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잇츠쇼타임 +404

아빠! 어디가? 69회 감탄 나온 편집 능력, 관찰 예능 원톱을 증명한 결정적 차이

 

콩트가 예능을 좌우하던 그 시절엔 편집의 힘을 느낄 틈이 없었습니다. 코너명이 아니고서야 경고문을 제외하곤 자막 구경이 참 어려웠던 그 시절이니까요. 아니 애초에 자막이라는 것은 그저 외국 영화를 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보다 많은 자막이 화면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피차 한국말로 통하는 국내 버라이어티에서 번역의 기능을 필요로 하진 않죠. 21세기 버라이어티에서 자막의 역할은 곧 재미와 감동을 서포트하기 위함입니다. 제작진 자신이 직접 화면 위로 뛰어들어 제7의 멤버 역할을 하는 겁니다. 단순히 자막뿐만이 아니죠. 최근의 예능은 웃음 이상의 감동이 필요하니까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아빠 어디가 기획 서창만 연출 김유곤, 정윤정, 박창훈출연 성동일, 김성주, 윤민수, 류진, 안정환, 정웅인, 김민율, 윤후, 정세윤, 성빈, 임찬형, 안리환

 

 

감성 마케팅의 퀄리티가 프로그램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요즘 제작진의 편집 신공은 자막뿐만이 아니라 음악과 캐스팅, 그밖에 모든 연출 범위에 힘을 기울입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멜로 영화보다 더 서정적인 예능이 줄을 잇고 있죠.

 

 

 

여느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린아이와 가족을 소재로 만든 관찰 예능,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MBC의 아빠! 어디가? 는 그 무엇보다 섬세한 연출을 필요로 하는 작품입니다. 이건 휴먼 드라마이며 또한 어른이 읽는 아이들의 동화니까요. 더군다나 어른보다 언어 구사력이 미숙한 아이들에겐 더욱 섬세한 자막의 표현이 필요합니다. 옹알이 같은 아이의 말을 어른이 이해할 수 있게 해석하는 한편 어른의 때 묻은 해석이 아이의 가치관을 오염시켜서는 안 될 테지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쉬운 이유는 앞서 지적한 편집의 모든 문제점을 고스란히 실현하고 있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막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은 지나친 재미 추구가 어린이의 감수성을 어른의 가치관에 치환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추사랑 오역 논란에서 밝혀진 것처럼 이 제작진의 자막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며 왜곡되어 있습니다. 한라봉의 맛을 엄마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엄마도 먹어요.”라는 사랑이의 배려를 욕심꾸러기 먹보로 둔갑한 자막처럼 최근 회차에서도 이런 식의 곡해된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더군요. 손녀를 흉내내며 사랑을 전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부름에 사랑스럽게 달려가는 사랑이의 모습을 “추블리 성대모사가 듣기 싫었는지 돌아오는 사랑이.”라고 곡해하는 자막이라니.

 

이에 비해 최근 뉴페이스인 정웅인의 딸 세윤이를 맞이하며 아빠! 어디가? 제작진이 그려낸 연출의 힘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이자 감수성의 극치였습니다. 특히 계산이 아직은 서툰 세윤이가 오빠 후를 선택해 놀이 같은 장보기 미션을 나갔을 때 제작진이 연출한 자연스러우면서도 감정의 묘미를 살리는 편집 능력은 놀라울 지경이더군요.

 

 

 

이름도 외기 어려운 콧등 치기와 올챙이 국수를 시켜놓고 반찬 투정할 생각도 없어 나란히 마주앉아 호호 국수를 불어 먹으며 놀이처럼 친해지는 아이들. 쑥스러우면서도 설레서 가슴이 두근두근 간질간질하는 그 묘한 느낌을 제작진은 별다른 간섭 없이 아이들의 웃음만으로 채우면서도 감성적인 연출력으로 명확하게 전달해냅니다.

 

 

 

산타클로스 흉내를 내는 후의 모습에 맞추어 크리스마스 캐럴 분위기의 음악을 깔고 성탄절처럼 설레는 분위기로 국숫집의 정경을 바꾸어놓는 연출력은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쑥스러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흐흐흐 웃기만 하는 후와 세윤이. 그 모습이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스파게티를 나누어 먹는 아기 강아지 커플처럼 귀엽기 짝이 없더군요. 아이들의 웃음소리만을 별다른 참견 없이 가득 채워놓는 제작진의 편집 능력을 보고 있으려니 삼각관계를 연출하겠답시고 최신 유행가를 쩌렁쩌렁 틀어놓고 느끼한 자막과 택도 없는 편집으로 시청자를 불쾌하게 했던 그 어느 날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떠올라 한숨이 나오더군요.

 

 

 

아빠! 어디가?의 연출력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달리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까닭은 아이들의 말이 비록 서툴고 성글지언정 그것을 어른의 왜곡된 시선으로 참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때 옹알이 같았던 후의 말버릇도 아직 아기 말투가 남은 민율이의 목소리도 그대로 내보내서 시청자의 사랑스러움을 독차지하곤 하지요. 한국말이 서툰 사랑이의 말을 그저 예능의 재미와 먹보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 잘못된 번역으로 질타를 받았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입니다. 강아지 미미와 처음 대면한 민율이가 뜻밖에 존댓말로 질문하자 귀엽게 "당신"이라는 한마디를 붙인 제작진의 센스는 얼마나 빛났던가요. 강아지에게 "당신 몇 살이에요?"라고 묻는 어린아이의 모습. 그것도 민율이가 하지 않은 제작진의 말은 주석처럼 따로 표기하는 배려 또한 잊지 않았습니다.

 

 

 

 

홍일점이라고 할 수 있을 성빈 in 아빠! 어디가? 에 새로운 여자 친구가 들어왔을 때 재미를 위해 빈이를 질투하는 소녀로 둔갑시키지 않은 제작진의 배려 또한 고마운 부분이었습니다. 남녀 셋만 모이면 삼각관계를 연출하고 존재하지도 않을 억지스러운 러브라인을 만들어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달리 아빠! 어디가? 제작진은 다소 외로워 보이는 빈이의 모습을 부적절한 질투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여동생 빈이를 향한 언니 세윤이의 의젓한 배려를 강조하고 빈이가 걱정했던 것은 언니에게 선물을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라는 것을 똑똑히 시청자에게 알려주었죠. 선입견일지는 몰라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였다면 이런 빈이의 마음을 왜곡하고도 남았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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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이 귓속말은 반전이었죠 제가 다 부끄럽더라구요

    • 보는 내내 빈이가 외로움을 느낄까 걱정됐었는데...아이들의 생각이란...저역시 부끄러웠습니다..

    • 곱게컸다 2014.06.20 16:38 신고

      맞아요 맞아요 완전 반전 저도 진짜 부끄러웠어요 ㅎㅎ
      정말 예뻐라 빈이!!

  • 강아지 두마리가 스파게티 나눠먹는 장면은 '레이디와 트램프'였던걸로 기억해요ㅎ

  • 아빠 어디가 는 보는내내 제작진이 이 아이들을 얼마나 아끼고 따뜻하게 바라보는지가 느껴져 늘 좋아요

  • 동감 2014.05.19 21:53 신고

    아어가의 자막팀의 노력과 정성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슈퍼맨은 사랑스러운 추사랑을 왜곡하면서 자기 멋대로 관리하는 제작진에게 정말 화가납니다.
    이런식의 대접을 받는 추사랑 가족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 슈퍼맨에서 아이들이 나온 프로에서 굳이 러브라인을 만드는 모습은 정말 싫다군요 정태씨의 때묻은 연출이 더해져 지금은 더심해졌습니다ㅠ 그에반해 아어가는 아이들의 말을 놓치지않아 보는내내 따뜻하네요
    ^^

  • 사랑이한테 푹 빠져서 슈돌을 애청하곤 있지만 한때 아어가를 즐겨봤던 시청자로서 슈돌의 자막이나 편집은 욕나올 정도로 한심스럽고 비교돼요. 아어가가 애들한테 얼마나 애정을 갖고있는지 자막에서부터 보이더라구요.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 원래 언니없는 여자애들은 언니가 로망이라는... 질투이런거 없어요ㅋㅋ

  • 곱게컸다 2014.06.20 16:39 신고

    아빠어디가 아이들 참 모두들 착하고 이쁘고~

    제작진도 참 착하고 예뻐요! ㅋ

아빠! 어디가? 69회 어른의 때 묻은 계산이 부끄러웠던 성빈의 한마디 

 

존재 그 자체가 매력인 사람이 있습니다. 이른바 존재감이 강한 사람이라고들 하지요. 아빠! 어디가? 시즌2 69회차의 새 멤버로 소개된 배우 정웅인의 딸 세윤이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존재 그 자체가 매력인 소녀라고요.

 

제작진이 장난스럽게 자막에 붙인 ‘한국의 수리 크루즈’라는 애칭은 이미 한참 전에 붙여진 소녀의 수식어였죠. 민율이보다 더 어렸던 세윤이가 인형 같은 깜찍한 얼굴을 처음 공개했을 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는 술렁였고 당시 한국에서도 한참 인기 있었던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를 세윤이의 이름 대신 부르곤 했었습니다. 한국의 수리 크루즈라고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아빠 어디가 기획 서창만 연출 김유곤, 정윤정, 박창훈출연 성동일, 김성주, 윤민수, 류진, 안정환, 정웅인, 김민율, 윤후, 정세윤, 성빈, 임찬형, 안리환

 

하지만 이렇게 성장한 세윤이의, 그것도 정지된 사진 속이 아닌 실물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그해 검색어와 뉴스 메인을 장식했던 아이의 매력은 단순히 예쁜 얼굴 하나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반달 눈을 만들어 해사하게 웃는 세윤이의 얼굴. 누가 뭐래도 배우의 딸인 세윤이는 정말이지 풍부한 표정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날 위해) 노래 불러준 건 맞잖아.”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차분한 말투. 낯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때론 수줍어하는 그 모습이 드레스를 입지 않았음에도 어쩐지 꼬마 숙녀 같더라고요. 손을 입에 가리고 웃는 엘레강스한 이미지와 달리 아기처럼 쾌활한 웃음소리가 귀엽기 그지없는 소녀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동생을 양보하며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이미 아빠끼리는 서로 아는 사이. 십년지기 동료인 성동일 삼촌과 그의 딸 빈이를 먼저 만났을 때였습니다. 여걸 같은 빈이가 징검다리 앞에서 겁을 집어먹자 세윤이는 훌쩍 앞서 가선 뒤돌아 손을 내밀어 보입니다. “빈이. 언니 손잡고 갈까?” “괜찮아. 괜찮아.” “여기 물 있어?” 때론 위로하고 때론 응원하며 장애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기도 하고. 거기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까지 더해지니 문득 어린이 드라마를 보는 것 같더군요. 똑똑하고 예쁜 데다 상냥하기까지 해서 남녀 모두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초등학교 교실의 공주님.

 

후가 그랬던 것처럼 세윤이 또한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어린 동생들만 콕 찍어 남다른 관심과 배려를 베풀더군요. 미처 친해지기도 전에 나서서 빈이를 배려하고 보호해주려는 모습이나 막내 민율이를 향한 관심 또한 남달랐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식지 않은 겨울왕국 열풍에 우렁찬 렛잇고 환영회를 여는 남자아이들. “다 틀리게 불렀어!” 민율이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자 눈을 깜빡이며 차분한 목소리로 달래주는 세윤이의 한마디는 정말 의젓하기 짝이 없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날 위해) 노래 불러준 건 맞잖아.”

 

아빠도 알아듣지 못할 민율이의 옹알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경청하더니 “하고 싶은 집을 먼저 고르는 거야?” 라고 해석해주기까지. 상남자 민율이는 세윤이 누나의 모델 같은 사진을 보고도 관심 없는 척 외면했지만, 그 허세가 무색할 만큼 민율이를 아기 취급하며 귀여워하는 세윤이. “귀여워.” 말끝에 하트를 붙여가며 민율이를 보며 종종 귀엽다고 감탄사를 터뜨리곤 합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공주님이 등장했으니 남자아이들의 마음이 설레지 않을 턱이 없었습니다. 하긴 어여쁜 세윤이가 징검다리를 깡충깡충 건너 꽃 한 송이씩을 들고 서 있는 강 건너편의 어린 신사들에게 가까워질 땐 자막의 ‘두근두근’처럼 가슴이 설레더군요. 세윤이의 등장으로 남자아이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괜히 허풍을 떠는 아이. 느닷없이 말주변이 좋아진 아이. 싫은척하던 그 모습은 어디 가고 세윤이 누나 껌딱지가 되어 히어로 껌을 건네주고 간 민율이에 후는 아예 복학생 오빠의 역할을 자청하고요.

 

 

 

그 어느 때보다 격한 뉴페이스를 향한 환영이 흐뭇하면서도 우려스러웠던 것은 그간 홍일점으로서 남자아이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던 빈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나친 걱정이 아니었던 것이 제작진과 아빠들 또한 두 여자아이를 묘한 경쟁구도의 라이벌에 올려 비교시키곤 했으니까요. “빈이가 좋아? 세윤이가 좋아?” “빈이가 예뻐? 세윤이가 예뻐?” 이 질문은 이날 아빠들의 입에서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세간의 평을 신경 쓰지 않는 털털함의 극치인 닮은꼴 부녀 또한 이런 분위기가 조금은 생소하고 신경 쓰이긴 했었나 봅니다. 사이좋게 가래떡을 나누어 먹던 성동일은 은근슬쩍 딸 빈이의 의중을 떠봅니다. "세윤이 언니 어때?" "근데 하나 슬픈 게 있어…." 다 최고지만 뜻밖에 슬픈 일이 하나 있다는 빈이의 말. “언니…. 언니 좋은 거 받아서….” 속닥속닥 아빠에게만 귀엣말을 전하는 빈이. 성동일이나 저나 방송을 보는 어른 대부분은 같은 생각을 했겠지요. 그래서 성동일도 딸을 달래는 뱡항으로 응수를 했었습니다. "선물? 에이. 그건 선물 해 줘야지."

 

 

 

하지만 이윽고 터져 나온 빈이의 한마디는 제 예상을 전혀 비켜 나간 것이었습니다. 뒤통수를 쿵 하고 맞은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아니…. 우리는 선물 못 샀잖아.” 아이고. 빈아. 너무나 사랑스럽고 애틋한 빈이의 한마디에 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어쩜 이렇게 착하고 예쁜 마음을 가진 걸까요. 남자아이들과 같은 위치에서 선물을 또 골랐다면 모를까.

 

 

 

아빠들끼리의 사이와 여자아이끼리의 대립구도를 위해 부러 떨어뜨려 진 빈이가 징검다리를 건너왔을 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서 있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빈이는 그때 선물을 주는 입장도 받는 입장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순간 빈이가 느꼈던 슬픔은 언니가 나는 받지 못한 선물을 가득 가져서도 홀로 관심을 독차지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새로 온 친구에게 홀로 선물을 주지 못한 미안함이었죠. “꽃을 전부 세윤이한테 주네. 빈이는 꽃이 없네?” 버라이어티의 재미를 위해 누군가 던진 장난스러운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우왕좌왕 빈이를 달래려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몇 번이나 빈이를 꼬옥 안아주던 후와 꽃을 나누어 빈이에게 전해주던 민율이. 상처를 보듬어주는 마음과 서로를 아껴주는 사랑. 아빠와 나누는 교감 이상의 아빠! 어디가? 에서 나누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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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죠.. 저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부럽더군요...

  • 김한재 2014.05.12 12:43 신고

    빈이 정말 좋아요 착하고 예뻐요

  • 아어가 아이들 안예쁜 아이들이 없어요^^ 빈이 성격도 좋고 마음씨도 너무 착한 아이라 볼수록 예뻐요. 자칫 꽃못받아서 속상해 할까봐 빈이 안아주는 후야도, 이쁜 누나에게 줬던 꽃을 똑같이 나눠 되받아와 전해주는 민율이도 너무 착하고 예쁘다는 ㅎㅎ.

  • 저도 빈이 보며.. 그건 줘야하는건데.. 라고 생각했다가 뒤따라오던 빈이 말에
    '아..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저렇게 속 깊고 이쁜 아이를 잠시나마 오해하다니' 하며 정말 미안해 졌어요.
    세윤이의 동생들 챙기는 모습 보며 처음 봐서 저렇게 챙겨주기도 힘들텐데 먼저 나서서 동생들 챙기는 모습이 대견 스럽고..
    또 빈이를 위해 후와 민율이가 신경써주는 모습들도 사랑스러웠고요.
    여러모로 저를 즐겁게 해주단 방송 회차였어요 ㅎㅎ

  • ^^ 2014.05.14 23:23 신고

    대단한것같죠정말 순간제가부끄러웠더랬죠..
    성빈인 특히 마음씨가 고운것같아요

  • 피아 2014.05.15 18:22 신고

    저도 빈이가 소외감 느낄까봐 안스럽게 보고 있었는데 선물을 못받아 서운한게 아니라 선물을 못주어 속상했던 빈이 마음을 알고서 원래도 좋아했지만 빈이가 더 좋아졌어요. 결국 나중에 자기가 먹을 은박지에 싼 김밥을 세윤이 언니한테 가져다 주었죠. 암튼 빈이 참 특별한 매력이 있는 녀석인 것 같아요.

    • 아이쿠. 맞아요. 달랑달랑 손에 김밥을 들고 오는 빈이가 너무 귀여웠더랬는데. 저걸 선물로 준비했구나 싶어서. 그리고 언니에게 이거라도 선물로 갖다주너라~ 하고 오물조물 은박지에 김밥을 쌌을 성동일이 생각나서 흐뭇했던 장면인데 깜빡 잊고 빠뜨렸네요.^^

  • 요즘 세윤이보는 재미에 여러 글을 탐닉하다 님 글들이 어쩜 그리 내가 표현하고싶던 세윤이의 매력을 글로 그대로 표현하시느지 글솜씨에 감탄하며 보다가 이글에서 울컥울컥했네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무한도전 선거 특집 2주차. 본격적인 유세가 시작되었고 자신의 캐릭터를 각 정당의 아이덴티티로 내세운 무한도전 멤버들의 재치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났습니다. 그건 마치 선거특집을 빙자한 개인전의 개그 대전과도 같아 보였죠. 특히 "시청자는 부모다!"를 공약으로 내세운 노홍철의 돌+I 컨셉은 그 어느 때보다 혈기왕성해 다른 후보들을 겁에 질리게 할 정도였습니다. 그 말 많고 시비 잘 거는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노홍철의 유세 앞에서는 함구한 채 치를 떨어야만 했으니까요.

 

그리고 문득 6인 6색의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과 그들의 선거 운동이 일견 그들 자신의 치부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치부와 약점을 거리낌 없이 누설하여 공약으로 이용하는 한편 그들 자신을 자조적인 개그 소스로 내세워 반성하게끔 짜여진 이 기획의 계획이 두려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일례로 선거운동에 앞선 몸풀기라며 보물찾기나, 추격전으로 멤버들을 유혹해 스피드를 재촉한 뒤 운전을 시켜 그들의 준법정신을 체크하는 모습은 웃는 와중에도 아차 싶었죠. 바로 지난주 길의 음주사고에 깊은 사과를 하며 연대 책임을 지며 다짐한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방송뿐만이 아니고 저희들 방송 외적인 여러 가지의 생활도 더욱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녹화 순서가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방송을 보는 입장에선 그 말을 이렇게 점검하나 싶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한편 하필 추격전이라는 장치로 그들을 유혹해 부러 스피드를 내게한 제작진의 계략 속에는 프로그램의 재미가 양심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속내가 담긴 것도 같았습니다.

 

 

 

특히 오두방정인 노홍철이 얌전한 유치원생처럼 경이로운 얼굴로 어린이 보호구역 앞 시민의 준법정신을 지켜보며 감탄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야. 이건 좀 무서운 일이네." "이거 다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거 정말 하길 잘한 것 같네요. 그 어떤 꾸중보다도 더 강하게 오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 정확히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에 기특한 듯 감탄한 얼굴로 깊숙이 숙여 긍정하는 유재석의 멋진 마무리 멘트. "중요한 건 이 이후로 이런 행동을 안 하면 되는 거죠. 저도 곧 마찬가지고요." 중요한 건 곧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라는 무한도전의 자막이 뼈저리게 다가왔습니다.

 

 

 

다소 뼈가 느껴졌던 몰래카메라 이후 각 후보가 내세운 선거 유세와 공약 또한 폭로와 자학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소위 웃음이 아닌 동정심을 유발하는 캐릭터라며 비판을 받곤 했던 정형돈 자신이 작위적인 눈물을 앞세운 선거 유세 화면으로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졌죠. "내가 다 봤어! 우리 진짜 잘했어!" 분명 감동 코드였던 그의 모습을 조작된 눈물 연기를 통해 그 가치를 평가 절하함으로써 도리어 자학하는 모습은 공약이 아닌 개그맨 정형돈의 자기반성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시청자는 부모다! 소통하는 개그를 내세워 연예인은 사생활이 없고 부모 앞에 아들은 모든 것을 내보일 자신이 있다며 탈 프라이버시 공약으로 일인자 유재석을 앞서는 파격적인 선거 운동을 시작한 노홍철. 무한도전 멤버의 가족을 노출하겠다는 위험천만한 공약으로 멤버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그는 자신의 프라이버시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충격적인 노출씬으로 화면을 채우며 그의 일상을 공개하고 노홍철 하우스 원정대를 뽑아 몇 명을 그의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괴한 선거 운동은 노홍철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I 컨셉에서 기인된 것이겠지만 한편 그것이 노홍철 자신에겐 치명적인 공약인 것 같아 섬뜩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미 전 국민이 다 아는 연예계 소문난 결벽증의 노홍철. 음료수의 각도를 줄지어 세워놓고 조금이라도 틀어진 자리를 견디지 못하는 그에게 사생활을 침해해도 좋다는 공약은 자폭이나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노홍철이 정 반대의 지향점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선거 이전에 그가 이 프로그램에 임하는 각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편으로는 연예인과 그 가족을 훔쳐보는 일상에 미쳐있는 최근의 방송 풍토를 풍자하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무한도전 선거 특집은 단순히 새 진행자를 뽑기 위한 기획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9년이라는 기간 속 너무 편하고 익숙해서 무사안일의 직장 같았을 무한도전에 그들 자신이 내건 다짐과 경고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는 책임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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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이 묘하네요. 이게 얌전한 사람을 굉장히 좀 터프하게 만들어요." - 정형돈 이날 무한도전의 테마이기도 했던 영화 러시 : 더 라이벌의 주인공, 다니엘 브륄의 니키 라우다. 여성의 걷어 올린 각선미보다도 남자를 홀리게 하는 스타 카레이서. 금발에 풀어헤친 가슴이 카레이서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여자는 너드 이미지의 니키 라우다가 전설적인 카레이서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때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 등장하는데 얌전하게 안전 주행 중인 니키 라우다에게 여자는 당신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고 요청한다. 돈 되는 일도 아닌데 뭘 위해서 달리겠느냐고 반문하자 유혹적인 포즈로 “나를 위해서요.” 라고 속삭이는 미녀의 목소리. 그 말에 탄력을 받은 니키 라우다가 순간 거칠게 기기를 조작해 질주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함의 극치였다. 순진한 얼굴의 초식남에게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야성미의 발견이었으니까.

 

 

 

카레이싱이라는 큰 그림을 기획한 무한도전 장기 프로젝트. 딱히 그림을 그리려 애쓰지 않아도 보여주는 모습 그대로가 영화 같았던 이 날의 무한도전은 바로 그 러시를 떠올리게 할 만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카레이싱, 무한 질주 본능이 남자의 무엇을 깨우는지는 몰라도 이날의 무한도전 멤버들은 분명 전과 같지 않았다. 평소의 무한도전 같지도 않았지만, 그간 보여줬던 그 어떤 장기 프로젝트의 모습보다도 돌출된 감정으로 불타올랐다. 그것은 질투와 경계심 그리고 남자의 본능.

 

협동과 화합을 주제로 했던 이전의 장기 프로젝트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카레이싱은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이고 기록의 싸움이다. 응원하고 때론 걱정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내 앞의 저 녀석을 앞지르고 싶다는 승부욕과 내 뒤의 녀석에게 뺏기고 싶지 않다는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그 부정적인 감정이 오히려 산뜻하게 느껴졌다.

 

 

 

기록 싸움인 카레이싱은 오늘과 내일의 주인공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날의 경기는 시시때때로 결과가 바뀌었다. 고령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늘 의욕이 없던 박명수가 뜻밖에 투지를 불태우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조교의 지도 아래 1인자 유재석을 앞지른 그였지만 제어를 받을 수 없는 혼자의 몸이 되자 지나치게 유재석을 신경 쓰는 바람에 준하에게마저 밀려난 3위로 하락했다.

 

 

트랙을 질주하는 소리가 남자의 심장을 들끓게 하는 것인지 몰라도 수시로 예상 밖의 결과는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울보 레이서 정준하는 엄마 잃은 미아처럼 찡찡대면서도 첫 번째 게임에서 유재석을 앞질러 1위를 기록했다. ‘자타공인 마지막 선수 에이스 유마허’ 수식어마저도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힘이 있는 유재석의 등장.

 

 

 

“준하형이 1등 하면 안 돼!” 장난스러운 형돈의 칭얼거림에 정준하마저도 머쓱하게 웃으며 “나도 알아. 모든 시청자의 바람이잖아.”라고 응수했다. “쟤가 2등 하면 안 된다.” 라고. 본인의 승리에 자진해서 조작 벌점마저 강행하며 민심을 잃지 않으려는 정준하가 안쓰러웠지만, 유재석이라는 사람이 드라마틱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존재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요즘 한껏 개그 본능에 물이 오른 길은 그야말로 개그의 신 내림을 받았는지 모두가 지옥의 자리라고 입을 모으는 유재석의 라이벌이 되어 웃음을 샀다. 지나친 안전 주행으로 꼴찌를 도맡아 하며 애초에 견제 대상이 아니었던 그지만 출발이 중요한 레이싱에서 빠른 스타트로 유재석을 앞질러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심지어 아웃 라인의 핸디캡까지 안고 있었던 유재석은 브레이크 실책으로 스핀마저 났지만 혀를 내두르게 하는 핸들링으로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익숙한 손놀림과 강한 터치로 운전대를 조작해 순간의 실수를 극복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같은 남자라도 반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남성적인 매력이 넘쳤다. 그 모습을 감상하던 하하 또한 방송용 목소리가 아닌 본인의 감탄으로 “어떻게 스핀 났는데 바로 잡고 나가냐.” 라고 중얼거렸다.

 

 

 

이날의 최고 임펙트는 쫓는 자 박명수와 쫓기는 자 유재석이 펼친 남자의 대결이었다. 태백 서킷에서 펼쳐진 준결승전. 최고의 1인을 가리기 위한 승부에서 박명수는 더듬으면서도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 이길.. 또 이길 거예요.” 그리고 될 수만 있다면 1등 하고 싶다는 그럼에도 마음 같을 수는 없다고 망설이던 유재석.

 

 

 

출발은 대등했다. 순간 피치를 올린 유재석은 시작부터 전속력으로 박차를 가했다. 움찔한 박명수가 인코스로 파고들자 유재석은 곧 그를 추월했지만, 다시 박명수에게 자리를 내주어 2랩이 끝나기까지 그의 선두는 멈출 줄을 몰랐다. 어쩌면 이대로 1인자의 자리를 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지막 판에서 그의 스피드는 박명수를 제쳤다. 무표정으로 거칠게 핸들링을 돌려 스피드를 발휘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니키 라우다의 반전 매력과도 같았다.

 

 

"진짜 이 레이싱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다들 경쟁심에 불탄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 유재석

 

 

 

유재석뿐만이 아니라 이날의 무한 질주 본능은 새삼스레 여섯 멤버들의 매력을 발산했다. 타오르는 적개심, 잔뜩 날 서 있는 경계심. 폭발하는 야성미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질적이었던 대결. 협동의 감동을 중요시하던 이전의 장기 프로젝트와는 분명히 다른 남자만의 대결에서 자신의 구역을 내주지 않으려는 수컷의 야성미가 물씬 넘친다. 딱 한 번의 실수도 치명적인 레이싱. 모르긴 몰라도 이번 프로젝트가 이전까지 펼쳐냈던 그 어떤 미션 이상으로 짜릿한 감동을 안겨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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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3

  • 김정은 2014.04.06 10:00 신고

    ㅎㅎ 저 어제 완전 몰입해서 봤어요
    정라인... 아깝더군요 마지막에서 결정적인
    기어 변속 실패를 해서 멘붕오는게 이해가
    되면서 이번 실패로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것두 기대돼요

    잘봤구요 퍼가요~^^

    • 연습 게임에서는 울먹울먹하며 승부에 초연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그래도 지고나니까 서서히 불타오르는 승부욕이 멋지더군요.^^ 한 번의 패배가 오히려 정준하에겐 득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 2014.04.09 11:25

    비밀댓글입니다

 

내겐 일주일의 휴식인 라디오스타! 라스를 기다리는 동안엔 광고 보는 시간마저 즐겁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도입부에서 깔깔대고 웃고 있는 게스트 홍진영을 보자 절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 라디오스타의 작가진이 교체되고 난 이 프로그램을 사랑한 만큼 미워할 수밖에 없어 몇 달간을 번민했었다. 독설이 난무하지만 독선적이진 않았던 솔직하지만 천박하지는 않은. 공격과 폭로 속에 비방용 멘트가 오가는데도 묘한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던 라디오스타의 희소가치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바뀐 뒤로 사상이 변해버린 기업체처럼 새로 투입된 제작진의 이전 이력을 그대로 닮아버린 라디오스타는 어쩐지 모르게 세바퀴가 되어있었다. 외설적이고 고압적이며 희롱이 난무하는. 마치 예능계의 막장 드라마 같은 세바퀴는 네티즌의 혐오와 달리 중장년층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그램 특유의 2차 회식 장소 같은 늙수그레한 분위기가 참 싫었었다. 특히 견딜 수 없었던 건 어린 여자 아이돌이 부모님 또래의 패널과 시청자를 앞뒤에 놓고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다. 무대 중심으로 나와 섹시 댄스를 춰대는 걸그룹을 볼 때마다 늙은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신입 사원의 발버둥을 보는 듯해 괴롭기까지 했었다.

 

홍진영의 라디오스타 출연이 껄끄러웠던 이유 또한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이성을 잃고 세바퀴화 되어버린 지난날의 라디오스타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최단 기간 다수 출연이라는 기록만큼이나 그녀의 출연이 무언가 소득이 있었기에 계속해서 불러내고 있을 테지만 내 기억 속에 홍진영의 출연분은 모조리 최악으로 남아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러다 정말 라디오스타를 포기해야 하나라고 한숨 쉬었던 모든 회차에 그녀가 등장하고 있었으니까.

 

 

 

시청자의 야유와 오랜 팬의 아쉬움 속에 휘청대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라디오스타가 또다시 정체성을 잃을까 염려되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쏟아지는 반말과 선을 넘어서는 희롱. 불편한 농담들. 무엇보다 참기 어려웠던 끼리끼리 놀기. 라디오스타는 오랜만에 유흥업소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가지 발견한 것은 그게 비단 홍진영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였다.

 

껄끄러운 나와는 달리 라디오스타 MC들에게 홍진영은 그날의 마돈나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너무 귀여워서 골려주고 싶은 여자아이를 대하듯, 특히 김구라와 윤종신은 들뜬 속내를 감출 줄을 몰랐다. 시작부터 홍진영은 우리가 키웠다며 어깨를 으쓱대고는 라디오스타와 세바퀴를 놓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대결을 했다. 홍진영 특유의 조증 에너지로 이만 퍼센트 라디오스타의 영향력이 컸다고 외치자 장난으로 받아치면서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들이었다. 뭐 원래도 중년이긴 하지만 이날 그들은 한층 더 아저씨 같았다.

 

 

 

그 매력이 시청자를 홀릴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면 오히려 그 예뻐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윤종신과 김구라의 호들갑이 어디까지나 친분에서 나온 것이라 불편할 따름이었다. 세바퀴로 보다 진득한 인연을 맺은 김구라는 친분을 과시하고 싶어서인지 긴장이 풀린 탓인지 도를 넘어서는 막말과 반말을 쏟아내며 업소 분위기를 확고히 했다.

 

기나긴 방송 역사 속에 홍진영 같은 캐릭터는 얼마든지 있었다. 유재석으로부터 인간 비타민이라는 별명을 하사받은 장영란을 시작으로 시종일관 들뜬 상태의 가쁜 에너지를 쏟아내는 만년 리포터 풍의 방송인들이. 김새롬, 사유리, 김나영 같은. 첫인상이 리포터 같았다는 남궁민의 설명만큼 에너지 남발하는 홍진영 또한 같은 부류의 연예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시켜도 빼는 것 없고. 어느 자리든 가리지 않고. 어떤 농담이든 받아치며 남의 대화마저 끼어들어 자기 몫 이상의 분량을 챙겨가는 사람들.

