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무한도전 박명수 곤장2호 사과방송을 빙자한 박명수 살리기 박탈감이 느껴진다

무한도전의 멤버 박명수가 곤장2호의 주인공이 되었다. 무한도전의 곤장 시스템은 선거 특집 프로젝트 <선택 2014>에서 국민이 선택한 리더로 선출된 유재석이 당시 내세웠던 공약이다. 시청자 게시판의 말머리를 온통 ‘박명수씨!’로 덮어버렸던, 박명수의 불성실 태도가 이날의 화두로 올랐고 청문회를 통해 문초를 받은 그는 결국, 서울 시내에서 칼을 쓰고 곤장을 맞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시자, 빌게이츠는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꿈꾸는 청춘들에겐 잔혹하지만 그럼에도 필요악인 인생의 진실을 일깨워준다. “인생이란 어차피 불공평한 거다. 그 사실에 빨리 익숙해져라.” 무한도전 388회, 스피드 레이서의 마지막 이야기. 하지만 그보다 더 중심이 되어버린 박명수의 이야기,

 

 

 

무한도전 곤장 2호의 탄생. 논란이 된 박명수의 불성실 태도를 성토하는 행위마저도 비난을 죽이고 그를 동정하도록 물꼬를 틀어주는 유재석과 김태호PD를 보자 나는 생뚱맞게도 이 말을 떠올렸다. “인생이란 어차피 불공평한 거다. 그 사실에 빨리 익숙해져라.”

 

사실 지난주의 방송에서 유재석의 발언에 조금은 놀랐었다. “우리는 서포터즈가 아니라 슬리퍼즈야. 저 형은 욕먹고 나면 다음 주에는 정신 차릴 거야.” 멤버 모두가 참여하기엔 허용 인원이 모자랐기에 최악의 성적을 가진 두 사람, 박명수와 정형돈은 KSF에 출연하지 못하는 대신 출전 멤버들의 손과 발이 되는 서포터즈의 역할을 맡았다.

 

 

 

어차피 방송에 나오지 않는 연습은 멤버 개인이 따로 하는 것이라 결승 당일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날 박명수의 태도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그 단 하루의 시간마저도 시청자는 물론 유재석까지 기함하게 한 불성실 태도 때문이었다.

 

박명수는 이날 기면증에 걸린 사람처럼 계속해서 잠을 잤다. 생각해보면 참 황당한 것이 서포터즈의 역할 자체가 박명수가 이행해야 할 이날의 출연 목표이고 그 때문에 거액의 출연료를 받는 것일 텐데 일하는 도중에 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운다는 사실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의 태도는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상사의 눈치를 보며 박카스 한잔에 만족해야 하는 이 시대의 모든 샐러리맨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그래서 늘 알면서도 넘어가줬던 박명수의 불성실 태도를 이날만큼은 유독 꾸짖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시에는 슬리퍼즈라고 비아냥댔던 유재석과 무한도전이지만 결국, 그에게 사과방송을 빙자한 면죄부 방송을 개최해줬다. 청문회 형식으로 준비된 이날의 코너에서 박명수는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이유는 인기 덕분인 거죠!” “게시판 지분은 인기의 척도.” = “잦은 구설은 내 인기 덕분.” (구설에 오르는 이유를 묻는 앵커 손석희를 향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응대한 부적절 발언.)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대선 전 누구와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발언. “30초만 숨 쉴 시간을......”= 김명수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서 주목이 된 발언을 모두 패러디했다. 심지어 30초만 숨 쉴 시간을 달라고 하고 종이컵에 물을 마시던 모습에 착안. 생수병에 입을 대는 박명수의 리메이크는 그 깨알 같은 디테일에 큰 호평을 받았다.

 

 

 

아이를 혼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성난 어른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건 아이가 혼나기 전에 바삐 나서서 내가 먼저 야단을 치는 것이다. 그럼 도리어 성난 어른은 폭풍전야 같았던 분노를 가라앉히고 오히려 이 아이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혼내는 나를 두고 “좀 지나친 것 아니냐.”라고 말리기까지 할 것이다.

 

이날 무한도전의 사과 방송이 이런 계획 하에 마련되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망상일까. 의도가 어찌되었던 박명수는 박명수씨!로 가득 찼던 시청자 게시판을 “역시 명수옹!”이라는 찬사로 뒤바뀌게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박명수가 아닌 무한도전이 그랬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 섬세한 패러디를 박명수 혼자 준비했을 리 만무하고 대본이 아닌 이상 그토록 당당하게 내가 뭘 잘못했느냐 하는 태도를 보일 리가 없을 테니까.

 

 

 

무한도전이 준비한 정치인 패러디와 처참한 모습으로 곤장 맞기라는 두 개의 계획으로 박명수를 향한 논란은 씻은 듯이 사라지게 되었다. 1차의 계획으로 박명수는 역시 무한도전에 필요한 사람!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며 2차의 계획은 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동정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사과 방송은 곧 박명수 논란을 죽이는 방송이 되었다.

 

차량 반파 사고로 5개월간의 노력이 물거품 된 유재석이었다. 그럼에도 참 잘 참았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유재석이 눈물을 흘리게 된 순간은 분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실패 순간이 아니었다. 그가 울었던 것은 멤버 노홍철이 완주 실패를 하게 된 순간이었다. 대기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재석은 아무 말 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의 실패가 아닌 멤버의 완주 실패에 눈물을 흘리는 유재석. 그것은 결국, 그가 장장 5개월간 노력했던 모든 이유가 혼자만의 독주를 위함이 아닌 무한도전 멤버 전체의 승리를 위해서였음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날 주목을 받은 것은 5개월을 응축한 유재석의 눈물이 아니라 멤버들의 결승전에서 잠을 자며 한 여름의 배짱이 노릇을 했던 박명수였다.

 

 

무한도전이 끝나고 빛나는 레이싱의 마지막 이야기가 아닌 박명수로 화제가 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둘러보며 새삼 빌게이츠의 명언을 되새기게 된다. 영원의 여름처럼 서킷을 바라보던 노홍철. 안경을 벗어버리고 끅끅 소리 죽여 우는 유재석의 울음 소리.

 

그들의 여름은 그렇게 끝났다. 그렇게 최선을 다했음에도 차량 이상으로 무너지고야 말았던 2014년의 KSF. 최선을 다하지 못함이 무대의 주연 소재가 된 박명수. 인생은 불공평한 것이 맞다. 하지만 진짜 불공평함을 느끼는 것은 박명수가 유재석을 만났을 때, 유재석은 박명수를 만나게 된 이 극과극의 인복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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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5

  •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하네요. 박명수가 유재석을 만났을 때 유재석은 박명수를 만나게 되었다는 극도의 불공평함 ㅎㅎㅎ

  • 유재석과 박명수를 떠나 무도와 팬에게까지 연장된 인연의 무게겠죠. 불편해도 버리자고는 차마 말하지 못할...그것이 또 길과 박명수의 차이이기도 하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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