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미생 임시완 연기의 미덕은 청아한 슬픔

화제의 리메이크, tvN의 새 드라마 <미생>이 시청자의 호평 속에 성공적인 첫 선을 보였습니다. 미생은 2012년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된 인기 웹툰으로 2013년 ‘미생 프리퀄’이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 영화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바둑에서 집이 두 개 이상 있어야 ‘살아있다’ 라고 합니다. 두 개 이상의 집을 갖기 위해, 평생을 힘겹게 살아가지만 두 집 내고 안정을 꾀하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겨우겨우 돌 하나 더 잇는 삶이 어느덧 뒤돌아보면 대마가 되어 포기도 쉽지 않게 되지요. 겨우 두 집이라도 내기 위해서, 살아있기 위해서, 자신의 한 판 바둑(삶)을 승리하기 위해서 터벅터벅 한 수, 한 수 돌을 잇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웹툰 미생 예고편에서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미생(未生)으로 바둑 용어에서 착안한 제목을 갖고 있지만 주인공 장그래의 직업은 프로 바둑 기사가 아닌 회사원입니다. 아직 성글지 못한 사회인인 장그래가 낙하산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한 수 한 수 바둑알을 올리듯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상 생존 만화. “바둑 고수에게 배우는 직장 내 처세법” 해서 이 작품의 또 다른 수식어인 ‘직장 내 필독서’ 미생입니다.

 

 

 

리메이크작의 절대 라이벌은 원작입니다. 드라마 미생의 첫 회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원작에 바친 경의와 기합이 듬뿍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새벽의 출근길처럼 푸르스름한 빛깔로 톤 다운 된 화면들. 면도날과 목캔디. 컵에 꽂힌 칫솔과 가족사진을 주시하는 손길. 들었다 올린 컵 아래 동그랗게 남은 커피 자국. 동 트는 건물과 오버랩 된 목을 가다듬어 타이를 메는 장그래의 시청 등급 컷까지. tvN 드라마 특유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감성적 영상미가 일품인 연출이었죠.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주인공 장그래 역을 연기하는 임시완의 캐스팅에 대해 그가 마음에 쏙 든다는 극찬을 전한 바 있습니다. "14살 된 내 아이가 나이에 맞지 않은 성숙함을 보일 때 짠한 마음이 있는데 임시완에게서 그런 연민이 느껴진다. 보지 않아도 되는 지점을 보고 있는 듯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뒷모습을 볼 줄 아는 배우“

 

 

 

윤태호 작가의 평처럼 연민이 서려있는 배우 임시완은 특유의 청아한 아름다움으로 ‘연민의 청춘’ 장그래를 완벽 실사화 시켰습니다. 서글픈 눈빛, 무언가 위축되어 있는 걸음걸이 등 디테일 하나하나가 장그래였습니다. 등 떠밀려 성급히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아이. 위태롭고 또 아름다워서 처연하기 그지없는 임시완의 장그래가  21세기 청춘의 자화상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저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닙니다. 정말 배가 안 고파서 그래요.” 충분히 오만해도 될 만큼 잘난 여자 안영이(강소라 분)이 굶고 버티는 장그래를 ‘마마보이’라며 희롱하자 퍼뜩 정신이 돌아온 임시완, 아니 장그래의 눈빛은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죄책감이 들게 하는 상처 받은 눈동자. 이윽고 결연해진 눈빛. 그저 순하고 만만하게만 보였던 인상에서 순식간에 선을 그어버리는 3단계 변신을 그 짧은 순간에 잘도 해냅니다.

 

 

21세기의 젊은이들에겐 청춘조차 짐입니다. 그 먹먹한 감정이 장그레의 눈빛 위에 아른거립니다. 그것은 곧 임시완 연기의 미덕이죠. 상처 받은 눈동자에 결의를 품은. 21세기 청춘의 자화상인 청아한 슬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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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순정 M/D Reply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임시완'의 캐릭터 장그래의 "바둑"에 대한
    디테일(버릇,관찰등)하지 못한 연기는 아쉽네요.
    이미 '미생_프리퀼'도 했는데...

    "장그래" 캐릭터가 어릴 때부터 "바둑"을 했기 때문에,
    "바둑"의 제일 기본인 상대방의 수 읽기(관찰)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그런 연기가 없어서...

    그리고 오프링은 좋은데,'프롤로그'의 중동 모습과 추격전은
    뜬끔없고...
    오히려 "바둑 기보"를 보여 주는게
    "미생"의 세계관(바둑을 통해 회사와 사회에 적응하는)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네요...

    드라마 "미생"이 고졸출신 낙하산 신입사원의 고군분투기라면 굳이
    윤태호의"미생"을 원작으로 할 이유가 없죠...

    마지막으로 드라마의 소제목으로 바둑의 격언을 사용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네요..
    예) 1화-패을 두려워하지 마라..

    • 닥터콜 M/D

      첫 장면이 느닷없는 인디아나 존스풍이라 저도 당황스러웠습니다.^^:;

  2. 탁발 M/D Reply

    사람은 참 타고나길 잘 타고나야 합니다.
    청아한 슬픔이란, 연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분명 외모가 뒷받침해줘야 가능하니 말입니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여리고 셈세한 선을 가진 임시완이 딱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장그래 캐릭터에는 참 잘 맞는 것이 분명합니다.

    • 닥터콜 M/D

      ^^ 사람의 타고난 매력인 것 같아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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