 

 

 

방송에 나올 때마다 시끄럽다고 면박을 들어도 굴하지 않는 그녀들의 열의가 나는 참 좋았었다. 누군가 떠먹여 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숟가락 들고 여기저기 찔러보려는 그녀들이 가만히 앉아서 공주 대접받으려는 숙녀들보단 훨씬 프로답지 않은가. 그럼에도 내게 홍진영이 거북한 이유는 애교를 넘어선 그녀의 교태가 어느 프로그램이든 술 냄새 진동하는 술자리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너무 심하다고 할지 몰라도 어쩌겠는가. MC들은 물론 그녀 자신마저도 언제나, 홍진영 하면 도마 위에 올려놓는 것이 그녀 특유의 상스러운 말투와 교태인 것을. 이날도 홍진영의 교태는 라디오스타의 주요 화제가 되었고 그 샌님 같은 남궁민마저도 "너무 흘리고 다닌다."는 표현을 썼다. 친한 김구라는 그녀가 등장하자마자 반말과 동시에 "자빠져 자더라."는 험한 말을 하기도 했다. 홍진영 자신이 자초한 상황이겠지만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 MC들의 태도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희롱하고 희롱당했다.

 

 

 

언젠가 홍진영의 반말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첫 회 출연분을 기억하는지 그녀 자신은 오히려 막말을 삼갔지만, 김구라는 바로 앞에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잊은듯했다. 아무리 라디오스타의 아니 김구라의 캐릭터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할지라도 선을 넘어서는 막말은 삼갔던 그였기에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날 라디오스타는 프로그램의 지향점마저 잊어버렸다. 이날의 주제는 무려 ‘우리 결혼했어요’다. 숱한 논란과 네티즌의 비호감 속에 조작설마저 팽배한 이 프로그램을 4 MC의 입담으로 물고 뜯어 시청자의 해우소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거창하게 우리 결혼했어요, 진실과 거짓이라는 대 주제를 꺼내 들고는 무엇 하나도 속 시원하게 해결해준 것이 없었다. 그저 남은 것은 시시껄렁한 농담과 성희롱뿐.

 

 

 

펀드와 주식은 알아도 재테크와 적금은 모른다는 정준영의 위화감 섞인 나태와 백치미. 교생 선생님 같았던 남궁민과 박세영의 고요. 분명 완벽한 조합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홍진영과 MC 사이의 희롱 같은 사담 속에 거의 방치되다시피 내팽개쳐진 그들의 출연이 참으로 안쓰러웠다. 이날의 주제는 분명 우리 결혼했어요도 라디오스타도 아니었다. 세바퀴 전 제작진과 세바퀴 MC, 그리고 세바퀴 패널이 만들어가는 수요일의 세바퀴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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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합니다 라스 사랑했는데 몇 달째 못 보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작진 바뀐 다음부터네요 이번 회차 오랜만에 봤다가 참 불편했습니다 예전 라스가 그리워요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이었는데

  • 아니 그럼 홍진영 김구라 윤종신이 저기서 진지하게 다큐 모드로 들어가야겠냐? 댓글들 진짜 답이없네 라스에 김구라가 앉아있는데 독설,막말 이거들으려고 보는거아니냐?

  • 난 진짜 재밌게봤는데 나만그런가?

  • 중이 떠나라 절탓 그만하고.
    안보면 그만인걸 피곤하게 사네

  • 홍진영씨 방송 잘 합니다. 몇 사람 몫은 충분합니다.

  • 2014.04.05 02:17 신고

    전 홍진영씨 때문에 더 재밌었습니다. 개인차라고는 하나 저와 이렇게나 생각이 다르다니 새삼 놀랍네요.

  • 라스가 요즘 산만하고 재미없는 이유가 제작진 바뀐거라 그랬군요 어쩐지...

  • 2014.04.06 02:09

    비밀댓글입니다

  • ㅇㅇ 2014.04.07 15:29 신고

    예전에 신혜성 팬(?)이라는 라스 작가가 있었을때랑 바뀌고 난 지금이랑 분위기나 재미도가 굉장히 차이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ㅠㅠ

  • ㅉㅉ 할일없는백수새키가 여기다가 사설풀면 있어보이냐? 인생고단하게산다ㅉ

  • 저는 이전과 요즘이 달라진걸 못느끼겟는데... 하지만 세바퀴같은 이 무슨의미인지는알게ㅛ네요

  • 잭키 2014.04.10 09:00 신고

    홍진영씨 방송 되게 잘하고 그날 라스 분위기 혼자살릴려고 애쓰는게 안타까워 보였는데 댓글들보니 참 웃기네요. 캐스팅에 문제가 있었긴했지만 남궁민은 그냥 무덤덤하게 재미없는데 재미없는 바이브로 억지로 말하는듯하고 우영 말도잘못하고 그냥 홍진영혼자서 1인 4역을 한거같은데 뭐이렇게 불만들많으신지

  • 아이싱 2014.04.12 18:48 신고

    개인적으론 재밌었습니다만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죠.
    저에게 예능은 그 자체로 깊이있는 취급대상이 아닌지라... 애초에 저에겐 라스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딱 저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 라스가 재밌어진 이유가 제작진이 바뀌고 홍진영이 나와서 이군요!!

  • Ler 2014.04.13 01:46 신고

    저는 홍진영씨 솔직해서 좋던데요... 방송에서 이미지 메이킹 하느라 형식적인 대답만 하는 사람보다는요
    여자 연예인이 자기 이미지 희생하면서 밝은 분위기 유지하는 것 쉽지 않습니다

  • 난 홍진영 나오는거 재밌어서 좋드만. 이딴 시선때문에 캐릭터가 다들 보편화되지. 튀면 눌러죽여야 직성이 풀리나보다

  • 미안항데 핵심이뭐예요~?

  • 아니 무슨 예능프로 하나가지고...한숨 쉬며 본다 어쩐다 하시는데..그냥 보기싫으면 안보면 되는것이고 보려면 보면 되죠. 많은분들이 힘들게 고생해서 방송되는건데 뭐 이렇게 구구절절 써놓으셨대.보기싫음 안보면 그만임

  • 재미만 있더만~~
    예능을 웃고 즐기면 됐지~
    꼭 의미가 있고 교훈이 있어야 하니?
    교양, 다큐나 봐라~~

  • ㅋㅋㅋㅋ 홍진영 혼자 무던히 고생하던데 ㅋㅋㅋㅋ 정준영도 중간중간 웃겼고 남궁민도 가끔 웃기긴 했는데 남궁민은 홍진영 이용해서 웃긴거고 ㅋㅋㅋㅋㅋㅋ 홍진영 없었으면 완전 재미없었을텐데 ㅋㅋㅋ 진지한거 보시고 싶으시면 다큐를 보시길 ^^

 

 

채널의 다양화를 선언했으나 뜻밖에 종합편성 채널은 볼거리가 적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종류는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유명인의 부모와 자식, 유명인의 고부갈등, 유명인의 부부 갈등. 이 세 가지 소재의 양산형 코너가 대부분이라 실망스럽다. 이런 형편이니 우연이라도 스쳐서 보면 또 모를까 부러 찾아보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만큼은 지난 방송을 유료 결제까지 하여 재시청할 만큼 아낌없는 애정을 쏟아붓고 있다. 사실 나는 '집밥의 여왕'이라는 제목을 처음 본 순간 홀린 듯 채널을 결제했었다.

 

요리 소재의 모든 것을 좋아해 새로 나온 요리책은 두루 섭렵하고 박수홍에서 윤형빈으로 현재 진행 중인 EBS의 최고의 요리 비결 또한 내 시선을 잡아끄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어린 시절 케이블 채널이 들어오고 국내외 요리 채널이 잔뜩 늘어났을 때 행복해서 미치는 줄 알았었으니까. 이런 내게 있어 일본은 볼거리의 천국이었다. 구르메 - 미식가, 식도락가의 일본식 표현 - 의 천국인 일본은 몇십 년의 역사를 잇는 요리 만화 - 맛의 달인, 아빠는 요리사 -는 기본에 티비의 채널 또한 식도락의 세계로 넘쳐났다.

 

 

 

 

 

채널을 돌렸다 하면 뻥 터지는 슈크림처럼 넘쳐나는 요리 코너들. 어느 채널에선 아이돌이 개그맨과 뒤섞여 돈까스점 순례를 떠나있었고 어느 채널에선 요즘 최고 인기의 라면집 TOP3를 방영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도 애니메이션에서도 먹고 먹고 또 먹는 이야기로 넘쳐났다. 일본의 식도락 콘텐츠는 재미에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어 유명한 초밥 장인이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을 전권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매우 흔한 사례다.

 

일본의 요리 채널을 보며 내가 감탄한 것은 맛의 포인트를 제대로 읽고 있는 연출이다. 한마디로 맛을 시각화하는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같은 햄버그스테이크를 내놓아도 터뜨린 달걀 노른자를 스며들게 하면 군침이 더 동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론 유명 레스토랑의 비싼 접시 위를 장식한 이름 모를 요리보다 낡은 양은 냄비에 담긴 갓 끓인 라면에 입맛이 동할 때가 있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요리 채널은 이런 맛의 포인트를 모르는 제작진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최근 본격 음식 드라마라며 야심 차게 기획된 tvN의 '식사를 합시다'를 보며 이런 아쉬움을 져버릴 수가 없었다. 소재는 좋았지만, 연기자의 표현력이 지극히 조악했다. 우리나라 여배우들은 맛있게 먹는다를 그저 입에 털어 넣고 삼키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수경 또한 마찬가지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수북한 해물 찜을 닥치는 대로 입에 밀어 넣는 모습에 전혀 식욕이 동하지 않았다. 이래서야 비타민을 삼키는 것과 다를 바가 무어냐고.

 

 

 

내가 집밥의 여왕을 보며 놀랐던 것은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포인트에 꽂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한 구성이다. 집밥의 여왕은 네 명의 여성 유명인을 섭외, 요리 재료나 방법과 같은 공통의 미션을 부여하고 2주에 걸쳐 집밥을 경쟁하는 전개를 담고 있다. 네 명의 참가자는 때론 평가하는 입장이 되기도 하고 때론 평가받는 처지가 되기도 한다. 프로그램 초반엔 참가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미션의 난이도를 고르기도 했었는데 제작진의 신속한 가지치기로 본격 요리 대결에만 집중하도록 구성되었다. 한마디로 부자연스럽거나 불필요한 과정이 전혀 없다.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집밥의 여왕이지만, 말 그대로 집에서나 먹는 편한 밥상을 차려내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손님용, 혹은 접대용의 만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초대받은 손님이 가지각색이니 맛의 평가도 십인십색이다. 특히 집밥이라는 특성상 자신 있는 우리집의 맛이 남들에겐 아닌 경우가 왕왕 있는데 집의 주인은 비법 레시피를 꺼내 들며 모두의 환호성을 기대하지만, 거진 대부분이 손님의 독설에 침울해진다. 윤영미 아나운서의 홍시 넣은 굴 겉절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었는데 뜻밖에 손님들의 반응이 덤덤해서 놀라웠다.

 

 

 

초대 받은 집에서 차후를 생각 못 하고 독설을 쏟아 붓다 자기 차례가 되어 그대로 돌려받는 출연자도 있는 반면에 배연정은 그토록 모질게 맛을 평가하고도 뛰어난 손맛으로 모든 손님의 입을 사로잡았다. "내 배가 오늘은 열 개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 이게 시합인지 아니면 나에게 축복을 내리는 날인지 오늘 잘 모르겠더라고요."

 

 

"오삼 불고기의 대박집을 찾아가면 그 맛들이 나오는 게 있잖아요. 진한 맛인데 맵지 않으면서 음식이 기교를 부린다면 이해하시겠어요? 사람을 홀리는 느낌! 꼬리가 열 개 달린 여우처럼 음식이 사람을 꼬시는데. 이야. 완전, (배연정의) KO승이에요." 뭐든지 맛있게 먹는 심진화긴 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특히 그녀의 식신 본능을 발휘하게 했던 배연정의 집밥들. 특히 그녀가 내놓은 비법의 오삼 불고기는 모양새부터가 화면으로 튀어나올 듯 생동감 있는 맛을 전달하고 있었지만,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온 이경애가 그 맛에 감히 반기를 들지도 못하고 KO패하며 온갖 미사여구로 극찬하는 장면은 절로 침을 삼키게 했다.

 

 

반면에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소발처럼, 심혈을 기울여 만들지 않은 요리가 호평을 받는 경우도 있다. 특별기획으로 구성된 집밥의 왕편의 출연자 브라이언. 그의 집은 여태껏 공개된 연예인의 집중에서 깔끔하기에는 최고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만큼이나 깔끔하게 만들어진 매쉬드 포테이토가 손님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느끼한 재료만 넣었다는데, 오히려 깔끔한 맛이라 호평을 받았던 이 요리의 맛이 궁금해 레시피를 적어두기까지 했다. 쏟아지는 혹평에 귀여운 눈물을 쏟은 조영규의 아내처럼 독설이 난무하기도 하지만, 차려놓은 요리의 모양새나 씹어 삼키는 소리. 그리고 손님의 세세한 맛 표현이 웬만한 요리 채널이 필요치 않을 만큼의 침샘을 자극한다.

 

 

 

일등에게 주어지는 명예, 황금 주걱을 놓고 여왕의 타이틀을 노리는 네 명의 참가자들. 그들은 일부 알고 있는 사이이기도 하고 일면식도 없는 낯선 관계이기도 하다. 촬영 초반에는 서로를 견제하고 긴장감에 휩싸였던 네 사람이 각자의 집을 방문하고 밥을 나누어 먹으며 다음날이면 더 친해져 있는 관계의 진화는, 식탁 위로 독설이 뛰어다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형식이라 해도 놓칠 수 없었던 감동이다.

 

 

 

집밥이라는 감동과 여왕이라는 스릴. 제작진은 이 두 개의 주제를 절묘하게 하나로 묶어 홈드라마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모두 잡았다. 특히 일부만 '친한 사이'였던 이지혜, 낸시랭, 오나미, 사유리나 전혀 다른 장르에서 활약해 절반 이상이 모르는 사이였던 쇼 호스트와 아나운서의 대결에서 촬영이 거듭될 때마다 자연스러운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은 묘한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전문 요리 채널은 물론, 뉴스에 예능 프로그램까지 지천에 먹을거리다. 그럼에도 이 정도로 섬세하게 맛을 표현해낸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그 이상의 감동이 있다. 처음에는 맛 때문에 찾은 프로그램이지만 이제는 따뜻해서 본다. 비록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는 하나 집밥의 따뜻함은 경쟁의 냉혹함마저 녹이는 온기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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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하릴없이 채널을 돌리다 문득 이것 참 지나치다는 생각을 했다. 한쪽에선 어른이 아이를 돌보느라 땀을 빼고 있고 다른 쪽에선 아이가 아이를 돌보느라 전쟁 중이다. 육아 예능의 오랜 팬인 필자도 이 정도인데, 심지어 애가 싫은 사람은 일요일 저녁이 오죽 곤욕일까. 함께 TV를 보던 가족들도 뭐 이렇게 여기저기 애 돌보는 프로뿐이냐고 싫증을 냈다.

 

2014년의 텔레비전은 그야말로 관찰 예능의 포화 상태다. 거기다 유명인 가족의 삶을 엿보는 프로그램은 공중파를 넘어 이 프로가 저 프로 같은 종합편성 채널까지 차고 넘친다. 관음 형식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놓고 가족의 치부를 폭로하며 싸우는 엿보기 프로그램까지 합산하면 범람하는 연예인 가족 이야기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이런 판국에, 관찰 예능의 붐을 이끈 조상님 같은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는 너무 안이한 생각으로 시즌2를 기획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더 이상 관찰 예능이 신선하지도 않고 연예인 가족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은 지점에서 시청자의 공감은커녕 공분을 산 구성원으로 무리수를 던졌다. 결과는 시작부터 대참패였다.

 

잘 나갈 땐 시청률 20퍼센트까지 무리 없이 찍어왔던 아빠! 어디가?가 연속 2주째 10퍼센트 수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한때는 3퍼센트 시청률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주말은 물론이오. 대한민국 최강 버라이어티로 끌어올리며 동시간대 채널을 위협하던 이 프로그램이 이제는 몇주째 연속 꼴찌를 차지하며 위엄을 잃은 종이호랑이가 되어버렸다.

 

시즌2의 시청률 참패는 애석하게도, 새 가족을 향한 대중의 반응과 정비례한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질타를 받으며 출연 자격 논란에 시달려야 했던 김진표뿐만이 아니라 새로 영입된 대부분의 가족이 전만 못한 반응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의 첫 회부터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네티즌의 연구 대상이 되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의 가족들은 논란거리 자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마지막 소란은 결국 김진표 출연 자격 논란이 다였던 셈이다.

 

 

 

그것은 이 아이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연구해보지 않은, 제작진의 안이함이 불러일으킨 결과다. 이제는 신물이 나는, 관찰 예능 포화기에 심지어 상대 채널의 자이언트 베이비 추사랑의 추격을 받으면서도 제작진은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었나 보다. 지금 같은 시대에 육아 예능이 또 한 번 시청자의 관심을 받을 방법은 결국 두 가지다. 아주 친밀하거나 아니면 아주 신선하거나. 아빠! 어디가?의 시즌2는 그 어느 것도 갖지 못했다.

 

김진표 출연 자격을 향한 대중의 불만을 뭉개버린 제작진은 시작부터 공분을 샀다. 이 정도의 논란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새 구성원이 시즌1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야만 했다. 섭외력에 자신이 없다면 더는 시즌1의 나태한 구성에 기대서는  안됐다. 내구성을 높일 만한 충실하고 신선한 기획안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야만 했다.

 

 

 

때론 제작진의 섭외력 만이 아닌 그야말로 천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환상의 멤버가 모인 프로그램이 있다. 이승기가 있던 1박 2일이 그랬고 미래의 국민 MC들을 미리 바라본 일요일은 즐거워- MC 대격돌이 그랬다. 대본 수십 개를 써도 이런 드라마는 못 만들 거라고 생각됐던 슈퍼스타K의 시즌2가 그랬다. 그리고 아빠! 어디가? 시즌1의 구성원이 바로 그런 천운으로 만들어진 멤버들이었다.

 

딸바보 아빠의 비호를 받는 새침한 공주님 지아, 첫인상만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소공자풍의 성준, 장난기가 그득한 하회탈 눈웃음이 매력적인 준수, 맏형으로서 가장 많은 야단을 맞았지만, 또한 그만큼의 사랑을 받기도 했던 시즌1의 아픈 손가락, 민국이. 그리고 일요일을 부활시킨 진정한 대상 수상자, 후.

 

예능 경험은커녕 TV 출연조차 드물었던 이 아이들이 예능 대상이 아깝지 않은 인재가 되리라곤 제작진 또한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얻어걸린 천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 다시 이 정도의 구성원이 모이는 일은 없다. 늘 서글서글하기만 했던 배우 성동일이 뜻밖에 서툴기 짝이 없는 아빠였다는 점. 아이를 바라봐주지 않던 무심한 아빠, 성동일이 아이와 눈을 맞추는 진짜 아빠로 성장하는 모습과 장남인 민국이를 엄하게 훈육하다 목이 멘 진심으로 시청자를 울린 김성주의 이야기는 대본으로 쓰려고 해도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이번에도 시즌1의 행운에 기대어 안이하고 나태한 프로그램 기획으로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이 척박한 시기에 대중의 질타를 받으며 시작한 시즌2에서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해보지 않고 여전한 시즌1의 방식 그대로 요행을 바라는 제작진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참 특별한 아이, 후의 존재를 방패막이처럼 내세운 것은 물론 아이에게 어른의 역할을 강요하는 듯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적어도 시즌2에서 후는 더는 아빠와 놀러 온 아이가 아니었다.

 

시즌2의 아이들은 천방지축이다. 요란스러워서가 아니라 질서가 전혀 잡히지 않은, 어려도 너무 어린아이들이라는 말이다. 예능은 물론 게임의 룰조차 이해 못 하는 아이들을 두고, 후의 걸음이 바빠졌다. 왈가닥 아가씨 빈이의 시중을 들기도 하고 이따금 울음을 터뜨리는 민율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뺀다. 대형 TV까지 부숴 먹었다는 빈이가, 눈치를 보며 민율이에게 사과하고 침묵 소녀 규원이에게 달걀을 건네는 모습을 보며 시즌1처럼 마냥 흐뭇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아빠와 놀러 나온 아이들이 아니라 마치 수련회장에서 예절 교육을 받는 아이들 같아서.

 

 

 

심지어 규율에 따라 달걀을 갖지 못한 민율이를 빤히 바라보고는 제작진에게 다가가 달걀을 구해오는 후의 모습은 기특함을 넘어 짠한 생각마저 들었다. 왜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을 아이에게 맡겨두고 그 모습에 감탄하며 감동하고 있는 걸까. 후의 배려심을 강요해서 만들어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어디까지나 후도, 시즌1에선 막내에 가까운 장난꾸러기 어린아이였다. 그 속엔 형 같은 친구, 준이가 있었고 아이들의 정신적 지주인 민국이 형이 버텨주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뛰어놀던 후가 이따금 보여주는 놀라운 배려심에 우리는 감탄했던 것이지 이렇듯 후를 소방대원처럼 모두의 일꾼으로 써먹는 모습은 전혀 달갑지 않다.

 

 

지금의 아빠? 어디가!아빠! 어디가? 같지가 않다. 마치 시즌제 드라마에서 인기 있는 멤버 한 명을 빼내어 만든 외전 형식의 특집 드라마 같다. 물론 일밤은 그들의 생명줄인 이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회복하겠지만, 그동안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할 후의 고생에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이 아이가 착한 아이라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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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서 느낀 점 몇 개, 어어가 아이들 중 특별히 후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후가 고생만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처음엔 무척 걱정이 되었지만 의외로 후가 잘 적응하는 것 같고, 후 자체 성격이 뭐랄까, 남을 좀 돌보기 좋아하는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아이가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것 같진 않았어요. 지난 회에도 마을회관에서 나와 아빠랑 집으로 가는 길에 '오늘 너무 좋아'를 반복하는 걸 보니 아이가 여행을 즐거워하고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거든요. 그리고 아빠 어디가의 테마가 아이들과 아빠의 성장이니까 아이들의 산만함도 성장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을까요? 이미 점잖고 차분한 아이들은 1년간 봐왔으니 좀 다른 성격의 아이들을 보는 것도 괜찮더라구요. 아직 새 아이들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점은 좀 아쉽지만 그건 전적으로 제작진의 역량에 달렸다고 보겠죠. 제작진이 캐스팅한만큼 아이들에 대해 잘 알 것이고 그런 만큼 책임감과 열성을 다해서 새 아이들의 개성을 잘 짚어서 보여주길 바랍니다. 더불어 신입 아빠들의 매력도 함께 발굴해주길요.

    •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물론 후가 이 여행을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만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짜 여행이 아닌 버라이어티인 아빠! 어디가?에서 제작진이 별다른 노력 없이 후의 인기와 배려에만 기대려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즌1의 배려와는 다른 어른의 의무감 같은 것이 느껴져서 마음이 안좋았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즌2가 성장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죠.^^ 님의 바람이 현실이 되길 바랍니다.

    • 2014.03.03 02:33 신고

      후가 배려심많고 착한 아이인건 1기때 봐서 알지만 반면 주의 산만하고 놀기도 좋아하는 아이예요,,,그게 단지 어려서도 아니고 나쁜 면도 아니고 시청자들은 그런 후도 좋아했어요,,,지금의 후가 전적으로 형노릇을 해야만 하는 이런 상황은 1기에 민국이의 역활보다도 더 심해졌고 단지 어쩔수 없다기 보다 무언가 어른들의 불찰로 인한 구조적 문제랄까,,,어쨌든 불편하거나 재미없는 시청자들도 있는거지요,,,
      신입아빠들의 매력 발굴이라 하시면 문제적 신입아빠인 김진표의 경우 이미지 세탁밖에 안되는것 같습니다,,그러니 구조적 문제지요,,,솔직히 후팬중에도 2기 출연 반대한 팬들도 있어요,,어차피 후가 연예인도 아니니 이 프로에 목멜 이유는 없고 아빠는 노래를 열심히 하면 되지 않나 싶네요,,,2기 망하라는게 아니라,,,후를 좋아한다 해도 아어가 2기가 꼭 성공하길 응원해줘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갠적으론 생각하네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을 갖기엔 제작진은 이미 너무 안이하고 오만하며 소통불능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여왔죠,,,2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일년의 시간이 있었어요, 캐스팅도 2기의 방향도 미리 제대로 생각하고 했어야죠,,그리고 방송이 오히려 아이에게 짐이 될 여지도 있지 않나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도 있는거 같네요,,,

  • ㅇㅇ 2014.03.01 12:55 신고

    글쓴이는 후팬인가보다 진전한대상자 후??글쎄

  • ㅇㅇ 2014.03.01 12:55 신고

    글쓴이는 후팬인가보다 진전한대상자 후??글쎄

  • ㅇㅇ 2014.03.01 12:55 신고

    글쓴이는 후팬인가보다 진전한대상자 후??글쎄

  • 2014.03.01 12:55 신고

    저도 닥터콜님 생각이랑 비슷해요. 정말 오랜만에 일밤의 부흥을 주도했고 작년에 가장 애정을 가지고 울고 웃으며 즐겁게 시청했던 프로그램인 만큼 나가수처럼 되지말고 오래가길 바라는 마음에 시즌 2도 꾸준히 시청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방송은 앞으로 이 프로를 계속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로 불편한 마음이 들고 결국 제 2의 나가수의 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시즌1의 명성에 의지하려는 제작진의 안일한 방식과 마음가짐이 시즌2의 부진을 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전작의 큰 성공은 결국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다섯 아이들의 톡톡 튀는 매력이 서로 어울리며 만들어낸 조화와 시너지 때문인데 제작진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멤버들의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구성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제작진의 무능을 보여주고 전작 멤버 구성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는 걸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거죠. 일단 후를 제외한 아이들의 연령이 너무 어려서 미션 방식이나 게임 룰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중에 맏형 후를 도와 구성원의 중심을 잡아줄 아이가 없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얌전한 아이들과 산만한 아이들의 대비가 아니라 맏형 민국이 외에도 똑부러진 지아, 미션이 주어지면 한눈 팔지 않고 묵직하게 해내는 준이처럼 미션이 진행되는 동안 산으로 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할 아이가 있었기에 귀여운 장난꾸러기 타입의 준수같은 아이가 있어도 구성이 산만해지지 않았는데 이젠 그 역할을 전부 후가 도맡아 해야합니다. 후가 원래 착하고 배려가 몸에 베인 성격이지만 산만하고 떠들석한 아이들을 중재하는 역할을 떠안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아이가 혼자서 감당하는 걸 보는 시청자 마음이 편할리가 없죠. 시작부터 후에게 너무 맏형이라는 부담을 주는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난 주 방송이 특히 불편했던 이유가 동생들을 챙기고 배려하는 후의 모습이 1기 때처럼 흐뭇하기 보다는 안쓰럽단 마음이 더 크게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시즌 1을 그대로 답습한 프로그램 방식은 한숨만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김진표씨 논란이 일 때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오히려 캐스팅에 대한 성토를 시청자의 폭력이라고 말하는 제작진의 해명에 더 화가 나더라구요. 이렇게 시작부터 시청자를 적으로 돌려놨으면 전작과 차별화된 무언가를 보여주었어야 했지만 제작진은 돌아선 시청자를 다시 붙잡을 무언가를 전혀 준비하지 않은 채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향이 전작과 다르다면 당연히 그것을 담을 그릇도 새 아이들에게 알맞게 고심하여 새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이걸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건 전작의 큰 성공에 제작진의 마음이 초심을 잃고 안일해졌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애착을 가자고 있는 프로그램인지라 보란듯이 부진을 털어내고 일어서주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이라도 여섯 아이들 각자의 매력을 잘 보여주면서도 여섯명이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아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 아빠 어디가 시즌2를 준비하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출연할 사람이 없었다는 거라네요.
    인기를 끌어서 아이들 덕분에 부모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CF를 찍을 당시에는 많은 연예인들이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윤후 안티 카페가 생겨나고 부모에게 동의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모델로 했으나 모욕적인 설정이 난무하는 책이 출판되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트집잡아 비방하는 시청자들에게 놀란 연예인들이 출연을 거부했던 것이죠.
    결국 이미지 전환이 필요한 자, 하는 일이 없는 자, 1년 내내 출연하고 싶다고 기사 낸 자 등... 아빠 어디가 연출진이 꼭 피하려고 했던 사람들을 섭외할 수 밖에 없게 된 거죠.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된 겁니다.
    제작진들이 연출을 잘 해야 하는데 실제 촬영 현장은 방송 만큼 평화(?)롭지 못하고 눈코 뜰 세 없는 전쟁터라고 한 성동일 씨의 말씀을 떠올리고 추측해보면 촬영장은 제작진들 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일 겁니다. 자리가 잡히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겠어요. 윤후가 많이 힘들거고요.

    • ㅇㅇ 2014.03.03 01:01 신고

      그건 아니죠,,,류진하고 김진표 일기때 제작진 섭외를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자기들 입으로 말했고 2기 인기 끄니 나온거죠.
      김진표의 일베 논란이나 그밖의 언동을 제작진이 다는 몰랐을지도 모르지만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고 애초에 제작진은 김진표나 류진을 섭외할 생각이 잇었고요,,,2기 캐스팅에 대해 시청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반발을 없앨라고 숨긴건지 아니면 섭외가 안되어 급 섭외 된건지 몰라도 김진표는 미리 발표된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늦게 발표하고 시청자들이 반발할 시간적 여유가 없게 하며 촬영 감행했었죠,,그래도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 엄청난 항의글이 올라왔는데 삭제 신공을 발휘하며 오히려 시청자의 폭력이란둥 피디가 인터뷰를 하는둥 어이 털리게 하고..김진표를 못뺄 이유도 없었는데 터무니 없이 싸고 돌았어요,,,다른건 몰라도 김진표는 제작진이 일기 때부터 섭외할라 했고 부잣집 아들이란 소문이더만 쿨하게 김진표가 당시는 거절했었고 거절한 이유를 자기는 차가 더 좋다는둥 했었어요,,이기때도 이미 캐스팅된 애가 6명이니 한명 빼도 됬는데 엄청난 반발에도 이해 안되는 수준으로 감싸고 돌았기에 전혀 어쩔수 없는 섭외가 아닙니다,,,안정환 애는 케이블 아어가 짝퉁 프로 나온애인데 방송 탄 애는 내보내지 말라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죠,,,그것도 어쩔수 없었다는 것도 핑계같네요,,섭외는 제작진 능력이고 안목이니까요,,,섭외가 뜻대로 안된 부분도 있을진 몰라도 분명 나오고 싶어하는 연예인들도 아직은 많았을거 같아요,,,아어가 1기가 인기를 끌었으니 방송이 밥줄인 연예인 섭외가 어렵기만 했을건 아니었을거고 류진 김진표는 일기때 튕기다가 1기 성공하니 나온 사람들이죠,,,1기 아빠도 셋이나 다시 나오자나요, 김진표도 그 욕을 먹고도 기어이 어린 딸끌고 나오고,,,솔직히 김성주도 아어가 나오니 김연아 피겨 중계 시키고 올림픽 엠비씨 메인 캐스터 시키는거죠,,소치에서 아어가 찍으려 왔다 갔다 하는 중에서도요,,,피겨 더 잘아는 캐스터도 있을텐데요,,

  • 1 2014.03.01 22:22 신고

    진짜 구구절절 다 공감이에요.시즌 1의 멤버들은 정말이지 완벽한 조합이었죠.눈물 많고 여려도 정 많은 민국이,속깊고 의젓한 준이,배려와 사랑이 몸에 배어있는 후,장난꾸러기지만 형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준수,홍일점의 역할을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이해했던 지아까지,누가봐도 완벽한 팀이었어요.민국이와 준이가 형이자 오빠로서의 역할을 맡고 준수와 지아는 막내 역할,후는 그 가운데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민율이가 출연한다고 할 때부터 너무 어리지 않나,하는 걱정이 들었는데...결국 이렇게 되버렸네요.

  • ㅇㅇ 2014.03.03 00:39 신고

    아어가 2기는 총체적 문제인데 그 중심엔 오만하면서도 안이하고 대책없는 제작진이 있어요,,,그 논란의 가운데에 김진표가 있었구요, 일베논란도 문제는 문제지만 그걸 떠나서라도 아어가 출연자 아빠로서는 용납할수 없다는 시청자 의견과 철저히 무시한 제작진이 문제의 중심인데 제작진과 어른들의 과오와 안이함마저 어린 후가 방어하게 하고 있어요,,,후에게 방패를 쓰게 하고 단지 형노릇만 시키는게 아니라고요,,후에게 뭔짓을 하는거죠?

