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고교처세왕 1회 줄거리, 리뷰-고교처세왕, 배우 이하나의 모든 매력을 드러낸 장면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tvN 월화 드라마 고교처세왕 연출 유제원극본 양희승, 조성희출연 서인국, 이하나, 이수혁, 이열음

 

‘만화’ 같다는 표현만큼 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평가도 드물 것이다. 유치하고 황당무계한 작품을 봤을 때, 우리는 “이건 뭐 만화도 아니고.”라며 혀를 차고. 탐이 날 만큼 기발한 상상력이 살아 숨 쉬는 작품을 봤을 때, 그 모든 찬사를 응축해서 “만화 같다.”는 감탄을 던진다.

 

 

tvN의 새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만화 같다.”이다. 그것은 부정적인 의미의 만화 같다와 긍정적인 의미의 만화 같다를 모두 포함한다. 헬기를 타고 등장한 말끔한 슈트의 서인국이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존경받는 기업인의 면모를 뽐낸다. 잔뜩 으스대던 서인국은 신비롭게 다가선 이하나의 기계적인 귓속말 지령에 순간적으로 야단맞는 어린애의 얼굴이 된다.

"뭐- 뭐지. 오늘 과목이?" 엘리베이터에서 셔츠를 풀어헤치고 1교시 국어, 2교시 물리. 3교시 수학, 4교시 기술의 이질적인 스케줄을 듣다가 회사의 정문을 나서면 교복 입은 소년이 되어있다. 수업 시간이 매일반 취침 시간인 고교 아이스하키부원이 엘리트 형의 지령을 받아 낮엔 교복을 밤엔 정장을 입고 학교와 회사를 종횡무진 하는 드라마. 만화 좀 봤다 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클리셰 같은 이야기다.

 

 

 

낮의 고교 교사가 밤엔 야쿠자 무리를 이끄는 두목이 된다든가. 보스의 유지를 이어받아 중년의 얼굴로 교복을 입은 조직 폭력배 이야기 등. 그래서 이 닳고 닳은 만화 같은 이야기는 낡고 상투적이지만 이런 소재를 그들에게 연기하게 시켰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큼은 기발하게 만화적이다. 서인국, 이하나, 이수혁. 만화 캐릭터를 입혀보고 싶은 그들을 진짜 만화 같은 이야기에 출연시켰으니. 그들을 캐스팅함으로써 이 드라마의 “만화 같다.”는 긍정적인 의미의 “만화라서 고마워.”로 바뀐다.

 

대한민국에서 교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87년생의 서인국. 말라뮤트 같은 몸집에 싱그러운 소년의 미소를 가진 ‘자이언트 베이비’ 같은 그라서 18세 본부장의 이중생활이라는 어른과 소년을 오가는 캐릭터가 그렇게 잘 들어맞을 수가 없다. 볼 때마다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가 생각나서 기존의 작품에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수혁에게 재력과 품위, 그리고 결핍된 부성애의 상처를 끼얹으니 제법 데인드 한스러워져서 인상적이다.

 

 

 

여주인공 이하나는 본격적으로 이 드라마의 만화다움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사실 이하나부터가 만화적 캐릭터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연기자이지 않은가.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백수 로맨스를 그려냈던 ‘메리 대구 공방전’에서 나는 아직도 이하나가 남긴 만화적 제스추어 몇 개를 잊지 못한다.

 

이하나가 연기하는 정수영은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면서도 그리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절약이 생활화된 그녀는 종이컵의 임자를 새겨뒀다가 새 종이컵을 뽑아 쓰려는 사람에게 헌 컵을 가져다주는 짠순이고 회식 자리에서 기구를 사용해 남의 신발을 정리하는 하녀 근성까지 남아있다. 잘 보이고 싶은 남자를 위해 향수 대신 샤워 코롱을 뿌리고 초면의 사람에게 조심스레 립스틱을 구해 조커 같은 입술을 만들곤 “너무 야하지 않나요?!” 라고 깜짝 놀라는 찌질이.

 

 

 

사랑을 책으로만 배워서 처세보다는 감정만이 앞선 나머지 명품 같은 남자 유진우(이수혁 분)에게 화장실 프러포즈로 망신을 당하는 T.P.O 결여의 인간. 거절당한 상처에 진탕 술을 마시곤 한 손에 뻥튀기를 들고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차인 남자와의 통화를 시도한다.

 

 

이렇듯 텍스트로만 늘어놓으면 도무지 예쁜 구석 하나 없는 짠순이, 뻔순이, 찌질이 삼종 세트의 정수영이지만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이하나의 사무치는 사랑스러움이 도무지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했다.

 

 

 

이하나의 만화 같은 표현력이 빛나는 부분은 제스추어에 깃든 그녀 특유의 조심스러움과 수줍음이다. 헌 종이컵을 재활용하라고 건네줄 때조차 눈웃음을 지어가며 남자 못지않은 큰 키를 구부려 저자세로 굽실대는 능글맞은 디테일에 짜증은커녕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졌던 건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정중하지만 사람 무안해지는 칼끝 같은 말투에 무 자르듯 거절당한 정수영이 실연의 아픔에 방황하면서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만화의 장점을 드러낸다. 얼큰하게 취한 채로 버스를 기다리다 흩날리는 뻥튀기를 내려다보며 감상에 젖고 버스 좌석에 앉아 한 손엔 뻥튀기 봉투를, 다른 한 손엔 전화를 들어 차인 남자를 향해 주절주절 끊이지 않는 술주정을 나불댄다.

