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비밀의 문 박은빈 예상을 뒤집은 연기력 미모 보다 빛나는 발성

비밀의 문 박은빈 예상을 뒤집은 연기력 미모 보다 빛나는 발성

 

역사 왜곡 논란과 감각적인 캐스팅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한 몸에 끌어 모은 SBS 월화 사극 ‘비밀의 문’이 성공리에 첫 주 방영분을 끝마쳤다. 깐깐한 할아버지긴 했다지만 난장형 고문을 폐지하고 문화 발전에 힘을 기울였으며 검소한 삶을 살았던 조선의 르네상스, 영조의 시대가 사도세자의 재해석이라는 구실 하나에 이토록 난도질당해도 괜찮은 것인가는 여전한 의문이다.

 

 

 

 

비밀의 문의 화려한 캐스팅은 역사 왜곡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죄책감을 덜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비밀의 문은 사극계의 새로운 신성으로 떠오르는 한석규의 드라마였고 제대를 마친 이제훈의 복귀작이었다. 또한 세상에서 한복이 제일 잘 어울리는 소녀, 김유정의 첫 주연 드라마이기도 했다.

 

 

 

적어도 비밀의 문은 캐스팅 일람 네 페이지에 서있는 박은빈의 드라마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가. 드라마가 방영되고 사람들은 한석규의 존재감이나 이제훈의 재림, 혹은 김유정의 화사함이 아닌 뜻밖의 인물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바로 혜경궁 홍씨 역할의 박은빈 말이다.

 

만 22세라는 어린 나이로 90년대 후반에 데뷔하여 녹록치 않은 경험을 쌓아왔던 박은빈이 그녀의 이름 석 자에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태왕사신기’에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이 알고 싶다’의 교복 소녀에서부터였을까.

 

 

 

"불경한 일을 바로 잡는 것은 법도 위에 있는 일입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문소리의 아역을 연기했던 그녀는 나이를 극복한 성숙하고 목가적인 외모로 연기신 문소리를 고모라 핀잔 듣게 하는 아름다움을 자랑했지만 사실 연기력은 그 만큼이 못 되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완성된 얼굴이나 오랜 경력을 쌓은 아역 배우 출신임에도 연기력은 심심 밋밋하거나 그 아래였던 것이다. 특히 모기처럼 연약한 이 아이의 발성은 훗날 연기 거목이 될 이 아이의 미래를 막아서는 안타까운 핸디캡이었다.

 

"적당히 얼버무릴 생각 마세요. 난잡한 행각의 원인은 아무도 모르게. 이런 것도 아무데나 굴리지 말고 숨어서 혼자서만. 숨어서 혼자서만 하셨어야죠." 그랬던 박은빈이다. 그랬기 때문에 한석규, 이제훈, 김유정이라는 이미 걸출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그녀의 발전이 더 눈에 들어 왔었나보다.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정조의 생모. 그리고 그 유명한 ‘한중록’의 저자, 혜경궁 홍씨를 연기하는 박은빈은 사도세자를 노론과 소론의 당파 싸움에 휘말린 정치적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과 무차별적인 정신병자 살육마로 해석하는 논의 사이에서 키워드를 쥔 중요 인물이다.

 

흉흉한 시기에 아들 정조의 보위를 지켜냈으며 궁중 여인의 한이 서린 한중록을 발판으로 뭇 사람들의 동정과 존경을 받는 그녀를 최근에 이르러서야 권력 중심의 냉혹한 엘리트로 평가하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드라마는 혜경궁 홍씨를 사도세자의 정의와 반하는 인물로서 ‘왕비 영재교육’이 키워낸 일등만능주의자에 뿌리 깊은 열등감을 가진 인물로 못을 박았다. 덕분에 박은빈이 표현해내야 할 혜경궁 홍씨는 명랑 드라마 여주인공 같은 김유정의 서지담에 비해 겨울의 호수처럼 차고 이지적이다.

 

 

 

사도세자의 재평가를 위한 서포터일 뿐 명백히 메인 주인공은 아닌 그녀이기에 2회까지의 방영분에서 그녀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비중에서나마 돋보이는 그녀의 연기력과 존재감은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되새기고 싶은 명장면으로 남았다. 특히 남편 이선(이제훈 분)의 조롱과 환멸을 이성으로 제압하는 부분에선 도리어 이제훈의 연기가 밀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박력이 넘쳤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도대체 그 모기 발성이 어디 갔나? 싶게 탄탄하고 웅장해진 목소리의 파장이다. 아무리 감정이 좋은 배우라 해도 발성이 흐릿하면 터뜨리는 순간이 우스워질 수밖에 없는데 그 난관에 봉착해있었던 박은빈이 난공불락의 핸디캡을 깨뜨려버렸던 것이다.

 

 

 

2회에서 김택(김창완 분)의 약점을 제압하기 위해 아버지 홍봉한(김명국 분)을 우아하게 구슬려 야망을 드러내는 순간은 도리어 여유가 넘치고 기품이 넘쳐 더 위압감이 있었다. 연기에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없이, 그럼에도 섬세했다. 웃다가 순간 싸늘해지는 우아한 포효 하나, 하나가 순간을 압도했다. 자신의 연기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여실히 파악하고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표출 가능한 내공이었다.

 

 

비약적으로 발전된 그녀의 연기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했던 배우 박은빈의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가녀린 발성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리라 직감했을 박은빈은 거듭된 훈련을 통해 기본기를 다져나갔다. 그 노력의 결실이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증명된 것이다.

 

 

아역 배우의 반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어린 배우들의 성장과 활약이 두드러지며 세대교체를 기대하게 하는 요즘 그 한축에 박은빈 또한 한몫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비밀의 문의 포문은 박은빈의 드라마가 아니었지만, 이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라면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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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순정 M/D Reply

    안녕하세요.

    후반부로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캐릭터(혜경궁 홍씨)라고 생각했요...
    영-정조 시대에 최후의 승자가 '혜경궁 홍씨'이기 때문에, 후반부에
    히든 카드(비밀 병기)로 활용 할 듯..

    '혜경궁 홍씨(박은빈)'에게서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의 스멜이...

    • 닥터콜 M/D

      비담은 센세이션이었지요. 한국 사극 역사상 그런 캐릭터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어요.

    • 글쓰고픈샘 M/D

      비담 너무 멎진 케릭터였죠. 닥터콜님 말대로 다시 그런 캐릭터가 나올수 있을까 싶네요.

  2. 글쓰고픈샘 M/D Reply

    진짜 기대돼네요. 시간 나면 봐야겠다요.

    • 닥터콜 M/D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ㅎㅎ 좋은 배우들이 많습니다.

  3. 반가 M/D Reply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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