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너희들은 포위됐다 4회 (괜찮다, 안 괜찮다) 줄거리, 리뷰 책임지는 사회 복수극을 가장한 성장드라마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연출 유인식, 이명우극본 이정선출연 이승기, 차승원, 고아라, 안재현, 성지루, 지국


 14일.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다소 불편한 전개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은대구(이승기 분)과 어수선(고아라 분). 그들이 신입 형사로서 처음 맡게 된 담당 업무, 밤낮없이 피해자를 따라붙는 스토커를 수사하는 것. 다혈질의 열혈 형사 어수선은 고작 경범죄 취급인 스토킹의 죗값에 울분을 터뜨리다 계획에도 없는 정밀 수사를 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웁니다.

 

뭐든지 체계적인 플랜을 세우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 은대구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함정수사와 잠복근무를 동참하게 하곤 그녀는 피해자의 손을 맞잡아 약속했습니다. “내가 24시간 당신을 지켜줄게요.” 무예가의 딸 어수선은 이 지나친 의욕과 넘치는 감성이 화를 불렀고 엄마의 죽음에 트라우마를 가진 포토그래픽 메모리 – 마치 뇌에 사진을 찍듯 한번 훑기만 해도 필요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천재성 – 를 가진 은대구의 지나친 능력 과신과 차디찬 이성이 불을 지폈습니다.

 

SNS로 동향을 파악해 스토커의 행동에 일련의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은대구는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피해자를 지킬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만큼.”의 확신으로 어수선을 설득합니다. 결국, 어수선은 24시간 피해자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깨버리게 되죠.

 

 

 

차라리 얻어맞더라도 증거를 잡아 스토킹의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피해자. 어수선의 책임감을 굳게 믿은 그녀는 형사보다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강력한 물증을 잡기 위해 스토커와 약속을 만들어 그의 차를 타고 집을 떠납니다. 집 앞에 서서 24시간 그녀를 지켜줄 은대구 콤비의 잠복근무를 믿었으니까요. 이랬던 그녀가 자리를 떠난 은대구와 그녀에게 고개를 돌린 어수선을 보며 절망하는 얼굴은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지요.

 

홀로 스토커와 맞서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피해자의 창백한 얼굴은 시청자를 분노시키기에 충분한 연출이었습니다. 찬란하게 건널목을 건너 강남 경찰서로 입성한 엘리트 은대구와 열혈 신입 어수선은 팀원들에게는 물론 시청자의 고문관으로 찍히며 비난을 받게 되었죠.

 

 

 

그리고 16일. 너희들은 포위됐다 4회에서 이다음 장면을 이은 두 사람의 대응 또한 여전히 미성숙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은대구는 절망했고 어수선은 공포에 질렸으며 마무리는 서로를 탓하며 팀워크를 깨뜨리는 그들. 거칠게 옷을 뜯으며 들어와 냅다 은대구를 발로 날려버린 서판석(차승원 분)은 흥분한 목소리로 고함을 지릅니다. “형사라는 직업은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어도 산 사람을 죽일 수는 있으니 단 한 번의 아차! 하는 실수, 한순간의 판단 미숙에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쫑 낼 수도 있으니까 절대 단독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그랬지.”

 

 

 

주인공이 소위 민폐 캐릭터가 되어가는 전개는 분명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는 진행이긴 하지만 발에 걷어 채이고 훈계를 들어도 주눅이 들기는커녕 울분을 터뜨리듯 바락바락 대드는 은대구를 보니 작가가 왜 이런 무리수 설정을 넣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하더군요.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친절하고 쉽게 말씀해주시던가요!”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그렇게 설명 안 했잖아요. 판단이 어려우면 질문하라고만 했지. 죽어도 형사 안 될 놈들이라더니 왜 갑자기 사건을 맡기셨어요? 그럼 사건을 맡기지 말았어야지. 사건을 맡겼으면 제대로 하나하나 짚어주고 거듭 기회를 주던가! 사람이 일관성이 있어야지. 세 살 어린애도 그보단 낫겠다." 이게 어쩐 일인가요. 은대구는 무려 서판석에게 가르침을 달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어느 땐데 아무리 팀장이라도 팀원을 발로 차고 그러나. 여기 진술 녹화실인 거 몰라요? 이거 녹화 다 되고 있어! 내가 이거 국가 인권 위원회에 고소할 거야! 지속적 인권 유린에 폭력 행사! 서판석! 당신 내가 끝장내줄 수도 있어!”

