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영화

호불호 갈리는 영화 몬스터 직접 보고나니 그럴 만도 해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가진 배우의 경우 거물급 스타나 연기신이 아니더라도 그 이상의 캐스팅 욕구를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송중기나 박보영. 그리고 이민기와 김고은. 가진 얼굴만으로도 스토리가 술술 나올 것 같은 그들의 매력은 마치 만화 같아서 만화나 소설의 이미지화를 바라는 네티즌들이 주로 가상캐스팅의 주연 배우로 써먹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늑대소년 만큼이나 몬스터의 개봉일을 기다렸었지요. 다름 아닌 이민기와 김고은의 합작이라고 하니까요. 거기다 제목부터 몬스터라니,

 

 

 

 

제작진의 의도가 우리 같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찌 됐던 그와 그녀의 캐스팅과 그들의 조합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가져다준 듯해 보였습니다. 몬스터의 소감을 두루 살펴보아도 좋았다는 평의 8할은 이민기와 김고은의 호연을 꼽고 있거든요. 적어도 이 두 배우의 캐스팅에 대한 아쉬움이나 연기력에 불평을 쏟아내는 의견은 거의 찾아보지 못했답니다.

 

 

 

몬스터 (Monster, 2014)장르스릴러2014.03.13 개봉런닝타임 114분한국 청소년 관람불가

출연 이민기, 김고은, 김뢰하, 안서현, 김부선

 

애석한 사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건부 찬사라는 것이죠. 영화도 재밌었고 배우의 연기력도 좋았다가 아닌 형편없는 와중에 그나마 이민기가 살렸다는 식의. 사실 이 리뷰의 제목에 편의상 호불호라는 표현을 썼지만 – 호불호라면 상반된 의견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을 기세로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모양새를 뜻하는데 – 그런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호’한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불호더군요. 캐스팅을 제외하면 말이에요.

 

그럼 너는 어느 쪽이었느냐. 저는 몇 안 되는 호! 쪽에 손을 들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비평을 넘어선 악평들이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확실히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럴 만도 하다고 느껴지거든요. 몬스터는 아주 불편하고 어질어질하고 또한 참혹한 영화니까요.

 

 

 

 

일단 영화에서 내건 홍보 문구대로 미친년과 살인마의 싸움이라는 소재부터가 그렇죠. 이 둘은 미친 것 외의 공통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힘의 원천이자 살육의 동기가 가족이라는 사실이죠. 정신 나간 사람은 장정 몇이 달려들어도 이겨내지 못한다고 하고 인간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는데 이 두 가지의 조건을 모두 가진 미친년, 살인마의 힘이 오죽하겠습니까. 하물며 이 둘이 맞붙어 싸운다는데요.

 

익상(김뢰하 분)은 그의 부유한 삼촌에게 한 가지 의뢰를 받습니다. 여자가 하나 있어. 머리 좀 쥐어박았다고 3억을 달래. 증거 영상이 담겼다는 휴대폰과 합의금 3억을 맞바꾸라는 명. 핑계가 영 치졸하다 느끼지만, 이래저래 따질 여유 따윈 없었어요. 돈이 궁한 익상은 3억을 꿀꺽 삼켜버립니다. 그리되니 3억과 맞바꾸어야 할 휴대폰이 문제죠. 혼자서 발 굴러 봐도 궁리가 안 나오자 그는 ‘특수한 이유’로 4년간 연을 끊었던 남동생을 찾습니다.

 

 

 

이민기는 바로 이 남자의 위험한 동생 태수를 연기합니다. 그는 소위 건드려선 안 될 미친놈 연기를 신들린 듯 소화해내는데요. 차마 죽여서 뺏어오라곤 못하고 비겁하게 웅얼거리는 형을 피실피실 웃으며 애태우다 느닷없이 행인에게 시비를 걸어 몇 차례 되지도 않는 동작으로 숨통을 끊어 놓습니다.

 

감독은 이런 태수의 특수성을 단 몇 장면의 충격적인 비주얼로 온전히 이해되게끔 해놓았습니다. 다음 화면에서 채 죽지 못해 타들어 가는 목을 꺽꺽대는 소리와 바 위에 널브러져 있는 또 다른 희생자. 그게 일상적인 장면인 듯 아무렇지 않게 그 아래서 술을 마시는 위험한 남동생, 태수.

