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괜찮아 사랑이야 공효진 몰입 방해하는 최첨단 패션

괜찮아 사랑이야 공효진 몰입 방해하는 최첨단 패션

지금은 도리어 그쪽에서 배워야 할 수준이라지만, 처음 일본 드라마를 접했을 때 신세계를 외치며 감탄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시 국내 네티즌들은 한계를 뛰어넘는 무궁무진한 장르로 무장한 일본 드라마의 다양성에 감탄하며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개탄했었다.

 

 

 

 

 

하지만 필자가 이 신문물에 감탄했던 것은 만화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나 어떻게 이런 걸 드라마로 써? 하게 신선했던 소재 따위가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대단히 기본적인 디테일에 신선함을 느꼈었다. 내가 처음 봤던 일본 드라마의 몇몇 주인공들은 대체로 단벌신사였다.

 

그들은 한 겨울이 되어도 한 두 벌의 코트나 점퍼로 참고 버텼다. 하루 벌어먹기도 힘든 가난한 여주인공이 하루에 한번 꼴로 코트를 갈아입는 풍경에 익숙했던 난 일본 드라마 속의 ‘입었던 옷을 또 입는다.’는 발상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실생활에서는 재벌이라 하더라도 입었던 옷을 또 입는다. 한번 입은 옷은 무조건 버려야 하는 극도의 신경 쇠약 상태라면 모를까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매일 매일 새 옷을 입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최근 소소한 관심을 끌고 있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 괜찮아 사랑이야는 어딘가 미국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의 오마주 같다. 아무렇지 않게 섹스 라이프를 입에 올리는 대담함이 – 섹스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써야 쿨한 사람이라는 인식 자체가 촌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 오마주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이 드라마를 감명 깊게 봤었나 보다는 생각 정도는 스쳐 지난다.

 

 

 

하지만 드라마 속 내용보다 더 섹스 앤더 시티 같은 것은 사라 제시카 파커를 방불케 하는 여주인공 지해수(공효진 분)의 패션이다. 해수는 패셔니스타다. 눈이 부실 만큼 강렬한 색상에 기하학적 무늬를 담은 과감하고 요란한 옷들을 무대 의상이 아닌 작업복으로 입고 나서는 그녀다.

 

문제는 사라 제시카 파커가 분한 캐리는 방세 낼 돈은 없어도 명품 구두 살 돈은 있는 사람, 패션에 미쳐 사는 여자라는 설정이 존재했었고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 또한 비중의 대부분을 남자와 패션 이야기로 채운 작품이었기에 전혀 이질감이 느껴질 것이 없었지만,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공효진이 맡은 역 지해수는 상처 때문에 연인과의 스킨십을 힘들어 하는 소극적 면모를 가진데다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대학 병원의 의사로 출연한다는 점이다.

 

 

 

하물며 괜찮아 사랑이야는 섹스 앤더 시티처럼 30대의 패션을 논하는 드라마도 아니다. 톡 까놓고 말해 이 드라마 속에서, 몰입을 방해할 만큼 요란스러운 공효진의 패션이 이토록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할 아무런 필요성을 못 느낀다.

 

 

현재 공효진의 패션이 표현한 지해수는 사회 경험이라곤 쌓아본 적 없는 재벌가 막내딸이 어부지리로 얻은 의사의 기회를 천방지축으로 망쳐버리는 만화 캐릭터 같다. 적어도 노희경이 던져준 대사를 소화하기 전까지의 겉모습은 그렇다.

 

 

 

물론 의사 역할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형적인 이미지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 속 공효진의 패션은 그 일부의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파격적이다. 일반인은커녕 연예인이라 쳐도 평상복으로는 입기 어려울 것 같은 무대 의상을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돈타령을 입에 달고 사는 지해수가 즐겨 입는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면서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런웨이를 걷는 모델의 옷을 벗겨 입은 것 같은 지해수의 의상은 연예계의 소문난 패셔니스타 공효진의 취향이 반영된 영향일 것이다. 패션은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패션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공효진이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공효진은 이 최첨단을 달리는 모델 의상을 지해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준비한 것인가. 아니면 패셔니스타 공효진의 패션 감각을 증명하기 위해 준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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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탁발 M/D Reply

    공효진의 취향도 있겠지만...협찬의 위력도 무시 못하지 않을 겁니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캐릭터와 조화되지 않는 패션이라면 배우의 역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신호겠죠.

  2. 마음속의빛 M/D Reply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는 의류 협찬이 일상화 되어 있는 상화이며,
    노희경이라는 네임류 작가라 원고대로 시나리오가 그대로 흘러가지, 대다수 작가들은
    원고를 다 써서 제출해도 의류 같은 협찬사의 압박 때문에 원고를 재수정하는 작업이 많다더군요.

    이 부분은 작가의 역량에 아쉬워하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드라마 자본 논리를 비판할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드라마 보면 이젠 단골처럼 나오는 옷가게에 가서 옷 하나씩 입어보는 장면...

    최근 보고 있던 오 나의 귀신님에서도 박보영이 옷 선전을 열심히 하던데,
    이 작품 역시 군데군데 ppl의 흔적이 남아있긴 하죠.

    그것을 감안하고 보면 참 잘 만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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