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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괴담 이건 공포영화가 아닌 순정만화? 귀신소동보다 두려운 학교 폭력의 실체

 

소녀괴담 후기 이건 공포영화가 아닌 순정만화? 귀신소동보다 두려운 학교 폭력의 실체

소녀괴담장르공포, 스릴러2014.07.02 개봉런닝타임 90분출연 강하늘, 김소은, 김정태, 한혜린, 박두식


 

 

때는 90년대 초반. 사교육이 성행하던 시기였고 아이들은 늦게 귀가했다. 때문에 이 시절 유행했던 괴담의 어원은 대체로 학원 갔다 다른 길로 새는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부모님의 공포정치였다는 설이 많다. 그때 한창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괴담 두 개가 홍콩 할매 귀신과 빨간 마스크 괴담이었다.

 

 

빨간 마스크 괴담은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본의 도시전설 중 하나인 ‘입 찢어진 여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귀 밑까지 걸린 찢어진 입을 감추느라 입을 가렸고 하얀 마스크는 피로 물들어 빨간 마스크가 되었다. 입 찢어진 남자 조커의 유래가 오락가락한 것처럼 그녀의 탄생설화 또한 전개가 불분명하다.

 

다만 이 섬뜩한 몰골의 망령이 지나가는 아이를 붙들고 “나 예뻐?” 라고 묻는데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렇다고 대답하면 그럼 너도 나처럼 예쁘게 만들어 줄게-하고 입을 찢어버린다는 공포의 박력은 캐빈 인더 우즈 안에서도 상급이지 싶다.

 

 

 

 

 

이야기의 각별한 그로테스크함과 희소가치 때문에 빨간 마스크 괴담은 성황리에 제작중인 공포 무비의 소재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시리즈만 해도 몇 편씩이나 만들어지고 있는 이 빨간 마스크 아가씨의 이야기를 귀신이 보이는 소년의 트라우마 극복기와 하이틴표 사랑과 영혼, 그리고 학교 폭력을 향한 섬뜩한 경고를 버무려 만든 안 무서운 공포 영화가 바로 소녀괴담이다.

 

남주인공 강인수(강하늘 분)은 귀신을 볼 수 있는 소년이다. 아니 그 능력에 자율성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귀신이 보이는 소년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리겠다. 인수는 시시때때로 귀신을 보고 소리를 듣지만 애써 외면하며 못 본 척을 한다. 귀엽게도 귀신들은 그가 모르는 채 하면 진짜 못 보는 줄 안다. 인수가 귀신을 외면하는 이유는 한 많은 귀신들의 원한을 풀어달라는 부탁이 버거워서다. 좀 매정하다 싶어도 귀신을 보는 인수가 겪어야만 했던 어린 날의 상처를 떠올리면 도리어 애처롭다.

 

 

 

소녀괴담의 공포는 초현실적인 대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보다 물리적인 고통에서 비롯된다.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해야 할 귀신은 귀엽고 사랑스러운데다 애처롭기 그지없어 차라리 지켜주고 싶은 대상이다. 더군다나 빙의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공범자를 앞세우고 소녀 귀신은 마치 대역을 쓰는 여주인공처럼 소심하게 굴어 초현실적인 공포가 안겨주는 재미는 별반 없다. 차라리 극의 장르를 살인마의 스릴러로 바꾸어야 할 수준이랄까.

 

발상을 달리해보면 빨간 마스크 괴담 자체가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귀신의 저주인지 아니면 싸이코패스의 살인 행각인지의 구분이 모호하기에 덩달아 소녀괴담의 장르 또한 불명확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리 섬세하게 차츰차츰 공포를 끌어올리는 연출이 아니라서 눈으로 보는 공포는 투박하고 성글다는 생각이 들만큼 멋이 없다.

 

차라리 이 영화는 청각적 효과의 공포가 더 크게 느껴지는데 자신의 시체와 대면한 찢어질 듯한 귀신의 울음소리와 비닐봉지를 타고 떨어져 내리는 핏방울 소리, 귀신의 노크보다 더 섬뜩한 칠판을 긁는 분필의 신경질적인 소음 등.

 

 

 

이 영화의 장르를 공포로 규정지으면 그저 그런 가치 없는 작품으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소년 소녀의 순정 만화 같은 사랑이야기라고 달리 생각해보면 꽤나 희소가치가 있다. 버스 정류장에 선 귀신 소녀를 버스 창가로 내려다보며 시선이 얽히는 소년과 소녀.

 

 

이 장면은 공포 영화의 귀신 등장! 같은 섬뜩한 느낌 하나 없이 특이하게도 멜로 영화에서 첫사랑에게 반하는 순간처럼 연출 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역대 하이틴 로맨스 중 가장 특이한 첫 만남이 아닐까 싶다. 핏기 하나 없이 허연 시체 색깔 얼굴의 귀신 소녀를 마치 영화 클래식의 손예진이나 건축학개론의 수지처럼 비추어지게 하는 기묘한 연출이라니.

 

 

 

물론 소녀괴담은 잘 만든 귀신 영화, 혹은 공포 영화가 아니다. 혹평 받는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여러 장르가 느슨한 이음새로 뒤엉켜 전문적인 장르물의 맛이 없고 다소 유치하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리 무섭지가 않다. 사람마다 느끼는 공포의 개인차야 다 각각이겠지만 단호하게 무섭지 않다고 외칠 수 있는 건 이건 공포 영화의 틀을 갖추지 못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귀신에게 첫사랑을 느끼는 소년의 소나기 같은 순애보와 어린 날의 상처를 갖고 있던 소년이 자신의 결함이라고 생각했던 초인적 능력을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기회로 치환하는 성장 스토리라는 점에서는 꽤나 희소가치가 있다. 더군다나 귀신소동보다 더 섬뜩한 학교 폭력의 서슬 퍼런 실체는 이 영화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전달해준다. 도움을 호소하는 귀신이 보이면서도 자신에게 올 피해가 두려워 모른척했던 인수처럼 학교 폭력 또한 한명의 가해자가 아닌 수십, 수백명의 방관자가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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