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드라마리뷰 +517

카이의 몸은 추위로 멍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카이의 심장은 눈의 여왕의 입맞춤으로 차가운 얼음이 되어있었으니까. 카이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을 맞추어 단어를 만드는 퍼즐 놀이를 했다. 그의 놀이는 ‘차가운 이성’이었다.

 

 

카이는 얼음 퍼즐로 무수한 글자를 만들었지만, 아무리 해도 완성시킬 수 없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영원’이라는 글자였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눈의 여왕 중에서

 

 

 

1994년, 둘만의 어느 늦은 밤. 최택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로 직진했다. ‘그럼 지금은?’ ‘어색하겠지.’ 서로를 완전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6년의 세월을 숨죽였을 덕선의 허락은 ‘그런데....’라는 미련으로 충분했다. 헤어졌던 순간은 그저 눈뜨면 사라지는 긴 밤에 불과했다.

 

 

 

서로의 마음이 애초에 하나였음을 확인했던 밤. 최택은 수면제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잠들 수 있게 되었다. 덕선은 더 이상 언니에게 양보해야 하는 둘째딸의 포지션에서 결핍을 느끼지 않는다. 왜 나만 덕선이야? 라고 자책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래서 최택은 서로가 숨겨야했던 마음을 6년이라 셈한다. 1988년은 메아리에 불과했던 소년의 고백에 그녀가 눈뜨게 된 시발점이었으니까. “덕선아, 넌 어떠냐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거 말고 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남이 널 좋아하는 거 말고, 네가 누굴 좋아할 수도 있는 거야” 그 순간, 해답이 되어 나타난 최택. 덕선은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88은 소녀의 부재가 곧 결핍이었던 소년과 응답할 대상자를 찾지 못해 결핍되어 있었던 소녀의 이야기다. 이미 완전했음에도 자각하지 못해 분리된 상실감에 번민하다 융합으로 결핍을 채우는 응답하라의 러브 판타지.

 

 

 

 

겨울로 상징되는 최택에게 덕선은 따스한 온기이자, 번민하는 밤을 재울 수 있는 영원이다. 제7화 그대에게, 덕선은 마니또 게임에서조차 짝을 찾지 못해 ‘난 사랑 받을 자격도 없는 아이’라며 자책하고 최택은 약의 힘을 빌려 고통을 잠재우려 하고 있었다. 뒤늦게 ‘덕선’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발견한 최택은 한겨울에 눈처럼 하얀 반팔 티셔츠를 입은 채 그녀에게 달려 나가면서도,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선물 뭐 갖고 싶어? 다 사줄게.” 스스로를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성덕선에게 최택은 전부를 주겠다고 말한다. 그 말의 울림이 마치 프러포즈와 같아서 마취된 듯 멍해있던 덕선이었다. 날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소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전부를 주겠다 말하는 소년.

 

 

 

“최택. 너 지금 1월인 건 아냐?” 1월에 얇은 옷을 입고 덕선과 골목길을 거닐다 핀잔을 들으면서도,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라고 웃기만 하던 그때도 최택은 이미 얼어붙어 '추위를 알지 못하는 소년'이었다. 덕선은 “너 안 추워? 아우. 넌 애가 예민한 건지 둔한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라고 툴툴거린다. 그로부터 6년 뒤, 같은 골목에서 그는 한겨울에 얇은 옷을 입고 걸어 나오는 덕선의 차가운 몸을 그의 코트로 감싸 안아주었다.

 

 

 

 "너 안 추워? "아.... 따뜻해."

 

얼어붙을 만큼 차가운 이성의 최택과 끓는점을 넘어버린 덕선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완전한 온도를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속적인 프러포즈와 웨딩마치를 대신한 최택의 눈물 맺힌 ‘사랑해’는 응답하라 러브 판타지의 기원을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메아리에 불과했던 소년의 고백이 응답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되었을 때, 환희에 들떠 ‘사랑해’ 하고 불러보는 순간의 뭉클한 감동은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었다.

 

 

 

 

눈의 여왕은 카이에게, 네가 퍼즐을 풀어 영원이라는 단어를 맞출 수 있다면 결핍 없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얼음성에서 풀어주겠노라는 약조와 함께. 소꿉친구 겔다는 카이를 잃어버린 상실감에 번민하다가, 결국 얼음 궁전에 갇힌 그를 찾아 나선다. 얼음성에 갇힌 카이를 찾아가는 겔다의 여정. 마침내 그를 찾아낸 순간, 겔다가 흘린 기쁨의 눈물은 카이의 눈에서 얼음 조각을 빼내고 그의 겨울을 녹인다. 겔다의 봄이 카이의 겨울을 녹일 때, 영원이라는 낱말이 완성되었다.

 

 

"무슨 뜻인데?"

"...영원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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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자세히 잘 읽었어요~~~ㅎㅎ

  • 늙은베르테르 2016.01.20 17:56 신고

    리뷰 감사합니다. 닥터콜님의 관점이 낭만을 넘어 몽환적이기까지 하네요
    과연 제작진과 작가들이 닥터콜님의 관점으로 시나리오를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이 리뷰는 덕선과 택, 그리고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낼 수 있는 최대의 찬사와 선물인 것 같습니다.
    똑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네요
    닥터콜님 덕분에 드라마에서 보여준 감동 그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어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향기 2016.01.20 20:00 신고

    감사합니다. 응사때부터 즐겨 리뷰를 봐왔습니다.
    이번 응팔은 처음에 좀더 가볍게 다가왔습니다.
    전작 응사는 나레기의 서사가 마음에 훅 들어와서 너무 절절하게 둘을 봐왔고 거기에 닥터콜님 리뷰까지 더해지니 제가 재준이고 나정이더라구요.
    근데 이번 응팔은 가족의 이야기도 많이 보이고 선보라의 서사는 좋기는 하지만 많이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정환이.. 저도 금세 어남류라고 재단하고 봐지더라구요. 낚시에 넘어가지 않겠다, 나는 응답월드를 알아 라는 공연한 호승심에도 더더욱.
    근데 자꾸 삐끗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덜 매력적인건가? 나랑은 안 맞나? 하다가 택이가 들어오고 닥터콜님 리뷰를 보고 그렇게 선택의 서사가 다시 저를 잡더라구요. 참 많은 사랑의 모습이 있는건데 왜 쉽게 빠르게 판단하려했는지. 둘의 은근하고 오랜 사랑에 어느새 절절하게 잡혀있어요. 그리고 어떤 인물보다 특별해보이는 택이에게서 못 헤어나겠네요.
    닥터콜님도 최택에 대한 작감의 욕심이나 이외성에 대해 댓글 다셨던데 최택이란 인물에 대한 리뷰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분명 이번 응팔은 좀 다른것 같거든요.

  • grace 2016.01.20 21:12 신고

    드라마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이리 아름답게 의미를 부여하실 수 있는 심미안이 놀라울 따름이네요~
    저도 이런 안목을 갖고 계신 닥터콜님께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요. 왜 작감은 최택의 절절한 마음을 대중에게 더 쉽게 더 각인시키지 않고 도리어 정환의 아픈 사랑을 더 선명하게 각인시켰는지 그게 아직도 좀 아리송합니다. 응사때는 게임을 빌어 나정에게 마음을 표현했던 칠봉의 키스도 정작 시청자들이 쓰레기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나정의 감정도 쓰레기로 한결같았기에, 쓰레기의 시점을 보여주지 않아도 쉽게 설득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응팔은 사랑받고 싶어했던 덕선의 자각이 후반이 되어서야 나오는데다 먼저 자각하고 절절했던 택이의 마음도 주로는 정환의 시점에서 묘사되니 많은 이들이 어찌보면 택의 마음의 깊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택을 연기하는 배우의 눈빛만으로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걸 많이 놓친 것 같아 지금도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폄하하고 소리가 많지 않나 싶어서요. 작감이 굳이 택이라는 인물을 결벽증에 가깝게 표현한 의도가 무엇일까 많이 궁금해지는데 깊은 안목과 통찰력을 지니신 닥터콜님의 생각을 여쭙고 싶네요~^^

  • 뤼미 2016.01.20 21:25 신고

    예전에 어떤기사리뷰에서 "어른들의 세계를 견뎌내는 희동이"라는 타이틀을 본적이있습니다. 신처럼 여겨지는 프로바둑기사로, 어른들에게는 다컸다는 칭찬을받던 그가 엄마가 언제보고싶냐는 질문에 "매일"이라 대답하며 눈물을 떨구고 "어른스런 아이도 그저 아이일뿐이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던 그장면이 마음을 후벼팠더랬죠.. 그렇게 엄마를 생각하면 맘아프지만 아빠의 재혼을 이해하고, 싫어하는 부탁도 친구와 친구가족을 위해서는 망설이지 않았고, 사랑하는 여인에겐 한결같이 다정했으며, 정환이의 마음을 알고 멈추기도했지만 덕선이를 위해 중요한순간에 망설이지않고 달려갔죠. 어른들의 세계를 견디고 진짜 어른이된 택이 더이상 망설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을때 먼저 찾아간사람이 덕선이가 아닌 정환이인것도 참 좋았습니다. 택과 덕선의 감정선을 너무 서사적으로만 내둘러 풀어내어 각자의 해석방식이 다른 시청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던거라 생각되는데 닥터콜님의 말씀처럼 거창한 해석과 결혼식같은 결말을 보여주지 않아도 될것같네요 이미 서로 바라보는 눈빛과 믿는다는 말만으로도 6년의시간이 그려지고 이들이 변치않을거라는걸 믿을수가있게 되었으니. 다만 동룡이 니가 좋아하는사람이 중요하다는 조언과, 그직후 택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있고 곧 고백할거라고 했을때의 덕선이 시점, 영화약속취소 후 감정, 첫키스 후, 94년에 택이생일날 모였을때 등 뒷이야기를 더 풀어내면 의견이달랐던 시청자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소스들을 잔뜩 포진해 놓았음에도 끝까지 스스로 해석해보도록 마무리한건 내심 아쉽네요.. 좀만 더 보여주지ㅋㅋ 너무 택, 덕선 얘기만했는데 부모님이야기도 자주 나와서 더 감동과 여운이 있었던것같구요, 따뜻했던 쌍문동가족들 모두 오래 잊지못할거같아요^^ 리뷰잘보고 갑니다.

  • 안녕하세요...
    '최무성과 최택'의 관계을 보며는
    갠적으로 '최무성'은 '최택'을 보며서 죽은 아내의 모습을
    찾으면서 고통스럽게 '최택'을 보고, '최택'은 자기의 모습에서
    '아내'의 모습을 찾는 '아버지'을 슬픈 눈으로 보며서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의 심장을 얼게 하며서 시간(감정)을
    멈추고 살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그리고 '제7화 그대에게'에서 비로소 '아버지 최무성은 '인터뷰'을
    통해서 자기가 '아들'에게 헌신을 하고 있지만,
    사실 모르는게 더 많다는 사실과 또한 '아들'을 사랑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에 나온 '눈물'과 '사랑하다 우리 아들'라는 말은
    주문이 되어 '두 부자'의 얼어던 심장이 다시 뛰고,시간(감정)이
    흘르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되네요...

  • ㅇㅇ 2016.01.21 20:48 신고

    자꾸 곱씹어볼수록 여운이 남는 커플이라 자꾸 닥터콜님 블로그에 들어와보게 됩니다.
    더 알고싶고, 더 보고싶은 택이랑 덕선이네요.
    닥터콜님의 다른 리뷰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했어요. ^^


  • 욜린 2016.01.22 16:57 신고

    따뜻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ㅜㅜ <눈의 여왕> 이야기를 택이와 덕선이로 해석한 것이 딱맞아떨어지면서 동화같은 여운까지 남았어요.

    응팔 홈페이지 인물 소개에서 최택을 '바둑판 앞에 앉았을 때 모든 걸 잊을 수 있었다. 아무 감정 없는, 그 시간이 좋았다.'라고 설명하고 있더군요.. 어릴때부터 승부의 세계에서 자라났고, 아버지 뻘 되는 이들과의 대국과 사회생활은 택이의 감정표현을 막게되는 가장 큰 이유였을겁니다. 그런 택이가 덕선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한 것은 그녀의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최택의 움직임이였어요. 이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마음을 동여맨 채 보냈을 6년의 시간동안 최택은 바둑에만 매진했을 겁니다. 다시 모든 것을 잊고, 감정까지 잊을 수 있는 공간은 바둑판 앞이 유일했을테니까요. 19살 최택의 111국은 그래서 애처로웠습니다.
    덕선이 없이는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던, 수면제를 매일 밤 털어 넣던 최택. 덕선이와의 마음을 확인한 그날부터 최택은 수면제를 끊었고 영원한 사랑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덕선이는 그의 고요하고도 큰 사랑을 영원히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드라마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은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이였던 건, 최택에게 바둑을 알게해준 이가 동일아빠였다는 사실입니다. 기원에 가면서 덕선이 대신 택이를 데려가는 바람에 최택이 처음 바둑을 시작하게 되었다니... 이것 또한 기막힌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최택의 세상을 양분하는 존재인 바둑과 덕선이, 이 둘을 최택에게 선사한 존재가 동일아빠니까요..

  • 세잎클로버 2016.01.23 16:22 신고

    저는 단순해서 택이의 감정선, 정환이의 감정선 그리고 덕선의 감정선만으로 택이가 남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선이 덕선이랑 비슷하거든요.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에게 흔들리기도 했었고 내가 온전히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결국 오랫동안 한 사람을 마음에 담아두게 된 건 내가 온전히 좋아한 그 사람이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마음이었고요. 닥터콜님이 리뷰를 참 잘 쓰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렇게 깊게 생각을 못 하는 성격이라 ㅋㅋㅋ
    전 이 드라마가 택이의 온전한 사랑과 표현방식을 표현하는 거인 동시에 덕선이의 성장과정을 담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선우 - 정환 - 택이 순으로 덕선의 감정이 이동했다고 봐요. 많은 분들이 복선들을 통해서 선택 커플이 원래부터 지정된 커플이었다고 말하는데 저는 닥터콜님의 글이 가장 마음에 와닿아요. ^_^

    • 처음 2016.02.06 00:46 신고

      어남류..어남택...여러가지 복선과 단서들을 들이대지만.....저도 그런 것 보다는....큰 감정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그 큰 감정선과 서사를...놓치지 않은 제작진과.....그 예쁜 사랑을 아름답고 개연성 있게 표현해 준....택이와 덕선이...그리고 정팔이에게 고마와요....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인지....ㅜ.ㅜ

  • 러브하와이 2016.01.24 06:37 신고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리뷰를 보게 되다니.. 닥터콜님의 통찰력과 필력에 감탄합니다.
    단지 택이의 사랑이 간절하고 아파보여 응원했던 저에게 둘의 서사를 읽게 하고 필연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굳이 이벤트를 만들지 않아도, 대단한 계기가 없어도 처음부터 나와 너 일 수 밖에 없던 둘의 관계가 아름다워요.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화 크게 클로즈업 된 택이 밥 먹는 장면에 눈물이 났어요.
    그렇게 약하고 아프고 외롭던 소년이 이제 내 걱정없이도 잘 살 수 있겠구나 싶은 안도감에..
    이상하게 최택은 실존인물처럼 느껴져서 마지막까지 아팠으면 저는 평생 걱정하며 살 것 같았거든요.. :)

  • YJ 2016.01.25 02:25 신고

    닥터콜님에 글을읽고 제머리속이 정리된듯합니다.
    드라마가 말하고 싶었던게 무엇인지 이제야 알것같네요..
    영원한사랑.....참 아름답네요...가슴한켠이 먹먹해집니다..
    1편부터 다시한번 봐야겠어요..천천히 즐기면서요~^^

  • 강선아 2016.01.25 15:24 신고

    아름다워요..
    이번 응팔은 정말 잊지 못할 드라마였어요.
    이런 순수한 마음을 다한 사랑이 정말 하고싶네요.
    리뷰 감사했어요 몇배는 더 행복했습니다.

  • 고동이 2016.01.25 21:04 신고

    저도 약먹고 자는 사람으로서 택이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합니다.

    작가는 약먹고 자는 사람의 심정을 어찌 저리 절절히 잘 알까요....
    약...그거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진 않고는 못끊습니다.

  • 선택북 2016.01.25 21:59 신고

    안녕하세요 닥터콜님. 지금 응팔 갤러리에서 선택(덕선 & 택) 리뷰북을 제작중인데요, 혹시 이 리뷰를 넣어도 될까요? 방영 내내 닥터콜님 리뷰가 많은 위로가 되었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선택뿐 2016.02.03 21:50 신고

    덕선이와 택이로 인해 행복했던 지난 시간들을 오랜만에 되집어 보았습니다. 그들의 사랑처럼 따뜻한 리뷰, 늘 감사했습니다.

  • 수연맘 2016.02.05 15:25 신고

    읽고 또 읽어도 좋은 글이네요.
    응팔이 한참전에 끝나도 저는 아직 여운이 길게 남아 다시보기를 자주합니다.
    택이의 맑고 순수한 사랑이 주는 포근함과 아련함에 젖어 따스한 겨울을 나고 있네요.
    정말 글을 잘 쓰시는것 같아요.
    백번 공감하고 갑니다.

    • 처음 2016.02.06 00:52 신고

      저도 계속 다시 보기 중....보면 볼수록...택이와 덕선이의 사랑이..참 이쁘죠??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음..사랑이라는게...이렇게 숭고하고 아름다운 거구나.....한 인간을 완성시키는 고귀한거구나...뭐랄까...인생공부를 다시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 해기 2016.02.15 05:11 신고

    응사때와 달리 이번 리뷰는 전혀 공감이 안되네요.
    그렇다고요..

  • 미로 2016.02.22 00:03 신고

    닥터콜님 글들은 참 읽으면 읽을 수록 참 따뜻하고 좋네요... 사람들이 다 어남류라니까 그런가보네 하며 보면서도 자꾸 택이 한테 마음이 가서 당황스럽고 안타깝고 했더랬어요...드라마 종영하고 1회부터 덕선이 시점으로 다시보니 너무 잘 보이더라구요...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 드립니다 종종 들려서 따뜻한 글들에 위로받고 가겠습니다 ~^^

  • ㅇㅇ 2016.05.11 10:19 신고

    닥터콜님,

    닥터콜님의 글들이 그리워서 때때로 찾곤 하는데
    응팔 이후로는 새로운 글이 없네요.

    하긴 저도 다른 드라마에 별 재미를 못 느끼고 부유하고 있습니다만...

    팍팍한 세상에
    닥터콜님의 좋은 글들이 필요합니다.

    리뷰가 아니더라도 좋은 글들 많이 써주세요....

  • 반가와요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뿐인걸,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성덕선은 스스로를 개똥벌레라 생각하는 아이입니다. 노을이와 보라라는 예쁜 이름 사이에 끼어있던 다소 투박한 ‘덕선’이라는 어감부터가 그녀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날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난, 사랑 받을 자격이 없나봐.

 

비하와 자학은 성덕선 아이덴티티의 7할이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사랑스러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택은 이런 성덕선의 결핍과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개똥벌레 그 자체로 그녀를 사랑합니다. 성덕선이 여성성이 없어도 또 어쩌다 잔뜩 여자아이 같아져도, 그의 지갑을 뺏고 요플레를 갈취하고 바바리맨 앞에서 호기를 부렸다 결국 무너져 울음을 터뜨려도 그 모든 긍정과 결핍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죠.

 

최택은 기원을 알 수 없는 아주 오래 전부터 덕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애를 써왔던 인물입니다. 덕선이 자괴감에 빠질 때마다 언제나 그녀 앞에 서있던 사람은 바로 최택이었죠. ‘니 아픈데. 니 아프다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나정의 트라우마를 홀로 알아보고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옮긴 쓰레기처럼요.


 

 

성덕선은 타임워프를 한 이후에도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인가에 집착합니다. 내가 좋다는 남자도 있다고 오기를 부리는 수연의 그림자는 난,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성덕선이라는 불안감의 투영이겠죠. 이런 덕선이가 ‘날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라는 확신을 들키기 싫어 슬리퍼에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약속 장소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최택은 덕선의 슬리퍼 신은 헐벗은 발에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인물입니다.


문이 열리고 동룡의 장난을 들으며 부루퉁한 얼굴로 덕선이 다가올 때, 최택은 멀리서부터 슬리퍼만 달랑 신은 그녀의 발을 눈치 챈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장난으로 묻어서 넘어가려는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내내 덕선의 언 발에서 눈을 떼지 못해요.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덕선의 세상에서 본능적으로 그녀의 상처와 결핍을 알아채고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최택 한 사람 뿐이니까요.

 

 

 

그리고 지독한 남편 찾기에서 응답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 역시, 누구도 채울 수 없는 그녀의 결핍을 본능적으로 치유해주는 사람뿐이었습니다. 그것만큼은 대체제가 없어요. 필연적으로 정해진 결핍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 관계. 이것을 응답하라 세계관에서는 인연이라 정의하죠.

 

 

 

“나 근데 진짜 바람 맞은 거 아니다?” 덕선의 오기를 장난으로 되받아치거나 소위 츤데레 뉘앙스로 괴롭히는 것이 아닌 토 하나 달지 않고 “그래. 알어.”라고 답해준 최택은 누구보다 더 그녀의 아픔을 어떻게 달래야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입니다. 사랑에서 비롯된 본능의 배려겠죠.

 

 

 

“오기로 했는데 사고가 났대.”라고 안쓰러울 만큼 애처로이 변명하는 덕선이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다 옷을 벗어 덮어주곤 그녀가 신경 쓰이지 않도록 “내가 더워서 그래. 입고 있어.” 라고 달래죠. 그 순간 택에겐 사랑하는 덕선에게 점수 따는 일보다 ‘난,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덕선이의 오기가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덕선이의 자존감을 보호하는 일이 더 중요했을 겁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며 좌절했던 정환이. 하지만 최택이 그보다 더 먼저 콘서트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럭키 가이라서가 아닙니다. 애초에 그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뛰어온 것도 아닐 겁니다. 그저 이 추운 날씨에 꽁꽁 얼어버릴 덕선의 맨발이 신경 쓰였겠지요. 그래서 대국에 집중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네. 사랑은 타이밍이 아닙니다. 그리고 최택은 사랑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발 앞서 도착할 수 있었던 겁니다. 사랑을 쟁취하려고 뛰어온 게 아니었으니까요.

 

 

 

제작진이 왜 하고 많은 씬 중에 하필 비 내리는 날 나정이를 데리러 나간 쓰레기를 응답하라1994의 시그니처로 골랐을까요. 나정을 피하면서도 찬비에 몸이 얼어버릴 그녀가 신경 쓰여 커리어도 포기하고 밖으로 뛰쳐나온 쓰레기처럼 최택 또한 꽁꽁 얼어있을 덕선의 몸이 신경 쓰여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응답하라 제작진은 플래시백에 굳이 복선을 회수해 이 장면을 넣었습니다. 아픈 그녀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응답하라 남주인공의 필연이라고요.


 

 

두 사람의 공통점은 애초에 지나버린 사랑을 붙잡고자 뛰어나온 게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 택은 먼저 달려온 사람이 정환이라 해도 그리 힘겨워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을 겁니다. 경쟁에서 이기고 그녀를 쟁취하기 위해서 뛰어나온 게 아니었으니까요. 덕선이의 언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일이 그 순간 그에게 가장 큰 과제였으니 사랑에 패배했다는 감정 자체를 품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타이밍 따위 거들뿐이죠.


사랑은 이타심이고 그 사람이 곧 내 세상이 되는 순간입니다. 줄곧 그녀의 세상으로 넘어가고 싶었던 최택입니다. 나는 개똥벌레- 날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울먹이는 덕선에게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이라고 답해줄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응답하라 러브 판타지의 필연입니다.

 

 

 

그녀의 세상에서 언 발에 추워하고 있을 성덕선이 머릿속에 맴돌아 도저히 바둑을 둘 수 없어 기권해야 했던 택의 사랑은 타이밍도 아니고 운도 아닙니다. 그저 ‘네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뿐’이고 매순간마다 덕선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걸 성실하게 꺼내줬을 뿐입니다. 매순간 망설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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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nfuda 2016.01.17 17:27 신고

    결국 마지막회를 봤습니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안스러웠습니다.

    닥터콜님이 보신것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저는 이번 응팔에서는 아무것도 못보았습니다.
    제가 본 것은 '임성한 작가'의 그림자입니다. - 혹시 누가 죽을까봐 조마조마 했습니다. 일기장에서 문제의 한 페이지를
    찢은 다음 고이고이 접어 굳이 집 밖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에서 느꼈던 제작진의 배려란 참.......

    저는 모든 갈등이 어느 한 순간 초자연적인 존재가 하늘에서 나타나 다 해결해주는 '고대소설 '을 보았습니다.
    효녀 심청전을 본 느낌이 듭니다. 심청전은 절정, 카타르시스라도 있는 데 응팡은 발단 위기 전개로 그냥 끝났습니다.

    시청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tv드라마에서 우연적이고 비현실적이지 않은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구성을 기대했던 것이 역시 무리였습니다.

    응답할 수 없었던 나의 응답하라 1988



  • 늙은베르테르 2016.01.17 17:36 신고

    안녕하세요. 추운 겨울 벽난로만큼이나 따뜻한 리뷰 감사드립니다.
    닥터콜님은 사물과 세상을 참 따뜻하게, 그리고 통찰력 깊게 바라보시는 분 같습니다.
    응팔이 어제부로 끝이 났네요. 지금 인터넷에선 칭찬과 아쉬움 보다는 질책과 불만이 넘쳐나네요. 무서울 정도로 ㅎㅎ.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은 대중문화인데, 제작진들이 대중들에게 너무 불친절하게 대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꾸 들으면 싫증이 나듯이 아무리 가족간의 정을 위주로한 드라마라지만 좀 너무 멀리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과유불급이라죠. 초반 덕선이 외할머니 초상, 비오는날 보라엄마의 모성애, 선우엄마의 엄마하고 부르는 전화기 씬 등은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잦은 병원씬과 라미란 여사의 페경기 에피에 나오는 식당 결혼식 장면과 감사패 전달, 선우,보라 결혼식의 부녀간의 손편지 울음 씬 등은 글쎄요, 제가 감정이 메말라서인지 그닥 집중이 되지 않더라고요. 행복했던만큼 아쉬움도 많은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응팔로 저는 정환의 덕선을 향한 가슴절절한 짝사랑. 그리고 택과 덕선의 운명적인 사랑의 서사를 본 것만으로 대만족입니다. 특히 18화의 정환의 고백후 이승환의 텅빈마음을 배경으로 나오는 회상씬은 택과 덕선의 바닷가 씬과 더불어 응팔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시고, 생업에 무리가 안가는 범위 내에서 좋은 리뷰 많이많이 부탁드립니다.

  • 선택하라1988 2016.01.17 18:48 신고

    저도 닥터콜님 말에 동감합니다.
    작가는 시청자에게 왜 정환이가 아니고 택이인가, 설득할 필요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미 극에서 모두 보여줬기 때문이죠. 정환이가 망설이고 있을 때 택이는 덕선의 옆에 있었던게 바로 택이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인거죠.

    최택이 덕선을 사랑하고 있고 그것을 덕선이에게 표현하는 순간을 시청자들은 모두 보았습니다.

    다만 시청자는 감독의 연출을 통해 정환이의 시점에서 바라보았으니 그 순간에 "덕선의 옆에 택이 있어줬다"는 사실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정환이가 거기에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하게 만들어서 와닿지 않는 것 뿐.

    마지막화 플래시백을 보면서 '이미 시청자들은 그 순간을 모두 보아왔노라'고 말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택이는 1회부터 20회 내내 덕선이를 사랑했고 그것을 표현했으니까요.

    작가가 정말 뚝심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시청자를 이해 시켜주지 않죠. 이미 다 보여줬으니, 그걸 보는가 보지 못하는가는 오로지 시청자의 몫으로만 남겨두니까요.

  • 2016.01.17 20:24

    비밀댓글입니다

  • 웃고살자 2016.01.17 21:24 신고

    항상 조용히 글만보고 지나다 첨 댓달아보네요
    마지막화까지 보고 난 제생각도 비슷했습니다
    반응이 어땠는지 알았을텐데도 끝끝내 자신들의스타일을 버리지않을걸보고 작정하고 만든거였구나 느꼈습니다. 애초에 친절하게 구구절절 설명할 생각없이 택이란 인물 그자체를 보여준거라고 생각이드네요 그리고 애써 이해시키려하지않은채 보여지는 그대로 느끼라고 생각되더군요
    영화 반지의제왕에서 프로도가 그랬듯이 말이죠
    진짜 중요한건 이거야 하듯이요
    다른분들 말처럼 작가와 감독이 뚝심있게 흔들리지않고 마무리했다는것이 대단한거 같습니다
    앞으로 또 이런 남자주인공이 나올수있을까요?
    새삼 이런 다정과 배려가 당연한게 아닌세상에 작가와 감독이 이런것이 당연한 세상이었다고 끊임없이 말해준게아니었나싶습니다
    닥터콜님의 새글로 다시금 드라마를 느끼고싶네요

  • ㅇㅇ 2016.01.17 23:40 신고

    20화 예고에서 택이와 덕선이의 자동차씬이 나오면서 흐르는 백뮤직이 있었죠..유재하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 음악이 너무 좋아서 20화에도 나올까 기다렸는데 나오진 않은것같더라구요. 오늘 종일 찾아서 들었는데 가사가 콕 맘에 박혀오네요.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가네

    거짓인 줄 알면서도 겉으론 감추며
    한숨섞인 말 한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있는 듯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하나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보면 그만인 것을

    못그린 내 빈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엇갈림 속에 긴 잠에서 깨면 주위엔 아무도 없고
    묻진 않아도 나는 알고있는 곳 그 곳에 가려고하네

    근심쌓인 순간들을 힘겹게 보내며
    지워버린 그 기억들을 생각해내곤 또 잊어버리고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하나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보면 그만인 것을

    못그린 내 빈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택과 덕선의 마무리에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것같아요..물론 저도 본방달리면서 기대했던 장면들이 나오지 않아 서운했구요..그런데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보니 닥터콜님의 리뷰대로 특별한 이벤트 없이 그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잔잔하게, 평범하게 그리는게 맞는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노래가사가 마치 목마른 갈증을 채우듯 그들의 더 뒷이야기를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말하는것같죠.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못그린 내 빈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그렇죠. 우리가 본 그대로, 택과 덕선이 비춰줬던 그 본연의 모습 그대로 느끼면 됐던것을요. 연출이 의도한 백뮤직인지 모르겠지만 제겐 참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닥터콜님의 리뷰에 많은 위안과 공감을 얻고 갑니다. 늘 좋은 글 참 감사합니다. 또 찾아올게요^^

  • 그땐사랑이아냐 2016.01.17 23:42 신고

    결말에 대해서 리뷰 꼭 써주세요 ㅠㅠ 닥터콜님의 설득력있고 잔잔한 리뷰 읽고싶숩니다

  • 2016.01.18 00:15

    비밀댓글입니다

  • ㅇㅇ 2016.01.18 02:05 신고

    닥터콜님이 응팔 포스터만 보고도 최택이 히든남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하는데 포스터를 어떻게 보셨는지가 무척 궁금합니다. 꼭 얘기해주셨으면...

