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핫이슈

가슴을 울린 정관용의 오프닝 멘트 대한민국의 집단 우울증이 염려돼

 

16일. 제주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이후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의 매일을 겪고 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JTBC 뉴스9의 손석희입니다. 사실 모두가 안녕하지 못합니다. 가만있다가도 자꾸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려오는 시간들을 보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길고 힘든 시간입니다.”

 

 

 

뉴스9의 앵커 손석희의 말 그대로 휴식이 휴식이 아니고 일을 하면서도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요즘. 지나가는 고등학생만 봐도 가슴이 저미고 쌀쌀해진 밤 공기에 심장이 덜컹한다. 한편 내 심정이 이정도인데 실종자 가족의 심장은 얼마나 찢어지고 있을까 싶어 또다시 눈물이 흐르는 요즘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들어 가장 우울한 주말을 보냈다.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실종자들. 하루하루를 피 말리는 심정으로 보내고 있을 가족들의 가슴이야 오죽하겠느냐마는 사고와 연관이 없는 일반인들조차 무관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기도하고 분노하고 또는 절망하며.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진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년 전 앓았던 공황 장애가 재발했다는 사람 또한 있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매일이 지속되며 체증에 걸린 듯 답답한 가슴이 내려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현재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참담한 심정이 사고 하나만이 아닌 외부의 경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비효율적이고 미온한 협조에 의한 진전없는 구조 작업. 그 경위를 은폐하며 진실에 눈 감은 공중파 뉴스들. 때문에 채널을 점령한 세월호 뉴스는 쏟아지는데 정작 볼 뉴스가 없어 인터넷과 뉴스타파를 찾고 손석희에 의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비통에 빠진 유가족을 찾아 그 와중에도 대접을 받겠다고 아랫사람을 시켜 신분을 호명하는 정치인들. 아수라장에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오만상을 쓰고 나가는 그들을 보니 쓴웃음이 다 나왔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트라우마를 앓는 대한민국이 현재 대리 외상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 외상 증후군은 간접 경험으로 사고 현장을 목격한 일반인이 마치 자신에게 그 일이 일어난 것처럼 불안과 공포를 앓는 마음의 병이다. 절규하는 피해자들, 미온적인 구조 체계에 비탄과 분노에 휩싸인 대한민국은 트라우마에 가까운 심리적 외상으로 고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무력감 그리고 죄책감.

 

 

 

대리 외상 증후군을 치유하는 방법은 잠시 TV를 끄고 간접 경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우울증을 부채질하는 채널 편성표 또한 책임을 무시하지 못한다. 이런 판국에 웃고 떠드는 내용을 TV로 내보낼 수 없다는 판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정규 편성을 세월호 소식으로 대체하고 모든 채널을 뉴스로 돌린 와중에도 정작 볼만한 뉴스가 없다. 표면적인 겉핥기 소식 뿐이다. 그 많은 뉴스에도 대중이 뉴스를 믿지 못하고 또 다른 뉴스를 찾아 헤매는 요즘. 채널을 점령한 뉴스는 앵무새처럼 같은 이야기만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라 피로감을 더한다.

 

 

 

21일. JTBC '정관용 라이브'에서는 20여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수학여행 간다고 준비 다 했거든요. 가방 사고, 옷 사고... 갔다 올게 하고 간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됐어요." "애들 학교 보낸 걸 후회하고... 정말 이 나라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고. 제 아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2학년 7반 oo아. 얼른 오너라."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보고 싶다고 했잖아. 우리 oo이 꼭 오지? 엄마가 사랑해. 꼭 와. 모든 친구들 다 데리고 와." "이 사고 터졌을 때 우리 아들하고 통화하면서 한마디 했어요. 절대 애들 놔두고 먼저 나올 애가 아니라고. 생존자 명단에 없을 거라고 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어요."

