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빛나는사람들 +99

방송인 김구라와 가장 김구라. 그 놀라운 차이는 이미 적잖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비밀이다. 그것은 때론 독설가 김구라의 인간됨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도 하지만 워낙에 툴툴대는 캐릭터 탓에 잊어버렸다 새삼 놀라게 되는 인간 김구라의 신기한 면면이었다.

 


가정에서의 김구라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빠 – 사무치는 자식 사랑에 뜻밖에 꽤 트인 교육관까지 갖고 있는 – 에 애절한 애처가라는 진실은 그 자신이 입 밖에 내어 자랑하진 않아도 이따금 드러내곤 하는 아내와 자식. 그 가족관에 얽힌 철학에 비추어 인식되곤 했었다.

 

 

 


언젠가 tvN의 토크쇼 ‘택시’에서 박준형, 김지혜 개그맨 부부와 대화를 나누었을 때였다. 오랜 시집살이와 융통성 없이 꽉 막힌 가부장의 극치인 남편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길이 없어 성형과 쇼핑에 집착하게 되었다는 아내 김지혜의 얘기를 박준형은 내내 못마땅해 했다. 아니 그는 아내가 도대체 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아내의 하소연에 줄곧 내뱉곤 했던 변명이 바로 이거였다. “아니 내가 바람을 펴. 때리기를 해. 도박을 하길 해.”


김구라의 처지에 비추어 그와 공감대를 형성할 인물은 남편 박준형일 것이다. 역시나 가장인 김구라에게 있어 박준형은 나 자신이고 그의 이해를 구하는 인물이 바로 김지혜 혹은 김구라의 아내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특이하게도 김구라는 나 자신인 박준형을 다독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꾸짖으며 김지혜의 아픔을 이해했다. “박준형 씨가 하는 말 중에 가장 못난 말이 뭐냐면. 내가 바람을 펴. 때리기를 해. 도박을 하길 해. 그런 말이에요.”


 

 

그의 입원으로 밝혀진 공황장애라는 병명에 적잖은 대중에 충격 속에 술렁대며 새삼 ‘가장 김구라’의 미덕을 돌이켜보게 된 것 또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최근 김구라는 극심한 불안증에 가슴이 답답해져 오고 이명에 시달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병원 측의 입원을 권유 받게 된다. 병명은 정신적 질환의 일종인 공황장애였다. 가슴을 옥죄어 오는 불안이 죽음에 직면한 공포와 맞먹는다는 이 불안 증세가 어찌 그리 활기 넘치는 김구라에게 향해 있었을까. 언론과 네티즌은 최근 김구라의 가장 큰 스트레스였을 아내의 빚보증이 야기한 수십 억 원 대의 채무를 주목했다.


김구라의 아내가 적잖은 빚을 졌다는 사실은 쉬쉬하는 비밀이 아니었다. 당사자 김구라가 깔끔하게 해당 사실을 오픈하여 이미 방송으로 공표해버렸기 때문이다. 치부를 밝히겠노라는 폭로성 일침이 아니라 개그 소재로 삼아 동료 연예인에 심지어 아들 동현이와 함께 낄낄댔었기에 그가 이만큼이나 공포와 불안 스트레스로 힘겨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었다.


 

 

김구라의 소속사 측은 그의 채무가 사실임을 밝히며 이는 아내의 빚보증이 만든 참극이며 그로 인해 김구라가 떠안은 빚의 액수는 알려진 금액만 18억임을 추정했다.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상당한 빚을 갚아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간 김구라가 이전의 세련된 여유 없이 왜 그토록 초조하고 조급해 보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가 그동안 아내를 험담했던 것 또한 가정을 지키기 위한 그만의 발버둥이었다. 농담 소재로 끄집어낼 수조차 없을 울화통이 치미는 사건을 대중에게 오픈하여 아내를 꾸짖는 것 같으면서도 그 스스로 화를 삭이며 아내를 그리고 가정을 버리지 않으려는 그 자신의 다짐이었던 것이다. 입원을 권유 받을 만큼 극심한 불안 증세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이 대중 앞에 밝혀지자 네티즌은 새삼 김구라의 극진한 아내 사랑과 가장 김구라의 책임감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중 주목 받게 된 것이 한 방송에서 밝힌 김구라의 손수 쓴 가계부였다.


 

 

최근 김구라는 그의 고정 프로그램 ‘세바퀴’에서 무려 10년 동안 써왔던 가계부를 공개했다. 전문 가계부도 아닌 공백의 노트에 어찌나 빼곡하고 세밀하게 출입금 내역을 써왔던지. 2006년부터 빼곡히 적어 내려간 이 피와 땀의 흔적이 그 자신의 실수도 아니고 마음껏 욕해도 되는 타인도 아닌. 가족의 판단 착오로 인해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원통하고 기가 막혔을까. 남의 일이지만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김구라는 손수 가계부를 쓰는 이유에 대해 그저 아내가 안 쓰니까! 라고 밝혔다. 웃으며 말했지만 그가 누누이 말했던 금전 감각이 없어 공과금 납부조차 안하고 미루어 둔다는 아내의 일화에 비추어 김구라 혼자 이 많은 책임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또한 숙연해졌다. 싫어도 좋아도 그는 내조와 외조를 동시에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내는 김구라를 내조해줄 수 있는 유형이 아니라 오히려 김구라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다.


 

김구라는 두어 차례 아내와의 첫 만남을 회상한바 있다. 힐링캠프에서 택시에 이은 조각 조각난 그의 회상들을 엮어 보면 이 아가페에 가까운 희생과 배려의 근원이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힐링캠프에서 그는 다소 특이했던 아내의 첫인상을 떠올렸다. 긴 머리 긴 치마를 입은 여신의 환영이 아닌 털털한 성격에 아톰처럼 툭 튀어나온 앞머리가 마치 김건모의 노래 가사 같았던 그녀.

 


언젠가 김구라의 선배는 청바지를 입고 나온 그녀에게 “너 다리 휘었다.” 라고 말했고 그때 처음으로 김구라는 아내의 치부라 말할 수 있을 휜 다리를 인식했다. 어쩐 일인지 아내의 다리가 휘었다는 치부 따위 김구라의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김구라의 이상형은 다리가 예쁜 여자였다고 한다. 예쁜 다리를 가진 여자와 사귀고 싶었던 김구라. 그럼에도 아내의 휜 다리를 결점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김구라의 손수 써내려간 가계부에서 그의 눈물과 땀이 서려있는 10여년의 결실 이상으로 가슴을 울린 출금 내역 하나가 있었다. 어머니 십 만원. 장모님 이십 만원. 시월드가 고유 명사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남자는 결혼하면 느닷없이 효자가 된다는 말이 주부님들의 단골 하소연인 21세기에. 장모님에게 10만원 더 용돈을 챙겨 드렸다는 김구라의 사용 내역에 그의 아내 사랑이 그대로 드러나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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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하세요..
    응사 리뷰가 오버랩되네요..
    (페르시아 왕자의 결말을 기억하세요..?)
    가계부에서 결혼 언약서같은 느낌이..
    "믿는다고 하는 것은 의심을 하지 않고 마음으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너를 향한 몸짓엔 수많은 어려움뿐이자만, 그러나 언제나
    굳은 다짐뿐이죠. 다시 너를 구하고 말 것라고.."

    김구라가 가계부에 쓴 진심으로 가족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P.S - '응사'리뷰부터 지금까지 닥터 콜님의 리뷰를 보며서 많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2015년도에도 성실한 '탐구 생활'을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

  • 잘 읽었습니다. 닥터콜님 좋은 하루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연말이면 각종 시상식에서 그 해를 기리는 공로자를 발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수상자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영화제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야유 또한 잇따른 패턴이었다. 대종상에 이어 2014년 청룡상에 이르기까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결과보다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결과 발표는 역시 영화제란 한 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미남, 미녀 스타를 감상하는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가치라 평가 절하하게 됐으나 무대 위로 호명된 그녀의 이름 앞에 올해는 이것으로 되었구나 싶었다. 그녀가 바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천우희다.

 


반에서 좀 각별했던 애도 기를 못 편다는, 날고 기는 가인들만 불러들인 영화계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한 해에도 수천의 영화인 중에 ‘최고 중의 최고’라는 평을 받게 된 여우주연상의 결과물 앞에 어찌 태연할 수 있겠느냐만 아직 낯선 얼굴의 그리 유명하지 않은 배우가 호명 앞에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망울이 되는 얼굴은 오랜만에 잊을 수 없는 청룡의 포토제닉이었다. 그렇게 천우희의 수상 순간은 특별했다.


 

 

 

 

‘저에게 이 상을 주신 게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배우하면서 의심하지 않고 정말 자신감 갖고 열심히 배우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관심과 가능성이 더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은 연기 보여 드리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흘러내린 눈물로 잔뜩 꾸미고 왔을 공들인 화장이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천우희가 수상 소감으로 전한 말은 배우 생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것은 여배우 불모지인 충무로에서 수많은 여배우들의 귀감이자 따뜻한 위로가 되어 청룡을 빛냈다. 사회자인 김혜수 또한 눈물을 글썽였다.


천우희의 수상 소감이 각별해진 것은 이튿날 동료 배우 조여정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소감 덕분이었다. 사실 천우희와 조여정은 청룡 영화제에서 방송이 되기도 전에 이미 기자들에게 포착되어 네티즌의 구설에 오른 웃지 못 할 일화가 있었다. 영화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행사 중 하나인 레드 카펫에서 두 배우의 의상과 전체적인 스타일이 판에 박은 듯 똑같았던 것이었다.


 

 

마치 인어공주의 탄생 같은 독특한 진주색의 우아한 롱 드레스를 똑같이 입은 천우희, 조여정은 의상에 맞추기 위함이었겠지만 심지어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마저 비슷해 화제가 됐다. 공식석상, 특히 영화제에서 여배우의 드레스란 거의 일 년을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녀들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다. 나는 오래 전 레드카펫 드레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감상한바 있는데 디자이너나 스타일리스트들이 가장 공들여 선별하는 의상 선택의 이유가 바로 다른 여배우와 겹치지 않는 옷을 고를 것이라고 한다.

 

 페이크 다큐인 영화 ‘여배우들’만 봐도 여배우들의 콧대와 자존심을 지켜주고자 의상 선택이나 자리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가. 좋은 의상은 먼저 낙점되기 때문에 눈치 게임도 어마무지하다는 이 상황에 각기 다른 자리의 두 사람이라면 몰라도 똑같은 영화제에서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는 여배우는 드물다. 때문에 두 배우가 얼마나 곤혹스러웠을지는 미루어 짐작해 이미 알 수 있었다. 참고로 같은 시상식에 배우가 똑같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니 얼마나 드문 사례인지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천우희 또한 10년차 중고 신인이라지만 아역 출신의 까마득한 대선배 조여정에게 해당 사건은 충분히 여배우의 자존심에 금이 갈 만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날 조여정은 기사마다 자신의 옆을 장식하는 천우희와의 비교 컷에 시달려야 했고 네티즌 또한 누가 더 나은지를 저울질했다. 하지만 마음이 상할 거라 생각했던 여배우의 높은 콧대나 계산속은 열악한 상황에서 오직 한 길만을 팠던 여배우 천우희의 수상 소감과 그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는 조여정의 순수한 응원에 댈 것이 아니었다.


‘포기하지 말라고 주시는 상"이라는 그녀의 수상소감은 모든 여배우에게 건네는 큰 위로와 응원이었다. 아침에 다시 생각해도 울컥.’


 

 

한 해를 마감하는 시상식에서 누가 더 아름다운가를 경쟁하는 미의 여신들의 경쟁 앞에 쌍둥이 드레스 해프닝은 여배우의 자존심에 금이 갈 만한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에 집착하지 않고 순수한 위로에 감사를 전하는 조여정의 자존심이 참 멋지다. 진짜 여배우의 자존심을 지켜준 건 레드카펫 위의 드레스가 아니라 꾸준히 동굴을 파헤치다 드디어 빛을 보게 된 순간에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어느 10년차 신인의 수상 소감이었다.


 

다음은 천우희의 수상 소감 전문이다.


다들 그렇게 수상소감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요.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내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우선 이수진 감독님과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같이 고생한 스태프, 배우들, 관객 한분 한분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우리 사장님이 이름 안 부르면 삐치실 것 같아요. 우리 식구들에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 상을 주신 게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배우하면서 의심하지 않고 정말 자신감 갖고 열심히 배우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관심과 가능성이 더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은 연기 보여 드리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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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개무량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꿈 같이 잘 어울리는 군복을 입은 그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굳게 다문 입술로 감추고 그저 젖은 눈으로 경례를 하는 유승호를 보고 있노라니 파노라마 같은 회상이 스쳐 지나갔다. 물에 빠뜨린 통닭이 아니라 치킨이 먹고 싶다고 조르던 까까머리의 ‘집으로’ 소년. 이제 더 이상 진짜 사나이의 갑옷이 밀리터리 코스프레로 보이지 않는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서 온 것이다.

 


그래서 문득 ‘유승호’할 때마다 곱씹곤 했던 ‘집으로’의 떼쟁이나 ‘부모님 전 상서’의 자폐 소년과는 작별할 시기가 왔구나- 싶었다. 그 무렵 유승호와 영화 가시고기를 찍었던 배우 정보석이 아역 배우와 친해지고 싶어 스케이트보드인가를 선물했다던 일화 또한, 아름답지만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시점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분명 유승호의 빛나는 한 페이지 중 하나이지만, 이제 더 이상 그를 박제한 소년으로 바라봐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만 집착하기에 유승호는 이제 너무나 큰 어른이 되어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승호는 어른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였었다. 그랬던 유승호가 청춘을 국가에 바친 또래의 잔류를 슬퍼하는 진짜 어른으로 성숙했다. 21개월의 현역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유승호는 전역 소감 첫마디를 “감사합니다.”로 열었다.

 

 

 

수많은 취재진과 벗겨지지 않는 고무신의 그녀들 앞에서 떨리는 소감을 말하던 유승호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70여명의 팬들은 두 팔 벌려 그를 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껏 보여주고파 전세버스까지 대절하여 유승호를 기다렸다. 그중에선 일본과 중국 그리고 홍콩 등. 아시아 각 전역의 해외 팬 또한 참석해 있어 21개월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유승호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천의 신인이 쏟아진다는 연예계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잊히는 것이다. 새벽녘 사무치는 고마움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일까. 다음날 오전 0시. 그는 공식 팬카페에 장문의 러브레터를 썼다. 제목은 ‘전역’이었다.


 

 

<오늘 와주신 팬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날씨도 추운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솔직히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역을 했지만 왠지 다시 부대로 복귀해야 할 것 같고, 썼다 지웠다를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입대하기 전에 다른 연예인들이 전역을 할 때 '왜 울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게 생각납니다. 근데 왜 눈물을 흘렸는지 알았습니다. 아까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그 감정을 글로는 도저히 표현 못하겠습니다.>


동료 연예인이 전역하며 흘렸던 눈물을 본인이 흘려보고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유승호.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 그는 무엇 때문에 눈물을 참지 못했던 것일까? 유승호는 이 감정을 도저히 글로 표현할 수 없겠다고 사양했지만 이후 그가 밝힌 ‘눈물의 이유’는 국가에 청춘을 바친 채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자유를 통제 당하고 있는 이 땅의 진짜 사나이를 대표하는 명문이자 같은 고통을 체험한 이가 남기는 진짜 사나이를 향한 가슴 시린 러브레터였다.


 

 

<간부님들과 우리 후임 조교들의 환호 속에서 나왔지만 20대의 청춘을 국가에 봉사하는 제 또래 친구들이 아직까지도 훈련병들을 교육하고 있고, 온갖 스트레스와 육체적 정신적 고통, 답답함. 저 또한 21개월을 했지만 아직도 많이 남은 후임들을 보니 안쓰럽고. 또 너무 고맙고, 소대장님께 감사하고. 그저 먼저 가는 게 미안하고…>


‘그저 먼저 가는 게 미안해서 울었다.’는 유승호. 전역한 남자들이 줄곧 꾸곤 한다는 꿈의 레퍼토리이자 최악의 악몽이 바로 ‘엣지 오브 투마로우’ 재입대의 저주다. 후임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별했지만 그럼에도 한편 그곳에 남아 여전히 청춘을 납부하고 있을 동료들을 생각하니 안쓰럽고 또 미안한 마음에 흐느꼈던 유승호.


 

 

‘우리 10중대 조교들만이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좋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니 눈물이 그냥 쏟아 졌습니다.’ 아역 시절부터 연예계에 몸 담아 어른의 세계에서 무수한 스타와 어울렸던 그가 처음으로 날것의 인간 유승호로서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보낸 21개월은 고통속의 낙이었으리라. 21개월간 유승호의 가슴에 품어 애틋해졌던 무수한 추억들이 새삼 궁금해지지만 그건 또 앞으로 그가 펼쳐낼 연기들 속에서 살아 빛나지 않겠는가.


 

 

21개월은 유승호의 꿈을 바꾸었다. 갱신된 열망은 ‘행복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것’ 그의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아름다운 소망을 군 복무 중에 갱신했다고 하니. 이런. 무슨 22살짜리가 이렇게 수시로 사람을 감동시키나. <그리고 팬분들, 수많은 카메라를 보니 2차로 터졌습니다. 기사 봤는데 온통 울고 있는 거 밖에 없네요.> 그가 눈물을 터뜨린 두 번째 이유. 자신을 기다려준 사람들이 고마워서라는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종종 행복을 느끼고 싶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나갈 작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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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저는 힘들 때, 가끔 생각했요..
    군대에 있을 때.... 간절히 원하는 것이..
    '사소한 일상의 생활'이라는 것을..
    - '유승호'도 전역 전에는 다시 연기을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서 다시 연기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쁨도
    느껴지네요...
    P.S- 군대에 있을 때, 야간 근무에서 사수(고참)가
    한 말이 생각이 났네요..
    "니가 고참이 되었을 때, 너는 니가 싫어하는 고참의
    행동을 닮아갈꺼라고...."
    저는 가르침 받는 것을 싫어 했는데, 저도 모르게 다른 이에게
    가르치려는 사람이 되었네요..ㅜㅜㅜ
    _ '미안하고, 충고 고마워요...'

    • 지적을 수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진순정님이 존경스럽습니다. 겸허한 말씀이 또한 제가 너무 냉정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하네요. 혹시 불쾌하셨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순정님의 성의 넘치는 댓글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가끔 제 그릇에 넘친다는 부담감이 들어 어려운 부탁을 드렸던 거랍니다.

  •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죽음은 늘 불시에 찾아든다. 어떤 죽음이든 당분간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해서 원망과 죄책감, 충격에 잠식되고 나면 진짜 슬픔에 젖어들게 되는 순간은 오히려 한참 뒤다. 잃어버린 사람을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스며드는 상실감.

 

 

김자옥의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 한참을 ‘실감 나지 않아.’ 되 내며 외면하다가 그녀가 남긴 대체할 수 없는 유산을 떠올리니 그제야 찾아드는 서글픈 상실감에 먹먹해졌다. 수줍은 미소, 목가적인 자태, 속살거리는 목소리. 우리는 만년 소녀 김자옥과 이별했다.

 

그러고 보면 2014년도에는 유독 실감 나지 않는 죽음이 많았다. 이제 막 피어나는 봉오리라서 더 애석했던 권리세와의 이별, 마왕이라 불리었던 사나이 신해철의 원통한 죽음. 계절이 급격하게 추워지던 시점에 김자옥을 잃고 나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던 것은 그녀가 아팠었다는 사실조차 실감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꽃 같은 미소, 변치 않는 소녀 자태의 그녀는 도무지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었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김자옥의 얼굴은 늘 생기 넘치는 화려한 미소였기에 투병중인 암환자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작년 그리고 올해 초 방영된 꽃보다 누나에서 투병 사실을 고백한 김자옥의 발언이 새삼 화제가 되었다. 윤여정, 김희애, 이미연. 그리고 이승기와 크로아티아 관광지를 찾은 김자옥은 이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꽃 보다 더 아름다운 누나였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날까지도 두려움에 힘겨워했다고 한다.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김자옥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그녀를 힘들게 했던 건, 육체의 고통보다 오랜 항암 치료에 지쳐가는 마음이었다. 자신감을 잃어버린 그녀는 늘 움츠러들어 있었고 위축된 채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다.

 

 

 

그 고통스러운 감정이 여행 전날까지도 남아있었다는 그녀는 이번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바꿀 계기를 찾았다고 고백했다. 분명 우리가 눈치 채지도 못했던 오랜 기간을 고통에 젖어 있었다는 김자옥의 고백은 충격적인 것이었지만 동료, 그리고 후배들과 함께한 여행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사실이 또한 위안을 주었다.

 

김자옥은 그리 호들갑스러운 이미지의 연예인은 아니지만 신드롬에 가까운 돌풍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적인 신조어를 남겼다. 마치 고대 시절부터 쓰던 말인 것처럼 이제는 남녀노소 모두의 입에 익은 ‘공주병’이라는 단어를 확장시킨 사람이 바로 김자옥이었으니까.

 

 

 

MBC가 콩트의 거성이던 시절에 조혜련과 여고생을 연기한 그녀는 분명 소녀의 나이는 아니었지만 갈래머리에 단정한 하얀 카라 교복이 그럴 수 없이 잘 어울렸다. 거칠고 투박한 소녀들 사이에서 부뚜막에 앉은 고양이처럼 내숭을 떨며 멀쩡한 얼굴로 잘난 척을 하는 바람에 성질난 친구들이 학교를 때려 부수는 쇼맨십이 이 콩트의 백미였다.

 

‘공주병을 앓는 여학생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견탤런트 김자옥이 공주병을 주제로 한 음반 <공주는 외로워>를 취입한다. 김씨는 이 음반에서 신철을 비롯한 인기 작곡가들의 노래를 부른다.’ 96년. 연합뉴스에 실린 탤런트 김자옥의 음반 취입 기사다.

