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드라마리뷰 +517

 

 

 

이보다 더 센스 없는 여자가 있을까. 이날도 왕광박(이윤지 분)의 사람 복장 터지게 하는 답답이 짓에 가슴을 치다가 문득 이 불쾌함의 기시감을 느꼈다. 바로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서민정이 연기했던 캐릭터 서민정의 그 사람 복장 터지게 하는 선량한 미소. 실컷 사고를 치고 나선 특유의 살인 미소를 날리며 “헤헤헤. 미안.”하고 달아나버렸던 이 캐릭터의 선량한 악의가 그녀를 똑 닮아 있었던 거다.

 

왕광박이 영악한 제리라면 고양이 톰 역할은 시아버지 최대세(이병준 분)의 몫이다. 그러고 보면 서민정을 닮은 광박이 만큼이나 최대세의 유치한 노발대발은 역시나 시트콤 속 노구(신구 분)의 캐릭터를 쏙 빼닮았다. 심지어 서로가 미워 못 살았던 며느리와의 불편한 관계마저 흡사하니까.

 

 

 

문제는 캐릭터만 닮은 것이 아니라 시트콤의 가벼움과 황당무계함마저 닮아있다는 점이다. 시트콤에서도 한차례 에피소드로 쓰고 웃어넘길 우스운 소재를 고부 갈등의 근원지나 가정의 불화 같은 홈드라마의 주요 갈등으로 쓰고 있으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원인은 가볍고 유치한 계기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결과는 이혼을 고려해 볼만큼 험악하기 짝이 없으니.

 

왕광박과 최대세. 며느리와 시아버지로 맺어진 인연이라지만 어쩌면 부부 사이보다 오랜 애증을 쌓은 관계다. 그런데 그 계기만큼은 앞서 말했듯 우습고 가볍기 짝이 없다. 아니 세상에, 꽤 심각한 애증의 근원이 시아버지의 중심부를 세 번이나 찬 예비며느리의 적반하장이라거나 마트에서 벌인 닭싸움에서 비롯되었다니. 이건 정말 시트콤에서도 못 써먹을 소재가 아니던가. 일례로 김병욱의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도 가볍고 유치한 에피소드와 별개로 스토리의 뼈대를 만드는 등장인물의 주요 갈등은 정극보다 탄탄하고 진지했었는데.

 

 

 

자기가 잘못을 해놓고도 큰소리치는 미래의 며느리 광박이의 첫인상은 최대세에게 반쯤 미친 여자로 비췄을 것이다. 정상이 아닌 며느리를 상대하다 보니 시아버지 또한 점점 이상한 사람이 되어간다. 며느릿감은커녕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내 생에 아내 다음으로 불쾌했을 여자. 그러니 며느리 오디션을 개최하고 며느리가 만들어 놓은 닭요리에 길길이 날뛰는 시아버지. 친정에만 다녀왔다 하면 노발대발하는 그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명절날 종일 집안일을 시키고도 친정 다녀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친구들을 우르르 끌고 와 판을 벌이는 그를 보면 정말 유치하고 못돼먹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정신 나간 시아버지가 된 배경의 팔 할은 왕광박의 아둔함이 불러낸 결과다.

 

광박이는 한마디로 센스가 없는 며느리다. 착하고 악의는 없지만, 그 아둔함이 매번 사람을 미치게 한다. 친정이 풍비박산 나고 몰래 들어온 시어머니의 만행으로 남편과 의가 상해 이혼 직전까지 가도 미련퉁이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친정이 피눈물 나는 이사를 해도 찾아가지 못할 만큼 비상식적인 분노를 쏟아내는 시아버지의 행동은 분명 정상이 아니지만 그의 이토록 부당한 친정 방문 간섭은 거짓말과 불신이 만든 광박이의 행동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박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습관처럼 거짓말을 한다.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친정 방문일 뿐인데 본인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당당하지 못하고 죄지은 사람처럼 위축돼서 큰 눈을 위아래로 굴리며 눈치만 보고 있으니 최대세의 비상식적인 요구는 점점 더 세력을 불려간다. 시아버지의 황당한 트집 잡기에 며느리 자신이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숫제 그녀의 친정을 사돈댁이 아닌 악의 소굴이라도 되는 양 취급 받을 정도니. -뭐 일부 맞기도 하지만.-

 

꾀를 부렸으면 뒤처리라도 깔끔하게 해서 제대로 속이던가. 어설픈 마무리로 매번 들통이 난다. 얕은꾀가 들킨다. 그러니 결국 친정 방문을 부당한 짓으로 인식시킨 건 광박이 자신인 셈이다. 사전에 이러이러해서 방문을해야겠다고 말을 하고 당당하게 외출하면 될 것을 왜 입을 다물어 가중 처벌을 받고 자기 자신을 죄인으로 만드는 걸까.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시아버지에게 귀염받고 싶은 그 마음과 노력이 가상하지 않느냐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왜?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광박이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결국 불러온 결과는 시아버지와의 갈등만 조장할 뿐인데.

 

더군다나 광박이는 상남(한주완 분)의 이모처럼 전업주부가 아니다. 상남이도 말하지 않았던가. 이 사람 집안일 하려고 시집온 거 아니다. 글 쓰는 사람이니 배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제는 본인도 그 사실을 잊어버린 듯 슈퍼며느리의 임무를 요구하는 아버지를 그저 볼멘소리로 몇 번 웅얼거리다 지쳐버리는 상남이의 체력 또한 원망스럽지만 스스로 죄인을 자처하여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포기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전업주부의 길로 뛰어들어서는 그마저도 제대로 못 해 그 착한 오순정마저 꼬장꼬장한 시어머니로 돌변하게 하는 광박이의 미련함도 능력이라면 또 능력이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착한데 능력 없는 사람의 극단적인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죄인을 자청하여 오직 시아버지의 처분에 맡긴 듯 굴다가도 시아버지 앞에서 푼수 데기처럼 남편의 흉을 보는데 스스로 브레이크도 걸 줄 모른다. 자기의 입이 남편이 아닌 시아버지의 아들, 그리고 동시에 시아버지 자신마저 흉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 못 한다. 입 싼 밴댕이 싼남이라니. 어쩐 일로 기분이 좋았던 시아버지가 “그것도 나 닮았지.” 라며 눈치를 주는데도 "완전 똥고집이에요. 고집도 쓸 데 써야지 아무 데나 쓰면 되게 못나 보이잖아요. 쪼잔해 보이고. 어릴 때 두들겨 패서라도 확 고집 꺾어놨어야 하는데." 박장대소하며 남편 흉보기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만류하는 행동을 다 큰 성인이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더 황당한 건 남편 흉을 보며 시부모와 친해지라는 조언을 다른 누구도 아닌 초등학생 조카에게 전해 들었다는 사실이다. 전직 교사였고 작가 지망생이라면 최소한의 지성과 판단력은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어쩜 이렇게도 철딱서니가 없을까. 다 큰 성인이 자신의 연애를 초등학생에게 의논하고 진지하게 답을 구하는 모습부터가 기가 막혔는데 광박이는 아직도 연애 시절의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광박이의 가장 큰 문제는 그럼에도 자기가 좋아서, 자청해서 시아버지와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순정의 말마따나 어른 모시고 사는 일이 보통이 아닌데 자기가 자청해서 시댁에 들어왔고 모처럼 정신 차린 상남이가 분가 권유를 하는데도 거절을 하는데 그 이유가 기가 막히다. “아니야. 나 지금은 못 나가. 아버님 이기고 말 거야. 막말로 아버님 꺾고 싶어.” 시아버지를 꺾어보고 싶다니. 깜짝 놀란 남편의 얼굴에 돌려 말했지만 정말 저런 이유로 시아버지와 소통하려 한다면 그 결과가 이토록 참혹한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화해가 아닌 싸움을 하려 들고 있으니.

 

시부모와의 고부갈등을 소재로 다룬 주말 드라마에서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분가를 거부하는 며느리들이었다. 심지어 시어머니가 같이 살다 암 걸리겠다고 나가 살래도 고집불통으로 버티고 있는 며느리가 태반이었다. 그 이유는 대체로 한가지로 굳어진다. 미움을 받고 있으니 오히려 분가할 수 없다. 분가하더래도 시부모에게 인정받고 분가하겠다.

 

"지금 꼬일 데로 꼬였는데 분가하더라도 아버님이랑 관계 회복한 뒤에 나갈래. 지금은 아니야. 아버님은 내가 설득할게."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무척이나 전근대적이고 남루하기 짝이 없는 촌스런 발상이다. 남편을 입바른 착한 남자로 만들기 위해 그는 분가를 권하는데 아내는 거절한다는 발상부터가 촌스럽다. 이거야말로 수십 년간 티비에서 주입시키는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가 아니던가. 왜 남편의 분가를 동의한다고 해서 나쁜 며느리가 되어야 하나.

 

최대세와 왕광박. 이 구부는 합리적인 이유로 서로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얼굴만 봐도 화가 나는 사람을 매일같이 마주하며 시부모는 며느리가 미워죽겠고 며느리는 시부모가 원망스러운 악순환을 반복해야 마땅할까. 같은 가족이라도 떨어져 사는 게 대안인 경우도 수두룩하다.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비극 역시 까놓고 보면 애초에 분가를 거절한 오로라의 똥고집에서 비롯되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가 아닌, 어쩌면 그녀의 진짜 아리영이었을지도 모를 백옥담의 입을 빌려 오로라의 잘못 꿰어진 첫 번째 단추를 지적했었다.

 

머리채까지 뜯겼던 예비 시어머니와의 관계. 결혼을 앞두고 그녀를 부른 시어머니가 분가 문제를 트집 잡았을 때 그녀는 눈치를 보긴커녕 당당하게 자신의 논리를 설파했다.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함께 사는 것은 고통이라고. 얼굴만 봐도 싫은데 예쁜 짓을 한다고 곱게 보일까. 애초에 광박이도 함께 살지 않는 것이 옳았다. 처음에 좀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따로 살면 신혼부부의 애정 행각마저 죄지은 일 마냥 간섭받는 일도 없었을 테고 광박이 역시 미련한 행동을 덜 보여줬을 테니 트집 잡힐 일도 적었으리라.

 

 

 

"시부모랑 사는 게 지옥이야? 아버님 모시고 살아서 행복하고 분가는 생각도 안 한다고 말한 건 너야. 그래놓고 가식을 떨어? 그동안 애썼다. 참느라 고생 많았다. 당장 나가 살아라."

 

 

 

분가를 권유한 이는 남편인데 본인은 멋있게 거절해놓고선 시아버지의 칭찬을 듣긴커녕 시월드의 불온문서나 다름없는 원고를 가벼운 봉인조차 안 하고 책상 위에 널브려뜨려놓은 미련한 행동. “결혼하면 무조건 분가는 기본이다. 둘만 산다면 결혼은 꽤 괜찮은 제도지만 주변 사람들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다. 시댁에 들어가 사는 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것이다." "뭐라 그랬냐.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네 진심이냐?!"

 

 

 

"너 줄 생각에 가슴까지 두근대면서 만년필까지 사왔다. 근데 이런 식으로 사람 뒷통수를 쳐?" 최대세가 아무리 유치하다지만 광박이 만큼 눈치코치가 없진 않다. 예비 작가 며느리를 위해 만년필을 준비하는 센스에 처음으로 감탄이 터져 나왔을 정도니. 하지만 그가 기껏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한 "아가"라는 다정스러운 호칭마저 듣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김병욱 사단의 유일무이한 악역을 왜 서민정이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 사고가 일상인데 헤헤헤 웃으며 미안-하고 복장을 지르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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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시대는 이중적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다. 주먹에 울고 웃는 뜨거운 쾌남의 이야기인가 싶다가도 의외의 여성적 섬세함이 있다. 아저씨들이 좋아할 만한 전개를 갖췄지만 그럼에도 젊고 감각적이다.

 

이런 매력은 캐릭터의 표현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성인역으로 배턴 터치 되고 본격적으로 드러난 주요 인물들의 이미지가 액션 드라마임에도 무척이나 섬세하고 세련됐다. 특히 로맨스 소설 같은 옥련(진세연 분)과 정태(김현중 분) 그리고 수옥(김재욱 분)의 삼각관계는 상투적인 전개지만 액션드라마라는 장르와 시대 배경 위에서 색다른 맛을 자아낸다.

 

 

 

"너는 나의 낮이다. 내겐 닿은 적조차 없는 밝음이다. 너는 기어이 정점에 서라. 나는 기꺼이 네 그늘이 될 테니."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사의 맛이다. 감격시대는 대사가 참 근사하다. 하나같이 멋을 부린 대사들이지만 작위적이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받아줄게. 대신 내 사과도 받아줘야 해. 네 아비를 찾을 거야. 그리고 네게 그랬듯 네 앞에서 그자를 죽일 거야. 이 점 미리 사과할게.”

 

첫사랑의 재회를 씹어 삼키듯 저주의 말로 회답하는 여주인공이나 그럴듯하게 받아치는 남주인공의 소설 같은 대사. “날 어떻게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림자도 건들지 마. 만약 그들을 해치면 넌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날 보게 될 거야.” 주인공 정태가 마치 드래곤볼의 손오공처럼 새로운 적수를 발견할 때마다 주고받는 신경전은 주먹 다툼 이상으로 서늘하기 짝이 없다. "보세요. 또 긴장 안 풀잖아요.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러니 깨어 있어야지요. 세포 하나하나까지 모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부류들에겐 그게 곧 싸울 이유죠."

 

 

 

또 하나 의외의 반전 매력은 전작에서 그리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젊은 배우들이 이 작품에서만큼은 발군의 연기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임수향은 이제야 제 옷을 입은 듯하고 제2의 이보영이 되려는지 에너자이저처럼 일하면서도 막상 감흥은 일지 않았던 진세연이 드디어 작위성을 떨구어냈다. 분위기와 무관하게 연기력이 아쉽기만 했던 김재욱이 어쩐 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다.

 

물론 4년간의 응어리를 폭발시키는 듯한 김현중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나는 6회에서 풍차(조달환 분)과 대화를 나누는 정태의 연기가 눈에 박혔는데 대단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평이하게 대사를 주고받는 이 장면에서 김현중의 연기가 얼마나 자연스러워졌는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상대를 응시하는 시선이나 몸놀림이 나무랄 데가 없이 부드러웠다. 같은 목소리가 맞나 싶게 일단 발성부터 달라진 대사 처리는 들을 때마다 놀랍기 그지없었다.

 

 

 

이쯤 되면 제작진의 연기 지도력에 신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실 감격시대 6회를 보면서 내가 진정으로 감탄했던 것은 150억 원의 제작비가 아깝지 않은 연출력이었다. 남루하고 볼품없었던 아역 시대를 거쳐 성인 시대로 돌입하면서 액션의 성격마저 달라졌다. 게임처럼 다채로운 캐릭터들과 만화처럼 볼거리가 풍부한 액션들. 좋게 말하면 리얼리티에 치중한 액션이지만 어찌 보면 화려한 맛이 덜했던 아역 시절과 달리 이제는 본격적인 액션드라마의 포문을 열게 된 것이다.

 

액션의 성격이 화려해진 만큼 그것을 담아내는 배경 또한 웅장하고 고급스러워 보는 재미를 더했다. 공들인 소품과 화려한 세트장이 주인공의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충실한 눈요기가 되어주었으니까. 특히 마치 펫숍 오브 호러즈의 주인공 같은 재미난 인물 모일화(송재림 분)이 정태와 첫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이미 5회에서 살기어린 눈빛을 내보이며 가야와의 숨막히는 기싸움으로 깊은 인상을 각인시킨 송재림의 신비스러운 마력은 6회 신경전과 액션을 동반한 신정태의 접전에서 극대화됐다.

 

 

 

꽃미남 실력자라는 수식어가 초라하지 않게 화려한 배경 속에서 그림처럼 튀어나온 모일화는 미스터리한 인상을 남기며 정태의 분노를 이끌어낸다. 늘어뜨려진 금색의 발을 이용해 일렁이는 금빛의 빛 망울을 그의 얼굴 위에 살포시 올려놓은 장면은 그야말로 연출의 미학이었다. 이런 모일화의 신비스러운 이미지에 맞추어 맨손 격투로 빚어진 액션 또한 우아하기 짝이 없었다. 상대를 달리할 때마다 변화되는 연출 또한 이 드라마의 큰 재미다.

 

 

 

액션이나 볼거리가 큰 장면이 아닌 소소한 신들에서도 150억의 연출은 빛을 발한다. 옥련에게 넋이 나간 수옥이 수작을 걸다 망신을 당하는 장면에서. 양아치 패거리들이 떼로 등장해도 악을 쓰던 옥련은 어느 순간 한 곳을 쳐다보다 의기양양해지는데 수옥 역시 옥련이 바라보는 쪽을 향했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순간 공기를 가르듯 정태의 주먹이 치고 들어와 숨 돌릴 틈도 없이 상황을 제압하는 장면은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감각적인 연출이었다.

 

 

 

감격시대는 그야말로 사나이들의 드라마다. 하지만 투박하고 촌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호리호리한 미소년이 꽃 그림을 배경으로 싸우는 무협 만화 같다고나 할까. 젊고 감각적인 한국판 무협물을 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드라마를 추천하고 싶다. ‘무협시대극’이라는 장르에 누아르를 접목했다는 요상한 수식어가 이쯤 되면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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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상편 2014.01.31 15:43 신고

    미소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저씨들 밖에 안 보이는데...

  • 흔하지않은사랑 2014.01.31 18:11 신고

    ㅋㅋㅋ 미소년에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심이 어떨런지요~
    시작 전부터 기대했던 드라마 연출, 배우, 작가 다 챙겨서 드라마 시청하는 나한테 그냥 스토리 하나로 내 시선을 멈추게한 드라마!!
    기다리는거 진짜 못해서 늘 막방 끝나면 첫회부터 몰아보는 나한테 첫회보고~ '어??!!' 2회보고 '어!!!??' 이제는 매주 기다리는 시간을 숨막히게 하는 드라마!! 끝까지 내 기대를 져 버릴것 같지 않은 드라마! 꼭 그렇게 되길..끝까지 멋지길 바라는 드라마!!♥

  • 봄날 2014.01.31 22:16 신고

    이 드라마 예고 나왔을 때부터 관심이 많아서 챙겨보고 있는데.. 김현중의 놀라울 만한 연기력, 점점 흥미진진한 스토리..진짜 간만에 꼭 챙겨보는 드라마가 됐어요! 감격시대 끝까지 가봐야겠지만 현재론 완소들마 될 듯 하다는~~

  • 양양 2014.02.01 09:26 신고

    감격시대는 연출과 대사가 특히 좋은거같아요. 시대극인데 촌스럽지않은 것도 좋구요. 명품드라마라는말이 딱입니다.

  • 와우. 잘 모르는 드라마였는데 이 글 한 편만으로 구미가 당기는데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 지평선 2014.02.06 12:56 신고

    역시, 쏟아지는 기사나 블로그에서 발견하지 못한,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포인트를 잘 잡아내셨군요. 저두 예상외(?)의 '대사발'에 매순간 놀란다는..ㅎㅎ 종방까지 이 쫄깃한 대사와 연출이 균질하게 잘 유지되길 바랄 뿐입니다

 

 

시청자들 사이에 거의 전문용어가 되다시피 한 '막장드라마'라는 장르. 이것을 장르라고 해야할지 하나의 소재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일종의 카테고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근 십 년 이내에 만들어진 신조어처럼 느껴지지만 소위 막장 드라마는 하루 이틀 사이에 생겨난 유행이 아니다. 상식을 벗어난 인물들. 기괴하고 자극적인 설정과 소재. 시청자를 달콤하게 구슬렸다가 때론 분노의 화신으로 돌변하게 하는 그 이름, 막장드라마는 네티즌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이미 성황이었다. 임성한과 문영남 이전에 서영명이라는 이름이 있었고 그녀들이 쏟아낸 자극적인 설정 일부는 이미 70년대의 일본만화 유리의 성에서 쌓아올린 클리세였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막장드라마라고 부르는 몬스터들이 심야 시간대에 방영하는 성인 드라마가 아닌 저녁 6시~9시 전후의 홈드라마에서 탄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KBS 주말드라마는 매년 가족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걸고 여느 심야 시간대에 방영하는 드라마보다 더 끔찍한 소재를 홈드라마의 소재랍시고 내놓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었다. 그 지긋지긋한 지옥의 루프를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나 '내 딸 서영이'로 파괴하는가 싶더니만 여왕의 귀환으로 원점이 되었다. 문영남 작가는 이전에 내놓았던 그 어떤 드라마보다 염증 나는 인물 군상으로 둘러싸인 '왕가네 식구들'을 주말 7시 50분의 홈드라마로 내세웠다.

 

왕가네 식구들이 내건 분노의 주제는 바로 인간관계를 향한 환멸이다. 이 드라마는 한두 사람의 조역이 악역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비정상적이고 염증 나는 행동으로 시청자의 분노를 끌어올렸다. 이상한 엄마. 한심한 아빠. 기괴한 언니. 답답한 동생. 우스운 시아버지. 사람이 사람에게 갖는 일말의 희망이라는 것을 모조리 망가뜨리는 드라마. 시청자는 욕을 하다못해 쉬어빠진 목소리로 그것을 '암 유발 드라마'라 명명했다.

 

 

 

하지만 왕가네 식구들이 진정 유해한 것은 괴이한 캐릭터들 때문만이 아니다. 황당무계한 캐릭터 설정이야 이른바 드라마적 판타지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긴다고 해도 시청자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왜곡된 상식은 담배보다 더 유해하다. 저녁 8시. 공영방송에서 부부 강간이라는 끔찍한 범죄가 유머의 소재로 등장했다. 희히낙락대는 허세달을 보며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남의 여자가 되길 소망했던, 신물 나게 싫은 내 여자가 막상 남의 떡이 되려고 하니 눈부시게 빛나 보이더라는 소재는 이미 수많은 드라마에서 마르고 닳도록 써먹어 왔던 소재다. 왕가네 식구들의 왕호박(이태란 분)과 허세달(오만석 분)은 바람난 남편과 우직한 아내의 레퍼토리를 그대로 반복해왔다. 매혹적인 여사장의 꼬임에 넘어가 돈맛을 알아버린 남편은 아내가 지긋지긋해졌고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빠진 아내는 내 탓이라고 가슴만 치며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두 여자가 내 것인 줄 알았던 남자는 한순간에 모두에게 버려지고 오갈 데 없는 거지 신세가 된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건 역시 바보 같은 조강지처다. 그렇게 돌아왔더니 판도는 뒤바뀌어 별안간 몬순이 아내의 가치는 급상승하고 안절부절못하던 남편은 급기야 과거의 조강지처 포지션에서 자신의 행적을 뒤돌아본다.

 

왕호박과 허세달이 이 뻔한 클리세에 차별화를 둔 것은 문영남 작가의 스타일대로 뭘 해도 중간 없이 과격하게 서로를 시험한다는 것이다. 이 부부에게 적정선이란 없다. 남편의 마음을 시험하기 위해 도장의 사범을 시켜 납치 자작극을 꾸미는 아내를 보며 며느리 오디션만큼이나 지능을 의심받는 기분이 들어 불쾌했는데 이제는 한술 더 떠서 처지가 바뀐 남편이 부부 강간을 시도하여 아내를 임신시키려는 억지 설정을 보며 불쾌함을 넘어서 혐오스러운 기분까지 들었었다.

 

 

 

승진에 이어 회사의 모델이 된 아내가 타인의 주목을 받자 초조해진 허세달은 아줌마들과 수다를 나누다 동네의 사이 나쁜 부부가 술김에 관계를 맺고 늦둥이를 가지며 깨가 쏟아지더라는 얘기에 화색이 돈다. 향수를 뿌리고 아내를 유혹해봤지만, 호박은 신호를 무시하며 그를 침실에서 쫓아냈다. 한차례의 좌절로 꺾일 허세달이 아니었다. 이번엔 회식으로 술을 마시고 돌아와 피곤에 지쳐 잠든 아내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다음날 허세달은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고 아침이 돼서도 멍한 상태의 호박은 전날 얼마나 인사불성 상태에 빠져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허세달은 이 정도로 정신이 없는 여자에게서 자신의 욕구를 채우겠답시고 관계를 시도했으니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이건 강간이나 다름없는 짓 아닌가. 전날 밤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호박은 인상을 찌푸리며 호랑이에게 쫓기다가 덮쳐진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허세달은 태몽이라며 신이 났지만 나는 그 꿈의 묘사가 일종의 강간 행위를 표현하는 듯해서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문제는 이 어처구니없는 부부 강간이 벌써 두 번째 소재로 쓰였다는 사실이다. 왕가네 식구들 20회에서 왕호박은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뻇길까 봐 급하게 옷을 벗어 던지고 인사불성 상태인 그에게 달려드는 모습으로 다음의 상황을 암시했다. 역시 다음 날 아침 원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짐작한 세달이 길길이 날뛰자 호박은 뻔뻔한 얼굴로 대꾸한다. "우린 부부야. 그게 뭐 어때서!"

 

상대방이 원치 않는 일방적 관계 시도는 부부 관계라 할지라도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것이 작년 대법원의 판결이다. 가족 간의 폭력을 그저 부부 사이의 문제라고 쉬쉬하며 외면했던 국내 정서에서 피해자들은 법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판국에 심야 시간대도 아닌 주말의 KBS 홈드라마에서 두 차례나 부부 금실 회복의 해결책인 양 포장했다. 마치 유쾌한 해프닝이라도 되는 것처럼 경쾌한 배경음과 더불어 몇 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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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감이 2014.01.27 18:28 신고

    저도 완전완전 공감합니다 누가보고 따라할까 무섭고 역겹네여 .. 정말 더러운 기분이 들어서 더 볼수가 없더라구여... 법조인에게 확인했는데 술도 약물에 들어가므로 부부간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하네요 길가다 강간당하는것과 뭐가 다른건지...

  • 시현 2014.01.28 10:03 신고

    이런걸 가족 드라마라고 방송하는 피디나 작가나 연기하는 연기자들이나 정말 협오스허운건 세상이 미쳐 돌아가나 란 생각이 들 정도네요

  • 2014.02.07 20:35

    비밀댓글입니다

  • 에휴 ㅉ 2014.02.20 10:28 신고

    작가나 그걸 방영하는 방송국이나 전부 쓰레기 같음

  • 2014.03.16 20:22 신고

    호박이가 세달이 강간한적도 있는데 그거 가지곤 왜 말안하시나 여자가 하면 아무것도아니고 남자가 하면 강간인가

 

 

"내 말 들어봐. 수박이도 이제는 많이 느꼈을 거야. 옛날에 철딱서니 없는 수박이 아니야. 고서방. 내 말은 지금 당장 어떻게 하라는 게 아니라 좋은 마음으로 서로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고. 두고 봐. 수박이 확 달라질 테니까. 저도 마음고생 그렇게 했는데 안 달라지면 사람이 아니지."

 

왕가네 식구들의 작가. 문영남의 히트작 ‘소문난 칠공주’의 프로필을 보다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이태란이 연기했던 여군 출신의 나설칠. 그녀의 후임이자 연하의 남자친구인 박해진을 “연하남”이라 불렀었는데 나는 이것이 순전히 어린 나이를 빗댄 농담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등장인물 소개문에 나와 있는 박해진의 역할명은 있는 그대로 ‘연하남’이 아닌가. 세상에. 연하의 남자친구라는 특이사항을 그대로 이름으로 연결시키다니. 차라리 짱구의 애견, 흰둥이가 그것보단 성의가 있겠다 싶어 실소가 나왔다.

 

이렇듯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에서 캐릭터가 가진 이름은 그대로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일례로 어느 드라마에서 반찬가게를 하던 캐릭터의 이름이 ‘반찬순’이라거나. 배우 오대규가 연기한 우유부단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남편의 이름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바로 ‘이기적’이었으니.

 

 

 

문영남의 법칙은 왕가네 식구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 과일의 왕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살았던 수박이(오현경 분). 아무리 줄을 그어도 호박의 주제를 벗어나지 못했던 호박이(이태란 분). 고된 시집살이가 여태껏 앙금으로 남아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 이앙금(김해숙 분) 여사. 조성하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이름 또한 심상치 않다. 고민중이라니. 그는 도대체 무엇을 고민하는가.

 

최근 왕가네 식구들에서 이혼장을 사이에 둔 부부, 호박과 민중을 놓고 두 사람의 재결합은 제작진에게도 고민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제작 관계자는 이에 대해 흥미로운 표현을 썼다. ‘고민중의 선택’을 놓고 제작진 또한 고민 중이라고. "고민중이 왕수박과 재결합하는 결말, 오순정과 새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결말을 두고 제작진도 고심 중이다"

 

 

 

그러니 이 부부의 차후 전개는 ‘재결합’이 아니라 고민중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봐야 할 것이다. 같은 말 같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이제껏 운명에 휩쓸려 다니기만 했던 그의 순응적인 삶에 선택의 키가 쥐어진 것이다. 이미 결혼한 첫사랑을 잃었고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현실 순응적인 삶을 걸어왔다. 적당히 선을 보고 적당한 여자를 만나 적당한 결혼을 하고 적당한 가정을 이루며. 그는 분명 평탄치 않은 삶에서 무수한 선택을 강요당해왔지만 그가 선택한 쪽은 언제나 현실이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그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란 없었으니까.

 

이런 그에게 처음으로 변칙적인 삶이 다가왔다. 예전의 그였다면 아내가 다른 놈을 끌어안아도 그저 싫은 소리 몇 번 하고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먼저 이혼을 선언하고 정신 차린 장모의 애절한 눈물 바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아내 왕수박의 철면피 행각에 지칠 대로 지쳤겠지만, 첫사랑의 그녀를 두 번 다시 잃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그의 선택을 독려했을 것이다. 이혼 서류를 접수하고 돌아온 그는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오순정(김희정 분)과 로맨틱한 입맞춤을 나눴다.

 

 

 

첫사랑을 품에 안았더니 급기야 사업까지 날개 돋친 듯 확장되어 갔다. 조만간 사장님 직함을 회복할 거라는 그가 돌아온 봄날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짓궂은 운명은 마치 약을 올리듯 왕수박의 처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달콤한 첫사랑의 재회는커녕 애초에 사기 칠 꿍꿍이밖에 없었던 내연남에게 집문서와 마음을 도둑맞았다. 그렇게 부모님의 새로운 호박이가 되었고 미래의 사장님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겨버렸다. 한 자리에서 잠자는 것도 질색인 할머니의 구박에 결국 그녀는 찬거리에 눈물을 흩뿌리며 집을 떠난다.

 

 

 

가족의 비호 속에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났던 그녀가 둥지를 떠나고 마주한 삶은 소공녀 세라보다도 지독했다. 이제 더 이상 그녀는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는 친구들의 수군거림이나 고용주(김정학 분)의 잔소리에 도리어 삿대질을 하며 “나 미스코리아 나온 여자야!” 라고 허세를 부리지 못했다.

 

 

 

"손님 대하면서 아프다는 게 말이 돼요? 톡 까놓고 인사성 밝은 거 하나 빼놓고 아줌마 잘하는 게 뭐 있어요? 툭하면 실수하고 몸 관리도 제대로 못 하고. 인간적으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좀 모질다 싶은 사장의 구박을 왕년의 왕수박이었다면 앞치마 벗어던지고 가게를 난장판으로 휘저었겠지만 지금의 왕수박은 기침을 하면서도 생글생글 그의 비위를 맞춘다. 심지어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더 잘할게요. 그래도 장점 하나라도 있으니 다행이잖아요. 열심히 잘할게요. 아픈 게 죄송해요." 장점 하나라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너스레까지 떨며.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왕수박의 처지가 비참해지면 비참해질수록 불안함이 샘솟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앞서 얘기했던 제작진의 고민, 즉 고민중이 치뤄야할 고민이다. 군림을 업으로 삼고 살던 그녀가 스스로 낮은 사람이 되어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고소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지만 점점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그녀가 고민중을 가로채는 것은 아닌가? 불안한 심리가 그것을 압도한다. 너무나 비참하게 남편 앞에서 모른 체하고 시중을 들다 식당 주인에게 혼이 나는 모습을 봐도. 아버지 앞에 엎드려 눈물을 터뜨리는 수박을 봐도. 수박의 고생이 그녀의 오만한 과거를 씻어내는 세례 과정처럼 느껴져 시청자는 착해진 왕수박을 반가워할 수가 없다.

 

 

 

"고서방. 우리 수박이 다시 생각해주면 안 되겠나? 지금도 봐. 자네 얼굴 보기 미안해서 같이 밥도 못 먹고 나가버리잖아. 걔가 겉으로는 떽떽거려도 속은 여린 거 자네도 알지? 알어. 수박이가 많이 속썩인 거. 그래도 자식을 둘이나 낳고 산 인연이 보통 인연인가. 이혼하고서도 다시 재결합하는 부부들도 많대.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마누라가 최고고 내 서방이 최고야. 부부 인연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거 아니야."

 

 

 

"내 말 들어봐. 수박이도 이제는 많이 느꼈을 거야. 옛날에 철딱서니 없는 수박이 아니야. 고서방. 내 말은 지금 당장 어떻게 하라는 게 아니라 좋은 마음으로 서로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고. 두고 봐. 수박이 확 달라질 테니까. 저도 마음고생 그렇게 했는데 안 달라지면 사람이 아니지."

 

 

 

왕수박의 고생은 순전히 본인이 쌓은 업이다. 과거의 남편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를 구원하거나 같은 지옥에 빠져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수십 년 전 왕수박을 선택한 죄밖에 없는 민중에게 너무나 잔혹한 형벌이리라. "오빠. 나한테로 와." "정신 좀 차려. 넋 놓고 있다가 뺏기지 말고. 그 아까운 남자 누굴 줘. 언년 좋으라고." 왕수박의 개과천선이 고민중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방영하는 내내 화를 돋우었지만 그래도 결론만큼은, 오현경을 안내상에게 넘겨주지 않았던 조강지처클럽의 결말을 기대해본다.