  • 2016.01.18 04:05

    비밀댓글입니다

  • ㅇㅇ 2016.01.18 04:53 신고

    윗분이 포스터 얘기하길래 생각나는데 저도 포스터보다가 생각한게 왼쪽부터 남편이 아닌 사람 지워가는 과정같았고
    덕선이랑 택이가 발모양이 같아서 같은 곳을 향해 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ㅋㅋㅋㅋ처음 봤을때.

  • chloe 2016.01.18 22:23 신고

    닥터콜님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작가와 감독은 덕선과 택을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그려낸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완성해가는 'You complete me' 라는 문장이 참 어울리는 커플이지 않을까 싶어요.
    덕선은 애정을 갈구하고 택은 그 애정을 주고
    택은 덕선의 품에서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고

    특공대니 사랑받을 자격이 없니 하는 덕선의 넋두리에 택이 응답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덕선의 보살핌을 필요로하는 택의 존재만으로도 덕선이에게는 스스로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었겠지요.

    밖에선 신이라 불리는 최택이 날 필요로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덕선이는 행복해 했겠죠.

    서로가 없이는 완성되지 못하는 존재들이기에 실험적인 작가-감독의 선택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져요.

    시나브로 사랑이라는 것이 자극적이지 못하고, 극적이지도 못하며 기대했던 큰 사건도 없죠.
    그렇지만 그것이 덕선과 택이이기에.

    그저 20년이 넘는 세월간 그래왔듯,
    5년간의 공백에 꿈꿔왔듯 서로를 완성시켜 주며 존재하면 되는거죠.

    그것만으로 성덕선과 최택은 살아갈 수 있는거죠 그뿐이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성덕선은 더 이상 양보에서 결핍을 느끼지 않고,
      최택은 수면제 없이도 잠들 수 있는 밤을 갖게 되었습니다.

      흑돌과 백돌을 올려놓은 나무 바둑판에 피어난 분홍색 봄꽃처럼.
      태초에 서로여야했을 두 사람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을
      동화책 넘기듯 감상한 기분이라 행복하면서도 먹먹하군요.

      나의 카이와 겔다,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 ㅇㅇ 2016.01.19 07:16 신고

    결국 카이가 겔다를 만나 영원이라는 단어를 맞출 수 있었다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가슴이 다시 먹먹해 집니다..

  • janice 2016.01.19 12:28 신고

    응답하라 시리즈 중 유일하게 1회부터 정독하며 보았습니다. 이미 끝났지만 아직까지도 헤어나오기가 쉽지않네요. 흘러흘러 닥터콜님 블로그까지 찾아왔습니다.

    저도 덕선과 택이의 사랑이 끝끝내 돌아와 이루어졌음에도그리고 2016년의 지금 행복하게 살고있다는 현대를 보여줬음에도 왜 이렇게 먹먹하기만 한지요... 특히 2회부터 눈물흘리게 만든 "엄마는 매일매일 보고싶어요"부터 택이의 말과 행동은 전 회에 걸쳐 이상하게 자꾸 신경쓰이고 아프더라고요. 심지어 덕선이를 보며 활짝 웃는 장면조차 수면제와 두통약없이는 잠못이루는 생활 속에서의 찰나의 휴식같아보여서요.

    닥터콜님의 full review도 기다리겠습니다.

  • 쿠키 2016.01.20 05:57 신고

    이 친구들의 현재와 비슷한 저는
    내 지난날의 이야기 같이... 내 아이들의 이야기 처럼... 두 사람을 볼 수 있었어요.
    저도 아주 처음부터 택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덕선이의 있는 그대로를 순수하게 보고 받고 표현하는... 택이의 맑은 사랑.
    마찬가지로 택이를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덕선이의 사랑.
    택이에겐 덕선이가 덕선에게는 택이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 sh 2016.01.20 07:00 신고

    닥터콜님... 눈의 여왕 마져 다시 읽고 싶게 하시는 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화 엔딩 장면을 보고 너무 울어버린 일인입니다 너무도 그리운 순간...다시는 돌아갈 수없는 그 순간을 꿈속에서 마주한다면 이런 기분이 될까요
    그래서 저는 덕선이 택이의 방문을 열려는 순간부터 가슴이 터져 나갈듯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정하고도 편안히 웃어주는 택이의 모습에 아련함이 밀려오더군요
    첨 부터 가족극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감독의 의지와 동시에 택과 덕선의 사랑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그 틀속에 온전히 녹여 내는 감독의 뜻이 처음엔 지나친 고집같이 느껴질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다시보니 그들의 골목 에서 마주 잡은 손이 소곤소곤 다정히 대화를~눈길을 나누며 골목을 돌아보는 모습이 그 어떤 자극 보다 가장 깊은 울림이 되더군요......솔직히 뭔가 다 펼쳐 보여줬다면 당장 눈앞의 대중은 설득할 수 있겠지만 이런 여운은 감히 줄수 없었을거라생각합니다. 이미 다 펼쳐 이야기 해주는 드라마적 기법들에 너무 익숙한 우리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제겐 응팔이 소설적 여운과 영화같은 실험적인 코드들이 가득해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것 같아요
    가족극인 동시에 한소년의 성장기를 아련함과 기쁨으로 지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제대로 몰두 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을지경입니다
    (덕선과 택이 극장에서 봤던 영화인~벰파이어와의 인터뷰 마져다시 보게 됩니다....역시 아무 이유없이 그 장면에 이용한게 아니더군요ㅜㅜ)
    다른 분들 처럼 닥터콜님의 마지막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 flower@,@ 2016.01.20 21:57 신고

    1회에서 등장인물소개를 마쳤음에도 2회에서 택이가 이사오던날을 여주 덕선이의 나레이션을 통해 유일하게 택이를 다시한번 시청자에게 소개하죠. 초반부터 제작진이 택이라는 인물에 공들이고있다는걸 느꼈어요 히든카드라고 생각했었죠. 마니또 에피소드를 보고 슬슬 택이가 수면위로 올라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자로 덕선이를 좋아한다는 말을한 이후부터는 자연스레 택이쪽으로 시선이 옮겨갔던것같아요 따뜻하게 서로를 바라보던 예쁜 두아이가, 이젠 서로마음을 확인하고 마주보고있는게 힐링이되네요. 참 따뜻함과 여운을 많이 전달해주었던 인물이라 당분간 못놓을것같네요 18회 정환이 나레이션에도 나온 대사 단지 타이밍이아닌 더 간절했고 더 용기있던 택이가 덕선이의 사랑을 얻게될거라는건 이미 "영화볼까?"를 "영화보자"라고 바꿔말하던 대사에서 힌트를 주지않았나 싶어요. "할까?"와 "하자"의 차이.

  • 처음 2016.01.21 22:17 신고

    포레스트 검프에 그런 대사가 있네요. 초코렛 대사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새겨 듣지 않았었는데..
    '엄마는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대요. 어디를 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를요.'
    그녀의 언발이 계속 신경쓰였을 택이...ㅜ.ㅜ

  • h.s 2016.01.22 21:11 신고

    리뷰를 또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시는 닥터콜님~ 성의있고 아름다운 글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활약 부탁드려요~^^

  • 뚝심 가지고 만든 멋진 드라마 보는 재미에,
    잔잔하게 풀어내신 리뷰 보며 깨달아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글에 달린 댓글도 이렇게 좋을 수가 있구나! 감탄하며 봤습니다.

    응사에 이어 응팔도 닥터콜님 블로그로 인해 더 자세히 보게 되어 감사합니다 : )

응답하라1988, 최택의 담배우유

최택은 떠오르는 단어가 많은 인물이다. 바둑. 천재. 이창호. 우유. 담배. 양면성. 아름다움. 소년과 어른. 양지에서는 아이의 얼굴로 우유를 마시다가 불룩한 담뱃갑을 뒷주머니에 찔러 넣고 밤거리를 걷는 소년어른.

 


서글프게도 택의 흡연 사실이 덕선을 자극했던 건, 그가 남자임을 새삼스레 인식했다거나 하는 이성적 끌림이 아닌 골목길 만년 막내의 어른 생활을 목격한 누나의 상실감에 불과할 것이다.

 

 

 

 

아이 취급에도 성내지 않고 꿀꺽 꿀꺽 우유를 마셔줬던 택이다. 모성 본능을 일깨우는 택은 덕선은 물론 골목길 아이들의 공통 ‘아픈 손가락’일 만큼 돌보아주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친구였지만, 실상은 또래들 중 가장 먼저 어른 세상에 뛰어 들어간 촉망 받는 커리어의 사회인 아닌가.

 

박보검은 미안하게도 너무 잘생겨서 도리어 기대치가 없던 배우였지만, 이 응답하라 1988에서는 가장 나의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하고 있다. 이게 없으면 배우에겐 죽음이나 다름없는 자신만의 고유 콘텐츠가 확고하다. 처연함, 그리고 아름다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구사할 수 있는 배우다. 그것은 그의 빛나는 이목구비만이 가진 가치가 아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연기를 하는 그라 내 마음도 동했다. 그래서 사심으로, 백만분의 일의 가능성이라도 혹시나 하고 신원호, 이우정 콤비가 엘케이의 미덕을 본받기를 기대해봤다. 하지만 다 죽어가는 음악을 뒤로하고 고백의 환희를 늘어놓는 최택을 보며. 또한 그의 고백이 소중히 간직되지 않고 친구들 앞에서 공개 해부되었을 때는 새삼 꿋꿋이 지켜지는 응답하라1988의 시그니처가 원망스러웠다.


‘얼른 커서 누나한테 장가와야지’ 처음부터 너는 낚시용이라는 예고됐던 수순대로. 앞으로 최택은 절대 남주 김정환의 용기를 부추기기 위한 매개체이거나 덕선의 각성을 돕기 위한 각성제로 쓰일 것임에 분명하다.

 

 


남은 10회 동안, 그는 로맨스의 주연이 아닐 것이다. 그는 갈등이 필요해 탈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충실한 바리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그를 연상케 하는 무수한 단어들을 제쳐놓고 좋아했던 사람들이 깨부숴야 할 시련의 소재로만 쓰임 당해야 하다니. 퍽 애석하다.

 

‘실컷 갖고 놀다가 제 자리로만 돌려놔줘.’ 부디 그 과정에서 회복될 수 있을 만큼만 스크래치가 나길.

 

 


“드라마에서 최택이 친구들이랑 같이 놀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와 제일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릴 때 입단해 또래 친구가 없었다. 친구가 많은 최택이 너무 부럽게 느껴졌다” by. 이창호 9단 (출처 : 중앙일보)

 

 

이창호 9단은 최택의 로맨스에 감흥하지 않았다. 그가 부러워했던 것은 또래 친구를 갖고 우정을 쌓아가는 최택의 어린 시절이었다. 웅크린 택에게 다가간 골목길 아이들. 실존 인물을 모티브 삼은 최택은 이창호 9단에게 바치는 제작진의 선물일는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는 택이더라도 최택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마무리를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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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ㄱ ㄱ ㅈ 2016.01.01 01:58 신고

    히든 남주^^

  • 민트초코 2016.01.01 19:33 신고

    안녕하세요~ 이전 응사때 닥터콜님 리뷰 덕분에 드라마를 풍성히 볼 수 있었던 한 시청자입니다. 댓글을 보니 닥터콜님은 이번 응팔에서 택이를 남주로 보시는 것 같네요~ 전 마음은 참 택이에베 가는데 상황이 영 택이가 남주라고 안하는것 같아서 영 헷갈립니다. 이번주 응팔도 결방이던데.. 닥터콜님 리뷰 기다립니다~~^^ 늘 좋은 리뷰들 감사드려요!

  • ㅇㅇ 2016.01.02 03:44 신고

    주변환경 타이밍으로 발목 잡힌건 정환이 아닌가요 닥터콜님 댓글보면 정환이가 남편으로 보시는거 같군요.16화까지 택이는 왕장 못 만났다는거 말고는 타이밍 주변환경에 영향 안 받고 있던데. 반면 정환인 하지마소개팅으로 덕선이에게 반고백하고 나서 바로 공개고백에 손발짤리고 핑크셔츠 오해로 또 묶이고 아버지수술 도와준 사람이 택이라 또 묶이고. 응팔 닥터콜님 해석은 이번에 갸우뚱한게 많은거 같습니다 예전에도 갤에선 선보라 눈치챈 분들 많은 시기에 보라는 러브라인 없을꺼라하시고 오히려 택보라다, 소녀는 정환테마곡 아닐꺼다라고 하시고.. 그 댓글들 다 지우셨군요

  • ㅇㅇ 2016.01.02 12:37 신고

    ㄴ 닥터콜님은 택이를 남편으로 보시는 것 같은데요?

  • ㅇㅇ 2016.01.03 04:24 신고

    ㄴ 그러니까요 택이로 보는거 같이 쓴 댓글이 오히려 정환이 남편으로 봐도 말이 되는 댓글 이라구요

  • 뭔소리에요 암만봐도 남편은 택이라고 주장하는 글인데...
    ㅡ.ㅡ 응답 시리즈의 정통성을 따르는 히든남주라고 쓰여있잖아요.ㅡ.ㅡ

  • SSun 2016.01.05 09:25 신고

    응사 때 닥터콜님의 글로 한주 한주 잘 버텨내던 1인입니다.
    그 당시에는 쓰레기와 나정이에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서 무슨 얘기라도 듣지 않으면 일이 손에 안잡히더라구요.
    게다가 콜님의 응사를 보는 관점과 해석이 참 좋았습니다.
    그 떄 콜님은 저에게 절대적이었습니다 ㅋㅋㅋ
    응팔은 사실 그 정도는 아니도 안보고 있다가
    2화였던가 수학여행에서 도망치다 좁은 길에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우연히 보고
    두 사람이 귀여워서 보기 시작하여 그냥.. 재밌네.. 정도로 시청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택이의 웃는 얼굴은 정말 대박이다. 응팔에서 유일하게 뜨겠다. 환장할 정도로 설레면서도
    이상하게 남편으로는 정환이가 좋다, 그렇지만 누가되도 큰 .. 관심까지는 안가는...
    전체적으로는 라미란 짱!!이다 이 정도?ㅎㅎ
    여전히 많은 분들이 남편을 궁금해하시네요.
    그 분들께는 콜님이 절대적이겠죠?! 댓글 하나에도 많은 논쟁이 일고 있는걸 보면 말이죠.
    (추가로 전 아무리 봐도 덕선이와 택 사이에서는 성적긴장감이 안느껴져요. 그냥 훈훈해요ㅎㅎ 근데 덕선이와 정환이 사이에서는 모든 신에서 느껴지는거 같아요. 드라마를 헛으로 보고 있을 걸까요..ㅎㅎㅎ)
    사실 남편이 궁금한건 아니지만 응팔의 스토리를 꿰뚫는 콜님의 글이 보고싶습니다.
    응팔이 사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바쁘시겠지만 시간 되실 때 글 한번 남겨주세요~

  • 2016.01.07 14:03 신고

    이번엔 닥터콜님 의견과 다르네요 ㅠㅠ 저는 단 한순간도 의심의 여지 없이 정환이가 남편이라 생각했고 변함없어요. 택 캐릭터를 아끼는것과 상관없이요. 택이가 남편이란 분들 중 닥터콜님 댓글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여기저기 비웃음을 당하는데에 닥터콜님 이름이 오르락거려 제가 다 기분이 별로였어요. 다음 리뷰 혹시 준비중이신가요?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뀌셨을지 궁금하네요..

  • ㅇㅇ 2016.01.08 23:21 신고

    17화가 방송되었는데, 닥터콜님 말씀대로 덕선이 마음이 택이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 같아요.
    닥터콜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택이가 남편이 맞을 거 같은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 2016.01.09 00:25

    비밀댓글입니다

  • 닥터콜팬 2016.01.09 02:19 신고

    닥터콜님 대단해요..이번에도 맞추셨어요.
    응사 때 닥터콜님 리뷰글 보고 나레기 맘 편하게 밀엇었죠.
    이번엔 택이를 좋아하지만 ㅠㅠ 당연히 어남류가 될 거라 생각하고 포기 했었는데..
    닥터콜님 댓글보고 선택 밀었습니다.
    아직 결말은 안 났지만 흘러가고 있는 흐름상..닥터콜님 말이 맞을 것 같네요.

  • 유리알 2016.01.09 07:34 신고

    저도 남편은 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감독이 보여주는 것에 시선 뺏겨서 택이한테 마음은 가지만 남편은 정환이라고 여겼었는데 14회때 동룡이 상담씬이랑 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라는 대사가 제 머리를 쳤어요.
    재주가 모자라서 글로 정리가 잘 안되네요. 시간되시면 게시글로 정리해주셨으면 해요. 닥터콜님 리뷰가 정말 궁금합니다.

  • 유리상자 2016.01.09 12:41 신고

    2회,6회때 확신하고 선택이 결말날걸로 봤는데 진짜 그렇네요 이런 카타르시스가..닥터콜님 진짜 대단하심 리뷰 꼭 올려주세요!!!

  • 선택 2016.01.09 12:59 신고

    탁터콜님 응사때부터 잘 보고 있습니다. 시간되시면 선택 서사 리뷰 부탁드립니다. 초반 어남류로 보다 차차 선택 촘촘한 스토리가 보여서 갸우뚱 거리며 봤어요. 17회차 보고나니 제 느낌이 맞았구나 싶었어요. 아직 남은회차 있지만 선택 확신 드네요.

  • ㅇㅇ 2016.01.09 21:57 신고

    오늘 남편 택이로 확정되었는데 진짜 대단하시네요.
    저도 남편이 택이면 좋겠다했지만 초반을 보고 어남류라 생각했었는데
    닥터콜님 리뷰를 보고 확신 가질 수 있었어요.
    진짜 18회차의 카타르시스란..
    역시 닥터콜님 정말 대단하세요.

  • ㅇㅇ 2016.01.09 23:00 신고

    닥터콜님 리뷰와 함께 나레기와 행복하게 응답하라1994 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저도 이번에는 택이와 덕선이가 좋아 선택 커플을 밀고 있는데
    전 윗분들과 달리
    18화의 정환이의 공개 연기 아닌 연기 고백씬으로, 택이는 정말 남편이 아닌 거라고 다시 한 번 좌절했네요...
    전작과 아무리 다르다 다르다 해도 너무나 닮아있는 모습에 허탈까지 했답니다.
    택이가 덕선이를 위해 기권을 하고 달려가는 장면들도
    왜 다 정환이의 눈으로 그려져야하는 건지... 속도 많이 상한 상태인데...ㅋㅋ
    어차피 PD와 작가의 응답 세계에서는 결국은 다 털어내고 행복한 모습으로 끝이 나겠지만요... 택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덕선이마음 2016.01.10 01:00 신고

    제일 중요한건 덕선이 마음.
    지금껏 택이에게 설랜 순간이 그려졌었나?

    만약 택이 남편이라면 소치 올림픽에서 쇼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우리들 마음에는 김연아가 금메달인 심정일거에요. 진정한 우승자는 김연아인거죠.

    홈 어드밴티지와 불투명한 심판진.
    쇼트니코바는 금메달을 따서 기뻐겠지만 금메달도 그랬을까요?

    • ㅇㅇ 2016.01.10 01:59 신고

      뭔 개소리에요 덕선이가 택이 좋아하는거 다나왔는데ㅋㅋㅋㅋㅋ 자기가 미는 애가 남편 안됐다고 코트니소바로 후려치네 이젠

    • ㅇㅇ 2016.01.10 07:09 신고

      도대체 소트니 김연아 이야기로 감정선을 후려치시는 이유가 뭔가요? 설레했던건 왕장의 입김으로 시작한 선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 제일중요한 덕선이의 진짜 마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환의 철벽에 '이번에도 아닌가봐...'라며 선우때와 마찬가지로 마음정리를 하죠. 그후 다시 설레하는 감정이 등장했나요? 응답은 여주의 각성이 항상 핵심이었고 이번에도 응답시리즈의 정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 ㅇㅇ 2016.01.10 09:48 신고

      덕선이가 택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왜 택이가 좋아하는 사람있다는 얘기 듣고도 골목에서 기다리고 방에까지 찾아가겠어요. 정환이를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고백하는데 어색하고 당황, 미안 한 표정 지으면서 다른사람 (택) 오는 거 기다리는게 말이 안 되죠

    • 코튼볼 2016.01.11 15:09 신고

      ? 보아하니 정환을 남편으로 보셔서 그러신 것 같은데 전 누가 남편이든 상관없다는 입장입니다만, 택이 남편일 경우 금메달 뺏어간거나 다름없는 소트니코바의 경우로 묶어 비교하는건 정말 웃기네요. 정환의 서사도 있었지만 택이 쌓아온 서사도 만만찮아요. 님한테나 그렇게 느껴지겠죠. 왕장의 부추김으로 선우를 좋아했던 (정확히는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덕선과 정환을 좋아한 덕선이 무엇이 다르죠? 자신을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사랑이 시작된다면 그거야말로 덕선을 수동적인 캐릭터로 전락시키는 것 아닌가요? 정환이 남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당연히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택이 남편이 되면 한순간에 남편을 억지로 뺐은 냥 몰고 가는 것 심히 불쾌해요. 같은 선상에서 전 정환이 남편일 경우도 이해할 겁니다. 작감이 이미 그렇게 그리고 있지 않나요? 숱한 낚시를 통해 말이죠.

  • SSun 2016.01.10 07:28 신고

    정말 모르겠네요...
    오늘 방송이 어떤 측면에서 카타르시스 극대화가 되나요? 정환이 아웃되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건가요??
    아니면 택과 콘서트장에서 극적으로 만난 장면에서?

    사랑은 타이밍, 또는 간절함이라는 대전제를 깔아 정환이 아웃된 걸로 연출이 되고..덕선이와 정환 두 사람의 결합이 가져올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보 후퇴하는 장면이 오늘 방송인거 같은데..

    정말 모르겠어요.
    역시 드라마 보는 눈이 부족한가봐요.

    닥터콜님 진단 좀 해주세요~~

  • 레몬향기 2016.01.11 00:33 신고

    응답하라를 너무 좋아해서 글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오게되었네요. 좋은 리뷰들에 감탄하며 앞으로 종종 들릴 것 같습니다. 박보검이라는 배우, 저는 잘생겼다고 결코! 느낀 적은 없었고, 눈빛이 너무 슬퍼서 싫었습니다. 분명 활짝 웃고 있는데 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슬픈 눈매. 그건 '연기'로서 완성될 수 없는 아마 제3자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박보검이라는 한 인간이 가진 서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주제넘는 추측까지 하게 됩니다. 분명 '싫은데'ㅡ 왜 유튜브에서 박보검의 동영상짤을 보고 있는지 저의 행동이 이상할뿐. 그 눈빛에 '아름다움'과 '처연함' 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주니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처연한데, 분명 아름답네요.
    (아름답구 자시고,,. 정팔이를 격하게 응원하는 전, 택이가 간택되지 않길 바랍니다. ㅋ)

  • 올린 2016.01.16 12:23 신고

    어제 19화까지 본 상태지만.. 저는 2화 택이의 우승파티 장면부터 남편은 택이 일것이라 예상했었고. 꼭 남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장면은 선우와 택이의 대화에서였어요. 택이에게 "덕선이가 없으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라는 대사를 줬단말이죠... 어쩌려고 택이한테 저런 대사를 줬나 너무나도 아찔했어요.. 닥터콜님 이 리뷰에 있는 부분인 <실컷 갖고 놀다가 제 자리로만 돌려놔줘. 부디 그 과정에서 회복될 수 있을 만큼만 스크래치가 나길.>과 저의 저때 감정이 비슷한 것 같아요. 아니, 회복되기에는 이미 택이의 마음이 너무 멀리 왔다싶었어요ㅜ
    그런데 반대로 작가와 감독은 이미 택이를 남편으로 정해놨기때문에 저렇게 택이에게 극한 설정과 절절함을 부여한 것 같더라구요. 매일 수면제 먹고도 못자고 덕선이가 없으면 죽을것 같다는 애한테 덕선이를 안 줄 수 없으니까요..
    다만 택이 시점의 이야기가 이창호님의 바둑처럼 드러나지 않게 진행되고 거대한 집을 지어 승리한것 처럼 구성되어서ㅡ 응답시리즈를 여타 드라마와 같은 방식으로 본 시청자들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뭐.. 택이는 시청자에게 불친절했을 뿐, 덕선이에게는 언제나 미소로, 다정한 말로 자기 마음을 표현했기에 크게 무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회가 끝난 뒤 닥터콜님의 부연 리뷰도 기대해도 될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 덕선이 좋아해. 친구가 아니라 여자로 좋아." 택의 공개 고백. 정환의 동공 지진. 버라이어티 한쪽은 분명 전자였지만,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주시할 것을 부탁한 장면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정환의 침묵이었다. 문득 겹쳐진 것은 응답하라 1994의 그림자 연출. 칠봉의 키스보다 키스 받는 나정을 지켜보는 쓰레기의 침묵이 더 카타르시스였던.



이미 한도를 초과한 치사량으로 대부분이 정신을 잃은 밤. 심지어 나정이조차 키스 당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 취하지 않은 사람은 칠봉이 하나뿐인 것만 같았죠. 취중진담을 넘어선 술김의 키스는 지금 칠봉이에게 가장 뜨거운 사람이 누구인가를 증명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정한 카타르시스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키스보다 뜨거운 절정의 순간이 바로 그 뒤를 이어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죠. 두 사람의 키스를 바라보고 있는 이 남자의 눈빛. 그게 바로 이날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순간 잠들지 않은 감정은 칠봉이 하나만이 아니었던 것이죠.


 

키스하는 두 사람에 집중하지 않고 카메라는 굳이 그 방의 감정을 체크합니다. 이미 거나한 술잔치에 정신을 잃은 새내기들은, 벌칙을 제대로 수행했는가를 체크할 경황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잠들어있는 아이들을 거슬러 올라가 카메라가 도달한 최후의 감정은 바로 다름 아닌 쓰레기의 눈빛이었죠. 그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두 사람의 키스신에 취기조차 물러나 버릴 만큼 그는 충격에 빠져있었습니다.

 

칠봉이의 키스신에 깔리던 가사의 대목. "사랑 그것은 엇갈린 너와 나의 시간들. 스산한 바람처럼 지나쳐갔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던 쓰레기의 눈빛과 교차되는 가사. "사랑 그것은 알 수 없는 너의 그리움. 남아있는 나의 깊은 미련들."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 거야." 배경음으로 선택된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은 바로 쓰레기를 향한 테마송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제작진이 이 부분까지 공들인 디테일로 완성했다면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군요.


 

 


두 씬의 공통점은, 멜로드라마의 극치인 키스와 고백을 그저 거들 뿐으로 만들어버린 포커스 이탈이다. 고백을 하는데도 키스를 퍼붓는데도 그들은 씬의 주인공이 아니다. 제작진이 준비한 궁극적인 카타르시스는 지켜보는 자의 요동치는 심장 소리였으니까. 쿵-하고.






그리고 이로써, 명실공히 택의 포지션은 여주인공의 '거쳐가는 남자'로서. 그의 가능성은 제로가 되어버렸다. 어차피 절대 반지를 가진 정환이기에. 백만 분의 일의 가능성이었다 해도 고백하기 전까지는 조금이나마 '혹시나?' 하는 지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작진이 택의 고백보다도 정환의 멘탈 붕괴에 더 초점을 맞추는 순간 백만 분의 일의 가능성마저도 제로로 뭉개진 것이다. 한 수 앞을 보는 승부사 택이 어차피 질 것이 뻔한 게임에 돌을 놓았다. 흥미로운 만큼이나 애처롭다.


덧. 오늘자 가장 슬펐던 장면은 택의 고백에 깔린 구슬픈 배경음이었다. 세상에. 첫사랑에게 고백이라는 인생의 가장 로맨틱한 순간에 장송곡을 틀어대고 있으니.. 이건 명백히 이 씬은, 택의 기쁨 따위 아랑곳 없이 정환의 슬픔에만 포커스를 맞춘 정환의 정환에 의한 정환을 위한 연출임을 도장 찍고 싸인까지 해서 공증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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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공감합니다.

  • 회색하늘도시 2015.12.07 00:06 신고

    저도 넋놓고 나정이와 칠봉이를 바라보던 쓰레기가 나왔던 장면을 떠올렸어요. 그 장면보고서 아,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철저히 쓰레기의 편에 있구나 싶었죠.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택이의 모습보단 카메라의 포커스는 정환이의 충격받은 표정이더군요. 요즘 느끼는 거지만... 응답월드가 좀 너무 반복, 변주되는 부분들이 많아 약간 식상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요 예측가능해지니까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택이 아빠와 선우 엄마와의 대사(밥 먹고 가라는 장면)는 마치 나정이와 쓰레기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요.

    • 말씀하신대로 자가 복제는 심한 편인데.. 아이러니하게 이번 응팔은 제게 좀 낯선 작품이네요. 특유의 애틋함이 없어요. 물론 그로인해 보다 대중적인 드라마가 되긴 했습니다만.. 다소 마이너했던 본연의 길을 지키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라 더 소중했던 응답하라였는데..씁쓸하네요.

  • 너무 재밋게 보고있습니다. ㅋㅋㅋ 근데 볼수록 박보검은 너무 잘생겻네요 ㅜㅜ 부럽.

    • 진하게 잘생겼는데 또 산뜻하죠. 너무 잘생긴 얼굴은 소위 향기 없는 꽃같다 하는데 이 배우는 도리어 이거저거 다 시켜보고 싶을 만큼 창작자의 영감을 자극하고요. 국내에서 이런 느낌의 배우 딱 한명 봤는데 오랜만에..... 2015년의 얼굴이네요.

      흥미로운건 둘다 "저만큼 생겼으면 연기 못해도 되잖아?" 싶을 정도면서도 얼굴에 버금 가는 연기를 한다는 것.

  • 2016.01.10 21:24

    비밀댓글입니다

  • 2016.01.11 00:53

    비밀댓글입니다

    • 제 블로그에 까닭 없이 댓글이 쏟아져 미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늦은 답변 죄송합니다. 본문을 읽어보니 제가 문맥을 헷갈리게 써놓은 것
      같아 수정했습니다. ^^:; 오해하신듯.....

