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2014년. 꽃샘추위가 서성이는 이 계절에 대중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영화는 누가 뭐래도 디즈니사의 '겨울왕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만화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여주인공 엘사의 선전포고! 렛잇고 타임이다. let it go는 그녀의 능력을 이단이라 칭하는 아렌델 성을 빠져나온 엘사가 스스로 겨울왕국을 건설하고 더 이상 착한 소녀로 남지 않겠다는 다짐을 노래하는 씬이다.

 

렛잇고는 영화와 사운드 트랙, 각기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곡의 더빙은 성우 이디나 멘젤이 그리고 공식 사운드 트랙은 데미 로바토가 노래했다. 덧붙여 일본판 안나와 눈의 여왕은 여배우 마츠 다카코/May.J로 나뉘며 우리나라의 겨울왕국은 -들을수록 번역이 정말 잘 됐다- 뮤지컬 배우 박혜나/씨스타의 효린이 맡았다. 영화 속에서는 서사를 중심으로 연극적인 울림을 주는 목소리를. 사운드트랙에서는 보다 가창력에 중점을 기울인 목소리를 선택했던 셈이다.

 

 

 

세계 각국으로 팔려나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나라별로 만들어 입힌 더빙을 비교하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다. 배우 이유비, 에일리, 다비치의 이해리등 이미 많은 연예인이 렛잇고 대전을 펼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공식 에리얼은 누가 뭐래도 효린이다. 뮤직비디오까지 따로 구성한 효린의 렛잇고는 디즈니사에서 먼저 음원 발매를 요청할 만큼의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지만, 원곡의 완성도를 제외한 싱어 효린의 영향력은 미약하지 않았나 싶다.

 

 

 

겨울왕국, 화제의 렛잇고(let it go) 대전 기대되는 여가수는?

 

 

 

보아

 

 

엘사의 클라이맥스를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국내 가수가 바로 보아였다. 그건 아마도 내가 그녀의 '아틀란티스 소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판 제목마저 아틀란티스 프린세스인 이 노래는 새로운 대륙을 염원하는 소녀(공주)의 바람이 렛잇고의 서사와 상당히 유사하다. "꿈을 꾸는 듯이 날아가 볼까. 저기 높은 곳. 아무도 없는 세계."

 

동화 같은 전개의 이 노래 가사를 소화하는 보아의 목소리 또한 시원시원하면서 애틋하다. 디즈니답진 않지만 적어도 공식 사운드 트랙의 목소리 같기는 하다. 덧붙여 그녀의 또 다른 앨범 어메이징 키스와 나무를 돌이켜보면 기승전결이 뚜렷한 애니메이션 주제가 특유의 메시지를 참 잘 소화하는 가수임을 알 수 있다.

 

 

아이유

 

 

좋은 날, 너랑 나, 하루 끝. 아이유의 히트 넘버를 돌이켜보면 그녀의 호소력이 만화 주제곡의 그것과 닮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너랑 나의 절정 부분은 설명하지 않아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 아카리의 점프를 상상하게 될 만큼. 그녀의 노래는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곤 했다. 이런 아이유인지라 언제든 한번 제대로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불러주길 바라왔었다. - 그녀는 실제로 만화 채널의 꿈 빛 파티시엘을 신인 시절 소화한 경력이 있다. 물론 아주 잘 어울렸다. -

 

마치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듯 가사를 대사처럼 구현하는 것도 그녀의 능력이다. 소녀의 음색으로 때론 순수하고 아련하게 때론 앙큼하고 도도하게 노래하는 아이유의 장점을 떠올리면 엘사의 구구절절한 감정을 어떤 가수보다 호소력 있게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잔소리, 좋은 날, 너랑 나, 하루 끝처럼 숨쉬기가 불편한데다 고음의 연속인 노래를 듣는 사람 초조하지 않게 불러내는 것 또한 그녀를 추천하는 이유다.