 

 

 

덧. 심지어 조강지처 클럽에서 안내상의 내연녀로 등장해 오현경의 마음을 무던히도 썩였던 모지란 역은 바로 조성하의 첫사랑을 연기하는 김희정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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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홍 2014.01.26 16:14 신고

    수박이는 식당주인과 맺어지는 걸로..

  • 2014.01.26 16:41 신고

    수박이랑 민중이랑 연결되면 작가년 잡아다가 kbs본관 수신료인상 현수막앞에 묶어놓고 화형시켜버릴듯 아줌마들이

  • 인샬라 2014.01.26 16:44 신고

    인간이 갑자기 변하니..

  • 시현 2014.01.26 16:47 신고

    다시 만나면 정말 아오

  • oz 2014.01.26 20:34 신고

    좀 전엔, 수박이가 민중에게 미안하다고하더니
    이젠, 뭐든지 감사하고 고맙다는대요..
    민중이 고민중인 상황은 없고
    완전 돌아선 듯이 오순정과의 재혼 얘기가 바로 나오는 것을 보니
    불안불안합니다.
    "수박이가 저런 인간이어도 주말저녁가족(이 보는)드라마니까 남편이 받아주는걸로 될걸?"이라고 가족들과 이야기 했는데
    마음으로는 완전 반대예요.
    이렇게 부부의 재결합을 반대해보기는 처음이네요.ㅎ;;;


  • 수박이 개과천선했다니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 고민중은 순정이와 맺어질 수 밖에 없어요.
    대세가 친동생 같은 처제 순정의 미래를 위해서, 자기가 살라와 재혼, 또는 연애를 하려면 전처의 동생과 관계를 정리할 수 밖에 없잖아요.
    (명절 때 살라와 대세가 외로워하던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이 맺어지겠던데요.)
    나중에 대세가 고민중에게 미호가 당신 딸이다 라고 고백하지 않을까 하네요.
    순정이 하는 짓 보면 자기 입으로 딸 얘기 못 할 거고요.
    (시청자 게시판에서 전부터 나온 얘기인데 왕수박의 큰딸이 동거남의 아이라는 게 밝혀져서 고민중이 수박과 이혼하지 않겠냐... 라고 했었어요. 작가가 결말에 반전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이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 우와 2014.01.27 09:36 신고

    이 개쓰레기 막장 드라마를 보고 분석까지 하는 당신은 대체 뭐하는 분이십니까?

    이 쓰레기 작가 만나면 뺨을 한대 때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쓰레기 드라마고 등장인물은 전부가 싸이코

    더만 이런걸 보고 글까지 쓰세요????

    • 만나면 뺨을 때려요?! 하지도 못할 거면서 블로거 님께 화풀이하는 당신이 더 막장이네요.

  • Vicente 2014.01.28 13:04 신고

    역시나 개과천선은 개뿔이네요...ㅋㅋ
    이 드라마 어찌보면 현실적인게...그 동안 너무 쉽게 바뀌는 드라마 속 인물들과 비교해볼 때...
    인간 쓰레기들은 그리 싑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네요.

  • 햇님이 2014.01.28 21:05 신고

    맞아요~~ 식당 주인도 아깝네요~ 수박이는~ㅋ

 

 

시청률과 네티즌의 관심이 이토록 반비례하는 드라마도 없을 것이다. 사랑은 노래를 타고. 줄여서 사노타라 불러주는 팬을 찾기도 참 힘든 이 드라마. 포털사이트는 물론이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조차 화제의 중심이 아닌 이 드라마가 무려 별에서 온 그대를 제치며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 시간대 드라마는 농부가 풀을 베어도 본다는 말이 있다. 부모님의 채널 고정 시간. 저녁 8시 25분의 KBS 일일 드라마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실패의 염려가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몇 년 동안 KBS 일일극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바보처럼 착한 주인공과 기계처럼 악행을 반복하는 악녀. 빼놓을 수 없는 출생의 비밀. 남주인공은 당연히 재벌 2세거나 아니면 주인공 자신이 숨겨진 재벌의 손녀거나.

 

 

 

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는 그런 와중에 나름 신선한 맛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던 드라마다. 꽤 공들여 찍은 듯한 오프닝을 비롯하여 뮤지컬이라는 구성에 맞춘 각종 콘텐츠들이 즐비했다. 아니. 이 친구가 KBS 일일 드라마를? 싶은 백성현이나 다솜 같은 젊은 배우의 출연 또한 상큼해서 좋았다.

 

 

 

물론 거창한 겉모습과 달리 드라마의 내부적 완성도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여주인공 역할을 덜컥 맡은 씨스타의 다솜은 소위 발연기라 할 만큼 어처구니없는 연기는 아니지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KBS 일일 드라마 특유의 착하고 건강한 여주인공, 공들임(다솜 분)이라는 캐릭터가 무색하게 대사의 절반을 짜증 섞인 얼굴로 소화하고 있다. 파이팅 정신으로 무장한 밝고 명랑한 들임이와 늘 화가 난 다솜의 얼굴이 부조화라 그건 또 그것대로 웃기다.

 

이 드라마의 부조화는 다솜의 연기뿐만이 아니다. 만년 기대주 백성현 또한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하기 짝이 없다. 키다리 아저씨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듯한 박현우(백성현 분)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남자 어른의 이미지로 설정되어 있지만. 막상 그것을 소화하는 백성현이 외형적으로나 연기력으로나 도무지 어른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왜소한 체구와 동안의 얼굴을 가진 백성현에게 누가 봐도 연상의 누나처럼 보이는 수임이 ‘선배’ ‘선배’하는 것부터 실소가 나오는데 심지어 다솜은 그를 ‘아저씨’라 부르고 있다. 주인공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려 보이는 얼굴을 한 백성현이 ‘아저씨’ ‘선배님’으로 불리는 설정부터가 턱없는 무리수이거늘 백성현의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연기는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볼품이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정한 무리수는 바로 터무니없는 망상병 환자들이다. 명확히 이 드라마에서 마음이 통해 사귀기로 한 진짜 연인은 들임이와 현우뿐인데 둘 사이를 파고드는 악역들은 마치 이들과 진짜 연애라도 했던 것처럼 터무니없는 배신감을 느끼고 있어 기가 막힐 따름이다.

 

특히 들임이의 언니 공수임(황선희 분)은 제법 자애롭고 상식적인 사람으로 등장하는 것 같더니 현우와 얽힌 일에선 변호사의 지성마저 의심될 정도로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어 무섭기까지 하다. 짝사랑이 연애로 발전하려면 먼저 상대방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마음을 고백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 진정한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지 타인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부담스러운 들이대기는 스토킹으로 돌변할 우려까지 있다. 내가 볼 때 그녀는 이미 스토킹 단계로까지 들어서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현우는 그녀를 그저 친한 후배로 생각할 뿐 그 이상의 감정은 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고백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짝사랑을 넘어서 그도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머릿속에서 상상 연애를 하더니 사귄다고 동의하지도 않은 사람을 부모님에게 먼저 소개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스토킹 초기 증상이 아닌가.

 

그녀의 마음을 알고 나서 현우는 심지어 ‘배신감’마저 느꼈었다. 어떻게 그 자식이 내 뒤통수를 이렇게 칠 수가 있느냐고. 들임이 외에 어떤 여자도 들여놓을 생각이 없겠지만 이 정도의 거부감은 여동생을 떠나 아예 그녀에게 마음이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수임은 도대체 무슨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남자의 거절과 여동생과 사귄다는 소식이 마치 둘이서 바람이라도 피운 듯 배신감에 치를 떨며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인 것이다.

 

 

그녀의 사랑은 비겁하기까지 하다. 아니 사랑을 넘어 형제의 도의, 그리고 친구와의 의리마저 져버렸다. "그 사람하고 헤어져. 들임아." 여동생 들임에겐 애절한 얼굴로 사랑을 버리고 꿈을 선택하라고 꾀어놓고 "내가 말했지. 선배가 이렇게 끝까지 가겠다면 판사님께 말씀드리겠다고." 다음 날 아침 현우를 찾아가 선배가 포기하지 않으면 부모님께 폭로하겠노라고 협박을 한다.

 

 

그녀의 행동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이 드라마의 세계관에서도 통용되는 진리인가 보다. 어처구니없는 수임의 망상증에 현우 또한 질릴 대로 질려 언성을 높였다. “이건 상현이하고 내 문제야. 왜 그걸 아버지한테 네가 말씀드린다는 거냐.” "그래. 권리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나에 대한 예의는 없냐? 내가 네 마음 배신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해. 이건 지나치잖아!"

 

 

 

"여기서 멈춰. 제발. 선배만 멈추면 아무 문제 없어." "너 이렇게 사람 질리게 할래?" 심지어 전 여친이었대도 참견할 수 없는 타인의 연애사를 혼자 좋아하고 혼자 연애를 하더니. 이젠 상상연애에 빠져 숫제 본인이 현우의 여자친구라도 된 것마냥 간섭을 한다. 좋아하는 남자 때문에 형제의 사이가 갈라진다는 것은 흔해빠진 내용이지만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억지스러운 계기로 갈등이 생기고 이것이 남녀주인공의 위기로 돌변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다. 시청률 1위의 위엄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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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노타가 어제자 시청률 1위였군요~ 포스팅 잘보고갑니다~

  • 보물 2014.01.24 09:40 신고

    개인적으로는 백성현, 황선희라는 배우가 너무너무 아깝네요;;;
    백성현은 인수대비에서 연기 그렇게 잘하더니
    여기서는 왜 ㅜㅜㅜ

  • 드라마 전개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군요~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지네요~

  • 판다 2014.01.24 15:15 신고

    이 작품에서 인물들이 하나같이 다 비호감이더라구요..

  • 나무칼 2014.01.25 23:29 신고

    인물 관계 설정이 진짜 어이없는 비현실, 답답하고 서로 엮인 관계 어떻게 풀어갈지. 꼭 사랑이 이루어질기 바라요

  • 그러는걸로 2014.01.26 19:10 신고

    그림대로 공들임+박현우(백만원). 이루어짐.
    다시 공수임은+한태경 선배랑 이루어짐.
    윤상현만 닭쫓던개 지붕쳐다보고.

    그러는 사이 박현우의 출생의 비밀도 밝혀지고..그럴거 같아요.

    구세준은 애 둘딸린 공정자랑 이어지고..

  • ㄱㅋㅋ 2014.02.13 16:36 신고

    아 너무 웃겨여 제생각과 꼭맞음 글고 공수임 엄마 그분은 어느드라마에 나와도 꼭 그렇게 소리를 지르대요 듣기싫다는ㅋㅋ

  • 비냐슈 2014.02.19 01:59 신고

    황선희계속앞머리존ㄴㅏ거슬림

  • ㅂㄹㅂ 2014.02.19 22:08 신고

    직접 써보죠ㅋㅋ 그렇게 말하는 답답한 일일연속극 얼마나 잘풀고 신선한소재로 쓸지 드라마에 드자도모르면서

  • 지나가는이 2014.02.23 22:27 신고

    백성현의 연기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 지나가는이2 2014.03.08 17:37 신고

    드라마 안보는 일인 입장에서 봤을 때, 백성현 연기 잘하는 것 같습니다. 보고또보고 어릴 때보고 다른 곳에서 연기하는 것을 전혀 보지 않다가 우연히 <사랑은 노래를 타고>라는 드라마 봤는데, 연기 아주 잘하던데요. 백성현 연기보는 재미로 자주 보게 됩니다. 아마도 아역시절부터 연기를 계속 보아왔던 사람들은 애가 어른 옷 입고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에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연기 너무 잘하는 것 같았고, 나중에 프로필 확인하니 아역배우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마도 이런 경우가 아닐까요? 예수도 어릴 때 자기가 자랐던 마을에서는 인정을 못받은 것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고향에 가면 마을 사람들은 어릴 때 코흘리개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타 지역에 비해 대접을 안 해주는 경우가 있죠. 아무튼 백성현 연기 잘합니다.

  • 살기힘든 나라 2014.04.09 01:24 신고

    말도 안되는 시청률,,,,, 하기사
    여론조사도 조작하는데,,,시청률이야 말 다했지,,,

 

 

정말 괜찮은 드라마는 늦어도 4회 이전에는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캐릭터나 다소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던 스토리들이 3회가 되자 서서히 감이 잡히기 시작하더군요. 감격시대 3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투박한 남성용 드라마라지만 의외로 꼼꼼한 인물의 감정선과 사무치는 감수성이 스며드는 감성 액션 드라마라는 점이죠.

 

 

 

여동생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든 도비꾼이 되어야만 하는 정태(곽동연 분). 그 가혹한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30m 높이 철교에서 뛰어내린 그를 걱정하며 애달파하다가 심지어 추모하는 도비 패들을 보면 그나마 인간미가 남아있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달리는 열차에 목숨을 잃은 동료를 추모하기는커녕 그의 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히죽대는 선배를 보면 이 바닥의 무정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죠.

 

 

"너 죽어도! 울어줄 사람 하나 없는 게 이 바닥이야. 어차피 굳은 돈. 꼭 시체 옆에 묻어줘야 사람답게 사는 거냐? 너 하나만 묻자. 여동생 수술비가 십만 원이랬지? 굳은 돈이 십만 원이래도 시체 옆에 묻어줄래? 너 그럴 수 있어?!" "……." 정태는 결국 이 바닥의 생리를 인정하며 시체를 버려두고 뒤돌아섰지만, 다음날 슬그머니 삽을 들고 조우한 두 사람의 모습은 슬픈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누구보다 사람답게 사는 것을 갈구하지만 갈수록 비정해 질 수밖에 없는 그 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으니까요.

 

 

 

"다시는 정태한테 얼씬거리지도 마!" "네가 뭔데? 애인이라도 돼?" 서로의 첫사랑인 정태를 사이에 놓고 언쟁을 하다 급기야 주먹까지 오가는 가야와 옥련이(진세연 분). 피를 볼 만큼 악다구니를 하다가도 아직은 엄마가 무서운 나이기에 엄마 앞에선 사이 좋은 척 연기를 하다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코피에 비명을 지르는 옥련과 마치 사내아이처럼 손수건을 던져주는 가야의 관계가 남녀의 로맨스 이상으로 쫄깃하더군요. 마치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이것만 봐도 작가가 상당히 꼼꼼하게 캐릭터 디테일을 만들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죠.

 

 

 

소꿉친구와 아련한 첫사랑 사이의 삼각관계. 부모를 죽인 원수. 로미오와 줄리엣 등은 꽤 진부한 소재입니다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상투적인 전개에 기대지 않는 감격시대만의 서사가 그려졌습니다. 특히 아역 주다영, 그리고 성인역의 임수향이 연기할 여주인공 가야는 남성 위주의 히어로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캐릭터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스크 돌을 닮은 신비로운 외모처럼 그녀는 단순히 착한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아주지 않았습니다. 남장을 하고 남자들 사이에 엉켜 거친 말을 내뱉는 가야. 폭력배의 협박 앞에서도 굴복하기는커녕 침을 뱉어버릴 만큼 용기와 생존 본능만큼은 대단했던 여자죠. 남주인공의 키스를 기다리는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벗어나 감정에 취해 먼저 볼에 입을 맞추고 얼어붙은 남주인공과 달리 산뜻하게 웃으며 "갈게."라고 인사하는 가야. 하지만 이런 가야의 탈 여주인공 화는 겨우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가야와 정태의 대를 이은 악연이 공개되고 나서의 그녀는 그야말로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해버렸으니까요.

 

 

 

신정태의 아버지, 신영출(최재성 분)처럼 한때는 나라의 해방을 기원하는 독립투사였으나 일본인과 사랑에 빠져 성과 이름을 버리고 '데쿠치 신죠'로 개명하여 나라와 동료를 팔아먹은 그. 그는 바로 가야의 부친이었습니다. 마치 속죄하듯 쓰레기를 수거하는 넝마주이로 살아가던 그는 사신처럼 방문한 옛 동료의 등장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더이상 도망치지 않을걸세. 이젠 그럴 힘도 남아있지 않아. 딸의 이름을 걸겠네. 세상 그 어떤 아비도 딸을 걸고 거짓을 말하진 않네."

 

마치 죽음에 순응하듯 딸의 이름을 걸고 사신 같은 신영출과 약속을 잡지만 이런 그라도 신영출이 아닌 다른 이의 손에 죽게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부심을 가져라. 내가 왔다는 건 그만큼 네가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마치 터미네이터의 T-1000을 닮은 괴한의 습격을 받아 빈사 상태에 놓인 신죠. "내 부탁 하나 하지. 들어주겠나. 죽여주게. 몸 안에 모든 피를 쏟기 전엔 죽을 수도 없네.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죽어가라는 뜻. 가장 잔인한 암살 수법이지."

 

아득한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신죠. 차라리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목숨을 끊어주는 것이 그나마 인의였을 텐데. 그에게 암살지시령을 내린 자는 지독히도 이 사람을 증오하고 있었나 봅니다. 온 몸의 피를 토해내는 고통을 겪고 나서야 이 끔찍한 증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그.

 

 

 

마치 무간지옥을 걷는 듯한 친구의 고통 앞에서 뒤돌아설 수 없었던 영출은 마지막 인의로 그리고 의리로 그의 심장에 칼을 박아넣습니다. 하지만 이런 최재성의 선의가 피투성이가 돼서 쓰러진 아버지를 바라본 가야에겐 악의로 비칠 수밖에 없었겠지요. 얄궂게도 겨우 네 번째에 만난 그를 이제서야 "아버지!"라고 부른 정태 때문에 가야의 증오와 분노는 곱절로 승화됩니다. 칼을 집어들고 정태 부친에게 달려드는 그녀. "꼭 잡아와. 이번에도 도망치면 그땐 당신 평생 저주할 거야!" 아들의 원망 같은 신뢰를 담고 영출은 친구를 죽인 진짜 원수를 찾으러 나섭니다.

 

"가야 허락 없인 손끝 하나 못 대. 내가 지킬 거야. 그러니까 꺼져." "보자. 네가 무엇을 지킬 수 있는지." 세상의 전부인 아버지를 잃은 가야. 그녀에게 남은 것은 원망과 복수심뿐. "이 말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구나. 난 가야를 해치지 않아. 절대로." "그만. 죽이지 마." 신이치가 정태의 목에 칼을 꽂아넣으려고 할 때 앞을 막아서는 가야는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대처법으로 느껴졌습니다만 이후 그녀가 뱉은 한마디는 정태는 물론 그 냉담한 신이치마저 놀라게 한 반전 대사였습니다.

 

 

 

"내가 죽일 거야. 아버지와 아들. 모두 내 손으로 죽여.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할 거야. 아버지 앞에서 아들을. 아들 앞에서 아버지를."

 

 

세상에 이토록 섬뜩한 대사를, 그것도 첫키스 직후에 내뱉는 여주인공이라니. 새삼 예고편에 등장한 임수향의 첫 대사가 떠올라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제 어머니를 죽인 자가 누굽니까!" 은혜는 두 배로. 원수는 열 배로. 피를 토하며 울부짖는 그녀의 포효 속엔 첫사랑을 잃은 상실감 또한 포함되어있지 않았을까요.

 

 

 

친구를 떠나보내며 "놈의 이름을 말하게. 놈이 살아서 보는 마지막 얼굴이 나일걸세." 라고 다짐했던 신영출. "고맙네." 라고 회답한 가야의 아버지. "꼭 잡아와!" 신정태의 외침. 그리고 이런 부자를 아버지 앞에서 아들을, 아들 앞에서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선언한 가야의 한. 그간 남주인공의 보호만을 받던 액션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정작 남주인공의 가장 위협적인 적으로 돌변한다는 전개. 꽤 신선한 설정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살아있어. 내가 죽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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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3

  • 포스팅 잘보고갑니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이네요^^

  • 양양 2014.01.23 18:45 신고

    가야와 옥련 상반된 두 여자주인공들의 매력을 느낄수 있었던 3회였어요. 성격도 사랑을 하는방식도 다른 여자아이들이 사랑스럽더군요. 잘보고 갑니다^^

  • 감격 2014.01.24 02:46 신고

    닥터콜님 리뷰 기다렸어요~가야 캐릭터가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여주들 성격이 당차고 거침이 없어서 좋아요..가야도 옥련이도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서 어떻게 변화되 가는지도 궁금해져요..정태를 놓고 벌어질 러브라인이 어떻게 갈지도 궁금하기도 하구요..4회는 연출 배우들 연기가 더 돋보이는 회였던거 같아요..오랜만에 큰 스토리를 만들고 가는 드라마를 만나게되 기쁩니다^^

 

 

“넌 빠져!” 생신 파티 중인 사돈어른에게 장모가 하는 말. “찌질이.” 내 딸의 시부모 앞에서 사위를 호명한 소리. “내가 다방 마담이면 걘 다방 레지야. 까불고 있어!” 이제 막 연을 맺은 내 아들의 신부를 향해 시어머니라는 작자가 하는 말. 요즘 유행하는 영화판 제목의 법칙에 따라 이 드라마에도 부제를 붙여본다면 왕가네 식구들 : 이상한 사람들이라 명명하고 싶다.

 

 

정상인 틈에 이상한 사람 한둘이 끼어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비정상인데 그나마 정상인 사람 하나가 버티고 있는 것이 막장 드라마의 시스템이다. 그런데 왕가네 식구들은 그나마의 정상인조차 없다. 심지어 이상한 사람은 결혼하며 가족을 이루고 이상한 집단으로 불어나기까지 한다. 이상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을 만나 이상한 결혼을 해서 이상한 가족을 만들었다.

 

 

 

왕봉 씨의 셋째 딸, 광박이가 바로 그 표본이다. 정신이상자에 가까운 첫째 언니와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갇힌 둘째 언니. 나름 작가 선생에 전직 교사 출신의 직함까지 갖고 있던 셋째 딸 광박이는 그나마 상식적인 사람으로 보였었다. 이런 광박이가 본격적으로 이상해진 건 최상남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나서였다.

 

개 소리를 내는 남자 상남(한주완 분)에게 강아지 소리로 응답한 광박이(이윤지 분). 개의 언어로 시작된 연애라서 그럴까. 이 커플은 늘 속내를 감춘 대화로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만들곤 결별 직전에 후회하곤 했었다. 연애 시절에는 절박함이라도 있었지 이젠 서로가 내 남자, 내 여자라는 안도감 때문일까. 남은 긴장마저 사라지니 턱도 없는 오해로 갈등을 빚어내 시청자를 짜증 나게 하고 있다.

 

결혼 이후 달라진 남편. 시부모의 시집살이야 어떤 드라마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레퍼토리라지만 그 계기가 너무나 설득력이 떨어져 우습기까지 하니 문제다. 먼저 상남이의 아버지이자 광박이의 시아버지, 최대세(이병준 분)의 시집살이는 도무지 어른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유치함의 정도를 넘어섰다.

 

 

 

아들의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며느리 오디션을 ‘진짜로’ 개최하고 파이팅 정신으로 무장한 광박이가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보며 시청자로서 모욕감마저 느꼈었다. 더군다나 최대세가 예비 며느리를 싫어하게 된 이유가 ‘닭 한 마리’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시트콤에서도 쓰지 못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코웃음이 절로 나온다. 마트에서 광박이가 먼저 집은 닭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수 대하듯 한 사람을 미워한다는 서사를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드라마가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토록 시트콤 같은, 아니 시트콤에서도 쓰지 못할 가벼운 설정을 계기로 만들어놓고 이 감정을 결혼 이후에도 이어간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시아버지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싶어 친정 집들이마저 보류하며 닭요리를 만들어놨더니 대뜸 펄펄 뛰며 “넌 참 센스가 없어!”를 외치는 시아버지. 그날 이후로 치킨 트라우마가 생겼다나. 이게 웃으며 넘어가는 장면이 아니라 진심으로 진지한 분위기였다는 게 더 코미디다.

 

 

 

본인은 목하 열애 중이면서, 이제 막 결혼한 아들의 인생을 망쳐놓으려는 아버지. 그의 유치함은 꼴불견 시어머니에 비하면 좀 나은 수준이다. “엄만데. 엄마니까 보러 왔지!” 거의 피를 토하듯 오순정이 조카 상남이를 데리고 갔을 때 그의 엄마 오만정(이상숙 분)은 껌을 딱딱 씹는 말투로 빈정거렸었다. 뭐 뜯어 먹을 게 있어서 날 보러 왔냐고. 그때 한참 못된 엄마 이앙금의 차별 행각에 치를 떨고 있던 참이라 입이 떡 벌어졌더랬다. “아니. 그보다 더한 엄마가 있다니.”

 

 

그나마 이때는 정극 같기는 했었다. 분노와 결핍으로 점철된 상남이의 껍질 속.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최상남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니까. 그런데 이 정신 나간 엄마가 결혼생활까지 침투해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을 해대니 별안간 드라마의 서사가 우스워지기 시작한다.

 

아들 엄마 자격으로도 들어올 수 없었던 남편의 집을, 시어머니가 되니 마음껏 드나들 수 있게 됐다. 맹꽁이 같은 며느리는 결혼 붕괴 직전에도 남의 생각만 하는 바보였으니까. 바보 조련엔 이골이 나 있는 오만정은 며느리를 방심시켜 집을 뒤지기도 하고, 아예 대놓고 돈을 빌리기도 한다. 시어머니가 도둑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돈을 넘겨준 광박은 정작 자기 부모가 길에 나앉게 생겼는데도 돈이 없어 울상을 짓는다.

 

 

"봤지? 내 아들 내 품이야. 까불지 마." 방금 도둑질을 하고 돌아와 뻔뻔한 얼굴로 시어미 노릇을 하려는 그녀는 말할 것도 없고. 결혼 이후 느닷없이 효자로 돌변한 남편, 최상남은 날이 갈수록 이상한 남자가 되어가고 있다.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문 광박이가 답답하기는 해도 자기의 눈으로 지켜본 것이 얼마인데 유치하고 졸렬한 시부모 사이에서 동동거리는 아내를 방관하더니 이제는 숫제 원망하며 미워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에게 이토록 애끓는 효심이 존재했단 말인가. 낯설고 불편한 관계에서 치이고 있는 아내를 팽개쳐두고 그저 본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박을 하더니. 억지에 다를 바 없는 아버지의 어깃장을 그저 아내의 관용과 센스에 맡기며 방관하고 있다.

 

 

 

"무슨 준비. 어른들한테 사과하는데 무슨 준비가 필요해." “내 엄마야.” 본인에게도 큰 상처로 남을 만큼 그의 어머니가 어떤 작자인가를 충분히 겪어본 상남이가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가 되어 아내를 재촉하며 사과를 시키고 울먹이는 아내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가를 캐묻지도 않은 채 그저 원망만 하는 행동은 그 똑똑하고 실리적이었던 상남이가 맞는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이건 뭐 허세달도 안 할 것 같은, 아니 안 했던 짓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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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심으로 지적하고 싶네요 2014.01.19 12:04 신고

    진심으로 작가들의 수준이 방송질을 좌우하는데 앞으로 걱정이 많이 됩니다.
    방송의 품격을 높이고 진정한 재미를 보여주는데 경험없는 젊은 작가들만 가지고 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반성해 보시기를 제작진에 부탁드립니다.

  • ㅇㅇ 2014.01.19 13:30 신고

    광박이년이 답답하던데

  • 정릉 2014.01.19 13:38 신고

    작가가 지 마음대로 써대니.광박이만 죽을맛 원인도안묻고 점점 이상해지는 드라마 짜증나는 드라마노래만좋아 조항조노래.박성화ost만 듣고있어도 그냥좋아요.

  • 드라마를 사랑하는 아줌마 2014.01.19 15:08 신고

    서방이 봐서 어쩔수없이 함께 보는데..보면서 내내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나름 배웠다는 여자가 저렇게밖에 행동 못하나 싶어 답답하고 짜증나는 드라마..수신료현실화??지금 내는 돈도 돌려받고 싶은데!! 이따위 드라마 방송하면서 돈 더내라니 어이없을뿐입니다..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드라마보며 스트레스 받으니..ㅡㅡ^

  • 속이 시원하네요 2014.01.19 16:16 신고

    보던거니까 이후에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하여 주말동안 참고 봅니다.
    이런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수신료가 현실화되면 이런 드라마는 나오지 않게 되나요? 참신하고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가 그리워요.

  • 녹음이나 기타 등등 증거를 만들어서 물먹일 생각을 안 하는 저 사람도 너무 답답하네요... 흐.

  • 영달이 2014.01.19 17:36 신고

    난 영달이따머코싶다

  • 2014.01.19 18:23 신고

    작가가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듯... ㅋㅋ

  • 하늘처럼 2014.01.19 18:40 신고

    이런 막정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 멘탈이 궁금타~
    처음 우연히 채널돌리다 한번 봤는데 오현경 또라이로 나오는 것 보고 짜증나서 돌렸는데
    아직도 그 모양인가보군~
    그래도 시청률이 높은게 이해가 안됨,,
    방송관계자들은 제발 각성하라!
    썩은 내용으로 사회 분위기 조장하지 마라~~
    공영방송에서 이러면 안되지!!

  • 마하반야~~ 2014.01.19 18:47 신고

    시청자를 열받게 할려는 작가의 의도가 뻔히 보이다 보니 저는 이제 황당한 장면도 무심하게 보는 경지에 이르게 됐습니다 드라마가 다 그렇지요......가끔 덜 그런것도 있긴 한것 같습니다

  • 2014.01.19 19:53 신고

    슬슬 지루함

  • 블루 2014.01.19 19:57 신고

    처음엔 재밌게 봤는데 이제는 말도 안되는 전개에 채널 돌립니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따라하나요? 정상적으로는 재밌게 얘기를 풀어갈 수가 없을까요?

  • 녹차 2014.01.19 22:46 신고

    요새이런집들많던데? 보기싫으면아보면되고 ㅊㅊㅊ

  • 태끄 2014.01.19 23:55 신고

    드라마에 너무 깊이 빠지셨군...
    단지 드라마일뿐... ㅎㅎ

  • 최재훈 2014.01.20 00:12 신고

    작가도 여자일테고,
    시댁, 시어머니에게 콤플렉스 많을테고.
    여자들 말하는 거 보면 시어머니를 필요 이상으로 악당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냥 여자들 이야기인가 보다 할 뿐..
    여자의 최대 적은 여자라던가?

  • 노숙자 2014.01.20 08:20 신고

    드라마 일뿐인데...맞져?? 근데 다들 욜씸히 보시는가봐용~~ㅋㅋㅋ

  • 정상인 사람이라.. 2014.01.20 10:07 신고

    수박이 한 사람으로 모든 인물이 약간씩 극단적인 모습이 있어도 귀엽게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 시현 2014.01.20 11:36 신고

    어떻게 극복할지 보고 싶은건지 아니면 나도 저런거 격었는데 하면서 이입되는건지 아니면 욕을 하는건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시청율은 계속 상승 한다는게 에휴

  • 몽당 2014.01.20 22:48 신고

    ㅎㅎㅎ저도보고있지만 정말이지...답이없는드라마입니다. 응사덕분에 님의글을 읽고 좋아해서 추천하고싶은드라마다있어요‘사랑해서 남주나’재목은유치하지만내용이 좋아요 보시고 리뷰부탁해도될ㄲ요??^^

  • 정말 이혼 상태의 시어머니 하는 짓이 대단히 화가 나더라구요..

 

 

신화적인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드라마 감격시대는 초장부터 신선하고 다채로운 캐릭터들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깡과 의리로 점철된 때 묻은 캐릭터들은 시대의 아픔을 그대로 관통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악역을 요모조모 세분화한 느낌이랄까. 밀수와 폭력이 넘실대는 감격시대에 문자 그대로의 선역은 없다.

 

 

 

특히 감격시대는 초반 드라마 좀 봤다 하는 시청자에게 “아. 저 사람 연기 참 괜찮았는데.” 할 만한 뛰어난 존재감의 배우들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영화 바람에서 ‘멋진 놈’으로 등장할 만큼 저음이 매력적인 배우 지승현이 어린 정태를 시기하는 비열한 인물, 도비 패 3인자 강태를 연기한다. 양아치 리얼리티라면 따라올 자가 없는, 양익준은 밀수꾼을 문익점 선생의 현신이라 열변을 토하는 도비 패 대장, 황봉식 역을 맡았다.

 

 

 

“걱정마쇼. 죽진 않을 테니까. 어차피 못 뛰어. 바지까지 지렸을걸?” 30m 높이의 철교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선 정태를, 주변의 염려가 무색하게 위화감을 흩뿌리며 농을 지껄이는 강태의 목소리. 그 멋진 저음으로 처음 듣게 된 무정한 대사들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내 말은 밀수가 꼭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거야.” 누가 봐도 ‘이번에도 나쁜 놈’ 포스로 등장한 밀수꾼 대장, 황봉식. 돈 앞에선 인정도 의리도 없는 냉혈한인 줄 알았더니 성냥개비로 공들여 탑을 만들고 강태의 안위가 걱정돼 안절부절 하는, 인간적 매력이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음마야. 아를요. 완전 초장을 다 발라삔네.” “도비패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 거야.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내가 다시 온다. 그땐, 내가 너 이뻐해 줄게.” "니. 불곰 파 건들면 우째 되는지 아나. 내가 알키줄께. 아. 이 맛이구나 할끼다.“맛있겠네.” 한편 도비 패의 2인자라지만 주먹계의 신화적인 인물이며 실질적인 1인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충무로 신 스틸러, 조달환의 풍차 역 또한 인상적이다. 근방의 모든 주먹패들이 몸을 사릴 만큼 주먹 하나로 세계를 평정했다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힘을 과시하지 않고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며 명을 따르고 어려운 부하를 독려한다.

