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영화

타짜2 신의 손 소년만화로 돌아온 타짜 도박보다 짜릿한 최승현의 한판 승부

- 소년만화로 돌아온 타짜 신의 손이 상징하는 세 가지 의미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김윤석, 이수경을 대신해 최승현, 신세경, 이하늬, 이경영, 곽도원으로 채운 타짜2 : 신의 손은 기름기를 쫙 뺀 참치처럼, 가벼워 예쁜 팬시상품과도 같았습니다. 전작이 24시간 팔팔 고아낸 명인의 순대국밥이라면 타짜2는 한 봉지의 사리곰탕인 거죠. 하지만 짜장면 먹고 싶은 날이 있고 짜파게티 먹고 싶은 날이 따로 있는 것처럼 가볍다고 해서 타짜의 가치가 퇴색된 것은 아닙니다.

 

 

 

도박판의 아귀(김윤석 분)이 꾼의 악몽이라면 타짜 전설의 시발점이자 스스로 노름판의 유토피아가 된 고니(조승우 분) 타짜 시즌2는 고니의 유전자를 가진 조카, 함대길(최승현 분)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고니의 조카라는 프로필 하나만으로 타고난 천재성이 증명되는 노름판의 기타지마 마야, 함대길. 때문에 음지의 기술을 전수 받는 즐거움이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초짜를 성장시켜 고수로 키워내는 성장드라마로서의 재미는 빈약해졌죠. 배워봐야 좋을 것 하나 없겠지만. 상실된 전문성만큼이나 완성도가 덜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타짜는 이미 공인된 천재인 함대길의 손기술을 설파하는 대신에 보다 밀접한 인간관계의 배신과 반목, 그리고 소년의 순애보로 서사를 채웠습니다. “네가 날 살려줬으니까 이제부터 내 목숨은 네 거다.” 이런 함대길의 캐릭터는 동일 작가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속 까치, 오혜성의 이데아와 더 닮아있습니다. “네가 곧 나에겐 신이었고, 그 편지가 성전이었다. 언젠가 말했지만,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전작에서 고니의 끝판 대장이었던 아귀가 재등장해 극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하지만, 사실 그의 등장은 팬에게 바치는 헌사나 카메오의 영역에 더 가깝고 타짜 신의 손에서 아귀VS고니의 구도를 담당하는 관계는 주먹을 부르는 사나이, 배우 곽도원이 연기하는 장동식과 함대길의 포지션이죠.

 

 

 

영화는 흥미롭게도 까치 함대길의 엄지 같은 그녀, 히로인 허미나(신세경 분)을 성물처럼 내세워 그녀를 통한 구원이 곧 신의 손이 되는 도리임을 두 남자의 결말에 비추어 해답을 제시합니다. 허미나에게 삶을 구원 받은 함대길, 그녀에게 있어 거둬가는 것조차 더러운 목숨인 장동식의 최후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되었는가를 비교해보는 것 또한 극의 숨겨둔 묘미죠.

 

 

 

전작이 워낙 주연에서 조연까지 연기판의 타짜인 배우들만 불러 모은 작품이었기에 누가 캐스팅된다 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자리였지만, 제작진이 과감하게 기용한 아이돌 출신 배우 최승현(빅뱅의 탑)과 아직 영화판에서 입지가 굳지 않은 신세경, 배우보다 모델의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이하늬의 캐스팅은 무모하다싶을 만큼 도전적이었지요.

 

그러나 이 무모했던 도전은 소년 만화 같은 타짜2와 비교적 잘 어울려 완숙미를 대신한 풋사과 같은 즐거움을 줍니다. 후반부에 ‘그분’이 등장하시어 격이 다른 연기를 보여주십니다만, 물 흐르듯이 전작과 후속작 모두에 잘 어울렸던 유해진과 달리 도리어 넘쳐서 사족이 아닌가 싶은 송구스런 불만이 들더군요.

 

 

 

데뷔부터가 임권택의 이몽룡이었던 조승우와 빅뱅의 탑으로 더 익숙한 최승현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건 무리수입니다. 다만 타짜2의 주인공 최승현은 전작의 조승우와 대결하지 않고 친목하며 자신만의 매력을 슬그머니 소개해봅니다.