      말씀하신 만큼의 주제가 되지 못합니다. 일개 리뷰어일 뿐인걸요.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 그럴수도 2016.01.16 15:33 신고

    장송곡은 맞네요. 어쩌면 정환이의 첫사랑 애도 ㅜㅠ 이런 음악 아니였을까요?
    사실 정환이는 택이보다 먼저 고백할 기회 덕선이 맘을 움직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매번 기회를 놓쳤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덕선이는 택이에 대한 감정이 생겨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거.

    • ㅇㅇ 2016.01.24 07:03 신고

      그냥 제 생각엔 상황이 두 친구가 한 명을 좋아하는 일이 슬픈 일이라서 (실제로 둘 다 알게된 후로 멈춰버리죠. 택이도 죽을 것 같지만 데이트 취소했었으니) 그런 곡을 쓴 것 같아요. 둘 모두를 고려한 곡인 듯 해요. 또는 진지한 마음이란 소리 같기도 하고요. 실은 저 곡이 다른 부분에도 쓰였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한지는 다시 한 번 봐야겠네요. 선우와 보라의 장면에서도 저 곡을 썼던 때가 있었거든요. 아마 고백씬인거 같은데...

  • ㅇㅇ 2016.01.17 05:09 신고

    저도 이때까지만 해도 1화부터 쭈욱 어남류인줄 알았었는데..ㅎㅎ

나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사랑의 시작은 테리우스 G 그란체스터가 아닌 안소니 브라운이었다. 솜사탕 같은 머리칼에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곤 줄무늬 눈이 되어 웃는 이 남자를 나는 사랑했었다. 그 많은 캔디의 남자들 중 그 어떤 누구도 안소니 만큼이 못되었다. 그 확고한 이상형은 어느새 취향을 넘어선 가치관으로까지 굳어졌는데 그러니 안소니의 그림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불량학생 테리우스가 맘에 들어찰 리가 없지 않은가.

 

 

캔디의 곁을 스치는 무수히 많은 남자들 가운데 감히 캔디의 남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존재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이라이자의 오빠, 니일이다. 워낙 드센 팔자를 갖고있는 캔디라지만 그녀의 불행을 직접적으로 주도한 것은 이 요망한 남매의 수작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중 이라이자는 잘생긴 사촌 오라버니를 뺏길까 질투심에 불타올랐다는 계기라도 있지만, 아무 생각없이 여동생의 사주에 휘말려 이라이자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는 오빠 니일은 그야말로 꼴불견의 절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캔디캔디의 작가 이가라시 유미코가 대단한 점은 이런 녀석마저도 이상형의 선택지에 넣어두었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지만, 양아치들에게 괴롭힘당하다가 여장부 캔디에게 구원받은 이 녀석이 꼴에 반했다고 쫓아다니는 꼴은 순간 나를 혹하게 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한 장면에, 작가가 첨부하지도 않은 무수한 서사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그래, 저 녀석이 캔디를 괴롭혔던 이유는 결국 사랑이 발단이었어. 비뚤어진 녀석이라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거지. 그런데 캔디 주변엔 자신이 다가가지도 못할 폼의 멋진 남자들만 가득하니까 점점더 비뚤어져서 등등등.

 

불량한 행동거지에 세상 모든 이에게 등을 돌려도 오로지 내 여자에게만큼은 따뜻했던 테리우스를 나쁜 남자의 교본이라 부른다면 니일을 부르는 호칭은 그저 나쁜 놈에 불과할 것이다. 여자들은 나쁜 남자에 열광해도 나쁜 놈에겐 침을 뱉는다. 그러니 나쁜 놈의 명찰을 들고 여심을 잡아낼 수 있는 연기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타고난 배우라는 증거다. 바로 상속자들의 김우빈처럼.

 

 

 

"널 잘 모르겠다. 난." 눈앞에서 구애를 받아도 여전히 물음표 상태인 차은상의 우유부단을 나는 이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차은상의 눈에 찍힌 최영도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최악의 인간이었을 테니까. 멜로드라마의 나쁜 남자를 이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적어도, 그 폭력성이 약한 자에게 드러나지 않을 때였다. 그러나 최영도는 달랐다. 나보다 가난한 자, 나보다 힘이 없는 자를 타겟으로 정해 집요한 괴롭힘으로 궁지에 밀어 넣다가 빌미를 잡아 희생자를 협박하기도 하였다. 차은상의 눈에 그의 첫인상이 최악이었던 것처럼 시청자 또한 최영도를 최악으로 받아들였다.

 

"복수. 너 대신." 참 쓸모없는 일에 이바지하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로맨스의 시발점부터가 그랬다. 도대체 그는 무슨 계기로 차은상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적개심이든 호기심이든. 비뚤어진 정서로 시작했을 그 마음이 어디에 꽂혀있는지조차도 아리송했으니까. 그녀 옆의 내 친구를 질투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 친구의 옆자리에 가진 적개심인가.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은 애초부터 작가가 그리 공들여 잘 만든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캐릭터다. 그저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사이의 갈등 유발자로 쓰다 버려졌을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최근 뜨거운 반응의 최영도는 한마디로 얻어걸린 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최영도의 로맨스는 사려 깊지 않다. 거칠고 투박하고 유치하다. 차은상을 타겟에 넣은 그의 접촉 수단은 오로지 협박을 동반한 집요한 괴롭힘뿐. 이미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내 가치관으로는 도무지 사랑해줄 수가 없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최근 그에게 느끼는 이 알 수 없는 연민의 감정이 나로서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마치 캔디캔디 후반부에 니일에게 꽂힌 그 잠시 잠깐의 설렘처럼. 돌이켜보니 이런 기분이 처음은 아니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나쁜 남자, 아니 나쁜 놈이었던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을 향한 그 일그러진 연민이 상속자들의 김우빈에게도 똑같이 꽂히고 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정재민(조인성 분)과 상속자들의 최영도(김우빈 분)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지극히 유아적이며 또한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불안정하다. 멜로드라마의 남주인공으로는 최악의 프로필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극단적으로 다른 것은 트랜디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남주인공이라고 불리어도 과언이 아닐 정재민의 완성도에 비해 최영도의 캐릭터는 지극히 결함이 많은 미완성작이라는 점이다. 이 캐릭터를 설레게하는 주요인은 오로지 김우빈의 연기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연기는 갖은 핸디캡과 불균형으로 버티고선 최영도라는 악역을 최상의 로맨티시스트로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저지른 악행에 비해 대단히 희극적인 인물인 최영도는 차은상의 앞에 언제나 당당한 폼으로 히죽거리며 선다. 능글능글한 말투로 약을 올리는데 실은 이것이 이 남자의 구애법이라는 사실이 애처롭기 짝이 없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사랑을 나눌 줄도 모른다. 그래서 차은상은 그에게서 진심을 읽어낼 수가 없다. 농담과 장난으로 무장한 진심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때 그 대단한 최영도의 기세는 꼬리를 감추고 무너진다. 그 최영도가 고작 여자아이의 거절 때문에 눈가가 시뻘게질 정도의 가슴앓이를 한다. 이때 진심으로 상처 입은 얼굴을 하는데 그게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었다.

 

 

"너한텐 그런 게 대화야?" 발군의 연기력에 감흥을 받은 것인지 김은숙 작가는 드물게도 최영도의 서사를 부여했다. 온전히 타인이라 관심 가질 필요도 없었던 최영도의 대화법에 차은상은 불만을 제기한다. 오히려 그것은 관계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거 말고 진짜 대화할 마음 있어. 나랑?" 사랑은 소년을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최영도의 진지한 물음이 무엇을 포함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차은상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고개를 돌렸다. 순간 이건 본능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최영도의 울음에 젖어가는 목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거봐..."

 

 

 

김우빈의 연기력은 캐릭터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너는 괜찮아? 괜찮았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까 너도 이제 고작 열여덟이더라구." 차은상의 위로를 받는 순간에 독기가 빠지고 무장해제된 채 새삼 그녀에게 반하는 최영도의 얼굴은 도대체 이 결함 많은 캐릭터가 어찌하여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가를 설명하는 정확한 근거가 된다. 그가 얼마나 많은 위로를 필요로 하는가를. 심지어 드라마에서 설명되지 않은 그의 상처와 차은상을 향한 마음마저도.

 

 

 

 

탄성이 좋아 되풀이해서 듣고 싶어지는 흥미로운 대사처리에 생동감 만연한 저음의 쓰임새. 결코 지루할 틈이 없는 다양한 표정 변화들. 거 참 재밌는 녀석이라는 호기심이 여운으로 남아 이제는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나쁜 남자도 아닌 나쁜 놈 최영도를. 배우의 연기력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열어 보일 수 있나. 그 해답은 김우빈의 연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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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자~ 2013.11.14 08:56 신고

    하핫 ~^^출근하자마자 들어왔는데 뙇!!
    ㅠㅠ어제 저녁에 그렇게 최영도를 외치며 보앗드랫죠!!ㅠㅠ
    김우빈의 저 빨개진 눈이 왜이리 마음에 남는지 ㅠㅠ 괜찮냐는 말에 떨리던 눈동자가
    어찌나 마음에 남던지 ㅠㅠ
    진짜 작가님한테 남주바꿔달라고 하고싶어요~ㅠㅠ
    김탄나올때는 오글거려서 못봐주겟는데 영도나올땐 빛이!!!!!!ㅠㅠ
    수목에 상속사들 금토엔 응사~!! 완젼 영도하구 쓰레기땜에 아주 싱글벙글입니다~요세~ㅋㅎ

  • 재밌어 2013.11.14 10:22 신고

    저도 영도 팬이에요~
    김탄 나올땐 왠지 지루한데 영도만 나오면 가슴이 두근두근~!!
    꺅~!! 남주 바꿀 수 없나요???
    암튼 너무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

  • 나쁜남자 2013.11.14 10:43 신고

    영도는 진짜 왜 사람 맘을 들었다놨다 하는지.. 요즘 최영도 때문에 미치겠어요.
    개새끼 쓰레기에 나쁜놈인데 점점 빠져들고 마음이 쓰여요.
    상처받은거 같은 눈빛에 눈가는 왜 빨게지는지 목소리는 또 왜 그렇게 좋아서...
    휴...ㅠㅠ
    이건 분명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거라 생각합니다.
    너무 잘해요 진짜. 과거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합니다.
    경력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죠. 이 친구 때문에 친구2도 보고 싶어요.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는 배우 지금처럼만 발전해주면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 이연훈 2013.11.14 10:52 신고

    김우빈 너무 매력적입니다.. 이민호보다 더 끌립니다.. 꺅~~~~~

  • 꼭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여학생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는 것같아요~ㅎㅎ 귀여운 캐릭터인 것같아요^^

  • 땡쓰~ 2013.11.14 11:44 신고

    저도 김우빈의 연기력에 깜놀하고 감탄하는 1인입니다. 탄이는 별 감흥이 없어요. 여주인공과 탄이와의 관계 연계성이 확고할만큼의 서사와 그토록 로맨시스트 캐릭터인데도, 탄이보다 영도에게 맘이 확 쏠리게 극의 빛을 주는 김우빈의 연기력이라니...삐뚤이에 관계 서사성도 없는 영도 캐릭터가 말이죠. 어제는 저도 모르게 눈빛처리보고 와~정말 연기 괜찮은데?놀랐어~한 방 먹었네! 했어요. 그냥 캐릭커 자체는 참 유치하고 단순하고 조악한데 말이죠.김우빈에 한 방 먹어 즐거운 기대를하는 시청자 많을 겁니다.^^ 주인장님도 그 중 한 분이시군요~반갑습니다 ㅎ

  • 공감 2013.11.14 11:58 신고

    진짜 공감하고가요 너무 잘쓰셨네요. 그저그렇게 묻힐수있는 배역을 김우빈이 너무 잘살려서 상속자들에서 가장 눈길이가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탄생 시킨거같아요!

  • 저도 좋네요 2013.11.14 13:44 신고

    저도 초반부터 영도가 끌리더라구요. 분명히 나쁜애인데 왜 자꾸 눈길이 가는지 은상이가 영도랑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불가능하겠지요.

  • 썩별썩핱 2013.11.14 16:37 신고

    우와 진짜 공감합니다. 정말 시나리오 상으로는 개연성 없고, 잔뜩 늘어놓은... 공감할 수 없는 영도 캐릭이지만, 그런 영도를 공감할 수 있게 만든건 김우빈의 연기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말 시나리오 자체만 보면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드라마지만, 영도 덕에 꾹 참고 보는 중ㅎㅎㅎ 정말 나쁜놈이 확실한 영도지만, 맘이 쓰이는 놈인건 확실합니다. 여러가지 연민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캐릭이기도 하고... 암튼 어제 11화에서 영도는 정말 좋았죠. 특히 제대로된 대화를 한지가 과연 언제였을까, 제대로된 아니 지나가는 말이로나마 진심어린 위로를 받아본게 언제였으까 싶은 영도였어서 더 맘이 가는거일지도. 암튼 오늘 방송도 기대하고, 다음에도 영도 관련 글 써주세요!!!

  • 2013.11.14 17:21 신고

    우와정말댓글을안쓸래야안쓸수가없어요 너무나도 우리모두가 영도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잇던 이유를 명확히 공감되게 잘 풀어주셨네요!!앞으로도 영도관련외 좋른 리뷰들 많이많이 부탁드려요

  • 스미레 2013.11.14 18:56 신고

    님글 자주 읽으며 공감해왔는데 오늘 댓글 첨 쓰네요^^ 김우빈군의 연기력이 정말 캐릭터를 살리는것 같아요 늘 좋은글 감사해요^^

  • ㅈㅈ 2013.11.14 19:30 신고

    남주 어쩌고하는 댓글들은 당최 .... 편안하게 최영도를 즐기고싶습니다. 괜히 좋은글에 분란일으킬만한 댓글은 좀..삼가를...

  • 코코~~^^ 2013.11.14 23:49 신고

    요즘 상속자들에 푹 빠진 아줌이랍니다~~ 어른 들 연기도 워낙 베테랑이라 말할것도 없이 완벽해 보이고 아이들은 어쩜 하나같이 꽃미남 꽃미녀에 안구가 호강합니다~~ 거기에 연기까지 어쩜 그리 잘하는지~~탄이나 영도나 은상 보나도 다 예뻐 미치겠어요 ~~ 연기에 물이 오른거 같아요 게다가 작가의 탄탄한구성 스토리까지 빨리 결말이 궁금해지네용 ~~ 기대가 되는 작품이랍니다

  • 늦가을의 영도 2013.11.16 09:42 신고

    묘한 매력이 있어요 걍 잘생긴 배우들과 다른...얼굴도 비대칭인데 그점이 더 매력있구요 우린 이미 김우빈의 매력에 풍덩 빠져있는듯 해요 ㅋ

    • 아주 우아한 악동처럼 생겼어요. 매력있는 페이스에요. 연기가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케이스이기도 하구요.

  • 비니 2013.11.23 16:38 신고

    님의글도 너무 매력적입니다!
    자주 들려야겠어요~~~
    저도 영도의 매력어 푸욱 빠졌어요

 

 

“오빠 니는 내가 참 편하고 좋제. 내는 오빠 한 개도 안 편하다.” (응답하라1994 나정의 대사중에서)

 

 


선우의 골목길 그녀는 역시나 보라였다. 골목길 아이들이 넷이었을 때 언제부턴가 선우는 둘에 설렜으리라. 보라누나를 만나러 가기 위해 덕선의 사전을 구걸하고 화이트와 샤프심을 빌려갔다. 그가 덕선을 친구 이상의 호의로 대했던 것 역시 ‘부인이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한다’는 심산이었는지도 모른다. 애꿎게도 그 얄궂은 호의 때문에 착각으로 비롯된 가련한 사랑의 희생양을 양산하게 되었지만.

 

"너 말고 니 언니."

 

-아, 돌이켜보니 덕선이 조금 귀엽다는 그의 대답 또한 로맨스는 모조리 덕선에 겹친 보라누나를 향한 것이오. 나머지 십분의 일의 호의는, 미래의 처제를 향한 립서비스에 불과했던 것이다.

 

 

 

‘Winter is coming’ 공개된 선우의 감정선이 몰고 온 계절. 겨울이 왔다. 응답하라 월드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흥미로운 시기가. 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조커를 공개했고, 시청자는 패를 뒤집은 자의 얼굴을 살핀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정환과 덕선은 각기 다른 이를 바라보며 불안해하고 보라는 곧 선우를 불편해할 것이다. 한 수 앞을 보는 일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비밀병기, 게임의 제왕 택의 눈에 드디어 생기가 돌았다. 이제야 모두가 판에 올라와 섰으니까.

 

 

 

나정이는 끊임없이 쓰레기를 향해 외쳤다. '내는 오빠 니가 불편하다. 하나도 편하지가 않다.' '지구가 멸망을 해. 세상의 모든 만물이 죽고 오빠랑 나랑 누군가만 남았다. 결혼도 해야되고 종족 번식도 해야된다! 내가 여자야. 걔가 여자야?" 고백의 결과로 나정은 유사가족을 잃었고 내내 불편해야 했다. 최상의 안락과 불편을 맞바꾼 것이다. 응답하라 월드에서 불편은 곧 사랑과 성장으로 다가서는 매개체다.

 

“오빠 니는 내가 참 편하고 좋제. 내는 오빠 한 개도 안 편하다.”

 

 

 

응답하라1988의 아이들은 가족의 결핍을 서로에게 갈급하지 않는다. 이 골목길에서 아이들은 형제와 친구가 분간되지 않는 매일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 없이 철드는 아이란 없다. 그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편했던 관계. 형제 같은 우정에 생채기를 내면서, 최상의 안락함을 불편과 맞바꾸길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은 사랑하고 또 성장하리라.

 

 

 

“나는 네가 불편해.” 응답하라 월드에선 그야말로 최상의 고백. 택은 언제부터 덕선이 불편해졌고 정환은 언제쯤 불편을 고백할까. 정환의 유사 백허그를 받으면서도 불편은커녕 놀이기구 타듯 신나하기만 했던 덕선이 한 개도 안 편한 대상을 찾을 때, 그가 바로 여자가 된 덕선의 남자일 것이다.

 

 

 

 

 

 

덧. 박보검에게 강제 개안해주는 미모 외에 별다른 바람이 없었는데 남자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 안겨 토닥임을 받다가 자기 차례에서 멀리 서 옷을 툴툴 털고 있는 덕선이를 향해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응큼한 기대를 하는 수컷의 느낌을 동시에 살리는 연기를 해줘서 놀랐다. 그런데.. 안을 때는 또 사무치게 순수한 벅참이 울려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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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15.11.22 01:05 신고

    정봉 보라 얘기도 있던데 ....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보라 미는 입장에서 너무 불안해서....ㅠㅠㅠ

  • 안녕 하세요...

    저는 '응팔'을 보며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스'가 연상이 되네요.
    장르가 다른 작품들이고, 내용도 상관이 없지만,
    '기원(영웅의 탄생/가족의 탄생)을 흥미롭게 푼 점이
    인상적인 작품들이고,
    '응팔'도 '응칠'과 '응사'의 기원('혈연 공동체'에서
    '사회(인연) 공동체'로 넘어가는 '가족(인연)공동체의 기원')을
    보여 주고 싶은게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드네요...
    ('응칠'- 붉은 실/인연의 실 , '응사'-붉은 장갑/인연입니다.
    , 그러면 '응팔'은 - 붉은 ***/인연***)
    '선우'의 고백이 '응사'에서 첫 눈에 고백한 '나정'과 오버랩이...
    '응사'의 후반부에 실시간 촬영과 연장으로
    '논리회로(쓰성의 떡밥 회수 실패) '가 무너지는
    우을 범해는데, 이번에는 그런 우을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가끔은 다른 길도 같은 곳을 향하는 법이야"_ - "왕좌의 게임"

  • Faith 2015.11.22 18:32 신고

    응팔이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 로맨스 요소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요소들이 적절하게 짜여져 있어서 더 애정이 가요~ 개인적으로 쓸데 없는 낚시는 안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그치만 응사때와 달리 이번엔 정봉보라와 택이덕선같은 서브라인이 끌리네요...
    이번 주인공 덕선이가 가족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포지션이라 그런지 앞에서 틱틱거리고 뒤에서 잘해주는 정환이보다 다정다감할것 같은 선우나 재는것 없이 순수하게 여주를 사랑할것 같은 택이한테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6회를 보니 선우는 이제 틀렸고.....(나쁜녀석ㅋㅋㅋ제가 덕선이였어도 착각했을것 같ㅋㅋㅋㅋ) 택이는(..)
    험난한 길 예상됩니다ㅋㅋ닥터콜님 리뷰보며 쓰레기 라인 지지할때가 맘편했어요ㅠ_ㅠ....
    +) 찾아보니 칠봉이가 나정이한테 처음 키스한 장면도 6회에 나오네요;; 허허... 무서운 제작진...

    • Faith 2015.11.22 18:25 신고

      헌데 재밌는건 전작에 쓰레기가 가지고 있던 헐랭한 면이 택이에게로 옮겨갔다는거에요ㅎㅎ 전작에 있던 인물들의 특성을 이리저리 재배치하고 조합한 걸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네요 확실히 전작에 비해 제작진들이 서브캐릭터들의 감정선에 공들인게 보여요. (택, 선우) 철저히 감춰진 쓰레기의 감정선을 찾아보는 것도 응사의 최고 재미중에 하나였는데 말이죠~

 

응답하라 1988은 이전 응답 시리즈와 달리 여러모로 변수가 많아 흥미진진하다. 가장 큰 변수는 여주인공에게, 최초의 살아남은 손위 형제가 존재한다는 것. 때문에 그녀의 결핍은 도리어 상실이 아닌 풍요에서 비롯되었다.

 

 

 

순하디 순한 덕선을 폭발시킨 스트레스가 바로 가족이다. 대외적으로 완벽한 커리어를 갖췄대도 덕선에게는 그저 폭군일 뿐인 나쁜 언니. 그럼에도 서울대생이라는 타이틀에 촉망 받는 엘리트로 평가되는 성보라의 가치.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부모님의 편애. 또한 당시 시대상에 발맞추어 울타리 건너 모두가 내 가족이오, 이웃인 덕선에게 더 이상 차고 넘치는 가족애가 필요치는 않았으리라.

 

 

 

그래서 그녀는 유사 가족의 유대감이 아닌 왕자님의 구원을 찾는다. 유사 가족이 사랑으로 발전했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가장 그럴듯한 왕자님 커리어의 선우를 선택한 덕선의 짝사랑은 일종의 판타지다.

 

흥미로운 것은 살아있는 언니 보라뿐 아니라 여주인공의 판타지인 선우에게조차 변수가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낚시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지만 의외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반전 요소로 이용하지 않았던 응답 제작진은 동성에게 향한 준희와 빙그레의 감정마저도 그대로 오픈시켰었다.

 

 

 

그럼에도 선우의 짝사랑 대상만큼은 감춰두었다. 심지어 그가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드라마 속이 아닌 수정된 캐릭터 프로필에서 먼저 밝혀진다.

 

‘하지만 요즘, 이런 선우에게 엄마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생겨버렸다. ‘짝사랑 그녀’만은 엄마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다. 18년 동안 한 골목에서 자라 온 그녀이기에 다가가는 게 쉽지가 않다. 지금껏 좋아한단 말 한 번 꺼내보지 못한 채,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88년 겨울, 이제 기나긴 짝사랑을 끝내고 싶다. 방법은... 고백뿐이다.‘

 

이런 방식은 너무나도 응답하라 답지 않다. 심지어 그토록 남발했던 힌트조차도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지금 확실한 것은 선우가 여주인공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에게 또한 짝사랑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의 가장 짜릿한 난제. 선우의 그녀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응답하라 1988이 ‘밀회’가 아니기에 18년 동안 한 골목에서 자라온 그녀라는 힌트에 걸맞은 사람은 역시 덕선이 뿐이다.

 

 

선우-덕선은 딱히 변태 아닌 누구나 생각해볼 만한 정석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랑에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너무나 쉬운 코스라서. 유사 가족의 걸림돌이 없는 둘에게 일방통행 아닌 동갑내기 하이틴의 사랑이 뭐가 문제 된단 말인가? 한마디로 도리어 사랑의 장애물이 없어 이쪽은 그리 신통치 않아 보인다.

 

 

 

선우가 선택한 그녀가 덕선이라면, 응답하라의 시그니처인 유사가족으로 인한 갈등은 형제보다 가까웠던 친구 사이의 애증에서 비롯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그림이 그려졌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응답하라 1988의 덕선, 정환, 선우, 택은 마치 세 사람의 칠봉이 같아 보다 치열해졌으니까.

 

이제 막 자각한 정환의 마음이 3년씩이나 애태운 선우의 사랑에 걸림돌이 될까. 혹여 그 반대라면? 선우의 고백이 정환의 자각 앞에 영영 입을 다물게 되거나 서둘러 성적 긴장감으로 포문을 연 정환의 마음이 3년의 짝사랑 앞에 무너지게 될까.

 

우정이 먼저인 청춘드라마를 찍으며 사랑을 내려놓든 혈기왕성한 10대의 소년들이 여자아이 하나를 놓고 싸우든. 어느 쪽이든 재밌는 그림이 될 것은 분명하다. 플라토닉한 선우의 3년간의 사랑은 느리고 애절해서 재밌고 남자와 여자를 느낀 순간부터 단기간에 서둘러 사랑하는 정환의 마음은 보다 본능적이어서 재밌다.

 

 

 

하지만 ‘18년 동안 한 골목에서 자라온 그녀’는 덕선이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발목을 잡는다. 더군다나 여주인공의 손위 형제를 향한 집착. 자각하고 보니 너 말고 네 언니 스토리는 보라가 끼어들어야 가능해진다. 뜻밖에 보다 응답하라 세계관에 가까운 것은 선우-덕선이 아닌 선우-보라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현재씬에는 거의 의미를 두지 않지만, 초콜릿으로 너스레를 떠는 이미연의 반응이 치열한 10대의 사랑싸움을 거쳤다면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싶다.)

 

 

 

 

응답하라 1997의 윤태웅은 성시원을 사랑한다는 착각으로 그녀의 죽은 언니를 못 잊어했다.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가 섣불리 나정을 선택하지 못했던 것은 그가 나정의 죽은 오빠를 대신한 유사 형제 노릇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응답하라1988의 성보라는 죽지 않고 살아있다. 성덕선은 부모의 사랑을 언니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잠재된 결핍과 열등감이 첫사랑마저 빼앗긴 아픔에 심화되지 않을까.

 

 

 

 

"저 오빠에게 할말이 있어요. 오빠를 많이 좋아하는데 가슴이 뛰거나 설레지는 않아요. 미안해요. 오빠." (응답하라 1997 시원의 대사)

 

각자의 입에서 나온 보라 누나와 우리 선우. 제작진이 던져준 힌트는 너무나도 미약한 불씨와 같다. 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라 밟아 꺼뜨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껏 좋아한단 말 한 번 꺼내보지 못한 채,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소년이 입을 다문 기간이 3년이다. 생각해보면 소년이 감내하기에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아득한 시간이다. 때문에 내 관심은 온통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가가 아닌 선우의 짝사랑 상대와 진행 과정이 되어버렸다.

 

 

 

 

3년씩이나 마음을 감춰두고 끙끙댔을 그의 사랑의 열병이. 그가 3년 전 그녀에게 반하게 된 첫 순간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진 것이다. 무려 3년씩이나 응축된 마음이다. 응답하라 월드의 틀을 깨면서까지 철저하게 감추어둔 그의 사랑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호기심과 동시에 의외성 없어 멀리했던 선우라는 캐릭터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그 마음이 얼마나 뜨거웠는가는 벌게진 선우의 얼굴과 꿈꾸듯 몽롱한 눈빛으로 표출되었다. 골목길 그녀가 부쩍 귀여워진 것 같지 않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술에 취한 듯 그녀에게 취한 듯 몽환적인 얼굴로 “어...조금?”이라고 답했던 선우. 그 자리의 어느 누구도 아닌, 선우의 긍정과 함께 재생된 이문세의 소녀는 곧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마음의 소리였다.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돼요. 그리움 두고 머나먼 길. 그대 무지개를 찾아올 순 없어요. 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가사를 돌이켜보면 사뭇 눈물이 날정도로 애절한 마음이다. 내 곁에만 머물러줘요. 떠나면 안돼요라니. 제작진은 선우의 사랑에 ‘소녀’라는 타이틀을 헌사하면서 그가 얼마나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는가를 전했다.

 

사실 내가 보고 싶은 건 선우의 사랑이 아닌 그 마음을 연기할 고경표의 연기력인지도 모르겠다. 취한 얼굴로 몽롱해졌지만 슬픈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어.”라고 대답하곤 서둘러 정신을 수습해 친구에게 바톤을 넘기던 선우. 그가 “어.”라고 대답했던 것이 덕선을 향한 것인지. 덕선이 걸친 보라 누나의 옷처럼, 덕선에게 겹친 그녀의 형제에 대한 것인지. 어찌됐든 3년씩이나 응축된 선우의 감정을 표현했던 고경표의 표현력은 4회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연기였다.

 

이쯤해서 응답하라 제작진이 굉장히 영리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봐도 남편일 듯한 정환이 있음에도 고경표의 인지도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때문에 선우는 굳이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남편감이 되지 않는다 해도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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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시리즈의 빠뜨릴 수 없는 퍼레이드 중 하나 '그가 당신에게 반하는 순간'이다. 그가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 계기.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 순간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데, 때문에 그 반하는 순간들은 남녀 주인공의 결합이 아니었음에도 시리즈 통틀어 최고의 명장면으로 자리매김하곤 했다. 


반하게 만든 대상이 A 군, 반해버린 상대가 B였을 때. A에게는 최상의 판타지를 제공하여 '저렇게 멋지니까 반할 수밖에 없었겠구나.'라는 설득력을. 폭풍처럼 몰아칠 첫사랑의 징후에 패닉한 B의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시청자 또한 그순간 B가 되는 짜릿한 감정이입을 선사한다. 이때, 말을 잃은 B의 터질 듯한 심장을 변호하는 SOS가 바로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 노래가 터지는 순간의 특이사항이라면, 남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의 시그널로 쓰인다는 것. 심지어 이성 관계도 아니다. 동성에게 반한 조연의 사랑을 설명해야 했기에 제작진은 그 설득력에 더 공을 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사교성 없는 빙그레가 연고지 없는 서울에 올라와 학연과 지연으로 묶이는 선후배 관계에 풀이 죽었을 때 그 모든 상호 이익을 무시하고 부조리 위에 우뚝 선 우리의 쓰성이 얼마나 멋있었던가.


