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잇츠쇼타임 +404

 

 

백주부 신드롬에 이은 김영만 아저씨 대란을 이어가는 승리의 마리텔. (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영만 아저씨의 방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신세경. 아역 배우 시절 아저씨와 함께 종이 접기 코너를 진행했던 그녀는 마치 우리처럼, 15년 만에 아저씨와 재회했다.

 

 

 

충무로와 스크린을 오고 가는 여배우가 스스럼없이 커뮤니티 동영상 서비스에 출연한 놀라운 이력만큼이나 세경 씨는 각별한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이날의 세경 씨는 마치 백설공주처럼 빨간 원피스에 빨간색 왕 리본을 붙였다. 소박한 하얀색 티에 꿰어 입은 붉은 치마라 도리어 그 컬러가 소박해보일 지경이었다.

 

다소 친근하리만큼 수수한 이 의상 선택엔 친절한 세경 씨의 남다른 배려가 숨어 있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그녀가 나타나자마자 “아!” 했을.

 

 

 

 

9살 세경이와 종이 접기 아저씨가 봉인되어 있는 15년 전의 자료화면에서 아무리 커다란 리본을 달아도 아저씨 보다 한참 작았던 그 꼬마 아가씨가 있는 힘껏 멋을 부리며 입고 나왔을 빨간색 원피스와 빨간 리본. 이날의 세경 씨는 15년 전 “꼬마 아가씨 드레스”를 입고 나왔던 것이다. 빙그레 웃었다가 아저씨의 한마디에 뭉클해졌다. "아이고. 내 새끼. 이렇게 컸어."

 

 

 

“나이 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 젊은 세대만 욕하죠. 왜 그러냐고.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지금 젊은 세대는 정말 잘 해내고 있습니다.”

 

15년 전의 종이 접기 아저씨 콘텐츠는 분명 추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아련하고 몰랑몰랑한 감수성 이전에 보다 단단한 외침이 내 마음을 흔든다. 덩치만 커졌을 뿐 아직 종이접기조차 마스터하지 못한 우리들은 내내 꾸중만 듣고 살아왔었다. 더 치열하라고. 더 아파하라고. 우리가 젊을 땐 니들 같지 않았었다고.

 

 

 

반복되는 자괴감과 기성세대를 향한 원망으로 피폐해진 청춘에게 15년 전의 그 아저씨가 말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정말 잘 해내고 있다.’ 라고. 빨간 리본을 달고 15년 전으로 돌아간 세경 씨에게 내 유년을 투영해 본다.

 

그리고 옆자리에 서서 답을 알기에 입을 떼는 순간부터 위로가 되는 어리광 섞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래도 저 그럭저럭 잘 자라온 거죠? 정말 잘 해내고 있는 거 맞죠?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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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me 2015.07.27 13:09 신고

    안녕하세요..

    국민학교에 다닐 때 방학이 끝나는 2~3일 전에 방학 숙제로

    'TV 유치원 하나둘셋'에 종이 접기 코너를 보며서 색종이 접고

    만들기 숙제를 낸 적이... 추억이 방울 방울....

    P.S - 무소식이 희소식이네요....

  • 안녕하세요..

    위 내용이 수정이 되지 않아서...[패스워드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처음에는 걱정을 했는데

    다시 개시을 한 것 같아 걱정이 없어졌네요...

  • 닥터 콜 아저씨 반가워요~ 너무 오랜만에 뱁네요

  • 그동안 글 안쓰셔서 많이 보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글쓰시니 너무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일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allysoo 2015.08.14 09:54 신고

    닥터콜님의 글을 좋아하는 애독자입니다.
    오랫동안 새소식이 올라오지 않아 무슨일이 생기신건지 걱정했었습니다.
    습관적으로 들어와보곤 했는데 새글이 올라와있어 순간 제 눈을 의심했네요...
    별일 없으신 듯 하여 정말 다행입니다. ^^

  • 다행입니다...
    라고 밖에는 저도 할 말이...

사람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데 꽃보다 더 찬란한 수식어가 어디 있을까. 모란과 장미. 하다못해 과실을 맺기 전의 새하얀 사과 꽃까지. 어느 하나 어여쁘지 않은 꽃이 없지만. 활짝 핀 것과 봉오리 그 어떤 꽃과 비교하여도 모여 만든 꽃다발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이것은 비단 식물에만 통하는 원리가 아니다.

 


모여 있으니 세상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는 여고생 무리가 혼자 있는 이연희 보다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물론 그 원인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찬란한 젊음 덕분이겠지만. 고만고만한 소녀들이 모여 만개해 있는 정경은 함께여서,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이게 바로 꽃다발 효과다.


꽃다발 효과의 메리트는 이른바 상호 보완이다. 단 둘만 모여도 비교하여 단점을 뜯는 것이 사람의 심리라지만 꽃다발 효과에 들어선 무리에게 비교와 대조는 오히려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메리트로 작용한다. 가지각색의 꽃이 모여 있는 꽃다발에서 어느 하나가 덜 예쁘고 더 예쁜 것이 없이 너도 예쁘고 나도 예쁜 것처럼 도리어 부족한 것을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으로 감춰주어 전체를 빛나게 하는 힘이 바로 꽃다발 효과인 것이다.


 

 

이 꽃다발 효과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 KBS2의 주말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다. 공중파 예능 불모지라 불리는 최근의 예능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드물게 핫한 인기를 누리며 예능의 트렌드가 됐다. 때문에 원조 육아 관찰기의 ‘아빠! 어디가?’는 목 놓아 울 수도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건 바로 청출어람한 프렌차이즈를 지켜보는 본점 사장의 심정이랄까. 아니 도둑맞은 콘텐츠가 더 잘 팔리는 꼴을 보는 빙수집 주인의 심정과 더 가깝겠다.


시청률과 화제성. 대체할 수 없는 승자의 여유를 누리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이지만 이 프로그램이 동 시간대의 육아 예능기 ‘아빠! 어디가?’를 베꼈다는 사실만큼은 제작진이라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아니 최소한 아어가가 없었다면 절대 탄생할 수 없었을 프로라는 것쯤은.

 

 

 


하지만 그럼에도 무작정 A를 B의 이미테이션이라 말할 수 없는 건, 최근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이룩한 노선 변경의 성취가 분명 아빠 어디가와는 다른 그들만의 콘텐츠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승리의 주요인에는 앞서 말했던 ‘꽃다발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요소요소 따져 보면 접점만큼이나 상이한 것 또한 많았던 두 프로그램이다. 6세~12세 전후의 ‘부모 자식 간의 대화가 가능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휴일 아빠와 여행을 떠나는 주말 캠핑의 주제를 담은 아빠! 어디가? 와 달리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선택한 시간은 아빠의 주말이 아닌 평일이었고 그 장소 또한 집 밖이 아닌 우리 집 거실이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언뜻 사소하게 느껴지는 이 소소한 디테일들이 모여 슈퍼맨이 돌아왔다 만의 고유 영역을 만들었다. 특히 출연자의 연령대를 대폭 하향한 제작진의 선택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신의 한수였다. 잇따른 하차와 뉴 페이스 송일국네 삼둥이의 등장에 대폭 하향된 전체 연령대는 본격 육아 프로그램의 노선으로 선회하며 이 프로그램의 황금기를 이룩했다.

 

어린이와 아빠의 여행에서 아기 돌보기로 테마를 확장한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로 인해 취한 이득은 무려 몇 가지나 된다. 카메라를 의식하기는커녕 굳이 피하려 하지도 않고 마치 렌즈에 코를 박는 강아지 마냥 계산 없이 촬영을 받아들이는 아기들. 때문에 이 방송이 아이의 정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사라져 관찰하는 재미가 더 커졌다.


 

 

대상자가 ‘아기’이기 때문에 평가하는 스트레스가 사라졌다는 것 또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즐기는 이유다. 이 프로그램의 아이들은 아빠 어디가처럼 인성이나 예의범절을 극찬 받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당하지 않는다.


물론 옹알이 수준의 쌍둥이 둘을 놓고 누가 더 낫네 낮네 할 만큼 이 프로그램의 아이들 또한 인성 평가의 잔혹한 오지랖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지만, 그건 최소한 공론화 시킬 만큼 수위를 넘은 수준은 아니다. 한 살, 두 살이 아닌 개월 수로 셈하는 아기들을 놓고 인성이 됐네, 아니네를 공론화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빠 어디가의 민국이 눈물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그 네티즌의 인성이 난도질당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산타처럼 이벤트로나 담합할 뿐 또 다른 출연자와 마주칠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 또한 평가가 만드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유다. 남의 자식을 비교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시청자들은 대신 형제와의 대비, 대조가 이루어내는 즐거움을 터득했다. 양배추 인형 같았던 특별 게스트 슈의 쌍둥이 자매와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이, 서준이 형제에 이어 하나를 더한 뉴페이스 송일국네 삼둥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다시없을 황금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하드캐리 한 사랑이, 후의 임펙트와 맞먹는 사랑스러움이다.

 

 

대한, 민국, 만세. 송일국네 세 쌍둥이는 꽃다발 효과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케이스다. 오밀조밀한 세 쌍둥이가 한데 모여 있는 사랑스러움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일단 세 쌍둥이라는 존재 자체가 인간 극장이 아니고서야 관찰하기 어려운데 연예인의 자식인데다 심지어 하는 짓이 각별하게 귀엽기까지 하다. 송일국네 삼둥이는 꽃다발 효과가 전하는 최적의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뜻밖에, 육아 프로그램에서 번듯하게 잘생긴 선남선녀는 인기가 없다. 아기 모델이 아니고서야 살아 움직이는 관찰 예능에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보다 친근하고 인간적인 살 떨리는 사랑스러움이다.

 

 

난공불락 아빠! 어디가?를 무너뜨린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꽃다발 효과. 그럼에도 슈돌의 모태이자 관찰 예능의 효시이며 트렌드를 도입 시킨 아빠! 어디가?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 된다. 또 다른 하드캐리의 등장으로 무대 광풍을 부를 것이냐 아니면 역으로 이미테이션을 베끼는 원조가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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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만 해도 아역 스타가 성인 배우로 안착하기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다. 대중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아역일수록 더 그랬다. 자라지 않는 아이로 인식된 아역 스타가 사춘기를 훌쩍 넘겨 몸과 마음이 성숙해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님을 선언할 때 우리는 미묘한 죄책감과 실망감을 느낀다. 이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한 아역 출신 스타가 성급하게 선택한 성인 배우의 노선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한시적인 깜찍함이 주 무기인 아역 스타들에게 성장이란 피터팬의 처형을 기다리는 네버랜드의 주민들과도 같다. 남들에겐 축복인 신의 선물이 이 아이들에겐 피하고 싶은 저주와도 같은 것이다.

 

 

 

 


연예계의 판도를 뒤집으며 인기 스타의 세대교체마저 노리고 있는 아역 출신 스타들의 비약적인 성장이 반가운 이유다. 여진구, 김소현, 김유정, 진지희 등. 깜찍했던 아역 시절에 이어 사춘기를 건너 성인의 영역에 발 담그는 지금까지도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은 채 그들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라성 같은 스타로 사랑 받는 김수현 또한 성인 못지않은 존재감의 아역 출신 배우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대중은 까까머리를 하고 치킨 사달라 졸랐던 유승호를 기억하면서도 그의 군 제대 순간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여자 아역 출신 배우 중 명실공이 최고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김유정의 성장 또한 기대치를 드높이고 있다.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 이따금 주목하게 할 때마다 저 아이의 한계는 어딜까 싶게 차츰차츰 예뻐졌던 김유정. 최근 인기가요 MC로 발탁된 그녀가 MC신고식으로 보여준 오색 빛깔 ‘Mr. Chu’는 주인인 에이핑크 보다 상큼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우! 드디어 오늘 그분이 오십니다.” 4 MC 체제인 인기가요에서 앞서 자리를 잡고 있는 광희, 백현, 수호가 들뜬 얼굴과 과장된 몸짓으로 색종이를 날려대며 격한 환영의 세레모니를 바친 것이 결코 과하지 않았을 만큼 시작하는 멜로디에 댄서들 사이를 뚫고 등장한 김유정의 모습은 시리도록 눈부셨다.


일단 곡 선정부터 참 좋았다. 21세기의 아이돌답지 않게, 90년대 걸그룹의 향수가 묻어나는 에이핑크는 타이틀곡마다 심금을 울리는 서정성이 있는데 그것이 시대의 정취가 떠오르는 김유정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던 것이다. 깜찍 발칙한 가사와 달리 멜로디만큼은 사무치는 감수성을 보유한 타이틀곡 ‘미스터츄’는 빠른 템포의 댄스 음악이라 오히려 더 애틋하다.


 

 

그럼에도 이 노래를 소화하는 에이핑크의 콘셉트들이 미스터츄의 미학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무던히도 아쉬웠었다. 식빵을 입에 물고 등교할 것 같은 순정만화 페이지의 멜로디를 닮은 이 노래에 때 묻은 에이핑크의 안무나 무대매너는 도리어 섹시 콘셉트에 어울릴 것 같아 참 겉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니 인간 복숭아처럼 온 몸에 핑크빔을 쏴대면서도 결코 거북하지 않은 김유정의, 완급 조절 된 수줍은 애교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미 라디오스타 스페셜 무대에서 사그락 사그락 근심을 녹이는 목소리로 옥상 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를 열창하며 가창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김유정이다. 청량하면서도 포근한. 참 소녀다운 예쁜 음색을 갖고 있는 김유정에게 애틋하면서 사랑스러운 미스터츄의 멜로디가 마치 맞춤옷처럼 잘 들어맞았다. 귀여운 머뭇거림에서 살포시 수줍음이 묻어나 더 사무쳤다.


 

김유정의 미스터츄 무대에서 얻은 하나의 수확은 생각지도 못했던 과감한 무대 매너다. 워낙에 모범생 같은 이미지의 김유정인지라 쑥스러움이 많으리라고 생각했고 연기자로서 익숙한 세트 안이라면 몰라도 관객이 주시하는 큰 무대를 감당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자신을 향한 수많은 눈과 요란한 불빛에 터져 나갈 것 같은 음악 소리를 개의치 않고 한데 어울려 윙크를 하는 김유정의 대담함이 놀랍기만 했다. 김유정을 다소 답답한 이미지라고 생각했을 사람들에게 이 아이는 천성적으로 무대 체질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무대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성공한 커리어를 가진 배우 김유정이지만 아이돌로 데뷔했어도 못지않은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애초에 태어나기를 사랑 받을 수밖에 없게 태어난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호들갑스럽게 김유정을 반긴 세 명의 남자 아이돌처럼 이날 김유정의 무대는 남초 사이트를 휩쓸었지만 오히려 더 큰 화제가 됐던 쪽은 여자들 사이에서였다. 같은 여자가 봐도 사랑스러운 김유정의 미덕을 재확인한 셈이다. 동경하고 부러워하더라도 샘나서 미워하지는 않는, 뒤틀림 없는 동성의 관심과 사랑은 몇 안 되는 여자 연예인들이 누리는 드물게 큰 행운이다.

 

각별하게 좋아했던 노래 미스터 츄! 하지만 음원 아닌 무대를 볼 때마다 스며드는 갈증. 김유정의 애틋한 목소리와 완급 조절 된 무대 매너로 궁극의 Mr. Chu를 완성한 것 같아 흐뭇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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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김유정"이 "인기가요"MC를 하는 것은 "김유정"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핸디캡(미성년자)으로 실질적인 강등으로 볼 수 있네요.

    아직은 주인공으로 하기엔 나이가 어리고, 또 다시 주인공 아역으로 하기엔
    자존심에 상처가 생기고...

    이른 나이(15세)의 행운에 대한 반작용이네요...

    앞으로 4년 간에 행보가 아역 연기자에서 성인 연기자로
    어떤 형태로 나올지 기대가 되네요..

천재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한다. KBS 공채 개그맨으로 입성해 무대 공포증으로 ‘안녕갑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채 한참을 암흑 속에서 ‘내일은 뭐하지.’라고 울었다던 유재석. 그의 친한 후배이자 얼마간 매니저를 했었던 김종석은 ‘저 사람은 정말 개그 천재인데.’ 하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은둔한 무림의 고수를 보며 혀를 차는 것처럼.

 

 

오랜 고충 뒤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국내 버라이어티와 MC계의 새 역사를 쓰며 명실공이 최고의 MC로 군림하게 된 유재석. 아무에게나 붙이고 싶지 않은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몇 안 되게 잘 어울리는 사람. 개그 천재, 사회의 천재인 유재석이라지만 신이 그에게 몰아준 능력치 중에 사업 수완만큼은 없었다. 쩐의 전쟁, 돈 벌기 특집으로 기획된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사업 감각은 정말 최악이었다. 보는 내내 유재석은 정말 사업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만을 되새기게 했던 방송이었다.

 

장사꾼이 손님보다 더 장사를 못하는 진귀한 장면을 보여준 유재석 대신 실제 사업 중인 정준하의 감각은 정말 남달랐다. 친구에게서 유재석은 배추를 팔고 정준하는 토스트를 판다는 말을 듣자마자 한숨과 감탄이 절로 나왔는데 물론 후자의 감상은 정준하에게 바친 것이었다.

 

 

 

배추는 구입과 동시에 요리의 의무가 주어진다. 모든 채소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배추라는 것은 쉽사리 요리해먹을 수 있는 재료가 아니기에 더 까다롭다. 월동 대비라는 장대한 계획이 있지 않고서야 지갑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쯤 되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배추는 주로 김장에 사용되어 한꺼번에 대용량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데 주부가 아니고서야 마음 먹고 사기 어렵다. 아무리 인기인인 유재석이라지만 중고생이나 아저씨, 아가씨를 배추 포기 손에 들리고 거리를 걷게 하는 가능성을 기대할 순 없다. 농민을 위하는 마음 씀씀이만큼은 최고였지만 서바이벌 게임인 쩐의 전쟁이라는 기획에서 유재석은 콘텐츠부터가 문제였던 셈이다.

 

과거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이라는 예능이 있었다. 이바람과 철벽남의 맞선 프로젝트. 혼기가 꽉 찬 인기 개그맨 둘의 극과 극 소개팅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방송인데 이날 정준하 VS 유재석의 극과 극 사업 수완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이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다섯 멤버들의 사업 수완을 경쟁하는 기획이었지만 내게 이날의 에피소드는 최악의 사업 기질을 가진 유재석과 최고의 사업 수완을 지닌 정준하의 극과 극 대결처럼 보였다.

 

 

 

스타의 자질이 하늘에서 내린 것이라면 거상의 기질 또한 하늘이 부여한 천재적 자질이 아닐까 싶다. 사업 아이템에서 고문 선정까지 정준하는 그 모든 것이 남달랐고 우월했다. 최근 한식대첩의 심사위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백종원을 요리 고문으로 섭외하는 데에선 감탄이 절로 나왔고 공략 대상을 직장인으로 선정해 무한상사의 주력 캐릭터인 정 과장 코스프레로 출근길 토스트를 파는 장면에선 혀를 내둘렀다.

 

"마가린이나 버터에 프라이를 해요. 그럼 향이 좋아!"  정준하의 이와 같은 사업 기질은 최고의 수완가 백종원마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계란 프라이를 종이컵에 담아 팔고 싶다는 정준하를 극찬하던 백종원은 아이디어가 샘솟는 듯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그와 죽이 잘 맞았다. 아무런 대책 없이 길거리에서 배추를 사는 사람은 흔치 않지만 계란 프라이 정도야 얼마든지 주머니를 열게 할 수 있다. 입김이 호호 나오는 새벽녘 출근길에 따끈해서 호로록 불어 먹는 계란 프라이는 시작부터 감이 좋은 아이템이었다.

 

 

 

이런 정준하의 아이디어를 보다 그럴듯하게 판매용으로 확장시킨 것이 백종원의 천재적인 사업 수완이었다. 정준하의 아이디어를 확장해 계란 또띠아 토스트를 만들어낸 백종원. “몇 번 보시고 따라하시면 되요. 쉽게 따라하실 수 있는데요. 뭐.” 일본 최고의 요리 만화 맛의 달인에서 획기적인 포장마차 아이템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주인공이 천편일률적인 길거리 음식을 내어놓자 실망한 기색의 오너는 포장마차라는 한계를 정해놓고 그저 그런 요리만을 내어놓는 당신들의 아이템을 쓸 수 없노라고 말한다.

 

 

 

마치 그 만화의 화답을 하듯 백종원이 내어 놓은 또띠아 토스트의 레시피는 이러하다. 1.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노른자를 터뜨린다. (모양 신경 쓰지 말고!) 2. 치즈와 설탕을 달걀 위에 넣는다. (설탕을 넣어야 맛있어요~) 3. 양파를 채 썰어 올려준다. (식감 때문에) 4. 또띠아로 감싼 후 돌돌 말아준다. 그리고 (먹기 쉽게) 종이컵에 담아 완성! 오오. 그럴듯하지 않은가. 요리 장인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시켜도 완성본이 나올 것 같이 쉽고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허술하지 않다.

 

토스트의 조합으로 젊은 사람들이 신선해 할 치즈와 또띠아의 재료 선정 또한 일품이다. 설탕을 솔솔 뿌려 먹는 그 따끈 달달한 맛은 추억의 길거리 토스트를 배신하지 않지만, 거기에 고착하지 않고 생각의 전환으로 살짝 변형해서 만들어 낸 이 요리는 심지어 트랜디하기까지 하다.

 

 

“연예인 얼굴 보고 사러 오는 게 아니라 진짜 맛있어서 다시 사러 와야지 돈이 되잖아요.” 백종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준하는 그에 한 차원 더 앞서 나간 사업 수완을 선보였다. 공략 대상을 회사원으로 결정하고 사업 아이템으로 출근길 아침 토스트를 결정한 정준하. 거기다 애처롭고 짠한 무한상사의 정부장 캐릭터를 내세웠다.

 

 

 

정부장은 직장 상사지만 오히려 말단 사원의 심금을 울리는 캐릭터다. 더불어 무한상사 뮤지컬 편에서 명예퇴직 당하고 사업을 하는 에피소드가 방영됐기에 정부장이 회사원에게 토스트를 판다는 설정이 더 그럴듯해졌다. 연예인의 유명세가 아닌 자신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 아이템으로 포장하는 정준하의 뛰어난 사업 수완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정준하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케첩을 뿌려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재료로 시험을 해봤다는 백종원. 그의 역작 또띠아 토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박 아이템으로 만들어버린 정준하. 두 사람의 협공이 이룩해낸 쾌거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정말 거상의 기질은 하늘이 부여해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소유진의 배우자이기도 한 백종원은 콘텐츠의 황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업 감각을 빛낸다. 7분 김치찌개로 유명한 새마을식당에서 홍콩반점, 역전우동, 한신포차 등등. 그가 만들어내어 확장되는 무수한 체인점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기업도 아닌 개인이 이만큼의 성과를 이룩해낸 사실이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어 놀랍기 그지없다. 최근 한식대첩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백종원은 사업 수완만큼이나 박식한 요리 지식과 요리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오. 연예인이야." 정준하의 첫 손님은 우선 그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에 몰려들었지만 진짜 감탄사가 터져 나온 부분은 국이 뭐냐고 묻는 손님에게 "북엇국이요." 라는 정준하의 대답이었다. "북엇국이요. 북엇국. 북엇국하고 또띠아!" 연예인 정준하를 발견했을 때보다 얼굴이 더 환해진 첫 손님에게 "어제 술 많이 드셨죠." 라고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정준하. 출출한데다 해장까지 필요한 출근길 직장인에게 치즈가 들어 따끈하게 늘어나는 토스트와 북어국의 조합이 얼마나 반가울까.

