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하이킥 시리즈의 모토였던 거침없이 하이킥 시리즈에서 포문을 열었던 것은 다름 아닌 서경석의 멘트였습니다. 뜬금없이 웬 서경석이냐구요? 바로 서경석이 최민용과 신지의 아들, 준이의 미래였기 때문이죠.
"육안으로 보이는 외상이 있는가?"
"없다. 아까 우리가 부딪힌 것이 뭐였나?"
"인공위성 일부분. 2006년에 한국에서 쏜 아리랑위성 잔해로 파악됐다."
"2006년? 골동품이네. 2006년이면 내가 태어 난 핸데."
거침없이 하이킥의 시작은 우주비행사로 성장한 서경석이 우주여행을 하며 지구별을 바라보고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2006년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포문을 엽니다.
-지금으로부터 28년전인 26년. 내가 태어난 해다. 대한민국.
이 나레이션으로 인해 떠오르는 인물과 상황이 있지 않으신가요? 네. 바로 하이킥 시리즈의 파이널. 짧은 다리의 역습 역시 과거를 회상하는 누군가의 나레이션으로 포문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전 시리즈가 서경석의 회상이듯이 짧은 다리의 역습의 전 시리즈는 바로 이적의 회상을 의미하죠.
하이킥3에서 시작부터 시청자의 의문을 도발했던 사람은 다름아닌 이적이었습니다. 그는 드라마의 나레이터를 도맡고 있긴 합니다만 러브라인의 중심도 아니오 때론 에피소드에 등장도 하지 않을 만큼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조역에 불과하죠. 이런 이적을 서두에 등장시켜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적의 아내를 찾는 회상으로 만들어가는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찌보면 서경석의 추억과 같은 맥락에 놓여진 의도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킥3의 시작은 수년이 흐른 시간 중년이 된 이적이 자신의 아내를 회상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 추측 속에는 초반 백진희나 박하선이 아닐까 하는 비슷한 또래의 여성을 추리하게 했습니다만 하이킥 에피소드중 "오늘 처음으로 아내의 손맛을 보았다"는 에피소드를 통해 백진희와 박하선은 물론 어린 김지원과 안수정 그리고 심지어 유부녀인 윤유선의 손맛까지 포함이 되어 하이킥 속 모든 여성이 이적의 미래 부인 후보로 올라서게 되었지요.
맹탕 음식을 만들어낸 윤유선의 손맛, 안마를 해주던 안수정의 손맛, 이적의 입을 막느라 손가락을 집어넣어버린 백진희의 짭짤한 손맛, 그리고 박하선의 따귀와 김지원의 달콤한 솜사탕의 맛은 각기 다른 느낌으로 색다른 추측을 낳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어찌보면 인생사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낸 표현이 아니었나 싶어 새삼 감탄을 할 수 밖에 없게 하네요.
그러나 그동안 오리무중으로 추측만을 남겨놓던 이적 부인의 행방은 이제 15회차 정도를 남긴 하이킥에서 드디어 오랜만에 메인 에피소드를 드러내어 다시 한번 이적 부인의 추측을 떠오르게 하였고 그중 김지원과 윤유선이 후보에서 제거됨으로서 백진희, 박하선, 안수정 세사람의 후보를 남겨 놓게 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어찌보면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처음 러브라인 사각 구도의 포문을 열었던 그 유명한 뮤지컬 장면과 흡사하지요. 아무리 금단의 영역을 좋아하고 시청자를 괴롭히길 좋아하는 사디스트 김스뎅씨라고 할지언정 유부녀 윤유선이나 삼각관계를 만들고 있으며 심지어 고딩이기까지한 김지원을 아내로 낙점 짓는건 너무하다 싶었는데 이 두명이라도 제거가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싶습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세명의 대상 역시 마냥 아내라서 다행이다 라고 외치기엔 만만한 상대들이 아닙니다.
먼저 박하선은 이미 고영욱과의 찜찜한 러브라인을 정리하고 서지석과의 사랑을 원만하게 키워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이킥 커플중 유별나게 회차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그다지 고비가 없는 커플이지요.