다음날 선배들의 후배 군기 잡기 일환이었던 억지 산타기에 빙그레가 힘들어할 때 그의 가방을 대신 둘러메고 산을 오르는 쓰레기는 또 얼마나 특별했던가. 그 또한 선배이면서, 출신과 이전 학교를 묻지 않고 빙그레를 선택했으며 다른 선배들이 군기 잡기에 빠져있을 때 그는 역으로 후배 빙그레의 가방을 들었다. 선배 대접은커녕, 아저씨라 불리면서도 선배의 권위를 가르치려 하지도 않았다.

 

 


그가 선배에게조차 박수 받는 까마득한 분임을 알릴 때조차도 어설프게 입은 티셔츠로 얼굴을 감추다가, 마치 미식축구 선수들의 등장처럼 흩어져 나오는 쓰레기의 모습을 보일랑 말랑하게 비추며 경악하는 빙그레의 얼굴과 함께 겹쳐 나온 비지엠이 바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다. 시청자는 설득 당한다. '아, 그래서 저 사람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겠구나.'라고. 그 순간과 대상에 최상의 판타지를 제공하여 같은 남자라도 반할 수밖에 없겠다는 설득력을 부여해줌으로서 동성에게 빠진 조연의 첫사랑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응답하라 1997의 준희 또한 윤제와 마주치는 순간에 앞으로 그에게 몰아칠 사랑의 징후를 느끼며 '너의 목소리'를 외친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니. 피하려 해도 걷잡을 수 없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이보다 효과적으로 묘사한 메시지가 있을까. 애를 쓰고 피해야만 하는 사랑. 차우차우가 여주인공 성나정이 아닌 빙그레 혹은 준희의 시그널이 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요즘들어 덕선이가 귀여워졌지 않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벌게진 얼굴에 몽롱한 눈빛으로 꿈꾸듯 누군가를 그리다 "어..."라고 대답했던 선우. 이미 덕선의 짝사랑 상대임이 정해진 지금 응답하라 제작진은 힌트를 가장한 트릭으로 그에게도 3년간의 짝사랑 대상이 있다고 밝힌다. 3년 전 선우의 반하는 순간은, 그가 너의 목소리를 들었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는 그들의 1997년 데뷔 앨범이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시간을 뛰어넘어 1994에 같은 비지엠을 실었다. 이것이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힌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직 우리에게는 최상의 설렐 순간이 남아있다. 응답하라 역대 퍼레이드였던 빙그레와 준희의 '반하는 순간'이 1988에 등장하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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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제작진이 남녀 주인공 커플에게 요구하는 필수 감정선 중 하나가 바로 두 사람의 성적 긴장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신호탄은 '불편함'에서 비롯되죠. 응사의 쌍둥이 슈퍼씬이 그랬고 응칠의 수돗가 씬이 또 그랬습니다. 속옷으로 농담을 해도 되었던 나정, 쓰레기가 아주 약간의 남자와 여자가 드러나는 순간도 못 견뎌하고 불편함을 느꼈던 그때처럼. 동경하는 이미연 누나 자세의 덕선이 코웃음 쳐지기는커녕, 그녀를 의식하는 자신에 아주 미칠 듯한 불편함을 느끼는 정환. 예. 게임이 끝난 것 같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지향하는 커플이 있다면 친숙함이 아닌 불편함에 감동하세요. 나정이 앞에서 부러 옷을 갈아입으며 불편해하는 그녀의 반응을 체크하고 무의식중에 자신의 성을 과시했던 쓰레기처럼 이 시크한 남자 정환이 친구들 사이의 덕선을 주목하게 애쓴다면 얼마나 흥미진진할까요.





쌍둥이 슈퍼씬처럼 하루빨리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다 못해 불편해하는 긴장감이 극에 만연했으면 합니다. 실지 응사에서도 가장 불편했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회차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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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나 닥터콜님의 리뷰는 완전히 공감이 일치되는 멋진 글입니다. 오늘 밤이 설레도록 기대됩니다.ㅎㅎ

  • 우와 반갑습니다! 응답하라 1994 때부터 닥터콜님 리뷰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1988도 기대하겠습니다.
    정환이는 매회 매력을 퐁퐁 뿜어내네요. ㅜㅜ 아버지와의 장면에서 저를 허리도 못 펴고 웃게 하더니 버스 장면에서는 숨을 못 쉬게 하다니.>_<
    덕선이는... 놀이기구 탄 것처럼 신나 보이셨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표정이 완전 어린애.ㅎㅎ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설렘을 덕선이도 얼른 함께 했으면...

    • 하하 - 대구 출신으로서 류준열이 경상도 사투리 쓰는 건 정말 한 번 들어 보고 싶네요! 츤데레 캐릭터라는 것도 경상권 느낌을 더하는 것 같아요.
      혜리 연기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쩜 아이돌에게서 몸짓 하나까지 옛느낌이 나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그저 철없는 아이같기만 해서 아쉬워요. 민폐 캐릭터의 기운이 감돌기도 하고... 시원이와 나정이가 일찍 가족을 잃은 탓인지 어딘지 모를 어른스러움이 있었기에 더 비교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덕선이도 차차 성장하면서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 안녕하세요...

    '응답하라'는 '결핍'(가족 구성원의 죽음)으로 '성적 긴장감'이

    형성되고, 보완하는 방식(새로운 가족)으로 수렴되는 서사가

    아니가라는 생각이 되네요...

    '아다치 미츠루'의 신작'믹스('터치'의 26후의 이야기)'에서

    호칭(오빠/오라버니,엄마/어머니)으로 긴장감을 주는 모습과

    비교되는 것도 재미있네요...

    개인적으로는 '류혜영(보리역)'과 '고경표(선우역)'의 관계에

    더 관심이...

  • 2015.11.16 01:36

    비밀댓글입니다

  • 최럭키 2015.11.16 15:54 신고

    응사때부터 닥터콜님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역시 응팔 리뷰도 대단하신듯하네요~

    응팔을 계속 돌려보고 있는데, 독서실에서 선우가 받은 테입에 써있는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탕뿐...'이라는 글씨체와
    덕선이가 쓴 탐크루즈 이름점의 글씨체가 완전 다르더라구요. 제작진이 이런걸 놓쳤을리 없을거라는 생각도 들고..
    선우에게 테입과 사탕을 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가?? 계속 의심의심... ㅋㅋㅋ

    아무튼 응팔때문에 일주일이 즐겁네요.
    닥터콜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

  • 가끔씩 눈팅하다 글은 오랜만에 남기네요 ㅎ 응사때 닥터콜님과 늘푸른 이야기 떠올리게 한다며 덧글주고 받으며 응사 열혈시청했더랬는데. 응팔은 더 풍성한 잔치가 되겠어요 ㅎ 리뷰도 늘 잘 읽고있습니다

  •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 알찬 정보 좋네요~

 

일단 고경표(선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친아이기에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형적인 남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여동생이 너무 귀여워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다정한 오빠. 생선 가시처럼 계란 껍질을 발라내야 하는 엄마의 요리를 꾸역 꾸역 먹고 들어가는 최고의 아들. 학생회장에 당연히 노력한 만큼 공부도 잘한다. 심지어 하나라서, 고를 필요 없이 그저 주인공인 혜리(덕선)의 첫사랑인 것 같은 연출마저 부여받는다. 그래서 그는 남주인공이 아닐 것이다. 너무나 의외성이 없는 멋짐을 가졌으니까.

 

그에 반해 류준열(정환)은 '그럴 줄 몰랐는데'가 마치 아이덴티티 같은 인물이다. 불성실함에도 전교 회장과 1,2등을 다투는 천재성에 비사교적인듯하면서 슬그머니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딱히 트러블 없이 발도 넓다. 모두가 미쳐 날뛰는 덕선이의 피켓걸 퍼레이드를 참 무심한 얼굴로 감상하다가 입꼬리만 슬쩍 올려 슬그머니 웃고야 마는 클로즈업 씬이 이 드라마의 첫 번째 로맨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사실 이런 분석 따위도 필요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코어팬이라면 한 달 여전에 공개한 포스터 두 장만으로도 이미 그가 남주인공임을 짐작했을 테니까. 덕선의 스킨십에 별 반응 없이 사진 찍히는 사람의 표정에만 신경 쓰고 있는 선우와 달리 기어코 싫은 티를 내고야 마는 그. 전매특허의 팔짱 끼는 포즈까지. 응답하라 시리즈의 남주인공이 갖는 집요할 정도의 캐릭터 고유 성격이 그에겐 이미 포스터에서부터 부여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집착적으로.

 

 


질투에 미친 선배들에게서 애처로 친구를 구해내기는커녕 도리어 탓하고 화를 내는 비겁한 캐릭터로 만들어버렸을 때, 설마 이 사람들이 처음으로 놀던 판을 뒤엎으려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지만. 그건 역시나 최고로 멋진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추진력으로 쓰였을 뿐이었다.

 

 

선우의 목걸이가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정보로 시청자를 울컥하게 하고 분노가 최고치로 치솟았을 때 정환의 주먹이 상황을 종결한다. 시청자는 사라진 스트레스에 고마워하며 정환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골리앗 같았던 선배들마저 정환에겐 한 주먹감이라는 의외성. 또한 그만큼의 힘이 있음에도 참을 수 있었던 의외의 인내심에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선우(고경표),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장난기를 배제한 진짜 남주인공 컬렉션을 셋이나 준비했다. 어째 1992 느낌 같기도 하지만 시청자는 딱히 고민할 필요도 헷갈릴 이유도 없을 것이다. 너무나 의외가 많은 정환의 매력 때문에 이 드라마의 남편 찾기는 의외성이 사라진 것이다. 정환이 아닌, 다른 남자가 덕선의 남편이기를 바란다면 차라리 스토리나 캐릭터의 성향이 아닌 제작진의 변덕에 기대 보는 것이 더 유리하리라.

 

낚시질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제작진은 오히려 우직하리만큼 원패턴의 로맨스를 지향한다. 응답하라1988에서는 그간의 틀을 깨고 최초로 성인 역할의 배우를 따로 섭외하였다. 제작진의 '최초'가 응답하라1988의 남주인공에게도 부여되었을지가 이 드라마의 유일한 반전 요소가 될 것이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는 LK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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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15.11.09 15:27 신고

    간만에 닥터콜님 리뷰읽으니 넘 좋네요.
    응사때 닥터콜님 리뷰 읽으면서 불안한 맘 안정시키고했는데.ㅋㅋㅋㅋ
    이번에도 부탁드립니다.

  • 저도 정환이 남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시청자입니다. 응사에 이어 또 리뷰해주시니 감사해요 :) 2화 보면서 궁금했는데… 정환이 남주라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동룡이의 덕선이 귀여워졌다는 말에 정환이 친구들 대답을 다 듣고 자기 차례에 급 흥분해서 미쳤냐는 식으로 반응한건 마음 속에 벌써 덕선이를 담아두어서가 맞을까요? 왕조현 이야기를 할 때는 바로바로 반응했고 술취한 상태로 나른하게 대답하는데 덕선이 질문에서는 자기차례까지 가만 있다가 급 버럭하는게… ㅋㅋ 로맨스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 ㅇㅇ 2015.11.09 15:51 신고

    오랜만에 닥터콜님 리뷰 보니까 반갑네요 ㅠㅠ 정말 응답 시리즈기 시작된 느낌?ㅋㅋ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저도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주 글로 뵙고 싶습니다! 늘 가려운곳을 긁어주던 닥터콜님의 응사 리뷰 잊지 않고 있어요

  • ㅇㅇ 2015.11.09 15:54 신고

    닥터콜님 응사때도 리뷰 하나하나 정독하고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만나게 되서 반갑습니다 너무 좋아요!
    응팔도 계속 리뷰 해주실꺼죠? 꼭 기다릴께요~~!!!!
    이미 개정팔에 빠져서 일상생활이 안되고 있는 사람 1인입니다ㅠㅠㅠㅠㅠ

    • ㅇㅇ 2015.11.09 16:08 신고

      ㄴ ㅋㅋㅋㅋㅋ 그러셨구나 ㅋㅋ 큰일날뻔했어요! 응답시리즈는 닥터콜님 리뷰 보는 재미도 같이 있었는데 닥터콜님이 응팔 안봤으면 ㅠㅠㅠㅠㅠ 같이 봐서 너무 좋네요!!!! 혜리 저도 전작 연기보곤 캐스팅???했는데 역시 신원호는 ㅋㅋㅋㅋ 대단하긴하네요 ..ㄷㄷ

  • 보라한테 빠진 1인입니다. 보라는 앞으로 상상할게 많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정말 궁금하고 기대되는데요 (운동권, 자매사이, 러브라인 등) 개인적으로 연상연하를 좋아해서 4인방과 보라가 엮였으면 하는데 많이들 정봉보라를 당연히 생각하면서 선우보라 택보라는 안될거다 식의 글들이 많더라구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ㅜㅠ

  • AAa 2015.11.09 15:59 신고

    보라정봉일수도있을것같아요 뭔가 뜬금포로터질것도같고 정봉이배우도 먼가있을것같아서ㅋㅋ

  • (3화 예고중) 보라 - 우리 선우 문지방 닳겠다

    이게 덕선이를 보러온걸까 보라를 보러온걸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 fantavii 2015.11.09 16:17 신고

    그리고 김주혁이 미래 남편이라는건 거의 확정.. 저는 저런 분석까진 몰라도 외모만 봐도 김주혁과 뭔가 연계성이 있는 느낌은 저애밖에 없더군요

  • ㅇㅇ 2015.11.09 17:00 신고

    리뷰 완전 반갑네요!ㅋㅋ 응답이 진짜 시작한거같은 기분이 들고.ㅋㅋㅋ 정환이가 남편인건 당연하고 선우보라 원하는 사람으로서 닥터콜님 리뷰내용이랑 댓글이 너무 좋아요.... 혹시 서브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전작과 비교했을때 택이가 칠봉이랑 유사한점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다들 선우를 서브라고 생각하던데 저만 생각이 이상한가 싶었어요.ㅋㅋ 여튼 리뷰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

    • ㅇㅇ 2015.11.09 16:08 신고

      저도 선우가 칠봉이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ㅎㅎ 확실한건 응팔에 제가 발이 묶였다는것..... 너무 재밌다는것.......... 답글 감사합니다!!

  • ㅇㅇ 2015.11.09 17:16 신고

    보라역 배우 여기서 처음보는데 연기도 외모도 매력 있더라구요 커리어를 보니 류준열 만큼이나 제작진이 선호하는 스타일 아닌가 생각되더라구요 약간 정우 류준열 여자 버전같은? 꼭 러브라인 엮이는거 아니라도 응사때 도희보다도 더 비중이 있는 역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ㅇㅇ 2015.11.09 17:19 신고

      그리고 혜리 연기 좋아요 연기하는걸 본적없어 약간 우려했는데 캐스팅 잘한것같아요

    • 난 반댈세 걸데를 민아가 겨우 일으켜 놓으니 혜가 냠냠 ㅠㅠ 혜리도 좋긴한데.민아좀 고생한거 보상좀 해줘야 하는데

  • 2015.11.09 19:10

    비밀댓글입니다

  • 선우는 수학을 못하고 보라는 수학과인데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 likealways 2015.11.09 22:24 신고

    역시 닥터콜님의 리뷰는 언제나 옳아요...ㅎㅎ 저 역시 정환이가 덕선이의 남편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분명 이번에는 남편찾기 같은거 없다 그랬던거 같은데... 근데 또 남편찾기가 빠지면 왠지 앙꼬없는 찐빵이요, 동일화 부부 없는 응답이랄까?ㅋㅋㅋ 응답시리즈 팬으로서 응칠, 응사 모두 인생들마로 봤던터라 이제 시작인 응팔도 무지 기대하고 있어요. 드라마 시청 끝나면 곧바로 닥터콜님의 리뷰 꼬박꼬박 챙겨보겠습니다. 멋진 리뷰 고맙습니다^^

  • 오랜만에 닥터콜님 리뷰보니 반갑네요^^ 응사때 알게 된 뒤로 생각날 때마다 들어오고 있었어요 ㅎ 저도 응팔이 꽤 완성도가 높아보여요 잔잔하면서도 묘한 중독성이 있다고 해야하나^^ 남편은 당연히 정환이죠 쓰레기와 윤제를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던데요 윤제의 순애보와 쓰레기의 무뚝뚝함이 잘 발휘될 것 같아요 첨에 얼굴 보는 순간 얘가 남주구나 싶었어요 3회 예고편보니까 선우랑 덕선이랑 썸타는 것 같던데 너무 빨리 썸을 타서 좀 놀라긴 했어요 덕선이가 하트 그려놓고 샤프심으로 색칠하다가 부러지는 걸로 봐서 첫사랑은 안 이뤄지고 시행착오 끝에 정환이와 연결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응팔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 요즘 너무 각박해진 세상살이에 지쳐서인 것도 같아요 80년대 초반 생이라 저 시절을 많이 기억하지도 못하는 데도 막 아련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ㅠㅠ

  • 햇살 2015.11.11 23:16 신고

    안녕하세요~ 응사때 닥터콜님 리뷰 읽고 또 읽고 했었는데...응팔 시작하니...닥터콜님 리뷰가 또 생각나더라구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들어와봤는데...응팔리뷰 시작하셨네요...
    앞으로 닥터콜님의 응팔리뷰를 볼 수 있다 생각하니..넘 좋으네요 ^^

  • 안녕하세요..

    'LK(이선미,김기호)사단"도 '별은 내 가슴 속에'에서
    '안재욱' 신드롬에는 이길 방법이 없었죠...

    미드 '뱀파이어 다이어리'에서도 훈남 배우 '폴 웨슬리'을 쩌리로
    만든 '이안 소머헐더'('델리나'커플)의 매력에 작가 '줄리 풀렉'도
    항복 한 경우도...

    '고경표'도 두 가지 중에 하나 정도면 제작진의 변덕 오차 범위를 뛰어 넘어서면 가능 할 수도 있지 아닐까 생각 되네요...

  • 민아가 캐스팅 됐어야 하는데 ㅠㅠ 우리민아 ㅠㅠ 혜리 밉다 ㅠㅠ 근데 잼나긴하넹

  • 닥터콜님의 <응답하라>리뷰가 반갑습니다. 전에 <응답하라1994> 때도 정말 흥미롭게 잘 봤었거든요.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짚어주셔서! 맞어맞어 했었어요.

    글도 글인데, 달리는 댓글도 재밌어서
    글이랑 댓글이랑 열심히 봤었어요. 이번에도 기대가 됩니다.

  • 안녕하세요 닥터콜님 저도 응사때부터 닥터콜님 리뷰를 즐겨봤던 1인입니다. 전작에 보면 반가운얼굴(마이콜)이 출연하던데 보고나서 갑자기 응사때 나레기 떡볶이먹으러가는길 차안씬이 생각나서요 그때 나정이가 쓰네기의 전여자친구 운동권언니 언급을 하던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ㅎ 다음예고편을보니 보라가 운동권학생같은 뉘앙스가 나는데 혹시 연관이 있는지 해서 ㅎ 아님 제가 마냥 소설을 쓰는걸까요?ㅎ

  • oasis33 2016.01.18 23:02 신고

    응팔 종방하고 알게되서 1988리뷰 처음부터 읽어보려고 왔어요!
    남편 택이로 정해진 상태에서 이 글을 읽으니 저는 선택러였는데도 슬프네요ㅠㅠ
    너무나 어남류를 확신에 차서 글을 쓰셔서ㅋㅋ 제작진이 얼마나 이 반전스토리에 공을 들였는지도 알겠구요ㅎㅎ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파란 머리 천사 만날 때는 나도 데려가 주렴.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 영어도 하면 바쁜데 너는 언제나 놀기만 하니. 말썽쟁이 피노키오야. 우리 아빠 꿈속에 오늘 밤에 나타나 내 얘기 좀 잘해줄 수 없겠니. 피노키오 줄타기. 꼭두각시 줄타기. 그런 아이 되지 않게 해줄래?” 동요 <피노키오> 중에서

 


정식 명칭은 <피노키오의 모험 (Le adventure di Pinocchio)>이라고 한다. 선량한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가 정성껏 깎아 만든 나무 인형에 파란 머리 천사가 혼을 불어넣어 살아있는 것이 되게 했다. 그쯤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이 살아 움직이는 나무 인형은 태초의 인간 아닌 대다수의 피조물이 그러하듯이 굳이 사람이 되고 싶다 간청한다.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닌, 동화에서 모티브만을 빌려와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더 매력적인 케이스가 있다. 목소리를 넘기고 인간의 다리를 얻게 된 인어공주의 비극을 도리어 절뚝거리는 다리로 승화해 왕자님을 곁에 묶어둔 만화 ‘인어공주를 위하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화 ‘A. I’. 또한 현대판 피노키오의 역작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 수작으로 다가서는 동화 모티브의 드라마가 있다. 이종석, 박신혜 주연의 수목 드라마. ‘피노키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대신 딸꾹질을 하는 소녀 최인하(박신혜 분)과 ‘피노키오 증후군’의 트라우마가 있는 소년 최달포(이종석 분)의 진실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피노키오는 로맨틱 코미디를 가장한 서스펜스 휴먼 드라마다.


고백하자면 소재만 듣고선 얕잡아 봤던 게 사실이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이 나오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니. 일본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가볍게 보는 재미의 판타지 미니 시리즈가 아닐까 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곧 이 작품을 선택한 이가 다름 아닌 믿고 보는 이종석이라는 사실과 작가 또한 이종석, 이보영에게 ‘믿고 보는’의 수식어를 안겨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이 이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있겠지.’ 싶었다. 그 믿음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마음이 들키는 사람을 소재로 다룬 작품의 전개는 줄곧 ‘비밀’로 흘러갔다. 감추고 싶어 발설하지 않는 속내나 내 은밀한 사생활이 만 천하에 공개되는 이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감당해야 할 수치심과 자괴감을 견딜 수가 없기에. 사토라레는 자살 방지를 위해 나라 차원에서 주변인들의 입단속을 시켰고 트루먼은 오로지 시청자의 유희를 위해 세상에 발가벗겨진 채 내버려졌다.


 

 

드라마 피노키오가 흥미로운 것은 진실을 말하는 입을 딱히 은폐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노키오 증후군은 드라마 초반 퀴즈쇼에 등장할 정도로 국민 모두가 인식하는 실제 증상이고 당사자 최인하가 같은 증후군을 겪고 있는데도 딱히 여주인공의 비극인양 쉬쉬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의 장르가 코믹 만화인가 헷갈릴 정도의 유쾌한 분위기에서 남주인공 달포는 여주인공의 증상을 공론화하고 최인하 또한 명랑만화처럼 으르렁댄다.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하는 것은 여주인공 최인하의 성격이다. 기존 작품에서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가상의 소재를 다룬다면 어디까지나 엄폐된 분위기에서 전개가 진행될 것이다. 피노키오 증후군은 여주인공의 극단적인 핸디캡이고 그것이 공론화 되는 것은 작품의 클라이맥스 즈음에야 가능했으리라. 여주인공은 불에 덴 듯 놀랄 테고 인생이 끝난 것처럼 좌절했을 것이다.

 

 

 

"최달포 군은 피노키오 증후군인 사람을 본적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아. 그래요? 보통 피노키오들은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서 말을 안 하고 또 대인기피증도 생긴다고 그러던데. 맞습니까?" "제가 아는 친구는 보통 피노키오들하고는 다릅니다. 완전 반대예요. 말이 아주 많아요. 하는 족족 막말이라 별명이 막말마녀입니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최인하는 자신의 증상을 굳이 감추려 끙끙대지 않는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곧 딸꾹거린다. 딸꾹질을 하지 않으려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할 말 다 하는 성격 탓에 오죽하면 별명이 ‘막말 마녀’인 최인하. 여느 드라마였더라면 농아인척 연기하는 여주인공의 비밀이 반전 포인트 아래 한동안 전개 되지 않았을까.


 

 

여주인공의 특이한 캐릭터는 특수한 사연을 가진 소년 최달포와 맞닥뜨리며 서스펜스로 진화된다. 그의 이름이 ‘하명’이었던 시절에 이웃으로 살던 청년의 ‘기호상(정인기 분, 하명의 아버지)를 봤다.’는 증언은 가난하지만 하명일 수 있어 행복했던 그의 삶을 망가뜨렸다.


수많은 소방대원의 목숨을 앗아간 폐기물 처리 공장 화재 사건. 소방 대장인 하명의 아버지 기호상은 야욕으로 동료들의 목숨을 잃게 하고 홀로 사고에서 도망친 최악의 인간형이 되어버렸다. 기자들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를 무참히 난도질 했고 모든 사람은 아버지의 죄를 믿었다. 그것은 증언을 했던 이웃 사람 또한 여주인공과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피노키오였기 때문이다.


 

 

피노키오 증후군은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이 나는 증상이다. 곧 피노키오 증후군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딸꾹질이 없었던 이웃 사람의 증언은 사실이다. 이것은 피노키오 증후군 또한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착각’해서 ‘실수’할 수 있다는 대전제를 빼놓은 결론이었다. 이웃 사람은 분명 자신이 목격한 것이 기호상이라고 확신했기에 위증한 것은 아니지만, 닮은 사람을 착각해 대중을 움직였다. 그의 실수는 결백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한 가장을 파탄 나게 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신중하고 또 신중했어야죠. 그걸 모른 게 그들의 잘못입니다. 그 경솔함이 한 가족을 박살냈어요.” 달포, 아니 하명의 외침은 곧 대중의 선동을 부추기는 힘, 무한의 신뢰도를 가진 언론에 향한다. <피노키오 증후군은 거짓을 말할 때 딸꾹질을 한다. 그러니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하므로 그가 말하는 것은 모조리 진실이다.> = <뉴스에 나오는 얘기다. TV와 신문이 거짓을 말할 리 없다. 그러하므로 기자는 진실만을 보도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는 아메리칸 뉴스의 기자인 조 브래들리와 로마를 관람하다 진실을 심판하는 석상 ‘진실의 입’과 마주친다. ‘거짓말을 하면 집어넣은 손목이 잘리리라.’는 이야기가 마치 도시 전설 같기도 하지만. 실제 이 대리석 가면은 로마시대 사람을 심문하기 위한 심판대였다고 한다. ‘네 손목을 걸고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하느냐’ 진실의 입은 고하는 말이 거짓일 때 손목이 잘려도 좋다고 맹세하는 일종의 서약서로 사용되었다.


 

 

언론은 피노키오 증후군의 권리를 갖고 있다. 이에 덧붙여 드라마 피노키오는 진실의 입에 손목을 맡긴 것처럼 신중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피노키오 증후군. 그 시작은 분명 허구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허구의 소재를 사회 문제에 투영해 피노키오 증후군과 기자의 권리를 동일화하여 언론이 가진 신뢰 받는 자의 의무를 물어본다. 유치한 판타지라니! 나는 이토록 쌈박한 리얼리즘을 목도한 적이 없다.

 

 


2014년도는 과연 드라마 불모지라 부를 만 했다. 공중파에서 볼 만한 것이 없어 케이블을 뒤지기까지 했다. 드라마 마니아에게 슬펐던 2014년도에 기억될 만한 증거가 남았다는 사실이 흡족하다. 단언하건데, 이 페이스 그대로 유지된다면 ‘피노키오’는 2014년도 최고의 드라마라 자랑할 수 있을 만하다. 역시, 믿고 보는 이종석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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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죠. 역시 믿고 보는 이종석님 드라마죠.저도 요즘 엄청 즐겨보는데 닥터콜님도 본다니 좋네요. ^^ 아무튼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유희열도 이기고 싶어 하는 허니 버터 칩이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고 있을 무렵, 밤 아홉시를 훌쩍 넘긴 금요일 밤에 또 하나의 먹거리가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닭갈비 프랜차이즈 ‘유가네 닭갈비’가 공식 홈페이지 서버마저 다운되는 기현상을 낳았던 것이다. 이는 금요일 밤의 인기 드라마, 미생의 간접 광고 즉 PPL의 영향이 빚어낸 해프닝이었다.

 

 

생생 정보통과 같은 맛집 전문 프로그램도 아니고 식도락 드라마도 아닌 미생에서 길어 봐야 십분 남짓 했을 ‘닭갈비 먹는 장면’ 때문에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시청자가 몰렸다는 것은 드라마 미생의 간접 광고 효과가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광고 효과가 뛰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시청하는 장면이 광고라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시나 간접 광고의 존재감이 컸다는 방증 또한 될 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미생의 피피엘이 과하다며 불만을 품는 의견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도리어 언론에서 이 드라마를 평하길 잘 만든 PPL의 교본이라 극찬하고 시청자 또한 이 의견에 적극 동감하고 있다.

 

 

 

 

 

시청자의 감정 이입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에서 간접 광고는 도리어 30초의 마법 이상으로 효과가 높지만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제작비 지원을 위한 필요악이자 제작진의 센스를 점검할 수 있는 알리바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 효과가 탁월함에도 시청자의 찬사를 받는 미생의 PPL은 이 드라마의 걸출한 완성도를 증명하는 예시로 제시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생의 PPL이 찬사 받는 이유는 그 리얼리티다. 이것은 현재 방영중인 또 하나의 만화 원작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를 비롯하여 몇 개의 작품들이 시청자의 야유를 받으며 무너져 내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소문 속의 국내판 노다메 칸타빌레가 개장했을 때 손님들은 단 2회만 보고선 이미 이 드라마의 완성도에 실망을 느끼곤 토라졌다.

 

 

 

원작 만화에서 등장인물 미네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었던 중화 요리 전문점 ‘우라켄’이 대한민국의 흔해 빠진 프렌차이즈 ‘서가앤쿡’으로 바뀐 부분에 시청자는 절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미네 류타로는 중화 요리점의 외동아들이자 지독한 파파보이다.

 

아들을 향한 외골수 사랑이 그대로 녹아든 우라켄은 존재 그 자체가 미네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첫 번째 리메이크인 일본 드라마처럼 광고 효과와 완성도 사이에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가게를 선택한 과감한 포기까진 기대할 수 없다손 쳐도 최소한 중화 요리 전문 프렌차이즈로 바꾸려는 노력쯤은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시청자는 이후 깐깐한 완벽주의자 차유진(주원 분)의 부엌에 쌓인 참치 통조림 탑을 보곤 혀를 찼다. 원작에서 치아키 선배는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어서 음악은 물론 요리에서마저 타협할 인간이 아니다. 이 인간이 참치 요리를 하겠다면 통조림은커녕 바다로 나가 참치를 잡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타입의 인간을 간접 광고 때문에 무너뜨린 내일도 칸타빌레 제작사의 센스는 제로에 가깝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극찬 받는 미생의 영리한 피피엘. 그 힘은 치아키 만큼이나 깐깐하며 타협하지 않는 제작진의 용기에서 비롯되었다. 미생의 피피엘은 하나 같이 샐러리맨의 공식 애장품으로, 극과의 괴리감을 형성하며 감정 이입을 무너뜨리는 결과치가 없다.