 

이 영화를 위해 10kg가량을 감량했다는 이민기는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흑표범 같기도 하고 존재치 않을 환상 같기도 합니다. 이민기가 등장하는 장면, 하나하나마다 그대로 만화 컷의 먹물 먹인 펜 터치 같더군요. 감독 또한 이런 이민기의 아름다움을 훼손치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설정된 캐릭터는 여자건 아이건 괘념치 않고 살해하는 살인마인데 어쩐 일인지 태수는 망설이거나 져주거나 심지어 기회를 주기까지 합니다. 그나마도 직접 상해하는 장면은 최대한 배제했더군요. 이 때문에 세기의 대결처럼 홍보 삼았던 미친년과 살인마의 싸움은 주제는커녕 보조 소재조차 되지 못합니다. 그저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다니까요.

 

공권력이나 해병대조차 무서워하지 않은 태수에게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바로 그의 가족입니다. 그냥 내팽개쳐도 될 텐데 4년씩이나 아니 어쩌면 만난 그 순간부터 버림받았으면서도 태수는 가족이라는 끈을 차마 놓지를 못합니다. 태수의 사이코패스적인 특성이 두려워 킬러를 대동하고 온 형을 피 묻은 얼굴로 다정스레 “오랜만에 엄마랑 외식이나 할까?” 라고 묻는 그.

 

어쩜 이때까지만 해도 태수는 몬스터가 아닌 저주받은 늑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늑대는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고 철저히 우두머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니까요. 소속감이 생의 의미인 늑대 태수는 선천적으로 버림받을 운명을 타고났기에 인류를 배반하는 행위를 하면서도 막상 그의 유일 공동체인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무감한 눈빛으로 여자아이를 살해하고 피 묻은 얼굴로 싱긋이 웃는 그가 막상 가족 앞에서는 구차하리만큼 작아지는 모습에 차마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가 없더군요. 이민기가 연기한 대부분의 인물을 놓치지 않았지만, 그만큼이나 그림처럼 어울린다는 표현을 쓰고 싶은 캐릭터는 없었답니다. 특히 놀랐던 건 이민기 특유의 – 매력이라고도 족쇄라고도 할 수 있을 – 사투리 억양이 이 작품에선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적어도 몬스터는 이민기가 연기한 많은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목소리가 멋있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배우 이민기의 연기를 쭈욱 지켜봤던, 들었던 사람이라면 그가 내뱉는 첫 대사에 아마도 오오- 하고 놀라실 걸요.

 

 

 

 

몬스터가 가상 캐스팅 전문 배우 이민기의 부족했던 무엇을 충족시켜준 연기였다면 김고은에겐 기대했던 그만큼의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김고은의 데뷔작 은교에서 그녀가 할아버지에게 인사하고 떠날 때 들려준 여고생 특유의 발성을 잊지 못하는데요. 이미 성인이면서도 다소 어눌하고 애티가 나는, 예의를 갖춘 그 “안녕히 계세요-” 라는 한마디에 많은 기대를 걸었었어요. 몬스터에서 그녀가 연기한 복순은 그 민낯의 느낌을 그대로 확장해놓은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족이 족쇄인 태수와는 같은 의미이자 다른 뉘앙스로, 복순에게 있어 그녀의 하나뿐인 가족인 똘똘이 여동생은 태양이자 삶의 의미였죠. 업둥이처럼 여자아이 하나가 찾아온 다음 날에 여동생이 두고 나온 체육복을 찾아 돌아오다 발견한 소스라칠 광경. 장신의 살인마가 여동생의 목을 조르고 있는 그 모습을. 그 경황 중에도 울먹거리며 “잘 생겼어요.” 라고 범인의 인상착의를 읊다 고스란히 미친 사람 취급당하곤 나 어떻게 해야 해요? 그냥 집에 가요? 애처럼 꺽꺽대는 김고은의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고 사랑스럽던지요.

 

 

 

 

포스터의 선전 문구와 달리 김고은과 이민기의 상대자는 서로가 아니라 그들의 가족입니다. 마치 복수극처럼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복순이 새로 얻은 동생 나리(안서현 분)을 지키는 추격전으로 변질하고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데다 폭력적이며 살육마저 아무렇지 않은 태수의 가족들은 소시오패스 모임 같아서 분명 그의 미친 행위가 타고난 것만은 아니라 일정 부분 학습된 것임을 짐작하게끔 합니다. 이런 부분이 영화의 호불호를 결정하는 중대한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관객이 이 영화의 홍보 문구에 기대를 걸고 들어온 장면은 이민기와 김고은의 대립이자 로맨스였을 테니까요.

