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호평 받은 작품의 리메이크는 원작과 사사건건 비교 당해야 하는 숙명이 뒤따른다. 그러니 평타만 쳐도 본전은 찾은 거다. 국내 웹툰계의 센세이션인 ‘미생’을 리메이크 하고도 극찬이 터진 실사화 된 ‘드라마판 미생’은 본전 그 이상을 회수한 셈이다. 주말을 기점으로 현 2회까지 방영된 미생은 이 땅의 수백만 직장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칭찬 받고 있는 와중이니까. 물론 그 공의 일부는 잘 빠진 캐스팅이다.

 

리메이크작의 관건은 역시나 캐스팅이다. 애초에 실사화 된 작품을 리메이크 하는 수준이라면 좀 나을 텐데 – 그건 그나마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니까 – 이건 그림을 상대로 싸우자는 격이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인간이 표현할 수 없는 한계조차 가능함이 그림일지니. 원작 팬의 기대치는 현저히 높고 때문에 배우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생의 실사화는 극찬 받았다. 특히 주인공 장그래를 실사화 한 임시완의 연기 극찬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시청자는 물론 업계 종사자며 전문가의 평 또한 감탄 또 감탄이었다. 원작자 윤태호 작가가 덧붙였던 임시완의 미덕, ‘보지 않아도 되는 지점을 보고 있는 청춘의 자화상’을 실사화 한 것이 임시완의 연기였다. 일체화될 수 없는 감상적 공감대인 ‘먹먹한 감정’을 불특정 다수가 공감하게 하는 힘이 놀랍기만 했다.

 

불호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임시완의 반응과 대조적으로 여주인공 강소라의 연기 평은 다소 호불호가 갈렸다. 심지어 다소 감정적인 어조로 임시완에 비해 확연히 뒤떨어진 강소라의 존재감을 나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숫자로 각이 떨어지는 스포츠가 아니니 평이 엇갈릴 수밖에 없지만 존재감 논란으로 꾸중 듣는 강소라가 어쩐지 속상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오히려 내가 충격 받은 쪽은 강소라였기 때문이다. 임시완의 감수성에 위로 받았다면 강소라는 물리적인 테크닉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아쉽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여성미를 강조한 육감적인 매력의 실사판 안영이는 보다 자극적인 인물이 됐다. 허나 이것은 연출 방향의 차이일 뿐, 강소라 연기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콘텐츠를 전환하며 생긴 불가결한 연출 방향을 배우의 연기 탓으로 몰아갈 수 없다.

 

단순히 원작과의 유사성만을 따지고 볼 때 2013년에 방영된 미생 프리퀄의 유사성이 더 월등하긴 하다. 안영이 역의 김보라 뿐 아니라 오차장인 조희봉부터가 그렇다. 그리고 작품의 싱크로율만을 문제 삼는다면 임시완의 장그래 또한 원작과의 괴리감을 무시할 수 없다. 감성적이고 촉촉한 임시완의 장그래에 비해 원작의 장그래는 다소 메마른 인상이었다.

 

 

 

드라마 미생은 원작을 복제하지 않아서 더 즐겁다. 키 만한 책가방 멘 어린아이의 뒷모습처럼 안쓰럽고 먹먹해서 가슴을 울린 임시완의 장그래. 그리고 능력자 안영이의 실력을 완벽하게 실사화 해낸 강소라의 테크닉. 강소라가 이 작품에 얼마나 큰 공을 기울였는가는 모국어 아닌 외국어 스피치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해낸 계약 체결 장면에 있었다.

 

 

 

깐깐한 해외 바이어 앞에서 느닷없이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며 좌중을 주목케 한 안영이. 그녀의 회사에서 판매 중인 여성 속옷을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상품을 팔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안영이의 대담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허나 섹시한 자태보다 더 남심을 설레게 했던 건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쏟아놓는 홍보 멘트였다.

 

 

 

“내구성 확인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직접 입고 며칠 테스트 해 봤습니다. 볼륨이 꺼지는지, 세탁 후 변형이 있는지.” 실제 외국인인 배우와 이질감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안영이의 스피치는 자신만만했다. 가슴 쪽은 어떠냐는 바이어의 질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남직원을 뒤로하고 여유 있는 미소 만연해 거침없이 가슴의 패드를 꺼내드는 대담함이 아찔한 몸매보다 더 도발적이다.

 

방송이 나가고 시청자는 그녀의 물 흐르듯 유창한 영어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는 호평마저 나왔다. 발음과 같은 기본적인 테크닉 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위축되지 않는 여유와 대담함이었다. 네이티브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다름 아닌 용기와 자신감이라는 사실을 실천해보인 강소라의 연기였다.

 

 

강소라의 외국어 실력은 영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업무 통화라면 모국어라도 당황스런 초짜 장그래에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는 속사포 러시아어들. “전화 좀. 전화가 왔는데 제가 못 알아들어서요.” 땀 젖은 얼굴로 머리를 긁다가 블라우스 잡은 제 손가락에 화들짝 놀라 버린 장그래. 그 가녀린 어설픔에 어쩔 수 없이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 안영이가 수화기를 들었다.

 

영어인지 러시아어인지 이탈리아어인지도 몰랐던 장그래가 그저 못 알아듣는 외국어라고 전했을 뿐인데. 한국어로 통성명을 하려다 쏟아지는 러시아어에 잠깐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유창하게 쏟아내 놓는 매력적인 러시아 발음.

 

 

영어는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손쳐도 어찌 생소한 러시아어마저 유창할까 싶어 혹여 전공자이거나 원어민은 아니겠느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소속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고작 2시간의 수업을 들은 게 전부다. 이후는 모두 녹음된 러시아어를 틈나는 대로 반복하며 공부했다.”

 

 

안영이를 완벽 실사화하기 위한 강소라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순간 우스워져 버렸을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본 전공자 또한 몇 군데 틀린 강세가 있어도 드라마에서 구현해낼 수 없는 수준의 자연스러운 러시아어라는 극찬을 해줬으니까.

 

친구에게 과외 받는 어린애처럼 경악한 눈으로 맞잡은 두 손을 어찌할 줄 몰라 꼼지락대는 장그래. 그의 비련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안영이의 노련함. 이 어린 배우들이 만화와 공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여실히 증명하는 결정적 한 컷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임시완과 강소라는 화면 밖 또 하나의 장그래들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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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미생"에서 임시완,강소라,이성민등은
    예상 범위에 있는데,
    '강하늘'은 예상외로 연기를 해서,의외로 다크호스의 스멜이...
    솔직히 드라마"미생"이 에피소드가 길고,지루한 감이 있는데,
    '강하늘'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나와서 왠지 기대가 되네요.

    '임시완'과 '강소라'얘기는 딱히 할 내용은 없네요.. ㅜㅜ

    개인적으로 '강하늘'의 파토스(정념,충돌)적인 연기와
    "임시완"과"강소라"의 로고스(분별,이성)적인 연기의 충돌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되네요..

    설마_ '임시완'의 러브라인으로 '강소라'를 사용하지 않아으면
    좋겠네요...

  • 장그래는 원작자 윤태호작가가 만화와 외형부터 닮았다고 만족한 캐스팅으로 알고 있어요. 강소라는 좀 의외라고 하셨고. 어쨌든 원작 꼭 따라갈 필욘 없으니까요. 좀 아쉽긴 한데 배우연기를 탓할 수 없다는 말이 맞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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