 

 

 

크레파스 공주님 같은 연분홍 드레스에 왕관을 쓰고 살랑살랑 춤을 추며 ‘공주는 외로워’를 부르는 그녀의 주제는 해학이었지만, 한편 너무나 아름다워서 토를 달수도 없었다. “나는 공주야.” 라는 자찬을 아무리 쏟아내도 딱히 시비를 걸고 싶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타성에 젖기 쉬운 중년의 나이에 젊은이의 신조어를 확장시키고 거침없이 도전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녹슬지 않은 감성이 고운 얼굴 보다 더 소녀다웠다.

 

 

언젠가 교수님이 말했었다. 죽음이 슬픈 이유는 이별하기 때문이라고. 망자와 산자가 죽음 이후에도 교제할 수 있다면 슬플 일이 무어가 있겠냐고. 우아함 속에 편안함이 있었던 만년 소녀 김자옥을 대체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사실이 상실감에 젖게 하지만 죽음 이후에 되새긴 그녀의 얼굴에 하나 고통스러운 것 없이 꽃 같은 미소만 남아 또한 따뜻하다. 타인의 기억 속에 이토록 곱게 웃는 얼굴만을 남길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영원한 소녀 김자옥. 그녀의 소녀처럼 꽃다운 미소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수시로 만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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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자옥공주님

  • 자옥공주님. ㅜㅜ 정말 슬프고 믿기지가 않고 너무 보고 싶습니다. 가시 못 본가는게 더 슬픕니다.

  • 경사는 몰라도 애사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는 말이 있죠.
    그런데도 저는 스타들의 죽음에는 한 마디의 말도 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니 스타만이 아니라 모든 죽음에 대해서 그런 듯 하네요.
    죽음을 경험하고 아직 그 아픔에서 다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닥터콜님의 애도에 저도 꽃 한 송이 놓고 갑니다.

이 나이를 먹고 새삼스레 깨닫게 된 건 모든 선택은 가보지 못한 길의 아쉬움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선택하지 않은 나머지를 아쉬워하며 평생을 보낸다. 그 과정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 분야의 최고가 될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 400회 특집은 뜻밖에 검소했다. 연출이나 콘셉트의 특별한 터치 없이 멤버들끼리 짝을 지어 소풍을 떠난 것으로 족했다. 그 소박함이 오히려 무한도전이 성장 시킨 9년간의 결과물을 사색할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유재석의 짝은 정형돈이었다. 둘은 세종대왕릉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벌칙 게임이나 미션 수행이 필요치 않은 단순 나들이라 비록 방송이지만, 소풍 떠난 초등학생처럼 설렜을 두 사람이다.

 

허나 기대감에 찾아간 나들이는 실패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인파에 밀린 두 사람은 5분 만에 자리를 떠나야 했다. 방송을 핑계 삼아 억지로 버틴다면 버틸 수야 있었겠지만 유명세로 몰린 인파가 그들을 다치게 할까 우려한 유재석의 배려 탓이었다. 시민의 안전을 그의 자유보다 우선시 할 수 없는 유재석이기에.

 

 

 

“일이 커졌네요. 피리 부는 사나이도 아니고.” (형돈) 발길 닿는 곳마다 행인을 붙이고 다니는 두 사람은 하메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나 꿀 바른 단지 같았다. “조심해. 조심해. 다쳐. 다쳐.” 급기야는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을 쳐다보고 만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재석과 형돈의 뒤를 쫓아가는 어린이 무리까지 나온다.

 

그야말로 피리 부는 사나이. 혹은 각인 된 엄마 오리인 채의 유재석. 정신없는 와중에도 시민의 내민 손을 뿌리치거나 잠시나마 정색하지 않는다. 이 아비규환의 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인간성이 놀랍기만 했다.

 

 

 

“자. 이제 우리 어린이들 다칠 수 있으니까 이쯤에서. 이쯤에서 헤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시종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해 부드러운 당부를 잊지 않았던 유재석은 정녕 안 되겠다 생각 되었던지 5분 만에 나들이를 포기했다. 그의 유명세에 몰려든 인파가 나들이 나온 시민에게 민폐가 될까 염려한 것이다.

 

“차를 타고 가야 되거든요. 안녕. 안녀엉. 조심히 재밌게 놀고 가세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나들이를 포기했으면서도 자리를 떠나야 하는 이유를 꿋꿋하게 설명한데다 친절하고 살뜰한 작별의 인사까지 놓치지 않았던 유재석의 손엔 어느 아이가 건네준 파란 풍선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제가 인적 없는 곳으로 한번 찾아볼게요.” 5분 만에 끝난 세종대왕릉 방문이었지만 그 결정에 군소리 없이, 산뜻하게 따라나선 정형돈의 선택이 이미 400회간 쌓인 그들만의 텔레파시. 굳이 ‘비긴 어게인’할 필요가 없을 터였다.

 

불평, 불만 없이 선선히 유재석의 결정을 따르고 그가 겪는 곤혹을 이해하며 인적 없는 곳을 찾아보겠다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정형돈을 보며 아, 정말 저 두 사람은 많은 길을 함께 걸어왔고 서로의 처지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계획은 이게 아닌데.” 머쓱한 말 한마디가 담은 유재석의 마음씀씀이는 형돈이를 향한 배려까지 잊지 않는다.

 

 

 

“왜냐하면 식사 하시는 분들이 우리 때문에 먼지가 날려서 못 하실 수도 있고.” 애써 나온 나들이를 즐기지도 못하고 돌아오게 해야만 했던 그의 유명세가 미안해 부드러운 설명과 동시에 형돈의 눈치를 보는 재석. 뻥튀기 과자를 먹이고 흘러간 댄스 음악에 맞추어 재롱을 떨며 10년차 후배의 기분을 풀어준다. 결국, 흘러간 옛 노래에 함성을 담아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두 사람. 공간이 좀 협소하면 어떠랴. 커다란 유원지는 아닐지라도 차 안에 틀어둔 추억의 가요 한 소절에도 놀이할 수 있는 두 사람인데.

 

 

 

“명성황후 생가도 있어!” 눈이 휘둥그레져 찾은 다음 유적지에서도 두 사람의 나들이는 평온하지 못했다. 아니 나들이 자체가 성립 되지 않았다. 어느 곳에나 그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였고 유재석이라는 사람은 시민의 안전과 자신의 자유를 바꿔치기 할 수 없는 유형이었다. 자막이 그들의 마음을 읽은 듯 역시 우린 차 안이 편해 하고 위안하면서도 끝끝내 몰려와있는 사람들을 향해 차 안에서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유재석을 보니 참. 이 사람 어디서 뚝 떨어져 왔나 싶다.

 

“아쉽기는 합니다만…” 끝내 끙 하고 아쉬운 소리가 새어나오는 정형돈에게 맞장구치는 유재석의 머쓱한 얼굴. “아… 저 생가를 못 보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유재석 또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을 터였다. 더군다나 고통을 분담한 형돈에게 얽힌 미안함은 그보다 더 큰 부담이었다.

 

 

 

“근데 사실은 아휴… 미안하더라고요. 쟤(형돈)한테. 왜냐면은 오랜만에 이렇게 둘이 진짜 마음 딱 먹고 신나는 마음으로 출발할 때 너무 좋았잖아요. 음악하고 막 너무 좋은 거예요. 날씨. 하~ 이게 쭉 분위기를 타야하는데 그게 안 되고 계속 차 안에만 있으니까 진짜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운전을 계속 했어요.”

 

 

 

후배를 옆에 앉히고 대 선배인 유재석이 줄곧 운전을 했던 이유 또한 나들이 하지 못한 미안함에서 비롯되었다. 혹여 그 상황이 하극상으로 비추어져 형돈이 오해 받을까, 굳이 덧붙여준 마음씀씀이에 더 감탄했다. 이후 그는 단독 인터뷰에서 아쉬움과 미안함이라는 큰 부담을 갖고도 자유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힌다.

 

 

 

“제가 9년 동안의 무명 생활을 겪으면서 그렇게나 간절히 바라왔던 일이거든요. 그렇게 바라왔던 일이 현실이 됐는데 그걸 제가 지금 (불편하다고) 하는 건,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고 그런 부분은 아예 제가 포기를 해야 한다고, 포기를 한다고 할까요.”

 

 

 

그의 영원한 라이벌 강호동이 언젠가 일침했던 ‘스타가 갖추어야 할 미덕’이 떠오른다. 우리가 지금 겪는 불편함 또한 그 많은 출연료와 사랑에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유재석이 국민MC라는 수식어를 달기 한참 전인 쿵쿵따 시절에 홀로 상을 받은 강호동이 수상소감에서 언급했던 유재석의 수식어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청년. 유재석 씨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 많고 많을 수상 소감 인명 리스트에서 강호동의 평생 은인 이경규와 더불어 유일하게 호명 되었던 유재석. 이름하야 아름다운 청년. 아마 그때부터 강호동은 그가 한국 예능계에 어떤 역사를 남길지 예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국민MC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미덕은 바로 대중을 잊지 않는 마음씀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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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재작년 즈음 친구와 공동 운영하던 블로그에 작성된 글입니다. 블로그가 폐쇄되고 통째로 삭제가 되어 아쉬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제시카의 탈퇴 이후 다시 찾게 되어 반가우면서도 착잡한 기분입니다.

 

 

 

 

 

 

 

이전에 밝힌바 있지만 나는 소녀시대라는 카테고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것은 소녀시대가 우아해서가 아니라 그 어떤 그룹보다 서러울 정도로 치열한 필연적 경쟁구도를 가지기 때문이다. 많은 남자 속의 여자보다 여자를 더 긴장하게 하는 순간은 여자들 속의 여자이다. 고고한 백조의 우아한 모습 아래로 보이지 않는 파닥거림이 있듯이 아홉 명의 소녀들이 티비 속과 티비 밖에서 느끼고 받을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그녀들에게 있어 여덟 명의 친구들은 동료이기 이전에 아름다운 적이다. 소녀시대의 경쟁상대는 카라나 원더걸스가 아닌 바로 소녀시대 자신들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떤 그룹이건 다 포함 되는 말일수도 있다. 하지만 소녀시대에게 있어서 이 공식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소녀시대는 정확히 말하면 만개한 꽃이 아닌 피어나지 않은 꽃봉우리를 판매하는 그룹인 것이다. 피어난 꽃보다 설익은 꽃봉우리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꽃은 꽃봉우리만을 틔우기 위해서 태어나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그녀들은 언젠가는 만개해야하며 작던 크던 자신들만의 열매를 맺기 위해 시들어야할 시기도 다가온다. 내가 소녀시대를 재밌어하면서도 문득 슬픔을 느끼는 것은 소녀시대라는 이름부터 끝이 보이는 그룹이라는 느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녀들의 노래 중 내가 유별나게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바로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이다. 비록 원더걸스의 괴물곡 텔미에 밀려 그닥 빛을 보진 못했지만 국내 아이돌중 최고의 무대를 꼽으라면 나는 최고의 무대가 아니라 최고 중의 최고라고 그야말로 닥찬을 할 것이다. SM의 보물 작곡가 켄지의 비트와 서정성이 느껴지는 묘한 스타일의 멜로디와 이상의 시를 읽듯 글 하나하나의 의미보다 그 순간의 감성을 느껴야하는 독특한 가사를 비롯한 음악 자체의 뛰어난 완성도와 치어리더가 떠오르게 하는 아홉 명이 있어 유달리 예뻐 보이는 헤어스타일과 깜찍한 의상의 완벽한 조화도 조화였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빛나게 한 것은 소녀시대의 눈물 겨운 노력에 있었다.

 

 

 

영화 패왕별희에서 경극 훈련에 지친 연습생 라이즈는 알사탕에 혼이 팔려 달아났다가 발길이 닿게 된 극장에서 패왕 역의 배우에 감탄하며 눈물 흘린다. “얼마나 많이 맞았기에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아홉 명의 소녀가 춤을 추면서도 그 동작에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마치 자로 잰 듯 딱딱 열을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그야말로 컬쳐쇼크였다.

 

 

특히 비공개 영상으로 알려진 데뷔전 무대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그 무대를 만들기 위해 저 아이들이 SM연습생으로 있으면서 흘려야했을 땀과 눈물이 얼마일까. 이 노래로 1등을 하며 "슬픔 이제 안녕."을 부르는 소녀시대의 모습이 슬펐던 것은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다시 만난 세계는 소녀시대의 원점이며 기반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녀시대가 앞으로 더 많은 곡과 무대를 만들어 가더라도 이 무대를 뛰어 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소녀시대와 다시 만난 세계의 공통점은 바로 청춘과 순수이다. 다시 만난 세계는 언젠가는 잃어버릴 그래서 더욱 시리게 아름다운 청춘을 노래하는 곡이다.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라는 태연의 목소리에 "도와줘어~"라고 코러스를 넣는 제시카의 목소리는 그래서 더 슬프고 애절하다. 다시 만난 세계는 소녀시대의 원점이자 끝이기도 한 곡인 것이다.


 

 

인생은 길지만 청춘은 짧다. 그리고 잔인하게도 그래서 더 아름답다. 이 짧은 청춘을 판매하는 그룹 소녀시대는 그래서 더욱 슬프고 잔인하게 아름답다. 아홉 명이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소녀시대의 치어리더 효과는 만개한 꽃은 하나로도 아름답지만 꽃봉우리는 함께 있어야 빛나는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들도 언젠가는 소녀시대라는 카테고리를 떠나 스스로 만개하고 각기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럼 그때가 오면 나는 다시 만난 세계를 다시 조용히 들어볼 것이다. 어쩌면 이 노래는 시작이 아니라 끝에 더 걸맞았을 노래였을지도 모르겠다. 소녀시대가 소녀가 아닌 자신들만의 시대를 찾아나갈 때 다시 만난 세계는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질 것이다.

 

 


만약 내가 신이라면 청춘을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에 두었을 것이다, 작가 아나톨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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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3' 가 서울에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할리우드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튜디오를 방문해 오는 2016년 개봉 예정인 영화 '스타트렉3' 프로듀서인 제프리 체노브(Jeffrey Chernov)와 만나 일부를 서울에서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발표한 진취적인 목표 하나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29일. 박원순 시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 영화 스타트렉3의 일부 촬영지가 서울이 되었음을 알렸다.

 

 

 

 

시리즈물인 스타트렉은 전편이 큰 호응을 얻어 국내 관객 160만의 쾌거를 올린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선택한 박원순 시장의 선구안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은 스타트렉이라는 콘텐츠가 지닌 오랜 유대감과 마니아성을 꿰뚫어봤다는 것이다.

 

 

 

영화 스타트렉의 모태는 TV드라마에서 시작되었다. 1966년 NBC에서 첫 전파를 탄 이 프로그램은 미국 SF물에서 빠지지 않는 고전이다. 만화, 영화, 드라마 등 현 시대의 무수한 캐릭터들이 줄곧 입에 올리거나 패러디한 전적이 있는. 인기 드라마 빅뱅이론에서 천재 과학자 쉘든을 냅킨에 묻은 니모이(스타트렉 인기 캐릭터 스팍의 배우)의 유전자로 미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작품이다.

 

영화 스타트렉은 TV 시리즈와 다른 젊은 배우들을 기용 세대교체를 성공했다. TV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새로운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특히 출연 배우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자국인 할리우드를 넘어 전 세계를 뜨겁게 했을 정도다. 최근 방영된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는 인기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악역으로 열연해 주목을 받았다.

 

스타트렉의 미학은 마니아를 끌어모으는 컬트성과 중독성이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또 보고 싶네~ 마치 연예인을 추종하는 팬덤처럼 한 번의 관람으로 만족하지 못해 연속 상영으로 팬심을 충족하는 관객이 줄을 섰던 작품이 바로 스타트렉이다.

 

이렇게 생성된 팬들의 충성심은 영화의 2차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열과 성을 다한다. DVD와 피규어를 소비하는 간접체험에서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의 촬영지를 직접 체험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앞으로도 서울을 로케이션 명소로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라는 박원순 시장의 호언장담이 무색하지 않은 이유다.

 

 

 

박원순 시장은 영화 어벤져스2의 촬영지를 서울시를 이끄는데도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이게 모두 우리의 서울을 소개하는 것이니 어찌 협력을 게을리 하겠습니까” 가공할 만한 해외 수익을 올린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지가 대한민국으로 결정된다면 세계 속의 한국을 알리는데 이보다 더 좋은 문화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오히려 유명감독과 영화사를 적극 유치하여 많은 명작 영화가 서울에서 로케이션 되도록 할 것”이라며 “ 라고 했던 박원순 시장의 목표는 스타트렉3에 이어 현실이 되었다. 한 번의 우연으로 그치지 않고 거시적인 움직임으로 원대한 목표를 향해 닿아가는 박원순 시장의 안목과 노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스타트렉3의 촬영지가 서울시로 낙점된 것은 박원순 시장의 발로 뛰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28일 로스엔젤레스의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해 서울시를 홍보했다. 프로듀서 제프리 체노브와 스타트렉3의 감독 로베르토 오씨를 면담한 박 시장은 서울이 촬영지로 매력적인 이유와 지원할 수 있는 사항을 열거하여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서울시가 2007년부터 추진 중인 ‘해외영상물 서울 로케이션 마케팅’은 6일 이상 서울에서 촬영된 해외 영상물에 최대 1억 원의 제작비와 기타 부대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어벤져스 이후 두각을 드러낸 이 콘텐츠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며 왜 남의 나라에 생돈을 낭비하느냐는 비난 또한 적지 않았었다.

 

 

하지만 서양의 노골적인 재패니즈 신드롬을 이끌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로 인해 얻은 효과가 바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자랑하는 일본의 브랜드 이미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박원순 시장의 미래지향적인 안목에 감탄을 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 로케이션 마케팅은 수십 년 뒤를 기약하며 심어둔 씨앗이다. 핸드폰과 자동차를 파는 것보다 중요한 것. 문화는 국경을 넘어 영혼에 침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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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두나도 얼마 전 미드 촬영을 서울서 했다던데...이제 할리웃 영화와 미드에서 자주 서울이 등장되겠군요. 문제는 일본과 중국과 얼마나 다른 매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겠네요.

고명환 임지은 결혼 장수 커플의 교본 떡볶이로 맺은 인연 캠퍼스 커플보다 싱그러운 40대들

 

개그맨 고명환과 배우 임지은의 결혼 소식이 알려져 화제다. 그들의 소속사는 내달 11일인 결혼 예정일을 알리며 고명환, 임지은의 근사한 웨딩 화보를 공개했다. 두 사람의 웨딩 촬영에 참여한 관계자는 어떤 콘셉트의 웨딩드레스도 잘 소화하는 임지은은 행복한 신부의 모습 그대로였고 예비 아내를 향한 배려가 돋보였던 고명환 역시 자상한 신랑의 면모를 과시했다고 한다.

 

 

 

 

만 42세의 고명환과 그보다 한 살 어린 임지은은 혼기가 꽉 들어차다 넘친 노총각, 노처녀 커플이다. 그럼에도 떡볶이로 맺은 두 사람의 인연만큼은 스무 살의 캠퍼스 커플이 부럽지 않은 청춘의 싱그러움을 닮았다.

 

 

 

작년 7월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열애 사실을 인정한 두 사람은 무려 15년의 인연이 얽힌 장수 커플이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하여 인연을 맺은 문천식과 임지은은 명절에 안부를 묻는 정도의 지인 사이로 지내다 어느 날 문득 임지은에게 걸려온 고명환의 전화를 시작으로 연인의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

 

고명환의 바로 옆 동네에서 살고 있었던 임지은은 그야말로 등잔 밑에 숨어있는 내 사랑이었다. 세월을 함께 반추할 수 있는 또래의 나이. 서로가 인연일 수밖에 없었던 무수한 공통점들. 사귀는 사람 없이 외로운 처지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4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떡볶이 마니아라는 깜찍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던 두 사람. 그 매개체는 결코 약한 것이 아니어서 친구로 호명하던 두 사람을 연인 관계로 발전시키며 첫 키스까지 맺게 하는 최고의 중매쟁이 역할을 했다.

 

 

혹여 임지은에게 자신의 존재가 부담이 될까봐 ‘연인’ 아닌 ‘친구’의 호칭을 썼다는 고명환. 맛집으로 소문난 떡볶이 가게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임지은의 손가락을 잡아봤다는 그의 순수함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하루에 만리장성을 쌓는 인스턴트 시대에 임지은과 고명환의 첫 키스는 무려 손을 잡고도 수개월이 지난 시간이었다고 하니 두 사람이 쌓아 올린 관계의 견고함이 얼마나 단단한 것인가를 익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후 오랜 시간 무수히 쌓인 공통분모 속의 수많은 취미를 공유하며 “단 한 번도 질리지 않았다.”를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두 사람은 연인 이전에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서로의 소울메이트가 되어있었다. “한 마디로 코드가 완벽하게 맞았고 늘 새로웠다.”

 

 

현격한 나이 차이의 인형 같은 트로피 와이프가 연예계의 추세가 된 요즘. 서로가 있어 매일이 신선했다고 말하는 40대 커플의 고백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구수하고 촘촘한 개그와 깊은 연기 내공을 갖고 있는 이 연예계 커플은 사랑마저도 진국이었다. 두 사람이 쌓은 결실을 돌이키며 장수 커플의 교본을 일깨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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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VS 쑨양 복장 터지는 극과 극 미안하다는 말이 더 미안해

 

그림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을 보고 순정만화의 한 페이지를 찢고 나온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때론 가진 재능이 만화 보다 더 만화 같은 사람이 있다. 이를테면 박태환 같은 사람 말이다. 데미지와 핸디캡을 불사하고 세계무대의 내로라하는 동료 선수에게 존경과 시기를 동시에 받는 사람. 스포츠 만화를 따로 볼 필요가 없다.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 동메달의 결실을 얻은 박태환은 빨간 레일 앞에 서서 2위의 쑨양을 바라보며 탄산수보다 더 산뜻한 박태환표 스마일을 지어보였다. “기록이 안 나와서 아쉽고, 남은 경기도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의 기록은 1분 45초 85로서 3회 연속 우승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금보다 더 값진 동메달을 얻었다. 싱그럽게 웃으며 오히려 국민들을 격려하는 박태환의 의젓함에 관중들 또한 아쉬움을 덜어낸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박태환은 국민 여동생인 김연아와 더불어 ‘국민 남동생’으로 호명 당하는 사람이지만, 과연 국민이라는 칭호를 붙임 받을 만큼 그가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국 역사상 다시없을 수영 천재가 탄생했음에도 정부와 협회의 지원 사격은커녕 대한 수영 연맹이 수영 영웅을 푸대접한다는 수치스러운 기사가 외신으로 보도될 지경이었다.