  • jinju 2014.03.03 15:03 신고

    후귀엽지 하지만 진정한 대상 후보지니 주인공이니 이딴소린 빼지 아이들다주인공이지 반감사게~ 지욱이카지다귀엽구만

  • ㅇㅇ 2014.03.05 15:40 신고

    내가보기엔 성동일 김성주 윤민수 잔류가 오히려망한이유다 시즌1준수랑후없었으면진작망했다
    시즌1전반엔후가이끌고 후반엔준수가 다이끓었지 지아는 여자혼자라는홍일점이있었지만 준이랑민국이는 책만보다가 방송분량거의없음 특히준이는 투명인간이엿지 편집과자막이만들어준이미지선비만있을뿐

  • ㅇㅇ 2014.03.05 21:37 신고

    제작진들아 진정너희는 준수랑후에게 감사해야한다

  • ㅇㅇ 2014.03.06 13:01 신고

    학습효과이랄까??? 준수해맑은눈웃음 행동표정말투까지 이런사랑스런아이를 본이상 웬만한아이는 눈에들어오지않음 준수를띠어넘는아이가 나오지않는이상 그냥 그럴듯

    • 댓글은 하나씩만 쓰세요. 계속 댓글 도배하면 차단하겠습니다.-_-

    • ㅇㅇ 2014.03.09 00:07 신고

      윗쪽에 아어가 2기 총체적 문제라고 ㅇㅇ 이란 닉네임으로 댓글 단적 있는 사람인데 이 댓글은 제가 단게 아닙니다..이 댓글은 준수와 후팬이 쓰신거 같고요,,제가 준수나 후팬이라 그렇게 썼다고 오해할까보 남기는데 제가 쓴거 아니고요,,,저말고도 ㅇㅇ이란 닉네임으로 댓글 단분들이 더 계셨던 걸로 보이네요,,편하게 쓸수 있는 닉네임이어서 그렇게 된거지 모두 같은 사람이 쓴거 아닙니다,,닉네임만 같죠,,,그나저나 지난주에는 아예 후와 규원이가 같은 집을 쓰게 하면서 후에게 집에서 아빠가 할몫까지 하게 하네요,,,

    • 블로그 주인에겐 댓글단 사람의 아이피가 보입니다. 닉이 같다 하더라도 동일인물인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죠. 덧글을 여러개 달았다고 뭐라고 한게 아니라 똑같은 내용의 글을 한번에 몇개씩 도배하며 올려서 드렸던 말입니다.

    • ㅇㅇ 2014.03.09 12:31 신고

      아네 ,,그렇군요,,,그러니까 제가 위에 2기는 총체적 문제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ㅇㅇ이란 닉네임으로 댓글단 사람인데 이 댓글 다신 ㅇㅇ이란 분은 아마 특정 아이팬이신거 같은데 이런식의 댓글은 제가 쓴거 아니라고 할려구요,,,제가 누구건 특정 아이 팬이라 그런 댓글 달았다고 오해 하실까봐서요,,,그리고 이건 그냥 말씀드리는건데 글쓴이는 후팬인가 보다고 똑같은 댓글 3개 ㅇㅇ 닉네임으로 단것도 제가 단거 아니예요, 아이피 보시면 아시겠지만요,,,

  • 아빠어디가후때문에보는1인
    볼때마다후가안쓰러워..

  • 제발김성주와민율이하차시켜주세요 이두사람때문에 아빠어디가요 보고싶지않이요

  • 후때문에보고있음

 

 

어쩌다 한 번이면 조작설이라도 나돌만한데 매 순간을 빼놓지 않고 안 좋은 집만 고르니 이젠 일부러라도 못 그러겠다 싶다. 새 식구들을 얻어 재정비한 아빠! 어디가? 시즌2에서도 김성주네의 불운은 여전했다.

 

그것도 김성주 자신이나 하물며 민율이의 형도 아니고 새 멤버로 들어온 민율이에게마저 운이 따라주지 않을 건 또 뭔가. 각자 고른 공의 숫자로 집을 고르던 이 날 민율이가 고른 번호는 기세등등한 숫자 1이었지만 그 숫자가 가리키는 집은 한숨이 나올 만큼 초라한 폐가였다.

 

 

 

이젠 너무나 고루한 일상이라 웃음조차 터지지 않는가 보다. 희극도 비극도 아닌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어떤 리액션을 취해주어야 하나를 고민하는 와중에 김성주가 내지른 한마디는 절로 웃음이 터질만했다. “1번! 민율이는 늘 1번을 좋아해.” 김성주는 마치 올림픽 승리라도 거둔 것처럼 주먹을 부르르 떨며 환호를 했다. 시니컬한 성동일의 허리까지 쿡쿡 질러대며. 시즌2 첫회에서 누구나 사양하는 집을 뽑아 이미 한차례 울음을 터뜨린 상처의 역사가 있기에 아빠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늘 1번을 좋아해! 이예~ 1번." 아빠의 애처로운 노력이 통한 듯 민율인 발까지 굴러가며 즐거워했다. 내가 잘못 뽑은 것이 아니라 잘 뽑아서 1번이라고. 아직 민율이가 제대로 집을 못 봐서 그래. 집을 보고 나면 아마 실망할 거야. 아빠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근심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캐리어를 끌면서도 김성주는 끊임없이 아이를 세뇌했다. "우리는 1등이니까! 1번!" "우리는 늘 1등이니까. 1번!"

 

 

 

혹여 아이가 뽑은 번호에 패배감을 느낄까 끊임없이 그건 좋은 번호라고 넌 꼴찌가 아니라고 위로하는 아빠 김성주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물겨울 지경이었다. 운을 상대로 한 경기에선 언제나 꼴찌를 독차지했던 이 부자가 마치 위로하듯 우린 늘 일등이었다고 외치는 모습 또한 웃기면서 한편 가슴이 아팠다. 아빠의 온 힘을 기울인 노력에 민율이는 어깨를 으쓱한다. 내가 뽑았다고!

 

 

 

“우리 집 세개네.” 그래서 집을 발견하자마자 민율이는 기뻐할 수가 있었다. "규원이 아빠~ 규원이 아빠아! 우리 우리 집이 세 개예요! 민수 삼촌. 우리 집 세 개예요. 세 개." 민율이는 목 놓아 외쳤다. 순간 아빠! 어디가? 여행 첫날 우다다 달려가던 민율이가 바닥에 엎어졌을 때. 아. 울면 어떡해! 조마조마한데 그대로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노래를 불러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줄 아는 아이, 민율이.

 

 

 

마치 산타의 비밀을 지키는 것 마냥 아이의 환상을 깨지 않으려 안절부절못하는 김성주의 모습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우리 집은 경운기도 있고 화장실은 별채에 펄펄 끓이는 따뜻한 물을 쓸 수도 있는 곳. 최악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니 꽤 괜찮은 별장이 아닌가. 심지어 운치마저 있다. 급기야 민율이는 감탄한다. "오~ 여기 좋다." 어슬렁대며 걸어 내려온 성동일이 염장을 지르려나 했는데 우리 집은 아궁이도 없는 곳이라며 민율이 아빠 어깨를 으쓱하게 해준다. 그 말에 “아저씨. 힘내요!”를 외쳐주는 귀여운 아이, 민율이.

 

 

모처럼 가진 아빠와의 시간을 매번 안 좋은 구역에서 보내야만 한다는 사실에 울음을 터뜨린 민국이도. 안 좋은 곳을 좋은 곳으로 해석하는 민율이도. 누가 더라고 말할 것 없이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들이다. 하나 염려되는 것은 민국이 보다 어린 민율이가 계속되는 불운으로 형의 루프를 밟게 된다면 이토록 밝은 민율이 역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라 보장된 재미는 필요하겠지만 재미 위주의 방송을 위해 전작의 실수를 밟지는 말았으면 한다. 평행이론이라 불리었던 첫회의 악운을 성빈 부녀의 의리로 무너뜨리고 이번엔 아빠의 눈물겨운 연극으로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었지만 매회 같은 요행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니까. 집이 세 개라 좋다고 동네방네 자랑을 하는 민율이의 순수함이 곧 상처로 물들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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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0 16:04 신고

    집이 좀 뿌셔졌다고 말할 때 정말 빵터졌던 ㅋㅋㅋ 아직 어려서 몰라서 저럴 수 있는건지는 몰라도 저 긍정적인자세 배우고싶어져여

 

 

"넌 어제 나의 된장찌개를 잊었니?" "사랑아. 너 벌써 잊었니? 내 품에서도 행복했잖아!" 매주 일요일이면 습관처럼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시청하지만 제대로 봤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 한 번도 채널을 놓지 않고 끝까지 지켜본 회차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중간중간 앓는 소리를 내는데 그건 사랑이나 쌍둥이들이 너무 귀여워서이기도 하고 자막의 수준에 손발이 오그라들어서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막은 목불인견이다.

 

 

 

그야말로 히어로 풍채의 추성훈에게서 어쩜 이렇게 요정 같은 사랑이가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것처럼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막을 보면 비슷한 종류의 의문을 갖게 된다. 어떻게 이토록 무신경하고 센스 없는 사람들의 감각으로 어떻게 추부녀를 섭외하고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을까. 전자가 찬사라면 후자는 탄식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누가 뭐래도 아빠! 어디가?의 아류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럼에도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정규 방송으로 편성될 수 있었던 까닭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간 이휘재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인간 이휘재의 탐구는 시청자에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육아 고충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바람이라니! 이제는 너무 흔해져 버린 관찰 예능에 소재마저 연예인 부자 혹은 부녀로 시작했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하루를 즐긴다는 아빠! 어디가?의 컨셉과 달리 아이와 함께하는 아빠의 일상과 육아의 고충을 재조명하며 차별화를 두었다. 말하자면 아빠! 어디가?는 일요일의 육아 이벤트라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평일의 육아 일기랄까.

 

 

 

소재를 뛰어넘는 캐스팅 또한 압권이다. 꿀벌처럼 귀여운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과 아빠만큼이나 어른스러운 장현성의 아이들. 타블로의 휴식 같은 하루. 그중에서도 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사랑이는 그야말로 아이스크림 CF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깜찍함으로 전 국민을 병자로 만들었다. 덕분에 일요일 저녁 다섯 시 무렵이면 온 집안은 끙끙 앓는 소리가 난다. 만화 캐릭터 같은 얼굴에 서툰 한국말과 일본어를 섞어가며 더듬더듬 대화하고 한 그릇의 블루베리를 뚝딱뚝딱 먹어치우는 이 아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렇게 좋은 콘텐츠와 캐스팅을 시도한 제작진답지 않게 연출의 수준은 당황스러우리만큼 촌스럽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감각이 없다. 어떨 땐 티비 동화 행복한 세상을 찍는 것 같고 또 어떨 땐 아기들판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는 것 같다. 그야말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어울리는 편집이 아니라 어디 다른 프로그램에서 빌려온 것만 같은 연출이다.

 

대화가 서툰 어린아이인 만큼 자막으로 의사 전달을 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문제는 마치 관심법을 하듯 도를 넘은 표현으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것은 비단 아이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랑이와 친해지고 싶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80년대 남주인공의 느끼한 대사처럼 표현한 부분은 이미 네티즌에게 큰 화제가 됐다. "넌 어제 나의 된장찌개를 잊었니?" 라니. 특히 압권이었던 것은 최근 몇 주간의 특집에서 처음 대면한 아이들의 마음을 짝짓기 프로그램의 남과여처럼 묘사했던 자막이다.

 

 

 

점잖고 사려 깊은 장현승의 아이들이라 어리고 낯을 가리는 사랑이를 챙겨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 마음을 연애 감정처럼 묘사한 자막은 아무리 예능이라도 거부감이 절로 생겨날 정도의 한심한 연출이었다. 특히 사랑이를 중간에 놓고 형제끼리 애정 쟁탈전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처량한 발라드에 불쾌한 시점의 연출과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막으로 느끼함의 절정을 달린 장면에선 으악 소리를 지르며 절로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자막 문제만이 아니라 편집의 방향이 전체적으로 너무 촌스럽고 남루하다. 상큼한 아이들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딱딱하고 권위적이며 연령대가 높은 공영 방송사 특유의 올드한 느낌이 자욱하다. KBS 공무원 같은 채시라의 내레이션도 다큐 프로그램 같아 갑갑하다. 마치 어느 카페 센스 없는 주인장의 선곡처럼 최신 유행가를 귀가 따가울 만큼 틀어대는 배경음 또한 너무 센스가 없다. 아빠! 어디가?에서 장면마다 시기적절한 음악으로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는 솜씨와는 천지 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메인 테마송으로 적절히 사용한 영화 키친의 OST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던가. 너무 트집 잡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자막에서 사용된 폰트와 그 색깔마저 센스가 없다.

 

 

마치 생존 본능과도 같은 사랑이의 사랑스러움을 보고 있노라면 포도밭 그 사나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 아이의 귀여움으로도 이겨낼 재간이 없는 촌스러운 자막을 도대체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그저 싫고 좋고의 차원을 떠나 이제는 딱하게까지 느껴지니 더 문제다. 마치 유행을 좇고 싶은 어르신이 급하게 외운 인터넷 용어를 쓰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그 처량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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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7

  • 데이지 2014.02.10 09:45 신고

    역쉬...제 맘과 같네요.
    폰트의 촌스러움. 공무원 채시라의 딱딱함...^^

  • 판타 2014.02.10 09:54 신고

    저도 이거는 보는 방송인데 녹화해서 대충 돌려보는 수준? 자막 하니 이게 좀 과한 방송이 몇몇 있죠.. 저는 일단 경쟁작인 케이팝스타가 선두라고 생각.. 이건 무슨 계몽프로에 가까우니

  • 세나 2014.02.10 09:59 신고

    와 너무 절묘하게 쓰셨어요. 저도 공감.. 자막진짜 너무 감각없어요!

  • 저는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아빠어디가와 비교해보니 정말 그런것 같네요. 예리하시군요^^

  • 족발쫭 2014.02.10 12:40 신고

    저도 그편보고 무슨 콩트찍나라는 느낌디 들더라고요
    자막을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이 가로막힌 느낌

  • 2014.02.10 13:51 신고

    어른들이 급하게 배운 인터넷용어를 쓰는느낌..표현이 적절하네요ㅎ

  • 백민주 2014.02.10 13:58 신고

    헐 우리 어머니도 이 생각 하셨는데 깜짝 놀랬어요...공감되서

  • 2014.02.10 14:23 신고

    앗 저도 보는내내 자막이 너무 거슬리더라구요. 아이의 표정이나 상황과 전혀 맞지않고 그저 감성자극위주로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에요

  • 으응 2014.02.10 17:06 신고

    저는 나레이션이 거슬렸던 적이 있었고,, 할아버지 손녀를 남과 여의 관계로 준우준서사랑이 삼각관계로 한 건 정말 이상했었는데,,, 하지만 사랑이 하루 보느라 정신없어서
    그냥 지나치죠,,,잘 지적하심

  • 저도 2014.02.10 18:16 신고

    대박 저도 이생각 했는데... 다들 사랑스럽고 보고 싶으면서도 뭔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엄청 지루한 생각이 들었었는데 자막 때문이었어요 ! 누가 쓴건지...ㅡㅡ

  • 옳소 2014.02.10 22:18 신고

    준우준서 짝짓기 프로그램같은 대립관계 안만들었으면 좋겠네요
    특히 준서 가만히 있는데 형과 비교해서 까칠 짜증 분노 이런 단어들로만 도배하는거 진짜 보기 안 좋아요

  • 이유정 2014.02.14 11:34 신고

    사랑아너의매력은짱이야
    나는 1화부터하나도 빠져먹지않고 다시청했는데 너무제미있더라
    사랑아 파이팅

  • 와 좋겠당 나도커서연에인 되야지

  • 2014.02.23 22:00

    비밀댓글입니다

  • ㅋㅋㅋ 2014.02.23 23:04 신고

    아니 꼭 웃겨야하나요 ㅋㅋ 전 좀 이해가안되네요. 그리고 아빠어디가처럼 나이가 잇는애들도아니고 갓난애기 어린애기들을 대상으로 웃겨야하나요

  • 1 2014.03.01 22:32 신고

    와 진짜 글 완전 잘 쓰셨어요ㅋㅋㅋㅋㅋ진짜 아가들은 너무나 귀엽지만 제작진 수준은 한심하기 그지 없더군요...정말 아기들판 우결을 찍자는 것도 아니고...촌스럽고 억지스러운 편집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가리고 있는 것 같아요

  • ㅇㅇ 2014.05.11 13:01 신고

    kbs 피디들은 진짜 감각이 없어요 센스가 없어요

 

 

2014년 새해 첫 예능이자 엠비시의 또 다른 관찰 예능, 사남일녀에서 독창성을 기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민국이 미쳐있었던 것처럼 작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이어진 관찰 예능들. 그 퍼레이드의 막바지를 붙잡은 사남일녀는 더군다나 이미 익숙한 프로그램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패러디 작품 같았다.

 

연예인의 시골집 합숙이라는 소재는 그야말로 닳고 닳았다. 요즘의 아빠! 어디가? 더 멀리 가면 일박이일과 패밀리가 떴다 게다가 청춘불패와 영웅호걸까지. 사남일녀는 기존의 관찰 예능과는 다른 사남일녀만의 희소가치를 혈연 없이 구성된 가족 관계임을 내세웠으나 이미 대부분의 관찰 예능의 주제가 ‘가족’임을 돌이켜볼 때 딱히 신선할 것은 없는 소재였다. 연예인과 일반인이 뒤섞여 가족의 역할을 정하고 더 구체적인 호칭으로 서로 호명하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 이것마저 시트콤 금촌댁 네 사람들과 일부 닮아있지 않는가.

 

 

 

진부함으로 점철된 사남일녀에서 그나마 참신했던 것은 프로그램의 구성원이었는데 이 멤버들만큼은 무모하리만큼 실험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농구장과 브라운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니며 시대를 풍미한 서장훈과 김재원. 하지만 첫 고정 예능이라는 초라한 직함 앞에서 그들은 경험조차 없는 새내기였다. 그나마 익숙한 얼굴인 이하늬나 김민종마저도 게스트가 아닌 고정 멤버로서는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신세였으니까.

 

같은 시골 체험이지만 시골의 배경만을 필요로 했던 패밀리가 떴다와 아빠! 어디가? 와 달리 배경과 사람을 모두 필요로 하는 청춘불패. 사남일녀의 콘텐츠는 후자다. 시골 가정의 일반인과 연예인이 두루 섞여 혈연 아닌 가족으로 하루를 보내는. 여느 관찰 예능이나 마찬가지지만 일반인을 끌어들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절대적인 가치는 바로 타인을 향한 배려다. 배려하는 마음씨가 부족한 예능인이 프로그램을 실패시켰던 몇 가지 사례를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그중 하나는 사남일녀의 최고 연장자, 김구라의 뜨거운 형제들에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비록 김구라가 참여한 팀은 아니었으나 시골 마을에서 어르신들에게 효도하는 미션을 맡은 박명수, 박휘순은 부적절한 언행과 배려 없는 태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박명수와 박휘순 팀이 미꾸라지 낚시에 실패하자 계획한 추어탕을 끓일 수 없어 한정된 재료로 상을 차려내자 미안해하는 어르신에게 박명수는 늘 하던 식의 호통 개그로 주변을 썰렁하게 했는데 그 반응이 거의 최악이었다. 더군다나 효도하기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머리를 블루블랙으로 염색하는 황당한 무례를 저지르기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사남일녀의 희소가치이자 미덕이 된다. 1월 첫 주에 시작해 벌써 5회를 방영했는데도 별 반응이 없는 고요한 방송이지만 일반인과 유명인이 구성한 유사 가족 관계를 이보다 더 훈훈하게 이끌어간 프로그램이 있었을까 싶다. 오히려 그 미덕은 예능 경험이 적어 꾸밈이 없는 새내기들의 배려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넷째 김재원의 구김살 없는 태도와 가식 없는 배려는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소박한 힘이다.

 

 

 

 

살인미소 신드롬을 일으켰던 로망스 시절의 미모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 놀랍기 짝이 없는 김재원은 뽀얀 얼굴과 달리 털털한 태도로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터프가이 김민종이 약한 비위 탓에 손도 대지 못하는 물메기를 집어 들어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껍질을 벗겨 낸다. 그 능숙함은 아빠역의 동네 주민조차 인정했을 정도.

 

 

 

 

뭐든지 잘해낼 것 같지만, 헛똑똑이인 김민종이 떡국 한 그릇 제대로 끓여내지 못해 안절부절 못할 때 구세주 같은 김재원의 손길은 망칠 뻔한 새해 떡국을 살려 놓았다. 이날 김재원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그 험한 입의 김구라가 "그리고 있잖아. 다시 한번 박수 쳐줘야 되는 게 둘이 (정은지, 김재원) 너무 애썼어.” 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까.

 

 

 

 

이런 김재원의 서글서글함과 능숙한 배려는 가족을 소중히 하는 김재원의 진심에서 비롯된다. 사남일녀의 프로필에서부터 부모님이 불편해하실까 걱정이라고 답했던 김재원은 비록 프로그램이 만든 유사가족 간이라도 그 관계의 끈을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특히 스케줄 때문에 서울을 방문했던 김재원은 그 와중에도 통닭이 먹고 싶다는 어머니의 소원을 떠올린다.

 

 

 

"어머니.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 이따 나 사러 갖다 오는데." 이날 아침. 어머니의 신발을 다정스레 챙겨주며 그는 물었다. 호쾌한 김재원의 질문에 답을 말하기가 부끄러운 듯 주저주저하며 고개를 흔드시는 귀여운 어머니. "예? 뭐? 뭐 사가지고 와요." 카메라가 낯설어서 그럴까 몸을 낮춰 속삭이며 재자 질문하는 김재원에게 어머니는 수줍게 대답한다. "통닭이나 사다 줘." "통닭? 통닭? 아 가만히 있어. 통닭이.. 오다가 식으면 맛이 없는데. 어떻게든 내가 방법을 모색해 가지고 올게요."

 

 

 

“치킨인데요. 식을 것 같아 갖고.” 김재원의 배려는 단순히 통닭을 사는 일에 그치지 않았다. 긴 이동 도중에 닭이 식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되도록 더 맛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닭을 대접하고 싶었던 김재원은 통닭이 먹고 싶다는 어머니의 바람이 방송 이전의 핵심이었다. 세상에. 쉽게 외지로 나갈 수 없는 가족들을 배려해서 이삿짐 보따리처럼 한가득 실어온 김재원의 서울 전리품들. 도대체 뭘 쌌는지 에어캡으로 둘둘 싸맨 커다란 박스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치킨이 식을까 봐 상자를 싸고 또 사서 커다래진 치킨 박스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김재원의 노력이 어찌나 가상했던지 도착해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통닭은 그대로 아들의 배려가 되어 엄마의 마음에 박혔다.

 

 

 

특히 감동을 받은 것은 다른 가족의 선물까지 살뜰하게 챙긴 김재원의 배려였다. 아이와 아버지의 모자까지 챙겨왔던 김재원이 따뜻한 방한 모자를 내밀며 덧붙인 작은 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이게 방수도 된대요. 아버지.” 방송이 시켜서가 아니라 추운 계절에서 노동하는 아버지의 상황을 생각해서 손수 골라왔을 김재원의 배려가 그대로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언젠가 김재원은 말했다. 관찰 예능이 수두룩한 이 시대에 첫 고정 예능이라는 무모한 시도를 한 건 그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가족’을 주제로 담은 프로그램이어서라고.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많은 사람이 잊고 산다. 가족의 중요성, 소중함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매우 좋았다." 예능 초짜 김재원의 진심에서 관찰예능의 원점을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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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시현 2014.02.05 09:27 신고

    예능이 아니라 가족에 중점을 둔 사람이 있어서 재미있는 프로가 되는거 같아요
    게임 같은걸 해서 억지 웃음 만드는거 보가 전 이런게 요즘 좋은거 같아요

  • sss4378 2014.02.05 10:43 신고

    잔잔하게흐르는 음률이 그드라마만의 특짐을살려주듯이 사남일녀는안맞을듯하면서도 서로간의 사랑이잔잔하게 흐르는그것이보는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듯 그속에서 꾸미지않는잔잔한 재미가 있어 재미진 예능. 보는내내 입가의미소를짓게ㅔ하는. 순간대폭소케하는장면도많고. 그래서 사남일녀 더욱좋다

  • tkska 2014.02.05 11:01 신고

    공감공감입니다 김재원 너무 좋다ㅠㅠㅠ

  • 사남일녀 2014.02.05 11:20 신고

    김재원한테서 배려와 진정성이 묻어 나와요 멤버들 합도 좋고 이런 좋은프로 많은 사람이 같이 봤음 좋겠습니다

  • 막내아들 2014.02.05 11:59 신고

    김재원을 보고 있으면 예능을 한다기 보다 그냥 그 프로그램 안에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에 진정성 있고 훈훈한 것 같아요. (예능에서 보기 힘든 비주얼로 안구정화 시켜 주는 건 덤!) 억지 웃음 유발하려는 것 없이 묵묵히 자기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미소짓게 만드는 힘^^ 다른 4남1녀분들도 각자 개성이 있어 재미집니다.

  • 안녕하세요.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매주 토요일. 신동엽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리메이크를 선보이는 가수들을 보면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음악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황금기 막바지에 태어나 조롱과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불후의 명곡이 현재 유일하게 살아남은 역사의 증거가 되었다. 이보다 더 씁쓸한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불후의 명곡의 원년 멤버 홍경민은 마치 불후의 명곡 그 자체를 닮은 듯한 참가자였다. 지각도 결석도 없이 사고 한번 치지 않는 근로 장학생의 면모를 갖췄지만 그만큼 연예인의 화려함은 덜했다. 그럼에도 홍경민은 변함없이 이 스테이지를 지켜왔다.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를 눈가에 담은 채. 그리고 이날의 설 특집 불후의 명곡은 오히려 이런 홍경민의 우승에 연연하지 않는 서글서글한 매력이 빛을 발한 무대였다.

 

무대 하나가 끝날 때마다 문희준이나 정재형 그리고 은지원은 침을 튀기듯 최고의 편곡이었노라고 입을 모으지만 사실 우리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리메이크를 하루 이틀 지켜봤는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의 그렇고 그런 리메이크들은 새삼 감동을 받을 필요도 없이 뻔한 패턴으로 아로새겨져 있었다. 특히 불후의 명곡의 트롯을 흐느끼며 알앤비풍으로 만든다든지 랩 몇 소절 넣고 파격적 변신 운운하는 것은 물려도 너무 물렸다.

 

사실 이 날의 불후의 명곡도 싫증 나긴 마찬가지였다. 말이 설 특집이지. 가수들이 내놓은 리메이크의 패턴은 역시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래된 노래에 최신 장르를 섞어 만든 싫증난 편곡. 심지어 향수와 퇴보를 구분하지 못해 민망하리만큼 촌스러운 무대도 적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홍경민의 무대는 무감동한 찬사와 의식적인 박수를 비로소 진심으로 터뜨려주었다. 홍세민의 흙에 살리라를 준비한 홍경민은 무대에 서기 전부터 파이팅 정신으로 무장한 각오 따윈 버린 지 오래였다. “설 특집이기도 하고 고향 노래 특집이기도 하고 약간은 좀 훈훈한 분위기에 맞을 것 같은데. 코리아 주니어 빅밴드라는 브라스 밴드가 있어요. 꼭 한번 좋은 무대에서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 오늘 함께하게 됐죠." 참 초연한 얼굴로 즐겁게 무대를 설명하는 홍경민의 얼굴엔 반드시 이겨 보이겠다는 승리의 야욕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꼭 함께하고 싶었던 연주가들을 비로소 소개할 수 있음의 흥분만이 가득했다.

 

 

 

소년소녀들로 구성된 주니어 브라스 밴드, “코리아 주니어 빅밴드”의 성격에 맞게 동요 고향의 봄으로 시작된 관악기의 매력적인 멜로디. 그리고 홍경민 특유의 락을 모태로 한 허스키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무대를 휘어 감았다. 이보다 축제와 어울리는 소리가 또 있을까 싶게 아이들의 숨결로 만들어진 브라스의 경쾌한 멜로디가 홍경민의 목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절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홍경민이 꼭 소개하고 싶었다는 코리아 주니어 빅밴드는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클라리넷 등으로 구성된 만 5세에서 19세 이하의 대한민국 최초의 어린이 빅밴드다. 그렇지 않아도 홍경민의 호명에 불러 나온 키다리 청소년에 막냇동생 뻘의 어린 아이들도 드문드문 섞여있어 참 흥미로운 조합이라 생각했다. 홍경민은 꽤 친근하게 코주빅이라 줄여 부르며 무대가 끝나고 나서도 승패와 상관없이 그들과 함께 무대를 구성할 수 있었음을 그리고 시청자에게 그들을 소개할 수 있었음이 오직 기뻤노라고 화답한다.

 

 

 

흙에 살리라는 노래를 이토록 구성진 맛으로 리메이크한 홍경민 덕분에 원숙한 방청객들은 축제의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축제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관악기의 멜로디를 설 특집의 퍼포먼스로 구성한 홍경민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무대였다고나 할까.

 

 

 

아이들을 둘러싸고 가운데에서 두 팔을 벌리며 무대를 즐기는 홍경민의 행복한 얼굴은 그야말로 서바이벌 무대의 참가자가 아니라 내 마음의 풍금의 선생님이라도 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경쟁의 느낌보다는 학생들에게 되게 오랫동안 정말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 같거든요. 그 친구들한테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노래 말미에 연주자의 시간을 따로 마련해주고 그 자신이 아닌 아이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이끌어준 배려 또한 눈에 들어왔다. 설 특집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무대가 있을까 싶었다.

 

 

 

이날 너무나 높은 점수로 엠씨들은 물론 동료 가수들마저 그들을 이길 팀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VOS의 428점을 놓고 소감을 묻는 그들에게 홍경민은 눈가의 주름이 구부러지게 웃으며 재치있는 답변을 했었다. “428점. 불후의 명곡에 서른 번을 나오면서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점수예요. 그래서 오히려 한결 마음이 편하고요. 저는 그냥 우리 코주빅 아이들하고 좋은 추억을 또 한 번 만들게 된 것 같아서 그거 자체로 굉장히 기분 좋습니다.” 이미 우승에 초연한 그였지만 그의 무대를 만족하게 본 시청자 역시 초조하지 않고 초연해졌다. 이미 승패를 뛰어넘은 훈훈한 마무리로 마음이 따뜻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기적은 홍경민의 점수를 가리키며 반짝였다. 430! 그것은 바로 2점의 기적. 무려 2표 차이로 VOS를 누른 홍경민은 입이 떡 벌어졌다. 승패에 초연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기분은 언제나 즐겁다. 우승을 확인한 홍경민의 인상적인 표정 하나가 있었다.

 

 

 

우승자가 호명되고 우르르 몰려나온 주니어 밴드를 마치 합창단 선생님 마냥 가운데서 끌어안고 트로피가 아닌 아이들의 흥분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홍경민의 흐뭇한 미소. 문득 홍경민은 무려 세 차례나 힘주어 말했던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한가지 소원이 떠올랐다. 이미 두어번 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는 홍경민이지만 그럼에도 이날의 트로피가 남달랐던 것은 오히려 혼자서 가진 트로피가 아니기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소녀에게 응원 트로피를 넘겨주고도 홍경민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홍경민표 서글서글한 눈웃음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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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물 2014.02.02 12:15 신고

    훈훈한 쇼타임!!!!
    홍경민의 표정은 더욱 훈훈합니다.
    리뷰 잘 읽고갑니다.^^

  • 지르박 2014.02.02 13:01 신고

    사실 홍경민 씨는 우승경력은 많지않습니다만 특유의 색깔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시는 분이였죠.... 늘 불후의명곡이란 프로에 전반적인 톤을 깔아주는 맏형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훈훈한 감동까지 만들어주시니...

  • 시현 2014.02.03 08:59 신고

    사실 요즘 리메이크는 워낙 많이 일어 나서 이번편을 보지 못 했는데 이번에 봐야 하겠네요

  • 권수정 2014.02.03 22:49 신고

    반복해서 여러번 봤네요 정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좋은 무대였습니다 홍경민오빠 화이팅!

  • 2014.02.06 23:36 신고

    기사 너무 잘읽었습니다
    기사가 쏙쏙 들어오네요.
    설특집에 너무 잘 어울리는
    무대를 코주빅과 함께 해주신.
    그 모습에 감동 이였습니다.
    계속 불명에서 홍가수님을
    보고 싶어요~~
    매회 기대가 되는 불후의 터줏대감
    이니깐요.

  • 어쩌다 프로를 못봣는데 보고싶군요.넘넘 홍경민 팬인데^^

  • 불후의 진정한 매력은 정말 홍가수를 통해 알수있지요
    경쟁이 아닌 진정한 음악을 할줄아는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지킬줄 아는 음악인.
    홍가수.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불후의 가수로
    남아주시길....

 

 

나는 김병만의 2014년 대상 소감을 기억할 순 없지만 몇 년 전 최우수상을 받으며 그가 남긴 한마디는 소중히 담아두고 있다. -사실 그해의 최우수상이 올해의 대상 이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기도 했고- 그는 절친 이수근을 향해 포효하듯 외쳤다. “수근아. 말 못해도 예능 할 수 있다는 걸 내가 증명해줄게.”