 

만만치 않은 패거리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정태를 지켜주고는, 그의 탓이라 원망하기는커녕 지갑을 털어 양복비를 대준다. "목숨이 달린 일이야. 정태야. 멀리. 멀리 봐야 된다." 황봉식이 외강내유라면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인물이랄까. 강자에게 굴복하지 않고 약자를 배려하는 그의 모습은 정태의 주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듯했다. 그는 정태의 첫 번째 멘토이자 주먹의 지침서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마이 아프네? 아까징끼 발라줄까?” 한편 미친개라고 불릴 만큼 무정한 인물, 도꾸(엄태구 분)은 명쾌하리만큼 선명한 악의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돈과 지위를 위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오로지 약자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만 존재의 가치를 갖는 신정태의 주먹과 대척점에 서있다.

 

 

 

조연들이 이리 입체적인데 주인공 신정태의 매력이야 오죽할까. 난다 긴다 하는 주먹의 제왕들이 그의 눈빛 하나에 호감을 느낄 만큼 선의의 투지로 무장한 캐릭터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릴 만큼 타고난 주먹을 갖고 있지만, 오로지 여자, 여동생, 친구만을 위해 쓰여진다는 사실 또한 너무 주인공다워서 멋있지 않은가. 일평생 단 세 번 봤다는 아버지에게 애증을 불태우고 병약한 여동생을 볼모로 붙잡힌. 주인공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가족의 비극까지 담아내고 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이제껏 열거한 매력 넘치는 인물들이 아직 이 드라마의 본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식이 아닌 애피타이저랄까. 오프닝에 나온 인물들이 절반도 소개되지 않은 이 드라마. 차례를 기다리는 또 다른 캐릭터들을 떠올리니 새삼 짜릿해진다.

 

 

 

무엇보다 기다려지는 것은 주인공 신정태의 성장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일명 ‘장군이’를 연기했던 곽동연이 이토록 선 굵은 인물을 소화해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어느 장면이 김현중이고 어느 장면이 곽동연인지 이따금 헷갈릴 정도의 닮은 얼굴을 묘사해낸다. 깍뚝 잘라낸 짧은 머리와 땀을 잔뜩 묻힌 야성적 얼굴이 두 배우 모두 그럴듯하게 어울린다는 점도 신기했던 부분이다.

 

차오르는 분노에 아버지의 얼굴로 꽂히려던 주먹을 후두두 털어내는 섬세한 연출에서 어린 배우의 성장 가능성을 짐작하기도 했다. 물론 아역이 브라운관을 압도한다는 사실은 그리 달가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만큼 성인역을 연기할 배우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제껏 연기력의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은 김현중이 이 소년의 다음을 연기하게 된다니.

 

 

 

하지만 예고편에 담긴 김현중의 짧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불안하기는커녕 기대감이 생긴다. 오히려 빨리 성인역으로 넘어가기를 재촉하게 될 만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림자도 건들지 마.” 마치 소년만화처럼 잔뜩 멋을 부린 감격시대의 대사는 배우의 대사 소화력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느끼해지거나. 짜릿해지거나.

 

대사 한마디로 결론 내리기는 성급할지 모르나 김현중의 경우는 적어도 후자인 것 같다. 소위 아역 징크스라고 불리는 이 절대 난관을 극복해낼 수 있을 만한 대사 소화력을 증명해보였으니까. 4년의 공백기. 김현중에게는 비정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월이었다. 그가 선택한 새 작품이 드라마는 물론 김현중 자신에게도 감격의 시대를 불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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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4

  • 감격 2014.01.17 11:27 신고

    리뷰 잘보고 갑니다....
    1.2회 보는 동안 .. 여직 이런 대사들에 몰입한적 있었나???
    할정도로 대사들이 너무 쫄깃하더군요...
    물론 연기자들의 자기것인냥 자연스레 밷어내는것에 한번더 반했구요
    드라마 1.2회를 보면 대부분 등장인물이 쭈룩 나와 앞으로의 스토리가 대충 짐작이 되는건 맞는거 같아요..반면 감격시대는 상상이상일거 같아 앞으로가 더 기대되구여..
    누구하나 쳐지는거 없이 캐릭들이 숨쉬는드라마...악역마져도요
    그리고 참 맘에 드는건 세련된 영상미가 시대극이라는 살짝은 올드한 부분과 잘 어울린다는것..
    좀더 젊은 느낌의 타이틀롤이나 전체적인 브금... ㅎㅎ
    많은 분들이 좋은 드라마를 봤슴 하는 바램이에요..

  • 시현 2014.01.17 11:36 신고

    얼마 만큼의 성장을 했을지 기대 되네요 그래도 역시 너무 싸움만 하는 드라마 라서 그런지 본방을 보게 되지 않을거 같아요

  • 미루 2014.01.17 11:37 신고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솔직히 보고 싶지 않은 맘도 있었는데,
    호기심이 더 커서 보게 됐어요.
    시대는 암울하지만 역경을 이겨내려 발버둥치는 어린 정태와 그 주변을 잘 그려서인지
    우울하지 않더라고요. 이게 사람 사는 거지 하는 생각 들어 공감과 감동을 했어요.
    이대로만 쭉 간다면, 요즘처럼 힘겨운 시대에 과거를 돌아보며 위안받을 수 있을 거 같네요.

    • 저는 예고편을 보자마자 이거 좀 되겠는데 싶더라고요. 보통 아역이 괜찮으면 성인으로 넘어가는 게 싫어지기 마련인데 감격시대는 다르네요. 빨리 성인 버전 신정태가 보고 싶어요. 임수향이 다리 위에서 기모노 팔락이며 싸우는 거랑 신정태에게 개가 되라는 신이치의 대사가 확 꽂히더군요. 시대의 아픔을 투지로 승화하려나 봅니다.

  • 나팔꽃 2014.01.17 11:43 신고

    피터지게 싸우는 거 좋아하지 않는데,
    김현중 주연이라 호기심에 봤네요.
    싸움에 멋을 부리지 않아 좋더라고요.
    싸움판을 전전하는 말 그대로 그냥 싸움꾼이라,
    멋있고 화려한 액션보다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참으로 눈물겹고 안타까워 몰입하게 되네요.
    주인공 정태가 상황에 몰려 싸움꾼이 되지만,
    싸움과 폭력을 즐기는 인물이 아니라서 좋아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처음엔 가족이 모든 것이지만 차츰 범위를 넓혀 더 넓은 것에 눈을 뜨고
    넓어지는 인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 저도 야인시대 같은 드라마는 딱 질색인데 이건 참 재밌더라고요.^^ 시대의 아픔도 느껴지고 말씀하신 대로 비현실적으로 폼 잡는 액션이 아니라 처절한 몸부림과 리얼리즘이 느껴지는 액션이라 좋았습니다.

  • 아역과 김현중씨가 똑 닮았네요~ㅎㅎ 신기해요~!

  • 이수희 2014.01.17 12:12 신고

    감격시대 리뷰보니 집중해서 보고싶어지네요.
    첫회보고 시대극이라지만 칙칙하지 않은 영상이 끌리더군요. 첫 등장한 김현중도 강렬한 느낌이였어요. 잘생긴 김현중이 거친남자도 어울리는구나 ~대사빨이 좋구나 느꼈어요. 선술집에서씬은 여자들도 빠질만한 드라마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 전 김현중을 맨발의 친구들을 보며 호감을 느끼게 되었는데 야시장에서 묵묵하게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모습이 참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은근 드라마로 돌아오길 기다렸었죠. 그러고 보니 신정태와 흡사한 느낌이긴 하네요. ㅎㅎ

  • 김현중을 너무 아끼는팬 2014.01.17 14:32 신고

    저랑 보신 관점이 비슷하신거 같으세요~~저도 맨친을 보면서 김현중의 듬직함과 진정성을 보고 한번 더 반하게 되었어요~~거의 1톤이나 되는 그 무거운걸 해낼수있는 근성이나 자신감,,,인기많은 한류스타이면서도 전혀 거만하지않고 지금도 어릴적 친구들이 하는 치킨점이나 식당을 가끔씩 왔다가는 어릴적 우정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개념있고 착한사람인거 같아요~ 감독님도 김현중의 이런점을 보시고 캐스팅한거 아닐까라는 혼자만의 짐작을 해보았답니다~~김현중은 잘될거예요,,뭐든지 최선을 다하는 얼굴보다 마음이 더 예쁜 김현중이니까요~^^

  • 저는 실제로 그래픽으로 만든줄;; 완전 멋있고 연기도 잘하고!

  • 감격시대 2014.01.18 16:14 신고

    닥터콜님 감격시대 보시는군요^^응사내내 님 고퀄 리뷰 잘 읽고 위로가 많이 되었었답니다..
    응사 이후로 허탈한 맘에 어쩔줄 몰라하던 차에 저도 감격을 보고 쏙 빠졌습니다..
    처절한 신정태 첫 격투씬이 시선을 사로잡은 탓도 있지만,
    세상에 혼자뿐인 사람처럼 깊고 고독한 눈빛을 보이던 정태가 쓸쓸해보여 마음이 아프더군요..
    성인씬이후 등장하는 아역 정태는 힘겹게 동생 병원비를 위해 살아가지만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보이던데...성인씬에 잠깐 나온 정태모 습은 고독만이 전부인 사람이 되어버린거 같았어요..그동안 얼마나 파란만장한 일들이 신정태에게 있었던 걸까요...
    꽃남으로 잘 알려졌던 김현중이 많이 변했더군요..우려가 생기긴 커녕 그의 신정태는 어떨까 기대되기도 하구요..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좋은 작품 보는것도 행복한데..이렇게 써주시는 리뷰를 읽을 수 있는것 또한 행복하네요..잘 읽었습니다^^

  • 양양 2014.01.23 18:48 신고

    저도 감격시대를 보는 시청자입장에서 너무 반가운 리뷰입니다.
    지금까지 아역들이 충분히 잘해줬고 드디어 4회에 성인이 등장하는거 같더군요.
    연기변신한 김현중의 모습도 기대가 되고 또 어떤식으로 드라마가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잘만든 명품드라마 탄생하길 바랍니다.

 

 

 

 

과일의 왕 같은 대접을 받은 수박이. 호박처럼 짓밟혔던 호박이. 드라마 초반 두 딸을 향한 엄마의 편애와 차별은 시청자의 분노를 있는 대로 끌어올렸었다. 오죽했으면 둘째도 딸이라서 매운 시집살이를 겪어야만 했다던 엄마의 사연이 그 애절한 김해숙의 연기로도 설득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결혼식 전날까지 엄마에게 머리채를 휘어 잡혀 방바닥을 찧고 다녔다던 호박이. 유년의 상처는 고스란히 감정의 파열로 남아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낮은 자존감을 가진 인물로 성장했다. 남편이 외간 여자의 집에서 몸과 마음을 유람해도 없는 잘못까지 사서 만들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며 가슴을 치던 인물이 바로 호박이었으니까.

 

 

문제는 차라리 친엄마라는 것이 최대 반전이라고 생각될 만큼 웬만한 악역은 구워삶은 이앙금(김해숙 분) 조차 이 사람에 비하면 애교 수준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앙금의 장녀, 왕수박(오현경 분)은 그야말로 어디서부터 문제점을 지적해야 할지 까마득해 질만큼 숨이 턱턱 막히는 문제적 인간이다.


 

 

 

나는 그녀의 대책이 안 서는 악행을 보며 아무리 막장 드라마의 대가 문영남이라지만 주연 대열에 끼어든 오현경을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려 하나 우려했었다. 엄마의 히스테리를 고스란히 감당한 여동생 덕분에 그야말로 공주님처럼 자라났던 수박이. 할머니의 말마따나 그 편파적인 사랑이 그녀를 이렇게 키워냈는가는 몰라도 결국 그녀는 오만방자한 성격에 타인의 아픔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최악의 어른이 되어버렸다. 여동생이 무릎을 꿇은 채 수박의 집을 걸레질할 때 그녀는 방석을 깔고 앉아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으니까.

 

남편의 사업이 기울어 집이 뺏긴 걸 돈 가진 여동생에게 분풀이하는 못된 심보는 급기야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망설임 없이 터뜨린다. 네가 태어난 게 엄마를 힘들게 한 이유였다고. 어쩌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지도 모를 폭언을 그저 좀 심술이 났다는 이유로 여동생에게 쏘아댈 수 있는 게 바로 왕수박이라는 인간의 행동거지다.

 

 

 

 

부자 남편을 만나 여왕님으로 계승한 그녀는 돈 쓰는 맛은 알아도 밥벌이의 고달픔은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너그러운 남편의 호의 덕분에 백화점의 VVIP 특권을 누리고 친정에 큰소리를 쳐댔으면서 그가 빈털터리가 되자 보은을 갚으려는 생각은커녕 곧 원수 대하듯 야멸차게 돌아선다. 남편이 가난해졌다는 이유만으로 한방에서 잠자는 일조차 꺼렸던 그녀. 남편이 지게를 지고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 그녀를 먹여 살리려 하는데도 연민은커녕 오히려 한심해하며 업신여긴다. 네 탓이다. 네 탓이라며 끊임없이 가난한 남편을 질책했던 왕수박.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미워죽겠는 그녀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연이어 대박 사건을 터뜨리며 왕수박의 인간성을 걸레짝으로 만들고 있다. 직장 상사가 된 전 남자친구의 등장에 마음이 흔들리는 그녀. 가정이 있는 몸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 다른 여자와 통화를 하는 그의 모습에 질투를 퍼붓는 것은 물론 그를 끌어안다가 발각을 당해도 아랑곳없이 당당하다.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힌 남편이 이제 그녀를 버린다 하여도 오히려 부자 남편을 얻을 기회라며 빨리 이혼해달라고 졸라대는 이 여자. 가난한 남편에겐 정조 의무를 지킬 책임마저 사라지나?

 

 

 

 

너무나 잔혹한 것은 이만큼만 해도 충분할 터인데 여기에 더 큰 무리수를 끼얹는 제작진이다. 누가 봐도 사기꾼 냄새 폴폴 풍기는 제비의 꼬드김에 넘어가 이 사람 저 사람 찔러보더니 급기야 부모님의 집문서를 상납하는 왕수박의 머저리 같은 행동에 결국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이고. 저 등신.” 엄마의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사기꾼에게 넘겨버리곤 해외로 도주한 그를 허망하게 기다리는 왕년에 미스코리아 나갈 뻔했던 여자 왕수박의 몰락.

 

 

 

 

앓아누운 엄마가 내팽개친 컵라면을 꾸역꾸역 밀어 삼키다 할머니의 꾸지람에 눈물을 쏟고 마는 그녀. 급기야 “너만 없으면 이 집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폭언에도 입에 달고 살던 “할머니 진짜 왜 그래?!”한마디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굴러다니는 호박보다 못한 신세가 되어버린 그녀.

 

 

황희 정승의 현신 같았던 아버지가 야구 방망이를 치켜들고 할머니는 같은 자리에서 잠자는 것조차 질색하며 더 이상 엄마에게 그녀는 우리 집 공주님이 아니다. 어울리지 않게 화목한 가족 흉내를 내며 짜장면 파티를 하는데도 아무도 자리에 없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왕년 속에서 산다. 엄마의 편애를 먹고 자란 그녀는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한 넘치는 것이 되어버렸다. 99개를 가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빼앗긴 한 개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나가지 못한 미스코리아에 집착하고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바보처럼 순정을 내바쳤다. 중년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집문서 어디 갔어!” 여왕님의 독재에 집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생긴 왕봉의 절규에도 나는 연민을 느끼지 못했다. 콩쥐가 새엄마의 미움을 받으며 죽어갈 때, 사랑을 독식한 팥쥐가 안하무인으로 성장할 때 콩쥐의 아버지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이 드라마 최고의 코미디는 이 정신 나간 가족들이 난리를 피울 때 마치 그들을 비웃듯 벽에 걸린 가훈, 입장 바꿔 생각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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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평이 너무 멋집니다.
    속이 다 시원하기도 하고요. 특히 아버지에 대한 평...

  • 시현 2014.01.13 12:59 신고

    근데 더 무서운거 어릴때 오냐 오냐 크면 말이죠 .. 정말 저렇게 커요 ;; 그래서 이 드라마 전 주말, 일일, 드라마를 안보게 되더라구요

  • oz 2014.01.13 23:04 신고

    수박이의 몰락이 고소하면서도 걱정되는건
    너그러운 호구 남편이 받아주겠지 하는 거예요.
    드라마이기 때문에 수박인 고생 끝에 개과천선할거고
    주말드라마니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죠?;;
    이젠 장모가 사위를 좋아하던데..그냥 재결합 안했으면 좋겠어요.ㅎㅎ;;;

    • 오현경 씨가 출연한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 중에 ‘조강지처클럽’이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그녀의 남편으로 출연한 안내상 씨의 캐릭터가 바로 왕수박의 안하무인과 일맥상통합니다. 정말 대책이 안서는 사람이었거든요. 그 작품에서는 피해자였던 오현경 씨가 재밌게도 남편 역을 물려받은 가해자가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조강지처클럽은 오현경을 안내상에게 보내지 않고 근사한 새 남자 이상우와 묶어줬었는데 이 드라마는 어떻게 흘러갈지 새삼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나름 애증으로 둘러싸인 호박이네와 달리 수박이네는 정말.. 부부를 떠나 남녀 사이의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라.

  • 오현경그년때문에 청소년의탈선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분명 황마마의 죽음은 반전이랄 것이 아니었다. 삶보다 더 가벼운 것이 임성한 월드의 죽음이니까. 새삼 그의 죽음을 놀라워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캐릭터가 죽거나 사라져갔다. 더군다나 일부러 흘렸건 훔쳐졌든지 간에 기사로 대문짝만하게 퍼뜨려진 대형 스포일러는 이 죽음의 루프를 이을 다음 타자가 바로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임을 공개해버렸지 않는가. 이건 어떻게 보면 예고 살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아니 두려웠다는 것이 더 걸맞을 표현일지도 모른다. 누이의 재촉을 받다 돌진해오는 덤프트럭에 핸들을 꺾는. 그것이 그의 마지막 살아있는 모습이었다. 남주인공을 죽이는데 단 5분도 필요치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모든 죽음은 순식간이지만 남주인공의 죽음에 생략된 작별의 절차라니. 아니, 한사람.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의 작별인사를 들었던 오로라(전소민분)을 제외하면. 앓는 순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달려 나온 둘째 누이 황미몽(박혜미 분)이 하얀 천을 덮은 동생의 얼굴을 보면서도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을 지경이니까. 빨리 치료 좀 해달라고 몸부림치던 누이는 의사의 전언에 아연실색한다. "이미 사망하셨습니다."

 

 

 

그가 죽었을 때 이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예상했던 대로 황마마의 첫째 누이 황시몽(김보연 분)은 바스러질 듯 절규했다. 그를 사랑했던 만큼. 그리고 집착했던 만큼의 비명이었다. 나는 죽은 동생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토해놓은 후회의 첫마디를 듣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마마야. 잘못했어. 너 하자는 대로 다할게. 안 말려." 그랬다. 황마마의 죽음은 그 자신을 벌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이 어리석은 여자를 징벌하기 위함이었다.  남동생을 사랑하다 못해 자신의 소유물 취급했던 그 끔찍한 집착이 결국 피를 부른 것이었다. 그래서 임성한 작가는 찰나의 순간이나마 그녀가 용서받을 기회를 쥐여주지 않았다.

 

무법천지의 임성한 월드라 놀림 받지만 그럼에도 그녀 나름의 일관적인 디테일 하나는 있다. 바로 소유하는 만큼 집착의 강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남동생의 여자를 인정하지 못했던 두 누이는 나이와 쌓은 경력이 무색한 수준의 추잡을 떨었다. 당사자 앞에서 불어와 영어로 뒷말을 하고 급기야는 투명인간 취급을 하기도 했다. 남동생 앞에서는 천사의 가면을 쓰고 뒤돌아선 백설공주의 마녀가 되었다. 그 사실을 전해 들은 황미몽의 팔은 안쪽으로 굽어지지 않았다. 입바른 소리를 해대다 의가 상할 뻔 했어도 그녀는 잘못한 것은 오로라가 아닌 자매들이었다고 말한다.

 

 

 

두 누이에 비해 그녀의 태도가 상식적일 수 있었던 건 남동생 황마마를 향한 집착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대리 아들이나 다름없는 남동생을 향한 사랑을 집착이라는 모성애로 풀어내는 그녀들과 달리 진짜 딸을 가진 황미몽에게 황마마는 남동생의 선을 넘지 않는 존재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사랑이 나머지 자매들보다 적었던 것은 아니다. "제발 하느님 살려주세요. 저 데려가시고 살려주세요." 집착을 제외하고 남은 순수한 사랑이었기에 그녀의 기도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은 안 속 상하세요? 이해되세요? 애지중지 키운 아들. 아들 힘들게 키워봤자 어떤 여인 좋은 일만 시킨다더니 딱 맞지 않아요?" 황마마가 사고를 입기 전 황시몽은 설희네 집을 찾아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묵도할 수 있느냐고 외쳤다. 따지고 보면 이치에 맞는 말이다. 전남편과 며느리를 내 아들과 함께 살게 한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그럼에도 그들은 초연했다. 조금만 진정하시고 생각을 가다듬어 보라고 했다. 여유 있는 웃음까지 흘리며. 그들이 이토록 비상식적인 배려를 베푸는 것은 분명 황시몽보다 아들을 덜 사랑해서도 아니고 정신이 이상해졌기 때문도 아니다. 이미 그들은 황시몽이 겪었어야 했을 일을 애초에 겪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마야. 잘못했어. 너 하자는 대로 다할게. 안 말려."

 

아들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에 피를 토해내듯 울음을 터뜨렸던 그녀다. 아들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이미 체감했던 그녀였다. 그러니 오로라를 받아들이고 일처다부의 기묘한 동거를 이해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그 어떤 기막힌 일을 겪는다 해도 아들이 죽는 고통에 맞바꿀 순 없을 테니까.

 

 

황시몽이 정말로 불쌍한 여자인 것은 성찰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점이 아니다.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그녀는 집착했을 것이고 종국에는 그를 잃었을 것이다. 황시몽에게도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었다. 집착을 버리라는 서슬 퍼런 경고를 동반하며. 내 남자의 여자를 용납할 수 없어 번갈아 오로라를 찾아 횡포를 부렸을 때 황마마는 그들을 떠났고 시몽은 절규하며 오로라에게 매달렸다. 내 동생을 잃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내 무슨 짓이든 하겠노라고. 그럼에도 그녀는 집착을 버릴 수 없었다.

 

 

황시몽의 인생에 남자의 인연이란 남동생 황마마 외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운명 같기도 했고 저주 같기도 했다. 윤해기와 인연을 맺어볼까 했더니 여우 같은 라이벌이 끼어들어 파투가 났다. 오로라를 들볶아댄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이제 슬슬 남동생을 놓아줄까 싶어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렸더니 깜찍한 조카의 공작으로 또 한 번 사랑을 잃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남자의 인연을 반추하며 그녀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얼굴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더 집착했다. 내게 남자는 너 하나뿐이라고. 그랬으니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 올가미에서 최지우는 비극적 결말을 맺은 두 사람의 재를 한곳에 뿌리며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모자 관계가 아닌 남자와 여자의 인연으로 환생하길 바란다는 헌사를 남긴다. 어쩌면 황시몽과 황마마는 남매로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 인연일지도 모른다. 황마마가 아닌 인연을 허락받지 못했으면서도 남동생을 가질 수는 없는 그녀의 비극적 운명. 과연 그녀는 마지막까지 저주를 풀지 못하고 자신을 학대하다 죽어갈까. 이 불쌍한 여자의 최후가 주인공 이상으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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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시몽은 자업자득이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동생에 대한 사랑이 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황마마가 저렇게 죽으니 안 미치고는 못 견디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리뷰 잘보고 갑니다.
    첫 인사 드리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2013.12.19 15:08

    비밀댓글입니다

  • 큰 카테고리만 보면 막장드라마이긴 한데 부분부분 너무 재밌는 요소 때문에 끊질 못하겠어요ㅠㅠ

  • 가다가 2013.12.19 18:30 신고

    동생과 누나로 모자간으로 만나지말았어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주어진대로 바르고 정직하게 살지 않았을뿐이지요

  • 1111 2013.12.19 22:42 신고

    아줌마 무슨 이런 드라마에 의미를 부여합니까??
    리뷰쓰는 것 조차 이상해 보임!!

  • ㅋㅋㅋㅋ 2013.12.20 04:19 신고

    그냥 납득할수 없는 드라마
    무슨 주조연들이 다죽어나가 지구종말드라마냐
    제작자중에 사람들 죽어나가는거 보면 뭔가 쾌락을 느끼는 사람이 변태적 성향가진사람이 있나..

 

 

"나도 축하해줘. 나 남자 됐어." 4년 전 임성한 작가의 보석비빔밥을 보며 두통이 치밀었던 기억이 난다. 누가 봐도 우스꽝스러운 패션센스와 과장된 몸놀림. 부담스러울 만큼 노골적인 유혹의 자세. 그야말로 편견과 몰이해 그리고 선입견으로 무장된 게이 캐릭터가 손가락질당하며 망가지고 있었기에. 주요 인물도 아니고 몇 분 남짓한, 남주인공의 매력을 과장해서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 이 남자가 나는 참으로 불쾌하고 안쓰러웠다.

 

물론 임성한 작가가 호모 포비아라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자 홍석천을 출연시킨다든지 성 소수자 나타사를 꽤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려냈던 것을 상기하면 그녀의 부정적 표현은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마른 사람은 선이오 비만인은 악인으로 그려지는 것처럼. 전래 동화나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상징적 이미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일 뿐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나 개인의 사고가 타인의 선입견을 크게 주도하지 않는 일반인과 달리 단 1분의 범위가 몇만의 영향력을 가진, 소위 전파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비단 고의성을 갖고 있지 않을지언정 단순히 모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악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임성한의 나타사는 그래서 폭력적이다. 그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때론 애처롭지만 결국 부정하고 부당하고 불순하다.

 

란마 1/2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한때 시사 프로그램에서 유해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할 만큼 인기였던 이 만화는 미소년 무도가 란마가 주천향이라는 샘에 빠져 별안간 미소녀로 변신하는 해프닝을 필두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뜨거운 물에 닿으면 남자아이가. 차가운 물을 적시면 여자아이가 되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은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실제 란마의 성 정체성은 건자안 남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가상 세계에서나 가능할 법한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임성한의 드라마에선 보편적 일상이 된다는 사실이 나를 기함하게 한다. "안녕하세요. 나타사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나타샤라고 불러요. 사공 '오빠'한테 제 얘기 못 들으셨어요?" 나타사는 그렇게 등장했다. 금발의 긴 머리를 질끈 묶고선 이마에 띠를 한 경악할 패션 센스에 첫 씬에서 아웃팅을 하는 몰지각한 인간으로. 박사공을 '오빠'라 칭하며 굳이 여성형의 절을 하겠다고 다리를 모으는 기괴한 행동까지.

 

아아. 어쩌면 임성한의 선입견은 4년 전 그 시절에서 머물러있나. 4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성 소수자를 향한 그녀의 인식은 조금도 진화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퇴보되었으며 엽기적으로 변형되기까지 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나타사의 성 정체성을 알 수 없다. 도대체 그는 동성애자인가. 아니면 트랜스젠더인가? 4년이 지났고 이제 그 캐릭터가 자신의 작품 속 주요 인물이 되었음에도 최소 사전적 의미의 동성애자를 되새겨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일 뿐이다.

 

 

 

나타사는 분명 자신을 여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수술을 받지 않았을 뿐 나타사의 성 정체성은 이성애자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저 자신을 여성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당연히 그를 사랑하는 박사공 또한 동성애자 설정은 성립될 수 없다. 하리수를 사랑하는 미키정이 동성애자가 아닌 것처럼.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박사공은 동성애자인 것처럼 묘사되었다. 작가의 사전 지식이 부족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것이 몰이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나도 축하해줘. 나 남자 됐어. 이제 여자가 예뻐 보인다구. 관심 가구." 오랜만에 옛 연인을 찾은 나타사는 더이상 예쁜 목소리로 교태를 부리며 그를 오빠라 칭하지 않았다. 느닷없이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돼선 심지어 패션 센스마저 정상으로 돌아온 그는 (차라리 외향적 모습은 이게 더 동성애자와 가깝다. 세상의 모든 디자인을 주도하는 인구가 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잔뜩 경계하는 박사공을 안심시키듯 기상천외한 소리를 내뱉었다. "나도 축하해줘. 나 남자 됐어." 암세포도 생명이에요. 다음 가는 명대사는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임성한 작가는 남다르다.

 

어처구니없는 대사 퍼레이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36회에서 나타사를 축하하는 캐릭터들의 입방정은 그야말로 폭력에 가까운 무례함의 극치를 들려준다. "정체성 회복했대." "어느 쪽? 여자? 남자?" 트스젠더가 란마2/1인가? 임성한 작가가 그간 동성애자를 꾸준히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시켰던 것은 결코 호의적인 의도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녀의 인식 속에 동성애는 치료 받아야 할 병 같은 것이었나. 그래서 동성애 혹은 트스젠더가 치유되는 기적을 몸소 보여주신 건가? 짧은 머리를 하고 남자 차림으로 등장한 나타사를 마치 기적이 일어났어요 풍의 음악과 함께 모두가 환호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모욕적이었다. 이건 뭐 호모포비아 보다 더 몰지각한 발상이다.

 

 

물론 소위 미친 드라마라고 불리는 정상적인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 드라마에서 성 소수자라고 정상인일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에게 나타사와 같은 캐릭터가 그리 보편적이지 않은 성 소수자임을 인식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몰이해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게이와 트랜스젠더를 구분 짓지 못하는 임성한 작가의 상식처럼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겐 나타사의 캐릭터가 이상하다는 점조차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그동안 우리에게 학습된 보편적 게이의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지만 이제는 2013년이다. 이해할 순 없어도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인지하는 것이 매너가 되어야 할. 그럼에도 공중파에서 게이와 트스젠더의 기본적인 선긋기조차 이해 못 한 이토록 차별적이고 무례한 인식을 아무렇지 않게 내보내는 것이 경악스럽기 짝이 없다. 임성한 작가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어르신들에게 남자로 돌아온 나타사의 등장은 동성애나 트스젠더를 마음먹으면 바꿀 수 있고 치료해야 할 병으로 주입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더 화가 나는 건 이토록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캐릭터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딱히 이 캐릭터를 갈아치울 어떠한 농성도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어느 직업이나 단체를 이 정도의 편견과 몰이해로 점철시킨 에피소드가 등장한다면 과연 임성한 작가가 계속해서 이 드라마를 쓸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나타사는 회를 거듭할수록 성 소수자를 모욕하는 캐릭터로 퇴보하고 있다. 그것은 필경 이 상황을 가장 분개해야 할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라서일 것이다.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인식은 싸이코 드라마라 불리는 오로라공주의 세계관과 딱히 다를 것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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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군요 2013.12.03 11:01 신고

    저는 그냥 나타샤역에 런씨가 뮤지컬 홍보차 나왔다고만 생각했어요.. 나타샤가 뮤지컬 시작했다는 것도 그렇고 런씨가 이번 새로하는 뮤지컬은 이성애자로 나온다고 인터뷰를 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이럴수가!네요

  • 완전 어이없는 대사 2013.12.03 13:10 신고

    수많은 드라마 소설 만화 읽어봤지만 저렇게 개념없는 대사는 첨 들었어요..저녁먹다가 엄마랑 같이 뿜었다는 ㅋㅋㅋ 오죽하면 엄마도 어이없어가지고 ㅋㅋㅋ 그럼 쟤가 언젠 남자 아니고 여자였냐구...저런게 저렇게 금방 바뀔수 있는거냐구 ... 하셨다능..

  • 타나 2013.12.03 16:38 신고

    전에 임성한 작가가 쓴 신기생전인가 하는 드라마에서도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것에 '멀쩡하다'라는 표현을 쓰는걸 본 적이 있어요. 또 할머니귀신에 빙의된 아수라에게 그 아내가 '게이 아줌마 같다'라고 하더군요. 그럼 동성애자는 멀쩡하지 않단 소린가? 게이도 엄연히 남잔데 아줌마는 또 뭔가? 이 작가 대체 뭐지??? 했었드랬죠. 오로라공주 대사들을 보니 왜 그런 대사들을 썼는지 이해가 가네요. 이 드라마에 비하면 그건 정말 빙산의 일각...무지는 죄가 아닐지라도, 그 무지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고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고 상처를 입히는건 대단히 큰 죄라는걸 작가는 진짜 모르는 걸까요. 소송감이나 다름없는 이 사안에 이토록 조용한 것도 놀랍고 홍석천씨가 이 작가 드라마에 출연한적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네요.

  • 콘츠이 2013.12.09 01:58 신고

    맞아요 트렌스젠더와 동성애는 다른데 말이죠.
    동성애자는 같은 성을 사랑하는 것이고 트렌스 젠더는 신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불일치하는걸 뜻하는데요.
    여성의 정체성을 지니고있던 사람의 정체성이 갑자기 남성으로 바뀐다는걸 보고 황당했습니다.
    작가의 몰이해에 완전 공감하고 갑니다.

  • 아... 2013.12.09 05:03 신고

    사실..저 대사를 보고 저리 쉽게 바뀌나 하는 의문은 가졌지만 그 대사를 보고 성적 소수자들이 입을 마음의 상처는 생각을 못했네요. 분명한 것은 닥터콜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회적으로 비중있는 개인의 의견이 마치 일반 사람들의 생각인냥 번져 누군가의 상처를 노골적으로 후벼파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임성한 작가가 닥터콜님의 블로그좀 보고 반성했음 하네요.

