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능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을 받는 무한도전. 어느순간 불쑥 튀어나온 무한도전의 인기는 수많은 버라이어티를 리얼 버라이어티로 진행시키는 것을 하나의 추세로 만들어 놓을 만큼 일종의 무한도전류를 만들어버렸습니다만 사실 필자가 무한도전이 정말 인기가 많고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구나 라고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연예계와는 거리가 먼 일상 생활들에서입니다.
까탈스럽기 짝이 없는 직장 상사의 책상 위에 고요하게 놓인 우스꽝스런 무한도전 달력에서 그이의 보기 드문 위트를 발견할때 토요일 만나자는 약속에 치킨 시켜놓고 무한도전 봐야한다고 다른 날로 약속을 바꾸는 친구를 볼때 무한도전이 얼마나 국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있으며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프로그램인지 새삼 확인하게 되지요.
2006년 첫 서두를 열었던 무한도전. 하얀 타이즈의 민망함과 찌질함이 어느덧 미남이시네요를 전세계적으로 개최할 만큼의 영향력을 갖추었을때 이미 무한도전은 그 수많았던 기간동안 수백 수천개의 땀방울이 맺힌 에피소드들을 탄생시켰습니다. 마치 옴니버스 드라마 같은 매회 도전이 바뀌는 컨셉을 취하는 무한도전인만큼 5년이 넘는 기간동안 수백개에 가까운 전설들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상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일년이 넘는 기간동안 고작 몇주간 방영하는 에피소드 하나를 만들기 위해 그 바쁜 탑스타들을 레슬링을 시키고 F1을 뛰게 한단 말입니까.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제 30대도 넘어 평균 연령 40이 넘어가는 멤버들을 놓고 그 바쁘고 무모하며 위험한 전설들을 차례차례 탄생시켰습니다.
"태호야. 여기서 차 사고가 난다면, 그래서 내가 거기서 뛰어내린다면 그건 정말 멋진 그림이 될텐데 말이야." 일주일을 한달처럼 바쁘게 사는 유재석. 그 탑스타가 K1이라는 무모한 경기를 하겠다고 계획을 내놓았을때 이건 좀 아니지 않니가 아니라 무려 김태호 피디를 향해 씨익 웃으며 던진 놀라운 한마디가 바로 이것이었다고 합니다. 더 좋은 그림. 더 멋진 장면을 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희생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모함. 그 무모함은 김태호 피디의 그것과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방송에 미쳐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하지만 정말 이 무모하고 고집센 장인들은 파업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다른 팀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초강수의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국민 예능이, 토요일만 되면 당연한 약속으로 콜을 받아 틀어주던 무한도전을 벌써 두달이 넘어 석달간 장기 파업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다른 프로그램 역시 파업에 동참하여 메인 피디가 빠지고 그 대체 인력으로 프로그램이 돌아는 가게 하고 있습니다만 무한도전처럼 이토록 장기간을 계속해서 재방송만 틀어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다른 프로그램은, 대체 인력으로도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구실이 있지만 무한도전만큼은 그게 되지가 않는 시스템이기 떄문입니다.
김태호가 보이콧하면 무한도전 자체가 보이콧을 선언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다른 피디를 대체해서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런 허술함을 오케이하고 납득할 김태호 피디가 아니니까요. 그 고집스러움은 무려 300억의 가치를 갖고있다는 일박이일마저 메인 피디를 빼고 대체 인력을 마련하는 이 난장판 가운데서도 허락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석달에 가까운 유일무이한 고독한 투쟁은 김태호 피디 자신을 무척이나 지치게 하는 긴 싸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여론의 협박에 가까운 20억 손해에 대한 재촉들. 폐지설과 결부되어 수없이 쏟아지는 음모론은 그를 계속해서 흔들고 있겠지요. 얼마나 뒤숭숭하고 고통스럽고 불안한 시간일까요. 더욱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김태호 피디에게 제발 굴복하지 말고 끝까지 투쟁하라며 그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건네주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파업을 중단하시면 안 됩니다. 성과 없이 끝내면 그동안 응원해준 시민들에 대한 배신입니다"
아, 이 말에 나라면 어떻게 대답을 할까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약간은 짜증을 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원망도 했을테고 투정도 부렸겠죠. 나도 힘들다고.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고. 더이상 뭘 어떡하냔 말이냐고. 혹여 중단할지도 모를 미래를 위해 만약 그리할지라도 원망하시면 안된다고 엄살도 부려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태호 피디는 오히려 더 큰 초강수를 던져버리더군요.
"파업을 왜 중단합니까? 녹화 재개, 촬영 돌입 이런 말에 속지 마세요. 장기화될 것 같아서 중단됐던 것 털고 발걸음을 가볍게 하려. 그나마 이 때문에 매주 얼굴 한 번씩 마주했는데 이제 먼 길 가야해서요"
언젠가 김태호 피디의 저를 놀래킨 코멘트가 생각납니다. 그것은 스타급 피디들이 종편으로 이적한다는 헛소문에 휘말린 김태호 피디가 돌을 맞으면서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다 겨우 잠잠해진 틈을 타서 남겼던 한마디였지요. 종편 제의는 들어왔으나 곧 거절했다. 하지만 내가 이 상황에서 종편 제의를 거절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 다른 누군가의 선택에 누가 되는 평을 줄 것 같아 침묵하고 있었노라고. 여운혁 피디의 종편 이적설에 휘말려 함께 욕을 먹었던 김태호 피디는 그순간 바로 나서서 나는 종편 가지 않노라고 외치면 영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비교 되어 더 욕을 먹을 수 있는 다른 피디를 위해 애써 침묵의 시간을 가져줬던 것이지요.
그리고 터뜨린 한마디의 감동처럼 석달을 침묵했던 김태호 피디의 입에서 나온 첫 파업에 대한 생각, 그리고 초강수는 저를 또 감동시켰습니다. 이제 그만 내려오실 때도 됐는데... 300억 빽이 사라져도 강한 멘트를 날릴 수 있었던 나영석 피디와 20억의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은 김태호 피디의 자신감이 있는한 대한민국의 브라운관은 아직 밝습니다. 희망이 있습니다. 저는 건전하게 그의 파업에 지지하며 지루한 토요일을 또 재방송으로 함께 응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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