 

 

 

이런 백종원과 정준하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또띠아 토스트’는 무한도전 다이어리나 가요제 음원 이상으로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대박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슴푸레하게 동 트는 새벽녘에 설탕 솔솔 뿌린 아삭한 식감의 치즈 토스트를 한입 물고 싶어진다. 아, 그러고 보니 공략 대상을 회사원으로 결정한 정준하의 선택 또한 백종원 이상으로 명석해서 소름이 끼친다. 미생, 렛잇비 등으로 회사원의 애환이 주목 되는 요즘 출근길 토스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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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 백종원의 히트작 새마을식당은 음식맛이 아주 별로인데..정준하와의 콜라보는 아주 흥미롭더군요 ㅎㅎ

 

이번 주 무한도전이 방송되기 전에 한 네티즌이 찍었다는 유재석의 사진을 제공해준 친구 덕분에 한참을 웃었다. 트럭 짐칸 하나 가득 배추를 가득 싣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유재석. 보자마자 한숨이 나온다. 어휴. 저 사람은 정말 사업 수완이 없구나 싶어서.

 

 

 

 

‘쩐의 전쟁’으로 기획된 이번 주 무한도전은 멤버 각자가 원하는 장사 품목을 갖고 돈을 버는 게임으로 마련되었는데 유재석은 콘텐츠부터가 황이었다. 토스트처럼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는 품목이 아니라 월동 준비라는 대책이 있지 않고서야 쉽사리 손대기 어려운 배추를 들고 나서다니.

 

 

 

그것도 초보자가! 어이쿠야. 오래 전 이와 같은 장사 특집에서 유재석과 팀을 먹은 박명수가 화도 못 내고 너는 정말 장사는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웃던 얼굴이 떠오른다. 이번 주도 꼴지는 도맡아 놨다 싶었다.

 

 

 

실제 방송에서 사업가로 분한 유재석의 장사 수완은 정말 남달랐다. 식당 주인에게 배추를 좀 팔아보려다 딱 그가 끌어온 원가 가격으로 마트에서 배추를 사다 먹는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나.

 

 

 

사람이 약지도 못해 공격적인 마케팅은 어림도 없고 우물쭈물 거리다 손님에게 도리어 공격당하고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안쓰러웠다. 그리고 어쩐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저 사람은 정말 개그만이 천직이다 싶어서.

 

 

분명 장사는 서툴렀다. 하지만 유재석다웠다. 쩐의 전쟁이라는 기획에서 초보자가 감히 고난이도의 품목을 집어 들었던 건 배추 값이 땅으로 떨어진 농민들의 근심을 덜어보고자 하는 마음씀씀이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택한 보조 일꾼마저도 친구 홍진경이 마음 쓰여 틈틈이 일거리를 마련해준다는 요즘은 참 보기 뜸한 남자 남창희였다. 우리의 유재석이 사막에서 모래를 파는 사업가 기질을 가졌더라면 오히려 실망하고 원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저 사람은 뭐 저렇게 빈틈이 없나, 모자란 것이 없나. 다 가졌을까 싶어서. 이전 방송에서 “얘는 정말 장사하면 안 되겠다.”라는 얼굴로 쓰게 웃던 박명수가 떠올라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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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해 골머리를 썩는 프로그램의 경우 해답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 있다. 프로그램의 콘텐츠가 애매하고 공략 시청층이 모호한 경우, 선택 받지 못한 시청자는 고개를 돌리게 된다. 공략 대상이 전부가 될 순 없으니 일부의 시청층이 버려지는 일이야 당연하겠지만 애초에 공략된 시청자가 없는 프로그램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야 만다. 애석하게도 유재석의 새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 또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일부의 시청자가 선입견만으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능글맞은 말투로 한국 여자를 비하하는 남자들의 폭로형 토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 ‘나는 남자다’는 ‘남자 여우’가 없다. 메인MC 유재석과 권오중 이하 패널들. 주변을 둘러싼 방청객 또한 남자인 이 금녀의 지역은 순진하고 투박하다. 도리어 그 촌스러움이 문제가 될 지경이다.

 

 

 

나는 남자다의 남자들은 가로수길의 패셔너블한 멋쟁이들이 아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수룩하고 센스가 없어 더듬거리는, 전역한 삼촌이나 복학생 오빠 같은 남자들이 즐비해 있다. 토크의 주제를 이끄는 사람들 또한 실패했거나 촌스럽거나. 그중 하나다. 그 어수룩함이 문득 애틋하다.

 

 

 

 

 

문제는 어수룩한 남자들이 주인공이 된 방송은 ‘빅뱅이론’과 같은 드라마틱이 없고서야 어느 시청층도 공략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모였다 하면 여자를 찾는 남자들에게 남자만 나오는 방송은 메리트가 없다. 보다 포괄적인 시청 안목을 가진 여성 시청자에게 훈남과 훈녀 혹은 흔녀까지도 케어 가능한 대상이지만 흔남(흔해빠진 남자)는 체크하고 싶은 공략 콘텐츠가 아니다. 나는 남자다의 패착은 남성과 여성, 그 모두의 시청층을 버렸음에 있다.

 

최근 특집으로 구성된 ‘나는 여자다’가 호평을 받은 이유 또한 열거한 주장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벤트로 기획한 나는 여자다 특집에서 기존의 남자 방청객을 대신해 방청석을 메운 여성들은 연예인이나 슈퍼모델이 아닌 우리 주변의 흔한 여자 친구들이었지만 그저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상냥한 말씨. 배려와 센스가 넘치는 애티튜드등.

 

 

 

그녀들의 존재는 꿀처럼, 남녀 시청층을 화면으로 끌어들였다. 그건 그간 나는 남자다가 추구해야 할 모든 것이었다. 여자를 보고, 듣고 싶은 남자들이 화면으로 모였고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쁜 여자들을 구경하기 위해 여자들이 모였다. 결과는 11회 만에 이룩한 대승리였다. 난공불락 같았던 ‘나 혼자 산다’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자체 시청률 또한 역대 최고였다.

 

11회 동안 외면했던 프로그램은 선입견 때문이라도 찾는 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11회 만에 재밌어졌다고 해서 고정 시청층이 탄탄한 나 혼자 산다를 물리고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다는 것은 MC 유재석을 향한 시청자의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중은 웬만해선 유재석의 프로그램을 외면하지 않는다. 유재석의 네임드는 그 무엇보다 유혹적인 메리트니까.

 

 

 

절망의 끝에서 회생 가능성을 발견한 가운데 나는 남자다가 시즌1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애석하게도 남자의 틀을 버리는 것에 있다. 남자를 다 알지 못하는 여자지만, 초라하고 졸렬한 치부까지는 들추어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남자의 진면목을 알려주겠다며 비뚤어지고 왜곡된 남성성을 강요하는 것은 남녀 모두의 시청층을 놓치는 패착이다.

 

물론 착하고 어수룩하지만 그저 촌스럽고 센스 없는 남자의 약점을 대신해 요즘 유행한다는 여성 혐오에 이바지한다면 이 프로그램의 화제성만큼은 끝내줄지도 모른다. 적잖은 시청률 또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유재석의 프로그램이 그리고 놀러와를 추억하게 하는 나는 남자다가 그런 식으로 망가지기를 원치 않는다. 결코.

 

 

 

나는 남자다의 성공 요인은 남자가 아니라 도리어 여자들에 있다. 그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끊임없는 의문과 흥미를 제공하는 것. 그것은 비뚤어진 남성상이 아닌 올곧은 인간성에서 비롯된다. 남자들의 살림살이를 파헤치는 나 혼자 산다가 흥했던 것처럼. 투박하고 공격적인 마초가 아닌 부드럽고 배려있는 내실을 가진 남자. 약한 남자의 치부를 공개하는 것이 아닌 여자들의 이상형, 그리고 남자들의 이상향을 제시하는 것. 그 훌륭한 견본을 이 프로그램은 이미 메인 엠씨로 갖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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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방송된 무한도전 401회는 전편에서 방영된 400회 특집 – 비긴 어게인 2를 이어나갔습니다. 한 팀이 된 유재석과 정형돈은 급기야 인적 없는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습니다. 두 사람의 유명세에 몰려든 인파가 혹여 시민의 도시락에 먼지라도 들어갈까 염려한 국민MC 유재석의 극진한 배려 덕분이었습니다.

 

벌써 8년이나 이런 유재석과 동행중인 정형돈은 누구보다 그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인적 없는 곳을 한번 찾아볼게요.” 두 사람은 검색을 통해 정형돈이 알아본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사람 없는 곳을 찾아 찾아 달려온 강원도 영월. 열 시간을 함께한 두 사람. 캄캄한 밤하늘을 덜컹대는 트럭 타고 달리는 둘이 꼭 사람 많은 낮 시간을 피해야 하는 흡혈귀 일족 같아 안쓰럽더군요.

 

 

 

“운전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선배님.” 몸소 마중 나온 숙소 주인의 트럭에 옮겨 타기 전 벨트를 끄르며 정형돈이 건넨 낮은 목소리에 문득 뭉클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그의 입에서 듣는 ‘선배님’이라는 호칭.

 

되새겨보면 유재석과 정형돈은 무한도전의 어느 멤버보다 특별한 관계죠. 자유분방한 연예계에서 특출 나게 서열이 엄격하다는 개그계. 거기다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KBS 공채 개그맨으로 연결된 두 사람은 이미 출신 성분부터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여있는 셈입니다.

 

 

 

동명의 영화에서 주제를 빌려왔을 Bebin Again, 비긴어게인. 일명 나 다시 돌아갈래! 특집에서 멤버들은 우연으로 맺어졌지만 각각의 팀은 나름의 주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미혼 남자와 유부남. 이제 둘 만의 세계가 전부 아닌 우정의 그늘을 비추며 쌉쌀한 새드엔딩으로 마감됐던 노홍철, 하하의 죽마고우 특집.

 

박명수의 아양 섞인 투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정준하의 참을성 강한 태도는 박명수의 태도를 견딜 수 없어 프로그램을 그만두려 했었다던 초창기 무한도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무렵 운동을 하던 그가 지난 무한도전의 재방송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던 자신의 찡그린 얼굴. 그 짜증스러웠던 감정을 삭이고 쌓은 오랜 우정과 신뢰가 투정쟁이 정준하를 얼마만큼이나 성장시켰는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파트였습니다.

 

 

 

그렇다면 유재석과 정형돈은 어떤 주제의 비긴 어게인이었을까요. “운전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선배님.” “고생은 무슨. 이게 여행이지.” 하루의 절반을 달린 고행길이 끝나고서야 선배의 운전에 고마움을 표하는 정형돈과 서글서글하게 장난으로 받아주는 유재석의 너그러움을 보며 그 해답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유재석은 무려 아홉 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했습니다. 바로 옆 자리에 10년차 기수의 어린 후배가 앉아있는데도 말이죠. 운전하면서도 내내 옆 자리에서 투덜대는 정형돈을 넉살맞게 위로해주었고요.

 

 

 

돌이켜보면 지난 8년간 유재석과 정형돈은 줄곧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예능계에 데뷔한 이후 줄곧 부정적이었던 어린 후배와 그의 기를 한껏 북돋아주었던 10년차의 대선배. 산장에 도착한 두 사람이 진실게임 비슷한 걸 할 때 정형돈은 ‘지나치게 높아진 무한도전의 기대치에 사람들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일렁이는 불꽃을 바라보며 그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던 유재석은 이 순간의 정형돈에게 반드시 필요한 혜안을 전했습니다. “열 가지 중에 한 가지는 안 좋을 수도 있지. 그럼 아홉 가지 좋은 거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잖아.”

 

 

 

한글날 특집에서 증명되었듯 방송과 사석의 말씨가 차이 없는 유재석이지만 어쩐지 유독 사적인 대화처럼 느껴졌던 그의 목소리 톤이 진심을 더했습니다. 어둠에 가려 아른거렸지만 선구자의 말을 듣는 것처럼 감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정형돈이 진심에 신뢰를 더했습니다. 매번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을 건네주는구나. 저 사람은.

 

얄궂게도 전회 특집인 한글날 에피소드 편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는 불유쾌한 사건이 터졌었죠. 무한도전 멤버들이 얼마나 예쁜 말을 쓰는가를 관찰하고자 준비한 제작진의 몰래카메라에서 욕설 순화용의 삐- 삐- 경고음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유재석의 말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유재석의 한결 같은 말씨는 딱히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네티즌이 더 집중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죠.

 

 

 

반응이 좋았던 정형돈의 라디오 진행을 유재석과 하하가 짓궂게 놀리자 이것이 그를 무시한 거라며 트집 잡는 과대해석이 퍼져나갔던 것입니다. 시청자 게시판은 한동안 전쟁 전야처럼 살벌했습니다. 한 수 더 떠서 유재석이 정형돈을 싫어한다, 정형돈의 라디오가 잘 되자 질투하는 것이라는 의견 또한 있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어디 낯간지러운 칭찬을 하는 사람들인가요. 정형돈을 야유하는 멤버들의 반응이야 흔하고 흔했던 상황극 장난질일 뿐이었는데 무려 8년간 무한도전을 시청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그들만의 애정 표현을 이해 못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더군요. 장장 9시간 이상을 후배를 대신해 운전대를 잡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럴 땐 그냥 웃어야지. 그럴 땐 그냥 웃는 거야.”
“나는 그런 게 고민이 아니야. 형돈아. 되게 아까워. 시간 가는 게.”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 같은데 언젠가 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정말 이 일이 재밌어졌던 적이 있는 것 같애. 명수 형은 그게 일이 잘 되니까 재밌지 라고 하는데 그런 게 아니었어. 정말 웃겼어. 너랑 방송하면 네가 웃겨서 정말 재밌구. 명수형이 웃겨서 정말 재밌구. 난 솔직히 말하면 진짜 솔직히 말하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건 별로 걱정이 안 돼.”

 

 

 

"형은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가 고민" 무한도전이 언제 끝날지가 고민이 아니라는 유재석이 다음 말을 잇지도 않았는데 그의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답을 맞히는 정형돈을 보며 그간 유재석이 얼마나 많은 따뜻한 말들을 그에게 전해왔는가를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어! 난 그게 고민이야. 그래서 좋아, 나는. 어떡하지. 일출을 볼래. 형돈아?” 두 사람은 결코 어색한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불빛도 인적도 없는 산장. 그 캄캄한 어둠에서 모닥불에 의지해 놀이거리 하나 없음에도 그저 대화만으로 몇 시간을 훌쩍 넘길 수 있는 진국 같은 두 사람의 관계.

 

 


여전히 유재석은 정형돈의 의문에 답을 하고 그의 고민에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마도 정형돈이 정말 잘 되길 바랐던, 그리고 지금도 바라고 있는 그의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명일 것입니다.

 

왜 무한도전에게만, 혹은 나에게만 이토록 가혹한 잣대를 들이댈까. 라고 불평했던 정형돈은 이제 그런 생각들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 단단한 멘탈을 갖게 되기까지. 그간 선배 유재석이 건넸던 무수한 격려가 있었겠죠. “어떻게 열 가지가 다 좋아. 그런 인생은 없어.”

 

정형돈과 유재석의 비긴 어게인. 그 주제는 딱히 비긴 어게인 할 필요가 없이 8년 내내 한결 같았던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 유재석은 지친 정형돈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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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닥터콜님 혹시 '나는 남자다' 에 관한 비평글은 쓰실 생각 없으신지? 유재석 님의 프로인데 화제가 잘 안되서 한번쯤 언급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관심사 밖이신가요?

  • 정형돈과 유재석은 끈끈하군요. 왠지 뭉클하네요.

  •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위에 있는 댓글 보니 조만간 나남대한 글도 볼수 있겠네요. ㅎㅎㅎ부담줘서 죄송합니다. ㅎㅎ근데 기대가 되네요. 파이팅하세요.

일부 서양에서는 어린이의 외모를 칭찬하는 발언이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칭찬 또한 평가의 일환이며 일부의 어린이에겐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차별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나요. 생경하지만 우리 어른이 새겨들어야 할 먼 나라의 교육 방침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주 ‘아빠! 어디가?’에서 일어난 일부 어른들의 외모 서열화를 보며 문득 외모 칭찬의 반작용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마치 아역 배우 같은 깜찍한 외모로 본격 출연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민율이의 여자 친구 지민이. 부리부리한 이목구비의 아빠를 쏙 빼어 닮은 그 얼굴이 어찌나 깜찍하던지. 정말 유별나게 예뻤던 탤런트 김민정의 아역 시절이 겹쳐 보일 정도였습니다.

 

 

 

아빠! 어디가?의 친구 특집에서 아빠들과 친구들 사이에 첫 선을 보인 지민이의 데뷔 무대. 이 아이가 등장하자마자 경악하는 아빠 류진과 윤민수의 반응은 어째 예쁜 친구를 봐도 쑥스러워 다가서지 못하는 아이들보다 체면을 내려놓은 것 같더군요.

 

 

 

“얘, 인형이야!” 지민이를 보자마자 허리 숙여 눈을 맞추곤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얼굴로 뺨을 쓰다듬으며 감탄사를 늘어놓는 류진. “보조개 봐. 보조개. 우와. 너 몇 살이야?!” 지민이가 어찌나 예뻤던지 점잖은 선비 같던 류진 또한 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지민이의 외모를 찬양하고 보조개가 쏘옥 들어가는 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더군요.

 

“지민이? 우와. 지민이 진짜 예쁘게 생겼다.” “어머. 얘, 인형 같이 생겼어.” 뒤늦게 지민이를 발견한 윤민수 또한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지민이를 발견한 전혀 다른 성격이 두 어른이 똑같은 반응으로 “인형 같다”는 수식어를 내뱉게 한 이 아이의 미모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심지어 아이를 보고 난 류진과 윤민수가 벌어진 입에 혀를 내밀고 경악한 얼굴까지 너무 똑같아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칭찬이 과하다 못해 과잉 찬양 수준으로 이어지고 여자 아이의 외모를 권력처럼 다루는 일부 아빠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뉴페이스가 등장하면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윤민수는 안정환의 아들 리환이에게 그의 여자 친구 태이와 새로 등장한 지민이의 외모를 비교하여 아이로 하여금 평가하는 사고를 심어주더군요.

 

“태이보다 좀 더 예쁜 것 같은데?” 철부지 아이들이 뭘 알겠어요. 아무 말 못하는 리환이를 대신하여 다른 아이가 “맞아. 나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라고 응수해주자 신명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철부지 발언을 하는 윤민수. “태이보다 이뻐어~” 친구들끼리 외모 비교는 나쁜 거라고. 누가 더 예쁘고 덜 예쁜 건 없다고. 아이의 손을 맞잡고 눈높이 교육을 해주어야 할 어른이 정작 어린아이에게 ‘외모 서열화’의 사고를 심어주다니요.

 

 

이에 맞장구를 치는 김성주의 반응 또한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계속해서 자기 여자 친구를 깎아내리는 민수 삼촌이 불쾌했던지 아니라고 도리질을 치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귀엣말로 태이 보다 지민이가 더 예쁘다는 사고를 심어주는 윤민수와 거의 넋이 나간 얼굴로 지민이를 바라보고 서있는 류진 사이를 파고들며 들어온 김성주. “깜짝 놀랄만한 얘기해줘?”

 

 

그는 류진의 어깨에 손을 짚으며 개그콘서트 대사 같은 한마디를 내뱉었습니다. “심지어 쟤가 민율이 따라다녀!” 아빠들은 웃음이 터졌는데 전 왜 이리도 불편한 감정이 드는 걸까요. 예쁜 여자아이의 등장에 모든 아이가 듣는데서 도를 넘은 찬양을 하고 심지어 여자아이들끼리의 외모를 비교하며 서열화 시키지 않나. 그것을 아이에게 직접 주입하는 아빠들의 부적절한 행동.

 

더 나아가서 여자 아이의 미모를 벌써부터 권력처럼 받아들이며 뿌듯해하는 김성주의 반응은 불편함을 넘어 씁쓸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물론 지민이는 참 예쁩니다. 하지만 저는 고 예쁜 얼굴보다도 민율이의 카리스마에 물러나면서도 해맑게 웃는 성품이 더 예쁘더군요. 누구 얼굴이 더 예쁘고 누구 얼굴이 덜 예쁘다는 평가와 외모 서열화보다는 누구는 이래서 참 예쁘고 누구는 저래서 참 예쁘다는 아빠들의 격려와 응원이 더 듣고 싶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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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철부지 아빠들은 또 그런짓이나 하고 있었군요. 제대로 안 봐서 그 장면이 기억 안나는게 차라리 다행입니다. 이젠 지적하기도 지쳤네요. 흠..;;

  • 어릴적 부터 외모로 서열화시키니 강남거리에 개성없이 비슷비슷해 진거 아니겠어요. 미에는 청순미, 단아미, 건강미, 지성미 다양한건데. 하~ 이 아빠들. 김성주는 민주가 커서 자기얼굴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할것인지.

  • 잘 읽었습니다. 그랬군요. 이런 외모 지상주의는 언제 멈출까요?

지금으로부터 대략 10년 전, 유재석의 ‘천하제일 외인구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오합지졸 버라이어티의 시초라고 말할 수 있을 이 프로그램은 소위 떼거지 쇼에서 강한 유재석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빛을 발한 버라이어티다.

 

 

 

 

 

마이너격의 다수 예능인과 형, 동생하며 난장판의 팀을 통솔하던 유재석은 시종 어깨의 힘을 풀고 깐족대다가도 프로그램의 말미에선 정말이지 송구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를 외쳐대곤 했었다.

 

 

 

그 분야의 초고수라고 할 수 있을 단 한명의 달인과 경험 무의 초보들이 대결하는 콘텐츠라 아무리 일대 다수라 해도 상대가 될 턱이 없었고 전승 무패는커녕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까지 단 한 판의 일승이라도 따내는 것이 관건이었기에 미션에 실패한 유재석은 시종일관 목이 터져라 “죄송합니다!” 하고 외쳐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민MC의 개념조차 잡히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이라 “시청자 여러분!”을 외쳐대는 유재석이 내겐 생경한 느낌이었고 매번 “오늘만은!” 다짐하면서도 턱도 없는 경기를 하곤 울상인 얼굴로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를 외치는 유재석이 웃기면서도 한편 믿음직스러웠다. 죄송하고 또 죄송해서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그 얼굴은 더할 나위 없는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한도전의 뿌리는 바로 이 유재석의 천하제일 외인구단에서 비롯되었다. 무한도전 이전에 무모한도전이었던 프로그램 초창기에 역시나 너그러운 대 엠씨와 형, 동생 하는 다수의 멤버들은 전신 타이즈 차림으로 범접할 수 없는 어느 분야의 초고수와 대결하곤 했었다. 그래도 외인구단 시절에는 사람이기라도 했지, 이제는 황소와 줄다리기를 시키고 달리는 기차와 경주를 하란다.

 

뿌리가 그래서였을까. 외부적으로나 자체적으로나 무한도전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평균 이하 남성들의 도전’이었다. 남루한 행색에 더럽고 위험한. 소위 쫄쫄이 복을 입고 연탄 검댕을 묻혀가며 구덩이에서 뒹굴게 하는 이 평균 이하 소굴에서 모델 출신 배우 차승원조차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최근 매체를 통해 밝혀진 무한도전의 4년 내 기부 액수가 무려 27억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에 감탄하며 새삼스레 무한도전의 뿌리를 떠올렸다. 방송 문화 진흥회는 2010년에서 2014년 9월 현재까지, 즉 4년간의 MBC 기부금 현황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 방송사의 모든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 기부 총액 자료에서 무한도전이 4년간 기부한 액수가 무려 27억 3577만원. 이는 MBC 전체 기부금인 45억 8830만원의 60%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해당 자료를 제출 받아 공개한 전병헌 의원의 격려 메시지는 명실공이 대한민국 대표 예능의 직함을 가진 ‘국민 예능 무한도전’의 성명을 공고히 했다. "9년을 달려온 국민 예능프로그램의 아주 좋은 모범사례라고 본다. 무도 팬의 한명으로서 400회가 아니라 1000회 이상 국민예능으로 사랑받기를 기대하며, 지속적으로 사회와 호흡하고 소통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물론 모든 시청자가 국민 예능의 간판을 환영했던 것은 아니다.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을 거쳐 가진 지금의 영광을 성장이나 발전이 아닌 을에서 갑이 된 형상이라고. 누군가는 비난했다. 초심을 잃었다고 원망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었다. 금전적으로나 커리어로나 대한민국 평균 이상이 된 멤버들에 배신감을 느끼고 더 이상 쫄쫄이 복을 입지 않는 무한도전에게 너무 큰 대의명분 때문에 예능의 본분을 잊은 것은 아니냐고 질타하기도 했었다.