 

 

바다

 

 

디즈니 그리고 에리얼의 음색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바다의 목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마도 한 번쯤은 그녀의 목소리로 디즈니의 주제가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청량하고 맑은 음색이지만 그 여리여리함을 보강하는 안정된 가창력과 힘이 느껴지는 호소력. 그야말로 디즈니 보컬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아닌가. 더군다나 아이유 이상으로 연기력 또한 뛰어나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더 투명하고 사무치는 애틋함까지 겸비한 이소은이나 재이레빗 보컬 버전의 렛잇고 역시 궁금해진다. 더불어 바다가 아닌 같은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렛잇고를 소화했다면 더욱 전위적인 연출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렛잇고는 겨울왕국 그리고 엘사의 운명을 바꾼 노래다. 절대 디즈니가 외면할 수 없는 노래를 만들겠노라고 다짐한 작곡가가 이 노래를 들려주었을 때 디즈니는 애초 악녀로 기울어져 있었던 엘사의 캐릭터를 전면 수정했다고 한다. 이토록 서정적인 멜로디의 주인공이 악의 화신일 리가 없다는 이유로. 그러니 렛잇고는 탄생부터 디즈니를 계몽시킨 혁명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말하자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황무지가 된 타라의 흙을 움켜쥐고 더 이상은 누구도 굶게 하지 않겠다며 이를 가는 장면과 비슷하달까. - 나쁜 아이였던 스칼렛에게 이 다짐이 혁명이었던 것처럼 착한 아이였던 엘사의 렛잇고는 정 반대의 외침을 담은 선전포고다 -

 

 

 

제법 인기 있는 효린의 음색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목소리 자체에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 물론 효린의 진가를 제대로 들려주지 못한 것도 맞다. - 렛잇고는 단추를 목까지 채우고 침묵을 강요당한 여자아이가 장갑을 내던지며 모두 무시하겠다는 선언을 담은 곡인데 효린의 목소리는 딱히 그런 선언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이미 착한 아이가 아닌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져서다. 굳이 선언할 필요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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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서태지의 이름은 마치 혁명의 동의어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서태지 하면 떠오르는 계몽과 저항, 투쟁이라는 노곤한 이미지와 달리 사실 내가 그의 팬이 되었던 계기를 떠올리면 결국 그가 귀여운 아이돌이라서였다. 동네 친구들과 연극을 보고 돌아오던 어느 저녁. 쇼윈도 안의 조그만 티비 화면에서 미끄러지듯 춤을 추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를 보고 내 심장은 그만,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속도로 터져나갈 듯 피치를 올려댔으니까.

 

매번 수많은 메시지를 들고 나와 한때 가요계의 이상향이 되곤 했던 그의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가사에 보낸 열광 또한 동그란 안경 아래의 순진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뽀얀 얼굴의 미청년이 붉은 깃발을 올려 투쟁하며 시대에 유감을 표하는 드라마틱한 이미지가 떠올라 더 설렜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일제강점기 시대의 의로운 청년 지식인 같았던 것이다. (실제로 교실이데아가 실려있는 3집의 콘서트 영상 속의 까만 학생복을 입은 단상 위의 서태지는 마치 레미제라블의 미청년 앙졸라스럽다.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인데 왜 똑같은 길만을 강요하려 하는가' 이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나도 참!)

 