 

숙취 해소 음료, 회의실에 놓인 생수, 직장인들의 무한 사랑을 받는 맥심 노랭이까지. 거기에 한 수 더 떠서 시청자의 혀를 내두르게 한 ‘복사 용지’는 피피엘의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작진이 얼마나 깐깐하게 괴리감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것이 곧 작품의 완성도를 취하기 위한 발버둥이었는가를 여실히 느끼며 감동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생의 관계자는 “김원석 PD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드라마와 어울리는 협찬만 받도록 방송사 측에 주문했다. 거액의 제작비를 제공해준다고 해도 드라마의 방향과 다르거나 어색한 제품이면 받지 않겠다고 고집했다”라고 전했다.

 

 

 

미생의 복사 용지 피피엘에 감탄하며 문득 이와이 슌지의 영화 ‘러브레터’에서 눈치 채지도 못했던 간접 광고를 엔딩 크레딧 롤에서 재인식하곤 감탄에 마지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꽁꽁 얼린 산을 스케이팅하듯 내려오든 소녀 후지이 이츠키가 얼음 속에 갇힌 잠자리를 한동안 내려다보던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영상미의 극치라 불리는 이와이 슌지의 작품에서 상업적인 냄새가 폴폴 나는 피피엘이 끼어드는 건 다분히 위험한 장치였지만 감독은 과감하게 피피엘마저 미적 요소이자 작품의 서사를 은유하는 상징성으로 만들어버린다.

 

 

 

박제된 듯 잃어버린 기억, 아버지의 장례에도 장난을 치는 소녀처럼 삶을 상징하는 것은 곧 기억이라는 것. 기억을 상징하는 ‘얼음 속의 잠자리’는 잠자리 심벌로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의 후원사 톰보우의 피피엘이었다. PPL도 이정도면 가히 예술의 경지다. 국내 드라마 미생 또한 그에 비등한 노력을 하는 것 같아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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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의 진행에 있어서 원작의 테이스트를 간직하려 애쓴 미생과, 그것을 거부한 칸타빌레.
    작가진의 안일하고도 가벼운 접근으로 인해 칸타빌레는 비난을 면치 못할 작품이 되어 버렸죠.
    미생의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캐스팅에서의 우려를 표했으나 배우들의 진중한 모습과 극의 진행의 일치감이 느껴져 오히려 호감을 이끌어낸 경우죠.

    저 역시 이와 생각이 같습니다.

‘나는 너무 예뻐. 나는 참 섹시해. 미모는 나의 무기 I'm a beautiful girl~! 모두들 날 사랑해. 나를 보면 모두 쓰러지네.’ “신사 숙녀 여러분. 미녀를 소개합니다!” - 미녀는 괴로워 OST 김아중 : beautiful girl

 

 

<시라토리 레이코입니다!> 가공할 만한 성적을 거둔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오리지널로 국내에서 첫 주목을 받은 일본 만화 미녀는 괴로워. 대학 식당에서 ‘아줌마’ 소리를 들으며 일하는 볼품없는 외모의 칸나. 그녀의 낙은 학교의 킹인 남자아이를 훔쳐보는 것.

 

넌 학생이고 난 식당 아줌마야! 불타는 마음만큼은 활화산 같지만, 내 이 보잘 것 없는 외모를 그가 경멸할까봐 식당일로 번 수백만 엔의 거금을 투자하여 전신 성형 미인으로 재탄생한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배경을 학교가 아닌 연예계로 바꾸고 여주인공의 직업을 만인의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칸나, 아니 김아중은 미모의 효력을 국민적 단위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하긴, 이 정도 조미료는 좀 넣어줘야 영화답지.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원작 만화의 팬인 나도 불만을 가질 수 없게끔 상당히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의 교본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나는 이따금 보다 원작에 가까운 ‘미녀는 괴로워’를 아쉬워 했다. 리메이크 된 영화의 퀄리티에 만족하면서도 소재만 빌려왔지 만화와는 전혀 다른 전개의 이 작품을 대신한 진짜 ‘미녀는 괴로워’의 실사화가 궁금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호기심은 실제 저작권을 구입한 김아중의 미녀는 괴로워가 아닌 한예슬의 TV판 미녀는 괴로워에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바로 미녀의 탄생이다.

 

배우 한예슬의 복귀작 ‘미녀의 탄생’은 외모 때문에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 사라가 전신성형을 강행하고 미모를 무기로 들어 복수를 계획한다는 스토리다. 지방 흡입과 배꼽 수술. 심지어 성대에 콜라겐을 주입하며 ‘목소리 성형’까지 서슴지 않아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한예슬. 애교 넘치는 콧소리에 살 떨리는 미모. 부자연스러운 시나리오의 덧붙이기나 컴퓨터 그래픽 처리가 무엄할 지경이다.

 

 

 

 

전신 성형 미녀 사라는 아름다움을 갖췄지만 속만큼은 아줌마 취급을 받던 그때와 다르지 않다. 얼굴은 미녀인데 마음은 미녀가 아닌 것이다. 결국 미녀의 탄생의 관건은 미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많은 특혜를 누릴 수 있으며 그로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 하지만 수십 년을 ‘못난이’로 살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미녀의 삶에 괴리감을 느끼는 여주인공 사라 = 칸나의 소동을 지켜보는 즐거움일 것이다. 그리고 이 설정은 미녀는 괴로워의 원작자 스즈키 유미코 특유의 ‘미녀 시리즈’ 패턴과 정확히 일치한다.

 

 

 

드라마 미녀의 탄생은 첫 회 만에 한예슬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내세웠다.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살랑대며 거리를 걷는 그녀는 존재감만으로 홍해를 가른다. 물러난 사람들은 경악하다가 감탄하다가 급기야 쓰러진다. 그 유명한 김아중의 뷰티풀 걸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난 너무 예뻐. 난 참 섹시해. 미모는 나의 무기. 아임 어 뷰리플 걸~!” 비지엠이 미녀는 괴로워가 아니어서 아쉬웠을 정도의 흡사함.

 

 

 

물론 미녀의 탄생은 만화 미녀는 괴로워와 무관한 작품이다. 판권을 구입한 것도 아니다. 그저 유사함을 느낀 사람들이 티비판 미녀는 괴로워라 총칭하고 있을 뿐이다. 전신성형으로 미녀가 된 추녀의 이야기는 그리 특이한 소재가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스토리다. 그럼에도 미녀의 탄생은 ‘미녀는 괴로워’의 염이 남아있다. 흡사하게 흘러가는 전개나 전신 성형 소재 때문만이 아니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 다름 아닌 한예슬이기 때문이다.

 

미녀는 괴로워의 원작가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 이야기는 이 작품 하나만이 아니다. 그녀의 사랑법, 미녀를 누가 말려, 미녀는 괴로워, 오! 필승 바바라 등. 이야기의 전부가 태초부터 미녀였던 여자의 사랑스러운 오만방자나 돈으로 미모를 산 여자의 전전긍긍을 다뤘다. 미녀는 괴로워는 후자 쪽의 작품인 것이다.

 

 

 

즈키 유미코가 만든 모태 미녀 캐릭터 ‘시라토리 레이코’가 졸업식에서 짝사랑했던 남자애에게 고백했다 차이는 장면으로 미녀의 전설은 시작된다. 난 너무 예쁘니까, 이런 내가 사귀어준다는 자체만으로 넌 감격해야 해! 라고 고백조차도 오만방자했던 레이코는 처절하게 차이고 나서 어떻게 이런 미모를 거절할 수 있냐고 분노하는데 벚꽃 잎과 함께 여신처럼 구불구불한 머리칼도 흩날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너무나 예쁜 그녀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막연히 한예슬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오래전,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만들고 싶은 차기작으로 ‘미녀는 괴로워’를 꼽았던 박찬욱 감독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하필 그가 낙점한 미래의 여주인공 또한 ‘한예슬’이었다. 그래서 발 빠르게 제작된 김아중의 미녀는 괴로워가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제목의 유사성이나 전신 성형 미녀의 인생 대역전이라는 소재의 유사성이 아닌 그저 배우가 한예슬이기에 미녀는 괴로워의 향수를 느끼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언젠가 꼭 보길 바랐던 박찬욱과 한예슬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의 조합. 비록 가장 큰 관건인 박찬욱 감독이 빠져버렸지만 한예슬의 미녀의 탄생이 채울 수 없었던 지난날의 호기심을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신세계를 보며 무간도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처럼 스즈키 유미코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되새기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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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주 먼저 시작된 '마녀'와 이번 주에 시작된 '미녀' 중에서 어느쪽을 본방사수할까 하다가 어제 '미녀' 첫방송을 보고는 결정했습니다. 한지혜의 '전설의 마녀' 쪽으로 ㅎㅎ '미녀의 탄생'은 역시 윤영미 작가의 과도한 유치함과 오글거림 때문에 견디기 힘들더군요. 최근작 '잘키운 딸하나'도 그랬듯이 ㅎㅎ 마녀의 구현숙 작가도 좀 그런면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스토리 설정과 캐릭터 창조가 전작들보다 한결 괜찮아 보이네요..^^

  • 한예슬이 궁금하긴 하지만 주말드라마는 안 보는 게 답이라고 정하고 살아서...그저 리뷰로만 대하겠습니다. ㅎㅎ

드라마 뻐꾸기둥지의 뒷심이 무섭습니다. 전작 루비반지의 황순영 작가와 복수의 여왕 장서희가 손을 맞잡아 ‘대리모’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내세운 이 드라마는, 또 하나의 여주인공 이채영의 개연성 없는 복수 동기와 극을 이끌어가기에는 부족한 연기력으로 혹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KBS 일일극은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죠. 뻐꾸기둥지 역시 미흡했던 초반의 성적을 후반의 뒷심이 보완하며 일일 드라마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10퍼센트 내외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어느덧 두 배 가까운 성적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 방송은 22.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마의 20% 영역을 뚫었습니다.

 

 

 

뻐꾸기둥지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대책 없는 악녀 이화영(이채영 분)에게 바보 같이 당하기만 했던 백연희(장서희 분)의 89회 만에 제대로 된 반격이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청자가 기대했던 백연희의 활약은 별반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청자의 바람대로 이화영은 처절하게 몰락하고 있지만 그건 백연희의 계략에 넘어갔다기보다 이화영 자신이 쳐놓은 너무 많은 거짓말과 사기에 스스로 몰락한 결과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오빠를 쫓아가게 만들어서 살인자라는 억지 복수 동기에 도무지 이화영에게 공감할 수 없었던 시청자는 하루빨리 판세를 뒤집는 백연희의 복수 과정이 진행되길 바랐습니다. 이화영의 개연성 없는 복수 동기와 말로만 복수를 다짐하는 백연희의 우둔함이 답답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뻐꾸기둥지 또한 왔다! 장보리가 그랬듯이 주인공의 되갚는 복수가 아닌 악녀 자신의 자멸이라는 엔딩으로 다가가려 하나 봅니다. 장보리가 너무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의 의문에 “연민정 같은 인간은 굳이 장보리가 복수하려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멸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순옥 작가의 소망처럼 최근 이런 구조가 복수 드라마의 트렌드처럼 보이는군요.

 

오빠를 잃고 나서, 아니 그로부터 6년 뒤 나는 망가졌는데 홀로 반짝반짝한 백연희가 자신의 첫 남자를 대동하고 나타난 후로 이화영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그녀의 머리를 지배했고 부풀려진 망상은 나래를 폈습니다.

 

 

 

이화영에게 백연희는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가해자이자 이겨내야 할 라이벌이었고 급기야는 마주쳐선 안 될 도플갱어처럼 해석되었습니다. 백연희가 죽어야 내가 산다. 라는 망상이 그녀를 지배하게 된 거죠.

 

남자와 돈, 심지어는 가족까지. 그녀의 모든 것을 뺏어 가는데 희열을 느꼈던 이화영에게 아들이라 굳게 믿었던 진우(정지훈 분)마저도 백연희를 굴복시키는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자궁적출수술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백연희의 대리모가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둥지만을 제공했을 뿐이라더니 난자마저 내 것이라는 그 비뚤어진 정복욕.

 

 

 

친구 여동생의 부탁이라 망설였지만 차마 의사의 양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안홍진(진명석 분)의 양심 고백이 발표됐던 날. 22.0%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이 갱신되었습니다. 이화영의 몰락을 갈급했던 시청자의 반향이겠지요. 전리품을 빼앗기고 나자 이화영은 미쳐버렸고 이보다 더 추할 수 없다시피 망가져 나갔습니다.

 

 

밑바닥을 봤다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추락은 아직까지 남아있었습니다. 너덜너덜해진 넝마 같은 이화영의 심장을 급기야 조각내버린 최후의 일격. ‘의뢰인 이화영 (FM) & 의뢰인 이소라 (FM)는 생물학적으로 친자관계임을 반영하는 근거를 제공함.’

 

‘나 같은 아이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언니, 아니 엄마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아이 스스로 자책하게 시켰던 그 아이가 내 딸이라니. 이소라와 이화영이 모녀일 확률이 무려 99.999%

 


소라가 그의 딸이라고 믿고 있는 전 남자친구 최상두에게 검사표가 조작된 것 아니냐고 현실 부정을 하던 이화영은 엄마 배추자(박준금)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됩니다.

 

딸이 아이를 낳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급기야 해외 입양될 수도 있다는 위기 앞에서 자식의 핏줄을 도저히 내팽개칠 수 없었던 엄마가 백연희와 아들의 자식인척 본인의 호적에 올려 딸을 속였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내내 백연희의 딸이라는 죗값을 물어 아이를 구박했던 이화영은 쓰라린 양심을 감당할 수 없어 내 자식은 진우뿐이라며 발악을 했습니다. 그 모습이 꼭 뻐꾸기가 물어다놓은 알을 내 새끼인줄 알고 품었다 자기 새끼가 버려진 줄도 모르는 개똥지빠귀 같았죠.

 

 

 

 

이토록 처절하게 망가지는 이화영을 보는 쾌감은 오랜 숙변 해소의 희열과도 같았습니다. 그게 90회가 되도록 쌓여있었으니 시청자의 속이 오죽했을까요. 그럼에도 아직, 이화영을 온전히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작가는 반전을 넘은 무리수 전개를 시도합니다. 소라의 친아버지가 전 남자친구 최상두가 아닌 백연희와 공유한 남편, 정병국(황동부 분)이라는 고백이었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전개에 시청자가 얼마나 경악했는지는 방송이 끝나고 한동안 ‘뻐꾸기둥지 정병국’이라는 낯선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로 증명할 수 있겠죠. 궁지에 몰릴수록 거짓말을 늘어놓는 여자 이화영이 또 다른 계략을 판 것인지, 아니면 그녀 자신이 만든 망상으로 친아버지마저 바꿔치기 하는 판타지를 만들어낸 것인지. 혹여 정말 소라의 친아버지가 정병국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망상이 아니라면 이화영의 고백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죠. 설마 이 판국에 어머니에게까지 거짓말을 하진 않을 테니까요. 허나 이렇게 된다면 소라와 진우는 배 다른 남매가 되는 셈입니다. 아니 굳이 따져 말한다면 생물학적으로 배가 다른 것도 아니죠. 소라의 아버지가 정병국이라는 허망한 사실 앞에 시청자는 개그콘서트 시청률의 제왕을 보는 것 같았다며 지나친 무리수 전개가 아닌가?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끝을 바라보는 시점에 몰락하던 이화영이 던진 최후의 일격이 정말 골수 시청자도 기함하게 한 엉터리 반전이 될지 아니면 이 드라마에서 시사하는 ‘뻐꾸기둥지’의 상징적 의미가 될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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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말도 안돼네요. 보지도 않고 있지만 이글 보니 짜증이 나네요. 제발 아니였으면 좋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너무 죄송한데 제블로그도 찾아와주세요. 외로워요.ㅜㅜ 이런 부탁드려서 죄송해요.ㅜㅜ

    • 매일 찾아주시는데 응답이 없어 서운하셨을 것 같아요.ㅠㅠ 몇번 찾아뵈었는데 철저히 사적인 공간 같아서 끼어들기가 좀 그랬었어요. 글은 흥미롭게 읽었답니다. 다음에 방문하면 꼭 흔적 남기도록 할께요. 죄송합니다.

    • 괜짢아요. ㅎㅎ 답글 감사합니다. 일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 올게요.

호평 받은 작품의 리메이크는 원작과 사사건건 비교 당해야 하는 숙명이 뒤따른다. 그러니 평타만 쳐도 본전은 찾은 거다. 국내 웹툰계의 센세이션인 ‘미생’을 리메이크 하고도 극찬이 터진 실사화 된 ‘드라마판 미생’은 본전 그 이상을 회수한 셈이다. 주말을 기점으로 현 2회까지 방영된 미생은 이 땅의 수백만 직장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칭찬 받고 있는 와중이니까. 물론 그 공의 일부는 잘 빠진 캐스팅이다.

 

리메이크작의 관건은 역시나 캐스팅이다. 애초에 실사화 된 작품을 리메이크 하는 수준이라면 좀 나을 텐데 – 그건 그나마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니까 – 이건 그림을 상대로 싸우자는 격이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인간이 표현할 수 없는 한계조차 가능함이 그림일지니. 원작 팬의 기대치는 현저히 높고 때문에 배우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생의 실사화는 극찬 받았다. 특히 주인공 장그래를 실사화 한 임시완의 연기 극찬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시청자는 물론 업계 종사자며 전문가의 평 또한 감탄 또 감탄이었다. 원작자 윤태호 작가가 덧붙였던 임시완의 미덕, ‘보지 않아도 되는 지점을 보고 있는 청춘의 자화상’을 실사화 한 것이 임시완의 연기였다. 일체화될 수 없는 감상적 공감대인 ‘먹먹한 감정’을 불특정 다수가 공감하게 하는 힘이 놀랍기만 했다.

 

불호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임시완의 반응과 대조적으로 여주인공 강소라의 연기 평은 다소 호불호가 갈렸다. 심지어 다소 감정적인 어조로 임시완에 비해 확연히 뒤떨어진 강소라의 존재감을 나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숫자로 각이 떨어지는 스포츠가 아니니 평이 엇갈릴 수밖에 없지만 존재감 논란으로 꾸중 듣는 강소라가 어쩐지 속상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오히려 내가 충격 받은 쪽은 강소라였기 때문이다. 임시완의 감수성에 위로 받았다면 강소라는 물리적인 테크닉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아쉽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여성미를 강조한 육감적인 매력의 실사판 안영이는 보다 자극적인 인물이 됐다. 허나 이것은 연출 방향의 차이일 뿐, 강소라 연기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콘텐츠를 전환하며 생긴 불가결한 연출 방향을 배우의 연기 탓으로 몰아갈 수 없다.

 

단순히 원작과의 유사성만을 따지고 볼 때 2013년에 방영된 미생 프리퀄의 유사성이 더 월등하긴 하다. 안영이 역의 김보라 뿐 아니라 오차장인 조희봉부터가 그렇다. 그리고 작품의 싱크로율만을 문제 삼는다면 임시완의 장그래 또한 원작과의 괴리감을 무시할 수 없다. 감성적이고 촉촉한 임시완의 장그래에 비해 원작의 장그래는 다소 메마른 인상이었다.

 

 

 

드라마 미생은 원작을 복제하지 않아서 더 즐겁다. 키 만한 책가방 멘 어린아이의 뒷모습처럼 안쓰럽고 먹먹해서 가슴을 울린 임시완의 장그래. 그리고 능력자 안영이의 실력을 완벽하게 실사화 해낸 강소라의 테크닉. 강소라가 이 작품에 얼마나 큰 공을 기울였는가는 모국어 아닌 외국어 스피치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해낸 계약 체결 장면에 있었다.

 

 

 

깐깐한 해외 바이어 앞에서 느닷없이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며 좌중을 주목케 한 안영이. 그녀의 회사에서 판매 중인 여성 속옷을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상품을 팔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안영이의 대담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허나 섹시한 자태보다 더 남심을 설레게 했던 건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쏟아놓는 홍보 멘트였다.

 

 

 

“내구성 확인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직접 입고 며칠 테스트 해 봤습니다. 볼륨이 꺼지는지, 세탁 후 변형이 있는지.” 실제 외국인인 배우와 이질감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안영이의 스피치는 자신만만했다. 가슴 쪽은 어떠냐는 바이어의 질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남직원을 뒤로하고 여유 있는 미소 만연해 거침없이 가슴의 패드를 꺼내드는 대담함이 아찔한 몸매보다 더 도발적이다.

 

방송이 나가고 시청자는 그녀의 물 흐르듯 유창한 영어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는 호평마저 나왔다. 발음과 같은 기본적인 테크닉 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위축되지 않는 여유와 대담함이었다. 네이티브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다름 아닌 용기와 자신감이라는 사실을 실천해보인 강소라의 연기였다.

 

 

강소라의 외국어 실력은 영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업무 통화라면 모국어라도 당황스런 초짜 장그래에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는 속사포 러시아어들. “전화 좀. 전화가 왔는데 제가 못 알아들어서요.” 땀 젖은 얼굴로 머리를 긁다가 블라우스 잡은 제 손가락에 화들짝 놀라 버린 장그래. 그 가녀린 어설픔에 어쩔 수 없이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 안영이가 수화기를 들었다.

 

영어인지 러시아어인지 이탈리아어인지도 몰랐던 장그래가 그저 못 알아듣는 외국어라고 전했을 뿐인데. 한국어로 통성명을 하려다 쏟아지는 러시아어에 잠깐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유창하게 쏟아내 놓는 매력적인 러시아 발음.

 

 

영어는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손쳐도 어찌 생소한 러시아어마저 유창할까 싶어 혹여 전공자이거나 원어민은 아니겠느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소속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고작 2시간의 수업을 들은 게 전부다. 이후는 모두 녹음된 러시아어를 틈나는 대로 반복하며 공부했다.”

 

 

안영이를 완벽 실사화하기 위한 강소라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순간 우스워져 버렸을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본 전공자 또한 몇 군데 틀린 강세가 있어도 드라마에서 구현해낼 수 없는 수준의 자연스러운 러시아어라는 극찬을 해줬으니까.

 

친구에게 과외 받는 어린애처럼 경악한 눈으로 맞잡은 두 손을 어찌할 줄 몰라 꼼지락대는 장그래. 그의 비련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안영이의 노련함. 이 어린 배우들이 만화와 공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여실히 증명하는 결정적 한 컷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임시완과 강소라는 화면 밖 또 하나의 장그래들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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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미생"에서 임시완,강소라,이성민등은
    예상 범위에 있는데,
    '강하늘'은 예상외로 연기를 해서,의외로 다크호스의 스멜이...
    솔직히 드라마"미생"이 에피소드가 길고,지루한 감이 있는데,
    '강하늘'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나와서 왠지 기대가 되네요.

    '임시완'과 '강소라'얘기는 딱히 할 내용은 없네요.. ㅜㅜ

    개인적으로 '강하늘'의 파토스(정념,충돌)적인 연기와
    "임시완"과"강소라"의 로고스(분별,이성)적인 연기의 충돌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되네요..

    설마_ '임시완'의 러브라인으로 '강소라'를 사용하지 않아으면
    좋겠네요...

  • 장그래는 원작자 윤태호작가가 만화와 외형부터 닮았다고 만족한 캐스팅으로 알고 있어요. 강소라는 좀 의외라고 하셨고. 어쨌든 원작 꼭 따라갈 필욘 없으니까요. 좀 아쉽긴 한데 배우연기를 탓할 수 없다는 말이 맞기도 하고요.

리메이크작 <내일도 칸타빌레>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제 막 4부작인데, 실패라고 단언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워낙 그 난리를 치고 기획한 작품인데다 센세이션한 첫 번째 리메이크의 우수 견본이 있으니 성급한 실망감이 앞서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실패의 원인으로 손꼽는 것은 여주인공 설내일, 즉 노다메의 완성도다. 노다메(설내일) + 칸타빌레(cantabile=노래하듯이)! 제목부터가 여주인공의 이름과 클래식 용어의 혼합인 이 작품은 여주인공인 설내일이 곧 음악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정체성이다.

 

 

 

만화 원작인 노다메 칸타빌레가 이질감 없이 드라마화 될 수 있었던 까닭 또한 비현실적인 인물 노다메를 원작 이상의 완성도로 승화 시킨 배우 우에노 주리의 공이 컸다. 노다메 칸타빌레에 반했다는 건 우에노 주리의 노다 메구미에 빠졌다는 말과 같았다. 이보다 더 괜찮을 수 없게 리메이크 된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에게 경쟁 상대란 이미 배우끼리의 영역이 아니었다. 원작의 만화 캐릭터가 걸어 나와야 그나마 상대가 될까 말까.

 

 

 

이 리메이크가 아직 여주인공의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고 우왕좌왕했을 무렵에 나는 이런 제목의 글을 남겼었다. ‘윤아 한국판 노다메 최종 고사 더 이상의 희생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많은 이들이 실패의 원인으로 손꼽으며 지난 캐스팅을 아쉬워하는 심은경표 노다메가 그녀 하나만의 문제일까.

 

 

 

노다메 칸타빌레만큼이나 전작의 기대치가 높아 캐스팅 논란이 사회 문제 수준으로 번졌던 작품이 드라마 궁이었다. 오죽했으면 빗발치는 원작팬의 협박 같은 청원에 이신 역에 오르내렸던 이동건이 작품을 고사하겠다는 해명을 했을 정도였다. 원작 팬의 러브콜을 받은 배우 구혜선은 출연 중인 사극과 겹쳐 감사하지만 사양하겠노라고, 뿌듯한 어조의 기사를 냈다. 이런 구혜선마저도 수년 뒤 만화 원작의 리메이크 꽃 보다 남자에서 백만 안티팬을 얻었다.

 

 

대중이 각인한 인물 대신에 날 주목하게 하는 건 첫 사랑을 지우는 일 만큼이나 어렵다.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유혹하라는 그 가혹한 미션. 심은경의 리메이크가 첫 번째였다면 콘텐츠가 아예 다르니 대중의 평가 또한 너그러울 테지만 이미 성공한 교본인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가 철벽의 선입견으로 버티고 있는 와중 아닌가.

 

 

 

심은경의 연기가 최선이라는 것은 아니다. 우악스러운 심은경의 연기는 설내일을 다소 징그러운 인물로 그려내고 있으며 민폐의 전형인 노다메를 사랑스러움으로 구축한 우에노주리의 완성도와는 거리가 멀다. 더군다나 결과물의 책임은 온전히 배우의 것이다. 하지만 심은경이 아닌 다른 누구였어도 비난 받았을, 마의 자리였음은 분명하다.

 

 

예능계는 전설의 ‘마의 자리’가 있다. 몇 번이나 갈아치워도 혼자 같은, 상상 플러스 네 번째 자리가 그랬고 라디오스타 신정환의 공석이 그랬다. 깨진 독처럼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그 자리를 누군가는 가시방석이라 그랬다. 신정환과 전혀 다른 포맷의 아이돌 ‘규현’이 들어오고서야 채워졌던 마의 자리는 애초에 신정환의 대체자를 찾으려 했던 것이 문제였음을 깨닫게 했다.

 

 

 

누가 채워도 채울 수 없는 것이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다. 유니크한 연기로 시청자에게 주목 받은 심은경의 비전을 위해서라도, 남은 회차는 부디 우에노 주리의 복사본이 아닌 심은경만의 노다메를 구축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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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다메는 상당히 모순적인 캐릭터였죠. 그것을 완성시킨 우에노 주리의 능력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지금 설내일의 캐릭터는 정말 ....답이 없네요.

  • 안녕하세요..
    일본에서도 2005년도에 캐스팅 논란과 음악 논란이 있어죠.
    TBS 금요일 방영으로 오카다 준이치 원톱에 우에노 주리..
    쟈니스 배우들도 출현_연출은 이누두 잇신..
    그리고 "V6"의 노래를 주제곡으로..
    니노미야 토모코와 출판사은 쟈니스 원톱에 쟈니스 노래를
    써야 한다는 조건에 대한 반감으로 계약이 무산...
    후지 TV도 노다메역으로 '우에노 주리'만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서,다시 '우에노 주리'로...

    니노미야 토모코은 그 당시 "우에노 주리"가 누구인지 몰라죠.
    단지 후지 TV에게
    "음악(클래식)만큼은 진심으로 연주해 달라..."라고 당부했죠.

    저도 "내일도 칸타빌레"에게 바라는 점은 니노미야 토모코와
    같습니다.

    "음악만큼은 진심으로 연주해 달라..."

화제의 리메이크, tvN의 새 드라마 <미생>이 시청자의 호평 속에 성공적인 첫 선을 보였습니다. 미생은 2012년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된 인기 웹툰으로 2013년 ‘미생 프리퀄’이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 영화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바둑에서 집이 두 개 이상 있어야 ‘살아있다’ 라고 합니다. 두 개 이상의 집을 갖기 위해, 평생을 힘겹게 살아가지만 두 집 내고 안정을 꾀하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겨우겨우 돌 하나 더 잇는 삶이 어느덧 뒤돌아보면 대마가 되어 포기도 쉽지 않게 되지요. 겨우 두 집이라도 내기 위해서, 살아있기 위해서, 자신의 한 판 바둑(삶)을 승리하기 위해서 터벅터벅 한 수, 한 수 돌을 잇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웹툰 미생 예고편에서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미생(未生)으로 바둑 용어에서 착안한 제목을 갖고 있지만 주인공 장그래의 직업은 프로 바둑 기사가 아닌 회사원입니다. 아직 성글지 못한 사회인인 장그래가 낙하산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한 수 한 수 바둑알을 올리듯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상 생존 만화. “바둑 고수에게 배우는 직장 내 처세법” 해서 이 작품의 또 다른 수식어인 ‘직장 내 필독서’ 미생입니다.