 

누군가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라는 수식어를 떼버리라고 말한다. 물론 더 이상 배  곯지 않는 멤버들과 대한민국 대표 예능인 무한도전이 스스로 평균 이하라고 자학하기엔 민망한 자격을 갖추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이 작고 초라한 것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나는 도리어 무한도전의 진정성에 안도하게 된다. 그들은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라 초심에 연연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임을 이미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형돈은 더 이상 제7의 멤버에게 위협당하지 않는다. 거성쇼를 부르짖고 1인자 타령을 하던 박명수는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국민MC가 된 유재석은 여전히 갑이 아닌 을에게 위로를 전한다. 그것이 바로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무한도전의 전체 이념이다. 무한도전의 뿌리는 전신 타이즈와 가난이 아니다. 그것은 소통과 위로다. 무한도전 가요제와 무한도전 달력. 무한도전이 벌려준 판에 을과 을이 모여 또 다른 을을 위로할 수 있는 큰 세계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한 방송사의 60퍼센트를 책임지고 있는 기부액의 실체다.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를 외치던 유재석의 외인구단이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었는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여실히 전해지는 것은 시청자 여러분을 외치던 유재석의 진심어린 호소가 바로 무한도전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초심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한도전 이전에 외인구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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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커녕 PC통신조차 대중화되지 않았던 90년대 초반. 미확인 비행물체처럼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다가가지 못하는 저쪽 세상을 연결하는 인간 포털이었다. 서태지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나 알음알음 전해지던 저 세계의 최신 음악을 특유의 깔끔한 손길로 현지화 했다.

 

 

 

 

 

무엇보다 신선했던 것은 음악 그 이상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데아를 총괄하는 전략이었다. 투명한 안경 뒤에 반짝이는 영민한 눈빛만큼이나 서태지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고 그가 닿은 손길은 고착화된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는 혁신을 선사했다. 상표를 떼지 않은 의상 같은 소소한 것들에서부터 앨범과 다음 앨범 사이에 틈을 두어 ‘잠적 기간’을 갖는 가수들의 연례행사 또한 그가 대중화한 것이다.

 

 

 

서태지의 해피투게더 출연이 감정의 호불호를 떠나 애석했던 것은 ‘스타는 유행을 쫓는 사람이 아니라 유행을 선도해나가는 사람’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렸던 서태지가 낡은 상술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21세기의 대중을 상대로 90년대 마케팅을 고수하고 있다. 이건 서태지 답지 않다.

 

서태지의 신보 Quiet NIght를 발표하기에 앞서 그는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했다.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 또한 매스미디어의 폭력을 한탄했던 서태지 답지 않게 꽤나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그 기사 헤드라인 하나하나가 어딘가 이상했다. 프로그램을 뜯어 고쳐 유재석과의 1:1 토크쇼로 딜을 건 해피투게더를 선택한 서태지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특혜를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출연에 응했다고 한다.

 

 

 

이것이 서태지 자신이 원한 홍보 방향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서태지는 특혜를 받는 것이 마땅한 스타’라는 기본 전제를 깔아두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이에 시청자는 거부감을 느끼고 일관성 없는 특혜 요구에 불만을 품게 된다. 서태지는 음악인이다. 단독 출연의 특혜 요구는 해피투게더가 아닌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요구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정작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단독 출연의 편애를 거부한 서태지가 토크쇼 해피투게더는 프로그램의 방향성까지 뜯어고치며 게스트로 나가겠다고 하니 관용을 내세운 스케치북의 전략이 보여 주기용 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이다.

 

10월 9일. 서태지의 해피투게더가 본격 방영되었지만 출연 전 쏟아졌던 논란만큼의 실 시청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놓치진 않았지만 지난주 방송분에 비해 4포인트가 하락한 수치다.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편성 변동 특혜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프로그램의 성격마저 무너뜨리며 편애한 대가치고는 그 결과가 그리 탐탁지 않다.

 

 

 

이날 해피투게더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언제나 손님의 맛을 평가했던 유재석이 손수 음식을 만들어 단 한 사람의 손님을 모셨다. 유재석이 요리한 ‘잘자어’는 성시경이 해피투게더의 야간매점에 출연해서 선보인 것으로 서태지가 직접 해투 제작진에 주문했다고 한다.

 

서태지가 꼭 먹어보고 싶었던 요리라는 첨언으로 그가 해피투게더의 시청자임을 암시하는 대목이 나왔지만 실상 서태지에게 ‘해피투게더’는 아랑곳없는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예상했던 바대로 서태지가 해피투게더에 출연했던 것은 그곳이 유재석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였다. 왜 해피투게더를 선택했느냐는 국민MC의 질문에 그는 유재석을 좋아해서라고 대답했다.

 

 

 

몇 명의 연예계 동료들과 어울려 친근하게 사우나복을 입고 진탕 수다를 떨다 어설픈 야식을 노나 먹는 해피 투게더의 포맷 따윈 서태지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서태지를 위해 유재석과 제작진은 오늘 하루 해피투게더를 완전히 버려버렸다.

 

물론 21세기에 발 맞추려는 서태지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들의 연예인인 서태지다. 살아생전에 그의 아기 사진을 볼 수 있으리라 상상조차 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서태지의 파격은 어디까지나 그를 둘러싼 패러다임 내의 소소한 발걸음에 불과했다.

 

 

야간매점의 손님이 될 순 있어도 손수 요리해 평가 받는 포맷을 지킬 순 없었다. 해피투게더의 유니폼인 찜질방 옷 따위를 입는 서태지는 없었다. 서태지 특유의 야구모자와 트레이닝 복 차림의 편한 복장이 그가 해투에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관용이자 깨뜨릴 수 있는 특혜였다. 이쯤 되니 서태지가 미운 것이 아니라 차라리 안쓰러웠다.

 

 

 

지금은 찜질방 옷차림의 성룡이  매운 김밥을 만들어 대접하고 1등이 고파 입에 밀어 넣는 그를 “김포 공항에 형 전용비행기 있어.”라고 말리는 시대다. 그렇게 깨뜨릴 수 없었다면 그렇게 특혜를 받고 싶었다면 해피투게더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을 선택했어야만 했다.

 

 

방송이 끝난 뒤 유재석은 최소 4-5년 이상 나이 들어 보였다. 그는 서태지가 최고였던 시절에 방송이 고파 뭐든지 할 수 있는 패기만만한 신인 리포터였다. 이젠 서태지도 엄두 못 낼 ‘국민’ 명찰의 유재석이 우스꽝스러운 가발에 앞치마를 두르고 손수 요리를 만들어 대접한다. 이 까다로운 동갑내기 동료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유재석이 빛나 보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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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계보를 잇는 ‘렛잇비’는 개그콘서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코너다. 개그가 7할, 음악이 3할인 개그+콘서트에서 노래와 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문율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직장인의 애환을 노래와 유머로 승화’한 렛잇비가 대중에게 선을 보였을 때 오래갈 수 있을지를 염려했었다. 신박한 코너라는 생각은 했지만 매회 방영하기엔 한계가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경험 없는 연예인들이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였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가 되었다. 파일럿 방송 같았던 시범 기간을 거쳐 정규 코너로 우뚝 선 렛잇비는 힙합의 신, 선배, 선배! 등의 뒤를 이어 개그콘서트 내의 최고 인기 코너로 자리매김했다. 소재의 한계가 있지 않을까? 연예인이 직장 내의 애환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역시 괜한 염려가 되었다. 최근 방영된 렛잇비는 그 어느 에피소드 이상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직장인의 설움과 분노를 풍자와 해학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박은영, 이동윤, 노우진, 송필근으로 구성된 렛잇비의 멤버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상을 품은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부장으로 불리는 이동윤은 팀의 관리직으로서 사원들의 경외심을 받는 만인의 적이다. “사장님은 말씀하셨죠. 즐기면서 일해라!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대요.” 사장님의 조언을 되새기며 “그래! 나도 오늘부턴 재밌게 일할 거야! 이곳은 회사가 아닌 놀이공원.”이라고 긍정의 힘을 설파하는 순간에 터진 이부장의 얄미운 한마디. “자. 오늘 야근이야!”

 

 

 

사원들은 손 머리 위에 올려 발라드 제스쳐를 하곤 넋이 나간 얼굴로 렛잇비한다. “야간개장. 야간개장.” 그 와중에 이부장 혼자서만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얼굴이 얄밉기 그지없다. 하지만 먹이사슬의 최 정점에 서있는 것 같았던 이부장 또한 슈퍼 갑 아래 웅크린 또 하나의 최약체임이 드러났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멋진 여자 사장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닮고 싶어요.” 렛잇비의 홍일점 박은영은 최약체 중에서도 최약체다. 말단 사원인 처지에 여자이기까지 하니까. 스펙을 쌓아 고속 승진하고 사내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결국 외모 가꾸기와 애교로 귀결되어 좌절하는.

 

 

 

“사장님처럼 되기 위해 힘껏 스펙 쌓아야지.” 이런 박은영에게 울트라 슈퍼갑인 여자 사장의 존재가 자극이 되었을까. 주먹을 불끈 쥐고 미래를 꿈꿔 보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질 수 없는 스펙 하나가 그녀를 좌절하게 한다. “근데 난 쌓지 못하는 스펙. 재벌 아빠.” 웃으면서 희망을 외치다 현실을 직시하며 혼이 나가버리는 박은영의 멍한 얼굴이 순간 섬뜩했다.

 

 

렛잇비에 웃다가 울다가 문득 깨닫는 것은 꿈과 희망으로 귀결되지 않는 마무리다. 렛잇비는 쿠테타를 권유하지 않는다. 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을 되새기며 힘들고 지쳐도 웃으라고 말한다. 여느 코너였다면 희망을 전하는 격언으로 들렸겠지만 현실 풍자 렛잇비에서 힘들고 지쳐도 ‘참을 인’하고 웃으라~는 회사원을 일깨우는 최선의 처세이자 영원의 을을 위한 경고다.

 

 

“신의 딸~ 신의 딸~”을 노래하는 렛잇비 사원들에 수백 만 직장인의 애환이 스쳐 지난다. 오늘만큼은 somewhere over the rainbow로 대체하고 싶었던 렛잇비.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희망이란 있을까요. “사장님 최고의 스펙은 호적등본.” 말단 사원은 에베레스트를 등반한다 해도 가질 수 없는 무지개 너머 어딘가 그들만의 세상. 갑은커녕 을도 아니고 병, 정이라고 불리어야 할 우리의 또 다른 렛잇비들. 재벌 세습과 을의 절망을 몇 문장의 촌철살인으로 녹여낸 최고의 사회비판이자 소름 돋는 현실 풍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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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이 코너를 볼 때마다 사실 좀 아쉬움도 있습니다.
    풍자의 문장은 가졌지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는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 때문인데요.
    그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 저도 좀 걱정 했는데 이젠 너무 좋아하는 코너사 됐어요. 전 왠지 저 코너를 보면 웃프다라는 느낌이 들고요. 잘 읽었습니다

‘이게 바로 현실 부자지간’ 어린 네티즌 사이에 새삼스레 트롯 가수 설운도의 이름이 회자되곤 했었다. 가수 설운도가 아니라 아버지 설운도의 가치가 재평가된 것이다.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설운도와 그의 아들 루민의 일상은 연예인 부자의 선입견을 무너뜨리며 익숙해서 도리어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그런데 왜 알도 없는 안경을 끼고 오셨어요?” “아빠 알도 없는 안경 쓰는 거 하고 너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 쫓고 쫓기는 톰과 제리처럼 대화의 9할이 입씨름인 설운도 부자. 어찌 보면 패륜이 아닌가 싶어도 꾸중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박힐 못이 아닌 엔돌핀 같은 설운도의 입담과 싫은 소릴 들어도 배시시 웃고 마는 아들 루민의 선선한 대응은 그저 유쾌할 따름이었다.

 

 

 

무수한 히트곡을 남긴 한국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지만 가수 이전에 인간 설운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도시 괴담에 가까운 일화 때문이 더 컸다. 연예계 선후배 동료들이 밝힌 인간 설운도의 일화는 도시 전설 수준이었다. 웬만해선 주머니에 돈이 잘 안 빠져나온다는, 소태보다 더 짠 금전 감각을 갖고 있는 설운도의 이미지는 깐깐하고 완고했다. ‘차세대 가족 장사꾼들!’ 역시 라스다운 수식어로 소개된 특집 ‘아빠와 함께 뚜비뚜바’ 편에서 장동민네 부자와 함께 출연한 설운도 또한 동료들의 증언이 무색하지 않게 깐깐한 아빠였다.

 

장동민 부자와 설운도 부자의 교육 방침과 가정환경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내 돈을 다 쓰고 커야 얘들이 잘 되면 용돈도 잘 줄 것 같다는 생각에 돈 주머니를 오픈해놓고 키웠다는 장동민의 아버지. “얘 때는 돈을 제일 좋아하겠지.” “얘가 나한테 연락할 때는 돈 필요할 때 밖에 없으니까.” 라고 인식하면서도 “저는 좀 반대예요. 저는 애들한테 될 수 있으면 용돈을 적게 주는 편이예요.” 잘라 말하는 설운도.

 

 

 

“아니 그런데 그렇게 하면 돈을 더 안 가져다 써.” 라고 응수하는 장동민의 아버지와 ‘서로 다른 교육관’의 두 분이 출연하셨다고 정리하는 김구라. 윤종신의 유연한 생각이 두 아버지의 천양지차 교육관을 모두 다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루민은 돈의 소중함을 알고 동민은 돈을 운영하는 방법을 알았겠네.”

 

 

‘아빠’라는 호칭이 얼마나 친숙한가. 혹은 낯선가에 대해서도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인 두 부자간. 장동민은 “~요”로 끝나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하고 설운도의 아들 루민은 과장 좀 보태서 “아빠”라는 단어를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다고 한다. “아빠는 딸이 하는 거고 아버지는 아들이 하는 말!”이라는 설운도는 사랑스러운 딸에게만 자상한 딸바보라고, 또한 하소연하는 아들 루민.

 

 

 

하지만 이토록 엄격하고 깐깐한 아버지 아래서 자란 루민은 더없이 해맑고 구김살 없는 청년이었다. “설운도 씨 앞에서 무슨 말씀이세요!” “나도 설운도 씨처럼 (가발) 썼으면 좋겄는디.” 머리 얘기 꺼내기 참 머쓱한 사람을 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게 가발 소재를 입에 올리는 장동민의 아버지 때문에 스튜디오 내에 찬바람이 불자 입을 다물고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서글서글하게 대꾸해드리는 루민. “(가발) 불편해요.” 심기 불편의 검은 오오라를 내뿜는 아버지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큭큭 웃고 있는 루민의 모습. 그 상반된 정경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내 자랑, 자식 자랑하는 남자는 팔불출이라고들 한다. 그렇게나 남의 자식 자랑을 꼴사나워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싶다. 그런 만큼 연예인 2세의 동반 출연은 위험 부담을 동반하지만 또한 이미지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당장 김구라가 그랬고 또 송일국이 그렇다.

 

 

 

김구라는 이루만 곁에 있으면 입 꼬리가 올라간다는 아들 바보 태진아의 모습이 보기 좋지 않느냐 권했지만, 만약 설운도 부자가 같은 포지션에 섰다면 대중의 뭇매를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유명 연예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중파 메인 프로그램에 노출 되도 괜찮은 시기는 미취학 아동 시절뿐이다. 설운도 부자의 동반 출연이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은커녕 환영을 받는 까닭은 “저게 잘 된다는 보장이 없어요.” “나는 내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죽을 거예요.” 라고 말하는 아들 디스를 가장한 아빠 설운도의 깐깐한 사랑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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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이미자 소신 발언 고집불통이라 더 좋았던 음악관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는 어르신들이 멋있다. 백발을 물들인 초로의 신사가 래퍼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거나 아이돌에 가슴 설레는 노배우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흐뭇한 기분이 든다. 이런 상황에 어느 노가수가 요즘 좋아하는 노래는 없다고 말했다. 요즘 노래를 좀 듣는 입장에서 불평을 하고 싶어도 이 촌철살인을 내뱉은 분이 바로 한국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시니 그저 바이블이라 여길 수밖에.

 

 

 

 

 

8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게스트로 출연한 이미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라는 설명마저 부족한 사람이다. 저 할머니는 누구지? 라고 고개를 갸웃거렸을 어린 영혼들은 열아홉 순정, 동백 아가씨, 못 잊을 당신이 어떤 의미인가를 또 다른 어르신께 여쭈어보면 되리라.

이런 이미자의 이야기는 말주변이 있긴 없건 그저 쏟아내는 것마다 전설의 일대기니 그 이야기를 듣는 맛이 그저 꿀맛 같았다. 하지만 많고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내 마음을 울린 한마디는 최근의 가요계 풍조를 꾸짖는 쓴맛의 촌철살인이었다.

 

 

 

“혹시 선생님. 요즘 유행하는 가요 중에서 좋아하는 노래 있으세요?”-MC 성유리 “저는 없어요.” 아마도 이미자의 입에서 아이돌의 곡명이 쏟아지는 깜찍한 반전을 기대했을 제작진에겐 반전이 되는 소신발언이었다. 에미넴과 50센트를 듣는다는 김갑수처럼 어르신의 귀여움에 익숙해져있던 내게 요즘 TV 풍조로는 참으로 드문 꼬장꼬장한 노가수의 틈 없이 빡빡한 좋은 노래의 기준과 고집불통 음악관은 오히려 신선하고 의지가 됐다.

 

 

 

“요즘 후배 가수들을 늘 아쉬워하는 것은 가사 내용과는 관계없이 노래를 부르는 게 많아요. 가사는 애절하고 슬픈데 얼굴은 웃고 노래를 부른다, 그건 감정이 없는 거죠. 그런데다가 노랫말까지 엉성하게 무슨 말인지 모르게 들리지 않으면 그건 더더욱.”

 

 

 

힙합 같은 노래는 내가 할 수도 없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이미자에게 뜻밖의 완성된 가창력의 기준은 멜로디가 아닌 가사 전달이었다. 외계어와 한글 파괴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오히려 어눌한 발음조차 개성으로 인식되는 가요계의 풍조 속 후배 가수의 발음과 가사 전달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이미자의 촌철살인에 무릎을 쳤다.

 

 

 

 

“벅찬 감동을 받았을 때, 심금을 울린다. 이런 표현을 하는데 이미자 씨의 노래를 들으면 심금을 울립니다. 눈물이 나잖아요? 이게 가장 미스터리입니다. 왜 이미자의 노래를 들으면 우리들은 눈물이 나는 걸까요?” -MC 이경규

 

“슬픈 노래를 많이 부르기도 했지만, 가요라는 것은 들어서 흘려 넘기는 게 가요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쁘면 기쁨을 느끼게 할 수 있고 슬프면 슬픔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그 모든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노래를 해야 만이 가요입니다.” 노래에 담긴 서사로 마음을 흔들어 심금을 울리는 것이 가요이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달할 수 있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 바로 가요인이라는 국민가수의 기본기.

 

 

“모든 것이 가사 내용이 충실 하라는 거 또 발음이 정확해야 한다는 거 그래야 전달력이 있죠.”

 

 

바이브레이션과 얼마나 많이 올라가는가가 잘 부르는 노래의 기준이 되어가는 가요계에 드물게 가사 전달의 중요성을 전하는 전설의 한 마디에 혁신보다 더 큰 기초의 가치를 느낀다. 인간의 목소리는 가사를 전달하는 최초의 악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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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이미자 선생님의 모습이 많이 애잔하네요.
    (가요무대에서만 봄)
    이미자 선생님이 좋아하는 요즘 노래가 없다는 것은 대중 문화가 단절되었다는 이야기로 들려
    서글프네요...
    50년 넘는 긴 여정동안 대중 가요를 널리 알리는데 많은
    열정을 쏟았는데...
    그리고, 50년 동안 경험에 의하여 축척된 문화가 또 이렇게 허무하게 없어지는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진짜 사나이 맹승지 죽이기 잔인했던 제작진의 마녀 만들기

 

한 네티즌의 공정한 눈썰미에서 발견된 진짜 사나이 속 악마의 편집이 화제가 됐다. 이전의 조작 논란과 같은 흐름을 타고 있지만, 엄밀히 따져서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은 아니니 조작이라 말할 순 없고 사악한 편집이 조장한 마녀 만들기의 실체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다.

 

 

 

 

맹승지는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내내 시청자의 야유를 받아왔던 멤버다.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분노는 증오 수준으로까지 키워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맹승지를 제외한 누군가를 사랑하면 할수록 그녀를 향한 불만은 비대해진다.

 

 

 

문제의 장면은 최근 방영된 ‘얼음마녀 훈육관과 악바리들’ 편에서 허가 없이 의류대 – 더플백. 다용도의 짐을 넣는 더플코트 소재의 가방. 주로 신병교육대에서 쓰인다. - 를 내려놓았다가 훈육관에게 꾸중을 듣는 맹승지의 태도였다.

 

자막은 친절하게도 혹여 시청자가 그녀의 실수를 눈치 채지 못할까봐 마치 일러바치듯 ‘혼자 의류대 내려놓는 승지’라는 사족을 붙여주었다. 얼음 마녀 훈육관은 냉기 어린 목소리로 “누가 지금 의류대를 내리라고 했나?” 라고 호통을 쳤다.

 

 

 

얼른 의류대를 들어 메는 맹승지에게 혹여 연민이라도 생길까 우려 되었는지 자막은 다시 한 번 못을 박는다. ‘초면에 사고치는 애증 후보생.’ 그 사악한 배려가 마치 분노의 이정표와도 같아보였다. “이 여자는 마녀입니다. 잊어버리지 마시길.”

 

해당 장면은 시청자의 복장을 돋우며 그녀에 대한 미움을 쉽사리 거둘 수 없는 하나의 증거가 되었다. ‘거봐. 이렇게 미련하고 불량하니까 미워할 수밖에 없잖아.‘ 하긴 방송에서 제시한 흐름만을 따라간다면 그녀는 영락없는 이단아다. 모두가 협력한 가운데 홀로 팀워크를 깨뜨리는 최악의 테러리스트.

 

 

 

하지만 이토록 흑과 백이 명백한 가운데서도 제작진이 지정한 이정표가 아닌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진실에만 몰두하는 시청자 또한 있었다. 그들은 기꺼이 마녀 맹승지의 기사를 자청했다.

 

그들이 파헤친 마녀의 실체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문제의 장면에서 의류대를 내려놓는 실수를 범한 인물은 맹승지 하나가 아니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하나의 멤버는 다름 아닌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의 최고 수혜자이자 시청자의 자식 마냥 사랑을 받는 애교 천사 혜리였다.

 

 

 

“누가 지금 의류대를 내리라고 했나?” 심지어 맹승지는 훈육관의 불호령에 의류대를 다시 메며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까지 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같은 실수를 범했던 혜리와 맹승지 중에서 홀로 사과하고 실수를 정정하려 했던 맹승지만을 ‘초면에 사고치는 애증후보생’이라고 부각시켰다. 혜리를 향한 코멘트는 없었다.

