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끝까지 간다, 포스터에 속으면 안 되는 영리한 액션 영화

- 끝까지 간다 영화 후기

 

끝까지 간다 (A Hard Day, 2013)장르액션2014.05.29 개봉런닝타임 111분출연 이선균, 조진웅, 신정근, 정만식, 신동미

 

-글 후반부 영화의 결말을 짐작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인상이 전부를 결정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 포스터의 경우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이선균 캐스팅 외엔 내세울 것이 없다는 듯 찡그린 얼굴로 가죽 코트를 입은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부터 나오죠. 저질 유머와 감정 과잉. 포스터만 봐도 참 넘친다 싶거든요. 하지만 직접 감상한 이 영화의 강점은 과잉이 아닌 절제에 있었습니다. 후유증이 남지 않는 매운 음식을 먹은 듯 끝까지 간다는 상당히 산뜻하며 또한 영민한 액션 영화입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이 영화의 주인공 고건수는 마치 이방인의 뫼르소 같은 남자입니다. 아니 본의 아니게 뫼르소의 심리에 체험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군요. 어머니의 장례식 날에 그가 한 행동은 도무지 상을 당한 사람의 그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장례를 내팽개쳐두고 비자금을 감추기 위해 달리는 남자, 고건수는 폭력적으로 운전하다 사람을 치고 트렁크에 시체를 유기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경찰입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선악 구도의 모호함입니다.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놈과 나쁜 놈, 그리고 또 나쁜 놈이 정의감이나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닌 그저 살기 위해 싸운다는 사실이 참 재밌습니다. 분명 고건수는 경찰서 서랍에 비자금을 자물쇠로 채워둔 비리 경찰이자 뺑소니범에 그 시체를 유기하여 어머니의 관속에 같이 매장한 희대의 패륜아이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보통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 또한 재밌는 부분입니다.

 

 

 

웬만한 부조리도 보통 사람에게 있을 법한 두 얼굴처럼 그려내는 이선균의 넉살과 인간미를 고건수라는 캐릭터 속에 적절히 녹여낸 감독의 재량만큼이나 뜻밖에 날씬한 악마를 표현하는 조진웅의 변신 또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줍니다. 좋은 목소리에 깐죽대는 말투가 마치 올드보이의 유지태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상은 곰처럼 거대한 몸을 가진 남자라는 사실이 유쾌하달까요.

 

 

 

 

둔탁할 것 같지만 스마트한 조진웅처럼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흐름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습도가 느껴지지 않는 더위처럼 끈끈함 없는 쾌감으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거북하지 않은 유머와 농담 같은 아이디어가 무겁고 암울해야 할 시체 쟁탈전을 웃음으로 마감하지만, 관객을 한껏 안심시켜놓고선 한순간에 그 희망을 빼앗아 가버리는 단호함에선 이 영화가 스릴러 부문에서도 만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죠.

 

 

 

집채만 한 스케일의 할리우드 무비를 즐기는 맛도 쏠쏠하지만 한정된 공간을 살뜰하게 사용한 액션 영화 쪽이 더 취향인 저로서는 주변의 사물과 소소한 아이디어로 위기를 파헤쳐나가는 끝까지 간다의 액션과 위기 해결 방식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온도 조절이 엉망인 샤워기에 투덜거리는 여동생의 목소리를 전조로 깔아놓고 그걸 고스란히 무기로 활용하는 깜찍함이라니!

 

 

 

부패 경찰 고건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더니 영화는 시종일관 비리가 당연시된 경찰 세계를 차디찬 조소로 힐난합니다. 경찰의 슬로건을 공격적으로 비웃기도 하고요. “아니 뭐 검찰은 경찰 아니야? 대한민국 경찰을 믿어보자고!”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뺑소니에 시체 유기, 살인 등. 연거푸 범죄를 저지른 고건수를 “너까지 자리를 비우면 남은 경찰이 없다.”며 만류하는 책임자의 한마디는 황망하기까지 합니다.

