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영화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마술이 마법이 아니어도 되는 이유

 

종영된 국내 최고의 토크쇼 놀러와에 초청받은 어느 국내 마술사가 그런 말을 했었다. 해외의 관객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만큼 까다로운 관객 또한 없노라고. "지금 나를 보고 있나요?" 마술사가 꺼내놓은 마법 동전에 외국 관객들은 눈을 반짝이며 기적을 기다리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은 팔짱을 꼬고선 "나는 절대 속지 않는다."는 단호한 의지로 눈을 부릅뜨고 관찰하기 시작한다나. 그런 의미에서 원제 Now You See Me에 굳이 "마술사기단"이라는 부제를 붙여둔 마케팅 부서의 센스는 그야말로 현지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우 유 씨 미는 우리가 언제나, 마술사의 마술을 감상하기 이전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던지는 트릭이다. "자아- 지금 당신은 나를 보고 있어요." 마법 동전이든 붉은 다이아몬드든 간에 마법의 도구를 꺼내놓고 관객에게 주물거리는 한마디. "지금 나를 보고 있죠?" 그리고 반대편에서 준비된 트릭이 마술사가 지시한 방향에서 기적으로 전환되어 튀어나온다. 한마디로 마술사의 트릭이 시작되는 순간은 나우 유 씨 미를 외칠 때부터라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전개가 (아니면 만화든 소설이든 그 어떤 장르든 간에) 지금은 무시 받는 전설의 노인네가 전국 각지의 비범한 꼴통들을 불러모아 한탕 치기를 하는 거다. 그러니까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거. 소풍은 도착했을 때보다 도착지점을 향해가는 순간이 가장 재밌다. 이른바 케이퍼 필름이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한탕을 치는 순간보다는 각 분야의 천재 기술자들이 모여 범죄 계획을 도모해가는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한데 작년 꽤 화려했던 도둑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영화 또한 많은 뉘앙스가 도둑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거기에 마술이라는 환상적인 볼거리를 추가하여 영화는 마치 야밤에 개장한 놀이공원만큼이나 설레고 즐겁다.

 

이런 외인구단 부류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입체적인 캐릭터의 나열이다. 나우 유 씨 미는 그런 부분에서 이미 50퍼센트는 달성한 재미를 보장하는데 이런 장르가 다 그런 것처럼 하나씩 나사가 풀린 꼴통들이라 더 재밌다. 러블리한 얼굴이 가장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마이클(제시 아이젠버그 분) 화려한 언변에 눈에 띄는 스타성을 가진 연예인 같은 인물이지만 경비원에게 50달러를 먹여 만든 트릭으로 여자를 꾀는 바람둥이다.

 

 

멘탈리스트라는 거창한 직함의 독심술가 메리트 오스본(우디 해럴슨 분)은 휴양지에서 불륜남을 협박해서 돈을 따먹는 비열남이다. 홍일점 헨리는 피라니아떼에 희생당한 것처럼 피 칠갑 된 유리 수조로 관객을 질겁하게 하고는 뒤에서 나타나 "어떤 미친년이 저딴 짓을 해!"라고 자신의 트릭에 조소를 보낸다. 귀여운 막내 잭은 어설픈 유리겔라 흉내로 관객에게 당한척하고는 지갑이 든 재킷과 시계를 통째로 훔쳐 달아나는 절반 이상이 범죄자다.

 

여기에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얼굴을 잘 짓는 것 같은 남자, 마크 러팔로(딜런 홉스 역)가 FBI가 되어 그들을 뒤쫓는다. 모건 프리먼(태디어스 역)은 이번엔 신도 현자도 아닌 동료 마술사의 트릭을 고발하는 배신자가 되었다. 왜 우리가 어릴 때 한참 인기 있었던 호기심천국 막바지에 나온 타이거 마스크의 그 사람처럼. 나우 유 씨 미는 역설적이게도, 누군가는 기적이라 칭하고 또 누군가는 사기라 말하는 마술을 푼돈 놀음에 사기의 도구로 이용하던 얼뜨기 마술사들을 불러모아 더 큰 사기를 통해 진짜 마술사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그려 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마술이 초자연적 현상이 아닌, 사람의 손길이 닿은 트릭이라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린다. "속았다."라고. 하지만 마술이라는 것은 초능력도 아니고 성령의 힘도 아니다.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영의 힘을 빌려 만든 기적이 아닌 사람의 재능으로 만들 수 있는 기적을 우리는 마술이라 칭하는 것이다. 그들은 뛰어난 연기와 현란한 트릭으로 시청자에게 기적의 순간을 만들어 보여주는 최고의 엔터테이너이자 예술가이다. 마술은 예술이고 과학이다.

 

나우 유 씨 미는 마술사를 모욕하는 한마디인 사기꾼을 덧입혀 오히려 마술이라는 장르의 존엄성을 일깨워준다. 하나의 씬을 탄생시키기 위해 마술사들이 고안했을 무수한 트릭의 잔상들. 마술사는 에스퍼가 아니다. 또한 간달프나 해리포터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위대하지 않은가. 오로지 인간의 상상력과 감수성 그리고 두뇌로 고안된 기적이라니. 내 눈을 들여다보는 마술사가 묻는다. "지금 나를 보고 있어요?"


이 글을 누르시면 닥터콜의 새 글을 구독+해서 편하게 보실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 공감하셨다면 아래 손가락 추천을 눌러주세요(로그인불필요)
신고
  1. 와코루 M/D Reply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2. 삼천꾼년 M/D Reply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들러야겠네요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___^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카운터

Today : 552
Yesterday : 1,233
Total : 35,620,398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