명목상 은퇴 앨범이 되어버린 4집에 이르기까지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매한 베스트 앨범에 실린 굿바이로 정확한 이별의 메시지를 고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서태지에게서 받은 대중의 인상은 투쟁과 저항이었다. 매번 들고 나오는 그의 메시지는 무수한 논란을 일으켰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들고 나올까 대중을 들뜨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아마 서태지의 어깨 위에 놓여진 짐 더미의 일부분은 내가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 어쩐지 숙연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은 그들이 발표한 수많은 메시지들 가운데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호전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대한민국의 교육 제도를 향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라니. 이만큼 직설적이면서도 절실한 외침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태지보이스의 근간은 어디까지나 '아이돌'이다. 만약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이 온통 싸움의 역사로만 뒤덮여있었다면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이도 적지 않았으리라. 그는 고맙게도 정말 깜찍한 아이돌 같았던 1집에서부터 온갖 메시지로 투영된 3집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고 꾸준히 팬 러브송을 실어왔다. 사랑을 주제로 담은 노래라지만 기존의 가수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사랑가와는 그 색을 달리했다. 어디까지나 그냥 러브송이 아닌 팬 러브송. (같은 3집에 실린 '널 지우려 해'만큼은 그저 러브송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신기하게도 이 노래의 작사가는 서태지가 아닌 양현석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수많은 팬 러브송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애틋한 연심을 담아낸 곡이 바로 태지보이스의 3집 '영원'이다. 그 어떤 앨범보다 직설적이고 호전적인 투쟁의 메시지로 무장된 태지보이스의 3집은 멜로디 또한 모든 곡을 락+메탈 사운드로 편곡하여 그 강렬한 메시지들의 아우성에 잠시 넋이 빠질 때도 있는데 이 지친 마음에 유일한 위로와 안식이 되는 음악이 바로 '영원'이었다. 물론 락 사운드에서 해방된 음원으로는 또 다른 발라드 '아이들의 눈으로'도 있지만 이 노래도 엄밀히 말하면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기에 온전한 의미의 휴식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휴식 같은 노래라고 해서 서태지의 실험 정신이 이 노래에 스며들어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영원은 가장 고요하면서 또한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발라드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가요와 오케스트라를 접목 시킨 시도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무려 94년도에 발매된 이 음반에서 쌩 발라드에 오케스트라를 접목 시킨 시도는 무척이나 신선하고 각별한 것이었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콘서트에서 구성한 영원의 무대를 살펴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오데뜨가 떠오르기도 하고 디즈니 음악을 듣는 듯한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한번 삘이 꽂히면 백번은 기본으로 챙기는 필자에게 그야말로 첫 귀에 반해버린 이 노래 '영원'은 그야말로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리플레이하는 음악이었는데 어느 날 친구의 집에서 듣게 된 신해철의 라디오 프로그램은 이 노래에 대한 내 마음을 더욱 각별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매일 밤이면 신해철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던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전람회의 코너를 즐겨 들었다. 거의 싱글로 구성되는 요즘의 음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취이지만 이 당시에는 가수가 앨범을 냈다 하면 타이틀곡 이외의 공을 들인 음악들을 1번부터 마지막까지 살뜰하게 배치하는 것이 당연한 수고였다. 이 코너에서 전람회는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숨겨진 명곡을 청취자에게 소개하는 구성으로 마이너를 애착하는 나에게 큰 호감을 샀는데 하필 이날 소개했던 음악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영원'이었을 줄이야...! 신해철과 전람회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필자가 좋아하는 트리플이 모두 모인데다가 하필 태지보이스의 3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원'을 소개받는다는 것은 크리스마스와 생일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 같은 기쁨이었다.

 

"여태껏 소위 발라드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발라드라면 역시 우리가 잘하지 !' 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영원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많은 발라드인들이 쇼크를 받았던 곡. '아…!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고 굉장한 감동과 물결을 일으켰던 바로 그 곡입니다."

 

김동률은 무엇보다 이 노래의 사운드를 극찬했다. 당시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파격이었을 관현악을 베이스로 발라드를 구성한다는 것이. 그리고 무엇보다 발라드 전문 가수도 아닌 댄스 가수 서태지에게 나온다는 것은 무척이나 이색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의 3집은 온갖 락 사운드로 무장된 소위 시끄러운 음악들이 아니었던가. 그는 이 음악을 처음 들었던 감상을 '쇼크'였다고 표현했는데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의 위상이 당시 대단한 것이긴 했어도 또한 경외시되는 존재이기도 했기에 그를 인정한다는 것이 음악가들에게 소위 자존심이 상하는 풍토인 일면도 있었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김동률 정도의 음악가가 아무런 사심 없이 순수하게 그의 음악을 찬양한다는 사실은 내게 꽤나 벅찬 설렘이었다. 더욱이 '발라드' 전문 가수인 김동률이 댄그 가수 서태지의 발라드를 그들의 콧대를 무너뜨렸다는 의미로 표현하면서까지 극찬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서태지와 김동률 양측의 가수 모두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김동률은 특히 2악장 (2절이겠지만 이 노래에한에서만큼은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으로 흐르기 전에 나오는 왈츠풍 간주의 신선함을 극찬했는데 노래를 전체적으로 듣지 않고 이 부분의 멜로디만 들어도 서태지라는 인물이 장르에 대한 몰이해나 편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사운드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신선한 사운드들은 물론 서태지라는 인물의 뛰어난 창의성이나 흡입력을 베이스로 하는 것이겠지만 결국에는 장르에 대한 그의 존경심이 밑바탕 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기획이었던 것이다.