 

그러니 결국 맹승지는 이 장면에서 모두가 긴장한 전초전에 홀로 사고를 치며 팀워크를 깨뜨리는 마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실수를 하지 않는데 맹승지 혼자만 실수를 하고 그 행동을 사과조차 하지 않는 모습으로 부각되니 어느 누가 그녀를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제작진의 가혹한 맹승지 죽이기는 해당 장면 하나만이 아니었다. 이날 맹승지는 다른 회차에 비해 화면에 비추어질 기회가 적었는데 비뚤어진 생각일지는 몰라도 그 이유는 오히려 그녀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이 일등을 한 순간이 아니라 최연소 참가자 하니의 꼴찌 완주였다. 누구도 재낄 수 없을 천재적인 스피드를 가진 하니는 심각한 부상과 완숙한 기량을 가진 세계의 경험자들 앞에서 기량을 펼치지 못해 위기에 처한다. 그럼에도 포기란 없이 다 죽어가는 꼴로 비틀대며 꼴찌로 골인하던 모습과 하늘이 새까매졌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 어린 소녀의 투지를 응원하는 세계인들의 환영은 이 만화의 가장 큰 감동으로 남았다.

 

 

 

이날 1.5km를 뛰는 맹승지 또한 최약체의 체력을 절감하며 무리에서 뒤쳐졌다. 그러나 숨이 끊어질 것처럼 허덕대면서도 달리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해당 장면은 도리어 태도 문제로 지적을 받았던 맹승지였기에 편집 방향에 따라서 최고의 드라마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였다.

 

모두가 사랑 받는 와중에 홀로 가혹한 매질을 당하는 맹승지를 제작진이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이 최고의 편집점을 놓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저 '(포기하지 않고) 젖먹던 힘까지 짜내는 맹멍듀오' 라는 자막 하나로 성의를 표현했을 뿐이었다.

 

 

최상의 편집으로 한편의 드라마 같은 감동을 이끌어낸 김소연을 향한 정신력의 칭송이나 비록 완주하지 못했지만 열과 성의를 다해 달렸음을 누누이 강조해주었던 홍은희, 김소연을 향한 배려는 간데없었다. 숨이 끊어지게 달려 완주한 맹승지의 성의는 "머~엉" "매~앵" "이제 밥 먹나 싶었는데…"라는 독심술 자막에 무너졌다. 심지어 맹승희가 하지도 않은 '또 합니까?' 라는 자막을 첨부해 마치 그녀가 불평이라도 한 것과 같은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비난 받을 상황도 예쁘게 포장해서 명랑 소녀나 애교, 최고의 정신력으로 치켜세워주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단점을 골수까지 쭉쭉 뽑아내서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 당하는 멤버도 있다. 분명 맹승지는 사서 고문관을 자처하는 튀어나온 못이었지만 시청자가 그녀를 미워하게 된 계기의 모든 원인이 오로지 맹승지 본인에게 비롯된 것인가는 의문이다.물론 제작진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아니다. 지적 받는 맹승지의 태도 불량은 결국 그녀의 행동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미움 받는 원인이 무언가. 바로 협동심과 전우애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맹승지는 직업 군인이 아닌 연예인이며 여군 특집 또한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임을 생각해보면 제작진 또한 맹승지의 전우라고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시청자에게 외면 받는 최약체의 멤버를 격려하고 이끌어주기는커녕 도리어 미워하게 부각시키는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 진정 전우애를 상실한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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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너무하네요. 격려하긴 커녕 마녀로 부각시키니. 진짜 실망입니다.

  • 분명 저 편집은 문제가 있는게 맞는 것 같은데... 애초에 맹승지 씨는 훈련소에 배꼽티 입고온 것부터... 문제의 '여자는' 발언까지, 눈쌀 찌푸리게할만한 언행이 몇몇개 있는건 사실이죠... 물론 닥터콜님이 글에서 언급한대로, 고의적으로 그녀를 마녀로 몰고갔다는 흔적은 있으나, 애초에 선인에서 밉상녀를 만든 것은 아니니까. 그저 제작진이 조금 너무했다고 할만한 사안이지, 방송인이자 현장에선 훈련생으로서의 그녀의 불량한 태도가 정당화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혜리선배님 저 후배이예요 오랫만에 인사드리겠습니다
    저 1 학년 5반 23번 최임현입니다.

  • ㅉㅉ 2016.05.19 15:14 신고

    이게 마녀만들기라구요?
    정신상태가 글러처먹은거지
    그럼아예 군대체험하러 가질만든가 진짜 보는내내 ㄱ극혐 으.......

진짜 사나이 혜리 애교 호랑이 분대장도 녹았다

 

부드러움은 능히 강함을 이긴다, 이솝 우화에서 얻은 짧은 교훈 한 토막. 태양과 바람의 내기에서 나그네의 두꺼운 옷을 벗겨낸 것은 모질게 쌩쌩 몰아치는 바람이 아니라 태양의 뜨거운 열기였다. 저 사람은 표정이 없을 거야. 싶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터미네이터 곽지수 분대장을 봄바람 맞은 여고생마냥 환하게 웃게 만든 혜리를 보며 문득 떠오른 이야기다.

 

 

 

 

 

요즘 JYP, SM, YG보다 흡족한 사람은 아마도 걸스데이의 제작자가 아닐까 싶다. 엘레강스하게 유라유라한 멤버 유라의 ‘우리 결혼했어요’ 속 선전에 더불어 깜찍이 혜리의 여군 체험은 네티즌으로부터 특급 칭찬을 받으며 연일 화제를 이어가고 있으니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나태주. 도를 넘었던 섹시 콘셉트에 멤버 개인의 매력은 찾아볼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저 한 뭉텅이로만 인식했었던 걸스데이들. 리얼리티 쇼에서 자세히 비추어준 개개인의 매력은 그동안 몰랐었기 때문에 오히려 몸서리쳐지게 사랑스러웠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한준. 특히 무대 분칠을 대신한 위장용 깜장칠을 하고 대중 앞에 선 걸스데이 혜리의 매력은 퍼내고 퍼내도 끝이 없는 화수분과도 같았다.

 

 

 

군모를 쓰고 위협적인 총을 들었대도 토끼 같은 이목구비와 가냘픈 체구가 그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나 코스프레 하는 것처럼 귀엽게만 보이던 만년 막내 혜리. 혜리로 활약하는 걸스데이에서도 이혜리로 활동하는 부대에서도 막내 역을 담당하는 혜리는 살벌한 군 생활의 비타민이자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발군의 체력으로 에이스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혜리지만, 잦은 실수는 그녀의 신변을 위협해 곧잘 난관을 만들곤 했다. 크게 넘어져 호랑이 소대장의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리게 하고 화생방 훈련에서는 정화통의 결합이 잘못되어 있어 시작부터 가스를 들이마시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야말로 튜토리얼에 가까웠던 여군 체험 첫 무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막내 혜리의 처절한 육군 훈련소 생존기는 안쓰러움과 귀여움을 동반하며 시청자의 측은지심을 자아냈다.

 

 

 

진짜 사나이에서 발굴한 혜리의 진정한 매력이자 그녀의 필살기는 그 어떤 사람도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사랑스러움이다. 혜리의 사랑스러움에 호랑이 소대장과 기계 인간이라 불리었던 터미네이터 소대장은 하나씩 포커페이스를 붕괴하며 무너졌다. 무엇보다 리얼을 요구하는 시청자에게서 어린애 장난으로 비춰질 수 있었을 여군 체험을 그저 이해심 만연한 인자한 미소로 시청하게끔 이끌어준 것 또한 혜리의 무장해제 신공이 컸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먹는 제육볶음의 맛이야 꿀맛 같았을 테지만 그럼에도 어찌나 달게 밥을 먹는지. 입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은 주먹만 한 쌈을 싸서 거의 우는 얼굴로 우걱우걱 제육쌈밥을 먹는 혜리의 모습에 내 새끼 밥 먹이는 것 같은 충만함이 밀려온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제가 먹어본 제육 중에 최고입니다.”

 

 

 

그 와중에도 다나까 말투를 고수하며 맹승지를 꼬여내 두 번째 식판을 받아오는 명랑소녀 혜리. “여러분이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도 배가 부릅니다.” 소대장의 한마디가 그토록 고마웠던지 여중생처럼 꺄르륵 눈이 휘어지게 웃고나선 다시 크게 한 쌈을 싸서 먹는 이 소녀의 사랑스러움이라니.

 

 

 

“식사 부족한 인원은 배식대에 더 남아있으니까 여러분들. 자율 배식해서 먹습니다.” 라는 소대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쌈을 싸던 모습 그대로 화색이 되선 “알겠습니다!”를 우렁차게 외치는 혜리를 보며 배가 아프게 웃어댔다.

 

혜리 무장해제 신공의 정점을 찍은 것은 훈련소 퇴소를 앞둔 작별인사의 시간이었다.

 

 

 

냉정하고 엄격했지만 그 침착한 와중에도 숨길 수 없었던 소대장의 크나큰 사랑과 배려. 훈련병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활약을 기억해서 상처까지 어루만져주는 어머니 같은 사랑에 울음을 터뜨린 혜리는 터미네이터 분대장이 등장하고 웃음이 터진 분위기에서도 홀로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이고 있었다.

 

“7번 후보생.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수고하셨…” “말 바로 합니다!”  “수고하셨…” “울음 그칩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음에 뒤섞여 웅얼거리는 혜리를 끝까지 냉정하게 대하자 처음으로 터져버린 혜리의 앙탈. 혜리는 분명 훈련을 받는 내내 꾀쟁이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헤어지는 순간만큼은 정든 사람들과 사무적인 태도로 작별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울음 그칩니다!”는 한마디가 야속했던지 “이이잉.”하고 앙탈을 부리며 도리도리 고개를 흔드는 찐빵 같은 혜리가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사람이 아닐 거야…싶게 냉정하기 그지없었던 터미네이터 분대장의 심장 또한 녹아버렸다. 혜리의 폭풍 애교에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차가운 남자 분대장의 싱그러운 미소라니.

 

방송이 끝나고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이지만, 사실 이것 이상으로 내가 큰 감명을 받은 막내 혜리와 선임의 교감은 따로 있었다. 선착순 달리기에서 마음이 급했던 에너자이저 혜리가 크게 넘어진 순간, 충격을 받은 소대장의 얼굴. 상황이 마무리 되었음에도 아직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던 것인지 군모의 턱 끈을 제대로 매지 못해 시간을 끌고 있었던 혜리.

 

 

 

“언제까지 시간 끌 겁니까!” 벼락같은 소대장의 호령이 떨어지고 혜리는 물론 분대장 또한 긴장한 일촉즉발의 순간에 무슨 큰 사단이라도 낼 것처럼 저벅저벅 걸어와 혜리에게 내밀어진 손은 그녀를 야단하는 것이 아니라 턱 끈을 메어주는 자상함과 배려였다. “소대장은 원래 절대로 해주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한 마디 덧붙였지만 다정한 손길만큼은 매정하지 않아 혜리를 놀라게 했다.

 

 

놀란 토끼 같은 눈을 하고 소대장을 올려다보는 혜리의 천진한 얼굴이 마치 영화 같아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다. 훈련의 고통은 견딜 수 있어도 교감 없는 고독만큼은 버티기 어려운 군대라는 공간. 무엇보다 인간군상의 다양한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이곳에서 누군가는 호평 받았고 누군가는 비난 받았지만, 그럼에도 누구 하나 겹치지 않은 캐릭터를 제대로 소개해낸 진짜 사나이 – 여군 체험 특집 1탄은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인간 비타민 혜리의 무장해제 비기, 체력을 뛰어넘은 정신력으로 영화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는 리얼 히어로, 김소연과 비난으로 초석을 다진 그녀였기에 오히려 차후의 성장으로 안겨줄 드라마가 더 기대되는 맹승지의 활약에 가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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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김구라 아내를 험담할 수밖에 없는 애절한 사연

김구라의 끊임없는 아내 험담 이유가 공개됐다. 그는 최근 본인이 출연중인 예능 프로그램, 매직아이와 음담패설을 통해 누워서 침 뱉기라는 아내 험담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김구라는 자신의 대표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를 통해 시시때때로 아내가 재산을 까먹은 사연을 꺼내어 비난을 받았다.

 

 

 

 

 

이날 음담패설의 주제는 ‘불편한 도발, 스타의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저변 깊숙한 가족의 치부라 그에게 득될 것 없어보였던 아내 부채 이야기가 김구라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요즘 제가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희 집사람이 보증을 섰다. 가정사를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노이즈 마케팅일 수도 있죠. 그래도 언급을 하는 이유는 제가 너무 화가 나가지고 못 견딜 것 같아서.”

 

 

 

한 손에 촛불을 든 경건한 폼으로 조심스럽게 꺼낸 말치고는 너무나 직설 화법이라 순간 스튜디오엔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장난 같았던 김구라의 투박한 속내는 안쓰러울 만큼 진심이었다. 말을 하지 않고서는 속에 열이 가득 차있고 누가 내 사정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슬픈 가족사를 들춰낸다는 거였다.

 

독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김구라에게는 뜻밖의 양면이 있다. 바로 더할 나위 없이 가정적인 연예계의 소문난 애처가라는 것. 지향하는 이미지로만 봐서는 가부장적인 폭군이 연상되는 김구라가 뜻밖에 아내를 이해하는 열린 시각의 애처가라는 사실이 쉽사리 공감이 되지 않았었다. 이미지 관리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삐딱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이전 프로그램 ‘택시’에서 개그맨 박준형-김지혜 부부의 카운슬링을 해주던 그가 박준형을 비롯한 이땅의 어리석은 남편들을 향해 내뱉은 충고를 들으며 고집스러운 편견이 깨졌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관념의 남편 때문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아내 김지혜를 도무지 이해 못하는 그가 “내가 무슨 도박을 했어~” 하고 푸념을 늘어놓자 김구라는 날카로운 직언으로 그의 말을 잘라 끊었다.

 

“박준형 씨. 제일 못난 소리가 내가 어디 가서 도박을 했어. 뭘 했어. 나한테 왜 이래?!”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을 참았다 해서 내가 좋은 남편이라고 위안하는 이 땅의 남자들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자신의 체험이 아닌 이미지 관리에선 나올 수 없는 가치관이었다.

 

 

언젠가 김구라는 오래 전 라디오스타의 멤버 유세윤이 우울증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자 그의 가족 또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는 용기 있는 고백으로 후배를 위로하기도 했다. 가족의 아픔을 쉬쉬하며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구라에는 가정의 불화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적극적이었다.

 

 

 

그는 최근 ‘매직아이’에서 또 다른 관점의 빚보증 언급 이유를 들춰냈다. 비록 라디오스타에서 아내를 힐난하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본인의 무관심과 무지 또한 큰 잘못이라며 죄책감을 느낀다는 김구라는 “아내와 함께하는 작고 기본적인 것들을 생각하지 못해 이 사단이 일어났다.”고 반성했다. 그는 가정의 치부를 쉬쉬하며 묻어두지 않고 솔직하게 대중 앞에 털어놓았다. 현재 문제가 많지만 서로 손을 잡고 이 문제를 극복중이라는 김구라.

 

 

가정에 불화가 생겼을 때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심리 치료를 받자며 신경정신과로 향한다는 이야기를 이토록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남편이 몇이나 될까. 아내의 빚보증 사건은 조금씩 쌓여가던 가정의 질환들이 비로소 불거져 나와 그를 방심에서 일깨워준 SOS 신호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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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 꺄르르 꺄르르 꺄르르 초록의 대지를 달리는 알프스 소녀의 하이디처럼, 스무 살 새내기의 청춘을 만천하에 흩뿌리며 순정만화 오프닝과 같이 앙증맞게 뛰쳐나오는 소녀. 그 맑고 고운 웃음소리만큼은 이온 음료 광고의 모델 같아서 청량하기 그지없다.

 

 

 

 

소녀는 귀퉁이에 앉아 한 몸처럼 기타를 붙이고 늘 같은 구간의 멜로디를 반복하는 ‘선배’를 불러본다. 하지만 매사 심드렁하다가 소녀의 구애를 거절하는 일에만 다급해지는 이 얄미운 선배는 첫사랑의 심벌이 되고 싶어 하는 자칭 ‘개대여신 이수지’의 마음을 몰라줘 애태우는데.

 

 

 

79년생 정명훈과 85년생 이수지. 실제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이 남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선배, 선배!’ 선배라고 나지막하게 부르면 시큰둥하기 짝이 없어 결국, 목청을 높여 ‘선배!’라고 악을 쓰고야 마는 수지와 청순한 그녀를 화나게 하는 남자 명훈 선배의 능청맞음을 그대로 코너명에 담았다.

 

이 코너는 몇 년 전 첫사랑 신드롬을 파생했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패러디다. 이 영화를 통해 첫사랑의 심벌이 된 가수 겸 배우 수지를 또 하나의 수지가 연기한다는 사실부터가 웃음이 나는 개그 소재다.

 

 

 

꿈속에서 사는 여자 수지는 마음만큼은 캠퍼스의 여신이며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이다. 나풀나풀한 원피스를 입고 웃으면서 달려 나오다 관객들의 시선에 겁에 질린 듯 멈춰 서서는 소리를 지르는 그녀. “아니에요! 아니에요! 나 요정 아니에요. 나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이라고요.” 그리고 잔뜩 자신의 미모에 도취되어서는 맑고 영롱한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린다. “꺄르르 꺄르르”

 

개그 코너는 그 시대의 세태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개그콘서트의 코너 대부분은 무시 못 할 비중의 극단적 여성 혐오와 외모 비하 개그로 채워져 있다. 안타까운 것은 여자 개그맨들 또한 적극적으로 그 추세를 따라주고 있다는 점이다.

 

 

 

“수지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넌 못 생긴 게 아니라 아름다운 오징어라고 생각하면 돼.” 급기야 수지를 울리고야 마는, 마이너스 백 점짜리 명훈 선배와 수지의 고백을 듣지 않으려고 꽹과리와 몸부림을 동시에 치는 근지 선배의 진저리로 웃음을 주는 ‘선배, 선배!’는 분명 외모 비하 개그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뜻밖에 선배, 선배!는 위화감이 없다. 여자 개그맨의 외모를 비웃는 남자 개그맨이나 자학중인 그녀들을 보며 따라 웃다가 무언가 몹쓸 짓을 하는 느낌에 인상을 쓰게 되는 거북함이 없다. 그것은 딱히 콘텐츠랄 것 없이 그저 사람의 외모를 비웃고 따돌리는 한정된 소재에서 머무는 기존의 코너와는 달리 독자적인 아이디어와 빛나는 연기력이 이 코너의 완성도를 ‘외모 비하 개그’ 이상의 것으로 상승 시켰기 때문이다.

 

 

선배, 선배!에서 빛나는 것은 무엇보다 반짝반짝거리는 이수지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이미 전작 황해에서부터 걸출한 연기력으로 재능을 증명했던 그녀였다. 능청맞게 신입이를 조련하던 보이스피싱 조선족 아줌마가 어쩜 이리 앙증맞고 청량한 스무 살의 캠퍼스 여신을 완벽 묘사 해낼 수 있는지 매회 감탄이 나올 따름이다.

 

이수지는 특히 목소리에서 울리는 존재감이 탁월하다. 적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수지의 원맨쇼로 때우는 이 코너를 상기하면 그녀의 존재감과 걸출한 연기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낯 뜨거울지도 모르는 대사를 참으로 능청맞게 연기하는 그녀가 이제는 정말 개대 여신 이수지 같아 귀엽기까지 하다.

 

 

독자적인 콘텐츠를 가진 이 코너는 디테일 또한 감탄이 나올 만큼 잘 구성되어 있는데 스무 살 수지가 아이유에 빙의 되어 소담하게 부르는 러브송, ‘너의 의미’는 선곡부터가 탁월했다. 바로 정명훈의 “아이고. 의미 없다.”에 되받아쳐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네 모든 것이 내겐 커다란 의미라는 수지의 고백을 명훈 선배는 “수지야. 속으로 불러줄 수 있겠니.”라고 날려 보낸다.

 

 

잘생긴 얼굴에 실없는 행동을 해서 큰 웃음을 주는 정명훈의 진가가 모처럼 빛나는 코너이기도 하다. 복학생 패션으로 잔뜩 멋을 내고 기타를 들고 앉아 똑같은 멜로디를 구간 반복하는 그. “또 또하-” 그가 무슨 곡을 연주하고 있는가를 알고 나면 더 큰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데 바로 김광석의 명곡 ‘서른 즈음에’를 그는 매일 리플레이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외모 비하 개그의 윤리적 문제는 따로 논의되어야겠지만 개그 콘서트 내에서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그저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것 외엔 별다른 콘텐츠도 희소가치도 없는 여자 개그맨들의 한정된 영역이었다. 걸그룹 수지와 개그맨 수지의 역설적 건축학개론. 소재부터가 외모 비하 개그일지도 모를 이 코너가 가치를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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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오상진 굴욕 영상 엄친아의 반전 매력

화려한 싱글 특집으로 구성된 359회의 해피투게더는 뜻밖의 ‘진기한 장면’을 적잖게 볼 수 있는 회였다. 포맷이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하기 선뜻 겁이 난다는 신성우가 연예인 절친 김광규의 폭로전에 휘말려 그답지 않게 앙탈을 부리는 장면이라던가.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만들었던 김광규에게 장난을 걸던 유재석이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습니다.”라는 한마디에 무장해제 되어 끊임없이 사과를 하던 모습.

 

 

 

방송계의 냉동 인간 박준형. 쉰을 넘겼다더라, 미국에서 환갑잔치를 했다더라 하는 무성한 소문 앞에 드디어 밝힌 그의 나이 올해 나이 46세, 1969년생의 쭈니형. 요즘 우리 결혼했어요 보다 더 재미난 가상 결혼 체험 ‘님과 함께’에서 박준금과 파트너를 맞은 지상렬에게 수중 키스에 대한 집중 폭격이 쏟아지자 특유의 횡설수설 단어 개그로 배꼽을 잡게 하는 그. “내 입술이 내비게이션이야.”“아니. 내가 내 장기(입술)을 쓴다는데.”

 

그중에서도 오상진은 끄트머리에 앉아 희미하게 웃기만 하는 조용한 게스트였다. 박미선이 직접 가장자리에 얌전하게 앉아 계시는 분으로 소개했을 만치. 하지만 거의 존재감이 없다시피 했던 오상진이 느닷없이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뭐 캐낼 것이 없나 싶어 던져봤던 취미 생활 질문에 최근 아프리카 봉사활동 다녀왔다는 얘기를 참 얌전한 얼굴로 담담히 말하는 오상진. “빈틈이 없다. 빈틈이 없어.” 패널들의 야유가 쏟아지고 박미선과 유재석은 기함을 했다. “아니 어쩜 그렇게 취미 생활까지 반~~듯할 수가 있어요.” “취미 생활도 그렇게. 아이.”

 

 

 

잘못한 것도 없이 미안함을 느낀 오상진이 난 너무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반성했고 그런 그를 두고 전체적인 삶이 빈틈없는 모범생이라고 또 하나의 연예계 수도자 유재석이 공인 KS마크를 찍어주었다. 인생 살아오면서 가장 나쁜 짓했던 경험이 무어냐고 물으니 수능 100일 전 100일 주를 많이 마셨다는 일이라고 큰맘 먹고 밝히듯 꺼내놓는 오상진은 그야말로 나쁜짓마저 고리타분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토록 성실하고 똑 부러지는 엄친아 오상진에게서 뜻밖의 반전 매력이 들통났다. 그는 의도치 않은 해피투게더의 히어로가 되었다. 지난주부터 해피투게더에 투입된 새 멤버 김신영과 조세호의 데칼코마니, 비밀을 밝혀내는 시간이 상진을 뜨끔하게 했다. ‘베일에 감춰진 상진의 리얼 취미 전격 공개’ ‘모범생 코스프레는 이제 그만’ 자극적인 소개와 함께 공개된 녹화 영상에서 우리는 엄친아 오상진의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해당 화면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종방연 현장이었다. 차문이 열리고 무언가를 끌어안은 손으로 참 다소곳하게 내려오는 오상진. 오면 안 될 곳에 초대 받아 황송한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주눅이 들어있는 태도에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숨겨진 예능 자막 공신 해피투게더의 깨알 자막이 나를 웃긴다. ‘흡사 목회자처럼 등장’

 

 

 

존재만으로도 스튜디오와 시청자를 웃긴 오상진 굴욕 영상의 진가는 이 다음이었다. 기자들이 둘러싼 종방연 입구 앞에서 현관이 아닌 안내 휘장을 뚫고 들어가는 오상진의 황당한 행동. 몇몇 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리고 그를 붙잡을 만큼 애처롭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자리에 앉은 이들을 질투 나게 할 만큼 지나치게 깍듯한 모습으로 엄친아의 면모를 잔뜩 뽐내던 오상진이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황당한 행동을 하니 스튜디오는 발칵 뒤집어 질 수밖에 없었다. 오열하는 박미선과 다시 그 장면을 살펴보는 유재석.