 

김병만의 새 예능이 소림사에서 무술 배우기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무릎을 쳤다. 아. 정말 이런 방식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사실 김병만은 매우 특이한 형태의 개그맨이다.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대고 이제는 돌아오는 연말이면 그의 이름이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대한민국의 대표 개그맨이지만 사실 그의 가치는 특이하게도 개그가 아닌 다른 분야였다.

 

 

 

김병만의 대화는 어눌하다. 말을 잘하지 못해서 사회자의 자질 따윈 없다. 심지어 몸개그로 웃겨주는 타입조차 아니다. 어느 분야에도 소속되지 못한 김병만이 이 시대 최고의 개그맨으로 군림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아이러니다. 그는 폭소와 수다라는 예능의 카타르시스를 다른 종류의 감흥으로 대체했다. 그것은 바로 감동과 진정성이다.

 

설 특집으로 방영된 파일럿 프로그램, 주먹 쥐고 소림사는 가물가물해진 김병만의 진정성을 재확인시켜준 방송이었다. 덧붙여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 김병만의 희소가치, 김병만표 예능의 진수를 증명하는 특집이기도 했다.

 

 

 

이소룡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장우혁, 내 여자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악의 무리를 무찌르고 싶다며 천진한 얼굴로 사자후를 외치는 육중완. 한국의 성룡이 되고 싶다는 김동준. 허약돌에서 상남자로 이미지 탈환하고 싶다는 니엘. 장난과 허무맹랑한 동경이 섞인 김병만의 아이들과 달리 정작 김병만 본인의 바람은 진지하며 또한 실용적이었다. “무협지 보면서 그걸 개그로 패러디를 되게 많이 했는데 실제 소림사에 가서 보고 싶어요. 그 무술들을. 진지하게 한번 배우고 싶고 그걸 제 눈으로 직접 한번 보고 싶어요.”

 

사실 김병만 하면 떠오르는 첫 기억은 달인이 아니라 무림남녀라는 개그콘서트의 코너였다. 달인은 대사라도 있었지 그 코너에서 김병만은 오로지 여성 파트너와 무협으로 나누는 몸의 대화가 다였다.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기기묘묘한 동작들에 탄성을 내질렀던 것이 어쩌면 김병만표 예능의 시초였을지도 모른다. 이토록 김병만과 무협은 떼려야 떼놓을 수 없지만 이런 김병만이라 해도 소림사 앞에선 시작하는 병아리일 뿐이었다.

 

 

 

비록 첫회가 다일 지도 모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인원이지만 어떻게 뽑아놨는지 단 한 명의 낙오자가 없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특유의 시청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불편한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다. 반쯤은 장난기 섞인 소개를 보면 소위 꼴통들만 모아놓은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들이 소림사를 대하는 자세는 무척이나 진지하고 엄숙했다.

 

 

정글에서는 늘 앞서 가며 가르침을 주었던 김병만이 그의 부족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스승의 가르침과 도움을 받아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은 정글에서 볼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대화조차 금지된 식사 시간.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감시 받으며 정해진 규율에 따라 식사를 하고 그릇을 내려놓는 과정이나 1년 365일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이 반복된다는 새벽 다섯 시 반의 예불 의식. 그들의 소림사에서 배운 그리고 가장 견딜 수 없었던 시련은 육체적 고통이 아닌 정신의 수행이었다.

 

 

 

비록 정글이 아닌 세계였지만 그럼에도 이따금 발휘되는 김병만의 정글 기질 또한 소소한 웃음거리 중 하나였다. 부러 더 힘든 길을 택해 지름길이랍시고 위험한 산등성이를 파헤쳐 가지 않나 어린 아이돌에게 기꺼이 안락한 침대를 양보하고 본인은 침낭을 선택하고는 특유의 기행적 동작으로 너스레를 떨며 배려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김병만 족장의 모습이었다.

 

소림사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증명하는 마지막 시간에 김병만은 최고 난도의 취권을 연마한다. 엄격한 분위기에서 벌 받듯 얻어걸린 뉘앙스였지만 실은 김병만의 몸이 가장 유연하기에 선택된 영광의 기회였다. 이 과정에서 놀라웠던 것은 비록 며칠간의 짧은 수행 시간이었지만 그 누구도 이 기회를 게을리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나같이 진지한 태도로 맡은 무술을 완성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밤이 저무는 시각까지 연습에 열중인 그들을 보며 이미 그들은 절반쯤은 소림사의 정신을 담고 있는듯해 보였다.

 

 

 

맡은 무술의 종류와 사부는 달랐지만 그래도 하나같이 가슴 속에 새긴 가르침은 육체 이전에 정신을 단련해야 하는 소림사의 신념이다. 몸으로 그려내는 기술 이전에 정신을 가다듬는 일이 더 힘들었노라고 토로하는 이들 앞에 특히 웃음 많은 육중완이 스스로 뺨을 때리면서까지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무엇을 배우든 짧은 시간에 최상의 결과물을 내놓는 김병만의 마법은 소림사에서도 통했다. 불과 이틀이라는 최단기간에 엄격한 사부의 극찬을 들을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남에겐 취한 것처럼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동작이지만 실상은 적을 방심시켜 과격한 기술로 쓰러뜨리는 파괴적 힘을 가진 무술, 취권은 예능인의 신조 그 자체가 아닌가 싶었다.

 

 

김병만은 분명 말을 잘하지 못하는 예능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그이기에 오히려 희소가치가 있는 김병만표 예능을 완성할 수 있었다. 말이 아닌 몸으로 증명하는 개그. 그렇다고 해서 또 슬랩스틱 개그는 아닌. 설 특집으로 구성된 소림사가 간다는 이런 김병만표 예능의 진수를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한차례의 시한부로 그칠 것이 아니라 정식 예능으로 굳혀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병만이 세계 각지 무림의 고수를 방문하여 단계를 쌓듯 무술을 덧씌워나가는 과정 또한 재미있지 않을까.

 

2년 뒤. 취권3을 만들어 그를 넥스트 재키 찬으로 섭외하고 싶다는 성룡의 말이 단순히 립서비스인지도 모르나 혹시 누가 또 아나? 다이어트한 김병만이 2년 뒤 무협 영화의 액션 배우가 되어있을지. 비록 무모한 상상이라도 김병만이라면 마냥 불가능은 아니라는 희망을 그는 또 한 번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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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ㄴㅂ 2014.02.01 10:59 신고

    한국의 찰리채플린...

  • 2014.02.01 11:21 신고

    웃기는 개그맨은 아니지만 그만의 매력있고 노력파라고 생각함 예전에1박2일에서 김C처럼 웃기는 개그맨은 아니지만 그만의 매력역활로 쏠쏠한 재미가 있었듯이

  • 지르박 2014.02.03 00:11 신고

    이걸 재밌게 보실줄은 몰랐네요. 애쓴다는 느낌은 들었으나, 전혀 재밌는 것 같지는 않던데요... 체험다큐로 보긴 좋지만 예능으로 굳이 보고싶지는 않다는 느낌? 사람에 따라 감흥은 다른 것일테니까요~ 리뷰는 늘 잘 읽고가요~

  • 해신 2014.02.03 03:21 신고

    역시 김병만이네요 평가도 객관적이구요 정편 가능

  • 솔솔부는 2014.02.03 18:10 신고

    김병만.. 보고있음 탄성이 절로 나지만 무언가 더 하라고 하고싶지는 않음.. 어느날 다칠까봐 걱정됨..와이프는 얼마나 조마조마할꼬

  • 들꽃 2014.03.15 15:07 신고

    예능이 꼭 웃겨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게 만든 인물이지요. 전 예능에서 이런 인물도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요. 심형래씨가 활동하던 그 시절에 활동했다면 아마도 심형래씨와 슬랩스틱코미디의 양대산맥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 리강사부님저는이현우인데요
    차태현나오는전우치에나오는유이씨가
    공중뛰는장면모습이좋아요

 

 

여느 날과 다른 오늘이었다. 윤종신은 먹다 남은 3,000원짜리 도시락을 내려놓고 녹화장을 향했고 그곳에선 김구라가 응원가를 연습하고 있었다. 뉴스데스크를 스치는 홍보 영상물도 지극히 일반적이었다. 알고 보니 일억 삼천만 달러의 사나이 추신수가 이날의 손님이라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거 너무 아부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어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오히려 이 환대를 받는 이가 역시나 거물급 인사라는 사실에 더 위화감을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출연자의 지위와 프로그램의 대우가 정확히 반비례하는 곳이 라디오스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들이 이토록 추신수를 떠받들었던 이유가 아주 저속한 꿍꿍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국경도 나이도 필요 없다. 힘세고 돈 많이 벌고 국가에 공헌하면 그게 바로 형!” 무려 김국진이 82년생에게 “신수형!” 이라고 부르며 무너졌다. 라디오스타는 그 어느 곳에서도 써본 적이 없었을 추신수의 수식어를 만들었다. “국민부자, 신수형 특집” 그렇다. 추신수가 이날 라디오스타에서 왕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연봉 때문이었다.

 

 

 

네 명의 엠시들은 정말 아득해질 만치 돈 이야기만 해댔다. “1년에 1,370억 원. 주급 3억 7천만 원. 라스 출연료 정도는 줘도 기분이 좀 나쁠 것 같은데. 저희가 그냥 회식비로 사용해도 될까요?” 겨우 화제를 돌렸나 싶으면 그 화제를 또 돈 이야기에 연결하는. 그야말로 돈타령의 무한 루프였다. “저희가 이제 돈 이야기에 많이 포커스를 맞추는데 워낙 열심히 해서 이런 성적을 거뒀다는 건 잘 알고 있고.”

 

 

 

너무 속물적인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한편 이해도 되는 것이 그 종목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야구 소재 하나만으로 한 시간을 채우기 곤란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이 포괄적으로 관심을 두는 가십거리가 무엇이겠는가. 연애와 돈이다. 그중에서도 부자의 돈은 가장 솔깃한 관심사다. 게다가 이날의 돈타령이 그리 거북하게 들리지 않았던 것은 너무나 담담한 태도로 솔직 근면하게 돈타령에 동참해준 추신수의 인내심 덕분이었다.

 

 

 

“추신수 선수가 어쨌든 간에 1억 3000만 불. 그래서 이게 한화로 1,370억 원 정도 되는데. 과연 라스만의 분석으로 추신수 선수의 플레이가 돈으로 얼마짜리의 가치가 있었는지.” 거창하게 소개하고는 실책 vtr을 틀어대지 않나. 대선배의 씁쓸한 과거를 계속해서 되새기지 않나. 인상적인 것은 장난을 제외하곤 시종일관 평정심을 유지하던 추신수의 태도였다. 김구라가 집요하게 박찬호의 사례를 읊어대자 처음으로 곤란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이토록 유연한 피드백으로 맞대응했다. “제가 나중에 앞으로 어떻게 할진 모르겠지만, 성적이 좀 안 좋으면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아요.” 농담과 매너를 섞은 최고의 대답이 아닌가.

 

 

 

 

이날의 돈타령이 추신수에게도 마이너스가 되는 화제는 결코 아니었다. “1,370억 원 중에서 추선수가 가져가는 게 얼마며 어떻게 나눠 받나요?” 45% 세금과 5%의 에이전트. 2%의 자산관리. 그리고 추신수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결국 45% 정도. 숨김없이 담담하게 털어놓는 추신수를 보며 김구라가 정곡을 찌른다. “이 얘기가 하고 싶었던 거죠?” 그리고 추신수의 환하게 웃는 얼굴과 화면을 가득 채운 샤랄라한 꽃 그림들. “아니죠. 물어보셨잖아요. 먼저.” 그 순간에도 김구라의 공격을 맞받아치는 추신수의 여유가 놀랍기 그지없었다.

 

 

 

“사실 돈은 보라스, 그 에이전트가 제일 많이 버는 거 아니에요?” 윤종신이 운을 떼고 김국진이 거들자 무슨 화제로 흐를지 짐작했다는 듯 추신수는 이렇게 화답한다. “제가 5%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이런 이야기도 한번 해봤는데. 그런데 사실 기다리는 입장도 굉장히 좀 스트레스받고. 겜블 같은 거잖아요. 팀과의 두뇌 싸움. 언론플레이 그런 걸 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아 진짜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사실 아깝지도 않고. 좋은 계약 해주고 그만큼 가져가는 거니까.” 라디오스타 엠씨들의 짓궂은 농담에 정색하지 않으면서도 한편 그 이야기가 확대재생산 되지 않도록 일축하는 추신수의 화술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라디오스타는 참 특이한 토크쇼여서 접대를 받고 싶거든 이 프로그램을 선택해선 안 된다. 엠씨들의 다소 거북한 질문을 무례한 뉘앙스로 만드느냐 아니면 본인의 호감도를 올려줄 기회로 연출하느냐는 엠씨의 재주가 아니라 오히려 출연자들의 피드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속된 화제였을 돈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담담한 화법으로 대응해준 추신수. 나는 이것을 돈타령의 교본이라고 부르고 싶다.

 

 

 

"야구가 많은 경기를 하잖습니까. 오늘의 좋고 나쁘고의 기분은 그 자리에, 야구장에 놔두고 와야 해요. 왜냐하면 이 기분을 가지고 내일에 적용시킬 수 있고. 안 좋았던 경기의 그런 기분을." 이날 추신수가 고수한 평정심의 비법을 설명해준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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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 2014.01.16 09:27 신고

    정말 정색없이 대처를 잘 하시더군요 . 여유도 있고 나름 센스도 있으시고 ㅋ 편집을 잘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ㅎㅎ
    돈 관련된 애기를 웃으면서 본다는게 참 ㅎㅎ

  • 판타 2014.01.16 11:02 신고

    진출 초기만 해도 (별로 볼기회도 없었지만) 전형적인 운동선수에 약간 다혈질 이미지도 있었는데 이제 가정도 오래되고 명실상부한 스타플레이어여서 그런지 정말 진지하면서도 위트있고 품격(?)있는 모습까지 보이네요.. 이번편의 차별화된 재미는 엠씨쪽에서는 크게 없었지만 (물론 라스엠씨는 기본 이상은 한다) 이번편에 특별히 잘한거는 규현 이외 전원이 정말로 야구에 해박했다는..공부한게 아니라 정말로 야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네.. 이 부분만은 그전에 어떤 토크쇼 엠씨보다도 라스엠씨가 친근하게 느껴진 요소가 됐을듯 (그 초면에 독설에도 불구하고)

    • 엠씨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야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재밌더라고요. 김구라는 역시 ㅋㅋ 야구 얘기를 해도 가십거리만 ㅋㅋㅋㅋ 야구를 잘 모르는 규현의 응대 마저 하나의 화제 같아 즐거웠어요.ㅎㅎ

  • kim 2014.01.16 22:44 신고

    음주운전 사건이후 많이 성숙해졌달까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ㅎ

 

"어떻게 친구끼리 결혼을 하냐. 이해가 안되네?" "근데.. 친구끼리 결혼하는게 더 좋을 수도 있어. 오랫동안 알고지냈으니까 편하구 잘 알구 싸울 일도 없구." "하긴. 친구끼리 결혼해도 괜찮겠다?" "그치." 뚜- 뚜루뚜뚜- 뚜루뚜뚜- 요즘 들어 감 제대로 잡았다 싶은 개그콘서트. 그중 가장 객석 반응이 좋은 코너는 무엇일까? 나는 바로 이문재, 장효인의 두근두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반응은 폭소가 아니다. 손가락을 간질대다 목구멍으로 터져 나오는 그 몰랑몰랑한 느낌의 비명. 분명 개그 프로그램인데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감정은 야릇함이니 이거 참 기묘하다.

 

두근두근의 기본 포맷은 마치 윤석호의 미니시리즈 같다. 너무 오랜 친구사이였기에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사랑한다 말할 수 없는 남녀. 알량한 자존심 때문일까. 아니 섣불리 꺼낸 고백이 애써 유지 중인 친구사이마저 무너뜨릴까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둘은 농담을 가장한 진심을 나누며 쉴 새 없이 서로에게 두근두근을 느낀다. 그 두근거림은 관객에게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

 

 

 

객석 반응이 대단한 프로라고 서두를 달았지만, 막상 두근두근은 개그콘서트의 그 어떤 코너보다 웃기지 않다. 비상식적인 캐릭터의 과장된 에피소드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보편적 개그 스타일과 달리 그들이 나누는 대사와 기본 포맷은 그야말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문재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2~30대 표준형 남자일 뿐이고 장효인의 캐릭터 또한 조금도 독특한 면이 없다. 그냥 내 친구나 혹은 나 자신이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무난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 개그 코너의 주인공이라는 사실부터가 낯설기만 하다.

 

 

 

그나마 좀 튄다, 똘끼가 있다 싶은 캐릭터인 여주인공의 여동생 역 박소영이 그나마 보통의 웃음을 터뜨리게 하지만 그것 또한 소개팅 농담으로도 써먹기 어려울 썰렁 개그의 일환일 뿐이다. 둔남둔녀의 여동생 아니랄까 봐. 두 사람의 두근두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던 여동생이 느닷없이 큰 건수를 잡은 것마냥 호들갑을 떨어댄다. "오빠! 언니! 이 시간까지 언니랑 같이 있다니. 문재 오빠아?" 그 순간 터지는 두근두근의 테마송. 뚜루뚜뚜- 뚜루뚜뚜- 크렌베리스의 ode to my family.. 붉어진 얼굴로 사방에서 여동생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는 두 사람. "뭐야. 뭐야?" 난 소영이의 이 대사가 제일 웃기더라. 하지만 여동생의 입에서 터진 대답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추리였으니. "면허 있어~"

 

 

 

재미있는 것은 그야말로 무난한 캐릭터와 평이한 에피소드. 그리고 담백한 개그를 기본 포맷으로 가진 두근두근이 의외의 대박을 터뜨린 것처럼, 이 진부한 유행가가 두근두근에서만큼은 참신하기 짝이 없는 사랑의 메신저로 통한다는 사실이다. "하긴. 친구끼리 결혼해도 괜찮겠다?" "그치." "이상해. 이상해.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야." 얼떨결에 튀어나온 진심에 순간 얼어붙은 여자와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남자. 두 사람의 감정이 스위치를 켰을 때 패턴이 되어 흘러나오는 이 두근두근한 멜로디. 물론 곧 강한 부정으로 진담을 쓸어내 버렸지만.

 

사실 웃기지도 않고 이토록 평범한 에피소드가 퍽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담백한 캐릭터를 군살 없이 연기하는 두 개그맨의 농익은 연기력 덕분일 것이다. 정극 배우가 부럽지 않은 두 젊은 개그맨의 진솔한 연기력이 이 담담하고 무난한 코너를 웬만한 드라마보다 설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선머슴아처럼 퉁명스럽게 남주인공을 대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진심을 촌스럽게 수습하는 여주인공이나 늘 농담처럼 그녀를 대하다가도 돌아선 여자친구의 뒷모습에 "잘 자라.."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주는 이문재의 꿀 바른 성대. 이 순간만큼은 문재 오빠가 놈놈놈의 김기리 보다 천 배쯤은 더 멋진 거 같다.

 

사실 내겐 이 두근두근의 테마송에 각별한 애착이 있다. 필자의 유년 시절에 이 음악은 그야말로 두근거림의 스위치나 다름없었다.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앳된 얼굴의 배용준과 전도연이 서로를 흘끗거리며 이른바 썸을 타고 있을 때 심장을 울렁거리게 했던 그 목소리가 바로, 뚜루뚜뚜- 뚜루뚜뚜- 그때와 엇비슷한 두근거림을 드라마가 아닌 개그콘서트에서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 놀랍기 짝이 없다.

 

 

어쩌면 어른들이 보기엔 한심하다 느껴질 코너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변칙일지도 모를, 개그 코너 아닌 개그 코너. 하지만 폭소를 대신 차지한 그 간지러운 감정이 전혀 불쾌하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10년 전만 해도 먹히지 않았을 이 코너가 2013년엔 개그콘서트의 메인 코너가 됐다. 그건 바로 급격하게 변해버린 대중의 취향을 증명하는 증거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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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6

  • 포스팅보니 재미있어보이네요~ㅎㅎ 잘보고갑니다^^

  • 보고있으면 저도 모르게 수줍게 웃게 되더라구요. 그 풋풋하고 설레는 미묘한 포인트를 잘 잡아낸 코너 같아요ㅎㅎ

  • 결혼전에 내가 이런 달달한연애를 했을까? 하면서 보게 되는데요 보는사람도 설레이게하는 묘한매력 있어요

  • 이 코너 보다보면 괜시리 찡해지고 눈물남

  • 플로라 2013.10.14 21:22 신고

    두근두근 좋아서 개콘 봐요.
    문재 오빠 마지막에 닫힌 대문 보며 한 마디씩 던지는 멘트가 참 설레어요. ㅎㅎ
    방송 초반엔 나도 모르게 눈물도 핑 돌다가 결국 주르륵했다는. ㅋ
    개그 보는데 이런 느낌도 들 수 있구나 했더랬죠.
    포스팅 잘 봤습니다. ^^

  • 강지영 2013.10.14 22:19 신고

    이문재는 '있기없기' 때도 매력적이었지요~^^

  • ㅋㅋ 2013.10.15 00:20 신고

    젊은이의양지에서 전도연과 차태현이었죠 배용준때 나온게 아니라...차태현이 전도연 따라다닐때

    • 차태현이 전도연을 따라다녔었나요? 그 부분은 기억 안나지만 전도연과 배용준 테마송이었던건 확실해요. 이종원을 베스트프렌드라 부르던 배용준이 전도연과 좋은 감정을 나누면서 사용됐던 두근송이예요. 황금빛 갈대 물결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이 멜로디가 나왔던게 지금도 눈에 선한걸요.

  • 산다는것은 2013.10.15 07:47 신고

    저도 과친구였던 남자친구랑 십년세월을보내고 결혼했는데 이코너보면 괜시리 웃음나오고 풋풋했던 그시절이 떠오릅니다. 사십대 중반 넘어선 제가 봐도 충분히 재밌어요. ^^

  • 호호양 2013.10.15 09:19 신고

    정말 개그 콘서트에서 이 코너를 보면 제목처럼 두근두근합니다~

    좋아하는 사이 간의 그 미묘한 느낌이..>_<
    너무 좋아요!

    잘 보고 갑니다~^^

  • 별나라 2013.10.15 09:50 신고

    저도 개콘에서 챙겨 보는 코너중 하나인 두근두근 ~~~
    정말 보고 있으면 소리지르고 두근거리고~~
    이문재 연기 보고 있으면 그 얼굴에서 두근두근이 막 쏟아져 나오는듯~~
    나쁜 사람 코너에서도 정말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같이 나쁜 사람이라고 해주고 싶었다는~~
    나중에 문재 오빠는 ~ 정극에 도전했으면 합니다~ 하시면 잘할듯~~
    정말 두근두근은 이문재때문에 뜨는 코너라는 생각이 강함~~~

  • 문재오빠 너무 멋있어요

  • 저는 저 노래가 중학생때쯤? 152인가;;
    무슨 대화방같은 건데 녹음을 해놓고 친구들끼리
    거기에 할 말 같은걸 해놓기도 하고
    그게 삐삐인삿말처럼 인삿말도 들어있는거라
    목소리만 들어보고 모르는 사람에게 호감도 표시하고
    뭐 그런 거가 있었거든요 그 배경음악이 저거였어요 ㅋㅋ
    아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나네 ㅠㅠ
    전화번호도.. ㅠ 그 뭐라고 했었는데..

    암튼 그래서 전 개콘 요즘엔 잘 안보지만
    두근두근 젤 좋아하는 코너중 하나였어요 ㅋㅋ

    • 아. 예전엔 음성사서함에 그렇게 녹음 메시지를 남기는게 유행이었죠.ㅎㅎ 그 시스템을 이용한 팬 사서함도 있었구요. 저는 서태지의 사서함을 자주 들었었죠. 추억의 채송아 씨 ㅋㅋ 맞아요. 이 노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무슨 씨에프였나 예능 프로에서 유행한 음악이죠.^^ 두근두근의 테마송으로 딱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날 런닝맨의 시작은 설렘이었다. 교복 차림의 소녀가 건넨 수줍은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몽환적인 오프닝. 첫 번째 미션은 싸인 자판기. 그리고 어리둥절하게 도착한 런닝맨 멤버, 광수네 아버지 회사. 모두 각각의 이야기 같지만 결국 하나의 에피소드. 런닝맨은 소소한 미션을 확장시켜 나가며 하나의 목표에 도달했다. 그것은 바로 어느 소녀팬의 사랑. 런닝맨의 가장 어리숙한 멤버 프린스 광수를 향한 소녀의 애틋함을 런닝맨 제작진은 하나의 커다란 에피소드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날의 미션, 오직 한 소녀를 위한 서프라이즈 레이스!

 

어느 날 문득 제작진에게 한 권의 책을 건네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소녀. 책 속에 담긴 소녀의 정성은 그야말로 감탄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런닝맨의 열정적 팬인 그녀는 자신이 사는 동네가 런닝맨의 미션 장소이길 바라는 소망으로 하나의 가이드북을 만들었던 것이다. 런닝맨 촬영 장소로 적합할 만한 장소를 직접 사진으로 찍어 요모조모 설명을 붙인 소녀의 애틋한 소망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 마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런닝맨 제작진은 이날 하루의 에피소드를 통째로, 소녀를 위한 레이스에 바쳤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따로 있었으니. "광수의 아버님까지 만나 뵈었지만.. 광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거죠?" 이날의 기획이 광수의 에피소드가 아닐 것이라 단언하는 멤버들. 과연 그럴까?

 

런닝맨 멤버들은 이날 하루 동안 남양주의 덕소 시내를 탐험했다. 그곳은 광수의 고향이기도 했고 소녀의 소망이기도 했다. 멤버들은 소녀가 만들어준 가이드북을 따라 밟으며 수수께끼 같은 이 날의 하이라이트로 다가서고 있었다. 미로 같은 덕소 시내를 돌아다니며 겨우 마지막 장소에 도달해가는 멤버들과 달리 남양주의 프린스 광수는 남양주의 촉을 발휘해 한달음에 마지막 미션 장소인 소녀의 집을 찾았다. 1998년 7월생의 소녀. 문을 열어젖힌 소녀의 빈방은 하나의 판타지였다. 방 곳곳에 묻어나는 기린의 향기.

 

 

 

소녀의 방은 온통 런닝맨의 멤버, 광수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광수가 더빙을 했던 영화의 포스터. 너무 키가 큰 광수가 다리를 쩍 벌리고 상을 받았던 그 날의 사진. 심지어 쌓여있는 기린 인형과 기린 포스터까지. 드라마 착한 남자의 사진을 가진 것도 송중기가 아닌 광수의 얼굴 때문에. 이날의 또 다른 주인공 광수가 문을 열어젖히고 판타지를 발견했을 때 순간 울려 퍼진 적절한 BGM에 소름이 돋았다. 이 몽환적인 멜로디, 델리 스파이스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순진하게 휘둥그레진 얼굴이 진심으로 느껴졌던 것은 그의 팔목에 돋아난 소름들. 이토록 자신을 사랑해주는 소녀팬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광수는 천진하게 놀라며 기뻐하고 있었다. 런닝맨을 사랑하고 런닝맨의 어설픈 프린스 광수를 애정 한다는 소녀를 마지막 문제의 키워드로 삼고서 그렇게 런닝맨 멤버들은 소녀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또 한 번 울려 퍼진, 챠우챠우,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리고 이날의 가장 아름다운 하이라이트.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한달음에 소녀를 향해 달려간 광수. 바로 첫눈에 소녀를 알아본 광수의 마음이 놀랍기 짝이 없었다. 과연 그는 소녀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스타였다.

 

첫 번째로 주인공을 발견한 광수가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소녀를 숨겨두려 할 때 성큼성큼 다가서는 런닝맨 멤버들과 마치 영화처럼 은은하게 공기를 감싸고 돌았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도망쳐, 혜미야. 찍지 마! 도망쳐." 이날의 이벤트를 알지도 못하는 혜미는 그저 오빠가 달리라고 하자 그 넓은 학교의 곳곳을 뛰어 달렸다. 승냥이떼처럼 달려드는 런닝맨 멤버들을 막아서려 했지만, 기린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혜미야. 도망치라고!" 소녀는 이날의 미션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광수가 시키는 대로 뛰고 달린다. 가는 도중에 호랑이도 만났다가 결국 어리둥절해서 유재석의 회유에 넘어가고야 말았지만. 부러워서 어찌할 줄 모르는 친구들을 내버려두고 소녀의 고민스러운 한마디는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어떻게 해야 광수 오빠가 이기는 거예요?"

 

 

 

프린스, 프린스 하지만 막상 실감이 나지 않았던 런닝맨의 숨겨진 에이스 광수를 이렇게 귀여운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끌어낼 줄이야. 비록 그 마무리를 광수의 우승으로 마감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광수를 처음 봤을 때 눈앞에서 꽃잎이 막 휘날렸다는 이 소녀에겐 미안하다고 울부짖는 광수의 그 얼굴마저 빛이 났으리라. 런닝맨 그리고 광수를 사랑하는 소녀팬의 소박한 열정. 그 마음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은 런닝맨 제작진의 알뜰한 에피소드.

 

 

 

격하고 성실했던 미션 이행의 충격으로 찢어져 버린 소녀의 노트를 거듭 미안하다며 사과했던 런닝맨 멤버들과 오늘 하루는 혜미의 것이었다며 힘을 불어넣어 주는 미션 우승자 지석진의 목소리. 그리고 한달음에 소녀의 얼굴을 발견해준 광수. 그야말로 착한 예능, 힐링 예능의 진수가 아니었는가. 이미 음악은 끝났음에도 계속해서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델리 스파이스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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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몰라도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은 재방송이 아닌 정규 방송 시간을 지킨다. 드라마야 작가의 세계관이 주도하는 가상의 공간 위에 펼쳐지니 딱히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일종의 핫이슈와 같아서 제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김빠진 콜라처럼 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일분초가 가십이오 루머 같은 슈퍼스타K야말로 그 순간을 놓치면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는 느낌이라 반드시 그 시간을 지켜준다. 이른바 본방 사수를 하는 셈이다. (VJ 특공대와 사랑과 전쟁이 유혹하는 부모님의 채널을 사수하는 짓이라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의 슈퍼스타K를 보며 처음으로 재방송의 필요성을 느꼈다. 슈퍼스타K의 편집 기술이 악마의 손가락질 수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악마라도 4년이나 그런 짓을 하려면 노곤하기도 할 터. 작년부터 부쩍 지쳐 보였기도 했고 이젠 악마의 편집이라는 명함쯤은 내려놓을 때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심했다가 멍청하게 뒤통수를 맞았다.

 

 

 

슈퍼스타 K5의 블랙위크가 시작되고 라이벌 미션을 개최했을 때 나는 반쯤 누운 자세로 콧방귀를 뀌며 보았다. 아마 처음부터 그리 생각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는 어차피 박시환이니 네들이 무슨 짓을 해도 난 속지 않으련다. 그 과정에 최소한 TOP2에는 포함될 박재정은 박시환을 위협할 강력한 무기였다. 

 

슈퍼스타K는 이런 나의 예상을 보답하듯 수시로 두 사람을 찾아 찍었다. 슈퍼스타K의 장르가 예능이 아닌 드라마였다면 거의 남녀주인공의 비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카메라는 쉴 새 없이 박시환의 얼굴을 찾아다녔고 오지라퍼 박재정은 제작진의 일손을 덜어주듯 대리 리포터 역할을 수행했다. 그래서 당연히 박재정은 '생방송을 향하는 특급 열차'에 탑승했다고 생각했던 말이다. 중간에 내리는 일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목표를 향해 도달하는.

 

"둘 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데 여지없이 그런 무대가 딱 나왔던 것 같아요. 상국 씨는 감점 없이 무난하게 정말 잘 끝낸 것 같아요. 재정 군은 감정투성이인데 조금 더 매력 있게 들리는 느낌들. 그러니까 재정 군이 참 아까운 거죠. 저희는." 블랙위크 라이벌 미션이 예상외로 만족스러웠던 것은 비약적으로 성장한 참가자들의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수준 높은 심사평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라이벌 미션에서 오늘 싸움은 상국 씨가 이긴 것 같은데 내일 한 번 더 싸운다면 '재정 씨가 이길 수 있지도 않을까?' 요런 느낌이 좀 드는 무대였어요."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시종 감정과 사연에 치중한 듯한 눈물 많은 남자 이하늘의 처음으로 공감 갔던 칼보다 날카로운 심사평. 오늘이 만족스러운 남자 변상국. 내일을 바라보고 싶은 남자 박재정. 안정성과 잠재력을 사이에 둔 심사위원들의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심사평을 들으며 과연 심사평의 수준도 무대의 수준과 비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재정을 유달리 애달파하는 심사위원을 보면서 역시 예상했던 TOP2의 자질을 갖췄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 못지않게 슈퍼스타K가 우려먹고 싶어할 변상국을 그의 라이벌로 점 찍어둔 것이 이상했다.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떨궈야 하는 시스템에 어느 누구도 포기하고 싶지 않을 두 사람을 건수 압축기 슈스케가 벌써부터 포기할 리가? 둘을 엮어 라이벌 구도도 만들어봤다가 훈훈한 보이즈 러브 스멜도 풍겨봤다가 갖은 모략을 다 쓰고서야 탈락시키는 것이 슈스케의 방식 아니던가? "제가 졌어요." 하지만 결국 박재정은 떨어졌다.