 

 

순수하고 애틋한 멜로디만큼이나 영원의 가사 또한 사랑스럽고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 세상에 남아있는 연인을 향해 바치는 러브송인만큼 서태지표 발라드 중 가장 슬픈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도 나의 무덤 앞에서 그냥 그렇게 앉아 있네요. 내 생전에 쓰던 일기장을 꼭 쥐고 앉아서." 은퇴 발표를 담은 4집이 발표되기 이전의 음반 3집에서부터 그는 아마 '은퇴'를 예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이 곡을 통해서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 노래에 담은 서글픈 메시지가 결국 그가 떠난 다음 팬의 마음을 투영해보는 시점을 담은 가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가요계를 떠나버린 서태지와 그럼에도 그를 잊지 않은 팬의 마음을 '영원'이라는 메시지로 담아낸 것을 떠올리면 그가 태지보이스의 마지막 이름으로 발매한 음반의 슬로건인 "END가 아닌 AND로" 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서태지는 그리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이 발매한 음악에서 그와 어울리는 목소리를 낼줄은 아는 가수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그의 소프트한 목소리가 빛나는 순간은 아무래도 이런 영원과 같은 서태지표 발라드를 들을 때이다. 다른 노래는 몰라도 적어도 이 노래만큼은 서태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감동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참으로 조근조근 하고 사무치는 음성을 들려주신다.

 

거친 사운드와 빡빡한 메시지 속에 숨겨진 하나의 휴식과 같은 곡 영원.그것은 팬 사랑이 남달랐던 서태지의 은퇴 직전의 사무치는 메시지였다. 이 잔잔하고 평온한 발라드마저도 발라드 전문 가수를 깜짝 놀라게 하는 힘이 깃들여져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이 곡을 추천했던 김동률의 마지막 메시지가 지금도 생생하다. 이런 음악을 우리나라 가사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은 그런 곡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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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5

  • 2013.01.25 08:02

    비밀댓글입니다

  • 너무 잘 보고 갑니다^^
    아무쪼록 남은 하루도 평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 yory 2013.01.27 22:44 신고

    아..정말 오랜만이네요
    신해철 전람회 서태지에 대한 글이라니요^^
    학창시절 신해철을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음악인들까지 같이 좋아했었어요.
    프로듀싱한 전람회, 무한궤도의 멤버였던 015B
    015B에 참가했던 객원 멤버들..윤종신이나 김연우
    그리고 라디오방송에 게스트로 나왔던 토이의 유희열까지
    물론 서태지도 좋아했지요~
    닥터콜님 글을 읽으면서 추억을 회상해 봅니다. 감사해요

  • 잠안오는새벽 잘보고갑니다….마음뭉클..ㅋ

  • 좋아하는 곡 2013.10.30 20:27 신고

    영원~
    이 글도 잘 보고 갑니다^^

 

제 블로그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넣어봤습니다. 금요 콘서트라는 카테고리인데요. 매주 금요일마다 제게 인상적이었던 노래들을 감성적으로 다가가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 아마 그 음악은 주로 타이틀곡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한 마이너리그의 음악이거나 꽤 잘만든 타이틀임에도 대중에게 외면받은 비운의 걸작, 혹여는 세간의 평가 이상으로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곡을 소개합니다. 그 첫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이 계절에 들으면 딱 좋은 아이유의 메가 히트송 너랑나를 초청했습니다.

 

어느 음악인이 '대중이 비웃는 지금의 아이돌 음악은 현존하는 최고의 음악인들이 만든 21세기의 상업 예술이다'라는 논지의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하는데 그럼에도 어째 아이돌 음악이라 하면 소위 덕후몰이 수준 밖에 안되는 질 낮은 음악으로 치부되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물론 이런 인식을 만든 것은 대중의 편견 때문만이 아니다.