 

주로 과묵한 역할을 도맡았던 그가 이번엔 휘어진 눈을 하고 능글맞게 치고 빠지는, 한 마리의 고등어 같은 미끈덩한 연기를 제법 쫀쫀하게 소화해냈습니다. 무게를 잡는 것보다 덜어내는 연기가 더 까다로운 만큼 이번 작품은 그에게 기념비가 될 만한 필모그래피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반 부분까지 상당히 자연스러웠던 그의 연기가 뜻밖에도 절규하는 부분에서 무너지는데 이 장면이 어떻게 OK사인을 받았지? 싶을 만큼 의아한 수준이었습니다. 첫 촬영이었거나 빨리 찍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거나 아무리 찍어도 이상의 최선이 나오지 않는 절망적인 상태였거나 그랬겠지요.

 

 

 

제게 있어 인상적이었던 연기와 캐릭터는 짜리 역의 이동휘와 이하늬가 연기한 우사장이었습니다. 개그콘서트의 막시무스(김재욱 분)을 닮은 얼굴의 사근사근하고 친절했던 그가, 비뚤어진 살리에리의 열등감으로 일그러지는 연기가 인상적이더군요.

 

자연스럽게 느물대면서 감정의 변화를 이질감 없이 소화해내는 – 그에게 할당된 지면이 그리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 충실한 연기는 이 작품에서 감독이 요구했을 연기톤의 최상을 실현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복수 당할 짓을 하고도 도리어 피해자를 향한 적개심을 품는 독특한 가해자, 우사장 역의 이하늬는 감추는 것 없이 원색적으로 모든 것을 드러내는 캐릭터임에도 묘한 여운을 남기는 미스터리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최후는 이 작품에서 가장 무겁고 그로테스크한 감동을 전합니다.

 

 

 

타짜, 신의 손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제목입니다. ‘판을 지배하는 이는 패를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최고의 패를 가진 순간에 내려놓을 수 있는 손. 그게 바로 모든 꾼들의 유토피아, 고니가 가졌던 신의 손이죠. 허미나가 건넨 구원과 용서의 손, 구원을 거부하고 악몽을 선택하여 문을 닫아버린 우사장의 손, 그리고 고니 유전자가 대길에게 남긴 진짜 유산인 신의 손. 세 개의 손이 상징하는 의미가 인생의 철학이 되어 가슴에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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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D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진순정 M/D Reply

    안녕 하세요.
    강형철 감독은 신파 요소를 현대적으로 맛깔나게 잘 뽑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최동훈 감독은 장르에서 오는 긴장감과 쾌감을 배우들 연기 속에서 맛깔나게 뽑는 재능이 탁월하다고...
    세부적으로 보면는 최동훈감독과 강형철 감독하고 재능은 차이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강형철 감독이 최동훈감독의 아류필이 나는 그런 평가가 '타짜2'에서도 동일하게 평가 절하 되도 별 무리가 없네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계획대로 '장준환'감독으로 가는 편이 최소한 아류작이라는 평가는 피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네요...
    '최승현'은 가수로서 빅뱅의'탑'과 배우로서'최승현'으로 나누었으면,
    최소한 아이덴티티(자기 정체성)도 나누고 가야 하는데,
    빅뱅의 '탑'과 배우의 '최승현'의 차이점도 없고,
    그냥 동일 인물이라는 ....
    배우를 하고 싶은 아이돌 스타 느낌 정도....
    그래도, 이 영화의 재미 있는 점은
    '모짜르트(CJ,최동훈,김수현)후예는 되고 싶은데,
    살리에르(롯데,강형석,최승현)후예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배급사(롯데),감독(강형석),배우(최승현)가 같은 작품의
    후속작에 나온 점은 재미있는 '기프트 선물'이네요....
    * 개인적으로 모든 살리에르 후예들을 좋아합니다.
    ('이순신 장군'보다는 '권율 장군'을 '김연아'(1인자의 완변함)보다는
    '아사다 마오'(2인자의 불안함)를 더 좋아합니다.)
    비록 '모짜르트'는 될 수 없지만,
    '악성_베토벤'의 스승이 될 수 있는 살리에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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