 

 

 

"패자부활전도 없다고 했기 때문에 도루묵이 됐죠." 울면서 떠나가는 박재정이 스스로의 입으로 확신시켜주지 않았나. 패자부활전은 없다고. 이미 이승철의 입에서 그리고 전문 성우의 입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 그 이야기.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스스로 뱉은 룰을 깨버릴 리가 있으랴 싶었다. 누가 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짐작되었던 박재정을 이렇게 떠나버린 슈퍼스타K의 오만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떠나버린 박재정을 그리워하는 일도 잠시 내 눈과 귀를 사로잡은 참가자들의 업그레이드된 실력은 의심과 판단력마저 흐려놓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흥분한 마음을 얼른 글로 옮기고 싶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쉴 새 없이 리뷰를 써 갈겨댔다. 그리고 잠시 한숨 돌렸더니 아무리 예전만 하지 못한 슈스케라지만 TOP2로 비견되던 박재정의 탈락에 이토록 동요 없는 여론이라니. 내가 놓친 것이 있지 않을까. 설마 설마 하며 녹화된 방송을 재시청한다. 순간 헛웃음이 터졌다. 이노무 슈스케는 이제 예고편마저 모략질 이다. 기존의 예고편이 알리바이였다면 이제는 본방을 단서로 만들고 해답 편을 예고편에 숨겨둔 것이다. 그토록 패자부활전은 없다고 목메어 외치더니. 이젠 심사위원의 손끝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지 않나. 심사위원은 그저 고문으로 모셔놓고 모든 결정을 100인의 심사단에 맡긴 줄 알았더니 결국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심사위원의 평가와 합산된 점수라는 것이다.

 

 

물론 패자부활전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블랙위크 그 자체가 패자부활전이나 다름없는 말장난 아닌가. 그야말로 조삼모사다. 결국 기존의 결과는 무색하게 됐다. 아니나다를까 하필이면 심사위원과 100인의 심사 석의 평이 극과 극일 정도로 달랐기 때문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박재정이가 된다-라고 외치던 내가 깜족같이 속아 넘어갔던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사라진 패자부활전. 너무 산뜻하게 이별한 한경일. 그리고 박재정이 없어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월등해진 참가자의 실력들. 으드득 이를 갈며 참패를 받아들인다. 이쯤 되면 당하는 사람이 바보-라는 지인의 놀림을 애써 태연스레 넘기며.

 

어떤 무대에 올라섰던지 간에 평정심을 유지하던 박재정의 태도는 슈퍼스타 k5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마음가짐과 같았다. 긴장과 이변과 반전이 없을 전개라는 것. 하지만 그 담대했던 박재정이 처음으로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마을의 NPC처럼 승리욕보다는 친화력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듯했던 오지라퍼 박재정이 보기 드문 야심을 드러내기도 하며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던 것이다. 늘 산뜻한 모습을 보여주던 박재정이 무대 위에서 떠는 모습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결국 슈퍼스타K는 누구나 예상했던 결과를 포기하지는 못했지만, 패자부활전 폐지라는 깜짝쇼로 시청자와 참가자를 동시에 환기시켰다. 안주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혹여 예측한 그대로 되더라도 반전이어야 하는 것이 악마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의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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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위크가 시작되기 전 이승철은 역대 최고의 슈퍼위크가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했고 대중은 그의 말을 비웃었다. 하지만 이승철은 오히려 이런 대중의 반응을 즐기며 저편에서 조소를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 슈퍼위크는 이제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4주간의 블랙위크가 시작이 됩니다." 이승철과 윤종신 두 심사위원의 포효와 더불어 시작된 블랙위크데이.

 

"슈퍼스타K5의 블랙위크. 그것은 슈퍼스타K 사상 최초입니다." 이승철의 말마따나 슈퍼스타K는 무려 4년간 유지되었던 슈퍼위크 제도를 과감히 반으로 접어버렸다. "지난 4년간 슈퍼스타K는 단 한 번의 노래로 실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탈락할 수 있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이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패자부활전을 과감히 폐지하고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도입한 4주간의 블랙위크를 진행할 것입니다."

 

 

 

순간의 운이나 우연에 맡기지 않고 한 달간 참가자를 육성하여 TOP10의 실세를 결정하겠다는 세련된 제안. 반 십 년을 바라보는 화제의 프로그램의 파격이라면 파격일 새로운 시도에도 내 마음은 그저 시큰둥했었다.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는 평가 속에 이 참가자들을 데리고 블랙위크건 화이트위크건 무엇을 해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장난일 뿐일 것으로 생각했던 이 블랙위크의 수준이 예상외로 높고 효율적이며 또한 영리하고 공정하기까지해 나는 충격을 받았다.

 

슈퍼스타K5의 마스코트, 민국이 아빠는 19명의 참가자들 앞에 서 나머지 여섯팀의 행방을 소개했다. 혼자가 아니라 서로가 어울릴 참가자를 팀으로 묶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 그 조화가 예상외로 흥미로워 시선이 갔다. 그 대단했던 기량이 한풀 꺾여 위기의 상태였던 김재원은 그를 케어해줄 파워풀한 마미를 찾았다. 바로 축구소녀 김희원.

 

 

 

동글동글한 두 참가자를 세트로 묶어 만든 '푸남매' 그저 개그 같은 팀이라고 느껴질지 몰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영리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만큼 노래를 잘한다며, 굉장한 기세로 호평을 받다가 이렇게 어린데 무슨 활동을 할 수 있겠어라는 혹평에 기회를 얻지 못했던 어린이 참가자들. 그들에게 절대 부족했던 상업성이라는 무기를 쥐여준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각이 신경 쓰이는 마스커밴드와 상쓰레기스트를 하나로 묶어 만든 '상쓰레기스트' 이건 그야말로 불량처리반이 아닌가.

 

슈퍼스타K5가 내세운 올해의 재미는 바로 콜라보레이션이었다. A와 B. 그리고 등등등을 묶어 탄생할 수 있는 수많은 종류의 가설들. 혼자 있으니 아무렇지 않았던 그들이 함께여서 특별한 사람이 됐다. 비단 한팀이라서가 아니었다. 슈퍼스타K5의 진정한 콜라보레이션은 오히려 라이벌을 마주치면서 나왔다. 슈퍼스타K5. 그리고 라이벌 미션은 역대 최고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준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마치 흔남과 훈남의 대결 같았던 네이브로 그리고 플랜B. 동심, 그리고 쓰레기라니. 슈퍼스타K의 짓궂은 유머- 푸남매 그리고 상쓰레기스트. 이하늘은 이날 몇 번인가 "오늘 봤던 무대 중 제일 좋았어요." 라는 말을 반복했고 나 또한 그의 기분에 동의했다. 여기까지가 최고겠지- 생각하면 그 이상의 최고가 등장하는 역대 최고의 라이벌 미션 퀄리티였다.

 

이날의 라이벌 미션이 대결이면서 하나의 합작 무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대가 끝나고 나오는 심사위원의 평가와 100인 감정단의 시선이 시대를 시사하는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듣는 그 순간은 좋지만, B만큼의 매력은 없는 착실한 목소리의 A. 감정투성이임에도 어쩐지 A보다 매력적인 B. 대중은 A를 선택했고 그것은 가수에게 있어 매력이란 실력을 뛰어넘는 것이지만 허나 실력만큼의 매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케 했다.

 

 

 

"잘하는 친구랑 붙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너무 부담돼요." 마치 천재를 동경하는 살리에리처럼 타고난 능력자 송희진을 향한 부담을 떨쳐낼 수 없었던 정다희. 연습시간을 거진 눈물의 세월로 보내며 무대 위에 선 그녀는 마치 골리앗을 상대하러 나선 다윗과도 같아 보였다. 첫 음부터 귀가 솔깃해지는 역동적인 무대를 마치자 심사위원은 기꺼이 그녀의 고된 마음을 치유했다.

 

"당연히 송희진 양이 가창이나 여러 가지 나은 부분이 많은데 다희가 안정되게 더 잘한 것 같아요." "저는 그런데 다희 양이 '난 안돼'하고 포기하는 게 아니고 '안 되지만 한번 붙어봐야지.' 그게 분명히 보였어요. 저는. 다희는 그런 게 너무 애절하게 보여서 좋았던 것 같아요." 놀라운 것은 편애라고 느껴질 만큼 극과 극의 평을 들어야만 했던 송희진의 결과가 무려 역대 최고 점수인 '86'을 기록했다는 것. 철옹성 같은 심사위원의 평가 역시 절대적 권력자인 대중의 시선 앞에선 극히 미미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라 하겠다.

 

 

 

연이어 터지는 이변 속에 나를 놀라게 한 무엇보다 큰 반전은 이미 탈락한 한경일과 또한 슈퍼스타K의 구세주라 생각했던 박재정을 깔끔하게 탈락시켜버린 점이었다. 박재정은 올해 슈퍼스타K5에서 박시환과 더불어 가장 먼저 완성된 캐릭터로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와 존박 쓰리풍의 해외파 이미지. 거기다 서글서글한 성격을 겸비한 혀를 내두르는 친화력으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은 인물이다. 이미 시청자에게 TOP3는 어김없이 들 것이라는 검증을 받았던 예비 우승 후보자. 이런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슈퍼스타K 또한 그의 분량을 오버다 싶을 만큼 쉴 새 없이 찍어 내보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패자부활전이 없는 블랙위크에서 탈락이라니?

 

예전 같으면 하도 우려먹어서 맹탕국이 될 만큼 이용하고 또 이용했을 참가자를 생방송의 맛도 못 보고 이토록 빨리 포기해버린 슈퍼스타K의 자신감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물론 조작이 아닌 다음에야 그 결과는 100인의 선정단이 결정한 것이지만 애초에 강력한 기대주 중 한사람이었던 변상국을 박재정과 맞붙이고 둘 중 한 사람을 포기하는 시스템을 고른 제작진의 결단이 사뭇 놀랍다. 어디 그뿐이랴.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름을 감추고 등장해 어린 후배에게 혹평을 들으며 동정표를 얻었던 한경일을 과감히 탈락시킨 것도 놀라운 결정이었다.

 

 

 

그저 뭔짓을 하고 누가 떨어지고 합격하건 귀를 파면서 "어차피 박시환이 우승하겠지. 뭐." 하고 나른하게 봤던 내게 던져진 서슬 퍼런 경고장. 네티즌이 선정한 너무 당연했던 TOP3 한경일, 박재정, 박시환 중 무려 두 명이 탈락하고야 말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두 사람을 내보내면서 평소였다면 분량의 3분의 1은 써먹었을 이별의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무 깔끔하게 탈락하고 사라진 박재정의 뒷모습이 충격적일 따름이다. 박재정, 박시환, 한경일. 세 사람의 캐릭터 외엔 그 어떤 매리트도 보이지 않았던 슈퍼스타K5. 이런 그들을 아무런 미련 없이 탈락시킬 만큼 제작진은 막강 비기를 갖고 있단 뜻일까. 바로 예고편에 그 해답이 있었다. '패자부활전은 없어요.'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막상 패자부활전 없는 블랙위크가 패자부활전 그 자체였음을.

 

 

덧. 슈퍼스타K 예고를 보며 이승철의 "음악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어요." 라는 말.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김나영, 장원기의 무대를 보며 느꼈죠. 개인적으로는 소위 TOP3라는 박시환, 박재정 이상으로 이 두사람 중 하나를 탈락해야만 한다는 것이 더 아깝고 괴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슈퍼스타K5에서 처음으로 돈을 주고 구입하고픈 노래를 들려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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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두 개의 챕터로 나뉘는 아빠는 어디가지만 얼핏 보기에 서로 다른 에피소드가 하나의 과제로 묶여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치즈 만들기와 아빠 수업으로 나뉜 두 에피소드의 하나의 주제는 '교육'이겠지만 또 하나의 부제를 감추고 있었다. 바로 부모의 인내다.

 

 

 

인간극장의 애청자라면 더욱 반가웠을 이날의 아빠! 어디가? 낙농 체험. 딸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떼왔다는 은아목장. 자신의 젖을 뺏기고도 불평 한마디 없는 착한 어미소의 젖을 모아 만든 우유. "엄청 따뜻해." "이게 애기들 분유 뎁혀가지고 먹이는 거 마냥..." 여분의 과정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 아기가 먹기 좋은 온도의 젖이 되어 나온다는 사실을 아빠들은 감탄해한다. 그러고 보면 매일같이 냉장고를 통해 꺼내먹는 친근한 우유 한 팩에도 깃들어 있는 생명의 기원. 그리고 부모의 사랑.

 

 

 

당시 22살의 앳된 아가씨였던 둘째가 5년이 지난 지금 '목장 이모'가 되어 아이들을 맞이한다. 우유를 치즈로 만드는 과정을 제법 침착한 목소리로 가르치는 그녀. "우유에 커드 조금 들어있을 때도 있는데..." "그거는 상한 게 아닐까?" 민국이의 얼떨떨한 의문에 잠깐 브레이크가 걸릴 법한 치즈 선생님.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재치 있게 받아친다. 뜨거운 물로 우유 덩어리를 반죽해서 치즈로 만들어나가는 신기한 모습을 마치 과학시간처럼 집중해서 바라보던 아이들. 그리고 아빠들.

 

 

 

하지만 돌부리에 걸린 발처럼 순간 말이 꼬여버린 선생님의 실수 덕분에 교실은 금세 쉬는 시간으로 돌변해버린다. 아이들의 산만함을 야단칠 수도 없게 오히려 그 이상으로 말썽을 떠는 아빠들. "노래해! 노래해! 노래해!" 아어가 팀뿐만이 아니라 꽤 많은 아이들을 체험시켜왔을 능숙한 목장 이모마저도 당황해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웃으며 고개를 숙여버린다. "선생님. 첫사랑 얘기해주세요." 그 혼돈의 시발점을 주도한 죗값이었을까? 얄궂게도 윤민수는, 이후 선생님과 똑같은 위치가 되어 넋 나간 얼굴이 되어야만 했다.

 

시장기를 피자로 달래고 감성이 스며드는 저녁의 캠프 타임.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아빠 수업에서 이달의 교사를 맡은 윤민수는 역시 자신의 최강 무기인 멜로디를 꺼내들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송아지의 이름을 멜로디라 짓는 후 또한 과연 가수의 아들 답다. ) 이미 그는 세 번의 수업에서 아이들의 집중력이 얼마나 한시적인 것인가를 경험해왔었다. 기타와 실로폰 그리고 도우미 이종혁으로 철저히 무장을 하고서 전장에 나선 무사처럼 전의를 불태우는 그. "자 오늘... 뭘 할 거냐면." "치사빤스!" 하지만 이런 윤민수의 의욕을 입을 떼자마자 무너뜨리는 요주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종혁의 쿨한 아들 준수였다.

 

 

 

"치사빤스! 치사빤스!" 마치 그 모습은 엉덩이를 까고 부리부리춤을 추던 짱구의 모습과도 같았다. "네. 치사빤스 노래 할 거예요." 그럼에도 준수의 말을 곧잘 받아주는 윤민수를 두고 아빠들은 "저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니까." 라고 준수의 말은 무시하라는 조언을 보낸다. "여러분들이 아빠한테나 하고 싶은 얘기들 그런 얘기들이 있으면 그걸 직접 가사를..."

 

 

 

모닝 준수도 아닌데 이날의 수업이 되게 심통이 났었나 보다. 준수는 있는 힘껏 수업을 받아들이기 싫다는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보낸다. "안 하기!" 도대체 이종혁은 이런 준수를 매일같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청개구리 같은 아들 준수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남의 아빠 윤민수를 곁눈질로 훑어보던 이종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려보낸다.

 

 

 

이전의 아빠 수업을 카오스로 만든 것이 모든 아이들의 협공이었다면 이날의 수업은 유독 준수 혼자서 심통이었다. 꿋꿋하게 준수의 말을 맞추어주던 윤민수가 기타를 치며 시범 조의 멜로디를 붙여 보았을 때 "시끄러워!" "노래가 너무 시끄러워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귀를 막는 준수는 너무 귀엽지만 순간 울컥해질 정도였으니까.

 

 

 

"나는 귀 막고 있어야지~" 아빠들은 계속해서 여기에 말려들면 안된다며 준수를 무시할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윤민수는 끝까지 이 귀여운 탕아를 방관하지 않았다. "시끄럽다고!" 정말 귀를 꼭 틀어막은 채 고함을 지르던 준수가 윤민수의 멜로디에 입을 맞췄다. "사사사사사사 사사사사사사 준수 사랑해~" 신기하게도 자신의 이름이 불러지기가 무섭게 손을 떼고 맑은 눈으로 윤민수를 바라보는 준수. 심지어 방금까지 그의 멜로디가 싫어 귀를 틀어막았던 두 손으로 박자를 맞춰주기까지 한다. "우유 사랑해!"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노래를 만들어주는 다정한 선생님의 교육 방식에 설렘 가득한 얼굴로 노래를 만들어보는 아이들.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 여전히 "시시시시시시 시끄러워~" 장난을 치는 준수였지만 점차 그 장난도 윤민수의 멜로디에 물들여갔다.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급기야 주제를 외치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준수. 아아아아아- 잠깐의 목 풀기조차 창피함에 거부했던 준수가 너울대는 눈웃음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우유송을 부르는 모습은 작은 기적이었다.

 

 

두 개의 챕터로 나뉜 오늘의 주제 속에 숨은 작은 교훈.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매번 얼마나 사람을 카오스로 만드는 일인가를. 그럼에도 부모는 아이가 가장 먼저 맞이하는 스승이며 최초로 아이에게 우주를 가르치는 존재라는 것을. 수업이 싫어 귀를 틀어막으며 심통을 부렸던 준수가 나중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윤민수가 건넨 냄비 드럼을 두드리는 모습에 작은 감동을 받았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인내심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순간 부모는 수행자가 된다. 하지만 그 수련의 결과만큼 보람있는 보답 또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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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 시즌2 이후로는, 매년 슈퍼스타K를 보며 "작년만 한 참가자가 없네." 라고 아쉬워했지만, 올해는 역대 최악으로 아쉬움이 컸다. 그 폭이 너무 넓어서 공허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다른 시즌이었다면 슈퍼위크에 발도 디디지 못했을 참가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50팀에서 조별 미션으로 다시 반을 거르라는 상한선이 없었다면 대부분이 탈락하여도 무리가 없을 시즌이었다. 도대체 작년의 유승우 같은 친구는 어디서 나왔던 거야? 기가 막혔을 정도로.

 

그래서 이승철의, 역대 최고의 슈퍼위크가 될 것이라는 말은 몇 주에 거쳐 비웃음을 샀지만, 그것이 참가자의 실력이 아니라 캐릭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나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실력만을 보지는 않는 슈퍼스타K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너무나 고만고만해서 대부분을 캐릭터와 화제성으로 밀어붙어야 만했다. 어쩔 수 없이. 그것마저도 조잡해서 박시환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부르는 슈퍼스타K가 불쌍해 보일 정도였으니까. 누룽지처럼 눌어붙은 볼거리를 아득바득 긁어내어 진상하는 느낌이었달까.

 

 

 

시청자를 나자빠지게 할만한 실력파 원석이 숨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마 무지한 스타성을 간직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 고민했을 슈퍼스타K에서 이날의 슈퍼위크는 그나마 소소한 해답이 되어주었다. 이전부터 조금씩 싹이 보여왔던 참가자들의 캐릭터는 바로 슈퍼위크의 조별 과제에서 본색을 드러낸다. 매년 그해의 비치가 탄생하는 순간도 바로 지금이었다. 올해는 그야말로 전혀 훗날을 도모하지 않은 듯 있는 그대로 우승 욕심을 부리며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는 갈등 유발자들이 알아서 나와주셨다. 덕분에 슈퍼스타K는 한숨 돌렸을 것이다.

 

 

 

"솔직히 저는 제가 잘돼야 하거든요." 이 한마디만으로도 캐릭터를 알 수 있는 최영태는 이전 시즌의 탈락 이후 올해는 캐릭터만이라도 각인시키자는 심산이었던지 시종일관 튀어나온 못처럼 까불었다. 있는 대로 들떠서 팀의 조장 노릇을 알아서 사수하더니 잔뜩 바람만 집어넣고 홀랑 다른 팀으로 넘어가 버리는 최영태. 특이한 것은 자신의 고집으로 팀워크를 잃고 대거 탈락자가 나왔어도 절대 미안하다 한마디 하지 않는 그의 의연함이다. 조장이라면서 팀을 버리고 다른 팀으로 넘어갈 때마저 발랄한 얼굴로 콧노래를 부르며 사라지는 그는 마치 만화 주인공 황보래용과도 닮아 보였다.

 

 

 

"망설였거든요. 내가 좀 나대는 게 아닌가." 겉모습만으로도 캐릭터가 짐작되는 최영태와 달리 푸근한 외모의 김제휘는 인상과는 다른 히스테릭하고 오만한 모습으로 심사위원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에릭클랩튼이랑 이야기하는 줄 알았어요." 본인도 한 오만 하신다는 이승철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튀어나왔으니. "왼손이 꺾이는 건 정말 가관인 것 같아요."

 

이런 성격의 그가 무려 쓰레기스트와 한패였으니 그 상황을 감내할 수 있었겠는가. 선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 토라져서 벽을 보고 노래하던 그는 팀을 바꿀 기회가 오자 최영태와 함께 일어서 쓰레기스트로부터 혹을 떨구어내서 다행이라는 폭언까지 들어야만 했다. "원래 저는 약간 그런 제작 쪽이 더 맞나요? 노래하는 것보다." 심지어 탈락 직후에도 여전한 자신감의 김제휘. 기 좀 죽이려고 떨어뜨린 것 같은 그는 분명 부활할 것이고 이런 캐릭터가 오만한 성격을 싫어하는 시청자 덕에 어떻게 환골탈태하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겠다.

 

 

 

팀워크를 무시한 두 명의 참가자가 논란을 일으켰다면 시청자를 힐링시키는 천사역도 있기 마련이다. 플로리다 출신의 매력적인 저음을 가진 고등학생 박재정. 무슨 고교생이 저렇게 걸죽할까? 싶게 넉살이 좋은 그는 이전 회차에서도 누구를 비출 때마다 그 옆에서 장단을 맞추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야말로 성격 테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조별 과제에서 단연 빛난 것은 바로 박재정 본인이었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참가자의 사이를 누비는 그는 특히 풀이 죽어있거나 약하고 힘이 없는 누군가의 곁을 자주 지켜준다. 자신의 할아버지뻘일 김대성 스테파노 옆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지켰던 것도 바로 그였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김대성 스테파노를 시종 염려하며 어깨를 다독여왔던 박재정. 이렇게 좋은 성격의 그가 존재하는 팀이니 그와 같은 팀원이 되고 싶어하는 참가자들이 줄을 섰다.

 

 

 

너무 많은 인원수를 진행을 위해서는 잘라내야만 하는 상황. "진짜 근데 이렇게 쉽게 내치면 안 돼요." "우리한테 와준 사람이잖아요." 그럼에도 끝내 함께할 방법을 찾는 그에게 지친 김대성이 볼멘소리를 하다 눈물을 훔치자 그는 곧 위축돼서 태도를 바꾼다. "얘기 안 할게요. 이제." 하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팀을 선택해준 사람의 마음을 놓질 못했다.

 

 

 

"다른 데를 알아봐 드려야 되는 거 아니에요. 당연히? 이렇게 우리한테까지 왔는데." 그가 다 데리고 가지 못해 좌천될 사람을 붙들고 이곳저곳을 갸웃대며 "자리 남는 데 없어요?" "자리 있어요?"를 물어보고 다니는 그. 참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오지라퍼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사람의 정을 놓지 못하는 그의 마음은 노래가 끝난 뒤 심사위원의 탄성이 답이 되어 돌아왔다. "이 무대는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 실력만을 놓고 평가하기엔 균열이 많은 팀이었다. 하지만 따뜻했다.

 

 

 

"내가 형이니까 더 잘했어야 했는데. 남한테 피해만 주더라고요." 박재정이 외향적 천사표라면 박시환은 너무나 내성적인 천사라 또한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번 시즌은 별스럽게 탈락 이후 유독 파트 분배를 비롯한 남의 탓을 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는데, 박시환은 특이하게도 팀원 중 유일한 칭찬을 들었으면서도 본인을 탓하는 감상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환경에 의한 자격지심이 자신을 위축되게 만든 것일까.

 

밤을 새우면서 노래를 완성하는 가혹한 미션을 버티다 못해 히스테릭해지는 여성 팀원에게 수줍게 이어폰을 건넨 그의 나지막한 배려. 심사위원의 따가운 질책을 들으면서도 혹은 날카로워지는 팀의 분위기 속에서도 조금도 싫은 내색 없이 조용히 상황을 받아들이며 눈을 감고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애처로움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었다.

 

 

 

반칙이라도 해서 우승을 하고 싶어하는 절박한 참가자와 나의 우승권을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참가자. 시청자는 그중 단연 두 번째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성격 개조 프로그램도 아닌 스타를 뽑아 올리는 슈퍼스타K에서 취지와는 무관한 조별 과제를 매년 준비하는 것도 시청자의 이런 아이러니를 교묘히 이용하기 위함이다. 팀워크만큼 거슬리는 사람을 뽑아내기에 유용한 장치가 또 있을까.

 

 

 

분명 서바이벌 게임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기가 참가자의 성격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승의 기회를 나눠갖는 바보의 미덕을 놓지 못한다. 사랑스러운 오지라퍼 박재정과 절박하면서도 남의 불행을 바라지 않는 박시환을 보며 직감했다. 이들이 훗날 슈퍼스타K 결승전에서 왕관을 다툴 강력한 우승 라이벌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한가지 다행인 것은 그들은 착하면서도 캐릭터가 확실하고 외모까지 훈훈한데다 심지어 실력마저 남다르다는 것이다. 그 누구와도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며 심지어 남의 탈락이 나의 합격이라는 원리조차 거부한 그들이 우승을 다툴 피날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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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9

  • 2013.09.07 08:34

    비밀댓글입니다

  • 희망이 2013.09.07 12:27 신고

    글을. 참 공감가게 잘쓰셨네요. 우선 박재정군이. 고등학생이라는게. 참 충격이네요. 걸죽함이나 생김을 떠나서 타인을 생각하는. 맘이 참 괜찮다싶어서요. 그리고 시환군... 슈스케 5에서 가장 눈에들어오는 친구인데... 갠적으로 사연팔이..싫어라하지만 그 환경에도 어제와같이 타인의 아픔에 더 아파하는 모습이 맘에 쓰이더군요. 필자님의 예상 저와같네요. 같이 우승을 다투는 자리에서도 특유의 훈훈한 모습을 보여줄 그들이 기대됩니다

  • ㅎㅎ 2013.09.07 15:05 신고

    재미있고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저도 어제편을 보면서 저 둘이 마지막까지 올라가겠구나..생각했어요. 박시환씨같이 감성팔이 싫어하던 편이었는데 말 속에 노래속에 진심이 담기니까 싫어할 수가 없더라구요...지금은 노래를 여러번 듣는 팬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ㅎㅎ 박시환씨와 박재정군, 서로 만나서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저도 박씨 2013.09.07 16:50 신고

    박씨의 매력에 빠지셨네요

  • 박형제화이링 2013.09.07 17:41 신고

    누룽지에서 진짜크게공감했어요ㅋ 최영태와김제휘의캐릭은재미를위해일부러만든거아닌가할정도로신기하고 박재정과박시환도 오히려오바된게아닌가할정도로순수하고착한모습이더라구요 솔까저두박시환 박재정을 유력하게보고있지만 둘다실력은 시즌2.3 이었다면어땠을까할정이긴해요

  • 박시환짱 2013.09.07 17:52 신고

    박시환 노래는 감동인데도 외모도 괜찮네요 착하고

  • 시환짱 2013.09.07 17:53 신고

    박시환짱

  • ㅇㄱ 2013.09.16 15:00 신고

    공감이가네요 저도 두 박씨를 응원하고 있습니당 재정이는 1위 안해도 잘될것 같아서 우승은 시환이가 했음 .. 한다는 ㅎㅎ

  • 결울 2013.10.19 10:08 신고

    난 송희진 ㅋㅋ

 

이날 카라는 두 번을 울었다. 그것은 라디오스타가 그녀들을 두 번씩이나 울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번은 애교를 보여달라 채근하는 엠씨들에게 거부 반응을 일으킨 강지영의 눈물이었고 또 한 번은 애써 그녀의 연애담을 공격하려 하는 엠씨들의 장난을 견디지 못했던 구하라였다. 분명 텍스트만 본다면 나이 먹은 아저씨뻘의 선배 연예인이 어린 여자 아이돌을 희롱한 모양새처럼 느껴져 영 기분이 달갑지 않다.

 

 

 

미녀의 눈물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 나 역시 규현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역동적으로 자리를 폴짝 뛰어올라 고함을 지르고는 씩씩거리며 삭이지 못한 분노를 눈물로 풀어버리는 구하라가 그리고 구하라의 눈물이 그 순간 안쓰러웠다. 그녀를 이토록 가혹한 곤경에 빠뜨린, 선배 아이돌 규현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었다. 만약 이 공간이 그곳이 아니었더라면 그 감정은 보다 오래 지속됐을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였기에 그녀의 눈물을 나는 오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행동은 마치 출발 드림팀에 출연하여 달리지 않겠노라고 항변하는 아이러니와도 같았기에.

 

 

어느 예능 프로그램이나 시청자가 원하는 쓰임새가 있다. 라디오스타 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 이미지는 폭로와 공격 그리고 의연함이다. 다른 토크쇼에선 차마 함구하거나 그나마 조심히 들추어낼 출연진의 치부를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엠씨. 차분하게 자신의 치부를 폭로하는 출연자. 그 아무렇지 않은 의연함이 폭로를 유쾌함으로 희석시킨다. 그래서 라디오스타의 출연진은 차라리 그들의 공격을 감사해 하는 것이다. 다른 프로그램이 울고 짜며 고해성사로 자신의 잘못을 미화시킬 때 라디오스타는 회초리를 꺼내 들고 출연진을 알아서 난도질한다. 그 강도가 너무 압도적이라 감히 시청자조차 출연진을 야단칠 수 없도록.

 

 

 

차마 그 이상은 할 수 없게 예능을 다큐로 만들어버린 심각한 거부 반응만 없었더라면 네 명의 엠씨들은 충분히 카라를 대신한 욕받이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구하라 자신이 치부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열애설은 농담이 섞인 의연한 폭로 덕분에 오히려 산뜻한 이미지를 유지시킬 수도 있었으리라. 그것이 라디오스타의 방침이니까. 문제는 그녀들의 눈물이 아니라 마치 술자리에서 저급한 농담을 들은 양 지나치게 정색을 하며 예능을 다큐로 만든 것을 포함한 시종일관 심드렁하고 무감동한 게스트 카라의 비협조적인 태도였다. 라디오스타 엠씨들이 정말 강지영의 애교가 보고 싶어서, 혹은 구하라의 연애가 궁금해서 그녀들을 채근했겠는가.

 

그녀들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라디오스타에서 카라는 그리 반가워할만한 게스트가 아니다. 뛰어난 말솜씨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소위 예능감이라는 것도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엠씨들은 이런 만족스럽지 않은 재료로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는 요리사다. 그래서 카라의 유일한 예능감이라고 할 수 있을 어떤 것들을 건드렸던 것이다. 그게 시청자가 라디오스타에서 원하는 쾌감일 테니까. 나는 묻고 싶다. 카라는 그 사실을 망각한 채 이 프로그램을 출연했던 것인가.

 

 

 

라디오스타의 엠씨들은 그 방면에 프로고 시청자가 원하는 쾌감을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을 메꾸어나가는 책임감은 비단 제작진이나 엠씨들의 몫만은 아니다. 출연진 또한 똑같이 그만큼의 책임을 나눠가진다. 게스트는 자신이 선택한 프로그램이 원하는 방향을 맞추어줄 의무가 있다. 그 프로그램을 위해서가 아니다. 많고 많은 채널 중 시청자가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은 라디오스타만이 그런 재미를 충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라의 눈물은 시청자를 정색하게 만들었을 뿐만이 아니라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3류로 만들어버렸다. "너 많이 컸다." 이날의 진행 과정을 짐작하듯 도입부의 멘트를 시작으로 김구라의 마지막 멘트는 이날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래도 재석이가 시키면 다 해요." 언젠가 한 일본 프로그램에서 비상식적이라고 느껴지리만큼 수치스러운 분장을 하고도 해맑게 웃고 있던 카라의 모습이, 그리고 강지영의 애교가 떠오른다. "안 할래요..." 도리질을 치다 끝끝내 울음을 터뜨린 강지영을 보며 김국진은 절규했다. "어떤 대접을 받은 거야?! 일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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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3

  • 라스흥해라 2013.09.05 13:49 신고

    정말 공감되는 글이네요 방송보면서 정말 이건아니다 싶은 생각들었습니다

  • 뼈가 느껴짐 2013.09.05 21:55 신고

    카라 일본 예능도 챙겨본 사람인데요 솔직히 좀 짜증났음... 엠씨들은 무슨 봉변... 팬들 다 욕하겠지... 일본은 일본이고 한국은 한국이죠... 일본처럼 방송하려하면 한국에선 못해먹음. 차라리 그냥 다른 신입 걸그룹 불러 하는게 나았겠음. 박진영은 묻히고 라스들은 욕먹고 ㅉㅉ...

