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쇼타임

아빠! 어디가? 감탄 나온 편집 능력, 관찰 예능 원톱을 증명한 결정적 차이

아빠! 어디가? 69회 감탄 나온 편집 능력, 관찰 예능 원톱을 증명한 결정적 차이

 

콩트가 예능을 좌우하던 그 시절엔 편집의 힘을 느낄 틈이 없었습니다. 코너명이 아니고서야 경고문을 제외하곤 자막 구경이 참 어려웠던 그 시절이니까요. 아니 애초에 자막이라는 것은 그저 외국 영화를 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보다 많은 자막이 화면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피차 한국말로 통하는 국내 버라이어티에서 번역의 기능을 필요로 하진 않죠. 21세기 버라이어티에서 자막의 역할은 곧 재미와 감동을 서포트하기 위함입니다. 제작진 자신이 직접 화면 위로 뛰어들어 제7의 멤버 역할을 하는 겁니다. 단순히 자막뿐만이 아니죠. 최근의 예능은 웃음 이상의 감동이 필요하니까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아빠 어디가 기획 서창만 연출 김유곤, 정윤정, 박창훈출연 성동일, 김성주, 윤민수, 류진, 안정환, 정웅인, 김민율, 윤후, 정세윤, 성빈, 임찬형, 안리환

 

 

감성 마케팅의 퀄리티가 프로그램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요즘 제작진의 편집 신공은 자막뿐만이 아니라 음악과 캐스팅, 그밖에 모든 연출 범위에 힘을 기울입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멜로 영화보다 더 서정적인 예능이 줄을 잇고 있죠.

 

 

 

여느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린아이와 가족을 소재로 만든 관찰 예능,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MBC의 아빠! 어디가? 는 그 무엇보다 섬세한 연출을 필요로 하는 작품입니다. 이건 휴먼 드라마이며 또한 어른이 읽는 아이들의 동화니까요. 더군다나 어른보다 언어 구사력이 미숙한 아이들에겐 더욱 섬세한 자막의 표현이 필요합니다. 옹알이 같은 아이의 말을 어른이 이해할 수 있게 해석하는 한편 어른의 때 묻은 해석이 아이의 가치관을 오염시켜서는 안 될 테지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쉬운 이유는 앞서 지적한 편집의 모든 문제점을 고스란히 실현하고 있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자막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은 지나친 재미 추구가 어린이의 감수성을 어른의 가치관에 치환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추사랑 오역 논란에서 밝혀진 것처럼 이 제작진의 자막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며 왜곡되어 있습니다. 한라봉의 맛을 엄마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엄마도 먹어요.”라는 사랑이의 배려를 욕심꾸러기 먹보로 둔갑한 자막처럼 최근 회차에서도 이런 식의 곡해된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더군요. 손녀를 흉내내며 사랑을 전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부름에 사랑스럽게 달려가는 사랑이의 모습을 “추블리 성대모사가 듣기 싫었는지 돌아오는 사랑이.”라고 곡해하는 자막이라니.

 

이에 비해 최근 뉴페이스인 정웅인의 딸 세윤이를 맞이하며 아빠! 어디가? 제작진이 그려낸 연출의 힘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이자 감수성의 극치였습니다. 특히 계산이 아직은 서툰 세윤이가 오빠 후를 선택해 놀이 같은 장보기 미션을 나갔을 때 제작진이 연출한 자연스러우면서도 감정의 묘미를 살리는 편집 능력은 놀라울 지경이더군요.

 

 

 

이름도 외기 어려운 콧등 치기와 올챙이 국수를 시켜놓고 반찬 투정할 생각도 없어 나란히 마주앉아 호호 국수를 불어 먹으며 놀이처럼 친해지는 아이들. 쑥스러우면서도 설레서 가슴이 두근두근 간질간질하는 그 묘한 느낌을 제작진은 별다른 간섭 없이 아이들의 웃음만으로 채우면서도 감성적인 연출력으로 명확하게 전달해냅니다.

 

 

 

산타클로스 흉내를 내는 후의 모습에 맞추어 크리스마스 캐럴 분위기의 음악을 깔고 성탄절처럼 설레는 분위기로 국숫집의 정경을 바꾸어놓는 연출력은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쑥스러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흐흐흐 웃기만 하는 후와 세윤이. 그 모습이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스파게티를 나누어 먹는 아기 강아지 커플처럼 귀엽기 짝이 없더군요. 아이들의 웃음소리만을 별다른 참견 없이 가득 채워놓는 제작진의 편집 능력을 보고 있으려니 삼각관계를 연출하겠답시고 최신 유행가를 쩌렁쩌렁 틀어놓고 느끼한 자막과 택도 없는 편집으로 시청자를 불쾌하게 했던 그 어느 날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떠올라 한숨이 나오더군요.