 

 

 

어찌나 수다를 떨었는지 배터리가 방전되자 이번엔 옆에 선 고교생 이민석(서인국 분)의 핸드폰을 구걸하여 또다시 끊이지 않는 한탄을 늘어놓다가 다음날 직장 상사이자 짝사랑 남인 유진우(이수혁 분)의 집에서 발견된 자신에게 기겁한다. 어쩌면 주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장면들이 이하나 특유의 수줍음과 곁들여져서 결코 거북하지 않은 만화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래서 다음날 유수영이 전화기에 저장해둔 ‘유진우 본부장님♥♥’의 하트 두 개를 슬그머니 지우는 장면이 사무치게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배우 이하나의 매력은 속된 말로 쭈구리 같음이다.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데 화장품을 갖고 다니지 않아 화장실에서 초면의 여자에게 립스틱을 구걸한다. 마치 만들어 붙인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잔뜩 비굴해진 포즈로. 건네받은 립스틱을 입술 끄트머리까지 바르고선 “아니 근데 너무 야하지 않나요?! 아닌데. 야한데? 혹시 다른 거 없나요?”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립스틱의 주인이 싫은 얼굴을 하자 방금 뱉은 입 바른 소리가 무안해지게 “별로 안 야하다. 에헤. 다시 보니까. 고맙습니다!” 금세 쭈구리 모드가 되어 입술을 문질문질 하는 유수영의 처량 맞음. 단언하건대 이 장면의 연기는 배우 이하나만이 100퍼센트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대본이었으리라. 궁상과 구걸. 민폐와 비굴. 이 모든 부정적인 단어들을 사랑스러움으로 치환할 수 있는 이하나.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유일무이 배우 이하나의 매력이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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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7

  • 안녕하세요.

    * 그래서 다음날 유수영이 전화기에 저장해둔 ‘유인우 본부장님♥♥’의 하트 두 개를

    라는 글에서 '유인우 본부장님'이 아니라 '유진우 본부장님'이 아니가요...?

    1.이하나가 '2007년-메리대구 공방전' 시절에 '한국의 우에노 주리'라는 예칭도 있었는데...

    이하나가 아직 캐릭터에 적응이 되지 않는 느낌이... 공백기의 영향인지 발성,제스처가 미숙한 느낌이..

    그래도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며는 적응 할 듯...

    2.드라마의 전체 분위기하고 드라마 전개의 이질감(시트콤 감성과 드라마 감성이 충돌하는 문제)과 인물들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도...유제원pd의 초보티가 듬뿍 있네요..






    • 정극도 아니고 시트콤도 아닌 그 어드메의 드라마를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부제부터가 코믹 오피스 활극이고 Tvn의 드라마가 대체로 저런 식이더라고요. 일본의 NTV를 지향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엔티비 스타일의 드라마를 좋아해서 더 재밌게 보는 것도 있어요. 좀 미숙하고 정극 같지가 않죠.^^

      전 이하나의 제스추어는 여전히 감탄했고 발성은 좀 아쉬웠어요. 속삭이더라도 관객에게는 들리도록 연기를 해줬어야 했는데 몇몇 문장은 다시 되새겨 들어보지 않으면 알아 먹기 어렵더라고요. 계속 그런 식인 걸까 걱정했는데 나중엔 괜찮아지더군요. 여기저기 치이는 쭈구리 캐릭터라 웅얼웅얼 말하는 설정을 지키느라 더 안 들렸을 수도 있고요.

  • 안녕하세요.

    저는 이하나가 하는 제스처나 발성도 마음에 들었요.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메시가 부상으로 1년 쉬었다고, 그 실력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단지,노다메 칸타빌레 한국 버전 제작진에 어필하려면 어느 정도 오버페이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요.
    <-공백기와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었서...

    제가 생각하는 노다 메구미의 1순위인데...
    (치아키 신이치역으로는 조인성/강동원/주지훈-그 공허한 눈빛에 묘한 나르시즘이..)

    노다메 칸타빌레 한국 버전에 욕심을 가지는 것도...

    이것은 사적인 질문인데, 치아키 신이치역으로 주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냥 노다메 칸타빌레 팬으로 궁금합니다.

    • 이하나가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하고 있나요? 순정님의 바람이신 것 같은데 이하나의 필모그라피를 노다메 칸타빌레 등용문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의 우에노 쥬리라는 말을 워낙 들어왔던 배우인 탓에 노다메 팬으로서도 이하나 팬으로서도 이하나가 노다메에 출연하는 것은 반대예요. 비슷한 연기 톤이라 더 비교될 것이 뻔하고.. 아류작밖에 더 되겠나요. 일드 노다메부터가 리메이크이니까 일드의 관점에서 벗어나 만화 원작 노다메에 초점을 맞추어 드라마를 만들어줬으면 해요.

      주원 캐스팅은 맘에 들어요. 치아키 이미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또 한국판 노다메 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배우 같아서요. 굿닥터에서 이미 캐릭터의 디테일을 잘 만드는 배우라는 사실이 증명됐고요.

  • ronaee 2014.06.19 10:33 신고

    이하나...말씀처럼 찌질궁상인데 너무 잘 살리더군요,
    간만에 진짜로 웃긴 드라마를 보고 있네요,
    약간 일드느낌이 드는 내용에 제목이라 첨에 끌리지 않던데 재밌게 보고 있어요~

  • 안녕하세요.

    물론 저의 바램이예요....

    거의 10년동안 일드와 미드의 세계를 살다가, '응사'이 후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있어서...

    *아베 히로시,다케노우치 유타카,와타베 아츠로,오다기리 죠,마크 하몬,이안 소머헐더등이 있는 중년남자계층에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다른 계층인 미소년 미소녀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어서 질문 드렸습니다.

    저의 궁금한 점에 대한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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