 

 

 

리메이크작의 절대 라이벌은 원작입니다. 드라마 미생의 첫 회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원작에 바친 경의와 기합이 듬뿍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새벽의 출근길처럼 푸르스름한 빛깔로 톤 다운 된 화면들. 면도날과 목캔디. 컵에 꽂힌 칫솔과 가족사진을 주시하는 손길. 들었다 올린 컵 아래 동그랗게 남은 커피 자국. 동 트는 건물과 오버랩 된 목을 가다듬어 타이를 메는 장그래의 시청 등급 컷까지. tvN 드라마 특유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감성적 영상미가 일품인 연출이었죠.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주인공 장그래 역을 연기하는 임시완의 캐스팅에 대해 그가 마음에 쏙 든다는 극찬을 전한 바 있습니다. "14살 된 내 아이가 나이에 맞지 않은 성숙함을 보일 때 짠한 마음이 있는데 임시완에게서 그런 연민이 느껴진다. 보지 않아도 되는 지점을 보고 있는 듯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배우“

 

 

 

윤태호 작가의 평처럼 연민이 서려있는 배우 임시완은 특유의 청아한 아름다움으로 ‘연민의 청춘’ 장그래를 완벽 실사화 시켰습니다. 서글픈 눈빛, 무언가 위축되어 있는 걸음걸이 등 디테일 하나하나가 장그래였습니다. 등 떠밀려 성급히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아이. 위태롭고 또 아름다워서 처연하기 그지없는 임시완의 장그래가  21세기 청춘의 자화상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저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닙니다. 정말 배가 안 고파서 그래요.” 충분히 오만해도 될 만큼 잘난 여자 안영이(강소라 분)이 굶고 버티는 장그래를 ‘마마보이’라며 희롱하자 퍼뜩 정신이 돌아온 임시완, 아니 장그래의 눈빛은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죄책감이 들게 하는 상처 받은 눈동자. 이윽고 결연해진 눈빛. 그저 순하고 만만하게만 보였던 인상에서 순식간에 선을 그어버리는 3단계 변신을 그 짧은 순간에 잘도 해냅니다.

 

 

21세기의 젊은이들에겐 청춘조차 짐입니다. 그 먹먹한 감정이 장그레의 눈빛 위에 아른거립니다. 그것은 곧 임시완 연기의 미덕이죠. 상처 받은 눈동자에 결의를 품은. 21세기 청춘의 자화상인 청아한 슬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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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임시완'의 캐릭터 장그래의 "바둑"에 대한
    디테일(버릇,관찰등)하지 못한 연기는 아쉽네요.
    이미 '미생_프리퀼'도 했는데...

    "장그래" 캐릭터가 어릴 때부터 "바둑"을 했기 때문에,
    "바둑"의 제일 기본인 상대방의 수 읽기(관찰)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그런 연기가 없어서...

    그리고 오프링은 좋은데,'프롤로그'의 중동 모습과 추격전은
    뜬끔없고...
    오히려 "바둑 기보"를 보여 주는게
    "미생"의 세계관(바둑을 통해 회사와 사회에 적응하는)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네요...

    드라마 "미생"이 고졸출신 낙하산 신입사원의 고군분투기라면 굳이
    윤태호의"미생"을 원작으로 할 이유가 없죠...

    마지막으로 드라마의 소제목으로 바둑의 격언을 사용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네요..
    예) 1화-패을 두려워하지 마라..

  • 사람은 참 타고나길 잘 타고나야 합니다.
    청아한 슬픔이란, 연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분명 외모가 뒷받침해줘야 가능하니 말입니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여리고 셈세한 선을 가진 임시완이 딱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장그래 캐릭터에는 참 잘 맞는 것이 분명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판 노다메가 첫 선을 보였다. 여주인공의 이름이자 드라마의 제목으로 두루 쓰였던 ‘노다 메구미’라는 일본식 이름 위에 새겨진 ‘설내일’ 그리고 ‘내일도 칸타빌레’ 마치 KBS 일일 연속극 풍의 이 밝고 씩씩한 리메이크부터가 국내판 노다메의 취지이자 미리 펼쳐놓은 미래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억척스런 이름 바꾸기에서부터 엿보였던 리메이크의 결과물은 원작도 아닌 일본 드라마를 똑같이 따라하면서 막상 완성도는 그보다 못했다.

 

네티즌으로부터 지적 받은 내일도 칸타빌레의 첫 번째 무리수는 역시나 드라마의 상징이랄 수 있을 여주인공 ‘노다 메구미’의 퀄리티 되시겠다. 이미 네티즌으로부터 해썹 마크 달기보다 더 깐깐하게 검증 받아 이 배우 저 배우 고사하며 한숨 돌려 들어온 배우 심은경이었지만 내겐 안전빵이라기보다 우려가 더 큰 캐스팅이었다.

 

 

 

이전 리뷰에서도 밝힌바 있듯이 어차피 우에노 주리가 노다메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으로 원작보다 더 원작 같은 ‘노다 메구미’를 완성시킨 이상 백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 한 연기 천재 수준이 아니고서야 우에노의 메구미를 뛰어넘을 여성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미 관객은 너무나도 만족스런 노다메의 견본을 갖고 있는데 차선에 만족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어떤 배우가 들어와도 칭찬 받기 어려운 자리임은 분명하지만 사실 심은경의 캐스팅은 논란의 소녀시대 윤아보다 더 무리수인 선택이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낙인과 극과극인 이미지 때문에 막연히 윤아보다는 심은경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생기지만, 심은경과 노다메의 캐릭터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다.

 

 

 

 

사랑스러운 4차원의 엽기 소녀인 노다메는 엉뚱하지만 뜻밖에 내성적이며 어르고 달래서 클래식을 가르쳐야 할 만큼 나약한 멘탈을 가진 소녀다. 하지만 영화 ‘수상한 그녀’로 총칭된 심은경의 캐릭터는 털털하고 억척스러운데다 낯가림이라고는 없는, 아이 같은 얼굴에 아줌마의 영혼을 갖고 있는 여자다.

 

 

 

비약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심은경은 사람이 들어있건 안 들어있건 간에 노크도 하지 않고 무단 침입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의 청소 아줌마 같은 캐릭터라면 노다메는 치아키 선배를 찾아 여기저기 콩콩콩 문을 두드리며 “노다메 왔어요.” 라고 엽기적인 예의나마 갖출 것 같은 캐릭터란 말이다. 결과물은 비슷하대도 지향하는 노선은 전혀 상반된 캐릭터다.

 

 

 

더군다나 배우 심은경의 연기 스타일은 입는 옷마다 극과 극의 캐릭터를 선보이는 천의 얼굴형이 아니다. 자신이 고수한 캐릭터를 꿋꿋하게 지키며 역할을 본인의 스타일로 끌어들이는 유형이다. 개성 또한 흐릿하지 않다. 이런 배우에게 이토록 선명한 컬러의 노다 메구미라니.

 

 

 

물론 불호가 큰 심은경표 노다메의 책임은 배우 하나만의 몫이 아니다. 가뜩이나 벗어나야 할 억척순이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오라방’이라는 호칭은 도대체 무엇인가. 말 끝머리에 하트를 붙인 것 같은 노다메의 “치아키 센빠이”를 나름 현지화 시켜보겠다고 만든 이 ‘오라방’은 심은경표 노다메를 늙어보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유니크와 상반된 이미지의 심은경이 한층 억척스럽고 노티 나는 캐릭터가 됐다.

 

 

잘 성장한 아역 배우의 교본이라는 부담 아래 펼쳐진 첫 번째 성인 배우로서의 발걸음이 비판 아래 비틀댈까 그저 안쓰럽다. 노다메는 분명 노다메다워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은경의 개성을 죽이라고 조언하는 것도 참 못할 노릇이다. 이미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심은경이다. 이 어린 여배우에게 네 개성을 죽이고 먼 나라의 배우를 베끼란 요구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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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 될 것 같아요..

  • 위 댓글처럼 이 논란 계속 될 것 같네요. ㅜㅜㅜ 이 드라 보지는 않지만 은경언니 좋아해서 걱정돼요. ㅜ

  • 리메이크라는 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적어도 3편 이상은 봐야 답이 조금씩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일본스타일이 있으니까 한국적인 스타일로 잘 승화시키는 구도가 되는지가 강권이라고 저는 생각하네요~!
    좋은 결과가 있기를 저는 응원해봅니다

    • 그룹에이트 스타일의 리메이크가 취향인 분도 꽤 많았어서 원작팬에겐 호평을 받지 못하더라도 또 다른 노선의 재미를 찾을 수도 있겠네요.^^

  • 진심 2016.01.28 14:30 신고

    이런 드라마가 있었구나 싶어 1화만 보았어요.
    노다메 캐릭터에 재앙이...

    심은경의 개성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성이 없어서 자연스럽지 못하고 존재감도 없고..
    여주의 인격이 실존하지 않으니 남주는 원인 없는 반응을 허공에 하는 격이고..

    연출 사이드에서는
    남주가 여주에게 관심 갖게되는 부분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틀리지만 틀리지 않다고 느끼면서 부터인데 별 강조점 없이 넘어가고
    그 들었던 피아노곡이 쓰레기 더미에서 다시 울려퍼진다는 멘트가 1화에서는 남주와 여주의 관계설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임에도 생략해 버리지를 않나.. 이로써 남주가 왜 여주에게 잘해주는 것인지 스토리상으로도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리고..

    간단히 남주도 여주도 캐릭터의 실존감이 없어 물리적 케미도 없는데다
    연출과 각본의 원작 또는 드라마에 대한 몰이해로 러브스토리로서의 개연성이라는 논리적인 케미도 없는

    명색이 로맨스물인데..남주와 여주의 물리적, 논리적 케미가 없으니 망할 수 밖에...

    연출이나 각본이 원작을 시청자의 입장에서 본 게 아니라 그냥 일거리로 생각하고 대강의 줄거리만 급하게 보고 들어갔다고 밖에 보이지 않네요..

비밀의 문 박은빈 예상을 뒤집은 연기력 미모 보다 빛나는 발성

 

역사 왜곡 논란과 감각적인 캐스팅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한 몸에 끌어 모은 SBS 월화 사극 ‘비밀의 문’이 성공리에 첫 주 방영분을 끝마쳤다. 깐깐한 할아버지긴 했다지만 난장형 고문을 폐지하고 문화 발전에 힘을 기울였으며 검소한 삶을 살았던 조선의 르네상스, 영조의 시대가 사도세자의 재해석이라는 구실 하나에 이토록 난도질당해도 괜찮은 것인가는 여전한 의문이다.

 

 

 

 

비밀의 문의 화려한 캐스팅은 역사 왜곡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죄책감을 덜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비밀의 문은 사극계의 새로운 신성으로 떠오르는 한석규의 드라마였고 제대를 마친 이제훈의 복귀작이었다. 또한 세상에서 한복이 제일 잘 어울리는 소녀, 김유정의 첫 주연 드라마이기도 했다.

 

 

 

적어도 비밀의 문은 캐스팅 일람 네 페이지에 서있는 박은빈의 드라마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가. 드라마가 방영되고 사람들은 한석규의 존재감이나 이제훈의 재림, 혹은 김유정의 화사함이 아닌 뜻밖의 인물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바로 혜경궁 홍씨 역할의 박은빈 말이다.

 

만 22세라는 어린 나이로 90년대 후반에 데뷔하여 녹록치 않은 경험을 쌓아왔던 박은빈이 그녀의 이름 석 자에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태왕사신기’에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이 알고 싶다’의 교복 소녀에서부터였을까.

 

 

 

"불경한 일을 바로 잡는 것은 법도 위에 있는 일입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문소리의 아역을 연기했던 그녀는 나이를 극복한 성숙하고 목가적인 외모로 연기신 문소리를 고모라 핀잔 듣게 하는 아름다움을 자랑했지만 사실 연기력은 그 만큼이 못 되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완성된 얼굴이나 오랜 경력을 쌓은 아역 배우 출신임에도 연기력은 심심 밋밋하거나 그 아래였던 것이다. 특히 모기처럼 연약한 이 아이의 발성은 훗날 연기 거목이 될 이 아이의 미래를 막아서는 안타까운 핸디캡이었다.

 

"적당히 얼버무릴 생각 마세요. 난잡한 행각의 원인은 아무도 모르게. 이런 것도 아무데나 굴리지 말고 숨어서 혼자서만. 숨어서 혼자서만 하셨어야죠." 그랬던 박은빈이다. 그랬기 때문에 한석규, 이제훈, 김유정이라는 이미 걸출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그녀의 발전이 더 눈에 들어 왔었나보다.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정조의 생모. 그리고 그 유명한 ‘한중록’의 저자, 혜경궁 홍씨를 연기하는 박은빈은 사도세자를 노론과 소론의 당파 싸움에 휘말린 정치적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과 무차별적인 정신병자 살육마로 해석하는 논의 사이에서 키워드를 쥔 중요 인물이다.

 

흉흉한 시기에 아들 정조의 보위를 지켜냈으며 궁중 여인의 한이 서린 한중록을 발판으로 뭇 사람들의 동정과 존경을 받는 그녀를 최근에 이르러서야 권력 중심의 냉혹한 엘리트로 평가하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드라마는 혜경궁 홍씨를 사도세자의 정의와 반하는 인물로서 ‘왕비 영재교육’이 키워낸 일등만능주의자에 뿌리 깊은 열등감을 가진 인물로 못을 박았다. 덕분에 박은빈이 표현해내야 할 혜경궁 홍씨는 명랑 드라마 여주인공 같은 김유정의 서지담에 비해 겨울의 호수처럼 차고 이지적이다.

 

 

 

사도세자의 재평가를 위한 서포터일 뿐 명백히 메인 주인공은 아닌 그녀이기에 2회까지의 방영분에서 그녀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비중에서나마 돋보이는 그녀의 연기력과 존재감은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되새기고 싶은 명장면으로 남았다. 특히 남편 이선(이제훈 분)의 조롱과 환멸을 이성으로 제압하는 부분에선 도리어 이제훈의 연기가 밀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박력이 넘쳤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도대체 그 모기 발성이 어디 갔나? 싶게 탄탄하고 웅장해진 목소리의 파장이다. 아무리 감정이 좋은 배우라 해도 발성이 흐릿하면 터뜨리는 순간이 우스워질 수밖에 없는데 그 난관에 봉착해있었던 박은빈이 난공불락의 핸디캡을 깨뜨려버렸던 것이다.

 

 

 

2회에서 김택(김창완 분)의 약점을 제압하기 위해 아버지 홍봉한(김명국 분)을 우아하게 구슬려 야망을 드러내는 순간은 도리어 여유가 넘치고 기품이 넘쳐 더 위압감이 있었다. 연기에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없이, 그럼에도 섬세했다. 웃다가 순간 싸늘해지는 우아한 포효 하나, 하나가 순간을 압도했다. 자신의 연기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여실히 파악하고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표출 가능한 내공이었다.

 

 

비약적으로 발전된 그녀의 연기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했던 배우 박은빈의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가녀린 발성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리라 직감했을 박은빈은 거듭된 훈련을 통해 기본기를 다져나갔다. 그 노력의 결실이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증명된 것이다.

 

 

아역 배우의 반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어린 배우들의 성장과 활약이 두드러지며 세대교체를 기대하게 하는 요즘 그 한축에 박은빈 또한 한몫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비밀의 문의 포문은 박은빈의 드라마가 아니었지만, 이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라면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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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왜 이래 박형식 전문 배우 되기에 2프로 부족한 발성

 

KBS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KBS 홈드라마 특유의 전개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습니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한국판 같은, 위기의 한국 중산층 가정을 테두리로 둘러두고 가족이라는 대전제 아래 몇 파트로 나누어진 청춘남녀의 러브라인을 그려나가죠. 아기 병사 박형식은 차순봉(유동근 분) 씨의 막내아들 26세 차달봉을 연기합니다.

 

 

 

 

 

한 사람의 주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트랜디 드라마와 달리 보따리, 보따리 사연을 끌어안은 여럿의 조연에게 사연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홈드라마의 특이성입니다. 때문에 등장인물 세 페이지 즈음에 등장하는 박형식의 할당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죠.

 

 

 

더욱이 KBS 드라마 특유의 늙수그레한 정서는 아이돌 출신의 배우마저 어쩐지 은단 냄새 나는 청년으로 물들여 버립니다. 상큼 노선을 지향하는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 아기 병사 박형식에게 그리 달가울 역할은 아니죠. 한마디로 스타를 꿈꾸는 젊은 소년에게 쓸 만한 커리어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어른들과 함께하는 홈드라마는 또래 위주의 작품에서 얻지 못할 양질의 영양분이 있습니다. 주말극에서 아이돌이 부여 받는 역할은 평준화된 또래를 형상화한 막내아들이 대부분입니다. 연기력보다는 개성을 중요시하는 만화 같은 캐릭터가 아니기에 딱히 캐릭터성이라고 할 것이 없죠. 그러니 소위 캐릭터발로 눈속임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적은 편입니다.

 

덕분에 배우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보다 객관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을 테죠. 방영 횟수 또한 기본이 50부작 이상이니 긴 시간 동안 연기력을 가다듬을 기회도 충분하고요. 비슷비슷한 연기 경험의 또래 배우들이 아닌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노장의 배우들에게 돈 한 푼 내지 않고 산교육을 받는 셈이니 이보다 더 훌륭한 연기 아카데미 또한 없을 것입니다.

 

 

 

주말 드라마 바보 엄마와 상속자들, 나인, 그리고 단막극 한 개. 결코 적지 않은 경험이지만 주로 분위기를 띄워주는 감초 역할에 무언가 소품 같은 존재감으로 등장해서인지 아직도 만년 신인 배우 같은, 여전히 아기 병사 박형식의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그. 호흡이 느린 주말드라마에서 격식을 갖추어 찬찬히 지켜본 연기자 박형식의 장점은 서글서글한 눈매가 통솔하는 편안한 인상입니다.

 

박형식은 뛰어난 미남자는 아니지만 담백하면서도 조화로운 이목구비를 갖고 있어 어떤 역할을 입혀도 수월하게 어울리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토록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던 무대 위의 아이돌이 단역 배우보다 더 밋밋한 인상으로 대중에게 비교 당할 때 확연히 드러나는 가수와 전문 배우의 차이. 턱없이 밋밋하거나 지나치게 튀어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하는. 연기력으로는 극복이 안 되는 아이돌 특유의 난제를 박형식은 데뷔부터 극복한 셈이니 이 얼마나 다행인 일입니까.

 

 

 

더군다나 튀지 않고 골고루 극에 녹아드는 편안한 인상을 가진 그이니 홈드라마의 막내아들 역할은 따로 이미지를 입힐 필요조차 없을 만큼 그에게 잘 들어맞는 역할입니다. 그러니 입을 열 때마다 와장창 깨지는 배신감을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너무나도 아마추어적인 발성 때문에. 박형식의 연기는 어딘가 2퍼센트, 완성되어 있지 못한 인상을 줍니다.

 

평상시 대사에선 그럭저럭 흠 잡을 곳 없이 괜찮네, 싶다가도 감정을 폭발시키는 부분에선 다듬어지지 않은 가녀린 발성 때문에 대사의 완성도가 우스워져 버립니다. 대사 전달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약한 발성이 감정과 발음을 먹어버리는 케이스랄까요.

 

심성은 곱지만 처지 때문에 비뚤어져 있는 백수 청년을 연기하는 박형식은 감정만큼은 전문 배우 못지않게 발달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돌 출신 배우가 갖고 있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표현력의 미숙함 때문에 아이돌의 한계를 들먹일 수밖에 없는 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힘차게 구호를 외치는 진짜 사나이에서도 수차례 느꼈지만 사내치고 유독 발성이 가녀린 편인 박형식. 그에게 연기자의 길이 숙명이라면 이것은 타고난 그의 핸디캡이며 그가 극복해야 할 일생의 과제가 되겠지요. 바꿔 말하자면 2퍼센트를 교정하기만 한다면 박형식의 연기는 연기자로서 100퍼센트 나무랄 데가 없는 재능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마무리 되지 못한 2퍼센트를 내팽개쳐두고 아이돌 출신 배우에 머물러 있느냐 거듭된 훈련으로 100퍼센트의 완벽한 배우로 재탄생할 것이냐는 아직 한참이나 남은 주말드라마 속에서 발전해나갈 그의 태도가 증명해낼 결과일 테죠. 이제 박형식은 막 전문 연기자로서의 출발선에 들어선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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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금하네요. 어떻게 됄지 ㅋㅋ 발전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막 출발했으니까. 잘 모르죠. 그래도 기대는 놓치않으렵니다

    • 김명민 같은 배우도 여전히 볼펜을 입에 물고 발음 교정 연습을 하더군요. 거듭된 훈련으로 고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 전 남지현 때문에 가끔씩 들여다보는 수준으로 이 드라마를 대하고 있습니다.
    과거 남지현이 드라마 스페셜 '할머니 나야'에서 보인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분명 연기는 나아졌지만 드라마 성격이 그래서인지 그때의 감동이 없는 것이 아쉽더군요.
    본문과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제가 불성실해서가 아니라...ㅎㅎ

    • 하하하. 저도 나야 할머니 무척 감명 깊게 봤었어요. 어린 태가 남아있으면서도 어른의 골격을 갖춘 남지현의 성장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뻐꾸기둥지 소리 지르고 던지고 이건 연기를 넘어선 아동학대 수준

 

“조용히 해. 이게 무슨 엄마야. 너 내말 안 들어?! 조용히 안 해!!” “입 닥쳐. 성진우!!” 삐약 삐약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의 목소리가 거의 절규 수준이라서 자리에서 튀어 올라 거실로 뛰어나왔다. 울음소리의 원인은 KBS 일일 드라마 ‘뻐꾸기 둥지’에서 친모에게 잡도리 당하는 아기 준우가 겁에 질려 내는 비명이었다.

 

 

 

 

 

“엄마. 이제 진우랑 같이 살 거죠?” 손이 귀한 정씨 일가의 살 떨리는 손주 진우가 커다란 봉제 인형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보통 그 나이 또래의 남자 아이가 흥미를 가질 로봇 장난감이 아닌 분홍색 드레스 입은 공주 인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뽀뽀를 하는 아이. 분명 평범한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에서 나온 ‘엄마’라는 한 마디에 인형에 투영한 존재가 누구인가가 밝혀진 순간 소년의 인형놀이는 신파가 된다.

 

 

 

드라마 뻐꾸기 둥지 속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진우(정지훈 분)은 엄마가 둘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입양의 절차는 아니었기에 가슴으로 낳은 엄마, 배로 낳은 엄마로 구분하기에도 뭣하다. 자궁암 적출 수술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백연희(장서희 분)은 손이 귀한 남편의 어머니에게 구박을 받다 못해 대리모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반강제적으로 취하게 된다.

 

그러나 백연희의 아이를 낳게 해주겠다고 다가온 대리모 역할의 이화영(이채영 분)은 비뚤어진 울분으로 백연희 콤플렉스를 가진 중증의 피해망상 환자였으며 의뢰인의 난자를 자신의 것과 바꿔치기 하는 엽기적 범죄 행각으로 복수를 달성한다. 이를테면 진우의 존재는 불행의 씨앗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백연희의 품은 뻐꾸기의 알을 품어주는 개똥지빠귀 둥지와도 같았다. 일체의 계산 없는 무한정의 사랑에 진우는 유독 엄마앓이가 심했다. 이런 진우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친엄마 화영의 존재는 혼란일 수밖에 없었다. 화영의 계략으로 연희 엄마를 잃게 된 진우는 이후 거의 매일을 소리 내어 울먹였다. 그저 연기일 뿐이고 화면 속의 아이일 뿐이지만 어쩐지 모르게 묘한 죄책감이 스몄다.

 

그저 엄마가 그리워 울고 있는 아이의 그림만으로는 드라마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일까. 2일 방영된 뻐꾸기둥지 65회에서는 진우의 연희 엄마 앓이에 폭발한 이화영의 상식을 뛰어넘는 학대가 그려져 충격을 더했다.

 

 

 

“엄만 이 세상에서 우리 진우가 제일 예뻐. 나도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 우리 엄마 최고! 자. 그럼 엄마랑 뽀뽀. 그럼 나도 뽀뽀!” 공주 인형을 연희 엄마로 투영하여 아들과 엄마의 역할극 놀이를 하고 있는 진우의 모습은 제3자가 보기에도 측은하기 짝이 없거늘 복수와 야욕으로 검게 물든 이화영의 심장은 측은지심 따위 느낄 여력이 없었나보다.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화영의 차디찬 목소리.

 

거칠게 인형을 잡아 빼들고 “우리 엄마야!” 라고 악을 쓰는 아이를 “조용히 해. 이게 무슨 엄마야.”라며 으름장을 놓는데 아무리 함께 보낸 시간이 없다한들 둘 사이의 모자의 애틋함이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너 내 말 안 들어?! 조용히 안 해!!” 아이가 아닌 신병을 잡도리하는 조교 같은 모양으로 고함을 질러대는 이화영. 눈의 여왕에게 잡혀온 카이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이후의 전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인형을 잡아 뜯어 집어 던지고 느닷없이 나타난 가위로 인형을 갈기갈기 잡아 째는 폭력적인 모습.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엄마이기에 인형을 ‘엄마’라고 인식하고 있는 아이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야!” 애달프게 비명을 지르는 아이의 목소리와 눈물 맺힌 얼굴에 드라마적 재미보다는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충격적인 전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위로 인형을 찢는 것도 모자랐는지 아이를 침대 위로 집어 던지고 그 작은 팔을 거칠게 잡아채 짓누르며 협박을 가하는 이화영. “성진우! 너 아줌마가 언제까지 봐줄 거라고 생각했어!” 이게 몸살 나게 아이가 애달픈 엄마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이건 악역도 무엇도 아니다. 그저 정신이상자일 뿐이다.

 

 

 

“아이고. 저러다 애 잡겠다.” 같이 TV를 보던 부모님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아니나 다를까. 진우역을 맡은 아이가 윽박지르는 이채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새빨간 얼굴로 통곡을 하고 있는데 그게 연기인지. 아니면 실제 아역이 겁에 질려있는 것인지가 구분이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성인이 보기에도 이토록 불편한데 같은 장면을 몇 시간이나 수차례 찍어야 했을 어린아이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 오죽했을까.

 

더군다나 딱히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장면도 아니었다. 이날 방영한 화영의 학대는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와 여러모로 유사성을 지닌다. 엄마가 그리운 맘에 유사 엄마를 만들어 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아이의 감정은 뻐꾸기둥지에서는 예의 그 인형이 그리고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선 엄마의 녹음된 목소리로 활용되었다.

 

 

 

 

유사 엄마 아이템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또 다른 엄마. 폭군으로 돌변한 그녀가 과거의 엄마는 잊어버리라며 윽박지르고 아이템을 찢거나 밟아서 망가뜨리곤 아이에게 폭행을 가하는 모습 또한 오마주가 아닌가 싶을 만큼 똑같기 그지없다.

 

다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채린(손여은 분)은 올곧은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으며 아이에게마저 질투를 느끼는 영원의 미성년이라는 설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개되었기에 이 장면이 그저 자극을 위한 군더더기 설정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더군다나 직접적으로 아이에게 폭행을 가하는 장면은 시청자의 상상력을 활용했을 뿐 화면에서는 거의 비추어지지 않아 캐릭터가 아닌 그 아역의 심신을 걱정하게 하는 불편한 감정 따위 생기지 않았었다.

 

 

 

이건 막장드라마라는 미명으로 덮어줄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 인문학적인 가치가 있을 만한 어마무지한 완성도의 작품을 찍어내려는 것도 아니고, 뻐꾸기 둥지라는 타이틀이 허망할 만큼 아이와 엄마의 교감에 얽힌 개연성을 상실해버린 이 드라마가 고작 2007년생인 아이를 이토록 괴롭혀야 할 만큼 이 장면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나. 그리 썩 연기를 잘하는 편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이채영이 이 장면은 또 어찌나 열의를 다해 찍었던지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 억세게 잡혀있는 아이의 팔이 안쓰러워서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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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공효진 몰입 방해하는 최첨단 패션

지금은 도리어 그쪽에서 배워야 할 수준이라지만, 처음 일본 드라마를 접했을 때 신세계를 외치며 감탄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시 국내 네티즌들은 한계를 뛰어넘는 무궁무진한 장르로 무장한 일본 드라마의 다양성에 감탄하며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개탄했었다.

 

 

 

 

 

하지만 필자가 이 신문물에 감탄했던 것은 만화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나 어떻게 이런 걸 드라마로 써? 하게 신선했던 소재 따위가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대단히 기본적인 디테일에 신선함을 느꼈었다. 내가 처음 봤던 일본 드라마의 몇몇 주인공들은 대체로 단벌신사였다.

 

그들은 한 겨울이 되어도 한 두 벌의 코트나 점퍼로 참고 버텼다. 하루 벌어먹기도 힘든 가난한 여주인공이 하루에 한번 꼴로 코트를 갈아입는 풍경에 익숙했던 난 일본 드라마 속의 ‘입었던 옷을 또 입는다.’는 발상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실생활에서는 재벌이라 하더라도 입었던 옷을 또 입는다. 한번 입은 옷은 무조건 버려야 하는 극도의 신경 쇠약 상태라면 모를까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매일 매일 새 옷을 입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최근 소소한 관심을 끌고 있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 괜찮아 사랑이야는 어딘가 미국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의 오마주 같다. 아무렇지 않게 섹스 라이프를 입에 올리는 대담함이 – 섹스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써야 쿨한 사람이라는 인식 자체가 촌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 오마주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이 드라마를 감명 깊게 봤었나 보다는 생각 정도는 스쳐 지난다.

 

 

 

하지만 드라마 속 내용보다 더 섹스 앤더 시티 같은 것은 사라 제시카 파커를 방불케 하는 여주인공 지해수(공효진 분)의 패션이다. 해수는 패셔니스타다. 눈이 부실 만큼 강렬한 색상에 기하학적 무늬를 담은 과감하고 요란한 옷들을 무대 의상이 아닌 작업복으로 입고 나서는 그녀다.

 

문제는 사라 제시카 파커가 분한 캐리는 방세 낼 돈은 없어도 명품 구두 살 돈은 있는 사람, 패션에 미쳐 사는 여자라는 설정이 존재했었고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 또한 비중의 대부분을 남자와 패션 이야기로 채운 작품이었기에 전혀 이질감이 느껴질 것이 없었지만,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공효진이 맡은 역 지해수는 상처 때문에 연인과의 스킨십을 힘들어 하는 소극적 면모를 가진데다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대학 병원의 의사로 출연한다는 점이다.

 

 

 

하물며 괜찮아 사랑이야는 섹스 앤더 시티처럼 30대의 패션을 논하는 드라마도 아니다. 톡 까놓고 말해 이 드라마 속에서, 몰입을 방해할 만큼 요란스러운 공효진의 패션이 이토록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할 아무런 필요성을 못 느낀다.

 

 

현재 공효진의 패션이 표현한 지해수는 사회 경험이라곤 쌓아본 적 없는 재벌가 막내딸이 어부지리로 얻은 의사의 기회를 천방지축으로 망쳐버리는 만화 캐릭터 같다. 적어도 노희경이 던져준 대사를 소화하기 전까지의 겉모습은 그렇다.