 

박태환은 런던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기록하며 5천만 원의 올림픽 포상금이 책정 되었으나 박태환의 의향과는 관계없이 다이빙 유망주의 국외 전지훈련 비용으로 탕감하려 했던 수영 연맹 측의 강압으로 무려 9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려서야 해당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소위 윗선에 눈에 든 ‘괘씸죄 적용’으로 한동안 박태환은 공정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선수 혼자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최악의 환경에서 힘겨운 훈련을 이어갔다.

 

 

 

뉴스Y에서 취재한 중국 선수 쑨양과 우리나라의 선수 박태환의 극과 극의 빈부격차 현장은 이 다시없을 수영 천재가 국가에서 어떤 지원과 대접을 받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예선이 끝나고 결선을 준비하며 선수촌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동 차량을 찾는 박태환의 얼굴은 먹구름이 가득 끼어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쏟아져 나온 300여명의 선수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그들을 수송해야 할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날 또 다른 시합을 준비해야하기에 한시라도 바삐 스케줄을 진행해야 할 박태환과 선수들의 초조함이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이고 사소한 지원마저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인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야. 우리 저 앞으로 가야돼. 버스 타려면.”이라는 박태환의 소박한 멘트가 참으로 가슴 아렸다. 그와 대비되게 쑨양이 나오기도 전에 대기하고 있던 고급 승용차를 보고 있으니 더 참혹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이제 7시간 뒤면 결승을 시작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준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 많은 선수들을 통제할 진행 요원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300명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버스에 몰려들어 비명과 아우성 속에 상황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선수들이 크게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이제 막 중요한 시합을 앞둔 선수들을 어떻게 이런 상태로 내팽개쳐 두는지를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박태환은 인터뷰를 통해 경기장에 찾아온 많은 분들에게 아쉬운 경기를 펼쳐서 미안하다고 또한 많이 응원해주신 보답을 해드리지 못해서 또 미안하다는 거듭된 사죄의 말을 전했다. 그 미안하다는 한마디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도리어 송구스러운 기분이 들었던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183cm의 키. 270mm의 발 크기. 세계 무대에서 큰 몸체의 선수들을 상대하기에 데미지가 될 수밖에 없는 신체 구조. 그럼에도 자신보다 월등한 신체를 가진 해외 선수들을 위압하는 실력을 가진 살아있는 스포츠 만화 박태환.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 감동을 전하는 그의 경기가 올 한해도 즐겁고 쾌활하게 마무리 될 수 있길 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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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아시안게임은 참 실망스럽습니다. 이러면서 박태환에게 신기록과 금메달을 기대했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슈스케 벗님들 당신만이 오디션 역사상 두 번은 못 나올 무대

 

 

 

 

 

음악은 일상에 스며든 공기와도 같아서 매회 충격을 전하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하물며 아마추어의 목소리가 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과물이야 오죽할까. 더군다나 언제 적 슈스케(슈퍼스타K)인가. 너도나도 달려들었던 서바이벌 쇼의 신드롬이 사라지고 나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상님 같았던 슈퍼스타K조차 초라해 보이는 이 시점에 새삼스레 전신에 충격을 줄 멜로디가 탄생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떤 음악은 감동을 뛰어넘은 환희가 되고 일상의 무료함을 강타하는 충격적 영감으로 자리 잡힌다. 그런 몇 년에 한 번도 겪기 어려운 경험을 아마추어들의 데뷔 무대 ‘슈퍼스타K’에서 겪었으니 아니 놀랄쏘냐. 오마주와 콜라보가 뒤섞인 아마추어 그룹 ‘벗님들’은 7-80년대의 그룹사운드 ‘이치현과 벗님들’의 당신만이를 환상적인 하모니로 리메이크하여 극찬을 받았다.

 

 

 

 

당신만이의 완성도가 놀라운 까닭은 이전 슈퍼스타K의 밴드 참가자, 버스커버스커나 울랄라세션처럼 이미 완성된 상태의 그룹이 아닌, 콜라보레이션 미션이라는 숙제 아래 심사위원의 재량껏 선출 된 인스턴트 그룹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 대 개인의 대결이 아닌 공동 작업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냈다. 벗님들의 당신만이는 각자의 목소리 이전에 세 사람의 하모니가 무엇보다 돋보이는 무대였다.

 

꽤 좋은 평가를 받고 물러났던 라이벌 팀의 무대. 이후 장엄한 효과음과 함께 등장한 세 사람이 바로 벗님들이었다. 깁스를 한 다리로 스탭의 부축을 받고 있는 임도혁과 그저 착한 청년으로만 보이는 김필, 곽진언의 조합은 앞 팀의 재기발랄함에 묻혀 밋밋하고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팀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네.”라는 윤종신의 의문을 “만점!”이라는 이승철의 찬사로 완성된 그들의 무대는 콜라보레이션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곽진언을 바라보는 두 사람과 그런 둘을 자상하게 미소 지으며 마주 보던 곽진언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작한 벗님들의 무대. 곽진언의 손끝으로 탄생한 사근사근한 기타 멜로디와 달달한 허밍을 발판 삼아 무대를 울리는 임도혁의 내공이 느껴지는 목소리에서 이미 이 팀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음을 직감했다.

 

 

 

 

명확히 말하자면 세 사람의 목소리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어 쉽게 융화되기 어려웠을 테다. 그럼에도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섞이고 융화되었으며 하나하나의 매력을 묻어두지 않고 빠짐없이 드러냈다. 그것은 세 사람 중 누구 하나 자신만의 이기에서 머물지 않고 당신만이 빛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였기 때문이다.

 

 

 

 

나얼의 소울이 느껴지는 임도혁의 통 큰 울림과 기교 다룸이 능수능란해 부드러우면서도 살살 긁는 매력을 가진 김필의 트랜디한 보이스. 하나하나가 가능성이 엿보이는 능력자들이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돋보였던 것은 내가 무대의 조연이 되어야 할 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기꺼이 타인을 비추는 빛이 되길 마다치 않았던 허밍이라는 이름의 배려였다.

 

 

 

 

특히 승천할 기세로 한껏 찌르며 분위기를 고조시킨 김필, 임도혁의 보컬이 잦아들자 작은 침묵 사이를 파고든 곽진언의 심금을 울리는 저음. 심사위원 윤종신은 “두 사람의 목소리에서 감동이 확 왔다가 진언이 저음 딱 들어갈 때 확. 저음이 주는 감동 있죠? 옥타브 아래로 노래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정말 좋았어요.”

 

 

 

벗님들의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은 곽진언의 온화한 프로듀싱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벗님들 팀은 듣는 만족 이상으로 보는 만족 또한 월등한 그룹이었는데 그것은 아이돌처럼 잘생긴 미남자들이라서가 아니라 무대를 즐기는 세 사람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맛이 있어서였다. 그것은 경쟁이 아닌 세 사람의 화합된 목소리를 즐기는 궁극의 만족감에서 얻을 수 있는 얼굴이었다.

 

 

 

둔감한 필자 또한 이토록 격한 감동을 받았는데 귀가 예민한 프로 가수들이야 오죽했을까. 연신 미간을 움찔하며 흐뭇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윤종신. 검은 안경으로 눈을 가렸지만 그 누구보다 감정에 솔직한 남자 이승철의 환호.

 

 

 

눈물을 매달고 팔등의 소름을 쓸어보는 백지영. 그리고 튈 수밖에 없는 목소리를 가졌으면서도 주연이 되어야 할 때와 조연이 되어야 할 때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행복한 얼굴로 배려를 마다치 않은 임도혁의 협동심을 칭찬한 김범수의 마무리는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일깨워주는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 미션에서 필요했던 것은 통솔자의 권위나 개개인의 욕심이 아닌 화해와 격려에서 빚어지는 배려와 신뢰라는 것을 벗님들을 통해 깨달았다. 슈퍼스타K, 아니 오디션 역사상 두 번은 나올 수 없을 무대였다. 이 온화한 괴물들이 만들어낼 이 다음의 무대가 몹시나 기다려지는 그래서 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슈퍼스타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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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민 감격의 눈물 세상에 둘도 없을 이 시대 최고의 사랑꾼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내가 말했지. 20세기 최수종이 있다면 21세기에는 정준하와 김보민이 있다. 사랑 때문에 울고 사랑 덕분에 웃는 이 남녀 사랑꾼에겐 사랑을 표현하는데 마지노선이란 없다. 특히 KBS 소속 아나운서 김보민의 남편 김남일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한땐 놀림감이 되었다가 이제는 궁극의 사랑으로 완성되었다. 이 귀여운 여인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바라보는 연식에 여전히 첫사랑처럼 남편을 대한다.

 

 

 

 

 

지난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4’ 26라운드에서 인터뷰어의 자격으로 출전 선수 김남일을 취재하던 김보민은 인터뷰 도중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참의 눈높이 위의 남편에게 마이크를 가져다댄 김보민은 그가 대답하는 와중에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소리가 새어나올까 입을 막고 있던 그녀가 안쓰러우면서도 참 예뻤다.

 

 

 

김보민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된 정황을 함축하면 참 드라마 같아서 듣는 사람 또한 가슴 설렌다. 이날은 김남일이 무려 10년 만의 득점을 이룬 날이다. 전북 미드필더의 자격으로 선발에 출전한 그는 후반 38분에서 헤딩슛을 날려 팀을 승리하게 했다. 김남일의 결승골은 2004년 이후 무려 10년 3개월 만의 환희였다.

 

안절부절 못하며 경기를 지켜보던 김보민은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기다리다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진행 도중 울음을 터뜨렸다. 야멸차게 따지고 보자면 프로의식이 없는 행동이라고 지탄을 받을 수도 있었다. 더욱이 김보민의 격의 없는 김남일 앓이는 뭇 여성의 시샘을 이끌어내는 눈치 제로의 둔감녀 같기도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날 김보민의 허물어진 모습은 아름답기만 했다. 10년 만의 득점이라는 쾌거와 함께 10년을 바라보는 김보민의 애정에서 아무 조건 없는 순수한 열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쩜 그녀는 이리도 한결 같을 수가 있는가.

 

 

작년 김보민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그녀의 직업이 아나운서라는 이유로 김남일에게 이별을 통보 받았던 연애 시절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나운서가 축구 선수랑 결혼하는 거 봤어? 우린 결혼할 수 없어.” 당시 매정했던 남편의 한마디 한마디가 지금도 심장을 콕콕 찌르는 아픔인 것인지. 혹여 그때 우리가 헤어졌더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불안이 여태까지도 심장을 내려앉게 하는 통증인 것인지. 이제 중견 부부가 되어가는 그녀가 여전히 남편과의 이별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했었다. “여러분들도 진정한 사랑을 한다면 그런 시기가 왔을 거다.”

 

 

 

밀고 당기기가 장기 연애의 수칙으로 자리 잡힌 21세기에서는 소위 사랑꾼이란 놀림 받기 딱 좋은 대상이다. 더욱이 튕기는 여자가 매력 있다는 정설에 사로잡혀 김보민처럼 일절의 튕김 없이 사랑을 전하는 여자에겐 “헌신하다 헌신짝 되기 마련”이라는 서글픈 결과물만이 아로새겨질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치 천연기념물 같은 김보민의 밀땅 없는 사랑이 너무나도 가치 있게 느껴졌다. 그를 기다리다 울음을 터뜨리는 김보민을 다정하게 안아주는 김남일과 “아내가 온 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코멘트는 그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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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현실 꼬집은 강동원 남자 배우의 보기 드문 소신 발언

전도연은 내로라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다. 굳이 ‘여배우’라는 면피를 붙일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리 자주 작품을 찍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야 그럭저럭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는 있지만 한동안은 매정하리만큼 휴식이 길어 나는 그녀의 일 욕심을 의심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전도연의 연기에 목마른 관객이 한둘이 아니었던지 대놓고 작품 활동을 왜 이리 드문드문하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도연이 던진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한정되어 있었다, 자신을 불러주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

 

 

 

물론 섭외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말인즉슨 전도연이라는 한국 대표 배우의 명망에 어울리는 작품이 쉬이 잡혀주지 않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전도연 정도의 커리어와 재능을 가진 남자 배우였다면 애쓰지 않아도 그의 영화를 제작해주겠다고 나서줄 투자자가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일반 회사와 달리 실력과 재능만을 우선시 할 것 같은 충무로판은 뜻밖에 보조 인력을 넘어서는 여성의 능력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배우가 아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극장을 갈 때마다 여배우가 나오는 괜찮은 영화를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다는 전도연. 경험자의 고백에 의하면 여배우가 출연할 만한 시나리오가 없기 때문이라는데 그 어느 때보다 영화 보는 사람이 많은 대한민국이지만 장르의 다양성만큼은 오히려 협소해졌다.

 

 

 

노래방, 영화 관람을 제외하면 놀이 공간이 전무하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 영화 감상은 빠지지 않는 주요 데이트 플랜이다. 이젠 천만이 우습게 너도나도 천만 시대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 전 세계 1위의 관객 수를 자랑하는 해외 영화 또한 적지 않다. 기록으로만 따져 계산한다면 한국 사람만큼 영화 보기를 즐겨하는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스릴러와 느와르 등 남자 냄새 진동하는 하드보일드 무비가 스크린을 꽉 채운 21세기에 여배우가 설 자리는 지극히 적다.

 

 

‘최근 국내 영화계의 안타까운 현실중 하나가 여배우의 영화가 많지 않다. 시나리오도 대부분 남자 영화라 아쉽다.’ 라는 남배우 강동원의 소신 발언은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최근 강동원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관객과의 대화에서 인상적인 한마디를 남겼다.

 

 

 

관객의 질문은 ‘함께 작품을 찍고 싶은 여배우는 누구인가’ 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것이었지만, 배우 강동원의 히로인으로 불림 받았던 ‘여배우’의 의미를 도리어 그는 남성 중심의 충무로 판도를 꼬집는 답변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남배우인 자신에게 이득이 되면 이득이 됐지 결코 해가 되지 않을 남자 중심의 충무로판을 도리어 안타깝게 바라보며 영화계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보다 많은 여배우들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강동원은 영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강동원의 상대역을 묻는 보편적인 질문에서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나오길 기원하는 강동원의 마인드가 그의 외모만큼이나 멋있었다. 천만 시대의 충무로. 그 넓은 꿈과 상상의 공간에 부디 여배우의 공간 또한 비워져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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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동원이 이렇게 멋진 내면을 지닌 배우였군요. 올해는 너무 운이 없어서 안타까운데...
    그래도 결국은 잘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으로는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지요^^

  • 안녕 하세요.

    예전에 스크린 쿼터에서 독립/예술영화 쿼터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로 생각한 적 있네요..
    그러면 기회의 평등이 오지 않을까라는...

  • 강동원님은 군도에서 너무 잘봤는데 연기만 잘할뿐만 아니라 마인드도 멎진분이었군요. 저도 여배우 중심영화가 더 나오길 빕니다.

레이디스코드 은비 인형 이별이 실감난 가슴 아픈 장면

 

걸그룹 레이디스코드를 태운 승합차가 빗길에 미끄러졌다. 지난 3일. 영동고속도로에서 방호벽을 들이받았음에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생긴 이 비운의 사고에 멤버 모두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향했다.

 

 

 

 

사고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은 고은비와 권리세가 감당해야 할 아픔은 컸다.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권리세는 중태에 빠진 상태에서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쳤다. 수술 도중 혈압이 떨어져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수술이 중단되는 사고 또한 있었다. 레이디스코드의 소속사 폴라라스 엔터테인먼트는 수술이 잘 마무리 되었고 차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큰 수술을 마치고 의식을 회복하고 있는 그녀에게 많은 이들의 소원이 갈급한 상황이다.

 

 

한편 치료를 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고은비의 사망은 많은 이들을 상념에 젖게 하는 슬픔으로 남았다. 레이디스코드는 분명 메이저 걸그룹은 아니다. 그 흔한 음원 순위 1위조차 쉽지 않았던 아이돌이니까. 그래서였을까. 뒤늦게 발견한 그녀의 선량한 매력과 7년간 연습생에 머물러있다 비로소 갖게 된 가수 활동 기간이 고작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애달픈 비애는 기묘한 죄책감을 동반한 아쉬움으로 그녀를 내내 그리워하게 했다.

 

누구보다 먼저 그녀의 매력을 캐치했던 팬들에게 고은비의 또 다른 이름은 ‘은비타민’이었다. 꿈을 향해 다가가는 열정과 노력, 밝고 긍정적인 태양 같은 에너지는 팀 내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며 기댈 수 있는 버팀목으로 존재했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며 놀라운 힘을 주는지를 경험해봤던 사람이라면 은비의 수식어 은비타민이라는 애칭이 얼마나 많은 그녀의 가치를 설명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루 종일 스케줄하며 꾹꾹 참다가 이제야 레슨 가는 길에 펑펑 울고 나니 이제 좀 실감이 난다. 은비야… 근데 아직 믿기지는 않아. 잘 가라고 손 흔들던 모습 아직 24시간도 안 지났는데. 활동 끝났으니까 맛있는 거 먹자더니… 나 이사 가면 놀러오겠다며… 그냥 조금 먼저 가 있는 거라고 믿을게. 다음에 만나면 꼭 놀러와 맛있는 거 먹자! 거기서도 항상 밝고 행복했음 좋겠다. 매일 기도할게. 잘 가… 은비야…“ 최승아 @DQagency_Sa

 

‘늘 웃는 얼굴로 반겨주던 우리 예쁜 은비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제까지 씩씩하게 공연하던 은비였는데… 아직 많이 어린 친구인데 너무 빨리 데려가시네요. 은비가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모두 기도해주세요.“ 윤 미연 @yoonmiyeon90

 

레이디스코드 댄서팀이 남긴 이별의 인사들은 그녀가 생전에 얼마나 고운 사람이었는가를 알리며 더 큰 애달픔을 주었다.

 

팬을 발견하면 그저 좋아서 해사한 미소로 맞아주는 그녀의 웃음은 ‘무공해 미소’로 불리었다. 밝고 건강한 심성을 가진 고은비는 소망마저도 소박하고 예뻤다. “오랜 만에 가족들과 집에서 추석 음식을 먹으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 생전 소원이 그 흔하고 흔한 음원 차트 1위였다는 은비. 이 애처로운 소식이 전해지자 레이디스코드의 팬덤 뿐만이 아닌 동시에 순위를 노리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을 타 아이돌의 팬덤 또한 그녀의 소원을 위해 내 가수의 스트리밍을 멈추고 레이디스코드의 노래를 들었다.

 

 

기사 일면과 검색어를 장식한 서글픈 비보에도 문득 인식하지 못했던 그녀와의 이별을 사고 현장을 담은 뉴스 영상의 흙 묻은 인형을 보며 실감했다. 방호벽을 기대고 떨어져있는 노란 바나나 인형. 고은비가 좋아했던 인형이라는 팬의 설명과 함께 바나나가 그려진 옷을 입고 바나나 인형을 들고 있는 그녀의 생전 사진은 그 어떤 기사보다도 그녀와의 이별을 실감하게 하는 서글픈 장면이었다. 터지지 않는 에어백 대신 이 인형을 에어백 삼아 꼭 끌어안고 있었을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문득 숙연해졌다.

 

 

무려 7년간의 기약 없는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얻은 고작 1년여의 가수 활동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 레이디스코드의 팬이건 아니건 간에 은비타민이라 불릴 만큼 밝고 건강한 에너지로 타인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성실하고 꿈 많은 소녀가 음원 순위 1위라는 간절한 소원 하나도 이루지 못한 채 이토록 빨리 세상과 이별했다는 소식은 애석하고 침통한 일이다.

 

“소소한 일상이 가장 행복한 일상 같아요.”라는 고은비의 생전 철학이 가슴을 친다. 대수술을 마친 권리세의 회복을 비롯하여 레이디스코드 멤버들의 건강이 부디 빨리 쾌유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익히 알고 있었던 고운 심성의 고은비가 아픔 없는 먼 나라에서 소소하게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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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연 딸 향한 패륜적 악플 91개의 고소 이력이 증명하는 모성애

 

<트러블 메이커> 특집으로 기획된 택시에서 뜻밖에 첫 테이프를 끊은 손님은 다름 아닌 김가연-임요환 부부였다. 택시에 앉기 전 메인mc 오만석은 이 부부를 ‘고소미 커플’로 소개했다. 깜찍하게 “저만 그래요.”라고 응수하는 김가연과 “저는 평화주의자예요.”라는 몸 사림으로 웃음을 안겨준 임요환.

 

 

 

 

그들이 좌석에 앉자마자 후다닥 바뀌는 소제목 ‘악플계의 잔 다르크, 김가연♥임요환’에서 이들을 연예계 트러블 메이커로 소개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미지 관리 때문에 욕설과 루머 등 웬만한 악성 댓글에도 참아야만 하는 기존 연예계의 풍조와 달리 당당하게 칼을 빼어들어 악플러를 몇 차례나 처단한 김가연의 용기가 이날의 주제나 다름 아니었다.

 

 

 

“악플계의 잔다르크!” 껄껄 웃는 오만석과 “악플이 그렇게 많아요?” 눈이 휘둥그레진 이영자를 향해 김가연은 악플러 킬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사연을 공개했다. “초등학생, 중학생은 그런 글을 남기지 않습니다. (중략) 사람의 심리 상태를 파악해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줄 만한 말을 하는 사람은요. 성인이에요.” 난 80개의 악플을 처단했다는 기사가 나가고 불어난 11개의 악성 댓글을 추가해 무려 91개의 댓글을 고소한 김가연은 이제는 거의 프로파일러 수준이었다.