저는 사실 이 커플을 거침 없이 하이킥에서 이루어주지 못한 최민용과 서민정의 러브라인에 대한 김병욱 피디만의 팬서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제 20회차도 채 남지 않은 스토리에서 느닷없이 서지석과 박하선의 관계가 정리 되고 박하선이 이적의 아내가 된다는 설정은 생뚱 맞아도 너무나 생뚱 맞은 설정입니다. 복선과 인연을 연연하는 김병욱 피디가 이런 무리수에 억지 전개를 둘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두번째로 안수정 역시 후보라는 것이 좀 미심쩍긴 합니다만 그녀는 고등학생이며 이적과 나이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데다 결론적으로 이적과 별다른 에피소드를 만든 것이 없습니다. 인연을 중요시 여기고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아주 사소한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김병욱 피디가 아무런 연결점이 없는 안수정을 이적의 부인으로 엮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이적을 드라마의 가장 큰 미스테리로 놓은 것에 비해 너무 허술한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본 러브라인 커플인 윤계상, 김지원도 고등학생과 30대의 사랑이라 외면 받는 판에 또다시 고등학생을 어르신과 연결시킨다는 것은 정말 큰 파장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아무리 미래의 일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역시 결과적으로 가장 유리한 그리고 유력한 상태에 놓여있는 이적의 아내는 바로 다름 아닌 백진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녀는 사소한 복선과 디테일이 촘촘히 깔려있는데다가 (김병욱 피디가 아주 좋아하는 방식이죠) 이적과의 관계구도 역시 셋중 가장 치밀하게 쌓아온 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초반 유별나게 백진희의 엉덩이 노출을 감행했던 것 역시 항문외과의인 이적과의 관계에 대한 복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데다가 윤계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 우려하여 이적에게 뜬금 없는 고백을 하는 백진희의 모습은 셋중 가장 유일하게 이적과 러브라인을 튼 사이인 셈이지요.
더욱이 지극히 염쇄적이면서도 또 바보스러울정도로 로맨틱한 운명론자인 김병욱 피디는 처음 지시한 사랑과 운명을 그대로 지켜나가는 세계관을 가진 피디로도 유명합니다. 정말 바보스럽다, 우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신세경이 처음 이순재의 세상과 맞부딪히게 된 첫사람이 최다니엘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들을 계속해서 이어준 붉은 실과 붉은 목도리의 촘촘하고 세심한 디테일과 복선은 사뭇 따지고 들어가면 이적과 백진희의 관계 역시 굉장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덜 로맨틱하다는 사실만 빼놓고 들어가면 말이지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서민정은 원래 까메오와 비슷한 비중의 결코 주연급이 아닌 조연에 가까운 비중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스터에서조차 서민정의 모습은 빠져있지요. 이런 그녀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아 러브라인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될 만큼 주인공으로 비중이 커지게 됩니다만 김병욱 피디는 차마 캐릭터의 비중을 높일지언정 러브라인의 결말을 바꿔놓지는 않았습니다. 그토록 인기 있었던 최민용 서민정 커플이었지만 결국 김병욱 피디의 선택은 처음 그랬듯이 신지와 최민용의 재결합을 명령하지요. 이것은 어찌보면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미래의 우주비행사가 된 준이가 2006년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모든 것을 예상한 결과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현재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별다른 호응도 없는 커플입니다만 김병욱 피디는 결코 김지원, 윤계상 커플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비극이 되었건 (계속해서 신호등에서 그들을 마주하게 하는 것이 굉장히 불안하게 느껴지네요. 설마 이번에도 교통사고는 아니겠지요.) 해피엔딩이 되었건(김병욱 역사상 결코 없을 결과물입니다만) 두사람의 인연은 끝까지 연연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홀로 남은 백진희의 상대역은 역시 이적이 될 것이고 그래서 주역도 아닌 이적의 아내를 시작부터 드라마의 가장 큰 복선과 미스테리로 남겨놓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 불안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너무 확실하기 때문에 시청자를 괴롭히기 좋아하는 김병욱 피디가 뭔가 다른 방식으로 골탕을 먹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결과물이 어떤 것이건간에 어차피 마지막인 하이킥. 파이널인만큼 "뜻대로 하세요" 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건간에 저는 김병욱 피디의 선택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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