 

 

 

아빠! 어디가?의 연출력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달리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까닭은 아이들의 말이 비록 서툴고 성글지언정 그것을 어른의 왜곡된 시선으로 참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때 옹알이 같았던 후의 말버릇도 아직 아기 말투가 남은 민율이의 목소리도 그대로 내보내서 시청자의 사랑스러움을 독차지하곤 하지요. 한국말이 서툰 사랑이의 말을 그저 예능의 재미와 먹보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 잘못된 번역으로 질타를 받았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입니다. 강아지 미미와 처음 대면한 민율이가 뜻밖에 존댓말로 질문하자 귀엽게 "당신"이라는 한마디를 붙인 제작진의 센스는 얼마나 빛났던가요. 강아지에게 "당신 몇 살이에요?"라고 묻는 어린아이의 모습. 그것도 민율이가 하지 않은 제작진의 말은 주석처럼 따로 표기하는 배려 또한 잊지 않았습니다.

 

 

 

 

홍일점이라고 할 수 있을 성빈 in 아빠! 어디가? 에 새로운 여자 친구가 들어왔을 때 재미를 위해 빈이를 질투하는 소녀로 둔갑시키지 않은 제작진의 배려 또한 고마운 부분이었습니다. 남녀 셋만 모이면 삼각관계를 연출하고 존재하지도 않을 억지스러운 러브라인을 만들어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달리 아빠! 어디가? 제작진은 다소 외로워 보이는 빈이의 모습을 부적절한 질투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여동생 빈이를 향한 언니 세윤이의 의젓한 배려를 강조하고 빈이가 걱정했던 것은 언니에게 선물을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라는 것을 똑똑히 시청자에게 알려주었죠. 선입견일지는 몰라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였다면 이런 빈이의 마음을 왜곡하고도 남았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글을 누르시면 닥터 콜의 새 글을 구독+해서 편하게 보실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 공감하셨다면 공감 하트를 눌러주세요. (로그인불필요)

 

신고
  1. 오스틴 M/D Reply

    빈이 귓속말은 반전이었죠 제가 다 부끄럽더라구요

    • 부르스 M/D

      보는 내내 빈이가 외로움을 느낄까 걱정됐었는데...아이들의 생각이란...저역시 부끄러웠습니다..

    • 곱게컸다 M/D

      맞아요 맞아요 완전 반전 저도 진짜 부끄러웠어요 ㅎㅎ
      정말 예뻐라 빈이!!

  2. 순슬자 M/D Reply

    강아지 두마리가 스파게티 나눠먹는 장면은 '레이디와 트램프'였던걸로 기억해요ㅎ

    • 닥터콜 M/D

      수정했습니다. 고마워요.^^

  3. 후후 M/D Reply

    아빠 어디가 는 보는내내 제작진이 이 아이들을 얼마나 아끼고 따뜻하게 바라보는지가 느껴져 늘 좋아요

  4. 동감 M/D Reply

    아어가의 자막팀의 노력과 정성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슈퍼맨은 사랑스러운 추사랑을 왜곡하면서 자기 멋대로 관리하는 제작진에게 정말 화가납니다.
    이런식의 대접을 받는 추사랑 가족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5. 부르스 M/D Reply

    슈퍼맨에서 아이들이 나온 프로에서 굳이 러브라인을 만드는 모습은 정말 싫다군요 정태씨의 때묻은 연출이 더해져 지금은 더심해졌습니다ㅠ 그에반해 아어가는 아이들의 말을 놓치지않아 보는내내 따뜻하네요
    ^^

  6. 햇빛사냥 M/D Reply

    사랑이한테 푹 빠져서 슈돌을 애청하곤 있지만 한때 아어가를 즐겨봤던 시청자로서 슈돌의 자막이나 편집은 욕나올 정도로 한심스럽고 비교돼요. 아어가가 애들한테 얼마나 애정을 갖고있는지 자막에서부터 보이더라구요.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7. ㅇㅇ M/D Reply

    원래 언니없는 여자애들은 언니가 로망이라는... 질투이런거 없어요ㅋㅋ

  8. 곱게컸다 M/D Reply

    아빠어디가 아이들 참 모두들 착하고 이쁘고~

    제작진도 참 착하고 예뻐요! ㅋ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카운터

Today : 880
Yesterday : 1,663
Total : 35,562,581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