 

좋은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모여 비교적 높은 완성도의 괜찮은 음악이 선입견에 가려져 묻히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현재의 가요계를 아이돌 음악과 아이돌 음악이 아닌 것으로 나누는, 일종의 전쟁 같은 경쟁심이 생기게 했던 것도 바로 그 아이돌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저 뚜껑을 열어 뜨거운 물을 붓고 3분 안에 먹어치워 끝내버리는 인스턴트 라면 같은 멜로디를 두고 음악성이니 완성도를 따지기엔 그 단어가 아까울 지경의 노래들이 넘쳐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인스턴트 멜로디만이 '아이돌 전용의 음악'이라고 말하기엔 가끔씩 불쑥 튀어나오는 진짜 아이돌 음악이 서러워서 운다. 아이유의 '너랑나'는 그런 노래다. 이 노래는 분명 '아이돌용 음악'과는 차별화된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이돌이라서 완성될 수 있는 진짜 완벽한 아이돌 뮤직이다.

 

드라마, 그리고 영화 OST의 미덕은 영상이 음악으로 일체화되는 쾌감이다. 멜로디를 듣는 순간 장면이 펼쳐지게 하는 힘은 OST만의 매력일 것이다. 기묘하게도, 아이유의 너랑 나는 공간과 영상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OST가 아닌 OST다. 내 감성 깊은 곳 어딘가에 나도 모르게 감춰두었던 첫 번째 타이틀을 재생하는 느낌이랄까. 아이유의 너랑나는 의도치 않은 내 무의식적 영감의 OST다.

 

 

 

아이유 신드롬의 쾌거를 두고 사람들은 대체로 그녀의 깜찍함만을 기억하겠지만 사실 아이유 신드롬을 완성시킨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일단 음악 자체가 대단히 잘 만들어진, 완성도가 높은 타이틀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에 있다. 특히 좋은날에서부터 시작된 아이유 특유의 뚜렷한 기승전결에 서사가 느껴지는 OST 같은 노래들은 이따금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감정이 생기게 하는데 그 힘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그녀가 방긋 웃으며 초대장을 내민 '너랑나' 이름 하야 아이유 월드의 시작이었다. 앨범의 명제부터가 라스트 판타지다. 앨범의 구성 역시 각종 소녀의 심볼들로 꾸며진다. 토라진 소녀. 슬퍼하는 소녀. 환희하는 소녀. 이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노골적인 판타지의 타이틀은 역시 '잠자는 숲 속의 왕자'다.

 

사실 이 곡은 필자가 꽤 좋아했지만 그리 성공하지는 못했던 윤상의 프로듀싱으로 만들어진 6천 장의 저주받은 걸작. 알로의 '잠자는 숲 속의 왕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노래의 동화적 판타지를 소녀 감성으로 구현해낸 마법 같은 분위기는 당시에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소품처럼 구성된 시계태엽 소리와 튀어나오는 뻐꾸기. 유리 성대 같은 소녀의 목소리가 윤상표 멜로디에 얽혀 버추얼 그림 동화를 구현해냈었다.

 

아이유의 너랑 나는 이 '잠자는 숲속의 왕자'의 완성형 같은 노래다. 소녀감성과 동화적 판타지 그리고 서사적 구도를 조금 더 매니악하게 파고들어 가면서도 보다 대중적인 코드로 대중을 잡아끄는 데 성공을 했다. 이토록 오타쿠스러운데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었던 음악이라 더 흥미롭다.

 

 

강심장 스틸샷을 비롯하여 아이유 최고의 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장면을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뮤직비디오는 가치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유의 너랑나는 무척이나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이다.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도입부를 떠올려보자. 웅장하면서도 고풍스럽게. 무거운 멜로디가 마치 선전포고처럼 포문을 열면 이윽고 마법이 풀리듯 다소 경쾌한 느낌의 음악 소리가 명랑하게 우울을 깨뜨린다.