  • . 2013.09.05 22:07 신고

    입함부로놀리다 결국 입으로망한다.
    절대공감

  • 나나 2013.09.05 23:16 신고

    정말 공감가네요 글참 잘쓰세요
    제가느낀바를 정확히 집어주신듯..

  • 쟤네뭐여 2013.09.06 01:15 신고

    정말 어제 보면서 짜증나 죽는줄 알았네요.라스가 그런 프로그램인거 모르고 그냥 지네 앨범만 홍보하려고 나온 듯..방송 하루 이틀한것도 아니면서..

  • .. 2013.09.06 06:03 신고

    저도 구하라가 발끈하고 우는 것까지는 아, 안 그래도 열애설 때문에 마음고생 심했을 텐데 안쓰럽다고 생각했는데 강지영까지 울어버리는 걸 보고 굉장히 황당했어요. 두 사람이 울고 난 후에 분위기도 별로, 흐름도 별로.... 그래서 방송 보는 내내 불편했어요.

  • 지나가다 2013.09.06 07:19 신고

    제일 황당한건 구하라울고나서 한승연이 항변하던 그사이 볼륨을 키워서 들어보면 00없다란 속삭임이 들리더군요 한승연 그렇게 안봤는데 연예계 선배들 앞에서 그런말은 좀 아닌듯 게다가 라스는 원래그런프로인데 그럴려면 나오질 말던가 실망했어요

  • ㅇㅇ 2013.09.06 13:53 신고

    ㅇㅇ

  • TISTORY 2013.09.06 13:56 신고

    티스토리 메인에서 '구하라 태도논란'을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블라블라 2013.09.07 12:05 신고

    카라야 있던말던 나에게 상관없지만, 라스는 수요일날 빼놓지않고 보는 프로인데...카라때문에 다 망친 기분입니다. 비호감되는거 순식간이더라구요. 솔직히 내가 사랑하는 라스에나와서 다 망쳐논 카라..불쾌하더군요.

  • 뭐라고해야해 2013.09.14 06:19 신고

    전 강지영의 눈물도 어의없고 황당했지만 공중파에 나와서 나이지긋한 어른들까지 다 보고있는 방송에서 그것도 공인이 물병을 던지다뇨 보고있는 시청자에게 던진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정말 많이 컸네요 일본에서 어떰 대접을 받는지 모르지만 본국인 한국인인걸 잊었나보죠? 대우 잘해주는 일본으로 국적 바꾸라고 하고 싶네요 정말 공감가는글 잘보고 갑니다

  • ㄱㄱ 2013.09.16 00:15 신고

    구하라고 운건 어느정도이해함...얼마나열받앗음 물병을던졌을까도 이해함..그냥..얼마나화가나면 그랬을까요? 막말로 선배고뭐고ㅡㅡㅋ 강지영이운건 좀 의아한듯ㅋ애교한번해주지

  • 개구라십세 2013.10.02 00:21 신고

    개구라가 누굴지적할 인격이나돼나? 개구라 이경규없음 방송누가써주겠나?이경규가 더 나쁜놈

  • 호야 2013.10.05 21:01 신고

    김구라 정말 싫다 누가 용서 해줬다고 나오는거냐 짱나네 넌 말로 망할꺼다

  • 2013.11.07 01:16 신고

    필력이 장난아니네요! 잘보고 갑니다

  • 유_은 2013.12.05 16:44 신고

    글 잘 읽고 깁니다 엄청 공감되는 글이었어요 ㅎㅎㅎㅎ

  • 2013.12.14 23:22 신고

    강지영은 이해안가는데, 구하라는 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진짜 진심으로 했던 연애였다면...헤어지고 나서 오랫동안.. 연애했던 생각만 나도 눈물이 떨어지기도 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요.. 그게 슬픈건지 뭔지 몰라도 그냥 눈물이 막 났었거든요..구하라도 제가 보기엔...연애했던 생각나서 눈물이 막 나는걸 그냥 분위기 맞춰서 '화나서 눈물난다'라고 그냥 둘러댄거 같아요. 아마 저 즈음에 구하라는 숙소에서건 어디서건 괜시리 막 눈물나구 그러던 시기가 아니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방송 잡은건, 구하라가 잡은 것도 아니거니와 솔로가수도 아니니까, 매니저가 잡아놓은 스케쥴대로... 출연할수밖에 없었겠죠.. 카라 좋아하진 않지만 구하라가 운 건... 옛날 연애하던거며 헤어진거며.. 생각나서 눈물 터지고 지도 당황해서 둘러댄거 같아요..

  • 예능을 다큐로 2014.01.07 01:08 신고

    아니 예전에는 다른예능이나 일본 원숭이쇼프로에서는 잘만 애교부리다가 라스에서는 왜 울지 웃음을 줘야 하는 예능에서 울면서 엠씨들 당황 시키고 시청자 생각해서 애교한번 보여 달라한거 일텐데 이렇게 울어놓고 다음에 다른 프로에서 애교 떨기나 해봐라 존나 앞뒤안맞는 클라라같은 년 되기싫으면

  • 터러기 2014.03.04 00:20 신고

    라디오스타에 나오질 말아야지. 원래가 그런 프로그램이고 물어볼게 뻔한데 단호하게 막을 멘트를 준비해오든지 마치 매운맛으로 유명한 집에 와서 맵다고 투덜거리는 꼴이지.

 

99개의 파란 공과 1개의 빨간 공이 있다면, 어김없이 그 한 개의 탈락을 뽑을 것 같은 김성주는 옆에서 보기엔 재밌지만, 그 자신은 딱하기 그지없을 뭔가 참 안 풀리는 캐릭터다. 복불복 게임을 하면 어김없이 최악을 택하고 하다못해 내기마저 번번이 지는 아빠 때문에 시작부터 최근까지 언제나 가장 낡은 집을 선택받았던 민국이. "뭐 또 게임에서 져서 집 바꾸기 같은 건 없겠죠?"

 

대놓고 아빠에게 투정을 부리지 않는 의젓한 장남이지만 캠핑카의 개수가 다섯일 때 안심하고 제작진이 사심 없이 건넨 좋은 집이 하룻밤 사이에 바뀔 헨젤과 그레텔의 오두막이 될까 염려하는 아이는 마치 복불복 트라우마라도 걸린 듯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뭐야. 나는 독거노인이야. 뭐야." 그 와중에 하필 야구하다 발을 다쳐 목발을 짚고 복층 집을 올려다보는 김성주가 어찌나 안쓰럽고 또 웃기던지.

 

 

 

'집 때문에 울일 많던 민국이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제작진 자신이 잔혹함을 인정할 만큼 민국이에겐 더없이 잔인하기 짝이 없었던 복불복 집 고르기. 아이에게 아빠는 우상이자 슈퍼스타다.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을 아빠의 마음이 김성주에게는 왜 없었겠는가. 그래서 누구보다 욕심이 났을 그야말로 무인도 탈출의 생사를 건 내기에서 승부를 포기한 그의 선택은 놀랍기 짝이 없었다. 아니, 포기라는 표현은 걸맞지 않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어른의 배려와 양보였기 때문이다.

 

무인도에서 보낸 하룻밤. 첫날은 어찌어찌 넘겼다 해도 며칠이 지나자 쌓인 피로는 공복마저 해결 못 할 만큼 사람을 지치게 했다. 다들 넋이 나간 아빠들은 어찌 됐든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잡아들인 물고기  몇마리와 게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잡은 건 그렇다 쳐도 도대체 이걸 어떻게 요리해먹냔 말이다. 그 모습은 마치 주둥이가 길어 접시 위의 수프를 마시지 못하는 학의 모양새와도 같았다. 결국 유들유들한 성동일이 나서서 제작진과 협상을 시작했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그들은 선상 위의 만찬을 소개한다.

 

 

 

배 안에 준비된 한식 뷔페와 아이스크림. 심지어 그것들을 먹으며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다니. 아이들은 물론이오. 아빠들마저 체면을 버리고 날뛰게 할 만큼 유혹적인 찬스였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즐기게 해줄 제작진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 "네 가족만 먼저 탈출할 수가 있고 마지막 남은 한 가족은.." 아. 내가 당하는 일도 아닌데 순간 짜증이 파르르. 매 순간 시청자를 자극시킬 유희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제작진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제 복불복 찬스로 한팀을 낙오시키는 진행은 이제 졸렬해서 보기 싫어진다.

 

어찌 됐든 진행은 진행이니까.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팀을 나누어 축구 내기를 하는 아빠와 아이들. 국가대표 송종국과 지아가 선택한 시크한 준이네. 그리고 나머지 아빠들이 양 팀이 되어 선상 위의 뷔페와 무인도 탈출을 부상으로 내건 생존 게임을 했다. 아빠! 어디가?를 촬영하며 수도 없이 겪었을 내기와 복불복 게임이지만 이 순간만큼 간절하게 승리를 원했던 날도 드물었으리라. 문명이 밀폐된 무인도에서의 하룻밤. 제대로 먹지 못해 씻지도 못해 잔뜩 쌓여있는 의식주의 욕구불만을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까. 덧붙여 아이들 앞에서의 축구 내기는 응당 아빠들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지아가 홍일점이라서 괴롭겠다고 느낀 순간. 축구가 낯선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는 사고와 몇 번의 헛발질을 거쳐 결국 공주님을 안고도 그라운드를 지배할 수 있는 전직 국가대표, 송종국의 활약으로 그들은 강제 보이스카웃 체험을 빠져나간다. 남은 것은 나머지 세팀. 그중 하나만 낙오-라는 끔찍한 형벌이 정해져 있기에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차라리 자고 갈게요." 진이 빠진 아빠들은 제작진에게 항변한다. 그래도 포기를 모르는 제작진은 아빠도 아닌, 무려 아이들에게 승부차기를 시켜 패배자를 정하겠다나.

 

 

 

이그. 저러다가 누구 하나 울리고 말지.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우리의 행복한 왕자, 후가 서러운 눈물을 터뜨렸다. 아니, 그야 서러울 만도 하지. 부루퉁한 모닝준수가 무관심하게 툭- 차넣은 공도 골대로 들어갔는데 이놈의 무심한 축구공은 심기일전한 후의 마음을 도무지 알아주지 않았다. 연달아 골인을 성공시키고 무인도 탈출 기회를 얻은 민국이와 준수네 가족들 틈에서 홀로 낙오되게 생긴 후는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서럽게 허물어졌다.

 

순간 아빠들은 내기의 승패나 맛있는 만찬, 그리고 무인도 탈출 기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아이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미션에 몰입했다. 그것은 소소하지만 뭉클해지는 작은 동화였다. "화이팅! 후 화이팅!" 목이 터져라 주먹을 쥐고 외쳐주는 김성주. 후네가 남는다는 것은 자신이 탈출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그는 후의 승리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남는 가족으로 후네가 결정됐음에도 아빠들은 기뻐하지 않았고 누구도 배를 향해 걷지 않았다. 그저 낙오될 후를 염려하는 데 열중한 그 마음에 제작진은 그들답지 않은 역전의 찬스를 내민다. "자. 여기서 긴급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후가 골을 넣게 되면 전원 함께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아. 그 말이 터지기가 무섭게 동시에 터지는 환호성. 그리고 손뼉을 짝짝 치며 후에게 다가가는 김성주의 저 밝은 얼굴이라니.

 

 

"이야. 됐어. 됐어. 됐어." 박수를 짝짝짝 치며 신이 나서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 후에게 다가가는 김성주의 열의. 아니, 어차피 그대는 탈출 대상자잖아요. 그럼에도 마치 후 덕분에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모양새로 아이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김성주의 모습이 어찌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 "후야. 네가 넣으면 다 같이, 다 간대. 다 같이, 밥 먹으러." 주저앉은 후 앞에 얼굴을 내밀고 김성주는 열심히 아이를 설득하며 힘을 불어넣는다. 후는 낙오된 아이가 아니라 역전의 용사라고. 무인도의 우리를 모두 탈출할 수 있게 해줄 구원의 히든카드라고.

 

 

 

"후야. 너한테 달렸어." 그리고 열렬히 후를 응원하는 나머지 아빠들. "후야. 세게 찰 필요 없어." 하지만 이렇게 북돋은 용기가 또 한 번의 헛발질로 무너지면 그거야말로 큰일. "골대가 왜 이렇게 좁아?" 윤민수는 능청맞게 골대를 뽑아들었고 "후야. 욜루 욜루 해서." 그 와중에 신이 나서 후에게 비기를 알려주는데 여념이 없는 김성주와 "아. 골대가 왜 이렇게 좁아. 진짜. 아- 왜 이렇게 좁은 거야." 잽싸게 보조를 맞추어주는 민국이 덕분에 뭉클한 웃음이 터졌다. 정말 저 착하고 순수한 부자들. 그렇게 복불복과 내기에 지쳐있을 텐데도 나 아닌 다른 이를 낙오시키는 일을 질겁하는 저 마음이라니.

 

 

 

"근데 원래 골키퍼가 있는 게 맞는 거 같애. 내가 볼 때는 골키퍼가 이렇게 서 있어야 돼." 쩍벌 자세로 죽대를 뽑아 골 넣을 찬스를 만들어주던 윤민수의 귀여운 능청. "그런데 아빠가 하면은 정당하지 않으니까 삼촌이 해주세요." "아. 난 너무 정당하니까." 역시 같이 능청을 떨어주며 죽대를 잡아주는 김성주. 그 모습을 흐뭇한 듯 웃으며 바라보고 섰던 이종혁. 울먹이던 아이의 얼굴이 가물가물하다가 점차 펴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눈물을 닦고 발끝으로 공을 밀어 넣는다. "슛!" 그리고 마치 2002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만큼이나 환호하는 아빠들의 저 거친 리액션이라니!

 

"아. 후 아니었으면 집에 못 갈뻔했네." 분명 공정하지 않은 내기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넣어도 들어갈 만한 기회를 만들어준 그 마음이 공정한 게임의 골인보다 몇 배는 더 기쁘고 감동적이었다. 그것은 비록 반칙과 변칙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과정은 승부마저 포기한 어른의 배려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골을 넣었을 때 어차피 예정된 골인이었지만 그 마음을 응원하기 위해 죽대를 들고 환호하며 누구보다 큰 기쁨을 표현해주던 화려한 리액션의 성주 삼촌.

 

 

 

"후 아니었으면 집에 못 갈 뻔 했네." 어차피 예정된 승리였음에도 마치 후 덕분에 이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는 듯 아이를 독려해주는 종혁 삼촌. 그리고 울먹이는 아들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달랠 수 있는 아빠의 따뜻한 마음. 그 모든 것이 합해져 승부를 넘어선 감동을 만들었다. 분명 누군가를 낙오시키는 제안을 건 내기가 진행의 가장 쉽고 효과적인 자극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제작진이 조금만 더 고심해줬으면 좋겠다. 아이의 눈물과 패배감 덕분에 웃는 어른이 되어서야 그거야말로 최악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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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아빠 어디가는 이게 참 좋은 것 같아요 ㅎㅎ

  • 2013.09.02 08:35

    비밀댓글입니다

    • 복불복은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아이들에게 승패를 좌우하는 내기를 시키는건 좀.. 민국이 보니까 트라우마도 장난 아닌거 같던데.. ㅠㅠ

  • 보는 내내 너무 보기좋아서 흐뭇하더라구요~^^ 잘 보고갑니다 ㅎㅎ

  • 프로그램이 잘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같아요.
    촬영한다는 느낌보다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에 조용히 발맞춰 주는 느낌?
    음정박자 무시하던 후가 그리움만 쌓이네를 쿠세까지 넣어서 부르던 모습에서 ㅎㅎㅎㅎ
    프로그램 안에서 따뜻하게 잘 자라고 있는 거 보니
    아빠들과 제작진들 뒤에서 엄청 노력하는 듯 싶습니다~

  • 햇빛사냥 2013.09.04 17:00 신고

    오랜만에 와서 또 따뜻한 글 읽고 갑니다^^ 후메시.. 성장한게 눈에 보여 깜짝깜짝 놀라는데 그래도 저럴 땐 여전히 애기같아요 ㅋㅋㅋ 준수도 준이도 민국이도 지아도! 다 너무 예쁘고요 :)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마스크 잘 쓴 것 같아요. 썩 잘한 게 없기 때문에. 그죠?" 사실 슈퍼스타K는 이맘때가 가장 실망스럽다. 전국 각지의 목마른 자를 추렴해 꼬리칸에 태울 티켓을 주는 시간. 첫 번째 날의 슈퍼위크. 슈퍼스타 K의 본방송이 시작되는 시간. 이전의 밀폐된 소규모 공간에서 들었던 노래는 이 정도의 초라함이 아니었었는데 조명이 드리워진 무대 위의 그들은 무언가 썰렁하다.

 

 

 

그전까진 똘끼 충만한 에너지로 갖은 끼를 보여주던 참가자들이 기회를 얻는 순간 나약해지는 것이다. 위축되고 소심해진다. 차라리 기회를 몰랐을 때가 나았다. 간신히 손에 쥔 기회를 놓쳐버릴까 전전긍긍하던 그들은 몇 개의 이유로 본 실력을 내지 못해 시청자의 원성을 듣는다. 가사를 잊어먹는 초보적인 실수에서 형편없는 선곡으로 연출력을 의심하게 하거나 오히려 지나친 노력이 쉰 목소리로 돌변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찌 됐든 결론은 슈퍼위크 첫 타임에서 제 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참가자는 드물다는 것이며 이 자리에서 심사위원의 환호성을 받는 참가자라면 대단한 실력자라 아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기대가 한풀 꺾인 슈퍼위크 첫날이라고 해도 좀 너무한 수준으로 이날의 오디션은 형편없었다. 이거 참 물건이네 싶은 참가자를 정말이지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매년 그래 왔듯이 이번 년도에도 이승철은 "내가 보기에는 아마 올해 슈퍼위크는 역대 최고일 겁니다."라고 호언장담했지만. 100팀의 참가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시간. 그 묵직한 긴장감 탓인지 이날의 오디션은 유독 초보적인 실수를 하는 참가자가 많았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세션맨으로 구성된 미스터파파는 현역이기에 오히려 부담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보컬은 가사를 잊었고 건반은 떨리는 손을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건반 위에 둔 손가락이 부르르 떨리는 김석원을 바라보는데 순간 쿵 하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혹독한 평가를 듣고 나온 그는 물기 어린 눈으로 중얼거렸다. "우리들이 도전이 다 여기서 끝나는구나 생각하니까.. 앞길도 막막하고.." 하지만 윤종신은 내가 그를 동정하느라 차마 쏟아내지 못했을 말을 조근조근 찔러내 나를 놀라게 했다. "다섯 사람의 프로페셔널에 대한 어떤 강박들? 다르게 얘기하면 교만이 보였던 것 같아요. 저는." 다른 게 역대 최고가 아니라 윤종신의 독기가 역대 최고인 날이었다.

 

 

이전 시즌에도 그랬던 것처럼 변성기가 찾아오지 않은 앳된 소년의 목소리를 참 좋아하는 것 같은 이승철은 천사의 목소리를 가진 13살의 김재원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라며 극찬했었다. 마음에 드는 보컬을 만났을 때 마치 소년처럼 들뜨는 이승철이기에 아마 유별나게도 소년의 목소리를 칭찬했었나 보다. "와우~" 이하늘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얘가 걔야." "떨어서 그렇지 잘해." "후렴까지 듣자." 이승철은 역시나 아빠 미소. 하지만 김재원이 참가한 오디션의 심사위원이 아니었던 윤종신은 이날 처음 듣게 된 천재 소년의 무대를 이렇게 평한다. "아저씨는 예선 때 안 봐가지구 너무너무 잘한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어- 조금 실망했어요."

 

가사를 잊어버린 랩퍼의 실수에 자신의 일인양 흥분했다가는 심사위원석을 박차고 나가 무대 밖의 참가자를 훈계하는 이하늘은, 이전 시즌에도 그랬듯이 정말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실력보다는 불우한 사연에 관심을 더 두는 이하늘의 모습은 그래서 여성 심사위원의 자리를 대신 채웠구나 싶다가도 가끔은 짜증이 난다. 뭐 이런 부류의 오디션은 어차피 캐릭터 싸움이고 사연 또한 하나의 컨텐츠라 말할 수 있겠지만 심사위원 자신이 그렇게 티 나게 표를 내서야.

 

 

 

한국의 사이먼 코웰이라 불리며 우리나라 오디션의 대표 독설가로 이름을 날렸던 이승철은 이번 시즌 들어 점잖은 라마처럼 유연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오히려 이번 시즌에 경을 쳐도 시청자의 환호를 받을 만한 실력자가 적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슈퍼스타K 그 자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승철은 이 프로그램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냉정해질 수가 없을 것이다. 참가자의 평균 퀄리티가 별로일수록 오히려 칭찬하고 과장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이젠 제작진의 위치나 마찬가지인 이승철은 잘 안다.

 

하지만 일 년을 쉬고 나온 윤종신은 슈퍼스타K에 빚이 없는 사람이라 자유로운 평가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사연에 집착하지도 않고 못하는 사람을 부러 과장하여 띄워 주지도 않는다. 어린 소년과 사연을 짊어진 노년의 참가자를 그는 무감동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전의 무대는 완벽했다 해도 지금의 무대는 그만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에 예선 참가곡보다 임펙트가 적었던 것 같아요." 원곡을 파괴 수준으로 재해석하는 팀들에게 그는 역시 윤종신 아니랄까 봐 이날도 노트에 적어두고픈 명언을 남겼다. "리메이크에 대한 어떤 강박들이 있는 것 같아요. 파격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거 있죠? 파격보다 더 좋은 건 듣기 좋아야 한다는 게 우선이죠."

 

 

"저한테 지난번에 많이 혼났죠? 요번엔 준비 좀 철저히 하고 나오셨어요?" 이날의 마스커밴드는 마치 심사위원의 아픈 손가락 같았다. 이승철은 마스크까지 뒤집어쓰고선 위축되어있는 자신감의 그들을 야단쳤었고 이하늘은 그들의 실수에 방송을 잊을 만큼 멘붕 수준으로 흥분했다. 윤종신은 그들을 보자마자 웃음부터 터뜨린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스커밴드- 마스커밴드라고 얼굴 다 가려놓고. 백승현 24세. 상의준 25세. 랩 프리랜서. 이럴 거면 마스크 왜 써?"

 

그런데 정말 마스크를 왜 썼을까. 이승철의 말마따나 마스크까지 뒤집어썼다면 맨얼굴의 다른 참가자들 이상의 똘끼는 터뜨려줘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위축되어있었고 소심했다. 보컬의 목소리는 특색 있었지만 하필 랩 파트에서 무너진 자신감은 잊어버린 가사로 무대를 망쳐놓았다. 특히 랩퍼의 실력을 눈여겨봤었던 이하늘은 무대를 망쳐버린 그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절망했다. 보이는 모습과 달리 한없이 여리고 감성적인 이하늘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 이들을 훈계한다. 강한 어조였지만 "슈퍼스타K만이 무대는 아니잖아."라는 말속에 숨은 그의 위로는 절절한 것이었다.

 

윤종신 또한 이하늘만큼이나 무너진 그들을 안타까워했다. 그들이 무대를 떠나고 나서 아련한 눈빛으로 속삭이는 윤종신. "근데 약간 형. 여린 애들이 다 그런다고. 한 번 감싸주면 또 하는데 나는 그래서 다시 했을 때 잘했으면 하는데 그게 또 안되네. 내가 옛날에 여러봐가지구 여린 친구들 보면 그게 있어." 놀라운 것은 이렇게 씁쓸한 뒷맛을 다셨던 윤종신이 막상 그들을 다시 무대에서 대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차가운 얼굴로 조소를 날렸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건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너무 어이없습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마스크 잘 쓴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네. 썩 잘한 게 없기 때문에. 그죠?" 아우. 심지어 오만함 마저 느껴지는 이 찰진 독설이라니...! 분명 슈퍼스타K를 따라올 만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하지만 전설조차 5년간의 인재 발굴은 빡셌던 것이다. 연출이 지루해서 그들의 실력이 폄하된 것인지 부족한 실력이 연출을 폄하시킨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이 판국에 윤종신마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의외로 여린 감성의 이하늘과 이 프로그램을 너무 사랑하기에 모질 수 없는 이승철을 대신해서 악역을 담당한 윤종신이 고마울 따름이다. 형편없는 노래를 듣는 것보다 괴로운 것은 부당한 칭찬일 테니. 이승철이 늘 호언장담하는 역대 최고의 슈퍼위크는 지키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역대 최고의 독설을 자랑하는 윤종신의 오만만큼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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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낌아니까.. 2013.08.31 13:13 신고

    역시 슈스케는 윤종신이 있어야 함..진짜 고개가 끄덕여지는 제대로된 심사평을 하는사람은 윤종신뿐.... 이승철의 심사평은 너무 주관적이어서 뭔소린지도 모르겠고 공감도 안가고..

  • 꼬마돼징 2013.09.13 22:42 신고

    좋은글 감사합니다~~윤종신은 정말 심사의정석이죠
    이승철은 넘 주관적인 나머지 공감이 안가는 멘트도너무많고. . 생방송에서도 기대되는건 윤종신의 심사평뿐이네요

 

드라마를 보다가 이따금 씁쓸해지는 순간이 몇 번 있는데 그중 하나가 늘 주인공만 하던 어느 배우가 더는 주역을 하지 못할 때다. 이젠 새 시대의 대세가 된 어느 젊은 피의 보좌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씁쓸함은 두 배가 된다. 사람의 불편한 심리를 유흥거리로 끌어낼 줄 아는 슈퍼스타K는 그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고 알뜰살뜰 잘 써먹었다.

 

2002년과 2008년. 6년의 공백이 차이 나는 두 가수를 한 사람은 아마추어로 나머지 한 사람은 심사위원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누가 누구를 심사했냐고? 그야, 슈퍼스타K니까. 후배가 선배를 심사한다. 그것도 심지어 선배를 실루엣의 그로 숨겨놓고 걸러내지 않은 악평을 하게 하는. 그래서 이런 그림이 나왔다. "사실 노래를 이렇게 잘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많아요. 감동이나 여운은 느껴지는 게 없었고 본인의 개성도 조금 부족한 것 같고. 아쉽지만 불합격을 드리겠습니다." 까마득한 선배에게 이런 말을 던지는 조권.

 

 

 

그렇지 않아도 잔인한 광경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슈퍼스타K가 아니고 엠넷이 아니다. 차라리 가면이라도 썼으면 덜 잔인했을까. 그는 얼굴을 숨기지 않았고 그럼에도 앞에 앉은 세 명의 가수들이 그를 몰라봤다. 이 서글픈 그림은 오로지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을 달린 한경일이라는 이름을 내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재환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이 가수를 조권과 이승철 그리고 현미 모두가 몰라봤다.

 

"앨범은 언제 내셨어요?" 그리고 시작되는 스무고개. 잠깐 생각을 하는 눈을 하더니 "아. 2002년도에 처음 냈었습니다." 라는 그의 얼굴이 문득 쓰라렸다. "노래 제목이 뭐예요. 재한 씨가 부른 노래." "그나마 조금 더 많이 알려져서 기억을 하는 분들이 조금 더 있다는 노래는 '내 삶의 반'이라는 노래."

 

이승철의 연이은 질문에 굳이 "그나마" 라는 표현을 붙이는 그의 겸손이 마음을 파고든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세 명의 가수들은 제목을 정확히 전해 듣고도 그것이 무슨 노래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클라이막스를 부른 순간 기적이 열린 것이다. "깊은 사랑이 죄라면~" 순간 다문 입을 어찌할 줄 몰라하는 조권의 기막힌 얼굴은 이날 슈퍼스타K 최고의 볼거리였다. 그래요. 내가 또 이렇게 당합니다. 조권은 빨개진 눈시울로 말한다. "선배님이세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을 그. "아. 한경일은 알지." 물론 이승철이니까 미안한 포즈는 없다.

 

 

 

이 서글픈 촌극이 터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하필 그를 기억하게 하는 마법의 주문을 차단해버렸기 때문이다. 한경일이라는 이름. 이 노래의 클라이막스. "깊은 사랑이 죄라면~" 둘 중 어느 하나만 먼저 터뜨렸더라도 조권은 아마 그런 평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날의 사건이 지나치게 가혹했다며 혀를 찼다. 특히 현역 아이돌인 조권이 시대의 보컬리스트를 낮추어 평가했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여론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평가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도대체 조권이 무얼 그리 잘못했을까 싶었다. 그가 박재환이 아닌 한경일로 나왔더라도 조권의 불합격은 시청자의 항의를 들어야 할 명분이 되지 않는다. 이날 한경일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독 귀에 박힌 단어가 있었다. '공정하게' 한번은 이름을 숨긴 이유에 대해 공정하고 싶어서였다고 변했고 한번은 2년간의 아르바이트 수입이 11년의 수익 보다 '공정하게' 많았다는 호소였다. 소속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무책임한 가수가 되어 '노이즈 마케팅이 그대로 노이즈로 남아' 악순환의 시기를 살았던 한경일. 그래서 그의 공정하게라는 바람은 큰 울림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권이 그가 11년 차 가수 한경일이었더라면 불합격을 줬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한경일을 평가한 조권의 심사를 헐뜯는다면 공정하고 싶어 이름을 숨긴 한경일의 의지를 오히려 나무라는 셈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는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었고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숨겼다. "감동이나 여운은 느껴지는 게 없었고 본인의 개성도 조금 부족한 것 같고." 물론 아이돌 조권이 선배 가수 한경일을 평가하는 어록이었다면 무례하디무례했으리라.

 

 

 

하지만 나는 한경일의 '불합격입니다.'는 평 하나에도 고개 숙여 감사하다고 외치던 그 절박한 눈빛을 잊지 못하겠다. 한때 동료였던 세 명의 가수에게 엉망으로 넝마가 될 만큼 처절한 평을 받으면서도 마치 투항하듯 자존심을 버리고 무대 위에 올라서 있던 한경일. 모든 것을 백지로 돌려 새로 시작하고 싶어하는 그에게 조권의 평을 불의라 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아마추어한테 이런 걸 우리가 요구하는 게 무리일진 몰라도." 원로가수 현미는 그를 무려 '아마추어'라고 불렀다. 그래도 그는 웃었다. 합격이라는 한마디에 아이처럼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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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4 08:17

    비밀댓글입니다

  • 11년차 가수가 까마득한 후배에게 듣기에 혹평이었을지 모르지만 조권의 심사평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간 한경일에게 따끔한 매가 될 수 있는 좋은 약이 되지 않았을까요.

  • 시심 2013.08.24 17:55 신고

    공감되는 글이네요ㅎㅎ저또한 조권은 심사위원의 입장으로서 또 선배가 아닌(심지어 모르고서)
    한 참가자를 심사한 것이 왜이리 욕을 먹어야 하는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 수많은 네티즌들도 만약 저분이 한경일씨인것을 몰랐다면 과연 이렇게나 욕을 할지 의문도 드네요. 참 단편적인 것만보고 판단하고 섣부르게 남을 욕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입니다.ㅋㅋ

  • 글세 2013.08.24 18:38 신고

    심사위원이 심사를 하는건 잘못된 게 아니지.

    사람들이 왜 불편했을까? 후배가 선배를 평가했기 때문에 불편했을까? 아니면 독설을 해서?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나, 노래를 잘 못하는 일반 사람들도
    한경일이 조권보다 잘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건 평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와 다른 문제.

    조권은 가수이지만 노래 실력보다는 다른 재능과 끼로 인기를 얻은 경우다.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조권이 재능과 끼를 평가하는게 아니라 노래를 가지고 저렇게 함부로 평가하는게 불편해서다.

    그러한 오디션에 어떤 공정성이 있을수 있을까?
    과거 이정현이 심사위원으로 나왔을때, 이정현은 조권보다 뛰어난 보컬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보컬적인 부분은 정말로 뛰어난 다른 선배들, 트레이너를 겸했던 김태원 등에게 맡기고
    자신은 퍼포먼스 적인 부분만 평가했다.

    조권은 자신이 단순히 심사위원으로서 심사를 했는데 비난을 받는다고 착각하는데.
    좀더 냉정하게 자신의 보컬실력이 어느정도 되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프로가 되었다고 노래실력이 좋고 나쁘고 기준을 가를 수 없는게 아니다.
    오디션을 보는것이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것처럼,
    프로도 자신 스스로의 노래 실력을 체크할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이 국내 대중가요에 국한되어 있고, 자신이 성공한 것이 퍼포먼스라면
    그것에 국한해서 평가를 해야 권위가 있다.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다고 보컬이 어쩌고 저쩌고 평가하는 것이 불편한 것이다.