 

 

김가연 또한 처음부터 악성 댓글에 민감했던 것은 아니었다. 정도를 알고 도리를 알고 워낙 똑 부러지는 성격의 김가연은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서 “시작은 인신공격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라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얘기했으니까. 그녀가 택한 사람이 워낙 인기 많은 남자였으니 시기심 수준에서 그치는 악성댓글은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8살 차이가 나는 연상 연하 커플인 두 사람의 결혼 발표 이후 쏟아지는 댓글의 수위는 한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임요환의 입을 빌려 가족에게 쏟아지는 악성 댓글을 참아내지 못하더라는 김가연. 그 와중에도 그녀는 똑똑히 사실을 정정한다. “그냥 가족 정도가 아니라요. 이를테면 저랑 남편이랑 나이차이가 8살 차이잖아요. 저희 딸이 19살이에요. (그만큼 어린 나이다보니까) 남편이 저랑 결혼하는 이유는 (어린) 딸 때문이다. 뭐 이런 거 있잖아요.”

 

너그러운 평화주의자 임요환의 만류와 네티즌을 공격함으로서 얻게 될 야박한 이미지를 감내하고 결국, 잔다르크의 칼을 뽑아들었던 것은 스스로의 상처 이전에 한창 예민한 딸이 처벌 받지 않은 악플을 직접적으로 목격했을 때 받게 될 상처를 염려해서였다.

 

 

 

김가연이 밝힌 악플러의 사례는 제3자가 듣기에도 치가 떨리는 패륜적 악성 댓글이었지만, 방송에서 공개하지 못한 댓글의 수위는 그 이상을 뛰어넘는 것도 있었다. 고소 진행을 위해 검사가 전화를 하자 하도 잦은 신고에 어떤 케이스인지도 몰랐던 김가연이 댓글의 내용을 읽어달라고 하자 갖은 험악한 범죄에 익숙해져있을 검사조차도 차마 운을 떼지 못한 채 애먼 김가연의 이름만 되풀이했다. 그것은 차마 읽어내지도 못할 만큼 심한 악플이었기에.

 

91개의 고소. 관용의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 도를 넘어선 악성 댓글마저 웃으면서 넘겨야 하는 무수한 연예인들이 즐비한 이 시대에 김가연의 단호한 태도는 일부 충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딸을 보호하기 위해 어머니가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91개의 고소 이력은 모성의 증거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가연이 그토록 사랑하는 19살의 딸에게 임요환이 전화를 걸었을 때, 딸이 전하는 한 마디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랑받는 아이의 행복을 증명하고 있었다. “지금 엄마가 아빠랑 결혼해서 행복한 것 같애?” 라는 이영자의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엄청!”이라고 대답하는 아이.

 

 

 

나도 엄마와 아빠 같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도 행복하다는 아이. 다정한 아빠와 용감한 엄마의 사랑을 받고 큰 아이가 ‘행복’을 이야기한다. 김가연의 91개의 고소 이력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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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가연님과 그분 가족이 악플때문에 상처받는일 없었으면 좋겠고 악플도 멈췄으면 줳겠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가연님도 힘냈으면 좋겠네요.

  • 개인적으로 이렇게 악플러 킬러가 된게 더 좋은 편이라고 생각듭니다. 요즘 악플은 너무 생각없이 말 뱉는 사람이 많아서..

    • 택시에서 시행한 시민을 향한 조사 결과에서도 김가연이 악플러 킬러로 남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8배 이상의 찬성이 달렸더군요.ㅋㅋ

    • waa 2016.01.21 21:02 신고

      나가디져 그지야 니가 악플처먹을래 똥 먹고 디져

  • 2014.08.27 18:34

    비밀댓글입니다

  • fwf 2016.01.21 21:01 신고

    저런년들은 욕먹어도 싸다는 생각듭니다 ㅋ 더이상 ㅈㄹ하면 저년이 또 고소드립칠까 더는 안적는다만 이상한 개짓거리떠니 악플러들 욕하지... 말로만 욕하지말고 실제로 밟아야되

교황 방한 종교를 뛰어넘은 살아있는 성인의 가르침 세월호 유족이 얻은 122일 만의 위안

매회 신기록을 세우며 천만을 바라보는 ‘국민 영화’ 명량. 작품성 논란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결국 이 영화를 보게 하는 원동력은 이순신의 힘일 것이다. 파내고 파내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슈퍼 히어로를 향한 가슴 설레는 찬양. 그것은 국가와 개인의 이념을 뛰어넘는 한 위대한 인간을 향한 동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풍경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종교의 절대적 대부를 대하는 존경심이 인간의 이기심과 편 가르기를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천주교인이 아닌 종교인도 심지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한 마음으로 그의 방문에 가슴 설렜다. 그것은 익히 알려진 ‘빈자의 대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청빈한 인품과 폐쇄적이지 않은 신을 닮은 인간애와 사랑이 많은 이들의 머리와 가슴에 큰 철학과 영감을 남겼기 때문이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현대에 맞게 고치면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는 뜻이 될 것이다.“ -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빈자의 대부’ ‘청빈’의 대명사라 불린다. 그의 거룩한 ‘성자의 행보’는 허례허식을 거부한 청빈한 삶의 실천으로 종교와 국경을 뛰어넘은 감동을 일으켰다.

 

 

 

방한 이전부터 국내 네티즌에게도 화제가 되었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곱 가지 청빈의 실천. 1. 황금왕좌를 나무의자로 교체 (목수의 제자다운 모습) 2. 황금 스카프 거부 3. 이전부터 신던 검은 구두를 계속 사용 (전통적인 붉은 구두 거부) 4. 루비와 다이아로 치장된 십자가가 아닌 쇠로 된 십자가 사용 5. 교황반지는 금이 아닌 은으로 바뀜 6. 겉옷 안에는 일반 신부복을 항상 착용 (자신 또한 일반 신부와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킴) 7. 레드카펫을 없앰. 인기와 박수갈채에 관심이 없음.

 

교황의 방한이 이토록 뜨거웠던 것은 단순히 그가 유명인사라서도 어느 종교의 절대적 지지자여서도 아니었다. 그의 행동거지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물든 이 시대에 흔히 목격할 수 없는 ‘살아있는 성인’임을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에 도착한 교황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왔던 신을 닮은 성직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교황의 국내 이동 수단은 한눈에 보기에도 작은 소형차와 KTX 열차였다. 교황 자신이 전용 헬기와 큰 차를 거부하고 소형차를 선택한 것이었다. 작은 차로 거리를 누비며 창문을 열어 몸을 내밀고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이 땅을 축복해주는 그의 검소한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고 또한 한없이 거룩했다.

 

실제 암살 위협에도 교황 전용 방탄차를 거부한 그는 “내 나이에 잃을 것이 많지 않다.”고 인터뷰한바가 있다. 그가 얼마나 절대자의 권력 남용과 허례허식을 혐오하는지를 증명하는 사례다. 그가 방탄차를 거부하는 이유는 ‘정어리 통조림과 같은 유리로 된 방탄차가 자신과 사람들 사이에 벽을 만들어 분리시키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교황의 암살 위협을 염려한 경호팀이 똑같은 차를 따라붙게 해 어느 것이 교황이 탄 차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은신술 작전을 썼으나 창문을 활짝 열고 활짝 웃으며 대한민국을 축복하는 교황의 눈높이 사랑에 그만 무산되어 버렸다. 교황을 태운 차는 몇 번이나 가다 멈춰 세워졌다. 길가에 서서 그의 축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을 보다 가까이서 보고 듣고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제 종교는 가톨릭이 아니라 개신교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교황이 우리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볼에 입을 맞췄습니다. 그게 힘이 됐습니다.”(김형기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교황의 방한이 그 누구보다 간절했을 세월호 유가족들은 122일만의 위안을 얻었다.

 

단원고 학생 고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는 경향신문을 통해 “참사 122일 만에 처음으로 존중받은 경험이었다.” 라고 전했다. “유가족들을 한 명 한 명 손잡아주시고 안아주셨는데 정말 감동이었다.” “교황에게서 진실한 약속의 눈빛과 아픈 사람들과 공감하는 마음을 느꼈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국민들의 문제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높은 분을 만나서 호소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단식을 하고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경찰에게 희롱 당하는 2014년 경악의 대한민국. 교황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122일 만의 안식을 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다. 그리고 그의 축복에 위안을 얻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종교 또한 제각각이다. 무교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천주교가 아닌 종교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종교와 국경을 괘념하지 않은 안식과 위안을 얻었던 것은 교황의 존중과 축복 그리고 위로 그 모든 행위에 ‘진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의 손을 잡고파 내밀어진 손에 담긴 하나하나의 메시지를 그는 모두 받아들였다. 세월호 유가족이 전한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하나하나의 아픔을 경청하고 위로했다. 교황의 방한을 최종 목표로 전국 도보 순례를 했던 두 아버지의 마음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 넋을 기리겠다는 교황의 약속에 또한 위안을 얻었으리라.

 

 

122일 만에 존중 받은 느낌이라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말에 콧날이 시큰해진다. 한편으로는 절망하고 한편으로는 위안을 얻는다. 연이은 참사, 무엇보다 성인이 사라진 이 시대에 과연 신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의문을 품었던 매일매일. 교황의 방문은 나날이 과학이 발전하는 21세기에 종교가 필요한 이유를 일깨워줬다. 그것은 위로와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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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족들이 위안을 받았다는 것이 다행스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화도 납니다.
    가장 먼저 위로해야 할 사람들은 모두 딴청이니...

로빈윌리엄스 사망 한국인에게도 큰 충격 가슴을 아리게 하는 그의 사망원인

분명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인데 지금 당장 한국말을 좔좔 왼다고 해도 어쩐지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서양 배우가 있다. 한국인에게 로빈윌리엄스는 그런 배우였다.

 

 

 

 

사춘기가 도래하던 무렵에 진정한 스승을 부르짖으며 “캡틴. 오! 마이 캡틴.”을 외쳐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전한 ‘Carpe, carpe diem’ 카르페디엠 : 현재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은 숱한 한국인들에게 인생의 지침으로 남았다.

 

 

 

그래서였을까. ‘로빈윌리엄스 사망’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뜬 이 잔혹한 문장에 마치 스승을 잃어버린 것처럼 상실감이 스몄던 것은. 그의 사망 원인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문단을 읽었을 때는 그저 가슴이 아렸다. 우울증. 로빈윌리엄스가 우울증이라니.

 

내 기억 속에 로빈 윌리엄스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꼬리를 올려서 애써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다정하면서도 참 슬퍼서 더욱더 그는 어른처럼 느껴졌다.

 

 

 

참된 어른. 그것이 바로 로빈 윌리엄스의 이데아였다. 그는 시를 부정하는 사회에 놓인 위태로운 아이들에게 희망과 정의, 꿈을 제시한 참된 스승이자 (죽은 시인의 사회)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포기하지 않고 붙드는 인생의 멘토였다. (굿 윌 헌팅) 숱하게 많은 또 하나의 멧 데이먼이 그토록 듣고 싶었을 한마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를 반복하던 로빈 윌리엄스의 격려는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어 사무치는 위로로 남았다.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애도 성명서를 통해 대중을 웃기고 울렸던 무수한 캐릭터들을 열거했다. “로빈 윌리엄스는 조종사, 의사, 지니, 유모이자 그 모든 것이다.” “그는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했다. 자신의 무한한 재능을 해외에 파병된 병사들로부터 소외된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선물한 사람이었다.” “ 로빈 윌리엄스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대를 풍미했던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는 아카데미와 그래미, 골든 글로브상과 에미상을 휩쓸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무수하게 쌓여진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새삼 그의 호기심 어린 연기 열망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좌충우돌 메리 포핀스(미세스 다웃파이어)와 조로증에 걸린 소년(잭) 온몸을 금속으로 뒤덮은 휴머노이드(바이센테니얼 맨), 중년 피터팬까지.(후크)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그였지만, 그중에서도 그가 한국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것은 코미디 영화의 즐거움이었다. 로빈 윌리엄스는 슬픈 미소를 가진 즐거운 배우였다. 장르를 넘어드는 그의 호쾌한 유머는 작품 속에 스며든 인간애와 짠한 동심이 서려있어 코미디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슬픈 눈으로 익살맞은 미소를 짓곤 하던 로빈 윌리엄스의 얼굴은 풍선을 건네는 삐에로 아저씨와도 닮아있었다.

 

 

 

‘쏘로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망적으로 산다고 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발견된 곳은 그의 자택이었다. 로빈 윌리엄스의 대변인은 ‘로빈 윌리엄스가 심각한 우울증과 싸워 왔다. 유가족들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만큼 사생활을 존중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 사랑을 받은 사람이었는지는 로빈 윌리엄스의 아내 ‘수전 슈나이더’가 남긴 심경 고백에서도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녀는 “오늘 아침 나는 남편이자 나의 최고의 친구를 잃었고 세계는 가장 아름다운 연기자와 아름다운 사람을 잃었다. 진심으로 가슴이 찢어진다.” “로빈 윌리엄스의 가족을 대표해 깊은 슬픔의 시간 동안 사생활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 드린다.” 라고 유가족을 대표한 고백과 당부를 남겼다.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그가 사람들에게 선사했던 수많은 웃음과 즐거움을 조명해주시길 바란다.” 라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 그의 죽음이 아닌 그가 살아있을 때 남긴 무수한 추억들을 반추해 본다.

 

 

"100년의 1/4을 살았지만 여전히 내게는 아기인 젤다. 생일 축하하고 사랑해!" 사망 2주 전 그의 SNS에 남긴 딸 젤다를 향한 뭉클한 축하 메시지에 내 인생의 첫 슬픈 해피엔딩이었던 ‘미세스 다웃 파이어’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부모님의 이혼에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느 아이의 사연에 자신의 아이를 투영하여 남긴 미세스 다웃 파이어의 메시지가 그와의 헤어짐에 공황 상태인 이들에게 나즈막히 위로를 전한다. 부모님의 결별에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느 아이의 사연에 자신의 아이를 투영하여 남긴 미세스 다웃 파이어의 메시지가 그와의 헤어짐에 공황 상태인 이들에게 나지막이 격려를 전한다.

 

“슬퍼하지 말거라. 네 탓이 아니야. 헤어졌다 해도 널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단다. 서로 사랑하는 한, 마음 속의 가족은 영원하단다. 용기를 내거라. 다 잘 될 거야. bye-bye."

 

 

"지니. 이제 넌 자유야." @The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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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세...그를 잃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입니다. 많이 아쉬어 슬픈 마음입니다.
    오는 주말에는 그의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를 애도해야겠어요....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참 멋진 배우였는데 안타깝네요.

    • 제 어린 시절의 많은 철학과 영감을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에서 받았기에 더 가슴이 아리네요. 그가 남겨준 작품들이 위대한 유산과도 같습니다.

  • 안녕하세요..

    피터팬 또는 링크(젤다의 전설)가 되고 싶은 모험가 로빈 윌리엄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알그렌(톰 크루즈)대위의 대사가

    기억이 났네요..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했다오..."

    "그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의 사견은 '로빈 윌리엄스'의 여정은

    '젤다'를 구하기 위해 여러 모험을 하는 어른 모습에 어린 영혼이
    깃든 '링크'의 여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 웬디 : 왜 우는 것니 )

    - 행복한 생각이 많아서요....

    ( 웬디 : 모험이 끝나서 섭섭하지 않니..?)

    - 산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예요......

    영화 '후크' 중에서...




SNL 이국주 빨개요 대중을 놀라게 한 기대 이상의 댄스 실력

 

생각해보면 김보성보다 빛나는 의리의 아이콘은 바로 이국주일지도 모른다. 대단한 여자 이국주는, 김보성의 해묵은 콘텐츠 '의리'를 들고 나와 새삼스레 전국구 유행어로 등재시켰다. “아빠가 왕년에~”같은. 다소 지긋지긋한 이미지였던 의리를 세련된 유머코드로 승화시켜준 이국주의 김보성 패러디는 새삼스레 올드 스타 김보성을 젊고 감각적인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원조 김보성조차 살리지 못한 의리를 콘텐츠로 다듬어준 이국주 덕분에 늦깎이 CF스타가 된 김보성은 그야말로 손 안대고 코를 푸는 형국이었다. 오리지널 의리는 김보성이래도 유머 코드로서의 의리는 이국주가 진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김보성이 한참 휩쓸고 지나간 뒤에야 차츰차츰 대세로 떠오르는 이국주야말로 진정한 의리녀라고 호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요즘 대세 이국주’가 tvN의 SNL 코리아에서 갖은 장기를 뽐내며 역대급 SNL 출연자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패러디에 일가견이 있는 이국주라서 패러디의 집합체인 SNL은 어쩌면 그녀와 딱 들어맞는 무대였는지도 모른다. 이국주는 영화 타짜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그리고 가수 현아의 빨개요 등을 재해석하며 무궁무진한 이국주표 패러디를 선보였다.

 

특히 섹시 코드의 명불허전 현아의 신상 무대, ‘빨개요’를 이국주식으로 재해석한 그녀의 무대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올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어설프게 못해서 웃긴 게 아니라 정말 잘하고 뜻밖에 예쁘고 섹시해서 놀랬다. 강렬한 붉은색 빨개요 의상을 입고 나온 이국주는 탈색된 머리를 사자처럼 늘어뜨리고 빨간색 타이즈까지 맞춰 신어 좀 노는 언니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SATURDAY NIGHT LIVE’ snl의 로고가 지나가고 밴드 합주에 맞춰 사회자의 “이국주!”라는 호명이 떨어지자 마치 휘장을 찢듯 당당하게 문을 열어젖히고 등장한 그녀.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며 손가락을 입에 넣고 깨물며 씩하고 웃는 모습이 그럴 수 없게 매력적이다.

 

거칠게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온 그녀는 빨개요의 멜로디와 함께 너울너울 리듬을 타더니 별안간 객석 반응을 유도한다. “이국주가 섹시하면 소리 질러!” 관객은 물론 밴드까지 큰 호응을 하게 이끈 최고의 카리스마! 이후 본격적으로 빨개요를 추기 시작하는 이국주의 능숙한 댄스 실력에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여자 개그맨들이 장난삼아 아이돌의 섹시 댄스를 추곤 할 때 흔히 그 무대는 웃음으로 승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국주의 무대는 개그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파워풀하고 유연하게 춤을 추는 그녀의 동작엔 조금의 둔탁함이나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래서 이국주의 빨개요는 희화화되지 않았다.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오리지널을 그 이상의 멋진 패러디였다.

 

이국주는 분명 뚱뚱한 사람으로 분류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날의 무대에서는 오히려 이국주의 살집 있는 몸이 오히려 매력으로 비추어질 지경이었다. 능숙하고 힘이 넘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볍고 유연하며 날렵하기 그지없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방금 공기를 불어넣은 고무공처럼 탄성이 느껴진다. 한 번씩 뒷머리를 넘겨주면서도 입술을 깨물며 표정 관리에도 소홀히 하지 않은 그녀의 디테일은 진정한 프로였다.

 

 

 

“SNL 역사상 가장 진귀한 장면을 전 본 것 같아요. 지금. 실은 이게 현아의 빨개요잖아요. 완전히 사뭇 다른.” SNL이 아닌 유희열의 스케치북 사회자다운 스타일로 무대를 평하는 유희열에게 넉살 좋게 받아치는 이국주의 재치는 또 어떠한가.

 

“오우. 달라요. 전 현아 씨를 패러디한 거고. 전 다른 느낌이었어요. ‘형아!’” 유희열의 짓궂은 장난에도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압도할 만큼 에너지 넘치는 유쾌함으로 무대와 객석은 다시 한 번 뒤집어졌다. “너무 매력 있어. 완전히 제 이상형에 가까워 가지고. 너무 매력 있어!”를 외치는 유희열의 말이 인사치레만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여기 선배님들도 많을 텐데 처음 SNL호스트로 단독으로 딱 섭외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신동엽의 질문에 그녀는 곧 진중해졌다. “사실 기분이라기보다는 거짓말인줄 알았어요.”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새삼 섭외 전화를 받은 날의 감동을 반추하듯 살짝 떨렸다.

 

 

“내가 호스트로 간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무대가 워낙 크고 부담이 굉장히 많이 되는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사실 거절도 할까 했는데요. 그래도 제가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습니까. 여기 있는 분들과 제가 파이팅 넘치게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려 왔습니다. 파이팅!” 초대한 제작진이며 옆 자리에 선 대선배 신동엽 모두를 흐뭇하게 하는 그녀의 예쁜 멘트.

 

 

이날 SNL은 자체 최고, 시즌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이국주 효과를 여실히 증명했다. 방송이 끝나고 사람들은 이국주 빨개요, 이국주 먹짜 등을 찾으며 그녀의 방송을 되새겼다. 유희열과 스타 인터뷰인 ‘피플 업데이트’에서 그녀는 이국주 노출, 이국주 속옷 노출, 이국주 팬티가 뜨는 게 꿈이라는 얄궂은 소망을 발표했는데 적어도 이 무대를 통해 이국주의 섹시함만큼은 입증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대단한 무대였습니다. 오늘의 호스트, 이국주!” 이국주의 빨개요가 끝나고 신동엽은 그녀를 호명하며 크게 감명 받은 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박수를 쳤다. 방금 전까지 그토록 도도하게 무대를 휘어잡던 이국주가 객석을 향해 배꼽인사를 하는 모습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현재의 인기와 기회를 자만하지 않고 허비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다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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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신애라 아들 향한 남다른 교육 방식 신애라 아버지의 교훈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143회에서는 지난 회에 이어 ‘아름다운 그녀’ 신애라 2부가 펼쳐졌다. 이번 회차는 특히 엄마 신애라의 남다른 교육 방식과 그에 상반되는 고학력자 신애라 아버지, 어머니의 사연 또한 큰 화제가 됐다.

 

 

 

 

“희생이죠. 희생. 희생이 없는 권위는 아무도 따르려고 안할 것 같아요.”라는 단호한 가치관이 빛나는 신애라는 ‘사랑보다 깊은 권위’가 무엇인가를 아들 정민을 향한 남다른 교육 방식과 가슴으로 낳은 두 딸 예은과 예진에게 심어준 긍지와 사랑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그것은 신애라가 17년간 몸으로 배운 교육법의 산물이었다.