 

 

실종자 가족의 메시지를 담은 vtr영상이 흘러나오고 난뒤 참담한 풍경의 스튜디오에는 말을 이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행자인 시사 평론가 정관용마저도 그저 울먹이며 카메라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날 포문을 열었던 정관용의 오프닝 멘트가 가슴을 울린다. "함께 울되 결코 잊지 맙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떠난 생명을 위해 눈물 흘리고 남은 이들 곁에 있어주기. 그리고 지금의 참담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절대 잊지 않기. 그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최초의 여자로 등장하는 판도라. 헤르메스가 심어준 호기심 때문에 결코 열지 말라는 엄명에도 그녀는 금단의 항아리를 열어젖힌다. 그러자 온갖 인간의 해악들이 봉인 풀린 항아리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죽음과 질병, 공포와 증오. 절규하는 판도라를 구원한 것은 항아리 밑바닥에 숨어있던 최후의 존재, 바로 희망이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요즘. 유사한 사건이 또 터진다 해도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과 공포가 세월호 사고보다 더 치명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탄과 절규가 아니다. 희망을 잃고 무기력해 있어서야 그 어떤 사태도 해결되지 않는다. 세월호 구조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글을 누르시면 닥터콜의 새 글을 구독+해서 편하게 보실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 공감하셨다면 아래 손가락 추천을 눌러주세요(로그인불필요)
신고
  1. 탁발 M/D Reply

    이번 사고가 냉담한 편인 저마저 일상에서 손을 놓게 하더군요.
    슬프고 분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 닥터콜 M/D

      그렇지 않아도 탁발님이 계시지 않아 염려했었답니다. 이렇게 뵙게되서 다행이군요.ㅠㅠ

  2. 잔인한4월 M/D Reply

    응사땜에 알게 된 닥터콜님 리뷰인데....복고복고 하더니 별개 다 복고로 돌아가는거 같네요....부디 앞으로는 닥터콜님께 드라마나 유재석님 리뷰 보러 들리는 일만 있었음 좋겠습니다....보는 사람도 아프고 쓰는 분도 아픈데....당한 분들은.......말하기도 괴롭네요ㅠㅠ

  3. 로키임다 M/D Reply

    항상 님의 드라마 리뷰를 보는 독자로서도 이번 사고는 정말 가슴아프고 또 슬픕니다... 전혀 관계없는 저도 이렇게 가슴 아프고 순간순간 눈물이 고이는데 그 가족들의 심정은 감히 상상도 할수가 없습니다... 뭐 이런글 남긴다고 죽은 애들이 살아돌아오는건 아니지만 단 한명이라도 살아서 구조되었음 좋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4. M/D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진순정 M/D Reply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 했던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서문중에서

    노정태가 진중권에 대한 칼럼에 나온 첫 문장인데,
    진중권의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문장..
    진중권은(모두까기인형 진중건)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호입니다.

    2009년도 진중권에 대한 중앙대 교수 임용탈락을 철회하라며 총장실 항의방문에 간 학생들을 징계하려는
    시점에 한겨레 인터넷 방송에서...
    진중권:학생들이 (저를 해임한 것을 두고) 되게 반발하고 있는데 지금 학교에서 (이 학생들을) 징계를 내린다고 하더라구요..가슴이 되게 아픈게...

    진중권:울먹이며- 학생들이 안다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학교측도... 잘못됐으니까... 학생들은 좀 안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이..훌륭하게 사는 모범을 보여야지. 그런 방식으로 잘못된 삶을 강요하고 거기에 항의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고. 이런 것들은 교육자가 할 자세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진중권이 교수 해임건을 받아들이기로 했고,항의하던 학생들 징계는 철회..
    진중권는 중대 마지막 수업을 하고, 필리핀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인간적인 교육자라는..
    그 이후로 진중권이 좀 날카롭고 냉소적인 말투를 해도,
    그 인간적인 모습 때문에... 진중권의 진심을 믿고 있습니다.

    미드 '뉴스룸'에서 미국여성 의원이 총을 맞고,타 방송에는 확인이 안된 사망 소식을 보도하고 있는데,
    주인공 윌(앵커)은 사망 소식을 빨리 보도하라고 압박을 받고, 윌(앵커)은 침묵으로 일관...
    윌(앵커)의 동료가 상관에게...(윌의 침묵에 대한 설명)

    사람(human) 이에요..
    사망선고는 의사가 하는 거지 뉴스가 하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주인공 윌(앵커)은 부상으로 보도하는 장면을 보며서....

    손석희가 확인이 안된 사실 관계보도나 보험금 같은 금전보도 그리고 정부 눈치 보도보다는
    언론의 양심과 인간적인 진심를 말하다고 믿기 때문에 JTBC 뉴스9 나 정관용 라이브를 보는게 아닌지.

    저는 손석희가 언론의 양심과 인간적인 진심의 바로미터(척도)가 되어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는 언론인이' 되길...기원하는 1인....

    P.S - 검은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한번 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 김광석의 일어나 가사 중에서-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카운터

Today : 545
Yesterday : 1,233
Total : 35,620,391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