 

은대구가 김지용이던 시절. 과거에 얽힌 서판석과의 악연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를 정말 시건방진 어린애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은대구가 좀 건방지대도 이건 지나친 행동이죠. 은대구가 서판석에게 이토록 적대적인 이유는 살인 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엄마를 독촉하던 신입 형사 시절의 서판석이 협박범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내팽개치고 방심했던 기억 때문입니다. 물론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조직의 일원 중 하나가 서판석일 것이라는 ‘확신’이 결정적인 적대감의 원인이지만 적어도 신입 형사 은대구의 분노는 전자 쪽에 가까웠으리라 생각되는군요.

 

 

 

그는 목을 놓아 외칩니다. 네가 뭔데 감히 날 때리느냐고. 당신 끝장을 내줄 거라고. 불같은 성미의 서판석은 신입의 치기 어린 행동에 분노해서 덤벼들었다가도 드문드문 상처 입은 얼굴을 지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어린 부하에게 눕혀 멱살을 잡히는데도 맥을 추지 못해요. 그건 바로 지금 은대구의 존재가 서판석이 남기고 온 과거의 죄책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형사라는 직업은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어도 산 사람을 죽일 수는 있으니 단 한 번의 아차! 하는 실수, 한순간의 판단 미숙에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쫑 낼 수도 있으니까 절대 단독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그랬지.” 이건 은대구를 향한 분노가 아닌 과거의 자신에게 전하는 후회였을 겁니다.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분명 복수극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린 소년. 복수를 다짐하며 조직의 스파이가 된 주인공.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주인공과 복수의 대상이 마치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서로를 가르치며 또한 배움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시민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닌 복수극의 무대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은대구. 동료 의식이나 책임감 또한 기계적으로 짜인 계획의 일부였을 뿐이지만 그 이상의 실수투성이 파트너, 어수선과 부딪히며 의도치 않게 어른이 되어갑니다.

 

 

 

이런 은대구의 현재는 서판석의 과거입니다. 피해자를 끝까지 지켜주지 않고 돌아서 버린 은대구의 실수는 그가 그토록 목 메이게 원망하던 서판석의 과거와 닮아있었죠. 그를 가르치며 무의식중에 지난날의 과오를 반추하고 또한 속죄하는 서판석. 아버지의 가르침이나 부자의 정을 모른 채 자라났던 은대구입니다. 어쩌면 그에게 서판석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복수의 대상이 아닌 아버지의 유대감을 가르쳐줄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대구가 서판석에게 걷어채이고 분노할 때 다소 생뚱맞게도 왜 가르쳐주지 않았느냐는 불만이 터졌던 것 역시 두 사람의 독특한 관계를 드러내는 장치였겠죠.

 

 

 

은대구의 파트너 어수선은 줄곧 책임을 입에 담습니다. “내가 당신을 24시간 동안 지켜줄게요.” “내가 끝까지 당신의 인질이 될게요.”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말. 그 말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잃어버리고 말았던 소년의 어머니. 그건 은대구와 서판석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과거의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치 시트콤 같은 인질극의 풍경에서 스스로 수갑을 차며 인질을 자청하는 네 명의 신입 형사는 복수극을 가장한 이 드라마의 성질이 결국은 성장드라마의 한 페이지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좋은 형사가 된다는 것. 그리고 멋진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켜주겠다는 한마디만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회를 만드는 구성원이 되는 것이겠죠. 인질이 원한 것은 돈도 사과도 아닌 사회로 복귀해 ‘끝까지’ 제 일을 마무리하는 ‘복직’이었다는 사실. 이 드라마의 오프닝에서 첫 번째 범인을 마치 만화처럼 죽자사자 ‘끝까지’ 추적했던 서판석과 아이들의 모습이 괜히 만든 그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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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다른분들도 이 리뷰를 꼭 함께 공유했음 하는 바램입니다.