 

 

 

초보 엄마 신애라 또한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권위를 먼저 찾을 뻔한 적도 있었고 친구 같은 엄마 아빠의 모순에 빠지기도 했었다. 부모의 권위를 방임하고 그저 친구처럼 다가서고 싶었던 신애라는, 막내딸 예진이가 언니를 향한 질투 때문에 가르쳐주지도 않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권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제재를 가하지 않고 ‘안 돼!’소리를 못 들었던 아이들이 오히려 더 잘못되기가 너무 쉽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어릴 때는 더 엄격 모드’로 가르쳐야 한다는 신애라 훈육 방침의 첫 번째 키워드는 “안 되는 건 끝까지 안 돼”라고 한다.

 

 

애가 아무리 울고 난동을 피워도 거기에 넘어가지 않고 단호한 대처로 그 떼가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 어찌 보면 너무 잔혹한 대응이 아닐까? 라는 측은지심이 생길 법한 이 단호한 교육방침은 오히려 아이들에겐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사랑이 된다고 하니 참 놀라운 일이다.

 

 

 

“그 떼가 전혀 안 통한다는 걸 알게 하고, 그렇게 테두리를 하나씩 쳐주기 시작하면 아이가 오히려 안심을 하고 관심 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라고 거침없이 시원시원하게 말하더니 “책에 그러더라고요.” 라는 귀여운 애교로 마무리하는 신애라는 정말 유호정이 붙여준 별명대로 MC애라가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보였다.

 

신애라 엄마의 두 번째 교육 키워드는 “어릴 때는 엄격 모드로. 사춘기 때는 신뢰 모드로.” 사춘기 아이가 거짓말하는 게 빤히 보여도 그래, 엄마는 네가 한 말을 믿어줄게. 라고 믿어주고 신뢰해주며 아이를 지탱하는 나무가 되어주는 것.

 

 

 

신애라의 교육 방침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반대여서 더 놀라웠다. 그녀 자신도 사례를 들어 설명했듯이 보통 부모들은 어릴 때 금지옥엽 모드로 금쪽같은 내 새끼라며 소위 기 죽을까봐 털 끝 하나 못 건드리다가 사춘기가 오면 오히려 소리를 지르며 내 품에 안기지 않는 아이를 잡도리하려 들지 않는가.

 

이런 신애라의 가치관과 여유맘맘의 훈육 방식은 신애라의 큰 아들 차정민 군을 향한 믿음과 권위를 바탕으로 한 사랑의 교육에서도 드러났다. “큰아들 정민이는 홈스쿨링을 했다면서요?” 이경규의 의아한 얼굴에 신애라는 6학년 때 1년간 아이를 홈스쿨링 시켰던 사연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좋은 학교, 그리고 지나치게 넘치는 교육열에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모습이 드러나 놀랐던 신애라.

 

 

 

그리고 그 분위기에 그대로 물들어가는 아들 정민이의 모습에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더 어려워질 것 같은데 6학년 1년 만이라도 엄마와 함께 공부 이상의 인성 교육도 같이 배웠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던 신애라. “그래서 1년을 쉬었어요.”

 

여유만만하던 신애라를 깜짝 놀라게 한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 바로 신애라의 아들이 녹화해둔 영상 편지가 예고 없이 튀어나왔던 것. 얼굴만 봐도 선량함이 묻어나오는 아이는 의젓한 말투로 엄마의 홈스쿨링에 대해 “프라이버시는 사라졌지만 가치가 있었던 것 같아요.” 라고 맑은 얼굴로 대답한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난 정민이의 모습을 봐도 신애라의 훈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빛이 났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가치가 되었다는 신애라의 아들. 아마도 그 의젓한 모습에 신애라는 자신의 훈육이, 그리고 남들은 모두 숨차게 달려갔을 그 시기에 홀로 1년을 쉬게한 선택은 분명 잘했던 것이라고 안심하지 않았을까.

 

 

 

뮤지션을 꿈꾸는 정민이를 향해 신애라는 활짝 웃으며 농담을 한다. 슈퍼스타K에 나갔던 정민이를 향해 “제 귀는 객관적이라 우리 애라고 해서 더 잘 들리진 않아요. 상처 받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정말 즐겁게~ 기분 좋게 떨어졌죠.“ 라고 회답하는 신애라의 모습이 참 건강하고 밝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나친 교육열에 경쟁하는 아이를 보다 못해 홈스쿨링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한 신애라의 가치관과 상반되게 오히려 그녀의 부모님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놀라운 사례가 또한 이목을 끌었다. 장난 섞인 이경규의 질문에 화통하게 웃으며 “예. 저희 부모님은 공부 잘하셨어요.” 라고 대답하는 신애라.

 

 

 

하지만 뜻밖에도 신애라는 그녀의 가치관과 똑같은 부모님의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이었다. 교육에 대해 자유방임주의였던 아버지. 서울대 사범과 국문과 출신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신 적이 없다고. 그 가치관을 그대로 물려받아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교육열 이전에 인성을 먼저 가르치는 여유맘맘한 신애라 엄마의 소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여배우, 그리고 차인표의 아내, 또한 53명의 아이들의 엄마 신애라. 그리고 47살에 그녀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단 도전을 한다. 이제는 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47살의 유학. 이를테면 힐링캠프는 신애라 고별방송이었던 셈이다. 시종일관 생글생글했던 신애라의 얼굴이 차인표에게 전하는 영상 편지에 급기야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녀를 무엇이든 내어주는 푸근하고 넉넉한 마법의 옷장이라 표현했던 차인표에게 이젠 스스로 옷장의 옷을 꺼내 입을 수 있길 바란다는 가슴 찡한 메시지를 남긴 신애라. 문득 자신을 불량 아내라고 표현했던 신애라를 왜 차인표가 마법의 옷장이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지어주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화수분 같은 신애라의 옷장을 지탱하는 위대한 권위.

 

 

그리고 그 모든 권위는 부모의 희생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 신애라의 권위는 독재가 아닌 빛나는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아로새겨질 수 있었다. 상냥함 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는 권위, 그 어려운 교육 방식을 신애라는 이미 터득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신애라가 말한 ‘사랑보다 깊은 권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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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 이상우 시청자 울린 아름다운 부성애 이 시대 최고의 아버지상을 보았다

 

10일 방영된 tvN의 토크쇼 ‘주병진의 방자전’에서 초대 손님 이상우의 발달장애 아들을 향한 감동적인 부성애가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각박해지는 디지털 시대에 너도 나도 추억을 찾고 있지만, 방자전은 80년대를 기점으로 한 4050 중년 여성을 향한 ‘병진 오빠의 본격 추억 되새김질 토크쇼’를 내세워 7080 세대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방자전 12회 또한 8-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상우의 등장으로 스튜디오 안은 화색이 돌았습니다. 방자전의 2부 코너 전설IN가요의 메인 게스트로 출연한 이상우가 등장하기 전 MC 주병진은 만화 ‘영심이’에서 그녀를 쫓아다니던 어리바리한 꺼벙이 왕경태 군의 사진을 꺼내어 ‘왕경태 싱크로율 100%’의 연예인으로 그를 소개했죠.

 

 

 

패널 서인영과 노사연의 짓궂은 장난에도 털털하게 웃다가 팔을 확짝 벌리고 다가오는 성격 좋은 미소의 얼굴은 정말이지, 감탄이 나올 만큼 사라 시절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노란 찻집. 오늘은 그녈 세 번째 만나는 날.” 그녀를 만나기 100m전이라는 기상천외한 가사로 큰 인기를 얻은 이상우의 목소리는 그의 외모만큼이나 풋풋하고 착한 청년 같았습니다.

 

 

유리를 두드리는 것처럼 투명한 목소리 "마음은 그곳을 달려가고 있지만 가슴이 떨려오네." 가슴을 통하고 치는 가성. 꾸밈이 없는 담백한 목소리에 탄탄한 가창력과 특유의 간드러지는 가성이 인상적인 이상우는, 슬픈 그림 같은 사랑, 그녀를 만나기 100m전, 사라와 같은 히트곡을 남기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죠. 90년대 중반에 드라마 결혼 OST로 발표한 서글픈 발라드 ‘비창’은 가수 이상우가 소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주옥같은 메들리 중에 이상우가 가장 아끼는 곡, 또는 추천하는 곡이 무엇이냐고 주병진은 묻습니다. 하지만 이상우가 꺼내든 곡은 히트곡 리스트에 없는, 대중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비 히트 가요였습니다. ‘부르면 눈물 먼저 나는 이름.’

 

“그때 당시에 우리 아이가 발달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시기예요.” “사람이 큰 변화가 생기니까 노래도 변하는 거 같아요.”아들 승훈 군의 애틋한 나레이션을 이어 받은 이상우의 사무치는 멜로디로 구성된 ‘부르면 눈물 먼저 나는 이름.’은 그가 얼마나 아들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애틋해하는지를. 또한 아들의 존재로 인해 그가 얼마나 큰 사람으로 성장했는가를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등장하기 전 방자전은 갖가지 미사여구와 수식으로 가수 이상우의 아이덴티티를 소개했습니다. ‘장난기 어린 영원한 어린 왕자’ ‘순수한 목소리의 주인공’ 모두 수긍이 가는 아름다운 수식어였지만 그중에서도 제 가슴을 파고들었던 설명은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이 시대 최고의 아버지’라는 아름다운 문구였습니다.

 

 

 

“우리 아이가 혼자 양말을 신는데 4개월을 걸려서 신어요. 아니, 양말은 아니지. 양말은 지금도 잘 못 신지.”로 시작한 이상우의 담담한 고백. "신발 하나 신는데 3~4개월 걸려요. 혼자 신는데. 윗도리를 혼자 입는데 6개월이 넘게 걸려요. 모든 생활에 있어서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데 까지 보통 아이들보다 열배, 백배 시간이 걸립니다. 그랬던 아이가 트럼펫을 불어요.“ 이상우의 사랑스럽고 또한 자랑스러운 그의 아픈 손가락, 발달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승훈 을 향한 감동의 일화가 시청자의 감성을 촉촉히 적셨습니다.

 

 

 

vtr 속 승훈 군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로 시작된 이상우의 이야기는 센스있는 방자전의 Bgm ‘Somewhere out there“와 어울리며, 마치 한편의 동화를 듣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들 승훈군의 트럼펫 선생님은 유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일 년마다 한 번씩 정기 공연을 갖는다고 합니다. 축하 공연을 부탁 받은 그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협연하여 노래를 불렀는데 1절을 마치고 간주를 들으며 2절을 준비하던 도중, 문득 간주를 연주하는 소리에서 트럼펫의 멜로디가 묻어 나와 의아해합니다.

 

 

 

낯익은 트럼펫 연주에 설마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그 소리는 바로 아들이 연주하는 트럼펫 멜로디였습니다. 격한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던 이상우는 차마 2절을 부르지도 못해서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하지만 그건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트럼펫이 끝나고 아들을 와락 끌어안는데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고 합니다. “아, 이놈이 또 나한테 감동을 주네.”

 

 

 

장애아를 키운다고 하면 누구나 그에게 묻는 질문, 아이고. 힘들어서 어떡해요. “되게 힘들 것 같지 않아요? 장애아를 키운다는 게. 물론 무척 힘들어요.” 하지만 그 힘들고 고단한 나날 속에 비장애인 아동의 부모는 느끼지 못할 그만의 벅찬 감동은, 마치 미션을 해결하듯 불가능해보였던 일을 하나씩 이룩해내는 아들을 바라보는 그만의 성취와 성장의 기쁨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죠.

 

 

네 다섯 살 때까지 박수를 제대로 치지 못했던 승훈이. 엇박자로 박수를 치던 이 아이가 언젠가 퇴근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크게 아들을 독려하며 “아빠 왔다! 승훈아! 시-작!”하고 외쳤을 때 ‘반짝 반짝 작은 별’을 두 손으로 마주하며 정박자로 박수를 치는 순간. 한 번도 안 틀리고 1절을 끝까지 부르는 아이를 봤을 때 받은 성취의 기쁨. 아내도 울고 나도 울고 가족을 꼭 끌어안고 모두 함께 느꼈던 감동적인 순간들. “이런 감동을 보통 아이 키우면서 어떻게 느껴요. 힘든 것만 있는 건 아니에요. 힘들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죽었다 깨도 모르는 감동들이 있어요.”

 

 

 

“사실 작은 아이를 안 낳으려고 했었잖아요. 작은 아이를 안 낳으려고 했던 이유가 큰애한테 소홀할까봐.” 큰아들에 소홀해질까 둘째를 안 낳으려고 했던 이상우 부부의 슬픈 가족계획. 그러나 막상 태어난 아이는 이 가족에게 더 큰 성장과 사랑을 안겨다주었습니다. 아이로 인해 이상우가 변하고 아내가 변하고 가족이 변하고, 무엇보다 큰 아들 승훈이가 변하는 놀라운 기적.

 

 

언젠가 이상우 가족이 캠핑을 떠났을 때 좁은 캠핑카 안엔 큰 아들과 둘째 아들만이 남았고 부부는 다른 곳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고 차 안으로 들어온 순간 부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몸을 세워서 벽에 딱 붙이고 자는 큰 아들. “형 배려하느라고?” 감동을 받아 눈이 동그래진 노사연의 말을 받는 이상우. “동생 불편할까봐.” 그리고 “더 심한 거 얘기해줘요?”라며 시작된 첫째 아이의 놀라운 내리사랑 이야기.

 

 

“우리 집이 2층으로 되어있는 복층인데 계단을 내려오다가 큰애가 넘어졌어요. 그래서 그걸 보고 작은애가 깔깔깔깔 하고 웃었어요. 그 자리에서 스무 번을 넘어졌어요. 동생이 좋아하니까.” 아프잖아, 이제 그만 해도 돼. 라고 아빠가 만류해 봐도 애기가 웃으니까 계속 넘어져서 웃음을 주는 큰 아들. 사랑해라는 한마디 이상의 숭고한 애정표현을 이상우는 둘째 아이에게 설명해줍니다.

 

 

 

 

“너 형 마음 이해되니. 지금? 형이 왜 이렇게 넘어지는지도 알겠니? 네가 좋아하니까 이러는 거야. 형이 그만큼 널 사랑해. 형이 표현은 못하지만, 너한테 사랑한다는 표현 한번 제대로 못해주지만 정말로 널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해.” 그리고 덧붙인 이상우의 한마디. “자식이 또 따라 울어.”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아빠와 아름다운 아들 그리고 아름다운 가족의 사랑 이야기인가요.

 

 

 

생각지도 못한 90년대의 회상 속에 추억 이상으로 값진, 전설적인 아빠의 사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상우의 투명하고 영롱한 목소리만큼이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큰 아이와 형의 사랑에 웃음과 눈물로 응답하는 둘째 아이의 마음. 장애 아동의 부모가 된다는 것. 그것은 힘들기만 한 게 아니라 남들은 느끼지 못할 소박한 성취가 가져다주는 세상을 다 가진 기쁨과 기적을 누릴 기회가 된다는 그의 메시지가 가슴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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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후원 나눔의집 재방문 2000만원 기부금보다 값진 배려

 

국민 MC 유재석의 아름다운 방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유재석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을 찾았다.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이하 KSF의 결과를 할머니들께 알려드리기 위함이었다. KSF는 무한도전 장기 프로젝트 ‘스피드 레이서’의 목표였다.


 

유재석은 멤버들과 함께 장장 5개월의 기간을 고된 훈련과 연습에 투자했다. 타고난 운동신경에 성실한 성격까지 갖춘, 준비된 우승자였던 그는 ‘유마허’라고 불리며 무한도전 레이서의 에이스로 군림했지만 예선 전날의 안타까운 차량 반파 사고로 발목이 붙들렸다.

 

 

 

등록된 차량만 허용하는 KSF의 엄격한 규율 때문에 밤을 새워가며 차를 수리했으나 정상이 아닌 상태의 스포츠카를 타고 예선전 랩타임을 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유재석은 한 바퀴도 채 돌지 못하고 예선전 꼴찌를 기록하며 최하위인 24위에 머물렀다.

 

아등바등한 상태에서 심적 부담이 컸던 탓인지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벨로스터급 결선 경기(KSF 결선)에서조차 브레이크가 걸렸다. 시작하자마자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그의 차는 견인 신세가 되었고 유재석의 KSF 결선은 완주 실패로 막을 내렸다.

 

 

 

 

예선 전날 연습에 빗물 사고가 불러일으킨 차량 반파 사고는 마치 도미노의 불운과도 같았다. 무엇보다 그가 원통했을 까닭은 서킷 완주나 성적을 논하기 전에 채 달려보지도 못한 채 무너진 허무함일 것이다. 한 네티즌이 공개한, 견인되는 자신의 차를 바라보는 유재석의 얼굴은 애틋하리만큼 쓰고 아련했다. 하지만 그 사진에서 무엇보다 눈에 들어왔던 것은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서 큼지막하게 차에 박힌 후원 로고의 이름이었다.

 

보통의 스피드 레이서들은 자신을 지원해주는 스폰서, 즉 기업의 이름을 차에 붙이고 달린다. 레이서를 주제로 다룬 영화 러시 더 라이벌만 봐도 차에 붙이고 달리는 스폰서의 이름이 그 카레이서에게 얼마나 중대한 의미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무한도전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것이었다. 우리는 스폰서의 이름이 아닌 우리가 붙인 로고의 후원자가 되자는 아름다운 역발상!

 

 

 

널리널리 알리고 싶은 후원 단체의 로고를 차에 붙이고 달리는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지원 혹은 세상에 소개하고 싶은 단체의 종류는 스스로 선택하게끔 되어있었다. 여기서 유재석의 선택을 받은 곳 중 하나가 강제 종군 위안부 할머님들의 안식처인 ‘나눔의 집’이었다. 유재석이 이곳을 선택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벅찬 고마움을 느꼈다. 그는 꼭 우승해서 상금을 받아오겠다고 마치 할머니의 손주처럼 기특한 말을 했었다.

 

하지만 우승 상금보다 중요한 것은 나눔의 집이라는 반드시 역사의 치유가 필요한 공간을, 그리고 세상 곳곳에 알려져야 할 의무가 있는 이곳을 국민 MC 유재석이 선택했다는 점이다. 멤버들이 선택한 단체 그 모두가 나름의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특히 세상에 호소해야 할 의무가 있는 나눔의 집이라 유재석의 선택은 더욱 각별했다.

 

 

 

유재석이 나눔의 집을 재방문하고 기부금 1000만원을 후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튿날 그의 후원 금액은 정정되어 무려 2000만원이었음이 다시 알려졌다. 2천만원이라는 금액은 부유한 사람에게도 선뜻 내놓기 어려운 천문학적인 금액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이 어마어마한 기부금의 액수보다도 유재석이 그분들을 대하는 정중한 배려와 제대로 잡혀있는 역사 인식에 더 감복했다. 유재석은 후원자의 혹은 스폰서의 입장에서 갑질을 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애초에 유재석이 나눔의 집을 찾았던 이유 또한 ‘허락’을 받기 위함이었다. 후원을 받는 입장에서야 유재석 정도의 영향력이 큰 유명인이 후원단체의 로고를 싣겠다는 요구 자체가 얼마나 달가운 소린가. 그럼에도 유재석은 ‘허락’이라는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할머님들께 이 로고를 차에 붙여도 되겠느냐고 두 손 꼭 잡고 허락을 받기 위해 방문하는 을의 처지를 자처했다.

 

 

 

기부금의 액수가 무려 두 배로 정정된 이유 또한 되새겨보면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처음에는 1000만원으로 알려졌는데 뒤늦게 확인해보니 2000만원이었다. 두 계좌로 나눠서 돈을 보내주셨다.”고 해명했다.

 

"하나는 할머님들 성함으로 인권센터를 건립하는데 1000만원, 다른 하나는 할머님들 생활비에 쓰시라고 1000만원을 보냈다.”는 거였다. 그저 후원금을 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님들의 안위와 바르게 잡혀야 할 역사의 인식을 고려하여 체계적인 지원을 했다는 사실에 감탄이 나왔다. 비록 완주는 실패했지만 유재석의 아름다운 마무리 덕분에, ‘군위안부 치유해야 할 역사입니다.’라는 그의 스티커가 당당하게 빛난다.

 

 

 

무한도전 역사특강에서 일제 강점기 시절 순국선열들을 어린 아이돌에게 교육하던 그는 유관순 열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이돌이 웃음을 터뜨리자 그에게는 정말 드물게도, 낮은 목소리로 “웃지마.”라고 정색했다. 그것이 다소 장난스러운 하하와 길을 향한 충고였는지 철없는 아이돌을 향한 지적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드물게 정색한 유재석의 태도는 그의 역사인식이 얼마나 바르게 잡혀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애국 열사의 투쟁을 전하는 국민 MC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의 절절한 진심이 느껴졌다.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 소식에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보낸 단호한 편지 를 읽는 유재석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일견 교만의 감정을 갖는 것이 사람의 본래 습성이다. 후원하는 나는 갑이고 받는 네 쪽은 을이라는 식의. 그래서일까. 도리어 을의 처지가 되어 할머님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완주 실패를 하자 재방문해 우승 상금을 대신한 자신의 돈으로 후원을 이어나갔다는 유재석의 정중한 배려가 가슴 시리다. 특히 그 장소가 나눔의 집이라는 사실 덕분에 더욱. 나눔의 집은 개인의 아픔을 뛰어넘은 역사의 통증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치유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나눔의 집을 재방문한 유재석이 마치 낮은 성적표를 들고 온 학생처럼 KSF의 결과와 완주 실패 이유를 설명했다는 대목이 더 눈에 들어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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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F 유재석 반파 차량에 붙은 스티커의 의미

무한도전 멤버들의 KSF 결승전이 전원 완주 실패라는 아쉬운 결과로 막을 내렸다. 아마추어의 첫 도전치고 준수한 성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노력과 열의에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따로 있었겠는가.