 

 

 

웃기면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날 오상진의 기이한 행동은 몰려든 관심을 어찌할 줄 몰랐던 35세 순진한 청년의 수줍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주연 배우의 전달로 비밀리에 진행되리라 믿었던 종방연 현장. 덕분에 안심을 하고 출연진들과 찍은 사진까지 인화해서 손에 들고 내렸던 오상진은 구름처럼 몰려든 취재진의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가갈 수 없는 엄친아의 상진 오상진이 마치 낯가림으로 엄마 치마폭에 숨는 어린애처럼 숨어드는 모습은 사뭇 귀엽기까지 했다. 기발한 사람들 사이에서 맥을 못 추던 모범생 이상진은 이날의 굴욕 영상으로 푸짐하게 분량을 챙겼음은 물론 해피투게더 역사상 처음인 파격적 엔딩을 장식하기도 했다.

 

 

“저희가 보통 ‘시청자 여러분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요렇게 인사를 드리잖아요. 오늘은 특이하게 스포츠 뉴스에 보면 마지막 ‘오늘의 하이라이트!’ 하고 방송 속의 마지막 장면이 나가잖아요. 오늘은 오상진 씨의 영상으로 마지막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방송된 오상진 굴욕 영상. 무려 세 번째 보는 화면임에도 그것은 여전히 스튜디오를 뒤집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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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박은지 김영희 기싸움 전략인가 돌발사고인가

큰 소란 없이 조용조용하게 가냘픈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던 KBS 2TV ‘인간의 조건’이 보기 드물게 시청자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여느 연예가 이슈가 그렇듯이 좋은 이유로 화제가 된 것은 아니다.

 

 

 

 

그 코드는 인간의 조건을 닮은 성찰이나 철학 혹은 21세기 예능의 대세 조건이 되어버린 ‘감동’이나 ‘힐링’ 등의 아름다운 감정이 아니다. “(박은지는) 직접 보니 실물이 별로다.” “여자들이 진짜 싫어하는 타입이다.” ‘박은지-김영희 기싸움’이라는 키워드가 인간의 조건을 주목하게 한 이유였다.

 

 

 

9일 새 멤버를 소개 받은 인간의 조건 팀은 장난처럼 냉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 개그맨 군단으로 ‘KBS판 무한걸스’처럼 친목을 다지고 있었던 그녀들에게 걸그룹의 멤버 윤보미나 미녀 기상캐스터 박은지의 등장은 분열을 도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문이 열렸는데 왜 벨을 눌러?”(김영희) “약한척하지 말아주실래요?” 격한 환영 인사는커녕 냉랭하기 짝이 없는 김숙, 김영희, 박지민의 반응에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민망함에 몸부림치던 박은지. 너른 소파에 불편하게 쭈그려 앉아 사과를 씹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처량 맞아 보였다.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윤보미야 워낙에 어린 나이와 걸그룹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애초에 우리와 분류와 다르다고 미뤄버린 것인지는 몰라도, 그 기묘한 기싸움의 포지션은 오로지 박은지 혼자서만 떠맡아야 했다.

 

 

 

어느 심리학책 표지를 장식한다는 ‘여자들만 아는 여자들의 공격적인 표정’처럼 대놓고 물고 뜯고 할퀴지는 않아도 “저 분위기는 여자들만 알지.” 싶은 기묘한 기싸움의 분위기가 폭풍 전야처럼 그녀 주변을 할퀴어댔다. 저러다 터지겠다 싶었을 즈음 옆구리 콕콕 찔러서 튀어나온 잔다르크처럼 막말을 하며 대놓고 싸워보자고 덤벼드는 김영희의 솔직함이 차라리 속 시원했다. 아마 박은지 또한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이날 김영희는 좀 너무한다 싶을 만큼 줄곧 박은지를 괴롭혀댔다. 기사는 두 여자의 기가 팽팽하게 맞붙은 것처럼 소개되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박은지는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것이고 김영희가 그 주변을 뱅뱅 맴돌며 집요하게 시비를 걸어대고 있었다. “그럼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되는데?” 이 날의 주제였던 ‘피부&탈모 정복하기’를 전해들은 박은지의 염려가 무색하게 김영희가 건넨 기싸움은 마치 무차별 미션과도 같았다. 피부와 탈모의 적이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녀.

 

“내가 봤을 때 너보다 내가 더 예쁜 것 같거든.” 귀여운 막내 윤보미의 분량을 만들어주기 위함인지 에이핑크 외모 서열 순위를 묻는 김숙. “조금 있다 우리도 할 거야.”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치 김영희는 준비해놓은 무기를 쏘는 것처럼 느닷없이 박은지를 공격했다. “내가 봤을 때 너보다 내가 더 예쁜 것 같거든.” 그 말에 사람 좋게 웃으며 김영희의 어깨를 감싸는 큰 키의 여신이 고마웠던지 자막 또한 ‘이정도 장난쯤이야.’라고 포장되었다.

 

 

 

“내 밑에 영희, 은지, 숙 선배 있어.” 동료의 장난을 받아쳐주면서도 나름 새 멤버를 배려한답시고 박은지의 체면을 세워주는 김신영. “일단 내 밑에 은지 있어!” 비슷한 종류의 장난이었지만 김신영의 말투는 오히려 김태희보다 내가 더 예뻐! 같은 박은지의 기를 살려주는 뉘앙스라 불쾌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난을 가장한 김신영의 배려와 박은지의 너그러움에도 김영희의 공격은 멈출 줄을 몰랐다. “아니, 내 밑에 김신영, 숙 선배, 박은지 있다.” 얄밉게 주변을 두리번대며 진짜처럼 던진 디스에 맞받아칠 경황도 못되는 듯 어안이 벙벙해진 박은지. 이만큼만 해도 장난의 범위를 넘어섰는데 그 뒤에 한마디 더 덧붙이는 김영희의 못된 말버릇. “너는 TV에서 보니까 예쁜데 직접 보니까 별로야.” 돌고래 소리를 내며 ‘두고 보자. 김영희.’하고 이를 가는 박은지.

 

 

 

급기야 그녀가 매트를 깔고 요가를 시작하자 개그맨들의 시기와 질투는 절정에 달했다. 기존 멤버들이 다소 구차한 방식으로 미용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을 때 박은지는 늘씬늘씬한 몸매를 한껏 자랑하는 탈모 방지 요가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쟤 또 혼자 얘기하는 거야?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라는 김숙의 의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치 개선장군처럼 쫓아나간 김영희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한껏 야유했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스타일인거 알지?” “언니! 다 들리거든요. 여기까지!” 김숙과 김영희의 야유에 박은지가 항변을 하자 “들리면 고만하지. 계속하네~” 라고 끝까지 토를 다는 김영희.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가는 그녀의 연속 디스에 박은지는 몰라도, 적어도 시청자는 단단히 뿔이 났다. 방송이 끝나고 인간의 조건 게시판은 온통 김영희를 성토하는 글로 들끓었으니까.

 

 

 

박은지가 하는 말마다 태클을 걸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김영희의 태도는 분명 불편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방송을 보면서 내내 리얼리티 쇼가 아닌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두 사람의 쇼를 감상했다. 마치 시트콤처럼 포지션을 맡은 두 사람의 캐릭터에 기시감이 느껴져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크게 활약하는 여자 개그맨의 트랜드는 미녀VS여자개그맨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1박2일의 비키니 미녀 논란, 미녀 배우에게 펀치를 날리는 캐릭터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국주. 별다른 콘텐츠 없이 그저 본인의 외모를 헐뜯는 개그에만 집착하는 여자 개그맨들의 자학 개그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이 시점에, 외모 공격을 받는 그녀들이 한발 더 나아가서 미녀들의 외모를 깎아내리고 공격하는 것이 일종의 트랜드가 되어버렸다.

 

 

 

아웅다웅하는 김영희와 박은지를 두고 김신영은 마치 불길한 예언자처럼 두 사람의 미래를 장담했다. “내가 장담하는데 인간의 조건할 때 박은지랑 김영희랑 진짜 머리채 잡고 싸운다.” 그리고 마치 짠 것처럼 프로그램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앞서 방영된 인간의 조건 다음 회의 예고에서 정말이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두 사람. 아니 싸운다기보다 역시 박은지 혼자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는 수준이었지만.

 

‘점점 심해지는 신경전’이라는 자막처럼 박은지는 김영희에게 항변을 하고 김영희는 박은지의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순둥이 같은 박은지는 머리채를 잡기는커녕 멱살을 잡힌 채 김영희의 머리칼을 가지런히 정돈해준다.

 

 

 

심지어 제작진은 두 사람을 서로의 스파링 파트너로 붙여 권투 시합을 하게 만들었다. 아마 잔뜩 과장되었지만 치열하게 몸을 부딪치는 두 사람과 깜짝 놀란 막내 보미의 얼굴, 쭈그려 앉아 눈물을 닦는 박은지의 모습에 네티즌은 맹렬히 김영희를 비난했다. 나는 제작진이 대중의 이런 반응에 당황해할지 아니면 환호할지가 궁금해졌다.

 

텃세와 따돌림은 최근 일련의 사건과 더불어 대중을 진저리치게 하는 것들이다. 아직 적응도 채 되지 않은 신입 멤버를 괴롭히고 따돌리려 하는 김영희의 태도는 분명 ‘기싸움’이라고 명명될 만한 것이며 거북하고 볼썽사납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크게 부풀려 묘사하는 자막이나 편집 등이 없었다면 이게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사안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내게 비춰진 박은지를 대하는 김영희의 마음이란, 어색한 포즈로 쇼파에 앉은 그녀에게 가장 먼저 친근한 스킨십을 하며 다정하게 말을 걸다가 까르르 웃어 제치는 김영희의 살가움이었다. 물론 그 장면은 자막으로 강조 되지도 카메라가 제대로 초점을 맞추어주지도 않은, 제작진에게는 잉여 장면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조건은 구설이 거의 없는 프로그램이다. 우아한 제목만큼이나 철학자의 성찰을 닮은 이 프로그램은 주제 의식부터가 명확하다. 마치 전래동화처럼 이 프로그램의 에피소드는 매회 교훈을 안기고 떠난다. 주말 예능 중 드물게 논란이 적은 참 착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대중의 이목을 거의 끌지 못하는 착한 예능의 한계가 제작진을 다소 초조하게 만들었나 보다.

 

매회 ‘없이 살기’라는 미션에 무소유를 철학으로 깔고 가는 이 프로그램에서조차 리얼리티 쇼의 필요악인 마녀 만들기란 덜어낼 수 없는 욕심이었나 싶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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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3 육지담 논란 마음을 울린 대선배 타블로의 충고와 양심

 

 

 

 

 

힙합밀당녀 육지담은 쇼미더머니3의 천사일까? 아니면 악마일까?

“회사와 밀당을 하는 나, 힙합 밀당남. 몰라. 나도 그냥 마음대로 올릴 거야.” 래퍼 산이(San E)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신곡 ‘바디랭귀지’의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면서 쇼미더머니3(Show Me The Money3)의 출연자 육지담의 즉흥 랩을 패러디해 화제다.

 

 

 

육지담과 산이는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3에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동시 출연중인 고정 멤버다. 이날 육지담은 “육지담!”이라는 호명에 자축을 하듯 자진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잔다르크처럼 모자를 뒤집어쓰고 문을 나섰다. 갖은 논란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은 자신감만큼은 래퍼의 면모에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저는 누구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저를 무시했던 모든 분에게 여고생의 패기를 보여드릴 거예요.” 호언장담하고 등장한 육지담은 무대 위에 서서 “안녕하세요. 저는 십팔!(18) 살인 육지담입니다.” 라는 당당한 인사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뒤를 이은 육지담의 디스 같은 폭로전에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사실 현역 래퍼들도 많으시고 랩을 하신 분도 많단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어리고 경력도 1년도 안 되니까 되게 조금 약간 무시하는 게 있어요. 그걸 이겨 낼 거예요. 제가 여기서 증명을 할 테니까! 여러분들이 증명이 된 것 같으면 소리와 환호를 마음껏 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넘치는 자신감이 불안을 감추기 위한 그녀의 위장이었을까. 첫 소절 만에 무너진 육지담은 웅얼거리는 리액션으로 비어버린 가사를 대체했다. 언론은 이 에피소드를 가사를 잊어버린 실수라 명명했으나 실상은 가사 뿐만이 아닌 터져 나온 불안감에서 비롯된 패닉 상태로 보였다.

 

 

 

래퍼가 수습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비트. 휘두르던 손을 어디 둘지 몰라 멎어버린 관객의 팔. 이 얼토당토않은 분위기에서 육지담은 “제가 많이 틀렸는데 마지막으로 무반주로 하겠습니다.” 라고 떠난 비트를 붙잡았다.

 

“비트와 밀당을 하는 나! 힙합 밀당녀.” 사면을 구하며 프리스타일 랩을 헌사하는 과정에서도 육지담은 헤매고 불안정했다. 한 소절 입을 떼면 머뭇거리고 다시 한 소절을 겨우 마무리하는 수준이었다. “밀당녀. 밀당녀.” 심판자이자 또한 참가자의 스승 같은 입지를 가진 심사위원들은 목불인견이라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심사위원의 평가 포기 상태를 나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녀가 “나는 이 무대 위해 밤새웠지. 계속 밤새웠지. 그리고 오늘 또 밤새고 나는 증명했지.” 시들어버린 나는 증명했지이- 에서는 정말 TV로 볼 뿐인 나조차도 고개를 들 수가 없었으니까.

 

가까스로 “내 이름이 뭐라고?”를 외치는 육지담을 위로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 증명이 된 것 같으면 소리와 환호를 마음껏 질러달라고 부탁했던 육지담은 ‘맛없으면 돈 안 받습니다.’가 무색한 엉터리 쉐프의 심정이 되었다.

 

 

 

객석의 차가운 반응만큼이나 쏟아지는 심사위원들의 독설은 얼음장과도 같았다. “꼴등이겠다. 바로 견적이 나오니까.” 도끼는 낙담했고 산이와 스윙스는 그 이상의 혹평에 조소를 실었다. “지담이는 무조건 탈락이에요. 무조건 (팀 내) 3등이고 무조건 꼴등인데.”라는 산이의 순수를 비웃듯 호언장담하는 스윙스의 예언. “근데 이러고 꼴등 안 한다? 잘 봐.”

 

“그러면 진짜…” 터무니없다는 산이의 분노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라는 타블로의 앞선 위로가 허망하게 육지담은 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12명의 래퍼지원자들 사이의 9등으로 꼴등을 벗어났다. 숱한 논란과 가사를 통째로 잃어버려 무대를 망쳐버린 실력 차이에도 9등이라는 놀라운 결과로 탈락을 면한 육지담에게 이번엔 관객의 패닉이 쏟아졌다. 심지어 실력이 아닌 얼굴을 보고 뽑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석연치 않게 여고생의 패기를 증명하게 된 육지담의 승리가 마냥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를 달래고 또한 분노하는 선배 래퍼들의 계산되지 않은 순수는 내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 열여덟이라는 나이가 가여울 만큼 실력이 아닌 논란으로만 대중의 이목을 끄는 까마득한 후배 육지담을 향한 대선배 타블로의 충고와 권고는 눈물겨울 만큼 순수하기 짝이 없었다.

 

육지담의 실패한 무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사를 통째로 잃어버린 그녀보다 더 망연자실한 얼굴을 한 타블로였다. 그는 마치 나정이처럼 모자를 반듯하게 돌려쓰고 울 것 같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육지담을 향해 위로와 충고를 동시에 권했다. “끝까지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건 좋아. 근데,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당돌한 여고생 육지담은 유일한 여고생의 신분과 공격적인 랩핑, 그리고 육지담 일진 논란과 표절 논란, 실력 논란 등 갖은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쇼미더머니3의 핵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이 육지담의 부적절한 논란이야말로 쇼미더머니 시즌3의 유일한 흥밋거리라는 점이다. 방송이 끝나면 남는 것은 온통 육지담의 연관 검색어들뿐이다. 심지어 산이는 방송 내에서는 그녀를 독설하고 방송 밖에서는 그녀를 디스하여 앨범의 홍보 문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리얼리티 쇼, 그중에서도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바로 마녀의 존재 유무다. 시청자가 한 마음 한뜻을 모아 타도할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에 따라 그 프로그램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육지담의 존재는 민폐를 가장한 쇼미더머니3의 수호천사라고 해도 다름이 아니다.

 

육지담은 분명 이 프로그램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우리가 수차례 보아왔던 리얼리티 쇼에서 얻은 닳고 닳은 경험이 선사한 스포일러다. 그러나 시청자의 야유를 받는 그녀의 존재가 또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하는 자극제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밀어내고 싶으면서도 또한 그녀 때문에 프로그램을 보게 하는, 육지담은 분명 ‘힙합밀당녀’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계산속의 논리다. 이 프로그램을 순수한 대결의 장이라고 생각하고 참가했을 지원자들을 차치하고 파티가 끝난 이후에도 ‘마녀’로 남아버릴 육지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런 지속된 논란에서 대중의 등을 돌리며 살아남는 그녀의 행운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더군다나 육지담은 타블로에 의해 선택된 사람이다. 타블로와 마스타우의 독설에 육지담의 멘토 허인창은 ‘충격 받아 멘붕에 상처 받은 애를 토닥여주진 못할망정 시침 뚝 떼고 같이 손가락질하네.’라고 분노했다. 어찌 보면 발 빼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의 부족한 실력이 뻔히 보이는데도 본인이 뽑아 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적절한 지지를 유지하다 시청자의 분노를 샀던 지난 심사위원들의 사례를 상기하면 타블로의 발 빼기는 오히려 래퍼의 양심으로 비추어진다.

 

 

 

"지담아. 네가 9위야. 지담이 대단한데? 랩을 안 하고도 기리보이를 이겼네."

 

육지담의 그러고도 9위. 그리고 탈락한 기리보이를 놓고 타블로가 던진 뼈아픈 독설은 다정한 말투에 실은 비아냥이라 더 냉혹했다. 육지담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소 매정하리만큼 잔혹했던 타블로의 비난은 분명 그녀에게 필요한 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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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준 이하의 무대를 보여준 비아이와 육지담을 싸고돌지 않고 강하게 성토한 타블로의 태도는 분명, 닥터콜님 말씀대로 '양심'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결국 이 모든 것의 원죄는 실력이 안된다는걸알면서도 고집을 밀어붙인 타블로와 마스타우에게 있으니..완전히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을 듯 싶네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저질 실력의 연습생 비아이가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던 올티를 제치고 본경연에 올라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으니.. 타블로 본인 입장에선 통렬하게 반성해야할 대목이 아닌가 싶네요.

  • 육지담 방송보고,,,제가 다 이불킥을 했네요...

    그리고 비아이는 제발 완창좀했으면 좋겠구요

    한번을 제대로 못해;;;

  • 심사위원들이 비판을 안했으면 시청자 분들의 비난이 더 거셋겠죠?

힐링캠프 신애라 대중의 공개 입양 선입견 깨뜨린 모성애

힐링캠프 3주년 기념으로 출연한 탤런트 신애라는 섭외 보람이 있을 것 같은 알찬 출연자였다. 그녀는 시청자가 신애라라는 인간에게 갖는 모든 의문을 한 자리에서 풀었다.

 

40대의 여배우, 스타 차인표의 아내, 천사 부부로 불리는 오랜 선행의 동기와 마음가짐, 그리고 가슴으로 낳은 아이와 배로 낳은 아이를 동시에 가진 어머니 신애라.

 

그중에서도 이경규의 질문으로 보다 심도 깊게 파고들어 간 입양한 두 딸을 향한 신애라의 모성애는 어느 토크쇼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심오함이 있었다. 그것은 입양을 향한 시청자의 선입견을 무장해제 시키는 진심어린 한마디였다.

 

 

 

두 딸의 애교어린 동영상을 VTR 화면으로 지켜보던 신애라는 피비게이츠가 아니라 맥라이언을 닮아있었다. 코를 찡긋하며 웃는 신애라의 얼굴이 어찌나 행복하고 뿌듯해보이던지. 사실 그 표정 하나만으로 그녀의 모성애를 의심할 까닭은 없어보였지만, 이경규는 굳이 아픈 질문 하나를 던졌다.

 

“궁금해서 묻고 싶은 게 뭐냐면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는데 배가 아파서 낳은 자식하고 가슴으로 낳은 자식하고 사랑의 정도. 정말 차이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똑같습니까?

 

 

 

사실 무례하다면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공개 입양이 낯설고 혈연을 중시하는 정서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입양이라는 사실이 아이에게나 그 부모에게나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해서 마치 치부처럼 쉬쉬해주는 것이 우리의 정서였기 때문에.

 

하지만 톡 까놓고 말해서 이경규의 질문은 그 자신의 궁금증이 아니라 시청자가 가진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공개적으로 까발려놓고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이경규 혼자만의 궁금증이었다면 굳이 토크쇼라는 형식을 빌려 물어볼 필요도 없다. 차인표 부부와 친분이 이는 이경규가 사적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그만이 아니었겠는가.

 

 

 

마디로 총대를 대신 메어준 이경규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가진 공개 입양에 대한 선입견이 얼마나 부끄럽고 낡아빠진 사상이었는가를 상기하게 된다. 신애라는 이경규의 질문에 당황하지도 불쾌해하지도 않았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오히려 시청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물었다.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가 과연 똑같이 사랑스러울까?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죠?

 

 

 

그리고 신애라는 대답한다. “정말 똑같아요.”라고. “(입양은) 요만큼도 칭찬받을 일이 아니에요. 왜냐면 정말 나만 좋은 일이에요. 배하나 안 아프고 이렇게 예쁜 딸이 생겼으니까. 진짜 똑같아요.”

 

 

입양 사실을 무작정 아이의 치부나 상처로 치부해버리고 아이에게 철저히 입양 사실을 숨기는 한국 정서를 배반하고 신애라는 꿋꿋하게 아이들에게 진실을 일깨워주었다. 물론 그녀 또한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흔히 하는 표현대로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했더니 영특한 둘째 딸은 “우리 엄마는 배가 너무 쪼끄매서 가슴으로 나랑 동생을 낳고 배로 오빠를 낳았어요.” 라고 하더란다.

 

 

이러다 아이의 탄생이 마치 영적 체험처럼 변모할 우려가 있어 신애라는 차근차근히 입양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때마다 헉! 헉! 하고 놀라던 딸은 어느새 그 사실을 차근차근히 받아들인다. 어린 아이들에게 무어 그리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겠는가? 라는 생각은 신애라만큼 이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니까 나오는 제3자의 생각일 뿐이다.

 

“아무렇지 않게 어느 순간은 입양에 대해서 막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한테 막 얘기를 하는데 애기가 없대니까 '왜 입양을 안 하세요?' '저는 커서 애 낳는 게 무서워서 입양할 거예요.' 입양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그걸 제일 원했었거든요.”

 

신애라는 정말이지 낳은 아이만큼 똑같이 사랑해서 입양 사실을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 신애라가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이 아이들 스스로 입양이라는 단어를 치부처럼 여기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또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든 사람들이 행여 누군가가 나쁜 악의를 갖고 ‘야. 너 입양됐대매?’ 라고 물으면 ‘어. 나 입양됐어. 왜?’ 이렇게 되길 정말 바랐었는데. 그게 이루어진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게.”