 

 

정신을 파괴했던 드라마의 충격적 결말을 투표한다면 누가 뭐래도 지붕 뚫고 하이킥이 절반 이상의 득표를 얻어갈 것이다. 숨을 고르고 바라보니 좋았지만, 당시엔 나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대화를 나누던 주인공 둘을 사고사로 마무리 지어버리는 결론이라니. 그래도 그나마 정신 파괴 현상까지 치닫지 않았던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김병욱 감독이 애써 붉은 실로 묶어준 두 사람을 떨어뜨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고 (그래도 그 방식이 죽음일 줄은 몰랐다!) 그들 이상의 배드엔딩이 이미 트라우마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김수현 작가의 완전한 사랑이다.

 

가난한 아내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내쳐진 차인표는 그럼에도 아내가 좋아 죽고 못 사는 애처가에 공처가다. 차인표의 연상 아내를 연기한 김희애는 남편의 가드로도 감당이 안 되는 매서운 시집살이에 피폐해져 병을 얻는다. 차인표는 지극정성으로 아내를 돌봤지만 결국 홀로 남게 되었다. 이후의 결말은 충격적이었다.

 

생각보다는 멀쩡해 보였던 차인표가 느닷없이 머리를 잡고 으악 으악 으악 하며 소리를 질러대다가 응급실로 실려가는데 그 결과가 참 황망했다. "운명하셨습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이 죽음을 부르는 스트레스가 될 만큼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보호자로 남은 이승연의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과 아무것도 모른 채 스키를 타며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드라마는 끝이 난다. 그것이 바로 완전한 사랑이다.

 

 

 

최근 오로라공주의 돌고 도는 러브라인을 보면 바로 이 완전한 사랑이라는 서사가 떠오른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결혼은 여주인공의 고달픈 삶을 보상해주는 구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숱한 리뷰로 여주인공의 결혼에 의문을 품어왔던 것은 패티시에 가까운 임성한 작가의 결혼 판타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구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역대 최강의 시집살이를 겪게 될 것으로 예측했던 것도 황마마의 다짐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이 결혼은 시작부터가 잘못되었다.

 

분명 오로라가 황마마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오로라의 첫사랑이었고 그녀를 가장 아프게 한 사람이었다. 그것이 바로 문제다. 임성한의 드라마에서 완전한 사랑이란 여주인공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결핍을 채워주는 판타지다. 그러나 황마마는 오로라의 구원이 되지 못했다. 그가 제공한 결혼 또한 보상은커녕 고통만을 안겨주었다.

 

금 숟가락 물고 나온 오로라라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가난의 핍박 등 나름의 고통에는 면역되어있었다. 그럼에도 견디어낼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이 황마마와의 결혼이었다. 결국 황마마는 여주인공에게 가장 아픈 상처를 남기는 사람이자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만을 안겨준 사람이 되어버렸다. 여느 드라마에서는 상처와 고통이 사랑의 증거로 남을지 모르나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이런 남주인공은 무기징역감일 터.

 

 

 

그와 반면에 설설희가 오로라에게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설설희는 언제나 오로라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를 잃은 그녀가 모든 기반을 잃고 흔들릴 때 매니저 구실을 핑계 삼아 때론 아빠가 되었고 때론 오빠가 되었고 그리고 때때론 애인이 되어주었다. 아버지가 죽고 오빠를 떠나보내고 황마마 또한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을 때 설설희는 모든 것을 채워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고 행복한 왕자였다.

 

오로라가 가장 힘든 시기에 곁을 지킨 사람이 누구인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그게 과연 황마마였나. 아니면 설설희였나. 황마마는 언제나 오로라가 풍요로울 때만 매력을 느꼈다. 의도한 것이든 의도치 않은 것이든. 당연하다. 그는 왕자님이니까. 그래서 그녀가 아버지를 잃고 세라 크루가 되어버렸을 때 그녀의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 왕자님이니까. 공주가 아닌 그녀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하니까. 그의 사랑은 주는 것이 아니라 갖는 것이기에.

 

 

 

그녀의 연민을 이끌어내 결국 결혼에 골인한 황마마와 달리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고 다가선 설설희는 사랑의 관점부터가 다른 남자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오로라 역시 설설희와 비슷한 사랑 관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설희의 배경을 탐하던 박지영은 설마하니 오로라가 그의 재력을 알고도 황마마를 선택했을 리 없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저 같은 사랑만 하는 줄 안다. 하지만 오로라는 꽉 채워져서 연민을 느끼지 못하는 의젓한 설설희보단 좀 허술하고 밉살맞아도 동정을 유발하는 황마마를 택한다. 마치 설설희가 오로라에게 그렇게 다가선 것처럼.

 

 

이혼을 선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프러포즈한 오로라를 이해하는 이유다. 이미 다 가지고 있어 채워줄 곳이 없는 설설희라서 그를 쉽게 포기했었다. 그래서 그의 결핍을 발견한 순간 두 사람의 사랑은 완전해졌다. 같은 사랑관을 가진 둘이니까. 그녀는 받는 것 이상으로 주는 것을 갈구하는 오로라 공주님이기에. 완전한 사랑을 찾는 오로라공주의 여정이 이것으로 막을 내릴까. 과연 임성한 작가가 선택한 오로라의 진짜 인연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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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나그네 2013.11.26 15:33 신고

    닥터콜님 리뷰는 언제봐도 좋네요. 좋은글 잘 읽었어요.

  • 추워 2013.11.30 08:12 신고

    오늘 리뷰를 보면서 오로라 캐릭터를 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왜 '오로라 공주' 가 제목인지도요. 등장인물들과의 개연성 따윈 개나 줘버리면서 지킨 제목이네요.

 

 

18일.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홈페이지에는 대단히 이례적인 공지사항이 기록됐다. "오늘(11. 18) 126회 방송분에서 극중 로라 어머니 사임당(연기자 서우림)이 숨을 거두게 됩니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미리보기나 예고편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날 방영분에서 가장 감추어야 할지도 모를 중요 스포일러를 제작진 스스로 누설한 셈이다.

 

제작진은 구구절절했다. 오로라의 엄마, 사임당의 죽음은 스토리에 이미 계획되어있던 부분이고 배우 서우림 또한 사전 동의했던 것은 물론이며 이 사건이 앞으로 주인공 오로라에게 끼칠 파급력까지. 결코 무계획적이고 폭력적이며 강압적이고 즉흥적인 처사가 아니라는 것을 변명하는 제작진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어찌하여 이 드라마는 이 지경까지 흐르게 되었을까.

 

 

 

스포일러 유출은 드라마의 흥미 요소를 떨어뜨리는 최악의 금기 중 하나다. 그럼에도 제작진 스스로 이 위험한 선택을 강행한 까닭은 그간 배틀로얄을 방불케 하는 무수한 죽음이 작가 임성한의 악취미라는 시청자의 의혹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모든 서사는 그 속에서 설명되어야 마땅하다. 적어도 정상적인 드라마의 전개라면. 시청자를 설득하든 분노시키든. 오로라공주는 외부의 힘을 빌려 드라마의 서사를 변명해야만 했다. 결국 이 이상한 하차 공지는 작가가 펼쳐 보인 전개만으로는 시청자를 설득시킬 수 없었다는 증거다.

 

나는 오로라공주의 죽음들이 무계획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그 어떤 임성한의 작품보다 개연성과 질서가 차고 넘친다. 누구의 상식도 아닌 임성한 작가의 상식에서는 이것이 옳고 맞는 죽음인 것이다. "누가 그랬어. 운명은 개척하고 만드는 거라고." 언젠가 왕여옥(박지영 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치 자신을 그리고 임성한 작가를 설득하듯. 나는 그녀가 참 맹랑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운명이란 개척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금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왕여옥은 비명횡사했다. 배우가 이후 촬영분을 동의하지 않아서였다고 정리되었지만 적어도 죽음의 과정만큼은 무계획적인 것이 아니었다. 여주인공의 아버지와 불륜을 저지른 죄. 사랑 없는 인연을 맺어주려 한 죄. 심지어 그 상대가 여주인공의 또 다른 인연이라면 이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선 반역이나 다름없는 행세다. 그래서 철저한 운명론과 인과응보 원칙에 따른 계획적인 죽음이 거행되었던 것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이나 다름없는 그녀를, 혼이 빠져나간 유체이탈로 죽여버리곤 죽음의 예언 또한 거울에 비추어지지 않는 자신으로 경고했던 것마저 너무나 일률적인 디테일이다. 다소 무자비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졌던 이 죽음이 실상은 임성한 작가의 법칙에 입각한 사형이라는 것을 시청자는 알 리가 없다.

 

 

 

사임당 여사의 죽음 또한 무계획적인 것은 아니다. 애석한 표현이지만 사임당은 오로라가 황마마를 버텨야유일한 이유이자 죄책감이었다. 비상식적인 시집살이의 고통을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라가 감내한 이유 역시 장모에게만큼은 지극정성인 황마마를 생각해서였다. 그것을 황마마 또한 내심 생색으로 담아두고 있었고 재회한 설설희 역시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이혼은 고사하라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사임당의 죽음은 오로라의 이혼을 막아서는 최후의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사고하면서까지 오로라공주를 이해해주는 시청자는 드물다. 드라마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작가가 드러낸 개인의 유감과 분노가 너무나도 많이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드라마의 정상적인 전개와 작가의 분노 표출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설득력없이 하차한 오로라의 오빠들은 심지어 여동생의 결혼식에조차 단 한명도 참석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드라마의 개연성마저 무너뜨린 하차에 의문을 품지 않을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이 드라마에는 전개와는 무관한 임성한 작가 개인의 한풀이가 몇 번이나 노출되곤 했다. 피디로 등장하는 윤해기의 입을 빌려서 도대체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를 사고하게 하는 임성한 작가 개인의 잔소리가. "할 말이 있으면 통화를 하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사랍시고 쏟아져나왔다. 배우가 캐릭터를 연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반역이라는 등. 배우는 대사만 잘 소화하면 되는 존재라는 등.

 

"윤 감독 드라마. 하는 거 어때? 기분 전환 겸. 배우들 얼굴 실컷 보고. 젊은 남자배우들. 거기서 눈호강도 하구. 집에 있으면 뭐해."

 

방송가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오로라공주에서 연기자란 소모품일 뿐이다. 그것은 드라마를 통해서도 수없이 드러나곤 했다. 윤해기의 입을 빌려서. 그리고 연기에 욕심도 재능도 꿈조차 없던 일반인이 아무렇지 않게 연기자가 되고 너무나 쉽게 그 길을 포기한다. 기자를 하다 별안간 배우가 된 박지영.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이 길밖에 없다며 탤런트의 길을 걸었던 오로라. 뜬금없이 배우의 길을 꿈꾸었던 왕여옥에 이번엔 황시몽까지 끌어들여 연기를 권하는 이 드라마를 보면 도대체 임성한 작가에게 배우라는 존재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연기자는 소모품일 뿐이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읊어대는 배우를 보면 살인자의 역을 맡아도 이보다는 모욕적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자를 같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아닌 마리오네트 취급하는 폭력적인 대사들. 그곳엔 연기자를 향한 존경심 그리고 경외심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을 아무렇지 않게 제 손으로 살인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마저 내려진다. 그 무수한 개연성과 임성한 법칙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개연성 있는 죽음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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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9

  • 극 중에서 로라의 엄마가 옛 일을 회상하며 차안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더군요~

  • 똥싸냐? 2013.11.19 11:55 신고

    이건뭔...뜬금포여..갑자기.. 옹호하는듯이 써내려가다가.. 배우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까대다가..뭔말하려는지 모르겠슴.. 자아분열임?? ㅇㅅㅇ글구.. 배우들 죽는거는.. 계획적인게 아니고.. 아무생각이 없는거아님? ㅇㅅㅇ

    • 나그네 2013.11.19 15:12 신고

      독해력 떨어지면 가만히 계세요. 가만히 계시면 중간은 갑니다.

    • 2013.11.24 10:50 신고

      닥터콜님이 쓴 내용은 작가입장에서는 드라마 내 죽음들이 당연한 얘기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선 불편한 내용이라는 건데.. 뭐가 이해가 안가서 자아 분열이니 하는거임..-_-

  • 2013.11.19 12:41

    비밀댓글입니다

  • 이안 2013.11.19 14:37 신고

    마치 작가 자신이 신이라도 된 마냥 상황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따른 심판을 하고.... 작가 본인의 철학이 참 강한 듯 싶네요 시청자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느낌.... 이런 드라마가 케이블도 아닌 공중파에 버젓이 나온다는게 신기할 뿐이네요 답답합니다

  • 위드맘 2013.11.19 16:32 신고

    너 임성한이지....

    • 니돈써라 2013.11.19 18:22 신고

      윗글이 임성한 옹호하는글로 보이나요?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 너무 많으니 이유있는 죽음또한 이제 어처구니 없는 죽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말이잖수...
      글을 읽을때는 자기가 보고싶은거만 보지말고 끝까지 찬찬히 읽으세요... 윗분말마따나 가만히 계심 중간이라도 갑니다.

  • bluesky 2013.11.25 09:51 신고

    전작 신기생전에서는 여주입에서 기생이랑 여배우랑 똑같다고 말했죠 그때도 꽤나 잔인하다고 생각이들었드랬죠 참 묘한작가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더는 임성한의 드라마를 보지 않아'라고 말했다. 신기생뎐의 3단 귀신 빙의신까지 받아들이며 그녀의 드라마를 애청했던 친구인데 오로라공주만큼은 안 되겠단다. 정신이 오염되는 느낌이라나. 동료의 변심에 씁쓸한 배신감을 느꼈지만, 이날은 나도 아. 이거 정말 끊어야 하나 싶었다. 우습다 못해 무섭고 무섭다 못해 괴기스럽다. 이런 장면을 문화방송이라는 MBC에서 본다.

 

시모 살이 보다 무서운 시누 살이에 오로라는 급기야 정신을 놓아버렸다. 한마디로 미쳐버린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 스스로 미쳐버리기로 결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됐다고 하지. 뭐하러. 엄마 돈 있잖아." "공치사한단 말이야." "형님들이요..." 남편에게 옷을 선물 받았다는 엄마의 이야기에 기쁨보다 먼저 터져 나오는 뾰족한 불안이 그녀를 서글프게 했다.

 

 

 

이제 오로라는 남편이 장모에게 옷 한 벌 사줬다는 소식마저 순수한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였다. 그 사실은 분명 입이 가벼운 남편에게서 그의 누이들에게 전달될 것이고 그녀들은 남편 앞에선 가증을 떨다 그가 돌아가면 학대를 시작하겠지. 혀를 내두를 만큼 치가 떨리는 시집살이와 구원을 기대할 수 없는 남편의 옹졸한 태도 앞에서 오로지 우리 엄마에게 잘하는 사람이니까 라는 이유로 버텨봤던 그녀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남편의 장점마저도 거부해야 할 불안이 되어버렸다.

 

사위가 옷을 사주더라는 노모의 말에 불쑥 화부터 내게 되는 자신이 싫었다. 그리고 이후의 더러운 전개를 상상해야 하는 복잡한 머릿속도. "시누들이 힘들게 해?" 순수하리만큼 어리둥절한 엄마의 한마디에 아마 오로라는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연거푸 술잔을 비웠으리라.

 

 

 

"형님. 가족이라면서요. 가족 됐다면서요. 가족한테 이러시는 거 아니죠." 시누이들은 경악했고 예상했던 전개대로 윽박질러댔다. 하지만 오로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찍을 테면 찍어라. 나 오수정이 이까짓 술도 마시지 못하느냐. 시누올케 아닌 여자 대 여자로 얘기해보자. 혀가 꼬이다 못해 부러졌지만 쏟아낸 분노만큼은 또렷했다. 그녀는 급기야 울음 섞인 비명을 내지른다. "전염병 환자라도 돼요. 내가?" "내보내 주던가. 아니면 가족답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동생 앞에선 양의 얼굴 하시구. 없으면 사람 개무시하구."

 

 

 

그녀는 분노했지만 결국 호소하고 있었다. 고립되다 못해 외톨이로 남아 그 누구에게도 구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서 비밀이라면 비밀일 시집살이의 굴레를 공유한 사람은 그녀와 시누이들뿐이었으니까. 적어도, 이런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어선 안 된다는 자각을 가진 오로라였다. 이토록 극단적인 쇼를 하면서까지 호소하고 호소하고 또 호소했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다. "대접받으려면 대접받게 행동해!" 돌아서는 그녀들의 뒤를 오로라의 비명과 비명 같은 멜로디가 잡아 붙들었다. "제가 못한 게 뭐가 있는데요?!" 그리고 Smokie의 What can I do.

 

 

 

 

오로라는 외쳤다. 어쩌라고. 어떡하라고. 어쩌란 말이야. 나더러 더이상 뭘 어떻게 하라고. 이 드라마에서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나눈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그녀의 황망함만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 다시 없을 고운 남자와 그보다 자신을 사랑해줄 수 없는 시월드를 팽개쳤던 그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시누이들의 호소 때문에. "근데 왜 결혼해달라고 사정했어요!" 오로라는 눈물 젖은 얼굴로 절규한다. 왜 나를 데려다 놓았느냐고.

 

 

 

 

은인과도 같은 사람에게 대못을 박아놓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오로라를 나는 오래도록 용서할 수 없었다. 분명 이런 그녀가 아리영이나 단사란처럼 시누이를 조련하고 나섰더라면 그건 그것대로 보기 불편했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똑똑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그녀가 이토록 망가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술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하고 분노를 쏟아내다가 급기야 널브러져 울음을 터뜨리는 오로라를 보며 내가 지금 분노하는 대상이 저 시누이들인지 임성한 작가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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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6

  • 에코 2013.11.12 11:31 신고

    나는, 우습지도 무섭지도.. 그냥 로라 때문에 속상했어요.
    관계라는건 서로의 책임을 묻는거라서, 시몽만 뭐라할 수 없는 것을 알지만도
    너무 처절해서, 그리고 모지리 남편한테 또 상처받는, 로라가 너무 아프더라구요.

  • 김상사 2013.11.12 15:31 신고

    오홋!!!
    저는 이런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놀랐고 공포감을 느끼네요!!
    그냥 기자들만 대충 보다가 이게 어떠네 저게 어떠네 하고 기사 쓰는 줄 알았는데....
    이걸 직접 보는 사람이 존재 한다니....
    어이가 없네요~~~

    • 2013.11.12 19:53 신고

      어이가 없을 정도까지야ㅋㅋㅋㅋㅋㅋㅋ
      보고 안보고는 취향인데 이런 댓글이 더 어이가 없어서 조금 웃었네요

  • 박대표 2013.11.12 18:33 신고

    내가 시청율의 제왕 이다.

  • 가을 2013.11.12 20:34 신고

    1. 개귀신하고 말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나오는 드라마보다는 덜 막장이지.
    2. 동생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가는 설정보다는 덜 막장이지.
    3. 틀면 재벌만 나오는 드라마보다는 덜 막장이다.

  • ^^ 2013.11.12 20:37 신고

    배틀로얄(X)
    배틀로라(o)

  • 막창좋아 2013.11.12 21:56 신고

    막장은 이미 오래전에 건너갔고 막창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저 시청율만이 모든 것을 덮어주는 배트맨 망또가 되어버린 방송은

    좀 더 고급한 사상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극을, 좀더 쎈 자극만을 추구할 뿐

  • 2013.11.12 23:15

    비밀댓글입니다

    • 정말인가요. 너무 안타까워서 이거 참 뭐라 할말이... 사실 제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도 배우들이 너무 아까워서예요. 오창석, 전소민, 서하준 배우 세명은 정말 마음에 들거든요. 연민도 생기고..ㅠㅠ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어떤 역할이라도 꿋꿋하게 연기해나갈수 있는 긍지라도 갖기를요..ㅠㅠ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계신거죠?ㅠㅠ

    • 2013.11.13 01:28

      비밀댓글입니다

  • 그레이스 2013.11.13 02:00 신고

    모르고 봤다가 이야기 막무가내... 자극적인 요소는 알아서 시청률은 붙잡고 있지만 저도 다시는 이 작가 드라마는 안볼랍니다.

  • 2013.11.13 03:11 신고

    원래 드라마 자체가 망상생산기계라...거기다 임성한이면...ㅡ ㅡ
    좀 보긴했는데 오로라도 관계에 서툴고 시누들한테 제대로 못하던데요. 시누도 결혼해서 행복을 찾으라는둥ㅋㅋ

    • 2013.11.13 03:12 신고

      국이 짜다는둥 진차 밉상으로 말하긴했음.넘 도도해. 그래도 지금은 불쌍

  • 이정민 2013.11.13 10:07 신고

    이런 이상한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니; 거지같은 대본 써놓고 수억씩 챙기는 임성한같은 여자가 잘먹고 잘사는 이유가 이런 호구들때문이구나. 돈벌기 참 쉽다..

  • 크롬 2013.11.13 10:27 신고

    이런 사이코 드라마 같은건 정말 봐주질 말아야 한다.
    쓰는 이도 만드는 이도 다 정신병자 같아요.
    귀신 나오고 빙의되고.. 이런 이상한거 애들이 볼까 무섭습니다..
    이 작가 드라마 진짜 안했음 좋겠어서..
    좀처럼 댓글 안다는데..
    하도 기가막혀 굳이 달고감..

  • ㅇㅇ 2013.11.13 13:38 신고

    저도 오로라 욕하면서도 본방사수하는 1인입니다, 칼퇴근하고 엄마랑 무조건 본방사수한지 3달째네요, 근데 보다보니까 여주남주를 넘 망가뜨려논거같아서 그게아쉽긴해요, 임작들마야 묘한 마력이 있어서 진짜 욕터지게 하면서도 보게되는게 참 이상하긴하지만요 헐
    담부턴 안봐야지한게, 또보고자빠졌다능 ㅠㅠ 근데 이번처럼 남주가 망가지는건 첨봐서, 설희땜에 보기시작하긴했지만.. 이젠 마마가 불쌍해져서 배우입장에서보니까

 

 

굳이 따지고 들자면 역대 임성한의 작품 중 이만큼 조신한 드라마도 없었다. 이 드라마는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처럼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그의 내연녀 뺨을 치고 깨진 병으로 협박하는 자극이나 드라마 하늘이시여처럼 '내 시어머니가 친어머니' 수준의 기상천외한 소재, 혹은 신기생뎐처럼 여주인공의 직업을 기생으로 내세우지도 않았다.

 

불륜도 없고 복수도 없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풍비박산 난 세라크루의 역경이나 시집살이의 서러움쯤이야 사실 일일드라마의 중간 보스급도 되지 않을 소재다. 그런데 말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임성한의 드라마라 할지라도 오로라 공주만큼 불편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남녀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이며 나름의 교양까지 갖춘 평범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임성한 작가가 내세우는 상식이나 보편적 애티튜드가 시청자에겐 도무지 생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라공주에서 강요하는 상식과 보통의 감성이 대중에겐 일반적 경험이 아니다. 정상이 아닌 것을 정상으로 그려놓고 있으니 섬뜩함이 더해진다. 미친 사람 한둘이 악역을 담당하여 날뛰는 막장드라마는 그저 분노하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임성한의 오로라공주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건전한 분노가 생성되지 않는다. 시누이들에게 둘러싸여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오로라를 보면 애처로운 심정이 들다가도 별안간 악에 받쳐 "형님 신장 검사받아보세요. 분명히 이상 있을 거예요!" 라고 외치는 그녀를 보면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여주인공의 대사가 아니라 귀신 들린 사람의 방언 같다.

 

시청자가 느끼는 분노 이상의 섬뜩함 그리고 기이함은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는 임성한 작가의 종교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침대에 누운 남동생을 누나 셋이 둘러싸고 기도를 외는 이 기이한 관습엔 심지어 반야심경과 주기도문을 섞어 만든 야릇한 규칙마저 곁들여졌다. 오로라가 의문을 표하자 셋째 시누이는 생긋 웃으며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세계를 끌어들인다.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못 봤어? 신은 결국 똑같은 거야."

 

 

 

연기 천재 기타지마 마야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유리가면은 소위 끝나지 않을 이야기로 통한다. 팬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완결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연재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에 태어난 캐릭터가 전혀 나이 먹지 않은 얼굴로 휴대전화를 쓴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의 더딘 연재 탓에 이런저런 추문 또한 쏟아져나온다. 그중 하나가 작가가 이상한 종교에 빠져 신의 계시를 받을 때만 만화를 그린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만화의 전개를 보면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이 만화의 후반 전개는 줄곧, 홍천녀라는 연극의 상영권을 두고 다투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유리가면이 서술하는 홍천녀의 스토리가 참 괴이하다. 신을 투영한 인간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남주인공은 부처의 혼을 담고 있단다. 심지어 여주인공 마야에게 홍천녀를 이해시킨다는 핑계로 홍천녀 세계관을 학습시키는데 만화의 대사가 아닌 종교인의 설교처럼 강박적이다. 물과 불과 바람과 대지를 거슬러 우주를 관장한다는 홍천녀. 입이 떡 벌어진다. 이쯤 되면 이건 뭐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오로라공주를 보는 것처럼.

 

 

 

전혀 다른 장르를 갖고 있고 대중의 기대치 또한 다르지만, 적어도 작가의 종교관이 소재를 넘어 작품을 지배하는 세계관으로 돌아간다는 사실만큼은 유사하다. 심지어 그 종교관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신과 신을 결합하고 자연을 의인화하여 그 속에 내가 깃들어있다는 정신. 임성한 작가는 여기서 한발 나아가 암세포마저 우리의 생명이라는, 기상천외한 사고관을 설파했다. 여태껏 오로라공주를 보면서 느낀 그 모든 기이함, 괴상함을 통틀어 넘버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엽기적인 대사였다.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혈액암 4기의 설설희를 약혼녀 박지영은 기다려주지 못했다. 이전에도 말한 바 있듯 이 둘은 애초에 러브라인이 성립될 수 없는 관계라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 또한 분명 아름답진 않았지만 모질다고 욕할 수도 없었다. "열심히 치료받아요. 힘들겠지만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차라리 대사만큼은 박지영의 것이 정상이다. 오히려 비정상은 설설희의 대사였다. 슬픈 눈으로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설설희는 여전히 젠틀했지만 암세포에게마저 매너를 지킬 줄은 몰랐다.

 

 

 

"치료 안 받아요. 인명은 제천이라잖아요. 죽을 운명이면 치료받아도 죽어요." 박지영의 응원과 달리 설설희는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회생 불가능한 상태라면 모를까 드라마에서도 50퍼센트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데. 혹여 수술의 결과가 두려워서일까. 하지만 설설희의 치료 거부 이유는 우리의 상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원인이 있겠죠. 이 세상 잘난 사람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듯이 같이 지내보려구요." 아. 임성한 작가의 기묘한 종교관은 모든 신을 결합시키고 모든 생명체에 사고가 잠식한다고 주장하더니 심지어 암세포마저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소중한 생명체라 설득하고 있었다. 설설희라는 캐릭터의 선량함을 관철시키려다 삐끗했던 것일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임성한 작가의 이상한 사고방식과 종교관으로 그토록 멋있던 설설희마저 괴이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어요. 내가 살 운명이면 어떻게든 살게 돼 있는 거예요. 나 살자고 내 잘못으로 생긴 암세포들 죽이는 짓 안 할래요." 이 대사대로라면 설설희가 먼저 치료해야 할 곳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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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신여사 2013.11.08 12:50 신고

    저도 어제 설설희 대사듣고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화까지 올라오더라구요
    님의 글에 백퍼 공감 합니다

  • 김경지 2013.11.08 13:11 신고

    설설희의 대사는 작가의 황당한머릿속이나 위에서 말하는 종교감 도 틀린말을 아니겠지만 제생각으로는 설설희의 이루어질수없는사랑에대한 자괴감이나 포기상태의 대사아닐까요 암세포도 생명이라는말이 황당하긴하지만 이도저도 안되고 사랑도않는여자와부모때문에결혼도 마땅찮은데 암이라니 자살하고싶어도 못하는심정으로 이럴바엔 잘됐다하는 포기성대사아닐까요?
    이런말도있잖아요 널만나니 세상이아름답고 살만해졌다.그런오로라를잃으니 살아갈 힘도 살이유도 모르겠는거죠 그런복선은 설설희가 노래방에서 노래선곡에서도 나옵니다

    • 암튼 2013.11.08 14:07 신고

      암환자들에게 욕처맞을 대사죠,,임성한 같은 작가는 공중파로 세상을 어지럽히며 떼돈을 버는,,,욕나옴,,,

    • 이카루스 2013.11.09 01:20 신고

      포기했다고 저런말을 하는경우는없죠 님말도 암세포도생명이예요 처럼 황당하군요

  • 신울보 2013.11.09 06:15 신고

    암세포도 생명이니 어쩌니 그렇게 말하는거면 그럼 암에 걸린 다른 사람들이 암치료 받는게 나쁜 행위라는거네요? 암걸린 사람들은 불쌍한 암세포를 위해서 그냥 죽으라는 대사잖아~ 웃긴다 암홧자들이 보면 살수 있는 희망을 저버리게 하는 대사임 작가나 설희 뭘 알고 대사쳐라

  • Chae 2013.11.11 14:23 신고

    설희마저 이미지망쳐주자 작정한것같네요~
    작가는 정말 뭥미?
    그분이 들락...널뛰고있나보딘

  • 대연동청치마 2013.11.13 06:35 신고

    저부분을 못봤었는데 그런대사를 설희에게 시켰다니 ㅠㅠ 우리의 설희가 괴이한캐릭터가 되었네요 그냥 오로라못잊어 죽는다고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게 해주지 저게뭐래요 ㅠㅠ ㅋㅋㅋㅋ

 

 

짓궂다 할지 몰라도, 최근 시누이와의 분가 문제로 가슴앓이하는 오로라를 보고 있노라면 자동반사적으로 그녀가 시누이였던 때를 떠올리곤 한다. 그녀가 지금처럼 을이 아닌 갑이었던 시절에. 새언니에게 분가를 접고 집으로 들어와 살 것을 아주 오만한 얼굴로 권고하던 그녀가 아니었는가. 바람난 오빠도 혈육이라고. 오빠의 바람을 막을 비책은 그것밖에 없다며.

 

하지만 아무리 과거를 반추하며 이것은 인과응보라고 그녀의 원죄를 캐물어 봐도 지금 오로라가 겪는 시집살이의 고통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너무 똑 부러져서 얄밉긴 했어도 적어도 그맘때의 그녀는 상식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빠뻘의 오빠를 꿇어 앉히듯 훈계하고 내연녀를 찾아가 머리채를 잡아주는 정도의 의리쯤은 갖고 있던 시월드였단 말이다.

 

 

 

적어도 그 무렵의 오로라는, 지금의 시누이들이 그녀에게 하듯 음흉하거나 비열하지는 않았다. 남편(동생) 앞에선 친절을 베풀다가 그가 자리를 비우면 가시눈을 치켜뜨는 이중인격의 황시몽-황자몽, 이른바 황자매는 급기야 오로라를 투명 인간 취급하며 따돌리기까지 한다. 도대체 어찌하여 그녀들은 이토록 지저분하게 망가지고 있는가.

 

오로라에게 오로라 나름의 변명이 있듯이 그녀들 또한 상식적인 사람이었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일류 주방장에 이름을 날리는 성악가. 남 부러울 것 없는 재산과 명예를 갖고 있던 그녀들이었다. 오로라의 첫째 시누이 황시몽(김보연 분)은 유산의 아픔이 볼모가 되어 시어머니에게 머리채가 뜯기던 조카를 위해 눈물의 한풀이를 쏟아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같은 아픔을 가진 오로라에게 참 폭력적인 대사를 내뱉는 악마로 돌변해 버렸다.

 

 

 

오랜만에 만난 핼쑥한 남동생의 얼굴에 눈물을 삼키며 "다시는 그러지 마.." 라고 말하던 그녀의 모습은 심지어 감성적이기까지 했다. 동생을 영영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 그토록 경멸하던 여자 앞에서 눈물 바람의 통사정을 하던 자매의 가슴은 온전히 남동생의 행복만을 바라고 있었다. 심지어 결혼을 준비하던 무렵과 신혼의 며칠까지는, 간도 쓸개도 내버렸다 싶을 만큼 오로라를 극진히 떠받들던 그녀들이 아니었는가. 그랬던 모습이 이제는 온전히 추악한 집착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단 결혼만 하면. 로란 현명하니까." 결혼 전 제 누이를 수습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그저 결혼만 하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목표를 가지고 돌아선 오로라를 공략했던 것처럼 결혼 이후에도 황마마는 여전한 황마마였다. 누나의 가슴이 질투와 소유욕 그리고 아내를 향한 분노에 타들어 가는 것을 모르고 눈치 없는 애정 행각으로 갈등의 골을 키우는 그의 현재 모습은 우유부단한 누나보이에 지나지 않지만, 초창기만 해도 근래에 보기 드물 근사한 멋을 가진 남자였다. 훤칠한 외모의 베스트셀러 작가. 누나들이 그토록 목을 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싶을 만큼의 커리어와 비전을 가진 그가 아니었는가. 그랬던 그가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망가지고 있을까.

 

 

 

흔히 제 아이 잘못을 돌아보지 못하는 부모들이 "친구 잘못 만나서 그래." 라는 위안 섞인 핑계를 내뱉곤 하는데 반드시 틀린 말이 아닌 상황도 있다. 바로 지금의 황마마와 오로라처럼. 적어도 정도를 알았던 똑똑이 오로라와 고고했던 황마마, 그리고 감성적인 시누이들은 서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러워지지도 망가지지도 않았을 사람들이라는 거다.

 

임성한의 드라마에서 결혼은 시궁창 속 여주인공에게는 구원이오. 남주인공의 모든 이타적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유복하지 않은 가정환경 탓에 상대적 빈부격차로 결혼 반대를 외치는 시부모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오래 버티진 못했다. 말하자면 그들은 여주인공의 현명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으니까. 한마디로 임성한 월드에서 시월드란 여주인공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주제였단 말이다.