 

올해 3월을 기점으로 벌써 반년 간을 완주를 목표로 연습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잇따른 사고로 결국 완주 실패라는 결과를 맺은 그들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실력만의 문제가 아닌 차량 반파라는 어마어마한 핸디캡을 안고서.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이번은 좀 남 탓을 할 만하게 불운도 심했었다.

 

 

 

무한도전의 멤버 유재석은 3일 서킷 연습주행 도중 빗물에 미끄러져 펜스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그의 차는 이른바 반파가 되었으며 기록된 사진만으로도 당시의 충돌 규모를 상상할 수 있었다. 유재석의 파란색 레이싱카는 펜스를 들이받고 일그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되어 있었다.

 

 

몸이 성한 것만으로도 천운이 아니겠느냐고 위안해보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짠해오는 것은 무한도전 장기 프로젝트에 임하는 그의 프로의식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피 보다 진한 땀을 흘렸을 초여름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유재석은 차량 결함으로 예선 주행에서 몇 번이나 멈춰서며 제대로 된 레이싱을 하지 못했다. 유재석이 차지한 24위는  최하위였다. 결선의 자리를 선점하는 게임이었기에 또 하나의 불운이 덧씌워졌다.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KSF 결승전에서 유재석은 심적 부담이 컸던 탓인지 1바퀴를 마치기도 전에 가드레일을 박는 충돌 사고를 당했다. 인간은 불운을 겪으면 최악의 상황과 대비하여 위안을 찾기 마련이다. 유재석이 결국 예선과 결승 모두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한 채 완주 실패하게 되었다는 유재석 레이스의 씁쓸함을 나는 그래도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인가로 위안했었다.

 

 

 

 

하지만 한 사이트에서 공개한 견인되는 자신의 차를 애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유재석의 사진에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숨 막히는 스케줄을 쪼개가며 훈련했을 그 인고의 시간을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차량 결함으로 망쳐버려야 하지 않았는가. 등록된 차 이외에는 허락하지 않는 KSF의 규정상, 반파 차량과 연습용 차. 그리고 준비된 차량이 더 이상 없었던 유재석은 결국 이번 경기를 내려놓아야만 했었으니까.

 

 

 

하지만 유재석은 망가진 차를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했던 예선 주행의 결과를 놓고 그는, “누구를 탓할 수 없다. 레이싱은 그런 것이고 인생도 이런 것이다.” 다만 결승에 참여할 수 있게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그리고 견인되어가는 자신의 차를 바라보는 유재석의 시선은 아마도 다른 곳에 꽂혀있지 않을까 싶었다. 스폰서의 이름으로 가득 채운 일반적인 레이싱카와는 달리 도리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자선단체의 로고로 채워진 유재석의 아름다운 레이싱카.

 

카레이서 선수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러시 더 라이벌에서는 레이싱 선수에게 스폰서의 존재가 얼마나 큰 의미인가를 여실히 증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별 볼일 없었던 신출내기 카레이서가 페라리의 등을 업게 되자 남자들은 각선미를 뽐내는 여성의 히치하이킹을 무시하고 페라리 카레이서 앞에 차를 세운다. 각자 후원하고 싶은 단체의 로고를 붙이고 달리자는 이 근사한 재능기부의 제안 앞에 멤버들은 각기 후원하는 단체의 스티커를 붙였다.

 

 

 

유재석이 선택한 곳은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에게 성적 희생을 강요당했던 강제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보금자리, 나눔의 집과 재난 재해 구호단체였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유재석은 그의 파란 레이싱카에도 희망브리지의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되도록 물욕에 탐을 내지 않는 정숙한 삶을 지향하는 탓에 여전히 유재석은 국산차를 탄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알려진 유재석의 비밀스러운 취향은 그가 굉장한 스피드광이며 또한 자동차광이라는 사실. 유재석의 수도승 같은 삶을 동경하면서도 한편 참 애처롭다고 생각했던 것은 표영호도 밝힌바 있지만 이제는 차를 선택하는 것조차 타인의 도덕 기준이 되어버린 유재석을 향한 숨 막히는 잣대 때문에.

 

 

 

 

비록 5개월의 노력이 허사가 되어버린 결과였지만 단순히 성적만으로 그들의 도전을 폄하할 수 없는 까닭은 반파된 차량이 붙이고 있던 스티커의 의미. 기업의 후원이 아닌 그들 자신이 스폰서가 되어 영향력을 나누어주고 싶어 했던 선의만큼은 숫자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가치가 아니기에. 더군다나 스피드광인 유재석이 지난 5개월만큼은 수도승의 삶 속에서 잠시나마 스릴을 즐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또한 위로가 된다. 그의 레이싱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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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67회 아르바이트로만 살기 마지막 이야기

 

-인간의 조건 정선희와 김신영이 증명한 인간의 증명과 배움의 가치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형무소에 갇힌 재소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징벌 중에 하나는 곧 징벌방에 갇히는 것이다. 규칙을 어긴 죄수들이 가둬두는 햇빛 한 칸 들어오지 않는 독거 감방. 흉악한 죄수들마저도 타인과 교감할 수 없는 흑백의 공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 ‘징벌방’의 어둠은 눈을 가리는 벌만은 아니었으리라.

 

 

 

KBS2 예능 인간의 조건 CP 김충연출 신미진, 전온누리, 손수희, 이정욱극본 주찬옥, 조진국출연 김준호, 정태호, 김준현, 다이나믹 듀오, 김기리

 

감성마케팅이 대세인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명마저도 참 꽃처럼 섬세하지만, 그중에서도 KBS 토요 예능 ‘인간의 조건’은 본제가 아닌 영화의 부제처럼 제목만으로도 사람을 철학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인간은 그게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으로 기획한 ‘-없이 살기’.


 

현대인이 인식하지 못한 편리를 제거하는 실험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증명하는 시간. 화학제품 없이 살기, 밀가루 없이 살기, 고기 없이 살기. 실험 참가자들의 값진 노동이 증명한 결론은 결국, 그것이 없으면 극도로 불편할 뿐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다는 것이었지만 오늘 방영한 인간의 조건에서 나는 이것만큼은 인간에게 필요한 절대 가치라는 생각을 했다.

 

 

 

청년 실업만이 아닌 대부분의 인구가 절실한 실업 불안을 외치는 요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 인간의 조건의 ‘아르바이트만으로 살기’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상을 남겼다. 개인돈은 절대 금지라는 엄격한 조항 속에 아르바이트로 번 돈만이 생활비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인간의 조건의 멤버 김신영은 일을 하면서 그 속에서 또 일을 하는 이중 노동의 체험을 해야만 했다.

 

 

 

고된 땀을 흘린 뒤에 마시는 종이컵 물 한잔의 고마움을 절실히 깨달은 김신영은 4박 5일간의 노동이 담긴 사진을 텀블러로 제작했다. 이 귀한 텀블러를 들고 그녀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개그맨 선배 정선희였다. 그것 또한 미션의 일종이었지만 숙제에 담긴 의미를 떠올린다면 선물의 대상은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아르바이트에서 번 돈을 가치 있게 쓰라는 것.’ 이를테면 정선희는 김신영이 흘린 땀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고백이었다.

 

 

 

“그간 4박 5일의 여정이 여기에 다 있어요. 텀블러 안에.” “진짜?” 금방이라도 눈물을 툭툭 떨어뜨릴 것 같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정선희는 후배의 예쁜 마음에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야. 이건 진짜 100만원짜리 텀블러다. 감동이다. 진짜.” 그러다 이윽고 텀블러에 적힌 김신영의 메시지에 수줍게 웃는 정선희. “정선희=설리번 사랑해요.” 어찌할 바를 몰라 웃고 있는 정선희에게 개의치 않고 당당한 고백을 바치는 김신영. “정선희는 설리번. 내 인생의 설리번.”


 

 

김신영은 신인 시절, 징벌방에 갇힌 4년 같았던 자신에게 창문을 열어 빛을 전해준 정선희의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 활달한 그녀에게서 대중이 쉽사리 인식할 수 없었던 난독증이라는 병. “예능을 하는 개그맨으로 거듭나기까지에 4년이라는 공백이 저한테는 있었거든요. 4년 동안 통 편집 당하고 한 번 가면 또 잘리고 또 들어오고.” 대본을 암기하는 것이 직업인 연예인에게 치명상일 이 병환 때문에 그녀는 무려 4년간을 제대로 된 예능 활동을 하지 못했다. 사연을 읽지 못하고 대본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가, 내 적성에 딱 맞는 직업을 병환 때문에 그만두어야 하나 자괴감에 빠져있던 김신영에게 정선희의 한마디는 구원과도 같았다. “난 널 믿는다. 열심히 해라.” 그리고 건넨 정선희의 50만원으로 그녀는 위인전 전집을 샀고 그것은 난치병에 빠져있던 김신영에게 재활의 기회가 되었다.

 

 

 

“진짜 큰 소리로 위인전을 읽었어요. 안 되는 날도 너무 많았죠, 물론. 한 달 뒤에 온 사연을 읽었을 때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울었던 것 같아요. 정말 펑펑 울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되풀이해서 읽은 위인전의 효과로 비로소 사연 하나를 실수 없이 뚝딱 읽게 되었던 날, 마치 신영의 일이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쁨의 눈물을 흘려주었다는 정선희. 인생의 설리반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에 알바하면서 초심을 생각하고 초심을 생각하니까 선배님이 계속 생각이 나는 거예요. 만약에 내가 정선희라는 사람을 못 만났더라면 난 어떻게 됐을까 라는 생각이.” 어쩌면 정선희는 김신영에게 있어 인생의 선생님이자 그녀가 일할 수 있게 해준 기회다. 일할 수 있음의 고마움을 깨닫는 이날의 미션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정선희는 뜻밖에도 “네가 나에게 느끼는 고마움보다 내가 너에게 느끼는 고마움이 더 커. 신영아.” 라는 고백을 한다. 4년간의 공백기를 겪은 김신영처럼 그녀 또한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징벌방의 시간 같은 나날들이 있었다. “예전에 참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서 내 이름 석자를 부르는 걸 두려워할 때가 있었어.” 친한 동료조차 그녀의 이름을 섣불리 부르기 꺼려했을 때 내가 그렇게 창피한 존재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우연히 튼 TV에서 들린 그녀의 이름 석 자. “그때 네가 나와서 언니 이름을 불러줬어.”

 

 

 

그녀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이 동료에게 두려움인 시기가 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람이기에 사무치는 외로움과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정선희의 공백기. 그 시절 그녀의 이름을 고마운 사람의 호명에서 빠뜨리지 않은 김신영이 정선희에겐 오래도록 잊지 못할 고마움이었다. “나한테 이렇게 은혜 갚는 까치 같은 마음을 안 가져도 돼. 내가 훨씬 커. 신영아.”

 

 

 

누군가는 개그맨의 가능성이 없는 아이라며 외면하고 말았을 신영에게 믿음과 기회의 선배가 되어주었던 정선희. 그래서 김신영에겐 영원한 인생의 설리반 선생님일 그녀. 그녀의 가르침으로 이제 사연 하나를 실수 없이 읽게 된 신영이 4년의 공백을 끝내고 비로소 대중 앞에 인정받았을 때 배움의 실천으로 낭독한 이름 석 자. 보내는 사람에겐 인간의 증명이자 받는 사람에겐 인간의 조건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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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블로그 파티를 버리고 생활을 택한 이효리 또 하나의 이효리 신드롬

 

 

3년 전인가 슈퍼스타 이효리가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을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소설 같은 만남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는, 파티걸과 시골 청년의 만남 같아서. MP3와 구형 엘피판. 혹은 핸드폰으로 맞춘 라디오 주파수와 트랜지스터라디오의 어울림 같았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지만 세기말부터 그녀의 파티걸다운 면모를 지켜본 나로서는 서로의 가치관을 오래도록 인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트랜드 리더와 어쿠스틱 보이 중 누가 누구의 가치관에 물들어 버릴지가 궁금했었다.

 

 

 

 

 

 

변화된 것은 이효리였다. 내 남자친구에게를 노래하던 그녀가 이제는 인류애와 지구를 끌어안아도 어색하지 않을 구원자 이미지에 자연주의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마치 그것도 하나의 패션인 것처럼 폭신폭신한 순혈종의 고양이를 거느리던 이효리가 혈통서가 있을 리 만무한 믹스견 순심이의 언니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은 수만 마리 유기견의 대모를 자청하기도 했다.

 

 

 

소주 광고의 모델이었던 그녀가 채식주의를 선언하고 유명 디자이너에게 선물 받은 악어 가죽 가방에 양심과 탐욕을 되물어본다. 시국 선언이 민감한 시기에 당당한 투표 인증으로 주변 연예인에게 용기와 철학을 선사했던 것은 물론 노란 봉투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윗의 싸움 중인 노동자를 독려하기도 했었다. 그녀의 정의를 용기라고 명명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효리라는 상징적 트랜드 세터의 몸을 사리지 않은 철학은 그 영향력 덕분에 수시로 기사화되어 행동하지 않는 대중의 동기가 되었다.

 

 

 

또 하나의 이효리 신드롬이 된 그녀의 철학은 핑클 시절 못지않은 지지층도 생겼지만 그녀의 변화를 고깝게 보는 시선 또한 적지 않았었다. 변화에 민감한 이효리니 이것 또한 30대가 된 걸그룹 출신의 스타가 선택한 또 하나의 트랜드가 아니겠느냐고. 넝마주이를 패션화하는 힙스터처럼 이효리의 철학 또한 인스턴트라는 시각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이효리를 안톤 체홉의 ‘귀여운 여인’ 같은 그녀라고 생각했었다.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못 배기는 올렌카처럼 사랑하는 이의 가치관이 곧 자신의 철학이 되는 귀여운 여자. 그래서 이효리의 철학이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이상순의 영향 아래 탄생한 동경이라고 얕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 변화에 대단한 삶이지만.

 

하지만 최근 공개된 그녀의 블로그에서 제주 여인 ‘소길 댁’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효리의 삶을 보고 있노라니 그것이 얼마나 시건방지고 단편적인 감상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트위터라는 한정된 공간의 140글자로 표현된 이효리가 아니라 더욱 포괄적인 영역에서 발견한 이효리는 내 무례한 선입견을 깨뜨려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소길댁 이효리는 진드기 범벅인 강아지의 털을 손수 밀고 매일의 밥반찬을 걱정하는 소박한 제주 주부다. 물론 언뜻 평범해 보이는 그 일상 속에 스며든 슈퍼스타의 철학과 고뇌는 결코 그녀의 삶을 단조롭게 물들이지 않는다. 예쁜 상차림 앞에 앉아 앞치마를 멘 이효리의 모습이 무언가 파워블로거 주부 같아 낯설기도 하지만, “흑미밥은 안 불리고 했더니 생쌀 느낌. 고사리는 생선 굽다 태워버림. 옥돔은 겉은 타고 안은 안 익어버림.” 그냥 내버려뒀으면 그저 성공한 삶이라고 동경했을 예쁜 사진에 온통 실패한 초보 주부의 흔적을 낱낱이 공개하는 솔직함이 고스란히 너무나도 이효리다워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인조 평화가 아니라 실수와 한탄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효리의 리얼 라이프.

 

 

최근 기록한 이효리의 ‘모순’이라는 게시물은 그녀가 선택한 지금의 삶이 얼마나 많은 갈등과 번뇌에 부딪히며 스스로 완성한 독자적인 철학인가를 증명하고 있었다. “동물은 먹지 않지만…. 바다 고기는 좋아해요. 개는 사랑하지만 가죽 구두를 신죠.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은 좋아해요. 반딧불이는 아름답지만 모기는 잡아 죽여요. 숲을 사랑하지만 집을 지어요. 돼지고긴 먹지 않지만 고사 때 돼지머리 앞에선 절을 하죠….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죠. 소박하지만 부유하고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네요. 모순덩어리 제 삶을 고백합니다.” 이효리의 순수하고 소박한 글귀가 마음을 울린다.

 

 

 

 

또 다른 게시물. 컬러 테라피에서 소개한 이효리 자신의 색은 ‘빨강’이었다. 열정과 힘. 그리고 따뜻함과 사랑의 색. 그리고 배우자 이상순의 색은 ‘파랑’ 고요함과 평온함과 진실함. 그녀가 지금의 가치관을 갖기 전 슈퍼스타 이효리의 집으로 소개된 커다란 저택에서 그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던 슬픈 색채의 그림들이 떠오른다. 그 색깔에 스며들었던 공허함과 외로움의 절박한 호소. 커피숍의 화려한 빙수가 아니라 슈퍼 표 팥빙수에 커피를 부어서 티스푼 두 개를 동동 띄운 암갈색의 사진을 봤을 때 무언가 사무치는 감정이 치솟았다. 열정과 진심이 만나 탄생한 사랑 그 이상의 사랑.

 

 

 

사람들의 눈에 비추어진 이효리라는 이름의 열정과 힘. 이런 그녀에게 고요와 평화로 다가온 이상순의 진심. 그것은 하나의 진실이었고 이효리를 감싸 안는 따뜻한 사랑의 힘이었다. 신뢰와 사랑에 용기를 얻어 완성한 이효리의 철학은 쉽사리 싫증 내거나 무너질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이미지 출처 - 이효리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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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명 2014.06.19 10:07 신고

    이효리씨가 이상순씨 만나서 180도 바뀐것처럼 써놓으셨네요...유기묘같은 경우 이상순씨 만나기 일년도 더 전 인걸로 아는데 품종묘 키우다가 이상순씨 영향받아서 유기묘 입양한것처럼 써놓으면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진짜인줄 알겠어요...당연히 부부가 된 사람이고 영향은 받았겠지만 이효리씨 원래 동물에 관심 많은분이셨거든요;;

    •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는 사람들이나 저나 인스턴트식 철학이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가졌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상순의 주도가 아닌 이효리의 독자적인 고민과 선택으로 만들어진 철학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지적하신 부분은 저나 일부의 대중이 선입견으로 바라본 이효리의 단면이고요. 그게 잘못되었다고 정리한 내용이 바로 아래 문장에 쓰여져있네요.^^

  • 응대기 2014.06.20 01:30 신고

    분명 동물 애호가&채식주의자로서 이효리 씨의 행보는 지난 몇년 간 지속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그 진정성을 의심하고 보는건 일부 대중들의 약간은 뒤틀린 시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효리 씨에게 몇가지 아쉬운 것이 있긴 합니다. 악마 에쿠스 건에서 볼 수 있듯이 소영웅주의와 자기 자신만이 지고지선하다는 오만함에 물들어 다소 경망스러운 행보를 보인다는 점(나중에 사과는 하긴 하셨으나, 전후 맥락을 알아보지도 않은채 무고한 차주를 천하의 둘도 없는 인간 말종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건 이효리 씨 본인이 분명 아프게 반성해야할 점입니다.) 또 한 가지는 일관성의 문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지속적인 활동으로서 어느 정도 오해를 씻은 것 같기는 합니다만... 채식주의를 선언하기 전 한돈 홍보대사로 활동한 점이나 모피를 반대한다면서 가죽자켓을 입은 사실이 밝혀진 점이나... 자신의 신념에 배치되는 오점같은 커리어들이 산재해있기 때문에.. 여전히 대중들은 그녀에게서 '보여주기용 쇼' 나 '허세' 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 같네요. 또, 그 의심이 마냥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저는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요.

 

 

 

- 무한도전, 대한민국 예능을 대표할 만한 오프닝

 

이날 무한도전은 네 번의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언론이 주목한 하나의 트랜드는 각 방송사의 예능 재개 시기였다. 그리고 각 기사의 헤드라인마다 꼭지에 붙은 첫 번째 이름은 언제나 ‘무한도전’이었다. 그것은 분명 무한도전이 대한민국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새 무한도전은 단순히 숫자만으로 가치를 지닐 수 없는 대한민국 예능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많은 관심과 기대가 쏠린 가운데 아마도 김태호 피디와 유재석 이하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큰 부담을 안고 있었으리라.

 

그 와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촬영한 분량을 내보내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녹화 취소를 강행했다는 김태호 피디의 선택이었다. 그들은 정해진 촬영 시간에 자리에 모이긴 했지만, 도저히 녹화를 진행할 수 있는 마음이 아니라 촬영을 이어가지 못한 채 다음날을 기약했다고 한다. 무한도전이 2주간 방송을 쉬었던 까닭은 방송사의 눈치 게임에 휘말려서가 아니었다. 그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 선구자로서의 선택이자 의지였다. 그리고 2주 만에 재개한 무한도전은 그 기간 그들이 얼마나 고심했는가를 여실히 증명하는 방송이었다.

 

 

 

이날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세 번의 고개를 숙였다. 뜻밖의 어두운 화면으로 포문을 연 그들은 애도의 의미를 담은 검은색 정장과 귀환의 상징인 노란 리본을 달고 심연을 밝혔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믿을 수 없는 참사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모두가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에 무거운 나날을 보내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분들과 실종자분들 또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힘들게 버티고 계신 가족분들에게 더할 수 없는 비통한 심정을 담아 머리 숙여 위로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유재석은 따뜻한 목소리로 위로를 전해왔다. 그의 차분하면서도 군데군데 떨리는 목소리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오프닝 멘트였다. 그리고 그는 따뜻한 위로와 더불어 반성과 경각심 또한 잊지 않았다. 그것은 이 사건을 주시한 어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감과 사명이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게 서로가 건네는 진심 어린 위로가 아닐까 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조금씩 기운을 내서 서로 위로하고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서로 힘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재석은 현장에서 각자의 책임을 다하며 구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단지 말 뿐만이 아니라 그 말이 떨어지고 동시에 숙인 무한도전 멤버들의 숙인 머리에서 그 절절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유재석이 던진 마무리 멘트는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여운이 되었다.

 

“앞으로는 원칙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저희 무한도전 또한 여러분께 힘이 되고자 저희가 있는 자리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살짝 울음이 묻어났던 그의 목소리.

