왜 들고간 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 집중이 되지 않았다. 정글의 법칙에 깊은 이해도가 있는 사려깊은 시청자를 제외한다면 조작의 위험을 끄집어 낼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감동적인 화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이 생명을 걸고 고군분투한다는 사실을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또 한편으로 끝까지 지켜졌으면 하는 것이 바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할 안전 수칙의 중요성이다. 과거 파푸아의 밀림을 탐험하던 정글의 법칙팀은 후발주자인 정순영 PD가 길을 잃고 낙오 되어 26시간이나 실종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기도 하였다. 눈물이 범벅된 김병만이 울먹이며 정글의 나무를 다 베어내서라도 찾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던 그날의 끔찍한 기억을 잊어버렸는가. 결국 현지 부족 100명과 경찰의 도움까지 받아 찾아낸 그날의 충격적인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제작진 자신도 잘 알고있는 사항이 아니던가. "제발 연락 좀 받아주세요..." 들리지 않는 먹통 상태의 무전 통신기를 들고 간절한 목소리로 외치는 스탭의 신호를 듣고 있노라니 어쩐지 마음이 먹먹해졌다.

     

     

     

    시청자가 정글의 법칙에서 요구하는 것은 베어그릴스가 아니다. 어디까지 살아남을 수 있나 보자며 팔짱 끼고 그들의 위험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다. 정글의 법칙이 추구했던 화합의 미덕을 잊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규칙한 혼돈의 만용이 아니라 규칙과 질서가 존재하는 협력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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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이 연기한 라이즈는 고된 훈련을 견디다 못해 경극학교에서 탈출하여 길거리의 화려한 경극 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다른 사람들이 받은 관객의 감동과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었다.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 한마디는 순간 내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얼마나 많이 맞았으면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대중이 몰랐던 라이징 스타를 짠하고 데뷔시키는 기존의 스타 데뷔 방식과 달리 이미 시청자가 어떤 스타가 탄생하게 될지를 그들의 초라한 시작에서부터 화려한 결말까지 지켜보게 되는 수많은 오디션 소재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가끔은 저런게 정말 가수가 되는데 필요한 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이상한 미션까지 수행해내가며 때론 가창력 이상으로 인간성이라던가 캐릭터를 만들어 납득시키는 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는 이 조그만 전쟁터의 일상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과정이 너무 힘겹고 드라마틱해서 마치 여기에서 1등을 하고나면 금방이라도 한국의 가요계는 찜 쪄먹는 거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길은 그리 수월하지가 않았다. 물론 데뷔 자체가 막막한 수많은 신인들이 하루에도 몇천명씩 쏟아지는 요즘에 어쩌면 배부른 투정이랄 수도 있겠지만 프로그램 진행 와중에 마치 대한민국 가요계의 역사를 바꿔놓을 그 무엇으로 평가 받던 참가자들이 결국 프로그램이 끝나고나서 여타의 기획사 신인들처럼 제자리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키워지는 상황을 몇번이나 초래했지 않은가. 이제는 지겹다고 외치고 싶었던 그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그토록 무수하게 스쳐지나갔음에도 아직 단 한번도 우승 즉시 황금마차 타고 대한민국 가요계를 점령하는 우승자는 그 누구도 탄생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요즘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며 예전과 같은 "우승하자마자!"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케이스는 드물었던 것 같다. 내 취향에 맞는 참가자를 응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차피 우승해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할텐데 뭐. 라는 생각이 내 자신을 묶어놓았던 것이다. 결국 아무리 화려한 링 위의 라이징 스타라 할지라도 어차피 그 위에서의 승리가 세상 위에서의 승리는 아니다.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는 굳건한 것이라고 한계를 그어놨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처자는 무언가 달랐다. 살금살금한 목소리로 음을 만들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능숙한 멜로디를 뽑아내는 그녀를 보면 KPOP 스타는 물론 기존의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과도 무언가 차원이 다른 기묘한 천재성이 느껴졌던 것이다. 마치 "응? 홍시맛이 느껴져서 홍시맛이 느껴진다고 말했을 뿐이온데 왜 홍시맛이 느껴지느냐고 하시면..." 이라고 되묻던 어떤 드라마속 천재 소녀의 갸웃거림처럼. 정말 부러 만들어냄이 아니라 내뱉은 목소리가 그대로 음악이 되고 흐느적거리는 어설픈 동작마저 마치 계산된 잘 짜여진 이벤트처럼 느껴졌던 이하이의 천재성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이러브유~" 마치 진하게 뽑아낸 커피위에 우유를 얹어놓은듯 언뜻 입에 머금으면 부드럽게 들리지만 삼키는 즉시 톡 쏘는 쓴맛이 느껴졌던 이하이 특유의 진한 목소리와 함께 멍한 얼굴로 팔을 내뻗으며 동작을 첨가했던 그 사랑스러운 몸짓에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실 이하이는 KPOP 스타 진출 이전에 이미 완성되어있는 참가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많은 것을 갖추고 있는 그녀는 가수로서 가장 필요한 재능 이전의 독보적인 그녀만의 개성과 캐릭터까지 타고난 인물이었기에 이런 그녀가 소속사에 들어가 트레이닝을 받고 약속하고 계산된 동작과 목소리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조금은 우려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었다. 혹여 그녀가 갖고있는 꾸며내지 않아도 그냥 툭 튀어나왔던 천재성의 매력이 조금은 빛바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최근 인기가요에서 그녀의 데뷔곡 1,2,3,4(원투쓰리포)를 소화하는 이하이를 보며 내가 놀랐던 것은 사람들이 한국의 아델이라 부르는 그 몽환적인 목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기획사의 트레이닝 속에도 여전히 자신의 매력을 그대로 갖고 있는 이하이의 기죽지 않은 개성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오히려, YG의 트레이닝 속에서 재탄생한 이하이의 계산되어 만들어진 끼였다. 소위 카메라를 잡아 먹어야 한다고 하던가. 이하이가 그렇게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몇가지의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를 하고 무대 뒤를 오고가며 의상을 갈아입는 반전 매력으로 화려한 무대매너를 뽐낸다는 것은 내가 상상치도 못했던 반전이었다.

