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응답하라1988] 불편하고 불편하고 또 불편해하라

 

 

“오빠 니는 내가 참 편하고 좋제. 내는 오빠 한 개도 안 편하다.” (응답하라1994 나정의 대사중에서)

 

 


선우의 골목길 그녀는 역시나 보라였다. 골목길 아이들이 넷이었을 때 언제부턴가 선우는 둘에 설렜으리라. 보라누나를 만나러 가기 위해 덕선의 사전을 구걸하고 화이트와 샤프심을 빌려갔다. 그가 덕선을 친구 이상의 호의로 대했던 것 역시 ‘부인이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한다’는 심산이었는지도 모른다. 애꿎게도 그 얄궂은 호의 때문에 착각으로 비롯된 가련한 사랑의 희생양을 양산하게 되었지만.

 

"너 말고 니 언니."

 

-아, 돌이켜보니 덕선이 조금 귀엽다는 그의 대답 또한 로맨스는 모조리 덕선에 겹친 보라누나를 향한 것이오. 나머지 십분의 일의 호의는, 미래의 처제를 향한 립서비스에 불과했던 것이다.

 

 

 

‘Winter is coming’ 공개된 선우의 감정선이 몰고 온 계절. 겨울이 왔다. 응답하라 월드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흥미로운 시기가. 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조커를 공개했고, 시청자는 패를 뒤집은 자의 얼굴을 살핀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정환과 덕선은 각기 다른 이를 바라보며 불안해하고 보라는 곧 선우를 불편해할 것이다. 한 수 앞을 보는 일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비밀병기, 게임의 제왕 택의 눈에 드디어 생기가 돌았다. 이제야 모두가 판에 올라와 섰으니까.

 

 

 

나정이는 끊임없이 쓰레기를 향해 외쳤다. '내는 오빠 니가 불편하다. 하나도 편하지가 않다.' '지구가 멸망을 해. 세상의 모든 만물이 죽고 오빠랑 나랑 누군가만 남았다. 결혼도 해야되고 종족 번식도 해야된다! 내가 여자야. 걔가 여자야?" 고백의 결과로 나정은 유사가족을 잃었고 내내 불편해야 했다. 최상의 안락과 불편을 맞바꾼 것이다. 응답하라 월드에서 불편은 곧 사랑과 성장으로 다가서는 매개체다.

 

“오빠 니는 내가 참 편하고 좋제. 내는 오빠 한 개도 안 편하다.”

 

 

 

응답하라1988의 아이들은 가족의 결핍을 서로에게 갈급하지 않는다. 이 골목길에서 아이들은 형제와 친구가 분간되지 않는 매일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 없이 철드는 아이란 없다. 그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편했던 관계. 형제 같은 우정에 생채기를 내면서, 최상의 안락함을 불편과 맞바꾸길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은 사랑하고 또 성장하리라.

 

 

 

“나는 네가 불편해.” 응답하라 월드에선 그야말로 최상의 고백. 택은 언제부터 덕선이 불편해졌고 정환은 언제쯤 불편을 고백할까. 정환의 유사 백허그를 받으면서도 불편은커녕 놀이기구 타듯 신나하기만 했던 덕선이 한 개도 안 편한 대상을 찾을 때, 그가 바로 여자가 된 덕선의 남자일 것이다.

 

 

 

 

 

 

덧. 박보검에게 강제 개안해주는 미모 외에 별다른 바람이 없었는데 남자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 안겨 토닥임을 받다가 자기 차례에서 멀리 서 옷을 툴툴 털고 있는 덕선이를 향해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응큼한 기대를 하는 수컷의 느낌을 동시에 살리는 연기를 해줘서 놀랐다. 그런데.. 안을 때는 또 사무치게 순수한 벅참이 울려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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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M/D Reply

    정봉 보라 얘기도 있던데 ....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보라 미는 입장에서 너무 불안해서....ㅠㅠㅠ

  2. 진순정 M/D Reply

    안녕 하세요...

    저는 '응팔'을 보며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스'가 연상이 되네요.
    장르가 다른 작품들이고, 내용도 상관이 없지만,
    '기원(영웅의 탄생/가족의 탄생)을 흥미롭게 푼 점이
    인상적인 작품들이고,
    '응팔'도 '응칠'과 '응사'의 기원('혈연 공동체'에서
    '사회(인연) 공동체'로 넘어가는 '가족(인연)공동체의 기원')을
    보여 주고 싶은게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드네요...
    ('응칠'- 붉은 실/인연의 실 , '응사'-붉은 장갑/인연입니다.
    , 그러면 '응팔'은 - 붉은 ***/인연***)
    '선우'의 고백이 '응사'에서 첫 눈에 고백한 '나정'과 오버랩이...
    '응사'의 후반부에 실시간 촬영과 연장으로
    '논리회로(쓰성의 떡밥 회수 실패) '가 무너지는
    우을 범해는데, 이번에는 그런 우을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가끔은 다른 길도 같은 곳을 향하는 법이야"_ - "왕좌의 게임"

  3. Faith M/D Reply

    응팔이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 로맨스 요소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요소들이 적절하게 짜여져 있어서 더 애정이 가요~ 개인적으로 쓸데 없는 낚시는 안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그치만 응사때와 달리 이번엔 정봉보라와 택이덕선같은 서브라인이 끌리네요...
    이번 주인공 덕선이가 가족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포지션이라 그런지 앞에서 틱틱거리고 뒤에서 잘해주는 정환이보다 다정다감할것 같은 선우나 재는것 없이 순수하게 여주를 사랑할것 같은 택이한테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6회를 보니 선우는 이제 틀렸고.....(나쁜녀석ㅋㅋㅋ제가 덕선이였어도 착각했을것 같ㅋㅋㅋㅋ) 택이는(..)
    험난한 길 예상됩니다ㅋㅋ닥터콜님 리뷰보며 쓰레기 라인 지지할때가 맘편했어요ㅠ_ㅠ....
    +) 찾아보니 칠봉이가 나정이한테 처음 키스한 장면도 6회에 나오네요;; 허허... 무서운 제작진...

    • Faith M/D

      헌데 재밌는건 전작에 쓰레기가 가지고 있던 헐랭한 면이 택이에게로 옮겨갔다는거에요ㅎㅎ 전작에 있던 인물들의 특성을 이리저리 재배치하고 조합한 걸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네요 확실히 전작에 비해 제작진들이 서브캐릭터들의 감정선에 공들인게 보여요. (택, 선우) 철저히 감춰진 쓰레기의 감정선을 찾아보는 것도 응사의 최고 재미중에 하나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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