 

 

 

그건 단순히 말 뿐만이 아니었다. 이후 진행된 무한도전의 분위기는 2주 전과 같으면서도 사뭇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각오가 남달라 보였다. 매주 방송분마다 컨디션이 나빠 보이는 멤버가 한둘쯤은 있었는데 이날은 모두가 파이팅이 넘쳐나는 방송을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들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분량이었다. 특히 이날의 주제 또한 감회가 깊었는데 바로 무도의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리더를 시청자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이번이 처음의 시도는 아니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멤버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때론 위로가 되고 때론 경각심으로 다가와 박혔다. 선거의 룰이 ‘인물이 아닌 공약으로 뽑는 선거’였던 만큼 무엇보다 메시지가 중요한 방송이었다.

 

특히 기초 연설 이후 이어진 주제 토론, ‘무한도전의 현주소는 어디인가?’는 멤버 각자의 컨셉과 캐릭터에 맞춘 디스와 폭로전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적나라하게 스스로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말이 제법 본격적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저 장난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무한도전의 문제점을 공론화하여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정형돈이 입을 뗀 방송마다 지나친 의미 부여에 원초적인 재미를 잃었다는 지적이나 정준하 자신의 경험담에 비추어본 기성세대가 이해하기에 어려운 방송이라는 결점 또한 수시로 건드려지는 화두였으나 그걸 스스로 공론화할 줄은 몰랐다. 허나 유재석의 말처럼 진짜 위기는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가 닥쳐왔음에도 그것이 위기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가 아니던가.

 

 

 

이날의 백미는 앞서 오프닝이 그저 말뿐만이 아님을 증명하는 유재석의 공약이었다. “박명수 씨가 얘기한대로 저희들은 최근 시청률 꼴찌를 했습니다. 한두 번 한 게 아니죠. 여러분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자체를 놓고 보면 저희들은 위기가 맞습니다. 그러나 전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진짜 위기는 뭔지 아십니까? 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위기인 것을 모르는 게 진짜 위기입니다. 그것보다 더 큰 위기는 뭔지 아십니까? 위기인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기입니다. 그리고 위기인 걸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 혼자 살려고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재앙이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유재석은 분명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라고 했지만, 책임을 다하지 않은 어른이 비극적 사태를 불러온 최근의 상태에 이보다 더 절실하게 울려오는 공약은 없었다. 앞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진 하차한 길을 언급하며 또 한 번의 고개를 숙였다. 길의 잘못까지 서로의 실책인듯 끌어안았다. "이 얘기를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서 길씨가 하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말로도 사실 변명이라든지 할 얘기가 없는 저희 제작진과 저희들 모두가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 내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외부적인 사생활마저도 실망을 끼쳐드리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며. 몇 번이고 사과하고 다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님에도 타인의 잘못마저 책임지려 하는 진짜 어른의 자세를 봤다.

 

 

 

콩트가 대한민국 개그를 지배하던 시절. 유머는 곧 민심이었고 대중의 목소리였다. 풍자와 해학으로 넘쳐났던 그 시절의 역할을 지금의 무한도전은 대신하고 있다. 그것이 2014년 예능이 존재해야할 이유다. 위로가 되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 그리고 절대 잊지 않게 되새겨주는 것. 책임지는 어른이 만들어가는 사회. 마지막까지 어른의 책임을 강조한 무한도전의 메시지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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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04 07:33

    비밀댓글입니다

  • 정형돈씨의 속옷 차림에 역시~ 했어요^^
    웃음도 의미부여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무도! 역시 9년차의 예능의 위엄을 보여준것
    같아요 늘 흔들어도 부러지지 않는 그들이
    있어서 좋습니다^^

 

막내 규현에게 국민 병풍의 수식어를 하사받은, 지난날의 치욕을 씻어 보이겠다는 윤형빈의 각오를 들으며 *김구라는 너무나 라디오스타다운 대응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격투기가 아닌 토크 파이터로 출전하는 거라고. 몸이 아닌 말로 싸워야 한다는 한마디에 금세 주눅이 든 윤형빈이었지만 뜻밖에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내성적인 표현과 달리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며 정곡을 꿰뚫고 있었다. 그중에서 참 와 닿았던 말이 바로 홍진경을 향한 찬사였다.

 

 

 

요즘 가장 뜨거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출연자 홍진경을 놓고 썰을 푸는 라디오스타 MC들을 윤형빈의 입이 거든 것이다. 이 드라마의 열렬한 팬임을 밝히며 그는, 만화방 주인장으로 등장하는 홍진경을 볼 때마다 영화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의 괴짜 친구 리스 이판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드라마를 본 듯 나름의 분석까지 치밀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영화 노팅힐의 구도를 닮아있다고. 그 말에 감히 그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시도치 못할, 이 드라마의 표절 문제를 대놓고 들먹인 김구라 때문에 잠시 머쓱한 공기가 흘렀지만, 노팅힐의 진정한 신 스틸러, 리스 이판과 별에서 온 그대의 홍진경의 존재감은 무릎을 칠만큼 닮아있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신 스틸러. 그건 비단 드라마 속 홍 사장에게만 국한된 표현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홍진경이라는 연예인 자체가 신 스틸러의 숙명을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그녀는 무엇을 해도 그리고 어느 자리에 있어도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했었다. SBS 개국 초기에 제2회 슈퍼 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도 아니고 심지어 2위도 아닌, 베스트 포즈 상이라는 어중간한 상을 받고도 정작 그 회의 우승자보다 주목을 받았던 이가 바로 홍진경이었으니까.

 

어린 내 눈에 유별나게 아름답지도 않고 그저 올리브를 닮은 큰 키의 매리트 밖에 없어 보이는 그녀가 공중파의 골든타임을 차례차례 휩쓸며 온갖 방면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마뜩잖았다. 그녀는 무려 슈퍼 개그맨 이영자의 동등한 파트너가 되기도 했고 언젠가는 잘생긴 남자아이들과 에다호라는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었다.

 

 

 

그때 나는, 세상의 모든 기회가 간절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고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회가 주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홍진경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고정된 선입견은 고스란히 그녀의 이데아가 되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홍진경 특유의 남다른 존재감과 소위 4차원 이미지라 하는, 여유로움 때문에 더 벗어날 수 없는 편견의 홍수였다. 나는 그녀의 신 스틸러가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진 신의 선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어리석은 오해와 질투가 만들어낸 선입견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오늘에서야 알아차렸다. 그야말로 21년 치분의 선입견이 깨져버린 순간이었다. 내가 요행이라고 생각한 그녀의 첫 데뷔조차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구도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 그 어린 날의 나처럼, 피디들이 원한 사람은 그저 높은 순위의 미녀 모델뿐이었다. 베스트 포즈상이라는, 모호한 이름의 수상자 홍진경에게 기회를 주었던 것은 신이나 제작진이 아니라 바로 홍진경 자신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는 피디를 붙잡고 그녀는 조르고 또 졸랐다. 다음 기회를 기다리라는 피디의 말에 홍진경은, 그 어린 나이에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홍진경은 매달렸다. 바로 옆의 모델 언니가 창피해서 고개를 돌릴 정도로. 그녀의 출연을 거부하는 피디를 붙잡고 심지어 외진 곳도 아닌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홍진경은 애원하고 또 애원했었다. 그렇게 출연 기회를 얻은 것이 그녀의 첫 데뷔였다.

 

 

 

내 선입견 속의 홍진경이란 나른하게 팔짱을 끼고 먼저 찾아주는 기회를 한가로이 선택하는 한량인 줄만 알았다. 그런 홍진경이, 그것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붙잡고 애원하고 조르고 사정을 했다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무슨 일이든 시작했다 하면 꽃을 피워야 한다고, 확고한 신념으로 사는 홍진경에게 드라마 출연은 사실 선뜻 내키지 않는 제의였다. 180cm의 장신인 여자가 여배우의 화룡점정인,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되는 일은 분명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서였다. 그럼에도 그녀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하게 된 건, 그녀의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주려 한 박지은 작가의 배려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홍진경이 내세운 무리한 요구사항의 첫 번째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그녀의 절친과 동반 출연하는 것이었다. 남창희, 양배추의 출연을 흔쾌히 허락받자 고무된 그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박휘순에 김인석까지 끌어들이려다 퇴짜를 먹는다. 문득 토크쇼 놀러와에서 그녀 덕분에 거의 덤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던, 오랜만의 공중파 출연인 남창희를 그녀 자신은 내팽개쳐두고 어떻게든 홍보하려고 애쓰던 홍진경의 낯선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 무슨 인력 알선 업체도 아니고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할까 싶었던 홍진경의 오지랖은 그녀의 과거 안에 해답이 있었다. 데뷔 시절 누구나 불러주는 1등 모델의 덤으로 나와 날 좀 출연시켜 달라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바로 홍진경 옆자리의 박휘순이나 남창희와 닮아있었던 것이다. 그저 의리 때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겪어봤던,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처지의 서러움과 비인기 연예인의 간절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누가 시키지도 않는 뚜쟁이 노릇을 했던 거였다.

 

 

 

나는 물론이오. 라디오스타 전원을 놀라게 한 홍진경의 애원은 결혼을 성사시킨 무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의 남편을 가지려고 그녀는, 무려 3개월을 쫓아다니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착신 표시가 뜨지 않은 시절이라 홍진경의 집요한 전화를 피할 수도 없어 그녀가 “어디세요?” 라고 묻기만 하면 한숨부터 쉬었다는 미래의 남편. 이 서글픈 과거를 우리가 이루어진 것은 지금 같은 통신 기술이 없어서였다고 넉살 좋게 회상하는 그녀였다.

 

 

 

그녀도 지칠 대로 지쳤다면서, 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노력해보자고 다짐했던 홍진경은 어쩐 일로 “어디세요?”라는 말의 화답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무려 3개월 동안, 첫마디의 반응조차 받지 못했던 홍진경이 그럼에도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기 짝이 없다. 신이 나서 쫓아간 그 자리는 마침 남자의 동창회 장소였다고 한다. 연예인 홍진경이 도착하자 “어머. 진짜 왔어.”라는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나라면 치욕스러워서 자리를 뜨고 말았을지도 몰랐을 잔혹한 상황이다. 심지어 그녀의 자리조차 준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홍진경은 다른 자리에서 테이블을 끌어와 붙여 그의 옆자리를 사수했다.

 

 

 

이토록 간절한 여자, 홍진경을 선입견 탓에 쉽게 기회를 얻는 사람이라고 오해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윤종신 또한 김치 산업에 열을 올리는 그녀를 그저 누군가 꽂아줘서 손쉽게 그 자리에 올라온 이른바 바지사장 정도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선입견이 깨진 것은 언젠가 거나하게 취해있는 홍진경의 모습을 본 이후부터였다.

 

왜 이렇게 술이 취했느냐고 놀라서 묻는 윤종신에게 홍진경은 배추 농사하는 농부들과 술판을 벌이고 왔노라고 실토했다. 바지사장은커녕 대낮부터 생산자들과 어울려 친목을 도모할 만큼 이 사업에 목숨을 건 그녀는 진정한 실세였다. 홍진경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남들이 쉽게 평가하는 그녀의 홈쇼핑 데뷔 또한 연예인이라서 거저 얻은 기회가 아니었노라고 말했다. 그것 또한 졸라서 그리고 애원해서 가진 기회였다.

 

 

 

홍진경의 홈쇼핑 데뷔는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거절을 당한 즉시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다. 심지어 스튜디오 내부를 청소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역시나 수군댔다. 아니 왜 연예인이 홈쇼핑 청소를 하고 있느냐고. 연예인이니까 그리고 홍진경이니까 그냥 편하게 앉아 홈쇼핑 제의를 받아들였을 거라고 착각했던 나의 오만이 부끄러워졌다.

 

 

 

이날 라디오스타에서 밝혀진 홍진경이라는 사람의 고백은 21년간의 내 잘못된 선입견을 뿌리째 뽑아내 버렸다. 그저 남다른 그 존재감으로 편하게 기회를 얻는 사람이라고, 간절함이나 애원이나 심지어 구차함 따윈 생각해볼 수 없었던 단어들은 오히려 지금의 홍진경을 만든 모든 것이었다. 연예인 특권 의식은커녕 당연한 듯 바닥부터 시작해 구차하리만큼 매달려 원하는 것을 쟁취한 홍진경의 일대기가 놀랍기 그지없다. 문득 카네기의 명언이 떠오른다. “좋은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것을 포착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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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9

  • 시현 2014.02.27 10:46 신고

    내눈의 시야가 굉장히 좁다는거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제가 보지 못하는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며 살고 있을걸 생각하면 부끄럽네요

  • 한심한 2014.02.27 12:18 신고

    이 당연한걸21년만에 깨달으셨 쎄요???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럼 이발언은?? 2014.02.27 18:50 신고

    어떻게 생각하나요?
    천윤재역으로 다른 사람이 캐스팅 되어 있는 상황에서
    '난 다른사람이랑 하고싶다'해서 그 천윤재 역이 바뀐 상황은???
    이 전에 캐스팅된 사람은 홍진경씨 이사람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박수정 2014.02.28 09:59 신고

      음..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제 의견을 낸다면
      모든것이 때가있고, 자기 것, 자기 자리가 있는거 같아요^^
      그 배우분께는 슬프고 힘들 수 있지만, 곧 더 좋은 작품과 더 잘맞는 역할을 만나시지않을까해요..

  • 박수정 2014.02.28 09:56 신고

    글잘읽고가요^^

  • 홍해라 2014.02.28 16:50 신고

    너무 멋있어요.. ㅠㅠ 나라면 절대 못할.. 하지만 홍진경언니라서 그럴수 있는 거겟죠? 완전 호감언니

  • 애기베비맘 2014.03.02 13:50 신고

    라디오스타홍진경언니너무멋져서댓글달고싶어서구글가입까지하게됬네요
    홍진경씨모델로도멋지게봤지만라디오스타에서자기심정을솔직히말하며눈가가빨게지는언니를보고저도눈물을찔끔했담니다홍진경언니너무멋져요그러니힘내시고파이팅요!

 

 

프리 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다음날, 소치 내 코리아 하우스의 기자회견에서 그녀의 뜻밖의 대답은 애틋했고 또한 뜨끔했다. "점수가 안 나올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좋은 점수는 기대 안 했다. 분위기상 느꼈다." 앞서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서 그녀의 실수 한차례 없는 무결점 연기에 어울리지 않게 인색한 점수 탓이었다.

 

김연아는 시즌마다 룰이 바뀌니 점수에 불평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을 달랬지만 그녀의 인터뷰를 돌이켜 생각하니 벌써 그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김연아가 상상이 되어 어쩐지 애틋해졌다.

 

 

 

쇼트 프로그램 경기의 미미한 불안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혀를 내두를 만큼 한 치 오차도 없는 클린 연기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은메달을 가져야만 했다. 반면 금메달리스트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에서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했다. 두 발 착지, 소트니코바의 무대가 금메달이라면 무결점 연기를 펼친 김연아의 무대는 다이아몬드 메달이라도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대한민국은 물론 외신까지 홈 어드밴티지, 러시아 텃세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질책이 쏟아질 만큼 황당한 결과다. 공개된 점수를 비교해보니 올림픽 정신은커녕 전문성조차 느껴지지 않는 편파 판정에 한숨이 터져 나온다.

 

 

 

두 선수의 운명은 기술점수(TES)에서 결정된다. 김연아는 69.69점의 TES를. 그리고 소트니코바는 75.54점의 TES를 받았다. 이에 소트니코바는 TES를 결정하는 기본점과 수행점수(GOE)에서 심판의 폭넓은 지원사격을 받으며 김연아를 앞섰다. 기본 TES부터 앞선 것은 물론 착빙 실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GOE가 1점 이상이었다. 심지어 착지 실수가 있었던 3연속 콤비네이션 점프조차 0.9점의 감점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인색하기 짝이 없는 김연아의 점수에 비해 심사위원의 사감이 들어갔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후한 점수였다.

 

전문가는 물론 비전문가의 눈으로 봐도 누가 더 우수한 스텝을 밟았는지가 눈에 띄는 두 개의 무대를 놓고 상대적으로 야박한 심판의 점수에 두 선수의 운명이 갈렸다. 대중의 분노는 당연한 결과였다. ‘소트니코바가 챔피언이 됐지만, 심판의 판정은 석연치 않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로이터통신의 기사는 이날 경기를 눈으로 지켜본 사람들의 분노를 전했다.

 

 

 

1984, 1988년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카타리나 비트는 “결과에 놀랐다. 이해할 수 없는 점수다.”라고 황당해했고 미국 피겨 국가대표 애슐리 와그너 또한 “넘어진 선수가 클린한 선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스포츠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팬을 갖고 싶다면 피겨스케이팅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바다 건너 분노가 이만큼인데 김연아의 고향은 또 오죽하랴. 네티즌은 재심사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은 물론 감사 메달 전달하기 프로젝트, 연아야. 고마워! 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런 반응을 전해 들은 김연아의 답변. 그녀의 기자회견은 피겨 실력 이상으로 매혹적인 김연아 특유의 승자 마인드를 여실히 전해주고 있었다. 당당하고 기품이 넘치며 밝고 건전한.

 

 

 

"점수가 안 나올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좋은 점수는 기대 안 했다. 분위기상 느꼈다." 사실 김연아의 이 한마디는 이날의 편파 판정을 명쾌하게 정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홈 어드밴티지를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그리되어서는 안 되었던 것. 김연아는 성난 군중의 함성을 전해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전에도 편파 판정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그때마다 저보다 주변에서 더 열을 내더라“이 다음의 발언은 그야말로 짜릿하기 짝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 주목받는 많은 대회여서 더 그런 것 같다. 난 그것에 대한 아무 미련도 없다. 끝났다는 것에 만족한다. 잘했기 때문에 만족한다." 세상에. 나는 무릎을 쳤다. 소름이 돋았다. 잘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니. 그야말로 떳떳한 경기를 치른 진짜 승자에게나 가능한 발언이 아니겠는가.

 

 

 

 

한편 정작 금메달리스트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부적격한 태도로 빈축을 샀다. 프리스케이팅 경기 직후 메달리스트들이 함께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연아가 인터뷰를 하자 부산스럽게 자리를 떠났다. 이런 소트니코바의 돌발 행동 때문에 김연아 또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인터뷰 또한 잠시 중단되어야만 했다. 기자회견 도중 부득이한 사정으로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주변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매너로 알려져있다. 승자의 메달을 가지고도 승자의 마인드를 갖지 못한 소트니코바와 달리 김연아는 곧 미소 짓고 가뿐히 인터뷰에 응했다.

 

 

 

끝났기 때문에 만족하고 잘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는 김연아의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다. 그녀의 피겨 실력 이상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승자의 마인드가 참으로 부러워졌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점수가 예상만큼 안 나오는 대회도 있었다.” 김연아는 어머니에게 받은 문자를 전하며 지금의 심경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홀가분하게 자유를 즐기자. 금메달은 더 간절한 사람에게 줬다고 생각하자던 어머니의 아름다운 위로를.

 

 

 

최근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딸에게 전한 김연아 아버지의 편지가 네티즌의 화제다. “사람들은 금메달을 바라지. 하지만 아빠는 아니야. 제발 네가 부상 없이, 건강하게 경기를 끝마쳐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경기 후에 네 마음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다. 네 꿈을 마음껏 빙판 위에 펼쳐보렴. 아빠도 떨리는 가슴을 안고 경기장 한 쪽에서 지켜보고 있으마.” 그리고 4년 뒤. 아무 미련이 없다. 끝났기 때문에 홀가분하다. 잘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화답하는 김연아.

 

 

 

4년. 아니 그보다 더 아득한 오래. 내 인생을 돌아보며 나는 참 잘 살아왔노라고 나는 참 잘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런 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 또한 세상에 몇 없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그리고 그 말을 증명해줄 무수한 증인을 가진 김연아가 나는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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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Halo 2014.02.23 05:26 신고

    그간의 애틋한 마음이 닥터콜님의 글 보며 울컥하네요

  • azure 2014.02.23 11:09 신고

    가슴이 너무 먹먹해요. 안팎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김연아가 우리나라에 태어나줘서 고맙고 또 미안합니다. 빙연은 편파판정에 대한 이의제기도 안 해놓고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넘어가려고나 하고..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연아가 그토록 사랑하고 뭐든지 해주려고 하던 연아의 조국이 이정도밖에 안되서 말입니다.

 

 

약한 감기 기운이 있어 일찍 잠들까 했다가 구슬픈 선율에 마음이 이끌려 새벽을 보냈다. 시즌만 되면 자식보다 더 아끼시는 듯한 어머니의 김연아 사랑 때문이다. 관심도 없는 피겨 해설이 지겨워져 김연아 출전 시간을 알아본 뒤 새벽 2시부터 보면 된다고 알려드려도 묵묵부답이시다. 덕분에 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이날의 모든 경기를 관람해야만 했다.

 

남들이 열광하는 것. 특히 스포츠에 대해서는 둔할 정도로 무감각한 성향 탓에 피겨 스케이팅의 룰도 잘 몰랐던 나는 김연아에게 쏟아지는 지대한 관심조차 동참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잊지 못하는 김연아의 얼굴은 뜻밖에 드라마틱해서 벌써 오래전의 기억임에도 영화처럼 재생되곤 한다.

 

 

 

한번은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꼬마 손님들 사이에 끼어 연습을 하던 김연아가 턴을 하다 무너져 신경질을 내는 장면이었다. 주저앉아 울먹이듯 깨끗하게 터뜨린 분노에 순간 가슴이 저려왔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을 꾸짖고 있는 김연아를. 이 어린 소녀가 얼마나 독하게 자신을 관리해왔는가를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천재의 탄생은 타고난 능력 외의 혹독한 자기 관리를 견뎌낼 수 있는 무수한 시간에서 비롯된다.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너는 4분 8초 동안 숨죽인 대한민국이다. 너는 11번을 뛰어오르는 대한민국이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다. 너는 11명의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최근 논란이 된 김연아 응원 영상의 메시지다. 어느 기업의 홍보 영상물인 이 응원 메시지를 보며 나는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김연아의 두 번째 얼굴을 떠올렸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피날레 포즈를 마친 순간 눈물을 쏟아내던 김연아의 얼굴을. 그야말로 클린하게 울먹이곤 턴을 돌아서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 어린 소녀의 어깨 위로 너나 할 것 없이 올려둔 애국심의 무게가 미안해 덩달아 따라 울었었다. 그날의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광고 멘트 따위 절대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연습 때와 다를 게 뭐 있어. 똑같이 하면 되지.’하고 가볍게 꾸짖어 부담을 떨쳐냈다는 김연아의 쇼트 경기는 완벽함 이상의 편안함이 있었다. 산뜻하기 이를 데 없는 첫 점프의 성공을 시작으로 이후의 곡예는 무엇이든 일사천리였다. 한 치의 실수도 없는 이른바 무결점 클린 연기를 완수해낸 김연아였다.