    • ㅂ다하늘구름사랑 2013.08.24 23:42 신고

      님의 논리대로라면 심사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어야 하겠군요. 조권이 깝군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노래실력은 됩니다만 한 들어보시기는 했는지 ^^. 나가수 시절 임재범씨의 노래를 평가한 사람들은 일반 인들이었구 유명한 작사작곡가들이었죠. 그들이 임재범씨보다 노래 잘하나요 ^^. 심사위원은 노래를 듣고 평가를 할줄 알면 됩니다. 조권이 노래를 잘하냐 퍼포먼스를 잘하냐를 따지기 전에요....

    • ㅂ다하늘구름사랑 2013.08.24 23:43 신고

      님의 논리대로라면 심사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어야 하겠군요. 조권이 깝군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노래실력은 됩니다만 한 들어보시기는 했는지 ^^. 나가수 시절 임재범씨의 노래를 평가한 사람들은 일반 인들이었구 유명한 작사작곡가들이었죠. 그들이 임재범씨보다 노래 잘하나요 ^^. 심사위원은 노래를 듣고 평가를 할줄 알면 됩니다. 조권이 노래를 잘하냐 퍼포먼스를 잘하냐를 따지기 전에요....

  • 꺄울 2013.08.24 19:07 신고

    조권이 심사하는게 못마땅한거라면 슈스케 피디한테 항의할 일이고.
    나이까지 밝힌 참가자에게 나이어린 연예인이 늘어진 브이넥 운운한것은 잘못.

  • 으흥흥 2013.08.24 22:50 신고

    노래 실력 운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치면 슈스케에서 누굴 불합격 줄만한 실력 가진 심사위원들 많지 않습니다. 심사에 자기보다 잘하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죠. 한경일 씨가 이후에 자기노래 부를땐 정말 멋있게 잘 불렀지만 처음에 오디션 곡은 떨어서인지 본인 실력이 안 나왔던 것도 사실이구요.. 글쓴분 말씀처럼 오히려 객관적인 평가를 받은 게 더 힘이 될 것 같아요. 워낙 기본적으로 잘하는 분이니..

  • 더 이상 슈스케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우와... 사연팔이도 이 정도면 훌륭한 컨텐츠...

    정말 이 프로그램 제작진의 편집은 악마의 힘이라도 소환한 것 같습니다. ㅋㅋ

  • 향기 2013.08.31 01:25 신고

    전 오히려 조권씨의 전문적인 부분에 아쉬움을 표합니다. 이승철이나 현미씨도 넝마가 되도록 혹평은 했으나 굉장히 전문적으로 한경일씨의 잘못을 잡아냈어요 저도 한경일씨 노래는 좋아하지만 그날 선곡은 잘못되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그 속에서 각각 단점과 장점을 찾아낸 이승철씨나 현미씨의 경우 그만큼 노래를 해와서도 이지만 그만큼 노래에 대한 감각과 지식에 내공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조권씨는 여기서 많이 지적하시듯이 분명 공인하는 가창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당연히 요즈음 아이돌 형태상 보컬과 방송용, 연기용으로 분담을 해서 각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런거로 보입니다. 들으니 이름이 창민(?)이라고 하는 분이 보컬을 주로 담당하신다 하니 그럴만하는 구나 하고 있어요 그리고 평가를 볼경우 아직은 노래에 대하 감각과 전문지식에 내공이 없어요 만일 가창력과 내공이 있었다면 전 조권씨 또래의 심사위원이라도 지지해줬을거에요 심사위원은 꼭 이런 방송에 나온 경우가 아니어도 어느정도 심사'받는' 사람이 속한 분야의 전문가가 담당합니다. 저랑 비슷한 분야에 어린 나이에 전문가가 되셔서 30살도 채 안되는 데도 논문 심사에 나서시는 분들도 봤어요 나이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내공이 얼마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 조권이 비난받는 이유 2013.09.01 18:26 신고

    후폭풍이 거셀만큼 많은사람들이 조권군을 비난한데 단지 까마득한 후배가 선배를 평가해서?! 당대 정상까지 서본 보컬리스트를 한낱 아이돌이 평가해서?! 아닙니다. 조권이 누굴 평할만한 가창력이나 식견을 갖추지 못했다는 다수의 인식 하에 조권의 무례하고 전문적이지 못한 심사평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노래와 브이넥이 무슨상관인지.. 옆에 이승철은 더 깊숙히 파이게 셔츠를 풀어 헤쳤던데.. 늘어진 브이넥 때문에 느끼하다?! 이게 심사위원이 할 멘트입니까?! 또한 연장자에 보컬트레이너 밝혔음에도 그정도 실력이면 노래방가면 한사람쯤 꼭있다는 멘트는 아무래도 조권의 실력에 비하면 무례하고 어처구니 없는 평으로 들린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권의 심사기준.. 심사기준 자체가 없는걸로 보이더군요. 어린 여학생의 손짓하나에 좋아서 별다른 평도 없이 합격? 또 한명은 연습생생활이 떠오른다.. 합격? 이게 심사위원이 할수 있는 심사입니까? 자격은 모르겠으나 자질은 한참 부족한 심사위원이기에 까인겁니다.

 

생각해보면 말이다. 아빠! 어디가? 형제 특집이 게시되기도 전에, 이미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형제 커플이 있었다. 바로 성동일의 장남과 차녀, 성준-성빈 남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남매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다른 형제들처럼 우애가 남달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어느 아침 프로그램에서 준이는 여동생 빈이를 절대 데려가기 싫은 여행 파트너라고 선언을 했던 것이다. 차라리 막냇동생 율이라면 모를까. 빈이는 정말 싫다고. 이 솜사탕 같은 머리칼을 가진 소공자님은 여전히 침착한 눈망울과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속삭였다. 무려 빈이는 못생겨서 싫다는 폭탄선언. 시청자는 배꼽을 잡았지만 너무하다 싶은 이 발언 속에는 이해가 되고도 남을 만한 큰오빠의 속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서 가끔 얼굴을 내밀었던 성동일네 가족. 그중에서도 빈이와 준이 남매는 한번 보고선 잊혀지지 않을 만한 임펙트가 있었다. 그야말로 만화 캐릭터 같았던 것이다. 언제나 시선을 아래에 내리꽂는다 싶었던 오빠 준이. 늘 당당하게 하늘을 보고 섰던 여동생 빈이. 스테레오 타입의 남매 사이가 아니었던 둘은 다르기도 달랐지만, 오빠와 여동생의 캐릭터가 완전히 바뀌어있는 듯해 더 재미있었다. 순정만화 같은 얼굴에 고요하고 수수한 성격을 가졌던 준이는 일상이 매회 시트콤이오. 명랑만화의 여장부 같은 여동생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보였었다. 그럴 수밖에. 그 성동일이 두 손을 번쩍 든 우람하고 우렁찬 아이 빈이는 무려 대형 텔레비전을 박살 내버린 소녀가 아니었던가.

 

더 재밌었던 것은 그야말로 성동일 딸이다 싶은 처세술과 융통성이었다. 그런 빈이가 원칙주의자 성준의 마음에 찰리가 없다. 언젠가 성동일이 자신이 낚지도 않은 물고기로 허풍을 떨었을 때 참다못한 준이는 "그거 아빠거 아니잖아!" 라고 호통을 쳤다. 순간 이야, 이거 대본으로 써도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싶었던 빈이 아가씨의 한마디. "그냥 아빠가 잡은 걸로 해. 알았어?" 그래서 준이는 몇 번이고 여동생의 프러포즈를 외면했다.

 

 

 

거침이 없는 소녀 빈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빠에게 다가가 "오빠. 나 어때?"라고 묻다가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너 이상해." 로 응수하는 오빠의 무심한 태도에도 예상했다는듯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아빠! 어디가? 어버이날 특집에서 잠깐 비추었던 성동일의 집에 이제 빈이가 조금 괜찮다는 오빠의 조심스러운 고백마저 당당한 호들갑으로 날려버린 빈이. "오빠. 나 좋아해?" 그 말에 빈이는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번의 형제특집 2탄에서 오매불망하던 빈이 아가씨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사실 오빠 성준과의 알콩달콩한 남매애를 기대할 리는 만무했다. 약속장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여동생이 예쁘지 않으냐는 아빠의 질문에 준이는 고고하게 책만 펼쳐 든 채였으니까. "그냥 사랑한다고 한번 말해주면 되지." 끝끝내 대답을 듣지 못한 빈이는 이동하는 차량에서 만담을 하듯 하소연했다. 결국 형제특집 초반 부각된 관계 또한 친남매가 아니라 열살 민국이 오빠를 스타마냥 따르는 빈이였지 않은가. 그래서 이다음의 준이가 보여준 오빠의 행동력엔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너무나 준이 답지 않아서 놀랐고 또 너무나 준이다워서 놀랐다.

 

 

 

늘 그랬듯 제작진에게 받은 미션 같은 요리 재료를 주섬주섬 받아들고 숙소로 향한 아빠들. 이날의 주제는 한 아름 받아든 국수였다. 세련된 요리보다는 시골풍의 요리에 자신이 있는 성동일은 아이들보다 본인이 더 기대에 부풀어선 재료를 다듬었다. 묵은지를 씻어내고 매콤한 고추 향을 담아 투박한 손으로 반듯하게 오이을 썰고 비장의 무기 얼음을 꺼내 준비한 보기만 해도 상콤한 김치 말이 물국수. 기분이 좋아진 성동일은 흥얼거리며 막삶은 국수를 아이들에게 먹여주었다. 이제 삶은 국수를 꺼내 말기만 하면 되는데... "어디다! 거기다 소금을 왜 뿌려!" 갑자기 깨져버린 동화. "제가 장담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한 번 폭발합니다." 유달리 에너지가 넘치는 빈이의 첫 등장에 던진 김성주의 예언이 그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아빠가 폭발했다.

 

 

 

애써 삶은 하얀 국수에 소금을 솔솔 뿌려 넣는 빈이를 보며 원칙주의자 오빠는 시무룩해졌다. 물론, 준이니까 호통도 점잖게. "빈아. 왜 뿌려~ 소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활화산처럼 터진 아빠의 목소리. "어디에다?!" 깜짝! 이라는 자막이 없었어도 마치 만화처럼 뿅 뿅 하고 솟아났을 아이들의 놀란 마음이 동시에 아빠를 향한 뒤통수에 그대로 꽂혀 보였다. 그대로 멈춰라! 그야말로 얼어버린 아이들. 덩달아 깜짝 놀란 듯 만화 같은 배경음도 뚝 끊겨버린다. "거기에다 소금을 왜 뿌려?" 여걸 같은 빈이도 화난 아빠가 무서운 것은 똑같았다. "아이. 이미 다 돼 있단 말야. 빨리 닫아 얼른. 너는 정말!" 아무런 변명 없이 뚜껑을 닫는 빈이가 어찌나 안쓰러워 보이던지. 분명 결과 자체는 사고였지만 악의가 담긴 장난이 아니라 아빠를 돕고 싶은 선의였는데.

 

 

 

머쓱해진 빈이가 야속하다 싶게 이어지는 성동일의 불같은 호령들. "그냥 돕지 마! 가만히 있어! 넌 돕지 마. 앉아있어. 구경해!" 순간 당황한 뒤통수만 보였던 준이가 느닷없이 국수 한 덩이를 두손 가득 집어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준아. 너. 왜 그래?" 아이의 돌발 행동에 깜짝 놀란 성동일은 화내던 것도 잊고 준이를 바라본다. 그답지 않게 더듬거리기까지 했으니까. 그야 야인처럼 두손 가득 다 먹지도 못할 국수를 우걱우걱 밀어 넣는 준이의 모습은 내게도 놀라운 그림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수수께끼를 풀어주듯 고요하게 말한 준이의 대답은 내게 짠한 감동을 주었다. "맛있다! 빈이가 하니까."

 

 

 

 

아. 이해가 안 될 만큼 뭉텅이로 집어 올린 국수 가락들은 바로 여동생이 뿌려놓은 소금이 뭉쳐진 부분이었던 것이다. 이 조그만 아이는 어쩌면, 다른 아이였더라면 울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를 서운하고 억울한 여동생의 마음과 순간 폭발해버린 아빠의 성난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짜디짰을 국수를 밀어 넣었다. 그 원칙주의자 준이가. 본인도 방금 질색했던 여동생의 소금 뭉텅이 국수를.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빈이가 하니까 맛있어..." 오빠는 마지막까지 중얼거려 준다. 그 덤덤하고 조용한 목소리에 담긴 몇백 마디의 위로와 배려가 그대로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빈아. 좀 먹어." 준이의 한마디에 아차 싶었을 성동일이었다. 무던한 딸이라 울며 토라지진 않았어도 그 순간 얼마나 무안하고 서글펐을지. 아들의 너그러운 마음이 뿔난 성동일의 폭발한 마음마저 누그러뜨렸다.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성동일은 말한다. "아. 빈이가 하니까 맛있대. 아빠가 미안해." 그는 딸의 실수에 아빠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법을 놓친 것을 후회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과했다. 아이에게 아빠가 한 수 배웠던 것이다.

 

 

 

성동일의 표현대로라면, 겁 많고 소심했던 준이였다. 아빠의 불호령에 몇 시간을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 그 아이가 이제는 자신의 놀란 마음보다 동생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오빠로 성장했다. 그것은 많은 실수를 했고 지금도 간혹 실수하긴 하지만 달라지려 노력했던 아빠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성동일의 변화와 사랑이 준이 하나 뿐만이 아니라 내리사랑으로까지 퍼뜨려질 수 있음에 나는 놀란다. 비록 여동생의 "오빠 나 좋아해?" 라는 물음에도 사랑한다 한마디 해주지 못하는 오빠지만 시무룩한 여동생을 위해 처음 잡은 곤충을 양보하고도, 그저 신난 여동생의 얼굴에 뿌듯해하는 준이의 사랑은 백 마디 프러포즈보다 근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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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8

  • 헤일로 2013.08.19 09:49 신고

    글 읽다 한번 더 울컥~^^

  • 낭만 고양이 2013.08.19 11:16 신고

    훈훈하고 좋은글 감동받고 갑니다.건필하세요

  • 낭만 고양이 2013.08.19 11:17 신고

    훈훈하고 좋은글 감동받고 갑니다.건필하세요

  • 동생을 위한 준이의 작은 배려가 넘 예쁘네요~^^

  • 권수아 2013.08.19 14:09 신고

    넘 멋지네요~
    '준이의 여동생 빈이를 위한 큰사랑ᆢ ' 예능끼가 다분한 예쁜빈이와 나중에 꼭 훌륭한 선비가 될것같은 멋진 준이,,
    훈훈한사랑 가슴가득 담아갑니다 ~

  • 2013.08.19 17:59

    비밀댓글입니다

  • 반짝임 2013.08.19 22:29 신고

    저 기사읽고 울컥한거 처음이예요. 글을 어쩜.. 너무 잘쓰세요.

  • 달팽이 2013.08.20 11:16 신고

    아빠어디가에 나오는 아이들 모두 5인5색 다른 매력들을 보여주는데, 준이는 항상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진짜 볼수록 예쁜 아이예요. 진짜 성선비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ㅎㅎ

  • 박은주 2013.08.24 21:02 신고

    우연히 들어와 읽게 됐는데... 사람을 바라보는 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마음이 정화되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 윤아 2013.09.01 09:10 신고

    좋은글~♥
    열번째 읽나봅니다
    볼때마다 같은감동~~

  • 햇빛사냥 2013.09.04 17:06 신고

    아 이거 저번에 읽고 왜 댓글을 안 달았을까요~~~~~ 읽어도 읽어도 감동이에요^^

  • kate 2013.09.07 08:04 신고

    저만 이렇게 느낀게 아니였군요!! 성동일씨도 물론 훌륭하지만 성동일씨 아내분이 정말 대단히 좋은 엄마이신 것 같아요.. 나중에 제 아이들도 이렇게 커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네요..

  • 최은주 2013.09.08 18:51 신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글쓰신 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눈물을 떨구고 지나갑니다^^

  • 이 상은 2013.10.11 14:34 신고

    ^^ 아빠 어디가 ? 볼때마다 넘 탐나는 준이에요 가슴에서 뜨거움이 솟구치는걸 느끼게 해주네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꺼에요

  • 하루일과가 끝나면 인터넷에 들어와서 아빠어디가 찾아보고 1회부터 재방을 여러번 본답니다
    특히 준이의 모습을보면서 저아이는 크면
    어떤모습일까.... 정말 믿음직합니다 팬이
    되버렸어요^^

 

 

오래전 공개된 아빠! 어디가?의 스틸컷 중에 내 마음에 들어오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심각한 얼굴로 담벼락 옆에 선 민국이의 모습이 마치 청소년 드라마에서 과도기를 겪는 주인공의 이미지와 흡사했던 것이다. 열한 살 탁수라도 놀러 와주면 모를까 그가 없다면 쉽사리 바뀌지 않는 아이들의 서열 가운데서 열살 민국이는 집에서도 맏이, 캠프에서도 맏이다. 그럼에도 시청자에게 맏이의 이미지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던 민국이다. 아빠! 어디가? 초반 지독히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민국이는 자주 눈물을 흘렸고 종종 서러워했으니까. 울고 있는 얼굴의 선입견 탓에 이 아이의 의젓함을 몰라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갖가지 선입견 속에 발견하지 못했던 친구의 미덕을 또래의 아이들은 너무나 잘 알아주고 있었다. 언제나 지아 아가씨의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민국이. 이번 형제 특집에서 새롭게 투입된 뉴페이스 성빈양마저도 최고의 오빠를 꼽는데 민국이를 망설이지 않는다. "너 민국이 오빠랑만 있고 싶어서 그랬지?" 아, 그냥 사랑한다고 한번 말해주면 되지- 감정을 표현하는데 머쓱함이 없어 줄곧 오빠를 당황하게 하는 빈이는 아빠의 짓궂은 놀림을 개의치 않고 설레는 목소리로 프러포즈를 보낸다. "민국이 오빠는 너무 멋져." 여행 내내 성동일이 그토록 강조했던 '여자답게'가 처음 실현된 장면이었다.

 

 

 

"빈이 왔다!" 첫 번째 형제 특집에 참여하지 못했던 빈이. 아무리 씩씩한 여장부라도 쉽사리 끼어들기 어려운 거리감을 좁혀줬던 건 민국이의 격한 환영식 때문이다. 그래서 빼꼼히 내민 얼굴의 빈이는 머쓱하지 않게 웃을 수 있었다. 제작진의 연출이겠지만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원조 홍일점 지아와의 사이를 현명하게 해갈한 것도 민국이의 배려 덕분이었다. "빈아. 지아 언니한테 인사해." 참 똑똑하게도 가장 먼저 지아와 눈 맞춤을 하게 하던 민국이.

 

 

 

"제가 장담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한 번 폭발합니다." 껄껄 웃는 김성주의 예언처럼 성동일마저 긴장시키는 여장부 빈이의 기력을 민국이는 자청해서 맡겠다고 선언한다. 자두를 따고 그 자두를 팔고. 자두 하나로 2주간 뽕을 뽑는 아빠 어디가 제작진. 아주 조금 더 나이 먹은 아이들이 지정한 동생의 멘토가 되어 일대일 교육을 하는 미션을 가장 맏이인 민국이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빈이를 선택해주었다. "웍!" 문 뒤에 숨었다가 장난을 치며 튀어나오는 민국이의 방문에 똥꼬 발랄하게 달려 나온 빈이. "빈아. 오빠가 데리러 왔다." 자청해서 지칭한 '오빠'라는 호칭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자상한 머리 쓰다듬기. 그 마음에 보답하듯 덥석 오빠를 끌어안는 빈므파탈.

 

 

 

으스스한 논두렁을 앞서 가던 빈이는 "여기 은근슬쩍 무서운데?" 오빠의 말에 위로하듯 손을 내민다. "은근슬쩍 무섭다고." 쑥스러운듯 샥하고 손을 빼던 민국이는 여장부의 두 번째 호위는 못이긴 척 받아주었다. 그리고 민국이네 숙소에서 시작된 자두 팔이 교육. "좀 있으면 장사할 거야. 빈이두. 자두 장사아~ 빈이 장사 어떻게 하는지 알아?" 시작부터 다정다감하기 그지없는 민국이 오빠의 말투.

 

 

 

"자두를 팔고 나서는 뭐를 받지?" "빈이는 돈을 얼마 받고 싶어? 자두 하나에?" 몇 주 전 학급회의에서부터 느꼈지만 민국이는 참 좋은 교육자다.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눈높이 교육을 하는 것을 잊지 않으며 그 어떤 난관에도 다정하니까. 시종일관 산만했던 빈이 아가씨가 뛰어놀다 가끔 두루뭉술한 답을 던져도 "그렇지!" "좋은 생각인데?" 다정한 호응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성선비 준이 오빠를 노여워하게 할 만큼 넘치는 에너지의 빈이 아가씨가 아닌가. "오빠. 그냥 우리 놀면 안 돼?" 산만하기 이를 데 없던 장난꾸러기 학생의 불경한 태도에도 꿋꿋하게 수업을 진행하려던 민국이는 급기야 앙증맞은 빈이의 애교에 말문에 막혀버렸다. 순간 화면의 CG처럼 보노보노의 땀방울이 그대로 느껴지던 민국이의 늦어진 템포라니. "좀 더 배워야지." 그럼에도 다정한 민국이의 대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거 자두 하나에 얼마씩 해요?" "800원입니다아-" 그럼에도 민국이는 어린 동생이 귀여워서 어찌할 줄 모르겠나 보다. 성실한 민국이의 다부진 준비성을 외면하며 꿋꿋하게 카메라와 놀던 불량 학생 빈이를 간신히 불러세운 김성주가 자두의 가격을 묻자 발랄하게 던진 대답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민국이. 아직 셈이 느린 어린 동생이 상식을 파괴한 계산법으로 황당하게 해도 그저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뜨릴 뿐. 화를 내기는커녕 김성주도 못한 변호를 해준다. "작은 고추가 맵듯이."

 

 

 

"뭐하시는 겁니까. 지금." 사실 이후의 전개는 민국이가 화를 낼까 봐 조금 염려했었다. 넘치는 에너지의 자두 아가씨 빈이는 그동안 많이 참아줬다는 듯 자두 한 알을 민국이 오빠의 머리에 던져버린 것을 시작으로 오빠를 넘어뜨리고 그 위에서 밟아대는 격한 레슬링 놀이로 혼을 빼버렸는데 말이 장난이지 그 동작이 꽤 과격해서 웬만한 아이라면 참아내지 못할 괴롭힘에 가까운 놀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닥에 엎드려있어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민국이의 얼굴이 슬며시 올라왔을 때 탄성이 터졌다. 짜증을 내기는커녕 여전히 웃는 얼굴의 민국이.

 

 

 

"빈이야. 오빠 머리. 머리." "빈아. 오빠 숨 못 쉬겠어." 그저 안타까운 하소연을 가끔 던져줄 뿐. "아이고. 민국이 잡네. 민국이 잡아. 아이고 빈이가 우리 민국이 잡네에. 민국이 좀 살려주세요." 김성주의 애원이 무색하지 않게 그야말로 무참히 짓밟히면서도 짜증 한번 내지 않는 민국이가 그저 대견할 따름이었다.

 

 

"민국이 오빠는 너무 멋져." 언제나 눈물이 많고 맏이 값을 못한다고 생각했던 민국이. 하지만 그 속에는 어린 동생의 짓궂은 장난을 꿋꿋이 인내하며 격한 환영 인사로 머쓱함을 달래준 친절한 오빠의 자상함이 숨어있었다. 지아의 영원한 일등인 민국이. 뉴페이스 성빈의 마음마저 휘어잡은 민국이 오빠. 우리가 아이의 눈물만을 질책했을 때 그 어린아이들은 오빠의 장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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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라이 2013.08.12 10:48 신고

    그러게요..
    민국이 큰애가 떼쓰며 운다고 흉본게 민망해지네요..
    닥터콜님 말씀대로 동생들은 민국이를
    정말 잘 따르고 좋아하잖아요..
    큰애라지만 아직은 꼬맹이에 불과한데
    사려깊고 자상하다는 걸 너무 당연시한것 같아요.
    전 저 장면에서 김성주 아빠의 유쾌함도 봐서 좋았어요.
    요즘 부모들 장난이어도 자기 아이 다치는거 보면
    화내거나 떼어놓으려고 하는데
    저렇게 장난식으로 "민국이 살려주세요"하는걸보며
    저런 다정함과 관대한 매력이 있는 아빠라는걸
    그래서 민국이말고도 다른 아이들이
    성주삼촌을 좋아하고 따르는구나 했어요..

    • 김성주 참 다정다감하죠.ㅎㅎ 남의 아이들도 김성주 품에서 자주 놀잖아요. 이날도 막내들이 모두 김성주 품에 안겨있더군요.

  • 빈이와 잘 놀아주는 민국이의 모습이 어릅스럽더라구요~ㅎㅎ

  • Halo 2013.08.12 13:52 신고

    그러게 말여요
    민국이와 김성주씨가 볼수록 따뜻하네요

  • ㅎㅎ 2013.08.14 19:52 신고

    민국이 크면 진짜 훈남될거 같아요~

  • 정말 대단하다 싶었어요. 저는 조카가 저렇게 해도 정말 싫어서 인상 구겨지던데..
    참.. 민국이는 따뜻하고 자상하고 의젓하고 예의바른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2013.09.28 19:52 신고

    민국이는참 심성이곧은거같아요
    그리고 나이에비해 순수함^^
    더잘생겨지구 암튼민국이 이쁨

 

그 재밌던 빅뱅이론도 시즌 4쯤 되니 시들시들해지는데, (아. 셀든 연애하는 거 싫다고!) 하물며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5가 뭐 그렇게 진취적이겠나. 하물며 이제 단물 다 빠진 오디션 프로그램을, 조개구이처럼 이집저집 차려대다가 이제 폐업하고 문 닫는 와중에 아직도 멈출 기세가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상님, 슈퍼스타K 그리고 5.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기대하고 있었다.

 

먼저 그 기대감의 원동력은 윤종신 때문이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스타 K 시즌4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겐 슈퍼스타 K의 미완성이었다. 윤종신의 자상한 표현력과 때론 얼음송곳 같은 촌철살인. 매 순간 드라마를 탄생시키는 아우라. 덧붙여 그 지겨운 희소가치 타령에 똥고집마저도... 그리웠었다. 심사위원은 물론 참가자 통틀어 역대 최고의 미모를 가진 #0199 윤건의 감성이 있어 그나마 참아냈지만.

 

 

 

"앞에 50살이나 어린 친구가 세월 얘기를 했어요. 너무 시간이 빠르다고. 그 친구의 너무 빠른 시간과 김대성 스테파노의 어느 60대의 노부부 이야기는 사실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봅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얘기를 12살짜리 학생과 60세 어르신께서 불러주셨는데.. 노래는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김대성 스테파노님의 이야기가 너무나 잘 담겨있어서 그런 자연스러움은 저희 기성 가수도 못 따라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합격 드리겠습니다."

 

1년을 쉬고 돌아온 그는 역시 1년 치의 공백과 기대감을 아쉬움 없는 윤종신 스타일로 채워주었다. 이성과 감성이 혼합된 그의 드라마틱한 심사. 어쩌면 저 긴 감상을 혀 꼬임도 없이 마치 대사처럼 줄줄이 읊어낼 수가 있단 말인가. 다른 무엇보다 노래를 듣고 있을 때의 그 예민한 얼굴은 슈퍼스타 K의 가장 흥미로운 정취 중 하나다. 그리고..

 

 

 

처음엔 그저 슬픈 참가자라고만 생각했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 반드시 필요한, 실력보다 사연이 우선인 사람. 볼트를 쥐고 있는 소년 박시환의 첫인상은 내게 그냥 그랬다. 하지만 이 친구의 입에서 이적의 멜로디가 튀어나왔을 때 그것은 노래가 아닌 기적이 되었다. 그야말로 심장을 관통하는 목소리. 많은 오디션 참가자들 중에서 이토록 귀가 뜨이게 하는 음성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박시환의 사연은 특별했다. "올해로 5년째 그는 계속해서 슈퍼스타K의 문을 두드려왔는데" 성우의 말을 빌려 벌써 다섯 번째 슈퍼스타K의 도전이라는 박시환. 그것은 말하자면 이미 4번씩이나 슈퍼스타K의 관문에서 떨어져 왔다는 이야기도 된다. 슈퍼스타K와 그의 인연이 비극적이라면 박시환의 개인적 사연은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학원이 아닌 떡볶이 가판대를 전전했던 소년. "저기에 가면 내가 아무것도 없이 내 목소리만 가지고 가도 날 받아주고 내가 노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무언가 있겠구나 그래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노래가 된다면 다 행복해질 것 같아요." 생업이 노래가 되는 것이 꿈이라던 정비사 박시환. 볼트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그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땐 아주 오랜 옛날이었지. 난 작고 어리석은 아이였고..."

 

 

 

이승철은 색안경을 끌어내렸고 정재형은 꿈에 젖은 눈길로 턱을 쓸어내렸다. 가인은 두 손을 모았다. 눈을 반짝이며. 순정만화 여주인공처럼. 그리고 나는 어떡하고 있었느냐고? 쿵쾅대는 심장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좋은 가수가 되기 위한 조건은 한둘이 아니다. 아름다운 음색이나 유려한 발음 그리고 뛰어난 기교.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소력이다. 그는 심장에 꽂힌 과녁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나는 그의 노래를 되새기며 몇번이고 물어보았다. 아니, 도대체 왜 지난 4년간 떨어졌던 거야? 정재형의 입에서도 같은 의문이 터져 나왔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세 명의 심사위원은 동시에 탄식을 내뱉었다.

 

사실 오디션 참가자의 목소리는 당시 기분에 도취되어 마치 열병과 같은 감상을 남길 때가 있다. 당시에는 너무 좋았던 목소리가 시간이 지나서 들어보면 그 정도는 아니었네 싶을 때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시환의 목소리만큼은 일 년 뒤에 들어도 여전히 같은 감정을 전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야말로 시작부터 슈퍼스타의 탄생 예감을 남긴다.

 

 

 

"5년 동안 뭘 믿었던 거예요?"

"실력은 계속 늘 것 같았어요. 계속 하면."

"만약에 이번에 떨어진다면?"

"저는 또 할 것 같애요. 아마. 계속 계속 계속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리고 다소 불순한 사상이지만 이 친구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노래를 잘 불러주어서 고맙습니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스타의 가능성 또한 충만해 보였다. 긁지 않은 복권 같은 얼굴이란 말이다. 아련한 눈빛과 무언가 보호해주고 싶은 이미지. 그리고 요즘 시대가 추구하는 담백하면서 여리여리한 외모. 슈퍼스타K의 무대 위에 올라서면서 차근차근 연예인답게 꾸며질 그의 스타일이 궁금해진다. 이렇게 외적으로 기대감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슈퍼스타K1의 서인국 이후로 오랜만이다.

 

 

 

마치 성자의 행진 같았던 박시환의 너무 강렬한 등장으로 다소 묻혀버렸지만 다소 온유한 존재감으로 내 시선을 끌었던 또 하나의 숨겨진 슈퍼스타 플로리다 일년생의 박재정 또한 흥미로운 음색을 들려주었다. "저는 플로리다에서~" 미끌미끌한 발음으로 유학파 분위기를 물씬 풍겨대더니 고작 일 년 치 플로리다 출신에 영어 또한 제대로 못 하는 토종 서울인, 박재정. 다소 유머스러운 인상과 달리 기타로 채워진 그의 어쿠스틱한 멜로디는 마치 지중해 연안의 풍요로운 분위기 같아 마음이 설렜다. 거기에 다소 부유해 보이는 이미지까지, 언제부턴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꼭 필요한 존재감이라는 존박 워너비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이제 끝물일 줄 알았다. 다 씹어버린 껌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슈퍼스타K. 그렇게 파고 또 파냈음에도 아직 마르지 않은 샘물처럼 새로운 능력자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승철의, 결코 불쾌하지 않은 슈퍼스타 K에 바친 자부심. 거기다 윤종신의 듣는 얼굴까지. 슈퍼스타 K5. 부디 이 지긋지긋한 여름이 즐거운 유일한 이유가 되어주길 바란다. 축제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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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사랑 컬리 수라는 영화를 아시는지? 90년대 초반. 한참 할리우드 풍 가족 영화가 인기 있었을 때 영화 나 홀로 집에의 프로듀서 존 휴즈가 만든 내 사랑 컬리수는 비록 10년도 전의 작품이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이 영화의 악동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소녀를 기억하지 못한다. 온몸을 휘감고도 남는 어른 타올을 몸에 걸치고 피자 먹고 나선 손가락 다섯 개를 힘주어 쪽쪽 빨다가 빤히 쳐다보던 그 사랑스러운 눈동자. 한밤중에 티브이를 보다 미국 국가에 가슴에 손을 얹고 열창을 하던 그 사랑스러운 컬리 헤어의 귀염둥이. 그런데 말이다. 나는 오늘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보면서 한국에서 만약 이 영화를 기획한다면 그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성동일의 둘째 따님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겠어..." 어쩌면 한숨 쉬던 성동일의 대답에서부터 우리의 마음속엔 이 꼬마 아가씨가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빠! 어디가? 어버이날 특집에 방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다 알면서 뭘 묻냐는 심란한 얼굴의 성동일. 하지만 그 표정엔 묘한 뿌듯함이 숨어있다는걸 나는 알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성동일의 딸 성빈 아가씨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성동일의 미니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쉽게 쉽게~ 좋게좋게~ 성동일의 부인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그의 큰아들 준이를 의외로 아버지와 똑 닮은 성격이라고 말했었다. 겉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동일의 내성적인 성품이 성선비 준이의 모습으로 드러난 의외의 발견이라면 그의 둘째 딸 성빈은 우리가 생각하는 성동일의 모습 그대로다. 아빠 성동일의 위트와 여유 담대함을 그대로 빼어박은 세상에서 가장 허물없는 여섯 살. 사실 그녀의 남다름은 아빠! 어디가?에서 처음 본 것이 아니었다. 이미 몇 년 전 성동일의 가족을 몇 개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했을 때 성동일의 둘째 딸 성빈의 활약은 하는 것마다 삐삐 롱스타킹의 재림이었다.

