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쇼타임

남자를 버려야 사는 나는 남자다의 비애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해 골머리를 썩는 프로그램의 경우 해답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 있다. 프로그램의 콘텐츠가 애매하고 공략 시청층이 모호한 경우, 선택 받지 못한 시청자는 고개를 돌리게 된다. 공략 대상이 전부가 될 순 없으니 일부의 시청층이 버려지는 일이야 당연하겠지만 애초에 공략된 시청자가 없는 프로그램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야 만다. 애석하게도 유재석의 새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 또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일부의 시청자가 선입견만으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능글맞은 말투로 한국 여자를 비하하는 남자들의 폭로형 토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 ‘나는 남자다’는 ‘남자 여우’가 없다. 메인MC 유재석과 권오중 이하 패널들. 주변을 둘러싼 방청객 또한 남자인 이 금녀의 지역은 순진하고 투박하다. 도리어 그 촌스러움이 문제가 될 지경이다.

 

 

 

나는 남자다의 남자들은 가로수길의 패셔너블한 멋쟁이들이 아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수룩하고 센스가 없어 더듬거리는, 전역한 삼촌이나 복학생 오빠 같은 남자들이 즐비해 있다. 토크의 주제를 이끄는 사람들 또한 실패했거나 촌스럽거나. 그중 하나다. 그 어수룩함이 문득 애틋하다.

 

 

 

 

 

문제는 어수룩한 남자들이 주인공이 된 방송은 ‘빅뱅이론’과 같은 드라마틱이 없고서야 어느 시청층도 공략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모였다 하면 여자를 찾는 남자들에게 남자만 나오는 방송은 메리트가 없다. 보다 포괄적인 시청 안목을 가진 여성 시청자에게 훈남과 훈녀 혹은 흔녀까지도 케어 가능한 대상이지만 흔남(흔해빠진 남자)는 체크하고 싶은 공략 콘텐츠가 아니다. 나는 남자다의 패착은 남성과 여성, 그 모두의 시청층을 버렸음에 있다.

 

최근 특집으로 구성된 ‘나는 여자다’가 호평을 받은 이유 또한 열거한 주장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벤트로 기획한 나는 여자다 특집에서 기존의 남자 방청객을 대신해 방청석을 메운 여성들은 연예인이나 슈퍼모델이 아닌 우리 주변의 흔한 여자 친구들이었지만 그저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상냥한 말씨. 배려와 센스가 넘치는 애티튜드등.

 

 

 

그녀들의 존재는 꿀처럼, 남녀 시청층을 화면으로 끌어들였다. 그건 그간 나는 남자다가 추구해야 할 모든 것이었다. 여자를 보고, 듣고 싶은 남자들이 화면으로 모였고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쁜 여자들을 구경하기 위해 여자들이 모였다. 결과는 11회 만에 이룩한 대승리였다. 난공불락 같았던 ‘나 혼자 산다’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자체 시청률 또한 역대 최고였다.

 

11회 동안 외면했던 프로그램은 선입견 때문이라도 찾는 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11회 만에 재밌어졌다고 해서 고정 시청층이 탄탄한 나 혼자 산다를 물리고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다는 것은 MC 유재석을 향한 시청자의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중은 웬만해선 유재석의 프로그램을 외면하지 않는다. 유재석의 네임드는 그 무엇보다 유혹적인 메리트니까.

 

 

 

절망의 끝에서 회생 가능성을 발견한 가운데 나는 남자다가 시즌1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애석하게도 남자의 틀을 버리는 것에 있다. 남자를 다 알지 못하는 여자지만, 초라하고 졸렬한 치부까지는 들추어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남자의 진면목을 알려주겠다며 비뚤어지고 왜곡된 남성성을 강요하는 것은 남녀 모두의 시청층을 놓치는 패착이다.

 

물론 착하고 어수룩하지만 그저 촌스럽고 센스 없는 남자의 약점을 대신해 요즘 유행한다는 여성 혐오에 이바지한다면 이 프로그램의 화제성만큼은 끝내줄지도 모른다. 적잖은 시청률 또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유재석의 프로그램이 그리고 놀러와를 추억하게 하는 나는 남자다가 그런 식으로 망가지기를 원치 않는다. 결코.

 

 

 

나는 남자다의 성공 요인은 남자가 아니라 도리어 여자들에 있다. 그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끊임없는 의문과 흥미를 제공하는 것. 그것은 비뚤어진 남성상이 아닌 올곧은 인간성에서 비롯된다. 남자들의 살림살이를 파헤치는 나 혼자 산다가 흥했던 것처럼. 투박하고 공격적인 마초가 아닌 부드럽고 배려있는 내실을 가진 남자. 약한 남자의 치부를 공개하는 것이 아닌 여자들의 이상형, 그리고 남자들의 이상향을 제시하는 것. 그 훌륭한 견본을 이 프로그램은 이미 메인 엠씨로 갖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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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쓰고픈샘 M/D Reply

    나남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어요. 저번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닥터콜 M/D

      ^^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2. 탁발 M/D Reply

    흥미로운 발상입니다. 지금의 남자다로서는 뭔든 돌파구를 찿아야 하는데, 이런 의견도 꼭 챙겨봐야 할 것 같네요.

    • 닥터콜 M/D

      박수 받으며 시즌1을 마쳤으면 좋겠어요.

  3. M/D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닥터콜 M/D

      선입견이 있어서 멀리하는 분이 꽤 계신 것 같아요. 참 착하고 어수룩한 프로그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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