 

 

 

기존의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시월드를 벗어나기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수단은 결국 맛있는 한 끼로 시부모의 마음을 녹이는 것이었다. 문제는 지금의 오로라에게 도무지 부엌을 내주지 않고 있는 임성한 작가다. 임성한 작가는 살림에 둔한 시부모로 일관했던 전작과 달리 무려 세프의 자긍심을 가진 시누이를 여주인공의 적수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니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으며 무너지는 와중에도 "형님. 언젠가는 신장병으로 고생하실 거예요!"를 앙칼지게 외치는 오로라는, 이 상황에도 밥 타령인가 싶어 경악스러울 지경이지만 부엌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그녀에겐 절박할 수밖에 없는 목표였으리라.

 

유일한 위안이라 생각했던 남편조차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자 그녀는 급기야 눈을 가리고 입을 가리며 무릎을 굽히고야 말았다. 심지어 부엌의 주도권까지 뺏긴 채로. 도무지 굽힐 줄 모르고 이제는 얕은 잔꾀까지 부리는 시누이에게 손발 들어버린 셈이다. 유산의 상처와 폭력과 분노 그리고 남편을 향한 배신감 속에서 그 똑똑하던 오로라조차 버티어 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나만 죽어 살면 된다고 주문처럼 읊조리는 오로라의 모습은 기존 임성한의 드라마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주인공의 모습이다. 여느 드라마였더라면 입바른 소리로 열댓 번은 더 시누이들을 구워삶았어야 정상인데. 그랬음에도 시누이들은 그녀를 감싸 안아주지 않았다. 여전한 증오를 품은 채로. 모든 히스테리를 그녀에게 내뿜으며. 남동생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극단적인 위화감을 남긴 채로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코 풀릴 수 없는 시월드의 루프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운명이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겐 정해진 인연이 있고 그 인연을 거스르는 자는 화를 당하게 된다. 생기를 잃은 여주인공. 폼을 상실한 남주인공. 악마로 변해가는 시누이들. 그리고 피폐해진 육체에 불운을 감지 중인 오로라의 또 다른 인연, 설설희. 다른 남자가 사랑이라 말하는 그녀를 그는 인연이라 믿었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말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던 설설희는 오로라가 아닌 그 누구도 그녀만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 예언했다.

 

 

너무나도 매정하게 설설희를 버린 오로라. 그리고 그녀를 붙잡지 못했던 설설희. 이후 시작된 망가진 관계들은 어쩌면 운명을 거스른 사람들을 향한 경고일지도 모를 일이다. 잘못된 만남. 타인은 물론이오 나 자신도 망가뜨릴 수 있는 것이 운명의 업보라니. 임성한 작가의 가치관이 조금은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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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8

  • 설희타로 2013.10.30 08:25 신고

    설희는 똑같은상황이 생겼어도 로라를 또 기꺼이 보내고도남을 사람입니다 언제나 로라가우선이기때문에.... 그희생이 사랑없는 지영의 선택의 벌이 너무 가혹하지않기를 빌 뿐입니다!

  • 설희가 위암에 걸리다니 넘 안타깝네요~ ㅜㅜ

  • 큰손공주 2013.10.30 11:53 신고

    설설희에겐...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ㅠㅠ
    아낌없이 사랑했건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큰 사랑인데....너무 잔인한 운명...

  • 니르바나 2013.10.30 18:31 신고

    보지도 않고 글도 관심없고..
    한마디는 하고싶소...
    남편 자살...그런 사람이 어떻게 방송에 나오고 그런작품을 품평한다는 거 부터가 황당.

    • 뭐래 2013.10.31 04:23 신고

      남편 자살하면 생업 중단하고 칩거해야 돼요? 돈도 벌지 말고 굶어죽으란 건가 절이라도 들어가야 되나?

    • 2013.11.10 11:14 신고

      밑에 뭐래 라는 사람은 그 여자 광팬?
      도무지 이해안되는 그여자의 행동이 사람들의 의심을 살만한데 의혹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글 쓴다는게 이해안됨 역시나 드라마도 졸작임

  • 은혜 2013.10.30 21:56 신고

    설희 저버리고가버린 오료라가 지금당하는건, 조금은 고소하다. 그리고시누이들의 이중성에 두손두발 다들겠네
    시몽 연기하난 진짜 잘해^^ 여러분, 드라마는 즐깁시다
    사생활은 보호해주시구요

  • 저는 2013.10.31 01:09 신고

    글 너무 잘쓰시네요
    30회 연장은 설설희를 위한 독무대 제공을 위한거라 생각됩니다.
    드라마적 장치의 연장선이랄까요..
    안그랬으면 120회에 황마마랑 잘되고 깨볶고 살았을거였었죠... 드라마 홍보 포스터처럼 서로 웃는 모습으로요~
    근데 설설희 등장으로 삼각러브라인에 힘이 받고, 시청자들에게도 설설희가 가장 인기있어지니.. 임작가가 바빠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운명론은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만날사람은 또 만나게 되어있기에,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나던 오로라와 설설희의 운명은 그렇게 다시 이어질거라 믿습니다.
    죽이지 않았음 해요 끙;;

  • 글쓰니 2013.10.31 06:52 신고

    진짜 글잘쓰시네요..맞아요 임성한작가님 역대작품보면 여주인공은 다맞는말로 이기고그랬을텐데.......,운명을어긴자들의끝은어떻게되는지 궁금해져요

  • 지나가다 2013.11.05 01:41 신고

    우연히 다른 글 읽으러 왔다가 제목이 눈에 띄어 이 리뷰를 읽었습니다.
    개막장 싸이코 임성한표 드라마를 이렇게라도 이해하고 분석해보려는 노력이 가상합니다.
    하지만 이번 오로라 공주는 기존의 임성한표 막장 드라마의 차원을 넘어서는, 개연성 전무의 드라마라는 게 제 생각이네요.
    캐릭터에 일관성이라곤 없어요. 리뷰에도 쓰셨듯이 드라마 초반의 극중 인물들 성격과 일관된 행동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하나라도 있나요? 설설희와 노다지만 평면적이지만 그나마 비호감은 아닌 캐릭터고, 나머지는 전부 제 정신 아닌 것 같은 캐릭터로 변질했어요.
    이 리뷰는 꿈보다 해몽, 그것도 억지춘향의 해몽 같네요...

  • 그냥 2013.11.07 12:44 신고

    미친드라마라서.. 분석할 필요도 없는 것 같네요;;

  • 게시자 2013.11.07 13:15 신고

    정말 표현을 잘 하시네요. 저도 님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글을 참 잘쓰세요.. 저도 이번 드라마 보면서 임성한 작가님이 많이 변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에 인어공주만 해도..당차고 똑똑한 여주를 보면서 속이 다 시원했는데...
    신기생뎐도 글코..

  • 눈썩어요 2013.11.11 16:00 신고

    보지마세요

  • ㅉㅈ 2013.11.11 19:58 신고

    정신병자가 폐지부탁 평일일일드라마보는 자라나는새싹들생각들좀

  • 이런 시선으로도 바라볼수 있네요^^ 잘보고 가요~ 자주 놀러올게요
    요즘 1994에 완전 빠져 있어요 ㅋㅋ

  • 영혼 2013.11.23 14:50 신고

    개쓰레기 3류 초막장드라마 막판엔 떡대가 사람이된다는 말이 맞을듯ㅋㅋ로라는 머 개걸레냐 여기저기. 붙어있는 모양세가 감동은 하나도없는드라마 남아있는연기자 분들이안됐어요ㅠㅠ

  • 이순이 2013.11.30 15:30 신고

    사람마다 개성의 차이가 있는것처럼 작가들도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방법도 틀리지요 로오라공주할 시간이 되면 식구들이 다 보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은 재미있고 후반적으로 들어와서 더 재미 있어지는겁니다 일단 착한설희와 로오라하고 잘되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아픈사람도 마음의 치유가 될것 같아요 여러분들 같으면 이렇게 재미난글은 못쓸것 아녀요 저는 드라마 내용이 너무 재미 있어서 좋아요 작가님 힘 내세요

    작가님 힘내서요 저는 재미있게보고 있어요

 

오로라공주는 분명 평범한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드라마계의 이단아라 불리는 임성한 작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기묘한 작품은 시청자에게는 물론이오. 임성한 그녀에게도 돌연변이나 다름없을 임성한 월드의 이단이다. 이 작품이 그간 꾸준히 지켜졌던 임성한 월드의 패턴을 몇 개나 망가뜨렸는가는 이미 수십 차례 설명했으니 일단 접어두고.

 

정말 이상하다 못해 기이한 것은 아직도 그와 그녀들을 단념하지 못하고 있는 임성한 작가다. 이쯤 해서 황마마(오창석 분)의 누이들은 변태적인 남동생 집착에서 벗어나 오로라의 멘토링을 받으며 새사람으로 거듭나야 마땅했다. 그리고 이쯤 해서 설설희(서하준 분)은 여주인공에 대한 미련을 완벽히 씻어버리고 새로운 짝을 만나 닭살을 떨어대는 것이 정상이었단 말이다. 나타사건 박지영이건.

 

 

 

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아리영(장서희 분)을 여신처럼 총애하며 컴퓨터 바탕화면마저 그녀의 얼굴로 도배하던 마마준(정보석 분)과 남주인공과 헤어진 충격으로 자살 시도까지 저질렀던 은예영(우희진 분)이 마치 이전의 로맨스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서로의 운명이 되었듯이. 그런데 말이다. 아직까지도 설설희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깨를 볶아야 할 신혼초의 황마마 댁조차 이따금 설설희를 떠올리며 아쉬워하고 있으니. 도대체 임성한 작가는 왜 두 사람을 단념하지 못하는 걸까?

 

최근 들어 오로라공주는 죽음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다. 전작에서부터 귀신과의 인연을 놓지 못하는 임혁(설국 역)은 이번에는 예지몽을 꿨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기업의 총수가 꿈의 메시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에 코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심각한 반응 덕분에 시청자는 조만간 드라마에서 초상 치를 인물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신의 선택을 받은 것은 흉몽에 가슴 졸이던 설희의 부모가 아니었다.

 

 

 

 

 

"일단 처방 약 먹고 큰 병원 가서 진료받아봐요. 정밀 검사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생뚱맞게 찾아든 피로감이 몸의 이상 신호였다. 걱정할 거 없다는 부모님의 건강 상태야 기쁜 소식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임성한 월드에서 흉몽이란 해프닝으로 끝날 징조가 아니었다. 그의 죽음에 관한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가 공공연한 정보가 되어버린 지금 그리 놀랄만한 전개도 아니었지만, 하필 같은 일자에 여주인공이 변고를 당한다는 설정은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오로라는 피를 보여 병원을 찾았고 아이를 잃게 되었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것이 24일 자 오로라공주의 도입부다. 그리고 이날의 엔딩은 역시 몸살로 병원을 찾은 설설희가 큰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라는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말에 기겁하는 눈동자로 종결되었다. 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도 아닌 이미 헤어진 예전의 연인이 마치 인연처럼 같은 방향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었던 셈이다.

 

 

 

"너무 가슴 아파 하지 마. 이번 경험 삼아서 다음번엔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건강한 아기 낳자. 내가 24시간 케어할 테니까." 살갑게 오로라의 손을 잡아주며 따사로운 말로 위로를 건네던 시몽이의 목소리에 반전이 없었다면 더이상 묶이지 않아도 되었을 인연이다. 유산이라는 극단적 에피소드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변수가 된다면. 그것으로 시월드는 종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는 아직까지도 가정의 불화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등신 같은 게. 애 하나 못 품고 흘려." 순간 소름이 끼쳤다.

 

 

 

오버 조금 보태서 근 몇 달 사이에 봤던 티비 드라마 중 가장 소름이 돋는 대사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 쉽게 남동생을 놓아줄 그녀들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마치 홈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천사로 가장한 대사를 줄줄 읊던 시누이가 뒤돌아서서 악마로 돌변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배우의 걸출한 연기력과 더불어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저 여자는 정상이 아니구나 싶어서.

 

 

 

음흉스런 첫째보다는 차라리 대놓고 미워서 오히려 덜 미운 셋째와 오로라의 유산을 씹어대다가 이윽고 남동생의 찬양으로 도달하는 데엔 또 한 번의 소름이 솟아오른다. 이건 무슨. 어린 남동생을 연인이나 소유물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나이 먹은 미혼의 누나 둘이서 결혼한 남동생의 처를 이토록 시기하며 저주를 퍼붓는 광경을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나. 오로라와 같은 아픔을 겪은 조카가 수모를 당하자 쫓아가 싸워줬던 그 사람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여전히 오로라 외의 운명을 찾지 못한 설설희. 그리고 아직도 황마마를 온전히 갖지 못한 오로라. 마치 비극의 신호탄처럼 같은 날 두 사람이 나누어진 고통이 기이하면서도 문득 어디서 봤던 장면 같은 기시감이 스친다. 지금 설희의 부친을 연기하는 임혁은 전작 신기생뎐에서 말년에 신들림을 겪는다.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는 몇 명씩이나 되는 등장인물이 괴이한 이유로 돌연사했다. 엉망진창인 혼돈의 전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일정한 패턴은 사고를 당한 이들이 하나같이 여주인공의 인연을 방해한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개그 프로에서조차 유머로 회자하는 '웃찾사 보다 죽은 인물' 역시 여주인공 자경이가 친모를 시어머니로 가졌다는 끔찍한 비극을 퍼뜨리려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경이의 비밀을 퍼뜨리려던 가정부를 한번은 풍을 맞게 해 입이 돌아가게 하더니 병이 나은 그녀를 기어이 죽여버리는 집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만큼 임성한 작가의 인연을 향한 집착과 운명에 대한 소원은 지대한 것이라서 어쩌면 이제껏 삐거덕대는 시집살이와 설설희의 방황은 모두가 서로의 인연을 찾지 못한 데서 오는 징벌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어찌 보면 오로라의 시집살이는 스스로 인연을 내팽개쳐두고 돌아선 인과응보나 마찬가지일지도.

 

 

 

분명 비상식적인 추측이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전개일 테니까. 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다 큰 남동생을 눕힌 침대를 세 누이가 둘러싸고 밤새도록 기도 -그것도 주기도문과 반야심경을 합친-를 외는 것이 정상인 임성한 월드다. 물론 오히려 임성한 작가가 생각한 여주인공의 진짜 인연이 황마마라면, 역으로 서로를 잊지 못한 두 사람에게 전하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과연 임성한 작가가 선택한 오로라의 진짜 인연은 황마마일까. 아니면 설설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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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0

  • 가을설희 2013.10.25 15:01 신고

    설희팬으로서 전 당연히 설희와의 숙명으로 가기위한 고통인것 같습니다

    • 만약 설희가 로라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이쯤해서 정리되고 다른 인연을 찾는 것이 기존의 패턴이었거든요. 심지어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사랑의 결실을 없애버리다니.. 이 부분도 찜찜하고..이전 리뷰에서 설설희라는 캐릭터가 임성한 작가의 조연 신화를 이룰 것이라는 추측을 했었는데.. 설마 그렇게 되려나요.

  • 큰손공주 2013.10.26 14:46 신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조금 찜찜한건....설희와 오로라를 다시 이어주기에는...여주인공인 오로라를 너무 망가뜨려놨다는 것입니다..더구나 오로라의 납득이 안되는 이별방식과 황마마와 오로라의 닭살 행각으로 시청자의 마음에서 공감대를 무너뜨려놨고...국민밉상으로 등극을 했기때문에..대부분 시청자들은 오로라의 행복을 바라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그져...설설희가 가련하고..안타까울 뿐 이죠..착하고 신념있는 사람이 왜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배신하고 돌아선 여주인공을 받아들여줘야 하는지~~
    암튼...찜찜 합니다...

  • 하나 2013.10.27 17:05 신고

    참 현실적인 작가에요.
    제 주변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긴하거든요.
    유산도, 현실을 힘들어하고 그때마다 주변의 다른 남자
    생각하며 기웃거리는 ..
    현실이 사람들이 말하는 막장 아닌 이야기면 좋지만
    어디 그런가요.
    저 막장이 어디로 흘러갈지 본방은 이미 사수안한지
    오래 된터라 리뷰통해 지켜보고 있어요.

  • 백상호 2013.10.28 19:40 신고

    시누이진짜ㅈㄱ다이혼하게대본써서오부탁합니다그리고설대표라결혼하게하면좋아요작가도바보멍충이ㅅㄲ

  • 광편 2013.10.28 19:43 신고

    시누이죽어서면좋에다 병걸리가아니면 이혼하고설대푶랑결혼하지ㅆㅂ시누이죽이고십다

  • 2013.10.30 17:49 신고

    임성한이 싸이코지 무슨 현실,,,내용은 막장이고 꿈타령 음식 타령 대본 작가 개인 하소연 여기 저기 훈계 등으로 하루 하루 때우고 작가료 엄청 챙기는 임성한,,,임성한 일일 들마인데 고료도 높고 연장도 되서 발로 쓰고 돈 엄청범

  • 2013.10.30 17:50 신고

    결정적으로 내용이 막장인데 시청률이 별루임,,

  • 유령 2013.11.02 11:29 신고

    저는 너무 ㄱㅈ같아서 드라마를 끊었습니다ㅋ
    기사들이보이는데 아마더 그ㅈ같아져 가나봅니다.
    안보는수밖엔 없는듯합니다.
    보는사람정신도 이상해지게 할것같은...유해물판정을 받아야합니다

  • 오로라가 황마와이혼을해야한다
    그리고 설설희와같이지나면서 설설희병간호하면 시골에내려가있다가 이드라마가 끝이나야 정상회복이 될것이다

 

이 드라마 보면 볼수록 어쩜 이렇게 불쾌한 캐릭터들만 모아놨을까 싶다. 어린 이사가 뿌려대는 돈을 호스트처럼 덥석 물고선 그놈의 돈의 맛을 버리지 못해 아내에게 이혼을 선언하는 철부지 남편.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딸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고 선 엄마. 집안은 풍비박산인데 그 틈바구니에 유모차 타령을 해대다 급기야 손녀의 명품 유모차를 끌고 나가는 할머니. 문제는 악역은 악역대로 불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하는 입장이 마냥 안타깝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거 하나만큼은 깨끗하다고 믿었는데 급기야 바람까지 나버린 남편에게 오히려 사과하며 매달리는 이태란(왕호박 역)을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천불이 솟아오르는 것만 같다. 너무 착해빠져서. 급기야 못난 남편 못된 엄마보다 더 밉기까지 하니. 도대체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얻는 유일한 위안은 장용(왕봉 역) 아저씨의 사람 좋은 웃음뿐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 또한 온 식구를 성격파탄자로 방치한 책임이 없다 아니할 순 없으니.. 아내를 나무라는 그의 모습을 볼 때면 이따금 장화홍련 아버지 같아 환멸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의 불쾌감 유발자들 가운데서 유독 더한 불쾌감을 선사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야말로 악역 중의 악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게 바로 왕가네 식구들의 장녀 왕수박(오현경 분)이다.

 

 

 

불쾌하디 불쾌한 인물 중에서 두드러지게 기분 나쁜 인물을 꼽으라면 이앙금(김해숙 분)과 왕수박을 권할 것이다. 차라리 92년도의 드라마 아들과 딸의 후남이 어머니처럼 남아선호사상으로 딸을 차별하는 설정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똑같은 연년생 자매 둘을 놓고선 하나는 꽃처럼 키우고 하나는 잡초처럼 밟아대는 이 어머니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왕호박의 입을 빌려 떠올린 그녀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엄마의 차별과 폭력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식 전날에도 엄마에게 머리채를 잡혀야만 했던 폭력의 나날들. 지금의 그녀가 이토록 구차하게 미련한 것도 바로 그 어린 시절의 폭력으로 길러진 낮은 자존감 때문일 것이다.

 

작가도 너무한 설정이다 싶었는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첨부한다. 그야말로 변명의 구실이다. 남아선호사상은 그녀의 시어머니가 갖고 있었고 연이어 딸을 낳았다는 죄목 때문에 본격적인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고. 그렇게 남은 앙금 같은 한이 고스란히 둘째 딸 호박이에게 되갚아졌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그녀의 남편은 아내가 자식을 증오할 만큼의 분노에 휩싸여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결국 증오의 증거인 호박이란 이름을 그대로 방치해버린 것이 바로 남편 왕봉 아닌가.)

 

 

 

분명 석연치 않은 구실이지만 그나마 변명의 찌꺼기 같은 것이라도 있는 엄마에 비하면 도대체 이 여자는 무언가 싶다. 오현경이 연기 중인 왕수박. 있는 그대로 불쾌한 캐릭터인 그녀를 작가는 여태껏 그 어떤 사연이나 변명의 구실조차 부여해주지 않았다. 아니 이제 와서 그런 사연이 생긴다 해도 도무지 그녀를 이해해 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야말로 어마 무지한 트라우마를 만들어주지 않는 한 이 캐릭터는 이미 이해의 한도를 넘어서고 있다.

 

"엄마가 왜 널 미워했는지 알기나 하니? 너 때문에 할머니한테 온갖 시집살이 다 당했다더라. 딸딸이 낳았다고. 너 낳고부터 대놓고 미워하셨대." 눈앞에서 딸의 트라우마를 들은 엄마의 원성은 그렇다 쳐도 그 말을 고스란히 자매에게 되갚아주는 그야말로 모질고 심통 맞은 그녀. 그래도 아주 가끔은 너무 솔직하고 세속적인 성격이 귀여워 헛웃음이 나오는 그녀의 엄마와 달리 도무지 이 캐릭터는 여태껏 단 한 번도 호감이 갔던 적이 없다. 끝 간 데 없는 허영심과 남의 고통은 도통 헤아릴 줄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 게다가 틈만 나면 "나 미스코리아 나온 여자야!"를 외치는 공주병 말기 암 증상까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허세달(오만석 분)의 대통령 될 팔자와 그녀의 미스코리아 타령이다.

 

 

 

본인의 집도 아닌데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는 여동생을 빤히 쳐다보며 방석 위에서 무릎을 까닥대다가 얼굴을 찡그리는 그녀를 보면 가상의 인물이 이렇게도 리얼하게 밉살맞을 수 있구나 싶다. 더군다나 같은 불쾌감 유발자라도, 허세달과 왕호박은 적어도 일을 하기는 하는 사람들이다. 이리저리 사고는 쳐도 마누라에게 꼬박꼬박 3천 원씩 받으며 일하는 허세달과 매일 밉살맞은 소리를 하기는 해도 하품하며 새벽에 쌀을 씻는 왕호박을 보면 적어도 맡은 일은 하고 있구나 싶다. 그런데 그녀는 도대체 무언가. 이 중에서 가장 불쾌한데 심지어 자기 몫의 노동도 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놀고먹고 있다. 일하지 않은 자 굶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돈을 벌기는커녕 집안일은 물론 자식 건사도 제대로 못 하는 그녀가 도대체 무슨 염치로 이렇게 뻔뻔한 것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도 한동안은 남편의 돈으로 평생 누려볼 사치는 다 누리며 풍족하게 살아왔던 그녀가 일순간 무너진 남편의 처지를 요만큼도 동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어쩜 저렇게 모질고 우악스러울까 싶어서. 한때는 떵떵거리던 사장님이었던 그이가 익숙하지 못한 육체노동에 배앓이를 하다 라면을 끓여 먹는 처지가 됐음에도 가여워하기는커녕 경멸한다. 아들의 처지 때문에 덧붙여 죄인이 되어버린 그의 아버지가 하인 취급을 당하는 아들을 발견했을 때 차마 다가가지 못해서 내려놓은 밤 보따리를 엄마와 함께 씹어대는 아내.

 

 

 

서러움에 복받쳐 취하지 않은 취기로 한탄을 늘어놓은 다음 날에 온 가족이 모여 그를 환영하고 군소리 없이 남편의 시골을 따라나선 수박이를 보며 드디어 그녀에게 인간성을 부여해주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한 회가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새를 못 참고 밉살스러워진다. 그렇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 싱크대에 가득 쌓인 설거지거리를 홀로 치울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뒷정리를 하고 오겠다는 남편을 기어이 끌고 나가더니 그 마음을 몰라주고 어린애 취급을 한다.

 

 

 

"톡 까놓고 하나도 안 고마워. 그까짓 거 사 먹으면 되는 걸 뭐하러 싸줘? 아버님 생색내려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먹을 거 하나도 없더라. 맨 벌레 먹은 거나 보내고 시들시들 버리게 생긴 것만 보내고 마트 가면 멀쩡한 거 쌔고 쌨는데 누가 먹는다고 그런 걸 보내시는지. 반갑지도 않아. 괜히 쓰레기 버리느라 우리 엄마만 고생하지." 급기야 시아버지가 애써 장만해준 먹을거리를 거의 쓰레기 취급을 하며 던지는 가시 돋친 한 마디 한 마디들.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고 쏘아대는 심통 맞은 목소리에 울컥 부아가 치밀었다. 그 와중에도 이혼 같은 단어는 입에 올리지조차 못하고 "그럼 당신은 먹지 마." 정도로 마감하는 이 남자의 바보 같은 성격조차 화가 났을 지경이다.

 

분명 이 드라마의 장르는 홈드라마다. 막장드라마니 뭐니 해도. 더군다나 아무리 밉살스러워도 오현경은 가족극의 장녀다. 그저 잠깐 등장헀다 유학으로 마감하는 내연녀 같은 역할도 아닌데 도대체 이 캐릭터를 어떻게 수습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그 어떤 사연을 부여하고 착한 척을 해봐도 도무지 호감이 생기지 않을 인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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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아...이드라마 보면서 같은 감정 느끼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진짜 우연히...약 2주 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보면 볼수록 기분도 나빠지고 가관이다 싶은게...
    하나같이 못되먹었거나
    너무 착해 빠져서 속터지는 인물들...

    너무 악한 사람들 옆에 있다보면 무기력해지는 것인지...

  • 볼때마다 짜증나긴 하지만...정말 끝에 가서 어떻게 수습할지 기대되네요..ㅋ

    "나 미스코리아 나갔던 여자야~" 은근 중독이에요 ㅋㅋㅋ

  • 2013.10.21 20:20

    비밀댓글입니다

  • 작가가 정말 보는사람 화나게 잘 쓸 줄 아는 것 같아요. 저는 나중에 수박이, 허세달, 이앙금 여사 등이 나중에 어떻게 후회하고 뉘우칠지 끝까지 보려고 참고 보고 있어요ㅎㅎ

  • 오홍 2013.10.25 11:03 신고

    그런데 주변에
    수박이와 호박이가 존재한다는 게 참......

  • 수정 2013.11.02 13:35 신고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공감합니다. 엄마나 수박이도 그렇지만 그걸 모든식구들이 왜 묵인하는건지 이해가안가요.

  • 응삼 2013.11.27 15:11 신고

    이렇게 까면서도 보니까 드라마를 자극적으로 만들수밖에 없는듯....
    응답하라 같은 드라마나 보세요 이런건 안 봐야 시청률 안 나와서 안 만드는데...

 

"너 질리는 게! 한마디 하면 네 마디하고 다섯 마디 하는 거야. 너만 유식하고 너만 잘났어! 이게 어디서 위아래도 없이." 하여간 그놈의 공진단이 문제다. 그리 사근사근하지 못한 성격 탓에 처녀 시절부터 들볶였던 윤해기 피디와의 흑역사는 황마마 부인을 선택하며 절연해버린 연예계 생활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고만 생각했었다. 아니, 오히려 황마마 시스터즈의 끝판 대장인 첫째 누나를 최근 사근사근하게 길들인 것은 윤해기 피디와의 핑크빛 무드 덕을 좀 봤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녀에겐 애증이며 짓밟힌 자존심일 오로라에게 간사하리만큼 살갑게 굴었던 황시몽(김보연 분)의 며칠은 절반은 황마마와 또 절반은 윤해기와의 로맨스가 뒤섞여 나온 결과물이었다.

 

황마마의 세 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재밌는 것이, 처참하리만큼 남동생을 향한 극성 오지랖을 피워대는 첫째 누이와 만만찮은 주접을 떨어대는 막내 누이 사이에서 오로지 둘째 누이 황미몽(박해미 분)만이 이성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남동생이 애틋한 맘이야 매한가지겠지만, 그녀는 딱히 집착하지도 연연하지도 않는다. 하늘이 무너진 듯 난리를 피워대는 두 자매 사이에서 대사 한 톨 없이 입을 다물고 평정을 지키는 그녀를 보면 올가미 시스터즈에 그녀의 이름을 얽혀 넣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남동생을 향한 집착에 극에 달한 누이들이 추태 같은 이벤트를 만들어 소동을 부릴 때도 한 자리 차지하고는 있지만, 딱히 그 사안에 관심은 두지 않는 분위기랄까.

 

 

 

황미몽의 초연함은 임성한의 디테일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녀가 남동생에게 그리 집착하지 않는 것은 특유의 이성적인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보다 정확한 이유는 두 사람이 갖지 못한 부분을 이미 그녀가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아이. 그리고 모성애. 분명 황미몽 또한 집착하고 있으나 대상이 다를 뿐이다. 이미 지켜야 할 상대를 가진 그녀는 더 이상의 소유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은 누이들에게 유일한 삶의 의욕은 오로지 남동생을 향한 집작 뿐이었다.

 

오로라의 출발이 예상보다 수월했던 것은 마침 그녀의 첫째 시누이가 윤해기와의 연애를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집착의 범위가 넓어진 그녀는 황마마가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함으로써 일종의 삶의 여유를 찾았다. 그 혜택을 누렸던 오로라는 최근 들어 싸이코틱해진 큰 누나의 히스테리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끼어들어 다른 여자에게 내 남자를 빼앗긴 황미몽은 또다시 남동생을 향한 집착에 불을 붙였다. 가속도가 붙은 만큼 그 강도는 더욱 세졌다.

 

 

 

임성한 월드에서 유일하게 남편 밥상 못 차리는 여자가 되어버린 오로라. 전작의 시월드는 하나같이 살림살이가 젬병이었으나 하필 오로라가 만난 복병은 일류 세프 직함의 시누이였다. 밥심이 국력인 임성한 월드에서 밥상 못 차리는 여자라니. 서너 시간 삶은 김치찌개에 곤드레밥과 리코타 치즈 타령을 하지 못하게 된 유일한 여주인공, 오로라는 그래서 초조하다. "사랑하는 남편. 맛있고 건강한 음식 먹이고 싶어요." 본격적으로 밥상 주도권을 뺏어보려던 계획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그녀는 남편 허리를 찔러 급기야 분가 욕심을 꿈꿨다.

 

 

 

"우리 나가야 형님 제대로 해방이에요." 입속의 혀처럼 구는 시누이가 최근 만만했었음을 부정하지는 못했으리라. 예의 설교 모드로 들어선 오로라는 말끔한 얼굴로 따박따박한 주장을 늘어놓는다. 서양의 예를 들어 여태껏 누이에게 얹혀사는 우리가 등골 브레이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며. 분명 오로라의 말에는 하나 틀린 점이 없었다. 문제는 그녀의 시누이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도 '부모'도 아니라는 점에 있었다.

 

 

 

근본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며 펄펄 날뛰던 누이들의 말마따나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당하고도 여태껏 고압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 오로라. 하지만 변하지 못한 것은 오로라 하나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시누이들은 여전히 남의 집 찾아와 행패를 부리던 극강의 오지라퍼였으며 그녀의 남편은 여전히 누이의 본질을 모르는 누나 보이에 불과했다. 미련한 황마마는 영악한 아내와 집착의 누이를 중간 조율할 수 있을 만큼의 영리한 남자가 못되었다. 앞에선 남동생을 안심시켜놓고선 뒤돌아 악마 근성을 드러낸 누이들은 매섭게 오로라를 잡도리했다.

 

 

 

"결자해지. 마마한테 안 나간다고 해. 앞으로 우리 말에 토 달지 마! 단 한마디도. 한 번만 더 마마 입에서 나가겠단 소리 나오면? 나 우리 안 봐. 너 혼자 나가! 이 집에서."  아마도 시몽이는 그녀와 첫대면하던 날 그 고압적인 말투로 자신을 가르치던 오로라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었으리라. 그래서 더욱 미친 사람처럼 날뛰어댔다. 분명 이성이나 논리, 협의 따윈 없는 제멋대로의 어거지일 뿐이었다. 하지만 논리로 맞서려던 오로라의 달변조차 기를 펴지 못했다. 이것은 논리나 상식 따윈 통하지 않는 시월드였기 때문이다.

 

 

눈물 콧물 쏙 빼며 처연하게 우는 오로라를 보면서도 순간 쌤통이라는 생각이 스쳤던 것을 부정하진 못하겠다. 이미 그녀는 몇 개씩이나 되는 원죄를 갖고 있지 않는가. 아주 오래전 그녀도 시누이였던 시절에 새언니들을 불러 일장 연설을 퍼붓던 치기 어린 지난날과 그녀의 지저분하고 잔혹했던 이별이 이 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 공평한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었기에. 하지만 그것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오로라의 잘못으로 그녀의 시누이들에게 면죄부를 씌워주기엔 이건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 모성애도 아니고 형제애도 아닌. 소유와 집착으로 뒤덮인 뒤틀린 애정일 뿐이다.