 

 

혹여 철없는 친구의 장난에 아니면 악의적인 누군가의 괴롭힘에 “너 입양아지?” 라고 놀림 같은 공격을 당해도 그게 공격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도 없이 “응. 나 입양아 맞아. 그게 왜?”라고 묻는 천연덕스러운 태도를 그녀는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아이가 상처 받지 않길 바라는 ‘엄마 신애라’의 간절한 소원과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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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박명수 곤장2호 사과방송을 빙자한 박명수 살리기 박탈감이 느껴진다

무한도전의 멤버 박명수가 곤장2호의 주인공이 되었다. 무한도전의 곤장 시스템은 선거 특집 프로젝트 <선택 2014>에서 국민이 선택한 리더로 선출된 유재석이 당시 내세웠던 공약이다. 시청자 게시판의 말머리를 온통 ‘박명수씨!’로 덮어버렸던, 박명수의 불성실 태도가 이날의 화두로 올랐고 청문회를 통해 문초를 받은 그는 결국, 서울 시내에서 칼을 쓰고 곤장을 맞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시자, 빌게이츠는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꿈꾸는 청춘들에겐 잔혹하지만 그럼에도 필요악인 인생의 진실을 일깨워준다. “인생이란 어차피 불공평한 거다. 그 사실에 빨리 익숙해져라.” 무한도전 388회, 스피드 레이서의 마지막 이야기. 하지만 그보다 더 중심이 되어버린 박명수의 이야기,

 

 

 

무한도전 곤장 2호의 탄생. 논란이 된 박명수의 불성실 태도를 성토하는 행위마저도 비난을 죽이고 그를 동정하도록 물꼬를 틀어주는 유재석과 김태호PD를 보자 나는 생뚱맞게도 이 말을 떠올렸다. “인생이란 어차피 불공평한 거다. 그 사실에 빨리 익숙해져라.”

 

사실 지난주의 방송에서 유재석의 발언에 조금은 놀랐었다. “우리는 서포터즈가 아니라 슬리퍼즈야. 저 형은 욕먹고 나면 다음 주에는 정신 차릴 거야.” 멤버 모두가 참여하기엔 허용 인원이 모자랐기에 최악의 성적을 가진 두 사람, 박명수와 정형돈은 KSF에 출연하지 못하는 대신 출전 멤버들의 손과 발이 되는 서포터즈의 역할을 맡았다.

 

 

 

어차피 방송에 나오지 않는 연습은 멤버 개인이 따로 하는 것이라 결승 당일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날 박명수의 태도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그 단 하루의 시간마저도 시청자는 물론 유재석까지 기함하게 한 불성실 태도 때문이었다.

 

박명수는 이날 기면증에 걸린 사람처럼 계속해서 잠을 잤다. 생각해보면 참 황당한 것이 서포터즈의 역할 자체가 박명수가 이행해야 할 이날의 출연 목표이고 그 때문에 거액의 출연료를 받는 것일 텐데 일하는 도중에 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운다는 사실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의 태도는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상사의 눈치를 보며 박카스 한잔에 만족해야 하는 이 시대의 모든 샐러리맨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그래서 늘 알면서도 넘어가줬던 박명수의 불성실 태도를 이날만큼은 유독 꾸짖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시에는 슬리퍼즈라고 비아냥댔던 유재석과 무한도전이지만 결국, 그에게 사과방송을 빙자한 면죄부 방송을 개최해줬다. 청문회 형식으로 준비된 이날의 코너에서 박명수는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이유는 인기 덕분인 거죠!” “게시판 지분은 인기의 척도.” = “잦은 구설은 내 인기 덕분.” (구설에 오르는 이유를 묻는 앵커 손석희를 향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응대한 부적절 발언.)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대선 전 누구와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발언. “30초만 숨 쉴 시간을......”= 김명수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서 주목이 된 발언을 모두 패러디했다. 심지어 30초만 숨 쉴 시간을 달라고 하고 종이컵에 물을 마시던 모습에 착안. 생수병에 입을 대는 박명수의 리메이크는 그 깨알 같은 디테일에 큰 호평을 받았다.

 

 

 

아이를 혼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성난 어른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건 아이가 혼나기 전에 바삐 나서서 내가 먼저 야단을 치는 것이다. 그럼 도리어 성난 어른은 폭풍전야 같았던 분노를 가라앉히고 오히려 이 아이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혼내는 나를 두고 “좀 지나친 것 아니냐.”라고 말리기까지 할 것이다.

 

이날 무한도전의 사과 방송이 이런 계획 하에 마련되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망상일까. 의도가 어찌되었던 박명수는 박명수씨!로 가득 찼던 시청자 게시판을 “역시 명수옹!”이라는 찬사로 뒤바뀌게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박명수가 아닌 무한도전이 그랬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 섬세한 패러디를 박명수 혼자 준비했을 리 만무하고 대본이 아닌 이상 그토록 당당하게 내가 뭘 잘못했느냐 하는 태도를 보일 리가 없을 테니까.

 

 

 

무한도전이 준비한 정치인 패러디와 처참한 모습으로 곤장 맞기라는 두 개의 계획으로 박명수를 향한 논란은 씻은 듯이 사라지게 되었다. 1차의 계획으로 박명수는 역시 무한도전에 필요한 사람!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며 2차의 계획은 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동정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사과 방송은 곧 박명수 논란을 죽이는 방송이 되었다.

 

차량 반파 사고로 5개월간의 노력이 물거품 된 유재석이었다. 그럼에도 참 잘 참았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유재석이 눈물을 흘리게 된 순간은 분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실패 순간이 아니었다. 그가 울었던 것은 멤버 노홍철이 완주 실패를 하게 된 순간이었다. 대기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재석은 아무 말 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의 실패가 아닌 멤버의 완주 실패에 눈물을 흘리는 유재석. 그것은 결국, 그가 장장 5개월간 노력했던 모든 이유가 혼자만의 독주를 위함이 아닌 무한도전 멤버 전체의 승리를 위해서였음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날 주목을 받은 것은 5개월을 응축한 유재석의 눈물이 아니라 멤버들의 결승전에서 잠을 자며 한 여름의 배짱이 노릇을 했던 박명수였다.

 

 

무한도전이 끝나고 빛나는 레이싱의 마지막 이야기가 아닌 박명수로 화제가 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둘러보며 새삼 빌게이츠의 명언을 되새기게 된다. 영원의 여름처럼 서킷을 바라보던 노홍철. 안경을 벗어버리고 끅끅 소리 죽여 우는 유재석의 울음 소리.

 

그들의 여름은 그렇게 끝났다. 그렇게 최선을 다했음에도 차량 이상으로 무너지고야 말았던 2014년의 KSF. 최선을 다하지 못함이 무대의 주연 소재가 된 박명수. 인생은 불공평한 것이 맞다. 하지만 진짜 불공평함을 느끼는 것은 박명수가 유재석을 만났을 때, 유재석은 박명수를 만나게 된 이 극과극의 인복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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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하네요. 박명수가 유재석을 만났을 때 유재석은 박명수를 만나게 되었다는 극도의 불공평함 ㅎㅎㅎ

  • 유재석과 박명수를 떠나 무도와 팬에게까지 연장된 인연의 무게겠죠. 불편해도 버리자고는 차마 말하지 못할...그것이 또 길과 박명수의 차이이기도 하구요. ㅎㅎ

힐링캠프 아이유의 아름다운 대학 포기 이유 삶의 귀감이 되다

140707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140회 김창완, 아이유, 악동뮤지션편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연출 유윤재, 안재철진행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


 

 

7월 7일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손님은 김창완, 아이유, 악동뮤지션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메인 주인공인 김창완과 그를 응원하고자 조연배우를 선택한 후배 아이유의 배려, 그리고 뮤지션과 슈퍼아이돌의 정점에 선 두 대 선배에게 삶의 귀감을 듣고자 찾아온 관객 악동뮤지션이 함께한 무대였죠.

 

 

 

드물게 신디사이저가 아닌 통기타가 더 잘 어울리는 아이돌, 아이유는 언제부턴가 고독한 남자 뮤지션의 뮤즈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김창완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향수가 떠오르는 멜로디. 마치 라디오 시그널처럼 포문을 연 힐링캠프의 오프닝은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라디오스타 리즈 시절이 떠오르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넌 나한테 누구냐.” 아이유의 서글프고도 애틋한 목소리와 김창완의 담담한 읊조림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낸 두 사람의 무대, ‘너의 의미’ 산울림의 오래전 앨범을 아이유가 리메이크하기도 했었던 이 노래를 54년생의 산울림밴드 김창완과 93년생의 아이돌 아이유는 조금의 이질감 없이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연주를 펼쳐보였습니다.

 

 

 

93년생의 아이유와 54년생의 김창완. 39년. 얼추 40년의 나이차가 나는 두 사람은 신기하게도 멀어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들은 친구 같기도 하고 부녀 같기도 했으며 한편 인자한 담임선생님과 그의 우수한 제자 같기도 했죠.

 

무대 이상으로 두 사람의 호흡이 참 잘 맞는다고 느꼈던 것은 허울이 없는 솔직함이었습니다. 소위 아티스트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조금의 허세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 김창완의 직설적이면서도 푸근한 말들과 아이돌 특유의 인공적으로 훈련된 느낌 같은 것이 없는 아이유의 솔직함은 사뭇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이날 힐링캠프는 몇 개의 주제를 놓고 삼 세대의 생각과 고민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창완을 통해 아이유에게 전해져 또한 악동 뮤지션으로 마감하는 마무리가 참으로 신선하더군요. 학창 시절의 사춘기를 논하면서 아이유는 독특하게도 내겐 사춘기가 없었다는 고백을 내뱉습니다.

 

한창 예민해질 10대 중반에, 가세가 기울어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야만 했던 10대의 아이유. 그럼에도 그녀는 딱히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고 하는데요. 대견하게만 느껴지는 이 한마디에는 아이유 자신도 느끼지 못한 서글픈 아픔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녀가 10대 사춘기를 놓친 이유...

 

 

 

“저는 제가 좀 예전부터 조금 이상한 얘긴데 스스로가 사이보그 같다고 느꼈어요. 늘. 이 몸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닌데, 이지은이라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의식이 나라고 쳤을 때 의식이 어디론가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그냥 이지은에 쏙 들어온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얘랑 저랑 분리시켜서 생각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감정 같은 걸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거죠. 슬픔이나...

 

“그래서 제가 사춘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힘든 상황은 많이 있었는데 그때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어요. 막 슬프다고 느낀 적도 없었었고.” 그녀의 말을 애처로운 듯 또한 대견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김창완은 어쩌면 4차원 같고 엉뚱하다 느껴질 아이유의 발언을 유머러스하게 받아내고는 또한 진지한 얼굴로 마무리를 해주었습니다. 10대의 사춘기를 놓칠 수밖에 없었던 아이유의 진짜 속내를.

 

 

 

“너무 힘든 일이 있으면 일단 부정을 하잖아요. 자기 부정을 너무나 열심히하다보니까 진짜 사이보그가.” 처절한 상황을 부정하다보니 감정을 아예 분리시킨 사이보그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게 바로 아이유의 자기 위안이자 처절한 스스로의 보호였다고 생각하니 애틋한 마음이 들더군요.

 

기운 가세로 인한 맞벌이 때문에 할머니와 주로 시간을 보냈다는 아이유에겐 부모님의 공백이 그리 큰 외로움으로 와 닿지는 않았지만, 감정적으로 많은 다툼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에는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를 논의하게 된 최악의 상황에서 아이유가 무심결에 던진 “혼자 살아도 엄마랑은 안 살아!”.

 

 

 

엄마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말을 아이유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말을 하면서도 목과 입이 아플 정도로 아려왔던 자신의 말실수. 지금까지도 아픈 한마디. 이 슬프고 처절한 이야기를 웃는 얼굴로 담담하게 털어놓는 아이유가 얼마나 오랜 감정의 훈련을 거쳐 지금의 상황에 도달 했을까를 생각하니 옆에서 한숨을 쉬는 김창완만큼이나 슬픈 감정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유는 진로를 결정하는 방향 또한 일탈 하나 없이 계획적이고 진취적이었습니다. 부모님과 따로 나와 살며 가수의 꿈을 키울 때도 그녀는 “내가 여기서 삐뚤어지면 큰일이다.”를 되새겼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나는 돌아갈 집이 없으니까. 의젓하고 명쾌한 아이유의 진로 계획은 데뷔 이후에도 남달랐습니다. 이미 진로가 결정된 청소년 스타에게도 남들이 다 가니까, 간판은 필요하니까 라는 이유로 너나 할 것 없이 선택했던 대학행.

 

 

 

다른 청소년들과 마찬가지의 기준이었다면 도저히 입학할 수 없었을 곳을 특수 전형과 적성과는 맞지도 않는 과를 우격다짐으로 선택해서 들어가는 기형적인 스타 특례에 대중의 비판이 쏟아지는 것 또한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이유는 참으로 씩씩하게도 나는 학교가 싫어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이제 끝이라고, 애초에 대학 따윈 염두에 두지도 않았었다는 폭탄선언을 합니다.

 

 

아이유가 고3때 수능을 포기한 이유. 그리고 대학을 가지 않은 이유를 묻는 김제동에게 아이유는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거침없는 어조로 털어놓습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누리는 학창 시절 같은 게 부럽진 않으셨어요?” 라는 말에도 그게 뭐 어때서요? 라는 표정을 짓는 아이유. “예. 저는 학교를 별로 안 좋아했었나 봐요. 어렸을 때부터. 그래서 고3만 보면서 산거예요. 고3만 졸업하면 학교는 해방이다! 그런데 대학을 또 가라고?” 거창한 대의명분 따위 없는 담담한 고백이라 더 아름다웠죠.

 

 

 

더군다나 가수 활동을 겸하고 있었던 시기라 학업 성적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유는 일체의 미화나 변명 없이 대학 포기 이유를 밝힙니다. “그때 성적으로는 들어갈 수 있는 대학도 없었고요.” 아이유의 폭탄선언에 아빠 미소를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개그맨 이경규.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그 말을 듣고 있던 김창완은 아이유의 발언이 큰 영감이 된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연예인 학벌 문제에 대한 토론을 매듭짓습니다. “문패 가지러 갈 일은 아니죠.”

 

가난과 불화. 큰 상처로 남았을 아이유의 10대 시절. 어쩌면 남들에겐 일탈이자 방황의 시기가 되었을지도 모를 그때를 도리어 자신의 마음을 몸과 별개로 떨어뜨려 놓으며 감정을 분리하고, 10대 소녀 사이보그가 되어 사춘기를 놓아버렸다는 아이유. 그 대견스러운 생각과 꾸밈없는 솔직함이 담긴 그녀의 담담한 회고가 가슴을 울립니다. 비록 어리지만 삶의 귀감이 되는 한마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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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이 배우고 갑니다. 아이유님.

  • 10대의 감정을 분리해서 사춘기를 겪지못했다는 말이 가슴에 많이 아려오네요. 저도 집안문제로 우울한 십대생활을 보내 내 자신과 감정을 분리했다는 말의 동조가 깊이 갑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껴주는 가수가 되셨지만 처음에 마음을 안고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응원해요. 아이유님.

런닝맨 예능신 유재석 진행을 위해 태어난 남자

런닝맨 202회 주인공 대결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연출 조효진, 임형택, 김주형출연 유재석, 하하, 송지효, 개리, 김종국, 이광수, 지석진

 

고담을 수호하던 밤의 얼굴을 벗은 바람둥이 갑부 부르스 웨인의 낮처럼,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은 상반된 밤낮의 얼굴을 갖고 있다. 잘 만든 히어로 영화의 성공 요인은 괴력의 힘을 감춘 낮의 캐릭터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가능한, 진행계의 스위치 타자 유재석은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각기 다른 매력의 두 가지 캐릭터를 갖고 있다.


 

유재석을 잘 모르는 이가 칭찬이랍시고 그를 폄하하기를, 착해서 유능한 개그맨이라고 하는데 그가 공포의 외인구단 시절부터 지금의 무한도전에 이르기까지, 21세기 리얼 버라이어티 천하의 초석을 다진 인재라는 사실. 동거동락에서부터 내려온 마이너 연예인의 일자리 기회 균등 실천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그 말이 얼마나 모욕적이고 뒤틀린 언사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흔해 빠진 피디와 엠씨가 아옹다옹하는 컨셉 또한 유재석의 잠을 잊은 그대에게가 시초였다고 말할 수 있다.

 

 

리포터 형식이 아닌 제대로 된 메인 MC의 기회가 처음이었던 사람이 프로그램을 맡겨주자마자 홀로 몇 십 명의 연예인을 상대하며 캐릭터를 만들어준, 거의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동거동락 신화까지 거슬러가진 않더라도 그가 얼마나 진행을 잘하는 사람인가는 딱히 사례를 들 필요가 없이 공인된 사실이지만. 산소의 소중함을 매일 되새기진 않듯이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그의 재능을 이렇게 새삼 각인하게 되는 깔아놓은 멍석 위의 유재석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곤 한다.

 

 

이날의 런닝맨 또한 그랬다. 주조연이 확실한 전형적인 국내드라마가 아닌 적어도 서너 명이 주인공인 미국드라마처럼, 진행자이자 그 또한 게임의 참여자인 런닝맨 속 유재석은 어디까지나 과히 티 내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두지휘 해나가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지라 딱히 그의 진행 능력을 되새겨볼 틈이 없었다.

 

 

 

2014 퀴즈 배틀이라는 야심찬 기획 속에 이날의 유재석은 게임의 참여자가 아닌 룰을 쥐고 있는 조물주가 되었다. 더군다나 동거동락이나 엑스맨처럼 떼거지 연예인을 상대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이날 유재석의 진행은, 깐족 대마왕이었던 아날로그 시절의 향수를 떠오르게 했다. 샘 오취리, 에이핑크, 주지훈, 지성, 차유람, 파비앙 등 아이돌과 배우, 타국의 방송인까지. 다양한 성격과 예능 경험을 보유한 이들에겐 아직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은 사람도 예능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인물도 있었다.


 

게스트와 기존 멤버들을 아우르며 서로를 융합시키고 또한 경쟁심을 자극하여 눈치 게임의 묘미를 이끌어간 유재석은 뛰어난 관찰력으로 게스트의 희소가치를 발견하고 곧 캐릭터화 시켜 한 사람도 소외되는 인재가 없도록 배려해주었다.

 

 

 

흥이 많고 추임새가 뛰어난 외국인 멤버 샘 오취리와 파비앙을 두고 이런 액션은 배워야 한다며 기를 살려주고 다소 수줍은 손나은이 ‘공포의 지목 서바이벌 퀴즈’에서 벌칙으로 발끝까지 젖는 물벼락을 맞자 온 몸에 젖었음에도 유독 굳건하게 살아있는 강철의 메이크업에 “나은이는 방탄 메이크업이예요. 전혀 번지지 않아요.” 라는 말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존 멤버 광수와의 시트콤 캐릭터 같은 애증의 에피소드 또한 차질 없이 방영되었다.

 

한편 퀴즈 배틀에 앞서 제작진이 준비한 출제 영역을 외우는 게스트들을 둘러보던 유재석이 뒷장부터 넘겨 해답을 암기해보는 에이핑크의 보미를 기억하고는 자신만만하게 단상 위에 선 그녀를 바라보며 “이 문제 뒷장에 있었죠?” 라고 확인하는 부분에선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재석의 프로그램을 거쳐 그에게 캐릭터를 받아 예능늦둥이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21세기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무수한 방송인을 배출해낼 수 있는 능력은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그것을 암기하게 하는 기억력이 수반된 결과였다.

 

 

 

 

그 많은 멤버들을 프로그램의 룰 속에 경쟁하게 하여 게임의 묘미를 살리고 서로의 캐릭터를 북돋아주어 개개인의 역량 또한 빛나게 한 것은 물론 진행 도중에 게임이 좀 루즈해진다 싶으면 본인이 나서서 기꺼이 웃음의 재료가 되기 위한 공격수로 뛰어들기도 했다. 퀴즈왕 레이스, 경주 최부자 고택에서 R깃발을 찾는 미션을 수행하던 도중이었다. 이것을 찾으면 게임을 푸는데 유리한 MC 찬스권을 획득할 수 있어 참가자들은 열을 올렸다.

 

넓은 고택을 뒤지던 하하는 지나치는 유재석을 보다 불현듯 하나의 촉을 떠올린다. "재석이 형이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하하는 유재석의 옷깃에 삐죽이 튀어나온 행거치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유재석 본인 또한 행거치프라고만 믿고 있었던 파란색 천이 바로 그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R깃발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지도 모르고 한참을 방황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한 제작진의 계획이 틀어져버린 셈이다.

 

 

 

어찌 보면 치트나 다름없었던 하하의 행동과 틀어져버린 계획을 바로 잡기 위해 유재석은 별안간 “R깃발을 하하가 갖고 있다!”는 방정맞은 소문을 낸다. 곧 멤버들이 하하를 포위했고 비록 계획은 틀어졌지만 달려드는 지성과 하하의 몸싸움은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어주었다. 그 또한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을 하나의 재밌는 이벤트로 승화시킨 셈이다.

 

 

 

 

 

 

성적이 나쁜 아이가 별안간 100점짜리 시험지를 받아오면 극찬이 쏟아진다. 하지만 언제나 평균 90점 이상의 시험지를 쥐고 있는 아이에겐 잘 하는 게 상을 줘야하는 일이 아닌 당연한 임무가 되어버린다. 어차피 모두가 유재석이 뛰어난 진행자임을 알고 있다. 새삼 감탄할 일이 없음에도 그러나 종종 새삼 감탄한다는 것은 결국, 진행을 하기 위해 태어난 그의 천부적 재능과 그 능력을 배신하지 않는 노력 덕분이 아닐까.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유재석은 공격과 수비 그리고 어시스트까지. 그 모든 역량을 보유한 예능계 최초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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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 장윤정에 묻힌 예비 아빠 도경완의 활약이 아쉬운 이유

슈퍼맨이 돌아왔다 33회 아이는 나를 보며 자란다편!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CP 권경일연출 강봉규, 김성민, 이창수, 이유민, 하병훈내레이션 신애라출연 송일국, 이휘재, 추성훈, 타블로, 도경완


 

‘처음부터 나쁜 아빠는 없다! 노력하는 아빠와 노력하지 않는 아빠만 있을 뿐!’ KBS 일요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기획 의도이자 캐치프레이즈다. 나영석 피디의 꽃보다 할배, 할매 버전인 마파도처럼 남녀의 성별을 바꿔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아빠! 어디가?의 유지를 그대로 물려받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프로그램 이름처럼 엄마가 아닌 아빠의 육아를 선택한 어린이 관찰 예능이다.
 

 

 

하지만 최근 합류한 뉴 히어로, 도경완을 보고 있노라면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뭔가 바뀐 게 아닌가 싶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사실 애써 도경완 파트라고 불러보지만 추사랑과 추성훈의 추블리 모녀, 이휘재와 서언이 서준이의 쌍둥이 아빠네, 닮은 부녀 타블로와 하루처럼. 도경완 아빠나 도경완의 이름을 내세운 가족 명칭이 뭔가 어색하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아빠 육아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불현 듯 떠오르는 이름은 도경완이 아닌 장윤정이 먼저다.

 

 

 

물론 대중에게 있어 인지도가 높은 스타는 아빠 도경완이 아닌 엄마 장윤정이다. 더군다나 대중에게 밝혀진 장윤정의 굴곡진 삶 때문에, 가뜩이나 이 가족을 보는 시선은 장윤정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삶 속에 제2의 가정을 꾸린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랐던 대중의 소원이 그녀를 주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어도 장윤정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핸디캡이 있음에도 연출 방향조차 아빠 도경완이 아닌 엄마 장윤정만을 부각한다는 점이다.