 

그리고 시작되는 아이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는 슬픈듯하면서 경쾌하게 이야기의 진행 과정을 설명해나가는데 다소 침착한듯했던 초반의 차분한 멜로디가 차츰차츰 피치를 올려가며 감정을 극대화하는 그 고조감은 한 편의 영화 감상과 맞먹는 감동을 선사한다.

 

'손끝으로 돌리며 시곗바늘아 달려봐'에서부터 본격 터뜨리기 시작하는 애절하고 서글픈 감정은 그야말로 소녀감성의 극치. 이 노래의 컨셉은 분명히 주 공략 대상층을 남성으로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나는 오히려 너랑나의 진짜 감동을 맛볼 수 있는 사람은 소년과 삼촌이 아닌 여자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판타지가 되어버린 소녀의 동화. 시곗 바늘을 돌리고 싶은 언니들의 감성이야말로, 멜로디로 가사를 쓰는 너랑나의 서사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너랑 나가 얼마나 완벽한 서사구조를 가졌는지 증명하는 이야기의 묘미는 바로 2분 38초쯤에 시작하는 최후의 스퍼트이다. 기운이 빠져버린 듯한 목소리로 "눈 깜빡하면 어른이 될 거예요. 그댄 기억하겠죠. 날 알아보겠죠. 그래 기묘했던 아이. 손 틈새로 비치는 네 모습 참 좋다."라고 가냘프고 읊조리는 아이유의 목소리는 잠든 것처럼 잦아들어 고요해지는데 봉인이 풀리듯 쾅- 쾅- 하고 박자를 세며 터지는 비트와 마치 행군을 하듯 황홀하고 짜릿하게 다시 피치를 올리는 브라스의 신호음은 마치 막판 스퍼트처럼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오른다.

 

왜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것을 보면 감당할 수 없는 적과 싸우다 힘이 빠져 쓰러져버린 소녀 전사가 이제 정말 끝인 줄 알았던 순간, 최후의 힘을 쥐어 짜내어 솟아오르는 반전의 쾌감을 이 부분에서 느끼게 된달까. (쾅- 쾅- 터지는 타악기 소리가 전사 아이유의 손발을 묶은 적의 사슬이 하나씩 터지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꽤 설득력이 있다)

 

 

 

이 부분에서, 아니 이 장면에서라고 말하고 싶다. 터져 나오는 감수성은 희한하게도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느꼈던 그 설명할 수 없는 울컥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데 시간을 달리 소녀를 위해 만들어진 OST가 아님에도 전혀 연관성이 없는 어느 작품의 영상물을 단 하나의 멜로디에서 떠올리게 된다는 사실은 몹시나 기묘하고 행복한 일이다. 시간을 넘어 너에게로 달려가는 소녀의 청량감 터지는 그 맑고 순수한 에너지를 아이유의 너랑나에서 느낀다.

 

거의 편집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 1초의 틈도 주지 않고 빽빽하게 메운 멜로디들의 향연 또한 일품이다. 아이유의 목소리 뒤에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소품 같은 악기들의 적절한 배치와 완성도를 상기해보라. 현악기와 타악기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오케스트라와 브라스까지... 마치 코러스처럼 터지는 리얼 사운드의 신비로운 하모니들. 정말 잘 만든 영화는 대중이 눈길도 주지 않는 탁자 위 액자까지도 신경을 쓰는 법이다. 물론 이 노래의 완성도를 이렇게까지 끌어올린 공은 아이유의 타고난 목소리와 가창력. 그리고 마치 연기자가 장면마다 감정을 불어넣듯 초마다 달라지는 노래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연기한 그녀의 호소력 또한 힘을 발했다. 우울해졌다가 명랑해졌다가 살짝 교태를 부리기도 하고 침울해졌다가는 애절해서 눈물 울컥 쏟아지게 하는 곳곳에 배치된 감정들을 아이유의 뛰어난 감정 전달력으로 완성도 있게 밀착시켰다. 가수의 좋은 재능을 가장 제대로 뽑아낸 적절한 케이스다.