 

 

"나한테서 마말 뺏어갈려구?" 무려 16년 전에 지금의 시월드 신드롬을 예감한 영화 올가미에서 왜 결혼을 허락했냐고 울부짖는 아들 박용우를 끈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속삭이던 어머니의 망령이 떠오른다. "내가 언제 네가 사 달라던 장난감 안 사준 적 있었니?" 사랑을 넘어 추태로 변해가는 황미몽의 집착 또한 누군가 브레이크를 걸어야만 한다. 그녀가 식칼을 들고 오로라를 노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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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1

  • 읽은이 2013.10.18 07:58 신고

    전에도 느꼈지만 님의 리뷰는 약간 편협한거 같습니다.뭐, 드라마에 일말의 애정이 있으니 리뷰를 쓰는 거겠지만.예를 들면 때론 숲을 볼 때도 있고 나무를 볼 때도 있어야 하는데,,,
    일단 주인공에 대한 편견을 시작으로 해서 쓴 글이란 점, 그 출발선이 어긋난 느낌은 저만 느끼는걸까요? 물론 그래서 이를 지지하는 무리들에겐 호응을 불러일으킬지는 모르겠으나 읽고나서 아! 그렇구나 라고 다음에 또 읽어봐야지 하는 감흥은 없군요~어쨌든 잘 읽었습니다.

  • 2013.10.18 14:10 신고

    오로라가 우는데 하나도 불쌍하지가 않았어요. 엄마뻘 되는 시누이들 한테 뭘 그렇게 따박따박 가르치려 하는지...다른 사람들은 다 바보인가...시누이들이 유별난 건 맞지만 오로라도 참 유별나요. 불쌍하지도 않고 여배우가 매력도 없어요. 장담하는데 남주,여주 이번 드라마 끝나면 조용히 사라질 겁니다. 아현동마님 주인공들처럼...

  • 글쎄요 2013.10.18 15:06 신고

    그런데 님께서는 시누이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예 배제하고 생각하시네요. 한국 사람의 가정환경상 시누이들의 생각이 아주 비정상적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구요.
    물론, 결혼하는 과정에서 떨었던 패악은 분명 몽씨스터즈가 잘못한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 하는 로라의 행동이 제대로 됐다고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로라가 이성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정말 NG입니다. 밑도끝도없이 갑자기 툭튀어나온 분가 이야기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걸 가래로 막은 대표적인 말이죠. 이거만 봐도 로라가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쉴드를 칠수 없죠.
    그렇다고 시몽이 씨스터즈가 완벽히 옳다고 보지는 않지만, 로라가 잘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자신의 이기와 아집으로 더 크게 만드는 것 자체로 본인의 어려움을 스스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 주울 2013.10.18 15:54 신고

    몽시스터즈가 원래 집착하면 끝내주긴 했죠. 사임당에게 달려가서 패악질할때 알아봤다죠. 근데 저도 이번 시월드는 로라가 자초한 부분이 상당해서 시몽이에게 감정이입했어요.

    시몽이가 해기랑 끝나서 더 심기불편한건 맞는데, 로라가 몇십년 요리전문가 시몽에게 뒤동냥으로 얻어들은 어설픈 지식으로 시몽이가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한 아침식사를 하찮게 깔아뭉갰고, 잘못되었다 선생질을 하죠. 열량칼로리 따지던 로라 역시 아침식단으로 그닥인 김밥과 고기잔뜩 넣은 카레를 먹더군요.

    로라는 늘 언행불이치에요. 결혼전 올케들한테도 같이 붙어살아야 정이 뭍는다고 시누이짓 하더니, 이번엔 가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같이 살 필요는 없다고 하죠. 전에 축의금껀때도 설국네 부부에게 넙죽 받아 핸드백에 챙기더니 나중에 자몽이랑 대화할땐 축의금 그런건 부담되는거라고 ㅋㅋ
    늘 자기에겐 관대하고 남에 대한 평가는 야박한게 오로라, 이번 임작의 여주입니다.

    시몽이 말 지금까지는 마마에 대한 집착적인 독백빼고는 틀린말 없어요 ㅋㅋ 마마에 대한 집착말고 오로라에게 퍼붇던 대사들 말입니다. 로라가 한마디 들으면 넷,다섯마디 하는것도 맞고(별로 공감되지도 않던) 베겟머리 송사로 분가 꾀하는것도 맞아요. 가장 치명적인건 시몽이의 자존심인 요리와 식단이 잘못된거다라고 건들였다는 겁니다. 사람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건데, 로라는 그걸 몰라요. 늘 자기가 맞다는걸 관철하려고 하죠. 로라가 남편에게 건강식을 해먹이겠다면, 평생을 마마에게 먹였던 시몽이 식단이 잘못되엇다고 한방에 무너뜨릴게 아니라 어느정도 적응하면서 조심스럽게 의견제시를 했어야 했어요. 근데 밥뚜껑 딱 덮거나 국 치우고 마마까지 같이 꼬득여서 누나의 음식을 거부하게 하는건 여느 시누입장에선 대부분 발끈할겁니다. 헛똑똑이 로라입니다. 쉽게 갈수도 있던 시월드가 무척 힘든 가시밭길이 된거죠 ㅎ


  • elel 2013.10.18 16:17 신고

    개연성이 너무없는드라마입니다..동생불자된다고해서 사정사정해서 결혼해달랄땐 언제고 이제와서 괄시를..말이안된다고생각함

  • 공감 2013.10.18 16:32 신고

    말씀데로 임작가의 디테일이 여지없이 발휘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케릭터 하나하나가 논리와 지식을 가장하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분명 행동은 그에 따라주지 않는. 케릭터 하나하나가 정말 일반사람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소름끼치게 놀라는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남을 배려하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설희가 결국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를 차지하지 못한것도 케릭터상 너무 이해가 되고요. '나쁜짓해도 밀어내지마라' 했던 오로라의 대사가 해어짐에 대한 복선일꺼라 생각못했거든요.

  • 이건 아니라고 봐요 2013.10.18 16:34 신고

    제가 볼 땐 오로라가 지극히 비정상입니다.
    설희 버리고 갈 때 알아봤지만 철저히 저 밖에 모르는 공주병 환자네요.
    따박따박 손윗시누이한테 가르치려는 태도는
    아무리 며느리 입장에서 봐도 이해가 안 되는데요?
    시집 오자마나 곶간열쇠 내 놓으라는 거랑 똑같은거라 라고 하던
    황자몽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 비상식의 극치 2013.10.18 17:52 신고

    드라마 내용이 안드로메다로 갔나봐요~

  • 저는 2013.10.18 23:48 신고

    글쓰신분 말대로 오로라 입장이 이해가 되요
    시월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시어머니 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부모를 제외한 다른 형제 자매 남매는 거의 남이라 봐도 되지요
    부모와의 본드와 비교해 봤을때요
    오로라입장에서는 당연히 혼란스러울겁니다.
    자신의 첫째 시누에게 집에 들어오라 이야기 한것은 그때 커다란 집에 노부모가 있었기 때문이죠. 노부모가 없었다면 시누가 그 집에 들어올 일이 없으니깐요
    개인적으로 오로라가 하는 말과 행동이 정도라 생각합니다.
    사실 황마마에게 마음이 더 갔기 때문에 황마마와 결혼했던 것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설설희와 첫번에 결혼했다면, 아마 마마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추억으로 설희와의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는 스포일러가 돌고 있지요)
    이번 고난은 일종의 깨달음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황시몽의 말도 틀리지 않아요. 다만, 블로그 주인장님 말대로, 이건 집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본인이 시어머니인 것으로 착각하는거죠.
    착각의 늪에 빠진 황시몽, 그리고 옆에서 거드는 황자몽이 마마와의 결혼생활을 파탄낼거라 생각합니다.
    유난히도 이 드라마에서는 이혼이야기 너무 많이 나왔었죠..
    이혼 요즘 다들 하잖아~ 개나소나 한대~
    모든게 다 복선이라 생각합니다.
    임작가가 30회 연장한 이유는, 아마 마마와의 결혼생활을 잘 이끄는 것으로 종지부 찍으려 원래 계획 했겠지만, 설희가 인기가 많아지니(제작자는 시청자 위해 드라마 만들어야 하잖아요? 이거 드라마 대사..ㅋㅋㅋㅋ) 설희를 위해 두번결혼 시키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누가 죽는지는 뭔가 불보듯 뻔하긴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죽이진 않았으면 하네요.

    아무튼 이번주 2회만 해서.. 넘 슬픕니다 ㅠㅠ

  • 2013.10.28 19:51

    비밀댓글입니다

  • 오로라공주 2013.10.29 12:02 신고

    둘째도 잘한건없는데 알고도 그러는데 방관자죠 뭐...

 

기혼 남녀의 불륜을 권장하다. 이게 무슨 신구 할아버지 진노할 소리냐 하시겠지만, 잠시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여기 이 드라마의 올해 들어 가장 불쌍한 두 남녀의 인생을 들여다보자. 왕호박(이태란 분) 그리고 고민중(조성하 분). 너무나 사랑에 허기져있을 저 사람들을. 이 불쌍한 여자는 존재 자체가 엄마의 불행이라는 폭언을 사전 예고도 없이 전하는 가족을 가졌다.

 

 

 

어디 그뿐인가. 철부지 연하 남편 만나 그의 뒷바라지에 일생을 바쳤건만 이제는 이 남자 스폰서 같은 내연녀를 만나 돈다발에 정조를 팔고 계신 중이다. 그것도 모른 채 김밥을 둘둘 말아 그녀와의 유원지 데이트를 장려하는 이 모지란 여자를 보면 절로 울화통이 치민다. "엄마가 왜 널 미워했는지 알기나 하니? 너 때문에 할머니한테 온갖 시집살이 다 당했다더라. 딸딸이 낳았다고. 너 낳고부터 대놓고 미워하셨대." 그야말로 이름까지 호남인 늘씬한 체육관 관장님과 묘한 포즈를 취하게 된 이 위험한 유부녀에게 "나이스!"라고 외친 것은 내 도덕관념이 바닥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요즘 왕가네 식구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신 건강을 위해 채널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호박이가 받는 설움으로도 모자라 최근 남자 신데렐라를 자청하고 있는 왕가네의 큰 사위 고민중 씨의 수난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한때는 처가의 사위가 아닌 장남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을 사람. 궁색한 주머니가 진짜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한다면 그의 인생은 헛산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헌신했던 사위인데. 한동안 사위의 주머니로 먹고 살았던 사람이 이제는 고개를 돌리고 언제라도 침을 뱉을 태세로 대치 중이다. 한때는 사장님 소리 들으며 어깨를 으쓱댔을 사람이 이제는 장모가 눈치 보여 고양이 소릴 내며 밥을 훔쳐 먹는다. 아무리 악독한 인간이라도 잠깐은 측은지심을 가져볼 만한데 그녀는 악을 쓰며 밥 도둑놈 취급을 하니 그야말로 화면 속으로 뛰어들어가 아무 어깃장이라도 놓고 싶어진다.

 

 

 

"어쩜 그렇게 엉큼하게 고양이 소리를 내는지? 장모 속여먹으니 기분 좋나? 계 모임에서 허 서방 하는 거 봤지. 손아래 동생 보면서 뭐 느끼는 거 없나? 첫 끗발 개 발이라더니."

 

말로는 밥을 훔쳐먹어서가 아니라 거짓말한 게 미워서라지만 그건 미워하고 싶어서 이유를 만든 것일 뿐 지금 이앙금(김해숙 분) 여사의 눈엔 큰 사위의 모든 행동이 미워서 미쳐버릴 지경이다. 돈 가져다줄 땐 우직한 사위가 좋다더니 이제는 정이 안 간다며 입술을 비죽 대고 살갑게 대하니 징그럽다며 눈을 흘긴다. 낮이 밤이 되도록 배달 업무에 지쳐있을 피곤한 그가 장모 사랑에 배가 고파 성격에 맞지도 않는 짓을 하는데도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가보다. 내둥 시집살이 핑계를 대고 있지만, 팥쥐 어멈을 시어머니로 가졌대도 이만큼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을까 싶다.

 

 

 

가장의 애환을 그려내는데 배달업만큼 그럴듯한 시각적 효과가 또 없는듯하다. "아빤 왜 늘 통화 중이야?" 고객 응대에 허리가 휘는 그에게 휴식 같은 딸의 전화가 걸려온다. 바빠서 많은 말을 나누진 못했지만,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는 딸의 바람을 마음속에 꼭 담아두었다. 하지만 그 엄마에 그 딸. "애지. 태권도 학원 등록해줬어?" "아니? 발레 학원 등록했어." 남편은 아침저녁으로 허리가 휘는데 팩 붙인 얼굴로 누워 액정을 두드리는 그녀를 보니 그야말로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

 

 

요즘 들어 밤만 되면 부쩍 허기지다. 중년의 몸으로 육체노동을 시작하려니 체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자리마저 비운 아내가 그의 밥을 챙겨줄 리가 만무했다. 첫날은 바닥에 떨어진 밥알을 주워 먹다가 장모의 눈치가 보여 고양이 소리를 냈다. 이번엔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냄비를 떨어뜨렸고 눈치가 빤한 장모는 덫에 걸린 쥐를 잡도리하듯 신속하게 달려 나왔다. 식탁 밑에 기어들어가 고양이 소릴 내다 라면 한 봉지 들고 초라하게 서 있는 큰 사위의 모습. 그 서글픈 몰골에도 분노를 퍼부을 수 있는 이앙금의 소갈머리가 새삼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야말로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가장의 애환이다. 못 돼먹은 장모와 신물 나는 아내. 그 사이에서, 그저 지갑이 얇아 죄인인 불쌍한 가장 고민중. 온종일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도 밤이 되면 "죄송합니다. 장모님." 사과에 굽실거려야 하는 그가 너무나 애처로워서. 슬금슬금 재회를 준비 중인 그의 첫사랑이 불륜의 기적을 일으켜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비도덕적인 일일지라도. 그것은 로맨스의 부활이 아니라, 이렇게 헌신짝 취급인 두 사람이라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소망이자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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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주의 남주인공 황마마는 세 가지 상식을 파괴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시청자가 가진 보편적인 상식 속 남주인공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인물이었고 일일드라마라는 주부 취향의 클리세를 파괴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그의 세 번째 파괴는 그가 깨뜨린 임성한 작가의 폐쇄성이다. 소위 임성한의 남자들은 일일드라마에서 여성 시청자가 기대하는 그 모든 판타지를 한몸에 가진 인물로 등장했었다. 그녀의 드라마에서 대대손손 고난과 한을 물려받은 여주인공을 온갖 핍박과 서러움에서 지켜주며 그녀의 구원이자 휴식이 되어주는 동화 속의 왕자님.

 

작가의 창작 욕구보다 시청자의 소망이 우선시 되는 일일극은 늘 고정된 패턴을 맴돈다. 그렇게 탄생된 양산형 남주인공은 한결같은 완벽성을 추구했지만, 임성한 작가는 그 이상을 뛰어넘은 욕망의 산물을 창조했다. 미모와 재력은 물론이오. 프로그래밍 된 로봇 같은 인품이라니. 한결같은 성실함. 한결같은 자상함. 어떤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 에어백 같은 사랑을 고수해왔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여주인공의 눈에서 몇 번이나 피눈물을 뽑으며 고통을 선사한 황마마라는 남주인공은 그야말로 임성한 월드의 반역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임성한 작가가 그녀의 고유 패턴이라고 해도 좋을 욕망의 산물을 버렸을까. 아니 그녀의 왕자님은 더욱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로 다른 사람의 영혼 속에서 부활하였다. 오로지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에게만 '올인'하여 소위 서브 남주가 없는 드라마라는 말을 들었던 임성한 작가가 과감히 조연 배우를 주역 이상의 월등한 존재감으로 앞세워버렸다. 오로라공주의 조역 설설희는 황마마가 갖지 못한 남주인공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그 조건이 더욱 매력적이었던 것은 오히려, 그가 가질 수 없는 자였기 때문이다. 오로라를 가질 수 없음에도 변함없는 남주인공의 품격을 보여주는 조연, 설설희 때문에 진짜 남주인공 황마마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구차해질 수밖에 없었다.

 

OST가 드라마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싶은 경험이 몇 번인가 있었는데 일일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의 엔딩곡이 그랬고 이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OST가 그렇다. 때론 실소가 나오는 황당무계한 전개와 달리 배경 음악 하나는 애틋하리만큼 사색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독. 드라마의 기괴한 분위기를 낮게 침전시키며 오로라공주를 정극으로 만들어 버리는 음악이 있는데 그게 바로 설설희의 테마곡이다. 슬픔을 두드리듯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시작되면 별안간 소란스러웠던 극의 분위기가 침착해진다. 그리고 화면을 바라보면 그 음악을 꼭 닮은 눈빛의 설희가 서 있다.

 

 

 

물론 이 곡이 진짜 설설희의 테마곡은 아닐 것이다. 오로라공주에서 드물게 사색을 찾을 때 등장하는 이 음악은 주로 등장인물의 슬픔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최근 들어 설설희가 이 음악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슬퍼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살아있으니까 만나네요." 설희는 모르고 모두가 알았던 그의 이별날. 헤어짐을 통보하러 나선 오로라를 사람들은 걱정했다. 그만큼 오로라가 벌여놓은 판이 컸기 때문이었다. 띠동갑의 오빠들과 조부모뻘의 나이 먹은 부모님들. 그 사이에서 애지중지 자란 오로라 공주님은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는 불행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가계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인연이라 믿었던 남자친구는 그녀의 구원이 되어주지 못했다. 흔한 표현으로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보지 못했던 오로라가 두 팔 걷어붙이고 늦은 나이에 연예인의 길을 결심했던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그것이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공주가 시녀로 전락한 순간 그녀의 곁을 지켜준 사람은 바로 남주인공 황마마가 아닌 매니저 설설희였다. 사무칠 만큼 애틋했던 사람이기에 그는 감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노라 고백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때론 오로라의 허기를 채워주었고 공주님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었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가장 궁핍했던 시기에 설설희는 오로라의 유일한 구원이었다.

 

 

 

그는 오로라에게 있어 단순히 잠깐 사귀었던 사람의 수준이 아니었다. 은인이며 연인이었다. 그녀가 가장 힘들고 고독했을 때 자신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 그래서 재결합한 로라와 마마의 주변 인물들은 그녀의 이별 선언이 켕길 수밖에 없었다. 이별을 선언하러 나서는 로라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그렇게 착한 사람이 돌변하면 더 무서운 법이라고. 그럼에도 로라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요. 말하면 분명 깨끗하게 받아들여." "워낙에 신사고 천사표야." 뻔뻔한 얼굴로 설설희의 헌신을, 이별하는 그 순간까지 바라는 오로라를 보며 입이 떡 벌어졌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이토록 억지스러운 오로라의 예언이 그대로 맞아들어갔다는 점이다. 설설희는 그야말로 신사였고 천사였다. 그리고 오로라가 바라는 신사다운 이별. 깨끗한 이별을 했다.

 

그는 황마마처럼 괴나리봇짐을 들러매고 실연의 상처를 출가로 표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떠넘긴 채 가족을 설득했던 그의 침착한 태도는 마음만 먹는다면 결혼은커녕 로라의 인생까지 옭아맬 수 있을 부모의 분노를 봉인해두기 위해서였다. 이런 설희의 헌신 덕분에 이별 선언만 던져놓고 어떠한 수습도 하지 않아도 됐던 오로라를 보며 혹시나, 이 정도로 그가 침착할 수 있는 것은 황마마보다 덜 뜨거워서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던 그 깨끗한 태도마저도 사실은 오로라를 보호하기 위핸 필사적인 그의 몸부림이었다. 겉으로는 아닌척했지만, 그의 속은 병들어가고 있었다.

 

 

 

로라를 잊지 못한 마음이 그대로 병이 되어 쓰러졌음에도 그는 맑게 웃으며 그녀를 향한 그리움을 언급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맞선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 또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가 아닌 오로라의 신변을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앓는 와중에도 로라의 꿈을 꾸면서 낮에는 태연한 얼굴로 맞선 제의를 받아들인다. 지칠 대로 지쳐 병들어가는 그의 가슴에 마치 구원의 신호와 같은 테마송이 들린다. 그리고 그곳에 오로라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다. "내가 들까요? 줘요. 불편해 보이는데." 그 순간까지 그는 공주의 기사였다.

 

"그냥 봄이었으면... 황 작가님에게 안 갔을 거에요." 흐려진 눈빛으로 로라를 바라보다가 이내 예전처럼 웃어 보이던 설희는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그녀를 위해, 마치 다짐하듯 되풀이해서 말했다. "나 결혼해요. 꼭 할 거예요." 꿈이 아닌 실물의 로라를 바라보는 순간 해금처럼 터져버린 사랑을 그는 끝내 속으로 삼켜버렸다. "얼굴이라도 보니까 살 것 같아요."

 

 

공주인 오로라를 사랑했던 황마마. 시녀가 된 공주님을 사랑해준 설설희. 그리고 이별 후에도 지켜지는 그의 헌신과 사랑. 이쯤 되면 진짜 남주인공이 누구인지가 헷갈릴 정도다. 오로라공주 서하준, 이별 뒤에 더 멋진 이 남자를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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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꽃 2013.10.10 13:25 신고

    닥터코님의 글 보는중에 지난 방송들이 생각나고 설희독백들이 가슴아파 눈물날뻔 했어요.내가 왜 분한기분이 드는이유는뭘까요?분명한건 오로라 남자주인공은 설희임에 틀림없어요.

  • 장미 2013.10.10 14:20 신고

    아무리 생각해도 로라가 마마랑 결혼을 서두르는게 아니었어...설희가 받을 상처정도는 헤아렸어야지..어쩜 그럴까??

  • JUN 2013.10.10 14:50 신고

    황마마가 절에갔을때 돌아오는 장면이 너무 기막혀요 한마디 거절도 없이 오로라를 따라나서 결혼하다니 완전 로라가 오길기다렸다는듯~~속보이죠 그런마마에게 가는 로라 세상사 다그런가봐요 끌리는 쪽으로 드라마지만..^^

  • 설희 바라기 2013.10.10 15:04 신고

    아 정말 설설희 땜에 오로라 공주 보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너무 젠틀하고 순정적이고 서하준씨가 너무 잘 맞아요 웃는 모습이며 세련되고 매너있는 모습이요 스토리가 짜증나게 돌아가네요 암튼 화내면서도 설희 땜에 보게되네요^^제발 다른 좋은 여자랑 행복해졌음 좋겠네요

  • 쭈니맘 2013.10.10 18:41 신고

    너무 큰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설희의 사랑이 너무나 컸기에 다보지못한거같아요~
    너무나 조용히 옆에서 지켜주는 사랑이었기에‥‥
    그사랑이 너무나 간절하였기에 밖으로 내놓지못할만큼 소중한 사랑이었기에 더 마음이 아프네요...

  • 김미영 2013.10.10 19:49 신고

    설희..아파하는 모습 못보겠어요~
    보는 제가다 맘이아프네요~
    설희 행복한날만 기다리며 응원할께요~^^♥

  • 은아 2013.10.10 21:38 신고

    설희진짜가엾다모해가련사치와허영투성지영과엮이다니넘재미없어안봄그저그렇고해서흥미잃음왕여옥지영사공왠지~

  • 은아 2013.10.10 21:41 신고

    설희볼까해서잠간잠간채널돌려볼뿐완전재미없음

  • 은아 2013.10.10 21:48 신고

    아예안보게설희하차함좋겠음깊이가묻어나는설희눈빛슬픔삼키는모습따라눈물;

  • 이짱 2013.10.10 23:25 신고

    로라를구원한건 설흰데
    로라벌받을꺼같아요

  • 순팅 2013.10.11 01:15 신고

    로라 미워요

  • 순팅 2013.10.11 01:15 신고

    로라 미워요

  • 순팅 2013.10.11 01:18 신고

    로라가 죽어버렸으면 속이다 시원하겠어요 설희만 애타고 로라만 행복하다니 정 말 넘 불공평해요

  • 실망 2013.10.12 00:58 신고

    로라가 망해버리길.

  • 오로라월드 2013.10.13 03:04 신고

    작가가 원하는 남자 상인가봐요.. 내 마음대로 깡패처럼 굴어도 나한테 헌신하는 말되 안되는 순정남;;; 이 사람 조연인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주연되어있네ㅋㅋㅋ 조연이 주연같은 존재감을 가질 수는 있어도 조연이 주연이 되는 드라마는 신기한듯ㅋㅋㅋㅋㅋㅋㅋ

  • 오로라 나쁜X 2013.10.13 16:24 신고

    교활함의 표본 오로라..ㅋ 모든 교활함을 갖춘 여자,찌질이 마마와 교활한 여우 오로라의 손바닥 안에서 주위 모든 사람들이 놀아나는듯한 드라마.분명히 메인 주인공이 오로라인것은 분명한대 여주인공이 불행해 지면 통쾌함을 느끼는 기괴한 드라마...오로라공주...ㅋㅋㅋ

  • 설희야ㅠㅠ 2013.10.19 16:11 신고

    진짜 오로라 제일싫음. 이별통보할때 가장 최고조였죠. 와..지금부터 할말이 있는데 안하게해주면 안되냐고?!!미친거에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잔인하지. 그런 오로라의 잔혹함조차 설희는 자신의 희생으로 감싸안죠ㅠㅠ 설희만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ㅠㅠㅠㅠ

    이드라마 진짜 줏대없고 맥락없고 캐릭터들 짜증나고 진짜 싫은데 설희땜에 계속 보게됩니다.. 오로라랑 황마마 제일 짜증남!! 진짜 어이없어 초딩입니까?? 나 잡아달라고 출가한거??ㅋㅋㅋㅋㅋ 지금 결혼생활 깨쏟고 있는거보면 진짜 생각이란게 없는거 같아요. 오로라한테 홀려서 그런지몰라도 어떻게 저렇게 공기를 못읽냐...진짜 너무 찌질해서 잘생긴얼굴도 눈에 안들어옴! 그리고 시누들이 노처녀라 그렇다고 욕하는 분들도 있는데 내볼때는 오로라가 진짜 빡치게 만드네요. 국먹지 말자는거 보고 진짜 어이가 없음ㅋㅋㅋ 밥차려주러 결혼한거고 청소하러 결혼한건 아니다?? 저게 무슨 논리?! 사랑하면 밥이든 청소든 닥치고 해야죠.. 그거좀 청소했다고 힘들어하면서 신데렐라 코스하고 있떤데 기가 차서 정말..
    여튼 윗분 말씀처럼 여주가 불행해지면 통쾌함을 느끼는 신기한 드라마에요!! 큰누님 소리지를때 어찌나 기분좋던지~ 아 진짜 오로라 저거 저딴거로 끝나면안됨. 울 꺼리나 됩니까 저게?!

    여튼 이별 후 설희가 정말 너무 마음아픈데 너무 멋있어서 이 짜증나는 드라마를 끊을수가 없서..설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로라공주에서 볼껀 진짜 설희뿐!

  • 2013.10.26 16:38

    비밀댓글입니다

  • 질문있습니다. 2013.11.20 20:05 신고

    그 정극으로 만들어버리는 잔잔한 피아노곡 아무리찾아도 없네요

    혹시 제목알수있을까요?

  • 2013.12.06 07:44 신고

    설희랑 잘되었으면 정말 좋을것같아요 설희가 죽는건 너무잔인해

 

이렇게 밉살맞은 엄마가 또 있을까? 왕봉 씨와 이앙금 여사의 둘째 딸 호박이는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있는 엄마를 올려다보며 수십 년간 마음에 담아뒀던 앙금을 털어놓았다. 그것은 차라리 절규에 가까웠다. "엄마. 나한테 딱 한 번만 미안하다고 해. 딱 한 번만." 온통 일그러진 얼굴에 눈물이 주룩주룩. 여느 엄마였다면 그쯤에서 백기를 들었으리라. 내 새끼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데. 그런데 이 이상한 엄마는 입술을 비죽 대며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는 얼굴로 이렇게 되물었다. "뭐?" 순간 욕지기가 터져 나왔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딨을까?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김해숙이 연기하는 이앙금은 절대불변의 진리라고 믿어왔던 대중의 상식을 온전히 부정하는 캐릭터다. 공평하고 관대하며 희생적인.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정신이라 일컫는 모성애를 이런 식으로 파헤쳐버린 드라마가 존재할 수 있을 줄이야. 

 

 

 

차라리 아들과 딸이었다면 낯설지 않았을 것이고 차별당하는 쪽이 모성애로도 감내할 수 없는 망나니였다면 공정성을 의심해보지는 않았으리라. 그런데 이 캐릭터의 편애와 차별은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것도 없다. 그저 부당하고 부정하고 불유쾌한. 하지만 매번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이앙금이라는 캐릭터의 비상식적인 행위 이전에 이토록 밉살맞고 거북스러운 캐릭터를 날뛰는 활어처럼 생동감 있게 연기 중인 김해숙의 연기력이다. 무려 국민 엄마라고 부르는 김해숙인데. 이토록 일그러진 모성애까지 차지게 연기한다.

 

폭력은 대물림되고 분노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내 속도 좀 알아줘. 내 속 좀!" 남들에겐 인격자로 불리는 남편이지만 그녀에게 왕봉 씨는 지독한 방관자이거나 지겨운 훈장 선생으로밖에 다가서지 않았다. 풀지 못한 응어리는 스스로 소멸하지 않는다. 불만족스러운 결혼 생활. 한 맺힌 시집살이의 분노. 이를테면 그녀의 둘째 딸 호박이는 엄마의 앙금을 물려받아야 할 욕받이였던 거다. "너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은 너 때문이라고.

 

 

 

최근 들어 엄마는 새로운 공격 대상을 찾아냈다. "우리 사위." 사무치는 호칭으로 보기 드물게 둘째 사위를 귀히 여겼던 것도 오로지 큰사위를 괴롭히기 위함이었다. 한때는 아내의 친정을 먹여 살렸던 큰 사윈데. 돈을 잃고 나니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참고 살았던 지난날의 한이 맺혀서일까. 그녀의 감정은 여과 없이 배출된다. 그래서 폭력적이고 그래서 상스러우며 그래서 속물이다. 내게 있어 이토록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캐릭터는 정말 오랜만이다.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배출시키듯이 이런 그녀를 바라보는 내 분노도 폭력적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한참을 욕을 퍼붓다 귀결되는 한마디는 결국 하나의 공통분모였다. "그런데 김해숙 참 연기 잘해." 캐릭터 이앙금에게는 분노를, 배우 김해숙에게는 찬사를. 왕가네 식구들을 보는 내 마음은 한동안 열탕과 냉탕을 오간다. 그녀의 부당함을 머뭇거림 없이 표현해주는 김해숙의 연기가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 십여 년간 무수히도 많은 엄마를 연기해온 김해숙이지만 이번 캐릭터만큼 난이도가 높은 인물도 없었으리라. 연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감정의 난이도다. 그 누구에게도 이해를 구할 수 없는 캐릭터라 배우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인물. 너무나 밉살맞아서 대중의 분노를 염려하게 되는 캐릭터. 하지만 그녀의 연기엔 망설임이 없다. 심술보가 드득드득 붙은 얼굴. 입을 뗄 때 마다 쏟아져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의 상스러움. 문득 생각한다. 백 명의 아이가 있다면 백 명의 엄마도 있다. 비록 추한 엄마라도 엄마는 엄마다. 김해숙은 바로 그런 엄마를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엄마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갖은 엄마역은 도맡았던 김해숙이다. 문영남과 김수현. 두 시청률의 제왕이 번갈아가며 쏟아내는 러브콜. 신기한 것은 작가의 확연한 성향 차이만큼이나 극과 극을 달리는 엄마들이 모두 김해숙 안에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김수현에게선 김수현의 엄마를 연기하고 문영남의 작품에선 문영남의 엄마를 연기한다. 그녀의 연기폭은 초원처럼 넓다.

 

 

 

녀가 연기한 무수한 엄마들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그 캐릭터가 품은 각기 다른 세계관만큼은 모조리 기억하고 있다. 때로는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며 고고한 엄마를. 유행가에 눈물 흘리고 촌부처럼 깔깔대던 시골의 어느 아낙네를. 탕아 같은 아이들을 지탱하는 힘이 버거워 히스테리 같은 우울을 달고 살았던 엄마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김해숙의 엄마. 헌신적이며 이타적인 엄마의 교본을 내팽개친 모성의 반역자. 아름다운 모성에서 추한 모성까지. 그 모든 모성을 담을 수 있는 그릇. 김해숙의 연기야말로 국민 엄마의 자격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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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07 08:56

    비밀댓글입니다

  • 수십년 엄마역을 해 온 김해숙님의 내공같아요. 최근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맡았던 혜성이 엄마는 전혀 생각도 안날 만큼 지금은 오롯이 이앙금 여사로만 보이네요. 정말 대단하신 분 같아요.^^

    • 너의 목소리가 들려 혜성이 엄마하니까 또 바로 그 캐릭터의 세계가 떠오릅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모든 캐릭터의 이름은 엄마로 합산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의 존재감은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숨쉬죠.

  • 뿌시딘 2013.10.09 14:26 신고

    글을 읽으며 연기력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 SPEAKER 2013.10.14 13:38 신고

    전에 오현경이 며느리로 나왔던 불륜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연기를 한적이 있는데 배운것없이 무식한 시어머니 악역을 어찌나 진짜처럼 연기하던지 ...욕하면서도 그 연기력엔 감탄을합니다.

 

"우린 매일 이렇게 먹어."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 마치 시아버지라도 된 폼으로 오로라(전소민 분)에게 설교를 늘어놓는 윤해기(김세민 분)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임 작가는 불변이다. 매년 새로운 소재로 옷을 갈아입어도 임성한 월드의 상식과 세계관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 가난과 한을 업고 들었던 임성한 표 트레이드 마크를 제거해버린 꽤 신선했던 여자, 오로라. 비록 아빠의 죽음과 무너진 가세로 이야기를 시작하긴 했어도 성장환경부터 고달팠던 기존의 여주인공들에 비해 금 숟가락 물고 나온 오로라의 배경은 그야말로 파격과도 같았다.

