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콜의 미소년 미소녀 탐구생활

 

 

* 본 리뷰는 영화 설국열차의 내용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암시적이고 함축된 표현으로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방법을 모색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어떤 분들에겐 폐가 될 수 있는 대목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특히 결말을 어림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묘사되어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아무쪼록 이 리뷰를 피해 가시기 바랍니다.

 

 

 

설국열차는 무척이나 파먹을 것이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해결되지 않은 의문을 추진력으로 달리며 수수께끼와 암시 비극적 딜레마를 곳곳에 흩뿌리며 관객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어떤 관객에겐 피로감과 밋밋함을 전해주지만 누군가에겐 비워둔 퍼즐처럼 괴로운 놀이가 되는. 한 번에 터지는 감상은 덜하지만 오히려 관람 이후의 사고가 머릿속을 지배해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무거운 잔감의 영화라고 할까요. 만약 이 영화를 후자의 감상으로 지켜본 분이라면 소위 호불호로 갈리는 지금의 엔딩신에 불만을 갖진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기차는 종착점을 갈망하는 대상으로 인해 존재의 의미를 갖습니다. 설국열차의 딜레마는 열차의 기본적인 성질과 원형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탑승이 목적지가 되는 설국열차는 그 자신이 종착점이오. 집이며 인류의 세계입니다. 열차의 문은 계급과 계급을 규정하는 통제 수단일 뿐 그것은 출구도 아니고 목적지도 아닙니다. 설국열차가 흥미로운 것은 기차라는 이동 수단에 마지막 남은 인류의 세계를 압축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인류의 기원'을 담아두었다는 점입니다.

 

 

 

티스를 중심으로 꼬리칸 사람들의 혁명을 묘사한 이 영화의 액션은 얼핏 보기엔 계급과 계급을 타파하기 위한 싸움으로 느껴지지만 하나의 문을 열어젖힐 때마다 인류의 진화와 그에 맞추어 커져가는 포식성은 계급의 혁명이라는 이데아와 어울리지 않는 상실감을 전해줍니다. 빛이 차단된 동굴 속에서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다가 어둠을 투시하여 빛을 마주한 순간 농경지대로 넘어가며 나무와 돌 그리고 불을 발견하는 과정에 이르러서는 순간 몸서리치는 전율이 온몸을 짜릿하게 강타했다 사라집니다. 섬뜩한 것은 문을 열어젖히는 과정을 진화의 과정이라 해석했을 때 오히려 상위 칸에 가까워질수록 인류는 쇠퇴하며 타락해간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봉준호 감독이라는 자긍심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굳이 봉준호라는 이름에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작품입니다만 한편 한국 감독이구나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맞구나 싶은 몇 개의 반가움은 있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한 살 더 먹었네." 라는 개념을 지껄이는 것은 한국인 감독의 사고에서 나왔기에 가능한 유머겠죠.

 

 

 

언젠가 할리우드에서 괴물이 소개되었을 때 어떤 외국인들은 고아성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분명 똑똑한 사고를 했는데 왜 죽어야만 하느냐고요. 그런 의미에서 굳이 선택된 고아성의 존재감이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지극히 한국인의 정서라 받아들이지 못했던 서양인의 의문을 요나의 결말로 풀어버린 셈입니다. 그것은 변치 않는 의지였고 성장이기도 했습니다. 설국열차는 분명, 기존 봉준호 감독의 영화와 달리 영화의 완성을 관객 자신이 찾아야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충분한 균열마저도 그가 쉴 새 없이 부딪혔다 남긴 성장의 생채기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실망보다는 기대감이 더 생기더군요.

 

 

 

끊임없이 리더의 소임을 갈등하는 커티스가 영웅의 지도자이자 인류의 수호자인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라는 사실 또한 흥미로운 캐스팅이었지만 이런 배경의 블록버스터에서 한국 배우가 약에 취해 흐물대면서도 비범한 천재성을 보여주는 괴짜로 등장한다는 부분은 짜릿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캡틴 아메리카에 뒤지지 않는 송강호의 풍채에는 새삼 감탄했네요.

 

 

 

 

인류의 기원을 싣고 달리는 설국 열차. 커티스는 혁명을 주둔했지만, 이 영화가 전하는 혁명의 완성은 변화와 변칙이 아닙니다. 그것은 파괴죠. 최후의 인간이 발을 내디뎠을 때 그 모든 진화의 과정이 한 바퀴 돌아 처음을 바라보는 인류의 평행이론 말입니다. 최후의 포식자가 인류에 의해 멸종 위기를 바라본 종이라는 점도. 이제는 인류 자신이 멸종 위기종이 되었다는 것도. 덧. 영화 관람후 포스터 카피를 꼭 한번 다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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