 

사실 그녀의 경기를 보는 내내 이것이 상대 선수가 존재하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내내 어쩌면 인체가 만들어낸 도형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만을 생각했다. 특히 우아함의 결정체인 플라잉 카멜 스핀은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올 만큼 애절하고 사랑스러웠다. 학창시절 열광하면서 봤던 발레 소재의 만화 스완의 천재 소녀 리리아나가 떠올랐다.

 

 

 

특히 얼음판 위를 애처로운 얼굴로 달리는 김연아의 모습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기 짝이 없었는데 어떻게 이런 옷을 입혀놨느냐고 분개하던 친구의 얼굴이 무색할 만치 푸른 얼음판의 겨자색 드레스와 순백색 김연아의 얼굴은 고전 삽화처럼 매혹적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날 사이로 튀어 오르는 얼음 조각조차 아름다워 보일 지경이었으니까. 그 모습은 마치 겨울왕국의 엘사가 겨울을 다스리는 마법으로 얼음 성을 만들어내는 신처럼 황홀하기 짝이 없었다.

 

쇼트 직전 김연아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긴장해 있었다고 한다. 늘 그녀를 가로막고 있는 부담 때문이다. 그것을 떨구어낸 것은 연습 때와 다를 것 하나 없다는 그녀 자신의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김연아는 첫 점프에서 자신감을 회복했고 클린(무결점 경기)하지 못했다면 억울했을 것이라는 김연아 특유의 매혹적인 화법으로 매듭짓는다. 마무리까지 샤베트를 먹은 듯 산뜻한 김연아식의 팬서비스였다.

 

 

 

어머니 덕분에 보게 된 이 날의 무대를 회상하며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다. 금메달과 세계 신기록을 떠나서 이런 완성도 높은 무대를 아니 이 정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가 고마운 일이라고. 비록 피겨에 문외한인 필자조차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잠을 이루지 못했을 만큼. 이런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존재가 고마운 일이다. 그 속엔 어린 김연아의 솔직한 꾸짖음과 피겨 여제의 눈물과 김연아라는 인간의 타고난 천재성, 즉 아름다움이 숨어있었다. 그녀가 보여줄 또 하나의 고마운 아름다움, 프리 스케이팅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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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칠 때 떠나곤 했던 독보적 매력을 잊어버린 듯 단물 빨아 먹기에 급급한 개그콘서트가 오랜만의 새 단장을 했다. 천년만년 지속될 듯했던 몇 개의 코너가 잘려나가고 새로운 소재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 와중에 여전히 지난날의 영광을 잊지 못한 코너도 있으니 완전한 신축은 아니고 리모델링이랄까.

 

그중에서도 황해는 유독 올드한 느낌이 나는 코너다. 작년 5월에 첫 방송을 하고 아직 일 년을 채우지 못해 그리 오래된 코너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참 오래됐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스피싱이라는 소재의 한계가 너무나 한정적이고 비슷한 패턴의 대사와 전개를 조금의 대사만 바꿔가며 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해의 기본 패턴은 두 보이스피싱 멤버인 이수지와 정찬민이 모닝 인사를 나누고 오늘의 사기 계획을 선배 이수지가 알려주면 신입 정찬민이 홍순목에게 사기를 치려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들통이 나버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면 이수지가 선배의 참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역시나 같은 피해자인 홍순목을 구워삶다가 도리어 놀림을 당해 안절부절못하는데 이들의 고용주인 신윤승, 이상구, 홍인규가 나타나 역시 호언장담을 하다 무너지고야 마는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그 콘서트 편집팀도 황해의 고루함을 느낀 듯 몇 개의 패턴은 잘라먹거나 아예 위치를 바꿔서 내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이 코너는 일 년이 아니라 몇 달 만에라도 쉽사리 질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었다. 신선하고 눈에 띄게 시작했지만, 너무 반복된 패턴에 말장난의 반복은 때론 애쓴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부자연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가 개그콘서트에서 반드시 황해를 챙겨보는 까닭은 무엇보다 이수지의 탁월한 연기력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리 개그라고 해도 너무 작위적으로 만든 사기 패턴의 대사들을 들으면 때론 나 자신이 민망해질 때가 있는데, 이수지의 탁월한 연기력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억지스러운 황해의 대사마저 그럴듯한 유머로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최근 추가된 통화 전 녹음된 목소리는 이수지의 진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매번 기대가 될 정도다. 16일 개그콘서트에서는 웬만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다 써먹었던 겨울왕국의 노래를 소재로 삼아 오프닝을 만들었다. 귀여운 안나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을 신입생 환영회 홍보 노래를 부르고는 이수지 특유의 라디오 씨엠 같은 목소리로 모노드라마를 찍는다. “엘사! 스마일 대학교 오티인데두? 잘생겼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정말정말 못난 놈도 오티 가면 여친 생겨. 와우! 스마일 대학교 오티로 오세요!" 그녀의 연기력에 시종일관 탄성을 내지르던 방청객들이 급기야 우렁찬 박수를 보낸다.

 

 

 

매번 처음은 당해주는 홍순목이 귀를 쫑긋하고 있으면 이윽고 분위기를 급변하여 엄숙해지는 이수지의 목소리는 바로 새로 추가된 황해의 웃음 포인트다. "오티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으시면 1번. 보이스피싱으로 추억을 날리고 싶으시면 2번을 눌러 주세요." 내가 매번 민망해하면서도 또한 기다리는 것은 홍순목을 구슬리는 이수지의 말도 안 되는 사기 계획이 지적당했을 때 순간 어찌할 줄을 모르는 그녀의 얼굴이다. “그게 말이 돼요?”

 

 

 

국내 정서와 사정을 잘 모르는 조선족 연기를 하는지라 위풍당당하다가도 작은 태클에 맥을 못 춘다. 홍순목이 그게 말이 되느냐고 브레이크를 걸 때 순간 말문이 막혀 굳어버리는 이수지의 얼굴이 황해의 가장 유쾌한 웃음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이 순간을 보기 위해 뻔한 패턴과 다소 작위적인 대사를 참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수지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것은, 오로지 외모에만 국한된 여자 개그맨의 고루한 패턴 속에 몇 안 되는 자신만의 능력으로 인기 코너를 만든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자 개그맨은 외모 비하를 통한 자학 개그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예쁜 얼굴의 개그맨이 맡은 역할 또한 남자 개그맨의 훈훈한 여자 친구 역할로 한정되어 있었다. 선택지가 거의 없는, 여자 개그맨 불모지인 개그콘서트에서 본인만의 기지로 장수 코너를 만들어낸 이수지. "어찌하면 좋으니. 오늘도 한 건도 못했다." 작품 속에서 그녀는 매번 허탕만 치는 무용지물이지만 개그콘서트에서는 이수지의 연기력이 황해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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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작.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 이 드라마는 내게 역대 최고다. 적어도 실험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 SF나 미스터리도 아니고 아직 홈드라마의 의미가 살아있던 그 시절의 KBS 주말극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이 드라마 이상의 참신한 캐스팅을 만나보지 못했다. 부자나 엘리트가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파랑새는 없다의 주인공은 저어기 변두리에서 월세 사는 밤무대 차력사와 창녀였다.

 


 

 

이날 라디오스타는 예능 판 파랑새는 있다를 찍는 듯했다. 재벌은커녕 하물며 중산층, 심지어 서민도 아니었던 빈민으로 구성된 파랑새는 있다의 주인공처럼. 주연도 조연도 아닌 드라마의 변두리 같은 배우들을 황금 시간대의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이병준, 라미란, 김기방, 최우식.’ 그 누가 이 사람들에게서 주역의 가능성을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그걸 라디오스타는 해냈다. 잘 나가는 KBS 주말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덜컥 이상인에게 맡겨버린 그 드라마처럼. 이런 짓은 라디오스타 말곤 아무도 못한다. 이 맛에 라디오스타를 본다.

 

 

 

비슷한 처지로 소개되었지만 낯익음의 강도는 네 사람 모두 달랐다. 공부의 신의 느끼한 앤서니 양에서부터 최근의 왕가네 가족들 “얼음 동동!” 유치 절정 시아버지까지. 슬금슬금 주목받는 씬 스틸러의 경지에 올라선 이병준. 배우와 개그맨의 경계선이 헷갈려도 그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화려한 스타와 화려한 시청률을 통과시키는 신기한 남자 김기방. 수지를 괴롭히던 그처럼 김수현을 괴롭히다 포스트 유연석으로 성장할 것만 같은 최우식.

 

 

 

그중에서도 라미란은 정말 신기한 배우였다. 분명 대중성 낮은 네 명의 배우 중에서도 그녀는 가장 낯선 얼굴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이름부터가 생소했으니까. 그런데 네 명의 엠시들의 입에서 그녀의 약력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아아. 그래. 그래.”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나는 라미란이 출연했던 작품의 모든 라미란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연기는 이미 물들어서 고즈넉하게 침투되어 있었다.

 

 

영화 괴물에서 박하 색 옷을 입은 발 동동 아줌마와 연애의 온도에서 신혼여행 중 부하 직원의 꼬장을 들으며 어이없어하던. 스파이에서 헤니의 화장실 몰카를 보며 무뚝뚝한 얼굴로 내가 체포해오겠다고 말해 웃음을 줬던 바로 그녀. 막 돼 먹은 영애 씨에서 남이 부쳐둔 전을 홀랑홀랑 집어가던 그 얄미운 라 과장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아. 그녀였구나.

 

 

 

그야말로 씬 스틸러에 미친 존재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의 매력은 의외로 개성이 아닌 자연스러움에 있었다. 여러 작품에 동시에 출연해도 라미란임을 알아보지 못해 불평조차 듣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라스 MC들은 자학으로 받아들였지만, 그녀는 도리어 당당했다. 그것이 연기자 라미란의 장점이라고.

 

 

 

"그 몸매라든지 이런 쪽은 업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셨나 봐요."

 

"몸매가 아주 자연스럽죠. 지극히. 꾸며지지 않았어요. 얼굴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물론 아름다운 외모를 가꿔야 할 분들도 있지만 저는 제가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의 표준 정도라고 생각해요. 뭐 좀 배도 나오고. 나이가 이렇게 됐는데. 팔뚝도 굵을 수 있는 거고. 그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주인공이 되어 마음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 날의 라미란은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여러모로 네 명의 MC들이 공격하기 좋은 위치였지만 그녀는 그 어떤 짖궂은 질문에도 위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당당함을 갖추고 있었다. 외모를 공격받고 출연 분량을 비아냥 당해도 그녀는 결코 정색하지도 혹은 자학하지도 않았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도리어 장점으로 바꿔치기하는 놀라운 화술은 그야말로 라디오스타 MC들마저 넋이 나갈 정도의 수준이었다. "진짜 팔뚝이 보기보다 좀 굵습니다." 라고 깐족대는 김국진에게 "네. 김국진 씨보다 굵을 거예요~" 라고 화답하고 머리에 음표를 그리며 섹시한 미소를 보낼 수 있는 여자 게스트라니.

 

 

 

"외모는 굉장히 토속적인데 약간 느낌이 저한테는 섹스 앤더 시티 같은 그런 느낌이 많이 나요." 한참 라미란 화술에 빠져있던 윤종신은 감탄한 얼굴로 화답했다. “저는 계속 듣기에는 굉장히 감이 세련된 분이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요." "강남 출신이세요? 어디세요?" 원색적인 김구라의 질문을 정말이지 도도한 얼굴로 "저 강원도."라고 답하는 라미란의 매력~

 

 

 

“물 든다라는 것이 나도 연기를 하면서 보시는 분들한테 내 연기가 물들어서 잘 스며들고 고즈넉하게 침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품격 음악 방송 라디오스타의 취지에 맞추어 BMK의 ‘물들어’를 이토록 달콤하고 고느적한 설명으로 안내하고선 무대로 나아가 노래를 부르는데 첫 소절부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연기할 때 그리고 대화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의 노래하는 라미란의 목소리. 시원시원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그녀의 가창력에 오랜만에 가슴이 다 설렜다.

 

 

 

이토록 감동적인 노래를 뽑아내고선 무대에 서기 전,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생수병을 들어 “물 들어.”라는 장난을 친다든가 “무슨 노래방에 에코가 전혀 없어. 아이고.” 라는 말로 웃음을 터뜨리는 화려한 마무리까지. 그녀는 정말 윤종신의 말마따나 감이 좋은 여자였다.

 

라미란을 비롯하여 네 명의 출연자들이 내게 남긴 소소한 감동은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 자신감이었다. 공격에 가까운 사나운 질문들을 전혀 정색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적절한 유머를 섞어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이병준의 목소리와 똑 닮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떠올리게 했다. 캬. 이 얼마나 그들과 잘 어울리는 피날레인가. 이 아름다운 마무리에 커튼콜을 외치듯 라디오스타의 엔딩 역시 인상적이었다.

 

 

"대본을 받고 깜짝 놀랐어요. 제목이, 제목이 참 자극적입니다. 거지, 내시, 몸종. 그리고 변태." (윤종신) "오늘 나올 분들이 성을 빼고 이름만 보면 병준, 미란, 기방, 우식. 성을 빼면 아무도 몰라요!" (김구라)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하지만 얼굴 보면 아! 하는 사람들." (김국진)으로 시작한 라디오스타의 오프닝. 그리고 엔딩을 준비하며 김국진은 차례차례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가 있잖아요. 거지, 몸종, 내시, 변태가 아닌 최우식, 김기방, 라미란, 이병준 이렇게 여러분들 이름을 오늘 마음껏 불렀습니다. -맘껏 불린 이름처럼- 여러분의 연기 인생 만개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아. 이 얼마나 반가운 라디오스타만의 감성 편집이란 말인가.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에서 이상인은 한참을 엉뚱한 곳에서 여주인공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나의 파랑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그녀에게 달려간다. 비록 그들은 엘리트도 재벌도 아닌 변두리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어쩌면 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늘 찾아 헤매던 드라마 속의 파랑새들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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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 2014.02.06 10:31 신고

    어제 라스를 보지 못하였는데 이거 꼭 봐야 겠네여 감사합니다

  • 방송을 직접 보고 싶어지네요! "그녀의 연기는 이미 물들어서 고즈넉하게 침투되어 있었다."라는 말은 배우에겐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싶어요^^

  • 윤미현 2014.02.06 13:17 신고

    어제라스보고 라미란 매력에 푹빠졋던 일인입니다. 님글 읽눈데 왜 눈물이나는지. 예능판 파랑새는있다라는 표현 좋네요. 저도 그 드라마를 인상깊게 봣던지라..여튼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지르박 2014.02.06 13:27 신고

    어제는 짝이 재밌었는데~ 2호커플 쩝...ㅠㅠ

  • 우물 2014.02.06 17:50 신고

    아...... 정말 배우다운 배우다!! 라고 느꼈는데 이렇게 표현해 주시니 어제의 감동이 두배가 되네요
    영화 댄싱퀸에서 보고 반했었는데 라스보고 푹 빠져드네요^^ 오늘의 리뷰도 잘 읽고갑니다

  • 데이지 2014.02.07 04:27 신고

    음...올만에 맘에 쏙드는 리뷰입니다^^

  • 2014.02.27 02:29 신고

    님은 감성글에 절로 답글을 씁니다
    저 역시도 최고의 드라마는 파랑새는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드라마에 비추어 표현하시니 눈과 손이 바빠지네요.어쩜 저리도 배우같은 배우가 있을까요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연기면 분위기까지 .
    참으로 주목하고 싶어집니다.

  • 2014.04.04 02:17 신고

    뭘해도 밉지가 않은 배우

  • 존재감은 극강이지요 내가감독이라면 젤 탐나는조연

  • 여기 주인장님의 글을 보고 와 정말 글 잘쓰신다라고 느껴지네요.
    저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말 배울점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예능프로그램에도 이렇게 분석이 들어갈수도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잘보고 갑니다.ㅎㅎ 네이버블로그였으면 이웃추가를 하고 갈텐데....
    종종 들리겠습니다.ㅎㅎ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가상 커플, 송지효-개리의'월요커플'은 퍽 서글픈 이름을 갖고 있다. (런닝맨의 녹화일인) 월요일만 커플인 관계. 그날이 지나면 남남이 되어 흩어지는. 더할 수 없이 허무하고 애틋한 속내를 담고 있는 월요 커플의 의미.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두 사람을 예능 프로그램 최장수 커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는지도 모른다.

 


사실 런닝맨의 러브라인은 송지효-개리 만이 아니었다. 게스트로 초청되어 잠시 소비되다 무반응 속에 잊혀진 김종국-신봉선 커플에서부터 무려 한동안은 대세남 송중기의 프러포즈를 매주 받아왔던 송지효. 문제는 시청자의 반응이 월요 커플만큼이나 너그럽지 않았다는 것.

 장난처럼 몇 주 시도하다 사라져버린 김종국-신봉선 커플이야 차치하더라도 무려 송중기의 러브라인을 시청자가 질색했다는 것은 의외의 사건이나 투박한 외모의 개리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을 살피면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시청자가 한동안 SBS 예능을 멀리한 까닭은 세 가지 이유였다. 무분별한 러브라인, 댄스 신고식, 유치의 절정을 달리는 게임들. 런닝맨은 시청자가 지적한 세 가지 이유를 모두 갖고있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오히려 사고의 전환으로 호평을 받게 된다. 감동과 사연에 집착하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진정한 오락적 재미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송지효-개리 커플이 시청자의 호평을 받은 것 역시 이와 같은 이유다. 제작진의 부자연스러운 연출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둘이 툭툭 장난을 치다 맺어진 자연스러운 러브라인. 그렇다고 평생의 가약을 맹세할 만큼 지나치게 심각하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예능 속의 시트콤 같은 가벼운 커플이라 런닝맨의 오락적 재미를 방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 비해 송중기-송지효 커플은 지나치게 심각했고 예능에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를 찍으려 들었다. 그러니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커플의 생성 시기도 송중기가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은 이후였다. 그야말로 제작진의 속내가 들여다보이는 부자연스러운 러브라인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2월. 송지효의 열애 사실이 터지고 런닝맨의 일부 팬들은 생뚱맞은 걱정을 했다. '이제 월요커플은 어쩌나.' 장난이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쪽이 목하 열애 중을 선언한 마당에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커플 놀이라니.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되진 않을까. 런닝맨의 큰 축을 담당했던 즐거움. 월요커플을 잃게 된다는 것이 못내 서운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리고 일 년이 훌쩍 넘은 지금. 여전히 송지효-개리는 월요커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거북한 의사를 표현하는 시청자가 없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라고는 하나 조작의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시청자가 이 커플만큼은 쿨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신통 맞기 짝이 없다.

 

 

 

그것은 송지효-개리 커플이 예능 러브라인의 정석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장난 같고 진짜가 아님을 알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설레고 서로의 조합이 즐겁고 재밌는. 죽어라고 예능을 보진 않지만 그렇다고 콧방귀 뀌며 볼 수도 없는. 적정한 선을 두 사람이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부자연스럽게 에피소드를 만들지도 않고 필요 이상으로 치근덕대며 느끼한 연출을 담당하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송지효는 송지효고 개리는 개리다. 예능 프로그램의 마지노선을 침범하지 않는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설렘이 이 커플을 장수하게 만드는 비결이 되는 것이다.

 

 

 

 

송지효는 런닝맨의 유일한 홍일점이지만 특별 대우를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여배우임을 아니 여자임을 어느 곳에서도 티 내려 하지 않는다. 개리는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무술 유단자지만 기꺼이 김종국 앞에서 두려움을 표현하며 무너져준다. 그래서 송지효가 개리를 업고 뛰어 달리는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런 장면은 런닝맨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볼 수 없는 재미다. 여배우가 무술 유단자 출신 남자 가수를 업고 달리는 러브라인. 그것에 반감을 표해서야 이상한 모양새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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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9

  • jyj850714 2013.09.26 09:44 신고

    월요커플.....개리씨도 참 매력적이고 지효양도 매력이 넘치시죠..ㅎㅎ 특히 개리씨의 맨트하나하나가 참 주옥이죠 ㅋ 진짜 커플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연예인 ㅎ

  • 민트엔젤 2013.09.26 14:11 신고

    송중기&송지효 커플 응원하는 사람 많아요..지금도 있구요.. 저처럼..ㅠㅠ
    안좋은점들만 적으셨는데.. 예능에서 조금도 로맨틱이 있으면 안되는건 아니잖아요..ㅠㅠ
    분량이 그렇게 많았던것도 아니고.. 그래도 역시 예능의 정석 커플은 월요커플인듯^^

  • 미진 2013.09.26 17:12 신고

    송지효도 좋고 개리도 좋고..

  • 감자 2013.09.26 17:38 신고

    두분 다 어울리시네요 >< 두분 모두 가까운 사이가 되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습니다 ^^

  • 뇽이 2013.09.26 22:56 신고

    송지효가 백창주랑 헤어졌다는 게 확실하지도 않은데 ㅋㅋ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잖아요? 개리와 송지효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인위적으로 헤어졌다고 만든거 같은데. 애인 입장에서는 정말 화나고 열받을거 같네요. 제가 송지효 남친이었으면 가서 한대 때렸을거 같습니다. 아 물론 헤어졌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 RANY 2013.09.27 00:17 신고

    그냥 둘이 보고있으면 재밌고 기분좋음ㅎㅎㅎ ^^
    개리가 참 잘해 ㅎㅎ

  • ㄹㄹ 2013.11.24 19:54 신고

    ㅋㅇㅋ월커없는 런닝맨은 생각할수도 없네요

  • 부럽당~ 개리 복 덩이 들어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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