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흥미로웠던 것은 두 사람 세월의 흐름을 비켜 나가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기억하는 2002 월드컵 국가 대표 캐릭터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라운드의 아도니스 같았던 안정환은 이제 살찐 아저씨라 힐난을 받고 건실한 모범생 같았던 송종국은 처세술을 단단히 익힌 알뜰한 가장으로 변모해 있었죠. 지난날을 반추하며 그리움을 느끼면서도 두 사람의 극과 극의 매력에서 드러난 열정과 혈기는 여전히 그 시절 못지 않았습니다.

 

 

 

"안정환의 첫인상이 거만했었다." 김성주의 지난날 고백에서 드러났듯 선수 시절 안정환의 성격은 지나치게 과묵해서 중계 소스를 위해 그를 찾은 캐스터들이 당황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성주 : 몸 상태가 어떻습니까? 정환 : 좋죠. 성주 : 아픈 데는 없습니까? 정환 : 없어요. 흥미로운 중계를 위해 선수의 컨디션과 그와 나눈 인터뷰를 나열해야 했던 김성주로선 안정환은 좀 곤혹스러운 대상이 아니었죠. 안정환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니 아픈 데가 없어서 없다고 한 것 뿐이지!" 라고 욱해서 김성주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마치 테리우스처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았던 그 시절의 안정환을 기억하기에 "반갑습니다. 안정환입니다."라는 짤막한 인사가 오히려 반갑기만 하더군요.

 

 

 

"아! 그럼 기성용이지 뭐!" 이런 안정환이 캐스터를 골탕먹인 그 시절의 저주라도 받는 것 처럼 비슷한 굴욕을 겪은 일화는 라디오스타의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그야말로 왕림이나 다름없었던 대선배의 유럽 방문을 차디차게 거절했던 어느 후배의 이야기. 물론 구단 측에서 거절한 인터뷰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때 그라운드를 주도하던 스포츠 영웅이 어린 후배를 직접 찾아갔음에도 거절당했다는 일화가 편할 리는 없는 내용이었죠.

 

이야기의 성격 때문에 김성주는 조심조심하며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지만."이라고 주저했지만, 안정환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 그럼 기성용이지 뭐!"하고 버럭 해서 불편한 이야기임에도 다 같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아닌 거 같은데?" 김성주가 살을 덧붙이려 할 때 정색하며 그날의 일을 부정하는 안정환 때문에 또 한 번 웃음. "아. 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안정환의 성격과 달리 송종국은 2002년의 모범생 이미지에서 이젠 처세술까지 익힌 완벽한 해설위원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기성용까지는 이해한다 쳐도 구자철을 인터뷰하기 위해 마인츠로 갔을 때는 울컥했었다는 안정환. "저는 그게 싫었어요. 지가 와야지!" 기세를 몰아 김구라가 이간질을 해도 송종국은 안정환과는 전혀 다른 마인드로 라디오스타를 초토화했습니다.

 

 

"아이. 저희가 가야죠. 이제." 고분고분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송중국 때문에 너덜너덜해진 안정환. "선수를 보호해줘야 하거든요. 굉장히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저희가 가야죠." 욱 VS 반듯,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 해설계의 거장 차범근이라는 골리앗을 두고 몇 사람의 다윗이 붙어 싸우는 형국이지만 다소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은 그들의 마이너 중계가 기대되기도 하더군요.

 

 

 

안정환의 과묵함과 투박한 언어 구사력. 결국, 그의 해설에 우려를 표하는 윤종신과 김국진. "열이 나면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해설하실 것 같은데?" 결국 김구라가 나서서 심권호의 호전적인 해설을 연상시키자 사색이 되는 김성주와 발끈하는 안정환이 동시에 부정하는 모습 또한 웃기더군요. "아이. 그렇게는." "그 정도는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정도는 아니지만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안정환. 종종 사투리나 은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싸리'라는 비표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안정환. 그 예시 한마디에 네 명의 엠시들은 상황을 이해했지만, 안정환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뻔뻔하게 과거 아나운서를 향해 되물었습니다. "아니 그게 욕은 아니잖아요. 괜찮잖아요?" "아싸리는 방송불가 표현이에요."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일러주는 김성주에게 여전히 순진한 얼굴로 받아치는 안정환. "아니 아니 꼭 서울 사람만 시청하는 건 아니잖아요. 지방 사람도 시청하고." 정말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 같더군요.

 

 

 

2002년에서 잊을 수 없는 경기는 호전적인 이탈리아팀과의 한판 대결이었죠. 당시 승리를 이끈 안정환의 골을 놓고 이탈리아의 구단주는 이런 폭언을 남기기도 했었다는군요. "샌드위치조차 사 먹을 돈이 없는 길잃은 염소 같은 신세 안정환이 이제는 이탈리아 축구를 망쳤다."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그날의 일을 회상하는 안정환은, 워낙 가난한 나라 취급하는 이탈리아의 왜곡된 시선이 싫어서 부러 명품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등의 허세를 부렸다고 밝혔습니다. "첫해 연봉을 다 날렸죠." 다른 이가 말했다면 반쯤은 농담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워낙 구수한 사상의 안정환이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기 싫은 거예요.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 못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슬픈 이야기도 희극으로 만들어버리는 라디오스타에선 이런 화나는 이야기를 도리어 '염소 테리우스'라 칭하며 안정환을 약 올립니다. "염소 같은 느낌도 들긴 드는데?" "음매 한 번만 해주실래요?" 농담 같은 분위기는 이후 안정환의 해명에 싹하고 웃음기가 사라집니다. 구단주의 폭언은 예사말이 아니어서 이탈리아의 무시무시한 살해 협박에 짐을 찾아갈 수도 없었다는 안정환. 안정환의 활약에 분노한 이탈리아인들은 심지어 일 년 치의 연봉이 들어간 안정환의 차를 부숴놓기까지 했었다는군요.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제 코가 석 자인데 남을 평가하긴 좀 그래요." "저는 5년 계약하기 싫어서 MBC로 왔거든요?" "남자친구 소개시켜 준다고 해놓고 제가 나갔죠." "아. 그럼 법정으로 가야죠." "기성용이네. 뭐." "용수형이네. 용수형. 나도 많이 당했거든요." 시대를 풍미하는 축구계의 아이돌이자 최고의 슈퍼스타. 그라운드의 테리우스라 불리었던 그. 이제 그는 더이상 그 위를 달리는 선수도 아니고 2002년의 미청년은 세월과 함께 흘러가 버렸지만, 그 시절 못지 않은 혈기와 소탈함만큼은 여전히 테리우스다웠습니다. 이제 중계받는 처지가 아닌 전달자의 위치에 선 안정환의 테리우스 같은 해설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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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 곱게컸다 2014.06.20 16:27 신고

    크크 안정환 완전 좋아요+_+

    2002년의 골든골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했어요~ ㅋㅋ

    아직도 제눈엔 테리우스임!

    리환이 아빠로도 참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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