 

더욱이 똑 부러지긴 했어도 오만하지는 않았던 그녀들과 달리 초반 오로라의 성격은 당황스러우리만큼 오만방자하기 그지없었다. 명품 매장 안을 훑고 들어가 점원의 품격을 테스트하거나 테이크아웃 논쟁으로 기싸움을 벌이는 그녀의 아집은 마치 괜한 트집을 잡아 복종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아 불쾌했으니까. 하지만 신선한 캐릭터 하나가 임성한 월드의 세계관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오로라월드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결혼 선언 이후 그녀의 캐릭터는 기존 선배님들이 거쳐왔던 모든 행위를 그대로 답습한 듯 똑같아졌다. 칠순 노모는 홀로 두면서 충분히 홀로서기 가능한 남편의 누나를 시모 살이 해야 하는 신혼의 시작. 동치미 국물을 찾고 싶을 만치 느끼한 신혼여행 이벤트도 마찬가지였다. "제수씨. 결혼한 남자한테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아? 밥." "나도 너처럼 결혼할 때까지 꼬박꼬박 어머니한테 삼시 세끼 따순밥 얻어먹었다?" "아침을 부탁해애? 우리 황 작가?" 남편 아침밥 못 챙기는 아내는 사랑할 자격도 없다는 등의 고리타분한 소리를 일장 연설하는 윤해기와 이어지는 왕여옥 가족의 진수성찬에 쓰잘데기 없는 음식 잡담을 듣고 있으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임성한 작가는 해리포터를 써도 밥 타령을 할 것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었다. 그것은 조막만 했지만 몇 년씩이나 반복된 임성한 월드의 패턴을 상기했을 때 꽤 큰 변화였다. 사실 요리 잘하는 여자, 밥 먹게 해주는 여자에 대한 집착은 이전의 드라마였다면 타인의 가르침이 아닌 여주인공 오로라 자신의 입에서 나올 대사였다. 기존의 임성한 표 시월드를 떠올려 보자. 초밥왕 쇼타도 아닌데 오로지 요리 하나로 시부모의 마음을 녹이는 여주인공. 곤드레나물밥과 리코타 치즈의 상식을 곁들인 시아버지의 다이어트 식단에 네 시간씩이나 삶아버린 김치찌개. 드라마에서 가난한 여주인공의 환경에 마뜩잖은 감정을 품은 시부모들이야 -때론 시할머니까지- 언제나 등장하는 패턴이지만 며느리의 장금이 손맛과 해박한 요리 상식에 넉다운되기 일쑤였다.

 

 

 

흥미로운 것은 임성한 작가가 시도한 오로라 공주의 두 가지 변칙이다. 여주인공의 손맛이 시월드를 공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살림 기술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살림과 요리에 둔한 시어머니와 지쳐버린 시아버지. 이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는 한에서 여주인공의 공략법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로라공주의 시월드는 황시몽(김보연 분)이라는 변수를 등장시킨다. 프렌치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 사이비가 아니고서야 이런 그녀를 뛰어넘을 손맛을 가진 며느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애지중지 보물단지처럼 모셔져 온 오로라는 아리영이나 단사란 만큼의 살림에 대한 절박함도 없었다.

 

 

 

"우린 매일 이렇게 먹어." 명절마냥 식당 위에 한가득 차려진 아침 식사에 부담스러운 기색을 지어 보인 오로라의 얼굴은 그래서 각별했다. 이전 같으면 아직까지 한밤중인 시부모를 대신해서 기절초풍할 밥상을 차려놓을 당번은 다름 아닌 오로라 자신이었을 테니까. 부담감에 계란찜이라도 거들어보려고 하지만 그것마저 거절당한 오로라의 마음속엔 조금씩 미묘한 죄의식이 쌓이기 시작했으리라. "하긴 뭐해. 뭐 뼈 빠지게 일하려고 시집왔어? 친정 있을 때랑 똑같이 편히 지내. 먹거리 내가 할 거니까. 책이나 보고 하고 싶은 거 해." 분명 시집살이는 없다.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위화감의 정체는 무엇인가.

 

 

 

분명 낮까지는 세상 다시 없을 친절한 시누이들에 둘러싸여 만족한 하루를 보낸 오로라였다. "아유~ 새색시는 앉아있어." 남편의 누이들은 그녀의 손가락에 물 한 방울도 닿지 않게 하려는 듯 그녀를 철저히 보호해줬고 그 어떤 부당한 행동이나 불편한 오지랖을 부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천국 같은 시월드의 본색이 드러난 시간은 만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신혼의 밤, 문을 두드리고 얼굴을 들이민 두 명의 시누이들. "얘기 들었지? 밤기도." "결혼했는데도 하게?" "그러엄~ 엄마 유언인데. 우리 어머니가 백일기도 끝에 마마 가지셨어. 마마 가지시고서도 매일 밤 반야심경이랑 주기도문 외우시면서 부처님께 하느님께 건강한 아이 낳게 해달라고 비셨고."

 

 

 

종교를 강요하는 시월드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이토록 기이한 풍경은 보지 못했다. 신혼의 밤인데. 침대에 누운 남편을 차지한 것은 오로라가 아니었다. 누워있는 남편을 둘러싸고 기도를 드리는 시누이 둘의 이상한 모양새라니. "마마 태어난 날부터 매일 밤. 기도 들으면서 잠들었구." "태중에서부터 들은 거지." 아무리 어머니의 유언이래도 누우란다고 또 누워있는 황마마를 보니 어이구 저 화상!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이 남자는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아직까지 누나보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워서 내일부터 우리랑 하자!" 아니 그럼 매일 밤 이 짓을 반복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돼요? 신은 하나만 믿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못 봤어? 신은 결국 똑같은 거야."그 똑 부러지는 오로라가 반야심경에 주기도문이 섞인 종교 파괴 의식을 감은 눈으로 읊어댈 모습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터진다.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진 않았어도 서서히 엄습해오는 낯설고 조급한 심정에 오로라는 고개를 갸웃댄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것을 대한 강아지처럼. 그 귀여운 표정에 웃음이 나왔다. 아마 그녀는 기존의 선배님들이 거쳐 간 그 어떤 시월드보다 난이도가 높은 대상을 만나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작부터 가난했던 여주인공에게 왕자님을 안겨준 기존의 전개와 달리 처음으로 시도된 소공녀 세라의 이야기. 아리영이나 단사란이 이미 예정된 시월드를 공략해나갔다면 그녀는 예측하지도 못한 시월드의 공격에 서서히 침투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임성한 월드의 때늦은 성장일지도 모르겠다. 드러낸 시월드의 폭력과 만행은 오히려 너무 드라마틱하기에. 달라서 낯설고 불편한. 조금씩 숨통을 조이는 그 조급한 감정이 바로 요즘 시대의 며느리들이 호소하는 진짜 시월드의 고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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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상파 2013.10.05 14:40 신고

    이런 한심한 드라마를 공공방송에서 한다는게 한심할 따름..@.,@

  • 뜩대 2013.10.05 15:36 신고

    미혼이었을 때도 남의 침대 가장자리에 꿇어 앉는 게 이상했는데,
    신혼의 침대라면 곧 그 침대에서 일어날 일도 자명할 터,
    남의 커플 개인적인 방사대를 팔꿈치로 찍어누르고 터치하는 게 신성치 못하다!
    코를 들이밀고 들여다 보는 듯한 너절한 변태 누나들.

    윤해기, 푸르매, 황시몽, 설국, 왕여옥 등의 내면을 오가는 유치한 바람끼를 보라..
    임성한은 늘 그런 못된 것들만 보고 살았나보다..

  • 1 2013.10.06 07:26 신고

    드라마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요즘 어린애들이 불쌍할뿐이내요.;;

    작가가 만들어낸 망상과 현실을 혼동하지 않기만 바랄뿐입니다.

  • mm 2013.10.06 08:25 신고

    초반 오로라의 성격은 당황스러우리만큼 오만방자하기 그지없기는요 ㅎㅎ 싸가지없는사모님 한데한방 먹이거나 백화점 점원주제에 자신이 백화점 사장이라도되는양 손님들 옷차림 에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인간들한데 한방 씩 멋진 말 날릴때 통쾌 하더만 뭐 우리나라 드라마가다그렇듯 뻔한 결과로 가는게 더짜증 나더만요 황금 시간대에 볼게 없어 보긴 하지만 초반부빼고 보기싫어진 드라마임

  • 2013.10.06 10:36 신고

    임성한 아웃~~ 드라마보다 작가가 꼴뵈기싫어...

 

멀리서 바라보면 혼돈이 물결치는 소돔과 고모라의 시대 같지만 들여다본 면면은 군대의 그것보다 체계적인 패턴으로 가동되는 임성한 월드.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가지각색의 시도로 매년 시청자를 놀라게 하지만 주인공의 기승전결은 임성한의 불문율 같은 법칙들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중 웬만해선 깨지지 않는 두 가지 법칙은, 남녀 주인공의 순정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며 착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

 

세 사람의 팽팽한 삼각관계는 안 키워도 주인공이 결합하기 전까지 집적대는 인물 두어 명은 꼭 넣어왔던 임성한 작가. 특히 남주인공을 넘보는 여자 2호의 기승전결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왔던 남 부러울 것 없는 가정환경의 공주님이 남주인공을 만나 처음으로 패배감을 맛보는 과정을.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인연으로 맺어 질때 여자 2호의 관심사는 오로지 남자의 조건이 우선이었다. 사랑인지 쟁취 욕인지 알 수 없는 그 중간 즈음에서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마시며 그와의 결혼을 꿈꾸지만 정작 남주인공의 마음은 단 1초도 그녀에게 향한 적이 없었다. 임성한 월드에서 여주인공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남주인공이란 반역과도 같기에.

 

 

 

오로라공주의 왕여옥(임예진 분)을 볼 때마다 환멸과 동시에 묘한 연민을 느끼는 것은 그녀 자신이 임성한 법칙의 산증인이면서도 매번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을 친다는 점이다. 사실 드라마 초반까지만 해도 임성한 작가 또한 룰을 깨고 그녀를 도와주는 듯 싶었다. 무려 여주인공의 아버지를 건드린 그녀의 죄목은 임성한 월드 내에선 무기징역 수준에 가까운 중죄이지만 지나치게 너그러운 오로라의 모친은 호형호제하며 그녀의 죄를 사하여 주었다. 심지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그녀의 과거를 상기시키던 미운 첫째 딸마저 쫓아 보냈다. 드디어 자신의 저주가 풀렸다 믿었을까. 왕여옥은 마치 굿판을 벌이듯 본격적인 자식 중매에 나선다.

 

하지만 본격적인 징벌은 이후부터였다. 별안간 한 남자가 찾아와 아들을 사랑한다 외치더니 이후부터는 엮어보려는 인연마다 족족 허탕질이다. 참 간 크게도 과거 불륜했던 집안과 사돈을 맺으려던 왕여옥은 아들의 성 정체성이 들켜 혼쭐이 났다. 이에 초조해진 왕여옥은 아들이 데려온 집 없는 아가씨 노다지를 아가라 부르며 대환영한다. 그저 치마만 둘러쓰면 됐다는 주의였지만 그녀는 이 소박한 바람마저도 허락받지 못했다. 예비 며느리의 비밀을 알아챈 순간 폭발해버린 그녀의 본성은 고고하고 단아했던 이전의 모습을 뒤집어버린 채 그토록 예뻐했던 노다지를 길바닥에 패대기치며 매질을 시켰다. 하필 그 꼴을 발견한 것이 오매불망 딸바보 상태의 황미몽(박해미 분)이었으니...

 

 

 

"엄마가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애. 황마 작가네 조카면.. 그집 프랑스에서 호텔했고 재산 많다매? 자식 하나겠다 고스란히 그집 재산, 다지가 다 물려받을 거 아니야." 남자의 조건을 감별하는 일엔 똑 부러지는 딸의 한마디에 그제서야 이성을 찾은 왕여옥은 이전의 모습이 낯부끄럽지도 않은지 이제 다시 사돈을 맺어보겠다고 엉겨붙었다 망신을 당한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데.." 속물스럽기 짝이 없는 그녀의 궁색한 한마디가 어찌 그리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그럼에도 칠전팔기. 이제는 우연히 만난 옛 지인의 끝내주게 잘나신 아드님을 눈독 들인다. 오로라공주의 진정한 프린스, 그야말로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설설희에게 드디어 다가선 것이다.

 

그 망신과 수모를 당하고도 상황을 추슬러 중매 전략에 나선 왕여옥의 의지만큼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엄마를 쏙 빼닮아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신의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킬 수 있는 박지영의 뻔뻔함 또한 그야말로 배우답다. 언니 언니 하지만 왕여욱의 눈앞에 앉은 설설희의 모친은 이미 지인이 아닌 예비 사돈이었던 셈이다. 왕여옥과 박지영은 그야말로 입속의 혀처럼 사근사근한 태도로 설설희의 부모를 공략했다. 그야말로 녹아나는 애교와 붙임성을 보여주는 박지영. 본성을 숨긴 상태에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단아하고 친절한 사람인 왕여옥. 두 모녀의 계략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손발이 짝짝 맞아들어갔다.

 

 

 

"로라. 황 작가와 결혼했기에 망정이지. 신데렐라 될 뻔 했어." "그러게. 우리 딸이 복 있는 거지." "로라 몰랐을까? 그런 집 아들인 거?" 그저 조건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 또한 따라가는 박지영에겐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 남자의 조건을 거절한 여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박지영의 머릿속에선 골백번은 더 웨딩마치가 울려 퍼졌으리라. 설설희의 등 뒤에 숨겨진 거대 자산의 후광을 인식한 순간 박지영에게 그는 더이상 오로라의 매니저가 아니었다. 모녀는 쌍으로 김칫국을 들이켰다. "나, 더 잘되려고 황 작가랑 틀어졌나 봐!" "저녁 내내 전율이 이는 거야. 스테잌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황마마의 김칫국이 사발이었다면 이제는 김치독을 집어들고 꿀꺽꿀꺽 마시는 모양새다. 감히 예언하건대 임성한 작가가 미치지 않은 이상 저런 모녀에게 설설희를 안겨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임성한 월드에서 남녀주인공이 맺은 결실에 끼어들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와중에 내팽개쳐진 어린 영혼들을 추슬러 짝을 맺어주는 것도 임성한 작가의 미덕이다. 그래서 임성한 작가는 입에 칼을 품은 아리영의 복수가 만들어낸 애꿎은 피해자들을 서로 묶어주기도 했었다. 아리영을 짝사랑했던 마마준.(정보석 분) 아리영의 남자와 연애 중이었던 은예영.(우희진 분) 물론 그 패턴 역시 이 법칙 위를 뛰어넘지 못한다. 권선징악. 여주인공을 핍박했거나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은 이는 남은 헌신짝이라도 얻어 신을 수 없었다는 것.

 

 

더군다나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내놓고 속물을 자청하며 조건을 입에 담아대지만 정작 그들을 엮어주는 키워드는 인연과 마음이었다. 마음이 동하지 않는 상대를 조건이라는 사무적인 이유로 묶어버릴 임성한 작가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 설설희가 아닌가. 남주인공 보다 작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그녀의 가장 아픈 손가락. 그를 결혼에 미쳐있는 엄마와 조건에 목매다는 속물 모녀에게 넘겨줄 임성한 작가가 아닐 것이다. 그저 그를 한 인격체가 아닌 조건 덩어리로 바라보고 있는 박지영에게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이날 박지영의 모친 왕여옥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누가 그랬어. 운명은 개척하고 만드는 거라고." 내겐 그 말이 마치 캐릭터 자신이 내건 선전포고처럼 들려 웃음이 나왔다. 임성한 월드의 변하지 않는 법칙. 과연 그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임성한의 모든 불온 항목을 샅샅이 갖춘 왕여옥 모녀가 과연 그녀에게 정해진 운명을 파괴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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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의 세계에선 이름이 곧 그 캐릭터의 팔자소관이다. 왕봉 씨의 성을 물려받은 다섯 아이들은 그렇게 그 이름만큼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그중 유일하게 모난 이름을 가진 둘째 딸 호박이의 삶은 그야말로 팔자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만큼 기구하기 짝이 없다. 왕봉 씨의 아내 이앙금 여사는 티 나는 편애와 차별을 두루 갖춘 앙금 남는 자식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데 나머지 자식들은 두런두런해도 첫째와 둘째의 편 가르기는 그야말로 유별난 수준이다. 수박이와 호박이. 그 이름에도 서려 있는 둘째 딸의 서러운 팔자. 그야말로 수박밭에 끼어든 누런 호박마냥 그녀의 포지션은 마치 하얀 오리들 사이에 낀 잿빛 오리 같았다.

 

"네 언니 이런데다 끌어다 놓으니 좋냐? 형제 좋다는 게 뭐야. 남이라도 꿔줄 판에. 그까짓 거 떼먹을까 봐 그런다니?" 손을 잡으며 살갑게 속삭인 엄마의 첫 "우리 딸"이라는 호칭에 작은딸 호박이는 가슴이 설레었다. 허나 그것은 패가망신한 큰딸의 재산을 채워주기 위한 계획적 위선일 뿐이었다. 허나 그것이 위선이래도 좋았다.

 

 

 

물러터진 호박이는 악착같이 모아온 내 집 장만의 꿈을 깨뜨릴까 망설이다가 거지라고 놀림 받는 아이들의 울먹임에 마음을 다잡았다. 아마 그녀에겐 일평생 내보지 못했을 가장 큰 용기였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누군가의 딸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엄마였으니까. 일평생 모성애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는 호박이었지만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풍족한 사랑을 나눠주고 싶은 그녀였다. 허나 작은딸의 절규 같은 바람을 십 분의 일이라도 이해하기엔 이 못난 엄마의 가슴은 오로지 큰딸에게만 연민을 느끼는 채였다.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작은딸의 한마디에 엄마는 처음으로 살가웠던 태도를 망설임 없이 접어버리고 잡은 손을 뿌리쳤다.

 

"앞집은 쫄쫄 굶는데 약 올르라고 냄새 피우면서 삼겹살 구워 먹는다니? 누구 약올라 죽일 일 있어?" 부자 남편을 가진 언니에겐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마이홈의 실현이 철부지 연하 남편의 뒷수습에 수년을 보낸 그녀에겐 남들의 곱절로 어려운 꿈이었을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 인색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그녀였다.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것은 뭐든 다했지만, 언니처럼 풍족하게 돈을 뿌려댈 수는 없었다. 엄마에겐 그것이 마냥 앙금으로 남았나 보다. 인제야 한 칸을 가진 둘째 딸의 꿈이 아흔 아홉 개의 집을 가져봤던 첫째딸의 나머지 재산이길 바랐다.

 

 

 

작은딸의 기쁨이 그녀에겐 불행이오. 마치 행복한 원수를 마주한 듯한 엄마의 부루퉁한 얼굴 탓에 호박이는 까무러치게 기쁜 내 집 장만의 실현을 저주라고 여겨야만 했다. "그 집은 우리 쫄쫄 굶을 때 약 올리면서 꽃등심 구워먹던 집이야!" 그래도 남편이라고, 아내의 눈물에 분개한 남편이 장모를 찾아가 하소연을 터뜨렸어도, 반성의 낯빛을 갖는 것은 그러지 않아도 될 사람들뿐이었다. 그의 장모는 보다 본격적인 앙금을 품었다. 그것은 딸에게 품은 적개심이라고 해도 좋았다.

 

어쩜 호박이 인생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해도 좋을 그녀의 집들이는 그래서 서글플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각자의 사정으로 자리를 지켜주지 못했고 엄마의 옹졸한 가슴은 축하의 여유를 남겨두지 못했다. 마치 작은딸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큰딸과의 의리를 저버리기라도 하는 일인 것처럼. 호박이는 울면서 식어버린 짜장면과 탕수육을 치운다. 바로 얼마 전에 언니의 작은 방에서 다 같이 나눠 먹었던 그 음식들을 함께 먹어주는 식구들조차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이사 하는 날 엄마 안 와서 섭섭했어." 수줍게 꺼낸 한마디에 송곳 같은 비수가 날아든다. "섭섭할 것도 쎘다. 섭섭한 걸로 치면은 난 삼일 밤낮이래도 모자란다. 야!" 그럼에도 그녀는 엄마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뼈에 시린 가난이 무서워서 인색하게 굴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이 미안하다고. 하지만 아무리 무던한 그녀래도 이해할 수 없는 기억이 있었다.

 

"그래도 엄마, 언니하고 나하고 차별한 거.. 그건 진짜.. 제일 가슴 아파." 엄마는 못난 사위를 얻은 탓이라고 말하지만 모든 환경이 똑같았던 어린 날부터 고스란히 받아왔던 차별과 폭력. 비교와 편애로 이어진 정신력 폭력에서부터 물리적인 폭력 행사까지. 심지어 그 강도가 생각했던 수준 이상이어서 더욱 놀라운 고백이었다. "그런다고 날 그렇게 때렸어? 나 왜 때렸어?"

 

 

"엄마 화날 때마다 나 두들겨 팼잖아. 어려서부터 시집가기 전날까지 맞았어. 머리끄덩이 잡아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벽에다 밀치고 돌리고.." 엄마는 자식을 둘이나 낳고서 엄마 맘을 모르느냐고 큰소리쳤지만 호박이의 상처는 오히려 자식을 낳은 뒤에 더욱 심화되었다. 그녀는 알아버렸던 것이다. "내 가슴 아파서 다시는 못 때리겠더라. 그게 엄만데.. 엄만 나 그렇게 두들겨 패놓고 가슴 아프지도 않더니?" 엄마의 모성애는 그런 게 아니라는걸. 그녀의 엄마가 보여줬던 지난날의 행동은 결코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을.

 

충격적인 것은 이토록 서러운 딸의 상처를 감싸주기는커녕 기억조차 못 하는 엄마의 여전한 태도였다. 못 하니까 못한다고 하지. 내가 언제 널 때려어?! 이토록 두터운 딸의 트라우마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가해자의 잔인한 대응. 제삼자인 시청자조차 이토록 가슴이 아픈데 어쩜 제 속으로 낳은 자식의 상처에 저토록 무던할 수 있을까.

 

 

왕가네 식구들을 보며 가슴을 치다가 끝끝내는 선입견으로 둘러싸인 그 한마디를 내뱉고야 만다. "친딸 맞아?" 백설공주의 계모가 실은 친모였다는 사실이 가장 큰 반전이었던 우리들에겐 엄마의 모성을 본격적으로 부정한 이 드라마가 낯설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공평하고 관대하며 희생적이고 그 어떤 것보다 숭고한 정신의 모성애를 이 드라마는 역설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부모의 차별에 신음하는 자식들의 고통은 비단 동화 속 새엄마의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엄마의 사랑은 그리 관대하지 않으며 공평하지도 않다. 드라마 속 케이스를 과장이라고 말하기엔 이미 너무나 많은 호박이들이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을 손가락이 존재할 리 있겠느냐고 믿는 우리들에게 이 드라마의 전개는 비상식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잿빛 털을 가진 호박이가 남의 씨로 판정 나 백조로 변신하는 동화 같은 전개를 꿈꾼다. 만약 이 드라마 속에 출생의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반전이 되고야 말 것이다. 모성애를 향한 반역. 금기를 깨뜨린 이 드라마의 전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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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느냐..해서 이름도 호박인가 싶어요. 이앙금 여사 역할을 맡으신 김해숙님이 연기를 잘하셔서 더욱 실감나는 것 같아요. 만약 출비가 없다면 이앙금 여사가 진심으로 호박이를 품어줄 날이 올지 궁금하네요.^^

    • 그러게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호박은 수박이 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한데.. 수박이 될 필요 없이 호박은 호박대로..자신을 사랑하는 호박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 지나가던.. 2013.10.05 16:59 신고

    이런 집안...비상식적이고 신선한 충격인가요? ㅎㅎ 님 생각보다 제법 있어요.
    호박이와 비슷한 환경이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가..
    굉장히 현실적이네요.^^

 

오로라공주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를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녀의 이름을 부를 것이다. 왕여옥. 비록 주연 아닌 일일 드라마 속 갈등 유발자일 뿐이지만 그녀의 다사다난한 인생의 누적된 경험치만큼은 어느 캐릭터를 능가하고 있으니까. 젊은 시절 여주인공 아버지의 내연녀였던 그녀가 금자 씨처럼 회개하고 돌아와 본부인과 형님 동생 하는 기이한 광경의 주연. 그 과오의 업보인지는 몰라도 전남편이 남겨놓은 딸은 또 어쩜 그리 앙칼지던지.

 

하물며 그 아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본부인의 아들을 택해 불륜을 대물림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기절초풍할만했다. 지난날 너무 큰 잘못이 남긴 죄책감 덕분인지 그리 모질지 못한 성격 탓인지. 백치미가 줄줄 흐르는 왕여옥(임예진 분)은 부당한 것을 그저 감수하며 살아가는 캐릭터였다. 심지어 그녀의 유일한 희망, 아들의 커밍아웃에 심장이 무너졌어도 결국 내 아들의 남자를 내 집에서 동거하게 하는 아량을 베풀 정도의 좀 모자란 그녀가 아니었던가.

 

 

 

인생의 대부분을 풍비박산으로 보냈던 그녀이기에 왕여옥이 바라는 삶은 늘 소박한 풍경이었다.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가정을 일구는 것. 노말한 인생을 삶의 당면 과제로 삼았던 그녀의 꿈은 아들의 노말하지 않은 성 정체성으로 풍비박산이 났다. 그래서 왕여옥은 유일한 희망에게 품은 거대한 목표마저도 접어버렸을 것이다. 잘빠진 이목구비의 한의사 아들. 잔뜩 욕심을 부려볼 만한 사치스러운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그녀는 그저 소박하고 평범한 결혼을 바란다. 그래서 황마마 일가가 수십회 동안이나 깽판을 치며 내팽개쳤던 오로라의 조건을 거대한 미션처럼 공략하려 들지 않았던가.

 

 

가난해도 성품 하나 깨끗하면 됐다던 오로라 포획에 실패하자 모든 것을 놓아버린 왕여옥은 아들이 데려온 집도 절도 없는 앳된 얼굴의 소녀를 두 팔 벌려 환영하며 외쳤다. "아가!" 이제 치마만 입으면 누구든 오케이라는 주의였을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나타사를 그리고 지금은 노다지(백옥담 분)를. 아들이 데려온 투숙객을 횡포 없이 받아들이는 왕여옥의 백치미에 웃음이 터졌다. 마치 고길동과도 같아서. 그래서 한동안 오로라공주에는 여느 일일드라마에는 없었던 기이한 광경이 그려졌었다. 누가 봐도 완벽한 조건의 아들을 가진 시어머니가 가족은커녕 홀로 맨몸인 고아 소녀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임성한 작가는 꽤 진득하게 이 아이러니한 에피소드를 풀어냈었고 그래서 나는 왕여옥의 돌변한 폭력적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쟤, 미혼모!" "미혼모, 노다지." 아무리 그 사건이 유명했대도 대놓고 사람의 이름을 미혼모로 명명할 수 있을까 싶긴 했지만, 화장실에서 자신의 예비 며느리를 '미혼모'라 호칭하는 목소리에 왕여옥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다지 미혼모라며?" "미혼모는 아니고 그냥 임신했던 거예요." "그냥? 그냥 임신?" 아들이 남자와 연애하고 있대도 이 정도로 분노하진 않았었다. 분노의 강도를 서서히 높여가는 임예진의 농익은 연기가 오랜만에 드라마의 스릴을 팽팽하게 조여 당겼다. "어떻게.. 어떻게.." 참다못한 그녀는 아들의 뺨을 내려쳤고 그게 뭐 중요하냐는 아들의 말에 컵을 집어들어 깨버렸다. 그녀의 굳건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심한 놈."

 

 

 

쫓아오는 분노를 삭일 수 없었던 그녀는 거칠게 차를 몰아 그녀의 예비 며느리 노다지를 찾았다. "너 애 가졌었대며?" 순간 응어리져 있었던 남은 분노가 폭발하듯 터져버린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내가 근본 없는 너를 어떻게 대했는데. 그토록 살갑게 아가라고 부르던 지난 세월이 있었기에 그녀의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노다지를 바닥에 메다꽂고 인정사정없이 후려갈기는 왕여옥의 분노는 또한 임예진의 분노처럼 느껴져 절로 실감이 났다.

 

 

이만 큼으로도 충분히 스릴 있는 장면에 임성한 작가는 보다 흥미로운 전개를 집어넣었다. 바로 그 광경을 목격한 노다지의 엄마, 황미몽(박해미 분)의 분노. "네가 사람이야?! 네가 뭔데 내 딸을!" 그저 남의 싸움 구경이라 생각했을 그 살풍경한 광경의 피해자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이 분노로 일그러지는 박해미의 표정은 단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추구했던 왕여옥. 하지만 임자의 성을 가진 신은 그녀의 노말한 인생을 응원해주지 않았다. 욕심을 버리고 또 버렸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결국 풍비박산의 대물림. 아들 때문에 분노한 여자. 딸을 대신해 울어주는 엄마. 일일극에서 보기 드문 사실적인 구타씬에 넌더리가 날 지경이었지만 있는 힘껏 분노하고 울어준 중견 배우들의 투혼은 이 폭력적인 장면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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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27 07:52

    비밀댓글입니다

  • 정용호 2013.09.27 16:11 신고

    놀구있네

  • ??? 2013.10.04 15:54 신고

    무슨 명품이예욬ㅋㅋ;; 시청률 뽑을라고 자극성 요소만 줄창 갖다놓고 쓰는데;; 남여주인공이 비호감인적은 처음이예요. 걔네들 나오면 재수가 떨어지려니 쭉보다가 도저히 못보겠더라고요ㅋㅋㅋ

  • 3ㄱㄷ 2013.10.05 07:58 신고

    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작가야 블로그 하니??????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최근 오로라의 삶은 평화롭기 짝이 없다. 마치 인간의 영역 이상인 것의 도움이라도 받고 있는 것처럼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왕자님 설설희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의 열기가 불만이었던 그녀의 고민은 황마마의 출가 선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너무 쉽게 설설희를 보냈고 너무 쉽게 황마마를 가졌다. 억척스러운 세 시누이와 철부지 예비 신랑 황마마는 출가 선언과 동시에 갱생된 듯 보였으니까. 시누이들은 친절해졌고 황마마는 듬직해졌다. 그런데 말이다. 쉬워도 너무 쉽다. 너무 쉬우니까 도사리는 불안은 오로라의 불행을 예고하는 전조 같았다.

 

최근 임성한 작가의 30회 연장을 명받은 오로라공주는 120회의 기획에서 130회의 무지막지한 분량으로 늘어났다. 여태껏 진행된 오로라공주가 아직 100회조차 채우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최소 40회 이상의 남은 분량이 기획되어 있다는 것이다. 임성한 작가의 머릿속에는. 그런데 일일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삼각관계와 고부갈등을 모조리 끝내버린 차에 도대체 남은 이야기를 임성한 작가는 무엇으로 채우려는 것일까?

 

 

 

심지어 드라마의 가장 뜨거운 클라이막스는 단연 후반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오로라공주는 아직 풀지 못한 갈등과 여주인공의 가장 쓰린 고난이 남아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오로라의 고민과 갈등이 벌써 결혼을 하기 전에 다 해결되었다는 점이다. 4인 겹사돈을 의미했던 초반의 이야기도 오라버니들의 석연치 않은 하차 소동으로 해결되었다.

 

그 나머지를 채울 삼각관계 또한 황마마의 너무 가벼운 출가 소동으로 흐지부지되어버린다. 심지어 재벌가의 큰손쯤으로 느껴지던 설설희가 실연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황마마나 오로라를 압박할 것이라는 가정 또한 사라져 버렸다. 그는 너무나 완벽한 남자였고 아주 쉽게 이별을 받아들였으며 일주일도 채우지 못한 짧은 분량으로 오로라를 보내주었다.

 

 

 

"언니! 나보다 로라야?" "개 키우는 사람들 끔찍해.그거 하난 우리가 봐줘~" 브라더 콤플렉스와 올가미 증후군을 동시에 가진 듯했던 황마마 누이들의 발악도 지나치다 싶게 잠잠해져 버렸다. 오로라를 거부하는 것이 목숨보다 소중한 남동생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의 누이들은 다소 비굴하다 싶게 오로라를 배려함으로 나를 당황하게 했다. 벨라의 충견 제이콥을 대신한 떡대를 가진 오로라를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인 큰 누이의 태도에 닭살이 돋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면 더이상 오로라공주의 갈등은 없다. 그녀의 코디였던 노다지의 위치를 암시하는 오로라에게 의미심장한 고민을 내보이는 친모 둘째 누이의 태도가 석연치 않긴 해도 그저 곁가지 갈등일 뿐 주인공 오로라와는 무관한 문제다. 그렇다면 삼각관계와 겹사돈 문제 그리고 시월드를 한꺼번에 해결한 오로라에게 남은 갈등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갈등 없이 남은 40여 회를 오이지 레서피 따위로 채우진 않을 것이고.(물론 임성한 작가라면 이것도 가능한 전개다.)

 

 

 

심지어 설설희마저 해외로 떠날 암시를 남겨준 마당에 극의 후반부에서야 모두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따위로 끝낼 전개를 중반부에 다 해결해버린 임성한 작가의 속내는 무엇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오로라가 들어선 영역은 분명 태풍의 눈이라는 것이다. 언제든 그녀 주위로 인정사정없는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그녀의 전작에서 수없이 경험해 왔었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서 지나치게 평온한 여주인공의 상태는 오히려 가장 시끄러운 소란을 준비하고 있는 전조나 다름없었다. 기생 출신으로 시아버지의 미움을 받던 신기생뎐의 단사란은 갖은 노력으로 시댁의 평화를 쟁취해내지만 가장 행복한 그 순간에 시아버지의 몸에 신이 들려 드라마 사상 최초로 멜로물이 공포 특집으로 변모되는 기이한 경험을 겪게 된다. 임성한 표 여주인공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은 장금이 못지않은 야무진 손맛으로 딱딱한 시월드를 사로잡고는 모든 평화를 독식한듯하더니 느닷없이 찾아온 젊은 시절의 과오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복수를 준비하기 위해 그녀가 잠시 접근했던 부잣집 남자와의 추문이 들통 나 아리영의 결혼 강좌는 끝이 난다.