     

     

     

     

    이하이의 1,2,3,4는 그녀가 KPOP스타에서 가장 크게 호평을 받은 곡 더피의 mercy와 비슷한 볼륨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이하이의 몽환적인 이중적 매력을 가장 집중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장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무대에서 이하이는 그 몽롱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댄스를 춘다며 살금살금 몸을 흔들어대던 KPOP 스타의 이하이와는 차원을 달리했다. 이하이가 아무리 트레이닝을 받는다 해도 이것만큼은 발전할 수 없으리라 믿었던 완벽한 댄스와 표정의 하모니가 화려한 무대매너로 바뀌는 순간 아, 얼마나 많이 연습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물론 완벽한 댄스 실력이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리듬에 맞추어 몸을 튕겨대던 그녀가 KPOP 스타의 멍한 얼굴로 어떻게 몸을 놀릴줄 몰라 흐느적대던 그 모습과 달리 완벽하게 장면장면마다 도발적인 미소를 끼워넣고 계산된 동작을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놀랍게 했다.

     

     

     

    "이번 뮤직비디오를 통해 이하이의 단점을 가리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했다. 가창력은 빼어나지만 아직 설익은 춤 실력이 대중들에게 귀엽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YG의 대표이자 KPOP 스타의 심사위원중 한사람이었던 양현석은 최근 이하이의 1,2,3,4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이와 같은 소감을 밝혔다. 사실 이하이가 체계된 트레이닝 시스템의 아이돌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쩌면 이하이를 과대평가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외로 과소평가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디바의 실력은 진짜 검증된 계산 위에서 쏟아져 나온다. 계산하지 않은 무대가 귀여웠던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대 위였을 뿐인지도 모른다. 이하이는 천재성과 계산된 트레이닝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완벽한 프로페셔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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