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쇼타임

런닝맨, 예능신 유재석 진행을 위해 태어난 남자

런닝맨 예능신 유재석 진행을 위해 태어난 남자

런닝맨 202회 주인공 대결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연출 조효진, 임형택, 김주형출연 유재석, 하하, 송지효, 개리, 김종국, 이광수, 지석진

 

고담을 수호하던 밤의 얼굴을 벗은 바람둥이 갑부 부르스 웨인의 낮처럼,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은 상반된 밤낮의 얼굴을 갖고 있다. 잘 만든 히어로 영화의 성공 요인은 괴력의 힘을 감춘 낮의 캐릭터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가능한, 진행계의 스위치 타자 유재석은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각기 다른 매력의 두 가지 캐릭터를 갖고 있다.


 

유재석을 잘 모르는 이가 칭찬이랍시고 그를 폄하하기를, 착해서 유능한 개그맨이라고 하는데 그가 공포의 외인구단 시절부터 지금의 무한도전에 이르기까지, 21세기 리얼 버라이어티 천하의 초석을 다진 인재라는 사실. 동거동락에서부터 내려온 마이너 연예인의 일자리 기회 균등 실천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그 말이 얼마나 모욕적이고 뒤틀린 언사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흔해 빠진 피디와 엠씨가 아옹다옹하는 컨셉 또한 유재석의 잠을 잊은 그대에게가 시초였다고 말할 수 있다.

 

 

리포터 형식이 아닌 제대로 된 메인 MC의 기회가 처음이었던 사람이 프로그램을 맡겨주자마자 홀로 몇 십 명의 연예인을 상대하며 캐릭터를 만들어준, 거의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동거동락 신화까지 거슬러가진 않더라도 그가 얼마나 진행을 잘하는 사람인가는 딱히 사례를 들 필요가 없이 공인된 사실이지만. 산소의 소중함을 매일 되새기진 않듯이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그의 재능을 이렇게 새삼 각인하게 되는 깔아놓은 멍석 위의 유재석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곤 한다.

 

 

이날의 런닝맨 또한 그랬다. 주조연이 확실한 전형적인 국내드라마가 아닌 적어도 서너 명이 주인공인 미국드라마처럼, 진행자이자 그 또한 게임의 참여자인 런닝맨 속 유재석은 어디까지나 과히 티 내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두지휘 해나가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지라 딱히 그의 진행 능력을 되새겨볼 틈이 없었다.

 

 

 

2014 퀴즈 배틀이라는 야심찬 기획 속에 이날의 유재석은 게임의 참여자가 아닌 룰을 쥐고 있는 조물주가 되었다. 더군다나 동거동락이나 엑스맨처럼 떼거지 연예인을 상대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이날 유재석의 진행은, 깐족 대마왕이었던 아날로그 시절의 향수를 떠오르게 했다. 샘 오취리, 에이핑크, 주지훈, 지성, 차유람, 파비앙 등 아이돌과 배우, 타국의 방송인까지. 다양한 성격과 예능 경험을 보유한 이들에겐 아직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은 사람도 예능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인물도 있었다.


 

게스트와 기존 멤버들을 아우르며 서로를 융합시키고 또한 경쟁심을 자극하여 눈치 게임의 묘미를 이끌어간 유재석은 뛰어난 관찰력으로 게스트의 희소가치를 발견하고 곧 캐릭터화 시켜 한 사람도 소외되는 인재가 없도록 배려해주었다.

 

 

 

흥이 많고 추임새가 뛰어난 외국인 멤버 샘 오취리와 파비앙을 두고 이런 액션은 배워야 한다며 기를 살려주고 다소 수줍은 손나은이 ‘공포의 지목 서바이벌 퀴즈’에서 벌칙으로 발끝까지 젖는 물벼락을 맞자 온 몸에 젖었음에도 유독 굳건하게 살아있는 강철의 메이크업에 “나은이는 방탄 메이크업이예요. 전혀 번지지 않아요.” 라는 말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존 멤버 광수와의 시트콤 캐릭터 같은 애증의 에피소드 또한 차질 없이 방영되었다.

 

한편 퀴즈 배틀에 앞서 제작진이 준비한 출제 영역을 외우는 게스트들을 둘러보던 유재석이 뒷장부터 넘겨 해답을 암기해보는 에이핑크의 보미를 기억하고는 자신만만하게 단상 위에 선 그녀를 바라보며 “이 문제 뒷장에 있었죠?” 라고 확인하는 부분에선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재석의 프로그램을 거쳐 그에게 캐릭터를 받아 예능늦둥이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21세기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무수한 방송인을 배출해낼 수 있는 능력은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그것을 암기하게 하는 기억력이 수반된 결과였다.

 

 

 

 

그 많은 멤버들을 프로그램의 룰 속에 경쟁하게 하여 게임의 묘미를 살리고 서로의 캐릭터를 북돋아주어 개개인의 역량 또한 빛나게 한 것은 물론 진행 도중에 게임이 좀 루즈해진다 싶으면 본인이 나서서 기꺼이 웃음의 재료가 되기 위한 공격수로 뛰어들기도 했다. 퀴즈왕 레이스, 경주 최부자 고택에서 R깃발을 찾는 미션을 수행하던 도중이었다. 이것을 찾으면 게임을 푸는데 유리한 MC 찬스권을 획득할 수 있어 참가자들은 열을 올렸다.

 

넓은 고택을 뒤지던 하하는 지나치는 유재석을 보다 불현듯 하나의 촉을 떠올린다. "재석이 형이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하하는 유재석의 옷깃에 삐죽이 튀어나온 행거치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유재석 본인 또한 행거치프라고만 믿고 있었던 파란색 천이 바로 그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R깃발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지도 모르고 한참을 방황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한 제작진의 계획이 틀어져버린 셈이다.

 

 

 

어찌 보면 치트나 다름없었던 하하의 행동과 틀어져버린 계획을 바로 잡기 위해 유재석은 별안간 “R깃발을 하하가 갖고 있다!”는 방정맞은 소문을 낸다. 곧 멤버들이 하하를 포위했고 비록 계획은 틀어졌지만 달려드는 지성과 하하의 몸싸움은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어주었다. 그 또한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을 하나의 재밌는 이벤트로 승화시킨 셈이다.

 

 

 

 

 

 

성적이 나쁜 아이가 별안간 100점짜리 시험지를 받아오면 극찬이 쏟아진다. 하지만 언제나 평균 90점 이상의 시험지를 쥐고 있는 아이에겐 잘 하는 게 상을 줘야하는 일이 아닌 당연한 임무가 되어버린다. 어차피 모두가 유재석이 뛰어난 진행자임을 알고 있다. 새삼 감탄할 일이 없음에도 그러나 종종 새삼 감탄한다는 것은 결국, 진행을 하기 위해 태어난 그의 천부적 재능과 그 능력을 배신하지 않는 노력 덕분이 아닐까.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유재석은 공격과 수비 그리고 어시스트까지. 그 모든 역량을 보유한 예능계 최초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다.

 

글의 전문 무단 도용을 금지합니다. 트랙백과 링크 스크랩만 허용합니다.


 

신고
  1. M/D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닥터콜 M/D

      삶의 귀감이 되는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2. 탁발 M/D Reply

    요즘에는 런닝맨을 보기가 무척 힘듭니다. 초딩맨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 닥터콜 M/D

      런닝맨의 테마가 놀이라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어요. 전 오히려 보기 드물게 예능의 본질을 지키는 프로그램 같아서 좋더라고요.^^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카운터

Today : 890
Yesterday : 1,663
Total : 35,562,591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