 

 

 

물론 의사 역할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형적인 이미지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 속 공효진의 패션은 그 일부의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파격적이다. 일반인은커녕 연예인이라 쳐도 평상복으로는 입기 어려울 것 같은 무대 의상을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돈타령을 입에 달고 사는 지해수가 즐겨 입는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면서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런웨이를 걷는 모델의 옷을 벗겨 입은 것 같은 지해수의 의상은 연예계의 소문난 패셔니스타 공효진의 취향이 반영된 영향일 것이다. 패션은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패션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공효진이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공효진은 이 최첨단을 달리는 모델 의상을 지해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준비한 것인가. 아니면 패셔니스타 공효진의 패션 감각을 증명하기 위해 준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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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효진의 취향도 있겠지만...협찬의 위력도 무시 못하지 않을 겁니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캐릭터와 조화되지 않는 패션이라면 배우의 역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신호겠죠.

  • 마음속의빛 2015.08.15 19:21 신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는 의류 협찬이 일상화 되어 있는 상화이며,
    노희경이라는 네임류 작가라 원고대로 시나리오가 그대로 흘러가지, 대다수 작가들은
    원고를 다 써서 제출해도 의류 같은 협찬사의 압박 때문에 원고를 재수정하는 작업이 많다더군요.

    이 부분은 작가의 역량에 아쉬워하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드라마 자본 논리를 비판할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드라마 보면 이젠 단골처럼 나오는 옷가게에 가서 옷 하나씩 입어보는 장면...

    최근 보고 있던 오 나의 귀신님에서도 박보영이 옷 선전을 열심히 하던데,
    이 작품 역시 군데군데 ppl의 흔적이 남아있긴 하죠.

    그것을 감안하고 보면 참 잘 만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마마 송윤아 감탄이 나오는 완벽 발음

 

다른 무엇도 아닌 배우의 연기 덕분에 두 번, 세 번 연거푸 보고 싶어지는 드라마 속 명장면이 있다. 네티즌은 이를 소위 플짤로 부르는 짧은 영상을 만들어 배포한다. 이런 영상은 한 번에 만족 못해 게시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면 수십 번을 연속으로 보게끔 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게 바로 배우의 존재감이고 연기력의 힘인 것이다.

 

 

 

 

 

송윤아 또한 같은 플래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드라마 ‘온에어’에서 방송 작가로 분한 송윤아와 배우 김하늘의 불꽃 튀는 말싸움. 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마치 슬럼가의 랩배틀을 방불케 하는 두 여자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에 혀를 내둘렀다.

 

 

 

연기력만큼은 신인시절부터 남부럽지 않은 호평을 받아왔지만 특히 송윤아의 연기는 말싸움 할 때 참 빛났다. 김남주처럼 차가운 도시 여자, 커리어우먼의 영역을 다지고 있지만 귀엽게 신경질적이고 조금은 덜렁대는, 할리퀸 로맨스의 여주인공 같은 송윤아. 그래서였을까.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쫀득쫀득한 딕션이 빛나는 말싸움 도중의 송윤아는 감탄이 나올 만큼 연기를 참 잘했다.

 

최근 송윤아는 드라마 마마로 6년 만의 안방극장에 안착했다. 오랜만에 그녀의 연기를 보고 놀랐던 것은 적지 않은 휴식 기간을 거쳤음에도 감각을 잃지 않은 탱탱한 발음이었다. 마마는 다소 특이한 줄거리를 가진 드라마다. 송윤아가 분한 한승희 또한 독특한 가치관을 가진 여자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싱글맘 여주인공이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들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옛 남자의 아내와 역설적인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 제작진이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퀴어 코드를 포함한 것 같은 드라마 마마에서 한승희는 캐나다의 유명 민화 작가로 ‘직선적이며 거침없는 성격에 때론 무례해보일 만큼 못 볼꼴은 절대 그냥 못 넘어가는 고집 세고 타협할 줄 모르는’ 깐깐하디 깐깐한 여자다. 물론 예쁜 모양새는 결코 아닌 못나게 모난 여자지만 이런 역할이야말로 궁극의 송윤아 연기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승희는 자신이 죽고 나면 홀로 남을지 모를 아들 한그루(윤찬영 분)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전 남편 문태주(정준호 분)의 현 아내, 서지은(문정희 분)과의 기묘한 우정을 나눈다. 완벽주의자인 승희에게 지은은 줄곧 인생을 저당 잡아 사고를 치고 뒷수습마저 남에게 맡겨버리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민폐형 인간이다. 빚 청산을 위해 누드모델을 하려다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처럼 승희에게 매달려 목숨을 구걸한다. 이런 판국에 두 사람이 연을 맺게 되는 과정이 할리퀸 로맨스의 한 페이지 같다. 지은이 벗어놓고 간 구두를 무릎 굽혀 줍는 승희의 행동은 로맨스 소설 속 시작되는 연인의 첫 만남에 빼놓을 수 없는 클리셰가 아니던가.

 

 

 

서로가 못마땅해 염증마저 느끼는 두 사람은 줄곧 말싸움을 벌인다. 그런데 싸우는 꼴이 어쩐지 연인 사이의 그것 같다. 마치 로맨스를 하듯 미워하고 또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송윤아와 문정희의 뛰어난 연기력에서 빛을 발한다. 애증이라고 표현해야 걸맞을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들의 사랑싸움 같아 기묘한 즐거움을 준다. 자존심은 강하면서 폐 끼치는 문제를 딱히 해결하려 들지 않는 지은. 떽떽거리고 엄격하지만 사고뭉치 지은의 뒷수습을 도맡아하고 있는 승희. 더군다나 두 사람은 서로의 호칭을 '자기'라 부른다.

 

”자기가 뭘 안다 그래? 뭘 얼마나 잘나서 내 일에 뭔 상관이냐고!“ “얘기했잖아. 난 그쪽이 좀 강해졌으면 좋겠고 편해졌으면 좋겠어. 주의 사람들의 시선, 소문 그 따위에 신경 쓰지 마. 살다보면 더한 일도 생길 수 있는 거야. 그땐 어떡할 건데. 남들 보기 창피하다고 숨어살 거야?!”

 

 

 

“난 자기랑 달라. 부족한 거 하나 없는 자기랑 내가 같은 줄 아냐고.” “그래. 달라! 달라도 너무 달라서 너 같은 여자랑 절대로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까 어떡하다 보니까 나도 여기까지 왔어. 보고 있으면 피곤하고 짜증나고 화나고 열 받고!” “모르는척해. 모른척하면 되잖아!” “그렇게 안 되니까 미쳐버리겠다구!” “그럼 안 보면 되겠네.”

 

최근 방영분에서 두 사람의 말싸움이 극에 치닫는 장면이 있었다. 연기력이 미숙한 배우였다면 대본을 붙잡고 낑낑- 외우는 것만 해도 벅찼을 길고 긴 대사. 그래서 정말 외우는 것만이 끝이었을 이 요란한 대사를 두 여자는 정말 생활인의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쏟아냈다.

 

 

불신이 극에 달한 아들에게 참다못해”그래. 엄마도 세상에서 한 일중 제일 후회되는 일이 널 낳은 거야! 내가… 내가 왜 널 낳아서 이렇게……“ 라고 보답하는 한승희의 절규. 정신을 잃을 만큼 아득한 상황에서도 그녀의 발음만큼은 흐트러지지 않고 명확하다. 그 까랑까랑함이 오히려 절박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한승희의 기가 느껴져 애처로움이 더했다.

 

대사가 겉돌지 않을 충분한 리얼리티에 극의 긴장감이 여실히 살아나는 강약. 그리고 무엇보다 탄성이 느껴지는 또랑또랑한 발음에 희열마저 느껴졌다. 그래. 저게 바로 기본기가 제대로 잡힌 연기지- 싶어서.

 

 

 

연극판 서당개가 되어 몇 년을 전전긍긍하다 가까스로 얻은 기회에 브라운관의 슈퍼스타가 되는, 배우의 정석 같은 이야기들은 모두 다 옛날 배우들의 미담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애초에 연기자의 꿈을 갖고 있지도 않았던 어린 아이들이 너무나 많은 기회를 통해 쉽사리 브라운관의 주인공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연기에 대한 판단 기준 또한 흐릿해졌고 발음과 발성이라는 연기의 기본 보다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의 분위기라거나 감정 표현과 같은 감상적인 이유에 더 가치를 두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살아 숨 쉬는 기본기 꽉 잡힌 완벽 발음의 연기를 보니 새삼 짜릿한 희열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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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음색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정감이 있으면서 맛깔스러운 음색은 송윤아의 천부적인 자질 일듯...
    개인적으로 '기무라 타쿠야'의 연기는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일드 '히어로'에서 '기무라 타쿠야'가 읽어주는 조서(사건 개요)를 들으면 역시 '기무라 타쿠야'는 대단한 놈이야라는
    반응이 자연적으로 나왔요...
    그리고, '사랑따윈 필요 없어,여름'에서 '와타베 와츠로'가 웅얼거리는
    발음과 부정확한 발음을 표정과 음색으로 커버하며서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며는 대단한 배우라는 ...

    일드를 보는 큰 즐거움은 듣는 맛이 크다는...






  • 2014.08.24 19:55

    비밀댓글입니다

한여름을 오싹오싹 추억의 국내 공포 드라마 10선 Part 2.

 

 

 

-혼- (2009년 작)

 

 

‘저주 받은 걸작’ 범죄 심리학의 달인, 프로파일러 신류(이서진 분)과 귀신이 보이는 소녀 윤하나(임주은 분)의 악령보다 잔혹한 인간을 쫓는 심리 호러물. 여주인공이 주둔하는 고등학교가 배경인지라 긴 머리에 시체색의 얼굴을 하고 그로테스크한 표정을 짓는 처녀귀신의 크리쳐가 대부분이다. 질릴 법도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람을 옥죄는 공포는 이것만한 게 없으니까.

 

 

 

 

하지만 혼의 공포가 빛나는 것은 어두운 영혼을 가진 타락한 인간이 선사하는 물리적 공포다. 사람을 해부하는 일에 쾌감을 느끼는 연쇄살인마 서준희는 이규한의 섬뜩한 이미지 변신이 이룩한 쾌거. 그 밖의 집단 따돌림이나 가학적 변태 행위를 즐기는 범죄자들의 사이코 행위 또한 오싹하지만 그 모두를 아우르는 악의 절정, 백도식(김갑수 분)의 야욕은 이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큰 두려움으로 시청자를 옥죄인다.

 

 

 

장르물인 작품의 특성상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과 연기 잘하는 신예를 발굴하는 재미 또한 쏠쏠한 작품이다. 정의감 넘치는 언니의 역할과 보기 드물게 서늘한 양면을 가진 임주은은 그 나이 또래의 여배우에게서 쉽사리 찾을 수 없는 희소가치를 드러내 연기력 이상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 시동을 건 티아라의 멤버 지연은 임주은의 여동생, 윤두나로 분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어딘가 어설퍼서 보호해주고 싶은 귀여운 막냇동생 같은 이미지를 그럴듯하게 소화해낸 지연은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가시 돋친 시선을 내보내는 네티즌에게조차 귀염을 받았었다.

 

 

 

호평 받은 연기력과 탄탄한 캐릭터들, 세련되게 공포를 조장하는 연출력과 특히 사회 비판 요소로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초중반까지 걸작 반열에 오를 뻔 했으나 악인의 처벌을 망설이는 것 같은, 우유부단한 열린 엔딩으로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특히 드라마 질투의 엔딩을 연상케 하는, 특수효과 상태를 까발리는 영상으로 마무리 되는 크레딧 롤은 신선하다기보다는 ‘이 모든 것이 가짜였습니다.’라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 같아 묘한 불쾌감을 선사했다. 더군다나 하필 이때 흐른 음악이 지연의 소속 그룹 티아라의 홍보 음악이 쉴 새 없이 이 모든 게 거짓말!을 외치는 ‘거짓말’이라서 시청자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말만 똑 부러졌다면 충분히 명작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작품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날 갑자기- (1998년 작)

 

SBS가 기획한 공포 옴니버스, 납량특선 8부작의 첫 에피소드로 방영된 작품. 앞서 소개한 혼과 비슷한 영역의 학원 폭력에 얽힌 원혼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스티커 사진 속 유령으로 등장한 이나영의 흔치 않은 데뷔 시절을 감상할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의 미덕은 공포라기보다 어른의 방관 아래 무차별하게 짓밟히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어린 학생들의 서글픈 저항이 더 큰 감동을 주는 여름날의 성장 드라마다.

 

 

‘작은 빛은 큰 어둠을 밝히는 거야.’ 최악의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순수한 소년 강성민의 편지를 발견하고 두 눈을 감은 채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교사 송윤아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명장면.

 

8부작으로 구성된 SBS 납량특선은 어느 날 갑자기, 휘파람 소리, 성형 미인, 공포의 눈동자가 각 2회분으로 나누어 8편씩 방영되었다. 참고로 마지막 에피소드인 ‘공포의 눈동자’에서는 풋풋하기 짝이 없는 여고생 송혜교의 열연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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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구 보니 요즘 티비에서 납량특집이라는 말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미 너무 무섭기 때문일까요? 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귀신물을 기피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한국 드라마는 이쪽 장르에 참 인색합니다. 전설의 고향이라도 부활하면 어떨까 싶네요.

    • 이벤트가 사라지는 시대 같아서 슬퍼져요.ㅠㅠ 예전엔 여름이면 하다못해 시트콤이나 일일드라마 속에서도 납량 특집이나 바캉스 특집을 꼭 넣어줬었는데 말이죠.

드라마 M 부활을 통해 돌아보는 추억의 국내 공포 드라마 10선 Part 1.

매년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와 한여름이면 해마다 전 국민의 이벤트가 줄어드는 것 같은 아쉬움을 어쩔 길이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린이 만화에서부터 크리스마스 소재 외화로 마감되던 25일이 이제는 캐빈 어린이의 열연으로 간신히 체면치레나 하는 중이고 8월 즈음이면 열기를 식혀주던 납량 특집 또한 드물어진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납량 드라마 ‘M’이 20년 만에 부활한다는 소식이 있어 기쁨을 준다. 돌아온 초록색 눈의 아가씨를 환영하며 지난 국내 공포 드라마에는 무엇무엇이 있었나? 돌이켜 본다. 이 글을 쓰는 순간만이라도 좀 서늘해질 수 있도록.

 

 

 

-거미- (1995년 작)

 

납량 특집 드라마 M의 무시무시한 인기에 힘을 얻은 엠비시가 이것 좀 먹히겠구나 싶어 야심차게 기획했다가 결국 실패한 납량 특집 시리즈의 사례로 남게 된 드라마 거미. 선과 악으로 나뉘게 된 이승연의 1인 2역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당시에는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차라리 요즈음 방영했더라면 성공을 거둘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의 공포 요소가 최근 귀신보다 더 무섭다는 치사율 90퍼센트의 ‘에볼라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새삼스레 드라마 거미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귀신 소동에 빠져있었던 95년보다도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된 2014년도에 더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일본의 신흥 종교 조직이 유전 공학의 힘을 빌려 만들어낸 ‘에볼라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독거미’ 뜬금없이 종교 조직이 이 거미를 만드는데 열을 올린 이유는 사람들에게 에볼라 바이러스를 퍼뜨려 공포심을 심어주고 겁을 먹은 사람들이 종교에 매달리게 만들기 위한 모략에서 비롯되었다.

 

 


-별- (1995년 작)

 

 

 

 

 

역시 미녀가 초인으로 등장하는 공포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일깨워준 M 따라하다 초가삼간 불태운 실패한 납량 특집 드라마 2탄되시겠다. 이승연 주연의 거미가 처참하게 실패하자 그렇다면 더블 미녀를 앞세운 드라마라면 성공하겠지~ 라는 젝스키스 사장님의 원플러스 원 정책이 돋보이는 작품인 이 드라마는 당시 절세가인 고소영과 슈퍼모델 이소라를 동시에 등장시킨다.

 

대중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삼각관계를 내세워 보다 로맨스를 강조했다는 점.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이라는 좀 통할만한 희소가치. 섬뜩하고 잔인한 납량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타파한 신비스럽고 아련한 연출이 역시나 시대를 앞서간 드라마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위장을 위해 인간의 몸으로 숨어드는데 여자 외계인은 투신 자살 중인 고소영의 몸으로, 남자 외계인은 이소라의 몸으로 들어간다. 외계인의 교신을 위해 이소라와 고소영이 키스를 나누는 동성애 라인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는 드문드문하게 떠오르지도 않는 별의 내용 중에서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장면 하나는 늘씬한 이소라가 스포츠카 위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외계 행성과 교신을 하던 장면.

 


-M- (1994년 작)

 

 

 

 

납량특집 드라마 M. 전설의 고향과 더불어 한국 납량 시리즈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시청률 50퍼센트의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하며 당시 연예계 퇴출의 위기까지 있었던 다슬이 심은하를 그저 청춘스타가 아닌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로 아로새겼다.

 

 

 

 

 

방영 20주년을 기념하여 MBC 드라마넷에서 재방영 된다는 이 작품이 대중을 열광시킬 포인트는 사실 공포 요소보다는 심은하가 정~말 예쁘더라는 재각인. 드라마 첫 회부터 발레리나복을 입고 등장하는 심은하는 마치 프랑스 인형 같은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주목을 받았다.

 

공포 드라마 M은 사회 비판 요소를 포함한 작품이기도 했다. 낙태 당한 아이의 기억분자가 마리(심은하 분) 어머니의 몸속으로 들어가 이를테면 정신적 샴쌍둥이 상태에서 태어나게 된 마리와 M은 사랑과 증오 사이를 범람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인간에게 배신당한 사고 이후 강하게 잠식된 증오의 망령이 결국 마리의 육신을 지배하여 M의 정신세계에서 살아가게 되는 마리는 그의 낙태와 관련된 모든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죽이는 악의 화신으로 변모하게 된다. M은 공포 드라마이자 복수극이었으며 또한 서글픈 사랑 이야기이기도 했다.

 

요즘이야 흔하다지만 당시의 시청자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이 안방극장을 장식했을 때의 충격이라니. 오싹하기 짝이 없었던 M이지만 공포 사이사이에 스며들어있었던 슬픔의 정서는 한국 공포 영화/드라마 특유의 ‘슬픈 공포’를 일찌감치 그려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시 공포에 떨었던 M의 주제가 ‘나는 널 몰라’ 또한 다시 들으니 참 슬픈 노래다. “내 영혼이 아파오네. 세월은 고독을 고독은 침묵을 침묵은 미움을 기다리고 있는 걸.” 이라니.

 

 

 

덧. 정상적으로 태어났더라면 남자 아이였을 M이 하필 마리의 친구 김지수를 좋아하는 덕분에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동성애 요소 또한 들어있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던 M은 심지어 심은하와 김지수의 키스 직전 장면을 담아내기도 했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진짜 무서웠던 것은 심은하의 파란 눈동자나 기계음으로 조작된 M의 목소리가 아닌, OST ‘나는 널 몰라’와 함께 올라갔던 시뻘건 자막의 엔딩 크레딧. 그리고 한 배우분의 이름이었다. M의 생부를 연기했던 신귀식 씨의 이름이 M보다 더 무서웠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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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처세왕 서인국  이하나의 그린라이트를 켠 서인국의 깁스 키스

140708 고교처세왕 8회 줄거리, 리뷰-고교처세왕, 서인국 - 이하나 여심을 사로잡은 깁스(붕대) 키스 드디어 수영의 OK 그린라이트가 켜졌다!

tvN 월화 드라마 고교처세왕 연출 유제원극본 양희승, 조성희출연 서인국, 이하나, 이수혁, 이열음


 

8일 방송된 고교처세왕 8회에서는 남주인공 서인국과 여주인공 이하나의 기상천외한 깁스 키스신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시청자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2회 연장을 논의 중이라는 제작진의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마치 선물처럼 쏟아지는 스킨십 공세가 시청자를 황홀하게 했던 회차였죠. 고백 이후 어리바리한 이수영(이하나 분)을 저돌적으로 다그쳐 고백의 확답을 묻는 남주인공 이민석(서인국 분)의 거침없는 애정표현은 남자의 덩치를 하고 소년의 얼굴을 가진 반전 매력의 소유자, 배우 서인국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을 밀어내는 수영을 잊으려 하키부의 훈련에 과격하게 몰두하던 민석은 사고를 일으켜 팔을 다치고야 맙니다. 아픈 와중에도 도무지 잊히지 않는 사랑스러운 여자, 수영. 결코 수영을 포기할 수 없는 자신임을 인정하게 된 민석은 급기야 부상 와중에 수영이 있는 서울로 향합니다. 깁스를 한 팔을 가지고서 말이죠. 하긴 민석의 형 형석(역시 서인국 분)도 아니고 여자가 사랑을 거부한다고 해서 그냥 오케이하고 젠틀하게 물러나주는 미온적 애정 표현은 그에게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죠.

 

비록 어른의 수트를 입었더라도 마음만은 고교생인 민석은 혈기 넘치는 청춘이 앓는 첫사랑의 열병을 가슴 설레는 박력으로 쟁취해냅니다. “나예요. 어디예요?” “나돈데. 길 건너편인데?” 유독 차도 위의 인연이 깊은 두 사람. 헐떡대는 목소리로 갈급하듯 수영을 원하는 민석의 목소리를 들으며 새삼 놀랐던 것은 응답하라 1997의 윤윤제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들리는, 발성마저 달라진 배우 서인국의 디테일이었습니다.

 

 

 

“본부장님! OK요! OK라구요!” 두 사람의 만남을 가로막는 맞은편의 빨간 신호등. 깁스를 하고 선 맞은편의 민석을 걱정하며 제스추어로 대화를 나누다가 급기야 고백의 확답을 들려주는 수영이었지만 그녀의 가냘픈 목소리는 터프한 도로의 소음 속에 묻혀버리고야 맙니다. 순간 신호등의 불빛이 초록색으로 바뀌면 마주 달려온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고 끌어안을 것이라는 예상까지는 너무 흔해 빠진 드라마의 공식이라 가능했지만, 이후의 전개는 상투적인 트랜디 드라마의 공식을 깨버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소리를 질러봤다가 몸동작으로 OK를 표현해보기도 하던 수영은 문득 트럭 하나가 지나가자 그 자리에 없는 민석을 보고 어리둥절해집니다. 제작진은 신호등이 바뀌는 찰나의 기다림조차 참을 수 없는 민석의 소년 같은 열정을 그린라이트가 켜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육교를 건너 그녀에게 뛰어가는 참신한 발상으로 시청자의 허를 찔렀습니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와락 이하나의 등을 끌어안는 서인국의 멋진 백허그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진 것은 수영이 아니라 오히려 시청자였을 테죠. “나 이대로 포기 못해요. 나 승부근성 하나는 진짜 죽음이거든요?” 그야말로 고교생처럼 뽀얀 얼굴을 하고선 수영의 목에 얼굴을 묻고 다시금 자신의 다짐을 되새기는 그의 두 번째 프러포즈. “저도 오케이예요.” “네?” “본부장님. 좋아요. 그래서 제 대답도 오케이라고요.”

 

 

민석을 떠나보내고 수영은 불길한 징조에 휩싸여 하루 종일 그의 안위를 염려한 자신을 마주했습니다. 벗어나지 못하는 악몽인, 줄 풀린 번지점프를 뛰어내리는 꿈을 그녀가 아닌 민석으로 치환하여 충격을 받기도 했고요. 그녀가 새삼 깨달은 것은 모든 불길한 예시를 민석의 안위에 대입해 염려하는 자신의,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민석을 향한 사랑이었습니다. 그가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을 때 불안감을 참을 수 없었던 수영은 드디어 그를 받아들이며 수줍은 고백의 확답을 들려줍니다.

 

 

 

아련한 멜로드라마의 멜로디와 어울리지 않게 입을 쭈욱 내밀며 볼품없는 키스를 시도하려던 정수영. 실수로 깁스한 팔을 건드리곤 그가 움찔하며 눈을 찡그리자 “어머. 죄송해요. 아프세요.”라고 당황해하는 그녀를 피식 웃으며 “아니요. 이런 건 남자가.”라며 그의 팔을 수영의 목에 걸어 애절한 키스를 퍼붓는 민석의 모습은 올해 상반기 손꼽히는 드라마 속 키스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명장면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누기 시작하자 비로소 신호등의 초록 불빛은 켜지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그 사이를 건너갑니다. 이제 건너가도 된다는 신호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육교를 뛰어 올라가 스스로 그린라이트를 켠 민석. 이것저것 계산하고 따지지 않는 민석의 저돌적인 애정 공세.

 

 

 

그가 수영의 그린라이트를 켜준 순간 그녀는 끈 떨어진 번지점프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신호등의 호명을 기다리지 않고 방황하는 그녀를 찾아 뛰어가 백허그로 감싸 안은 민석의 존재는 이제 수영의 풀리지 않는 끈이 될 테죠. 어른의 몸을 가진 소년이라서 가능한 그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은 소극적이고 늘 실패만을 거듭했던 정수영이, 비로소 찾아낸 운명의 노끈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간 수영을 힘겹게 했던 끈 떨어진 번지점프의 악몽은 그녀가 찾지 못한 인연을 맺어주는 노끈, 붉은 실을 향한 은유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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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김지호 이경희와 나의 아픈 손가락

KBS2 주말 드라마 참 좋은 시절 연출 김진원|극본 이경희|출연 이서진, 차해원, 택연, 류승수, 김지호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은 90년대를 풍미했던 미녀 스타 김희선의 신의 이후 두 번째 복귀작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부턴가 김희선이 아닌 또 하나의 90년대 스타를 쫓고 있었다. 아마 첫회 골목길 어귀에서 보송보송한 스웨터를 입고 서 있던 김지호와 그녀의 투명한 눈빛에 시선이 꽂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때 청초한 여성 스타의 등용문이라고 불리었던 신승훈의 뮤직비디오. 김지호는 그의 94년도 앨범. '그 후로 오랫동안'으로 데뷔했다. 그 후 TV 시티, 아파트, 8월의 신부, 꿈의 궁전, 눈물이 보일까 봐, 유리구두 등등. 흥행작과 범작 사이에서 90년대 중후반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김지호는 드라마의 덕을 본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매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스타였다.

화려하거나 유별나지는 않지만 수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처럼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중성적 이미지 또한 인기 요인의 하나였다. 그녀의 색으로 무엇을 칠해도 반짝반짝 빛나던 그 시절. 브라운관의 코리안 스윗하트였던 그녀의 애칭은 '영화처럼 사는 여자'였다.

 

 

시대를 풍미했던 그녀가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작품이 '참 좋은 시절'임에도 드라마의 포커스는 온통 김희선에게 꽂혀 있었다. 비슷한 시기 대중의 사랑을 받은 동시대의 미녀 스타에게 조금은 잔혹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얄궂게도 이 드라마에서 김지호가 연기하는 강동옥은 그녀의 사연을 겹쳐 보이게 하는 캐릭터다.

남주인공 강동석(이서진 분)의 2분 차 쌍둥이 누나. 용을 낳은 개천에서 강동석 검사님은 이 구질구질한 환경의 유일한 구세주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그보다 더 빛나는 역량을 가진 아이가 바로 그의 누나 강동옥이었다. 커서 장관 자리 하나는 해 먹을 끼라던 동옥이 채 열 살도 되기 전에 불운한 사고 하나가 그녀의 미래를 망가뜨렸다.

 

 

사고의 가해자는 여주인공 차해원(김희선 분)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동옥의 발목을 붙든 건 여자라는 성별이었다. 동석과 동옥. 손자와 손녀가 나란히 사고가 난 현장에서 할아버지는 오로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석만을 업고 뛰었다. 이후 동옥은 가지치기로 잘려나간 줄기마냥 성장이 멈춘, 영원의 7살이 되었다.

“용한 점쟁이가 그카는데, 한 나무에서 좋은 과실이 두 개는 절대 안 열린단다. 제대로 된 훌륭한 과실 한 개를 얻을라카몬 나머지 한 개는 따서 내삐리야 된다칸다.“ 할아버지가 받아든 점괘는 차라리 저주였다. 그날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동생 동석과 멈춰버린 시간에서 동옥을 기다리다 사라져버린 그녀의 찬란한 미래.

 

 

 

”나는 와 바보가 됐어요? 엄마가 그랬잖아요. 옛날에 동옥이는 진짜로 똑똑했다고. 근데 난 왜 바보가 됐어요?“ 처음으로 내지른 천사의 비명 앞에 할아버지는 죄책감에 몸져누웠지만, 여전히 그날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차라리 동옥이를 업고 뛰시지 그러셨어요. 아버님. 동옥이가 더 많이 다쳤었잖아요. 그라고 갸가 더 약한 애였잖아요."

"동옥이는 가시나라서 내가 버리고 갔다. 와? 살릴라면 당연히 머스마를 살리야지. 머스마가 당연히 용이 되얘지. 그래서 내 동옥이를 버리고 갔다. 와. 그 태몽, 니가 동석이 동옥이 가졌을 때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네 치맛 속으로 뛰 들어왔다고 안 캤나. 그 태몽, 그 봐라. 그 태몽이 맞았다 아이가. 우리 집에 용 한 마리가 진짜로 나오지 않았나. 우리 동석이 우리 집을 일으킨 용이 안 나왔나. 결국은. 내는 후회 안한다. 내는 동옥이한테 미안하지마는 그날 내가 동석이 업고 뛴 거는 후회 안 한다. 내 죽어서 지옥에 가더라도 그것만은 절대 후회 안 한다."

참 좋은 시절의 강동옥은 죄책감의 상징이다. 영원의 일곱 살인 동옥은 가족들이 놓아버리고 온 아득한 과거 저편의 죄를 묻는다. 그날 이후 비약적인 성장이 누나의 영양분을 뺏어 먹은 결과물 같아서 마음 한구석에 깊은 채무가 남아있는 동석. 어머니 소심(조여정 분)은 딸의 비극을 잊을 수 없어 자랑스러운 아들을 마음껏 안아주지 못했다. 아버지 태섭은 해원의 아버지에게 입막음 비로 받은 돈에 눈이 멀어 가족을 버리고 다시 버림받았다. 여주인공 해원은 아버지의 죄 앞에서 그녀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죄인의 자식이다.

 


 

 

동옥은 그날의 불행한 사고. 그리고 동석과 해원이 쉽사리 연인이 될 수 없는 과거의 그 날을 반추하게 하는 인물이다. 동석은 엘리트가 되었고 가족들도 어영부영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장애인이 된 동옥의 처지는 지워지지 않는 슬픈 증거로 남아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그저 어려서 모를 것이라고 외면 중인 동옥의 깊은 슬픔은 김지호의 투명하도록 처연한 눈빛 위에 아로새겨져 있다.

