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영화

황제를 위하여, 이태임의 노출이 아깝다. 조폭 코미디보다 황당무계한 느와르

황제를 위하여, 이태임의 노출이 아깝다. 조폭 코미디보다 황당무계한 느와르 

- 황제를 위하여, 두 남자가 가지 못한 신세계만이.

 

황제를 위하여장르액션, 느와르2014.06.11 개봉런닝타임 104분출연 이민기, 박성웅, 이태임, 김종구, 정흥채

 

대한민국 여성 관객을 붙들어 싫어하는 영화 형태를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조폭 코미디물’이라고 말할 만큼 제대로 된 느와르의 이미지가 정착되지 않은 한국 영화사에 ‘신세계’나 ‘달콤한 인생’은 하나의 혁명과도 같았습니다. 특히 2012년 별안간 충무로에 낙화 된 신세계는 도리어 여성 관객의 취향에 완벽히 부합한,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는 마니아의 심성을 자극하는 무엇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여성 관객을 이끄는 그 중독성은 일견 영화 ‘스타트렉’과도 닮아있었죠.

 

이렇듯 남녀 모두에게 ‘잘 만든 영화’라는 호평을 듣는 느와르물은 남자의 공감대보다도 여성의 심리를 자극한 브로맨스 요소를 담은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겉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소유하고 싶은 블랙 재규어 같지만, 한편으로는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웠던 신세계의 이정재나 얼굴에 핏방울을 칠하고도 묘한 애수가 느껴졌던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은 남자 관객에게는 동경을 여자 관객에게는 동정을 일으키는 캐릭터였죠. 영화 신세계의 인기 캐릭터는 황정민의 씨빠- 브라더였지만, 이 작품의 감수성을 사수한 일등 공신은 곧 이정재의 연약함이었습니다.

 

 

꼼꼼하게 여기저기 정장을 갖춰 입은 박성웅과 “나는 남자다!”를 이글이글 불태우는 이민기의 포스터를 보며 “아뿔싸!”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황제를 위하여는 예상을 뛰어넘은 참혹한 영화였습니다. 이 작품은 범작 이상의 대단한 느와르 영화가 사수했던 여성 관객의 감수성을 건드리지 못한 것은 물론, 평범한 조폭 영화에서 남자들이 기대할 그 무엇의 희열도 빠져있습니다. 그렇다고 조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리얼리즘 영화라기엔 작품의 부실한 개연성과 터무니없는 연결 고리들, 게다가 이민기라는 순정 만화 같은 캐릭터가 너무나도 이질적입니다.

 

 

 

애석한 말이지만 이민기는 남자의 이상향이 아닙니다. 여전히 소년 같은 얼굴의 이민기를 여성 관객을 잡을 출사표로 내던지지 않고 도리어 여심을 져버린 개망나니로 만들어버린 감독의 의중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인사 배치라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의 이민기는 역시나 여성 관객에게 참 폭력적이었던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여심을 져버린 인물입니다.

 

 

네. 황제를 위하여는 뒷세계판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같은 영화입니다. 가진 것 없는 신출내기가 돈맛을 알게 된 이후 계속 위로 올라가고 싶어 발버둥을 치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거기다 조폭 캐릭터 특유의 닳고 닳은 레퍼토리가 참 뻔뻔하게 나머지 전개를 메웁니다. 갖고 싶은 화류계 여성. 명예욕과 어울리지 않는 순정이 빚어낸 반항심. 결국, 키워준 형님의 등에 칼을 꽂네! 마네하다 남자들의 진한 의리 한판으로 마무리하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쌍팔년도식 조폭물이죠.

 

 

 

뼈대를 이끄는 이야기가 단순하다 해도 등장인물의 입체적인 감정 노선과 캐릭터 간의 숨 막히는 애정 전선이 그 사이를 메꾼다면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이 영화 역시 제대로 요리하면 맛있어질 수 있었을 재료가 적지 않게 있었고요. 하지만 주인공 이환(이민기 분)의 열망은 딱히 관객의 가슴을 자극하지 못합니다. 영화가 내세운 주요 감정 노선은, 이환에게서 리플리의 단상을. 이환과 상하(박성웅 분)의 관계에 달콤한 인생 속 이병헌-김영철의 구도를 기대한 것 같습니다만 겉핥기 이상의 무엇도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민기의 갈등에 공감할 수가 없으니, 웅장한 음악과 요란한 연출이 불필요한 장치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영화가 승부 요인으로 내건 ‘이태임 노출씬’ 또한 안타까운 사족이 되어버렸습니다. 파격적 정사 장면에 어마무지한 음악을 틀어대곤 “나 지금 심각해.”를 온몸으로 외쳐대는데 사랑을 나눈다기보다는 이건 폭력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이민기와 박성웅의 관계에서 그 무엇의 감동도 느낄 수 없으니, 영화가 잘 되었더라면 유행어가 되었을지도 모를, “동정을 버리면 동경을 얻는다.” 또한, 허세로만 와 닿을 뿐이었습니다. 투박하고 일차원적인 이 영화의 만듦새는 남녀의 사랑보다 집착적이고 애틋한 남남 로맨스의 미묘한 기류를 감당해내지 못합니다. 이병헌이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보스를 향해 외치던 “말해 봐요.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어요?” 에 담긴 두 사람간의 수많은 애증의 역사를, 박성웅-이민기라는 좋은 모델을 기용해놓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이 영화에 통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그만큼의 볼거리조차 없으니 남성 관객의 “나도 저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지도 못합니다. 같은 선혈 낭자 씬이라도 킬빌이나 달콤한 인생의 핏빛조차 비주얼로 만들어버린 미학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끔찍하게 폭력적이기만 합니다. 내내 떫은 감을 씹은 얼굴이 되어 “참 아프겠다.”고 읊조리고 있으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감상을 바라고 만든 액션은 아니겠지요.

 

 

 

 

 

비주얼과 스토리 그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했던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것도 영화 외부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신세계에서 그토록 황정민을 괴롭히던 망나니 동생 박성웅이, 형님의 유지를 물려받아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의리의리(으리으리)한 사나이로 돌아왔다는 것. 마치 너도 당해보라는 듯 개망나니 부하 이민기가 신세계의 박성웅을 빼다 박았다는 부질없는 재미가, 이 뻔하고 흔한 영화의 유일하게 신선한 즐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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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순정 M/D Reply

    안녕하세요..

    꼼꼼하게 여기저기 정장을 갖춰 입은 조진웅과 “나는 남자다!”를 이글이글 불태우는 이민기의 포스터를 보며

    에서 조진웅이 아니라 박성웅이 아닌가요...?

    • 닥터콜 M/D

      네. 수정했습니다.^^:;

  2. 짱짱짱 M/D Reply

    조진웅씨는 끝까지 간다 배우구여
    박성웅씨네요 수정바랍니다

    • 닥터콜 M/D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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