 

 

 

걸레짝이 되어버린 하얀 커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여자아이 성빈의 장난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또 황당한 것이, 그림 놀이를 하다가 하얀색이 없어서 커튼을 찢어버렸다며 가위를 들고 해맑게 웃는 아가씨 빈이. 성동일의 집에 티브이 시청이 금지된 것은 성동일 나름의 교육 철학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티브이라는 거대 가전제품이 여섯 살 빈이의 등쌀에 살아남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입하는 족족 티비를 부숴버린다는 말괄량이 아가씨 빈이. 언젠가는 그 커다란 대형 텔레비전을 부숴놓고 이렇게 변명했다나. "아빠. 나도 이런 내가 싫어."

 

 

 

"절대 집에서처럼 행동하면 안 돼." "집에서처럼 행동하면 안 되고." "얌전하게." "여자답게." 다리를 오므리고 곱게 앉은 오빠 사이에 파고들어 머슴아처럼 껄껄 웃고 있는 빈이가 염려스러웠던 성동일은 캠프를 앞두고 몇 번이나 소녀에게 당부한다. 여자답게. 얌전하게. 그리고 절대 집에서처럼 행동하면 안 돼. 오빠를 괴롭히지 마! 아마 옆집의 그야말로 내추럴 본 아가씨다운 지아 공주님을 의식하고 던진 부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으리라.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짱구처럼 "뿌찌뿌찌 빵구야."를 외치고는 당부를 부탁하는 아빠의 손을 거침없이 휘갈기는 이 아가씨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는 것을.

 

"나이는 6살이고 이름은 성빈." "화났을 때는 사납고 기분 좋을 때는 너무...그래요!" 준이의 정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여동생의 소개문 '그래요' 사실 이 남매가 재밌는 것은 서로가 너무나 판이한데 그것마저도 성별이 바뀐 듯한 만화 같은 가족 관계 때문이다. 성준의 여동생 빈이가 아직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지도 않았음에도 네티즌 사이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것은 유난히 여동생을 기피하는 준이 때문이었다.

 

 

 

 

아직 캠프에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두 사람의 다름. 살짝 도도함이 느껴지는 귀족적인 자태로 책장을 넘기는 오빠 준이와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장난을 어찌할 줄을 몰라하는 빈이. 샤론스톤 포즈로 다리를 꼬며 윙크를 날려주기도 하더니 "여동생 예쁘지?" 라는 질문에 쑥스러운지 부정해서인지 끝끝내 대답하지 않는 오빠를 보며 덤덤한 목소리로 던진 한마디에 터졌다. "그냥 사랑해 한마디 해주면 되지." 아. 이렇게 융통성 넘치는 여섯 살을 본 적이 있으신가.

 

막내 율이라면 몰라도 빈이는 싫다며 심지어 못생겼다는 모진 소리를 내뱉기도 했던 준이.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 준이도 어리고 빈이는 더 어렸을 때 어느 아침 프로그램에서 성동일의 집을 찾은 날 남매의 만남은 푸닥거리부터 시작이었다. "빈아! 오빠 때리면 안 돼!" 비명을 질러대던 준이. 오빠를 때리는 여동생. 아니나 다를까. 이날 형제 특집에서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특유의 우수 어린 눈으로 책을 파고 있는 준이. 성동일도 모르게 바깥 마실을 나가버린 빈이. "우리 아들은 책만 보고 있고... 동생은 집 나가고..." 그야말로 만화의 한 페이지였다.

 

 

 

역대급 사교성. 역대급 융통성의 역대급 캐릭터가 뉴페이스로 등장하자 아빠! 어디가?의 기존 팀워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누구보다 새 막내의 등장을 반가워하는 큰 오빠, 민국이는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빈이 왔다!"를 외치며 환영의 마중을 나갔다. 김성주의 말대로라면 처음 만났다는데 격한 환영으로 빈이의 사교성을 부끄럽지 않게 해준 이 날따라 남달랐던 민국이의 어른스러움. 연출된 장면이겠지만 은근슬쩍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지아 공주님에게 먼저 다가가 강아지풀로 장난을 치며 치근덕거리는 빈이 덕분에 오해는 금세 붕괴되고.

 

 

 

 

역대급 친화력으로 처음 만난 날, 이종혁 삼촌의 어깨에 올라가 목마를 타는 빈이의 행동은 기존 막내 준수의 보기 드문 질투를 불렀지만 한편 카메라가 제대로 잡지 못한 장면에 몰래 빈이를 챙겨주는 막내 준수의 희귀한 오빠다움도 볼 수 있었다. 오물오물 맛나게 자두를 씹는 빈이를 빤히 바라보며 물어보는 준수. "자두 맛있어?"

 

 

 

 

 

"야. 빈아. 내려와. 삼촌 힘들어. 언제 봤다고 그래. 너 처음 봤잖아. 오늘 처음 본 삼촌한테." 처음 본 삼촌 이종혁의 어깨 위를 아무렇지 않게 스멀스멀 올라가 목마를 타고 있던 성빈은 꾸중을 들었지만 성동일도 몰랐을 거다. 바로 그 전에 이종혁의 목마를 타고 있는 큰아들의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극과 극으로 보이는 말괄량이 여동생이지만 오빠를 그대로 배워간다는 것도. 전혀 다른 남매의 모습이 모두 내성적, 외향적 성동일의 일면이라는 것도. 이 사랑스러운 컬리 수의 재림을 한 번 더 볼 기회가 남았다는 것은 열대야의 유일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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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낮의 풍요가 아니라 밤이 남기는 적막감인지도 모른다. 전쟁 같은 일과를 마치고 밤이 찾아오면 알알이 불빛을 켜들고 호령에 따라 여행을 정리했다. 피실피실 웃으며 실없는 장난을 치던 놈들도 해바라기의 사랑으로가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 나올 때면 뿌예진 시선 너머로 빛줄기가 뭉게지곤 했던 것이다.

 

 

 

아빠! 어디가? 투어가 예능인 이유는 대낮의 요란함이 있기 때문이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짜 취지를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 잠깐이나마 혼자가 될 수 있는 밤이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을 수 없다. 아빠의 친구들도, 아이들의 친구들도. 비록 카메라는 돌아가지만, 제작진조차도 그 시간을 방해할 수 없다. 정해진 규율이 없는 오롯한 밤에서 그들이 갖는 유일한 커뮤니케이션은 아빠와 아이의 사랑뿐이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날은 본격적인 여름에, 해안가에, 그리고 캠핑카 안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이날의 여행을 보다 여행 같은 기분으로 들뜨게 하였으리라. 그래서 이날 아빠! 어디가?의 밤은 조금 더 남다르게 설렜다. 벌써 밤이 찾아왔음에도 아빠와 아이들은 오히려 아빠들이 더 설레서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는 밤은 오로지 그들의 시간이었지만 그리 특별한 놀이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살을 비비며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이벤트는 완성이었던 것이다.

 

 

마치 하와이안 커플처럼 해먹을 감싸고 누운 송종국과 그네를 태우듯 해먹을 흔들어주는 지아. 여왕님 송지아씨의 해먹 태우기를 받는 황송한 기회를 송종국 아니면 누가 누릴 수 있단 말인가. 질리지도 않는지 고사리손으로 숫자까지 세어가며 열심히 해먹을 태워주다가 혀가 꼬여 양을 날려버리곤 아빠의 품에 안기는 완두콩 공주님 지아. 순간 송종국의 얼굴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듯했다.

 

 

그댄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후 부자는 해안가에서도 희망의 상징인 네 잎 클로버를 찾는다. 찾아도 찾아도 나오지 않는 네잎클로버의 행방에 후가 실망을 하자 아빠는 즉석에서 동화를 만든다. 두 개의 클로버를 모아 만든 아빠의 네 잎 클로버. 웃음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어쩐지 가슴이 시큰해졌다. 아빠는 그렇게 후의 동심을 지켜줬으리라. 존재하지 않는다면 직접 만들어서라도. "그러니까 준이는 아빠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아빠가 가져보지 못한 추억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준이에게 외로운 유년을 보낸 성동일의 한마디는 많은 감정을 남겨주었다.

 

 

 

민국이와 아빠는 해안가를 거닐었다. 마치 민율이처럼 아빠에게 업힌 민국이는 이날따라 막냇동생 같은 어리광을 마음껏 부려보았다. 아빠는 역시 아이를 업고 거닐었던 7년 전을 기억하고 있었고 영리한 아이 민국이 또한 세 살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렇게 아빠에게 업혔다 그의 입술을 깨물었던 사건까지. "민국아. 민국이 조금 더 크면 아빠가 이제 못 업어줄 것 같은데?" 7년간 부쩍 자란 아이의 무게가 이다음의 7년 후에는 아빠가 감당할 수 없는 크기 만큼 자라있겠지. 김성주는 어쩐지 목이 메여오는 목소리로 아이에게 묻는다. "그때는 내가 아빠를 업어줘야겠다..." 그리고 눈을 꼬옥 감는 민국이.

 

"민국이는 아빠하고 언제까지 같이 살고 싶어?" "세상 끝날 때까지..." 아빠는 물론 시청자까지 감동시킨 민국이의 대답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이 다음의 놀랄 만큼 영특한 생각의 크기 때문이었다. "아빠 죽으면 민국이도 따라 죽을 거야?" "아니~" "그럼 어떡할 거야." "좀 더 살래. 아빠 살던 것까지.." "아빠 없어도 혼자 살 수 있어?" "응." 웃음이 터졌다가 이후의 말엔 놀랐다. "그때는 내가 아빠가 되는 거지..." 아.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는 민국이는 그럼에도 이별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있었다. 아빠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지만, 그것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허황한 꿈이 아니라 성장을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아빠와 이별을 해야 할 때. 그때는 내가 아빠가 되는 거지. 세상에. 이 얼마나 거룩한 프러포즈인가. 우리 아빠 같은 어른이 되고 싶은 것. 그것만큼 완벽한 존경의 증표가 또 있을까. 아이가 얼마나 아빠를 의지하고 큰 사랑을 받고 있는가를 증명하는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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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참참 2013.07.29 09:54 신고

    송일국이 아니라 송종국이 아닐까요ㅎㅎㅎㅎ

  • ㅋㅋㅋ 2013.07.29 10:58 신고

    저도 깜놀,,, 송일국은 무슨, 송종국이죠.

  • 연이 2013.07.29 12:21 신고

    민국이 부분 먹먹했어요~~ 다시봐도 시큰합니다~~ 3학년만 돼도 아이들은 다 알고 있는거..언젠가 나는 가고 또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되고...언젠간 헤어진다는거..슬프지만 그래서 살아 있을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줘야한다는 것..사랑받은 느낌이 내가 없어도 그들이 살아가는 힘이 될것이기에...

  • 저는 2013.07.29 13:52 신고

    엄마랑 같이 보고있었는데 민국이랑 아빠랑 대화할때 눈물이 찔끔했습니다.. 세상끝날때까지 같이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아는 민국이..아빠가 되어 아빠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민국이..참 속깊고 책임감 있는 아이에요

    • 외향적인 겉모습 속에 침착한 내면을 가진 아이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렇게 깊은 생각을 꼭꼭 감추어두고 있는줄은 몰랐어요. 인생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아빠의 사랑을 되새기는 마음이 참 예쁘더라고요.

  • zz 2013.07.30 02:47 신고

    저 사진에 민국이 눈 무섭네요
    새벽에 잠깐보고 깜놀

  • 길호 2013.07.30 06:01 신고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어린시절 아버지 양쪽에서 팔베게를 하고 동생과 함께 잠자던 기억과 함께....

  • 한준수 2013.07.30 07:54 신고

    초치는건 아니지만 어란시절 우리들도 저렇게 착했을 겁니다..사실 저런 기특한 생각들은 왜 초등생일때 주로 드는지 몰라요..저아이들도 자라면 결국 평범한생각을 하게되지요..실행가능한 그 나이가 되었을 때 생각이 진짜 생각이라고 봅니다..평생 아빠랑 살꺼야. 라는 딸의말에 기분좋아집니다만 누가 그렇게 삽니까..어린아이의 철학적 질문은 인간으러서 갖는 질문이지 그아이의 특별함때문은 아닌데..아마 조금 더 사색적인 아이의 진지함이 가끔 우리를 놀래키기도 하지요..민국이처럼..그래도 아직은 아이때라..아빠의 불완전함들에 실망을하는 사춘기를 거쳐 아빠의 불완전함이 매우 당연함을 이해하는 장년기를 잘 거쳐야 되겠지요..아마 아빠들과 큰 갈등은 모두 필연적으로 맞아야 될것입니다,,

  • 2013.08.01 08:30

    비밀댓글입니다

  • 잘 봤습니다. 진짜 잘 쓰시네요

 

오랜만에 민국이가 울었다. 맛조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민국 부자는 최후의 보상인 캠핑카 숙식을 거부당했다. 탑승조차 허락되지 않은 서글픈 벌칙에 민국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안타깝게도 민국이의 눈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화제가 되는 예능의 조건은 애와 증을 동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민국이의 눈물은 아빠! 어디가? 초반의 불편한 키워드였다. "천사를 보았다" 전쟁 같은 예능의 틈바구니에서 아이들의 동심은 치유와 휴식이 되었다. 동화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시청자들은 민국이의 눈물을 거북해했다.

 

 

 

지독히도 숙소운이 없었던 민국이는 첫날부터 최악의 환경에서 잠을 자야하는 불운을 경험한다.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으니 더 문제다. 뽑기운이 아닌 아빠의 판단 착오로 허름한 텐트를 갖게 된 민국이는 또 울었다. 이런 민국이에게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형. 왜 때문에 그래요?"를 되묻는 천사 같은 아이 후의 배려는 안타깝게도 민국이를 향한 타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꺼이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민국이의 불운을 대신 받겠다는 후를 돌이키며 사람들은 민국이를 야단쳤다. 민국이의 나이가 아빠! 어디가? 팀의 맏이라는 사실이 비난의 주요 사유가 되었다. 형이 동생에게 양보 좀 하면 안 돼?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린 고작 평균 연령 여덟의 아이들에게 어른도 감내하기 힘든 미덕을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민국이가 맏이라지만 어른은 아니다. 동생들의 도우미를 자청하여 이 팀에 끼어든 것 또한 아니다. 모든 아이가 그렇겠지만, 민국이 또한 이 여행은, 너무나 바쁜 아빠와 시간을 보낼 유일한 기회다. 그 기회를 고스란히 갖고 싶은 간절함을 어찌 욕심이고 민폐라 비난하는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정글의 법칙이나 베어 그릴스도 아닌데, 고생을 사서 체험하기에 이 아이들은 이제 겨우 평균 연령 여덟이다.

 

오로지 예능의 재미를 위한 연출을 감내하면서도 아빠! 어디가? 투어를 마다치 않는 것은 순전히 아빠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이의 갈망 때문이다. 여행의 첫날을 폐가에 가까운 허름한 집에서 보내는 것. 잔뜩 뻐기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한 심혈의 텐트 장비가 친구 아빠의 거대한 텐트 위에서 무너져버렸을 때. 그 서러운 마음이 폭발하는 것을 이해 못 할 만큼 우리는 한심한 어른이란 말인가. 이 아이들에게 인내와 양보를 요구하면서 막상 어른의 도리를 내팽개치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것은 공감과 이해다.

 

 

 

최근의 아빠! 어디가? 는 무언가 아슬아슬하다. 언제부턴가 묘한 긴장과 불안을 느끼는 것은 제작진의 미션을 버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성동일이 말했던 이 여행을 방송이라고 알아채는 순간일까. 동생에게 아빠를 모리스로 양보하며 끝없는 박애 정신을 보여주던 후가 처음으로 질투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늘상 남의 아빠 품에만 안겨있던 준수가 울 것처럼 불안한 얼굴로 새끼 오리의 발걸음이 되어 아빠를 쫓는 모습은 내게 충격을 주었다. 편을 나누어 아이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애정 테스트를 한답시고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제작진의 집착 탓이다. 이것이 어디까지나 예능인 아빠! 어디가? 투어의 참여 자격이라면 그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다.

 

어느 스님에게 민국이의 눈물은 인내로 읽혀졌다. 템플 스테이 특집 편에서 아이들의 멘토링을 담당했던 현종 스님은 어느 인터넷 일간지를 빌어 감동적인 이날의 만남을 회상했다. 스님에게 민국이는 "약속한 것은 지키는 의젓한 아이"였다. 울지 않을 것을 약속했던 이날의 민국이는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약속을 상기하며 꿋꿋하게 눈물을 참아냈다. 민국이의 인내를 시험하기 위해 모두가 받아야 할 것을 민국이만 빠뜨리는등 민국이를 울리기 위해 애를 썼지만 아이는 끝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상품이 준비된 미션이라서가 아니었다. 스님과의 약속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민국이의 눈물에 주목하지만 나는 그 눈물을 터뜨리기 이전에 민국이가 보여준 인내와 사랑과 양보를 기억한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누구나 그렇듯 내가 잡은 수확물에 그렇게 뿌듯해하던 민국이가 이날은 건져 올린 조개에 애처로움을 느껴 자신의 몫을 바다 위로 돌려보냈다. 잔뜩 잡아올린 수확물을 자랑하고 싶은 기회를 조개에 품은 동심에 양보했던 것이다.

 

 

캠핑카 로망의 보상이 발표됐을 때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해 달려 나와 제작진을 끌어안던 이 솔직한 아이의 발랄한 감정이 그저 예쁘기만 하다. "아까 맛조개를 잡아 온 결과를 저희가 봤죠?" 민국이가 주로 울먹이는 좋은 숙소를 향한 동경도 아빠와 보낼 공간을 소중히 하는 아이의 마음이라 생각하면 사무치는 감정까지 든다. 제작진의 조건에 금세 시무룩해지는 민국이. 그래서 터져버린 눈물도 그저 안쓰럽기만 했다.

 

물론 아빠! 어디가? 또한 예능이다. 자극적인 흐름에 집착하는 제작진의 곤혹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열등감과 패배감을 느끼게 하는 힐링 예능이라면 최악이다. 아빠! 어디가? 는 1박 2일이 아니다. 어른에겐 소소한 벌칙과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지만 설친 잠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이 순수한 아이들에게 낙오와 제외는 그저 소외감을 조장할 뿐이다. 나는 예능의 재미를 위해 아이의 눈물을 타박하는 메마른 어른이 되진 않을 것이다.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애써 잡아온 맛조개를 그럼에도 놓아주려는 예쁜 마음만 기억하게 해줄 순 없었을까. 왜 이 아이가 보여준 순수와 배려의 보상을 패배감으로 마무리하는 것일까. 좋은일의 보상이 고작 이런 거라면 앞으로 이 아이는 배려와 양보를 망설이게 될 것이 아닌가. 캠핑카를 발견하자마자 개수부터 헤아리고 던진 외마디의 비명이 서글프다. 기쁨보다 도사린 불안이 먼저였기에 튀어나온 말이다. "다섯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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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일로 2013.07.26 11:22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아빠 어디가 팀이 이 글을 보셨으면 좋겠네요

  • 2013.07.26 11:53

    비밀댓글입니다

  • 한주희 2013.07.26 14:38 신고

    저도 똑같은 느낌 들었는데, 이런글이 올라오네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울거나 떼만 쓴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라는 교훈이 있구나..했는데, 이번에는 뭐 굳이 저러나 싶더라구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이미 성숙해진 민국이가 분해서 울었다기 보다는 속상해서 울었을꺼에요.

  • 더하자면 2013.07.27 01:17 신고

    아버지 김성주에 대한 비호감도 크게 작용했겠죠 MBC파업때 김성주가 보여준 박쥐짓 때문에 이미 비호감으로 찍힌 상태에서 민국이가 초반에 자꾸 운것은 안그래도 비호감이라 트집잡을 건수를 찾는데 딱 그 건수를 잡힌거죠 부끄럽지만 저도 김성주가 싫다보니 민국이까지도 밉게 보이더군요 머리로야 애가 무슨죄가 있고 애한테 호불호를 따지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일단 그렇게 쏠리는건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 밀로세비치 2013.07.28 21:43 신고

    실제로 아이가 미운 행동을 하는 건 사실이죠...;; 왜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민국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지, 그건 너무 눈에 보여서 말할 필요도 없지요. 민국이에게 억지로 맏형 롤을 시키는건 무리지만, 실제로 민국이가 그 롤을 즐기고 있는 걸 어떡합니까? 탁수가 왔을 때도 자기가 아이들을 중재하겠다며 나선게 이를 반증하는 거겠죠. 리딩을 좋아하는 민국이가 리더에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면 집 때문에 울 일도 없겠지요. 자기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그걸 또 다른 누군가가 질 것을 알기에..

  • 민국화이팅 2013.07.28 22:02 신고

    솔직히 민국이 우는거 그 나이대라면 가능하다는 생각이드네요..
    오히려 그 나이대에 생각하기 힘든 어른에 대한 깍듯한 모습이나 책을 좋아하는
    바른모습이 전 너무 좋더라구요
    이 프로 보면서 민국이 같은 아들 낳고싶다는 생각 많이해요~

  • 지나가는사람 2013.08.11 13:12 신고

    정말정말 공감합니다ㅡ
    제가 뒤죽박죽 생각해왔던 것들을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왜 사람들이 민국이에게 어른같은
    의젓함을 바라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숙소결정 때 성인인 제가 민국이 입장이어도
    서럽고 눈물도 찔끔 삼켰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제작진도 원망스러워요. 꼭 한가족은
    다른, 상대적으로 허름한 숙소를 줄 필요가

    • 지나가는사람 2013.08.11 13:16 신고

      있나 싶어요. 그리고 민국이가 지금까지
      흘린 눈물때문에 얼마만큼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아왔는줄 알면서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야하는지. 아이들을 최고로 위한다더니
      그냥 모두 같게 해줄수는없나
      민국이 예의바르고 착하고 똑똑한데..
      사람들이 욕하는 이유도 사실은 별거 아닌데
      아이들에게 경쟁심을 주는 연출은
      하지 않았으면해요..

  • 지나가는나그네 2013.08.22 12:38 신고

    아... 진짜 완전완전 공감요. 진짜 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격하게 공감합니다. 민국이 저는 진짜 순수하고 귀엽고 착한아이라 생각하는데 단지 눈물이 많다고 기분나빠하고 거북해하는 시청자들이 정말 못됐다고 생각이 드네요. 특히 후는 안티카페 생겼을때 온갖 실드 치던 사람들이 왜 민국이는 놔두냐능 질문에 욕먹을만하지않냐던 이중잣대사람들 반성 좀 했으면 하네요.

  • 천사민국 2013.10.14 23:05 신고

    공감!!!!!!

  • 양사 2013.10.31 22:43 신고

    민국이는머매날 우는것갇다

 

제작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톡 까놓고 말해 '맨중의 맨 휴 잭맨'이 스타킹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이쿠야' 싶었다. 스타킹은 세바퀴와 더불어 낮은 평판으로 유명했으니까. 우리의 무한도전까진 아니더라도 한 시간의 울버린을 코너로 뽑아줄 수 있었을 런닝맨이라면 최상이었을 텐데.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울버린의 홍보팀이 스타킹을 선택해버린걸. 하물며 국민 엠씨 강호동을 메인으로 쓰고 있는 곳이다. 강호동의 손님맞이가 뭐 그렇게까지 형편 없을 리야 있으려고 싶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최악이다.

 

 

 

국민 엠씨 강호동의 접객 매너부터 아쉬움의 시작이었다. 자기 소개를 시키자마자 대뜸 나이를 묻더니 강호동 특유의 화법으로 형님 아우를 나누고 이번에는 씨름 한판으로 살가운 우정을 다진다. '스타킹에서만 볼 수 있는 세기의 대결'이라는 자막이 어찌나 낯뜨겁던지. 처음 본 남자의 바지춤을 잡는 것이 이상한 기분이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애써 웃으며 임무를 마쳐줬다. 그다음 순서는 역시 스타킹다웠다. 느닷없는 걸그룹 씨스타의 홍보 무대. 어처구니없는 춤판에 역시나 매너 좋은 휴잭맨은 기꺼이 망가지며 같이 춤을 거들었다. 그는 친절한데 나는 왜 이렇게 부끄러워진단 말인가.

 

 

 

물론 휴잭맨 전용으로 준비한 코너도 두어 개 있었다. 하나는 몸짱 휴잭맨의 몸매를 따라잡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휴잭맨이 선택한 제2의 울버린이다. 첫 번째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시시함의 극치였다. 휴잭맨의 트레이너를 불러 허약 체질 김종민의 지도를 부탁한 것이 다였고 두 번째는 창피해서 언급하기가 싫었다. 세 명의 근육맨을 불러다 놓고 휴잭맨에게 가장 좋은 몸매의 남자를 고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런 조잡한 코너를 주말 예능에서 그것도 휴잭맨이라는 대어를 낚아놓고 기껏 내놓은 아이디어라면 스타킹 제작진의 무능함을 탓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특히 내 눈을 의심했던 부분은 애처롭기까지 했던 휴잭맨의 김치 먹방씬이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김치도 가리지 않는다는 서양인 휴잭맨에게 씨스타의 멤버 소유가 직접 손으로 김치를 찢어 그의 입에 먹여주는 장면이 방영되었던 것이다. 이쯤 되니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고무장갑을 끼고 배춧속을 버무리는 엄마옆에 앉아 새끼 새처럼 옹알옹알 받아먹은 추억이 있는 우리에게야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에게는 거북한 배려임이 틀림없다. 하물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가족이 아니고서야 남의 손으로 찢은 김치를 입으로 씹어 삼키는 일이 그리 익숙한 매너는 아니다. 심지어 필자는 어머니를 제외하고 그 누구의 손으로 찢은 김치도 허용하고 싶지 않다.

 

물론 맨중의맨 휴잭맨이다. 워낙에 한국을 사랑한다는 이 남자다. 이미 충분히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왔을 터였다. 더군다나 대단한 매너에 감탄이 나오는 프로의식을 가진 휴잭맨은 남의 손으로 찢은 김치마저 웃으며 씹어 삼켰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편집된 장면을 모두 훑어볼 순 없었지만 내가 본 장면에서 휴잭맨이 웃지 않는 얼굴을 포착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웃고 있는 휴잭맨이라 더 애잔한 기분이 들었다. 대한민국 예능이 이 사람의 한국 사랑을 과용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휴잭맨은 유난히 한국과 인연이 깊은 할리우드 스타다. '친한' 스타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국내외를 막론한 한국 사랑으로 눈길을 끌었다. 고운 한복을 입은 휴잭맨의 딸이 파파라치에게 공개되었을 때 진한 미소가 입술을 비틀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세계적 스타 셰프 장 조지의 미국 버라이어티 '김치 크로니클'에도 그는 친히 출연해 김치 예찬을 떠들어대기도 했다. 서울시 홍보 대사로 위촉되었다는 자랑거리를 쏟아내며.

 

 

휴잭맨의 한국 사랑이 눈에 띄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자유의사였기 때문이다. 영화 홍보를 위해 계산된 전략이나 방문자의 매너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 강요한 것이 아닌 휴잭맨 스스로 택한 한국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그저 흐뭇했던 것이다. 한밤의 TV 연예에서 휴잭맨의 인터뷰어를 맡은 가수 지나의 선물은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깜찍하기 짝이 없는 애견용 한복이 두벌. 휴잭맨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며 장발장 같은 눈으로 글썽거렸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 모두 절로 흐뭇해지는 문화의 나눔이었다.

 

 

김치를 좋아하고 처음으로 산 마이카가 한국산이라는 월드 스타 휴잭맨. 물론 한국의 관습마저 사랑한다는 휴잭맨에게 충분히 인내할 만한 구성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휴잭맨이 어떤 생각을 했든지 간에 왜 창피함은 시청자의 몫이 되야한단 말인가. 휴잭맨이라는 최고의 게스트를 뽑아놓고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의 기획은 몇십 년 전 한복 입은 외국인을 신기해하는 수준에서 멈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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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6

  • 휴잭맨이 나온다길래 무도보는 중간에 스타킹틀었는데 민망함에 ... 바로 무도로 ... 20세기 방송도아니고...스타킹의 특성상 그런것도 있지만 너무 과했죠.

  • 오호라 2013.07.21 20:10 신고

    고루고루 잘찝어주셨군요 저도 정말 이런 대스타를 어렵게 초대해서 이런 민망한 방송할줄 몰랐네요

  • 대수 2013.07.21 20:27 신고

    솔직히동감입니다 휴잭맨같은 대단한게스트를 잡아놓고 하는코너가 너무 조잡했기에...런닝맨이였다면 원래프로그램자체의 특징을갖고 무난하게 잘끌어갔을지도..무엇보다 멤버들이환영을잘해주잖아요ㅎㅎ

  • 강단 2013.07.23 16:30 신고

    개소리 하내 ㅋㅋㅋ 휴잭맨 빠돌아 소설을 쓸라면 제대로좀 무식한티내지말고 제발 ㅋㅋㅋ

  • 재원 2013.07.24 02:14 신고

    진짜 이런방송점 안했으면...가식방송...

  • ㅇㅇ 2013.07.28 14:31 신고

    공감

  • 고고시 2013.07.29 12:00 신고

    아.. 간만에 공감글.. 진짜 스타킹은 답이 없음..
    휴잭맨정도 되는 거물급을 불러놓고 ㅡㅡ
    연출 제작자들은 대가리에 뇌가 잇는건가?
    코너를 그딴식으로.. 대학생이 진행해도 그것보다 잘하것다
    패널연예인들도 이젠 좀 숙청하시고..
    강호동도 국민MC라지만 스타킹에선 본인 스스로가 하향평준화 되는 느낌이(싸지는 느낌).
    여튼 다른 예능에서 한번 더 봤으면 하네요 제대로

  • 고니 2013.07.29 16:57 신고

    휴잭맨이 자선공연하러 온 것도 아니고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한국에 온것인데...바로 내영화 많이 봐달라~~스타킹에서의 진솔(?)한 모습이건 눈물겨운 모습이건 그가 선택한 프로그램이다. 우리 스스로 저급한 쇼프로를 탓할 필요가 있겠는가? 선택한 건 휴잭맨이고 그는 이 출연을 통해서 얻을 것을 얻으면 그만이다.

  • 스타킹망해라 2013.07.29 20:13 신고

    스타킹망하고 세바퀴망해라. 이거 번역해서 휴 잭맨 보내주자. 외국인에게 카메라 들이미고 김치좀 그만먹여라. 무슨 1살짜리 아기가 재롱부리는것도 아니고.

  • 완전 민망 부끄 2013.08.02 11:34 신고

    전 본방 못보고 재방 봣는데 완전;;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못보겠더라구요;
    차라리 런닝맨 나왔으면 참 볼만 했을텐데 아쉽네요 ㅠㅠ

  • 몰라시발 2013.09.16 08:59 신고

    휴 잭맨 서울시 홍보대사에 어릴때 한국에서 많이지내서 안거북할거같은데

  • 와우~!! 글쓴 분 저랑 완전 같은 생각!!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어쩜 그렇게 조리잇게 다 해주셧는지!! 보는내내 정말 민망햇어요..휴잭맨 속으론 어떨지 몰라도 정말 성격 좋다는 거 다시한번 확인하네요~~~몇십년전 외국인지나가면 다 쳐다보는 아직 그 수준에 머물러잇다는..그것도 방송국이라는 곳에서....OTL

  • 미국방송도그럼ㅋ 뭐이리 예민반응 ㅋ

  • 말보루꽁초 2014.06.06 17:58 신고

    김치는 진짜 먹이지마라
    외국애들 싫어해
    김치는...
    익숙해져야지
    싫어하는걸

  • ㄹㅇ방송 글쓴이 ㅈ또몰르는듯 그리고 지가 왜부끄러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