 

카메라가 추블리네에게 다가가면 어김없이 사랑이와 교감을 나누는 추사랑의 부성애가 절실하게 그려진다. 겉모습은 투박하고 성마르지만 큰 몸집으로 겁먹은 사랑이를 재연하며 꺄르르 아이를 웃기는 의외의 귀여움. 구연동화를 하듯 하루의 일을 조잘조잘 얘기해주는 아빠 추성훈의 부드러운 속내. 예쁘게 화장한 엄마의 얼굴이 부러워 아기 화장대를 꺼내놓은 사랑이에게 그건 여자 거야~ 라고 말하면서도 어느새 다가와 립글로즈를 톡톡 발라주는 따뜻한 마음.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섬세한 추성훈의 부성애는 귀여운 사랑이 이상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닮은꼴 부녀 타블로와 하루의 예술가적 감성. 아빠의 라디오 스튜디오를 찾은 하루가 아빠는 노래할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보여 노래하는 아빠가 멋있고 좋다는 말에 어쩐지 울 것 같은 얼굴이 되는 타블로. “아빠 울것 같아?” 라고 묻는 섬세한 하루를 보며 이 아이의 존재가 타블로에게 있어 얼마나 큰 하루의 감사가 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이들과 달리, 아직 출산 준비 중인 도경완네가 행동의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음은 십분 이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향하는 초점부터가 예비 아빠 도경완이 아닌, 임산부 장윤정에게만 맞춰있는 점은 불만이다. 굳이 출산 전의 가족을 섭외한 이유는 임신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대하는 아빠의 부성애와 아내 사랑, 그리고 육아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었나.

 

 

 

 

그럼에도 이 가족의 테마는 꼼꼼이 아빠나, 예비 아빠 도경완이 아니다. 사랑 받는 며느리 장윤정과 임산부 장윤정의 사연을 위주로 담고 있다. 스타 강혜정이 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프로그램 내의- 여느 아내들처럼 타블로의 아내 역할에만 만족하고 있듯이 장윤정 또한 테마를 진두지휘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주연 도경완의 조역이 되어주어야만 프로그램의 취지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이날이 마지막 출연이었던 장현성 부자가 준우만을 데리고 올랐던 첫 회의 산행. 그 모습을 보고 서운해 하던 준서가 떠올라 마지막 회 역시 삼부자 산행을 선택한 아빠의 배려.  배우가 아닌, 아빠 장현성의 출연 소감을 들으며 문득 장윤정 가족이 이 프로그램을 떠날 때 장윤정이 아닌 도경완이 안녕~한다면 생뚱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네 쌍둥이가 그렇게 사무치게 귀여워도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엄마의 육아가 아니기에 특별 게스트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아류 프로그램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제작진이 내세운 취지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근본 없는 프로그램의 못을 박는 꼴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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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75회 민율이 아빠 김성주 빈이 아빠 성동일의 변신 이야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아빠 어디가 기획 서창만 연출 김유곤, 정윤정, 박창훈출연 성동일, 김성주, 윤민수, 류진, 안정환, 정웅인, 김민율, 윤후, 정세윤, 성빈, 임찬형, 안리환


 

아빠! 어디가? 초반 김성주와 성동일은 시청자에게 그리 환영받는 아빠는 아니었다. 민국이를 돌보는 김성주는 엄격한 잔소리쟁이였고 아빠에게 손 잡힌 아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맨손인 준이는 그럴 수 없게 안타까운 첫 여행을 지나쳤다.

 

어린이 관찰 예능을 콘텐츠로 내세웠지만 사실 아빠! 어디가?는 아빠들을 관찰하는 게 더 재밌다. 아빠! 어디가?의 첫 번째 드라마는 바로 서툰 아빠 성동일의 감동적인 변화였다. “우리 아이는 겁도 많고 소심해요.” 성동일의 고백 같은 첫 인터뷰였다. 낯선 제작진의 방문에 겁을 먹은 준이는 아빠의 허리에 기대 칭얼거렸다. 엄한 아빠일지언정 기댈 곳은 여기뿐이라는 듯 울먹이다 아빠의 허리춤을 꼬옥 끌어안으려던 준이는 참다못한 성동일의 “조용!”이라는 한마디에 안식처를 잃어버린다. 행방을 잃어버린 손이 무안하게 눈을 쓰다듬던 준이의 애처로운 모습.

 

 

 

준이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아이를 안고 있었던 사람은 성동일이 아닌 그의 매니저였다. 성동일은 슬그머니 화해 요청을 했지만 두려움으로 닫힌 아이의 마음은 아빠의 사과를 거부했다. 나는 울고 있는 준이도 슬펐지만, 아이를 제대로 품어주지도 또한 사과하는 방법마저 서툰 성동일의 부성애 또한 참 슬펐다.

 

"많이 엄하죠. 떼쓰는 걸 저는 못 봐요! 절대 못 봐요. 그래서 우리 애가…. 미안한 얘기지만 하도 아버지가 무서워서 경기하듯이 할 때도 있었거든요. 집사람이 걱정을 많이 했죠.“ 열 살 이후 아버지의 기억이 없다는 성동일은 여덟 살의 아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탈 없던 시즌1에서 유독 네티즌의 회초리를 많이 맞은 아버지가 바로 김성주였다. 곰돌이처럼 유들유들한 이미지는 간데없이 아들 민국이에게 김성주는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아빠였다. 그는 단호한 잔소리쟁이였다. 언젠가 꼬챙이를 들고 장난을 치는 민국이를 불러 세웠더니 ‘또 시작이야.’ 하는 얼굴로 한숨을 쉬다가 김성주의 쏟아지는 잔소리에 가슴을 퉁퉁 치던 민국이의 모습은 지금에야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우려와 애처로움이었다.

 

최근 아빠 어디가에서 기획한 초저가 여행에서 단독으로 떠난 김성주-김민율 부자와 성동일-성빈 부녀의 동행은 마치 튜토리얼을 끝낸 게이머의 실전 테스트 같아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체험에서 우리는 그들이 지난 아빠! 어디가?의 무수한 여행 속에 얼마나 아름답게 성장했는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풍족한 자본으로 여유롭고 편안하게 즐기는 휴양이 아니라 거의 미션의 의미에 가까운 초저가 여행. 72년생의 중년 김성주에게도 버거울 조건이지만 6살의 민율이에겐 그저 의미 없는 노동일뿐. 이런 최악의 환경에서 도리어 민율이 자신이 아빠의 돈을 아껴 쓰자며 끝끝내 도보 여행을 장려했던 것은 김성주의 꿋꿋한 인내심과 자상함이 만들어낸 흡족한 결과물이었다.


 

어린아이의 성에 차지 않을 이 가난한 여행에서 김성주는 마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모든 시련을 놀이처럼 접근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놀잇거리가 많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 김성주는 자청해서 아이의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혼자 걸어도 힘들 판에 아이를 안고 목말을 태워 홍콤 밤거리를 꾸준히 걸어나갔다. 낯설고 불편한 환경에서 민율이를 안심시키고 즐겁게 해줬던 건 아빠와의 끊임없는 수다였다.

 

 

 

노래를 흥얼거리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애교를 부리기도 하는 김성주는 민율이의 여섯 살 친구 같기도 했지만, 기분이 상하거나 지칠만한 일에도 욱하지 않고 눌러 참는 가공할 만한 인내심이나 아이의 사려 깊은 행동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차근차근하게 되짚어주며 상냥한 목소리로 칭찬하는 현명함은 감탄이 나올 만큼 의젓한 민율이의 절대 교육자였다. 떼를 쓰다가도 T.P.O를 지키는 민율이. 캐스터 아빠와의 대화를 부담 없이 알아듣는 명석함과 이해력은 김성주의 이런 눈높이 교육과 부드러운 목소리가 주도한 끊임없는 대화의 결과물이었으리라.

 

 

넘치는 힘이 사랑스럽기도 또 근심이 되기도 하는 성동일의 둘째 아이 빈이. “아빠.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대형 TV를 박살 내고 웅얼거렸다는 빈이의 말마따나 넘치는 에너지 탓에 의도치 않은 사고를 종종 치곤 한다. 문제는 그 상대가 종종 욱하곤 하는 무서운 아버지 성동일이라는 것.

 

 

 

상하이 수족관을 방문한 빈이는 신비로운 물고기들 사이를 날개 펼치듯 누볐다. 빈이의 넘치는 에너지 탓에 수족관은 곧 놀이터가 되었다. 즐거움과 흥분 때문에 조심성을 잃은 빈이는 컵을 엎지르기도 하고 도기 수저를 깨뜨리기도 했다. 빈이는 “무거워서 그랬나 봐요 옹.” 하고 변명했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부주의가 부른 실수임은 분명했다.

 

 

 

공공장소에서 수차례 사고를 친 빈이를 꾹꾹 눌러 참은 성동일이었기에 야단의 강도는 셀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기나긴 도보 여행으로 그는 지쳐있었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이가 경기를 할 정도로 화를 내곤 한다는 그였다. 그럼에도 그는 상당히 누그러워져있었다. 엄격했지만 매정하지는 않았다. 아이의 반성 이후 다시 그 일을 캐묻지 않았다. 야단은 짧고 굵었다. 그리고 먼저 아이의 마음을 안아주었다.

 

 

 

이전 같았으면 화풀이 이상도 아니었을 꾸중이 훈육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희한하게 떨어지지 않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촉촉한 눈빛의 보기 드문 청순 빈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동일의 눈길이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아어가 형제들과 칼싸움을 하며 욕심을 부리던 민율이를 일년전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훈육하던 김성주가 떠오른다. 그 상황이 마침 장대를 들고 놀다 아빠에게 야단을 맞은 민국이의 모습과 비슷해서 더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다. 그는 차분히 대화를 시도했고 아이가 낮에 잘못했던 행동을 조근조근하게 정리해주었다. 아빠의 잔소리가 답답해 가슴을 치던 민국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그 일년 사이의 변화가 감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빠! 어디가?는 제목부터 부모와 자식의 소통을 의미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빠를 찾는 아이. 그리고 그 부름에 대답하는 아빠의 사랑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이리라. 두 개의 시즌을 지나치며 서툰 아빠에서 본보기 삼아야 할 교육자가 되어가는 아빠들의 성장 과정이 아이들의 성장만큼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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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증이 2014.06.23 21:26 신고

    김성주 편애가 심하시네요.... 글에서도 언급하신 꼬챙이 논란 당시엔 그 깐깐함이 도를 지나쳐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김성주 씨는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았었죠... 그 때, 닥터콜님의 블로그 글이 아직도 선연합니다. '김성주는 평균 이상의 아버지인데 니들이 뭔데 오지랖이냐.' 식으로 지극히 강남맘스런 김성주의 교육 방식 하에 상처받을 민국이를 걱정하는 네티즌들을 꾸짖으셨죠.. 그랬던 닥터콜님이 지금 와서 김성주의 성장을 논하다니, 그 당시는 그의 교육방식에 아무 문제 없다하셔놓고..

    • 그 글의 논조는 김성주 씨가 참된 교육을 하고 있으니 다들 본 받거라가 아니라 백만 네티즌이 한 사람의 교육 방식을 우르르 지적할 만큼 문제 아빠는 아니라는 얘기였어요. 백이면 백 사람마다 교육 방식이 다 다른데 남의 집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적인 다수의 비난은 문제가 있단 거였죠. 김성주 씨 뿐만이 아니라 당시 관찰 예능에 눈 뜨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의 사사로운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심판대에 오르는 분위기였어서 쓴 글이었고요.

      혹시나 해서 다시 글을 점검해 봤는데. 음. 그때도 김성주 씨 태도에 민국이가 힘겨워 하는 부분에 공감했고 너무 디테일하게 써서 오히려 김성주 씨 팬 분에게 안 좋은 소리도 좀 들었었거든요.;;

      김성주 씨 본인이 아어가 촬영 땐 민국이가 젤 형아라 엄하게 다룰 수밖에 없었다고. 그게 미안하다고 미안해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것만 봐도 김성주 씨가 네티즌의 폭풍 비난만큼 민국이를 잘못 교육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잖아요. 때론 실수하고 때론 엎어져도 그걸 뒤돌아보고 완충해나가면서 좋은 아빠로 성장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는 아빠가 어디 있겠어요. 제 글을 보고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 곱게컸다 2014.06.24 14:39 신고

    6번째 사진 밑에

    T.P.O를 지키는 민율이. 캐스터 아빠와의 대화를 부담 없이 알아듣는 명석함과 이해력은 성동일의 이런 눈높이 .... 요부분 성동일 아니고 김성주 맞죵~? ㅎㅎ

    위에 예전 사람들의 오지랖에 대한 포스팅 저도 그거 봤는데
    저는 그래서 이어서 생각하자면 그때 포스팅에도 쓰셨지만 김성주씨가
    성장을 했다기 보다 아이들에 맞는 맞춤교육(?)을 하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더더 강하게 들었거든요 ㅎㅎ물론 민국이 민율이 둘다 똑똑하고 비슷해보이지만
    민국이는 좀 더 의젓한면이 있고 민율이는 좀 더 똘똘한 것 같으면서 의젓한면은
    떨어지는 거 같더라구요 첫째와 둘째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그런걸 엄마, 아빠가
    훨씬 더 잘알았겠죠? 그래서 아이들에 맞는 교육방식을 점점 대입시키면서
    더 옳고 바르게 자라게끔 교육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해요. 어느부모나 다 그럴 것이지만요 ㅋ
    아 그런면에서 성장으로 보는 것도 맞는거 같구요~

    정말 어떤 교육방식을 써야 몰랐다가 이제 성장해서 잘해나가는 아빠는
    성동일 아빠구요~ 그래서 제일 큰 변화가 느껴집니다. ㅋ

    그래서 저는 아빠어디가 팬일 수 밖에 없어요~ 아빠도 아이들도 다들
    좋은방향으로 성장해가고 아이들과의 대화가 얼마나 소중한건지
    볼때마다 느끼거든요~

    좋은포스팅 감사합니다^-^

아빠 어디가 74회 상하이 소녀와 빈이의 우정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아빠 어디가 기획 서창만 연출 김유곤, 정윤정, 박창훈출연 성동일, 김성주, 윤민수, 류진, 안정환, 정웅인, 김민율, 윤후, 정세윤, 성빈, 임찬형, 안리환

 

 

“전 세계를 막론하고 아이들은 금방 친해지네.” 아빠! 어디가? 시즌2에서 얻은 하나의 수확은 누구의 동생도 아닌 빈이, 그리고 민율이의 독립성이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이 아닌 게스트의 위치였던 형제 특집. 이 에피소드에서 단편적으로 비추어진 빈이와 민율이의 이미지는 오로지 누군가의 동생 역할로만 한정 지어지곤 했었다.

 

 

어리광쟁이 민율이와 극과 극의 남매 빈이. 하지만 민국이의 동생, 그리고 준이의 동생이라는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난 이 아이들의 독립된 성격은 그때 봤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의외로 의젓하고 배려심이 많은 민율이. 빈이의 상상을 초월한 수줍은 얼굴.


 

그중에서도 특히 형제 특집이나 아침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가족으로 소개되었던 빈이는 삐삐 롱 스타킹 같은 왈가닥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나를 놀라게 했다. 대형 TV를 부숴버리곤 “아빠.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하고 한숨을 푹 쉬던 말괄량이 캐릭터는 온데간데없고 수줍어하고 내향적인 성향의 빈이는 오히려 아어가 팀에서 가장 낯을 가리는 아이였다.

 

 

 

 

낯선 환경에선 아빠의 귀에 대고 조근조근 말하고 쉽게 노여워하지도 않아 잠시 시무룩해질 뿐이다. 서먹한 사이 앞에선 요란 법석을 떨지 않고 그저 팔을 살짝살짝 간지럽히다가 특유의 코 찡긋한 빈이 표 미소로 친근함을 표현해줄 뿐. 그래서 이날 상하이를 여행하는 성동일 부녀에게 나타난 상하이2 소녀 정쯔링 언니와의 만남은 그 상대가 빈이라서 더 특별한 감동으로 와 닿았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중국의 역사를 꼼꼼하게 배워온 성동일 덕분에 딸 빈이는 물론 시청자 또한 그를 가이드로 맡기고 즐거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가 배워오지 못한 영역은 얼버무리며 시선을 회피할 수밖에 없었지만. 부녀의 상하이 여행이 더 빛났던 장소는 화려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상하이 시장 구경이었다. 신기할 정도로 낯선 타국의 문화에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빈이 덕분에 성동일 또한 수월하게 여행을 즐길 수가 있었다. 한국의 환경과는 다른 이국적인 길거리의 음식들을 조금의 사양도 없이 덥석덥석 입에 무는 분홍색 치파오의 상하이 소녀, 빈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아, 방송에서 맛을 설명해주지 않은 게 아쉬운 얼굴만 한 풀빵을 중국인들과 경쟁하여 손에 든 빈이. 아빠의 걸음을 멈춰 킁킁대다 빨리 식으라고 빙빙 돌리기까지 하다가 이젠 다리가 아빠서 황제펭귄의 새끼처럼 아빠의 발등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또래의 소녀에게도 마냥 귀여워 보였나 보다. 한 손에 풀빵 봉지를 든 빈이가 한 바퀴 돌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분홍색 옷의 소녀. 낯을 가리는 빈이가 차마 먼저 말을 걸지 못해 아빠를 쿡쿡 찌르자 딸의 마음을 알고 나이를 물어봐 주는 성동일. 빈이의 주변을 맴돌며 어떻게 말을 걸까 망설이던 이 소녀가 수줍은 미소로 대답한 “나인.” 일곱 살인 빈이의 두 살 많은 언니였다.

 

 

 

 

짧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사라져버린 소녀와의 만남이 이것으로 끝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상하이 시장을 구경하는 빈이 부녀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오고 있는 여자아이. 먼저 말을 걸지도 못하고 폴짝폴짝 깨금발을 뛰다가 손톱을 물어뜯는 그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성동일의 배려에 옆으로 다가선 소녀는 마침내 부녀와 즐거운 동행을 하게 됐다. 그리고 던진 사랑스러운 호감의 표현. “유 이즈 큐트!” 두 살 차이 나도 아이끼리는 아이끼리. 그 말을 유이큐? 로 알아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성동일과 달리 한 번에 소녀의 마음을 알아들은 빈이. 마이크에 바람 소리가 들어가게 가슴을 통! 통! 통! 치며 본인에게 전한 칭찬임을 직시한다. “나 귀엽다고!”

 

 

 

다소 과감한 칭찬 세례가 전해졌음에도 한동안은 어색했던 두 사람. 인파를 빠져나가며 안간힘을 써서 옆을 따라오는 소녀가 안 되어 보였던지 성동일은 어설픈 영어로 아이들이 손을 잡을 것을 권한다. 쑥스러워서 앞만 보고 웃다가 다시 권하자 기다렸다는 듯 손을 맞잡는 천사들. 마주 잡은 손에 마음 또한 전해졌는지 똑같이 수줍은 미소가 떠오르자 영민한 아어가 제작팀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마음을 똑같은 이모티콘 하나로 표현해 감동을 더했다.

 

 

 

쾌활한 목소리로 시장 상인과 대화를 나누던 이 소녀. 이젠 성동일 부녀의 가이드를 자청하며 길거리 음식을 권하는데 이때 사뭇 감동 받았던 것은 어떤 민폐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듯 음식을 나누어 먹자는 청마저 거절하는 아홉 살 아이의 예의 바름이다. 성동일 부녀를 따라올 때도 그들이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그저 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 성가시게 굴지도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치파오를 입은 귀여운 한국 소녀 빈이와 친해지고 싶은 그 마음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와 닿았다.

 

 

 

소녀가 권한 취두부에 낯선 냄새가 나는데도 조금의 거부감 없이 덥석 입에 무는 참 신통방통한 아이 빈이. 빈이를 위해 특별히 맛있게 요리한 취두부가 어린아이에겐 무척 자극적이었나 보다. 지나치게 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빈이. 길거리에서 매운 기를 식힐 길이 없어 그저 손 부채질만 하는데 그 사이 총총총 사라진 분홍색 소녀.

 

 

이렇게 작별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이 아이의 작은 선물은 상하이 시장의 동화가 되었다. 인파를 뚫고 소녀가 들고 온 것은 매운 입을 식힐 물.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말없이 자리를 벗어나 물을 찾아온 소녀는 서둘렀던 건지 숨을 헐떡이면서도 따뜻한 눈빛으로 성동일 부녀를 바라본다. 감격한 성동일이 쉰 목소리로 전하는 세세. -고마워.-

 

 

 

 

 

이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빠! 어디가? 팀의 기막힌 연출력 덕분에 그 감동이 배가 되었다. 상하이의 풍경, 그리고 유년 시절의 아릿함이 동시에 연상되는 풍부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의 감성적인 배경 음악들. 선을 넘지 않은 적당한 유머와 따뜻하고 사려 깊은 메시지로 그 순간의 특별한 감동을 더욱 인상 깊게 각인하는 센스 넘치는 자막. 여행 전문 프로그램은 정보를 전하지만 아빠! 어디가? 의 여행은 시청자에게도 추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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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마운 마음에 건네는 음식이며 선물에 덥썩 받지 않고 끝까지 사양하는 상하이 소녀의 예의바름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게다가 눈치 빠르게 매워하는 빈이 위해 한걸음에 달려가 물을 들고 온 따뜻한 마음이 진짜 예뻤던 소녀.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살포시 서로에게 짓는 미소와 눈짓으로 하는 대화가 이뻐서 그냥 흐믓하게 바라봤답니다.

  • 곱게컸다 2014.06.20 13:48 신고

    정말 흐믓했어요!! 닥터콜님 말씀이 딱맞네요~
    시청자들에게도 추억을 남긴다 ㅎㅎ
    내가 빈이만큼 어렸다면 나도 저렇게 대했을까? 하면서
    혼자 즐거운 상상들은 몇개씩 해가면서 보고있어요
    아빠어디가 참 좋은프로그램 인듯!! 적어도 저한테는요 ㅎㅎ

슈퍼맨이 돌아왔다 28회 위대한 유산 강혜정 똑소리 나는 자녀 교육법

 

“내가 먼저 가졌는데 엄마가 쓰고. 엄마는 개구쟁이야!!” 이렇게 귀여운 모녀가 또 있을까요? 남산만 한 배를 하고 무릎팍 도사를 찾아왔는데 그 모습이 여전히 소녀 같았던 사랑스러운 엄마 강혜정. 앳된 얼굴과 신선한 감각이 여전히 만년 소년, 소녀 같은 타블로, 강혜정 부부가 다섯 살 하루의 부모라는 사실이 문득 낯설어요.

 

 

 

 

해피선데이 - 슈퍼맨이 돌아왔다 CP 권경일연출 강봉규, 김성민, 이창수, 이유민, 하병훈내레이션 신애라출연 송일국, 이휘재, 추성훈, 타블로, 도경완

 

무릎팍 도사에서 배 속의 아이에게 전하는 기발한 생각과 참신한 감각들이 남편 타블로 못지 않다고 느꼈던 강혜정이기에 그녀의 자녀 교육법 또한 제겐 남다른 관심사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아빠를 당황하게 하는 직언을 툭툭 날리는 의젓함과 참신한 발상, 그리고 남다른 순수함이 엄마와 아빠를 쏙 빼닮은 하루. 그들에게 아이는 하루라는 예쁜 이름처럼 삶 그 이상의 의미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오사카에서 공연하는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모녀만의 첫 여행을 준비한 두 사람. 오사카의 명물이라는 다코야키도 나누어 먹고 스티커 사진을 찍는데 볼을 부풀린 그 귀여운 모습이 누가 아이고 누가 엄마인지를 알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웠습니다. 아빠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플카드를 만들며 아옹다옹하는 사랑스러움 또한 모녀라기보다는 친구 사이 같았죠.

 

 

 

 

 

아빠가 하루의 메시지를 알아볼 수 있게 이름을 쓰라고 했더니 모음을 빼먹은 귀여운 하루. 그걸 두고 아이가 알기 쉽게 ‘손잡이’라고 표현하는 강혜정과 일단 눈에 띄는 위치에 ‘ㅏ’를 쓰고 보는 하루. 얼떨결에 ‘이하롸’가 되어버린 이름을 보곤 너그럽게 웃으며 상냥하게 고쳐 써준 강혜정. 정작 본인은 남편의 그룹명인 에픽하이의 철자를 틀리게 쓰고 기뻐합니다.