 

두 사람의 연관성은 거의 방관자에 가까운 타인에 그지없지만, 주인공 이외의 조합 또한 매력이 있긴 합니다. 특히 복순을 유일하게 미친 사람 취급하지 않고 어엿한 어른으로 대접하는 나리의 당돌한 존댓말과 지킴 받아야 할지 보호해 주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어른 아이 복순의 만담 같은 호흡은 기쿠지로의 여름이나 요즘 유행하는 겨울왕국의 자매애와 비슷한 방향의 흐뭇함을 선사해주지요.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영화에서 전달받는 느낌은 심지어 살육하는 순간마저도 공포만은 아닙니다. 마치 신맛, 짠맛, 매운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톰얌쿵처럼 영화는 관객을 마냥 공포에 질리거나 슬픔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극의 상황이 처절한 비련일수록 웃고 싶어지는 장면이 대다수여서 상갓집에서 웃긴 생각이나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사람처럼 눈치를 보게 되더군요. 저는 도리어 그 부분이 매력적이었지만, 대부분의 관객에겐 낯설고 불편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그게 몬스터와 관객의 소통을 막아선 원인이었겠죠.

 

 

몬스터라는 제목처럼 사람 같지 않은 이상한 사람들이 범람하는 세계관의 몬스터. 정신 나간 여자 복순과 사이코패스 태수. 영화 초반만 해도 이들 모습 자체로 그저 몬스터인줄로만 알았죠. 하지만 그들이 진정 몬스터화 되는 것은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이었습니다. 태수에게 있어 유일한 인간의 증명이었던 가족에게 끝끝내 버림당했을 때 그는 급기야 괴물의 형상으로 변이합니다. 이목구비가 드러나지 않는 짐승의 얼굴을 하고 사람의 언어를 포기한 것처럼 으르렁대는 울부짖음에 심장이 덜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서글프더군요.

 

태수에 의해 삶의 의미가 차례차례 무너진 복순은 그저 동네 미친 여자가 아닌 인간성을 버린 괴물이 되어 태수를 공격합니다. 사람의 탈을 벗어버린 것처럼 스스로 얼굴에 피 칠갑을 하고 복수의 대상 앞에 다가선 복순. 그녀에게는 더 이상 살인자를 향한 공포심도 그녀 특유의 가벼운 유머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피의 살육을 구하는 괴물의 분노만이 자리 잡았을 뿐이죠.

 

 

 

타인의 몬스터일 뿐이지만 가족에게만큼은 충견이고 싶었던 태수. 여동생이 있어 행복한 미친자로 살아갈 수 있었던 복순. 브레이크가 필요했던 남자. 삶의 의미가 곧 지성이었던 여자. 울타리를 잃어버린 인간은 몬스터가 된다. 영화 몬스터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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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너스 M/D Reply

    음. 묘한 영화군요. 톰양꿍 같은 느낌이라니. 사실 기대 많이 하고 있었는데 시나리오 자체가 다소 수월하게 볼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닌가봐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기회 되면 봐봐야겠네요.

    • 닥터콜 M/D

      달콤한 맛 뒤에 신맛이 있고 짠맛을 음미하려면 매운맛이 올라오는 그런 느낌의 영화랍니다. 쉽진 않으실 거예요.^^;;

  2. M/D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닥터콜 M/D

      안녕하세요. 확실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보니 관객과의 괴리감을 느끼셨을 듯해요. 그래도 저는 꽤 흥미롭게 봐서 재관람하고 싶었는데. 때를 놓쳤는지 근처 극장에선 이미 내려버렸더군요.ㅠㅠ

  3. 진순정 M/D Reply

    저는 개인적으로 신정원 감독(시실리2km,차우)이 감독를 했으면,블랙코메디 장르와 스릴러 장르가 결합된 똘끼 있고 독특한 괴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아니면 공동 감독이라도..)

    신정원 감독의 그 똘끼 있는 괴작-차우(괴수물이 블랙 코메디에서 인간의 잔인성 그리고 엄마 맷돼지와
    아기 멧돼지 사이의 모성애로 가는 똘끼)

    황인호 감독하고 같이 각본을 쓰고 처음 영화판에 데뷔한 시실리 2km - 조폭 코메디물과 호러영화의
    결합이 정말 독특한 괴작(?)

    처음에 "몬스터"가 신정원 감독이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또 똘끼 있는 작품를 만들어네....
    신정원 감독과 황인호 감독은 서로 독특한 생각를 공유하는 데드 링거(Dead Ringer)..라는 느낌...
    신정원 감독과 황인호 감독의 하이브리드적인 장르가 뭐가
    굉장한 작품이 나오거나 아니면 만년 유망주이거나...
    뭐가 기대가 되는 감독들입니다.

  4. 외부인 M/D Reply

    웃프다고해야하는
    애매하게매력적인부분이잇엇어요
    써주신글덕분에
    끝까지잘봣다싶네요
    저는별다섯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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