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컨저링 영화 후기 공포의 원점을 되돌아보다

 

컨저링을 보고 왔다는 두 지인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시시하다. 너무나 무서웠다. 재미있는 것은 공포물을 그리 즐기지 않는 사람의 반응이 전자였던 반면에 상반된 의견의 지인은 공포 마니아였다는 점이다. 이렇게나 아이러니한 컨저링의 반응은 그가 가진 카피에서 이미 암시된 것이었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컨저링(The Conjuring, 2013)장르공포, 스릴러2013.09.17 개봉런닝타임 112분미국 15세 관람가

출연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릴리 테일러, 론 리빙스턴, 조이킹

 

 

영매의 기질을 타고난 로레인. 독학으로, 무려 가톨릭 교단의 인정을 받은 악마 연구가 에드 워렌. 이 매력적인 이력을 가진 두 사람이 퇴마사 팀을 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데 심지어 부부라는 사실은 나를 흥분하게 했다. 어디 그뿐이던가. 이게 영화적 상상으로 만들어낸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화를 근거로 했다는 사실만큼이나 오싹한 정보가 또 있을는지. 영화는 워렌 부부가 겪은 몇 개의 체험 수기로 관객을 질리게 하고선 점점 스토리의 가장 깊숙한 에피소드로 파고들어 간다. 이 이야기는 워렌 부부가 겪은 가장 사악한 케이스를 메인 테마로 수집했다.

 

 

 

그렇다면 공포 영화 컨저링은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두려웠는가. 공포에 취약한 관객이든 그 반대 성향의 관객이든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의문일 것이다. 톡 까놓고 말해 그리 충격적인 공포는 아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제시하는 공포의 지향점이 지극히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컨저링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충격을 최대한 절제했다. 예를 들어 난도질당하거나 피범벅이 된 살풍경한 살육의 광경 따위를. 컨저링의 공포는 은유적이며 암시적이다.

 

 

 

이 정숙한 공포는 관객에게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대신 상상할 수 있는 범위만큼의 오싹함을 선사한다. 공포에 울먹이는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무언가. 그것은 분명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관객은 곧 나타날지도 모를, 아니면 이미 머릿속에 나타난 공포의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움에 떨 수 있었다.

 

 

 

컨저링은 보이는 공포보다 보이지 않는 공포가 갖는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영화다. 영화 속 대부분의 양식은 이미 우리가 보아왔던 공포 영화의 답습이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스크림과 같은 자학성 코미디가 아닌 지난 공포 영화에 바치는 감독의 진한 경의가 느껴져 나를 설레게 했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최근의 호러물에 바치는 공포의 원점 같은 것을 말이다. 잠든 소녀의 발을 당기는 보이지 않는 손. 심장을 조일 만큼 당겼다가 떨어지는 불온한 효과음. 그만큼으로도 충분히 두려웠던 지난날의 공포를.

 

 

 

무엇보다 살육의 대명사, 쏘우 시리즈를 만든 제임스 완 감독이, 비주얼에 치중한 공포물을 뒤엎은 보이지 않는 공포를 연출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 짝이 없다. 다가섰다가 돌아서야 할 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효과음과 언제 나타나야 하는지를 정확히 인지하는 BGM. 관객의 숨통을 있는 힘껏 조였다가 잠시 쉴 틈을 안겨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시도들. 심장을 두드리는 정숙한 박수갈채. 영화 컨저링은 그렇게 말한다. 공포의 원점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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