  • 리뷰감사합니다.그냥 스친 장면이였는데...다음 리뷰가 궁금해집니다.

  • 스토크 사건 다소 억지스럽던 인질극 사건으로 은대구는 서판석에 대한 적대감이 형사로서의 오판이나 책임감 등을 이해하며 차츰 성장해 가는거군요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도움되는 글이네요 잘봤어요 ^^

  • 안녕하세요.

    2000년~2013년까지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허준(전광렬 버전)과 응사 밖에 없습니다.

    거의 10년 넘게... 한국드라마 보는게 너무 힘들어요...

    질투(최진실,최수종)이후 나온 트렌디 드라마나 하이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책도 사고,음반 테이프도 사고, 비디오로 또 보고... 정말 얼마나 즐겁든지....
    -단 홈드라마는 재미 없어요...

    그러나 복수,살인,죽음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일단 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마음에 준비를 하고, 수작으로 평가되는 드라마나 영화만 보고 있는데도....

    특히 드라마('미사','발리에서 생긴 일'등) 는 1화아니면 2화를 보다가 보지 않아요...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도 마지막회만 보지 않음....

    2000년대 이후는 복수의 시대라는.....

    '너포위'도 1화~2화만 본 의외의 즐거운 점 2가지만…(드라마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1. '엔젤 아이즈'와 '너포위' 그리고 '세결여'에 나오는 '강하늘'과 '지우'와 '손여은'은
    드라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의외로 큰 즐거움을 주다는…
    특히 '지우'는 '이층의 악당'에서 아역(김혜수의 딸)을 맛깔스런게 연기를 해서 인상적으로 보았는데..
    역시 '너포위'에서 포텐이 터지는..

    '너포위'에서 회상 장면이 가끔 나와으면…'지우' 중심으로...

    2.포스터는 일드 '춤추는 대수사선' 필(느낌)인데, 내용은 일드 '굿럭'필(느낌)이라….

    (일드 '굿럭'의 작가 이노우에 유미코(여성)은 2003년판'하얀거탑' 각본가로 유명)

    차승원과 오윤아에게는 힐링을….

    일드 '굿럭'에서 츠츠미 신이치와 쿠로키 히토미와 같은 힐링을…

    그리고 2화 중반 이 후부터는 보지 않아서....

    주말 드라마식 자극적인 설정(주인공의 과도한 스펙,주인공의 무매너(일명 싸가지 없는 행동)등)은

    개인적으로 드라마 내용과는 상관없이 보기가 힘들어요..

    이정선 작가는 이런 자극적인 설정을 쓰지 않는 작가로 유명한데...

    시대가 변한 것지, 작가가 변화 것지...










    • 안녕하세요! 순정님. 말씀을 듣고 보니 서판석의 캐릭터를 츠츠미 신이치처럼 경쾌하지만, 외경심이 느껴지는 이미지로 확장 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은대구 또한 기무라 타쿠야 필의 아우라 충만한 주인공으로 밀어붙였다면 보다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장르에 비해 그리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친절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종종 들더군요. 그래도 "사회인의 미덕은 맡은 바를 끝까지 마무리 하고 책임지는 것."이라는 작가의 주장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 만큼은 중심이 잡혀있어 좋더라고요.

      함께 책임져주지 않고 떠나버린 은대구를 원망하는 어수선의 말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는 해도 그것 또한 이 드라마의 핵심 요소인 '끝까지 책임지는 것'의 연장선이니까요.

  • 닥터콜님의'사회인의 미덕은 맡은 바를 끝까지 마무리 하고 책임지는 것'라는 테마는 동의합니다.

    저도 그 점은 '너포위'의 큰 미덕이고, 장점인데,

    주제의식에 비해 내용은 비현실감으로 가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입니

    다....

    '너포위'는 일단 '서판석'의 캐릭터를 'P4'나 '시청자'에게

    '내가 너희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항상 네가 지키고 있다'

    라는 아우라를 각인 시킬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판석'은 '너포위'의 킹메이커인데, 킹메이커가 죽으면,

    '너포위'는 일본풍의 유치한 드라마로 전락...

    개인적으로는 제5화부터는 본 궤도로 안착하길...기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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