 

 

영화 말미에 고건수가 발견한 어마어마한 단위의 그것은 정년퇴직을 꿈꾸었던 고건수에게 있어 경찰직을 그만두면 생길 유일한 고민마저 차단하려는 몸짓 같아 귀엽기까지 합니다. 이거 줄 테니 너 절대로 거기 다시 들어가지 마! 라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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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3

  • 흥미로운 소개네요. 요즘 영화를 잘 안 보게 되는데 왠지 좀 당깁니다.
    마침 주말이니 극장이나 가볼까요? ㅎㅎ

    • 스릴과 유머가 사회 비판 메시지 사이에 스며들어 있어서 상당히 맘에 드실 것 같아요. 탁발님의 리뷰가 기대돼요! 조진웅과 이선균의 연기합도 참 좋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이 감독님의 차기작을 고대하게 되더라고요.^^

  • 안녕하세요.

    '끝까지 간다'는 전반부는 걸작인데,후반에 갑자기 무너졌요.

    이런 경우는 대개 감독이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한석규의'눈에는 눈 이에는 이'(안권태/곽경택 공동 감독)에서 투자자들이 안권태 감독을 믿지 못해서 곽경택 감독 투입하여 액션 장면을 재촬영하여 문제가 발생해죠...투자자들의 영화 간섭으로
    그래서 안권태 감독이 도중 하차 하고, 감독에서 빼달라고 요구해죠.)

    그래서 영화 정보를 보고 나서 '아 역시...'

    (장항준/이해준 각색.-각색을 하는 경우가 대개 영화에서 연출이 목적으로...)

    처음 의도는 이해준 감독과 장항준 작가가 블랙 코미디로 시나리오를 각색했는데,

    투자문제('김수로/이선균의 '잔혹한 출근'-흥행 참패)- 투자자들이 블랙코메디는 흥행이 되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전체 내용은 '장항준'이 각색한 시나리오를 이해준 감독이 전반부 드라마 부분을,김성훈 감독에게 후반부액션부분을 맡기로 하고 투자가 결정된 것 같아요..


    -전반부 촬영/조명과 후반부 촬영/조명이 갑자기 바뀌고,내용도 액션 위주로..
    -투자자들은 흥행이 안되는 '블랙코메디물'보다는 '액션물'로 포장
    하고 싶은 욕망이 앞서죠...
    -후반부는 크랭크인 후 '최종병기 활' 제작사 스텝이 재촬영아니면 A팀,B팀으로 나누어서 촬영하여 편집.....
    (그런 조잡한 편집은 처음 경험해요...)

    -관례적으로 재촬영한 감독아니면 제작사 요청으로 크레딧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처음 감독은 대개 각색으로 이동)

    -이선균이 차에서 잠을 깨는 장면부터....
    (조진웅이 순경(반전)으로 나오다가 뜬금없이 경찰서에서 이선균를 구타하는 장면 시점이 감독 교체..)

    그리고 이선균 인터뷰 내용에서도....

    “이해준 감독에게 전화를 받고 이 시나리오를 봤어요. 몰입도 잘 되고 구성도 독특하고 단번에 쭉 읽었어요. 궁지에 몰렸지만 표현의 여지가 있는 이 인물을 꼭 해보고 싶었죠. 게다가 액션을 도전해 본 경험이 없어 더 끌렸어요. 또 투자가 되는지도 봤죠. 하하. 그것도 중요한 거니까.” -이선균 인터뷰 내용중-

    한국 영화에 블랙 코메디의 걸작이 나오는 순간인데,,돈이 뭐길래...

    그래도 이해준 감독하고 장항준 작가의 재기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희망이 있다는 점은

    '끝까지 간다'의 미덕이라고 생각했요...

    간단하게 하면,

    전반부는 '이해준 감독/각색,장항준 각색'에서 후반부는 김성훈 감독/각본(액션), 이해준-장항준 각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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