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세월호 침몰 이후 그 누구도 평온할 수 없는 지옥의 4월이 흘러가고 있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와 부실했던 초기 대응. 불신과 불안은 극에 달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지금도 차디찬 수면 아래서 손을 뻗고 있을 그들을 떠올린다면 희망을 버리는 마음가짐조차 죄악으로 느껴진다. 최선을 다한 구조였는가에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 분노하고 아플 수밖에 없다. 살아남은 자의 자책감.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 어른의 무력감과 죄책감. 성하지 못한 마음으로 외상을 호소하는 요즘이다.

 

나라에 큰 불운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연예인을 호명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애티튜드, 행동거지를 감시하기 위함이다. 너무 요란한 복장을 하고 있진 않은가. 기부를 하긴 했는가. 기부를 했다면 얼마를 했는가. 위로문을 SNS에 남겼는가. 그들도 사람이니 애석한 마음이야 왜 없겠느냐마는 감시당하는 입장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자발적인 의도보다는 대중의 눈치가 보여 얌전한 옷을 입고 웃고 떠드는 것을 삼가며 기부를 하고 SNS에 위로의 메시지를 담는다.

 

 

 

 

 

이런 풍토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연예인이란 정치인과 같은 공인이 아니지만, 대중의 관심을 업으로 삼은 그들이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웃음의 메신저, 오락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그들이니만큼 모두가 슬퍼할 시기에 침묵하는 것 또한 가장 효과적으로 슬픔을 호명하는 방식이 아닐까.

 

문제는 공식 석상에서의 요구와 바람을 넘어선 그들의 사생활까지 침범해 애도를 강요하는 분위기다. 기부하지 않은 연예인, 기부한 연예인의 목록을 작성하여 전자에게 따져 묻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이미 기부한 연예인을 놓고도 액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비아냥을 던진다. 이번 사고에 대해 왜 한마디도 공개 발언하지 않느냐고 재촉하더니 SNS에 위로의 글이 올라오거나 분향소 방문 사진에 보여주기식 쇼맨십일 뿐이라며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이에 한술 더 떠서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파고들어 회초리질 하는 언론이 있어 기가 막힌다. 어디서 그런 소식을 접했는지 한 언론 매체는 최근 이경규가 동료들과 골프 회동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 조의 뉴스를 뿌렸다. 세월호 참사 사고에 침울한 요즘 연예인 이경규가 골프를 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논조였다. 기사에는 이경규 골프 라운딩이 네티즌에게 화제이자 논란이라고 실려있었으나 나는 어디에서도 이 이야기로 떠드는 풍경을 본 기억이 없다.

 

 

 

당연하다. 아무리 넷 문화가 엉망진창이라고 할지라도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커뮤니티라면 이경규 씨가 지인과 골프를 쳤다는데 너무하지 않나요? 라는 생트집을 넘어갈 리가 없다. 시시콜콜하게 타인의 스케줄을 기사에 올린 누군가가 없었더라면 알 리가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누군가 26일 날 골프를 쳤다는 이야기마저 시사 고발 뉴스로 접해야 하는가.

 

이후 이경규를 최근 음주운전 사건으로 자숙 중인 길과 함께 묶어 '힐링캠프 하차해야 할까?' 라는 기사가 뜬 것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기자의 상식은 음주운전과 골프가 동급인가? 골프가 범죄라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설사 어느 철없는 네티즌이 시비를 걸었다 쳐도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헛소리다. 이런 내용이 헤드라인에 올라 마치 이경규 또한 음주운전을 저지르기라도 한 것 마냥 취급 당해야 한다는 것이. 아무리 연예계의 생리라고 해도 이건 너무나 잔인하며 폭력적이다.

 

 

분명 나라가 이토록 비탄에 빠진 가운데 공식 석상에서 이 사고를 곱씹고 애도를 기리는 행동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경규가 골프를 친 장소는 SBS가 아니다. 연예인은 사생활마저 애도의 자세를 감시당해야 하는 존재인가. 우리가 연예인을 감시하고 분노를 쏟아내는 동안에 수혜를 입을 진짜 가해자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언제까지 슬퍼할 수 있을까. 잔인한 4월이 지나고 5월이 돌아오면 그 사이에 이미 잊어버릴 슬픔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망각하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어리석음을 우리는 여태껏 반복해왔다. 그러니 그 짧고도 아까운 시간을 비효율적인 분노로 낭비하는 것이 그저 애석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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