 

 

 

특히 아리영의 결론으로 돌이켜보는 오로라공주의 후반부는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결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나의 불안을 사로잡는다. 임성한 작가는 꽤 투철한 철학을 갖고 있어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자는 반드시 응징하고야 마는데 그 대상이 주인공이라 해도 권선징악의 처벌은 면피하지 못했다. 비록 복수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지만 그녀가 상처 입힌 남자와의 과거에 평화로운 가정이 깨지는 것은 물론 쫓아오는 남편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무려 그 아리영이! (인어아가씨의 결말은 유령이 된 아리영이 먼발치에서 남편과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섰던 것이다.)

 

 

사실 남에게 박은 대못의 깊이라면 오로라만큼 깊고 굵은 여주인공이 없었다. 그녀가 은인에 가까웠던 설설희를 배반하고 돌아선 일련의 과정들은 이별마저 뻔뻔하기 이를 데 없이 잔인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깊은 상처를 안겨준 오로라를 과연 임성한 작가가 끝까지 행복하게 내버려둘 것인지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지난 작품의 패턴이라면 오로라는 기존의 여주인공들 이상의 응징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과연 그 과정이 얼마나 엽기적인 결론을 맺을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오로라가 키우는 개까지 배려할 만큼 납작 조아리게 된 시누이의 변절은 어쩜 오로라의 고행을 예고하는 서막일는지도 모른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대. 사람 겉만 봐선 몰라. 겪어봐야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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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2013.09.24 11:07 신고

    제발 제대로 혼 내줬으면 좋겠어요 오로라!!

  • 왠지 2013.09.24 21:38 신고

    모르게 그냥 주인공 마마랑 오로라 죽는걸로 끝날거 같은 느낌

  • 2013.09.24 22:26

    비밀댓글입니다

  • 뜩대 2013.09.24 22:56 신고

    설설희는 유럽에 나가 말을 타며 시름을 잊으려다 큰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다.
    이는 이미 극중에 예고된 바 있다. 설희 엄마가 한 말 중에, '슈퍼맨 연기한 사람도 말에서 떨어져...'를 기억들 하시리라..
    이 소식은 결혼식 시작 5분 전에 로라에게 전달된다.
    결혼식장에서 드레스 차림 그대로 뛰쳐나온 로라는 설희에게로 내닫는다...
    사람의 양심으로 자기 때문에 평생의 불구가 된 사람을 외면할 수는 없고,
    외면한다 해도 그 사고가 약점으로 작용해 평생 시누들과 남편에게 기를 펼 수 없게 될 것을 알기에.
    설희를 간병하고 재활훈련 시키다 나머지 인생 다 보내게 된 로라의 운명이 그려지면서 극은 막을 내린다. 설희 부모의 원망과 괴롭힘을 받는 것도 당연하고..아들 일로 급 치매가 와버린 설희 부.
    이에 황마마는 로라의 인생을 모티브로 해 알타이르 후속격인 '알짜배기'를 써내는데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한류 붐을 타고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되어 모든 영화제의 트로피를 휩쓸게 됨.
    떡대 역에 떡대가 직접 출연하여 더 화제가 된다.

  • 로라편 2013.09.25 23:50 신고

    설희는 은인이었지만 사랑은 아니죠. 설희도 헤어지면서 자기 마음이 앞서서 마음에 없어하는 로라를 결혼으로 몰고간거 사과했어요.
    고맙고 미안하다고 결혼을 할 수 없어요. 그런식이면 세상의 모든 짝사랑은 지극 정성과 여자의 빈틈을 노린 타이밍으로 다 해결되게요.
    설희의 대못은 스스로에게 반 이상의 책임이 있어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자기껏으로 만들수 있다는 오만을 탓해야죠.

  • 차단된이름? 2013.09.26 00:57 신고

    나머지 삼십회는 한의사 양반 옛여친등장으로 이어질것같고 그러면 자연스레 작가 조카 띄우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과거 광고 댓글 남기는 분들을 차단할때 제가 방식을 몰라 아이피와 글쓴이 이름을 동시에 차단했는데 그래서 차단된 이름으로 나오는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저도 요즈음 너무 지나치게 스토리와 무관한 분량을 노다지양의 시답잖은 이야기로 채우는 것 같아 불만이 생기더라구요.ㅋㅋ

 

"내가 그 인간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김수현 작가의 '내 남자의 여자'에서 현모양처 배종옥은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다. 아내의 베스트 프렌드와 눈이 맞은 남편이 기어이 짐을 싸들고 내연녀의 집으로 떠났던 날 밤에. 그녀는 울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헌신했는데. 그런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는 이별의 클리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느 누구나 읊조리게 되는 대사다. 연애도 기브 앤 테이크기에 결과를 맺지 못한 채 물거품으로 끝나버린 사랑 앞에서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 어쩜 내게 이럴 수 있어. 하물며 연애의 구 할이 일방통행의 헌신이었던 설설희야 오죽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설설희의 헌신이 오로라의 의무는 아니다. 그가 배고픈 오로라를 구제했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선택이라는 의무를 덧붙인다면 그거야말로 그의 사랑을 모욕하는 꼴이 될 것이다. 오로라의 다 죽어가는 자존감을 되찾아주고 정신적, 경제적인 풍요를 안겨다 준 설설희의 헌신은 분명 보답을 바란 행동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를 선택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해서 보은의 도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데 내 입으로 안 하게 해줄 수 없어요?" 최악의 이별 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오로라의 비겁한 대사를 들으며 내가 분노했던 것은 그녀가 설설희를 선택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인생 최악의 순간에 자신을 구제해준 최고의 은인에게 자신이 감당해야 할 아픔마저 떠넘기는 비겁한 이별을 했다. 그녀가 그를 선택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이런 식으로 그를 버려서는 안 됐다.

 

여주인공 오로라는 비겁하며 남주인공 황마마는 치졸하다. 어느 드라마야 안 그렇겠느냐마는 무엇보다 임성한의 드라마이기에 이 정도의 고농도 불량 주인공은 매회 나를 놀라게 하는데- 본인의 꿈을 투영한다 싶게 남신, 여신의 인격과 재능으로 주인공을 무장하던 그녀가 도대체 이번 작품만큼은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비호감 커플이 되어가고 있는 오로라, 황마마와 달리 설설희(서하준 분)의 인격은 마무리까지 주인공의 그것을 닮아있었다. 차라리 그가 이 드라마의 실질적 남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으로 그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그것은 시청자가 두 주인공에게 갈구하던 이미지를 닮아있었다. 배려와 책임감이라는 인격을 갖춘.

 

 

 

오로라의 이별 방식은 설설희에게 두고두고 원망으로 남을 만큼 충격적인 것이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데 내 입으로 안 하게 해줄 수 없어요?" 차라리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통 사정이라도 해야 했을 오로라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신이 더 화난 모습으로 이별을 통보다. 더 기가 막혔던 것은 그 와중에 설설희의 차에 낼름 올라타고선 "불편하면 내리고요." 라고 쫑알거렸던 것. 설설희의 말마따나 이 시간에 오로라를 그냥 보낼 그가 아니다. 아무리 자신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그녀라지만. 결국 오로라는 그따위로 이별하고선 배신한 남자의 차를 당당하게 얻어타고 집으로 모셔져 갔다.

 

텍스트만 읽어내려도 미친 여자다. 그녀의 얼척 없는 행동에 나는 다소 섬뜩한 공상을 했다. 분노한 설설희의 부친이 그의 재력을 이용해 오로라와 황마마의 앞길을 막는- 이 드라마의 장르가 '전남친의 유혹'이라는 복수극으로 바뀌어도 할 말이 없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설설희는 상식을 뛰어넘는 인품과 인격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마치 행복한 왕자처럼 헌신한 대상을 향한 원망과 분노를 내뿜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해줬는데.." 따위의 생각을 계산하지 않는 아니 그러지 못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신사라고 했잖아. 남자 중의 남자." 착한 사람이니까 상식적인 이별을 할 것-이라고 본인은 잔뜩 비상식적이면서 타인에게 이상한 바람을 가졌던 오로라였지만.. 그녀의 이 뻔뻔하디뻔뻔한 예언은 있는 그대로 들어맞았다. 설설희는 구차하게 매달리며 새벽 두 시에 전화를 걸어 "자니..?" 따위의 대사를 뱉지 못하는 구남친이었다. 이별한 다음 날. 설설희는 오로라의 포토타임을 지켜보며 그녀만큼이나 다채로운 눈빛으로 감상에 젖는다. 누에고치에서 나비가 되어가는 오로라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설설희는 곧 밀려오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촬영 현장을 떠나버린다. 벽에 기대 한숨을 몰아쉬는 그의 목이 울음을 삼키듯 꿀렁대고 있었다. 실의에 빠진 그가 깽판이라도 치는 것이 아닐까 염려스러웠던 그 순간, 설설희는 촬영을 마치고 쉬고 있는 오로라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넸다.

 

"설렁탕집 갈까요? 24시간 하는데?"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소 무거운 차 안의 분위기에 먼저 침묵을 깨뜨린 것도 설설희였다. 발랄한 그의 목소리에 오로라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헤비한 거 싫어요~" 짜증을 부리다가 순간 이성을 찾아 설설희의 눈치를 살폈다. "설렁탕 먹고 싶어요..?" 그녀의 말에 생긋 웃는 설설희. "난 아무거나 상관 없고요." 그러자 정말 그의 의사는 개의치 않고 국숫집을 선택한 오로라. 마주앉은 그녀를 바라보며 설설희는 문득 처음 오로라를 만났던 국수집의 그날을 떠올린다.

 

 

 

"개 같은 놈." 합석한 초면의 남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욕지기를 퍼붓던 신선한 그녀. 잠깐 웃었다가 다시금 그의 눈빛은 슬픔으로 물들여졌다. 그는 천천히 지나간 추억을 갈무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숫집에서 처음 봤는데 오늘도 국수 먹었네요?" 거만한 오로라가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이별의 절차를 그는 깨끗하게 마무리해주고 돌아섰다. 그의 태도는 이게 바로 이별의 정석임을 가르쳐주는듯했다. 그가 처음 꺼낸 이별의 메시지에 나는 충격과 더불어 소소한 감동을 받았다.

 

"황 작가님이랑 로라 씨 입장에서 생각해봤어요. 말하기 편치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부러 매니저 생활 그만둬요." 그야말로 몸바쳐 헌신한 대상에게 보기 좋게 차인 꼴이 이용만 당했음을 시사하는데도 그는 그 순간에도 오로라와 심지어 그녀의 남자의 입장을 헤아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해줬는데."를 곱씹긴커녕 오히려 그녀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의 입장에서 상황을 돌이켜 바라봤다. "확실히 잠이 보약인가 봐요. 하룻밤 푹 자고 났더니 긍정의 힘이 생겼어요."

 

 

 

이별을 통보받은 황마마가 출가를 하네 마네 난동을 부린 것과 달리 설설희는 그 하룻밤 동안 모든 정리를 끝내버린 것이다. 남자답게. 어른답게. 그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답게. 오로라와 그의 남자친구의 마음을 염려해 매니저 자리를 떠났다. 이미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까지 물색해 두었다. 심지어 타고 다니던 설설희의 차는 오로라에게 계속 맡겨둔 채였다. "남자 매니저 붙여놨다가 또 내 꼴 나면 어떡해요?" 마지막은 장난까지 치면서 그 누구보다 신선한 미소로 오로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순간 탄식했다. 이 남자를 놓친 것은 네 인생 최악의 실수다. 로라야.

 

"내 단점 많이 깨달았어요. 이번에." 심지어 그는 그 지독했던 이별마저 자신의 잘못으로 떠넘겨버린다. "내가 황 작가님이라도 누나들 말 무조건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핏줄이잖아요. 로라 씨 같으면 안 그래요?" 사임당 여사에게 설희를 이간질했던 마마와 달리 그는 오히려 지금 가장 미운 입장의 황마마를 옹호하며 그의 궁색했던 태도마저 좋은 쪽으로 바라보게 말했다. 그녀가 가장 껄끄러워할 부자 부모를 향한 정리마저도 자기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그 지저분한 이별 사이에 한 번도 명쾌한 사과를 하지 않았던 오로라였지만 그는 그것마저도 자신의 잘못으로 떠넘겼다. "로라 씨 잘못 아니에요.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한 거고." "내가 일 이렇게 만들었지. 로라 씨가 만들었어요?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고요."

 

 

 

정상적인 이별을 당했대도 본전이 생각나는 사람이 즐비한 세상에 그토록 헌신했던 대상에게 일방적으로 차이면서 이별의 정리마저 올곧지 못했던 대상을 오히려 나서서 이해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돌려놓는 남자. 세상에 이렇게 멋진 실연남이 또 있을까. 그의 산뜻한 이별의 정리 덕분에 오로라의 지저분한 이별이 아름다워질 수 있었다. 그래서 오로라와 서하준의 만남은 악몽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젊은 날의 기분 좋은 추억으로 두 사람에게 자리잡히겠지. 백미러 뒤의 노곤한 그녀를 훔쳐보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얼굴을 하던 설설희. 오로라는 그를 비참하게 버렸지만 그의 마음은 배신을 당한 순간에도 오염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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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0

  • 오로라공주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에 정성을 들이던 기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와 너무 달라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에요. 기존 인터뷰를 보면 캐스팅 된 배우들 조차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것 같기도 하구요. 결말 역시 작가 마음이겠지요.

  • 진짜 그지같은 드라마.. 2013.09.21 11:14 신고

    주인공이 착하고 멍청해서 짜증났었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 꼴보기 싫고 못되처먹은 주인공때문에 짜증나보긴 처음..악당이 주인공인 역발상드라마..? 요새는 악당도 멋지고 동정이 가더구만 이건뭐..무개념 대놓고 자랑하며 달리고 있네..

  • 모모 2013.09.21 23:31 신고

    글 잘 썼네요.. 마음에 와 닿아요^^* 정말 멋진 남자 "설희" 현실에선 없으니 드라마에서라도 만난게 행운이었네요. 그런 측면에선 임작가에게 고마움이 느껴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 윤금례 2013.09.24 00:02 신고

    오로라공주 막장드라마 네요 정말열심히 시청했는데 우리주위에서는 서하준때문에 보는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정말 보기가싫어졌어요 그리고 남자주인공저알아니에요 김보연 4남매나오면 체널을 다른데로 돌려도 서하준나오는재미로봤읍니다

  • 누규~^^ 2013.09.26 00:02 신고

    공감가는 글이에요"~~^^
    어쩜 요래 글을 만인이 다들 공감하는글로 표현을 잘하셨는지..ㅎㅎ오로라~~~보고 봐도 이해도 안되고 공감도 넘 떨어져요...임작가의 향로가 기대되기도 하죠.별 다른 느낌은 없어도 권선징악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임작가의작품속 생각이 궁금해지징산 흥미는 솔찍 서하준 이 삼각관계에서 나가는순간..재미도 흥미도 본방사수도 없답니다ㅜㅜ

  • Ray 2013.09.26 14:30 신고

    13%대의 시청율... 적잔은 주변의 지인들도 보고있다는걸 알게됐죠... 그런데 노파심이 생기더군요... 오로라에서의 설설희가 오라에게 대하는 이론적 상남자의 모습이 잦대가 되지는 않을지...(적잔은 많은 여성분들이 자신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드라마와 현실을 망각하는 모습을 많아 보아온 터라...) 재밋게 쓰신 글 잘 보고 갑니다 :)

  • jwhy 2013.09.26 16:30 신고

    저렇게 바보같이 헤어져줘서 드라마 안보고 있음요

  • 막장드라마입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헌신한남자친구를 차버릴수 있단 생각을 한다는게 분통터지고 화나네요 헤어지고 저도 드라마 안보고 있어요

  • 설희굿 2013.10.05 00:39 신고

    진짜 공감가네요..로라는 설희를 놓친걸 언젠가는 후회하는 날이 올꺼예요.

  • ㅎㅎ 2013.10.13 19:53 신고

    청정설희에요ㅜㅠ

 

 

요즘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를 보고 있노라면 전혀 다른 장르의 멜로 영화 하나가 떠오르곤 하는데 그게 바로 판타지 멜로 영화 '트와일라잇'이다. 이름마저도 향기가 날 것 같은 아름다운 소녀 벨라와 그녀를 사랑하는 뱀파이어 에드워드. 그리고 늑대 소년 제이콥의 삼각관계를 다룬 트와일라잇. 소녀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준 보상으로 원작 소설과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거두었지만 한편 그 유치한 설정에 매년 골든 라즈베리상을 석권하며 국내에서는 미국판 귀여니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 작품이다.

 

 

 

오로라공주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인 것처럼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짜증을 내면서 보는 게 재밌다. 특히 그 분노는 여주인공 벨라의 뻔뻔함에서 비롯되는데 이날은 뱀파이어 소년의 매혹적인 영하의 입술을 탐하다 저 날은 한겨울에도 끓어오르는 비등점의 늑대 소년을 품에 안는다.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벨라의 사랑은 관객을 분노하게 하지만 그것이 바로 트와일라잇을 보는 재미였으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오로라 공주 또한 벨라만큼의 남자가 꼬인다. 핏기없는 얼굴에 우수에 젖은 눈빛을 가진 복고풍 매력의 황마마. 쾌남의 미소에 단단한 몸매를 가진 설설희. 그러고 보니 두 남자의 상반되는 매력 포인트 또한 트와일라잇스럽다. 희멀건한 얼굴에 뱀파이어 백작의 애티튜드가 어울리는 황마마. 강직한 충견처럼 오로라를 사수했던 설설희. 하필 오로라의 유일한 반려 동물인 떡대의 종 역시 늑대개 '알래스칸 말라뮤트'가 아니던가. (임성한 작가는 굉장한 애견가인 듯. 박지영이 떡대와 같은 종의 개를 '시베리안 허스키'로 착각하자 굳이 '말라뮤트'로 정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고 보면 시리즈 '뉴문'에서 벨라를 포기하고 수행자마냥 자신을 놓아버린 에드워드와 템플스테이를 하러 떠난 황마마의 선택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중첩되는 캐릭터와 스토리만큼이나 트와일라잇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단연 여주인공을 향한 분노일 것이다. 필자의 부친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을 황마마가 아닌 설설희로 착각하고 계신데 그것은 최근까지만 해도 이 드라마 속 주연의 분량을 배우 서하준(설설희 분)이 거진 다 차지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황마마를 버리고 그의 비중이 개 떡대만큼도 안되었던 시절, 그 시기는 단연 '뉴문'의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기간 동안 황마마는 몇 번이나 오로라를 울렸다. 김전일도 아닌데 그녀는 몇 번이나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황마마를 포기하겠노라고 선언했었다. 그럼에도 황마마는 누나들을 놓아버리지 않았고 누나를 놓지 못한 그 손으로 오로라를 붙들었다. 황마마는 우리의 상식 속에 존재하는 멜로 드라마 속 남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는 가난해진 오로라를 비참하게 하고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었다.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다크서클의 9할은 황마마의 몫일테니까.

 

그렇게 상처 입은 오로라를 치유해준 사람이 바로 설설희였다. 그 기간 동안 설설희는 오로라의 유일한 구원이었다. 사정이 딱해진 이후 입에도 대지 못할 비싼 먹거리들을 수시로 날라다준 설설희는 그녀의 어머니는 물론 하다 못해 오로라의 충견 떡대의 식사까지도 살뜰히 챙겨주었다. 그때마다 오로라는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예의상 사양의 뉘앙스만 풍길 뿐 그의 모든 호의를 아무런 거절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돈이 곧 힘이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부를 잃고 무너졌을 때 예전 같은 자신감을 되찾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태도가 한순간에 달라지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해 생긴 공복감을 처음으로 느끼던 그 시절. 마법처럼 나타난 설설희는 오로라의 모든 허기를 채워주는 영혼의 양식이었다. 그는 유일하게 오로라를 가난해지기 전과 다름없이 소중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오로라는 평범하게 남들처럼 이별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래서는 아니 되었다. 그래서 착하고 산뜻하게 이별하려는 오로라가 더할 나위 없이 미울 수밖에 없었다.

 

"엄마. 미안해. 아무래도 황작가랑 결혼해야 될 것 같애."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돌아온 황마마의 눈가를 쓸어주고 그를 품에 안았던 오로라는 결국 이성이 아닌 가슴의 판단을 따르기로 한다. 성질 사나운 세 누이와 철딱서니 없는 한 남자. 그곳이 가시 밭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저질러보고 싶었던 그녀는 자신만큼이나 갈대 같은 사임당 여사를 불러앉혔다. "저쪽 집 가면 심신 편하고 아무 근심 걱정 없을 거 아는데 어쩔 수 없는 게 있잖아.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엄마는 한숨을 쉬면서도 딸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끌리는 사람하고 해야지 어쩌겠어. 인생 일이 년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설설희와 그의 부모 걱정이 먼저 터지는 사임당 여사는 그나마 인격이 제대로 된 사람이었다. 그 와중에 뻔뻔한 얼굴로 말끝을 흐리며 책임전가를 하려는 오로라가 얄밉기 그지없다. "오히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도 있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설설희 또한 좋은 사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싶은 그 마음을 존중하지 못하는 건가? 그녀가 가시밭길임을 알면서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을 설설희 또한 똑같이 하고 있음을..

 

물론 설설희가 베푼 호의 때문에 마음이 동하지 않음에도 그와 인연을 맺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니까.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겠지만 단순히 삼각관계를 떠나 가장 비참했던 시기에 자신을 구원해준 은인 같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많이 아프고 많이 고민한 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녀는 설설희가 상식적이고 깨끗한 이별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워낙 착하고 상식적이니까 받아들이겠지." 자신은 그러지 못했으면서 설설희는 착하니까 상식적인 이별을 해주길 바라는 그녀가 너무나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놀랐던 것은 황마마를 선택하고 설설희와 이별을 나눌 만 하루의 시간 동안 조금도 그가 받을 상처를 고민하지 않는 오로라의 태도였다. 이제는 이별 그 자체가 민폐처럼 느끼지는 오로라지만 최소 정리만큼은 그녀의 말마따나 상식적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 남은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설설희가 받을 고통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미 그 집 사람이 된 듯 황마마네 집에서 식사를 나누고 그와의 미래만을 머릿속에 그리는 오로라는.. 오로지 아직은 불안한 그와의 미래와 이별 선언의 불편함만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저쪽 정리해야죠..." 착하고 상식적인 사람이니까 깨끗하고 산뜻한 이별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던 로라. 설설희와 오로라의 아주 특별한 관계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그녀와 사귀었던 사람의 이별 후 고통쯤은 헤아릴 수 있는 배려를 보여줄 것이라 나도 믿었다. 황마마를 비워둔 시간. 그 우울한 번민의 기간을 치유해준 고맙고 또 고마운 사람을 향한 배려. 그래서 오로라는 산뜻하고 깨끗한 이별을 해선 안됐다. 울고 고민하고 또 아파해야만 했다. "걱정하지 마요. 말하면 분명히 깨끗하게 받아들여."

 

 

 

"워낙 신사고 천사표야." 설설희를 만나러 가기 직전까지 그녀는 주문처럼 이 말을 되뇌었다. 그는 착하고 신사여서 이별마저도 나를 아프게 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도대체 오로라에게 설설희라는 사람은 어떤 의미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심지어 이별의 선언마저도 설설희에게 넘겨버린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데 내 입으로 안 하게 해줄 수 없어요?" 세상에. 이 판국에도 설설희의 배려를 명령하는 오만한 공주님 오로라의 독선이라니.. 너무나 이기적이고 염치없는 이별 선언에 어안이 다 벙벙해진다.

 

 

착한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서운 법이야. 사임당 여사의 이 말이 부디 예언이었길 바란다.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이별의 몫마저도 상대에게 떠넘기려는 비겁한 여주인공 오로라. 착하고 신사 같은 설설희가 성난 늑대의 포효를 보여주기를. 이따위로 이별하고 황마마의 집으로 들어가 세 시누이를 잡도리하며 세상에서 가장 상식적인 척 가장 우아하고 고매한 인간인 척 대사를 읊어댈 오로라를 생각하면 역겹기 짝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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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8

  • 공감 2013.09.19 15:34 신고

    진짜 긴글 읽으면서 너무 공감하였습니다. 시청자를 기만하고 우롱하는 드라마 이게 바로 임작의 고도의 술수일까요 원래 시놉을 버리고 제예상엔 갈대와 마토커의 대한 복수 새드앤딩을 알타이르처럼 제생각엔 두인간 모두 뒈질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짜증나는 드라마 빨리 종결되고 다른 드라마 들어오길 바랍니다.

    혹여라도 임작이 볼수있으니 덧붙임.

    작가양반 엿잡쒀. 너나 많이 잡쒀.
    사람기만 하는것도 가지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한거아니요. 당신이 시청률을 위해서 왜 처음부터 마토커로 만들고..찌질남으로 만든것도
    당신의 과보고..로라의 모든 말을..진실성없는 갈대로 만든것도 당신의 과보오 ...ㅋㅋㅋ

    당신너무...아줌니...들을..무시하오...^^정신차리오..진심임..

  • 2013.09.19 16:03

    비밀댓글입니다

  • 꼴통 2013.09.19 19:21 신고

    드라마 진짜 어찌저런지 이제는 보고싶음 맘이 없네요
    잔인하고~~,,한번끝난 인연은 첨부터 그리 쉽지않을텐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더니 결국 황마마쪽으로
    사람 희롱하네요~~

  • 2013.09.19 20:05

    비밀댓글입니다

  • 미즈 2013.09.19 20:07 신고

    마마랑3개월 사귄것도 사귄건지~ 찌찔이둘 그리 보내고 빨리 종영되서 다른 정상적인 드라마보고싶네여
    오자룡이간다 보다가 오로라까지 은근기대하며 봤었는데
    ~속상하네염 ㅠ

  • 나다 2013.09.19 21:43 신고

    빨리종영하고 어서 새드라마나오길~~
    그동안못난이보러간다

  • 알든 2013.09.20 00:10 신고

    글이랑 댓글보니 정말 속이 다 후련하네요 이 말도 안되는 드라마 끝나기만을 빕니다. 자주 챙겨보는 애청자도 아니지만 작가님이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여겨져서 화가나네요 ..

  • 잘봤어요 2013.09.20 01:30 신고

    살다살다 저렇게 미친 여자주인공은 처음 봅니다
    너무 뻔뻔해서 역겨울 정도에요

  • 2013.09.20 19:43 신고

    템플스테잌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심동감합니다 2013.09.20 20:34 신고

    이런긴글을온마음으로동감하며읽엇습니다
    주말이다가오면월요일을오로라때문에기다렷던1인인데
    황마마를데리고오던순간티비를끄고안봅니다
    결국궁금한마음에이글도보게됏지만
    진심으로망햇으면좋겟네요! 킁-_ -

  • 나도 동감,... 짜증나서안보게되네요

  • 곰네 2013.09.21 01:17 신고

    저도 이번 주부터 안 봐요. 완전 짜증

  • 강영수 2013.09.23 20:37 신고

    전소민진짜싫으다어찌여자가 저런지;;;

  • 2013.09.24 14:42

    비밀댓글입니다

  • 우씨~~~ 2013.09.26 00:19 신고

    이황금시간대 건전하고..유쾌한가족극이 넘그리워지네요...ㅜㅜ
    보다보다 참 그지같은 드라마..ㅜㅜ
    시청료가 아깝다는 급 울컥

  • 믿고보는막드 2013.09.26 16:23 신고

    드디어 임성한 작가가 새로운 패턴의 막장 드라마를 시도하나 봅니다.
    이제까지는 주인공이 막장 주변 인물들의 피해자였는데,
    이제는 주인공이 가장 막장 양다리 여성.
    본인 스스로를 공주라고 착각하고 사는 정신나간 여성으로 컨셉을 잡았나봅니다.
    마마도 설희도 다 불쌍하더이다.

  • 츠암내 2013.09.26 19:46 신고

    개그코너에 시청률 올리기 위해 말도 안되는 즉흥 설정 막 쏟아내는 웃기는 연출...
    작가 제작진의 상식 수준이 의심스런 드라마...
    연기자들이 불쌍네..ㅉㅉㅉ

  • 어휴 2013.10.01 13:01 신고

    저도 보다가 때려치움 .... 진짜 벨라보는듯한 더러운기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막장의 아로마 속에서도 이따금 가슴을 동하게 하는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이 장면 또한 그랬다. 자신이 그토록 멸시했던 집안으로 다시 돌아가 무릎을 꿇린 죄.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픔을 겪게만든 죄. 다 큰 누나들을 헉헉대며 이 산, 저 산. 쫓아다니게 만든 죄. 자존심과 체력을 모두 잃게 만든 못난 남동생을 눈앞에 두고 큰누나 시몽이는 그 흔한 욕지기 한마디 뱉지 않았다. "다신 그러지 마..." 하고 울음에 삼켜진 뒷 목소리에 순간 처음으로 그녀가 애처롭게 느껴지더라. 그야말로 욕지기 나오는 미친 시월드에 극강의 오지라퍼로 느껴진 진상 시누이 셋이 그 순간은 그저 남동생이 애틋한 누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장면이 아무리 애틋했대도 그렇게 쉽사리 출가를 포기하고 애인 손에 이끌려 돌아온 황마마는 정말 진저리나게 궁상맞았다. 아니 적어도 일박 이일은 좀 튕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뭐 템플 스테이 하고 돌아왔니? 라고 비아냥대고 싶을 만큼 얄밉게 신속했다.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속세를 포기하고 출가를 선언한 황마마가 만 하루도 못 버티고 애인 앞에서 무너지다니. 이건 뭐 그냥 출가를 내 애인 내놓으라는 협박용으로 사용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오로라를 사랑했었나 싶어 측은지심이 생기기도 했다. 경박하리만큼 오로라의 손끝에 쉽사리 무너질 이 남자 황마마는 적어도 오로라 하나만 바라봤지 않는가. 그의 부모였고 세계였던 누이들이 틀렸다는 것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황마마가 사랑한 여자는 오로지 로라 하나뿐이었다. 그의 지저분할 만큼 궁상맞은 태도도 오로라 하나에게 부린 진상이라고 생각하면 적어도 일편단심이었던 그 마음 하나만은 인정해줄 만하다.

 

 

 

그러니 정조 관념만은 투철했던 황마마에 비해 이 여자 오로라의 마음은 바람 아래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만큼이나 가볍기 짝이 없다. 돌이켜보면 애초에 설설희를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그 시절부터 오로라는 이미 예전의 오로라가 아니었다. 공진단만큼이나 설교를 좋아하던 그 똑 부러지고 깨끗했던 아가씨가 언제부턴가 남의 호의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은 내게 적잖게 실망이었다.

 

거짓말쟁이 왕자님 설설희는 오로라에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던 그 시절에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다며 거짓말을 했었다. 그럼에도 오로라는 그의 호의를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모조리 받아들인다. 데이트에 가까운 만남을 하며 도에 넘치는 선물을 받고 사람은 물론 개에게 먹일 비싼 연어까지도. 그저 눈웃음치며 "이래도 돼요?" 라고 한마디 하고는 사뿐히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던 그녀. 그토록 현명했던 오로라가 "매니저는 당연히 이래야 하는 거예요." 라는 말 같잖은 변명만으로 만족한다는 것도 실망스러운 변화였다. 가난이 사람을 이렇게 구차하게 만드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가끔 여자친구의 의중을 떠 묻는 것도 오히려 그의 처신을 나무라는 것이 아닌 은근한 유혹으로 느껴져 부담스럽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동하는 상태에 설설희의 연정을 담아두고 있다면 그리 이해하지 못할 행동도 아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그 결과가 설설희라면 그 중간의 과정이야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다시 황마마라니?

 

물론 사람의 마음을 질 좋은 연어나 스테이크로 붙들어 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세상 다 가진 얼굴로 설설희의 생일상을 받고 그의 부모와 식사를 나누었던 그녀였다. 이런 그녀가 그토록 자신을 멸시했던 세 시누이에 이끌려 출가한 전 남자친구를 찾으러 갔다. 승려복을 입고 있는 황마마에게 돌아오라 외치다가 결국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 마는. "결혼 약속 같은 거 안 했어요!!" 울먹이는 그의 눈을 쓸어주며 "울지마요... 나도 속상해..."라고 애틋해하는 것은 그야말로 배신이 아닌가. 설설희에게만 배신이 아니다. 시청자도 동시에 실연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걱정돼? 내가 감당할 부분은 감당할께." "일이나 벌이지 마요." 최근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공주의 30회 연장을 명령했다. 그 남은 기간을 울분의 세월을 보낸 격동의 황마마를 보상해줄 시기로 잡을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오로라의 어장관리질이 수십 회는 더 남아있다는 것일까. 불의 앞에선 어른이라도 꾸짖었던 오로라. 그 오로라가 거짓말쟁이 설설희를 몇 번의 갈등 없이 받아들였다. 아마 이전의 오로라였다면 신분을 감춘 설설희가 오히려 그녀에겐 배신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왜 자신의 삶에 떳떳하지 못해요? 라고 몇 시간의 훈계를 하다 헤어졌을지도.

 

하지만 가난한 오로라에게 왕자님의 거짓말은 그의 신분이 부자라는 사실만으로 해소되고 만다. 만약 설설희의 거짓이 그의 가난을 감추기 위한 비책이었대도 오로라가 그의 부모님을 만나러 들었을까. 어쩌면 임성한 작가는 공주의 품격을 유지하는 것은 정신이 아닌 빵조각임을 시사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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