 

 

벌써 이 노래도 2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매일 새로 듣는 기분으로 이 노래를 듣는다. 짝사랑하는 소녀의 감성이 그 자체로 하나의 청량한 동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번 감탄하며.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소녀감성의 서글픈 감정을 이 노래를 통해 되새긴다. 기쁜 듯 서글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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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6

  • 2013.01.11 07:55

    비밀댓글입니다

    • 맞습니다.^^ 구설수에 휘말리긴 했지만 들고나오는 음악마다 완성도가 있고 컨셉이 확실해서 즐거운 아이돌 중 하나에요. 꾸준히 이런 스타일의 음악 많이 내주었으면 하는 아이돌입니다.

  • 진짜 가수에게 이렇게 빠진적이 없는 나이 조금 많은 사람 입니다
    어떤 노래를 들고 나오던 믿고 기달리기만 하면 우리를 실망 시키지 않은 몇명 없는 가수중에 가수죠 표정은 왜 이렇게 귀엽고 이쁜지 그냥 웃음만 나오내요

  • 옥수수알 2013.01.11 16:30 신고

    즐겨찾기 해놓고 닥터콜님 리뷰 늘 잘 보고 있습니다 글 정말 잘 쓰세요... 영화 ost같다는 표현에 엄청 공감하고 갑니다^^

  • 마일로 2013.01.12 16:41 신고

    저는 이 노래 들을때마다 뭔가 떠올려지곤 했는데...

    기묘했던 아이~ 이부분 하면 그 친구(좋아했던 후배)가 항상 떠올려져요..ㅋㅋㅋ

  • 저도 아이유팬 2013.01.13 16:07 신고

    아이유보다 열 살 많은 성인여성인 저 또한 기분이 따운될 때마다 유튜브로 아이유 영상을 찾아 보곤 한답니다;; 너랑나와 같은 퍼포먼스도 잘하지만 어쿠스틱 라이브는 또 어찌 그리 이쁘게 잘한답니까. 완급조절도 좋고 감성도 좋고, 게다가 예능 진행도 잘하고 하는 멘트들마다 얼마나 귀여우면서도 어른스러운지.. 앞으로 이래저래 기대가 커요. 지난 앨범의 이름 그대로 '판타지'가 종결되었으니 다음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

  • Remy 2013.01.14 04:03 신고

    오ㅡ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떠올리는 건 저만 그런게 아니었네요.. 공감해주시는 분을 보니 정말 반갑네요^___^ "니가 있는 미래에서 내이름을 불러줘" 이거 들을 때마다 시달녀의 대사 "미래에서 기다릴께" "응 갈께 달려갈께" 이게 언제나 오버랩된다는...

  • 우왕굳 2013.01.21 21:33 신고

    아이유 정말 국민 여동생답게 잘 활동해주고 있네요! 그동안 아이유 은혁이니 하는 많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을 모두 이겨내고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아이유는 겉모습은 어리고 연약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정말 강한 아이인것 같네요. 블로그 포스팅 발 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포스팅 많이 올려주세요!

  •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국민 여동생답게 잘 활동해주시고 있네요...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응원한 만큼 더욱 더 아름다운 모습 보여주시고, 아름다운 활동을 보여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 은혁 2013.10.20 01:53 신고

    지은아 보고싶다

  • 바람속순정 2013.10.20 10:27 신고

    믿고 듣는 음악인이죠. 말 많고 탈 많은 가요계라지만 그런 곳에서도 밝게 일어서는 모습에 사람 사이 정이란 정은 뚝 떼어놓은 저마저 푹 빠져버렸죠

  • 좋아요 2013.10.20 23:31 신고

    아이유는 가수로써 너무 좋아요 특히 이번 곡들도 대박입니다ㅠ3ㅠ
    처음엔 갑자기 뜨니 별로였다가 노래에 좀 좋아졌다 걍 그랬다 반복하다
    이번 노래로 푹 빠졌어요ㅠㅠ뭐니뭐니해도 노래하는 아이유는 걍 사랑입니다ㅋㅋㅋㅋ
    여자지만 아이유 너무 사랑스러워요ㅠㅠ

  • ㄹㄹㄹㄹ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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