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영화

논스톱, 극장 자막의 혁명 영화보다 뛰어났던 자막의 완성도

 

 

리암 니슨은 여전히 딸바보고 타인의 안전을 지키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당연한듯 납치범은 그의 주변에서 알짱대고 아저씨는 직업적 능력을 십분 발휘해 범인을 검거합니다. 물론 이야기가 온전히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아무리 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라도 표절 혐의를 벗어날 수 없을 테죠. 분명 논스톱은 테이큰이 없었더라면 제작조차 되지 않았을 영화 같지만 경악한 아류작이라거나 자가 복제의 그늘이라는 핀잔을 듣기엔 억울한, 논스톱만의 개성을 가진 영화입니다. 심지어 리암 니슨 표 추격전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장치를 넣기도 했죠.

 

 

 

전 세계를 무대로, 추격전을 벌이던 리암 니슨의 행동반경이 논스톱에서는 세계는커녕 마을의 범위조차 되지 않을 만큼 축소되어 버렸습니다. 온갖 종류의 탈것과 튼튼한 두 다리로 세계를 누비고 다녔던 리암 니슨이 허공 위의 탈것에 발이 묶여 세상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106분을 담아냈습니다. 그의 추격전은 오로지 뉴욕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내부로 국한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리암 니슨이 맡은 배역 빌 막스는,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며 핸디캡이 많은 인물입니다. 알코올 중독자에 일 처리는 호전적이며 사교성마저 없죠. 한정된 공간만큼이나 폐쇄적인 행동반경에다 다소 아둔하리만큼 범인과의 심리전에 번번이 당하고야 마는 모습은 "이건 내가 알던 대디가 아냐!" 라고 비명을 지를 만큼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야말로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었던 테이큰의 아빠는 어디로 가고 내놓는 아이디어마다 실패에 대중의 야유를 받는 리암 니슨의 모습은 참으로 봐주기 힘들더군요.

 

 

 

하지만 핸디캡을 가진 캐릭터인 만큼 인물의 내적 갈등은 테이큰에 비해 더 견고해진 감은 있습니다. 우리 아빠는 슈퍼맨!의 테이큰과 달리 초라한 외톨이에 상사는 물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에게까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고개 숙인 불량 아빠, 빌 막스의 모습은 딸이 납치될 때보다 슬펐던, 양아버지에게 달려가는 딸을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브라이언 밀스의 눈빛을 고스란히 확장시켜 놓았습니다. 자랄 수 없는 딸이 건네준 용기의 리본을 손에 꼭 쥐고 비행기 공포증을 이겨내는 리암 니슨의 모습이라니. 


빌 막스에게 당하기는커녕 오히려 희롱하며 그를 점점 외톨이로 몰아가는 범인의 심리전은 반전을 거듭해나가며 초조하고 스트레스 쌓이지만, 또한 스릴 만점인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문제는 제작진이 부풀려놓은 두 개의 미스터리. '범인은 누구인가?' '리암 니슨은 왜 표적이 되었는가'를 결국 용두사미에 과대 포장으로 매듭지어버린, 허무하기 짝이 없는 악의의 개연성입니다. 한심한 대의명분에 황당한 표적의 동기. 범인의 뒤통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그가 나불대는 말에 도무지 설득이 가지 않더군요. 그냥 싸이코 하나가 날뛰었다고 단정 짓기엔 이전의 심리 싸움이 너무 거창했고요.

 

 

이런 영화는 제작진의 트랩을 밟지 않은 듯 밟아버린 관객이 확신에 찬 추리를 내놓았을 때 뒤통수를 맞는 맛과 엎질러놓은 떡밥을 수습하는 재미인데 논스톱의 결말은 극의 서사로도 미스터리의 해답으로도 하나 충족하지 못한 허술한 마무리일 뿐이었습니다. 덧붙여 일본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리암 니슨옹의 설교 타임은 그나마 담백하기라도 했던 극의 미덕을 깎아버린 장면이었고요.

 

 

 

사실 영화 내용보다 제 눈에 들어왔던 장면은 바로 극장 자막의 혁명이라고 해도 좋을 영화 논스톱의 자막 퀄리티였습니다. 가독성이 높은 번역의 수준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자막 또한 극적인 장치로 이용한 연출 효과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더군요. 그저 평면적으로 줄 세워진 자막이 아니라 범인의 메시지를 받은 주인공의 목 죄는 심리 상태를 표출하듯 산발적으로 흩어진 자막이나 액정이 깨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깨진 유리 위의 글자처럼 그려놓은 장면은 번역의 수준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자막의 효과 덕분인지 역시나 영화에서 가장 즐겁게 감상했던 부분은 그림자 속의 범인과 빌 막스의 문자 대화까지였습니다. 이만큼 공들여진 초반을 뒷심 부족으로 무너뜨리다니요. 그저 허술한 마무리 때문에 영화의 전체적인 감상평마저 깎이는 느낌이라 지극히 안쓰러운 영화, 논스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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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코루 M/D Reply

    저는 리암니슨만 보면 테이큰의 잔상이 너무 커서 논스톱 보는데 집중이 잘 안되더라구요 ㅜㅜ

    • 닥터콜 M/D

      테이큰이 존재치 않았더라면 제작되지 않았을 영화이니 더욱 그렇게 생각되셨을듯 합니다. 그래도 저는 추격전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꽤 재밌게 봤었네요.^^

  2. 비너스 M/D Reply

    자막계에서 장인정신을 갖고 해내는 사람들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포스팅이네요^^

    • 닥터콜 M/D

      번역은 에비게일님이 하셨더군요.^^ 원작에서도 영어 자막으로 비슷한 효과를 주었나 봅니다.

  3. 즈라더 M/D Reply

    진화와 퇴화를 동시에 구축하는 걸 보면, 자막 업계(?)도 여러모로 정신이 없는 모양임돠.

  4. 곱게컸다 M/D Reply

    관객이 확신에 찬 추리를 내놓았을 때 뒤통수를 맞는 맛과 엎질러놓은 떡밥을 수습하는 재미..
    으악 이것만 봐도 완전 느끼고 싶지 않은 기분이에요 ㅠㅠ
    이건 재미가 아닌데;; ㅋㅋ 근데도 보고싶은건 왜일까요?
    닥터콜님의 글을보면 뭔가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려나? 하는 호기심이 마구 자극되어져여

    자막은 제가 엄청 좋아하는 종류로 나올거 같네요!
    이번주에 봐야겠어요 ㅋㅋ

    갑자기 든생각은 닥터콜니을 광고계로 끌어들이면 뭔가 엄청날듯하네여 ㅋㅋㅋ

  5. BLUE4 M/D Reply

    맞아요 왠지 적막한 분위기 속에...

    자막을 보고 있으니,

    그 전달감이 훨씬 더 좋아던 것 같습니다.

  6. 다이어트 뉴스 M/D Reply

    영화는 그럭저럭 본 것 같아요.
    테이큰 같은 스케일은 없었던 듯 싶구요.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7. 타이거 M/D Reply

    원판에서도 문자메세지가 자막효과 되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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