 

 

동옥은 작은 아씨들의 베스 같은 여자다. 마치 실 뜨는 천사처럼 목가적인 풍경 위의 동옥은 종종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지만 문득 되돌아보면 아릿한 연민에 가슴을 죄게 하는 아픈 손가락이다. 김지호의 강동옥은 그녀의 전작 마법의 성, 눈물이 보일까 봐의 연장선이다.

드라마 마법의 성에서 터프한 오빠 이훈의 보살핌을 받던 세상 물정 모르게 순수한 아가씨. 그리고 눈물이 보일까 봐에서 엘리트 언니를 향한 극단적인 편애 속에 낮은 자존감으로 성장한 풀잎 같은 그녀. 아무도 몰라주는 생일에 홀로 미역국을 끓여 챙겨 먹는 딸에게 언니의 낙방을 염려해 야단을 치던 모진 엄마. 그럼에도 항의 한마디 없이 슬픈 얼굴로 미역국을 먹던 그녀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그녀를 성장하지 못하게 했던 건 그 날의 사고 때문이 아니라 그녀를 영원의 일곱 살에 내버려두었던 가족의 무성의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애들이 들을 이야기가 아니야.” 라는데 그 애들 축에 끼어서 내쳐졌던 동옥은 강한 서러움을 느낀다.

가족 모두의 죄책감이지만 정작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던 동옥이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또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그날을 반추했다. “나는 왜 바보가 됐어요?” 사랑을 느끼고 소년에서 어른으로 탈피한 에로스처럼 사랑과 동시에 일곱 살의 문을 깨고 스스로 성장하기 시작한 동옥은 이경희 작가에게도 분명 아픈 손가락이었으리라.

 

 

경주 배경의 등장인물 전원이 사투리로 연기해야 하는 이 드라마는 분명 기존 드라마 이상의 배우의 몫을 요하는 작품이지만, 더군다나 드라마의 비극을 상징하는 역할에 장애까지 가진 서동옥은 다른 배우 이상의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소극적이고 남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발군인 김지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동옥을 연기하는 그녀의 캐릭터 분석력은 눈부시다.

 

 

조심스럽고 여성스럽지만, 또한 묘하게 애티가 나는 강동옥 특유의 어른 아이 같은 이미지. 발성마저도 따로 연구를 한 것 같은 강동옥 만의 목소리. 그리고 처연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쓸쓸한 눈동자.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강동옥의 목가적인 스타일링 또한 이 조근조근한 캐릭터를 눈에 밟히게 하는 이유다.

 

참 좋은 시절은 분명 대단하 재미있는, 오락성이 강한 주말드라마는 아니다. 어쩌면 그 전작이 질풍노도의 ‘왕가네 식구들’이었어서 더 비교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따금 보는 이 드라마 속 김지호의 처연한 눈빛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픈 손가락처럼. 때로는 눈에 띄지 않아서 더 가슴에 밟히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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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23 09:26

    비밀댓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그날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동생 동석과 멈춰버린 시간에서 동욱을 기다리다 사라져버린 그녀의 찬란한 미래.

    ”나는 와 바보가 됐어요? 엄마가 그랬잖아요. 옛날에 동욱이는 진짜로 똑똑했다고. 근데 난 왜 바보가 됐어요?“

    '참 좋은 시절'을 보지 않아서....

    동옥(김지호)이 이서진(동석)를 동욱이라고 부르나요..?

    • 저기서 동옥이 말하는 동옥이는 본인입니다. 엄마가 예전에는 동옥이가 진짜 똑똑했다는 말을 되묻는 거예요. 동석이보다도 동희보다도 똑똑했는데 나는 왜 바보가 됐냐고. 아. 제가 동옥이를 동욱이라고 쓴 부분이 몇개 있었네요.^^;; 드라마를 안 보셨더라도 글 흐름을 보셨다면 단순 오타에 김지호 얘기인줄 아셨을 텐데..

  • 안녕하세요.

    제가 글을 읽을 때 버릇이예요..


    글 흐름보다는 명사 위주로 읽기 때문에 명사 이외의 단어는 틀린 맞춤법,틀린 띄어쓰기,오타가 있었도

    그냥 넘어가고, 앞 문장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서,오독하는 경향이 있었요...

    이번 경우에는 김지호(동옥)가 이서진(동석)를 부르는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무슨 사연이 있나 해서

    궁금증이...

    (이경희 작가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을 좋아해서.. 참 좋은 시절도 볼까 고민중 ...)

    제가 모르는 경우에는 글쓴이가 맞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단순 오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ㅜ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P.S- '빛나는 로맨스'는 한 번도 보지 않고,닥터 콜님 리뷰로만 보고

    있는데, 마지막회 리뷰가 없어서 마치 만화책 대여점에

    마지막 권이 없는 아쉬운 기분이 살짝 있네요...
    (특히 홍요섭,이휘향,이미숙의 삼각 로맨스 리뷰에서 급관심이
    있었는데...)








 

 

고교처세왕 1회 줄거리, 리뷰-고교처세왕, 배우 이하나의 모든 매력을 드러낸 장면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tvN 월화 드라마 고교처세왕 연출 유제원극본 양희승, 조성희출연 서인국, 이하나, 이수혁, 이열음

 

‘만화’ 같다는 표현만큼 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평가도 드물 것이다. 유치하고 황당무계한 작품을 봤을 때, 우리는 “이건 뭐 만화도 아니고.”라며 혀를 차고. 탐이 날 만큼 기발한 상상력이 살아 숨 쉬는 작품을 봤을 때, 그 모든 찬사를 응축해서 “만화 같다.”는 감탄을 던진다.

 

 

tvN의 새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만화 같다.”이다. 그것은 부정적인 의미의 만화 같다와 긍정적인 의미의 만화 같다를 모두 포함한다. 헬기를 타고 등장한 말끔한 슈트의 서인국이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존경받는 기업인의 면모를 뽐낸다. 잔뜩 으스대던 서인국은 신비롭게 다가선 이하나의 기계적인 귓속말 지령에 순간적으로 야단맞는 어린애의 얼굴이 된다.

"뭐- 뭐지. 오늘 과목이?" 엘리베이터에서 셔츠를 풀어헤치고 1교시 국어, 2교시 물리. 3교시 수학, 4교시 기술의 이질적인 스케줄을 듣다가 회사의 정문을 나서면 교복 입은 소년이 되어있다. 수업 시간이 매일반 취침 시간인 고교 아이스하키부원이 엘리트 형의 지령을 받아 낮엔 교복을 밤엔 정장을 입고 학교와 회사를 종횡무진 하는 드라마. 만화 좀 봤다 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클리셰 같은 이야기다.

 

 

 

낮의 고교 교사가 밤엔 야쿠자 무리를 이끄는 두목이 된다든가. 보스의 유지를 이어받아 중년의 얼굴로 교복을 입은 조직 폭력배 이야기 등. 그래서 이 닳고 닳은 만화 같은 이야기는 낡고 상투적이지만 이런 소재를 그들에게 연기하게 시켰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큼은 기발하게 만화적이다. 서인국, 이하나, 이수혁. 만화 캐릭터를 입혀보고 싶은 그들을 진짜 만화 같은 이야기에 출연시켰으니. 그들을 캐스팅함으로써 이 드라마의 “만화 같다.”는 긍정적인 의미의 “만화라서 고마워.”로 바뀐다.

 

대한민국에서 교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87년생의 서인국. 말라뮤트 같은 몸집에 싱그러운 소년의 미소를 가진 ‘자이언트 베이비’ 같은 그라서 18세 본부장의 이중생활이라는 어른과 소년을 오가는 캐릭터가 그렇게 잘 들어맞을 수가 없다. 볼 때마다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가 생각나서 기존의 작품에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수혁에게 재력과 품위, 그리고 결핍된 부성애의 상처를 끼얹으니 제법 데인드 한스러워져서 인상적이다.

 

 

 

여주인공 이하나는 본격적으로 이 드라마의 만화다움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사실 이하나부터가 만화적 캐릭터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연기자이지 않은가.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백수 로맨스를 그려냈던 ‘메리 대구 공방전’에서 나는 아직도 이하나가 남긴 만화적 제스추어 몇 개를 잊지 못한다.

 

이하나가 연기하는 정수영은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면서도 그리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절약이 생활화된 그녀는 종이컵의 임자를 새겨뒀다가 새 종이컵을 뽑아 쓰려는 사람에게 헌 컵을 가져다주는 짠순이고 회식 자리에서 기구를 사용해 남의 신발을 정리하는 하녀 근성까지 남아있다. 잘 보이고 싶은 남자를 위해 향수 대신 샤워 코롱을 뿌리고 초면의 사람에게 조심스레 립스틱을 구해 조커 같은 입술을 만들곤 “너무 야하지 않나요?!” 라고 깜짝 놀라는 찌질이.

 

 

 

사랑을 책으로만 배워서 처세보다는 감정만이 앞선 나머지 명품 같은 남자 유진우(이수혁 분)에게 화장실 프러포즈로 망신을 당하는 T.P.O 결여의 인간. 거절당한 상처에 진탕 술을 마시곤 한 손에 뻥튀기를 들고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차인 남자와의 통화를 시도한다.

 

 

이렇듯 텍스트로만 늘어놓으면 도무지 예쁜 구석 하나 없는 짠순이, 뻔순이, 찌질이 삼종 세트의 정수영이지만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이하나의 사무치는 사랑스러움이 도무지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했다.

 

 

 

이하나의 만화 같은 표현력이 빛나는 부분은 제스추어에 깃든 그녀 특유의 조심스러움과 수줍음이다. 헌 종이컵을 재활용하라고 건네줄 때조차 눈웃음을 지어가며 남자 못지않은 큰 키를 구부려 저자세로 굽실대는 능글맞은 디테일에 짜증은커녕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졌던 건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정중하지만 사람 무안해지는 칼끝 같은 말투에 무 자르듯 거절당한 정수영이 실연의 아픔에 방황하면서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만화의 장점을 드러낸다. 얼큰하게 취한 채로 버스를 기다리다 흩날리는 뻥튀기를 내려다보며 감상에 젖고 버스 좌석에 앉아 한 손엔 뻥튀기 봉투를, 다른 한 손엔 전화를 들어 차인 남자를 향해 주절주절 끊이지 않는 술주정을 나불댄다.

 

 

 

어찌나 수다를 떨었는지 배터리가 방전되자 이번엔 옆에 선 고교생 이민석(서인국 분)의 핸드폰을 구걸하여 또다시 끊이지 않는 한탄을 늘어놓다가 다음날 직장 상사이자 짝사랑 남인 유진우(이수혁 분)의 집에서 발견된 자신에게 기겁한다. 어쩌면 주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장면들이 이하나 특유의 수줍음과 곁들여져서 결코 거북하지 않은 만화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래서 다음날 유수영이 전화기에 저장해둔 ‘유진우 본부장님♥♥’의 하트 두 개를 슬그머니 지우는 장면이 사무치게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배우 이하나의 매력은 속된 말로 쭈구리 같음이다.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데 화장품을 갖고 다니지 않아 화장실에서 초면의 여자에게 립스틱을 구걸한다. 마치 만들어 붙인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잔뜩 비굴해진 포즈로. 건네받은 립스틱을 입술 끄트머리까지 바르고선 “아니 근데 너무 야하지 않나요?! 아닌데. 야한데? 혹시 다른 거 없나요?”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립스틱의 주인이 싫은 얼굴을 하자 방금 뱉은 입 바른 소리가 무안해지게 “별로 안 야하다. 에헤. 다시 보니까. 고맙습니다!” 금세 쭈구리 모드가 되어 입술을 문질문질 하는 유수영의 처량 맞음. 단언하건대 이 장면의 연기는 배우 이하나만이 100퍼센트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대본이었으리라. 궁상과 구걸. 민폐와 비굴. 이 모든 부정적인 단어들을 사랑스러움으로 치환할 수 있는 이하나.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유일무이 배우 이하나의 매력이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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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 그래서 다음날 유수영이 전화기에 저장해둔 ‘유인우 본부장님♥♥’의 하트 두 개를

    라는 글에서 '유인우 본부장님'이 아니라 '유진우 본부장님'이 아니가요...?

    1.이하나가 '2007년-메리대구 공방전' 시절에 '한국의 우에노 주리'라는 예칭도 있었는데...

    이하나가 아직 캐릭터에 적응이 되지 않는 느낌이... 공백기의 영향인지 발성,제스처가 미숙한 느낌이..

    그래도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며는 적응 할 듯...

    2.드라마의 전체 분위기하고 드라마 전개의 이질감(시트콤 감성과 드라마 감성이 충돌하는 문제)과 인물들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도...유제원pd의 초보티가 듬뿍 있네요..






    • 정극도 아니고 시트콤도 아닌 그 어드메의 드라마를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부제부터가 코믹 오피스 활극이고 Tvn의 드라마가 대체로 저런 식이더라고요. 일본의 NTV를 지향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엔티비 스타일의 드라마를 좋아해서 더 재밌게 보는 것도 있어요. 좀 미숙하고 정극 같지가 않죠.^^

      전 이하나의 제스추어는 여전히 감탄했고 발성은 좀 아쉬웠어요. 속삭이더라도 관객에게는 들리도록 연기를 해줬어야 했는데 몇몇 문장은 다시 되새겨 들어보지 않으면 알아 먹기 어렵더라고요. 계속 그런 식인 걸까 걱정했는데 나중엔 괜찮아지더군요. 여기저기 치이는 쭈구리 캐릭터라 웅얼웅얼 말하는 설정을 지키느라 더 안 들렸을 수도 있고요.

  • 안녕하세요.

    저는 이하나가 하는 제스처나 발성도 마음에 들었요.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메시가 부상으로 1년 쉬었다고, 그 실력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단지,노다메 칸타빌레 한국 버전 제작진에 어필하려면 어느 정도 오버페이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요.
    <-공백기와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었서...

    제가 생각하는 노다 메구미의 1순위인데...
    (치아키 신이치역으로는 조인성/강동원/주지훈-그 공허한 눈빛에 묘한 나르시즘이..)

    노다메 칸타빌레 한국 버전에 욕심을 가지는 것도...

    이것은 사적인 질문인데, 치아키 신이치역으로 주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냥 노다메 칸타빌레 팬으로 궁금합니다.

    • 이하나가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하고 있나요? 순정님의 바람이신 것 같은데 이하나의 필모그라피를 노다메 칸타빌레 등용문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의 우에노 쥬리라는 말을 워낙 들어왔던 배우인 탓에 노다메 팬으로서도 이하나 팬으로서도 이하나가 노다메에 출연하는 것은 반대예요. 비슷한 연기 톤이라 더 비교될 것이 뻔하고.. 아류작밖에 더 되겠나요. 일드 노다메부터가 리메이크이니까 일드의 관점에서 벗어나 만화 원작 노다메에 초점을 맞추어 드라마를 만들어줬으면 해요.

      주원 캐스팅은 맘에 들어요. 치아키 이미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또 한국판 노다메 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배우 같아서요. 굿닥터에서 이미 캐릭터의 디테일을 잘 만드는 배우라는 사실이 증명됐고요.

  • ronaee 2014.06.19 10:33 신고

    이하나...말씀처럼 찌질궁상인데 너무 잘 살리더군요,
    간만에 진짜로 웃긴 드라마를 보고 있네요,
    약간 일드느낌이 드는 내용에 제목이라 첨에 끌리지 않던데 재밌게 보고 있어요~

  • 안녕하세요.

    물론 저의 바램이예요....

    거의 10년동안 일드와 미드의 세계를 살다가, '응사'이 후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있어서...

    *아베 히로시,다케노우치 유타카,와타베 아츠로,오다기리 죠,마크 하몬,이안 소머헐더등이 있는 중년남자계층에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다른 계층인 미소년 미소녀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어서 질문 드렸습니다.

    저의 궁금한 점에 대한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빛나는 로맨스 114회 줄거리, 리뷰 조안 막장 드라마를 뛰어넘은 명연기

 

연출과 대본, 상대배우 등 모든 배경과 조건이 완벽한 드라마라도 소위 발연기 논란에 휘말리는 배우가 한둘쯤은 꼭 끼어있는 것처럼 반드시 모든 이에게 통하는 대전제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연기 신이라고 불리는 배우라도 못난 대본을 받아들면 어김없이 못난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걸출한 연기의 대가가 이따금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경험 부족에서 오는 미숙한 연기력 탓이 아니라 배우조차도 그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실한 개연성이 빚어낸 억지만발의 동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을 가진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연기하는 배우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캐릭터를 도대체 그 누가 감싸 안아줄 수 있을까요.

 

 

 MBC 일일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 연출 신현창, 정지인극본 서현주출연 이진, 박윤재, 조안, 허정은, 지소연

 

그런 의미에서 MBC 일일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에서 악녀 장채리로 분한 조안은 황무지에서 풍년을 일구어낸 명배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티 히어로는커녕 일말의 동정심조차 느낄 수 없는 이 무자비하고도 졸렬한 인물에 이토록 완벽 빙의하여 절절한 연기를 보여주는 조안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오니까요.

 

특히 오빛나(이진 분)의 과거 남자와 현재의 남자 모두에게 약점이 잡혀 청운각 식구 모두에게 사기 행각이 퍼뜨려질 위기에 놓이게 되자 순간적인 임기응변으로 자작극을 기획해 가해자의 위치에서 피해자로 뒤바꿔놓는 장채리의 ‘발광’은 드라마 속에서도 명연기였지만 배우 조안에게도 명연기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압도적인 에너지를 펼쳐 보였습니다.

 

 

 

마주치면 하나가 죽는다는 도플갱어처럼, 진짜 상속녀 오빛나가 나타나자 자연스레 가짜가 되어버린 장채리. 지난 수십 년의 삶이 ‘공주라 믿고 있던 거지’라는 진실과 마주치지만, 자존심과 미련 때문에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하다 사람으로선 해서는 안 될 일까지 서슴지 않는 그녀입니다. 드문드문 내비친 채리의 속내를 증거로 짐작해볼 때 가족이라 믿고 있던 친아버지와 할머니의 서먹한 태도가 그 풍족한 삶을 누리는 와중에도 이게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경계심을 키웠나 봅니다. 순혈주의가 만연한 빛나는 로맨스이기에 양아치 어머니와 천박한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나쁜 피’가 장채리를 절대 악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을지도요.

 

 

 

문제는 이 드라마의 전개가 악녀 장채리의 무분별한 악행을 그녀의 심리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게끔 섬세하거나 친절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급한 전개에 한시가 바쁜 일일 드라마에서 장채리는 그저 매일 매일 미친 사람처럼 히스테리를 부리는 정신 나간 여자로 보이기 일쑤고 그 과정에 시청자가 장채리의 심리를 이해할 만큼 섬세한 여유를 부여한 장면은 굳이 애쓰지 않은 다음에야 발견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출생의 비밀이 무색하게 친아버지와 대면한 순간에 ‘어떻게 저런 남자가 내 아버지야?!’를 외치는 여자. 친모 애숙(이휘향 분)을 끝끝내 ‘김 집사’라고 부르며 부모 자식 사이에도 고용인과 오너의 계급을 버릴 수 없는 여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에게 땅콩이 들어간 죽을 먹이는 짓까지 서슴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악녀. 친구의 생명을 담보로 걸고 “친구 좋다는 게 다 뭐겠니.” 라고 말하던 장채리를 생각하면 이 사람에겐 일말의 연민이라는 것도 없는 건가? 싶을 정도죠. 사랑하는 강하준(박윤재 분)을 위해 몸을 내던지기까지 했던 순간적 희생만큼은 100회가 넘는 이 드라마에서 장채리의 유일한 진심이었지만, 그것마저도 남자를 붙잡기 위한 실명 연기로 오만 정이 떨어지게 했던 그녀는 감히 작가에게 버림받은 캐릭터 같기도 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토록 악질적이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장채리의 악랄한 내면을 연기하는 조안에게서 조금의 머뭇거림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혹여 시청자에게 너무 밉살스러운 이미지로 찍히지는 않을까? 하는 젊은 스타의 염려를 일말의 주저함으로라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 속엔 그저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장채리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표출시키고자 노력하는 배우 조안의 감동적인 에너지만이 남아있을 뿐이죠.

 

 

이쯤 되면 착한 것도 민폐라는 생각이 드는 오빛나는 그토록 오랜 기간을 장채리에게 기만당해 왔으면서도 채리가 청운각의 친딸이 아니라는 치부를 틀어쥐지 않고 그저 장채리가 그 사실을 알았느냐 모르는 척했던 것인가에만 죄의 조건을 묻습니다. 한마디로 장채리의 양심에 모든 용서와 징벌을 맡긴 것이죠.

 

 

자체 교화될 리가 없는 장채리는 오빛나의 딸, 연두와 그녀의 전남편 변태식(윤희석 분), 심지어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을 사람인 강하준에게조차 모든 진실이 알려져 버린 최악의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김 집사가 내 엄마라는 사실이야. 알아?" 블랙박스에 녹음된 순간의 절규가 그녀의 평생을 저당 잡힐 증거로 돌아온 것입니다.

 

 

 

다른 것도 아닌 본인의 목소리가 증명한 명확한 증거와 증인들. 도무지 빠져나갈 길이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수십 년간 청운각을 속여 온 능구렁이 김 집사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타고난 악의 본성일까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미련이 빚어낸 추태. 순간적으로 장채리는 출생의 비밀을 이제야 알아버린 가련한 여주인공 흉내를 내며 모두의 입을 다물게 합니다. "설마…. 설마 다들 알고 계셨던 거예요? 제가 김 집사 딸이라는 거. 알면서 저한테만 비밀로 하신 거예요? 아빠두.. 아빠두 알고 계셨구나…. 나만…. 나만 몰랐던 거였군요?"

 

 

 

"아빠.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저 아빠 딸이라고 해주세요. 네? 아니 믿을 수 없어요.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내가 아빠 딸이 아닐 수가 있어요. 어떻게 내가 김 집사 딸일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래서 그러셨던 거였군요? 이제야…. 이제야 아빠가 날 싫어했던 순간들이 이해가 돼요. 하지만 아빠. 아시죠? 아빤, 제가 사랑받고 싶은 유일한 분이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서먹서먹했던 장재익의 부성애에 이의를 제기하며 까무러칠 것처럼 울부짖고 길이길이 날뛰는 애증의 딸을 그는 연민 섞인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어차피 장채리의 양심에 모든 가능성을 맡겨둔 오빛나였기에 이번에도 별다른 조취 없이 경고만 주고 넘어가 버리죠. 블랙박스가 기록한 날짜와 증거. 딸 연두가 전해준 심증조차 무기력해져 버린 장채리의 영민함과 오빛나의 아둔함.

 

"내가 아빠 핏줄이 아니라서 내가 더러운 핏줄이라서!" "싫어요! 이 몸에 있는 피 다 뽑아서 버리고 싶어! 살고 싶지 않아. 김 집사 딸로 살고 싶지 않아요. 아빠. 저 아빠 딸이 맞는 거예요. 아. 왜. 아. 왜 내가 아빠 딸이 아닌 거예요. 살고 싶지 않아…." 만약 조안이 장채리의 감정 노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더라면 성에 차지도 않을 연기였을 겁니다. 막판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장채리에 보답하듯 조안 또한 혼신의 연기력으로 장채리를 독려하고 또한 위로했습니다. 나중에는 스스로 목을 잡고 뒤로 넘어가는데 순간, 이 드라마의 장르가 스릴러로 뒤바뀐 듯했을 정도였죠. 캐릭터는 추악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조안의 빛나는 연기만이 이 무대의 주인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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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노래를 타고 줄거리와 리뷰 어르신 정서를 고려한 파격적 새드엔딩

KBS1 일일극 사랑은 노래를 타고 연출 이덕건극본 홍영희출연 다솜, 백성현, 황선희, 김형준, 곽희성

 

지난 6일. 151회를 마지막으로 KBS 일일 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는 진부와 진보를 절반씩 섞은 기묘한 결말로 시청자를 놀라게 했습니다. 여느 KBS 홈드라마가 그랬던 것처럼 등장인물 대부분이 모여 큰 밥상에서 밥을 먹으며 하하 호호하는 매듭짓기였죠.

 

이 드라마의 족보를 카오스로 만든 원흉이자 악의 근원지인 윤석태(강인덕 분)는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돈생돈사를 외치더니 죄인의 몸이 되고 나서는 별안간 성격 좋은 동네 아저씨가 되어있었습니다.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그 때문에 풍비박산 난 가정이 한둘이 아님에도 당연히 모든 등장인물은 죄인을 용서했고 마치 밀양의 한 장면처럼 감옥 안에서 그는 평화를 찾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원수 박범진(선우재덕 분) 일가에게 본의든 타의든, 정자와 장기를 기증해준 남편에게 이혼할 기세로 달려들었던 유진순(김혜옥 분) 또한 어느새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공정남(이정길 분)과 부부의 로맨틱한 무드를 보여주었습니다. 역시 이런 드라마의 마무리로는 빠져서는 안 되는 여주인공의 입덧 장면을 언니 공수임(황선희 분)이 대신함으로써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죠.

 

 

 

 

이토록 사랑은 노래를 타고의 마지막 회는 홈드라마 특유의 “끝이 좋으면 다 좋아요.”로 끝나는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공들임과 박현우. 두 남녀 주인공의 애정 전선은 먹구름만 자욱했었죠. 심지어 조귀분(반효정 분)과 박두식(박웅 분)의 짤막한 황혼의 로맨스마저 예지한 이 드라마가 남녀 주인공의 연애만큼은 쉽사리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일일 드라마 특유의 사필귀정한 엔딩으로도 차마 재결합할 수 없을 만큼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엮일 수 없는 공들임(다솜 분)과의 가혹한 인연으로 말없이 한국을 떠나버린 남주인공 박현우(백성현 분). 그리고 일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1년 후의 자막이 뜬 첫 번째 공간은 공들임(다솜 분)의 친부가 잠들어 있는 무덤가였죠. 혼자가 아닌 키워주신 아버지, 공정남과 그곳을 찾은 들임의 해탈한 얼굴. 그것은 피는 섞이지 않았더라도 윤리적으로 근친이나 다름없는 옛 연인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쐐기를 박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인연은 운명이라는 설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전거 사고로 재회한 그들. 말없이 떠난 옛 연인을 향해 원망을 털어놓는 들임이었지만 결국, 후일을 약속하지 못한 채 서글픈 얼굴로 작별 인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각자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은 뮤지컬 배경의 ‘사랑은 노래를 타고’의 최전선인 무대 위에서 만나게 됩니다.

 

 

 

들임의 파트너가 복통을 호소하며 출연에 차질을 빚자 염려하는 관계자들의 모습 다음으로 홀로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들임에게 파트너를 대신하여 다가온 박현우의 모습. 잠시 당황했다가 수줍게 미소 지은 들임은 현우가 내민 손을 마주 잡습니다. “우리 함께 영원히. 변치 않으리. 이 품으로 지킬게요. 두려워 말아요. 그대.” “이제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요.” 라는 노래 가사가 두 사람의 각오를 반영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만.

 

다음 신은 별안간 생뚱맞은 타이틀 송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은 노래를 타고 특유의 멜로디. “너에게 달려갈 거야. 야이야이야.” 마치 조금 전의 일이 다 장난이라는 것처럼 활기차게 춤을 추는 들임의 모습. 그리고 이 드라마의 전 출연진이 무대 위에 올라와 손뼉을 치며 커튼콜을 하는 마지막. 그저 어안이 벙벙해지네요.

 

 

 

아무리 가족-지인의 사이라고 해도 뮤지컬과 무관한 사람들이 우르르 무대 위에 올라설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그렇다면 이 커튼콜은 뮤지컬의 커튼콜이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한 전 출연진이 시청자에게 바치는 커튼콜일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제까지 출연한 배우를 소개하며 마무리를 하는 그 장면은 이건 어디까지나 가상이고 현실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시켜 주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제작진이 이토록 불필요하게 가상의 이야기임을 강요한 것. 그리고 보기 드물게 남녀 주인공을 해피엔딩으로 결론 내리지 못한 것은 이 드라마를 보는 주요 시청 층인 중장년층의 정서를 무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드라마 후반부에 작가가 넣은 무리수의 극치인 설정, 공들임의 양아버지인 공정남을 남주인공 박현우의 생물학적 친아버지로 연결시킨 과도한 설정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원수 가문의 로미오와 줄리엣인 들임과 현우는 끝내 명쾌하게 이어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두 사람은 남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들임이가 공정남과 나눈 부녀의 정을 부정할 수 없고 박현우가 공정남의 유전자를 외면할 수 없는 이상, 그리고 적지 않은 시선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는 이상 남녀 사이로 엮일 수가 없는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언니 수임이가 먼저 박현우를 좋아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녀 주인공을 패륜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갔던 이 드라마에서 이토록 파격적인 설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죠. 보수적인 중장년층의 정서적 거부감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마치 글리 같은 분위기로 뮤지컬 소재를 내세웠으나 결국 곁가지 이야기밖에 되지 못했던 사랑은 노래를 타고. 그러나 웃고 우는 세상만사를 노래로 표출하는 뮤지컬처럼 그동안 펼쳐졌던 이야기는 모두 가상공간의 연극이었을 뿐임을 명시하는 결말은 기괴함과 동시에 묘한 깨달음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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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사노타에 대한 단상...

    1. 좋은 의도가 꼭 좋은 결말로 가지 않는다라는...

    <-세대별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의도는 알겠는데, 결말은 '인생은 신파'라는 이상한 결과가 나오는..

    2. 다솜은 연기 접고, 그냥 '씨스타'로 가수 활동을 열심히 하겠네요...

    <- 연기에 대한 매력이 없네요..덩달아 백성현도 매력이 없네요..케미가 꽝...

    다만, 황선희은 연기에 매력이 있네요..연속극에서 열심히 연기 연습을 했는데...

    다음에는 월화,수목드라마에 주인공으로 가능성이 업...

    백성현은 다운...

    3. TV드라마의 영원한 구세주는 역시 시청률...

    • 영원히잊지못할우리들가슴속에최고의드라마사랑은노래를타고우리어머니살아계실때최고로좋아하시던드라마입니다우리집식구가모두다좋아하던드라마입니다영원히내마음속에기억될드라마사랑은노래를타고정말정말감사하며또감사합니다

  • 2014.06.09 08:28

    비밀댓글입니다

    • 극중에서 무척이나 선한 인물로 나오는데 항상 화가 나있는 얼굴을 하고있어서 싫었었어요. 착한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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