 

 

 

놀이처럼 교육처럼 플래카드를 만들며 교감을 나누는 모녀. 자막처럼 지극정성으로 꼼꼼하게 에픽하이를 칠하던 강혜정은 예쁜 색을 가진 하루에게 분홍색 펜을 빌리려 합니다. “에픽은 뭘 할까? 하루 좋아하는 핑크색 한 번만 쓰면 안 돼?” 느닷없는 봉변에 커지는 하루의 목소리가 너무나 귀엽습니다. “어?!” 그러자 손가락을 뻗어 하루가 쳐다보는 핑크색 펜을 꼭 집어 가리키는 강혜정.

 

 

 

“안 돼.” 잠깐 생각했다가 그래도 안 되겠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하루. 힘으로 뺏을 만도 한데 어디까지나 강요나 위압 아닌 부탁하는 모양새로 펜을 빌리려 하는 강혜정.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물론 분홍색 펜이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나누어 쓰는 마음을 놀이 같은 교육에서 가르치려 함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마냥 싫다는 게 아니라 곰곰이 고민해보고 고개를 젓는 하루의 신중함 또한 엄마의 차분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루는 욕심쟁이야~” 하루가 얼마나 똑소리 나는 교육을 받았는지가 느껴졌던 장면. 거하게 야단을 맞은 것도 아니고 그저 욕심쟁이라는 한마디에 잠시 입술을 샐쭉하고는 시무룩해져선 선의를 베푸는 하루. “써어~” 위압이 아닌 타협과 이해로 양해를 구해서 펜을 빌린 강혜정은 기쁜 얼굴로 이름을 색칠합니다. 물론 하루의 예쁜 마음을 칭찬하는 일 또한 잊지 않죠. “고마워. 정말 예뻐.”

 

 

 

그런데 하루가 양해한 이상으로 엄마가 쓰는 양이 좀 많았나 봅니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하루를 제지하다가 눈치를 보며 펜을 내려놓는 강혜정. “엄마 줬다. 하루한테.” “조금만 있으면 어떡해애!!” 엄마와의 대화를 기다렸다는 듯 불쑥 칭얼대기 시작하는 하루. 문 열고 나가려는 것은 포기하고 엄마에게 다가와선 바닥에 엎드려 서럽게 울먹이는 딸을 강혜정은 눈을 마주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달래줍니다. 딸의 서러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면서요.

 

“엄마가 하루 좋아하는 핑크색 쓴 게 그렇게 속상해?” “응!” “하루가 핑크색 아끼는 거였어?” “응! 비밀이었어. 비밀!” 핑크색을 좋아하는 게 혼자만의 비밀이었다는 하루. 그저 귀여워서 웃음만 나오는 아이의 대답인데 강혜정은 그 마음마저 고스란히 해석해 소통하더군요. “비밀이었어? 그런데 엄마가 봤어? 그게 속상한 거야?” "하루가 너무 아끼는 건데 엄마가 홀랑 써버려서 너무 미안해?"

 

 

 

보통 아이가 이렇게 울음을 터뜨리고 칭얼대면 난감하고 답답해져서 이따금 짜증이 날만도 한데 하루의 우는 모습은 그저 귀엽기만 하더라고요. 그저 마냥 억지를 쓰며 우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서러웠던 심경을 울먹이면서도 알려주고 소통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먼저 가졌는데 엄마가 쓰고 엄마는 개구쟁이야!!” 아이고. 서러운 마음을 하소연한답시고 엄마가 미워서 던진 표현이 ‘개구쟁이’라니. 이 아이가 얼마나 때 묻지 않게 순수한 마음을 가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이것보다 더 놀라운 강혜정의 교육법은 따로 있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서러웠던지 급기야 펜을 던져버린 하루. 참을성 있게 아이를 달래주던 강혜정은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이의 폭력성이나 버릇없는 태도만큼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굳게 다짐한 얼굴을 하고선 하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엄격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갖고 와.”

 

 

 

서러움을 온몸으로 호소하지만, 미동 하나 없이 엄격한 태도로 “갖고 와.” 만을 반복하는 엄마. 결국, 울먹이면서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던졌던 펜을 들고 오는 하루. 조금은 자존심도 상했을 테고 여전히 서러움이 남아있겠지만 그럼에도 도를 넘는 떼를 쓰거나 엄마의 말을 무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화난다고 집어 던지는 행동 굉장히 나쁜 거야. 이것도 마찬가지야. 얘가 뭘 잘못했어. 하루 기분 나쁘다고 막 이렇게 집어 던지고 그러는 거 되게 나쁜 거야.” 엄격하지만 다정함이 서려 있는 엄마의 목소리 강혜정은 끝끝내 아이에게 다짐을 받습니다. “그런 행동은 안 하는 거야.” 꺽꺽대면서도 "네!" 라고 대답하는 하루.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면서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야단치지 않거나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부모가 있습니다. 당신이 뭔데 우리 애, 기를 죽이느냐며 으름장을 놓기가 다반사죠. 강혜정 또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하루를 혼내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야단치는 건 힘들어요. 되게 미안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게 지금 ”안 돼!“ ”이건 아닌 것 같애!“라는 걸 제대로 인식시켜주지 않으면 ”아, 이건 괜찮구나.“ ”이게 먹히는구나.“ 이렇게 생각할까 봐.”

 

 

 

그녀도 아직 엄마의 정도를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종종 실수하곤 한다는 강혜정. “'참을 인' 자 세 개를 긋다가 그 마지막에 점 하나를 못 찍고 버럭 하는 순간이 와요. 그러면 정말 아이가 받았을 상처까지 다 제 몫이 되는 거예요.” 하루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두 배, 세배, 다섯 배로 마음이 아프다는 감성적인 엄마, 강혜정.

 

 

 

 

혼냈다가도 많이 안아주고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에 앙금이 남지 않습니다. 언제나 하루 편인 아빠를 내세워 “아빠에게 말할 거야.” 라는 아이의 귀여운 으름장을 애교 있게 받아주는 강혜정. “아빠한테 말하지 마. 아빠 무서워.” 하루에게는 슈퍼맨일 아빠, 타블로를 기사님으로 내세운 말이 초라해지지 않게 겁먹은 체를 하며 아빠의 사기를 높여주는 강혜정의 모습 또한 참 현명하게 느껴지는 마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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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3

  • 2014.05.27 23:12

    비밀댓글입니다

  • 제 생각엔, 하루가 처음부터 선뜻 핑크펜을 빌려두지 않은 이유는~~
    엄마가 쓰던 프랜카드에 자기도 같이 쓰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안된다고 너는 네것에 써 라고 해서 좀 삐진게 아닌가 싶어요~
    귀여운 하루!!!
    엄마한테 살짜쿵 복수하려고요

  • 곱게컸다 2014.06.20 15:19 신고

    닥터콜님의 아이에 대한 글을 보면 뭔가 애틋하고 찡~해지는게 있어요 ㅎㅎ
    글만봐도 눈물이 막 나오려고 한고 뭉클한것이 저는 글보고도 배우는게 많아요~
    저도 아빠어디가나 슈퍼맨이돌아왔다를 보면서 아이입장에서 정말 많이
    생각해보는 편인데~ 닥터콜님은 더더 깊이 들어가서 생각해보시는듯 ㅋ
    요즘 아빠어디가나 슈퍼맨이돌아왔다 보면서 그 프로그램의 부모들에게
    많은 배움을 얻는답니다~ ㅋ 강혜정씨도 참 배울게 많은 엄마같아요~
    엄마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서도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ㅎㅎ

 

아빠 어디가 70회 세윤이 예쁜 얼굴만큼 빛나는 언니의 배려

찬형이가 비춘 플래시 불빛에 찡그리는 얼굴마저 머나먼 나라의 김희선처럼 어여쁜 세윤이. 이 아이와 처음 만났을 때 정웅인 아빠의 손을 잡고 나풀나풀 계단을 내려오는데 멀리서도 보이는 긴 속눈썹을 휘어선 달빛처럼 웃어 보이는 그 얼굴이 복사꽃보다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진 몇 장에 천만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윤이를 후는 실물이 더 예쁜 아이라고 말했으니 그 어여쁨이야 오죽할까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아빠 어디가 기획 서창만 연출 김유곤, 정윤정, 박창훈출연 성동일, 김성주, 윤민수, 류진, 안정환, 정웅인, 김민율, 윤후, 정세윤, 성빈, 임찬형, 안리환

 

하지만 두 번째로 만난 세윤이의 진짜 매력은 그저 사랑스러운 얼굴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세윤이는 예쁜 얼굴보다 빛나는 마음이 더 매력적인 소녀였어요. 정말 구김살 없는 아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밝고 건강한 세윤이는 첫 여행의 소감을 묻는 아빠에게 “매일 매일이 이랬으면 좋겠다.” 라는 맑은 대답으로 웅인 아빠는 물론 듣는 사람 모두를 안도하게 합니다. 제작진이 붙여준 자막처럼 얼굴은 도시 전학생처럼 생겨선 새침한 구석 하나 없는 세윤이는 수돗물 터지는 소리를 "헤헤. 똥 싼다."라며 갸르륵 웃어대었죠.

 

천금 같은 아빠! 어디가? 의 자막이 선사한 ‘도시 전학생’이라는 멋진 표현처럼 세윤이는 어딘가 어린이들의 필독서였던 그 옛날 명랑 소설이나 어린이 드라마 속 예쁜 부반장 같은 느낌이 있어요. 예쁜 건 물론이고 우등생에 달리기도 잘하는 교내의 아이돌이자 선망의 대상. 어린이 드라마에서 어여쁜 부반장이 인기를 독차지했던 건 그저 예쁜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누구와도 허물없이 어울리는 사교성과 약자를 보호하는 배려 덕분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세윤이 또한 어린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게 첫 여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친화력! 아직도 한밤중인 아빠를 내버려두고 정말 귀여운 민율이와 배려 넘치는 후 오빠를 찾으러 갈 만큼 정말이지 친구를 좋아하는 소녀, 세윤이. 그리고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세윤이는 후의 소녀 버전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만큼 남다른 배려심을 가진 후와 많은 부분을 닮아있었죠.

 

아빠! 어디가? 의 제작진이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이것 하나만큼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월등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은 때론 참을성이라고 느껴질 만큼 아이들만의 세계에 어른의 생각을 참견하지 않는 점입니다. 이날 역시 후와 세윤이가 장보기 숙제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을 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고 웃기만 하는 아이들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었죠. 부러 아이의 생각을 제멋대로 해석하지 않고 말예요.

 

 

 

“내 손에 감격(?)이 없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다닌 후가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리자 그 말이 뭐가 그리 웃긴지 한참을 웃고는 우스운 얼굴을 만들어가며 후 오빠를 위로합니다. 계란이 깨진 게 우리 탓이라고 반성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오늘 계란 못 먹는다고 울면서 웃는 아이들. 그리고 “그래도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세윤이의 마무리.

 

배려의 여왕과 원조 배려왕이 만났으니 서로 배려한답시고 충돌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 많은 짐을 혼자 들어주려 하는 후에게 씩씩한 목소리로 “이건 내가 들게.” 라고 말하는 세윤이. 아무래도 짐이 너무 무거웠는지 달걀 꾸러미를 떨어뜨린 후. 엉망진창이 된 달걀을 내려다보며 “우리 때문에 깨졌다.”라고 속상해서 중얼거리는 후에게 다가서는 세윤이.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몇 개씩이나 되는 장바구니를 하나로 모아 빈손을 만들고 후의 짐을 나누어 들어 줍니다.

 

 

 

계란을 온전하게 들고 가려면 짐을 나누어 가져야 하는데 떨어진 점퍼와 파 뭉치를 다 넘겨주지 못하고 그중 하나만 부탁했음에도 미안해하는 후. 몇 걸음 못 가서 이내 마음에 걸렸는지 “오빠가 그냥 파 들까?” 라고 물어옵니다. 씩씩하게 “아니!” 라고 대답한 세윤이가 거꾸로 파를 들고 위태롭게 걸어가자 부랴부랴 쫓아가선 기어이 파를 움켜쥐는 후. “오빠가 파 들게!”

 

 

 

결국에는 서로 배려하고 배려받느라 파를 묶은 끈이 찢어져 봉지도 없이 맨손으로 파 몇 뿌리씩을 움켜쥔 아이들을 보니 웃음이 터지면서도 정말 어찌나 기특하던지.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는 녹초가 되어서 바닥에 엎어지는 세윤이가, 그렇게 힘들었을 텐데도 투정 한마디 없이 친구의 짐을 나누어주려고 했다는 사실이 새삼 감동으로 다가오더군요.

 

 

 

두 자매의 맏언니인 세윤이는 유독 여동생인 빈이를 향한 배려가 각별합니다. 아빠들이 아옹다옹하며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 제 세상인 듯 공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그런데 어째 가장 활발하게 뛰어놀아야 할 빈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후의 증언처럼 남자 스타일이었던 빈이가 세윤이의 등장 이후 무언가 소극적으로 변모해 버렸어요. 어두운 구석에서 고양이를 친구 삼아 놀고 있던 빈이. 그 모습을 발견한 세윤이의 반가운 얼굴과 살갑게 던진 한마디는 그야말로 어린이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죠. “빈이야! 같이 놀자!”

 

 

 

투정을 좀 부렸는지 “안돼! 너 없인 못살아.” 라며 빈이를 껴안은 팔을 풀어주지 않고 아이들에게로 데리고 오는 세윤이. 마치 남녀 사회자처럼 의젓하게 서선 빈이와 리환이의 씨름을 중계하는 후와 세윤이. 그새 웃음을 찾은 빈이가 특기를 발휘해 리환이를 넘어뜨리자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팔짝팔짝 뛰는 세윤이. 빈이의 양손을 꾹 잡고 번쩍번쩍 들어 보이며 사기를 세워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예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어린 동생을 귀여워하고 보호해주려는 후와 세윤이의 배려 이상으로 눈에 들어온 또 하나의 ‘어른의 배려’는 이런 빈이와 세윤이의 관계를 질투와 충돌로 묘사하며 어른의 자극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은 제작진이었습니다.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환한 얼굴로 뛰어노는 세윤이와 홀로 사이드에 서선 고양이와 놀고 있는 빈이. 충분히 이야기를 뽑아낼 구실이 있는 장면입니다. 자막 몇 줄과 음침한 배경음만 첨부했더라도 요란한 장면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죠.

 

 

 

하지만 제작진은 자극적인 스캔들로 순간적인 관심을 끄는 선택을 과감히 버리고 따뜻하고 솔직한 연출로 소박한 감동을 이끌어 냈습니다. 빈이를 질투쟁이 소녀로 묘사하지 않고 ‘잘 놀아주는 세윤이 언니가 좋은 듯’이라던 하트 박힌 그 문장이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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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어제본 아빠어디가를 생각하면 마음속에 온도가 따뜻해집니다....세윤이랑 후를비롯한 아기들이 어쩜그렇게 배려심있는 영혼을 가지고있는지 ......
    한눈에봐도 부모들이 겉으로보여지는 외모가아닌 보여지지않는 마음의밭을 잘가꾸어주었더군요...
    요즘정말 이프로를보고있으면 행복합니다....
    예습도필요없고 복습도필요없는 느닷없는 행복요..ㅎㅎ
    글잘읽었읍니다....

  • 첨 별 기대감 없었는데...점점 세윤이를 보며
    잊고있던 삶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작은
    스승으로 다가옵니다. 세윤이 보면서 힐링은
    저절로...세윤아! 넌 어느 별에서 왔니???

  • 발끈해는양치기할매 2014.05.19 20:19 신고

    아이가 가정교육을 잘받았네

  • 마초 2014.05.19 20:52 신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원래가 후와 빈같은 배려형이 원초적인 거임...
    나머지 아이들은 사회적 경쟁에 의해서 배려가 소멸된거임
    인류학의 발견..

  • 진짜 후처럼 세윤이도 동생들 잘 챙기고 잘 어울릴것 같아요 ^^ 빈이가 혼자있을때 챙기는 모습을 보니, 뭔가 뭉클하더라구요~ 남자아이들이 새로온 세윤이에게로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빈이의 분량도 줄어든것 같은 느낌이 들어 섭섭하기도 했지만, 세윤이가 빈이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왜지모를 안심이 되었습니다^^

  • 세윤이를 그렇게 예뻐해주고 다들 잘해주는데 못때게 할꺼하면 에초 방송에 나오지 않았겠죠. 완전 국민 비호감일테니, 정웅인이 가정교육을 좀 시켰겠습니까? 잘웃고 잘먹고 해야해.라고. 빈이도 잘챙기고..
    저는 제작진이 너무 세윤이를 극진해 대하고 빈이를 소홀이 하는것 같아 정말 화가 나는군요.

  • 곱게컸다 2014.06.20 16:20 신고

    맞아요 저도 아빠어디가 자막팀이 진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편집팀일까요? 아무튼 정말 그냥 있는그대로~~
    추임새만 살짝 넣으면서 ㅋㅋ 정말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아이들이랑 어른들이 다함께요!!

 

 

 

흥미로웠던 것은 두 사람 세월의 흐름을 비켜 나가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기억하는 2002 월드컵 국가 대표 캐릭터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라운드의 아도니스 같았던 안정환은 이제 살찐 아저씨라 힐난을 받고 건실한 모범생 같았던 송종국은 처세술을 단단히 익힌 알뜰한 가장으로 변모해 있었죠. 지난날을 반추하며 그리움을 느끼면서도 두 사람의 극과 극의 매력에서 드러난 열정과 혈기는 여전히 그 시절 못지 않았습니다.

 

 

 

"안정환의 첫인상이 거만했었다." 김성주의 지난날 고백에서 드러났듯 선수 시절 안정환의 성격은 지나치게 과묵해서 중계 소스를 위해 그를 찾은 캐스터들이 당황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성주 : 몸 상태가 어떻습니까? 정환 : 좋죠. 성주 : 아픈 데는 없습니까? 정환 : 없어요. 흥미로운 중계를 위해 선수의 컨디션과 그와 나눈 인터뷰를 나열해야 했던 김성주로선 안정환은 좀 곤혹스러운 대상이 아니었죠. 안정환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니 아픈 데가 없어서 없다고 한 것 뿐이지!" 라고 욱해서 김성주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마치 테리우스처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았던 그 시절의 안정환을 기억하기에 "반갑습니다. 안정환입니다."라는 짤막한 인사가 오히려 반갑기만 하더군요.

 

 

 

"아! 그럼 기성용이지 뭐!" 이런 안정환이 캐스터를 골탕먹인 그 시절의 저주라도 받는 것 처럼 비슷한 굴욕을 겪은 일화는 라디오스타의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그야말로 왕림이나 다름없었던 대선배의 유럽 방문을 차디차게 거절했던 어느 후배의 이야기. 물론 구단 측에서 거절한 인터뷰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때 그라운드를 주도하던 스포츠 영웅이 어린 후배를 직접 찾아갔음에도 거절당했다는 일화가 편할 리는 없는 내용이었죠.

 

이야기의 성격 때문에 김성주는 조심조심하며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지만."이라고 주저했지만, 안정환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 그럼 기성용이지 뭐!"하고 버럭 해서 불편한 이야기임에도 다 같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아닌 거 같은데?" 김성주가 살을 덧붙이려 할 때 정색하며 그날의 일을 부정하는 안정환 때문에 또 한 번 웃음. "아. 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안정환의 성격과 달리 송종국은 2002년의 모범생 이미지에서 이젠 처세술까지 익힌 완벽한 해설위원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기성용까지는 이해한다 쳐도 구자철을 인터뷰하기 위해 마인츠로 갔을 때는 울컥했었다는 안정환. "저는 그게 싫었어요. 지가 와야지!" 기세를 몰아 김구라가 이간질을 해도 송종국은 안정환과는 전혀 다른 마인드로 라디오스타를 초토화했습니다.

 

 

"아이. 저희가 가야죠. 이제." 고분고분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송중국 때문에 너덜너덜해진 안정환. "선수를 보호해줘야 하거든요. 굉장히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저희가 가야죠." 욱 VS 반듯,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 해설계의 거장 차범근이라는 골리앗을 두고 몇 사람의 다윗이 붙어 싸우는 형국이지만 다소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은 그들의 마이너 중계가 기대되기도 하더군요.

 

 

 

안정환의 과묵함과 투박한 언어 구사력. 결국, 그의 해설에 우려를 표하는 윤종신과 김국진. "열이 나면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해설하실 것 같은데?" 결국 김구라가 나서서 심권호의 호전적인 해설을 연상시키자 사색이 되는 김성주와 발끈하는 안정환이 동시에 부정하는 모습 또한 웃기더군요. "아이. 그렇게는." "그 정도는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정도는 아니지만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안정환. 종종 사투리나 은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싸리'라는 비표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안정환. 그 예시 한마디에 네 명의 엠시들은 상황을 이해했지만, 안정환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뻔뻔하게 과거 아나운서를 향해 되물었습니다. "아니 그게 욕은 아니잖아요. 괜찮잖아요?" "아싸리는 방송불가 표현이에요."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일러주는 김성주에게 여전히 순진한 얼굴로 받아치는 안정환. "아니 아니 꼭 서울 사람만 시청하는 건 아니잖아요. 지방 사람도 시청하고." 정말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 같더군요.

 

 

 

2002년에서 잊을 수 없는 경기는 호전적인 이탈리아팀과의 한판 대결이었죠. 당시 승리를 이끈 안정환의 골을 놓고 이탈리아의 구단주는 이런 폭언을 남기기도 했었다는군요. "샌드위치조차 사 먹을 돈이 없는 길잃은 염소 같은 신세 안정환이 이제는 이탈리아 축구를 망쳤다."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그날의 일을 회상하는 안정환은, 워낙 가난한 나라 취급하는 이탈리아의 왜곡된 시선이 싫어서 부러 명품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등의 허세를 부렸다고 밝혔습니다. "첫해 연봉을 다 날렸죠." 다른 이가 말했다면 반쯤은 농담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워낙 구수한 사상의 안정환이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기 싫은 거예요.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 못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슬픈 이야기도 희극으로 만들어버리는 라디오스타에선 이런 화나는 이야기를 도리어 '염소 테리우스'라 칭하며 안정환을 약 올립니다. "염소 같은 느낌도 들긴 드는데?" "음매 한 번만 해주실래요?" 농담 같은 분위기는 이후 안정환의 해명에 싹하고 웃음기가 사라집니다. 구단주의 폭언은 예사말이 아니어서 이탈리아의 무시무시한 살해 협박에 짐을 찾아갈 수도 없었다는 안정환. 안정환의 활약에 분노한 이탈리아인들은 심지어 일 년 치의 연봉이 들어간 안정환의 차를 부숴놓기까지 했었다는군요.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제 코가 석 자인데 남을 평가하긴 좀 그래요." "저는 5년 계약하기 싫어서 MBC로 왔거든요?" "남자친구 소개시켜 준다고 해놓고 제가 나갔죠." "아. 그럼 법정으로 가야죠." "기성용이네. 뭐." "용수형이네. 용수형. 나도 많이 당했거든요." 시대를 풍미하는 축구계의 아이돌이자 최고의 슈퍼스타. 그라운드의 테리우스라 불리었던 그. 이제 그는 더이상 그 위를 달리는 선수도 아니고 2002년의 미청년은 세월과 함께 흘러가 버렸지만, 그 시절 못지 않은 혈기와 소탈함만큼은 여전히 테리우스다웠습니다. 이제 중계받는 처지가 아닌 전달자의 위치에 선 안정환의 테리우스 같은 해설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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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 곱게컸다 2014.06.20 16:27 신고

    크크 안정환 완전 좋아요+_+

    2002년의 골든골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했어요~ ㅋㅋ

    아직도 제눈엔 테리우스임!

    리환이 아빠로도 참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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